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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그녀는 이중인격자...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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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중에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재수싹퉁바가지 속물인 김부장에게 "씨발 너는 왜 이렇게 맨날 재수없게 굴고 얼굴은 왜 그따구로 생긴 주제에 왜 아침부터 재수없게 실실 쪼개냐?"라고 쏘아 붙이기 보다는 "부장님 얼굴이 환하신게 저까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라는 맘에도 없는 아침인사를 한다 던지, 진짜 공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얼굴의 예쁘지 않은 여자 후배에게 "너는 인상이 참 좋아" 같은 멘트를 날리는 것은 [센스]다. 그리고 현대인에게 그런 [센스]는 기본이다.
우리는 거짓말이 [센스]있다고 인정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키스-



외딴 산 속 귀신의 집
이곳은 서울 한복판 주택가의 편의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지만 그들은 유령.
내가 아무리 외쳐보아도 돌아오는 건 유령의 물끄러미 쳐다보는 으스스한 눈길뿐.


너무도 외롭고 무서운 곳. 그래서 더 클럽을 찾았나 보다. 사람의 온기 사람의 감촉 사람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
너무도 외롭고 무서운 이 곳에 따뜻한 사람의 온기와 활기찬 소리가 아침 햇살과 함께 찾아왔다.


"딸랑딸랑"


"안녕하세요!!"


거의 외침에 가까운 내 인사에 답하는 6시 천사의 가벼운 목례와 함께하는 환한 미소.
환한 미소. 유령의 집의 으스스한 기운이 아침햇살과 같은 미소와 함께 사악 걷혀버린다.


언제나처럼 생수를 집어 들고 김밥 앞에서 고민하는 6시 천사.
한참을 고민하다가 삼각김밥 하나만 들고 계산대를 향하다가 "아~"하는 탄성과 함께 다시 조르르 냉장고로 가더니 김밥 하나를 더 골라 온다.


사랑스러웠다. 내 이야기를 듣고서 아침을 든든히 먹기로 했나 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정말 이렇게 따뜻한 줄은 몰랐다.
유령의 집에 혼자 있어서 무서웠는데 누군가가 옆에 있는 느낌, 든든한 느낌


부끄러운 듯 살짝 몸을 꼬고서는 환한 미소가 아닌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살그머니 삼각김밥2개와 생수를 내미는 6시 천사를 보고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려나..


사랑스러운 말동무를 만나자 입이 근질거렸다. 밤 12시부터 6시까지 참아왔던 말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아침 든든히 먹기로 생각하셨나 봐요?"


"네.."


조용히 다소곳하게 대답하는 천사..


"잘 하셨어요 원래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루 동안 활동할 에너지도 생기고 두뇌회전도 빨라진데요, 물론 건강에도 좋구요. 아침 안 먹은 학생그룹보다 아침을 먹는 학생 그룹이 성적이 20%이상 좋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중간에 군것질 해서 영양분을 오버해서 섭취하게 되는 것도 막을 수 있고요. 어제 김밥 2개 먹으니 훨씬 괜찮은 것 같죠?"


"네..원래 11시쯤 되면 배고파서 군것질거리 생각이 간절한데. 어제는 훨씬 괜찮더라구요"


오 그녀가 말을 길게 하는 것 그러니깐 "네" "저기요" 등 간단한 단문의 대답 말고 길게 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
목소리가 맑고 잔잔하고 차분하면서도 생기가 있다.
자꾸자꾸 듣고 싶다.


"저녁은 어떻게 하셨어요?"


"저녁 하셨어요?" 와 "저녁 어떻게 하셨어요?"
한국말은 비슷한 내용의 질문인데도 참 다양하게 그리고 질문의 답이 다르게 나오도록 할 수 있다.
참 놀라운 언어다. "드셨어요?" 면 그냥 대답은 네 혹은 아니오 인데.
"어떻게"가 들어가는 순간 뭐를 먹었냐? 언제 먹었냐? 맛있게 먹었냐? 등등의 질문이 함축적으로 추가되어 버린다.
정말 멋지다! 한글을 사랑합시다~ 세종대왕님 만세!


"8시 전에 그냥 간단히 해서 먹었어요."


8시 이야기 하면서 입을 손으로 살며시 가리며 살짝 웃는다.
하하 아마 내가 일장연설을 하면서 저녁은 8시 전에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나 보다.


 "어? 직접 요리해서 식사하시나 봐요?"


"아..아뇨 그냥 간단히 밥이랑 찌개해서 먹는거에요"


"와~ 찌개 할 줄도 아세요?"


"아..아뇨 아뇨 그냥 간단한 김치찌개요"


"우와~ 김치찌개! 맛있겠네요. 요샌 자취생들 왠만하면 다 인스턴트로 때우는데 역시 뭔가 다르시네요.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머.."


워워 또 오버할 뻔했다. 먹고 싶어요! 를 말할 뻔 햇다.
게다가 대화 속도도 살짝 오버 드라이브해서 좀 살짝 다음 대화가 끊기는 위험에 빠졌다.
클럽에서 꼬신 여자들에게 대할 때야 툭툭 던져놓고 반응이 좀 오버했다 싶으면 장난이었다는 식으로 넘어가면 되지만 6시 천사에게는 왠지 그런 오버를 하면 안될듯한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런바 천사포스! 머리 뒤에 광채가 안 나오는게 신기하다.


2~3초간의 어색한 침묵...
살짝 화제를 전환~해야 할 타이밍


"참 운동은 어떤거 하셨어요?"


입으로 손을 가리고 있는데도 그 환한 미소가 웃음이 편의점 전체에 퍼져흐르는게 느껴진다.
하긴 그녀의 웃음의 포인트는 눈이니까 초승달처럼 이쁘게 그려지는 눈웃음 이니까..


"한강공원 가깝더군요. 한 시간 정도 걷기 하다가 왔어요"


"잘하셨어요. 걷기는 한 시간이상 뛰기는 30분 이상 해주는게 좋아요.
아! 운동은 최소 식후 30분은 더 지나서 해야 되는데.."


"딸랑딸랑"


아~~ 시밤 또 저놈이다.
어제 나와 6시 천사의 대화를 방해한 그놈! 젠장할! 생긴 것도 재수 없게 생겼다. 에잇!
기분이 확 나빠졌다. 또 방해 받다니!!!


6시 천사는 손님이 오자 예의 그 환한 미소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가지런한 하얀 이빨까지 드러나는 눈부신 미소.
천사의 미소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는지 하아~ 마음이 환해진다.
그 환한 미소를 짓고는 꾸벅 인사를 하고 총총히 입구로 향했다.


"안녕히 가세요"


천사가 문을 열고 나가면서 내 인사 소리에 다시 한번 돌아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하아~~ 너무 좋다 저 미소. 계속 바라보고 싶다.
쩝쩝..아쉽다. 휙~ 고개를 돌려 음료수를 들고 계산하러 온 손님을 확 노려보았다.


"이..이거 계산요"


띡띡 화난 몸놀림으로 바코드 찍고 "여깃수다"하면서 물건을 던지듯 건내어 주는 마치 사극에서 본 심통 난 전방 주인처럼
음료수를 밀어내버렸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음료수를 받고 나가는 손님.
흥!!!당신 때문에 천사와의 대화가 중단 되어버렸자나!
.
.
.
환한 천사의 미소가 떠오른다. 헤에~~ 차근히 그녀와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클클클클클 걸려들었어! 덥썩 물었어!
함정이다. 함정! 덫! 자 짱돌 굴리자.
그녀의 거주지가 이 근처인 것은 확실하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것도 아니고 버스정류장이 가까운 것도 아닌데 한달 동안 평일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편의점을 들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 근처이다.


8시 전에 식사를 마친다고 하니 대충 7시 30분이라 치고. 최소 30분은 더 지나서 운동해야 한다고 슬쩍 언급을 했으니 그녀는 8시 조금 넘어서 나올 것이다. 이 근처에서 한강공원 가는 입구야 멀리 돌아가지 않는 한 딱 한군데뿐이다. 그곳에서 매복을 하고 기다리는 거다! 아무리 늦어도 8시 반 즈음엔 나올 것이다.
어젠 삽질 하느라 기절해서 기회를 놓쳤지만
오늘은 반드시!!!부르르르~~ 6시 천사와의 깜짝! 우연을 가장한 데이트를!!
아 그런데 그녀는 걷기를 한다는데 그럼 열심히 손질한 내 애마는 어떻게 되는거야?.....


......애마 안녕~~~



7시 50분 꼰대형의 출근!


"아 형 나 진짜진짜 급해서 지금 바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아 존만이 뭐 그리 맨날 바빠 발주 오는거 한번만 도와줘봐" 


"아 진짜 미안해 어제도 지각했단 말야"


"아 시밤생이 언능 가봐라 훠이~"


흐흐 꼰대형 미안~~
어제처럼 늦게 자다간 또 허탕칠까 봐서 그래
오늘은 꼭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밤알바의 단점은 한가한 대신 낮에 자야 해서 생체리듬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도 더 자고 싶고 피곤한 몸 상태..


자취방으로 가는 길에 삼각김밥으로 대충 허기를 때우고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가볍게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자야 한다. 그래야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뭐 좀 간단히 챙겨먹고 8시에 작전지역에 매복할 수 있다.
잠이 온다..잠이 온다...잠이 온다.....아오 안 온다. 잠아 제발 와라!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마리
양 네마리
.
.
.
양 423마리..432마리인가? 아 헷갈려 아 젠장 더 잠이 안 온다.
아 흥분하면 안되 자자 자자


꼬르륵~
하아.......젠장...


또 라면과 삼각김밥 2개로 끼니를 때우고 자리에 누웠다.
이렇게 자면 살찌는데...에이 뭐 주말에 클럽가서 땀 빼지 뭐
아침에 너무 배부르면 잠이 안 올까 봐 삼각김밥 1개만 먹은게 실수였나 보다.


크 6시 천사한테는 무슨 다이어트 박사처럼 설명해 놓고서는
내가 하는 행동은 죄다 다이어트할 때 하면 안 되는 123위잖아!
뭐 남자들이 다 그렇지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잘난 척 하는건 다 똑같은거 아닐까나


포만감에 잠이 사르르 온다.
.
.
.
.
[08:12]


젠장할...역시나 또 늦잠.


시밤 그래 아직 늦지 않았다. 그야말로 머리만 감는 고양이 샤워를 한 후에 평소엔 4년 된 과티와 무릎 늘어난 트레이닝복 입고 다니면서 옷장 깊숙이 넣어 놓은 진짜 간만에 꺼내는 남이키 트레이닝복을 꺼내 입고애마를 꺼내 탔다.
아까는 안녕이라더니 시밤 주인놈 급하니깐 나 찾네 라는 투정이 들리는 듯 했지만 살살 달래주면서 출발 준비를 끝냈다.


출발 전 시간 확인


[08:34]


늦지 않았어!! 출발! 한강시민공원 입구...도착


[08:40]


아..입구는 놓친 건가? 그런데 상류쪽 하류쪽?
하아...일단 6시 천사는 뜀박질이라고 했으니 자전거로 빠르게 가면 상하류 다 뒤져볼 수 있을 거다.


시밤 악으로 깡으로 간만에 달려보자 애마!


간만에 전력질주 근 6개월 만에 하는 라이딩..
장비를 갖추진 않았지만 간만에 온몸으로 느끼는 강바람의 시원함은 최고였다.


클럽 다니면서 소홀해진 이 멋진 취미생활..
이마의 땀이 흐르기도 전에 강바람에 날라가 버리는 이 바람을 가르는 상쾌함.
그리고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충실한 근육의 움직임에 의한 땀의 흐름..
허리를 더 숙이고 엉덩이를 들고 싶었지만 여름 밤의 한강고수부지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달리다 보니 깜빡 내 목적을 잊어버렸다. 간만에 라이딩은 그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여느 사람들 라이딩 페이스에 맞춰서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달렸다.


성산대교...우음 러닝하면서 가양까지 가는 경우는 드문데...일단 턴


서강대교...원점이다..일단 하류쪽은 아닌 듯 싶다. 상류쪽으로 고고


마포대교 조금 지났을 때 그녀를 만났다! 6시 천사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머리에 후드를 덮어쓰고 지퍼를 턱밑까지 올려서 크크 귀여워
아 덥지도 않으려나.. 저렇게 입으면 답답할 텐데 아무리 강바람이 시원하다지만 지금은 한여름인데..
저렇게 해서라도 땀을 조금이라도 더 빼려고 하는 것인가? 저거 별 의미 없는데....
그런데 날씬한 것 같은데 왜 다이어트에 목을 매는 건지 알 수가 없네..아 허벅지랑 엉덩이가 좀 몸매에 비해 살짝 살쪄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건강해 보이는데....


"안녕하세요~"


6시 천사 옆에 가서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6시 천사가 조깅을 해서 땀이 흠뻑 흐르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고는 귀에 꽂은 이어폰을 떼고 인사를 해왔다.


"어마 아..안녕하세요"


"하하 운동하시나 봐요"


"네"


땀에 젖어서 활짝 웃는 6시 천사, 운동하느라 기분이 업이 된건가? 아님 음악이 재밌는 노래가 나오는 중이라 기분이 업이 된건가? 아님 그냥 달리느라 숨이 차서 숨쉬려고 입을 벌리고 있는건가? 가지런한 치아가 다 보이게 입을 벌리고 활짝 웃는데 참 언제나 그렇지만 6시 천사의 미소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건지 궁금해질 정도이다.


아아! 지금 미소에 정신 팔려 넋을 잃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작업작업! 슬쩍 살펴보니 물통이 없다.


"어? 운동할 때 수분 섭취는 필수에요. 운동하다 보면 땀으로 노폐물도 배출되지만 수분도 같이 배출되기 때문에 틈틈이 물을 마셔줘야 해요 자요 여기 물 좀 드세요 꿀이랑 레몬즙을 살짝 섞어서 갈증해소에 최고에요"


"아~ 감사합니다."


허리까지 고개를 숙여 꾸벅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물을 건내 받는 천사.
아...참 이런 예쁜 아가씨를 낳아서 이렇게 예의 바르고 착하게 길러주신 천사아가씨의 아버지 어머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6시 천사.


트레이닝복 목까지 올린 지퍼를 살짝 가슴 어림까지 푸르고 후드를 벗어서 머리를 살짝 흔들어 털고서는 나에게 건내 받은 물을 마시는 천사.


하아...땀에 젖은 땀이 흐르는 목..물을 마실 때마다 움직이는 목선. 꿀꺽....빨고 싶다.
워워 무슨 상상을 애비~ 훠이~ 도리도리~ 


"고맙습니다. 진짜 꿀맛이네요."


반쯤 마시고는 나에게 다시 물병을 건내 주면서 다시 한번 꾸벅 허리까지 숙여 인사를 한다.


"아니에요 뭐 이런걸 가지고.."


"아뇨 진짜 고마워요 사실 갈증 많이 났는데 너무 맛있고 시원했어요"


"하하 원래 운동하고 나면 뭐든지 다 맛있자나요"


"호호호호"


상쾌한 웃음소리 손을 가리고 웃는데 상쾌함이 가린 손 사이사이로 막 퍼져 나온다.
응? 근데 무슨 웃긴 포인트가 있었나? 저렇게 시원하게 웃는거 처음 보는데...


"뭐 재밌는 일 있었어요?"


"호호..아 아뇨..호호 그게...안 그래도 어제 운동하고 나서 군것질 해버렸어요."


"하하 어떤거 드셨는데요?"


"호호호 아니..그게 호호호 비웃으면 안 되요"


"뭔데요?"


"맥주랑 통닭..."


"크흐흐하하하하하"


"비웃으면 안 된다고 했자나요!"


재밌다. 참 재밌는 아가씨다. 운동 실컷하고 맥주랑 통닭이라니 크흐흐 뭐 그것도 웃기지만
이렇게 말이 많고 활달할 줄은 몰랐다. 편의점에선 어떻게 말을 참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럼 오늘도 위험하겠는걸요? 이렇게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하고 가면?"


"힝...네 그럴거 같아요. 게다가 집에 가면 동생이 아마 또 잔뜩 맛있는거 사다가 유혹할 거에요"


"동생 있어요?"


"네 술고래에 맨날 나 괴롭히는 동생 있어요. 아마 오늘도 들어가면 나 놀리면서 술 마시자고 꼬실걸요"


"하하 사이가 좋은가 봐요 동생이랑"


"좋긴요 맨날 싸워요 게다가 동생은 그렇게 먹어도 자긴 살 안 찌는데 나는 살찌고 그런다고 막 놀려요"


"하하하 뭐 사이가 좋은거 맞네요 저도 누나들이 운동하고 있으면 괜히 통닭 시켜먹자고 꼬시고 그러는데요"


"호호호 못됐네요 누나들이 뭐라 안 그래요?"


이것저것 이야기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서강대교 밑 공원입구다.
땀도 어느 정도 아니 솔직히 간만에 전력질주라 제법 흘렀는데 걷다 보니 식어있었지만 상쾌함이 흘렀다.
운동 후 땀, 어느 정도의 진정, 끝, 상쾌함 담배가 최고로 맛있을 때이다.
 
자연스럽게 담배 생각이 났다. 숙녀 앞에서 담배 피기가 어색했지만 뭐 그녀도 매일 아침 담배 한 갑씩 사가는 것을 보면 제법 피우는 것 같은데 이렇게 이야기도 많이 나눈 마당에 내숭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담배를 같이 피우면 무언가 묘한 통함 그냥 같은 기호식품을 즐기는 사람이라는거 이상으로 이성이 담배를 같이 피우는건 무언가 비밀을 하나씩 풀어 놓는 느낌같은게 느껴져서 작업에 꼭 써먹는 패턴 중 하나였다.


"담배 피우시죠? 여기서 한대 피우고 가요"


6시 천사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어? 뭐지 담배 피우자는게 그렇게 깜짝 놀랄 일인가?


"저...사실 담배 안 피워요.."


"네? 어? 아..아니 담배 매일 아침 사가시자나요?"


"어...그게..그..그냥요"


뭐지? 담배를 매일 아침 한 갑씩 사가는 그녀가 왜 안 피운다고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담배를 사다 집에 모셔놓는 것도 아닐테고...
더 물어보고 싶지만 내내 환하게 이야기 하던 그녀가 조용해지자 딱히 더 추궁할 생각도 없어졌다.
쩝..뭐 나 혼자 피기도 뭐해서 그냥 집에 가서 피우기로 하고 천천히 걸어서 시민공원을 나갔다.


그녀와 함께 걸어가는데 한동안 전혀 개발이 안된 허름한 집 투성이였던 곳이 갑자기 아파트가 여러 군데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술집이 늘었다. 아니 뭐 지금 지나가는 곳은 원래부터 있던 술집이었다. [껍데기 집]
하아~~~~젠장 냄새가 장난 아니다. 사람의 내장을 진동시키는 최고의 냄새, 고기 굽는 냄새. 진짜 운동 후 여기를 지나가는 것처럼 곤욕스러운 것이 없다.


"꼬르륵~~"


아! 늦게 일어나서 그야말로 대충 씻고 급하게 나오느라 저녁을 안 챙겨 먹고 나왔는데 전력질주를 하고 껍데기 집의 사람 잡을 고기 굽는 냄새까지 맡으니 뱃속에서 난리가 났다. 소리도 컸나 보다.
6시 천사가 휘둥그래져서 나를 쳐다본다.


"하하...저녁을 너무 적게 먹었나 봐요.."


"호호 요집 냄새가 좀 사람을 유혹하긴 하죠. 저도 여기 지날 때 마다 방금 밥 먹었는데도 배가 고파지려고 하긴 해요"


"그렇죠? 하..진짜 너무 냄새가 맛있어요..하아...저 소금구이....꿀꺽~"


"꿀꺽~"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소금구이에 상추에 딱 싸서 거기다 하얗게 윤기 흐르는 쌀밥 한 수저 떠 넣어 올리고 쌈장 듬뿍 찍어다가 싱싱한 풋고추 썰은거랑 매콤하게 무친 파절이까지 얹어서 한입 먹으면......하~~~"


"하~~~"


서로 같은 탄성을 내뱉고는 또 한번 침을 삼키며 서로 쳐다보았다.
눈빛. 사람의 눈빛은 정말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지금 서로의 눈빛은, 6시 천사와 나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굶주림, 흔들림, 흥분, 갈망, 욕망, 동의, 허락...단어만 나열하니 무슨 섹스라도 할듯한 그런 눈빛을 읽고 서로의 눈빛이 같음을 알게 되자.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갈...까요?"


결연한 눈빛. 후회 없다는 눈빛으로 6시 천사의 고개가 가볍게 끄덕여졌다.
그리하여..한 시간 동안 열심히 땀 뺀 6시 천사와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한 시간 운동한 보람이 수포로 돌아가버릴 유혹의 결정체를 맛보러 껍데기 집으로 향했다.


북적북적 대는 껍데기 집 안. 완전 허름한 실내지만 값싸면서도 고기가 맛있어서 근방에서 아주 유명했다.


"이모 여기 소금구이 2인분요"


주문을 하고 얼마 안 있어 살짝 익힌 소금구이가 연탄불 위에 얹어졌다.
"치이이이~~"
침이 꿀꺽 넘어가는 사람 죽일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배속에서 난리가 났다.


"아! 난 공기밥 하나 먹을건데 천사는 밥 먹을래요?"


"네? 천사요?"


아차차 이놈의 입방정이란 에구에구


"천사가 뭐에요? 제가 천사?"


"아...그 그게..하하...하..아 쩝"


"천사가 뭐에요? 빨리 말해봐요"


잔뜩 기대하는 얼굴. 장난스러운 얼굴로 6시 천사가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니...이름을 모르니깐. 호칭을 붙여야 하는데...맨날 아침에 편의점에서 볼 때 웃는게 이뻐서."


"호호호 진짜요? 너무 기분 좋은데요? 호호호 흐음~ 오빠 바람둥이 아니에요? 아무한테나 이런 멘트 날리는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에요! 쩝.. 아! 생각해보니 이름도 모르네 내 이름은.."


"알아요."


"어?"


"안다구요. 오빠 이름 출석 부를 때 제일 처음 부르잖아요..수업 받을 때도 매일 제일 앞자리에 앉구.."


하아 쪽팔려 죽겠다. 이놈의 고학번. 이 죽일 놈의 출석부.


"제 이름은 지연이에요 이지연"


"오~ 이름 이쁘네요 지연."


"오빠 말 편하게 하세요."


"어..어"


소금구이까지 나왔는데 당연히 시키게 된 소주 한 병..한병이 두병 되고 두병이 세병 되었을 때 쯤.
그녀의 관심사, 학교 친구들, 부모님, 가족, 요새 하는 공부, 정치,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고향은 10대 도시 여수란다. 10대도시를 몇 번이고 강조하는 통에 크~ 다들 기억하세요 여수는 10대 도시랍니다. 학교 때문에 동생이랑 같이 요 근방에서 자취하고 있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방학 동안 일도 할겸 HS쇼핑몰 인턴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 와중에 아침에 한 시간 토익학원 가느라 6시에 편의점에 들려서 아침을 해결한다고 한다. 역시나 여수 아니 10대도시 여수라 회를 엄청~~좋아하는데 여기 횟집들은 자기 집 근처에서 먹는 맛이 안 난단다. 나중에 여수 아니 10대도시 여수에 오면 자기가 진짜 제대로 된 회를 맛보게 해주겠단다.


참 말이 조잘조잘 많은 아가씨다. 거참 그 동안은 어떻게 말 안하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호호호 그래서 친구들이랑 술 잔뜩 먹고 난리가 났었어요 호호"


"크크 그렇게 난리가 났는데 동생이 뭐라고 안 해?"


".....아뇨, 그것보다 오빠 이야기 해주세요 오빠 왜 이렇게 늦게 학교 다니시는 거에요?"


"나? 아...사실 군대 갔다와서 호주1년 필리핀6개월 갔다 왔다가 학교 다니다가 보니깐 그렇게 늦어져 버렸네"


"아아...호주도 갔다 왔어요? 호주 어때요?"


호주라...시밤 토메이토랑 오뤤~지만 따다가 온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 70%의 구라를 섞은 호주 무용담을 펼쳐야 할 때가 왔다.
.
.
.
"아~ 그래가지고 농장에 캥거루가 막 때지어서 침입한거야 그래서 내가 딱 입구를 막으니깐 그 외 있지 삼국지에 장비가 장판파 다리 위에서 버티고 서서 조조군 막는거 딱 그거처럼 내가 막으니깐 막 이렇게 얼굴에 흉터 있고 무섭게 생긴 대장 캥거루가 나오더라고 내가 그놈이랑 1:1 결투를 하는데 그거 알아 캥거루가 때릴 때는 점프를 한다. 요렇게"


"크흐흐 말도 안돼 거짓말 무슨 캥거루랑 싸워요 호호호"


"야 진짜야 내 지갑이 그때 내가 때려 눕힌 놈 가죽을 벗겨서 기념으로 만든거야"


"어디 봐봐요 이게 캥거루 지갑?"


"응 그 놈 가죽이 질겨서 좀 별로긴 한데 아 벗길 때 아주 힘들었어~"


"치~ 웃겨 여기 상표도 찍혀있구만 구라쟁이 호호"


"아니 무슨 속고만 살았나. 당연히 내 상표인거지 아무튼 그래 가지고 대장캥거루 이긴 다음에 딱 나머지 캥거루들을 째려보니깐 그 놈들이 코알라를 들고 튀는데 말야"


"프흐흐호호호 뻥쟁이 치~"
.
.
.
흠 그런데 어느새 벌써 소금구이4인분에 밥2공기 소주3병..살짝 지연이 혀도 꼬부라진 기색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슬슬 나갈까?"


"네엥~"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일단 이 아가씨 위험해 보인다. 비틀비틀 하는 폼이..집에 바래다 주어야 할 듯 싶다.
나야 뭐 지연이 집도 알고 땡큐베리감사빙고지~~


"지연아 집 어디야?"


"흐으흥 저~~~어기요"


하면서 비틀거리는게 쓰러질 듯 해서 살짝 6시 천사의 한쪽 팔을 붙잡아서 부축했다.
6시 천사가 거의 반은 내 품에 들어왔다. 하악하악


"히익~ 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아냐 내가 바래다 줄게 너 영 걸음도 제대로 못 걸을 것 같아 뵈는데 뭘"


"히익~ 헤헤 치~ 이게 다 오빠 때문이에요 오빠가 소금구이 먹자고 꼬셔가지고서 불랑"


"흐흐 맞아맞아. 자 가자~ 지연이 집으로~"


"히익~ 치~ 고고공~"


지연이의 집은.. 내 자취방과 그녀의 자취방 그리고 소금구이집을 연결하면 커다란 정삼각형이 그려질...
한마디로 멀었다. 6시 천사의 어깨를 반쯤은 안은 나에게는 뭐 그냥 땡큐베리감사빙고한 위치였다.


"히익~ 헤헤 오빠 저 들어갈게용~"


"응 들어가~"


"바이바잉~"


"그래~ 바이바이"


6시천사..지연이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한참을 바라보는데...
크흐흐흐흐흐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
지연이를 반쯤은 안아봤다는 흥분! 그녀와 많은 대화를 했다는 충족감
그리고 한 한달 치 진도를 몇 페이지로 때웠다는 만족감!


그렇게 그 날부터 아침에는 그 젠장 맞을 손님쉐끼가 오기 전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고
매일 밤8시에는 한강시민공원에서 운동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고.
역시나 언제나 껍데기 집을 지나갈 때 즈음이면 지글지글 고기 굽는 냄새에 동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소금구이!를 외쳤다. 물론 지연이는 살찐다면서 처음엔 거부를 하지만 슬쩍 고기가 살살 녹을거라는둥 고기를 씹을 때 육즙이 좌악 입안에 퍼질거라는둥 거기다 소주 한잔 캬~ 뭐 그 정도 언급에다가 내일 조금 더 뛰면 되~하면서 유혹하면 나보다 먼저 껍데기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집에 바래다 줄 때 어느새 인가부터 자연스럽게 그녀를 부축해준다는 핑계로 지연이의 어깨에 손을 얹게 되었다.천사의 어깨를 get!
그렇게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목요일..
여느 때처럼 8시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걸었다. 매일 소금구이를 먹고 다음날 좀 더 걸으면 돼~ 하다 보니 어느새 가양대교까지 걸어야 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거의 왔다갔다하는데 2시간 넘게 걸리게 되어 버린 셈이다.
뭐 이렇게 하면 운동하고 더 배가 고파져서 소금구이 먹기 더 좋아지니깐 별 상관이야 없지만
나중엔 인천까지 가버리게 되는거 아냐? 하는 살짝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가양대교를 찍고 성산대교로 돌아올 때쯤 천주교 교회가 보였다.


"지연이 저기 가봤어?"


"아뇨. 저 교회 안 다녀요"


"아 교회 다니냐고 묻는게 아니고 저기가 옛날 개화기 천주교 박해 받을 때 흥선대원군에 의해 순교 당한 천주교인들 기리는 의미에서 만든 곳이거든.. 역사적으로 유명해"


"아하~ 오빠는 그런 것도 알아요?"


"오빠가 좀 박학다식해..저기 가보자 내가 더 자세히 알려줄게"


"치~"


사실 딱 말한 내용까지 밖에 모른다. 솔직히 이곳의 궁극적인 용도는 굉~~~~~~~~~~~장히 호젓한 분위기 좋은 산책로라는 것이다. 바로 밑에 시민공원 보도는 사람이 바글바글 자전거가 따르릉 난리도 아닌데 여기는 정말 사람이 별로 없다. 아 사람이 있다. 구석구석...잘 눈에 안 띄게..나와 같은 의도로 온 사람들 푸하~
데리고 오기도 쉽다. 역사적 가치가 있으니깐! 왠지 좀 있어 보이지 않는가?


올라가서 성당 앞 정원 쪽으로 꺾어지자 마자 난리도 아니다. 벤치에 앉아 합체하고 싶어 안달이 난 커플이 눈에 보였다. 지연이가 멈칫하는게 느껴졌다. 살며시 손을 꽉 잡은 다음에 성당 앞 정원 안쪽에 촛불 켜고 기도 하는 쪽으로 끌고 갔다. 몇몇 불순한 의도를 품은 커플이 아닌 진짜 교인들이 정성스레 촛불을 단에 올려 놓고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서 순교자를 기리는 거야.."


물론 잘 모른다...


아무튼 어찌어찌 자연스럽게 잡은 지연이 손을 꽉 잡고 구석구석을 돌아 다녔다. 구석구석마다 마주치는 커플들을 볼 때마다 손이 살금살금 빠져나가려는 것을 꽉 점점 더 세게..붙잡았다. 두근두근.
문득 꽉 잡은 지연이 손에 땀이 맺히는게 느껴진다. 정원 제일 안쪽에 다다랐을 때 두근거림이 커졌다.
커지는 불순한 의도. 음하하하하하하


살며시 지연이 쪽으로 몸을 돌려 바라보니 눈을 살포시 내리깔고 잡은 손만 살짝살짝 흔들어댈 뿐 가만히 있는다.
어둠 속에 나무그늘 사이로 슬그머니 지연이 등뒤를 비추는 가로등 불이 지연이를 진짜 천사처럼 보이게 만든다.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가만히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멈칫멈칫 하면서도 안겨오는 6시 천사.
오오!!! 그 순간의 기쁨이란!!


그렇게 한밤의 요란한 쾌락의 도시 서울에서 조용하고 호적한 정원의 나무에 둘러싸인 분위기에서 첫 포옹의 감격을 맛보았다. 가만히 내 품에 들어온 6시 천사의 숨소리와 심장의 두근거림 보들보들한 살결 그리고 여자 특유의 향기를 느끼며 그녀를 안고 있었다.


아 그런데 참 남자라는게 여자를 보면 옆에 앉히고 싶고, 옆에 앉히면 어깨에 손 얹고 싶고, 어깨에 손 얹으면 포옹하고 싶고, 포옹하면 키스하고 싶은..뭐 그런거 아닐까나.


6시 천사와의 포옹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지만 커지는 욕심은 막기가 힘들었다. 포옹을 하니 조금 더 진도를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저절로 발동하여 키스가 하고 싶어져서 나도 모르게 살며시 고개를 돌려 내 가슴에 귀를 대고 있는 지연이 고개를 살짝 내 고개 쪽으로 돌려 살짝 뽀뽀를 했다. 말하자면 사전 탐색. 살짝 지연이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피식 웃으면서 손을 살며시 말아 쥐고 가슴을 친다.


"치~ 늑대..여기 오자고한거 이러려고 그런거죠?"


"응. 들켜버렸나?"


"바보 누가 모를 줄 알아 알면서도 속아 준거지. 치~ 가요 이제"


"하하하..응 가자"


사전 탐색 결과 키스까진 아직 멀었다. 키스하지 못한게 아쉽긴 했지만 쩝 뽀뽀가 어딘가 후후..
그리고 무엇보다 손이 깍지가 껴졌다는 것. 내 손만 지연이의 손을 꽉 쥐는게 아닌 지연이의 손도 내 손을 깍지 낀 채로 꼬옥 잡고 있다는 것. 연애상대로 나를 인정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져서 너무 기뻤다.
깍지 낀 손을 크게 휘두르며 천천히 걸었다. 이따금씩 지연이 쪽을 바라보면 눈을 마주치고 예의 그 눈웃음을 지어주는데 너무나 행복했다.


어느새 도착한 공원 입구...그리고 껍대기집.
여느 때처럼 또 역시나 소금구이를 유혹하는데 절대! 안 된단다.
대한민국에 안되는게 어딨니?? 다되지. 지금 이 분위기라면 오늘 지연이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키스까지도 분명 가능하다!!는 살짝 음흉한 계산에 오늘 소금구이와 소주는 반드시...먹여야 한다는 다짐으로 열심히 꼬시고 있었다.


"안돼 절대 안돼요!"


"왜? 배고프지 않아?"


"배는 고픈데..아무튼 안돼요!"


"흐음..납득할만한 이유를 열가지 말해봐 그럼 그냥 간다"


"치...먹으면 입에서 냄새나자나요.."


얼굴을 잔뜩 붉힌채 이야기 하고는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지연이
당연히 소금구이 먹으면 입에서 고기 냄새 나지. 뭐 그게 이유가 된다고 그래....
???????????????????????
!!!!!!!!!!!!!!!!!!!!!!!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오오오오오!!
입에서! 냄새나는게 싫은거구나!! 키스할 때!! 우오오오오!!


"그..그렇지! 오늘은 그냥 가자. 지..지연아 달릴까? 너네 집까지?"


"치...늑대~"


"워우우우우우우~"


"크흐흐호호호 꺅~"


너무나 사랑스럽고 흥분되서 지연이를 안아서 번쩍 들고서는 지연이 집을 향해 뛰어갔다.
지연이를 안아서 번쩍 들고 뛰자 자연스럽게 지연이가 내 품에 안겨온다.


"오빠 내려놔 무거워"


"아니야 헉헉 가벼워 헉헉헉"


"치~ 헥헥 거리고 있으면서 뭘. 빨리 내려줘 챙피하단 말야 빨랑요"


아..저질 체력 이럴 때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쩝쩝
지연이를 내려놓고는 지연이 손목을 잡고 냅다 달렸다. 순식간에 지연이 자취하는 집 앞에 도착!


"하아하아 지..지연아"


"하아하아 그렇게 하아하아 막 뛰면 어떡해요 후~"


"하아하아 지연아"


"후~ 후~ 왜 자꾸 불러요~"


잡은 손을 확 끌어당겨 강하게 포옹했다. 살짝 빼려고 꿈틀거렸지만 강하게 안고 있어서 풀지 못하더니 이내 가만히 품에 안겨있는다. 뛰어와서 그런지 몰라도 가슴 어림에 느껴지는
지연이의 심장 두근거림이 크다. 쿵덕쿵덕쿵덕쿵덕쿵덕쿵덕
내 심장 뛰는 소리도 컸다. 쿵덕쿵덕쿵덕쿵덕쿵덕쿵덕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다가 보니 지연이의 심장소리와 내 심장소리의 박자가 같아졌다고 생각되었다.
살며시 살짝 지연이의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지연이가 나를 슬쩍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살포시 감는다.
키스 해달라는 듯한 눈과 입술..


살포시 천사의 입술을 훔쳤다. 부드럽다.
달콤함을 느끼고 싶다. 윗입술 아랫입술을 입술과 혀로 맛을 보았다. 지연이의 입술은 분명 달콤하고 부드러웠지만 진짜 달콤함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봐야 알것 같았다. 조금 세게 안아 주자 "하아~"하는 작은 탄성과 함께 입술이 살포시 열렸다. 혀를 살짝 밀어넣어 맛을 보았다. 이곳인 듯 하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좀 더 뒤져봐야 할 듯싶다. 좀 더 강하게 안고 혀를 집어넣자 가만히 있는 지연이 의 혀를 만날 수 있었다. 얌전히 있는 지연이의 혀를 이리 저리 쿡쿡 찔러 성질을 건드렸다. 꿈틀꿈틀 가만히 꾹 참고 있다가 도저히 참지 못해서 열 받은 듯 지연의 혀가 맹렬하게 얽혀왔다.


달콤한 맛.
지연이의 혀가 나와 얽혀들면서 어느새 지연이의 혀가 내 입안에 쳐들어올 때 달콤한 맛이 확 느껴졌다. 강하게 그 맛을 더 느끼고 싶어서 주~욱 빨아당겼다. 한참을 그렇게 달콤함과 미끄덩한 부드러움을 느끼고 있는데 지연이가 살며시 나를 밀쳐 키스를 중단한다.


꽤나 긴 키스였기에 살짝 숨이 가파 왔나보다. 나도 역시 그러하였고. 그리고...
헉!! 어느새 나도 모르게 아니 내가 아닌 개념 없는 똘이병이 트레이닝복을 뚫고 나올 듯 기상해 있었다.
아~ 이 고문관 똘똘이 이병새키 때문에 밀쳐 내었었나보다.


"이런 개념 없는 고문관 새키"
"이 상황에서 안 일어나면 그게 고자지 말입니다."
"시밤 그때 마녀가 스트립쇼할 땐 왜 가만히 있었냐?"
"그건 병장님이 술을 많이 드셔서 그런거지 말입니다."


"하아...치....늑대....못됬어"


지연이가 살며시 눈을 흘긴다. 별로 늑대임을 혼내는, 못된 행동을 혼내는 기색은 없었다. 그래도 살짝 서비스 멘트는 날려줘야지..


"아...나...나도 모르게 지연이가 너무 이뻐서.."


"치...헙"


살짝 눈을 흘기는 모습이 섹시하다. 다시 입술을 덮쳐 갔다. 깊고 진한 키스 짜릿한 감촉마져 드는 그런 진한 키스 그리고 어느새 꼬옥 안고 있다 보니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몸매..가슴
그녀의 손이 살며시 내 어깨에 얹어지더니 계속 키스하는 동안 어느새 내 목에 매달린다.
내 손은..얌전히 있는 줄 알았는데 아 이놈의 손도 무슨 의지가 따로 있나보다. 어느새 등을 실컷 쓰다듬고 있다. 등줄기 따라 훑어내리다가 소옥 들어간 부분..허리에 도착하자 강하게 지연이의 허리를 내 쪽으로 잡아 끌었다.
덕분에 나와는 다른 의지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부위...똘이병만 신이 났다. 이젠 아예 부벼대고 난리가 났다. 아 시밤 변태로 몰릴 수는 없지 않은가? 살짝 엉덩이를 뒤로 뺐다.
지연이가 다시금 나를 살짝 밀쳐내었다.


"하아..치...진짜 늑대..키스 너무 잘해...바람둥이죠? 치..."


"자기가 더 잘하구서는 나한테 덮어씌우긴..."


"진짜요?"


"응"


살모시 이마에 뽀뽀를 하고는 안아주었다. 요런 대화는 길게 이어져봤자 도움될게 없다...끊어줘야 한다.


"지연이 보내기 싫어서 어쩌지?"


"치...완전 늑대..저리가요"


가슴을 손으로 치는데 전혀~ 아프지 않다. 흐흐 귀여운 것.
믿어지지 않는다. 한 달을 그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를 바라보듯 그저 바라만 보던 6시 천사가 내 품 안에서 애교스러운 몸짓을 부리고 있다.


"꿈 같다. 지연이를 이렇게 안고 있는게.."


"뭐가요?"


"지연이는 그냥 천사 인줄 알았거든...편의점에 내 아침잠 깨워주러 아침에만 오는.."


"치...입에 발린 소리 침바르고 이야기해요~"


"우음 내 침은 다 말랐는데 지연이 침으로 바르면 안될까?"


"치이~ 늑대~ "


"하하 근데 이렇게 말 많고 수다스런 아가씨가 어떻게 편의점에선 한 달이 넘게 한마디도 안 하셨을까나?"


"칫...오빠는 나 수업도 같이 들었는데. 기억도 못해놓고선"


"에...무슨 수업?"


"심리학 개론, 뭐야 진짜 모르는거에요? 같은 조로 토론도 했었는데 기억 못해요? 진짜 나
빴어"


아~ 심리학 개론 젠장 D-에 빛나는 1학년 2학기 개판5분전 선동렬 방어률의 흔적. 이왕 졸업하는 김에 성적 좀 좋게 나와 보려고 재수강 하긴 하는데 진짜 수업 맘에 안 들었던..특히 무슨 토론을 하란답시고 15명씩 조를 짜서는 별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귀찮은 교양수업.
토론에 토자도 모르는 강사 아저씨 같으니라고 토론을 해야 될 주제를 던져주고 토론을 시켜야지. 무슨 어렸을 때의 기억이 어쩌구 하는 거랑 유아기 성장기 뭐 그런 시기의 프로이드 어쩌고 하는걸 주제라고 던져 놓고 유아기 청소년기의 기억을 얘기하는걸 토론이라고 하라고 하니 발표와 토론의 차이점을 모르는가 보다 했다.
당연히 기가 막혀서 수업에 흥미가 하나도 없었던 그런 수업. 물론 고학번 메리트에 컨닝페이퍼까지 동원해서 가볍게 A로 마무리 짖긴 했지만..


"아~ 그때 그 예쁜 여학우가 지연이 너였어?"


미안...기억이 안나..


"칫 이제 기억나요? 오빠가 그때 발표해서 우리 조 점수 잘 나왔자나요. 그래서 편의점에서 첨 봤을 때 딱 알아봤었는데 오빠도 나보고 엄청 환하게 인사하길래 나 기억하는 줄 알았더니 순 엉터리..."


우음...뭐 발표야 당연 발표하면 점수 더 준다니까 하긴 한 거고, 인사는 흐음..나 원래 인사성이 밝아


"오빠 그런데 오빤 나 어디가 좋아요?"


"지연이 미소가 너무 이쁘자나 천사같아"


"치..또 입에 발린 소리."


"진짜야~ 내가 괜히 천사라고 한 줄 알아?"


"진짜? 치~    흐음..그런데 남자들은 섹시한 여자 좋아하지 않아요?"


"섹시한거도 좋지~ 지연이 섹시한 옷 입으려고?"


"치 늑대~~ 섹시한 옷 자신 없어 동생이 맨날 나 살쪘다고 놀리는 걸"


"섹시한 것도 좋지만 지연이 이쁜 미소랑 청순한 모습도 좋아"


"둘 중에 하나만 골라봐요~"


"둘 다 좋아"


"치 완전 늑대~"


흐흐 둘 다 좋다고 해야지 그래야 지연이의 섹시한 모습을 보지.


그때는 지연이의 질문이 선택을 하라는 의미 인줄 몰랐다.
그때는 지연이의 질문이 으레 하는 일반적인 질문인줄 알았다.
그때는 지연이의 섹시한 모습을 그렇게 빨리 보게될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6시 천사를 내 품에 안았다는 키스를 했다는 행복에 겨워 가슴만 설레이고 있었을 뿐..
 
6시 천사와 키스를 했다. 사귄다! 행복하다!!



행복해서



정말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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