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7 마지막입니다...
『복 수』 제12화 촉촉히 젖은 음모
- 야그뱅크(이미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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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히 젖은 음모. . . .
따뜻한 느낌이 머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전율이 일었다. 민우의 얼굴 가
득 그녀의 오물이 퍼지고 있었다. 이미 후각이 망가져 버린 민우는 냄새
따위는 맡을 수 없었다. 눈꺼풀 사이로 흘러들어온 액체로 인해 따끔거린
다는 느낌이 들뿐. . . .
노란빛 액체가 갈라진 입술에 닿자 뇌에서는 갈증을 해소하라는 명령을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위장으로 부터의 갈구는 강렬했다. 목젖 안으로
부터 갈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액체를 흡입하고 있었다. 허기진 뱃속
은 배고픔과 갈증으로 인해 떨려왔다.
사고가 정지해버린 민우의 대뇌는 부끄러움도 잊은 듯 했다. . . .
잠시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문득 고개를 올려다본 민우는 그녀가 울
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밖으로부터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
온 것은 . . . .
민우의 두 눈은 부릅떠져 있었다. 자신 앞에 서있는 사내의 모습은 분명
김사장 이었다.
[ 오랜 만이군 오민우 ]
[ 죽여. . .버릴. . 테야. . . 기필코. . . . 죽여 버릴..거라고~~~~ ]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른다. 눈조차 뜨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그
가 이런 절규에 젖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니. . . .
[ 참으로 악연이군 악연이야 ]
그는 민우를 한참동안 들여 다 보더니 말을 이었다.
[ 난 모든걸 성취했지 그리고 정상을 차지했어 그런데 네 놈 때문에 너무
도 큰 피해를 입었어 . . . . ]
[ 한가지만 물어보자. . . 도데 체 왜 나였는가 ]
민우의 쉬어버린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 왜 자네 였냐고? 후. . 후. 후. 자네가 모르는 사실이 있지, 자네를 선
택한 이유는 자네의 부모 때문이었어 ]
[ 나의 부모? ]
[ 자네의 아버지 오종민! 그에겐 알려지지 않은 아들이 하나 있었지 ]
[ . . . . . . . . ]
[ 어떻게 보면 자네와 난 배다른 형제라고 할 수 있지 . . .넌 정상적인
생활로 평화롭게 살아왔고 난 나의 어머니와 핍박과 설움을 당하며 비참
하게 생활하고 있었고 그래서 복수를 결심했지. . . . 자네의 부모가 한
날 한시에 죽은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나? ]
[ 그렇다면 네가? . . . . ]
[ 그래 내가 고등학교 일학년 때였지, 자동차에 미쳐있었던 난 브레이크
조작으로 간단하고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복수심에 불타있
었던 난 자동차에 결함을 만들었던 거야 물론 죽음으로 까지 몰아넣을 생
각은 없었지 헌데 . . . . ]
민우는 과거를 생각했다. 부모는 민우가 중학교때 여행을 가시다 급커브
길에서 운전조작실수로 인해 추락사 하셨었다. 그런데 그게 김사장의 짓
으로 인한 사고였다니. . .
더군다나 죽이고 싶을 정도로 복수심에 불탔던 그가 나의 배다른 형제라
니. . . .
[ 그럴리가. . . 이 새끼 거짓말 하지 말아라 ]
민우의 입술이 떨고 있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의 얼굴은 하얗
게 질려 있었다.
[ 어쨌든 그 일로 인해 난 모든걸 잊기로 결심했지, 어린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거든 헌데 공교롭게도 자넨 내가 다니던 회사로 들어왔고, 난
나의 성취를 위해 자네를 디딤돌로 택한 거야 후. 후. ]
민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왜 그에게 선택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놀
음판에 올려진 한 개의 바둑알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 . .
[ 자네는 너무도 큰 짓을 저질러 버렸어, 나를 곤경에 빠트리는. . . .
너 같은 피라미 때문에 말이야. . . . 이젠 그만 악연을 끊어 버리자고 .
. . . 이봐 칼치!]
[ 네! ]
[ 녀석을 처리해라, 난 지금 곧 일본으로 떠난다. ]
[ 알겠습니다. ]
아!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야 한다니. . . 죽는다는 것이 피부로 다가오
자 몸이 떨려왔다. 민우의 뇌리에는 모든 이 들의 영상이 영화의 필름처
럼 스치며 지나갔다. 나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내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 . .
[ 참! 자네가 이런 꼴이 되면서도 살리려고 애썼던 은희던가? 그여 자는
죽었네, 마약 때문에 말야. . . ]
쿵! 민우의 심장이 두근거리듯 떨려왔다. 은희의 해맑던 모습이 떠올랐
다. 슬픔에 복받힌 눈물이 하염없이 솟아올랐다.
[ 너는 이 녀석을 처리하고 저택으로 합류해라 ]
[ 알겠습니다. ]
칼치는 부하 중 한녀석에게 명령을 하곤 밖으로 향했다. 녀석의 부하는
서서히 민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공포로 인해 민우의 몸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 있었다.
[ 흐... 흐.. . 유감은 없네 하지만 형님의 명령을 지켜야 하니까 부디
저승에 가서도 날 원망하지는 말게나 ]
녀석은 야릇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단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앞으로 뻗
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있던 미경은 안쪽의 상황이 궁금해 안으로 들어온 순간
! 민우의 몸으로 찔러가는 은빛물체를 보았다. 날아가듯 민우와 은빛칼날
사이로 뛰어들었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은빛칼
날은 미처 속도를 죽이지 못한 체 미경의 복부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민
우도 사내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내의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니 온몸이 떨고 있었다. 사내의 머
리 속은 복잡해져 갔다. 보스의 딸을 죽인 거였다. 최말단 부하가 보스의
딸을 . . .
[ 아. . 가씨. . . 나. 난. . .난 아니야. . 내가 그런게. . 아니야. . .
]
겁에 질린 녀석의 손은 칼날에서 멀어지고 후들거리는 몸짓으로 뒷걸음치
며 밖으로 뛰쳐 나갔다. 민우는 옆으로 몸을 움직이며 그녀를 낮은 목소
리로 불렀다.
[ 이. . 이봐, 괜 찮아? ]
[ 으. . . 아저씨. . 제가 밉겠지요, 후! 후! . . . ]
[ 왜! 왜 날. . 위해서. . . ]
[ 누군가. . 그러더군요, 여자는 순결을 바친 사내를 못 잊는 다고요. 쿨
럭! 쿨럭! 나도 여. . 잔가 봐요. . . 쿨럭. . . ]
그녀의 입에선 쉴세 없이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검은 두 눈동자
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민우는 있는 힘을 다해 묶여있던 팔의 끈을 풀고
그런 그녀의 몸을 안았다.
[ 미. . 미안해요. . 그리고 아저씰 사랑. . 했었 . . ]
그녀는 힘겨운 눈빛으로 민우를 올려다보며 사랑했다는 최후의 말을 건내
려 했으나 채 말을 끝내지 못하고 생을 그렇게 마감했다. 민우의 두 눈에
서 흘러내린 슬픔이 미경의 뺨에 얼룩지고 있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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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아내!
[ 아흑~~~~ 그래 조금 더. . . . 깊게 . . .아~~~ 너. .너무 좋아. . . ]
끈적한 비음을 터트리는 농염한 여인의 몸은 연체동물마냥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사내의 등 근육이 골을 만들며 허리를 그녀의 다리 사이에 깊숙
이 밀어넣고 있었다.
격정의 회오리는 그녀의 하얀 두다 리를 허공으로 향하게 만들었고 그녀
의 가느다란 빨간빛 손톱은 사내의 등에 빨간 선을 만들며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 자. .자기 너무 강해 . . . 이젠 자기는 칼치가 아닌 보스로 다시 태어
나는 거야 전국구를 지배하는 . . . 우린 최고의 위치에서 군림하는. .
아흑~~ 거야. . .하~~~ 아~~ 으. .음~ ~~ ~ ]
칼치! 등을 보이며 격렬한 허리의 움직임을 하는 사내는 칼치 였다. 그렇
다면. . . 그랬다. 갈치의 품에 안겨 절정을 치닫고 있는 여인은 애리!
김사장의 부인인 애리였다.
[ 아~~ 나. . 나와~~~ 아아아~~~~~ ]
허공에 치솟은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며 한없는 추락을 했다. 온몸이 땀으
로 범벅된 사내의 등은 방울진 땀방울로 인해 미끄러지고 있었다. 사내의
몸이 여자의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큰 호흡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사내
는 만족한 표정으로 여자의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이마에 가벼운 키
스를 했다. 여자의 두 눈은 짜릿한 전율이라도 느낀 듯 감겨있었다.
[ 뒷처리는 어떻게 됐어? ]
[ 걱정할거 없어! 김사장은 일본으로 가던중 마중 나오는 야쿠샤의 총격
으로 인해 영원히 수장될 거고. 지금쯤 오민우 그 자식도 아마 바다한가
운데 빠져있을 테니까. . . ]
[ 일본 애들과 거래는 어떻게 할거야? ]
[ 총대는 우리가 잡고 있으니까 거래는 10프로로 책정할거야, 어쨌든 애
리 당신은 무서운 여자야 마약을 몽땅 가로챌 생각을 다하다니. . . . ]
[ 호! 호! 호! 다 자기때문이야 하지만 당신 머리도 괜찮아 그런 일본 애
들과 다시 거래를 할 생각까지 한다니 말야. . . ]
[ 어차피 그 만한 물량을 우리가 소화해 낼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된
다면 일본 애들이 책임을 김사장 하나로 끝내진 않을 거야, 결국 당신이
나 나나 김사장 꼴이 돼겠지 ]
무서운 대화였다. 일본 야쿠샤로 부터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거기다
마약의 새로운 거래처로 확보 한다니 . . . . . 두 사람은 진한 키스와
함께 열정을 또다시 불사르고 있었다. . . . . .
『복 수』 제13화(최종회) 불두덩이 갈라진 사이로
- 야그뱅크(이미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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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철의 복수!
불경기로 인해 사람이 뜸해진 의상실에서 동민은 진한 향의 원두커피를
마시며 사색에 젖어 있었다. 요 근래 몸을 요구하지 않는 애리가 이상스
러웠다. 물론 그녀의 전화 통화에서 이상함을 느낀 건 사실이었다. 칼치
라는 김사장의 부하와의 알 수 없는 대화! 무슨 가루라고도 얘기하고 피
아노라고도 얘기하는 그녀의 알 수 없는 얘기가 나온 후부터 애리는 더
이상 동민의 몸을 요구하지 않았었다.
급작스런 그녀의 성욕이 이렇게 잠잠할 수 있다니. . . 남자가 생긴 건가
? 후! 후! 이상하군 내가 왜 그녀를 생각해야 하지. . . 커피의 향을 한
모금 음미하며 실소를 내보이는 동민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져 갔다. 문안
으로 들어오는 한 사내의 살기를 띤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 너! 김사장 알고있지! ]
[ 누. .누구세요? 헉! ]
동민은 사내의 주먹으로 인해 숨이 끊어지는 고통을 맞보았다. 사내는 앞
으로 꼬꾸라진 동민의 머리를 다리로 짖누르며 짤막한 말을 이었다.
[ 김사장은 지금 어딨나 ]
[ 지. . 금은 안계시고요. . 아마도 일본에. . . ]
[ 일본? ]
[ 부인의 전화내용을 들어서. . . . ]
[ 전화 내용이라. . . 있는 대로 얘기를 해 아니면 넌. . . . ]
동민은 두 눈을 부릅뜬 사내의 기세에 눌려 전화 통화 내용을 상세히 전
했다. 사내는 더듬거리는 동민의 얘기를 들으며 이상함을 느꼈다.
[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있지? ]
동민은 부인과 자신의 야릇한 사이임을 내비쳤다.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보이는 사내는 동민에게 지시를 내렸다.
[ 전화 통화 내용에 대해서 알아놔라 나 광철이라고 한다. 이따가 전화를
하겠다. 만약 자세한 얘기를 알지 못할 시에는 넌. . . . 흐. .흐. . 죽
은 목숨이야 ]
광철은 말을 마친 후 동민의 복부를 발끝으로 가볍게 툭 치며 몸을 돌렸
다. 한참을 움찔한 자세로 멍하니 있던 동민은 사내의 모습이 시야로부터
완전히 사라지자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 응! 나야 무슨 일로? 예약 들어왔니? ]
[ 사모님 그게 아니 구요 광철이라는 사내가 가게로 와서 김사장님 행방
과 사모님행방을 물으며 행패를 부리고 갔어요 ]
[ . . . . . ]
[ 사모님 듣고 계세요! 사모님 ]
[ 알았다. 그리고 녀석이 물어보더라도 넌 모른다고해 난 내일쯤 홍콩으
로 떠날 거니까. . . 그 가게는 앞으로 니꺼다. ]
[ 사. .사모님! ]
그의 귓가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윙~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 그 가게는
앞으로 니꺼다.) 싯가 3억이나 되는 가게를 . . . 홍콩으로 간다는 소리
는 또 뭔가. . . .
광철은 선명히 들려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이어폰으로 듣고 있었다. 도
청장치의 성능은 흡족할 만큼 우수했다.
어두운 골목길을 접어 들었을 때 어슴프레한 한 사내의 모습을 광철은 보
았다.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 형. .형님! ]
광철의 목메인 소리에 그저 담담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사내는 민우
였다. 둘은 뜨거운 포옹을 했다. 뜨거운 사내들의 심장소리가 울려 퍼졌
다.
한참 후 광철은 민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민우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웠다. 특히 은희의 죽음을 광철의 입을 통해 확인하자
민우의 눈가엔 슬픔이 번졌다. 광철은 김사장의 아내로부터 얻은 정보를
낯 낯이 전했다.
[ 그렇다면 마약이 아직. . . . ]
[ 형님! 아무래도 애리라는 여자의 음모에 김사장도 당한거 같습니다. 형
님이 불살라버린 마약은 가짜였어요, 그리고 내일 홍콩으로 떠난다고 하
니 아무래도 내일 밤 거래를 마치고 홍콩으로 뜰거 같습니다. ]
[ 아무래도 김사장은 벌써 죽은거 같구나, 서둘러야 겠다. ]
그때였다. 눈부신 헤트라이트의 불빛이 골목길로 비추어졌다. 순간 광철
의 눈은 놀람으로 튀어나올 듯 커졌다.
[ 형. .형님. 그 자식들인가 봅니다. ]
광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열한 헤트라이트의 불빛이 그들을 덮쳤
다. 민우는 광철의 몸을 밀쳐내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발끝을 스치며
차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칼치에게 당한 옆구리가 쑤셔왔으나 아픔을 느
낄 사이도 없이 후진으로 다가서는 차의 후면이 어깨에 강한 충격과 함께
닿았다. 튕겨지듯 몇 바퀴를 구르며 쓰러진 민우를 쳐다보듯 후면등의 빨
간 불빛은 엑셀 소리와 함께 한참을 쏘아보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 형. . 형님! ]
[ 난! 괜찮다. 저 차를 따라가야 겠다. 시동을 걸어라 ]
키를 건네받은 광철은 서둘러 차의 시동을 걸었다. 시원한 느낌의 엔진소
리를 들으며 민우는 안쪽 호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내 팔뚝 깊숙이 꽃았
다. 온몸에 퍼지는 나른함과 솟구치는 힘이 전신의 핏줄로 흘러 들어갔
다.
[ 광철아 녀석들의 차를 알아볼 수 있겠니? ]
[ 네 ]
민우는 광철과 함께 차로 옮겨 탔다. 직접 운전대를 잡은 민우는 인천 쪽
으로 차를 몰았다. 엑셀을 밟은 발이 끝까지 닿자 터질듯한 굉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얼마 후 . . . .
[ 형님 저 찹니다. **98번 확실해요 ]
민우는 차의 옆으로 바싹 다가가 인원을 확인했다. 앞쪽에 둘 뒷자리에
하나 민우는 인원을 확인한 후 핸들을 꺾어 강하게 부딪혔다. 쾅! 소리와
함께 범버가 반쯤 떨어지며 바닥을 긁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녀석들의 차는 대각선으로 밀려 한쪽 바퀴가 보
도블럭에 튕기며 위로 올라가 간신히 균형을 유지했다. 민우는 재차 따라
가며 다시 한번 충격을 줬다.
매달려 있던 범버는 바퀴에 깔리며 뒤로 멀어져 갔다. 고급 승용차는 민
우의 연속된 공격으로 인해 엉망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약간 옆으로 물러난 민우는 다시 한번 공격을 하려는 순간 녀석 중 하나
의 손에 들려진 검은빛 물체를 봤다. 순간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
정지로 인해 녀석들의 차와 멀어지자 녀석들의 차에서 뒷문으로 총을 꺼
내 들고 무차별 사격을 했다. 핸들을 급하게 꺾자 광철의 머리가 민우의
어깨에 기대어졌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광철의 머리가 민우의 어깨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한
손을 들어 광철의 얼굴을 만졌다. 끈적한 액체가 손바닥 가득 잡혔다.
민우는 온몸이 떨려왔다. 으아 아아~~~~ 하는 괴성소리와 함께 속력을 최
대한으로 올린 민우는 자동차의 후면을 들이받았다. 튕겨지듯 앞으로 나
간 자동차는 보도블록에 튕겨 올라가며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순간 강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아 올랐다. 차의 불빛으로 인해 민우의 모습이
불타올랐다. 뜨거운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자신의 성급함
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광철에게 너무도 미안해 피투성이인 그의 몸을
껴안고 흐느껴 울었다. 뜨거운 사내의 눈물이었다. 너무도 뜨거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아~~ 죽을 것 같아. . . . 아~~ ~악 ]
[ 헉! 헉! . . . . 으~~ . .끄응~~~~ ]
차 안에서는 한 쌍의 남녀가 온몸을 불사르며 뜨거운 욕정의 찌그러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남녀의 거친 호흡으로 인해 뿌해진 유리는 점점 히 손
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사이로 내비치는 여자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은 헝
클어져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큰 숨을 몰아 쉰 그녀는 남자의 땀에
젖은 뺨을 만지며 격정의 키스를 나누었다.
[ 너. . 너무 좋았어, 자기 홍콩에 가서도 나 홍콩에 보내줄수 있어? ]
남자는 여자의 아이러니한 말에 웃음을 비추이며 이마에 키스로 답했다.
[ 자! 서두르자고 일본애들 도착할 시간이 됐으니까 ]
바지를 뀌어 입으며 남자가 말했다. 여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한 손
놀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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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후!
항구의 비바람 속에서 칠이 벗겨진 전화 부스 안에 중절모를 깁숙히 눌러
쓴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손가락마디가 없는 손으로 동전을 집어넣는 그
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그의 표정은 긴장때문인지
슬픔때문인지 어둠이 가득했다.
[ 따르릉. . . . ]
자지러지는 듯한 긴 신호음이 들려왔다.
[ 여보세요 ]
[ . . . . . ]
[ 여보세요! ]
[ 날세, 오민우. . . . ]
[ 이봐! 어떻게 된건가 ]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전해졌다 잠시 말을 멈춘 민우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 아이는 잘 크나 ]
[ 이봐! 민우, 지금 어딘가 내 곧 그리로 가겠네 ]
[ 아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네 ]
[ 알았네. . . 장운아! 장운아! ]
[ 여보세요? ]
[ . . . . . . ]
뜨거운 눈물로 인해, 가슴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움으로 인해, 목이 메어
자신의 아들의 목소리에 민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 아빠!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요? ]
[ 장운이는 들어가 공부해라, 여보세요! 이봐 민우 듣고 있나? ]
[ 목소리가 어른스러워 졌군 ]
울먹이는 목소리로 민우는 말했다.
[ 이젠 아이와 같이 살아야 되지 않겠나 김장운이 아닌 오장운으로 말일
세 . . . ]
[ 김형사! 잘 듣게 자네에게 무거운 짐을 쥐어줘서 미안하네, 장운이에게
앞으로도 잘해주게 그리고 부탁이 있네 ]
[ 뭔가! ]
[ 장운이한테 계속 자네가 아버지인걸로 해주게 난 어차피 죽을 목숨이네
]
[ 무. . 슨 소린가 그게! 죽을 목숨이라니? ]
[ 시간이 없네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게, 오늘 밤 인천항에서 대규모의 마
약거래가 있네 야쿠샤의 개입이네 700억 엔 이라는 놀라운 거래네 서둘러
주게 우리쪽 거래자는 장애리라는 여자이네 그리고 그의 남편 소유의 거
여동 **번지에 가공되지 않은 다이아가 있네 모두 일본쪽 야쿠샤의 물건
이네 그럼. . . .]
말을 마친 민우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숨을 몰아쉈다. 갈치에게 당
한 옆구리에서 강한 통증과 함께 핏물이 스며 나왔다. 붕대에 감긴 상처
는 이미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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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의 사내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두 남녀에게 주
시되어 있었고 보스인 듯한 사내가 갈치와 악수를 나누며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애리의 긴장된 모습으로 담배를 피고 있었다.
[ 앞으로 한국의 보스는 당신이오, 이번 거래는 우리측이 많은 양보를 한
겁니다. 인정하십니까? ]
[ 물론 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걸 약속합니다. 그
리고 홍콩쪽도 우리에게 넘겨주신걸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 어쨌든 당신은 대단한 사냅니다. 하. 하. 하. ]
사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커다란 덩치를 들썩이며 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강렬한 라이트 빛이 사방에서 쏘아대고
있었다. 특수부대와 경찰! 그리고 군인들의 합동작전 이었다. 일본의 마
약거래를 소탕하기 위한. . . .
[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자는 발포하겠다. 모두 그 자리
에서 손을 머리 뒤로 깍지낀채 바닥에 엎드려라 ]
확성기를 통한 경찰의 목소리에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서서히 좁혀져
가는 포위망 속에 사내들은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사내
가 조심스레 기어가 차로 향한 것은 애리가 타고 있던 . . . .
일본쪽 한 사내가 갑자기 돌진하듯 경찰쪽으로 뛰어들었다. 드르륵. . .
탕!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몸은 허공에서 춤을 추듯 피에 젖어 하
늘거렸다. 그 순간 사내들은 자리에서 벗어나려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소란스런 격돌이 일어났다.
그 순간 민우는 갈치와 애리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알았다. 둘
은 물가쪽으로 내려가 도망치고 있었다. 민우는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절룩거리는 몸짓으로 필사의 힘을 다해. . . . 친구인 김형사가 그런 민
우의 모습을 보았다. 민우를 불렀으나 그는 듣지 못하는듯 계속 앞을 향
해 뛰어 갔다.
[ 헉! 헉!. . . 조금 더 빨리 ]
[ 헉! 헉! . .더 이상. . . 더 이상은 못 뛰겠어요. . . ]
[ 안돼 조금만 힘을 내라고 여길 빨리 벗어나야. . . . ]
칼치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의 동공 가득히 자리잡은 한 사내를 보았
기 때문이었다.
[ 너. . . 넌! ]
[ 여길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 . ]
민우는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둘을 향해 서서히 다가섰다. 갈치는
다가오는 민우를 보며 주먹을 활짝핀체 그의 얼굴을 향해 뻗었다. 순간
빠른 움켜쥠과 함께 뾰족한 무기가 주먹사이로 보였다. 민우는 슬쩍 옆으
로 몸을 피하며 그의 옆구리에 묵직한 주먹을 날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꼬꾸라졌다. 민우는 그런 그의 옆구리를 재차 발길질로
걷어찼다. 신음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 장면을 본 애리는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서서히 다가서는 민우
의 모습이 마치 저승사자와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백을 떨리는 손으
로 열었다. 핸드백이 떨어졌다. 많은 내용물이 바닥에 펼쳐졌다. 그녀는
그 중 검은빛 물체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민우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어느새 그의 손에 들린 칼날이 그
녀의 목에 대어졌다.
[ 딸아이가 죽은걸 알고 있나. . . ]
애리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지더니 민우를 쏘아보며 말했다.
[ 상관없어요! 어차피 입양한 아이인데 뭐 ]
[ 그랬었던가. . . 그래서 남자와 같이 도망칠 수가 있었던 거군. . . ]
조금은 허탈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등으로부터 어떤 물
체가 파고 든 것은 . . .
[ 이자식! 죽여 버리겠어. . . ]
악에 받친 갈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우는 손에 들려있던 칼을 아래로
빠르게 내려 뒤쪽의 갈치에게 뻗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갈치의 몸은
무릎을 꿇었다.
[ 안돼! ]
민우는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 애리의 절규에 찬 음성을 들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피스톨이 떨리며 민우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
[ 탕! ]
굉음과 같은 소리를 내며 피스톨의 소리는 민우의 귓전을 스쳤다. 놀란
눈빛으로 경직된 애리의 몸은 이마에 구멍을 낸 채 쓰러졌다. 민우는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김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 이봐! 정신차려!
후 . . . 후. . . 죽일 거 까지 없었는데. . . . 쿨럭!
민우는 김형사의 총에 쓰러진 애리를 흘깃 쳐다보며 힘겨운 눈빛으로 김
형사를 올려다봤다.
이봐! 조금만 참게 아이를 두고 죽을 순 없지 않은가. . .
김형사의 목소리는 울음이 가득했다. 그의 눈에 번진 눈물이 민우의 뺨에
떨어졌다.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민우는 말했다.
아니. . . 난 어차피 틀렸네 그리고 자네에게 한가지만 더 부탁하세 마
지막 부탁이네 헉. . . 쿨럭!
이 보게 피가 너무 흘러 그만 말하게. . .
멀리 서 싸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나라는 아이가 있네 자네가 걷어주게. . . .
김형사의 답변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를 흔드는 그의 몸짓만이 느
껴질 뿐 . .
고요한 정적감이 그의 몸을 뒤 덥고 있었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복수. . . . 모든것이 허무했다. 나로 인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
었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아파왔다. 어느새 그의 눈에도 슬픔이 가득 퍼져
있었다.
안녕. . . . 나를 사랑했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여. . .
끝. . . . .
- 야그뱅크(이미노) -
********************************************************************
촉촉히 젖은 음모. . . .
따뜻한 느낌이 머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전율이 일었다. 민우의 얼굴 가
득 그녀의 오물이 퍼지고 있었다. 이미 후각이 망가져 버린 민우는 냄새
따위는 맡을 수 없었다. 눈꺼풀 사이로 흘러들어온 액체로 인해 따끔거린
다는 느낌이 들뿐. . . .
노란빛 액체가 갈라진 입술에 닿자 뇌에서는 갈증을 해소하라는 명령을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위장으로 부터의 갈구는 강렬했다. 목젖 안으로
부터 갈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액체를 흡입하고 있었다. 허기진 뱃속
은 배고픔과 갈증으로 인해 떨려왔다.
사고가 정지해버린 민우의 대뇌는 부끄러움도 잊은 듯 했다. . . .
잠시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문득 고개를 올려다본 민우는 그녀가 울
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밖으로부터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
온 것은 . . . .
민우의 두 눈은 부릅떠져 있었다. 자신 앞에 서있는 사내의 모습은 분명
김사장 이었다.
[ 오랜 만이군 오민우 ]
[ 죽여. . .버릴. . 테야. . . 기필코. . . . 죽여 버릴..거라고~~~~ ]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른다. 눈조차 뜨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그
가 이런 절규에 젖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니. . . .
[ 참으로 악연이군 악연이야 ]
그는 민우를 한참동안 들여 다 보더니 말을 이었다.
[ 난 모든걸 성취했지 그리고 정상을 차지했어 그런데 네 놈 때문에 너무
도 큰 피해를 입었어 . . . . ]
[ 한가지만 물어보자. . . 도데 체 왜 나였는가 ]
민우의 쉬어버린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 왜 자네 였냐고? 후. . 후. 후. 자네가 모르는 사실이 있지, 자네를 선
택한 이유는 자네의 부모 때문이었어 ]
[ 나의 부모? ]
[ 자네의 아버지 오종민! 그에겐 알려지지 않은 아들이 하나 있었지 ]
[ . . . . . . . . ]
[ 어떻게 보면 자네와 난 배다른 형제라고 할 수 있지 . . .넌 정상적인
생활로 평화롭게 살아왔고 난 나의 어머니와 핍박과 설움을 당하며 비참
하게 생활하고 있었고 그래서 복수를 결심했지. . . . 자네의 부모가 한
날 한시에 죽은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나? ]
[ 그렇다면 네가? . . . . ]
[ 그래 내가 고등학교 일학년 때였지, 자동차에 미쳐있었던 난 브레이크
조작으로 간단하고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복수심에 불타있
었던 난 자동차에 결함을 만들었던 거야 물론 죽음으로 까지 몰아넣을 생
각은 없었지 헌데 . . . . ]
민우는 과거를 생각했다. 부모는 민우가 중학교때 여행을 가시다 급커브
길에서 운전조작실수로 인해 추락사 하셨었다. 그런데 그게 김사장의 짓
으로 인한 사고였다니. . .
더군다나 죽이고 싶을 정도로 복수심에 불탔던 그가 나의 배다른 형제라
니. . . .
[ 그럴리가. . . 이 새끼 거짓말 하지 말아라 ]
민우의 입술이 떨고 있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의 얼굴은 하얗
게 질려 있었다.
[ 어쨌든 그 일로 인해 난 모든걸 잊기로 결심했지, 어린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거든 헌데 공교롭게도 자넨 내가 다니던 회사로 들어왔고, 난
나의 성취를 위해 자네를 디딤돌로 택한 거야 후. 후. ]
민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왜 그에게 선택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놀
음판에 올려진 한 개의 바둑알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 . .
[ 자네는 너무도 큰 짓을 저질러 버렸어, 나를 곤경에 빠트리는. . . .
너 같은 피라미 때문에 말이야. . . . 이젠 그만 악연을 끊어 버리자고 .
. . . 이봐 칼치!]
[ 네! ]
[ 녀석을 처리해라, 난 지금 곧 일본으로 떠난다. ]
[ 알겠습니다. ]
아!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야 한다니. . . 죽는다는 것이 피부로 다가오
자 몸이 떨려왔다. 민우의 뇌리에는 모든 이 들의 영상이 영화의 필름처
럼 스치며 지나갔다. 나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내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 . .
[ 참! 자네가 이런 꼴이 되면서도 살리려고 애썼던 은희던가? 그여 자는
죽었네, 마약 때문에 말야. . . ]
쿵! 민우의 심장이 두근거리듯 떨려왔다. 은희의 해맑던 모습이 떠올랐
다. 슬픔에 복받힌 눈물이 하염없이 솟아올랐다.
[ 너는 이 녀석을 처리하고 저택으로 합류해라 ]
[ 알겠습니다. ]
칼치는 부하 중 한녀석에게 명령을 하곤 밖으로 향했다. 녀석의 부하는
서서히 민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공포로 인해 민우의 몸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 있었다.
[ 흐... 흐.. . 유감은 없네 하지만 형님의 명령을 지켜야 하니까 부디
저승에 가서도 날 원망하지는 말게나 ]
녀석은 야릇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단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앞으로 뻗
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있던 미경은 안쪽의 상황이 궁금해 안으로 들어온 순간
! 민우의 몸으로 찔러가는 은빛물체를 보았다. 날아가듯 민우와 은빛칼날
사이로 뛰어들었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은빛칼
날은 미처 속도를 죽이지 못한 체 미경의 복부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민
우도 사내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내의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니 온몸이 떨고 있었다. 사내의 머
리 속은 복잡해져 갔다. 보스의 딸을 죽인 거였다. 최말단 부하가 보스의
딸을 . . .
[ 아. . 가씨. . . 나. 난. . .난 아니야. . 내가 그런게. . 아니야. . .
]
겁에 질린 녀석의 손은 칼날에서 멀어지고 후들거리는 몸짓으로 뒷걸음치
며 밖으로 뛰쳐 나갔다. 민우는 옆으로 몸을 움직이며 그녀를 낮은 목소
리로 불렀다.
[ 이. . 이봐, 괜 찮아? ]
[ 으. . . 아저씨. . 제가 밉겠지요, 후! 후! . . . ]
[ 왜! 왜 날. . 위해서. . . ]
[ 누군가. . 그러더군요, 여자는 순결을 바친 사내를 못 잊는 다고요. 쿨
럭! 쿨럭! 나도 여. . 잔가 봐요. . . 쿨럭. . . ]
그녀의 입에선 쉴세 없이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검은 두 눈동자
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민우는 있는 힘을 다해 묶여있던 팔의 끈을 풀고
그런 그녀의 몸을 안았다.
[ 미. . 미안해요. . 그리고 아저씰 사랑. . 했었 . . ]
그녀는 힘겨운 눈빛으로 민우를 올려다보며 사랑했다는 최후의 말을 건내
려 했으나 채 말을 끝내지 못하고 생을 그렇게 마감했다. 민우의 두 눈에
서 흘러내린 슬픔이 미경의 뺨에 얼룩지고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보스의 아내!
[ 아흑~~~~ 그래 조금 더. . . . 깊게 . . .아~~~ 너. .너무 좋아. . . ]
끈적한 비음을 터트리는 농염한 여인의 몸은 연체동물마냥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사내의 등 근육이 골을 만들며 허리를 그녀의 다리 사이에 깊숙
이 밀어넣고 있었다.
격정의 회오리는 그녀의 하얀 두다 리를 허공으로 향하게 만들었고 그녀
의 가느다란 빨간빛 손톱은 사내의 등에 빨간 선을 만들며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 자. .자기 너무 강해 . . . 이젠 자기는 칼치가 아닌 보스로 다시 태어
나는 거야 전국구를 지배하는 . . . 우린 최고의 위치에서 군림하는. .
아흑~~ 거야. . .하~~~ 아~~ 으. .음~ ~~ ~ ]
칼치! 등을 보이며 격렬한 허리의 움직임을 하는 사내는 칼치 였다. 그렇
다면. . . 그랬다. 갈치의 품에 안겨 절정을 치닫고 있는 여인은 애리!
김사장의 부인인 애리였다.
[ 아~~ 나. . 나와~~~ 아아아~~~~~ ]
허공에 치솟은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며 한없는 추락을 했다. 온몸이 땀으
로 범벅된 사내의 등은 방울진 땀방울로 인해 미끄러지고 있었다. 사내의
몸이 여자의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큰 호흡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사내
는 만족한 표정으로 여자의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이마에 가벼운 키
스를 했다. 여자의 두 눈은 짜릿한 전율이라도 느낀 듯 감겨있었다.
[ 뒷처리는 어떻게 됐어? ]
[ 걱정할거 없어! 김사장은 일본으로 가던중 마중 나오는 야쿠샤의 총격
으로 인해 영원히 수장될 거고. 지금쯤 오민우 그 자식도 아마 바다한가
운데 빠져있을 테니까. . . ]
[ 일본 애들과 거래는 어떻게 할거야? ]
[ 총대는 우리가 잡고 있으니까 거래는 10프로로 책정할거야, 어쨌든 애
리 당신은 무서운 여자야 마약을 몽땅 가로챌 생각을 다하다니. . . . ]
[ 호! 호! 호! 다 자기때문이야 하지만 당신 머리도 괜찮아 그런 일본 애
들과 다시 거래를 할 생각까지 한다니 말야. . . ]
[ 어차피 그 만한 물량을 우리가 소화해 낼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된
다면 일본 애들이 책임을 김사장 하나로 끝내진 않을 거야, 결국 당신이
나 나나 김사장 꼴이 돼겠지 ]
무서운 대화였다. 일본 야쿠샤로 부터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거기다
마약의 새로운 거래처로 확보 한다니 . . . . . 두 사람은 진한 키스와
함께 열정을 또다시 불사르고 있었다. . . . . .
『복 수』 제13화(최종회) 불두덩이 갈라진 사이로
- 야그뱅크(이미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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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철의 복수!
불경기로 인해 사람이 뜸해진 의상실에서 동민은 진한 향의 원두커피를
마시며 사색에 젖어 있었다. 요 근래 몸을 요구하지 않는 애리가 이상스
러웠다. 물론 그녀의 전화 통화에서 이상함을 느낀 건 사실이었다. 칼치
라는 김사장의 부하와의 알 수 없는 대화! 무슨 가루라고도 얘기하고 피
아노라고도 얘기하는 그녀의 알 수 없는 얘기가 나온 후부터 애리는 더
이상 동민의 몸을 요구하지 않았었다.
급작스런 그녀의 성욕이 이렇게 잠잠할 수 있다니. . . 남자가 생긴 건가
? 후! 후! 이상하군 내가 왜 그녀를 생각해야 하지. . . 커피의 향을 한
모금 음미하며 실소를 내보이는 동민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져 갔다. 문안
으로 들어오는 한 사내의 살기를 띤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 너! 김사장 알고있지! ]
[ 누. .누구세요? 헉! ]
동민은 사내의 주먹으로 인해 숨이 끊어지는 고통을 맞보았다. 사내는 앞
으로 꼬꾸라진 동민의 머리를 다리로 짖누르며 짤막한 말을 이었다.
[ 김사장은 지금 어딨나 ]
[ 지. . 금은 안계시고요. . 아마도 일본에. . . ]
[ 일본? ]
[ 부인의 전화내용을 들어서. . . . ]
[ 전화 내용이라. . . 있는 대로 얘기를 해 아니면 넌. . . . ]
동민은 두 눈을 부릅뜬 사내의 기세에 눌려 전화 통화 내용을 상세히 전
했다. 사내는 더듬거리는 동민의 얘기를 들으며 이상함을 느꼈다.
[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있지? ]
동민은 부인과 자신의 야릇한 사이임을 내비쳤다.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보이는 사내는 동민에게 지시를 내렸다.
[ 전화 통화 내용에 대해서 알아놔라 나 광철이라고 한다. 이따가 전화를
하겠다. 만약 자세한 얘기를 알지 못할 시에는 넌. . . . 흐. .흐. . 죽
은 목숨이야 ]
광철은 말을 마친 후 동민의 복부를 발끝으로 가볍게 툭 치며 몸을 돌렸
다. 한참을 움찔한 자세로 멍하니 있던 동민은 사내의 모습이 시야로부터
완전히 사라지자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 응! 나야 무슨 일로? 예약 들어왔니? ]
[ 사모님 그게 아니 구요 광철이라는 사내가 가게로 와서 김사장님 행방
과 사모님행방을 물으며 행패를 부리고 갔어요 ]
[ . . . . . ]
[ 사모님 듣고 계세요! 사모님 ]
[ 알았다. 그리고 녀석이 물어보더라도 넌 모른다고해 난 내일쯤 홍콩으
로 떠날 거니까. . . 그 가게는 앞으로 니꺼다. ]
[ 사. .사모님! ]
그의 귓가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윙~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 그 가게는
앞으로 니꺼다.) 싯가 3억이나 되는 가게를 . . . 홍콩으로 간다는 소리
는 또 뭔가. . . .
광철은 선명히 들려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이어폰으로 듣고 있었다. 도
청장치의 성능은 흡족할 만큼 우수했다.
어두운 골목길을 접어 들었을 때 어슴프레한 한 사내의 모습을 광철은 보
았다.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 형. .형님! ]
광철의 목메인 소리에 그저 담담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사내는 민우
였다. 둘은 뜨거운 포옹을 했다. 뜨거운 사내들의 심장소리가 울려 퍼졌
다.
한참 후 광철은 민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민우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웠다. 특히 은희의 죽음을 광철의 입을 통해 확인하자
민우의 눈가엔 슬픔이 번졌다. 광철은 김사장의 아내로부터 얻은 정보를
낯 낯이 전했다.
[ 그렇다면 마약이 아직. . . . ]
[ 형님! 아무래도 애리라는 여자의 음모에 김사장도 당한거 같습니다. 형
님이 불살라버린 마약은 가짜였어요, 그리고 내일 홍콩으로 떠난다고 하
니 아무래도 내일 밤 거래를 마치고 홍콩으로 뜰거 같습니다. ]
[ 아무래도 김사장은 벌써 죽은거 같구나, 서둘러야 겠다. ]
그때였다. 눈부신 헤트라이트의 불빛이 골목길로 비추어졌다. 순간 광철
의 눈은 놀람으로 튀어나올 듯 커졌다.
[ 형. .형님. 그 자식들인가 봅니다. ]
광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열한 헤트라이트의 불빛이 그들을 덮쳤
다. 민우는 광철의 몸을 밀쳐내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발끝을 스치며
차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칼치에게 당한 옆구리가 쑤셔왔으나 아픔을 느
낄 사이도 없이 후진으로 다가서는 차의 후면이 어깨에 강한 충격과 함께
닿았다. 튕겨지듯 몇 바퀴를 구르며 쓰러진 민우를 쳐다보듯 후면등의 빨
간 불빛은 엑셀 소리와 함께 한참을 쏘아보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 형. . 형님! ]
[ 난! 괜찮다. 저 차를 따라가야 겠다. 시동을 걸어라 ]
키를 건네받은 광철은 서둘러 차의 시동을 걸었다. 시원한 느낌의 엔진소
리를 들으며 민우는 안쪽 호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내 팔뚝 깊숙이 꽃았
다. 온몸에 퍼지는 나른함과 솟구치는 힘이 전신의 핏줄로 흘러 들어갔
다.
[ 광철아 녀석들의 차를 알아볼 수 있겠니? ]
[ 네 ]
민우는 광철과 함께 차로 옮겨 탔다. 직접 운전대를 잡은 민우는 인천 쪽
으로 차를 몰았다. 엑셀을 밟은 발이 끝까지 닿자 터질듯한 굉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얼마 후 . . . .
[ 형님 저 찹니다. **98번 확실해요 ]
민우는 차의 옆으로 바싹 다가가 인원을 확인했다. 앞쪽에 둘 뒷자리에
하나 민우는 인원을 확인한 후 핸들을 꺾어 강하게 부딪혔다. 쾅! 소리와
함께 범버가 반쯤 떨어지며 바닥을 긁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녀석들의 차는 대각선으로 밀려 한쪽 바퀴가 보
도블럭에 튕기며 위로 올라가 간신히 균형을 유지했다. 민우는 재차 따라
가며 다시 한번 충격을 줬다.
매달려 있던 범버는 바퀴에 깔리며 뒤로 멀어져 갔다. 고급 승용차는 민
우의 연속된 공격으로 인해 엉망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약간 옆으로 물러난 민우는 다시 한번 공격을 하려는 순간 녀석 중 하나
의 손에 들려진 검은빛 물체를 봤다. 순간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
정지로 인해 녀석들의 차와 멀어지자 녀석들의 차에서 뒷문으로 총을 꺼
내 들고 무차별 사격을 했다. 핸들을 급하게 꺾자 광철의 머리가 민우의
어깨에 기대어졌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광철의 머리가 민우의 어깨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한
손을 들어 광철의 얼굴을 만졌다. 끈적한 액체가 손바닥 가득 잡혔다.
민우는 온몸이 떨려왔다. 으아 아아~~~~ 하는 괴성소리와 함께 속력을 최
대한으로 올린 민우는 자동차의 후면을 들이받았다. 튕겨지듯 앞으로 나
간 자동차는 보도블록에 튕겨 올라가며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순간 강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아 올랐다. 차의 불빛으로 인해 민우의 모습이
불타올랐다. 뜨거운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자신의 성급함
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광철에게 너무도 미안해 피투성이인 그의 몸을
껴안고 흐느껴 울었다. 뜨거운 사내의 눈물이었다. 너무도 뜨거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아~~ 죽을 것 같아. . . . 아~~ ~악 ]
[ 헉! 헉! . . . . 으~~ . .끄응~~~~ ]
차 안에서는 한 쌍의 남녀가 온몸을 불사르며 뜨거운 욕정의 찌그러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남녀의 거친 호흡으로 인해 뿌해진 유리는 점점 히 손
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사이로 내비치는 여자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은 헝
클어져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큰 숨을 몰아 쉰 그녀는 남자의 땀에
젖은 뺨을 만지며 격정의 키스를 나누었다.
[ 너. . 너무 좋았어, 자기 홍콩에 가서도 나 홍콩에 보내줄수 있어? ]
남자는 여자의 아이러니한 말에 웃음을 비추이며 이마에 키스로 답했다.
[ 자! 서두르자고 일본애들 도착할 시간이 됐으니까 ]
바지를 뀌어 입으며 남자가 말했다. 여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한 손
놀림을 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최 후!
항구의 비바람 속에서 칠이 벗겨진 전화 부스 안에 중절모를 깁숙히 눌러
쓴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손가락마디가 없는 손으로 동전을 집어넣는 그
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그의 표정은 긴장때문인지
슬픔때문인지 어둠이 가득했다.
[ 따르릉. . . . ]
자지러지는 듯한 긴 신호음이 들려왔다.
[ 여보세요 ]
[ . . . . . ]
[ 여보세요! ]
[ 날세, 오민우. . . . ]
[ 이봐! 어떻게 된건가 ]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전해졌다 잠시 말을 멈춘 민우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 아이는 잘 크나 ]
[ 이봐! 민우, 지금 어딘가 내 곧 그리로 가겠네 ]
[ 아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네 ]
[ 알았네. . . 장운아! 장운아! ]
[ 여보세요? ]
[ . . . . . . ]
뜨거운 눈물로 인해, 가슴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움으로 인해, 목이 메어
자신의 아들의 목소리에 민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 아빠!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요? ]
[ 장운이는 들어가 공부해라, 여보세요! 이봐 민우 듣고 있나? ]
[ 목소리가 어른스러워 졌군 ]
울먹이는 목소리로 민우는 말했다.
[ 이젠 아이와 같이 살아야 되지 않겠나 김장운이 아닌 오장운으로 말일
세 . . . ]
[ 김형사! 잘 듣게 자네에게 무거운 짐을 쥐어줘서 미안하네, 장운이에게
앞으로도 잘해주게 그리고 부탁이 있네 ]
[ 뭔가! ]
[ 장운이한테 계속 자네가 아버지인걸로 해주게 난 어차피 죽을 목숨이네
]
[ 무. . 슨 소린가 그게! 죽을 목숨이라니? ]
[ 시간이 없네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게, 오늘 밤 인천항에서 대규모의 마
약거래가 있네 야쿠샤의 개입이네 700억 엔 이라는 놀라운 거래네 서둘러
주게 우리쪽 거래자는 장애리라는 여자이네 그리고 그의 남편 소유의 거
여동 **번지에 가공되지 않은 다이아가 있네 모두 일본쪽 야쿠샤의 물건
이네 그럼. . . .]
말을 마친 민우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숨을 몰아쉈다. 갈치에게 당
한 옆구리에서 강한 통증과 함께 핏물이 스며 나왔다. 붕대에 감긴 상처
는 이미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수십명의 사내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두 남녀에게 주
시되어 있었고 보스인 듯한 사내가 갈치와 악수를 나누며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애리의 긴장된 모습으로 담배를 피고 있었다.
[ 앞으로 한국의 보스는 당신이오, 이번 거래는 우리측이 많은 양보를 한
겁니다. 인정하십니까? ]
[ 물론 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걸 약속합니다. 그
리고 홍콩쪽도 우리에게 넘겨주신걸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 어쨌든 당신은 대단한 사냅니다. 하. 하. 하. ]
사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커다란 덩치를 들썩이며 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강렬한 라이트 빛이 사방에서 쏘아대고
있었다. 특수부대와 경찰! 그리고 군인들의 합동작전 이었다. 일본의 마
약거래를 소탕하기 위한. . . .
[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자는 발포하겠다. 모두 그 자리
에서 손을 머리 뒤로 깍지낀채 바닥에 엎드려라 ]
확성기를 통한 경찰의 목소리에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서서히 좁혀져
가는 포위망 속에 사내들은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사내
가 조심스레 기어가 차로 향한 것은 애리가 타고 있던 . . . .
일본쪽 한 사내가 갑자기 돌진하듯 경찰쪽으로 뛰어들었다. 드르륵. . .
탕!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몸은 허공에서 춤을 추듯 피에 젖어 하
늘거렸다. 그 순간 사내들은 자리에서 벗어나려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소란스런 격돌이 일어났다.
그 순간 민우는 갈치와 애리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알았다. 둘
은 물가쪽으로 내려가 도망치고 있었다. 민우는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절룩거리는 몸짓으로 필사의 힘을 다해. . . . 친구인 김형사가 그런 민
우의 모습을 보았다. 민우를 불렀으나 그는 듣지 못하는듯 계속 앞을 향
해 뛰어 갔다.
[ 헉! 헉!. . . 조금 더 빨리 ]
[ 헉! 헉! . .더 이상. . . 더 이상은 못 뛰겠어요. . . ]
[ 안돼 조금만 힘을 내라고 여길 빨리 벗어나야. . . . ]
칼치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의 동공 가득히 자리잡은 한 사내를 보았
기 때문이었다.
[ 너. . . 넌! ]
[ 여길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 . ]
민우는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둘을 향해 서서히 다가섰다. 갈치는
다가오는 민우를 보며 주먹을 활짝핀체 그의 얼굴을 향해 뻗었다. 순간
빠른 움켜쥠과 함께 뾰족한 무기가 주먹사이로 보였다. 민우는 슬쩍 옆으
로 몸을 피하며 그의 옆구리에 묵직한 주먹을 날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꼬꾸라졌다. 민우는 그런 그의 옆구리를 재차 발길질로
걷어찼다. 신음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 장면을 본 애리는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서서히 다가서는 민우
의 모습이 마치 저승사자와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백을 떨리는 손으
로 열었다. 핸드백이 떨어졌다. 많은 내용물이 바닥에 펼쳐졌다. 그녀는
그 중 검은빛 물체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민우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어느새 그의 손에 들린 칼날이 그
녀의 목에 대어졌다.
[ 딸아이가 죽은걸 알고 있나. . . ]
애리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지더니 민우를 쏘아보며 말했다.
[ 상관없어요! 어차피 입양한 아이인데 뭐 ]
[ 그랬었던가. . . 그래서 남자와 같이 도망칠 수가 있었던 거군. . . ]
조금은 허탈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등으로부터 어떤 물
체가 파고 든 것은 . . .
[ 이자식! 죽여 버리겠어. . . ]
악에 받친 갈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우는 손에 들려있던 칼을 아래로
빠르게 내려 뒤쪽의 갈치에게 뻗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갈치의 몸은
무릎을 꿇었다.
[ 안돼! ]
민우는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 애리의 절규에 찬 음성을 들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피스톨이 떨리며 민우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
[ 탕! ]
굉음과 같은 소리를 내며 피스톨의 소리는 민우의 귓전을 스쳤다. 놀란
눈빛으로 경직된 애리의 몸은 이마에 구멍을 낸 채 쓰러졌다. 민우는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김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 이봐! 정신차려!
후 . . . 후. . . 죽일 거 까지 없었는데. . . . 쿨럭!
민우는 김형사의 총에 쓰러진 애리를 흘깃 쳐다보며 힘겨운 눈빛으로 김
형사를 올려다봤다.
이봐! 조금만 참게 아이를 두고 죽을 순 없지 않은가. . .
김형사의 목소리는 울음이 가득했다. 그의 눈에 번진 눈물이 민우의 뺨에
떨어졌다.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민우는 말했다.
아니. . . 난 어차피 틀렸네 그리고 자네에게 한가지만 더 부탁하세 마
지막 부탁이네 헉. . . 쿨럭!
이 보게 피가 너무 흘러 그만 말하게. . .
멀리 서 싸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나라는 아이가 있네 자네가 걷어주게. . . .
김형사의 답변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를 흔드는 그의 몸짓만이 느
껴질 뿐 . .
고요한 정적감이 그의 몸을 뒤 덥고 있었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복수. . . . 모든것이 허무했다. 나로 인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
었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아파왔다. 어느새 그의 눈에도 슬픔이 가득 퍼져
있었다.
안녕. . . . 나를 사랑했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여. . .
끝.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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