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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사육인간 - 1 (jpil78님의 허락하에 묶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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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l78님이 올리신 것과는 분류가 달라 처음부터 올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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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단>


  청명한 가을 햇살이, 양옥이 늘어선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를 비추고 있다.
아스팔트 인도에는 수명을 다한 버드나무 잎사귀들이 쓸쓸히 뒹굴고 있을 뿐
인적도 별로 없는 거리였다.
 
  도야마 다카요시(遠山義)라는 명패가 걸린 호화로운 저택의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한 여인이 조심스럽게 문을 빠져 나온다. 그런데 조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여인은 누구인가? 바로 재계의 거물인 도야마 다카요시의 아내,
시즈코 부인이다. 도야마 다카요시는 쉰 세 살에 조강지처와 사별하고, 작년
시즈코 부인과 결혼하였는데, 그때 그녀의 나이 스물 여섯이었다. 거의 딸만한
나이이다. 도야마 씨의 친구들은 그녀를 절세 미인이라고 연신 칭찬하며 은근히
부러워들 하였다.
 
  확실히 시즈코 부인은 보기 드문 미인이다. 음영이 뚜렷한 단정한 얼굴에,
쌍꺼풀이 진 커다란 눈, 고귀한 느낌을 풍기는 콧날, 얼굴에서 목에 걸치는
매끈한 피부는 신비할 정도로 아름답다.
 
  기모노가 특히 잘 어울리는 그녀는 오늘도 검정 색과 갈색의 농담이 무늬를
이루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그 수수하고 청초한 기모노가 화사한 목덜미의
요염함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었고. 철철 넘치는 우아함이 전신을 감돌고
있다.
 
  그러나 시즈코 부인의 표정엔 어두움이 한껏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침착치
못한 걸음걸이로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롯뽕기(六本木)의 야마자키 탐정 사무소로, 서둘러 가주세요."
 
  차에 타고나서도 시즈코 부인은 창백한 얼굴로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야마자키 탐정 사무소. 이곳의 소장은 시즈코 부인의 시동생의 친구이다.
 
  여사무원의 안내로 응접실에 들어가서도 그녀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소장인 야마자키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웃음 띤 얼굴로 들어왔지만
시즈코 부인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마자키 씨, 큰일났어요."
 
  "아니, 무슨 일입니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자, 진정하시고 말씀하세요."
 
  야마자키는 태연한 말투로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게 진정할 수가 없어요. 실은 게이코(桂自)가……."
 
  "아, 게이코 일입니까?"
 
  야마자키는 또군 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게이코는 도야마 다카요시의 전처 소생 외동딸로, 사사건건 말썽만 부리는
문제 소녀였다. 하자쿠라단이라는 그룹을 조직해 자신이 그 우두머리에 앉은
게이코는 갖가지 문제를 일으켜 아버지를 괴롭혔다. 그때마다 야마자키가 경찰서에
게이코를 인도 받으러 가거나 잡다한 문제를 처리해 왔었다. 다카요시가 아리따운
후처를 맞아들이자, 게이코는 더욱 비뚤어져 이젠 집에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더 많은 사고를 일으키고 다녔다.
 
  "또 무슨 일이라도……."
 
  야마자키는 어디 한두 번 일어난 일이냐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시즈코 부인은 자못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게이코에게 다섯 시까지 백만 엔을 가지고 니혼바시미츠코시(日本橋三越)
앞으로 나오라는 전화가 걸려왔어요. 동료를 배반해 처벌을 받게되었는데,
대신 돈을 내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게이코는 하자쿠라단의 우두머리입니다. 우두머리가
동료를 배반해서 처벌을 받게 됐다니, 그런 허무맹랑한 얘기가 어디 있습니까?
더군다나 백만 엔을 내면 모면할 수 있다니, 보증금도 아니고 그건 따님이
돈을 가로채려는 책략일 겁니다. 무시해버리세요."
 
  그러나 시즈코 부인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간 꺼림칙한 게 아니었다.
 
  "지금 남편은 정계의 인사들과 간사이(關西)로 여행 중인데, 그이가 집을
비운 사이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면목이 없잖아요."
 
  시즈코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백만 엔을 준비해 왔으니 야마자키에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함께 가드리도록 하죠. 돈은 신문지에 싸서 옆구리에
끼도록 하십시오."
 
  야마자키는 처음엔 젊은 사람을 한두 명 데리고 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기껏해야 소녀들이니 별일이야 있겠나 하는 생각에 혼자 따라나섰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다섯 시 이십 분이 지났는데도 게이코의 대리인인
듯한 자가 나타나지 않자, 야마자키는 시즈코 부인에게서 조금 떨어져 길가는
사람에게 담뱃불을 빌렸다. 그 짧은 시간에 시즈코 부인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야마자키가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방금 두세 명의 소녀가
나타나 시즈코 부인을 강제로 차에 태운 뒤 사라졌다고 한다.
 
  "아뿔싸."
 
  야마자키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뱉어내며 허둥댔다. 경찰에 전화하자니 탐정
체면이 말이 아니고, 또 도야마 집안의 금지옥엽 외동딸이다 보니 크게 떠들
수도 없는 일이다.
 
  교외의 소박한 시골 마을. 대형차 한 대가 초가 지붕에 토벽을 한 농가 앞에
멈춰 섰다.
 
  "자, 다 왔어. 내려."
 
  청바지 차림에 앞머리를 붉게 물들인 자그마한 몸집의 여자가 차에서 뛰어내린
뒤 주위를 살피며 차안에 대고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요란한 차림을 한 세
명의 여자들에게 떠밀려 차에서 내렸다.
 
  "돈은 갖고 왔겠지?"
 
  한 명이 시즈코 부인이 끼고 있는 종이 꾸러미를 낚아채듯이 빼냈다.
 
  "게이코는, 게이코는 어디 있어요?"
 
  시즈코 부인이 창백한 얼굴로 그렇게 묻자, 검은자위가 위로 치켜 올라간
여자가, 그녀의 허리를 차며 말했다.
 
  "이 집안에 있어. 여긴 우리들의 은신처야. 다른 사람에게 떠벌렸다간 재미없어.
자, 게이코를 만나게 해줄 테니 어서 들어가!"
 
  집안은 어둡고 음습했으며, 토방 한 쪽에는 먼지로 뒤덮인 농기구가 흩어져
있다. 시즈코 부인은 여자들에게 떠밀려 문턱을 넘어섰다. 바랜 미닫이문이
열리자, 다다미 여덟 장 정도의 음침한 방이 나왔다.
 
  "지금 게이코를 만나게 해주지. 먼저 몸값을 확인해보고 나서."
 
  머리카락을 붉게 물들인 여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이어 동료 패거리들에게
지시했다.
 
  "이봐, 이 젊은 부인이 설치지 않게 거기 기둥에 묶어둬!"
 
  "아니 묶지 않아도 되잖아요?"
 
  시즈코 부인은 놀란 얼굴로, 몸에 힘을 주며 말했다.
 
  "흥, 지금은 게이코를 대신해서 긴코(銀子)가 이 하자쿠라단의 두목이거든.
긴코의 명령이니 할 수 없어. 자, 얌전하게 손을 뒤로하시지."
 
  여자들은 어느새 오랏줄을 들고 시즈코 부인 주위를 에워쌌다.
 
  시즈코 부인은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양손을 뒤로 돌렸다. 여자들은 시즈코
부인의 양팔을 뒤로 꺾어 손목을 포개 묶은 뒤 다시 끈을 앞으로 돌려 불룩한
가슴께를 두세 번 감다 단단히 뒷짐 결박을 했다. 그리고 도코노마(객실인
다다미방의 정면 상좌에 바닥을 한 층 높여만들어 놓은 곳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 도자기·꽃병 등을 장식해 두는 곳)의 기둥에 잡아맸다. 시즈코 부인은
이를 악물고 긴코를 노려보았다. 가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이 굴욕을 어떻게든
참으려 했다. 여자들이 난폭하게 구는 바람에 들려 올라간 앞자락 사이로 붉은
속치마가 들여다보이고, 옷깃이 벌어져 분홍색의 긴 속옷이 비어져 나왔다.
 
  긴코는 그런 시즈코 부인을 쌀쌀한 눈으로 지켜보고 나서, 동료 패거리들과
함께 돈 다발을 세기 시작했다.
 
  "과연 도야마 재벌이군. 백만 엔 정도는 새 발의 피겠지. 이럴 거라면 삼
백만 엔 정도 불렀으면 좋았을걸."
 
  여자들은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돈을 분배하였다.
 
  "게이코는 어디에 있는 거예요? 어서 게이코를 만나게 해줘요!"
 
  시즈코 부인이 몸을 버둥거리며 외쳤다.
 
  "귀찮게 구는군. 조금만 기다려, 곧 게이코를 만나게 해줄 테니까."
 
  긴코가 눈짓을 하자, 패거리들이 구석의 다다미를 두 장쯤 젖히고 낡은 판자를
들어내더니 사다리를 내렸다. 다다미 아래가 지하실인 모양이다.
 
  이윽고 그녀들은 게이코를 끌어올렸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시즈코 부인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게이코는 알몸인 데다 거뭇한 오랏줄로 친친 묶여 있었다.
 
  "앗, 엄마. 살려줘요!"
 
  게이코는 기둥에 결박되어 있는 사람이 시즈코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쳇, 멋대로 굴지 마!"
 
  여자들이 포박 줄을 잡아당겨 버렸다. 게이코의 살갗은 여기저기 붓고 멍이
들어있었다. 꽤 고문을 받은 것 같았다.
 
  게이코를 대신해서 이 하자쿠라단의 보스가 되었다는 긴코는 게이코의 뺨을
호되게 후려쳤다.
 
  "지금, 이 아름다운 젊은 부인에게 하자쿠라단의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거야. 각오해."
 
  긴코의 명령을 받은 무리는, 쪼그리고 앉은 게이코를 일으켜 세운 뒤 일단
묶었던 끈을 풀어주었다. 물론 자유롭게 해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천장의
들보로부터 늘어뜨려진 두 줄의 쇠사슬에 게이코의 두 손을 비끄러매었다.
 
  "끌어올려!"
 
  다시 긴코의 명령이 떨어지자 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하나가 벽을 따라 드리워진
쇠사슬을 힘껏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키익키익 하고 천장의 들보에 쇠사슬
감기는 소리가 나며, 차츰 게이코의 몸이 위로 올라갔다.
 
  "아아, 팔이 빠질 것 같아. 아파 살려줘!"
 
  게이코는 발끝으로 서서,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비명을
질렀다.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도대체, 게이코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가요?
돈까지 받아놓고 게이코를 괴롭히다니, 너무하잖아요!"
 
  기둥에 묶인 시즈코 부인이 격렬하게 몸을 흔들면서 외쳤다.
 
  "게이코는 말야. 규율을 어기고 동료의 애인과 관계를 가졌어. 뭐, 연애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후후 우리 하자쿠라단에선 동료 남자와의 관계는 금지된
일이거든."
 
  긴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패거리 중 하나가 건네준 청죽으로 게이코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다.
 
  "꺄악―!"
 
  게이코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비명을 질렀다.
 
  "약속이, 약속이 틀리잖아요!"
 
  시즈코 부인은 더 이상 보고 있을수 없는지 다시 소리쳤다.
 
  "약속은 어기지 않아. 징계가 끝나면 당신에게 게이코를 넘겨줄 테니까 걱정
마. 채찍 처벌이 끝나면, 온몸의 털이란 털은 전부 깎아 민둥산을 만들어버릴
거야. 끝날 때까지, 천천히 거기서 구경하라고."
 
  긴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게이코의 엉덩이를 청죽으로 내리쳤다.
 
  "돈이라면 남편에게 말해서 얼마든 내겠어요. 그러니까 게이코를 그만 용서해줘요!"
 
  시즈코 부인이 애원하듯이 긴코에게 말했다. 그러자 긴코가 돌연 매질을
멈추고, 눈을 빛내며 시즈코 부인을 쳐다봤다.
 
  "그렇다면 게이코의 처벌은 이쯤에서 봐줄 수도 있지만, 조건이 있어. 들어주겠지?"
 
  "뭐든 듣겠어요. 제발 게이코만은 용서해주세요."
 
  "좋아 그럼 부인. 그 멋진 옷을 전부 벗어버리고 알몸이 되는 거야. 어때?"
 
  "옛!"
 
  시즈코 부인은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당신들…… 그렇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나요? 돈이라면 남편에게 부탁해서……."
 
  "누굴 바보로 아나. 당신을 돌려보내면, 곧장 경찰이 쳐들어올 텐데. 우리가
미쳤다고 곱게 당신을 보내. 우리들이 안전한 장소로 될 때까지 부인도 이곳에
알몸으로 계셔주셔야겠어. 그래야 우리가 안심이 되지."
 
  그리고는 패거리들에게 지시했다.
 
  "자, 모두 이 부인을 알몸으로 만들어 줘. 이 부인을 인질로 삼아 도야마
영감에게서 이 백만 엔 정도를 더 우려내는 거야 "
 
  "과연 언니는 머리가 좋아!"
 
  여자들이 시즈코 부인 곁으로 다가왔다.
 
  "제발 바보 같은 짓 말아요!"
 
  시즈코 부인은 기둥에 묶인 몸을 흔들며 절규하였다.
 
  "할말이 있으면 옷을 벗고 난 다음에 하시지. 매일 기름진 음식만 먹었으니,
필시 끝내주는 몸매일 거야. 천천히 감상해 줄게."
 
  에츠코, 아케미, 요시코 등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시즈코 부인의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허리띠가 쓰윽 소리를 내며 잡아 빼지자 부인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누구, 누구 없어요!"
 
  "아쉽게도, 이 근방엔 사람이 잘 다니질 않아."
 
  긴코가 코웃음을 쳤다.
 
  옷을 벗기기 위해 일단 오랏줄을 풀었는데, 그 순간 부인이 허리께를 누르고
있던 에츠코를 힘껏 떠밀고 도망치려 했다.
 
  "어라, 누구 맘대로."
 
  패거리 중 한 명이 허리띠를 낚아채자, 시즈코 부인의 몸이 팽이처럼 빙그르르
돌더니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순간, 옷자락이 훌러덩 뒤집어지며 속옷 자락이
갖가지 색의 꽃잎이 바닥에 뿌려진 양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안에 도자기 같은
광택을 지닌 부인의 속살이 들여다보이자, 여자들은 더욱 광폭한 발작을 일으키며
부인에게 달려들었다.
 
  "우리를 뭘로 보고 이러는 거야."
 
  긴코가 비명과 함께 몸부림치며 뒹구는 부인에게 위협하듯이 고함쳤다.
 
  "이 자리에서 게이코가 혼쭐나는 게 보고 싶은가 보지?"
 
  아케미가 움켜잡은 부인의 뺨을 두세 대 갈겼다
 
  알몸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게이코는 격한 오열을 토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케미의 위협으로 시즈코 부인이 힘없이 늘어지자, 그 기회를 노린 여자들의
손이 일제히 부인의 등과 어깨, 허리에 뻗쳐왔다. 허리띠에 이어 기모노가
벗겨져 엷은 홍색의 요염한 속옷 차림이 된 부인을 보는 악녀들의 눈에는 촉촉한
정욕이 번졌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속옷을 벗어!"
 
  "싫어요! 더 이상은 안 돼요!"
 
  "안 돼! 다 벗어야 해!"
 
  시즈코 부인은 크게 당황하며 몸을 움츠렸지만, 악녀들은 부인의 달콤한
분과 향수 냄새에 도취된 듯 정신없이 손을 놀려댔다. 이윽고 흰 버선이 벗겨지고,
속옷마저 악녀들의 손에 들어갔다.
 
  "아앗!"
 
  시즈코 부인은 절망적인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허둥대며 넘칠 듯이 드러난
탐스런 젖가슴을 가리며 몸을 움츠렸다.
 
  "역시 생각대로 고운 피부야."
 
  "그럼, 대기업 사장 부인인걸. 우리들과는 인종부터 틀리다고."
 
  악녀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리고 속치마 바람으로 젖가슴을 가린 채
굴욕감과 수치로 몸을 떨며 울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탐욕스럽게 쳐다보았다.
향기가 감돌 듯 관능미를 지닌 부인의 몸은 어깨에서 가슴, 그리고 허리에
이르기까지 잘 여문 여인의 충실미를 느끼게 하고, 피부색은 신비할 정도로
희고 끈끈한 광택을 발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일순간, 뭔가 손대서는 안 될
미술품을 앞에 둔 듯한 기분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퍼뜩 제정신을 차린 긴코는 젖가슴을 덮고 있는 부인의 두 손에 눈길을
주며 부인에게 다가갔다.
 
  "그 시계하고 반지, 주셨으면 하는데."
 
  그러면서 부인의 한쪽 손을 낚아채듯이 붙잡고 반지를 빼고, 손목시계를
풀어갔다.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깨물면서 시선을 돌렸다. 부인의 윤기 도는 검은 머리칼과
윤기 흐르는 목덜미께에서 풍기는 관능적인 향수 냄새가 긴코의 가학적인 욕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부인. 안됐지만, 그 마지막 한 장도 벗어줘야겠는데?"
 
  긴코가 불쑥 위압적으로 말하자 시즈코 부인은 전율하듯 움츠린 나신을 부르르
떨었다.
 
  "깨어났을 때처럼 알몸이 돼야 한단 말이야. 못 알아들어?"
 
  에츠코와 아케미가 부인에게 다가가자, 긴코가 두 사람을 제지하였다.
 
  "기다려 스스로 벗게 하라고. 애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걸 남의 손을 빌리겠다는
거야."
 
  "다, 당신들 도대체 내게 얼마나 창피를 줘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부인은 공포로 부들부들 온몸을 떨면서 옥죄는 소리로 말했다. 부인의 가늘고
긴 눈에서 굴욕의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요시코가 고소하다는 듯이
입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야. 이건 아직 서두에 불과하다고. 진짜 큰 창피는 이제부터야."
 
  "스스로 벗지 않으면 벗을 때까지 게이코를 닦달하는 수밖에."
 
  긴코가 눈짓을 하자 요시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청죽을 들었다.
 
  "엉덩이 부분을 때려, 그래야 음향효과도 좋으니까."
 
  에츠코의 말에 요시코가 씩 웃으며,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게이코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다. 찰싹하고 살이 터지는 소리와 동시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게이코의
비명이 방안을 갈랐다.
 
  "그만해요, 제발 시키는 대로 할 테니 게이코를 내려줘요!"
 
  시즈코 부인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자 긴코가 싱긋 웃고서 쇠사슬을
당기기 시작했다. 도르래의 삐걱 소리와 함께 게이코가 바닥으로 내려오자,
긴코가 목메어 우는 시즈코 부인을 향해 심술궂은 눈길을 보냈다.
 
  "자, 부인 말대로 했으니까, 부인도 약속을 지켜 주실까?"
 
  꾸물거리면 다시 게이코를 매달 거라는 긴코의 으름장에 부인은 비통한 표정으로
몸을 떨면서 여자들에게 등을 돌렸다. 여자들은 속옷을 벗고 있는 부인을 숨을
죽이고 응시하고 있다.
 
  속옷이 부인의 살집 좋은 허벅지를 스치며 바닥에 떨어지자 여자들은 환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 아래에 아직 기모노용 얇은 팬티가 남아있는 것을 본 긴코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안 돼지. 그것도 벗어. 게이코가 매맞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어서, 빨리!"
 
  그러자 시즈코 부인은 오열을 토하며 그것마저 벗어 던졌다. 부풀어오른
풍만한 부인의 엉덩이가 드러났다. 그 깊이 들어간 엉덩이의 틈새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관능미를 띠고 있었다. 마치 희뿌연 안개에 감싸인 듯한, 숨막힐 정도의
관능적인 곡선을 본 여자들은 황홀한 기분이 되었다.
 
  "자, 속옷까지 몽땅 보자기에 싸도록 해."
 
  긴코의 지시대로 여자들은 주위에 흩어져 있는 부인의 옷가지를 주워 모았다.
 
  "이거, 헌옷 가게에 내다 팔죠? 화사한 옷이니 비싼 값에 팔릴지도 모르잖아요."
 
  "아니, 도야마 가에서 나머지 이 백만 엔을 빼내기 위한 미끼로 사용할 거야.
이것을 도야마 사장에게 보내는 거지. 사랑하는 아내가 알몸으로 벗겨진 사실을
알면 그 양반 기절초풍해서 두말없이 이쪽 요구에 응해줄 거야."
 
  긴코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케미가 역시 긴코 언니는 머리가 좋아하고 웃으면서 원숭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 앞으로 돌아가 허리를 굽혔다. 부인은 두 손을 교차시켜
젖가슴을 가리고 허벅지를 꼭 붙여 어떻게든 수치의 원천을 감추려 하고있었다.
 
  "뭐야, 처녀도 아니면서 숫처녀처럼 덜덜 떨고 있잖아?"
 
  아케미는 자신의 눈길을 피하며 수치심에 떨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향해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응? 그렇게 가리지 말고 한번 보여줘. 사장 부인은 어떤 도구를 갖고 있는지
보고 싶으니까."
 
  그러면서 아케미가 완고하게 딱 붙이고 있는 부인의 허벅지를 벌리려고 했다.
 
  "무, 무슨 짓이야!"
 
  그 순간 부인이 엉겁결에 가슴을 덮고 있던 손을 풀어 아케미의 뺨을 세게
때렸다.
 
  "쳤어?"
 
  부인에게 얻어맞은 뺨에 손바닥을 갖다대며 아케미가 눈을 치켜떴다.
 
  "짐, 짐승 같은 짓을 하니까 그렇지!"
 
  부인도 눈물이 고인 눈으로 정색하고 아케미를 노려보았다.
 
  "어머나, 의외로 고집이 센데, 부인."
 
  긴코가 소리 없이 웃으며 다가오더니, 갑자기 발을 들어올려 부인의 유연하고
낭창낭창한 어깨를 걷어찼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그리고 야쿠자 같은 말투로 패거리들에게 손을 뒤로 묶으라고 지시했다.
아케미와 요시코가 방구석에 있던 오랏줄 다발을 질질 끌어냈다.
 
  문득 그것을 본 시즈코 부인의 얼굴이 한층 더 겁을 집어먹고 경직되어갔다.
아케미와 요시코가 비웃음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젖가슴을 가리고 있는 부인의
팔을 등뒤로 비틀었다 그러자 시즈코 부인은 알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여자들은 부인의 반항엔 아랑곳하지 않고 재빠르게 양 팔목을 등 중간께에서
엇갈리게 하여 단단히 묶어갔다. 그리고 오랏줄을 앞으로 돌려 젖가슴 아래위를
단단히 조였다.
 
  "어디 다시 한번 가려 보시지."
 
  부인을 꽁꽁 뒷짐 결박한 여자들이 일제히 냉소하였다.
 
  알몸인 채 손을 뒤로 묶인 시즈코 부인은 몸을 뒤틀면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떨리도록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허벅지와 허벅지를 강하게
밀착하여 여자의 수치만은 필사적으로 감추려 하고 있다. 그 부질없는 저항이
긴코 패거리들에게는 통쾌하게 비쳤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거기를 가리니까, 더 보고 싶은데?"
 
  긴코가 재미있다는 듯이 동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부인을 한번 일으켜 세워봐."
 
  시즈코 부인에게는 이미 여자의 수치를 감출 자유도 없었다. 긴코는 또다시
가학의 발작이 샘솟았다.
 
  에츠코와 요시코가 좌우에서 부인의 유연한 어깻죽지에 손을 넣어 단숨에
일으켜 세웠다. 시즈코 부인의 윤기 있고 균형 잡힌 나신이 휘청이며 일으켜
세워지자 긴코는 자기도 모르게 헉하고 숨을 삼켰다.
 
  오랏줄로 위아래를 친친 감긴 채 관능미를 물씬 풍기고 있는 젖가슴, 낭창낭창하고
요염한 어깨 끝, 잘록한 허리가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또 종아리에서 허벅지에 걸친 날씬하게 뻗은 각선미는 또한 어떤가?
 
  긴코는 집요한 시선을 차츰 시즈코 부인의 하복부로 돌렸다. 우윳빛의 반질반질한
허벅지가 시작되는 곳에 칠흑의 섬모가 마음 산란하게 봉긋 솟아있다.
 
  "햐, 기가 막힌 몸매로군. 그곳도 맛이 괜찮겠는걸."
 
  여자들이 숨가쁜 소리로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숨막히는 굴욕을 참고있다.
 
  "이봐, 좀 우리들이 귀여워해 줄까?"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다가온 아케미에게 긴코가 말했다.
 
  "뭐, 그렇게 서두를 것 없잖아. 도야마 가에서 남은 이 백만 엔을 끌어내기
까진 소중한 인질이니까 말이야."
 
 
 
  니혼바시에서 찰나의 순간에 시즈코 부인을 놓친 야마자키는, 그야말로 탐정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도야마
저택을 찾아갔지만, 아직 아무 연락이 없다는 말만 전해들었을 뿐이다.
 
  야마자키는 도야마 저택에서 시즈코 부인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하고, 한편으론
사무실의 젊은 직원들에게 하자쿠라단의 은신처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도야마 씨도 부재중인 마당에 시즈코 부인이나 게이코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여 야마자키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밤 열두 시가 지나도 시즈코 부인은 귀가하지 않았다.
 
  그때 돌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수화기를 집어들려는 하녀를 제지하고
야마자키가 직접 받았다. 상대는 여자였는데 말투가 불량스러웠다.
 
  "도야마 씨 댁이지? 나는 말이야, 하자쿠라의 간부로 있는 사람인데 게이코의
몸값으로 이미 백만 엔을 받긴 했는데, 이번엔 부인의 몸값으로 이 백만 엔을
받아야겠어. 서둘러서 준비해줬으면 해."
 
  야마자키는 침을 꿀꺽 삼키고 흥분해서 말했다.
 
  "돈은 만들겠지만, 도대체 시즈코 부인은 어디에 있는 거야. 너희들 부인에게
이상한 짓거리 하면 가만 안 놔두겠어!"
 
  "별로 이상한 짓거리 하지 않았어. 우리들은 여자들뿐이니까. 후후후……."
 
  여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단지 도망치면 곤란해지니까 알몸으로 벗겨서 묶어두었지. 미인답지 않게
힘이 세서 옷 벗기는 데 애 좀먹었어. 기막힌 몸매던데. 사내들에게 안겨주고
돈을 받을 까도 생각했지만, 그쪽에 일단 상의 해봐야겠기에…… 어때 이 백만
엔 금방 준비되겠어?"
 
  "기다려. 지금, 도야마 씨는 여행 중이야. 돈은 반드시 만들 테니까 부인과
게이코에게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야마자키는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필사적으로 말했지만, 상대는 냉혹한
웃음소리를 흘려 보냈다.
 
  "그럼 돈이 마련될 무렵 해서 이쪽에서 다시 연락하지.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가만히 놀려두기엔 아까우니까 잠깐 돈벌이라도 시킬 셈이야, 그렇게 알아."
 
  "돈벌이라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어쨌든 부인은 상당한 미인인 데다 몸매도 끝내주는걸. 그래서 요새 유행하는
누드 사진이나 찍어 팔아볼까 하는데, 분명 불티나게 팔릴 거야. 돈 준비가
늦으면 늦을수록, 부인의 사진이 늘어간다는 말씀이지."
 
  그것으로 전화가 끊겼다.
 
  야마자키는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불량 소녀들은 부인과
게이코의 누드 사진을 만들어, 그것을 술집 등에 팔아치우려는 꿍꿍이인 모양이다.
그런 짓을 하게 된다면, 부인뿐만이 아니라 도야마 씨도 사회적인 지위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었다.
 
  그곳에 도야마 가의 운전사인 가와다 카즈오가 손에 커다란 보자기를 들고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지금 누가 현관 앞에 이것을 던져놓고 도망갔습니다. 쫓아가 봤지만 차를
타고 잽싸게 도망쳐버렸어요."
 
  야마자키가 서둘러 보자기 꾸러미를 열자. 안에는 여자 옷이 들어있었다.
 
  "앗! 이것은 부인이 입고 있던 옷이에요."
 
  가와다가 놀라서 소리쳤다. 야마자키도 금세 알 수 있었다. 검정 색과 갈색의
농담이 무늬를 이루는 차분한 문양의 기모노, 그것은 오늘 아침 시즈코 부인이
입고 외출했던 옷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부인의 속옷류 일체도 들어있었다.
분홍색의 긴 속옷, 내의, 속치마, 그리고 허리띠까지. 요컨대 시즈코 부인이
알몸으로 벗겨져 하자쿠라단에 감금당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증거였다. 달큰한
여체의 냄새가 느껴지는 꽃 같은 옷가지를 손에 들고 야마자키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고운 시즈코 부인이 야비하고 비열한 여자들에게 알몸으로 벗겨져 참담한
곤경을 당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자 야마자키는 미칠 것만 같았다.
 
  "찾기는 힘들겠지만, 저도 짐작 가는 데를 찾아보겠습니다."
 
  운전사인 가와다도 시즈코 부인의 옷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그렇게 말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2. 무서운 함정>
 
  
  결국 시즈코 부인은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야마자키는 사무실 직원과
계속 연락을 취하며 팔방으로 수소문하였지만, 도무지 단서를 잡을 수 없었다.
 
  다음날 저녁 무렵이 되어도 하자쿠라단으로부터 연락이 없자, 결국 경찰에
알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도야마 다카요시가 허둥지둥 돌아왔다.
그에겐 이미 전보로 이 같은 사실을 알렸었다.
 
  부인과 외동딸이 불량 소녀들에게 감금되어 있다는 소식을 야마자키로부터
상세히 전해들은 다카요시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아직 신혼인 그는 출장
중에도 시즈코 부인이 눈에 아른거려 스케줄을 앞당길 정도였다. 다카요시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물을 주르르 흘리기 시작했다.
 
  "돈이라면 삼백 이든 사백 이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내겠네. 시즈코와
게이코를 빨리 구해주게. 경찰에게 알리면 안 돼. 미치광이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다카요시는 야마자키의 얼굴을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야마자키는 네 하고 대답을 한 뒤 쭈뼛쭈뼛 다카요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놈들이 연락을 해오지 않는 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어제 놈들이 부인의 옷가지들을 이쪽으로 보내왔습니다. 상황이 매우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경찰에 알려 손을 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만……."
 
  다카요시의 안색이 획 변했다
 
  "아니, 그럼 시즈코가 지금 알몸이 되어 악당들의 장난감이 되고 있단 말인가?"
 
  "글쎄요,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야마자키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하녀를 시켜 하자쿠라단이 던져놓고 간
부인의 옷을 가져오게 했다.
 
  꽃처럼 쌓인 부인의 기모노와 속옷을 보며 다카요시는 눈을 깜박였다. 허리띠,
허리띠를 눌러 매는 끈, 긴 속옷, 내의 등이 탁자 위에 쌓이자, 문득 시즈코
부인의 색향이 주위에 감도는 것 같았다.
 
  돌연 다카요시가 미친 듯이 부인의 속옷을 움켜쥐고 얼굴에 비벼대며 엉엉
목이 메어 울부짖었다.
 
  "어서 시즈코를 구해주게! 난, 난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만 같아."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야마자키가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하고 응답하더니, 퍼뜩 놀란 표정으로
다카요시에게 알렸다.
 
  "그자들입니다 하자쿠라단."
 
  다카요시도 침을 꿀꺽 삼키고는 필사적인 표정이 되어 말했다.
 
  "알겠나. 돈이라면 얼마든지 내겠어. 저쪽 감정 건드리지 않도록 잘 교섭하게."
 
  야마자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수화기를 귀에 갖다대었다.
 
  어제 협박 전화를 걸어온 여자인 듯했다
 
  "어때, 돈은 준비됐어?"
 
  상대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 것 같았으나 얄밉게 침착한 말투였다.
 
  "돈은 걱정 말고 장소와 시간만 말해."
 
  야마자키는 눈을 번뜩이며 그렇게 말했다.
 
  "호오. 역시 도야마 재벌이군. 좋아. 이삼 일 후에 다시 연락할 테니 현찰로
준비해 놓으라고. 경찰에 연락했다간 부인과 게이코의 목숨은 보장 못 하니까
그런 줄 알아."
 
  "기, 기다려! 이봐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거래하자고. 부인과 게이코를
만나게 해줘."
 
  "호호호,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두 사람 모두 거래가 끝날 때까지
움막 안에서 얌전하게 기다릴 테니."
 
  "너희들, 두 사람을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니겠지. 도야마 씨는 지금 걱정이
되어 병에 걸리실 정도가 됐어. 너희들도 사람이라면 양심을 좀 가져봐."
 
  야마자키는 타이르는 조로 상대에게 하소연했다.
 
  "흥. 고상 떨고 있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대우 방법이 있는 거야. 부인이나
게이코가 도망쳐버리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알몸으로 벗겨봤지만, 식사에서
소변 시중까지 다 들어주고 있다고."
 
  "뭐, 뭐라고!"
 
  수화기를 쥔 야마자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야마자키가 얼굴이 시뻘개져 흥분하기 시작하자 다카요시가 옆에서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보게, 뭐라고 하는 거야? 도대체?"
 
  "네, 그것이 저……."
 
  야마자키는 다카요시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 사이에도
상대의 말은 계속됐다.
 
  "자, 삼 일 후 돈을 건네 받을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지. 그럼 안녕."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 당신들 삼 일 동안이나 부인과 게이코 씨를 알몸으로
움막에 가둬둘 셈이야? 너희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제정신이냔 말야!"
 
  흥분하지 말자고 마음먹었건만 야마자키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심심하지 않게 우리들이 적당히 귀여워해 줄 테니까.
그리고 말이야, 그렇게 예쁜 부인을 도야마 노인 혼자서 즐기는 건 왠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안 그래?"
 
  전화는 거기서 끊겼다.
 
 
 
  그 날밤,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가 감금되어 있는 교외의 낡은 오두막에 고급
차 한 대가 스르르 멎었다. 도야마 가의 자가용이었다. 운전사인 가와다는
차창 밖으로 목을 내밀고 두세 번 경적을 울렸다.
 
  오두막 문이 덜커덩 열리고, 하자쿠라단의 단장인 긴코가 두 명의 여자를
이끌고 나왔다.
 
  "어때 잘 돼가나?"
 
  가와다가 담배를 입에 물고 히죽거리며 긴코에게 물었다.
 
  "그럼. 그런데 모리다파와 교섭을 벌이다니 당신도 상당한 수완가야. 하지만
몫은 50대 50이야. 아무리 당신과 나 사이라도 이것만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고."
 
  "쳇, 악착스런 여자군."
 
  가와다는 혀를 찼지만 별로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어때. 도야마 쪽에서 경찰에 신고할 낌새는 없어?"
 
  "안심해 그 야마자키라는 애송이 탐정, 너희들이 보내온 부인 옷을 봤을
때의 그 괴상한 얼굴이라니."
 
  "호호호. 그 정도 갖고 놀라긴. 앞으로 갈 길이 멀었는데 말이야."
 
  가와다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오늘밤 안으로 부인을 모리다파에 보내야 돼. 저쪽에선 이미 천만
엔을 준비해 두고, 오늘 낮부터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데 모리다파도 상당한 모험을 하는걸. 아무리 유괴 권리를 산다고는 하지만,
만약 경찰의 수사가 뻗치면 그야말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텐데."
 
  "걱정 마. 저쪽은 그 방면엔 도사거든. 게다가 시즈코 부인이 절세미인이잖아.
저만한 상품을 놓고 실수할 리가 없지. 누드 사진을 찍어 전국 루트로 흘려
보내거나, 비밀 쇼 등에 출연시키면 아마 큰돈을 벌걸."
 
  가와다는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긴코 일행과 폐가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서너 명의 여자들이 화투를 치고 있다가 들어오는 가와다를 보고
말을 건넸다.
 
  "어머, 오라버니 요즘. 경기가 어때?"
 
  가와다는 실은, 동경의 술집을 근거지로 한 불량배로 인신매매를 전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수입이 계속 줄어들자 가와다는 계획적으로
큰 돈벌이를 하려고 도야마 가의 운전사로 들어가서 그 동안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부인과 아가씨는 어디에 계셔?"
 
  가와다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야."
 
  화투를 치고 있던 여자들이 자신들이 앉아 있은 바닥을 쿵쿵 두드렸다.
 
  그녀들은 이내 다다미를 걷어내고, 회중전등으로 아래쪽을 비추었다. 그러자
2미터쯤의 구덩이 속에 하얀 여체가 선연히 나타났다.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는
서로 등을 맞댄 채 묶여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낡은 속옷 같은 것으로 재갈이
물려있고, 비닐 기저귀 커버가 그 위를 덮고있었다.
 
  "도야마 재벌의 영부인과 아가씨도 이렇게 하니까 두더지나 다름없군."
 
  여자들이 회중전등을 비추면서 놀리듯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눈을 감은
채 어깨를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와다는 처참하다 할 정도로 아름다운 시즈코 부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긴코에게 말했다.
 
  "이봐 괜찮겠지? 그 동안은 그림의 떡이라 엄두도 못 냈는데, 그리고 오늘
아니면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
 
  "흥. 그럴 줄 알았어. 예전에 인신매매를 할 때도 언제나 당신이 제일 먼저
맛을 봤었으니까."
 
  "옛날 일은 꺼내지 마. 솔직히 나는 전부터 이 부인에게 마음이 끌렸었다고.
운전을 할 때마다 백미러에 비치는 부인을 보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런
여자와……."
 
  "알았어. 결국 이 여자를 안고 싶다는 거 아냐. 좋아. 당신에게 꽤 신세를
졌고 하니 오늘밤은 맘껏 즐기게 해주지."
 
  긴코는 웃으면서 패거리들에게 지시했다.
 
  "부인을 위로 끌어올려. 오늘밤은 가와다 오라버니의 노리개가 되는 거야."
 
  여자들은 사다리를 지하로 내리고, 야단법석을 떨며 시즈코 부인을 위로
끌어올렸다.
 
  하복부에 겨우 얇은 기저귀 커버 하나만 걸친 채 부인은 약하게 떨고 있었다.
그러다 음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와다와 눈이 마주친 순간 부인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경직되었다. 순간적으로 가와다가 이 여깡패들과 공모한 사실을
깨달은 부인은 분한 마음이 불덩이처럼 치솟았지만, 그보다도 운전사인 가와다
앞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재갈을
문 얼굴을 푹 떨구며 몸을 비틀었다.
 
  "뭐야, 부인 입에 물린 게 너희들 팬티잖아?"
 
  가와다는 아케미와 요시코를 보고, 대재벌 사장 부인에게 너무 심한 게 아니냐며
떠벌렸지만, 이미 가학의 희열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래도 정중하게 다루고 있는 편이야. 아주 귀중한 인질이잖아."
 
  아케미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나신을 움츠리고 있는 부인의
하복부에 눈길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역시 귀부인이라 그런지 예의가 밝아. 아침부터 저 속에 넣어두었는데 기저귀가
전혀 젖지 않았어."
 
  에츠코가, 게이코는 꽤 축축이 젖었는데 말야, 하며 웃어댔다.
 
  그리고 움막에서 사다리를 끌어올린 여자들은 지하에 혼자 남겨져있는 게이코를
놀려댔다.
 
  "기저귀는 조금 있다가 갈아줄게. 엄마에 대한 용무가 끝날 때까지 참고
있어."
 
  게이코의 격한 오열 소리가 들려왔지만 널빤지와 다다미를 덮자 그 소리마저
들려오지 않았다.
 
  긴코가 몸을 조그맣게 움츠리고 있는 부인의 입에서 재갈을 빼내며 가와다를
쳐다보고 통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무 고상하게 굴어서 내 팬티로 입을 막아줬지."
 
  시즈코 부인은 굴욕의 헝겊이 벗겨지자 크게 두세 번 숨을 몰아쉬고 홍조
띤 단정한 뺨을 옆으로 파묻었다. 이제부터 이 여깡패들이 가와다 앞에서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 부인은 공포로 온몸이 돌처럼 경직되었다.
 
  "자, 재갈을 벗겨 주었으니 가와다 씨에게 할말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해봐."
 
  그러자 부인의 나신에 끈끈한 시선을 보내고 있던 가와다가 이끌리듯이 부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오지 말아!"
 
  시즈코 부인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다,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 패거리들과 공모하고 있었다니,
도대체 내게 무슨 원한이……."
 
  부인은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우윳빛 양어깨를 떨며 오열하였다.
 
  "부인에게 원한이 있다니 천만에 말씀."
 
  가와다는 입을 일그러뜨리며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지금까지 특별히 보살펴주시고, 가끔 과분하게 용돈까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요 부인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게 문제라면 문제죠.
부인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이런 여자를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내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죽어도 좋다, 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도야마 영감이 부인의 아름다운 몸을 매일 밤 안는다는 생각만 하면 질투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가와다는 제 흥에 젖은 듯 계속 지껄여댔다.
 
  "그럴 바엔 색(色)과 돈을 동시에 얻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부인은 가와다를 역겨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내 목적은 돈보다는 부인이야."
 
  가와다가 협박하듯이 말하자 부인은 오싹하여 움츠리고 앉은 알몸을 더욱
움츠렸다.
 
  그러자 긴코가 턱을 세워들고 부인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평소에 가와다 씨에게 신세를 지고 있거든. 게다가 이번에도 상당한
돈벌이를 시켜줬고 해서 말이야. 부인이 우리들 체면 좀 세워줘야겠어. 그러니까
오늘밤 가와다 씨의 여자가 되어주는 거야."
 
  시즈코 부인이 깜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이제부터 가와다 씨에게 듬뿍 귀여움 받는 거야, 알았지?"
 
  깐죽거리며 끼여든 아케미의 말에 부인은 미친 듯이 격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싫어요, 그. 그런 짓, 절대로 못 해요."
 
  부인이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한 발짝이라도 다가오면 물어뜯을
기세로 가와다를 노려보았다. 죽어도 이런 남자의 노리개는 될 수 없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흥! 운전사 따위에게 안기다니 소름끼친다는 말씀이군."
 
  긴코는 시즈코 부인이 반발하면 할수록 의욕을 느꼈다.
 
  "가와다 씨에게는 여자를 묶어놓고 못살게 구는 변태적인 면이 있는데. 우리들에게도
그 병이 감염되었나봐. 당신 같은 미인을 보면 공연히 괴롭혀주고 싶어지거든?"
 
  그러면서 패거리들에게 부인을 기둥에 묶으라고 지시했다.
 
  아케미와 요시코가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버둥대는 부인을 단숨에 일으켜
세웠다.
 
  "싫어, 싫어!"
 
  몸부림치는 부인의 알몸을 질질 끌다시피 해서 기둥에 세운 여자들은 순식간에
부인을 단단히 동여매었다.
 
  "자, 가와다 씨, 사랑하는 사람의 홀딱 벗은 모습을 똑똑히 봐."
 
  가와다는 황홀한 기분으로 시즈코 부인 쪽으로 느릿느릿 다가갔다.
 
  "그 궁상맞은 기저귀 따윈 벗어버리시죠. 가와다 씨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곳을 환히 드러내야지?"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 부인의 하복부를 덮고 있는 기저귀를 벗겨냈다. 부인은
귓불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획 하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기둥 앞에 쭈그리고 앉은 가와다는 시즈코 부인의 완전한 전라 상을 바라보며
무의식중에 군침을 삼켰다.
 
  단단히 아래위로 조인 탐스런 공 모양의 젖가슴, 매끈하여 반들반들한 복부,
곡선을 그린 잘록한 허리, 적당히 살집이 오른 우윳빛 광택을 띠는 허벅지.
그런 시즈코 부인의 육체 하나 하나를 가와다는 정욕에 어린 시선으로 핥아대듯이
응시하고 있다. 이윽고 가와다의 시선이 부인의 농염한 숲 부분에 못 박혔다.
 
  "여기, 아주 맛있겠죠?"
 
  가와다의 시선을 따라가던 아케미가 부인의 옆쪽으로 돌아가 사타구니 윗부분의
색정적인 숲 주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자인 우리들도 반할 것 같아. 여기를 만져주면 금방 뜨거운 질 액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아."
 
  에츠코도 맞장구를 치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 여자들의 음탕한 말에 시즈코 부인은 더는 견딜 수 없는 듯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좌우로 떨면서 오열이 뒤섞인 소리로 외쳤다.
 
  "짐승들! 나는 남편에게서 돈을 받아내기 위한 인질이잖아. 그런데 어째서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는 거지?"
 
  순간 긴코의 거센 손이 시즈코 부인의 젖은 뺨을 세게 후려갈겼다.
 
  "뭐, 짐승이라고? 두 번 다시 그런 소리 못 하도록 본때를 보여주지."
 
  "게이코를 끌어내 피가 터질 정도로 청죽으로 패줄까?"
 
  에츠코가 으름장을 놓자 부인의 겁에 질린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런 것보다 음핵 매달기는 어떨까?"
 
  요시코도 거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이 자기들 특유의 징벌로, 여자를 큰 대(大)자
형으로 묶어 놓고 클리토리스를 빨래 집게에 물려 잡아당기는 잔학한 고문임을
이죽거리며 부인에게 설명했다.
 
  "어떻게 생각해? 게이코와 같이 그런 형벌을 받겠다는 거야?"
 
  긴코가 다그치자 흐느끼던 시즈코 부인은 알몸을 비틀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지? 당연히 싫겠지. 그러니까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하게
가와다 씨에게 몸을 맡기는 거야."
 
  "가와다 씨의 여자가 되겠습니다, 하고 이 자리에서 맹세해."
 
  여자들은 시즈코 부인의 좌우에 바싹 달라붙어 머리카락을 움켜잡거나 코를
손으로 비트는 등 못살게 굴었다.
 
  "아, 알았어,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겠죠?"
 
  부인이 마침내 자포자기한 듯 그렇게 외쳤다.
 
  "가와다 씨의 여자가 되겠습니다, 라고 맹세해야 돼."
 
  긴코가 꾸짖듯이 말했다.
 
  "가와다 씨의, 여자가, 되겠어요."
 
  떨리는 소리로 부인이 말하자, 악녀들은 와아 하고 환성을 질러댔고, 시즈코
부인은 우윳빛 어깨 끝을 떨며 흐느꼈다.
 
  "이봐, 이 부인, 허리를 움찔움찔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오줌이 마려운
것 같아"
 
  요시코가 부인의 허리께로 눈길을 떨구고 말했다.
 
  "이러다가 한참 재미보는 중에 싸거나 하면 큰일이지."
 
  요시코가 다시 웃으면서 한쪽 구석에서 낡은 대야를 들고 왔다.
 
  "어때, 이 부인에게 한번 서서 오줌을 싸게 해보자고."
 
  "그래. 서서 오줌싸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자, 부인 한번 해봐."
 
  아케미가 거들자 시즈코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내겐 화, 화장실 갈 자유도 없는 거야?"
 
  "그럼, 그럼, 여기에 있는 동안은 개나 고양이가 되는 거야."
 
  그러면서 여자들이 일제히 자지러지게 웃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무리겠는걸. 우리들이 거들어줘야 되겠어."
 
  여자들이 부인의 발치에 놓여 있던 대야를 들어 부인의 무성한 섬모 아래에
딱 밀어붙였다.
 
  "바, 바보 같은 짓 그만둬!"
 
  부인은 하복부를 격하게 뒤틀었다. 차가운 대야가 사타구니 부근에 닿자
전율 같은 것이 온몸에 들끓었다.
 
  "바보는 부인이야. 내보내야 할 것을 그렇게 몸 안에 두고 있으면 되나?"
 
  "자,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리를 약간만 벌려보라고."
 
  "계속 반항하면 그 예쁜 숲을 전부 깎아버릴 테야."
 
  여자들은 신바람이 나서 부인의 허벅지를 벌리게 하고, 그 사이에 대야를
밀어 넣었다.
 
  "자, 이제 걱정 말고 오줌을 누라고."
 
  "계속 힘 빼게 했다간 이거야!"
 
  긴코가 그러면서 부인의 섬모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소스라치게 놀란 부인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할게! 할 테니까, 난폭한 짓은 제발 그만둬!"
 
  부인은 흐느껴 울면서 몸을 흔들어 대다 문득 이쪽으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와다의 존재를 깨닫고 당황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가와다 씨! 부, 부탁이에요. 당신에게까지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요.
제발 여기에서 나가줘요!"
 
  그러자 긴코가 빙긋이 웃으며 가와다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부끄러운 모습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군."
 
  그러면서 가와다의 손을 잡고 턱짓을 해 보였다.
 
  "새서방님께선 저쪽 침실에서 기다리고 계시죠."
 
  "나도 구경하고 싶은데."
 
  "안 돼. 정말 오줌이 안 나올지도 모른단 말야. 한번에 왕창 괴롭히면 안
돼. 조금씩 길들여가야 하지 않겠어?"
 
  긴코는 가와다를 구슬려서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찢어진 장지문을 열고 들어선 방은 닳아서 해진 다다미가 깔린 광 겸용의
음습한 곳이었다.
 
  "침실은 비록 누추하지만 신부가 절세 미인이니까 그럭저럭 참으라고."
 
  긴코는 그렇게 말하더니 찢어진 벽장문을 열고 얇고 지저분한 이불을 끌어냈다.
 
  "이거 폐를 끼치는군."
 
  "아니, 별말씀을. 오히려 우리가 가와다 씨에게 여러 가지 신세를 지고 있잖아."
 
  긴코는 이불을 깔고 나서 담배를 꺼내 가와다에게 권했다.
 
  "그나저나 드디어 뜻을 이룰 수 있게 돼서 좋겠어, 가와다 씨."
 
  "그런데 도야마 가의 귀부인이 너희들 앞에서 오줌까지 싸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어. 정말 놀랐다고."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긴코가 라이터를 켜 불을 붙여주었다.
 
  "부잣집 여자를 저런 식으로 괴롭혀주면 마음이 후련해진단 말야. 우리들에게도
가와다 씨처럼 그런 심리가 있는 것 같아."
 
  긴코는 그렇게 말하다 문득 생각난 듯이 찢어진 장지문을 조금 열고 밖에
대고 외쳤다.
 
  "아직도 쩔쩔매고 있는 거야? 이쪽에선 신랑이 애가 타서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데."
 
  가와다는 긴코의 뒤편에 비켜서서 찢어진 장지문 사이로 시즈코 부인 쪽을
내다보았다.
 
  여자들이 부인을 둘러싼 채 하복부 쪽으로 허리를 굽히고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필시 부인은 대야를 사타구니에 갖다 댄 채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을
받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언제까지 점잔만 빼고 있을 거야? 빨리 끝내지 못하겠어?"
 
  "가와다 씨에게 안겨 있는 도중에 싸기라도 하면 더 부끄러울걸. 자, 쌀
것은 빨리 싸버리는 게 나아."
 
  "더 애먹일 거야? 그럼 관장을 할 수밖에 없지 뭐."
 
  아케미의 그 말에 부인은 마침내 굴복의 뜻을 표했다.
 
  "하, 할게! 할 테니까 보지 말아 줘, 제발!"
 
  부인의 비통한 외침을 들은 가와다는 가학성의 쾌감이 온몸에 퍼져감을 느끼면서도
짐짓 그것을 감추며 긴코에게 말했다.
 
  "이봐, 긴코. 장난이 좀 지나친 거 아니야?"
 
  "상대는 지금까지 호화판으로 살아온 사장 부인이야. 이 정도 창피는 줘야
속이 풀리지."
 
  긴코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시즈코 부인의 하반신을 둘러싸고 있던 여자들이 일제히 야단법석을
떨었다.
 
  "히야! 드디어 시작했어!"
 
  아케미는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시즈코 부인은 달아오른 얼굴을 격하게 흔들며 흐느껴 울었다.
 
  "보지 말아! 제발 보지 말아 줘!"
 
  그렇게 애원을 하면서도 일단 방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는지, 대야 바닥을
두드리는 물소리가 가와다의 귓가에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끝나면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주도록 해. 특히 신랑이 맛볼 그 부분은 젖은
타월로 잘 닦아주라고!"
 
  긴코가 통쾌한 듯이 아케미 일행에게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다시 가와다가 기다리는 방으로 끌려온 것은 그로부터 약
십 분이 지나서였다. 몸도 마음도 지쳤는지 시즈코 부인은 좁은 방 한 쪽에
비틀거리며 앉았다.
 
  "개운하시겠어요, 부인?"
 
  긴코는 부인의 상기된 옆얼굴에 눈길을 보내면서 빈정거렸다.
 
  시즈코 부인은 여자들에게 강제 배설을 당한 모욕을 참고 있는 탓인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부인의 우아하고 단정한 뺨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엉겨붙어 있어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
 
  "그럼 오늘밤은 가와다 씨에게 듬뿍 사랑을 받으라고. 좋겠어?"
 
  긴코는 부인과 가와다의 얼굴을 즐거운 듯이 번갈아 바라보았다.
 
  "가와다 씨가 이제까지는 부인 집의 운전사였지만 오늘밤부터는 바로 당신의
남편이야. 실컷 응석을 부려 사랑을 받아보라고."
 
  완전히 체념한 시즈코 부인이었지만, 가와다가 상체를 벗어 던진 채 다가오자
일순 당황하여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어졌다.
 
  가와다가 부인의 뒤로 돌아오더니 어깨를 두 팔로 휘감았다. 퍼뜩 놀란 부인이
홍조 띤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이미 각오는 돼 있을 텐데 그렇게까지 얼 거 없잖아?"
 
  아케미가 빈정거리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다, 당신들, 내가 가와다 씨에게 당하는 장면까지 구경할 셈이야?"
 
  시즈코 부인은 여전히 쪼그려 앉은 채 여자들에게 적의에 찬 눈길을 보냈다.
 
  "하긴, 방해꾼은 이제 슬슬 퇴장해야겠군. 우리들이 이렇게 버티고있으면
가와다 씨도 기분이 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긴코가 말하자 아케미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오줌까지 배설시켜줬는데 키스하는 장면 정도는 구경시켜줘야 하는
거 아냐? 허리를 뒤흔드는 장면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여자들이 일제히 자지러지게 웃었다.
 
  "아앗, 싫엇!"
 
  부인은 완강히 거부하며 얼굴을 좌우로 내저었지만 가와다는 부인의 목덜미와
뺨에 격렬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면서 한쪽 손으로는 연신 젖무덤을 주무르고
있었다.
 
  "아앗!"
 
  이미 저항을 포기한 시즈코 부인은 숨을 헐떡이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가와다의 입술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포갰다.
 
  가와다의 입술과 부인의 입술이 맞닿은 것을 보고 여자들은 환성을 질렀다.
 
  "좀더 기분을 내보라고 부인. 이렇게 된 이상 맘 편히 먹고 즐기라고."
 
  여자들이 큰 소리로 외쳐대는 가운데 가와다는 부인의 입에 억지로 혀를
밀어 넣고 혀끝을 거칠게 휘감았다.
 
  부인은 이미 신경이 완전히 마비되어 가와다의 혀를 두 눈을 꼭 감은 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역시 호색한이야. 키스만으로 벌써 상대의 얼을 빼놓았잖아?"
 
  긴코는 가와다의 교묘한 키스 기술에 혀를 내둘렀다.
 
  이윽고 가와다가 입술을 떼자, 시즈코 부인은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듯
가와다의 품안으로 쓰러졌다.
 
  "자, 이제부터는 부인과 단둘이 있게 해줘. 그렇게들 쳐다보고 있으니 기분이
나지 않는데."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의 상체를 떠받치며 여자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악녀들이
입가에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좋아. 그럼 재미 많이 보라고."
 
  긴코가 놀리듯 말하자 가와다가 적어도 서너 번은 치를 작정이라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히야, 왠지 질투가 나는데."
 
  여자들이 일제히 요란스럽게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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