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4
집 앞 강가에 조용히 달이 여울지는 밤,
요즈음 일상처럼 되어버린 딸 혜영과 같이 잠드는 것이 쑥스러운 은주는
소나기로 인한 감기기를 핑계 삼아 먼저 안방 침실 침대에 몸을 뉘였다.
아직 혜영은 함께한 저녁 식탁의 설거지와 은주가 입었던 교복을 빠느라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다.
딸 혜영...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 주는 딸 혜영...
그리고 자신이 기억을 잃었던 동안 너무도 사랑해 왔던 존재...
‘내 딸만 아니었어도...’
그 것이 지금 이 순간 은주의 진심이었다.
“...”
평소처럼 딸 혜영이 은주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와 겉옷을 벗어 던지며
다정스레 은주를 불렀지만, 혜영이 딸인 것을 알아버린 은주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기지배, 안자는 거 다 알거든”
“...”
“우리 자기는 말이야 진짜 잠이 들면 쌕쌕 거리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는 걸 보니 자지 않고 있는 게 맞거든”
“...”
딸 혜영이 은주 곁에 몸을 누이면서 은주의 목으로 손을 넣어 팔 베개를 해준다.
“진짜 자는 척 하고 있을 거야?”
“...”
혜영이 다른 팔로 엄마 은주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향하게 하여 입술을 맞춘다.
“으... 음...”
“은주야, 사랑해. 다시는 내게 말도 없이 멀리 가지 마”
“...”
마주 붙어 있는 두 입술...
어제나 그제 같았으면 은주는 딸 혜영의 입술을 반기고
혜영의 혀가 자신의 입술을 두드리기 전에 자신의 혀가 먼저 혜영의 혀를 마중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딸인 것을 아는 지금의 은주는 그럴 수 없었다.
엄마 은주의 입술 주위를 헤매고 다니던 딸 혜영의 혀가 지친 듯이 제 입속으로 돌아가고
은주의 얼굴 위에 있던 혜영의 얼굴에서 뜻 모를 한 방울의 눈물이 은주의 얼굴로 떨어진다.
은주는 자신의 얼굴에 떨어진 한 방울의 눈물에서 딸 혜영의 슬픔이 느껴졌다.
딸 혜영을 슬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는 은주였다.
은주의 까만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잠을 깨어 딸 혜영을 응시하였다.
은주의 두 손이 혜영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입술에 딸 혜영의 입술을 맞추며
좀 전에 못 이룬 혀와 혀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으... 음...”
“사랑해... 은주야...”
반응이 없던 엄마 은주가 적극적으로 나오자 혜영의 두 손이 바빠졌다.
엄마 은주가 입고 있던 잠옷을 벗겨내고 있었다.
은주는 딸 혜영의 행동을 알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싶지 않은지도 몰랐다.
딸 혜영과 주고받는 딥키스의 달콤함에 취해있던 은주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딸 혜영의 손길에 맞춰 은주의 겉옷이 벗겨져 버린 후였다.
혜영의 손길이 은주의 팬티에 닿았다.
“그만...”
“?”
은주는 딸 혜영의 몸짓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왜?”
“...”
혜영은 엄마 은주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혜영의 손이 엄마 은주의 팬티를 떠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오늘따라 왜 그래? 은주 너 이상하다.”
“...”
혜영은 부드럽게 미소 짓고 엄마 은주를 내려다보며
잘 발육되어 있는 자신의 가슴으로 은주의 가슴을 스치듯 짓누르듯 장난스럽게 애무한다.
그곳이 은주의 급소인 것을 혜영의 지난 한 달을 통하여 익히 알고 있었다.
“아... 흥...”
돌아온 기억 속에서 죄책감으로 아직껏 억누르고 있던 은주의 몸이
혜영의 키스와 애무 속에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내 딸인데... 이럴 수는 없는데...’
은주는 이성과 본능의 가장자리에서 헤매기 시작한다.
혜영의 두 손이 다시 엄마 은주의 팬티를 잡아당기자 허리를 들어주는 은주였다.
은주는 자신의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혜영의 입술이 엄마 은주의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을 거쳐 배꼽을 쓰다듬고는 꽃잎을 물었다.
“아... 흑...”
그 곳의 꽃샘에서는 샘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샘물이 넘치고 또 넘쳐흐르고 있었다.
혜영의 입술이 샘물을 퍼 올리듯 빨아들이다 혀가 꽃잎 사이의 돌기를 쓰다듬었다.
“아... 아... 아...”
은주는 딸 혜영의 몸짓에 구름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할 필요도, 알 수도 없었다.
“너무해...”
“...”
혜영은 엄마 은주가 더욱 타오를 수 있도록 더욱 더 애무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달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남자가 해 줄 수 있는 애무가 아니었다.
여자의 몸을 가장 잘 아는 여자만이 여자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기쁨이었다.
“아... 흑... 아...”
어둠 속에서 은주의 양미간에 찡그려 지더니
혜영의 얼굴에 폭포수처럼 엄마 은주의 진한 꽃물이 쏟아져 내렸다.
혜영이 꽃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엄마 은주에게 입술을 맞추었다.
은주의 혀가 한참 만에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는 강아지처럼 혜영의 입술을 핥았다.
혜영의 두 손가락이 엄마 은주의 꽃잎 사이로 스며들었다.
“흑...”
잠깐의 방심은 은주의 몸을 딸 혜영의 손짓으로 인해서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
“아...”
은주의 눈은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이미 은주의 몸은 은주의 것이 아니었다.
“아... 혜영...”
구름 위를 걷는 듯, 꿈결을 헤매는 듯...
“은주야, 좋아?”
“네”
“얼마나?”
“너무... 너무나...”
“사랑해”
“저두요... 혜영아... 자기야... 여보...”
엄마 은주가 자신은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
[혜영아]
[혜영아]
[혜영아]
은주는 혜영이 선물한 또 한 번의 절정이 지나고 나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하지만 혜영은 은주의 마지막 한 마디 말이 마음에 걸렸다.
[혜영아]
‘기억을 되찾은 걸까?’
마음을 주고받은 이후로 한 번도 자신은 거부한 적 없던 엄마가
오늘 침대에서 처음으로 거부의 몸짓을 보였고,
그래서 더욱 엄마 은주를 더욱 불타오르게 달구었는데 마지막 말이 [혜영아]...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맨몸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든 엄마 은주 곁에서
혜영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어슴푸레 밝아오는 창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은주는 딸 혜영이 지친 듯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결국, 또...’
착잡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은주가 딸 혜영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혼자 앉아 지난 일들을 생각하니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인지
무엇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가슴 속이 답답해진 은주는 집안에 있기가 싫어졌다.
어제 해 놓은 빨래가 소나기를 맞아 마르지 않아 입고 나갈 옷이 마땅치 않아 두리번거리는데
그런 것들을 마음에 담기에는 은주의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무작정 길을 따라 걸으며 혼란스런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다.
어제 산막에서 되돌아 왔던 길인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하, 혹시나 했는데”
조용한 공기를 가르며 웃음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어제의 산막 소년이었다.
“어젠 비에 젓은 쥐 같더니만 오늘은 예쁜데...”
“...”
“내가 보고 싶었나 보지?”
“...”
소년의 말에 비로소 자신의 차림을 내려다보는 은주였다.
그 차림은 은주가 생각하게에도 소년을 유혹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은주는 소년을 겁이라도 주려는 듯 쏘아보았다.
하지만 은주의 그 행동은 오히려 소년에게 더욱 자극을 주고 말았다.
“내가 마음에 들었나 보지, 이렇게 또 만나러 나온 거 보면”
“아니야”
은주의 목소리가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딸 혜영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소년과의 일을 딸 혜영이 알게 된다면 더욱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소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이 두려운 것이었다.
소년은 은주의 허리에 팔을 감고 은주를 산막으로 인도했다.
작은 몸짓으로 거부의 표시를 소년에게 나타냈지만, 은주는 소년의 우악스러운 힘에 이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지 마”
산막 안까지 끌려온 은주가 마지막으로 한 말을 그 말뿐이었다.
“네가 벗을래? 내가 벗겨줄까?”
“...”
“내가 벗기면 옷이 좀 상할 텐데... 이 옷 새 거 같은데 말이야”
은주는 딸 혜영이 자신이 처한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은주는 스스로 옷을 벗고 말았다.
“나머지 것도 마저 벗어야지”
브라와 팬티를 벗지 않고 서 있던 은주에게 소년은 비웃듯 싱긋거리며 독촉했다.
양치질은 했는지...
때 구정물이 흐르는 소년의 얼굴이 다가 오더니 구린내 나는 입술로 은주에게 입을 맞췄다.
닫혀져 열리지 않는 은주의 입술을 소년은 동물의 입을 열듯 손아귀에 힘을 주어 여린 은주의 볼을 눌러 열었다.
은주의 체액을 맛 본 소년은 서둘러 옷을 벗고는 어제의 나무 침대에 내동댕이치듯 눕혔다.
“내가 좀 바쁘거든, 오늘도 조금 있다가 아버지 심부름을 가야해서 말이야”
소년의 말과 함께 아직 전혀 준비도 되지 않은 은주의 꽃잎을 소년의 물건이 파고들었다.
“아... 아파...”
은주는 생각했다.
‘남자란 원래 이런 것인가?
자신의 욕심 밖에 모르고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고는 떠나가 버리는...
남편도 결혼 초기 몇 번인가를 제외하고는 늘 그랬었는데... 이 소년도... 자신이 아는 남자는 모두’
‘하지만 혜영이는 그렇지 않았어...
언제나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가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관계였는데’
‘이런 것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일까?’
이런 저런 생각 속에서 죽은 나무처럼 아무 반응이 없던,
아니 아무 반응을 할 수 없던 은주의 몸이 소년의 투박한 몸짓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은주의 꽃잎에서 샘이 솟기 시작했다.
은주의 팔이 소년의 등을 감싸 안자 소년은 은주의 반응을 보고 더욱 힘차게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아...”
소년의 운동이 갑자기 빨라졌다.
은주는 소년이 끝날 때가 되었음을 짐작하지만,
지금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몸으로 인해 두 다리로 소년의 허리를 감았다.
그러나 소년은 마지막 탄식과 함께 사정을 해 버렸고 그대로 일어나 옷을 입었다.
“기회 되면 또 만나자구... 난 이만...”
소년은 오늘도 그렇게 산막을 나갔다.
‘뭐지? 난 뭐냔 말이야. 내가 이렇게 음탕한 여자였나?’라는 생각에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남편도 소년도, 아니 남자라는 모든 사람이 그저 은주 자신과 여자를 욕구 해소의 도구로 여기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새삼 남자라는 존재가 하찮게 여겨졌다.
‘자신의 욕정 밖에 모르는 동물’
지금 은주가 느끼는 감정은 한 마디로 그 것이었다.
하지만 딸 혜영은 달랐다.
그래도 자신이 낳은 딸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혜영이 자신의 딸이 아닌 존재였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딸 혜영이 소파에 정신을 놓은 듯 멍하니 앉아있었다.
은주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바라보지도 않고 독백하듯 은주에게 입을 열었다.
“할 얘기 있지 않아?”
“...”
“기억...”
“...”
“맞지?”
“...”
“미안해, 하지만 진심이었어,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건 아니야”
“...”
“왜 말이 없어?”
“...”
“내가 그렇게 잘 못한 거야?”
“...”
“나 하고는 말도 하기 싫은가 보네?”
“...”
“알았어, 그럼 내가 사라져 줄께”
마지막 말을 하는 딸 혜영의 목소리가 젖어있었다.
젖은 목소리가 은주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혜영을 잃을 수는 없어’
한 밤에 번개가 치듯 은주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었다.
“혜영아, 그런 건 아니고”
“그럼, 뭔데”
“우리, 친구처럼 지내면 안 될까? 엄마에게 성장한 딸은 친구 같은 존재라잖아”
“난 싫은데, 이미 우린 그러기엔 늦지 않았어?”
“노력하면...”
“난 그런 노력 싫은데”
“그럼 어쩌라구”
“몰라, 모른단 말이야”
“...”
“역시 내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거겠지?”
“안 돼”
“...”
혜영이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여행 가방을 들고 나온다.
“가지마...”
“...”
엄마 은주의 시선조차 거부한 채 가방을 끌고 나가던 혜영의 발걸음은
은주의 말에 대꾸도 없이 현관을 향한다.
필사적으로 절규하듯 혜영을 향해 은주는 외친다.
발걸음을 멈춘 혜영이 현관을 바라보며 나직이
“그럼 나를 불러봐”
“...”
“어서”
짧고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강함이 어려 있었다.
“어... ㄴ... ㄴ... ㅣ...”
“다시”
“언... 니...”
“다시”
“언니”
혜영이 가방을 놓고 엄마 은주를 향해 돌아서 눈물을 흘리며 웃는다.
혜영도 엄마 은주도 같이 울고 있었다.
혜영이 엄마 은주에게 다가와 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예쁜 우리 은주, 뚝, 울지 마, 사랑해”
“저두 사랑해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