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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인간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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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인 탐정 등장>


 
  가와다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새벽이 다 돼서였다.
 
  "도대체 지금까지 어딜 돌아다닌 거야?"
 
  그때까지 깨어 있던 다카요시가 나이트가운을 입은 채 차고까지 와서는 격노한
어조로 꾸짖었다 물론, 다카요시는 시즈코와 게이코 때문에 편히 잠자리에
들 형편이 못 되었다. 그는 수면 부족으로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있었다.
 
  "예. 어떻게든 부인의 행방을 찾아보려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왔습니다."
 
  가와다가 천연덕스런 얼굴로 대꾸하였다.
 
  "그래서 뭐 실마리라도 찾아냈나?"
 
  다카요시가 콜록이며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는 전연……."
 
  ……지금까지 네 사랑스런 여자와 실컷 즐기고 왔다, 고 가와다는 속으로
비웃었다.
 
  "그래? 역시 허사란 말인가! 할 수 없지. 내일은 경찰에 알리는 수밖에."
 
  다카요시가 괴로운 표정으로 힘없이 말하며 저택 쪽으로 돌아갔다.
 
  가와다는 멋대로 해봐, 라고 중얼거리며 방으로 돌아왔지만 막상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가와다는 이내 시즈코 부인의 근사한 몸을 마음속에서
다시 그려보고 있었다.
 
  터질 듯이 풍만한 유방, 매끄러운 하얀 살결, 탄력 있는 엉덩이…… 가와다는
인신매매 범으로 악명을 날릴 때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자를 범해봤지만,
시즈코 부인처럼 훌륭한 육체를 지닌 여자는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는 꿈도 못 꾸어보던 고액의 꽃 아닌가? 여자의 얼굴이
예쁘고 육체가 훌륭할수록 철저하게 공격을 가하는 것이 호색가의 철칙이다.
 
  모든 걸 포기하고 지그시 눈을 감던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용모가 뇌리에
떠올랐다. 아! 드디어 절세 미녀를 내 것으로 만든 거야, 이루 형용할 길 없는
우월감이 용솟음쳤다. 그와 동시에, 그런 미녀를 모리다파에 넘기기로 한 자신의
처사에 대해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제기랄, 내가 그 여자에게 빠진 건가?"
 
  가와다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야마자키 탐정이 쿄오코라는 여비서와 함께 도야마 저택을 찾아온 것은 점심
전이었다. 쿄오코는 스물 세 살의 이국적인 미녀로 쌍꺼풀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야마자키가 눈을 빛내며 다카요시에게 말했다.
 
  "실은 사장님. 쿄오코가 단서를 하나 잡아왔습니다. 쿄오코 씨는 그 동안
신주쿠 불량 소녀들 틈에 섞여 여러 가지 정탐을 해왔는데, 마리라는 하자쿠라단
패거리 중의 한 명과 친해졌다고 합니다."
 
  그러자 다카요시가 반색을 하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음, 그, 그래, 그래서 뭐를 알아냈나?"
 
  "마리 얘기로는 오늘 하자쿠라단이 모리다파 쪽으로 모종의 값진 물건을
운반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혹시 부인이나 아가씨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다카요시가 이번에는 쿄오코에게 물었다.
 
  "음, 그럴 수 있겠군. 그런데 마리라는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자네에게
털어놨단 말인가?"
 
  그러자 쿄오코가 팔을 걷어올려 벚꽃 문신을 다카요시에게 보였다.
 
  "저, 하자쿠라단에 입단했습니다. 신주쿠의 불량배가 마리라는 여자 애에게
시비 거는 것을 제가 구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애가 꼭 하자쿠라단에 들어와
달라고 해서, 오늘 단장인 긴코라는 여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하자쿠라단의 은신처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쿄오코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야마자키 탐정 사무소에 들어왔는데, 재학
시절에 당수를 배워 공인 2단을 따놓고 있었다. 마리가 불량배들에게 걸려들었을
때 쿄오코는 불량배 세 명을 당수로 삽시간에 해치웠다. 마리가 하자쿠라단에
들어와 달라고 쿄오코에게 매달린 것도 그녀의 솜씨를 계산에 넣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카요시는 쿄오코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부탁이네. 어떻게든 시즈코와 게이코를 구해주게."
 
  "사장님, 마음놓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부인과 따님을 구해내겠어요.
그러니 경찰에 신고하는 일만은 하루 이틀만 참아주세요."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은 자기의 상관인 야마자키의 체면을 깎는 일이었다.
 
  "알겠네. 나 역시 시즈코와 게이코의 목숨이 걸린 일이고, 신문에까지 떠들썩하니
알리고 싶지 않아. 모두 자네에게 맡기지."
 
  다카요시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아 하고 입 벌려."
 
  아케미가 밥을 수저로 떠서 시즈코 부인의 입으로 가져갔다. 부인은 기둥에
등을 대고 책상다리 모양으로 묶여 있은 상태였다. 여전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시즈코 부인은 이젠 그녀들에게 저항할 기력도 잃었는지 입을 작게 벌려
여자들이 떠 먹여주는 것을 받아먹고 마실 뿐이었다.
 
  "자, 이번엔 게이코 차례야. 입 벌려."
 
  게이코도 부인과 똑같은 자세로 기둥에 묶여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꼭꼭 씹어 먹도록 해."
 
  여자들은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가 겸연쩍어하면서 먹는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다.
 
  "자, 아침 식사는 이것으로 끝. 잘 먹었습니다. 해야지!"
 
  긴코가 시즈코 부인의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튀기며 말했다.
 
  "……잘 먹었어요."
 
  시즈코 부인은 머리를 떨구고 작게 말했다.
 
  "상당히 온순해 졌군. 이 정도면 모리다파에 가서도 괜찮겠어."
 
  에츠코의 말에 시즈코 부인은 퍼뜩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뭐야. 어제 가와다 씨에게 안겨서 그런 얘기도 못 들었어?"
 
  시즈코 부인은 얼굴에 홍조를 띠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지옥 같았던 어젯밤을
떠올리고는 몸서리를 쳤다.
 
  "모리다파에게 당신을 팔았단 말이야. 협박의 권리를 넘긴 셈이지. 모리다파는
당신 남편에게 삼 백만 엔을 받아낸 뒤 그 돈을 분배하고 조직을 해산할 모양이야.
앞으론 돈벌이에만 주력할 것 같은데, 부인과 게이코의 나체 사진을 갖고 말이야.
호호호."
 
  시즈코 부인은 예상치 못한 일에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꼈다. 가와다는
자신을 능욕한 뒤에, 그것도 모자라 비밀 사진 밀조 단에게 자신들을 팔아
넘긴 것이다. 개돼지만도 못한 그의 처사에 시즈코 부인은 격하게 오열을 토했다.
 
  "울어봤자 소용없어. 당신의 새서방님이 한 일인걸. 그보다 어젯밤에 서방님이
어떤 식으로 귀여워해 줬는지 그거나 말해봐."
 
  아케미가 놀려댔다. 에츠코와 긴코도 시즈코 부인의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키득거렸다.
 
  "어젯밤에 새벽녘까지 괴로운 소리를 내던데."
 
  "그다지 싫지 않았나 보지. 빨리 털어놔 봐,"
 
  에츠코가 시즈코 부인의 엉덩이를 꼬집으며 채근하였다. 그런 얘기를 게이코가
듣고있다고 생각하니 시즈코 부인은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밖에서 차 멎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부인 서방님이 오셨네."
 
  들어온 것은 가와다였다.
 
  "이봐, 색남, 어젯밤에 어땠어."
 
  여자들이 가와다를 놀려대었다. 가와다는 기분이 좋은 듯 씩 웃으며 들고
온 파일을 긴코에게 건네주고 시즈코 부인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부인. 기분이 어때. 아니 부인이라고 부르니 왠지 어색한데 어차피 내 여자가
되었으니 오늘부터는 시즈코라고 부르지."
 
  가와다는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여자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부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댔다.
 
  어찌 된 영문인지 시즈코 부인은 온몸의 기운이 일시에 빠져나감을 느꼈다.
한번 무너진 여자는 이렇게도 약해져버리는 걸까. 마음 가득 그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하지만 어느덧 그런 것은 까마득히 잊고 그의 페이스에 끌려간다. 어느
샌가, 시즈코 부인은 가와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고 있었다. 여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도 전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시즈코 부인이 돌연 부끄러워 고개를 돌려버렸다.
 
  "대단한 사람이야. 하룻밤만에 이 귀부인을 복종시키다니. 정말 당신은 전형적인
호색한이야."
 
  긴코가 감탄하듯이 말했다.
 
  "헤헤헤, 한번 내 맛을 본 여자는 나 없인 못 살게 돼 있지."
 
  가와다는 뻔뻔스럽게도 여자들에게 어젯밤 일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시즈코
부인은 얼굴이 뜨거워져 고개를 떨구었지만, 가와다의 떠벌리는 소리가 어쩔
수 없이 귀에 들어왔다. 두 손이 자유로웠다면 귀를 틀어막았을 것이다.
 
  "그럼, 슬슬 모리다파 쪽으로 가봐야겠는데."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의 몸을 기둥에서 풀고 오랏줄을 잡아채었다. 손을
묶은 밧줄은 그대로인 채였다.
 
  "어떻게 해서 데려갈 거야? 알몸으론 볼썽사납지 않을까?"
 
  "자동차 짐칸에 밀어 넣을 텐데 뭐, 답답하겠지만 잠깐인걸."
 
  가와다가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시즈코 부인에게 입을 벌리라고 했다.
그녀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가와다를 바라보았다.
 
  "가와다 씨, 너무해요. 너무해!"
 
  "무슨 말이야! 둘이 살집을 마련하려면 너도 돈을 벌어야 한단 말이야. 설마
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고 나서도 염치없이 도야마 영감 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는 거야?"
 
  부인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고 나서도…… 라는 말을 듣자 이젠 다카요시에게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된 자신을 깨달았다.
 
  아아, 도대체 난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하고 고개를 떨어뜨리는 시즈코 부인
앞으로 가와다가 다시 손수건을 내밀었다.
 
  "시간 없어. 자, 아 하고 입 벌려."
 
  "부탁이에요. 뭔가 걸칠 것을 좀……."
 
  "뭔가 걸쳐봐야 어차피 저쪽에 가면 알몸뚱이가 될 텐데. 게다가 여기엔
부인이 입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모두 도야마 집으로 보냈거든."
 
  "그럼, 제발 아래만이라도……."
 
  시즈코 부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하였다.
 
  "할 수 없군. 이봐 긴코. 뭐 걸칠 만한 게 없을까?"
 
  긴코는 히죽히죽 웃어댔다.
 
  "지금 상태가 좋은데 뭐, 그대로 데리고 가요."
 
  "정, 그렇다면 기저귄 더러워졌고, 어때요? 생리대라면 있는데."
 
  에츠코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 잘됐군. 그거라도 어디야."
 
  가와다도 웃으면서 대꾸하였다.
 
  이어 에츠코가 생리대를 가져오자 시즈코 부인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몸부림을
치며 반항했지만 에츠코와 아케미, 긴코까지 합세해서 부인의 하복부에 그것을
채웠다.
 
  "자 이젠 됐지. 그럼 입 벌려."
 
  가와다가 다시 손수건을 내밀자 눈을 감은 시즈코 부인은 체념한 듯이 입을
벌렸다. 재갈을 물린 후 가와다는 부인의 발목을 묶고 번쩍 안아 올려서는
밖으로 나갔다.
 
  차 트렁크에 부인을 밀어 넣은 가와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잠깐만 참아. 얌전하게 굴어야 해."
 
  그 차는 평소 시즈코 부인이 쇼핑하러 오갈 때 사용하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짐칸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럼, 가볼까."
 
  가와다는 트렁크를 닫고 차를 출발시켰다. 가와다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전송하고 있던 긴코 패거리들은 이번엔 게이코의 운반 방법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게이코는 어떻게 운반하지, 언니?"
 
  "오늘밤 우리들이 운반하자고. 등산복 차림으로 륙색에 넣어 가면 돼."
 
  긴코가 대답했다. 가와다는 모리다파에 부인을 넘기고 일단은 도야마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래서 게이코까지 운반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악녀들은 폐가로 돌아와 기둥에 등을 대고 묶여 있은 게이코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게이코, 드디어 작별이군 모리다파에 가거든 엄마와 함에 열심히 일하는
거야."
 
  게이코는 머리를 숙인 채, 더 이상 반항할 기력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긴코의 동생 마리였다.
 
  "마리야, 도대체 어디를 싸돌아다니는 거니? 지금 한창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럴 때 혼자 돌아다니다 사고라도 나면 어쩔래?"
 
  긴코가 눈을 치켜 뜨며 야단쳤다.
 
  "그렇지 않아도 봉변 당할 뻔했는데 쿄오코라는 언니가 구해줬어."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
 
  "쿄오코 언니 들어와!"
 
  엉거주춤 밖에서 들어온 것은 화려한 스커트를 입고 추잉검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키가 훤칠한 여자였는데, 말할 것도 없이 야마자키 탐정의 비서 쿄오코였다.
 
  "여기에 모르는 사람을 데려오면 어떡해?"
 
  긴코도 아케미도 정색한 얼굴로 마리를 꾸짖으며 쿄오코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자, 마리가 열심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언니, 내가 보증할게. 이 사람은 하자쿠라단을 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 보단 내가 졸라서 하자쿠라단에 입단하기로 했어. 봐."
 
  마리는 쿄오코의 옷소매를 걷어올려 하자쿠라단의 문장인 벚꽃 문신을 내보였다
그리고 이 쿄오코라는 여자가 얼마나 당수가 센가 하는 것과, 자신을 위기에서
건져준 경위에 대해 재잘거렸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긴코는 쿄오코의 입단을 가까스로 허락하였다.
 
  "주먹 쓰는 일 같으면 언제라도 맡겨줘요. 그럼 잘 부탁해요."
 
  쿄오코는 단장인 긴코에게 인사했다. 이 바닥에서 상당히 굴러먹은 불량
소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믿음직스럽군 잘해봐. 그리고 마리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긴코가 호의적인 태도로 나왔다. 쿄오코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옆을 본 쿄오코는 움찔했다. 알몸으로 기둥에 묶여 있는 소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도야마 집안의 아가씨라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지만
쿄오코는 시치미를 뚝 떼고 물어봤다.
 
  "단장, 저기에 묶여 있은 계집애는 도대체 뭐죠? 규칙을 어겨서 처벌받은
건가요?"
 
  긴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뭐, 그런 셈이지, 하고 말을 이었다.
 
  "너도 오늘부터 우리 동료니까 대충 지금까지의 일을 얘기해주지."
 
  그리고는 도야마 집안의 부인과 딸을 모리다파에게 팔아 넘길 계획의 일체를
득의양양하게 설명했다.
 
  "과연 대단한 하자쿠라단이군요. 스케일이 커."
 
  쿄오코는 짐짓 감탄한 듯이 말했다.
 
 
 
  모리다파는 어느 실업가의 큰 저택의 일부를 빌려 그곳을 본거지로 삼고있다.
저택의 일부를 모리다파에게 내준 말하자면, 이 깡패 집단의 스폰서인 다시로
이페이는 옛날 모리다파에게 사업상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그 의리로 그들을
원조하고 대신 갖가지 자극과 엽기적인 쾌락을 제공받고 있었다. 비밀쇼, 비밀
사진 제조가 그들의 본업인 탓에 다시로는 여러 종류의 쾌락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사장님. 근사하고 귀한 보물이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잠깐 보시겠습니까?"
 
  거실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 다시로에게 모리다파의 간부인 다케지가 다가와
말했다.
 
  "그럴까?"
 
  호색한 다시로는 다케지의 뒤를 따라 모리다파에게 빌려주고 있는 별채로
향했다. 다시로는 쉰 살로 이제까지 여러 번 아내를 맞아들였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도망쳐버렸다. 그의 변태적인 성향을 여자들이 참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런 고독한 그를 모리다파가 위로하고 있었다.
 
  다다미 열 장의 거실에 모리다파 일원들이 떠들썩하니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다시로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아주었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미키조가 먼저 술 한잔 받으라며 다시로의 손에 컵을 쥐어주고 술을 찰랑찰랑
넘치게 부었다.
 
  "어쩐 일이야. 낮부터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다시로가 술을 들이켜며 말했다.
 
  "네, 여간해서는 얻기 힘든 귀한 보석을 입수했습니다."
 
  이어 다시로의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어떤 여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장님 바로 도야마 다카요시의 부인인
시즈코라는 절세 미인입니다"
 
  "뭐! 정, 정말인가?"
 
  다시로가 컵을 내려놓고 미키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야마 다카요시는 다시로에게 있어서 정말이지 불쾌한 존재이다. 언젠가
다시로가 이다시 교외에 있는 토지의 낙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도야마가
갑자기 끼여들어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자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어느 사회사업 단체의 자선 파티에 출석했을 때, 도야마
다카요시도 최근 결혼했다는 미모의 시즈코 부인을 동반하고 참석했었다. 다시로는
부아가 치밀어 멀찍이 떨어진 구석 테이블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 각인 된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용모가 아직까지도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그 부인이 모리다파의 수중에 떨어졌다니…… 다시로는 두려우면서도 가슴
설레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분에 싸였다. 수일 전 큰일을 벌이려고 하니
백만 엔만 마련해달라는 모리다의 부탁을 받고 다시로가 큰맘 먹고 주었는데,
그게 이 부인 유괴에 필요한 돈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윽고 두목, 들여보낼까요,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장지문이 열리면서 손을
뒤로 묶인 시즈코 부인이 모리다파 간부 몇 명에게 둘러싸여 들어왔다. 부인의
오랏줄을 잡고있는 것은 가와다였다.
 
  부인은 재갈을 물고, 하복부에는 생리대를 차고있는 굴욕적인 모습이었다.
 
  "도코노마의 기둥에 세워 놔!"
 
  가와다는 수치심에 몸을 움츠리는 부인의 등을 떠밀어 도코노마 쪽으로 밀고
갔다. 빙 둘러앉은 사내들은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의 풍만한 엉덩이가 실룩실룩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키득키득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도코노마로 올라선 부인은 사내들 쪽으로 돌려져 기둥에 등을 대고선 채로
묶여졌다.
 
  "어떻습니까? 사장님. 얼굴도 반반하지만, 몸도 근사하지 않습니까?"
 
  모리다가 다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로는 눈을 번뜩이며 부인의
나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가와다는 부인의 재갈을 벗겨줬다.
 
  "그런데 이 부인, 지금 생리 중인가?"
 
  모리다가 부인의 허리께에 달린 것을 보고 가와다에게 물었다.
 
  "아뇨, 뭔가 입혀달라고 하는데, 공교롭게 이것밖에 없어서……."
 
  가와다가 대답하자 사내들이 왁자하니 웃었다.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눈을 꼭 감았다. 아마 지옥에 떨어져 도깨비 앞에
끌려나온 심정일 것이다.
 
  "그런 볼썽사나운 것은 치워버려! 허리를 주뼛주뼛하면서 부끄러워하고 있잖아?"
 
  모리다의 말이 떨어지자 가와다는 부인의 허리에 찬 고무 밴드를 나이프로
끊어 벗겨냈다.
 
  "정말 훌륭하군, 두목."
 
  다시로가 시즈코 부인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백만 엔 치곤 좋은 물건이죠. 잘만 하면 도야마에게 삼 백만 엔은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겁니다. 설사 돈을 못 받아낸다 해도 이 정도의 여자라면 치장해서
쇼에 내보내거나, 사진을 만들어 팔아도 크게 히트 칠 게 분명합니다"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면서 안쪽 호주머니에서 백만 엔 다발을 꺼내 가와다에게
건네주었다. 가와다는 손을 앞으로 모아 비벼대며 돈을 건네 받았다.
 
  "네, 이거 감사합니다."
 
  돈을 세어 안쪽 호주머니에 넣은 가와다는 뭔가 끝나지 않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두목. 도야마의 딸 게이코도 곧 이곳으로 데리고 올 텐데 어떻게
할까요? 그쪽은 삼십 만이라는 뎁쇼."
 
  "뻔뻔스러운 놈이군. 그런 건 서비스로 해둬."
 
  "아이고, 두목. 하자쿠라단의 계집애들이 여간 깐깐한 게 아니라 서요. 게다가
게이코라는 물건도 아주 팔팔해서 시즈코와는 또 다른 맛이 날 겁니다."
 
  그러자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시로가 끼여들었다.
 
  "어때? 그 삼십만은 내가 내도록 하지. 도야마의 부인과 딸을 치장해서 비밀
쇼에 내보내는 거야. 그럼 아주 재미있겠어."
 
  다시로는 금방 수표를 써서 가와다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감사합니다. 헤헤헤."
 
  가와다는 굽실굽실 머리를 조아리며 그것을 받아 정중히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다시로의 입장에서 보면 도야마 다카요시에 대한 원한을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니 삼십만 엔이 아까울 리가 없었다.
 
  "한몫 잡게 생겼군. 그 대신 사장님도 이렇게 오시고 했으리, 도야마 부인에게
술자리 여흥이나 돋우도록 해보지."
 
  미키조가 가와다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노래를 시키든 춤을 추게 하든 아무거나 좋아."
 
  모리다도 가와다가 부인과 보통 관계가 아님을 눈치챘는지 구체적인 주문을
했다.
 
  "아직 훈련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가와다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부인을 흘끗 쳐다보며 다시로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작은 소리로 소곤댔다.
 
  "뭐야! 부인의 거기가 명기(名器)란 말인가?"
 
  "네, 뭐랄까, 염낭 주머니, 아니, 낙지라고 할까요?"
 
  가와다가 다시로에게 비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렇다면 벌써 자네가 맛을 봤다는 말이군."
 
  "그게, 뭐 혹시 독이 있을까 싶어 검사를 해본 건데, 저도 깜짝 놀랐지 뭡니까?
도야마 가의 젊은 부인이 명기의 소유주라니, 이건 상품으로서도 충분히 제값을
할겁니다."
 
  가와다는 백만 엔이라는 돈이 결코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도야마 영감에게 이런 후처라니, 정말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죠."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자 다시로는 군침을 삼키며 다시 한번 시즈코 부인의
전라 상에 시선을 보냈다.
 
  얼굴과 몸도 훌륭한데 그 부분까지 명기라니…… 다시로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집요하게 시즈코 부인의 알몸을 응시하였다.
 
  "자, 어떻습니까? 여흥으로 다시로 사장님과 모리다 두목이 의사가 돼서,
그러니까 자위 기구 같은 것을 사용해서 의사 놀이를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가와다의 말에 다시로는 싱긋 웃으며 좋지, 하고 대답했다.
 
  "자네가 말하는 명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기 전에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고."
 
  다시로의 말에 모리다가 부하들에게 이불을 갖고 오라고 명령했다.
 
  그때까지 시즈코 부인의 알몸을 넋을 잃고 쳐다보던 모리다의 부하들이 빨리
하질 않고 하는 두목의 호통 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하들이 벽장을 열고 침구를 날라 오자 가와다는 족쇄로 쓸 청죽을 하나
준비해달라고 그들에게 주문했다.
 
  시즈코 부인은 그런 가와다를 증오에 찬 눈으로 쏘아봤다.
 
  "가와다, 다 당신이란 사람은……."
 
  분한 마음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시즈코 부인은 어깻죽지를 떨며 오열을
했다. 가와다의 악마 같은 행위에 시즈코 부인은 차라리 낭떠러지에서 떠밀린
듯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가와다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리다의 부하들에게 말했다.
 
  "자, 지금부터 부인을 이곳에 눕힐 테니 다리를 벌려서 이 청죽의 양끝에
묶어주세요."
 
  다케지와 사부로가 기둥에 묶여 있는 부인의 오랏줄을 풀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은 모리다파의 간부로 평소 같으면 거들 떠도 보지 않을 일이었건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직접 손을 쓰고 있는 것이다.
 
  뒷짐 결박한 오랏줄은 그냥 놔둔 채 다케지는 부인의 오랏줄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야!"
 
  침구 위로 내던져진 시즈코 부인은 주위를 에워싸듯이 접근해 오는 사내들에게
당황한 시선을 보냈다.
 
  "의사 놀이를 하려고. 우리들은 의사의 조수 역을 맡았지."
 
  다케지가 쿡쿡 웃으면서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알몸을 움츠리고 입술을 떨며 가와다를 향해 욕설을 퍼붓듯이
말했다.
 
  "가와다 씨! 그, 그만큼 내게 모욕을 주고도 아직 성이 차질 않는단 말이야!
이 자리에서 나를 모두의 노리개로 삼을 생각이야?"
 
  그러자 가와다가 코웃음을 쳤다.
 
  "모욕이라고? 부인 역시 열에 들떠 허리를 흔들어대지 않았나요?"
 
  가와다의 말에 다시로와 모리다가 그것 참 즐거웠겠군, 하며 빙긋이 웃었다.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거야."
 
  다시로가 그렇게 말하자 가와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이렇게 정숙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귀부인께서 그 정도로 격렬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아! 가와다 씨 나, 또 갈 것 같아 하며 몇 번씩이나 기분을
냈다고요."
 
  가와다의 그런 조소를 듣는 시즈코 부인의 얼굴은 굴욕과 수치심으로 불같이
뜨거워졌다.
 
  가와다가 다시 자랑스럽게 시즈코 부인의 놀라운 수축력과 흡인력에 대해
설명하자 다시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빨리 실험대에 올리지!"
 
  그러자 가와다와 모리다의 부하들이 달려들어 시즈코 부인의 알몸을 그대로
침구 위에 벌러덩 쓰러뜨렸다. 백설 같은 피부의 온기와 감미로운 체취가 사내들의
관능을 마구 휘저어놓고 있었다.    사내들이 이번에는 가랑이를 벌리려고
하자, 시즈코 부인은 이성을 잃은 듯 하반신을 흔들어 댔다.
 
  "놔! 아아, 그만해요!"
 
  "이제 그만 단념하라고.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이 퍼덕거려봐야 별 수 있겠어.
자, 당당하게 다리를 벌리라고."
 
  "그래, 그래. 귀부인께서 어린 계집애처럼 날뛰면 꼴사납잖아. 귀부인답게
멋있게 보여주라고."
 
  다케지와 사부로가 연신 낄낄거리면서 발버둥치는 부인의 다리를 억지로
벌렸다.
 
  시즈코 부인은 아악하고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으나, 더는 어쩔 수 없는지
눈을 감고 미간을 찡그린 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드디어 부인의 다리가
좌우로 활짝 벌어졌고, 부인은 격한 오열을 토했다.
 
  사내 두 사람은 재빨리 정강이께를 청죽의 양끝에 바짝 댄 뒤 오랏줄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시즈코 부인의 외설적인 나체를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굉장한 포즈군. 저 부끄러운 곳을 보아란듯이 드러내놓고, 도야마 사장이
이것을 본다면 필시 거품을 물겠는걸."
 
  다시로의 말에 시즈코 부인은 귓불까지 빨갛게 물든 얼굴을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투명한 상아색 광택을 띤 허벅지 안쪽에 활짝 벌어진 색정적인 숲이 도드라져
보였다. 관능의 심지가 저릿저릿해진 모리다는 무릎걸음으로 부인의 하복부로
다가가 부드러운 숲 부분을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부인이 불에라도 데인 듯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비명을 질렀다.
 
  시즈코 부인이 비명과 동시에 하복부를 격렬하게 비틀자 사타구니를 감싸고
있던 섬모가 흐트러지며 안쪽의 세로줄이 드러나고 음핵까지 살짝 내비치는
것 같았다. 모리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자, 착하지? 음핵을 조금만 만져보자고."
 
  모리다가 다시 하복부로 다가오자 시즈코 부인은 싫어, 바보 같은 짓 그만해,
하며 하반신을 격렬하게 흔들어댔다.
 
  그때 복도 쪽이 돌연 소란스러워졌다.
 
  "누구야!"
 
  모리다는 타오르던 불길에 갑자기 물이라도 끼얹어진 기분을 느끼고 얼굴을
들었다.
 
  혹시, 구원자…… 체념의 눈을 감고 있던 시즈코 부인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눈을 크게 떴다. 
 
<4. 화려한 난투>
  
  장지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하자쿠라단의 긴코와 아케미였다.
 
  "게이코를 차에 싣고 왔습니다."
 
  긴코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알리고는 침구 위에 묶여 있는 전라의
시즈코 부인을 보고 샐쭉 웃었다.
 
  "히야! 굉장한 포즈를 취하고 있군, 부인. 도야마 부인의 망측스런 가랑이
벌리기라. 이런 포즈는 주인 양반도 본 적이 없겠지?"
 
  긴코가 야유하자 시즈코 부인은 붉어진 얼굴을 어깨에 파묻고, 이를 갈며
분에 못 이겨 흐느꼈다.
 
  가와다에게, 지금부터 다시로 사장 일행과 의사 놀이를 할거라는 얘기를
들은 긴코와 아케미는 부인에게 다가갔다.
 
  "우리들도 의사 놀이에 끼워 줘. 응, 좋지? 부인."
 
  긴코가 낮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시즈코 부인은 오싹할 정도의 혐오감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다.
 
  "가까이 오지마! 너, 너희들 같은 짐승의 노리개만은 되고 싶지 않아!"
 
  동성에게 성적 희롱을 당한다는 것에 대한 굴욕감으로 시즈코 부인은 거의
광란의 상태가 되었다. 그것을 간파한 가와다는 가학적인 쾌감이 밀려왔다.
 
  "긴코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보복이 무섭지도 않나, 부인."
 
  긴코가 험악한 인상을 쓰며 말했다.
 
  "우리들보고 짐승이라고 했겠다? 조금만 기다려. 그 높은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지."
 
  그러면서 긴코는 들고 온 종이 봉투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마른나무
섬유를 몇 겹으로 말아 붙인 것 같은 기묘한 막대였다.
 
  "이게, 뭔지 알아, 부인? 이건 토란 줄기를 감아 만든 자위 기군데, 성능이
아주 뛰어나지. 의사 놀이를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도구야."
 
  긴코는 그 기묘한 막대를 시즈코 부인 코앞에 들이밀었다 그 도구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부인은 크게 당황하여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그것에서 눈길을
거두었다.
 
  "이봐, 작은 것도 있어."
 
  아케미가 종이 봉투 안에서 역시 토란 줄기를 감은 가는 막대를 꺼내더니
이것은 항문에 넣는 도구야, 하며 그것으로 시즈코 부인의 달아오른 뺨을 간질였다.
 
  "이 두 개를 앞뒤에서 동시에 사용해주지. 아마 끙끙 신음 소리가 나올 걸."
 
  긴코는 아케미와 얼굴을 마주보고 깔깔 웃어댔다.
 
  "그전에 부인의 그 부분을 자세히 조사해보고 싶은데."
 
  긴코와 아케미가 그러면서 부인에게 다시 다가왔다.
 
  "어때, 나하고 키스 한번 해보자고. 부인에게 레즈비언 맛을 가르쳐줄 테니."
 
  긴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부인의 뺨을 두 손으로 꼼짝 못 하게 눌렀다.
 
  "싫어! 미친 짓 그만해!"
 
  시즈코 부인은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어 긴코의 입술을 뿌리치려고 하자
아케미가 고소한 듯이 웃었다.
 
  "그렇게 고집 부리지 말고 언니에게 혀를 빨아달라고 해. 그러면 내가 부인의
클리토리스 껍질을 잘 벗겨드릴게."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부인의 하복부에 찰싹 달라붙어 부드럽게 솟아오른
섬모를 손바닥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다시 날카로운 비명이 부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아케미의 손끝이 그곳에
닿는 순간 좌우로 벌어진 부인의 허벅지의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
 
  사내들은 히죽히죽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여자들의 행위를 지켜보고 있었다.
부인이 여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받으면서 극도의 혐오감을 나타내는 것이 가와다나
다시로에겐 짜릿한 흥분이었다.
 
  긴코의 키스와 아케미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시즈코
부인.
 
  "여자들에게 희롱을 당하다니! 어, 어째서 내가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해야
하는 거야. 응, 어째서, 가와다 씨!"
 
  시즈코 부인은 오히려 가와다에게 구원을 요청하듯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사랑해 준 다잖아. 다정하게 사랑해주려는데 지금 태도가 그게 뭐야!"
 
  강한 반발에 직면한 긴코는 울컥 화가 치밀어 세차게 부인의 따귀를 갈겼다.
 
  "입맞추는 게 그렇게 싫다면 아랫입술을 빨아주지."
 
  그러더니 부인의 하복부로 몸을 틀었다.
 
  "아앗, 제발요, 그만해!"
 
  긴코가 허벅지에 뜨거운 숨결을 토하면서 아케미와 같이 부드러운 섬모를
애무하자 부인은 격하게 흐느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자, 틈새를 크게 벌려봐."
 
  섬모를 쓸어 올려 여체의 생생한 세로줄을 드러낸 여자들은 이번에는 마치
조개라도 벌리듯이 부드러운 여체를 벌려갔다.
 
  "아악!"
 
  시즈코 부인은 호흡이 멈출 정도의 치욕에 목덜미를 곧추세우고는 비통한
소리를 질렀다.
 
  "이봐 가와다 씨, 구경만 하지 말고 부인의 젖가슴이라도 주물러 줘. 기분이
나게 말이야."
 
  긴코가 문득 얼굴을 들고 여자들의 솜씨에 도취되어 넋을 놓고있는 사내들에게
말했다. 퍼뜩 제정신이 돌아온 가와다는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눈을 찔끔했다.
 
  "하반신은 여자들에게 맡기고 사장님과 모리다 두목은 부인의 상반신을 애무해
주시죠?"
 
  가와다의 말에 다시로와 모리다는 부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다시로는 충혈된
눈으로 부인의 요염한 목덜미를 한참 쳐다보더니 자늑자늑한 어깨와 발그레하니
상기된 뺨에 뜨거운 키스를 비오듯 쏟아 부었다. 모리다는 오랏줄로 조인 부인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꽃봉오리 같은 유두에 입술을 바짝 들이대고 달콤하게
빨아댔다.
 
  사내들과 여자들의 집요한 성적 학대가 위아래로 쏟아지자 시즈코 부인은
궁지에 몰린 심정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통렬한 혐오감, 굴욕감과 함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쾌감 같은 것이 밀려와 어금니를 깨문 입에선 비통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후후후, 귀여워하는 마음이 강한 만큼 한번 미워지면 미움이 그보다 커진다는
말이 있지? 실컷 괴롭혀줄게. 자, 속속들이 드러내는 거야."
 
  긴코는 소리 없이 웃으면서 부인의 비열(秘裂)을 손가락을 사용해 활짝 벌렸다.
그러자 축축한 질 층이 신선한 어육처럼 선명한 분홍색을 띠며 생생하게 불거져
나왔다.
 
  "어머, 예뻐 꼭 처녀처럼 장밋빛이야."
 
  긴코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
 
  "게다가 멋지게 위에 붙었어. 사장 부인다운 관록이 있는데? 클리토리스
역시 정말 근사해."
 
  아케미도 맞장구를 치며 몇 곁이나 겹쳐진 옅은 홍색의 부드러운 주름 층을
껍질이라도 벗기듯이 한 장 한 장 벌려갔다.
 
  동성의 손으로 음란한 학대를 받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입장에서는 태어나서
처음 당하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굴욕이었다. 그러나 그저 땀이 맺힌 이마를
고통스럽게 일그러뜨리며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피하려야
피할 길 없는 피학성의 괴상한 쾌감이 온몸에 번짐을 느끼게 되었다.
 
  시즈코 부인이 숨을 몰아쉬고 허벅지를 뒤틀며 요동치기 시작한 것을 본
긴코와 아케미는 사냥감을 놓고 다투듯이 교대로 손가락을 사용해서 부인의
점막 내측의 깊숙한 속까지 휘저었다 그리고 그 부분이 흥건하게 젖어 감을
깨닫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보고 빙긋이 웃었다.
 
  "뭐야! 싫어, 그만해 하고 불평을 늘어놓더니 벌써 이렇게 젖어버렸잖아?"
 
  "어머, 클리토리스가 발기했어. 꽤 기분이 좋아지셨나 봐."
 
  긴코와 아케미는 부인의 음핵이 팽창하기 시작한 것을 보고 기세가 올라
야유해했다. 그런 여자들의 조소를 견디지 못하고 시즈코 부인은 얼굴을 흔들며
흐느껴 울었다.
 
  "귀부인치고는 행실이 안 좋군. 아무리 기분이 좋아졌다지만 부끄러운 봉오리를
이렇게까지 환히 내보일 건 없잖아."
 
  시즈코 부인은 그런 여자들의 음란한 학대와 독살스런 야유를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스스로 몸을 던지듯이 집요하게 입술을 포개려고 몸을 내미는
다시로의 입술에 얼른 입술을 포개었다.
 
  다시로는 무아지경에 빠져 부인의 달콤한 혀끝을 입안으로 끌어들이고, 혀가
빠질 정도로 세게 빨아들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긴코는, 그러면 우리도 시작해볼까? 하며 계속 비틀어대고
있는 부인의 허벅지를 돌연 떠받치듯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여자의 중심부, 뜨겁게 여문 질 층을 입술을 사용해 간질이면서
단단히 발기한 음핵을 입안에 넣고 강하게 빨아들였다. 그 순간, 부인의 온몸에
전류가 통한 듯이 부르르 경련이 일었다.
 
 
 
  이삼 분 동안 부인의 음핵을 빨던 긴코가 만족스럽게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얼굴을 들고, 다시로도 입안에 빨아 당긴 부인의 혀끝을 해방시켜줬지만, 시즈코
부인은 이미 완전히 넋이나가 멍하니 반쯤 벌린 입술 사이로 혀끝을 내보인
채 거칠게 헐떡이고 있었다.
 
  "어때, 부인. 아직도 우리들이 미워? 이왕 이렇게까지 됐으니 앞으로 사이
좋게 지내자고."
 
  긴코가 끈적끈적하게 그렇게 속삭여오자 시즈코 부인은 고개를 옆으로 묻고
흐느껴 울었다.
 
  "울음으로 얼버무리지 말아. 기분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때?"
 
  이어 아케미가 자, 죄다 보여줘,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질척하게 젖은
질 벽을 벌려 질구까지 환하게 노출시켜버렸다. 그리고 질의 주변을 혀로 간질이고
질 벽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성적 희롱을 받는 동안에 질구도 소음 순도 열기를 띠고 팽창해 가는
것이 가와다의 눈에도 또렷이 비쳤다. 여자들이 더 음탕하고 잔학하다고 생각하며
가와다는 집요한 여자들의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활짝 개화한 부인의 질 벽에서 불에 데인 듯한 뜨거운 질 액이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나왔다.
 
  "어머, 완전히 기분이 오른 모양이네. 이렇게 싸주시면 이쪽도 서비스한
보람이 있지."
 
  긴코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엄청난 수액을 흘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응시하며 환성을 길렀다.
 
  "그래 거리낄 것 없어, 부인. 좀더 야단스럽게 싸는 거야."
 
  "이제부터 토란 줄기를 감은 자위 기구로 마구 쑤셔드리지, 질 액이 많을수록
토란 줄기의 액이 그것과 융합해서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될 테니까."
 
  악녀 둘은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교대로 손가락 두 개를 시즈코 부인의
점막 안쪽에 깊숙이 찔러 넣고, 다시 질 액이 나오도록 마구 휘저었다.
 
  "아, 악!"
 
  시즈코 부인은 단속적인 비명을 지르며 결박된 상반신을 활처럼 휘고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며 경련이 이는 듯한 울음소리를 토했다.
 
  끈덕지게 휘젓는 긴코의 손가락에 부인의 질 벽 층이 마치 수중의 해초처럼
끈끈하게 휘감겨져 왔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그 뜨거운 질 층이 긴코의 두
손가락을 꽉 조였다. 긴코는 부인의 그 괴이할 정도로 강한 수축력을 손가락에
확실하게 느끼자 반색을 하고 부인의 젖가슴을 빨고있는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말했다.
 
  "가와다 씨의 말대로, 이 부인은 정말 명기의 소유자예요."
 
  "맞아, 속된 말로 염낭 주머니지!"
 
  가와다가 낄낄거렸다.
 
  "어디어디, 나도 한번 시험해 보자고"
 
  이번엔 아케미가 손가락 두 개를 아주 깊숙이 찔러 넣고, 자, 조여봐, 하고
명령하듯이 말하고는 손가락을 짧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코나 아케미에게 대해 처음엔 심한 적의와 반발을 보인 시즈코 부인이었지만,
지금은 두 여자의 그곳에 대한 뜨거운 입맞춤과 교묘한 손놀림에 의해 몸도
마음도 녹진녹진하게 녹아있다.
 
  "이봐, 단단히 조이지 못해!"
 
  아케미가 야단치듯 말하자 단번에 수축력을 발휘하여 아케미의 손가락에
여문 질육(膣肉)을 휘감고 꽉 조였다.
 
  "이거 대단한데? 도야마 재벌의 사장 부인이 염낭 주머니라니."
 
  아케미와 긴코가 얼굴을 마주하고, 큰 입을 벌려 웃기 시작했다.
 
  그때 시즈코 부인이 뭔가에 겁먹은 듯이 상기된 얼굴을 좌우로 흔들어댔다.
긴코가 한쪽 손가락으로 단단히 발기된 음핵을 가볍게 만지면서, 다른 한쪽
손가락을 질구 깊숙이 찔러 넣고 다시 애무를 개시한 순간, 급기야 시즈코
부인이 옥죄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아, 기다려 긴코! 더 이상 참지 못하겠어."
 
  "왜 그래, 기분이 났다는 거야?"
 
  긴코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곤혹스러운 눈길로 긴코를 바라보고는, 자못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더 하게 되면 나, 이 자리에서 아아, ……그런 부끄러운 꼴을 보이지 않게
해줘."
 
  긴코에게 애원하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가와다는 이것으로 부인과 여자들
사이의 응어리가 풀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까까지 여자들에게 보인 부인의
반발심은 약해지고, 하나의 연결 고리가 생기려고 하지 않는가.
 
  "저런, 아직 기분을 내면 안 돼! 지금은 그저 부인의 물건을 조사하는 단계라고."
 
  아케미도 그렇지, 하며 맞장구를 쳤다.
 
  "조사가 끝나면 토란 줄기 막대를 삼키게 해줄게. 그놈을 물고 기분을 내보라고."
 
  악녀들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잔인한 말을 내뱉어 부인의 혼란스러운
신경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고 했다.
 
  "자 가와다 씨. 거기에 있는 토란 줄기 막대를 집어 줘."
 
  그러자 시즈코 부인이 격하게 흐느끼면서 싫어! 그만해! 하고 온몸을 비틀었다.
 
  "이봐, 잠깐 기다려!"
 
  다시로가 제지를 했다.
 
  "뭐 그런 걸 사용할 필요가 있겠어? 어차피 기분을 내려면 우리들의 육봉(脚隣)을
물고 조이는 편이 훨씬 만족스러울 텐데. 그런 토란 줄기 같은 것을 밀어 넣는
것은 부잣집 귀부인에 대한 실례지. 그리고 말야, 부인의 명기를 직접 맛보고
싶은걸."
 
  "후후후, 그것도 괜찮겠죠. 사장님의 그곳 역시 단단해졌을 테니까."
 
  그러자 다시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단단해져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발딱 서 있다고."
 
  그때 또다시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리 일행일 거야."
 
  아케미가 일어나 장지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무스름한 오랏줄로 묶인 게이코가
여러 명의 불량 소녀들에게 이끌려 방으로 들어왔다. 입에는 단단히 재갈이
물려져있었다.
 
  "허허, 이게 도야마의 딸인가? 아주 예쁘장하게 생겼군."
 
  다시로는 음탐한 눈을 깜박이며 떨고 있는 게이코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마리 일행은 게이코를 커다란 륙색에 집어넣고, 택시를 세내어 여기까지
운반해온 과정을 호들갑을 떨며 설명했다. 그러다 에츠코가 문득 다리를 벌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부인, 굉장한 포즈를 취하고 있네?"
 
  가와다가 히죽 웃었다.
 
  "유감이군. 아가씨가 조금만 일찍 왔었더라면, 재미있는 구경을 했을 텐데.
뭐, 어쨌든 좋아. 아가씨도 이쪽으로 앉으라고."
 
  긴코와 아케미가 필사적으로 뒷걸음질치려고 하는 게이코를 강제로 끌어와,
다시로 옆에 털썩 책상다리로 앉힌 다음 재빨리 교차시킨 다리를 끈으로 감아,
소위 책상다리 결박을 하였다.
 
  게이코는 앞쪽을 응시하다가 그만 깜짝 놀라 얼굴을 돌렸다. 그러자 긴코와
아케미가 게이코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얼굴을 정면으로 돌려놓았다.
 
  "봐야 돼. 친 엄마는 아니지만 네 엄마임에는 틀림없잖아? 똑똑히 눈을 뜨고
보란 말야!"
 
  그들은 시즈코 부인의 수치심이 한층 고조될 것을 계산에 넣고있었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술안주는
눈앞에 가랑이를 벌린 채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과 책상다리로 결박된 게이코였다.
그 외의 사내들도 흥분이 덜 가신 무아지경 상태의 시즈코 부인을 에워싸고
계속 희롱을 해대고 있었다.
 
  "쿄오코,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긴코는 쿄오코가 아까부터 방 한쪽 구석에서 멀거니 서 있는 것을 마음에
두고 말했다.
 
  "호호호, 이런 장면을 처음 봤나 보지? 그래서 놀란 거로군."
 
  아케미가 재미있어하며 웃었다.
 
  쿄오코는 응, 좀 놀랐어, 하며 얼버무렸지만, 실제로는 이만저만 놀란 게
아니었다. 야마자키의 명령으로 불량 소녀로 가장, 하자쿠라단에 잠입한 쿄오코였지만
도야마 재벌의 귀부인이 이처럼 잔학한 방법으로 희롱을 당하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 정도하고 끝내는 게 어때. 아무리 미인이라 지만 저런 몰골은 별로 구경하고
싶지 않은데."
 
  쿄오코의 말에 긴코도 아케미도 그것도 그렇군, 하고 웃으며 손수건에 맥주를
적셔 마치 물건이라도 닦듯이 시즈코 부인의 몸을 닦았다.
 
  "안쓰러우니까 뒤처리를 해주지."
 
  간신히 끈이 풀린 부인은 금방은 상체를 일으키지 못할 정도였지만, 이윽고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자유롭게 된 양손을 교차시켜 가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죽고 싶을 정도의 부끄러운 모습과 비참한 상태를 악마와 악녀들에게 여실히
드러낸 분함과 한심함으로, 시즈코 부인은 검은 머리칼을 흔들면서 치를 떨며
흐느꼈다.
 
  "한데 다시로 사장님에게 명기의 맛을 보여주기로 했잖아?"
 
  가와다는 자신의 잔혹한 말을 부인이 어느 정도나 참아내는지 시험이나 하듯이
깜짝 놀라 외면하는 부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아!"
 
  시즈코 부인은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엎드리고 말았다. 등을 드러내고
오열하는 시즈코 부인에게 이번엔 아케미가 깐죽깐죽 끼여들었다.
 
  "뻔뻔스럽게 남자들 앞에서 다리를 확 벌리고 모든 걸 다 드러내다니. 참
배짱도 좋아."
 
  시즈코 부인은 더욱 격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쿄오코가 끼여들었다.
 
  "언니들도 참 그만해. 내일도 있잖아?"
 
  그러자 가와다가 얼굴을 들어 쿄오코를 보고 말을 건넸다.
 
  "너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네, 쿄오코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꽤 반반하게 생겼는데, 너 정도면 미스 하자쿠라단쯤 되겠다. 나이는 몇
살이지?"
 
  "스물 두 살입니다."
 
  "흠. 그런데 너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쿄오코는 가슴이 철렁했다. 가와다는 도야마 가의 운전사가 아닌가? 전에
야마자키와 같이 가와다가 운전하는 차를 탄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다행히도 가와다는 금세 포기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하고 헷갈렸나 보군. 뭐 좋아, 하자쿠라단을 위해 열심히 해보라고."
 
  쿄오코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짝 긴장했던 온몸의 긴장을 풀었다.
 
 
  "이제 됐지. 가와다. 부인을 다시 묶어."
 
  모리다가 말했다.
 
  그러자 가와다가 잽싸게 끈을 집어들고 시즈코 부인의 등뒤로 돌아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충분히 쉬었지? 자, 손을 뒤로 돌려."
 
  시즈코 부인은 저항할 기력도 없어 눈을 꼭 감고 손을 등뒤로 돌렸다.
 
  "아주 고분고분해 졌군. 그래, 귀부인답게 깨끗이 단념하는 거야."
 
  가와다는 주절주절 떠들면서 손에 침을 탁 뱉고 시즈코 부인을 단단히 뒷짐
결박해 갔다.
 
  모리다가 다시로와 히죽거리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가와다를 향해 말했다.
 
  "오늘밤은 사장님과 내가 도야마 부인을 실컷 즐겁게 해드리기로 했어. 돈을
지불했으니 물건은 이쪽 것이야. 자네 이견은 없겠지?"
 
  그러자 가와다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럼요. 이미 양도한 물건인데, 남의 떡에 침을 흘리면 되겠습니까?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어르신 마음대로 하십시오."
 
  "좋아, 그럼 도야마 부인을 사장님 방으로 옮기게."
 
  "알았습니다. 헤헤헤, 사장님과 두목이 오늘 이후로 동서 지간이 되는 셈이군요."
 
  "하하하, 뭐 그런 셈이지."
 
  토지 브로커인 다시로가 불룩 튀어나온 배를 흔들며 웃었다.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술자리 여흥으로 게이코의 관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재갈이 풀린 게이코는 째지는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지만, 여전히 뒷짐 결박되어
있는 처참한 신세였다. 이내 아까 까지 시즈코 부인이 당했던 비참한 몰골로
묶여졌다.
 
  "엄마, 엄마! 살려줘."
 
  시즈코 부인은 퍼뜩 고개를 들고 게, 게이코, 하고 비통한 소리를 지르며
게이코 쪽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이봐, 멋대로 움직이면 곤란하지. 이제부터 사장님과 두목에게 듬뿍 사랑을
받을 차례야."
 
  가와다는 시즈코 부인의 오랏줄을 세게 잡아끌더니 자, 걸어, 하고 부인의
엉덩이를 발로 밀었다.
 
  시즈코 부인은 풀썩 고개를 떨군 채 어깨를 떨며 가와다에게 끌려 복도로
나갔다. 그 뒤를 모리다와 다시로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뒤따라갔다.
 
 
 
  다시로의 침실은 이층 복도를 두 개쯤 돌아선 막다른 곳에 있는 방이었다.
 
  "엉덩이를 좀더 흔들어보는 게 어때? 도야마 부인."
 
  다시로는 걷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그런 굴욕에 허덕이면서 시즈코 부인은 포박된 몸을 할미꽃처럼 구부리고
꺼지듯이 걸었다. 다시로의 침실로 들어서는 것을 일 분이라도, 일 초라도
늦추고 싶은 간절한 몸부림이었다.
 
  "자, 여기야 부인."
 
  다시로는 방 앞에 오자 취기로 휘청대면서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내 모리다에게
건네주었다. 모리다는 그것으로 문을 열고, 익살스런 포즈로 시즈코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자, 들어가시죠, 도야마 부인."
 
  그곳은 한껏 멋을 부린 다다미방으로 모과나무 탁자와 병풍 등이 격식에
맞춰 놓여있고, 안쪽의 방 한 칸이 침실로 쓰이는 듯 꽃 모양의 물색 이불이
깔려있다. 그 판은 목욕탕이었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시즈코 부인을 목욕탕으로 밀고 갔다. 하얀 타일이 깔린
커다란 욕실에 부인을 밀어 넣은 가와다는 얼굴을 숙인 채 희미하게 떨고 있은
부인에게 말했다.
 
  "사장님과 두목이 몸 구석구석까지 깨끗이 씻어주실 거야."
 
  "그럼 두목과 사장님, 천천히 즐기십시오. 저는 그 사이에 잠자리하고 술상
준비나 해놓겠습니다."
 
  가와다는 부인의 오랏줄을 다시로에게 건네주고 애교 띤 미소를 지었다.
목욕탕은 조금 전부터 난방이 돼 있었던 듯, 욕실 가득 뿌연 증기가 서려있었다.
 
  시즈코 부인은 욕실 구석에 몸을 작게 웅크리고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그런 시즈코 부인의 모습을 핥듯이 바라보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욕조 가장자리에 뺨을 대고, 격하게 흐느꼈다. 죽기보다 괴로운
모습을 야비한 사내들에게 드러내고, 다시 악마나 다름없는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희롱을 당해야 하다니…… 부인은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어버렸으면 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설령 구출된다고 해도, 더 이상 자신은 밝은 곳에는 나갈 수
없는 몸이 된 것이다. 시즈코 부인의 뇌리 속엔 도야마 가에 시집가고 나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덜커덩 하고 욕실 문이 열리자, 부인은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와 허벅지를
딱 밀착시키고 몸을 더욱 움츠렸다. 알몸이 된 다시로와 모리다가 들어왔다.
 
  "헤헤헤헤, 부인. 우리 둘이서 깨끗하게 씻어줄게."
 
  모리다가 그렇게 말하고 욕조의 물을 퍼 올려 쏴아― 하고 선 채로 어깨에서부터
끼얹었다. 물방울이 구석에 쭈그려 앉은 부인에게까지 튀었다. 다시로는 욕조
안에 거대한 몸을 담갔다.
 
  "아아, 좋다. 자, 부인 사양하지 말고 이리로 들어와."
 
  시즈코 부인은 참을 수 없어 일어나 욕실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모리다가
시즈코 부인의 매끈매끈한 양어깨를 뒤에서 잡았다.
 
  "어, 어딜 가는 거야. 밖에는 부인이 무서워하는 가와다가 있다고. 그리고
사장님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잖아. 자, 탕 안으로 들어가서 사장님에게 깨끗이
씻어달라고 하라고."
 
  그러더니 시즈코 부인의 오랏줄을 끌고, 욕조 앞까지 끌고 와 결박한 그대로
탕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
 
  "뭘 꾸물대고 있어. 빨리 들어가지 않고."
 
  모리다는 욕조 앞에 우뚝 선 채, 욕조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부인의 엉덩이를 세게 갈겼다. 시즈코 부인은 얼굴이 빨개져서 입술을 깨물고
있다.
 
  "하하하, 사장님. 사장님이 그렇게 정면에서 눈을 접시 만하게 뜨고 쳐다보고
계시니까 부끄러워서 그러나 본데요?"
 
  시즈코 부인은 모리다의 말에 한층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모리다는 부인의 홍조 띤 뺨을 쿡쿡 찌르더니 시즈코 부인의 몸을 안아 올리려고
했다.
 
  "무, 무슨 짓이에요. 그만둬!"
 
  다시로도 거들어 마침내 두 사람은 시즈코 부인의 부질없는 저항을 간단히
제압하고 욕조 안으로 밀어 넣었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수증기 속에 탕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시즈코 부인과 다시로. 그곳에 모리다도 점프하여 들어갔다.
 
  "헤헤헤, 사장님. 도야마 녀석, 자기 마누라가 이곳에 이런 몰골로 우리들과
같이 목욕하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모르겠죠?"
 
  모리다가 말하자 다시로도 싱글벙글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 이것으로 옛날 원한을 갚은 셈이야. 나중에 부인의 숲을 조금 깎아서
도야마 녀석에게 보내줄까? 필시 깜짝 놀랄 거야. 하하하!"
 
  다시로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 부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 자기 쪽으로
돌려놓았다.
 
  "부인, 오늘밤은 이 모리다 두목과 같이 뼈에 사무칠 때까지 즐겁게 해줄게.
아무리 울고불고 해도 이 방 밖에서는 들리지 않아. 걱정 말고 맘껏 신음 소리를
질러대라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얼굴을 숙이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코를 들어올리고
콧구멍 청소를 시작한 모리다가 자못 재밌다는 듯이 놀려댔다.
 
  "콧구멍 청소가 끝나면 입안하고 귓구멍까지 해줄게. 후후후, 어때, 도야마
부인, 우리들 의외로 친절한 남자들이지?"
 
  시즈코 부인은 귓불까지 붉게 물들이고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쿄오코는 이 자리를 빠져나가 야마자키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를 먼저 위험에서 구출해야 할지 망설였다. 게이코를
괴롭히는 데에 몰두해 있는 하자쿠라단과 모리다파의 야쿠자들, 그 틈에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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