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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편의점 그녀는 이중인격자...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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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사람을 깊게 알아갈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 가고 있다.
예전에는 "이 사람 알면 알수록 진국"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면
요즘에는 첫인상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물론 첫인상은 중요하다. 첫인상은 사람의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첫인상은 그사람을 본지 3초 만에 결정되고 이 인상이 바뀌는데 드는 시간은 60일 이라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 사람을 깊게 알아갈 시간, 겨우 60일 뿐이 안되는 시간마저 부족하기에 첫인상이 더욱 중요한게 아닐까?


 



재수 없게 꽝쳐버린 주말이 지나가고 평일 밤 아니 새벽 3시


멍~~~~


말그대로 멍~~~ 하니 서 있었다.


편의점.
대한민국에는 총 13000개 이상의 편의점이 있다고 한다.
그중 3천개 이상이 서울에 있다. 거의 골목 하나하나마다 있는 편의점.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일반 소매점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점점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적응한 소매점의 최신, 최정예, 최적화된 진화 형태.


그런데 문제는 24시간 운영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점주가 책임지고 하는 동네슈퍼와는 달리
반드시 밤시간에 일할 밤시간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다.


밤 알바.
편의점의 밤 알바.
번화가 편의점의 밤 알바라면 지옥의 시간일테지만
주택가 편의점의 밤 알바는 지루함의 시간이다.
차라리 손님이라도 오면 감사할 것만 같다. 손님도 없다.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번개같이 들어와서 담배만 사서 번개같이 나가버리는 손님 7명과
컵라면을 먹고간 2명 뿐이었다.


너무너무 심심하다. 천희, 정식명칭은 아수스 1000h 인데 다들 그냥 천희라고 부르는 넷북을 꺼내서
인터넷을 하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겹다.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만저만한 집안사정에 그만저만한 지갑사정에 그만저만한 경험의 평범한 대학생
등록금 손벌리기도 하루 이틀. 자취비 타령도 하루 이틀. 그래서 시작한 방학 기간 동안의 편의점 평일 밤알바.


편의점의 밤
편의점의 밤에 오는 손님은 정해져 있다.
1.담배를 사러 오는 사람.
2.라면을 사러 혹은 음료수로 속을 풀려는 사람.
3.술을 더 마시기 위해 혹은 집에서 간단히 마시기 위해 사가는 사람.
4.술 취해서 난장 피우는 진상


주택가의 편의점 밤손님은 1이 대부분이다. 정말 너무너무 밉다.
손님이 없으니 짱박혀 잠이라도 잘라 치면 울리는 땡그랑땡그랑~ 소리...
그리고는 "마쎄 1미리요, 시가 6미리요, 말보 레드요"
그야말로 자기 필요한 거만 말하고 바로 가버린다. 정이 없다.
아 거참 세상 사는데 정이라는게 있어야지. 잠을 깨웠으면 책임을 지어야 할 것 아닌가! 
개인화의 된 사회에 최적화된 편의점은 편리함을 주는 대신에 정(情)을 가져가 버렸다.
동네 가게에서 처럼 외상도 안되고 흥정도 없다. 아줌마들의 수다, 동네 이야기, 소문도 들을 수 없다.
편의점 손님과 점원 사이에는 바코드 찍는 소리와 가장 기본적이고 형식적인 인사만 남아 있다.
그나마 인사라도 일방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개인화된 도시인에게 편의점 직원이란 그저 지하철 자동 매표기와 그닥 다를바가 없다.


가끔은 손님이 와서 말 걸어줄 때가 있다.
"밤에 수고하시네요" 참 착한 손님임이 분명하다.
그러면 시키지도 않은 대답을 주저리주저리 하게 된다.


"하하 이게 다 좋은 경험이죠. 제가 군대에 있을때 보다 이게 더 좋은 경험이 될거 같아요. 혼자 있다보면 별 생각이 다 난답니다. 뭐 예전에 뭐 했었는지 그땐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앞으론 뭐 해야지 뭐 그런거요 군대있을땐 뭐 시간언제 흘러가나 그 생각만 했는데 요샌 더 생각이 정리가 잘되고..."


띡띡이에 바코드 체크하면서 말을 하다 보면 이때쯤이면 바코드가 다 찍힌다.
슬쩍 손님 얼굴 보면 ..말을 괜히 걸었다는 귀찮은 표정. 아니 이놈 뭐야? 하는 그런 표정... 하아~


"7천4백원 입니다. 봉투 필요하세요? "


이때 손님들 거의 대답을 안한다. 고개를 끄덕이는게 대부분. 아마도 자기가 대답을 하면 내가 또 말을 쏟아 낼까 두려운 거겠지.


"안녕히 가세요~ "


대부분의 손님은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후다다닥 달려 나가버린다...하아..휴~~~


편의점의 밤은 그야말로 자기자신과의 싸움, 외로움과의 싸움,
네이년, 다름 알바들과의 싸움, 디씨 초딩들과의 싸움,
자신의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대한 한탄, 미래에 대한 걱정의 3중주.


지루한 편의점 밤알바..
개인화된 사회를 위한 최적화된 소매점의 점원은 점점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 본다. 아니 밖을 바라보고 싶어도 대화를 하고 싶어도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다가 정답 이겠지만서도...
편의점 알바를 해본 사람이라면 처음 2주일은 손님 오는게 참 긴장되고 부담되고 이 손님은 어떤 손님일까? 저 손님은 무엇을 사갈까? 등등이 궁금하지만..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손님이 오면 오나보다 가면 가나 보다 하게된다. 기계적 멘트로 응대하면서 손님의 얼굴을 쳐다보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관심이 없어진다. 아니 관심을 가지려 해도 뭐 거절당한다고 해야 겠지만서도.....


이런 저런 잡생각과 지루함으로 치열하게 싸우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다.
새벽, 새벽의 분주함. 새벽부터 시작되는 이 거대도시 서울의 분주함은 나를 긴장시킨다.
세상은 이렇게 빡시게 돌아간다. 누가 나를 상대해 주지 않는다는 투정따윈 저 분주함에 치여 사는 사람들에겐 어리광에 불과하다.


4시 부터는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밖을 왔다갔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편의점에 배치하는 몇몇 신문들과 편의점 앞의 무료 신문들이 착착 도착하기 시작한다.
5시 부터는 벌써 몇몇 출근 하시는 분들이 바쁘게 뛰어 와서는 음료수와 간단한 먹거리 뭐 대부분이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부지런히 나가 버린다. 물론 담배 사는 분들은 여전히 있다.
6시 부터는 제법 사람이 있다. 뭐 그래봤자 저녁시간대에 비하면 말도 안되게 한가하지만서도.


6시, 아침 6시.....6시 천사. 그녀가 올 시간이다.
이곳 편의점 알바 한달..내가 얼굴을 기억하는 손님은 달랑 1명이다. 바로 그녀 6시 천사.


사람이란 인상이라는게 참 중요하다.
첫인상은 보통 3초만에 결정되고 이 인상이 바뀌는데 드는 시간은 60일 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첫인상 그대로 벌써 한달째 언제나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어느덧 손님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린 나에게 그녀는 참 신비한 존재이다.


인상이 참 좋다.
평범? 보다는 약간 예쁘장한 얼굴이다. 요새 처럼 화장, 성형으로 얼마든지 자신을 치장할 수 있는 시대.
그녀는 화장을 거의 안한다. 흔히들 말 하는 쌩얼. 아예 안한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한듯 안한듯..특히 눈화장을 하는 것은 한번도 못봤다. 아니 한 것인데 내가 모르는건가..뭐 여자 화장 관심이 없으니...그래도 클럽에서 보는 그 떡칠을 한 아니 눈을 새로 그리는 그런 화장 절대 안한다. 단 입술은 언제나 반짝반짝 거린다. 립스틱은 확실히 칠하는듯 하다. 볼과 눈밑에 살짝 젖살이 있어서 귀엽다는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그녀의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눈. 그 흔한 쌍커풀 수술도 안한듯 하다.
근데 살짝만 웃어도 그 볼살이 위로 올라가면서 눈이 딱 초승달 모양으로 예쁘게 잡혀서 웃는 눈웃음.
보는 사람도 같이 살짝 미소 짓게 만드는 편안한 웃음. 언제나 웃는 듯한 얼굴.


그리고 옷 언제나 단정한? 조신한? 얌전한? 차림이다. 셔츠나 원피스를 입는데, 여름인데도 그녀가 어깨를 내 놓는 법을 아니 쇄골까지 보여주는 법을 한번도 못봤다. 가슴은..한번도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지를 않으니 알 수가 없다. 절벽은 아닌듯 하다. 하의는 언제나 무릎 아래까지 오는 치마. 심지어 원피스를 입어도 무릎 밑이다. 그런데 아마 종아리가 자신 있나보다. 바지를 입어도 종아리는 꼭 보인다. 7부 바지라고 하나? 그녀의 종아리가 이쁜 종아리인지 내가 다른 여자 종아리랑 같이 놓고 비교해보진 않았어도..하긴 뭐 여름이니 그런 패션인가..확실한건 털은 없다.


신발..은 뭐 자세히 안봐서...그런데 절대 하이힐은 안신는다. 그건 확실하다.


가방은 언제나 백? 핸드백 엄청 큰거..우음 무슨 호박주머니 같은 하얀색..책을 다 넣고 다닐수 없는지 가슴엔 언제나 큰 책 두권 토익책...하아 진짜 요새 큰일이다. 너도나도 토익에만 메달리는 이 시대. 영어를 쓸 일이 없으면서도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는 기이한 영어광풍. 그래도 어쩌겠는가 뒤쳐지지 않으려면 따라가기라도 해야하는 것을. 진짜 팔뚝이 가늘디가는데 그 무거워 보이는 책을 두권이나 들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안쓰럽다.


아 6시 천사의 설명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 머리..머리는 언제나 가슴 어림까지 오는 생머리..매직파마? 아무튼 그것을 한듯 중간에 꼬임도 없이 이쁘게 생기를 도는 생머리..그리고 언제나 처럼 막 씻고 나온듯 물기가 살짝 촉촉히 샴푸냄새도 나고...그런 생머리를 단정하게 머리띠로 넘겨서 예쁜 이마 라인이 훤칠하니..


그리고 무엇보다 목이 시원하게 드러나 있어서 참...꿀꺽..


아무튼 월~목 12시~8시 밤근무인 나에게 6시 그녀는 참 졸린 잠을 깨워주는 청량제 같은 존재이다.
아침의 분주함의 시작은 그녀가 오면서 부터 시작된다.


그녀가 편의점에 와서 하는 일은 정해져 있다. 그녀가 들어오면 내가 "어서오세요" 하는 인사를 한다.
살짝 돌아보면서 위에서 말한 눈이 초승달이 되는 눈웃음을 살짝 지으며 가볍게 목례하고서는 바로 생수를 한병 집어들러 냉장고로 향해 간다.
그리고 그 옆에 김밥과 샌드위치 햄버거등등이 있는 냉장고에서 약 2분간 깊은 생각에 빠진다.
뭐 매일 보니 외웠을 법도 한데....몇번이고 김밥과 샌드위치 햄버거의 칼로리를 나직히 중얼거리며
볼을 부풀렸다가 한숨을 쉬었다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김밥을 드는데.....


또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김밥을 2개 들었다가 번갈아 가면서 하나를 내려놓고 하나만 들다가 저렇게 2개 놓고 고민하면 뭐 2분이면 충분한데 문득 신상품이 나왔다 싶으면 이제 진짜 오래 걸리게 되는거다. 요샌 참 별의별 김밥이 다 나온다. 그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김밥이 있다.


아무튼 그냥 2개 먹으면 되지..세상에 아침을 삼각김밥 하나와 생수로 때운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하여간 여자란 알 수가 없는 존재다. 거참 다이어트가 뭐길래 하는 생각이 든다. 전혀 살찌지 않았는데..아니 사실 말랐다. 삐쩍 마른건 아니지만 뭐 몸매를 드러내지 않으니 알 수 없지만..전체 적인 인상은 호리호리하다. 근데 뭐 저리 요란을 피우는지 원....내 여자친구였다면 호통과 함께 삼겹살 2인분 강제로 먹여버렸을 것이다.


생수와 김밥을 결정하고 나면 이제 계산을 해야 하는데..계산대 앞에서 또 쭈뼛쭈뼛한다.
뭐 지금까지 묘사대로 그녀의 인상은 천상 아주 청순한 여인상, 아주 참한 맞며느리감.
아! 맞며느리감은 엉덩이가 커야하자나? 둘째 며느리감...


아무튼 그녀는 이미지와 안맞게도 담배를 핀다. essell
우음 뭐 그녀의 이미지에 좀 맞지 않긴 하지만, 자기 돈으로 자기 기호식품 즐기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난 사람들이 여자들 담배 핀다고 뭐라고 할때 특히 이해가 안간다. 뭐 남여 평등 그딴게 아니라 담배 그야말로 기호식품일 뿐인데 이놈의 담배에 무슨 이미지를 덮여 씌울려고 한다. 담배회사 마케팅에 제대로 넘어간 꼴이다. 마치 말보로를 피우면 자신이 무슨 서부 카우보이라도 되는양, 영웅무쌍의 주윤발이라도 되는양, 피워대면서 여자가 피우는 걸 보면 무슨 나쁜? 막되먹은? 까진? 섹시한? 아무튼 그런 이미지를 무조건 덮어 씌운다.


그녀도 그런 이미지의 피해자 인듯 싶다. 담배를 핀다는게 좀 내심 부끄러운가 보다. 자신을 나쁜? 여자로 인식할까봐 두려운듯 언제나 직접 이야기 하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요렇~게 마치 이티와 손가락 맞추는듯 살짝 구부린 손가락으로 담배진열대 앞 에쎄 광고판을 가르킨다.


이 광고판 원래 치워지고 마쎄 신상품이 걸려야 했지만 버린다는걸 내가 우겨서 이 시간대에만 가져다 놓는다.
6시 천사만을 위한 에쎌 광고판. 이게 없으면 그녀의 손가락이 민망하지 않겠는가..


"essell 드릴까요?"


눈을 살짝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끄덕. 귀엽다.


띡~띡~띡~


"4600원 입니다. 봉투 필요하세요?"


또 눈을 살짝 치켜뜨고는 도리도리 크크크
아니 도대체가 말을 하지를 않는다. 말 한마디가 천금이라지만 그건 아예 말을 하지 말라는게 아닌데...
이건 머 아예 말을 하지 않으면 어쩌라는 건지.... 하하 귀여우니깐 봐준다.


"5000원 받았습니다. 띵~ 잔돈 400원입니다."


잔돈을 받을때는 두손을 모아서 시선은 손을 향하고는 그 웃음.
아니 거기다 이빨이 살짝 보이게 웃으면서 받는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의례히 하는 인사. 형식적인 인사다. 그런데 그런 인사에 그녀의 웃음이 제일 환하게 된다.
입이 귀에 걸린다고 표현해야하나 그리고 눈이 안보일 정도로 동그랗게 초승달 모양이 되는 눈으로 짓는 웃음..
참...웃음이 우음..여성스럽다? 참하다? 이쁘다? 환하다? 상큼하다?


잔돈은 받아서 손에 쥔채로 옆구리에 감싸안은 백에 생수와 담배 김밥을 넣어 정리하고서는
잔돈은 꼭 카운터 앞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넣는다. 동전을 하나씩 넣는데 그때 또 저금통을 보면서 눈웃음을 짓는데 동전을 집어 넣을때마다 웃음이 점점 환해지면서 마지막 동전 넣을때면 가장 환한 눈웃음이 된다.


"매번 좋은 일 하시네요 착하신거 같아요"


나도 모르게 한달만에 처음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그런데 요게 엄청난 성과를 가져왔다.


"아..아니에요"


그녀가 눈을 댕그랗게..뜨고는 고개를 휘저으며 처음으로 말을 했다. 오 벙어리는 아니구나.
한달 가까이 봤는데 말하는걸 처음 들었다.


"목소리 이쁘시네요 처음 들어봐요"


"아아..아..안녕히 계세요"


"하하 네 안녕히 가세요"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얼굴이 발그래져서 황급히 나가는 6시 천사.
별 내용 아닌 대화였지만 무언가 살포시 포근한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정..情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좀더 6시 천사의 미소와 첫 대화의 생각을 이어 가고 싶지만 이내 아침 손님들이 들이 닥치기 시작한다.
비슷한 매뉴들 깁밥,샌드위치,생수,커피,음료수,술깨는 음료수,컵라면 등등 그리고 역시나 담배!
다들 간단한 아침을 위해 오늘 하루 달릴 에너지 충전을 위해 잠깐 들렸다가 달려나간다.


활기찬 서울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활기찬 서울의 아침이 시작되면 이제 나의 에너지 충전 시간이다.
밤시간 알바 정말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지만 생체리듬을 무시한 이런 밤알바의 피곤함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7시50분...꼰대형이 나온다. 내 다음 순번 알바는 아직 안나왔다 이새끼 또 늦나..
하지만 한시도 지체해서는 안된다. 급한 볼일이 있는 것처럼 튀어 나가야 한다.
안그러면 8시 좀만 더 지나면 슈퍼바이져가 물건을 한차 가득 가지고 온다. 진짜 걸리면 좃되는거다.


"야 존만아 뭐 챙길거 없어? 남는거 가져가"


"아 꼰대형 나 바뻐요 학원 수업 늦어"


"아 존만이 졸라 바쁜척 하긴 빨리 가봐"


꼰대형 미안~
이 편의점의 사장님이신 꼰대형. 딱 나랑 10살차이. 성격이 화끈하고 시원하시다.
어쩌다가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그때 부터 뭐 바로 형동생이 되어버렸다.
참 괜찮은 형인데..왜인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장가를 못갔다. 자기 말로는 안갔다고 하지만.
원래 하던 사업이 무엇인지는 끝내 이야기 안했지만 아무튼 사업을 정리하고 편의점을 시작했다고 한다. 거참 처음에 편의점 알바 시작하고 적응못하고 빵구 여러번 냈는데 허허허 웃으며 괜찮아를 연발하는데
미안한 마음이 고마운 마음으로 바뀌어서 편의점 알바 솔직히 대충대충 할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열심히 하게 되었다.


아..아무리 그래도 발주 물건 받는건 좀 짜증나서 못도와주겠다....아 그거 진짜 사람 할게 못된다.
그냥 닥치고 나르기만 하고 물품수량 확인하고 진열하고 창고 나르는거면 뭐 상관없는데
물건수량 강제로 넘기는거 하아...진짜 대판 싸울 뻔했다. 뭐 내 사업도 아닌데 신경꺼도 되는데 꼰대형이 하도 잘해주니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아 그 18 슈퍼바이저 어찌나 재수없게 구는지 옆에서 듣는 내가 화가 다 나는데 꼰대형은 허허허 웃기만 한다. 매번 싸울뻔 하는걸 옆에서 말리는 것도 형이다.
참...멋진 형이다. 쩝..소개시켜줄 여자가 없는게 안타까울 뿐..


날짜 하루 지난 삼각 김밥을 우걱거리며 자취방에 와서는 바로 쓰러져 버렸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좀 일찍 일어났는걸..궁시렁 대면서 다시 자리에 눕는다.
가볍게 밍기적 거리며 다시 잠을 취해 보려하지만 배꼽시계의 요란한 울림소리에 어쩔수 없이 밍기적 거리며
투덜거리는, 잠이 덜깬 몸놀림으로 미니 냉장고를 뒤져본다.


물론 먹을건 김치 뿐이다. 쳇 젠장할...시선을 조금 위로 올려 냉동고를 뒤진다.
오호 저번에 먹다 남은 탕수육 얼려놓은게 있다. 빙고~
아...탕수육과 김치, 식은밥의 조합인건가? 하 자취생의 식단에 이정도면 황실만찬이지 뭘..


탕수육을 전자렌지에 돌리고 전자렌지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서 코속을 후비적 거린다. 빙글빙글~~~~띵!
만찬 세팅을 한다. 길가다 주워온 작은 앉은뱅이 테이블. 만능테이블이다. 식탁으로, 책상으로, 의자대용으로, 사다리 대용으로, 정말 최고다. 그리고 두꺼운 토익책 이게 또 만능이다. 공부용으로, 낮잠 잘 때 배게 대용으로, 책장 장식용으로, 외출 코디용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식 받침용으로 딱 최적화 되어 있다.
테이블에 토익책을 깔고 가볍게 만찬 세팅을 하고 황제가 된 기분으로 "무한도적" 재방송을 보면서 황실만찬 - 식은밤과 김치 탕수육의 조합 - 을 즐겼다.


천희와 함께 다시 [다름]과 [네이년]의 알바들과 댓글 싸움을 하고 [디씨] 의 게시판을 읽어보면서 초딩 같은 어투로 써재낀 거지같은 낙서글에 악플을 달고 친한 디씨인들과는 "횽횽" 하다가 보니 어느덧 11시.


슬슬 씻고 터덜터덜 걸어서 편의점에 가서 옷을 갈아 입고 인수인계 받고 조금 청소하고 정리하다가
1시 부터 또다시 멍~~~하니 서있는 다람쥐 챗바퀴 같은 생활..


별의 별 잡생각이 다드는 새벽 시간.
괜시리 무개념 클럽 죽순이 미친 마녀가 생각나서 짜증이 솟구친다.
이런 날은 그야말로 세컨드아이디로 무차별 악플을 다는거다.
분노의 새벽 시간을 보내는데에는 악플놀이만 한게 없다.


 


새벽 6시..분노와 짜증이 샤르르르 사라진다. 바로 이 사람 때문에..


"어서오세요!"


내 인사에 대답하는 방긋~한 미소가 편의점에 퍼지면서 밝은 에너지가 편의점 전체를 감싼다.
밝은 에너지는 마녀로 인한 짜증 분노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다.


여전히 김밥을 두고 고민하는 천사..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한숨을 쉬면서 김밥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하나만 들고 나오는 천사.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피어 오르고 분노가 가라 앉는다.


마녀로 인한 기분나쁨을 덜어준 사례를 하고 싶었다.
흠...삼겹살 2인분을 사먹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꾹~참고
아침 대신 하려고 짱박아둔 김밥을 슬그머니 꺼내서 같이 봉지에 싸서 넣었다.


자신이 계산하지 않은 김밥을 집어 넣는걸 보고 천사가 입을 열었다.


"저.."


"아 이건 공짜에요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 한달 내내 이용해 주셨는데 이정도 서비스는 해드려야죠"


"아니.."


"하하 다이어트 하시죠? 다이어트 할 때 가장 중요한게 칼로리 섭취랍니다. 단순히 먹는양만 줄이면 나중에 요요현상이 와요. 먹는양은 성인 1일 최소요구량을 유지하고 운동을 하는게 더 중요해요.."


하아 나도 모르게 또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져 버렸다.
아 평소의 손님들 처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짖고 있으려나..
힐끗 천사를 쳐다보았다.


에? 입을 아주 살짝 벌리고 고개를 끄덕끄덕이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게다가...그 눈빛은 그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는 그 눈빛.
예전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어서 까 먹으며 도깨비 방망이가 어떻게 되어 버렸는지 할머니의 입만 바라보며
할머니의 이야기를 재촉하던 어린 날의 내 눈빛 같은 그런 눈빛...


"일단 아침은 꼭 챙겨야 해요 잠을 자면서도 몸은 계속 움직이거든요.
밤새 내내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아서 몸이 칼로리를 요구해요. 근데 이걸 안챙겨 주면 몸이 위급상황을 대비해 에너지를 축적해야 한다는 긴급신호를 내보내서 다음에 먹는 음식을 좀더 에너지 축적하는데 써버려요. 한마디로 살이 찔 수 있어요. 그러니깐 아침에 김밥1개 생수1은 너무 작아요~ 적어도 2개는 드셔야 해요. 그러니깐 이거 꼭 드세요."


공감한다는듯 끄덕끄덕이는 천사...귀..귀엽다!!!


"저녁이 중요해요 음식을 먹으면 완전히 소화되는데 6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저녁 8시 이후에 먹은건 아무래도 소화가 덜 되기 때문에 잠자는 동안 소화되면서 에너지가 되고 잠자는 동안엔 에너지를 쓰는 일이 별로 없으니 칼로리로 소비되지 않을 확율이 높아요. 그래서 그런것들은 에너지 비축분이 되어서 그러니깐 한마디로 살이 쪄요"


감탄하는 표정 아아~~ 하는 입놀림.
신이 나서 더 떠들어 댔다. 신났다. 이 외로운 편의점이라는 바다에 말동무가 생겼다.


"그리고 운동이 가장 중요해요. 운동을 하면 기초대사량 그러니깐 평소에 소모되는 칼로리가 늘어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져요. 또 그냥 굶어서 빼는 다이어트 같은 경우 살이 늘어지거나 요요현상이 올 수 있는데 운동으로 빼면 피부도 탱탱하고 건강하게 유지되고 요요현상이 올 확율도 확 줄어들고요"


"아하.."


"평소에 운동 자주 하세요?" 


"아..아뇨"


"간단한 운동부터 하시면 좋아요 걷기라던지 자전거 타기"
(사실 클럽에서 춤한번 땀 한번 쫙~ 빼면...운동 제대로죠...야야 진정해 뭔 얘기를 하려는 거냐)


"아..네 넵"


다짐한다는듯 한손을 주먹쥐고 흔들어보이는 천사...막 안아주고 싶다.


"일단 결심했을때 실행해야 해요. 요기 한강공원 가까우니깐 오늘 저녁 같..."


딸랑딸랑...아~ 신나게 이야기 봇물이 터졌는데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획 째려보았다.
아놔! 아니지...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너무 오버할 뻔했다. 워...같이 가자고 이야기 할 뻔하다니..
너무 성급하다. 너무 앞서 나갔다. 아직 그녀의 이름도 모르는 상태인데 데이트 신청을 할뻔 했다.
역시 클럽에서 다져진 성급한 대화드라이브의 질주는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연애에는 살짝 지장을 준다.
아쉽지만 오늘은 천사와 대화를 많이 한 것으로 만족해야지.


"자...그러니깐 아침은 든든하게! 이건 꼭 챙겨드시고요! 공짜 서비스니깐 부담가지지 마시고요!"


"네...고맙습니다."


예의 그 환한 미소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가지런한 하얀 이빨까지 드러나는 눈부신 미소.
천사의 미소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런지...하아 마음이 환해진다.


"안녕히 가세요"


천사가 문을 열고 나가면서 내 인사소리에 다시한번 돌아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환한 미소를 짖는다.
하아....너무 좋다 저 미소. 계속 바라보고 싶다.
쩝쩝..아쉽다. 휙~ 고개를 돌려 음료수를 들고 계산하러온 손님을 확 째려보았다.


"이..이거 계산요"


띡띡 화난 몸놀림으로 바코드 찍고 "여깃 수다"하면서 물건을 건내는 마치 사극에서 본 심통난 전방 주인처럼
음료수를 밀어내버렸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음료수를 받고 나가는 손님.
흥!!!당신 때문에 천사와의 대화가 중단 되어 버렸자나!
.
.
헤~~~~~~다시 한번 그녀의 환한 미소가 생각나서 기분이 핑크~ 해진다.
한참을 헤헤 거리며 그녀와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아! 맞아. 내가 한강고수부지까지 언급을 했잖아.
어쩌면 6시 천사가 오늘 밤부터 당장 운동할지도 모르잖아!
아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흐흐 완전 제대로된 계획이야 그레이트 굿이야!


8시 꼰대형 얼굴을 보자. 바로 뛰쳐나갔다.


자취방에 가서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다.
오케이~ 라이딩(자전거 타기)할 준비물은 그대로 있었다.
단지 한동안 안타서 먼지가 좀 앉아 있고 녹이 살짝 슬어서 그렇지. 


한가지에 몰두하면 미쳐버리는 성격이라 어느날 자전거 타기에 삘이 꽂혀서 처음엔 그냥 접이식 자전거 15만원짜리 대충 타고 다니다가. 점점 미쳐버려서 50만원 짜리 전문 라이딩용에 안전장비 복장까지 다 사버렸다. 물론 진짜 제대로 된 라이딩용 장비는 정말 고가이다. 하지만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200만원을 넘나드는 장비를 사겠는가.....그나마 저 50만원 짜리도 한 6개월 미친듯이 타다가 한번 사고가 크게 날뻔한 다음부터 시들해져서 구석지에 처박혀 있던 것들인데 이게 또 오늘 제몫을 할 듯 했다.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으며 한동안 안탔던 애마를 손질했다.
밤샘알바 하고 피곤했지만 지금 잠이 문제겠는가? WD로 체인의 녹을 벗겨내고 닦아주고 하다보니 12시쯤 되어서야 겨우 정비를 마칠 수 있었다.


또 삼각김밥과 라면의 조화를 2:8로 맞추면서 점심을 때우고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6시천사를 만나면 어떻게 할까?를 마음껏 상상하면서 방에 누워 뒹굴거렸다.
헤헤헤헤헤 만나면 어~ 우연이네요~ 그래야지~
크크크크크 자전거를 같이 타고 한강공원을 누벼누벼~~
켈켈켈켈켈 한참 타고 나면 힘들겠지? 저기 잠깐 쉬었다 가요~ 하면서 한강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서
클클클클클 준비한 음료수를 건내며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후후후후후 고백을 하는거야! 너를 사랑해! 그럼 천사가 저도 좋아했어요!
으하하하하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손을 어깨에 얹고서 키스!!!!!!!!!!
캬오~~~~~~~~~~~~~~~~~~~~~~~~~~~


상상만해도 아주 그냥 너무 즐거워서 몸을 데굴데굴 이불로 싸서 구르면서 혼자서 킬킬켈켈클클후후하하를 연발하며 한참을 구르다가 잠이 들었다.
.
.
.
.
.
.
멍~~~~
하아~~ 뿌지끈 하네~..
쩝...하아~~~ 지금이 몇시야? 시계 어디갔어? 주섬주섬 잠에서 덜깬 몸짓으로 시계를 찾았는데 안보인다.
하아~~ 왜 이렇게 어두워? 내가 커튼을 쳤나? 쩝...


멍~~~~


한숨 더 잘까? 왜 이렇게 뻐근해..
근데 왜 이리 어둡지...쩝...핸드폰..아 여기 있구만.


[11:30]


뭐야..두시간 잔건가? 아 어쩐지..다시 자야지.
.
.
.
켁!!!!나 12시 넘어서 자기 시작했자나!!
으악!!!!!!!!밤 11시자나!
아 시밤 바로 안자고 무슨 망상을 하다가 더 늦게 자버려서 그야말로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자나;
아악!!!그리고 6시 천사랑 우연을 가장한 데이트는!!! 아 젠장!!! 데이트도 날아가 버렸자나!
아 시밤 왤케 되는일이 없지.


젠장 이게 다 마녀 때문이다!!


시밤 개념없는 죽순이 마녀때문에 이번주도 꼬일것 같아서


정말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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