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쫑아-3
제 목 : 1월1일에서 1월2일까지 2 <제7회>
제4장. 1월1일에서 1월2일까지
그리고는 방바닥에서 굴러다니고 있던 성냥통을 줏어들고는 거기
에 적혀있는 음식목록을 가지고서 두사람은 의논했다. 그리고 그녀
가 전화주문했다.
이윽고 전화를 끊은 쫑아는 먼저 닦겠다구 말하면서 딸기여관명
과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는 대형수건으로 알몸을 가리고, 칫솔을
들고서 욕실로 들어갔다. 혼자 멍청하게 있기 심심해진 H는 침대
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소설책을 펼쳐서 읽
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언뜻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참! 식사배달을 시켰지.>
H는 침대에서 내려와 팬티는 안입은채 바지를 입었고, 런닝셔츠
만 걸치고는 다시 침대로 기어 올라가 벌러덩 드러누워 소설책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몇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눈이 피곤했고, 졸음이 왔
다. 그는 할수없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던져 놓고나서 깍지낀 양손
바닥을 베개삼아 머리에 베고 드러누워 여관방 천정 벽지에 그려
져 있는 무늬들을 보았다.
얼마후에는 눈길을 돌려서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자동차 소리,
사람들 소리가 들려오는 창문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까는 몰랐는
데,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속에서 수많은 먼지들이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 입을 벌리고 누워 있다면 틀림없이 입안 가득히 먼지가 쌓
일거라구 H는 생각했다. 멀거니 창문을 바라본게 십분쯤 됐을까.
문밖에서 음식이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H는 벌떡 일
어나서 문으로 다가가 잠금장치를 풀고는 방문을 열었다. 그는
으로 씌워져 있는 음식그릇이 담겨진 쟁반을 배달원에게서 건네받
아 방안에 내려놓고는 현금을 지불하고 방문을 닫아 걸었다.
쫑아는 이미 침대속에 들어가서 대형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H는 음식이 담겨있는 쟁반을 침대에 내려놓으면서
농담했다.
"여자들이 머리를 감고나서 수건으로 말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무
척 예뻐 보이더라구. 그거 어떻게 하는건지 나도 좀 가르쳐 줘라,
나도 하게."
"나중에 가르쳐 줄게."
웃으면서 쫑아는 말했다.
"형."
"말해봐."
"하루만 더 같이 지내면 안될까?"
전연 뜻밖의 예상치도 못한 그녀의 말에 H는 놀랐다. 그러면서
그는 기뻤다.
"그렇게 해."
"또 한가지 부탁이 있어."
"뭔데?"
"떡볶이랑 순대가 먹고 싶어."
"알았어. 나중에 내가 사가지고 올게."
"역시 형이 최고야."
"어서 밥이나 먹자."
H는 쫑아가 을 벗겨준 육개장을 먹었고 그녀는 순두부백반을
먹었다.
이윽고 그는 다 먹고난 빈그릇을 쟁반에 담아 배달원이 가져가라
구 문밖으로 내논 다음에 입고있던 바지와 런닝셔츠를 벗어서 알
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안내실에 전화를 걸어 하룻밤 더 묵을거니까 여섯시쯤에
계산하러 내려가겠다구 말하고는 끊고 쫑아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
지는 침대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와 키스를 몇번 나누고는,
"쫑아야, 우리 얘기나 하자. 어제는 밤새도록 얘기를 하고 싶었는
데 못했잖아."
"형, 지금 나가서 떡볶이랑 순대사와."
"방금 밥을 먹었잖아."
"그래도 먹고싶어."
"좀 있다가 숙박비를 계산하러 아래에 내려갈 거야. 그때 나가서
사올게."
"알았어. 근데, 난 할말이 없는데..."
"그냥 학교얘기나 친구얘기, 어린시절 얘기같은..."
"학교얘기는 할게 없어."
"왜? 한창 잘나가는 대학교 1학년, 여대생이 할말이 없다니."
"과가 적성에 안맞어. 과에서 친한 애들도 별로 없어."
"믿어지지가 않는데. 쫑아는 성격이 좋아서 친구들이 많을 것 같
은데."
"아무튼 그래."
"남자친구는..."
"솔직히 말하는데, 형한테 거짓말한게 있어."
H는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구 애쓰면서 물었
다.
"뭔데?"
제 목 : 1월1일에서 1월2일까지 3 <제8회>
제4장. 1월1일에서 1월2일까지
"남자하구 잔적이 있어."
"자세히 말해봐."
"새벽에 남자친구가 우리집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오라구
삐삐가 와서 만났다가 같이 여관에 들어 갔었어."
"쫑아야, 이해가 안가는게 남자친구와 같이 여관에는 왜 들어간
거야?"
"친구가 혼자 있기 심심하다구 잠시만 있다가 가라구 해서 따라
갔던 거야."
H는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에게 어서 빨리 말하라구 눈으로 재촉
했다.
"친구가 하두 원하길래 팬티만 입구 같이 침대에 드러누웠어. 근
데, 덤벼드는 거야. 한참을 반항하다가 나중에는 내가 지쳐서 가만
히 있으니까 내 팬티를 억지루 벗기고 싫다는데두 삽입을 하는거
야."
"... 하나만 물어보자."
"말해봐."
"그 남자가 안에다가 사정했어?"
"안했어. 세번째 들어올때 밀쳐 버렸거든. 좀 있다 보니까 이불이
들썩거리드라구. 그 자식이 혼자서 자위하게 내버려두고 여관에서
나왔어."
"쫑아야, 날 사랑하냐?"
"응!"
"나를 만나기전에 쫑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지 그런건 상관없어.
하지만 나를 알게된 지금부터는 절대 안돼. 나만 좋아해야 하구
나만 사랑해야 해. 물론 나도 쫑아, 너 하나만을 사랑할거야. 그렇
다구 남자친구들을 다 버리라는건 아냐. 남자친구를 만나는건 좋은
데, 친구이상으로 넘어서지 말라는거야. 혹시라도 바람을 피우고 싶
다면 피워. 대신에 내가 모르게 피워."
"그럼, 형이 모르게 바람을 피우면 되는거지?"
"말하는거 하고는..."
"농담이야, 농담."
쫑아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방글거리면서 말했다.
"그 남자하구 아직두 만나는거야?"
"미쳤어, 그런 나쁜 자식을 또 만나게. 연락이 끊긴지 오래야."
"그게 첫경험이었어?"
"응, 너무나 아파서 며칠후에 친구하구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그
정도 상처로 왜 왔냐구 그러드라."
"처녀성을 그 남자친구에게 주어버린 식이 되어 버렸네."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억울해. 그렇지만 이제는 형의 여자가
됐잖아. 형하구만 할거야."
"이걸 명심해. 나와 첫경험을 한거야. 나에게 순결을 준거야."
"알았어요, 아저씨."
"아저씨라구 부르지마."
H는 짐짓 화가난듯 그녀에게 말했다.
"화난거야?"
"아냐."
"지금이라도 내가 싫어졌다면..."
"난 잊었으니까 쫑아도 다신 그런 얘길 꺼내지도말구 잊어."
"...그럴게."
"그거 알아?"
"뭘?"
"쫑아 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여자야."
"형은 나한테 푹빠졌으니 당연한거지."
어느새 흐려있던 창밖의 하늘은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H는 옷을 갖춰입고는 어린애를 대하듯 쫑아에게 문을 잠그고 있
으라구 신신당부를 하고는 여관방을 나왔다. 그는 복도를 지나서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그는 안내실에서 TV를 보고있던 주인 아줌
마에게 방값을 치루고는 딸기여관을 나섰다.
"안녕히 가십시요."
여자의 아나운스 먼트가 기계적으로 어디선가 흘러 나왔다.
H는 여관 밀집지역을 벗어나 가게를 두군데 들러서 떡볶이, 순대,
오뎅국물, 그밖의 음료수와 군것질꺼리를 사서 곧장 딸기여관에
들어갔다. 그는 오고가는 동안에 쑥스러운 기분을 지울수는 없었다.
일병을 달고 첫휴가를 나왔을 때, 윤락가를 지나다가 앳되어 보이
는 창녀에게 쓰고있던 모자를 빼앗겨서 낭패를 겪었던 시절이 얼
핏 떠올랐다.
H와 쫑아는 사온 것들로 배를 채우고는 안내실에서 틀어주는 영
화를 감상했다. 그는 12월31일에 만나서 새해가 시작하는 첫날인
1월1일동안 벌거벗은 한여자와 벌거벗고 있는 자신이 여관방 침대
에서 뒹굴면서 지냈다는 것에 묘한 희열감과 함께 앞으로 닥치게
될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결심이 서자 미래에 대
한 약간의 두려움만 있을 뿐이었고,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밤이 깊어만 가자 두사람은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H는 한팔로
쫑아 목을 안고, 다른 팔은 젖가슴을 보듬어 주면서 입술이 부르트
게, 혀가 얼얼하게 키스를 나누었다. 그녀는 그의 발기된 남성을 부
여잡고 애무했다.
이윽고 그의 혀끝은 그녀의 목덜미를 더듬고 있었다. 귓볼과 귓구
멍까지 간지럽혔다.
갑자기 쫑아는 H의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는 그의 거대한 것을
만지작거리더니 입안에 집어넣었다. 뜨겁고 축축한 그녀의 입안에
서 혀가 움직일때마다, 목구멍 깊숙히 삼켰다가 뺏다가 할때마다
그는 너무나 강한 흥분감이 몰려와서 온몸이 떨려왔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느낌과 비슷할거라구 그는 생각
했다. 그의 양손은 저절로 그녀의 머리칼을, 그녀의 땀으로 젖어드
는 등허리를,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얼마후에야 그녀는 다시 그의 위로 올라왔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올라타는 자세로 밀가루를 반죽하듯이 젖가슴을 거칠게 대하면서
입으로는 검정콩같은 젖꼭지를 빨아주었다.
이윽고 그는 아래로 내려가서 아까의 답례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
는 그녀의 삼각형 숲아래 계곡을 혓바닥으로 핥아 주었다. 처음에
는 부끄러운지 그녀는 싫은 기색을 하다가 그의 애무가 오래갈수
록 점점 다리를 벌려 주면서 흥분으로 떨어댔다. 그는 특이한 여자
의 향내를 맡을수가 있었고 입가와 턱주위에는 그녀의 물기가 묻
어났다. 그는 놀라웠다. 그녀는 죽을 듯이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코를 처박고 있던 그녀
의 그곳에서 입을 떼고는 그녀의 얼굴로 올라왔다.
그녀는 꿈결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임약 안해?"
그는 황급하게 옷걸이에 걸려있던 자신의 외투에서 핑크빛 포장
지에 쌓여있는 피임약을 꺼내왔다. 그걸 그녀는 받아서 화장실에서
남자가 소변을 볼때,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얼굴표정과 흡사한
표정을 지으면서, 총알모양으로 생긴 피임약을 두개의 손가락사이
에 잡고서 질속에 찔러 넣었다.
H는 굵어져 있는 것을 쫑아의 그곳에 삽입시켰다.
그리고 그녀위로 몸을 실고서 상하로 허리운동을 했다. 그는 깊숙
히, 아주 깊숙히 그녀의 몸안에 들어가려구 애를 썼다. 그래서 그는
더욱 더 그녀의 다리를 크게 벌리면서 공격해 들어갔다. 그는 제정
신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있었다.
"쫑아야, 너는 내꺼야, 너는 내꺼라구."
두번을 더하고 나서야 H와 쫑아는 땀에 흠뻑 젖은 서로에게서 떨
어질수 있었다. 두사람은 서로 껴안고 기분좋은 피곤함으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 *
아침이었다.
쑥스러운 기분으로 H와 쫑아는 남이 볼까 두려워 딸기여관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아침 햇살이 눈이 시리도록 유난히도 눈부셨다.
그는 한층 어른으로 성숙해진 것 같았고 왠지 우쭐한 기분마저
들었다. 벌써 1월2일이었다. 두사람은 이틀밤을 함께 보낸 것이다.
H와 쫑아는 간밤의 성행위가 자꾸만 떠올라 얼굴을 마주보기가
어색해 말없이 주로 앞만보고 나란히 걸었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
여 부부사이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H는 쫑아에게 농담했다.
"마누라하구 걸어가는거 같은데."
그녀는 그를 쳐다보며 싱긋 웃기만 했다. 그가 가지고 왔던 소설
책은 쫑아에게 빌려 주어서 그녀가 책을 들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결심하고 있었다.
<너를 내 아내로 맞이할거야.>
H는 씽씽 차가 달리는 도로에 당도하자 쫑아를 택시에 태워 보냈
다. 그는 달려서 멀어져 가는 택시를 아쉽게 지켜보았다. 곧 택시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는 집으로 가기위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신림역
을 향해 걸었다.
제 목 : 2월의 충격 1 <제9회>
제5장. 2월의 충격
날짜한번 빨리갔다.
H와 쫑아의 만남을 개월수로 따진다면, 벌써 3개월째 접어들고
있었다. 그는 파트너 레스토랑 창가에 자리잡고 앉아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를 내려다 보며 콜라를 급하게 들이키고 있었다. 그는 약
속시간보다 이십분이나 늦게 도착했는데도 쫑아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그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
나갔고 숨이 턱에 차게 달려온 보람도 없었다. 그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하얀 봉투속에는 십칠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녀에게서 임신소
식을 전해 들었을 때, 그는 덜컥 겁부터 났었다. 처음에는 삼류소설
이나 영화속의 이야기로 들렸다. 남의 얘기로만 들렸다. 그녀가 놀
리려구 농담하는거라구 애써 단정지었다.
그러나 쫑아가 소변으로 임신 테스트를 여러차례 했다구 말했을
때, H는 자기 자신의 얘기이며 실제상황이라는 것을 차갑게 실감
할수 있었다.
<신세지면 빚지는 것이고 빚진 건 조만간에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는 이런 글귀를 스티븐 킹의 어느 소설에서 읽었던 기억이 났
다.
그가 콜라한잔을 다 비울 무렵, 그녀는 어딘지 그늘이 드리워진
표정으로 레스토랑 문을 밀고 들어왔다.
잠시 그녀는 실내를 두리번거리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다
가왔다. 그는 그녀와 얼굴을 마주 대하고 보니 미안하다는 마음이
밀물처럼 거세게 밀려왔다.
그는 돈봉투를 꺼내면서 말했다.
"그 돈이야."
쫑아는 돈봉투를 챙겨넣고는 말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 갈게."
"오늘밤에 같이 지내자."
"안돼."
그녀는 딱 잘라 거절했다.
H는 낙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와 즐길 생각이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어. 그날밤에
너가 싫다구 했으면 하지도 않았을거야. 쫑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싶어. 수술하게 되는 너를 그냥 돌려 보내기에는 내가
미쳐 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 건들지 않을거니까 같이 지내자."
쫑아는 생각에 잠긴듯 했다. H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법
정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처럼 초조했다.
이윽고 그녀는 시원스레 말했다.
"딸기여관에서 기다려. 나중에 몇호실에 묵고 있는지 삐삐쳐."
"고마워."
"친구가 볼지도 모르니까 내가 먼저 나갈게. 형은 좀 있다가 나
가."
H는 레스토랑을 나가는 쫑아의 뒷모습이 그 어떤 여자와도 비교
할수가 없을 만큼 아름답게 보였다. 혹시나 그녀가 친구와 함께 걸
어가는 광경을 볼수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창밖의 거리를 내다 보
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H는 삼분쯤후에 파트너 레스토랑을 나와 곧장 딸기여관으로 갔다 .
"오셨어요, 오늘은 혼자서 오셨네요."
안내실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싱글거리면서 친근하게 말하는 것이
었다. H는 여관주인 아주머니와 친해지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무뚝뚝하게 방을 달라고만 했다.
이윽고 방에 들어온 그는 쫑아에게 삐삐를 쳤다.
그리고 아주 느긋하게 욕실에서 온몸 구석구석을 닦고는 벌거벗
은 채로 TV를 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디지틀 시계를 보
니 새벽 두시가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올것 같지
가 않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결국
그는 그녀를 단념했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TV를 끄고 불을
끄려는데,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형, 나야."
너무나 반가운 그녀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얼른 H는 방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재빨리 방문을 닫자마자 그는 마악 들어선 쫑아를 허리가
부숴져라 포옹했다.
계속...
제4장. 1월1일에서 1월2일까지
그리고는 방바닥에서 굴러다니고 있던 성냥통을 줏어들고는 거기
에 적혀있는 음식목록을 가지고서 두사람은 의논했다. 그리고 그녀
가 전화주문했다.
이윽고 전화를 끊은 쫑아는 먼저 닦겠다구 말하면서 딸기여관명
과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는 대형수건으로 알몸을 가리고, 칫솔을
들고서 욕실로 들어갔다. 혼자 멍청하게 있기 심심해진 H는 침대
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소설책을 펼쳐서 읽
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언뜻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참! 식사배달을 시켰지.>
H는 침대에서 내려와 팬티는 안입은채 바지를 입었고, 런닝셔츠
만 걸치고는 다시 침대로 기어 올라가 벌러덩 드러누워 소설책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몇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눈이 피곤했고, 졸음이 왔
다. 그는 할수없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던져 놓고나서 깍지낀 양손
바닥을 베개삼아 머리에 베고 드러누워 여관방 천정 벽지에 그려
져 있는 무늬들을 보았다.
얼마후에는 눈길을 돌려서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자동차 소리,
사람들 소리가 들려오는 창문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까는 몰랐는
데,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속에서 수많은 먼지들이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 입을 벌리고 누워 있다면 틀림없이 입안 가득히 먼지가 쌓
일거라구 H는 생각했다. 멀거니 창문을 바라본게 십분쯤 됐을까.
문밖에서 음식이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H는 벌떡 일
어나서 문으로 다가가 잠금장치를 풀고는 방문을 열었다. 그는
으로 씌워져 있는 음식그릇이 담겨진 쟁반을 배달원에게서 건네받
아 방안에 내려놓고는 현금을 지불하고 방문을 닫아 걸었다.
쫑아는 이미 침대속에 들어가서 대형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H는 음식이 담겨있는 쟁반을 침대에 내려놓으면서
농담했다.
"여자들이 머리를 감고나서 수건으로 말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무
척 예뻐 보이더라구. 그거 어떻게 하는건지 나도 좀 가르쳐 줘라,
나도 하게."
"나중에 가르쳐 줄게."
웃으면서 쫑아는 말했다.
"형."
"말해봐."
"하루만 더 같이 지내면 안될까?"
전연 뜻밖의 예상치도 못한 그녀의 말에 H는 놀랐다. 그러면서
그는 기뻤다.
"그렇게 해."
"또 한가지 부탁이 있어."
"뭔데?"
"떡볶이랑 순대가 먹고 싶어."
"알았어. 나중에 내가 사가지고 올게."
"역시 형이 최고야."
"어서 밥이나 먹자."
H는 쫑아가 을 벗겨준 육개장을 먹었고 그녀는 순두부백반을
먹었다.
이윽고 그는 다 먹고난 빈그릇을 쟁반에 담아 배달원이 가져가라
구 문밖으로 내논 다음에 입고있던 바지와 런닝셔츠를 벗어서 알
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안내실에 전화를 걸어 하룻밤 더 묵을거니까 여섯시쯤에
계산하러 내려가겠다구 말하고는 끊고 쫑아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
지는 침대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와 키스를 몇번 나누고는,
"쫑아야, 우리 얘기나 하자. 어제는 밤새도록 얘기를 하고 싶었는
데 못했잖아."
"형, 지금 나가서 떡볶이랑 순대사와."
"방금 밥을 먹었잖아."
"그래도 먹고싶어."
"좀 있다가 숙박비를 계산하러 아래에 내려갈 거야. 그때 나가서
사올게."
"알았어. 근데, 난 할말이 없는데..."
"그냥 학교얘기나 친구얘기, 어린시절 얘기같은..."
"학교얘기는 할게 없어."
"왜? 한창 잘나가는 대학교 1학년, 여대생이 할말이 없다니."
"과가 적성에 안맞어. 과에서 친한 애들도 별로 없어."
"믿어지지가 않는데. 쫑아는 성격이 좋아서 친구들이 많을 것 같
은데."
"아무튼 그래."
"남자친구는..."
"솔직히 말하는데, 형한테 거짓말한게 있어."
H는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구 애쓰면서 물었
다.
"뭔데?"
제 목 : 1월1일에서 1월2일까지 3 <제8회>
제4장. 1월1일에서 1월2일까지
"남자하구 잔적이 있어."
"자세히 말해봐."
"새벽에 남자친구가 우리집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오라구
삐삐가 와서 만났다가 같이 여관에 들어 갔었어."
"쫑아야, 이해가 안가는게 남자친구와 같이 여관에는 왜 들어간
거야?"
"친구가 혼자 있기 심심하다구 잠시만 있다가 가라구 해서 따라
갔던 거야."
H는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에게 어서 빨리 말하라구 눈으로 재촉
했다.
"친구가 하두 원하길래 팬티만 입구 같이 침대에 드러누웠어. 근
데, 덤벼드는 거야. 한참을 반항하다가 나중에는 내가 지쳐서 가만
히 있으니까 내 팬티를 억지루 벗기고 싫다는데두 삽입을 하는거
야."
"... 하나만 물어보자."
"말해봐."
"그 남자가 안에다가 사정했어?"
"안했어. 세번째 들어올때 밀쳐 버렸거든. 좀 있다 보니까 이불이
들썩거리드라구. 그 자식이 혼자서 자위하게 내버려두고 여관에서
나왔어."
"쫑아야, 날 사랑하냐?"
"응!"
"나를 만나기전에 쫑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지 그런건 상관없어.
하지만 나를 알게된 지금부터는 절대 안돼. 나만 좋아해야 하구
나만 사랑해야 해. 물론 나도 쫑아, 너 하나만을 사랑할거야. 그렇
다구 남자친구들을 다 버리라는건 아냐. 남자친구를 만나는건 좋은
데, 친구이상으로 넘어서지 말라는거야. 혹시라도 바람을 피우고 싶
다면 피워. 대신에 내가 모르게 피워."
"그럼, 형이 모르게 바람을 피우면 되는거지?"
"말하는거 하고는..."
"농담이야, 농담."
쫑아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방글거리면서 말했다.
"그 남자하구 아직두 만나는거야?"
"미쳤어, 그런 나쁜 자식을 또 만나게. 연락이 끊긴지 오래야."
"그게 첫경험이었어?"
"응, 너무나 아파서 며칠후에 친구하구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그
정도 상처로 왜 왔냐구 그러드라."
"처녀성을 그 남자친구에게 주어버린 식이 되어 버렸네."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억울해. 그렇지만 이제는 형의 여자가
됐잖아. 형하구만 할거야."
"이걸 명심해. 나와 첫경험을 한거야. 나에게 순결을 준거야."
"알았어요, 아저씨."
"아저씨라구 부르지마."
H는 짐짓 화가난듯 그녀에게 말했다.
"화난거야?"
"아냐."
"지금이라도 내가 싫어졌다면..."
"난 잊었으니까 쫑아도 다신 그런 얘길 꺼내지도말구 잊어."
"...그럴게."
"그거 알아?"
"뭘?"
"쫑아 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여자야."
"형은 나한테 푹빠졌으니 당연한거지."
어느새 흐려있던 창밖의 하늘은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H는 옷을 갖춰입고는 어린애를 대하듯 쫑아에게 문을 잠그고 있
으라구 신신당부를 하고는 여관방을 나왔다. 그는 복도를 지나서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그는 안내실에서 TV를 보고있던 주인 아줌
마에게 방값을 치루고는 딸기여관을 나섰다.
"안녕히 가십시요."
여자의 아나운스 먼트가 기계적으로 어디선가 흘러 나왔다.
H는 여관 밀집지역을 벗어나 가게를 두군데 들러서 떡볶이, 순대,
오뎅국물, 그밖의 음료수와 군것질꺼리를 사서 곧장 딸기여관에
들어갔다. 그는 오고가는 동안에 쑥스러운 기분을 지울수는 없었다.
일병을 달고 첫휴가를 나왔을 때, 윤락가를 지나다가 앳되어 보이
는 창녀에게 쓰고있던 모자를 빼앗겨서 낭패를 겪었던 시절이 얼
핏 떠올랐다.
H와 쫑아는 사온 것들로 배를 채우고는 안내실에서 틀어주는 영
화를 감상했다. 그는 12월31일에 만나서 새해가 시작하는 첫날인
1월1일동안 벌거벗은 한여자와 벌거벗고 있는 자신이 여관방 침대
에서 뒹굴면서 지냈다는 것에 묘한 희열감과 함께 앞으로 닥치게
될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결심이 서자 미래에 대
한 약간의 두려움만 있을 뿐이었고,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밤이 깊어만 가자 두사람은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H는 한팔로
쫑아 목을 안고, 다른 팔은 젖가슴을 보듬어 주면서 입술이 부르트
게, 혀가 얼얼하게 키스를 나누었다. 그녀는 그의 발기된 남성을 부
여잡고 애무했다.
이윽고 그의 혀끝은 그녀의 목덜미를 더듬고 있었다. 귓볼과 귓구
멍까지 간지럽혔다.
갑자기 쫑아는 H의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는 그의 거대한 것을
만지작거리더니 입안에 집어넣었다. 뜨겁고 축축한 그녀의 입안에
서 혀가 움직일때마다, 목구멍 깊숙히 삼켰다가 뺏다가 할때마다
그는 너무나 강한 흥분감이 몰려와서 온몸이 떨려왔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느낌과 비슷할거라구 그는 생각
했다. 그의 양손은 저절로 그녀의 머리칼을, 그녀의 땀으로 젖어드
는 등허리를,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얼마후에야 그녀는 다시 그의 위로 올라왔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올라타는 자세로 밀가루를 반죽하듯이 젖가슴을 거칠게 대하면서
입으로는 검정콩같은 젖꼭지를 빨아주었다.
이윽고 그는 아래로 내려가서 아까의 답례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
는 그녀의 삼각형 숲아래 계곡을 혓바닥으로 핥아 주었다. 처음에
는 부끄러운지 그녀는 싫은 기색을 하다가 그의 애무가 오래갈수
록 점점 다리를 벌려 주면서 흥분으로 떨어댔다. 그는 특이한 여자
의 향내를 맡을수가 있었고 입가와 턱주위에는 그녀의 물기가 묻
어났다. 그는 놀라웠다. 그녀는 죽을 듯이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코를 처박고 있던 그녀
의 그곳에서 입을 떼고는 그녀의 얼굴로 올라왔다.
그녀는 꿈결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임약 안해?"
그는 황급하게 옷걸이에 걸려있던 자신의 외투에서 핑크빛 포장
지에 쌓여있는 피임약을 꺼내왔다. 그걸 그녀는 받아서 화장실에서
남자가 소변을 볼때,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얼굴표정과 흡사한
표정을 지으면서, 총알모양으로 생긴 피임약을 두개의 손가락사이
에 잡고서 질속에 찔러 넣었다.
H는 굵어져 있는 것을 쫑아의 그곳에 삽입시켰다.
그리고 그녀위로 몸을 실고서 상하로 허리운동을 했다. 그는 깊숙
히, 아주 깊숙히 그녀의 몸안에 들어가려구 애를 썼다. 그래서 그는
더욱 더 그녀의 다리를 크게 벌리면서 공격해 들어갔다. 그는 제정
신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있었다.
"쫑아야, 너는 내꺼야, 너는 내꺼라구."
두번을 더하고 나서야 H와 쫑아는 땀에 흠뻑 젖은 서로에게서 떨
어질수 있었다. 두사람은 서로 껴안고 기분좋은 피곤함으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 *
아침이었다.
쑥스러운 기분으로 H와 쫑아는 남이 볼까 두려워 딸기여관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아침 햇살이 눈이 시리도록 유난히도 눈부셨다.
그는 한층 어른으로 성숙해진 것 같았고 왠지 우쭐한 기분마저
들었다. 벌써 1월2일이었다. 두사람은 이틀밤을 함께 보낸 것이다.
H와 쫑아는 간밤의 성행위가 자꾸만 떠올라 얼굴을 마주보기가
어색해 말없이 주로 앞만보고 나란히 걸었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
여 부부사이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H는 쫑아에게 농담했다.
"마누라하구 걸어가는거 같은데."
그녀는 그를 쳐다보며 싱긋 웃기만 했다. 그가 가지고 왔던 소설
책은 쫑아에게 빌려 주어서 그녀가 책을 들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결심하고 있었다.
<너를 내 아내로 맞이할거야.>
H는 씽씽 차가 달리는 도로에 당도하자 쫑아를 택시에 태워 보냈
다. 그는 달려서 멀어져 가는 택시를 아쉽게 지켜보았다. 곧 택시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는 집으로 가기위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신림역
을 향해 걸었다.
제 목 : 2월의 충격 1 <제9회>
제5장. 2월의 충격
날짜한번 빨리갔다.
H와 쫑아의 만남을 개월수로 따진다면, 벌써 3개월째 접어들고
있었다. 그는 파트너 레스토랑 창가에 자리잡고 앉아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를 내려다 보며 콜라를 급하게 들이키고 있었다. 그는 약
속시간보다 이십분이나 늦게 도착했는데도 쫑아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그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
나갔고 숨이 턱에 차게 달려온 보람도 없었다. 그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하얀 봉투속에는 십칠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녀에게서 임신소
식을 전해 들었을 때, 그는 덜컥 겁부터 났었다. 처음에는 삼류소설
이나 영화속의 이야기로 들렸다. 남의 얘기로만 들렸다. 그녀가 놀
리려구 농담하는거라구 애써 단정지었다.
그러나 쫑아가 소변으로 임신 테스트를 여러차례 했다구 말했을
때, H는 자기 자신의 얘기이며 실제상황이라는 것을 차갑게 실감
할수 있었다.
<신세지면 빚지는 것이고 빚진 건 조만간에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는 이런 글귀를 스티븐 킹의 어느 소설에서 읽었던 기억이 났
다.
그가 콜라한잔을 다 비울 무렵, 그녀는 어딘지 그늘이 드리워진
표정으로 레스토랑 문을 밀고 들어왔다.
잠시 그녀는 실내를 두리번거리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다
가왔다. 그는 그녀와 얼굴을 마주 대하고 보니 미안하다는 마음이
밀물처럼 거세게 밀려왔다.
그는 돈봉투를 꺼내면서 말했다.
"그 돈이야."
쫑아는 돈봉투를 챙겨넣고는 말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 갈게."
"오늘밤에 같이 지내자."
"안돼."
그녀는 딱 잘라 거절했다.
H는 낙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와 즐길 생각이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어. 그날밤에
너가 싫다구 했으면 하지도 않았을거야. 쫑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싶어. 수술하게 되는 너를 그냥 돌려 보내기에는 내가
미쳐 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 건들지 않을거니까 같이 지내자."
쫑아는 생각에 잠긴듯 했다. H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법
정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처럼 초조했다.
이윽고 그녀는 시원스레 말했다.
"딸기여관에서 기다려. 나중에 몇호실에 묵고 있는지 삐삐쳐."
"고마워."
"친구가 볼지도 모르니까 내가 먼저 나갈게. 형은 좀 있다가 나
가."
H는 레스토랑을 나가는 쫑아의 뒷모습이 그 어떤 여자와도 비교
할수가 없을 만큼 아름답게 보였다. 혹시나 그녀가 친구와 함께 걸
어가는 광경을 볼수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창밖의 거리를 내다 보
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H는 삼분쯤후에 파트너 레스토랑을 나와 곧장 딸기여관으로 갔다 .
"오셨어요, 오늘은 혼자서 오셨네요."
안내실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싱글거리면서 친근하게 말하는 것이
었다. H는 여관주인 아주머니와 친해지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무뚝뚝하게 방을 달라고만 했다.
이윽고 방에 들어온 그는 쫑아에게 삐삐를 쳤다.
그리고 아주 느긋하게 욕실에서 온몸 구석구석을 닦고는 벌거벗
은 채로 TV를 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디지틀 시계를 보
니 새벽 두시가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올것 같지
가 않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결국
그는 그녀를 단념했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TV를 끄고 불을
끄려는데,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형, 나야."
너무나 반가운 그녀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얼른 H는 방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재빨리 방문을 닫자마자 그는 마악 들어선 쫑아를 허리가
부숴져라 포옹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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