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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그녀는 이중인격자...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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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란 2인 이상이 정보를 주고 받으며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그런데 이 주고 받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생긴다. 대화의 주체인 개개인의 가치관, 성격, 선입견, 지식, 배경, 인간관계, 상황 감정 등등에 의해 정보를 받아들일 때 그리고 정보를 전달할 때 정보의 왜곡이 일어난다.
이를테면 어떤 여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사랑해" 라는 고백을 받았다면
이 여자는 그게 진짜 "사랑"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테지만.
길가던 어떤 유부녀나 노리고 다닐 것 같은 제비같이 생긴 올백머리의 재수없는 놈이 다짜고짜 "사랑해" 한다면
사실은 이 남자가 이 여자를 10년간 키다리 아저씨처럼 몰래몰래 도와주면서 짝사랑만 하다가 큰 마음 먹고 평소에 안하던 치장을 한답시고 너무 힘을 준 나머지 부담스러운 올백 머리 스타일로 다가간 것일지라도 이 여자는 "이 올백 머리의 재수없게 생긴 놈은 뭐야? 사람을 우습게 보나? 내가 싸보이나? 어디서 다짜고짜 사랑해 타령이야" 하고 냅다 따귀를 올릴 것이다.
여기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연인의 대화가 시작된다.



-대화-



언제나처럼 저녁식사가 살짝 위장을 걸쳐 소장 대장을 지나고 있을 무렵 간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머리는 살짝 왁스로 손질한 듯 안한 듯 슬쩍 다듬기만 하고서 한강 공원 입구에서 지연이를 기다렸다가 같이 걷고 있었다. 지연이의 몸매가 살짝 드러나는 트레이닝 복을 힐끔힐끔 훔쳐보면서 걷다가 중간에 벤치에서 쉬었다 가기 위해 앉아서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드라마나 영화 등 연예계에 대한 이야기는 참 가벼우면서도 재밌는 화제가 된다.


"아 나 저번에 조폭 떡복이 건너편에 편의점 있지? 그 편의점 옆에 펀치기 있자나 거기서 드라마 촬영하는거 봤다."


"드라마? 어떤거?"


"그거 있자나 "외조의 여왕" 거기 오지호랑 그 오지호랑 티격태격하는 웃긴 부장 그 두 사람이 펀치기로 점수내기 하는 장면 찍는가 보더라고"


"아하 호호 그 부장님 너무 웃겨"


"흐흐 진짜 웃기지 않아? 막 김남주가 싸온 도시락 뺏어 먹는거 보고 나 데굴데굴 굴렀다"


"아우 진짜 나 일하는 곳에 진짜 그런 사람 있다. 김입파 부장이라고 맨날 점심 빈대붙고 다녀 진짜 그 부장님 점심 사는거 한번도 못 봤어"


"에휴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냐.."


"그러게 말이야 하여간 얄미워 죽겠어. 맨날 궁시렁궁시렁 대고"


참...도대체가 신기한 일이다. 여자들은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마지막은 뒷담화다. 물론 뒷담화는 참 재미있지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뒷담화를 들어주는 것은 남자들로 하여금 청취자가 아닌 판결자가 되게 한다.
그러니깐 니 말만 들어서는 알 수 없지만 듣고 판단하기에 그 사람도 잘못했지만 너의 행동도 어떤 점은 잘못 되었다 라는 식의...아주 피곤하고 연애에 도움 안되고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솥아 오르게 만든다. 이럴 때는 적당히 맞장구 쳐주는 척하고 다른 화제로 넘겨야 한다.


"지연이는 거기서 누가 좋아? 오지호? 생각해보니 동생이름도 지호잖아?"


"어우 느끼해 싫어. 느끼한데다가 바람이나 피고 밥맛이야 동생도 싫어해 같은 이름이라 재수없데"


하긴 오지호가 맡은 역할이 좀 호감을 주기는 힘들긴 하지만 쩝~
지연아 드라마랑 현실을 구분해야지 오지호씨는 그냥 그 역을 연기하는 것뿐이야..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역시 대화는 적당한 맞장구 그리고 맞장구치기 어려우면 다른 화제로 넘겨야 한다.


"오빠는 거기서 누가 맘에 들어?"


"김남주지 당연히 김남주...크 그 나이에 안 맞는 그 귀여움이란 크크"


"치~ 아줌마가 뭐가 좋아 김남주보다 선우선이 훨씬 예쁘던데..아 참 나 머리 선우선처럼 할까? 그 머리 섹시해 보이지 않아? 되게 이지적으로 보이고"


"에이~ 하지마 별로야 지연이는 머리 긴게 어울려 "


"치~ 뭐야 내가 섹시하지 않다는거야?"


"아니~ 지연이는 너무 예쁘지~ 그냥 지연이에게는 긴 머리가 어울린다는거지~ 지연이는 지금처럼 생머리가 어울려"


"치~ "


아 하여간 여자들이 패션이나 미용에 관해서 물어오는 것에 대한 답변은 어떻게 대답하더라도 좋은 결과는 안 나온다. 그냥 적절한 수긍을 하면서 기분이 나쁘지 않게 해줘야 하는데....안 어울리는걸 안 어울린다고 이야기 하지 못하고 젠장! 내가 무슨 홍길동인가! 아놔!


"지호였나? 아무튼 둘이서만 같이 지내기 좀 그렇지 않아?"


"응?"


한참 패션 이야기에서 벋어나기 위해 다른 이야기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여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군대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나를 발견하고 이내 머리 속으로 "아 이건 아니자나" 하고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군대에서처럼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다 보면 불편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다 보니 지연이가 동생과 단 둘이서 지낸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말을 꺼내었다.


요새 야설을 너무 많이 보았나 보다. 딱 떠오르는 장면은 10년 만에 다시 만난 남매가 얇은 천으로 된 커튼만 있는 같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데...하악하악. 아니 뭐 굳이 야설이 아니라도 다 큰 성인이 같은 곳에서 지내는 것은 좀 많이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였다.


"아니 뭐...그냥 아무래도 불편할거 아냐 씻는 거라던지... "


"응 완전 싫어 죽겠어. 맨날 내 화장품 훔쳐 쓰고, 집에서 막 민망하게 속옷바람으로 다니고, 옷 입고 다니라고 하면 더워 죽겠는데 에어컨이라도 달던가 하고 되려 큰소리 치고, "


이해한다. 남자화장품은 진짜 별로다. 뭐 대단한 화장품을 쓰는 것은 아니고 스킨과 로션만 쓰는데 내가 쓰고 있는 것은 [좃을 든 남자]라는 상표다. 그런데 진짜 별로다. 하지만 가끔 반찬 얻어 먹으러 둘째 누나네 집에 갈 때마다 가져오는 [좃니스프리]는 확실히 냄새나 피부에 바를 때 감촉, 그리고 흡수되는 시간이 차원을 달리한다. 아마 내가 누나들과 같이 살던 때였다면 절대 안사고 그냥 누나들 화장품 훔쳐 썼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연이 동생을 위한 변호를 할 생각은 없었다. 무조건~~ 지연이 편을 들어줘야지~


"와 뭐 화장품 같은 것까지 훔쳐 쓰고 그런데 거참… 지연이 니가 너무 불편하겠다. 어지간하면 따로 나가지 그래"


"치...그래도 둘이라서 나은 점도 있어 심심하지도 않고 요새 막 무서운 뉴스 많이 나오자나.  여자 혼자 사는 집만 턴다는 강도 같은 뉴스. 그래서 더 안심되기도 하고.."


"오~~노노노 지연이 혼자 지내면 내가 지켜주지 밤새~~~ 으흐흐흐"


"치~ 거봐 더 위험해!"


지연이가 나를 장난스럽게 바라본다. 치~ 할 때의 지연이의 미소는 평소의 지연이 미소랑 전혀 다른 즉 한쪽 입 꼬리만 올라가면서 눈도 초승달이 아니라 살짝 흘겨 뜨면서 짖는..그래서 장난기가 가득한..상대를 놀리는 듯한 평소의 환한 초승달 미소와는 그런 무언가 또 다른 매력의 미소다.
흠 이런 미소를 어디서 봤더라??


"크크 아니라니깐 순수한 마음으로 지켜줄 거야 으흐흐흐"


"치~~ 완전 늑대 저리가"


"아이 갈 데가 어디 있다고 저리 가래.....아 참 그런데 동생은 뭐해?"


"어...음 어머! 와~~~~저기 봐 분수다!!"


어랍쇼 지연이 요거 봐라 말을 돌리네? 흐음 그런데 지연이가 가리킨 곳에서 뿜어 나오는 분수.
월드컵 공원 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였는데 진짜 장관이다. 멋지다. 거의 100미터도 넘게...과장이려나? 아무튼 엄청나게 높게 뿜어져 나오는 하얀 분수의 물줄기는 확실히 멋졌다.
멋지긴 한데...세상에나, 이 한밤 중에 저걸 저 높이까지 뿜어내게 하려면 돈이 얼마가 드는거야?
우리가 피땀 흘려 벌어서 내는 세금이 저런 가시적인, 보여주기 위한 행정에 들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한숨이 나왔다.
"하~ 지연아 우리나라에는 왜 제대로 된 정치가가 없을까? 저런데 세금을 쓰지 말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다던지,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청년 사업가를 돕는다 던지, 행정업무를 개편해서 빠르게 처리해 준 다던지 뭐 그런 곳에 써야 하는 거 아닐까? 우리 세금이 저기서 뿜어져 나오고 있어.. TV에는 저렇게 정치가가 많이 나오는데 믿고 맡길 정치가가 없다니 우린 참 불쌍한 국민이구나 불쌍한 사람끼리 우리 서로 힘내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연이를 위로해 주는 마음(?)으로 어깨를 꼬옥 감싸주었다.


"치~ 무슨 시도 때도 없이 스킨쉽하려구 그래"


"하아~ 지연아 그런 게 아니야~ 우리는 참 불쌍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거야"


"칫 뭐라는 거야 이 늑대!"


참~ 세상 사람들은 내 깊은 뜻을 몰라줘도 지연이 너는 알아줘야지......쳇
그래도 어깨에 두른 손을 푸르지는 않는다. 가만히 팔뚝과 어깨에 감촉을 느끼며 만지작거리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인끼리의 대화에 또 빠지지 않는 게 자꾸자꾸 되묻게 되는 그런 질문들.
나 사랑해? 얼만큼 사랑해? 왜 사랑해? 언제부터 사랑했어? 등등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 하는 질문들.


나 같은 경우..스킨쉽의 진도나 앞으로의 스킨쉽 진도의 허락 여부,
스킨쉽의 강도, 스킨쉽의 미래(하아...늑대 맞나?)
그녀에게는 섹시한 게 좋으냐? 청순한...그러니까 여자다운게 좋으냐? 인가 보다.


"오빤 나 왜 사랑해?"


"지연이 미소가 너무 이뻐서 한눈에 반했어~(지연아 몇 번째 물어보니~)"


"치 한눈에 반했다는 사람이 같은 수업 들었는데 못 알아봐?"


하하 진짜 저거 나올 때 마다 할말이 없어진다. "진짜 150명이 넘는 수업인데..제일 앞자리에 앉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기억하냐" 가 내 변명이지만....씨알도 안 먹히고 오히려 반격만 당할 것이다.


"난 한곳만 바라보는 사람이야 젤 앞자리에 앉아서 너를 못 봐서 그랬지 만약 내가 지연이 옆자리 앉았으면 너만 계속 봤을 거야(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


"칫 그럼 토론 때 본거는? 그때 내 옆 옆자리 미니스커트는 열심히 힐끗거리더만"


"그건 어이가 없어서 그런 거지. 세상에 수업을 듣는 그 귀중하고 경건한 시간에 저런 망측한 옷차림이라니 하고 책망하는 눈길이었을 거야(자연스럽게 눈이 갔어..)"


"나도 섹시하게 입어볼까? 미니스커트 같은 거?"


"(와우! 브라보!)아냐 난 지연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도 좋아"


"모습도? 치..결국 야하게 입는 거 좋아하는 거네"


"(헐..눈치가 100단이다.)지연이가 뭘 하든 다 좋아, 지연이니까"


"치...헤헤...진짜? 내가 뭘 하던 다 좋아?"


"(미니!미니!미니!)그럼~ 지연이가 뭘 하던지 다 좋아 지연이가 좋은 거지 지연이 옷이 좋은게 아니자나"


"진짜로 내가 뭘 하던지 다 좋은 거지? 진짜로?"


"응 당연히! 난 그저 6시에 편의점에만 오던 천사가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야"


"치..."


하아~ 앞으로 이 질문을 몇 번 할 것인지 걱정된다. 그때마다 똑같은 대답을 녹음해서 들려줄 수는 없는 일이고.
살짝살짝 레파토리도 바꿔야 할 텐데, 나중엔 지구랑 우주를 지연이 앞에 가져다 바쳐야 할 날도 멀지 않았다.
후...그래도 이번 탐은 제대로 넘긴 듯 살며시 지연이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온다.


"킁킁, 지연아 살짝 땀냄새가...샴푸냄새를 이긴 것 같아."


살짝 어깨를 끌어안아서 꼬옥 안아서 지연이 머리가 내 가슴팍으로 오도록 했다.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게끔, 내가 지연이 때문에 얼마나 가슴 떨리는지 알 수 있도록
그리고 살짝 지연이 머리가 코에서 좀 멀어질 수 있도록.....


"오빠 땀냄새나."


하아...지연아 내 심장소리를 들어야지 왜 땀냄새를 맡고 그러니...


 


키스...
키스처럼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 쉬운 스킨쉽이 있을까?
키스는 강도조절 만으로 손만 잡아도 가슴 떨리는 첫사랑 같은 수줍은 사랑부터
아주 거칠고 불꽃같은 사랑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살짝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있는 지연이의 턱을 살며시 끌어올려 지연이 눈과 내 눈을 마주치게 했다.
살포시 감기는 눈, 살며시 다가가는 입술, 부드럽게 감기는 혀, 단단히 서로를 감싸 안은 팔
뭐 기껏해야 걷기지만 운동을 해서 그런가? 침에서 단내가 더 난다.
그리고 살짝 입안에서 풍기는 달콤한 체리향, 체리향 립글로즈를 바른 듯 하다.


한참을 그렇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키스를 하고 나자. 급격히 밀려오는 욕심!! 다음 스킨쉽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
그래서 준비했었다. 목걸이! 6시 천사 지연이의 탄생석인 자수정이 장식된 목걸이.
그런데 이 목걸이를 그냥 대뜸 "자 여깄어" 하고 줄 수는 없는 일.


그리하여 모든 계획을 다 짜놓았다.
카페 영화관 술집 와인바를 관통하는 거대한 파노라마 같은 스킨쉽 진도 개선 프로젝트.
지연이는 그저 내 계획대로 카페에서 손을 잡고, 영화관에서 어깨에 손을 얹고 영화를 보고, 술집에서 살짝 술을 먹고 분위기를 띄운 다음, 분위기 좋은 와인바에서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목에다 하는 키스를 허락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더 허락해도 되지만 난 욕심쟁이가 아니니깐~
그런 이유로 주말에 데이트를 하자고 엄청 졸라대는 중이다.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응? 영화보고 맛있는 것도 사줄께" 


"치 나도 오빠랑 놀고 싶지만 이번 일요일에 토익시험 있단 말야. 진짜 이거 망치면 큰일나"


쳇 이건 뭔가 손해 보는 장사다.
장사의 기본. 기브 엔 테이크(give & take)! 주고! 받고!
난 영화를 보여주고 지연이 넌 어깨를 내주고
난 맛있는 거 사주고 지연이 넌 키스를 해주고
난 목걸이를 사주고 지연이 너는 더 진도 나가는 스킨쉽을 해주고,
이렇게 기브엔 테이크가 되어야지. 테이크 안받고 기브만 해주겠다는데도 싫다니.


"아니 뭔 영어공부를 그렇게 빡세게 하니?"


"치...이번 시험이 방학 중에 볼 마지막 기회란 말야 학기 중에는 다른 공부 때문에 안되"


"하아...뭐야 공부야? 나야? 선택해 어! 돈이야? 사랑이야?"


"크크크 치~ 돈!"


"헐...돈? 돈이 필요해? 얼마면 되, 얼마면 되겠어?"


"크크 하나도 안 비슷해 치...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나 돈 많이 필요해요"


"픕푸푸크크 너도 하나도 안 비슷해 일단 배우가 외모의 급이 다르자나"


"치...뭐야 나 안 예쁘다는 거야?"


"크크크 아냐 아냐 예뻐 아주~~예뻐~"


"칫 안놀아!"


"흐흐 아이쿠 우리 이쁜 천사님이 왜 삐지시고 그래 이쁘다니깐~"


간질이면서 삐진 척 하는 지연이를 놀려주는데...하아~ 큰일이다. 마음은 급해 죽겠는데..
후딱 목걸이 걸어주면서 살며시 키스하다가 분위기 봐서 괜찮다 싶으면 목을 아주 그냥 흠뻑 빨아주고 싶은데.
분위기 더 좋으면 더 진행할 수도 ...흐흐흐
그런데...주말에 시험 봐야 된다고 하는 애를 불러다가 억지로 데이트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목걸이 사놓은 걸 푹 썩혀 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냥 월요일에 줘도 상관없지만 진도를 빠르게 나가야겠다는 욕심에 서두르고 있었다.
로맨틱한 맛은 떨어지겠지만, 오늘밤 꼭 목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서두르게 된다.
깍지 낀 손을 흔들며 간간히 눈을 마주쳐 서로 눈웃음 지으며 공원입구에 도착했다.


껍데기 집 앞


내가 무슨 말 하지도 않았는데 지연인 눈을 꼭 감고 귀를 틀어막은 채 "안 들려"를 외치는 중이다.
크~ 내가 또 소금구이 먹자고 꼬실 줄 알았나 보다.


"지연아 안 먹는다니까"


"안 들려 안 들려 안 들려 나 오빠 땜에 4키로나 쪘어 안 들려 안 들려"


"헉 지연아 너 그럼...60키로 넘어?


"치...아니거든!!"


"흠~ 내가 들어봐서 아는데 그런다."


"칫 진짜 아니거든!"


"흠 그래? 다시 한번 재볼까? 으라차~"


"꺅!!!!!"


지연이를 안아서 들고는 지연이 집 쪽이 아닌 내 자취방 쪽을 향해 뛰었다.


"꺅!! 오빠 창피해 내려놔~"


"헉헉 괜찮아 지연이 가볍기만 하구만"


"내려놔 창피해 무거워~"


저질 체력은...어쩔 수 없다. 이럴 땐 냅다 내려놔야 한다.


"헉헉 지연이...칠..십 키로대 아냐?"


"칫! 아!니!거!든!요!"


"하아하아 흐흐 맞는 거 같구먼 머 내가 전자 저울인데 딱 들어보니깐 79 딱 나오 더만"


"치~ 이씨 아니거든요? 나 오십~유 헙"


자신도 모르게 몸무게를 적나라한 숫자로 말하려는 지연이 급하게 입을 틀어막지만 훗..다 들었다. 56~!


"헐....지연이 오십키로대라고? 말도 안돼...거짓말"


"치 진짜야!"


"흐흐 알았어 알았어 믿어줄게 "


한참 나를 투닥거리며 때리던 지연이 그제서야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본다.


"오빠..근데 여기 어디야? 어디로 가는 거야?"


"으응 내 자취방"


"뭐!!"


화들짝 놀라서 멀어지는 지연이..저 눈 크게 뜬 거봐 크크 귀여워


"응 너 뭐 줄게 있어서 그러니깐 따라와"


"그..그래도.."


"크크 뭐야 내가 지연이를 내방 데려가서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어흥~~"


"칫 장난치지마"


"뭐 줄게 있어, 얌전히 따라오기나 해"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나를 따라오는 지연이...
한마디로 산동네...진짜 서울에 그것도 요즘 최고의 번화가 H대 근처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동네..이곳 옥상에선 서강 대교와 국회의사당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한강이 도도히 고요하게 흐르고 밤에는 야경이 멋드러지게 펼쳐진다. 그야말로 100만불 짜리 야경이었다. 언제 봐도 멋지다 정말..특히 저 야경을 보면서 피우는 담배 한 까치의 맛은 그야말로 죽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한여름엔 찜질방 *100의 짜증나는 더위와 한겨울 혹한기 훈련을 연상케 하는 추위..


옥상 자취방에 올라가자 한강을 낀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보인다.


"지연아 여기서 기다려 저기 야경 잠깐 보고 있어. 저 야경 내가 100만불 주고 산 거니깐 아껴서 봐."


"어..어..응"


혹시나 지연이가 내방을 구경하겠다고 하면 벌어질 경악의 비명소리를 막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단 특별한 날 아니면 아니 주말에만 혹시 모를 골뱅이 손님을 위해 정리하던 이불을 옷장에다 쑤셔 넣고,
허물 벗듯이 벗어 던진 바지와 셔츠들 역시 옷장에다 쑤셔 넣고,
돌돌 이쁘게 잘 말려진 양말들도 옷장에다 쑤셔 넣고,
근처 책 대여점에서 빌려온 시골정복 1~20권도 옷장에다 쑤셔 넣고,
이곳 저곳에 널려 있는 이름없는 므흣한 CD도 옷장에다 쑤셔 넣고,
예쁜 몸매 아가씨가 가득한 잡지도 옷장에다 쑤셔 넣고, 
이곳 저곳에 널려진 쓰레기들 옷장에다 쑤셔 넣고,
이곳 저곳에 던져진 휴지도 옷장에다 쑤셔 넣고,


"아직 멀었어?"


"어 잠깐만 찾고 있어..잠깐만 기다려"


자 일단 목걸이는 찾았는데....너무 다 쑤셔 넣어버렸는지 방이 좀 허~하다.


무언가 좀 장식이 필요했다.
책가방 안에만 놔둔 책들은 책상 위에 꺼내놓고,
냄비 받침으로 있던 토익 책도 책상 위에 꺼내놓고,
두꺼워서 낮잠용 베개로 침대에 널 부러져 있는 사전도 책상 위에 꺼내놓고
한여름이라 더워서 손도 안대는 예쁜 청자색 녹차 주전자도 책상 위에 꺼내놓고,
한참을 호들갑 떨고 있는데 지연이가 빼꼼히 현관문에서 쳐다본다.


"오~~빠 뭐해?"


"허허 하하...아 지연이 줄게 있는데 잘 안보이네.."


"헤에...뭔데..그리 오래 찾아...그런데 제법 깔끔하네? 킁킁 근데 이거 무슨 냄새야?"


아앗 냄새를 신경 안 썼다. 젠장 이놈의 남자 자취방 특유의 냄새
코를 살짝 킁킁거리며 신기한듯한 눈으로 자취방 이곳 저곳을 살피던 지연이가 산(山),
자취방 구석에 흥미가 떨어진 것들을 대충 집어 던져 놓아서 만들어 놓은 잡동사니 산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우와~~ 이거 레드제플린이네? 오빠 이런 거 좋아해?"


아니...초창기 락이란 뭔가?하고 입문할 때나 들었지..
남자는 말이야 얼터네티브야 얼터네티브 락!
너바나! 사랑해요 커트!!  헬로 헬로 헬로 하우 로우! 예!!!!
아니 지연아 근데 레드제플린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경계심을 가지고 쭈뼛쭈뼛 하다가
덥썩 들어오면....................감사하잔니. 헤벌레~~


"응 음악에 관심이 좀 많아."


"오~ 그렇구나 오빠 핑크 플로이드도 좋아해?"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솔직히 잘 모른다. 잘 모르니 좋아한다는 그러니깐 팬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하지만 나는 거짓말쟁이는 아니다. 그냥 모른다라고 말하지 않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고 반문했을 뿐.


"오~~~ "


"지연이 이런 거 좋아해?"


솔직히 여자가 락이니 메탈이니 좋아하는 거 처음 봤다. 물론 콘서트장에서야 많이 아주 많이 봤지만
주변에 아는 사람이 락이니 메탈을 좋아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응 근데 자주는 못 들어 동생이 이런 거 싫어하거든.."


희한한 일이다..누나는 락, 메탈을 좋아하고 동생은 싫어하고...보통은 반대 아닌가?


"뭐 듣고 싶은 노래 있어? 틀어줄게"


"우응 나 GUNS&ROSES - KNOCKING ON HEAVENS DOOR"


흠...찾을 수 있을까? 이 잡동사니 무더기 산에서? 뒤적뒤적거려 보지만 이미 흥미가 떠난 것들만 모아놓은 이 잡동사니 산을 뒤적거리는 것은 그다지 흥미진진한 일은 아니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맥이 빠졌다.


"흠..그냥 딴 거 들으면 안되?"


"후응 잘 찾아봐 있을 것 같구만 뭐..."


한참 지연이랑 잡동사니 산을 뒤적거렸다. 별게 다 있었다. 자전거 수리할 때 쓴 렌쯔 세트에서부터 각종 음악 씨디와 이름 없는 씨디(?), 아령, 손가락 근력기 그리고 피규어 도색용 스프레이까지...
한참 락이니 메탈에 빠질 때 가장 영향을 준 것이 케이블티비 채널 돌리다 우연히 본 NOVEMBER RAIN의 뮤직비디오여서 분명 GUNS&ROSES 의 앨범은 없을 리는 없는데. 찾기가 만만치 않다. 오래된 음반이라 밑에 있을 듯 해서 바닥을 뒤지는데 밥딜런이 나온다.


"밥딜런 꺼로 들으면 안되?"


"흠…뭐 좋아 좀 클래식한 맛이 있어서 더 괜찮을 거 같아."


플레이 하기 위해서 씨디 플레이어를 열자 flo-rida 씨디가 있었다.
클럽에서 대여섯 곡은 지금도 열심히 틀어주고 있는 그야말로 최신 곡...
살포시 flo-rida를 꺼내어 들었다. 씨디...동그란 가운데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빙글빙글 돌렸다.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거의 1년에 가까운 미친듯한 광란의 밤.
외로움, 몸부림, 흥분, 사람, 음악, 춤, 섹스 등등이 씨디를 따라 빙글빙글 돌았다.
사람이 그리워서,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서, 아니 사랑이 그리워서 미친 듯이 다녔던 1년여 동안의 밤, 이제 피를 탐하는 뱀파이어처럼 사람의 온기, 섹스를 미친 듯이 탐하며 밤거리를 클럽을 누비던 나는 죽은 듯 하다. 저기 쪼그려 앉아서 잡동사니를 뒤지고 있는 행복한 미소를 내뿜는 천사때문에…


잡동사니 산으로 휙 원반 던지듯 flo-rida씨디를 던져 버렸다. 
빙글빙글 도는 flo-rida 원반이 잡동사니 산에 툭 떨어진다.
1년짜리 취미가 예쁜 타원을 그리며 그렇게 날라갔다.


"오빠 뭐야? 그렇게 막 던지면 어떡해! 그러니깐 정리가 안돼서 이 모양이지..에휴"


잡동사니 산에서 연신 오오~를 외치며 별의 별 씨디를 다 주워 들고 좋아좋아를 연발하면서 자기가 찾아낸 씨디를 옆에다 차곡차곡 정리하던 지연이가 궁시렁댄다.


"그냥 놔둬 내가 정리할거야"


밥딜런을 집어 넣었다. 플레이를 누르자. 음악이 나온다.
새로운 천국의 문을 열기 위해 힘차게 노크하는 내가 있다.
(곡 내용과 맞지는 않지만, 적당한 곡이 생각이 안 나네요..대충 넘어가주시길..)
지연이가.....새로 발굴한 씨디를 들고 "오오~~"를 연발하는 지연이가 더욱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지연아"


"왜 오빠? 오빠 근데 진짜 대박이다. 좋아하는 애들꺼 완전 많아"


지연이는 잡동사니 산에서 대박을 주웠다면서 연신 해벌쭉거린다.


"하하 너 다 가져. 난 이미 다 여러 번 들은 거라 별로야"


"치...이런 대박들이 별로라고? 헤헤 그럼 진짜로 나 가져?"


"어. 너 가져가"


"칫...가져가도 못 들어...동생이 싫어한단 말야"


"그럼 필요 없는데..그냥 버릴까?"


"치!!! 하나라도 버려봐 아주 혼내줄 거야!"


지연이가 자신이 정리한 씨디들을 덮어 누르면서 나를 노려본다.
헐...만약 버렸다가는 진짜 칠 것 같은 박력!


"가져가지도 않을 거라며...나도 별로 들을 일도 없고.."


"치~~~ 내가 와서 들으면 되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발굴한 대박들을 정리하는 지연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지연이를 따라서 행복한 미소가 떠오른다. 나를 행복하게 해준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


"아 내 정신 좀 봐. 손님에게 뭐라도 대접해야지 지연이 커피 마실래? 아니면 녹차?"


"으음...녹차"


"잠깐 기다려봐 내가 진짜 리얼 엘레강스 럭셔리한 녹차를 준비해주지"


"우와..그거 뭐야? 예쁘다."


"후후후 이게 진짜 리얼 엘레강스 환타스틱한 건데 이게 사실은 고려청자야 공민왕때 중국에 공물로 보내기 위해 만든거지"


"치~ 뻥쟁이 또 뻥치기 시작한다."


"참나 속고만 살았나 진짜야~ 여기 상표도 있어 ㈜고려청자 라고 "


"크크크호호호 에잇 뻥쟁이 치~"


벼룩시장에서 사온 녹차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부어 놓고 기다리자 향긋한 녹차향기가 퍼지기 시작한다. 물론 녹차 티백으로 마시는 것과 이렇게 녹차 물을 내려서 마시는 것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단지 이렇게 마시면 몇 번이고 우려먹을 수 있어서 같은 가격의 티백 녹차보다 좀더 오래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번거롭지만 이렇게 불편한 방법을 고수하고 있었다. 평범한 자취생의 주머니 사정은 다 고만고만하다. 진짜 리얼 엘레강스 럭셔리랑은 진짜 리얼하게 거리가 멀다.


"흐음 향 좋다. 그냥 티백에 든 것보다 이렇게 마시는게 향이 훨씬 더 좋은 것 같아"


"당연히 그렇지. 이렇게 마시는게 진정한 녹차 향을 느낄 수 있어 티백에다 우리면 살짝 종이 티백의 냄새가 섞이는 거 같아서 나는 도저히 그렇게는 못 먹겠더라"


한참 녹차를 호호 불어가면서 조금씩 마시면서 지연이가 선곡한 노래들을 듣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살짝 끄덕거리며 조용히 노래를 따라 부르는 지연이와 눈이 가끔씩 마주칠 때에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내 미소에 답하는 것인지 아니면 노래와 녹차가 맘에 든 것인지 몰라도 지연이의 미소는 너무 환하게 아름다웠다.
지연이가 녹차를 한잔 다 먹고 컵을 슬그머니 내려놓을 때 아차 싶었다. 살짝 너무 조용히 있었다 싶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생각난 목걸이.  목걸이를 깜빡 잊고 있었다. 어서 빨리 선물을 주고 싶다.


"지연아"


"응?"


은근한 목소리로 지연이를 불렀다. 듣는 사람에 따라선 음흉한 목소리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불렀다 곡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 근데 지연이는 이미 곡해(왜곡하여 해석, 잘못 이해함) 한듯하다.


"이리와바~~~"


"뭐…뭐?"


흐흐 급 경계모드 발동된 지연이. 그런 지연이를 보자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클클클 이미 늦으셨어요 "
"여기는 내 자취방, 내 구역이랍니다. 클클클 걸려들었어!"
"클클클 지연이 내 자취방에 들어왔는데 얌전히 보낼 수야 없지"


"꺅! 저리가! 이..씨!!"


짓궂게 음흉한 표정으로 ‘클클클’ 을 연발하며 지연이에게 조금씩 다가가자 지연이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면서 잡동사니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막 집어 던지기 시작한다.
‘퍽’ 씨디 모서리에 이마가 정통으로 맞았다. 켁


“아우 야. 진짜로 맞추면 어떡해 아 나 피난다 씨디 모서리 맞았어”


“씨이~ 그러니깐 누가 그런 장난하래?”


“아우…나 진짜 피나..으으”


“진짜?”


“아우 그럼 내가 장난하겠냐? 진짜 피나”


“어디 봐봐”


이마를 감싸고 엄살을 부리며 웅크리고 있자 지연이가 걱정된다는 듯 근심 어린 눈빛으로 살금살금 다가온다.
2미터
1미터
50cm
지금이닷!
동물의 왕국에서 3일 굶은 사자가 물을 먹고 있는 초식동물을 덮치는 듯한 몸놀림으로 지연이를 덮쳐갔다.
저질 체력이지만 이럴 땐 강해진다...남자란 그런 것이다.


"꺄악!!!!!!!!!!!!!"


"클클클~~걸려들었어~"


아주 흔해빠진...드라마나 영화에서 너무 많이 보는 장면,
지연이가 밑에 누워있고 내가 위에 올라타 앉은 자세가 되었다.


"칫...저....저리 치워..저..저리가"


얼굴을 잔뜩 붉힌 채로 시선을 외면하고서 더듬으면서 말하는 지연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살짝 이마에 뽀뽀해 주고 일으켜 세워주었다.


"씨~~이 또..또 그러면 진짜 가만 안 놔둘거야"


귀여운 것 끌끌끌,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가지고, 그런 얘기 해봤자 통할 리가 없자나 흐흐
너무 사랑스러워서 살며시 나를 외면하고 반쯤 돌아앉은 지연이 뒤에 가서 꼬옥 안아주었다.


"이..이...이 씨~~이 가...가만히 안 놔둔다 그랬지"


꿈틀꿈틀 대지만, 역시나 미약하다. 더 쎄게 안아주었다.
한참을...그렇게 안아주고 있자. 지연이의 심장 고동소리가 들린다. 내 심장 소리와 박자를 맞추어 보았다.
둘의 박자가 똑같아 졌을 때. 살며시 지연이의 고개를 돌려 내 쪽을 향하게 하고 살짝 이마에 뽀뽀했다.


"지연아...선물 줄게 있어"


"꺅!!!!!!!!!!!!!!뭐..뭐야 내려줘~"


뒤에서 안은 지연이를 바로 들어올려서 자취방 문을 나가 옥상 난간 쪽으로 향했다.
서울의 야경이 한강의 야경이 한눈에 보인다.
가만히 지연이를 안고 야경을 보았다.
한참을 "내려줘"를 연발하던 지연이도 내가 조용히 야경을 바라보고 있자.
내 품에서 살며시 내려와(사실 무거워서 살며시 내려준거다..) 같이 나란히 서서 야경을 바라보았다.


"지연아..."


은근한 목소리로 지연이를 부르자 지연이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자 선물"


왼손바닥에 움켜쥐고 있던 준비해 논 목걸이를 샤라락 펼쳐 보여주었다.


"마음 같아선 저 야경을 주고 싶었는데..저건 100만불 짜리라 못 주겠고 대신 이거 줄게"
"쳇...원래 엄청 멋있는 이벤트로 보여 줄려고 했는데, 지연이 주말에 공부해야 한다니까 어쩔 수 없이 지금 주는 거야"


지연이는 말이 없다. 어두워서 얼굴색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에 들었다는 건 확실하다.
살포시 안겨왔으니깐..


"자 뒤로 돌아봐 내가 걸어 줄게."


미적미적 주춤주춤 살포시 뒤로 돌아선 지연이..
긴 머리를 살며시 쓸어서 앞으로 넘겼다.


지연이의 긴 목이..드러난다. 하아..
지연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서..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으면...불편해서, 여자가 팔을 들어주지 않는 한 아주 불편해서 가까이 다가갈 수 밖에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목걸이의 목적은 스킨쉽이다. 감동은 2번째....


지연이 등에 가슴을 딱 붙여 안은 채로 목에 고리를 채웠다.
목걸이가 걸어진 목이..참 예쁘다.
살포시 입술을 목에 가져다 대었다. 사르르~ 솜털이 살짝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살며시 입술을 떼고 다시 한번 더...이번엔 입술을 두텁게 해서 목에 가져다 대었다.
움찔...하는게 느껴진다. 입술을 붙인 채 강하게 팔에 힘을 주어 지연이 몸과 내 몸을 일치시켰다.


아...젠장 똘똘이 이병이 일어난다. 엉덩이를 떼었다.
아 진짜 좀 이런 로맨틱한 분위기 만들 때 이색기좀 어케 확......젠장
엉덩이를 살짝 뗀 채로 엉거주춤하게 지연이를 뒤에서 안은 채로 다시 목에 키스를 했다.


혀는 안 썼다. 변태로 몰리긴 싫다. 아직은 로맨틱 가이로 남아야지~
목에 여러 차례 진하게 키스한 입술을 지연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6시 천사 아가씨..나한테 와줘서 고마워요~"


"치......"


대답은 "치~"인데 등은 내 쪽으로 더 기운다. 이런 기분 또 오랜만이다.
"사랑"
사랑이 커져가는 기분, 내 품 안의 천사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
행복하다. 차가운 무채색 환락의 도시가 따뜻함으로 가득 찬다.


"야경 참 이쁘다. 그렇지?"


지연이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인 채로 내 품에 안겨서, 나는 지연이를 품에 안은 채
한참을 그렇게 서울의 그 소란스럽고 요란하고 화려한 환락의 도시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계속 바라 보았다.


지연이의 심장소리가 내 심장소리와 같아져 간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거 어울려?"


살며시 품에서 빠져나간 지연이가 살짝 몸을 꼬으며 나를 바라보면서 수줍은 듯 물어보았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이의 미소가 환하게 번진다. 어두운 도시의 밤.
야경을 배경으로 옥탑방 현관 문에서 비추어지는 형광등을 조명으로
지연이와 내가 만드는 독립영화 [편의점 남의 로맨스] 옥탑방 씬이 멋지게 끝났다. 
그것은 100만불 짜리 야경보다 더 멋있었다.


 


금요일 밤..아니 토요일 새벽


지연이는 낮에 HS쇼핑몰 인턴을 하고 돌아와서 바로 도서관에 가서 11시까지 공부하는 강철 체력을 자랑하며 집에 가자마자 씻고 굿나잇 전화통화를 하는 도중에 꿈나라로 가버렸다.


새벽 3시가 훌쩍 넘은 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이곳에, 이 익숙한 거리에 서있다. 그냥 언제나 새벽에 깨어있다가 보니 이 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이 좀 익숙치가 않아서 나왔을 뿐이다. 한여름 무더위의 옥탑방의 찜통 더위도 한몫을 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술에 취하고, 많은 사람들이 흥분에 젖어있다.
그런데 그 흥분의 물결에서 나는 슬그머니 빠져 있었다. 그냥 관람객 같았다.
조금이라도 흥을 내보기 위해서 근처 편의점에서 산 맥주 3병도 전혀 나를 흥분의 물결로 빠트려 주지 않았다.
클럽 5군데의 입구만 살펴보다 들어가기를 주저하고는 이내 그냥 사람이 제일 많이 지나다니는 삼거리 포차 건너편 건물 계단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만 쳐다보고 있었다.
flo-rida 씨디와 함께 클럽에 대한 흥미가 날아가 버렸다.


등줄기에 흐르는 땀의 감촉, 신나게 춤을 추었다는 만족감,
말캉말캉 보들보들한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흐느적거리는 몸짓
그런 것들이 그 거대한 유혹이....왠지 저 멀리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마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게 뭐꼬? 그게 우리랑 뭔 상관인데 하면서 펀드가 얼마나 올랐나 확인하려고 즐겨 찾기로 과거에셋 홈피를 클릭하던 그때와 같은 느낌.


문득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 보았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지냈는데 얼굴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고 해 봤자. 죽순이, 죽돌이들 밖에 더 있겠나..
만약 진짜로 마주쳤다면 기분이 엿 같아졌을 것이다. 특히 마녀를 만난다면 정말 엿같을 것이다.
마치 순식간에 잡동사니 산에 파묻혀버린 flo-rida의 기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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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밤...정말 엿같네....제일 마주치기 싫은 인물을 딱 마주쳤다.
아.....저년 양반 되긴 딱 글러먹었다. 호랭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딱 마주쳤다.
뭐 더 구경할 것도 없고 해서 이제는 가야지 하고 NV옆 포차 3거리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건널목 맞은편에
내가 제일 만나고 싶지 않은 12시 마녀가 비틀거리며 서있었다.
어이쿠...비틀비틀 욱욱 하는 폼이 심상치가 않다. 허이구 많이도 쳐 드셨구만..


어이쿠 근데 오늘은 무슨 옷이 아주 그냥 허벌나는 군..
진짜 나름 클럽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저 정도 야한 차림은 허....거참...진짜 민망할 정도구만..
가슴이 뭐 그냥 훤히 보이게 생긴 그런 옷이었다.
까만 천 쪼가리 2개가 x자로 명치 어림을 지나는 그래서 배꼽과 옆구리 가 훤히 보이고 가슴 골도 뭐 훤하고..아마 클럽에서 비비기 자세에 들어가면 꼭지도 다 보일듯한 그런 초 난감한 옷차림에 초미니 검은색 부케다발 같은 플레어 스커트밑으로 다리 라인 다 드러나는 진짜 초난감 섹시..아니 남사스러운 옷차림.
아오...내가 혹시나 결혼해서 딸 낳을 까봐 걱정이다.
아니지 나라면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렸을 테니 걱정은 안 된다.


아 시밤 무엇보다도 저 쥐 잡아 먹은듯한 립스틱은 뭐고, 10년 동안 동굴에 있었던 듯한 다크서클 눈두덩이 주변은 왜 저렇게 거무팅팅하게 칠하는 것이야...아주 그냥 화장도 두껍게도 떡칠하셨네 뭐 원판을 확인 할 수가 없구만...확 그냥 강제로 물을 끼얹어서 씻겨버리고 싶네..


머리는 무슨 귀신 마냥 산발을 해가지고서는


그리고 무슨 액세서리는 그리 주렁주렁 매달았는지..귀 안 떨어지니? 버스 손잡이 크기만한 고리 달고 멀쩡히 매달려 있는 니 귀가 장하다. 장해..


아이고 또 저 목걸이는 몇 개를 걸고 다니는 겨..팔찌는 무슨 니가 아프리카 인디안 추장 딸이냐?? 아주 그냥 형형색색 찬란한 걸로 주렁주렁...뭐야 반지는 저거 몇 개를 끼고 다니는 겨 한 손에 무슨 반지를 3개씩 끼냐? 무슨 너클 대신이냐?


하이고 발찌? 내참 팔찌는 이해가 가도 발찌는 뭐야? 족쇄를 차라 족쇄! 그래서 방에 묶어 놓고 나오지를 마!


어이쿠 저 신발은 저 하이힐은 뭐지? 그걸로 걷지는 않았을 테고. 공중부양 하셨어요? 그러셨어요? 한 15cm는 둥둥 떠다니셨어요? 득도한 고승이셨어요? 아님 초능력자셨어요? 에휴~


아 기분 완전 잡쳐 버렸다. 에이 씨...그냥 다른 신호등으로 가버릴까? 하고 고민하는 순간 파란 불이 켜졌다.
비틀비틀 휘청휘청 마녀도 걸어 온다. 갈지자(之)걸음.. 이리 비틀 저리 비틀...불안불안하다.
쳇~ 신호등 기다린 게 아까워서 그냥 건너가기로 마음 먹고 신호등을 반쯤 건너서
슬쩍 마녀를 지나쳐 걸어 갈려는데, 내 바로 1m 앞에서 마녀가 푹 허물어지듯 쓰러져 버린다.


엑!!


쓰러진 마녀와 나에게로 주위의 시선이 확 모인다. 아니 내가 왜!!!!!
하~~시밤 마녀는 딱 내 발치 아래에 쓰러져버려 있었다. 아 젠장 아놔~~~
하~~젠장 엉거주춤하게 마녀에게 다가가 흔들어 보았다.


"저기..일어나....어이..."


그야말로 죽은 듯 미동도 안 하는 마녀를 보면서 그냥 지나쳐 갈 걸하고 후회해 봤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신호등은 어느새 빨간 불, 빵빵거리는 택시들, 쳐다보는 사람들.


아흑 시밤*100 을 연발하며 마녀를 들쳐 업고 건널목을 뛰어서 건넜다.
신호등 옆에 마녀를 내려 앉혀 놓고 본격적으로 깨우기 시작했다 라기 보단 화풀이를 했다.
가볍게 뺨 싸대기를 날리며, 감정이 들어가서 좀 쎄게 날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가볍게(?) 불꽃 싸다구를 날리면서 마녀를 깨웠다.


"짝짝 일어나 어이~ 짝짝! 어이 마녀 일어나 짝!짝!"


하아...답이 없다. 큰일이다. 아~ 짜증난다. 어쩌다 이 마녀랑 이리 꼬이는지 모르겠다.
그냥 버려놓고 가버릴까? 하고는 신호등 기둥에 기대어 앉혀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니 솔직히 그냥 버리고 갈려고 했는데..주변의 시선이 힐끗힐끗 쳐다보고 지나가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어쩌지를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냥 버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시밤 내가 그 동안 받은 핍박과 조롱!은 풀어야 할 것이 아닌가!
"시발 내가 고자 아니라는 걸 보여주마 이 죽순이 12시 마녀야."
그래...오늘로 클럽과 안녕! 굿바이 클럽 기념으로 12시 마녀가 하늘에서 툭 하니 떨어지는구나
역시 착한 사람은 복을 받기 마련이군! 감사감사!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들쳐 업고 가는데..처음엔 자취방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말 너무너무너무 무거웠다. 축~ 늘어진 여자 몸무게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젠장젠장 제길 돈 들어 가겠네" 연발하며 근처 모텔을 향했다.



으흐흐흐흐흐


시밤 12시 마녀야
그 동안 너에게 받았던 핍박과 조롱을 오늘 제대로 풀어주마.
시발 나 고자라고 놀렸지? 내가 아주 예전에 돌쇠라고 불렸던 놈이야
함 오늘 죽어봐 아주 그냥 홍콩 가자
모텔 입구에 들어서서 계산을 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엘레베이터 층수 가 올라갈 수록 나의 흥분도 올라갔다.


으흐흐흐흐흐


띵~ 엘레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마치 전자렌지 다 돌아갔을 때 나는 전자음 같다.
"맛있게 익었으니 잘 드세요~~~"뭐 그런 소리..끌끌끌
12시 마녀를 따먹을 시간이다.


 


흥분돼서


 



정말


 


미치겠다.



ps-하루 한편씩 꼭 완결 짖겠습니다. 아마 9편이면 끝날것 같습니다. 그러니..제발..예측 스포일러성 리플 달지 말아주세요..제발...만약에 달면 진짜 진짜 변태 케릭으로 출연시킬겁니다. 아!!! 물론 여자분이시면 스포일러가 아니라  내용 다 밝히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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