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 40
<69. 처녀 태풍>
부드럽고 흰 피부, 삼베 끈에 묶인 채 풍만한 유방이 물결치고 있는 육감적인
미녀, 지금 화면에 비쳐지고 있는 저 미녀는 시즈코 부인이었다.
방안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묶여 있는 미사에는 쥰코에게 턱을 들린 채, 핏기
가신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화면 속의 선정적인 장면을 보고는
깜짝 놀라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는 미사에를 쥰코가 준엄하게 질타했다.
"너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 시사회를 열었는데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란 말이야."
쥰코는 미사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어깨까지 떨릴 정도로 흔들었다.
삼베 천에 친친 감겨 있는 눈부신 나신을 스테타로의 털북숭이의 두 손으로
뒤에서 안긴 채 두 다리를 뻗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잔뜩 찌푸린 애처로운
표정이 클로즈업되었다.
스테타로는 시즈코 부인의 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새하얀 목덜미에
뜨거운 키스를 퍼붓고 양손으로는 쉴새없이 터질 듯한 가슴을 거칠게 애무하고
있었다.
목덜미에서 귀밑으로 이어지는 스테타로의 뜨거운 숨결에 시즈코 부인은
참을 수 없는 듯 상체를 스테타로의 가슴에 기대고 얼굴을 돌려 자신의 입술을
남자의 입술에 대었다. 눈을 꼭 감은 채 스테타로의 입술을 자신의 부드러운
혀로 휘감는 시즈코 부인의 표정이 다시 한번 클로즈업 되자 미사에는 전신을
부르르 떨며 차마 화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외면했다.
"이번에도 눈을 돌리면, 그냥 두지 않겠어."
아키미의 손이 몸에 닿자, 미사에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몸을 흔들었다.
"네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싫다면, 똑바로 영화를 봐."
아케미가 또다시 배꼽을 손가락으로 퉁기자, 미사에는 속눈썹이 긴 깊은
호수 같은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화면으로 향했다.
스테타로가 부인의 눈부신 나신을 번쩍 들어 침구 위에 눕혀놓고는, 부인의
양다리 사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화면이 나오자 미사에의 심장은 거칠게
고동치면서 얼굴은 석고상처럼 굳어갔다. 남자의 튼튼한 두 손이 부인의 허벅지를
꼭 누르자 여자의 옹달샘에서는 신비의 샘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남자의 혀끝이 목이 마른 듯 옹달샘을 향해 서서히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몸을 떨며 열락의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얼굴이 크게 비쳤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에 입은 반쯤 벌린 채 무언가 고통스런 한숨을 토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화면 속의 시즈코 부인은 자신의 깊숙한 곳으로 쳐들어오는 털북숭이 남자의
입술에 몇 번인가 거부의 몸짓을 하다가는 이내 포기한 듯이 쾌락의 광풍에
휘말리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그 순간 미사에는 숨이 막힐 정도의 충격을 받아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는 자세가 역전되어 시즈코 부인이 부드럽게 간질이듯이 자신의 부드러운
입술로 거대한 남근을 서서히 핥아갔다.
"제발 부탁입니다. 이제 그만, 이제 영화를 정지시켜 주세요."
마사에는 입술을 떨면서 애원했다.
"후후후, 너에게 자극이 지나쳤나보군. 하지만 우리는 대가의 마나님도 조금만
수업을 쌓으면 저렇게 쇼 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오츠카 쥰코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미사에가 묶여 있는 기둥의 뒤로 걸어왔다.
"앗, 뭐― 뭐 하는 거예요?"
미사에는 쥰코의 두 손이 자신의 유방을 움켜쥐자 거세게 반항하며 몸을
뒤틀었다.
"음, 부드러운 젖가슴이군. 넋이 나갈 정도야."
"그만― 그만 하세요."
미사에의 어깨까지 찰랑거리는 풍성한 머리카락이 심하게 요동을 쳤다.
"귀찮게도 구는군. 얌전히 가만있지 못하겠어."
긴코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손을 들어 미사에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다시 화면 속에는 발을 펴고 앉아 있은 스테타로의 무릎 위에 시즈코 부인이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 비쳤다. 마주친 입술 사이로는 부드러운 혀가 쉴새없이
오고 가고 둔부를 방아찧듯이 오르내리며 본격적인 연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스테타로는 등뒤로 묶여 있는 부인의 손목을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세찬 공격을
시작했다.
그 숨이 턱턱 막히는 광경을 강제로 보아야 하는 미사에는 처음에 보였던
노골적인 반발심은 차츰 수그러져 가고 몸과 마음이 차츰 도원경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등뒤에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아직까지
딱딱하게 굳어있는 연 분홍빛 유방을 요리하고 있는 쥰코의 손놀림 때문이었다.
"부탁이에요. 더 이상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미사에는 긴 머리를 흔들면서, 훌쩍훌쩍 울었다.
"울 일이 뭐가 있어? 우리는 아가씨를 기쁘게 해주려고 이러고 있는 거야."
미사에의 상반신은 확실히 곱게 자라온 아가씨같이 아직 채 성숙하지 않은
느낌을 주었으나 하반신은 이미 여인의 체취를 내면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뜨거운 숨결을 귓불에 퍼부으며 조각칼로 다듬은 듯한 무릎에서 위로 위로
서서히 손가락을 더듬어 올라가다가 드디어 처녀림에 도착을 하자 미사에는
갑자기 오한이 오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면서 이를 악무는 것이었다.
그때, 겨우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실내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동시에 긴코와
아케미도 미사에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미사에의 이마에는 축축이 땀이 배어있었다.
계속해서 시즈코 부인이 출연하는 영화를 한 편 더 보자는 긴코의 제안을 쥰코가
말렸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는 것이 좋아. 매일 조금씩 교육을 시키는 편이 더욱
효과적일 거야."
쥰코는 싱글거리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 다시로에게 얼굴을 올리고 부탁했다.
"이제부터 저는 이 여자 애의 훈련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겠어요. 도모코와
나오에 이외에는 이 방 출입을 삼갔으면 좋겠는데요."
다시로는 흔쾌하게 승낙을 했다.
쥰코는 도모코와 나오에만 남기고 모두가 방을 나가자, 입을 삐죽거리면서
미사에 앞으로 다가갔다.
"갑자기 그런 영화를 보여서 미안해. 후후후, 우리 아가씨 많이 놀랐지?"
미사에는 아무런 대꾸 없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붉게 상기된
두 볼에는 가는 눈물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가씨도 곧 지금의 도야마 부인같이 저런 영화에 출연을 해야 해.
각오는 단단히 해두는 것이 좋을 거야."
미사에는 감고 있던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적의가 담긴 시선으로 쥰코를 노려보았으나,
곧 다시 눈을 감고 얼어붙은 표정으로 다시 눈물을 흘렸다.
"오니겐이라는 조교 사의 손으로 너를 넘겨주기 전에, 내가 며칠쯤 이곳에서
너를 훈련시킬 거 야. 도모코와 나오에는 조수로서 나를 도와줄 것이다. 그
동안 이 두 여자는 너의 몸종이었지? 네 속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
충분히 잘해 줄 거야."
쥰코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는, 도모코와 나오에에게 얼굴을 돌렸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나를 도와 이 아가씨의 훈련을 시키게 되었다. 열심히
해주기를 바라겠다."
"알겠습니다."
도모코가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다다미 바닥 위에 떨어져 있는 비닐 앞 가리게를
주워들어,
"자, 아가씨. 이걸 앞에 채워줄게, 소변이 전부 차면 나오에가 갈아줄 거야."
하고 말하고는, 나오에와 함께 미사에에게 다가가 앞 가리개를 채우려고
했다.
그러나 쥰코는 미사에에게 앞 가리개를 채우려고 하는 도모코를 말리며 말했다.
"시즈코의 영화를 보며 긴코 씨가 몸의 이곳 저곳을 애무해 주었더니, 이
아가씨의 몸이 지금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는데. 그런 상태로 동굴에 집어넣으면
조금 불쌍하잖아."
쥰코는 방안 구석에 있는 작은 침대를 가리키며 그 침대를 이곳까지 가지고
오라고 명령했다. 침대 다리에는 금속 바퀴가 달려 있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 아가씨의 교육을 위해 사장님께 특별히 부탁을 해서 들여놓은 거야."
침대의 두 귀퉁이에는 기분 나쁜 철제 링이 달려있었다. 그것이, 제물의
발을 묶어 사람 인자(人)로 고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안 미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 아가씨. 후후후."
쥰코는 미사에의 턱을 쳐들었다.
"그런 영화를 보고 이대로 얌전히 잠만 잘 수는 없겠지. 너무 아깝잖아."
"도대체 어쩌려는 거예요?"
미사에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돌리며, 쥰코를 노려보았다.
"아무리 명문가에서 곱게 자랐다고 해도 여자의 몸이라는 것은 열 아홉 살쯤
되면 무언가 자극을 받았을 때 욕구를 해결해 주어야 하거든."
쥰코의 말에 미사에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졌다. 쥰코는 미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양손이 묶여 있으니 쌓인 욕구를 해결할 수가 없겠지. 그래서 네
옆에 있는 여자들이 네 괴로움을 해결해 줄 거야."
미사에는 계속해서 쥰코에게 애원했다.
"이제 제발 그만해주세요."
증오스런 도모코와 나오에에게 그런 치욕을 당할 바에,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쥰코는,
"이것도 수업의 일종이야. 도모코와 나오에는 오늘부터 너의 주인이야. 두
사람 앞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지금까지 몸종으로 혹사시켜온 것을 사과해야
해. 알겠지?"
이렇게 말하고, 기둥에서 미사에를 풀었다.
"부탁입니다. 제발 그것만은……."
미사에는 이제부터 침대 위로 올려진다는 것을 알고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왜 이래. 자, 빨리 와."
도모코는 미사에를 묶은 줄을 힘껏 잡아당겼고, 나오에는 미사에의 머리채를
움켜쥐며 재촉했다.
세 여자는 미사에를 침대 위로 끌어올려 남아있는 끈으로 상반신을 침대에
고정시켰다.
"그만하세요. 제발― 그것만은 절대로, 절대로…… 놔, 놓으란 말이야."
미사에는 그래도 반항을 멈추지 않았다.
"읍―."
그때, 갑자기 쥰코의 입술이 미사에의 입술을 덮쳤다. 미사에는 돌연한 쥰코의
행동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면서 쥰코의 입술을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쥰코는
양손으로 미사에의 머리를 힘껏 움켜잡고 강인하게 입술을 눌렀다.
"좋아해, 아가씨. 참을 수 없이 좋아해."
쥰코는 미사에의 볼을 양손으로 누르며 숨을 불어넣듯이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미사에의 아름다운 붉은 입술을 꼭 찍어눌렀다. 한은 한대로 많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미사에를 대하는 사랑의 감정도 많았다고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 쥰코는 미사에에게 엉겁결에 키스를 퍼붓고 있는
동안, 그녀를 납치해서 이런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것도, 결국은 이러한
동성애적 사랑에 기인했던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도 격렬한 쥰코의 애무에 미사에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저항할
기력조차 없어져버렸다. 쥰코의 손은 미사에의 덜 성숙된 가슴을 더듬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얼굴을 덮고있는 긴 머리를 쓸어 넘기고 목덜미와 어깨에까지
입술로 더듬어갔다. 쥰코의 애무는 같은 여자이었기에 더욱 교묘하게 여자의
성감대만을 찾아서 집중되었다. 이윽고 쥰코의 지배하에 놓인 미사에의 몸에서
무엇이 빠져나가듯 점점 힘이 빠져갔다.
꿈속이라도 헤매는 듯한 미사에를 마음껏 농락하던 쥰코는 문득 제정신이
돌아와 얼굴을 들고는 미사에의 양다리를 누르고 있던 도모코와 나오에 쪽을
보고 열 적게 웃었다. 쥰코가 눈짓을 하자, 도모코와 나오에는 미사에의 넓적다리에
손을 댔다.
"자, 아가씨. 이제 모든 반항은 소용없어요. 착하지. 쭉 다리를 벌려봐."
쥰코는 미사에의 뜨거운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말했다. 도모코와 나오에가
양쪽에서 다리를 잡아당기자 더 이상 반항할 기력도 없이 미사에의 두 다리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이제 아무것도 부끄러워할 게 없어. 자, 용기를 내서……."
도모코와 나오에는 더욱 힘을 들여서 미사에의 발목을 좌우에 있는 철제
링 쪽으로 끌고 갔다. 침대 위에 사람 인자(人) 모습으로 단단히 고정된 미사에를
내려다 본 세 여자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소리를 죽여 무언가 상의를 했다.
"오니겐 씨에게 넘길 때까지 당분간 이 여자를 이곳에서 레즈비언 수업을
쌓게 할거야."
쥰코가 도모코네들에게 말했다. 불같이 뜨거워진 볼을 살짝 보이면서 굳게
눈을 감고있는 미사에를 황홀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쥰코는 도모코와 나오에에게
눈짓을 하며,
"너희들도 조금 사랑해줘라."
하고 말하고는 핸드백에서 마사지용 소형 진동기를 꺼내 그녀들의 손에 넘겨주었다.
"아가씨, 키스해주겠어?"
하며 도모코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미사에의 두 볼을 꼭 잡으며 말했다.
"토― 도모코. 아― 안 돼."
상대가 도모코인 것을 안 미사에는 덮쳐오는 입술을 피하면서 애원이 담긴
눈길을 보냈다. 몸종이었던 여자들에게 농락을 당한다는 생각에 무너져 내려가던
심신에 반발 감이 다시 생긴 것이다.
도모코는 미사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얼굴을 자기 쪽으로 억지로 돌려서
강제로 미사에의 입술을 덮쳤다. 미사에의 슬픈 신음 소리는 도모코의 입에
막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다만, 세공품처럼 정교하게 조각된 두 다리만이
파닥거릴 뿐이었다.
두 사람의 격정적인 애정 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오에도 정체 모를
도취 감에 휩싸여 미사에의 유방에 볼을 비비며 연 분홍빛 유두를 혀로 감쌌다.
차라리 귀여울 정도로 몸을 떨고 있는 미사에의 피부에, 나오에가 쥰코에게
빌린 진동기를 대자, 미사에는 몹시 당황하면 도모코에게서 입술을 떼었다.
"뭐― 뭐 하는 거야, 나오에? 시― 싫어."
진동기는 미사에의 가련한 유두에서 명치를 거쳐 배꼽까지 오르락내리락
했다.
"이것도 다, 네 몸을 성장시키기 위한 훈련 중의 하나야."
쥰코는 미사에의 발버둥을 보며 소리내어 웃고는 자신도 또다시 열락의 쾌감으로
마비되어 감을 느끼며, 미사에의 크게 벌린 넓적다리 쪽을 입술과 혀로 핥기
시작했다. 미사에의 비명은 세 여자의 교묘한 수법으로 인해 점차 흐느낌으로
바뀌어갔다.
부드러운 융단 같은 섬모를 손바닥으로 더듬으면서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주름을 손가락으로 벌리자 분홍빛으로 빛나는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처녀는 틀리군. 아름다워."
쥰코는 미사에의 꽃봉오리를 들여다보며 진정으로 감탄해 마지않았다.
"잠깐, 그거 이리 좀 줘봐."
쥰코는 나오에에게서 진동기를 받아들고 미사에의 발목에서 무릎, 허벅지를
차례로 부드럽게 공략했다.
"아― 그런, 이제 그만……."
미사에는 미칠 것만 같았다. 도모코와 나오에의 손이 미사에의 좌우 엉덩이를
감싸쥐고 쉴새없이 애무를 했다.
"아가씨 오늘은 뱃속까지 모두 이 여자들에게 다 보이면서 지금까지 혹사
시켜온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해."
쥰코는 일부러 직접 공격을 피하고 급소의 주변만을 무기로 더듬어갔다.
이제 더 이상 달아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미사에는 자신의 운명을 포기한
듯이 쥰코의 유린에 몸을 내맡겼다.
"이제부터 도모코와 나오에가 숫처녀 아가씨를 천국으로 안내할 거야. 그대로
얌전히 있어."
쥰코는 두 눈을 빛내며 욕정의 고문을 계속 가했다.
낮은 흐느낌과 함께 미사에는 열락의 늪에 빠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쥰코는
미사에 속의 또 다른 미사에를 발견했다.
<70. 아수라>
훈련 실의 철 기둥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쿄오코가 꽁꽁 묶여 있었다.
"드디어 오늘밤은 미츠코와 함께 세이지 씨 일행이 파티를 여는 날이다.
어설픈 저항은 용서하지 않겠어."
팔걸이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하루다로가 말했다.
"나와나츠다로는, 네 조교사로서의 책임이 있어. 세이지 씨 일행의 신부로
너와 미츠코를……."
"하루다로 씨, 잠깐 내 말 좀 들어봐요."
지금까지 깊이 머리를 숙이고 있던 쿄오코가 고개를 들었다. 깊은 그늘이
드리워진 눈에는 예전의 쿄오코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애조의 색채를 띠고
있었다.
"세이지 씨 일행이 증오하고 있는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에요. 미츠코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어요. 부탁드릴게요. 당신들의 힘으로 미츠코만은 꼭 좀 구해주세요.
예? 부탁이에요."
금방이라도 눈물을 주르르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하루다로에게 애원하는
것이었다.
"네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이미 늦었어. 세이지 씨 일행은 오늘밤
미녀 자매와 광란의 파티를 벌인다며 벌써부터 들떠 있어."
하루다로가 쿄오코에게 매정하게 말을 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나츠다로가
미츠코를 끌고 들어 왔다.
"앗, 미츠코."
쿄오코는, 두 손이 꽁꽁 묶인 채 벌거숭이로 들어오는 미츠코를 보고는 흥분된
목소리로 미츠코를 불렀다. 윤기 나는 검은머리에 리본을 달고 아름답게 화장을
한 미츠코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언니!"
하고 부르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생리도 이제 다 끝나고, 컨디션은 지금이 최고야."
나츠다로는 미츠코를 묶은 줄을 잡아당기면서 득의 만만하게 웃었다.
"화장도 다 끝냈고, 우리는 새색시 단장을 전부 마쳤어. 언니네 쪽도 슬슬
준비를 해야지?"
나츠다로는 세이지 들과 마신 술에 취해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하루다로에게
말했다.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쿄오코의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 철주에 미츠코를
묶고는 쿄오코에게 다가갔다.
"요즈음 쿄오코는 완전히 울보가 되어 버렸어. 자, 화장을 해야 하니 얼굴을
들어봐."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 쿄오코의 얼굴을 위로 들어올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낸 하루다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화장을 시작했다
"이제 예쁘게 단장이 되었어. 세이지 씨도 아주 좋아하겠는데."
하루다로의 손으로 화장된 쿄오코의 얼굴에는 요염함이 흐르고 있었다.
"미츠코, 언니를 원망하지 말아 줘."
쿄오코는 갑자기 볼을 일그러뜨리며 미츠코에게 말하고는 고개를 떨구고
슬프게 우는 것이었다.
"뭐야. 화장이 다 지워지잖아. 그만 울어."
하루다로가 쿄오코의 어깨를 흔들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언니, 이제 그만 우세요. 미츠코는 이미 각오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미츠코 역시 머리에 달린 리본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격렬하게 통곡을 했다.
"이대로 남자 분들 앞으로 데리고 가면 볼썽사나울 것 같아서 이런 것을
미리 준비해 두었지."
하루다로는 테이블 밑에서 긴 천 두 개를 꺼내들었다.
"쿄오코는 파란색 훈도시, 미츠코는 핑크빛 훈도시, 미인 자매가 이렇게
섹시한 훈도시 차림으로 침실에 들어가면 남자들이 굉장히 좋아할 거야. 자
내가 예쁘게 매줄게."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자매들에게 훈도시를 채워주었다.
쿄오코와 미츠코도 포기하고 순순히 그들에게 몸을 맡겼다.
"후후후, 두 사람 전부, 훈도시가 잘 어울리는구나. 그래도 참 기묘한 새색시들이군."
두 명의 시스터 보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미츠코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만취한 세이지와 고로, 사부로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슬슬 파티를 열 시간이 아닌가?"
세이지는 그렇게 말하고 기둥에 등을 대고 묶여 있는 쿄오코와 미츠코의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야, 모두들 와서 좀 봐라. 오늘밤의 새색시들이 훈도시를 차고 있어."
고로도 사부로도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놀렸다.
"쿄오코, 파란 훈도시가 잘 어울리는데. 훈도시를 찬 기분이 어떠신가?"
남자들은 기둥에 묶여 있는 두 여자에게 탐욕스런 시선을 보내면서 다가갔다.
"미츠코의 핑크빛 훈도시도 굉장히 멋있군."
세 남자들은 쿄오코와 미츠코의 앞에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는 훈도시를 차고
있는 여자들을 재미있게 바라보고는 말했다.
"자, 가자."
남자들은 쿄오코와 미츠코를 기둥에서 풀어냈다.
"이제 파티가 시작되나요?"
하루다로가 묻자,
"음, 우리들, 지금이 컨디션이 아주 좋은 때지."
세이지가 웃으면서 쿄오코와 미츠코의 턱을 쳐들었다.
"오늘밤은 두 자매가 사이 좋게 날이 밝을 때까지 울게 해주지. 이제 정신
바짝 차려라."
세이지의 말이 끝나자 고로와 사부로가 자매들의 등을 밀며 파티 장으로
갈 것을 재촉했다.
복도에 나와서 쿄오코와 미츠코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복도의 맞은편에는 모리다파의 졸개들인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얼굴을 내밀며 빙그레 웃으며 일행을 맞이하였다.
"형님, 이제부터 재미 좀 보시겠소."
다케다가 능글거리며 세이지에게 다가왔다.
"괜찮다면 너희들도 오늘밤 파티에 끼워주지. 사람이 많을수록 재미가 있거든."
세이지는 한쪽 볼을 일그러뜨리면서 웃었다.
"그럼, 염치 불구하고 한번 끼여 볼까요? 저번에 미츠코에게 한번 바람맞은
적이 있어서 잔뜩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잘 되었네요."
하면서 두 명의 졸개들은 미츠코를 품어 보려다가 실패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이번이 좋은 기회다. 우리를 따라와라. 기분 좀 내게 해주지."
세이지는 한턱이라도 낸 듯이 거들먹거리면서 턱을 쳐들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세이지의 방은 마시다만 술과 안주들로 난잡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여기저기 널려있는 접시들을 발로 대충 치워놓고는 장롱에서 침구를
꺼냈다. 세이지는 고로와 사부로에게 끌려와 방 한구석에 서 있는 쿄오코와
미츠코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남자들은 다섯 명이다. 조금 힘들기는 하겠지만, 두 자매가 잘 해주리라고
믿는다."
세 구의 침구가 바닥에 깔렸다.
"자,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세이지는 석고상처럼 굳어 있는 쿄오코를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이 년 전에 너에게 받았던 수모를 이자까지 쳐서 갚아주지. 우리 다섯 명이서
몸살이 날 정도로 사랑을 해주지."
"그럼 훈도시를 풀어야지."
고로와 사부로가 몸을 숙였다.
이 야비한 다섯 남자에게 이제부터 죽기보다 싫은 굴욕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자
쿄오코는 혈관이 터져 버릴 정도로 분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뿐만 아니고
아무 죄도 없는 동생마저 이 악마들에게 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에 대한
증오감은 점점 분출되어 쿄오코의 신경은 갑자기 흥분되기 시작했다.
쿄오코는 즐겁게 휘파람을 불면서 훈도시의 매듭을 풀려던 고로를 엉겁결에
밀쳐버렸다. 고로는 짧은 비명과 함께 옆으로 굴렀다. 계속해서 쿄오코는 미츠코의
훈도시를 벗기려던 사부로도 발로 걷어찼다. 사부로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지자
쿄오코는 미츠코를 등뒤에 감추고서는 세이지를 날카롭게 노려보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이런 젠장. 너, 아직도 나에게 반항할 셈이냐?"
세이지는 눈을 치켜 뜨고는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내들었다.
이제부터 침대 위에 자매를 나란히 눕혀놓고 천천히 요리를 하려던 세이지는
머리부터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충격에 몹시도 기분이 상했다. 다케다와
호리가와도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훈도시 하나만을 걸친
채 뒤로 손이 묶여 있는 쿄오코의 모습을 보고는 냉정을 되찾아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보아도 이제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나오면 너희들 몸에만 해로울 뿐이야."
쿄오코는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띠고 다가오는 두 명의 졸개들을 노려보며
이미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쏘아붙였다.
"야― 야비한 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내 동생에게,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는 거냐."
피를 토하듯이 말한 쿄오코는 다음에는 세이지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당신도 남자라면 이전에 나에게 받았던 한을 왜 싸워서 되돌려주지 않는
거냐? 자유를 빼앗긴 여자들을 조롱할 만큼밖에 너희들은 능력이 없다는 말이냐?"
쿄오코는 몹시 흥분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참으면서 쥐어짜듯이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꼴로 잘도 지껄여대는구나."
세이지는 나이프를 쿄오코에게 겨누고 한 발 한 발 다가왔다.
"그래, 나는 죽기보다도 싫은 꼴을 너희들에게 보였다. 그건 이 년 전의
원한이라고 하자. 그러면 미츠코는, 미츠코는 왜……."
쿄오코는 결국은 눈물을 쏟으면서 뒷말을 잇지 못했다.
"언니, 언니!"
미츠코는 쿄오코의 뒤에서 두려움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미츠코, 도망쳐. 자, 빨리."
쿄오코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미츠코를 다그쳐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복도로
뛰어나갔다.
"제기랄, 그렇게 네 맘대로는 안 될 거다."
쿄오코에게 차여 발목을 붙들고 있던 사부로와 고로가 쿄오코의 뒤를 쫓아나갔다.
손을 뒤로 묶인 채 쿄오코와 미츠코는 미친 듯이 복도를 달려 정원으로 뛰어내렸다.
"언니, 이제 우리는 잡히면 끝장이야."
미츠코는 겁에 질린 얼굴로 쿄오코에게 말했다.
"도망치거나 잡히거나 끝장이긴 마찬가지야. 미츠코, 담 밖으로 소리를 질러.
살려달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
쿄오코는 미츠코를 앞서 달려가게 하고는 멈춰 서서 쫓아온 세이지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몇 개의 회중전등 불빛이 새하얀 쿄오코의 나신을 더듬었다.
"이 못된 계집, 도망치는 노예들은 어떤 벌을 받는지 잘 알고 있겠지?"
다케다는 곤봉을 들고 쿄오코에게 다가갔다.
"기다려."
세이지가 다케다를 저지했다.
"이년은 저런 모습으로 감히 우리에게 대드는 거야? 좋아, 이 년 전의 원한을
내가 가라테로 돌려주지."
세이지는 게다를 벗고, 가라테 자세를 취했다. 고로와 사부로도 기묘한 소리를
내며 손을 가슴께로 올리고는 쿄오코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자유를 빼앗긴
나체의 쿄오코를 세이지네들은 정말로 내려칠 태세였다.
쿄오코는 세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면서 몸을 천천히 돌렸다.
"양손이 다 묶여 있다고 방심하면 안 돼. 저 계집애, 발 차기가 대단하니까
조심하라고."
"저 여자는 그 동안 쇼에 대한 훈련만 받아서 가라테 기술 따위는 애 저녁에
다 잊어버렸을 거예요. 걱정할 것 하나도 없어요."
세이지의 주의에 다케다가 웃으며 말했을 때,
"누가 좀 도와주세요."
하는 미츠코의 울부짖음이 멀리서 들려왔다. 다케다는 혀를 차면서,
"젠장, 미츠코 년!"
하며 소리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쿄오코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어 다케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고꾸라지는
다케다를 본 고로와 사부로가 욕설을 퍼부으면서 쿄오코를 덮쳤다. 쿄오코는
오른발로 달려드는 고로의 복부를 내지르고는 계속해서 사부로의 급소를 왼발로
걷어찼다. 번개같은 동작이었지만 양다리가 공중에 떠올랐던 쿄오코는 중심을
잃고 잔디밭에 쓰러졌다. 그러나 곧 중심을 잡고 일어섰다. 쿄오코의 매서운
발차기에 사부로와 고로는 괴로운 신음 소리를 내며 잔디밭에 고꾸라져 있었다.
세이지는 전율했다 이미 심신이 짓무를 대로 짓물러 반항할 기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생각했던 쿄오코가 나는 새처럼 가벼운 가라테 기술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네게 복수를 하겠다고 배운 가라테 실력이 고작 이 정도냐? 그 결과가 이
모양이야, 세이지?"
쿄오코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반짝이는 눈으로 세이지를 노려보았다."
"오늘밤은 고로 녀석들이 너무 취해서 그래. 나는 저 녀석들과는 다르다."
세이지는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는 다시 나이프를 꼬나 잡았다.
"세이지, 내 말을 잘 들어라. 약한 여자를 괴롭히는 것은 남자들이 할 도리가
아니다. 다시로 같은 나쁜 놈에게서 빨리 손을 떼고 이곳에 있는 여자들을
풀어주어라.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 하나는 그 칼에 찔려죽어도 상관없다."
쿄오코의 피를 토하는 말에 세이지는 코방귀를 뀌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라. 내가 지금 네년의 설교나 듣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사람인 줄 아느냐?"
세이지는 불끈하면 서 나이프를 치켜들고 쿄오코에게 돌진했다.
"그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겠어?"
쿄오코는 세이지의 칼부림을 살짝 피했다. 세이지 역시 술에 취해 몸놀림이
둔했다. 다시 돌진해 들어오는 세이지를 쿄오코는 팽이처럼 살짝 돌아 피하고는
몸을 낮추었다가 복부를 어깨로 힘껏 들이받았다.
쿄오코는 윽 하고 괴로운 신음 소리와 함께 몸을 숙이는 세이지의 허리를
다리로 힘껏 내질렀다 세이지는 힘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쿄오코는 나이프를 쥔 세이지의 손을 발로 밟고는 말했다.
"자, 세이지. 내 말을 잘 들어."
"제기랄, 누가 네년 따위의 말을 듣겠어."
세이지는 쿄오코에게 맥없이 얻어맞은 것이 분했던지 눈물을 찔끔거리며
어린애처럼 발을 굴렀다.
날카로운 상쾌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자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신비한 감각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마비 감을 느꼈다. 시즈코
부인은 처음에는 돌연한 이자와의 부자연스런 돌진에 거부의 몸짓을 보냈지만,
이윽고 뜨거운 쾌감에 둔부를 흔들면서 그 이상한 도취경에 자신을 몰입시켜갔다.
시즈코 부인은 많은 훈련을 쌓아서 그 방면에는 베테랑이라는 말을 오니겐에게서
들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장소에서 이렇게 숨이 넘어갈 정도의 행위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부― 부끄러워요. 아―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요."
시즈코 부인은 슬프게 울면서 몸부림을 쳤다.
이자와도 그 감미로운 도원경에 녹아들 듯이 빠져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척추를 타고 흐르는 마비 감에 까무룩히 정신을 잃었다.
얼마 동안 꼼짝 않고 있던 이자와는 이윽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남은 흔적에
호기심의 눈길을 보냈다. 시즈코 부인은 상아빛 볼에 긴 머리를 드리우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눈을 꼭 감은 채 이자와의 탐욕스런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차라리 애처로울 정도로 가련함마저 느끼게 했다.
"잘 보세요. 시즈코는 이렇게까지 변했어요."
시즈코 부인은 살며시 눈을 감은 채로 한숨을 쉬듯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때, 부인의 감각은 어때? 굉장히 열정적이던데, 정말로 그렇게 굉장하던가?"
이자와가 놀리듯이 말을 하자 부인은 붉어진 얼굴을 살짝 외면하며 부끄럽게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부인은 처음에 하루다로와 나츠다로에게 끌려와 훈련을 받기 시작했을 때의
공포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자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미모와 교양을 겸비한 도야마가의 영부인께서 이런 예술을 연기하시나?"
하고 빈정거리면서, 높이 치켜들고 있는 부인의 미끈한 다리에 볼을 비볐다.
그리고는 능글맞게 부인에게 말했다.
"음― 지금까지 부인은 여러 가지 훈련을 받아왔을 텐데, 그 중에서 자신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떤 것이지?"
"그런 것은 없어요. 전부 저에게는 고통이었어요."
"거짓말하지 말아. 예전과는 달리 부인의 육체는 피학의 쾌감이라는 것을
느껴가고 있잖아. 참고삼아 들어보고 싶은 거야. 지금의 방법은 어때?"
이자와는 부인의 엉덩이를 꼬집으면서 대답을 강요했다.
"말 안 하면, 찌요 씨에게 말해서 부인을 혼내줄 거야."
"그― 그건 안 돼요."
부인은 응석부리듯이 고개를 흔들면서.
"저는 이미 이자와 씨에게 완전히 졌어요."
하고, 색기어린 시선을 이자와에게 보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좋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남자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어떤
방법을 즐기는지 알고 싶은 것이거든. 자, 걱정하지 말고 말해봐 부인."
"제가 좋아하는 방법을 말한다고 해서 그 방법을 직접 하시는 것은 싫어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좋아, 그것도 약속하지."
이자와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결심이 선 시즈코 부인이 이자와의 귀에 대고 속삭이고 나서는,
"아셨죠?"
하며, 교태 어린 시선으로 이자와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코를 이자와의 귓불에
비볐다. 부인은 다시 조용히 눈을 감고, 꽃 같은 입술을 이자와 쪽으로 내밀었다.
"알았어, 부인."
"정말 부탁이에요. 이런 얘기, 누구에게도 하시면 안 돼요."
이자와는 부인의 거듭되는 다짐을 입술로 막았다. 뜨거워진 입술을 포개고
몇 번이고 서로의 혀를 휘감은 후 입술을 멘 이자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 방법을 다시로 사장님에 말하면 기뻐하며 다음 쇼에 채택을 해줄
텐데."
"안 돼요. 약속을 깨뜨리는 것은 싫어요."
시즈코 부인은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러면 입을 다무는 대가로 부인의 부드러운 프렌치 키스를 받아볼까."
이자와가 시즈코 부인을 묶고 있는 줄을 풀면서 느물거렸다.
시즈코 부인은 자유로워진 두 손을 가슴께에 모으고 잠시 쉬다가, 이자와가
침구 위로 올라가서 드러눕자 천천히 이자와에게 몸을 기울여 털이 수복이
난 가슴에 볼을 비비다가 얼굴 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완전히 천국에 가게 해주지 않으면 아까 일을 모두에게 까발릴 거야."
이자와가 통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지독한 사람."
부인은 몇 번인가 부드럽게 키스를 하고 나서는 백랍같이 희고 긴 손가락으로
이자와의 남성을 서서히 애무했다. 이자와는 황홀한 표정으로 부인의 흰 손가락의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아까 부인에게 했던 것처럼 내 물건에 키스해 줘."
이자와는 몸을 활처럼 굽히면서 명령했다. 시즈코 부인은 순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치나 혐오, 또는 불결함 따위의 감각은 차츰 남자의 요기에 취해
가는 부인의 뇌리에서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나도 부인의 몸을 실컷 감상했으니 부인도 걱정하지 말고 남자의 몸이 어떤
것인지, 잘 살펴봐."
이자와가 히죽이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시즈코 부인은 혀를 살짝 내보이면서 서서히 얼굴을 육봉 쪽으로 옮겨갔다.
"좀더 정열적으로 해봐."
이자와는 전신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부인은 잠깐
얼굴을 들어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고는, 다시 남자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이자와는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도취되어갔다.
"이런 일, 저는 처음이에요."
시즈코 부인은 황홀한 표정으로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면서 속삭이고는 대담하게
혀를 내밀어 육봉을 감쌌다.
<71. 노예 재판>
가와다와 요시자와, 그리고 오니겐, 스테타로까지 쿄오코가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고 세이지를 응원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쿄오코는 세이지의 손을 밟고 있던
발을 떼고 담 쪽으로 뛰어갔다.
"거기 서라."
오니겐이 눈에 핏발이 선 채로 쿄오코를 쫓아왔다. 쿄오코는 담 밑에서 머뭇거리고
있던 미츠코를 끌고 대나무 숲 쪽으로 달아나려다가 흠칫 멈춰 섰다. 그 앞을
스테타로가 막고 서 있었던 것이다. 미츠코를 등뒤로 감추고 스테타로를 노려보면서
슬슬 뒷걸음치는 쿄오코. 훈도시 하나만을 달랑 찬 채 두 손을 뒤로 묶여 있는
쿄오코와 미츠코의 주위를 남자들이 서서히 둘러쌌다.
"젠장. 야, 쿄오코. 너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에게 반항할 거야? 아직도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림없지 이번에는 더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
요시자와는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두 자매를 겨뒀다.
"이 지독한 놈들아."
언니의 등뒤에 몸을 가리고 있던 미츠코가 쿄오코를 밀치며 소리쳤다.
"앗, 미츠코, 위험해."
쿄오코가 다시 미츠코를 잡아당겨 자신의 뒤로 감추면서 요시자와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요시자와, 쏠 테면 차라리 나를 쏴라."
그때 오니겐이 던진 밧줄에 쿄오코의 목에 걸렸다.
"앗!"
쿄오코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피하려고 했으나 오니겐이 밧줄을 잡아당기자
앞으로 고꾸라졌다.
"언니!"
필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미츠코를 가와다가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그
순간, 남자들이 여기저기서 달려와서 쿄오코의 다리를 푸른 대나무로 후려쳤다.
쿄오코의 무릎이 꺾이자 스테타로와 요시자와가 달려들어 꼼짝못하게 눌렀다.
"발을 묶어. 발을 빨리 묶어라."
오니겐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쿄오코의 발 차기 위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츠코!"
"언니!"
두 자매는 남자들에게 포위되며 절망적으로 서로를 불렀다. 몇 명의 남자들이
달려들어 쿄오코의 다리를 꼼짝 못하게 묶고는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돌리며 웃었다.
"꼴 좋다. 감히 우리들에게 대항을 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꼭 감고 입술을 깨물고 있는 쿄오코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요시자와는 스테타로, 오니겐과 함께 쿄오코의 훈도시에 손을
댔다.
"끌고 가라."
남자들은 쿄오코를 들어올려 굵은 봉 사이에 묶여진 팔다리를 끼워서 봉을
어깨에 짊어졌다.
"미츠코도 데리고 가라."
가와다가 말을 끝내자마자 호리가와와 다케다가 미츠코도 들어올렸다.
"조금 있다가 도망자들에 대한 재판을 열겠다. 다시로 사장님께 연락을 해라."
가와다는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로부터 수분 후, 훈련실 안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개의 기둥에는 쿄오코와
미츠코가 묶여 있었고, 그 앞의 의자에는 다시로가 담배를 피우며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탈출이 실패로 끝난 쿄오코와 미츠코는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로의 옆에는 모리다와 가와다, 요시자와가 나란히 서서 아름다운 자매의
허탈한 표정을 싱글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쿄오코, 너는 우리의 소중한 손님 세 명에게 상처를 입혔어. 그건 우리
얼굴에 완전히 먹칠을 한 거야."
다시로는 담배를 옆으로 던져버리고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다시로가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기에 옆에 있던 가와다와 요시자와도
왠지 그냥 있을수 없는 기분에,
"쿄오코, 도대체 너라는 년은……."
하고 덩달아 흥분하면서, 갑자기 쿄오코의 뺨을 때렸다. 쿄오코는 이를 악물고는
증오에 찬 시선으로 다시로를 노려보았다.
"다시로, 자유를 빼앗긴 여자들을 이 꼴로 만들어놓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거냐? 정신병원이라도 한번 가봐야겠어."
쿄오코가 토하듯이 쏘아붙였다.
"뭐― 뭐라고?"
다시로는 안색이 변하면서 분을 참지 못하고 쿄오코에게 다가갔다.
"다시 한번 말해봐라, 쿄오코."
"몇 번이라도 말해주지. 너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다."
쿄오코는 이미 자포자기를 하고 다시로에게 독설을 퍼부어 댔다.
이미 이 지옥의 저택에서는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 생각을 하자,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이 악마들에게 저항하겠다는 오기가 생긴 것이다.
"이런 년을……."
요시자와가 쿄오코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심하게 흔들었고, 가와다는 코를
잡고 비틀었다. 그러나 쿄오코는 비명 한마디 지르지 않고 계속해서 이 악마들
짐승 같은 놈들 하며 저항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봐, 오니겐."
다시로가 오니겐 쪽을 돌아보았다.
"도대체 훈련을 어떻게 시킨 거야? 몸뚱어리만 훈련시키면 언제라도 이 따위로
반항한다는 사실을 몰랐나? 이것은 모두 네 책임이야."
다시로가 호통을 치자 오니겐은 승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방 한구석에
앉아 있은 시스터 보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쿄오코를 훈련시킨 사람은 너희들이잖아, 너희들이 너무 말랑말랑하게 대하니까
이런 꼴을 당하는 거 아니야."
불똥이 자기들 쪽으로 튀자, 하루다로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변명을 했다.
"쿄오코가 도망치려고 했던 것은 순전히 동생을 위해서 그랬던 거예요. 저
정도로 동생을 사랑하는 언니도 드물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저 자매들을 콤비로 쇼에 출연시키는 거예요. 이렇게 우애가 깊은 자매가 콤비를
이룬다면 호흡도 꼭 맞아 무슨 일이든 잘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점점
일이 즐거워질 것이고, 여기서 탈출하려는 생각도 없어질 겁니다."
하루다로의 말에 죽은 듯이 있던 쿄오코가 눈을 번쩍 뜨고는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안 돼, 안 돼. 우리는, 우리는 친자매란 말이야. 그런 짐승 같은 일을……."
쿄오코는 한쪽 볼을 일그러뜨리며 숨이 막힐 정도로 교활한 그들의 계략에
진저리를 쳤다. 미츠코는 고개를 숙인 채 훌쩍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친자매라도 두 사람 모두 여자인 것은 틀림없잖아. 손님이 즐거워한다면
그걸로 끝이야. 다시 한번 말하는데, 너희들은 성의 노예들이다. 사람 취급받을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오니겐이 큰 소리로 말했다.
"좋아, 그러면 내일부터 이 여자들을 콤비로 해서 훈련을 시켜라, 오니겐."
자매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다시로가 오니겐에게 명령을 했다.
"그― 그런 지독한…… 그런 짓을 시킬 바에야 차라리 날 죽여라. 그건 절대
안 돼."
"부탁이에요. 그런 일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다른 일은 모두 시키는 대로
하겠어요. 그러니 제발……."
쿄오코와 미츠코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오니겐은 두 자매의 애원을 들은
체만 체하며, 찬장에서 검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만들어둔 것이지. 어때, 훌륭한 도구
아니야?"
오니겐은 상자 안에서 흉물스럽게 생긴 도구를 꺼내들어 기분 나쁘게 웃으며
쿄오코와 미츠코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쿄오코와 미츠코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도구에서 눈을 돌렸다. 남자들은 그 장면을 보고는 한 바탕 웃었다.
"이 물건은 내일부터 사용하기로 하고, 오늘은 키스 연습이나 해두기로 하지."
오니겐이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두 여자를 보며 말했다.
"서로 혀를 빨아주는 레즈비언 쇼라는 것은 키스를 진하게 하지 않으면 아무
재미가 없어. 알고 있겠지?"
"싫어, 그런 짓은 절대 할 수 없어."
쿄오코와 미츠코는 서로 몸을 비틀면서 얼굴을 돌리고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세이지 씨들 앞에서 자매끼리 레즈비언 쇼를 시켜 이 년 전의 죄과를 치르게
해야 해."
가와다가 매정하게 말하고는 잠깐 주위를 둘러보고 말을 이었다.
"아니면, 여기에서 미츠코를 세이지 씨들의 노리개로 만드는 거야. 동생이
그런 꼴을 당하는 것이 좋다면, 레즈비언 쇼를 하지 않아도 좋다. 자 쿄오코,
어쩌겠느냐? 확실하게 말해라."
가와다는, 쿄오코의 유방을 주물럭거리면서 재촉했다.
"어느 쪽을 택할 거야?"
요시자와도 합세해서 쿄오코를 몰아세웠다.
더 물러설 곳 없는 막바지에까지 몰렸다는 절박한 심정에 비통한 표정으로
쿄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동생과 쇼를 하든지, 아니면 동생이 노리갯감이 되는 것을 구경하든지,
둘 중의 하나만 골라라. 간단하잖아."
다시로도 쿄오코가 울상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니 통쾌해져 쿄오코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채근했다.
"내가, 차라리 내가 세이지 씨들의 장난감이 되겠어요. 그러면 되잖아요.
다시로 씨, 저 사람들이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 하나뿐이에요. 미츠코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절박하게 애원하는 쿄오코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비처럼 볼을 타고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다시로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네가 진심으로 세이지 씨들에게 사죄를 한다면 미츠코를 내버려두지."
쿄오코는 다시로의 말에 눈을 번쩍 떴다.
"마음속으로부터 세이지 씨들에게 사죄를 합니다. 그러니 미츠코와 콤비를
이룬다든지 하는 끔찍한 일을 시키지 말아주세요."
"알았어. 그 대신 세이지 씨들의 기분을 다시 한번만 거슬리게 한다면, 그때는
그냥 두지 않겠어."
다시로는 쿄오코에게 다짐을 시키고는 오니겐을 불러 귓속말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끄덕인 오니겐은 쿄오코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자, 쿄오코. 세이지 씨가 있는 방으로 가자. 만약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여기에 있는 미츠코를 바로 민둥산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오니겐은 주머니에서 서양 면도칼을 꺼내며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세이지 씨네들도 지금 어지간히 약이 올라 있어. 저런 여자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것이 너무 분해서 세 명 모두 울고 있던데."
미리 사정을 엿보기 위해 세이지 방을 엿보고 돌아온 요시자와가 오니겐에게
달려와서 말했다 그러자 오니겐이 쿄오코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 가라테에 모두들 나가떨어졌단다. 이제 여자답게 애교도 좀 떨면서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사죄를 해야 한다. 알겠나?"
고개만 숙이고 있는 쿄오코의 곁으로 하루다로와 나츠다로가 다가와서 말하며
쿄오코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동생과 공연을 하는 것이 그렇게 싫다면 우리가 도와줄 테니 멋들어지게
사죄를 해야 한다."
쿄오코는 차갑게 빛나는 눈을 조용히 감고는 세이지가 있는 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까진 이마에 약을 바르고, 차인 허리를 주무르고 있던 세이지, 고로, 사부로는
끌려들어온 쿄오코를 보자 눈을 째리며 일어섰다.
"이런 쥐새끼 같은 년."
흥분하며 일어서는 세 남자를 하루다로와 나츠다로가 말렸다.
"화를 내는 게 당연하지요. 하지만, 역시 인간이라는 것은 실수를 할 때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안 그래, 쿄오코?"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쿄오코를 방구석으로 끌고 가서 기둥에 묶었다.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 쿄오코?"
하루다로는 훈도시 하나만을 달랑 차고 있는 쿄오코를 기둥에 묶고 나서는
숙이고 있는 쿄오코의 턱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그건 말도 안 돼. 이년은 웬만큼 해 가지고는 저 더러운 성질을 고칠 수가
없어. 단숨에 찔러 죽여 버려야 해."
쿄오코에게 맞아 이마에 상처를 입은 고로는 아직까지도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면서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금방이라도 쿄오코를 덮칠 태세였다.
"그런 짓을 하시면 우리는 손해가 막심해요. 어떻게 잡아들인 여자인데요.
이번에는 확실히 고로를 말렸다. 쿄오코가 마음을 바꾸고 사죄를 한다고 했으니
내 얼굴을 봐서라도 좀 참으시죠."
"그렇다면, 미츠코를 이리로 데려와서 같이 사지를 시켜야 할 것 아니야."
이번에는 사부로가 흥분해서 소리질렀다. 쿄오코는 사부로의 말에 낭패감을
보이면서 얼굴을 들었다.
"미츠코에 대한 미움은 모두 저에게 풀어 주세요. 어떠한 고문이라도 달게
받겠어요. 부탁입니다. 미츠코만은 제발……."
쿄오코는 맑고 깊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채로 남자들에게 애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자매가
사이 좋게 전부 와서 해야 할 것 아니야."
세이지가 눈을 흘기며 말하자 오니겐이 황급히 그의 손을 끌고 방구석으로
갔다.
"자, 지금은 쿄오코의 말을 들어주기로 하지요. 미츠코는 언제든지 노리갯감으로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러니, 자―."
오니겐이 무언가 소곤거리자 세이지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쿄오코. 너 이번에는 정말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겠지?"
세이지는 쿄오코에게 다가가서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미츠코만 용서해주신다면 저는 어떤 수모를 당해도 상관없어요."
쿄오코는 차가운 표정으로 또박또박 세이지에게 말했다.
"좋다. 그 대신, 네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바로 미츠코를 이곳으로
끌고 와서 노리갯감으로 삼을 테니 그렇게 알아라."
세이지가 다시 되풀이해서 말하자 바로 두 명의 시스터 보이가 쿄오코의
양편으로 다가와 서며 말했다.
"쿄오코. 우선, 아까 세이지 씨들에게 무례하게 군것부터 사과해라."
쿄오코는 얼굴을 들고 천천히 눈을 감고는,
"세이지 씨를 비롯한 세 분께 난폭하게 굴었던 점을 마음 깊이 사죄 드립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쿄오코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좋아, 지금 한 말 앞으로 절대 잊지 말아라. 네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고로와 사부로는 좌우에서 쿄오코의 머리채를 심하게 흔들면서 말했다.
"이런 싸움꾼 여자를 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오니겐 씨?"
세이지가 오니겐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건 뭐니뭐니 해도 관장을 한번 해주는 것이 최고지요."
하고는 오니겐의 옆에 있던 하루다로가 대신 나서며 대답했다.
쿄오코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쿄오코는 잠깐 하루다로를 증오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나 곧 굳게 눈을 감고 분한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래, 맞아. 관장이야."
고로와 사부로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