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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역륜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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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잠에서 깬 희진은 혼란스러웠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고, 이상한 기억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내가 정말 소영이, 수빈이와 그런 짓을 한 걸까?"


희진은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 기억을 똑바로 떠올릴 수가 없었다.


몽롱한 기억들이 현실이었는지 꿈이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 기억들이 떠오르자 뭔가에 대한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희진은 마음이 불안하고 손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 불안하고 괴로운 감각이 어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역질이 너무 심해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희진은 머리가 너무 아프고 몸이 쑤셔와 잠을 청했다.


이틀 후에 민형우를 비롯한 사내들이 들어왔다.


다행히 희진은 몸이 아픈게 어느 정도 나은 상태였다.


습관적으로 첫 사내를 받아 들이려던 희진은 이전과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


자지가 닿는 순간에 온 몸이 짜릿해져 왔던 것이다.


희진은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것이 쾌감이라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날의 첫 사내인 5호는 그녀를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그녀의 양팔을 뒤로 잡아 당긴 채 삽입했다.


희진은 얼굴과 어깨가 매트에 닿은 상태였기에 뒤를 돌아 볼 수 없었다.


그런 희진의 팔에 따끔한 느낌이 전해졌다.


민형우가 주사를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후의 일은 이전날과 같았다.


희진은 환각을 겪으며 점점 달아 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녀는 앞에 있는 사내를 아들과 딸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사랑하는 정인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어둠이니 괴물이니 하며 몸을 흔들어 대기도 했다.


희진은 이번에도 극도의 쾌감을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약물에서 깨어나면 괴로움을 호소했다.


약물 후유증이 가져오는 괴로움은 매우 컸다.


희진이 그 괴로움에 무너리져 할 때 마다 민형우가 찾아와 곧 가족을 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은 희진에게 희망을 불어 주었고, 그 희망은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를 만들어 주었다.


민형우는 약물의 투여를 교묘하게 조정했다.


희진의 괴로움이 극에 이르렀을 때, 그는 사내들에게 희진을 범하러 명령했다.


그리고 희진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그녀에게 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희진은 사내들과 관계를 맺으면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으로 받아 들였다.


그때부터 그녀는 약에 깨어 괴로울 때면 목놓아 사내들을 불렀다.


그러나 그녀가 자지를 달라고 애원해도 민형우는 냉정했다.


그는 희진이 스스로의 의지로 버틸 수 있는 한도를 철저히 체크하며 사내들을 관리했다.


그렇게 한달 가량이 지났다.


이제 희진은 사내들이 들어오면 허둥지둥 달려들 정도가 되었다.


마치 파블로프의 종소리에 조교 된 개처럼, 자지를 받아 들이면 괴로움이 사라진다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후유증으로 인한 괴로움이 크면 클수록 사내들을 원하는 희진의 욕구도 강해졌다.


민형우는 그 즈음 되어서 약의 투여량을 현저히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여량이 줄어 들어도 희진의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환각에 빠져 광기 섞인 섹스를 했다.


분명 약의 효력은 사라지고 있음에도 그녀의 욕구가 스스로 환각과 최음 효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십여일이 흘러, 마침내 약물 투여를 중단했다.


금단 증세로 인해 희진의 괴로움은 더욱 커졌다.


그에 반해 민형우는 더욱 자주 그녀를 찾아왔다.


괴로움에 몸부림 치던 희진은 사내들을 보고 엉금엉금 기어와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녀는 이미 기라면 기고, 짖으라면 짖을 정도로 순종적이게 되었다.


지금 희진에게 사내들은 납치범 같은 것이 아니었다.


죽을 것 같은 괴로움을 사라지게 해주는 고마운 주인님들이었다.


약물 없는 섹스가 벌어진 날.


희진은 약물을 투여했을 때 보다 더욱 몸이 달아 올라서 날뛰었다.


발정난 암캐처럼 자지를 받아 들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금단증세의 괴로움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섹스가 끝난 후에는 여김없이 금단증세가 찾아 들었다.


희진은 그것이 섹스를 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이십일 가량이 지났다.


이제 희진은 금단증세로 괴로워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약에 중독되었을 때 보다 더욱 자지를 탐하게 되었다.


희진은 자신이 겪었던 환각이 정상적인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제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지 않았다.


기분이 좋으면 크게 소리내어 신음했고, 자지를 원하면 엉덩이를 흔들었다.


약에 취했을 때 어둠이 가르쳐 주었던 천박한 말들을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스스로 하게 되었다.


그녀는 약에 중독되었다 깨어나는 과정에서 결국 스스로의 욕망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게 된 것이다.


희진은 항상 약물 속에서만 보았던 어둠이 사실은 그녀 스스로의 욕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욕구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처음 약물을 투여한 날로부터 두달이 되었을 때.


민형우는 자지 두개를 동시에 입에 넣고 게걸스럽게 빨아대는 희진을 보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다됐군. 욕구를 감추고 있지 않았었더라면 두달로는 어림도 없을 뻔 했어."


애초 계획했던 기간을 넘겼지만, 민형우는 만족했다.


아마 그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두달 아니라 일년을 매달렸어도 굴복시키기 힘들었을 여자였다.


그런 어려운 상대를 마침내 무너뜨렸다는 성취감에 절로 웃음이 흘러 나왔다.


다음 날 민형우는 혼자 희진의 방에 들어갔다.


희진은 그를 보자마자 이마를 땅에 붙여 절을 하며 인사했다.


"주인님! 어서 오세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가식 없는 반가움이 담겨 있었다.


고개를 드는 희진의 얼굴은 분홍빛으로 달아 올랐다.


곧 있을 쾌락의 시간에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민형우가 혼자임을 깨닫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의아해 하면서도 결코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희진은 여느때처럼 그에게 엉덩이를 보이며 말했다.


"주인님. 천한 개년의 보지에 좆물을 넣어 주세요."


단지 민형우가 들어서기만 했음에도 그녀의 보지는 벌써부터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민형우는 흡족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릎을 굽히고 앉아 얼굴을 땅에 박고 있는 희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흐응."


단지 머리를 쓰다듬은 것 뿐인데도 희진은 오줌을 찔끔 지리며 신음을 토했다.


"좋아. 잘 견뎠다. 이제 이 방을 나갈 때가 되었어."


민형우의 말에 희진은 의아한 듯 그를 올려다 보았다.


민형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았다.


이곳에 올 때는 원래 어깨까지밖에 내려오지 않았던 머리가 지금은 등까지 치렁치렁했다.


민형우는 끌어 모은 머리카락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희진은 그가 무엇을 할 지는 몰랐지만, 말 없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틀어 올렸다.


머리카락이 올려지자 희진의 가녀린 목이 드러났다.


민형우의 손이 그녀의 목을 조르듯이 다가갔다.


그의 손에는 빨간 개목걸이가 들려 있었다.


찰칵.


개목걸이는 희진의 목을 채웠다.


손가락 두개 정도 넣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넓이였다.


개목걸이에는 가죽끈이 연결되어 있었다.


민형우는 일어나서 가죽끈을 잡아 당겼다.


희진은 그가 이끄는 대로 기어가야 했다.


"이제 이곳을 구경시켜 주도록 하지."


희진은 그를 따라 방을 기어 나갔다.


방밖에는 또 하나의 작은 방이 있었다.


작은 방에 붙은 유리는 그녀가 있던 방을 훤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그 방을 나가자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기다란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에는 푹신푹신한 양탄자가 깔려 있어 기어 다녀도 무릎이 아프진 않았다.


민형우는 그녀를 이끌고 복도를 걸어 갔다.


희진은 간간히 그녀와 같이 나체로 기어 다니는 여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하얀 색 복면을 쓰고 목에는 개목걸이를 달고 있었다.


복면에는 제각각 숫자가 적혀 있었는데, 그녀들의 엉덩이에도 작은 크기의 같은 숫자가 찍혀 있었다.


엉덩이에 찍힌 숫자는 마치 화상을 입은 흉터 같았다.


그녀들은 민형우를 볼 때 마다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주인님. 천한 계집의 보지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민형우는 그녀들에게 대꾸조차 하지 않고 지나갔다.


그녀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가 민형우가 지나가고 나서야 다시 갈길을 갔다.


"하얀 복면은 이곳에서 가장 낮은 신분이다. 주로 하는 일은 손님들의 성욕 처리지. 네 년이 저 신분에 해당하지. 흰 복면은 복도에서 두 발로 걸을 수 없다. 그리고 자신 보다 높은 계급의 사람의 명령은 절대적으로 들어야 하지. 즉, 두 발로 서서 다니는 사람 모두가 네년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다. 그들을 만나면 조금 전에 봤던 것처럼 네년이 먼저 인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꽤 괴로워 질거야."


민형우의 마지막 말에 희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말하는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당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었다.


희진이 공포에 질릴 때,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작은 체구의 사내가 복도를 뛰어왔다.


검은 복면은 민형우를 보더니 흠칫 놀라 멈춰 서서 고개를 구십도로 숙였다.


민형우는 그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희진에게 말했다.


"하얀 복면 위에는 이 녀석들 같은 검은 복면이 있지. 검은 복면은 특정 기간 동안만 조교를 받고, 그 후에는 마음대로 돌아 다닐 수 있다. 너희처럼 전문적인 조교를 받진 않고, 기본 적인 소양만 각인 시키지. 주로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많이 속해 있지. 적당히 저항도 하고 풋풋함도 남아 있는 노예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등급이다. 같은 복면이라도 하얀 복면보다는 상위니까, 그들을 만나도 주인으로 모셔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민형우는 설명을 하며 희진을 끌고 어떤 방에 멈춰 섰다.


방 안에는 윤박사가 한창 섹스를 하고 있었다.


"하아앙. 아버지 자지가 자궁에 닿을 것 같아요."


"허억허억. 음탕한 년. 애비 자지가 그렇게 좋으냐?"


"아아앙. 세연이의 음탕한 보지에 싸주세요. 주인님의 좆물로 임신하고 싶어요."


"오냐. 싸주마! 싸주고 말고."


딸과의 섹스에 열중하던 윤박사는 한 차례 정액을 쏟아 붓고 나서야 방에 들어선 민형우를 발견했다.


"오오. 일조장 왔군."


윤박사는 인사를 건내며 개목걸이에 묶인 엎드리고 있는 희진을 보았다.


"다 된건가?"


"네. 완벽합니다."


민형우의 대답에 윤박사는 흥미로운 얼굴로 희진에게 다가왔다.


무릎을 굽혀 희진과 얼굴 높이를 맞추더니 질문했다.


"네 이름이 뭐지?"


그의 물음에 희진은 곧바로 대답했다.


"천한 개년입니다."


윤박사가 다시 물었다.


"그럼 나는?"


"주인님입니다."


윤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 잡고는 자신의 자지로 끌어 당겼다.


그의 자지는 조금 전의 섹스로 인해 정액과 여자의 애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희진은 아무 망설임 없이 그의 자지를 입에 물고 쪽쪽 빨았다.


쭈웁. 쭙.


자지를 빠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됐다. 그만."


윤박사는 희진의 머리를 밀쳤다.


잠깐 사이에 그의 자지는 희진의 침으로 깨끗해져 있었다.


"역시 일조장이야. 대단하군."


윤박사는 만족한 얼굴로 민형우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주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낙인번호만 찍으면 바로 복면을 씌워도 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윤박사는 흔쾌이 동의했다.


"좋아. 몇 번이었지?"


"사백 육십 구번입니다."


"사육구라. 좋은 숫자군."


윤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 한편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책상 서랍에서 숫자 모양의 철편 세 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책상 위의 네모난 통에 철편을 집어 넣고 스위치를 눌렀다.


치이이익.


철편은 금새 빨갛게 가열 되었다.


아마 네모난 통은 소형 가열로 같은 것인 듯 했다.


가열이 끝나자 윤박사는 희진에게 손짓했다.


"이리와."


희진은 두려웠다.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지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부 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머리가 명령을 들으라고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박사가 명령하는 순간 그녀의 몸은 이미 그에게로 기어가고 있었다.


윤박사의 앞에 이르러 희진은 알아서 엉덩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녀는 속으로만 고통이 없기를 빌었다.


"착하구나."


희진이 말하지 않아도 엉덩이를 들어 올리자 윤박사는 흡족해 하며 쇠편의 손잡이를 집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것을 희진의 엉덩이 왼쪽에 찍었다.


치이이이익.


"꺄아아악!"


희진은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찢어질 듯 비명을 질렀다.


쇠편의 크기는 고작 손톱 만했지만, 그녀에게 고통을 안겨 주기에는 충분했다.


"가만 있어!"


다가와서 보고 있던 민형우가 희진의 엉덩이를 찰싹 내리치며 명령했다.


지엄한 그의 한 마디에 희진은 얼어 붙은 듯 굳어 버렸다.


화상으로 인한 고통보다 민형우의 한 마디가 더욱 두려웠기 때문이다.


고통을 참으며 꼼짝 않는 그녀의 엉덩이로 두개의 철편이 연달아 찍혔다.


치이이익.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방 안에 퍼져 나갔다.


희진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윤박사가 그녀를 불쌍하다는 듯 내려다 보더니 한 쪽에서 몸을 떨고 있는 딸을 불렀다.


"세연아. 이 아이가 너무 뜨거워 하는 것 같구나. 착한 네가 좀 달래 주지 않으련?"


부드러운 그의 말에 세연은 고양이처럼 기어 와서 희진의 엉덩이에 입을 가져다 댔다.


"흐윽."


뜻밖의 감촉에 희진은 신음을 흘렸다.


세연은 희진이 움직이지 못하게끔 뒤에서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는 쇠편에 입은 화상 부위를 혀로 핥아 주었다.


부드러운 혀가 핥아 주자 뜨거움이 조금씩 가라 앉는 기분이었다.


미녀가 다른 미녀의 엉덩이를 핥아 주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매우 자극적이었다.


윤박사는 잠시 그녀들의 모습을 감상했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봤다 싶자 작은 병을 꺼내 들었다.


"이제 됐다. 소독하자."


윤박사는 세연을 떼어 내며 희진의 엉덩이에 약을 발랐다.


"이제 복면을 씌우러 가게. 난 딸애와 조금 더 사랑을 나눠야 될 것 같군."


조금 전 세연이 희진의 엉덩이를 핥는 것을 봐서인지 윤박사의 자지는 불끈 서 있었다.


"그럼 나중에 뵙도록 하죠. 가자."


민형우는 희진의 개줄을 잡아 끌며 방을 나갔다.


"조금 전의 세연이와 같은 년은 복면을 쓰지 않는 노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은 부류지. 대부분 의뢰자의 가족들이나 친인이라서 주인이 따로 정해져 있다. 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범하지는 못하지. 하얀 복면, 검은 복면, 맨 얼굴. 그렇게 세 등급이 노예 등급이다."


민형우는 복도를 걸으며 설명해 주었다.


두번째로 그가 데려 간 곳은 커다란 창고 같은 곳이었다.


창고에는 파란색 나비 가면을 쓴 사내가 검은 복면을 범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비 가면에게 범해지고 있는 검은 복면은 자지가 달려 있는 남자였다.


즉, 사내가 사내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나비 가면은 민형우가 들어서자 후다닥 일어나며 인사했다.


"어이쿠. 일조장님. 왜 이렇게 발길이 뜸하셨습니까?"


그의 인사에 민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새로 조교를 맡느라 좀 바빴지."


그 말에 사내는 희진을 힐끗 내려 보더니 군침을 삼켰다.


"새로 들어온 년입니까?"


"그렇네. 사백 육십 구번 하얀 복면하고 문패를 주게."


"네.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파란 가면은 창고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469라는 숫자가 적힌 흰색 복면과 같은 숫자가 적힌 플라스틱을 가지고 나와 민형우에게 건냈다.


"이년 엄청 꼴리는 군요. 나중에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민형우는 하얀 복면을 받아 직접 희진의 머리에 씌웠다.


복면은  코 윗 부분에서부터 정수리 약간 넘어까지를 가려주었다.


눈 부분은 당연히 뚫려 있었다.


재질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실제 얼굴에 걸쳐지는 부분이 적은데도 쉽게 벗겨지지 않을 만큼 단단히 고정이 되었다.


복면을 씌운 민형우는 희진을 끌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파란 가면 사내가 나가는 희진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곧 찾아 갈테니, 기다리고 있거라."


창고를 나온 민형우는 희진의 목줄을 끌고 왔던 곳의 반대쪽 복도를 향해 걸었다.


"아까 그놈과 같은 파란 가면은 주인 계급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이지. 모두 하급 고용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희진은 민형우의 부하들도 모두 파란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때는 같은 가면이라 색깔에 차이가 있음을 신경 쓰지 못했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알 수 있었다.


"검은 가면은 고급 고용인이나, 외부 손님들에 해당한다. 나나 윤박사가 검은 가면이지. 검은 가면들은 모두 각자가 데리고 있는 전용 노예들이 있으니, 굳이 너 같은 복면 계급을 찾는 일은 드물 거다. 그리고 그 위로 흰 가면이 있다. 흰가면은 오직 옥주님 한 분 뿐이지. 옥주님은 정말 무서운 분이니, 혹여라도 흰가면을 보게 된다면 다른 어떤 주인들 보다 정성 들여 모셔야 할 것이야."


그의 말에 희진은 첫날 자신을 강간 했던 인물을 떠올렸다.


숨결조차 차갑던 사내. 그에게 당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온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웠다.


희진이 겁먹은 표정을 짓자 민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옥주님이 직접 노예를 찾아드는 일은 거의 없으니 안심해라. 그때 너를 찾았던 것도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으니."


설명을 마친 민형우는 작은 방 앞에 그녀를 데려갔다.


그 방은 마치 쇼윈도처럼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방이었다.


방문에는 뭔가 부착시킬 수 있는 홈이 파여져 있었다.


민형우는 거기에 문패를 끼어 넣었다.


"여기가 네 방이다."


그의 말에 희진은 469번이라는 방번호를 중얼거렸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복도를 기어 다니다가 너를 원하는 주인을 만나면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 네가 할 일의 전부다. 그 외의 시간은 복도를 기어 다니지 않아도 된다. 물론 다른 시간이라도 주인이 찾아 오면 상대를 해줘야 겠지. 식사는 복도 중간 중간에 음식 카트가 마련 되니 알아서 해결 하면 된다."


민형우는 설명을 마치고는 그녀의 목줄을 놓아 주었다.


"질문은?"


그의 말에 희진은 속으로 삼키고 삼켰던 질문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전 언제까지......"


희진은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냐는 말을 물어 보려고 했다.


그러나 말을 꺼내기 무섭게 민형우의 인상이 굳어지자 급히 말을 흐렸다.


"아, 아니에요. 주인님. 질문 같은 건 없어요. 용서해 주세요."


희진은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녀의 사죄에 민형우는 인상을 풀고 말했다.


"건방지지만, 이번만 용서해 주시. 네년이 이곳을 나가는 것은 네 스스로 하기에 따라 다르다. 교육을 받는 동안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해 할 수 있을 거야."


민형우는 그 말만을 남기고는 휙하고 가버렸다.


희진은 감히 그를 붙잡지 못했다.


민형우가 한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교육을 받는 동안 배웠던 한 가지.


순종적이고 주인을 잘 떠받들수록 괴로움이 짧아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가 철저히 노예가 될수록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앞당겨 진다는 말이다.


"하아. 이런 몸으로 돌아갈 수나 있을까?"


희진은 자신의 상태를 떠올려 보았다.


자지만 보면 환장해서 엉덩이를 흔들게 되는 몸.


그런 몸으로 다시 예전과 같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남편 민재가 그리웠고, 소영이와 수빈이가 보고 싶었다.


희진은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침대와 화장대, 간단한 화장품들이 있었다.


방 뒤편에는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있었다.


화장대가 놓여진 곳에는 벽과 같은 크기의 거울이 있었다.


거울은 밖에서 봤던 쇼윈도와 같은 방향에 있었다.


방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없고, 밖에서는 방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복도를 돌아 다니지 않는 자유시간 까지도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희진은 침대에 지친 몸을 눕혔다.


마음은 울고 있었는데, 정작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희진은 눈물 조차 말라 버렸다는 생각에 더욱 서글퍼 졌다.


그녀는 비참한 현실을 잊기 위해 눈을 감았다.


부디 꿈에서 만큼은 집에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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