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친구 그녀...(17)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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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친구 그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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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여름 다갔는데 이렇게 짧은 걸 사서 언제 입으라구?"
  "아직 덥잖아.  집에서 입을 건데 좀 짧으면 어때?  넌 내가 사준대두 그렇게 말이 많니?  사주는대루 얌전히

 입으면 돼지.."
  
은혜는 옷을 사러가자는 미숙의 손에 이끌려 백화점 의류매장에 나와 있는 참이다.  은혜는 원래 자기가 입을

옷에 돈을 잘 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구경이나 하자고 나왔는데 뜻밖에 미숙이 옷을 사주겠다고 해서 신나

게 이것저것 가을옷을 몸에 대봤다.  그런데 미숙이 시즌아웃하는 여름옷 할인 코너로 데려오더니 요상스럽게

팔다리가 짧은 옷들만 골라서 입으라고 난리다.
  
  "너어..  전화로 니 남편 욕만 할게 아니구..  거울로 찬찬히 지금 니 모습을 들여다봐라..  너 같으면 좋아할

맘이 나나..  그러다 니 남편 밖에서 바람이라도 나면 어쩔래?  그때두 남편 탓만 할래?"
미숙의 그같은 잔소리는 약간 효험이 있었다.  은혜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옳은 말이다 싶어 미숙이 골라주는 옷

을 이리저리 몸에 대어 보았다.
  
  "언니, 몇 벌이나 사주게?  너무 많은데.."
  "많긴 뭘 많어.  한 벌에 몇 천원씩 밖에 안하는데..  그리고 너 원래 옷사러 잘 안나오잖아.  온김에 가을옷도

 좀 사자.."
사주겠다는데 마다할 사람 없다.  은혜는 처음엔 우물쭈물하다가 사주는 사람이 사주겠다는 걸 기분좋게 받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 더는 군말하지 않았다.
  
  "니트까지?  이건 가을상품이라 좀 비싼데..  근데 왠일이야 언니?  내 생일은 아직 멀었는데?"
  "그럼 생일선물 받은 셈 쳐..  우리 사이에 뭘 이 정도가지고 그러니?"
 

미숙이가 집어든 니트는 가을상품이기만 하지만 어깨가 넓게 드러난 엷은 분홍색의 7부 소매옷이었다.  몸에

차악 감기는 스타일이라 맞는 지 한 번 입어보지도 못하고 눈대중으로 대충 사이즈를 맞추었다.  미숙이 사주니

까 받아 입기는 하겠지만 은혜가 보기엔 몸에 꽈악 낄 것 같았다.
    
  "알았어, 언니.  다음에 언니 생일에 나도 근사한 옷 한 벌 해줄게.."
  "그러던가..  근데 요즘 동훈이는 어떻게 지내니?"
  
  "공부하느라 바쁜가봐.."
  "상대가 누군진 알아냈고?"
  
  "아니..  교회 앞에서 하루 지켜봤는데..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알 수가 있어야지..  동훈이도 끝나고 바로 집

으로 왔구..  그냥 교회 다니지 못하게 할까봐..  고입시험 핑계루.."
  "동훈이 미행하는 거 그만 둬.  딱 스토커 짓이잖아.  동훈이가 알면 널 얼마나 이상하게 보겠니?"
 

은혜는 미숙의 핀잔에 속이 상했다.  동훈이를 마주 앉혀 놓고 회초리까지 만들어서 단단히 꾸짖고 캐물어 봤지

만 묵묵부답 침묵을 지키는데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모르게 뒤를 밟는 것인데 그것도 여의

치가 않다.  미숙이 언니는 틈만 나면 교육상 안 좋다면 미행만은 관두라고 충고한다.
  
  "그러잖아두 내가 지쳐서 더는 못하겠어..  지 인생 지가 알아서 살겠지.."
  "그러지 말구 잘해줘.  엄마가 잘해줘야 밖으로 안 돌지..  고입시험 준비하느라 힘들텐데.."
  
  "아유, 언니..  내가 말은 이렇게 해두 동훈이한테 얼마나 신경쓰는데?"
  "알어, 알어..  내가 니 속을 몰라주면 누가 알아주겠니?"
  
  "맞어..  언니밖에 없어..  내가 언니 땜에 산다니까..  언니, 저녁은 내가 쏜다.  뭐 먹구 싶어?"
  "그러지 말구.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자.  난 희진이 데리구, 넌 동훈이 데리구..  애들한테두 맛있는 것

좀 먹여야지..  우리 희진이는 개학하더니 얼굴이 핼쓱해졌어.."
  
  "언니야, 애들 가르치느라고 희진이 챙길 시간이나 있겠어.  우리 동훈이는 살이 포동포동해.  내가 얼마나 잘

 먹이는데..  암튼 그렇게 해요, 그럼..  동훈이가 집에 있을려나 모르겠네.."
  "전화해봐.  그리고..  내가 사준 옷 입고 나와.  얼마나 잘 어울리나 보게.."
  
  "뭐야, 언니?  집에서 입으라며?  이렇게 노출이 심한 걸 어떻게 밖에서 입어?"
  "아유..  몇 개는 외출복으로도 괜찮아.  내가 봐줄 시간있을 때 연습 좀 하라는거야.  다른 생각할 거 없구, 니

남편한테 보인다고 생각하고 입고 나와봐.  섹시하게.."
  
  "어머..  언니두 참..  내가 무슨 모델할 일 있는것두 아니구.  봐주긴 뭘 봐줘?  섹시하게?  치이..  아줌마가

용쓰고 꾸며봐야 얼마나 섹시하겠어..  언니 덕에 늙으막에 주책 좀 부리게 생겼네..  어쨌든 고마워, 언니.."
  
  
  
스테이크 2인분은 금새 네 명의 입으로 사라졌다.  토요일 오후라 패밀리 레스토랑은 사람으로 붐볐다.  약간

어수선한 가운데 잔잔한 음악이 대화를 방해하진 않을 정도로 넓은 홀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은혜는 동훈이가

희진이를 데리고 샐러드를 담으러 간 사이를 노려 미숙이에게 참고 있던 걸 물어보았다.
  
  "언니, 언니!  나 이상해?  왜 아무 말이 없어?  아깐 봐준다고 해놓구.."
은혜가 택한 것은 레깅스 스타일이었다.  사실 미숙이 한 벌로 가늠하고 골라준 것이라 은혜가 선택했다고 보긴

어렵다.  어깨와 목이 넓게 파인 분홍 니트는 원피스처럼 허리와 엉덩이를 덮고 허벅지의 3분의 1정도까지 내

려왔다.  그 니트 밑으로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 짙은 남색의 레깅스가 타이트하게 감싸고 있었다.  허리엔 벨

트를 매서 잘록한 허리선을 살리게 되어 있는 스타일이다.
  
  "예뻐, 예뻐..  예쁘긴 한데..  브래지어가 좀 그렇다.."
  "브라가 어때서?"
  
  "니트를 입었으면 거기에 알맞게 천이 좀 곱고 얇은 브라를 해야지..  봐라..  봉제선이 도드라져서 보기 흉하잖아.."
  "많이 이상해?  내가 가진게 이런 것 밖에 없는 걸 어떡해.."
  
  "아유, 참..  앞길이 첩첩 구만 리네..  내가 몇 개 줄게."
  "나 지금 불편해 죽겠어..  어깨가 너무 파여서 몸을 숙일 수가 없잖아..  언니, 이렇게 숙이면 속이 보이지?"
은혜가 미숙을 향해 상체를 숙여보였다.  미숙의 눈에 모아진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보이긴 뭘 보여?  하나도 안보이네..  새 옷이라 길이 안 들어서 그래.  그러니까 집에서 자주 입어 버릇 좀

해라.."
  "내가 그동안 소홀하긴 했나봐.  아까 나오기 전에 옷을 갈아입을 걸 보더니 동훈이가 글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더라구.."
  
  "그랬어?"
  "그게 다가 아니야, 언니.  애가 얼굴이 빨개지더라구..  후후.."
은혜는 좀전의 상황을 다시 떠오르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늘 징그런 아줌마 취급하던 동훈이에게서 참으로

오래간만에 경탄의 눈빛을 받았던 것이다.  어쩌다 학교에 찾아가면 창피해 하며 숨어버리던 아들 동훈이다.  
  
  "것 봐라.  어때?  내 말대로 한 보람이 있지?  동훈이가 뭐라고 말은 안하고?"
  "글쎄 그 놈이 말야..  와아, 엄마 무지 섹시하다.  그러는 거 있지..  호홋..  아들한테 듣기엔 좀 그런 말이

지만 그래두 기분 무지 좋았지 뭐.."
은혜는 신이 나서 약간의 과장까지 섞어가며 수다를 떤다.  옷이 날개라더니 새 옷을 입고 붕붕 날아갈 모양이

다.  미숙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 그래..  밥 다먹구 우리 집 들렸다 가.  내가 속옷 몇 개 챙겨줄게..  입던 거지만.."
  "아유, 입던 거면 어때?  덕분에 난 돈 굳지, 아들 남편한테 점수 따지..  헤헤..  나야 땡큐지.."
  

미숙은 아들 남편이라는 말에 양심에 화살이 꽂히는 느낌이다.  은혜의 하나뿐인 아들은 미숙의 비밀의 남편이

다.  은혜는 그걸 모른다.  그리고 미숙이 벌이는 일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미숙도 그녀가 벌이는 일의 결과를

확신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가슴이 더욱 두근거리고 설렌다.  이런 흥분

때문이었나보다.  이제는 익숙해진 불륜보다 더욱 짜릿한 흥분을 주는 그 것때문에..  
  
동훈이가 희진이를 데리고 음식이 가득 담긴 접시를 조심스럽게 들고 온다.  동훈이의 눈은 은혜의 몸매라인을

 훑고 있다.  기분은 나쁘지만 그것이 남자의 본능임을 안다.  게다가 그런 남자의 본능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미숙, 그녀 자신이다.  
  
  "우리 동훈이 자알 먹네?  은혜야, 동훈이 방학동안 좀 더 큰 것 같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몰라..  지 아빠가 몸무게는 몇 킬로 늘었다고 하는 것 같던데.."
은혜의 말투는 동훈이가 없을 때의 흥분한 어조와는 달리 심드렁한 평소의 말투로 바뀌었다.  수더분하고 솔직

한 것 같지만 은혜의 내숭도 보통은 넘는다.
  
  "동훈이 숙제는 다 했어?"
  "언니, 얘 숙제없어.  중3이라고 숙제도 안 내줘.  고입시험 준비해야 된다구..  딱 놀기만 더 좋지.."
늘 그렇듯 잔소리같은 은혜의 말에 동훈이가 잠시 머뭇하더니 입을 무겁게 연다.
  
  "하나 남았어요..  이따 저녁에 할려구요.."
  "뭐?  숙제가 있어?  아니 선생들이 정신이 나갔나.  내일 모레면 시험봐야할 아이들한테 숙제를 내줘?  아

니, 도대체 공부는 언제 하라는거야?"
좀전에 숙제안내줘서 놀기만 한다는 투로 동훈이를 타박하던 은혜가 금새 또 숙제내준 선생을 욕하기 시작한다.
  
미숙은 그저 웃으며 은혜와 동훈이를 번갈아 볼 뿐이다.  동훈이에게 내준 숙제 하나는 이미 은혜의 입을 통해

완수된 걸 확인했다.  나머지 숙제는 내일 아침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동훈이는 개학하고부터는 일요일

아침에 교회대신 미숙의 집을 방문해오고 있다.  그동안 미숙은 늘 참석하던 주일 아침예배에 벌써 몇 번을 연

달아 빠졌다.  동훈이 덕분에 모태신앙인 미숙은 나일롱 신자가 되어 간다.  물론 희진이만은 그렇게 만들 수 없

어, 꼬박꼬박 주일 예배에 보내고 교회에 남아서 성경공부도 열심히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만해라..  나두 명색이 선생인데 너무 욕한다.."
  "아참..  호호..  미안해 언니.."
  
  "너무 공부, 공부 그러지 마..  동훈이가 알아서 잘 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적당히 쉬어가면서 하는게 스트

레스도 덜 받구 슬럼프에 안 빠지는 거야.  동훈아, 내일두 주일예배 보러 갈거지?"
  "네.."
동훈이의 대답에 은혜가 또 뭐라고 토를 달려는지 입을 뻐끔 열 기세다.  미숙이 먼저 치고 들어간다.
  
  "고3도 아닌데 교회는 그냥 다니게 둬.  일주일에 한 번 이잖아.  가서 목사님한테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그

러게 해..  요즘은 믿는 사람이 공부도 더 잘 한다더라.."
  "아이, 몰라..  이번에 모의고사 성적 나오는거 보구.."
    
    
    
미숙의 말이 아니더라도 아직은 늦더위가 기승이라 집안에서는 팔소매, 다리길이가 짧은 옷을 입을 수밖에 없

었다.  은혜는 미숙이 사준 끈나시에 다소 짧은 반바지를 입고 거울에 그녀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확실히 미숙

이 언니가 준 브래지어는 얇고 봉제선이 부드러워 가슴의 굴곡을 모나지 않게 받춰주고 있었다.  
  
  "아유..  배부르다..  시간이.."
은혜가 놓치지 않고 보는 주말 연속극이 할 시간이었다.  채널을 맞추는 데 전화벨이 울린다.
  
  - 따르릉, 따르..  딸깍.
  
  "여보세요?  동훈이 아빠.  지금 들어와요?"
남편의 전화였다.  남편에게 어서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은혜의 마음이 들뜬다.  그 때 은혜가 앉은 소파

가 스윽 내려앉았다.  옆을 보니 동훈이가 말도 없이 다가 앉는다.  
  
  [얘가 왠일이래?  저 드라마는 재미없다고 늘 지 방에서 딴 짓이면서..]
  
  "얼마나 늦을건데요?  몰라요.  알아서 해요.  12시 땡 치면 문고리 걸어 버릴거니까..  뚜욱.."
은혜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토요일마다 맞춘 듯이 각종 회식자리에 빠지지 않는 남편이 밉기만

하다.  주5일제 시대에 감히 누가 금쪽같은 토요일로 약속시간을 잡느냔 말이다.
  
  "너 뭐하니?  드라마 볼려구?"
  "네."
은혜는 신경질나는 김에 아들에게 풀어버릴까 하다가 참는다.  낮에 들은 칭찬 덕이다.  역시 인간관계엔 적당

히 기름칠을 하는게 좋다.
  
  "엄마.  저 둘이 사겨?"
  "응..  아직은 아닌데 아마 좀 있으면 사귈거 같아.."
  
  "또 둘이 아버지가 같거나 어머니가 같은거 아냐?"
  "글쎄?  설마..  아직 초반이라 나두 잘 몰라.."
안 보던 것이라 궁금했는지 동훈이는 드라마의 인물설정에 대해 은혜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여느 아줌마처럼

드라마박사인 은혜는 흔쾌히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말두 안돼..  저 여자가 뭐가 좋다고 약혼자를 버리냐.."
  "그러게 말야..  저 나쁜 자식..  나중에 천벌받지.."
  
  "꼭 저렇게 방해하고 못 살게 구는 시어머니 있더라..  엄만 나중에 저런 시어머니 되지 마.."
  "누군 저러고 싶어서 저러니?  여자를 잘 골라서 데려와야지.."
은혜는 간만에 아들과 나란히 앉아 드라마가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주고받는게 너무나 흥겹다.  드라마 한 편이

 후딱 끝나버렸다.  
  
다른 채널로 돌리니 또 즐겨 보는 드라마가 이미 시작해 있다.  동훈이의 눈치를 보니 자기 방에 가지 않고, 계

속 옆에 앉아 티비를 볼 기색이다.  
  
  "아유..  배는 부른데 입이 심심하네..  동훈아, 우리 오징어 구워 먹을까?"
  "네, 좋아요.."
은혜는 동훈이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주방으로 달려갔다.  냉장고에 넣어둔 오징어를 한 마리 꺼내서 가스불

에 지글지글 굽는다.  굽는 동안에도 눈은 티비와 동훈이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정말 기분좋은 날이

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아줌마라도 변신은 필요한 모양이다.
  
  "어떻게 된거야?  앗, 뜨거, 뜨거..  후우, 후우.."
은혜는 소파앞에 놓인 탁자에 구운 오징어가 담긴 쟁반을 놓고나서 바닥에 약간 쭈그리고 앉은 자세로 다리부터

 찢었다.
  
  "저기 저 남자가 이혼해달라구 떼쓰다가 안해준다니까 마누라를 막 때렸어."
은혜는 찢은 오징어 다리를 동훈이에게 건넸다.  동훈이가 오징어 다리를 받아드는 동안 은혜를 잠시 쳐다본다.  
  
  [어?  쟤가 지금 어디를 본거야?  설마?]
  
은혜의 자세는 쭈그려 앉은 채 상체가 약간 앞으로 숙여져 있다.  막 오징어 몸통을 힘주어 찢던 참이다.  짝짝

찢을 때마다 몸이 흔들리는데 내려다보니 끈나시의 일자 가슴선위로 가슴골이 약간 출렁거린다.  동훈이를 다

시 보니 오징어 다리를 뜯으며 티비만 들여다본다.  
  
은혜는 혹시나 싶어 상체를 앞으로 숙인 그대로 오징어 몸통을 찢으며 곁눈질로 동훈이의 모습을 살폈다.  그

순간, 동훈이의 눈동자가 은혜의 앞가슴쪽을 빠르게 훑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은혜는 깜짝 놀라서 소파

에 올라 앉았다.  
  
  "너 지금 뭐 봤어?"
은혜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성격이라 마음속에 잘 담아놓지 못하는 편이다.  게다가 아들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라는 식으로 동훈이를 조금 깔보는 면도 있다.
  
  "지금 시어머니가.."
  "드라마 말구!  좀전에 뭐 훔쳐봤어?  사실대로 말해라.  엄마가 다 봤으니까.."
은혜의 호통소리에 동훈이는 눈물을 찔끔 흘릴 뻔했다.  미숙이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얌전히 잘 하고 있었다.

숙제 하나는, 엄마보고 섹시하고 예쁘다고 세 번이상 칭찬해주기.  또하나는, 엄마와 나란히 앉아 오손도손 드

라마 보기..  
  
그런데 숙제에 감안되지 않은 것은 이날따라 엄마인 은혜의 옷차림이 너무도 야하고 노출이 심하다는 것이었

다.  노브라는 아니지만 제일 꼴려하는 얇은 끈나시에 허연 허벅다리가 훤한 짧은 반바지에 동훈은 그만 조심성

을 잃고 몰래 훔쳐보다 들켜버린 것이다.
  
  "훔쳐보긴 뭘 훔쳐봐요?  난 티비만 보구 있었단 말이에요.."
은혜는 치한이라도 만난 듯 불결하고 불쾌한 기분에 동훈이를 심하게 몰아세웠다.
  
  "이 녀석이..  엄마가 다 봤다는데두 시치미를 떼네?  정말 안 봤어?  안 봤어?"
은혜는 동훈이의 눈앞에서 두 젖가슴의 밑을 양손으로 받쳐 올리며 따져 물었다.  꼬옥 치한에게 시비거는 사람같다.
  
  "에이 정말..  안 봤다니깐..  그게 뭐 볼게 있다구 훔쳐봐요..  별로 크지도 않으면서.."
은혜의 말투가 맘에 안들어 동훈이도 나오는대로 내뱉고 말았다.  볼 게 없다면서도 동훈이의 시선은 은혜의 손

에 받쳐져 잔득 모아올려진 뽀얀 젖가슴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이 자식이..  엄마를 무시해?  볼 것두 없다면서 지금은 왜 그렇게 빤히 보니?"
  "아이 씨..  안 보면 되잖아요.."
동훈이는 벌떡 일어나서 오징어 다리와 몸통 몇 개를 집어들고 방으로 휑하니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마지막

말은 엄마의 젖가슴을 훔쳐봤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었다.
  
  
은혜는 혼자 거실에 앉아 티비를 보며 죄없는 오징어 다리만 씩씩거리며 뜯었다.  볼 것도 없다느니, 별로 크지

도 않다느니..  아들녀석이 홧김에 빈 말로 한 말인 걸 알지만 자존심이 상한다.  은혜는 오징어 다리를 입에 문

채 다시 가슴을 받쳐올려 보았다.
  
  [치..  이래뵈두 목욕탕가면 나두 풍선같다는 소리 듣는데..  짜식이 암것두 모르면서..]
  
갓난 시절엔 그렇게 좋아라하며 엄마젖을 물고 떨어지질 않더니 이제는 머리가 굵어졌다고 엄마를 괄시한다.
  
  [에유..  내가 좀 참는건데..  본다구 닳는것두 아니구..]
  
다시 생각해보니 별일도 아닌 일에 갑자기 욱하게 된 건 아무래도 남편이 기대완 달리 늦는다는 전화를 받은 때

문인 것 같다.  풀 사람이 아들밖에 없었고, 마침 또 곁에 있었던 것이다.
  
예전처럼 홀로 거실소파에 앉아 외롭게 드라마를 보는 신세가 된 것이 처량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아직 드라마

는 절반밖에 가지 않았는데..
  
  
닫혀진 아들의 방문 앞을 서성거려본다.  방안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 똑똑..
  
  "동훈아, 동훈아?  자니?  나와봐.. 동훈아?"
방문에 대고 속삭인 게 작았는지 대답이 없다.  은혜는 조금 더 목청을 높여서 소리친다.
  
  "동훈아,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좀 나와봐.  보던 건 마져 봐야지.  동훈아?"
  
문득 보던 걸 마져 보라는 게 무슨 소린가 싶다.  보던 드라마?  훔쳐보던 엄마 젖가슴?  내려다보니 노출이 심

한 끈나시는 깊게 패인 은혜의 젖가슴 굴곡을 상당부분 드러내고 있다.
  
  [에이..  아무렴 어때..  혼자 청승떠는 것 보단 낫지..]
  
드라마는 원래 같이 수다떨며 보는 재미가 제격이다.  그런 모처럼의 재미를 놓칠 수는 없다.
      
  "동훈아, 궁금하지 않아?  나와서 보던 거 마져 보자.  동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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