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려 상경했는데...(3)
장사는 순조롭게 잘 되었고 인근 아파트 지역에 소문이 나면서 손님은 점차 늘어갔다.
또한 거기에는 오실장님의 현명한 마케팅과 고객 관리가 많은 기여를 했고 석두도 그런 점은 배워나갔다.
[ 오 실장님! 이야기 하신 광고비 여기 있어요! ]
[ 네에~! 곧 설이 되니 바짝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
[ 알았습니다! ]
그녀의 말을 잘 들으니 만사 형통이다. 이제 밖에 나가 봐야 하는데…
[ 어? 김사장님이 또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
[ 하하… 난 여기 오면 안 되는가? ]
[ 그럴 리가 있나요! 하지만 전화를 주셨으면…지금 저 나가 봐야 하는데… ]
[ 나가 일 봐! 난 자네 보러 온 게 아니고 오미희씨 보러 온 거니까! ]
그 말에 듣고 있던 오실장님이 다시 얼굴을 붉힌다.
[ 두 분… 연애 하슈? ]
[ 하하…왜? 연애 하면 안돼? ]
[ 그게 아니고… 오픈 때 오시고, 얼마나 됐다고.. 또 먼 여기 서울까지 오시니… ]
[ 오고 가는 거야 내 맘이지! 그렇지 않아요? 오미희씨? ]
[ 호호…네… ]
간단하게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석두는 서둘러 브랜드 업체로 들어갔다.
한 번 가게 되니 자꾸만 가게 되나 보다.
일요일 아침 일찍 등산을 하고 분재 하우스에 들르니 그 주인장이 일을 하다 그를 반갑게 맞아 준다.
[ 오늘도 오셨구랴! ]
[ 네! 이제 봄이 다 되었죠? ]
[ 나무에 싹이 돋는 것이 봄은 봄이여…! 그래… 하는 일은 잘 되슈? ]
[ 그럭 저럭요. 봄이 되어서 손님이 좀 많아지셨겠어요? ]
[ 조금 낫지! 요즘은 농장으로 찾아 오는 손님들도 많아져서 왔다 갔다 하지… ]
[ 농장도 따로 있으세요? ]
[ 하하… 비닐 하우스 이게 얼마 된다고… 농장에서 몇 년 키워 좀 물건이 되겠다 싶은 것을 여기에
가져다 놓고 팔아요. 농장은 내 아우가 맡아서 해 주고 있으니 큰 걱정은 없지…! ]
[ 네에~! 참 복된 집안이신 것 같네요. 나무 키우고 가족끼리 협력해서 하시니… ]
[ 휴~~! 그게… 모든 게 그러면 좋긴 하련만…. ]
주름지고 까무잡잡한 얼굴에 한 순간 지나가는 어둠…
석두는 분재를 구경하다 작은 것 하나를 골랐고 계산을 치르고 나가려 하자 주인장이 잡는다.
[ 여기 와서 막걸리 한 잔 해요. 등산하고 나면 그래도 시원한 막걸리가 최고니까! ]
막걸리라는 말에 입 맛이 다셔지는 석두라 자리에 앉았다.
주인장도, 석두도 한 잔씩 나눠 마시면서 주인장이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다 사사로운 얘기를 꺼낸다.
[ 난…평생 흙만 파 먹고 살아서 큰 욕심도, 걱정거리도 없어! 근데… 우리 딸 애만 보면… ]
또 다시 한 숨을 내 쉬는 주인장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식으로 딸 하나에 아들 둘인데 큰아들은 대기업에 취직하여 더 이상 소원이 없고
또 작은 아들은 현재 명문대학에 다녀 그런 주인장에겐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데
한 가지, 전문대 원예학과를 나와 아버지를 도와 주던 딸이 시집을 가서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대기업체에 다니던 사위라는 놈이 도박에 빠져 회사도 그만 두고 한 동안 방황하더니
외국에 돈 벌러 나갔단다. 돈을 벌러 갔는지…도박을 하러 갔는지…
[ 나… 다른 건 걱정 안해! 나무 키워 자식농사 그만큼 해 놓았으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망할 놈의 허우대 멀쩡한 사위가 내 딸을 저렇게 혼자 되게 만들어 놓았으니…. 휴~~! ]
믿을 수 없는 사위와 결혼한 딸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그런 말을 들으니 그 집의 딸이 안되어 보이면서 연민이 든다.
[ 애가 좀 있으면 올 건데 모른 척 해 주구랴! ]
[ 네!.... ]
정말 얼마 있지 않아 그 딸이 애를 데리고 왔는데 반가운 맘이 들면서도
사정을 알고 그녀를 대하니 그녀가 안되어 보이기도 하다.
[ 오전부터 술 드세요? ]
[ 술은 무슨… 이 청년이 왔기에 막걸리 한 잔 했다! ]
[ 네에~! 근데 오늘은 향나무를 사셨어요? ]
[ 네. 방이 너무 칙칙한 것 같아 향나무라도 하나 가져다 놓을까 싶어서요 ]
옆에 있는 향나무의 잎을 손바닥으로 쓰는 듯 건드리는 석두를 그녀가 지긋이 바라보다가 묻는다.
[ 날씨가 따뜻해져 분재들 나무에 잎사귀가 나니 보기가 좋죠? ]
[ 그럼요. 그렇지만 잎이 없는 모습도 보기 좋아요 ]
[ 잎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봐요? 난 앙상한 나무 가지에서 싱싱한 싹이 돋고 파란 잎이 하나씩
피어 오르는 것이 좋던데… 그 재미에 분재를 하게 되었어요! ]
[ 저도 그래요. 그런데 전… 저 번에 사 간 소사나무도 그렇지만 아무런 잎도 없이 벌거벗은 채로
나무 자신을 내 놓은 그 모습 또한 참 보기가 좋던걸요…나뭇가지를 보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해요 ]
그러자 옆에 있던 주인장이 껄걸 웃는다.
[ 하하… 얘 지숙아! 이 청년이 나이답지 않게 분재 보는 법을 아는 것 같다! ]
[ 호호…그런 것 같네요. 다들 나무 잎만 보던데… ]
웃으며 이야기하면서 그녀가 싸 온 음식도 나눠 먹기까지 한다.
한 동안 앉아 이야기를 하다 일어섰다.
[ 이만 가 보겠습니다. 누님도 다음에 뵐게요! ]
[ 누님? ]
[ 제 또래 남동생이 있으시다면서요? 그럼 저한테도 누님 뻘 되시니 누님으로 불러야지요.
어르신. 다음에 또 찾아 뵙겠습니다 ]
[ 그러시구려! 오늘 덕분에 웃으며 재미있게 보냈네!]
석두는 향나무를 들고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비닐 하우스 안을 돌아 본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다 저녁 늦게 씻고 누웠다가
문득 꽃집의 그 누님을 생각하며 그런 인상 좋은 여자가 험한 인생을 살았다니
참 안됐다는 생각을 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오빠! 나! ‘사촌 여동생 혜영이다.
‘응! 이 늦은 시간에 왠 일이냐? ‘
‘오빠…나 하루 밤 재워 주라! ‘
밖에 나가 기다리니 혜영이가 도착을 하였고 방으로 들어 오게 했다.
[ 집 놔 두고 왜? ]
[ 호호… 원래 중건씨하고 놀러 가기로 하고 집에 이야기 했는데 출발하려던 순간에
회사에서 급한 호출이 왔지 뭐야! 그래서 중건씨는 회사로 들어갔어! ]
[ 그럼 집에 들어가면 되잖아! ]
[ 놀러 간다고 마음 먹고 나왔는데… 괜히 들어가기 싫어지는 거 있지? ]
[ 그렇다고 남자밖에 없는 여길 오면 어떡해? ]
[ 피~! 남자는 무슨!... 그렇다고 내가 모텔 갈 수는 없잖아! 내가 침대에 잘 테니 오빤 바닥에 자! ]
외투를 벗고 앉은 그녀가 술 없느냐고 묻는다.
[ 잠깐 기다려 봐! ]
석두는 체육복 차림으로 밖에 나와 슈퍼에서 술과 안주를 사서 방으로 들어가니
혜영이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물기 젖은 머리카락이 신선하게 느껴지고 블라우스 때문에
불룩 튀어 나온 젖가슴이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참 멋진 몸매를 가진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 여기… 향나무 하고… 이 나무 참 보기 좋다! ]
[ 그렇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아져. 너도 하나 키우렴? ]
[ 난 게을러서 안돼! 이런 거 보면 오빤 애 늙은이 같애! ]
[ 꼬마가 못하는 말이 없어! 근데… 정말 술 마실 거냐? ]
[ 꼬마라니? 오빠! 이렇게 글래머인 꼬마 봤어? ]
그녀가 가슴을 내밀며 허리에 손을 얹고 폼을 잡자 몸매의 굴곡이 뚜렷하다.
[ 알았다! 알았어! ]
조금은 붉어진 얼굴로 석두가 말하자 혜영이 얼굴을 웃음을 띄며 말한다.
[ 오빠! 뭐 간단하게 입을 거 없어? ]
[ 있어! 잠시만… ]
그가 면 티와 체육복을 찾아 건네 주자 화장실로 들어가 갈아 입고 나오는데 면 티가 길어
무릎 위까지 내려 온다.
술을 꺼내 그녀와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사촌 여동생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
[ 막상 결혼하려니까 이것 저것 망설여지는 거 있지? 그래서 그냥 오빠한테 온 거야! ]
[ 그래…잘했다. 그렇지만 그런 고민은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라면 다 하는 것 같던데… ]
[ 나도 들었어! 그런데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작은 문제가 아닌 거 같은 거 있지? ]
[ 뭐가 고민인데… ]
[ 딱히 뭐라고 하긴 뭐하지만… 이 사람을 평생 믿고 의지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는가… 아님 다른 더 좋은 기회가 혹시 있지 않을까…뭐 그런 생각…!
그리고…이런 생각을 만만하게 털어 놓을 사람이 오빠밖에 없잖아! ]
[ 몇 년 사귀었지? ]
[ 사귄 지는 제법 되었어! 벌써 4년이 넘었으니… ]
[ 그럼… 그런 걱정 하지 말고 결혼해서 뭘 할까? 뭘 이룰까 그런 생각으로 바꿔 봐! ]
[ 그럴까? 그럼 지금 하는 고민 같은 것도 사라지겠지? ]
[ 아마 그럴 걸? 나도 현재 어려움이 있으면 장래 어떻게 되겠다 하는 상상을 하고…
그러다 보면 현재 어려움은 저절로 사라지더라! ]
[ 호호… 오빠는 나하고 나이도 별 차이 없는데 어른 같애? ]
[ 당연하지! 나야 어른이고 넌 아직 애잖아! 그리고 그런 문제는 형수님들한테 상의하면 되잖아!]
[ 올케 언니들보다 오빠가 더 편한 거 있지? 나…오빠 집에 자주 와도 되지? ]
[ 곧 결혼할 여자가 어디 다른 남자 집에 들락거려? ]
[ 호호…오빠가 무슨 남자야! 참 오빠… 신부감은 조금 알아 봤어? ]
[ 그런 곳에 신경 쓸 틈이 어디 있냐! 너도 알다시피 오픈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
술을 따르다 보니 한 병이 다 비워졌고 석두가 치우자 그녀는 침대에 드러눕고 석두는 바닥에 누웠다.
어두운 방안에 희미한 조명만이 정적을 지키고 있다.
[ 오빠! 자? ]
[ 아니! ]
[ 그럼 오빠… 나 잠 좀 재워 주라! ]
[ 잠을 재워 줘? 어떻게? ]
[ 팔베개 좀 해 주면 안돼? ]
[ ……………… 그러면 잠이 올 것 같냐? ]
[ 응! ]
그가 침대로 올라 가서 팔을 내밀어 주자 혜영이 머리를 베는데 긴 머리가 팔을 간지럽힌다.
[ 결혼하면 네 신랑한테 많이 해달라고 하면 될 것을! ]
[ 호호… 그 땐 그 때고! 오빠 팔베개를 하니 편안하다~! ]
사촌 여동생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 짙은 여자 내음이 난다.
[ 오빠… 이런 말 한다고 나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지 마? 나도 이미 알건 다 아는 나이잖아!
그리고 오빠한테는 이런 이야기 해도 될 것 같아!]
[ 무슨 말? ]
[ 오빠… 오빠는 … 섹스가 재미 있어? ]
[ 왠 섹스? 난 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어! ]
[ 피~! 거짓말! ]
[ 그럼 넌? ]
[ 얼마 전까지 중건씨하고 섹스 하는 게 재미있었는데…결혼하자고 한 다음부터 덤덤해지는 거 있지?! ]
[ 그거야 이제 이 사람은 내 꺼다 하는 생각이 드니까 안심이 되어 그런 거겠지! ]
[ 그래서 그런가? 근데…오빠는 애인도 없는데 어떻게 참아? ]
[ 그냥 안하고 지내면 되는 건데 그게 뭐 어렵다고! ]
[ 호호… 중건씨 보니 그렇지 않던데… ]
[ 하던 사람이야 계속 하니까 그렇고 또 안 하는 습관 되면 괜찮아! ]
[ 오빠…이런 방에서 청승맞게 지내는 거 보니까…정말 내가 여자 하나 소개해 줘야겠다!
결혼할 여자든가…아님 섹스 파트너? 호호 ]
[ 섹스 파트너? ]
문득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꽃집 여자의 얼굴이 스쳐지나 간다.
[ 응! 필요하면 말해. 내가 구해 줄게! ]
[ 이게 오빠한테 말하는 거 하곤… 근데 정말 구해 줄 거야? ]
[ 호호…하여튼 남자들은 다 늑대야! 오빠…내가 오빠한테 섹스파트너 구해 주면…
오빠도 나한테 섹스 파트너 하나 구해 줄래? ]
[ 뭐? 하하… 다 다음 달에 결혼할 여자가 그게 할 말이야? ]
[ 친구들 보니까 몇 남자 만나고 결혼하던데… 괜히 나만 억울한 거 있지! ]
[ 억울할 것도 많다! 쓸모 없는 말 할 것 같으면 자자! ]
[ 호호…오랜만에 오빠 안고 잘래! ]
혜영이가 그의 등을 끌어 안자 그녀의 젖가슴이 가슴에 닿아 물컹한 그 감촉에
석두의 마음이 잠시 흔들렸다가 눈을 붙이고 잠을 청한다.
전에 지방에 놀러 온 혜영이 장난 삼아 석두를 안고 잠들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그 땐 어렸고 지금은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해진 혜영이다.
날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하니 정말 봄이 오는 소리인가 싶다.
설을 보내고 2월 말이 되어 오랜만에 큰집에서 오라고 하여 가니 혜영이 결혼식 문제로 떠들썩하다.
[ 어서 오세요! ]
큰형님 내외도, 작은 형님 내외도 모두 집안에 모였다.
[ 장사는 잘 되냐? ] 큰 아버지가 물으신다.
[ 네! 그럭저럭 되네요! 혜영이가 좋은 사람을 소개해 줘 일하기가 쉬워요! ]
[ 잘됐구나! 그렇지 않아도 혜영이가 4월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
[ 축하 드려요! 이제 큰 아버지도 좀 편안하시겠어요! ]
[ 암! 자식 결혼 시키고 제 살 길 알아서 가면 그걸로 부모 할 도리는 다 한 게지!
나도 이제 어디 놀러나 다니고 할 거다! ]
[ 네에~! 그런데 놀러 다니실 때 큰 어머니도 같이 모시고 다니세요! 작년 저희 집에 오셨을 때
불만이 많으신 것 같던데…]
[ 여보! 조카 이야기 들었어요? 같이 늙어 가는데 마누라 좀 챙기고 다니면 어디 덧나나! ]
[ 석두 넌 쓸데없는 말을 해 가지고 날 곤란하게 하냐? 난 혼자 다니는 게 좋던데… ]
[ 아버지. 그건 아버지가 잘못하시는 거에요! 어머니라고 어디 놀러 다니고 싶지 않으시겠어요? ]
[ 얘들이… 오늘 왜 이러냐? 흠흠… 난 나가 봐야겠다! ]
일어서 놀러 나가시는 큰 아버지시다.
[ 하여튼 못 말려! 조강지처 좀 챙겨 준다고 누가 뭐라나! ]
다시 시끌 벅적 이야기가 오갔고 마당에 나와 서성거리는데 큰 형수님이 석두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 도련님. 지금 장사하시는 거… 아가씨 이야기 들으니 잘 되신다면서요? ]
[ 네… 이제 좀 자리를 잡아 가네요! ]
[ 잘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
[ 하하…제가 운이 좋은가 봐요! ]
[ 운은 무슨…! 내가 괜찮은 여자를 하나 봐 뒀는데… 선 한 번 보세요! ]
[ 형수님은 여전히 아버지 말씀에 신경 쓰세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은데… ]
[ 한 번 봐 보세요! 그 여자도 도련님 이야기 하니까 한 번 만나 보고 싶다고 하던데요! ]
[ 그래요? 그럼… 한 번 만나 볼까… 다음엔 형수님 신경 쓰지 마세요! 형수님도 바쁘실텐데! ]
[ 호호…괜찮아요! ]
큰 형수님의 소개로 그 여자를 만나 보기로 하고 얼마 있다가 나왔다.
레스토랑에서 그 여자를 만났는데 인물도, 미모도 괜찮았다.
그렇지만 생각하는 태도나 가지고 있는 꿈이 자신이 만족시켜 주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였다.
그날 밤…
‘어? 형수님! ‘
‘오늘 만나 보니 어땠어요? ‘
‘저하곤 잘 안 맞겠더군요. 아무리 대어 봐도 너무 과분한 여자 같아요! ‘
‘그래요? 난 도련님한테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
‘하하…형수님이 너무 팔을 안으로 굽히셔서 절 과대평가하신 거죠. 아무튼 고맙습니다! ‘
‘고맙긴요… 다음에 또 다른 여자를 알아 보죠! ‘
‘아니에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여자 만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여유가 되면
그 때 부탁 드릴게요! ‘
‘그러실래요? 그럼 그 때 가서 꼭 이야기 하세요! 아셨죠? ‘
‘네! 알겠습니다! ‘
암튼 마음을 써 준 큰 형수님이 고마웠다.
‘뭐? 여유가 생기면 유학 가고 싶어? 그런 능력 되는 남자 만나 잘 갔다 와라! ‘
마음이 상한 석두는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산을 올라가니 상쾌한 새벽 공기가 폐부를 시원하게 한다.
내려 오는 길에 혹시나 싶어 비닐 하우스를 엿보니 주인장이 이미 나와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반갑게 맞아 준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형수가 시켜 준 선 이야기를 했다.
[ 쯧쯧… 요즘 젊은 아가씨들 다 그렇다니까!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 제대로 봐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언젠가 인연이 닿는 사람이 나타나겠지! ]
[ 아직은 제가 내세울 거 하나 없다 보니 당연한 거죠. 근데 오늘은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
[ 하하…난 늘 아침이면 나오는 걸… 갈수록 아침 잠이 없어서 말이야… ]
그렇지만 농사 짓는 사람들은 대개 부지런하다.
문을 나서는 그에게 주인장이 한 마디 던진다.
[ 힘 내구려… 내가 보기엔 좋은 인연이 나타날 것 같으니 너무 걱정 할 것 없을 거여…! ]
[ 네에~! 고맙습니다 ]
주인장의 웃음이 그에게 힘이 된다.
그 동안 장사를 한 결과를 놓고 보니 예상보다 더 좋았고 오실장님에게는 약속한 것보다
좀 더 많이 통장에 넣었다.
매장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오실장님이 들어 온다.
[ 사장님! 통장에 왜 그렇게 많이 넣으셨어요? ]
[ 많이는 아니에요! 약속했던 것에 조금 더 넣었어요! ]
[ 그래도… ]
[ 이나마 된 게 다 오실장님 덕분인 것 같아 더 넣고 싶은데 마음같이 안 되었네요! ]
[ 별 말씀을 다 하세요! 저도 이런 매장 있어 본 지가 제법 되어 다 알죠!
이렇게 많이 넣어 주시는 것도 쉽지 않은데… ]
[ 하하…만일 그런 부담이 되시면 오실장님 인생의 반을 저한테 투자 하세요! ]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앞으로 오실장님은 계속 저하고 같이 일하셔야 하니 그리 아시라고요! ]
[ 어머! 호호… 저도 사장님 같은 분이라면 좋죠~! ]
그 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 뭐 좋은 일이 있기에 웃음이 밖에까지 들려? ]
김사장님이 웃으며 들어 온다.
[ 어? 김사장님… 이거…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
[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
[ 정말 두 분… 연애하는 거 아니우? ]
[ 어머! 사장님 무슨 말씀을…. ]
[ 하하… 너 눈치 빠르다. 내가 오실장님하고 연애하는 거 어떻게 알았냐! ]
[ 아…아니에요! ]
손사래를 치는 오실장님을 보고 두 사람 다 웃음을 터트린다.
[ 나중에 저녁 무렵 내가 오실장님하고 할 말이 있으니 좀 일찍 보내 드리면 안되겠냐? ]
[ 어머!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
[ 하하… 오늘 월급날이죠? 그럼 제가 한 턱 얻어 먹어야죠! ]
[ 설마… 오실장님을 스카우트 해 가시려는 건 아니죠? 그랬다가는 사장님과 저 인연 끊는 줄 아세요!]
[ 햐아~! 이거 엄청 무서운데? 그렇죠? ]
[ 호호…네! ]
김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김사장님은 거래처로 향했고 석두는 매장에서 일을 보는데 전화가 울린다.
왠 일인지…건물주의 전화였다.
[ 저… 하실 말씀이? ]
건물주가 만나자고 하여 나가 조마조마한 마음에 먼저 물음을 던졌다.
[ 급하기도 하셔라! 차나 한 잔 드시고 이야기 해요~! ]
임대 계약을 맺고 나서 몇 번 보지는 않았지만 볼 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새삼스럽다.
단순히 건물을 가지고 있는 돈 많은 여자 정도 치부했는데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건물주가 그에게 차를 권하지만 석두는 행여 임대료를 올라 달라고 할까 봐
마음이 전전긍긍하면서 입만 대고 궁금하듯이 그녀를 바라 보는데
한 가닥 뺨으로 흘러 내린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더 하얗게 만든다.
서른 후반, 아니… 주민등록으로 따지면 이제 마흔이다.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앞에 앉은 이 여자는 인자한 얼굴에 피부조차 매끄러운 모습으로
얼굴 부분 부분이 아름다우면서 전체가 어울려 단아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러면서도 또한 묘한 끌림을 만드는 모습이다.
[ 실은… 사장님이 우리 건물에서 장사를 하고 난 이후… 우리 건물 임대료가 많이 올랐어요! ]
그녀의 아미 같은 입술이 열리며 말을 하자 석두의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 네? 그럼…임대료를 올려 달라는… 계약기간이 아직…. ]
[ 아니에요! 그런 말이 아니고 사장님 가게가 장사가 잘 되니 덕분에 다른 점포도 서로 들어 오려 해서
임대료가 오른 거에요! 사장님한테 임대료 올려 달라는 거 아니에요! ]
[ 휴우~~! 네…. ]
[ 그게…그렇게 걱정 되셨어요? ]
[ 그럼요! 고향에서 올라 와 이제 시작 했고 아직 여유도 없는데… ]
[ 올려 달라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보다 좋은 점포 하나 넣는 게 이런 효과를 얻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말인데… 내 건물이 다른 곳에 하나 더 있고 또 지인들이 가지고 있는 건물이 있어요!
거기에도 매장을 사장님이 넣어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뵙자고 했어요! ]
[ 네에~~! ]
그녀의 말을 들으니 긴장하고 있던 몸의 근육이 풀어지면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온다.
[ 물론 사장님 점포가 아니면 다른 점포라도 사장님이 넣어 주십사 하고… ]
[ 일단 건물이 어떤가 봐야겠지만… 우선 가진 돈을 탈탈 털어 지금 점포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제가 새로 점포를 열 엄두가 안 나네요! 그리고 권리금도 있을 터이고… ]
[ 권리금이나 그런 건 걱정 마세요! 보증금이 모자라면 월세의 6개월치만 보증금으로 내시면
계약을 해 드릴 수도 있어요! ]
[ 네에? 절 어떻게 믿으시고 그런 조건으로? ]
[ 호호… 우린 나름대로 우리 판단 방식이 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검토해 보실래요? ]
[ 네! 그럼 일단 자료를 넘겨 주시면 제가 검토해 보겠습니다.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네요! ]
[ 당연하죠! 긍정적으로 한 번 검토해 주세요! ]
인생에서 찾아 올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다면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보증금도 일부만 받고 권리금도 없이 임대를 주겠단다. 그것도 부드러운 말로…
‘송미란씨라고 했던가? 통 한 번 크네! 우리 같은 사람하고 생각하는 바가 틀린 모양이야! ‘
다시 한 번 닫힌 사무실 문을 뒤돌아 보며 밑의 층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매장에 돌아 와서 빌딩사진과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데 저녁 무렵 김사장님이 도착했다.
[ 일 다 보셨어요? ]
[ 응! 근데…그거 뭐야? ]
석두는 김사장님과 오실장님을 오시라고 해서 낮의 일을 말했다.
[ 정말? 햐… 자네 정말 복이 있긴 있는 사람이구나! 오실장님. 그렇지 않아요? ]
[ 네!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봤어요! ]
[ 그런데…자세히 검토는 해 봐야겠지만 가능하다 해도 문제는 자금이에요!
아버지한테 이야기 하면 지게 작대기 들고 쫓아 오실 분이고… 그냥 좋은 기회 다 지나가네요! ]
사실 자금 문제가 시작과 끝이다. 한동안 자료를 들쳐 보던 김사장이 말을 꺼낸다.
[ 한 번 잘 검토해 봐! ]
[ 검토해서 되면요? 또 우리 매장이 아닌 다른 업종이 들어갈 건물도 있을 터인데… ]
[ 자네가 적당하다고 판단되면… 자네 매장 자금은 내가 댈게! 그리고 다른 매장 역시 나도 알아보고! ]
[ 네에? 사장님… 오늘 낮에 뭐 잘못 드셨어요? 저 빈털터리인 거 잘 아시잖아요! ]
[ 하하… 대신 내가 자네 젊음을 담보로 잡으면 되잖아! ]
[ 지금 진심이세요? ]
[ 그래! 기회가 왔을 때 한 번 해 봐! 나도 그 한 번의 기회를 잡아 지금의 내가 되었잖아! ]
[ 정말이죠? ]
[ 이 사람이! ]
[ 하하…너무 뜻밖이라… 구두쇠 김사장님이 돈을 빌려 주시다니… 하하… ]
[ 나도 쓸 곳은 써! 예전 선친 경험 때문에 남에게 돈을 안 빌려 주고 보증 안 서지만! ]
[ 알겠어요! 그럼 내일부터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 보죠. 그리고… 오실장님.
만일 매장을 더 열면 오실장님이 도와 주셔야 하는데… 해 주실 수 있죠? ]
[ 호호…그럼요! ]
[ 그럼… 식사하러 갑시다. 제가 한 턱 낼게요! ]
[ 아서! 자넨 그 도면 검토하고… 난 오실장님하고 오붓하게 저녁 식사하러 갈 테니
오늘 오실장님 일찍 퇴근시켜 드려! ]
[ 어? 사장님이 여기 매장 주인 같으시네? ]
[ 왜? 그러면 안되냐? ]
[ 안되긴요! 그럼 들어가세요! ]
아직 퇴근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가지 않으려 하는 오실장을 결국 김사장님이 결국 데리고 나간다.
같이 앉아 식사를 하면서 연신 그녀를 바라보는 김사장이다.
[ 저한테 뭐 묻었어요? ]
[ 아뇨! 하하…너무 아름다워서….! ]
[ 사장님은…! ]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하는 오미희씨였다.
[ 옆에서 지켜 보니 어때요? 장사장 그 친구… ]
[ 젊은 사람이 알이 꽉 찼다고 할까? 뭐 그래요… 그리고 일도 열심이고 성격도 시원 하더라구요! ]
[ 그럴 거에요! 아마 몇 년이 지나면 크게 되어 있을 친구죠! ]
[ 네에~! 근데 사장님한테 정말 선뜻 돈을 빌려 주시겠다니 놀랐어요!]
[ 하하… 장사장 집안하고 우리 집안은 생각보다 인연이 깊어요. 대대로 서로 도와주며 살아 왔어요! ]
[ 그렇구나…. ]
[ 근데… 아기는 누가 돌봐 줘요? ]
[ 아직 미혼인 여동생이 집에 같이 있는데 걔가 돌봐 줘서 일을 할 수가 있어요! ]
[ 부군은?... ]
[ 사업한다고 동남아를 들락거려요… 생활비는 갖다 주긴 하는데… 어떤지 모르겠어요! ]
[ 잘 되겠죠! ]
식사를 하고 나서 김사장이 넌지시 던진다.
[ 오늘도 미희씨하고 드라이브 하고 싶은데…? ]
[ 사장님은…! ]
[ 하하… 그렇게 오랫동안 짝사랑했는데… 이제 드라이브도 하고 데이트도 해야죠? ]
[ 어머! 호호 ]
드라이브를 하면서 김사장은 감회가 남달랐고 그녀도 그리 싫어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걸을 때 그가 외투를 벗어 주고 어깨를 감싸자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던 그녀도
그의 끈질김에 포기했는데… 자신의 팔을 감싼 그의 따뜻한 느낌이 싫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미희는 김사장과의 데이트에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 언니! 지금 들어 와? ]
[ 응! 애는 자니? ]
[ 좀 전에 잠들었어! ]
옷을 벗어 놓고 다른 옷으로 갈아 입으려다 거울을 바라 본다.
아직까지는 탱탱한 몸매에 볼륨이 살아 있고 여자로서의 매력이 흠뻑 배어 있다.
김사장님을 만나면 만날수록…남편이 밖을 돌아 다니며 얼굴을 본 지 오래가 될수록
점점…나이가 제법 차이 나지만 그가…자신에게 한 발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에 대해 오직 위해 줄 준만 아는 그가….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점점… 그런 그에게 이끌려 들어 가는 자신을 느꼈다.
‘여보! 나 좀 돌봐 줘~! 나도 여자라서…사랑 받고 싶어진단 말이야! ‘
손이 저절로 아래로 내려가 도톰한 둔덕을 잡자 오랫동안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은 서른 중반의 뜨거운 여자임을 깨닫는다.
석두는 건물주가 이야기한 빌딩을 돌아 보고 몇 번이나 시장 조사를 거친 다음 건물주의 건물과
다른 건물 하나에 자신의 매장이 들어가고 나머지 두 건물에는 다른 매장을 넣기로 했으며
그것은 김사장님이 도와 주기로 했다.
거의 2주일이 지나 결과를 얻었고 건물주를 만났다.
봄 기운이라서 그런지 겨울보다 얇아진 그녀의 옷차림이 화사하고 옷차림만큼이나 얼굴도 밝다.
[ 그럼 우리 빌딩에는 사장님이 들어오시는 거네요? ]
[ 네! 그리고 다른 곳에도 하나 들어 가기로 하고 그 외 다른 건물들에는 다른 매장을 넣기로 했습니다. ]
[ 여유가 안 된다고 하시더니? ]
[ 다행히 도와 주시겠다는 분이 계셔서… ]
[ 그게 다 사장님이 신용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잘 되었네요! ]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그녀가 식사나 한 끼 하자고 하여 조용한 한식당에 들어가 앉으니
음식이 조금씩 나오는데 조용하고 품위 있는 그녀의 행동은 자신의 거친 행동과는 많이 달랐다.
눈치가 보여 조심스러워 하며 수저를 들었다.
[ 젊은 분이… 참 대단하세요? 추진력도,결단력도 있으시니….]
[ 아니에요! 전 그저 이게 제 길인가 싶어 시작한 거죠! ]
[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다들 쉽게 돈 벌려고만 하지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데… ]
[ 다행히 사모님 같은 분을 만나는 행운이 있어 쉽게 되는 것 같아요! ]
[ 호호… 그런가요? 행운도 노력하는 사람한테 찾아 오는 거죠… ]
식사를 마친 그가 물을 마시자 그녀도 숟가락을 놓고 묻는데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식탁에 닿는다.
[ 근데 결혼은? ]
[ 아직은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좀 자리가 잡히면 그 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
[ 네에~! 그럼 애인은 있어요? ]
[ 아직….그런 능력이 안되네요! ]
[ 저런! 그럼 나라도 한 번 알아봐 드려야겠네?! ]
[ 아뇨! 됐습니다. 사모님은 소개 시켜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
[ 어머! 왜요? ]
[ 하하…아닙니다! ]
[ 이야기 해 보세요. 왜 난 소개시켜 드리면 안 되는가…. ]
그녀가 거듭 재촉하자 석두는 입을 열었다.
[ 사모님을 뵈니…주변에도 비슷한 분들일 것이고… 그런 분들한테 제가 가당키나 하겠어요?
또한 격도 맞지 않고요.. ]
[ 호호…그래요? 근데 격이라 하는 것은?]
[ 이야기를 들어 보니 무슨 30평형대 아파트는 기본이고 자동차에 생활비는 몇 백 만원…
또한 정기적으로 외식하고 문화생활을 누리고… 서울 여자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
[ 조금 그렇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다들 눈은 높아져서…결혼 초기부터 누릴 건 다 누리는 건
정말 힘든 일이죠… ]
그 말을 하고 난 건물주가 화제를 돌린다.
[ 매장에 매달린다고 늘 바쁘시겠네… 뭐 특별한 취미나 운동은 안 하세요? ]
[ 특별한 것은 없고…시간이 좀 나면 등산을 자주 가는 편이죠! ]
[ 그래요? 나도 전엔 등산을 자주 다녔는데… ]
[ 그러십니까? ]
[ 네… 근데 등산 가 본 지도 제법 되었어요! ]
[ 네에~! 오늘 식사 맛있게 했습니다! ]
[ 그러면 다행이네요! ]
그녀와 나와 그녀는 사무실로, 석두는 매장으로 왔다가 문득 그녀에 대한 고마움이 들어
등산복을 챙겨 보곤 그 중에 어울릴만한 것으로 골랐다.
위로 올라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그녀가 문을 열어 주고…
[ 이거… 뭐라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긴 해야 하는데.. 등산을 좋아하신다니 등산복을 하나
가지고 와 봤습니다. ]
[ 이런 걸 뭐 하러… 아무튼 고맙게 입을게요! ]
고맙다는 그녀의 미소에 석두는 순간 마음이 울렁거리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건물주가 이야기한 건물 매장 유치 건으로 김사장님과 함께 그 건물 주인들을 만났다.
건물주, 그러니까 송미란씨의 소개로 다른 빌딩 건물주들을 만나니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었다.
‘저런 여자들은 무슨 복이 있어 저 나이에 건물들을 가지고 있나! ‘
함께 간 김사장님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 여긴… 내가 이야기한 장사장님이야. 그리고… ]
그녀가 김사장님을 쳐다 보고 머뭇거리자 김사장님이 이야기한다.
[ 네. 장사장과 같이 있는 김인혁이라 합니다! ]
서로 소개를 하고 들어갈 매장에 대해 의논을 했다.
[ 그럼 장사장님과 김사장님이 우리 건물에 들어갈 매장을 섭외해 주신다는 거죠? ]
그 중의 한 여자가 나서며 이야기 하는데 송미란씨와 달리 서구적이다.
[ 네. 주로 여기 김사장님이 할 것입니다. 발이 아주 넓으시거든요 ]
[ 잘 부탁 드려요! ]
식사를 하면서 그녀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니 빌딩이 어떻고 땅이 어떻고 하는 말에
별 세상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데 김사장님은 잔뜩 흥미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하고 나자 다른 건물 주인 한 명이 묻는다.
[ 아직…미혼이라면서요? ]
[ 네. ]
[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이 참 좋은 것 같네! 내가 중매 해 드려요? ]
[ 하하… 전 지금 빈 털털이니 나중에 해 주십시오! ]
[ 호호… 여기 송여사도 좋은 조건 다 마다하고 빈털털이 남자와 결혼했었어요.
그에 비하면 장사장님은 아주 양호한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