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그네 <7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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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회전그네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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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독서실에 나타난 뉴페이스.


은하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준후를 바라보았다.준후는 손짓으로 은하에게 누워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계속해서 자신을 향해있는 준후의 핸드폰 렌즈.은하는 이유는 알수 없지만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채 누웠다.

“흑…”

준후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툭툭 건드렸다.다리를 한껏 오므리고 있으니 벌리라는 의미인거 같았다.잠시 소극적인 반항을 한 은하는 저도 모르게 조금씩 움츠렸던 하체에 힘을 풀었다.

준후의 휴대폰에서는 그의 앞에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은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히고 있었다.그는 우악스럽게 은하의 꽃잎을 좌우로 벌렸고,그녀의 밑은 너무나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몸매는 정말 완벽하구나.’

준후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여자의 몸은 다 똑같아 보이면서도,전혀 그렇지 않은것이라는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그 예로 정아나 미진,그리고 은하의 몸은 각각 다 달랐기 때문이다.

“흐윽…흥…”

준후의 손이 은하의 젖꼭지를 매만졌고 그녀는 곧 몸을 베베 꼬며 반응을 해왔다.준후자신도 조금씩 흥분으로 손이 떨려옴이 느껴졌지만,그는 악착같이 은하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담아내었다.최대 촬영시간이 끝나면 저장하고 다시 촬영을 하는것을 반복했지만,은하는 더이상 아무런 재재도 하지 못했다.

“즐거웠어?”

은하는 준후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준후의 손가락이 자신의 꽃잎속으로 무자비하게 파고들어 왕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사람을 거지새끼 취급하고,내가 묵묵히 참는 모습을 보는거…즐거웠냐고.”

“흑…흐윽…”

은하는 대답대신 흐느낌섞인 신음만 할 뿐이었다.준후의 말투엔 욕설이라고는 조금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왠지 그 어떤 협박과 욕설보다 공포스러웠다.

지이익.

이윽고 은하의 귓속에 준후가 바지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들려왔고,벌린 두다리는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은하는 긴장때문에 두 손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포.그리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야릇한 기분.

‘잠깐…아니지…’

문득 그녀의 몸에 진입하려던 준후는 생각을 바로잡았다.자신도 은하의 자극적인 모습에 흥분한것은 사실이지만,지금 저질러서는 안되었다.

‘안될말이지.내가 당한건 몇년인데…그걸 한방에 끝낼수는 없지.’

물론,오늘 은하와 몸을 섞는다 하더라도,자신이 계속해서 우위를 점하는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아니,몸을 섞었기 때문에 오히려 은하는 이제부터 준후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약자로 변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다 보여줘서는 안되었다.은하는 조금이라도 더 갈등하고,조금이라도 더 고통받아야만 했다.그것이 지난 몇년간 준후가 이 집에서 겪었던 설움아닌 설움을 만회하는 길이기도 하다.

“일어나.”

자신의 아랫도리로 지긋한 통증이 전해질줄만 알았던 은하는 영문도 모르고 일어났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준후의 바지가 내려가 있었고,보기에도 거대한 그의 불기둥이 까딱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분좋게 해봐”

여전히 그는 휴대폰을 든 채로 자신에게 명령조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은하는 훤히 드러난 알몸을 가릴 생각도 하지 못한채 준후와 준후의 하반신을 번갈아 가며 바라볼 뿐이었다.

“그딴 순진한 표정 짓지마.모르겠으면 니 컴퓨터에 있는 동영상 틀어서 보여줘?”

“으읍!”

은하는 깜짝놀라 숨을 집어삼켰다.준후의 손이 자신의 뒷통수를 잡고 발기가된 물건쪽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순식간에 은하의 입속에는 뜨겁게 달아오른 준후의 자지가 가득차게 되었다.

“계속해봐.동영상에서 처럼.”

은하는 조금씩 흐느끼며,저도모르게 고개를 앞뒤로 움직였다.눈을 질끈 감았지만,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조금더 잘할수 없어?이왕하는거 열심히 해봐.그저 대충 시간만 때워야지 하는 그런 거지근성은 집어치우고.니가 제일 싫어하는게 거지근성 아니었어?”

준후의 말 한마디한마디가 은하의 가슴을 후벼팠다.간혹가다 자신의 뒷통수를 잡고 흔들기도 했다.은하는 체념한듯,조금씩 혀를 굴리며 준후의 자지를 핥아가기 시작했다.

‘밝히는 여자라…오히려 쉬운건가.’

준후는 속으로 웃기다는 생각을 했다.지금 은하와 이런 행위를 하는것,상상이나 해봤겠는가.그리고 혹여나 한다고 한들, 까칠하기 그지 없는 은하가 남자에게 이런 서비스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준후는 은하를 완벽하게 제압했고,은하는 이제 자발적으로 열심히 준후의 물건을 빨고 있었다.

쪽..쪽..쪽…

준후의 핸드폰 화면위로,시뻘겋게 달아오른 자신의 자지가 은하의 반짝거리는 입술사이로 왕복하는 장면이 끊임없이 촬영되었다.은하는 이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다. 아니,오히려 즐기는듯한 모습이었다.

준후의 팔이 살짝 떨린다.은하가 혀를 낼름거리며 마치 매춘부처럼 자신의 자지를 빨고 있었다.미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했다.원체 준후와 몸을 섞은 정아나 미진 둘다 경험이 많을거 같은 여자들이긴 하지만,은하역시 그녀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스킬을 갖고 있었다.

은하가 후르릅거리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자극적이었다.그녀의 오피스텔 방안은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는 듯한 착각마져 들었다.

준후는 열심히 자신을 애무하는 은하의 머리칼을 쓸어올려 잡아주었다.은하는 목구멍 깊이 넣기도 하고,귀두만 입술로 쪽쪽 빨기도 하면서 준후의 시각을 자극했다.

“니거 만지면서 해봐.”

이제는 더이상 협박이나 무서운 어조가 필요없었다.준후의 말이 떨어지자 은하는 자연스레 한손을 꿇어앉은 무릎사이에 집어넣고는 자신의 꽃잎을 문지르기 시작했다.아까보다 훨씬 음탕하고,그녀가 보기에 민망한 그림이 연출되자 준후는 만족한듯 그녀의 머리칼을 더욱 움켜쥐었다.

자신 스스로 인정하긴 싫었지만,준후는 그 어느때보다 흥분이 되었다.그 콧대높은 강은하가 ,그것도 사과같이 뽀얀 피부와 완벽한 몸매,거기에 섹시하게 생긴 얼굴을 가진 그녀가 열심히 자신의 자지를 빠는 모습은 충격보다는 쾌감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으으..쌀것같다.”

준후는 거침없이 은하에게 말했고,은하는 본능적으로 고개짓을 천천히 하기 시작했다.은하의 입술이 준후의 귀두를 지나 불기둥의 반정도를 덮었을때,준후의 몸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눈감아.”

준후는 사정이 시작되자 허리를 살짝 뒤로 빼었고,그 바람에 은하는 대응할 시간조차 없이 얼굴에 뜨끈한 정액을 맞아야만 했다.준후가 많이 흥분이 된건 사실인지,그녀의 머리카락과 이마,그리고 콧잔등까지 준후의 정액들이 흘러내렸다.

“하아…하아…”

준후의 휴대폰렌즈는 마지막 그 순간의 가장 자극적인 모습까지도 담고 말았다.은하는 자신의 얼굴 가득히 흐르는 정액때문에 눈도 뜨지 못하고 손으로만 더듬거리며 티슈를 찾았다.

“다음주.”

준후의 입술이 떨어지자,은하의 몸이 움찔했다.휴지로 얼굴을 닦는 그녀의 눈망울에서,준후는 그녀의 눈이 심하게 떨리며 반짝거린다는 사실을 캐치할수 있었다.

“다음주 주말에 집으로 와.무슨 약속이 있더라도 취소해.그렇지 않으면 더욱더 곤란해질 테니까..”

은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이윽고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해.’

준후는 그녀가 서럽게 흐느끼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조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그에게는 정말로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준후는 아까 말은 했지만,자신의 이메일에 있는 그녀의 동영상을 지워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무너뜨릴 생각이었다.집안의 도도한 장녀,그리고 아버지 강회장의 후광을 업고 늘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가면을 준후는 천천히 부숴버릴 작정이었다.

“그럼 다음주에 보자.기대하고 있을테니까.”

준후는 조용히 자켓을 걸치고는 현관문을 나섰다.띠이 하는 전자음과 함께 문이 잠긴다. 어느덧 완벽하게 어두워져 버린 창밖의 하늘.호화로운 자신의 오피스텔에 벌거벗은채로, 은하는 그렇게 한참이나 흐느끼고 있었다.






“야야 강준후!너 요새 왜이렇게 연습실에 안오냐?”

준후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정현은 준후가 교문에 나타나자 얼른 말을 걸었다.정현을 본 준후는 살짝 한쪽귀에서 이어폰을 빼었다.

“아…왠일이야?”

“왠일이야?라니…..너 왜이렇게 연습실에 안나와 임마.여자애들이 너 찾고 난리도 아닌데 .”

“아…한동안 못나갈거 같아.”

“뭣이?”

정현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준후를 바라보았다.준후는 살짝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공부를 해야해서 말야.”

“공부우?”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는듯 정현은 과도한 리액션을 취해보인다.준후의 이마에 손을 데보기도 했고,머리를 좌우로 갸웃거리기도 했다.

“무슨 뻘소리야…공부라니?”

“아…좀 그렇게 됐어.”

사실 준후는 강회장과 있었던 모종의 거래에 대해 정현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무슨소리야 임마!공부라니!니 속에 끓고있는 음악의 열정은 어디간거냐?지금도 이어폰 귀에 꼽고 음악을 느끼는 주제에!”

“이거 영어 듣기평간데..”

“…”

정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준후를 바라보기만 했다.그들의 밴드에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수 있는 준후는 거의 필수에 가까운 존재였다. 평소에는 늘 공부와 거리가 멀어보였던 준후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공부라니 정현은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

“일단 그렇게 됐어.대학갈때까지만 좀 봐줘.”

“야야야.내가 비록 가방끈은 짧지만,수능이 한달정도 남은 것 정도는 나도 알거든?한달내내 해봐야 못가는 놈은 못가 임마!”

“그건 해봐야 아는거지.여튼 난 바빠서 간다.”

“어이!야!강준후!”

정현은 다시금 이어폰을 꼽고 발걸음을 옮기는 준후를 보며 기가막힌 표정을 짓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에이 뭐….저자식 저러다가 말겠지..’



준후는 이어폰에서 연신 흘러나오는 영어발음에 귀를 기울였다.워낙 공부에 손을 놓고 있긴 했지만,그가 평소에 수업을 아예 듣지 않은것은 아니었다.다만 강회장의 유망주,기대주로써 원치 않은 숨막히는 삶이 되는것이 싫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마음먹고 공부하려고 한다면,그것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강회장이 원하는 정도만 충족시켜 준다면,더이상 이 집안에서 갑갑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것이다.

빠앙…빠앙!

요란하게 울리는 클락션소리.준후는 슬쩍 고개를 틀어 옆을 바라보았다.검은색 바디의 세단이 서행을 하며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짙게 된 선팅,운전석이 열리며 간만에 보는 얼굴이 준후에게 보였다.

“기주…”

“어이 고삐리!집까지 태워다 줄게.”

준후는 피식 웃으며 이어폰을 뽑고는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기주의 차답게 알싸한 가죽시트 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여 있었다.

“짜식이 건방지게 내가 운전하는데 뒤에 타고있어..”

“무슨일이야?이렇게 간만에…”

“그냥.시간나면 자주 온다고 했잖아. 아까 저 뒤에서 너한테 말건 양아치는 뭐야?귀찮게 하는 아이야?손봐주리?”

“아냐.그냥 아는 사람이야.”

“그럼됐고.”

기주는 전보다 조금 더 밝아진 모습이었다.혹여나 또 이상한곳에 끌고라려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 준후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기주를 바라보았다.

“또 이상한곳에 데려가려는거 아니냐?”

“야..날 뭘로 보고.내가 또 널 도박판에 끌어 들일거 같아?그땐 잠시 니가 우울해 보여서 데려왔을 뿐이야.”

“그럼 오늘은 왜 온건데?”

“혹여나 또 우울해 하면 어쩌나 해서.”

준후는 피식 웃었다.기주다운 발언이었다.그냥 얼굴보고싶어서 왔다고 하면 될것을,늘 그는 저런식으로 장난스럽게 말하곤 했다.

“정아가 전화한번 달라던데?”

“아아.”

기주의 말에 준후는 관심없다는 듯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정아?그녀가 관심사일리 만무했다.물론 공부에 전념하느라 그런것도 있지만,굳이 그녀를 만나러 갈 필요가 전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요새는 어떠냐?공부좀 하고있어?”

“니가 학부모야?왜 만날때마다 공부 타령이냐?”

“니가 할줄아는게 그런거 밖에 없잖냐.”

“어 하고있지.현실과 타협했다고 해야하나.”

“타협?”

“그래.나도 양보란 걸 해야 한다는걸 알았거든.”

준후를 비추는 룸밀러를 바라보며,기주는 피식 하고 웃어보였다.

“내가 보기엔 타협이나 양보가 아니라,본격적으로 니 영역을 구축하려는 작업으로 보이는데?”

준후는 기주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어찌보면 그의 말이 옳은 것일지도 몰랐으니까,은연중에 그의 말을 인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준후를 태운 기주의 차는 서서히 준후의 동네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잠시의 정적끝에 기주는 천천히 차를 세우며 입을 열었다.

“뭐…니 영역을 구축하는 방법에는 공부말고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

“무슨뜻이냐?뜬금없이…”

“넌 아직 어려서 이해를 못할거야.”

“이봐.너랑 나랑 한살차이야.”

“곧 지나면 알게 될거다.넌 똑똑한 놈이니까.”

준후는 뚱한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차문을 열었다. 순간 준후의 눈에 장을 봐서 들어가는 미진의 모습이 보였다.

“나 들어가야겠다.저기 우리 가정부 아주머니 들어가거든. 열쇠꺼내기 귀찮으니까 같이 갈란다.”

“그래.들어가라.”

문을 닫고 뛰어가는 준후의 뒷모습을 보던 기주의 시선이 미진을 향했다.그는 담배를 한대 피워물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가정부 아줌마…라고 하기엔 젊은데?”

멀리서 준후가 불렀는지,준후쪽을 바라보며 환히 웃는 미진의 모습이 보였다.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기주의 눈망울이 커졌다.그는 황급히 입에 문 담배를 손가락에 끼며 그녀를 더욱 자세히 보기위해 미간을 찌푸렸다.

‘틀림없어…’

준후가 미진의 손에들려있는 비닐봉지 하나를 빼앗듯 들고 들어갔고,그녀를 뒤따라가는 미진,기주는 그 둘이 사라질때까지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기주는 착잡한 표정으로 담배를 한모금 빨았다.그의 머릿속에서의 시간은 한없이 과거로 흐르고 있었다.

"후우....도대체 알수가 없군."

기주는 담배를 문채로,높은 담장으로 둘러쌓인 준후의 집을 바라보았다.

‘저여자가….왜 준후의 근처에…’







“응?또 나가는 거야?”

“아..응.집안에서는 공부가 안돼서.”

저녁을 먹자마자 부리나케 가방을 챙기는 준후를 보며 은채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하려고 그래?”

그녀의 맑은 눈망울이 준후를 향한다.얼마전에 보았던 은하랑은 정말 천지 차이로 느껴질 정도로 전혀 다른,화장기 없는 얼굴이지만 너무나 청순해 보이는 그녀.

“저쪽에 독서실이 있어.”

은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신발을 신는 준후를 바라보았다.저번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은채는 확신할순 없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오늘은 준후가 그때처럼 독서실을 빙자하고 놀러가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녀올게.그리고 부탁인데 늦어도 기다리지좀 마.”

자신에게 핀잔을 주듯 말하고 가는 준후를 보며 은채는 괜시리 빙긋 웃어주었다.아무래도,강회장의 말이 준후를 공부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그녀는 뒷정리를 하고 있는 미진을 돕기위해 주방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역시 공부는 환경이 받쳐주는 곳에서 해야지.’

준후는 사실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집중해서 공부를 하긴 하겠지만,결국 밤이 깊어지면 미진의 침실을 기웃거릴것이라는 것을.그리고 미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준후의 손길을 받아들이고,또 준후와 미진은 한바탕 질펀한 육체의 향연을 벌일것이 자명한 것이다.

‘뭐…그게 꼭 나쁜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집에 있으면 그것외에도 집중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워낙 잘사는 동네인지라 독서실은 흔치 않았지만,준후는 20여분 정도 걸어서 동네안에 있는 독서실을 발견할수 있었다.제법 깔끔하게 된 곳이었다.

“후..야야.불꺼졌다.라이타 줘봐.”

“아 씨바…존나게 춥네..”

독서실 뒷쪽에 있는 자그마한 공간에서 준후또래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연신 욕설을 퍼부으며 딱 보기에도 불량스러운 포스를 내뿜는 그들.준후는 그들을 힐끔 바라본후 신경조차 쓰지 않고 후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야 거기 너.”

준후는 그들중 하나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살짝 고개를 돌렸다.

“뭘 꼬라보냐?”

준후는 어처구니가 없어 뭐라고 하려다,이내 그만두었다.비록 자신도 같은 고교생이었지만 그들과 똑같은 부류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준후의 눈에 그들은 그저 무서운 10대 가 아닌 한심한 궁상일 뿐이었다.

준후는 당당하게 그들을 무시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곧이어 자신을 향해 욕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놔..저새끼 내말 씹은거냐?”

“야야야.,참아.오늘은 저런애 까는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잖냐.”

뒷문을 닫고 신발을 벗으려던 준후는 출입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살짝 귀를 기울였다.준후를 불렀던 녀석이 화를내자,옆에 있는 아이가 뭐라고 하는지 내심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아 맞다.그랬지.오늘 성은영 오는날이잖아.”

“아 그년 존나 따먹고싶어.다리 잘빠진거 봤냐?”

“내가 그년 진짜 완벽하게 약점잡은거 알지?오늘 그거 들이대면 아마 한번 줄지도 몰라.”

지들끼리 킥킥 거리는 소리에 준후는 피식웃어버렸다.역시 또래의 껄렁한 녀석들다운 시덥잖은 대화였다.

‘약점을 잡았다고?’

왠지 은하의 약점을 잡아 그녀를 몰아 붙였던 며칠전의 자신이 생각나서는 준후는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그렇다니까.오늘 독서실 오기로 했으니까 이따 봐봐라.”

녀석들은 기대가 된다는듯 킥킥 거리며 웃었다.그들의 대화 내용의 일부만 들은 것일 뿐이었지만,준후는 왠지 자신이 은하에게 했던 짓과 비슷한 것을 저 아이들이 하려고 작당을 꾸민다는것을 알아챘다.

‘왠지 저런 자식들이 그렇게 한다니까 조금 뒤가 구리긴 한데.’

아무렴 어떻겠는가.준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무엇보다 본인역시 은하의 약점을 잡아서 그녀의 치부를 들어내지 않았는가.어찌보면 자신은 뭐라고 할 입장이 못되는것일지도 모른다.

“새로 등록하는 거에요?”

어느새 독서실 총무가 나와 이것저것을 물어보았고,준후는 말없이 카드에 자신의 신상을 기록했다.독서실 입실카드를 만들어 주려던 총무는 곧이어 난감한 표정으로 준후에게 묻는다.

“저기 학생.오늘부터 공부할건가요?”

“네.그럴건데요.”

“어쩌죠?지금 여학생들쪽 자리 뿐인데.”

“남녀 나뉘어져 있어요?”

“아니 꼭 그런건 아니에요.근데 가능하면 조금 따로 분류하려고 하는거죠.그쪽자리에도 남학생들 꽤 있어요.다만 학생이 좀 불편할까봐 그러죠.”

“전 상관없어요.”

준후는 심드렁하게 말했고,총무는 그럼 남자쪽 자리가 빌때까지만 그 자리를 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준후는 어차피 공부를 하는것인지라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기에 총무는 곧 ‘강준후’라고 씌여있는 입실카드를 내밀었다.

“음식물반입,휴대폰 사용 자제해주시구요.자리는 방앞에 있는 그림 참고하세요.”

준후는 고개를 끄덕거려 보이고는 복도를 지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나름 지은지 얼마 안된것인지,깔끔한 구조였다.방은 두개로 나뉘어져 있었고,총무가 말한대로 마치 영화관처럼 좌석표가 문짝에 붙어 있었다.

‘흠…진짜 여자애들이 많긴 한가보군.’

원래 자신의 또래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쾌쾌한 남자냄새가 나기 마련인데,준후는 화장품냄새가 섞인 풋풋한 내음이 나자 속으로 중얼거렸다.대부분 코너마다 커튼이 쳐져 있었고,커튼을 열어놓고 공부를 하던 몇몇 여학생들이 준후를 바라보았지만,아예 금남구역으로 나눠진 곳이 아닌지라 이윽고 다시금 자신의 책상을 보며 공부에 열중했다.

준후의 자리는 한쪽 코너였고,코너쪽에는 모두 두개의 자리가 있었다.왠지 구석진 곳이라 더욱 공부에 몰두할수 있을거 같기도 해서,준후는 자신의 자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준후는 일체의 잡생각없이,앉자마자 책을 꺼내들고 정독하기 시작했다.불필요한 체크없이,중요한 부분은 따로 필기를 하거나 하면서 그는 책속의 내용을 머릿속에 넣기를 열중하고 있었다.

스르륵.

문득 자신이 있는 코너의 커튼이 쳐지는 소리에 준후는 살짝 짜증섞인 표정으로 옆을 바라보았다.

“어머…”

커튼을 친 사람은 여학생이었다.막 왔을때는 비어있던,준후의 옆자리인 모양이었다. 교복위로 조금은 추운지 빨간 코트를 걸친 모습이었다.약간은 통통해 보이는 볼살.하얀피부가 인상적인 여학생은 잠시 준후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준후는 이내 신경을 끈다는 듯이 책쪽으로 고개를 돌렸고,그 여학생역시 쭈뼛거리며 책상에 앉았다.

‘정말 산만한 아이로군.’

준후와는 상반되게,그녀는 앉자마자 부시럭 부시럭거리기도 하고, 휴대폰의 패드를 누르며 누구에게 메세지를 보내기도 한다.준후는 살짝 짜증이 난 얼굴로 옆을 바라보았다.

독서실책상의 스탠드불빛 밑으로,무언가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나름 똘망똘망한 눈망울.화장을 한거같지 않은데 긴속눈썹이 눈에 띄었다.그리고 의자 쪽으로는 그녀의 하얀 다리가 보였다.

‘은수랑 비슷하네.산만한 성격까지.’

귀엽게 생긴외모가 은수랑 비슷했다.그녀와 다른점이 있다면,머리가 꽤 긴편인 은수에 비해서 저여학생은 머리가 어깨 부근정도만오는 짧은 편이었다.

다시 그녀에게 잠시 집중된 신경을 교과서로 돌리려던 준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왜저러지?’

그녀는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었다.무언가를 바라보고 있긴 한데,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간간히 손톱을 물어뜯기도 하는거 보니 여간 당황하고 있는게 아닌거 처럼 보였다.

‘아 젠장 저럴거면 좀 나가서 불안해 하지 옆에 있는 사람 공부도 못하게시리.’

준후가 뭐라고 한마디를 하려는 찰나,한참이나 허둥지둥대던 여학생은 휴대폰을 들고 일어나 커튼을 걷고 나가버렸다.

‘커튼은 왜 안닫고 가는거야..’

준후는 속으로 불평을 하며 살짝 자리에서 일어났다.구석진 자리니 심하지는 없겠지만,남들이 지나가면서 힐끔거리는 것은 질색이었으니까.

‘어라?’

문득 커튼을 친 준후의 눈에,그녀의 책상위의 놓인 입실카드가 눈에 들어왔다.그녀의 자리가 커튼과 붙어있으니,어찌보면 그것은 어쩔수 없이 볼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성은영-

‘성은영?’

준후는 방금전에 불량해 보이던 녀석들이 했던 말을 기억해 내었다.

-아 맞다.그랬지.오늘 성은영 오는날이잖아.-

-아 그년 존나 따먹고싶어.다리 잘빠진거 봤냐?-

-내가 그년 진짜 완벽하게 약점잡은거 알지?오늘 그거 들이대면 아마 한번 줄지도 몰라.-


거기까지 생각한 준후는 잠시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무시하고 공부를 할까?아니면 따라나가야 하나 하는 모종의 갈등이었다.

문득 아주 잠시지만,귀여운 은영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가며,아까 잠시 보았던 그녀의 고교생 답지 않은 하얗고 잘뻗은 다리가 생각이 났다.

‘에이..씨.공부좀 하려했더만.’

뭔가 귀찮은 일이 생길것 같지만,이유는 알수 없었다.준후는 저도 모르게 무럭무럭 올라오는 호기심과 걱정에, 커튼을 열고 독서실 출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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