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6편
석실을 빠져나와 날아서 건너편 기스양키의 캠프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득 슈발츠는 을씨년스러운 기운을 느꼈다. 보통 다른 존재라면 그저 불길한 느낌 정도이겠지만, 슈발츠는 이 기운의 근원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언데드, 그것도 상당히 고위의 언데드가 근처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루크의 흉상에는 [이름이 세월 속에 묻힌다]고 했지...
이름이 세월 속에 묻히더라도, 즉 잊혀지더라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 자들은 많다. 마법사들은 특히 그런 것에 전문이라고까지 할 수 있었고, 따지고 들어가자면 신성 주문 시전자들도 결코 그에 못지 않다. 그리고 만약 슈발츠가 발견한 유적이 실제로 사루크들의 중요한 유물을 보관하는 장소라고 한다면, 거의 돌파 불가능한 장벽을 설치했다 하더라도 함정이나 지키는 이가 없다는 점은 지나치게 수상하다.
슈발츠는 잠시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도시의 조각이 두개의 거대한 돌덩어리를 살펴보았다. 그 도시의 조각들이 서로 깨어져 떨어지지 않았다면, 슈발츠가 내려앉은 조각에 [도착하기]위해서는 기스양키들이 캠프를 친 조각 부분을 지나야만 했다. 보물은 수호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호자를 격파해야만이 보물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도 전형적이지만 효과적인 방어 방식이었다.
다시 기스양키 캠프로 내려와 가까운 통로 문을 향해 [내려갔을] 때(그곳의 편재 중력은 단순한 통로를 수직의 갱도로 바꾸고 있었다. 슈발츠는 왜 기스양키들이 모두 캠프에 없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앞 가까이에 공포에 질린 얼굴을 위로 향한 채로 기스양키 전사 하나가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슈발츠는 그로부터 발해지는 생기가 없는 것으로 그가 죽은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 아... 또 어디선가 와서 침입자분 이심미까? "
얼핏 그것은 서툰 드래곤어로 들렸다. 하지만 슈발츠는 곧 그것이 억양과 어순이 완전히 다른 별개의 언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주문과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자, 그것은 곧 완전히 번역될 수 있었다. 그것은 사루크어였다.
" 이건 또 어딘가의 드래곤 잡종이신가요?... "
해석해 본 말투는 여전히 공손했지만, [드래곤 잡종]이라고 불리는데 슈발츠의 마음이 약간 상했다. 그리고 암흑 영역 밖으로 무언가가 던져졌는데, 그것은 얼마 전에 슈발츠와 맞상대 했다가 혼쭐이 난 기스양키 정찰대의 대장이었다. 그 얼굴은 회백색으로 창백해져 있었고, 처참한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생기는 없었다.
샤르륵... 샤르르르...
쉴 새 없이 쉿쉿거리는 소리, 그리고 분명한 인공적인 암흑 주문 속에서 무언가 꺼칠한 것이 돌바닥에 스치는 기분나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암흑 효과를 너무 확신했기에 몸을 숨기려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그는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상대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뱀과 같은 머리와 두 팔을 가진 인간 형태의 상체에 뱀의 꼬리 모양의 하체를 가졌고, 한 손에 거대한 삼지창을 들고 훌륭한 부조가 된 판금 흉갑을 착용한 그것은 사루크였다.
" 어둠 속에 숨는다고 그 추한 용모가 가려지지는 않는군. 되다만 뱀 씨. "
같은 언어로 반격해주자, 갑자기 돌바닥 스치는 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 있던 [그것]은 둘로 나뉘더니 한쪽이 슈발츠를 향해 창을 쭉 뻗어 왔다. 하지만 이미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슈발츠는 어떤 것이 실제이고 어떤 것이 환상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다만 그가 감탄한 점은, 그것이 분명히 주문 시전을 몹시 방해하는[판금 흉갑]을 걸치고 있었음에도, 그지없이 신속하고 능숙하게 주문을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달려들어오는 환상을 무시한 채, 슈발츠는 어둠 속으로 돌격해 들어가 그것의 목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 가까와졌을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반발력에 밀려 물러서야만 했다. 신격들은 물론 제외하고, 그가 여태껏 본 주문 중에 가장 강력한 보호의 역장이었다.
" 제법 하는군. "
이번엔 어둠이 한덩어리로 뭉쳐서 그림자가 되는 것을 보면서, 슈발츠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기스양키 전사의 창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아주 강력하진 않았지만 훌륭한 마법이 걸린 무기였다. 그림자가 달려들어오자, 그는 창을 휘둘러 그것을 공중에서 두동강 내고, 다시 주문을 시작하려는 사루크의 손을 찔러들어가 주문을 방해했다. 눈앞에서 푸른 빛을 내는 창의 날이 번뜩이는 것에 손이 흐트러진 사루크는 창날을 피하느라 주문을 실패했다. 다만 교묘한 솜씨로 창 날을 피하며 또 얼마의 거리를 벌린 그것이 벽의 장치를 작동시키자, 슈발츠의 앞과 뒤에서 철창이 내려왔다. 창살은 침입자를 가두는 장치였다. 그리고 창살엔 다른 효용도 있다.
드르르륵!!... 카카강!...
삼지창을 거대한 장창으로 변화시킨 사루크가 철창의 틈을 향해 슈발츠를 찔러 왔지만, 슈발츠는 그 장창 끝을 붙잡고 철창을 지렛대 삼아 그것을 꺾었다. 마법이 걸린 장창이라도 슈발츠급의 완력 앞에서는 수수깡에 불과한지라, 그것은 파지직거리는 마력의 분출과 함께 보기 흉하게 꺾여 버렸고 남은 여분의 힘에 철창까지 휘었다.
" 허억!? "/사루크
" 아, 아직 놀라긴 이른데. "/슈발츠
슈발츠는 그대로 휜 철창을 손으로 잡고 좌우로 열어젖히고 놀라서 뒤로 달아나는 사루크를 쫒았다. 금새 잡을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지금 상대하는 이 사루크가 언데드가 아니라는 점을 민감하게 알아챈 때문이었다.
사루크는 네서릴보다 오래된 고대의 종족이다. 비록 그 개체가 몹시 장수하는데다 동면이라는 수단으로 오랫동안 세월의 흐름을 피해갈 수 있다지만, 그들의 종족적인 멸망으로부터 이미 수만년이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살아있는] 사루크라면 멸망기 이후에 태어난 자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는 필히 몹시 귀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보호자가 없을 리 없다.
기스양키 부대를 전멸시킨 것은 이 사루크일 것이지만, 아마 그것도 이 [젊은]사루크에게는 일종의 트레이닝일 것이다. 정말의 흑막은 어딘가에서 이 전투를 보고 있을 것이고, 이것이 실전같은 [트레이닝]이 아니라 정말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되기 시작하면, 싫더라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전투의 [긴박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일견 긴박하기 짝이 없는 전투를 하면서도, [그것]을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를 궁리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몆번인가의 마법 공격과 함정을 더 돌파하고 나자, 마침내 그 사루크의 손에 들어있는 카드가 바닥을 보였다. 그것을 따라 잡아서 막 사루크의 모가지를 잡아 비틀려는 순간에, 다시 슈발츠를 막아서는 강력한 반발력이 생겨났다. 아까는 따지지 않았지만, 이것은 눈앞의 사루크로부터 연원한 것이 아니었다.
" 겨우 이정도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지. "
이번엔 슈발츠가 제대로 작심하고 힘을 썼기 때문에, 초음파에 가까운 파열음과 함께 역장의 막이 찢어졌다. 그리고 그는 막 도망치려는 사루크의 모가지를 잡아서 그대로 그것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머리를 밟을 수 있었다.
" 끄아악!!... "
그것은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흘리며 꼬리를 이용해 슈발츠를 후려쳐 왔지만, 그는 그 꼬리마저도 붙잡았다. 손아귀에 담긴 무시무시한 힘은 그것의 뼈를 바스라뜨릴 기세로 조였기 떄문에, 그것은 더이상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 그래, 드래곤 잡종의 손아귀에 붙잡힌 감상이 어떠신가? "/슈발츠
" 으으윽!... "/사루크
사루크는 아직 자유로운 두 팔을 사용해 슈발츠의 발 아래서 벗어나 보고자 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슈발츠에게 밟힌 것이다. 자력탈출은 절망적이었다.
이제 슬슬 나올때가 된 것도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슈발츠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을 때, 비로소 그가 그동안 느끼고 있는 불길함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말라 쪼그라든 가죽이 달라붙어 있는 뱀의 해골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호박으로 뱀의 해골 모양을 깎아낸 거대한 보석 세공품으로, 그 눈구멍 부분에서는 푸른 귀광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머리 아래 부분은 아무것도 없었다.
슈발츠가 아는 한, 노골적인 언데드의 오라를 풍기며, 허공에 둥실 둥실 떠다니는 보석 대가리는 한종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리치보다 한단계 위의 존재인 데미리치화 된 사루크 였던 것이다.
[물러서라!]
그것으로부터 발해진 강렬한 텔레파시가 슈발츠의 마음의 표층에 충돌했다. 하지만 이미 데미리치와 맞상대 해 본 전적이 두번인데다, 엘더 브레인의 염력 공격도 웃으며 받아넘기고, 신격들과도 맞상대 하는 자인 슈발츠에게 있어 그것은 간지러운 소음일 뿐이었다. 뒤이어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마력이 연속으로 토해졌고 이어진 수많은 환상과 음 에너지 광선 역시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다. 일개 군대도 몰살시킬 수준의 주문 공격을, 슈발츠는 웃으며 받아넘겼을 뿐이다.
그 와중에도 발 아래의 사루크가 신경쓰인 것인지, 그 데미리치는 물리적인 파괴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마법을 쓰지 않았다.
"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데미리치
" 명색이 주문인데, 화염 폭발 같은걸 안쓰니 좀 수수해 보이는군. 내가 보여 주지. "/슈발츠
슈발츠가 태평스럽게 말하며 품 속에서 화염폭발 주문이 담긴 롯드를 꺼내 들자, 그것을 알아본 데미리치 주변의 푸른 귀광이 크게 흔들렸다.
" 잠깐!... 협상을 하자. "/데미리치
" 협상? "/슈발츠
그리고 [협상]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짐짓 목숨만은 살려줄테니 당장 꺼지라고 위세를 떨었지만, 슈발츠가 한번 노려보자 금새 제압되어 몸이 굳어버린 데미리치는 결국 사루크 전사를 구해내고 슈발츠를 쫒아내기는 커녕 밑천까지 탁탁 털려야 했다. 그나마 슈발츠가 사정을 봐주어서 제압당한 사실을 말하지 않아서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면, 그 사루크 데미리치의 평생의 역사상 가장 망신살이 뻗친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줄여서 미디푸루(Midlaalaalfururu)라 부르는 데미리치와 롱사치[Alongsatesikikirifui)라 불리우는 젊은(약 이천살쯤 된다고...) 사루크는 사제 관계였는데, 슈발츠의 예상대로 그와 처음 맞선 것은 젊은 쪽의 [단련]을 위해서라 했다. 스승인 미디루푸는 자신의 종족의 쇠락의 원인이 너무나 스스로를 소중히 여긴 나머지 직접전투를 극력 회피하는 데서 기인했다고 여기는 [개혁파]의 사루크였다.
롱사치는 냉동 보존중이던 알에서 태어나는데 성공한 젊은 암컷으로, 사루크 기준으로는 대단한 미인(슈발츠의 심미안으로 봤을때 그녀는 악어와 동급의 미모를 가졌다)이었다. 중간중간 동면을 취하며 약 이천년을 살아 온 그녀는 미디루푸의 가르침에 따라 마법 실력 만큼이나 육체적인 단련을 중시한 [전사]로, 이 유적이 간간히 기스양키들의 눈에 [노출]된 것은 사고가 아니라, 동면에서 깨어난 그녀가 단련하기 위한 상대를 구하기 위함이라 했다.
확실히 기스양키들의 전사 전통은 뛰어나다. 그리고 진지하기 그지없는 그들 종족의 성격상 대련 상대 따위가 되어줄 턱이 없다. 흉맹하기 그지없는 기스양키 전사를 [대련 상대]로 사용한다는 엽기적인 발상은 아마 이 두명의 사루크 정도나 가능할 것이다. 슈발츠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사실 미디루푸도 롱사치가 어지간한 드래곤 정도는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였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실습]을 내보냈던 것이지만, 하필이면 상대가 슈발츠였다. 그들은 이 일로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부주의함에 대한 실습도 하게 된 셈이다.
아무튼, 사루크 종족이 멸망기에 이른 후 자손이 태어나는 것 자체가 매우 진귀하고 드문 일이었기 떄문에, 이 젊은 사루크의 안위를 무엇보다 아끼는 데미리치는 슈발츠가 뭘 요구하던 다 내줄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 이것이 열쇠요. "/미디루푸
" 연장자여, 너무 협조적인게 아닌가 싶소만?... "/슈발츠
" 그리 다른 꿍꿍이는 없소. 다만 롱사치에게 위해만 끼치지 말아 주시오. "/미디루푸
이미 슈발츠의 존재에 완전히 질려버린 사루크 데미리치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듯이 허공에서 진저리를 쳤다. 슈발츠는 물론 그러마고 약속했다.
미디루푸는 나머지 아티팩트 조각의 현 소재지에 대한 정보는 몰랐다. 하지만 두 장소에 대한 단초는 제공했다. 물론 보통 상대라면 입도 뻥끗하지 않았겠지만, 슈발츠가 노려보기만 하면 몸이 굳어버리는 슬픈 언데드의 천성 상, 슈발츠가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모른척 하거나 대답을 거부할 권리같은건 그에게 없었다.
" 우리 도시가 넷으로 쪼개진 후, 그 폐허 위에서 비늘없는 자-당신네들이 [인간]이라고 부르는-들의 제국이 생겨났소. 당신네 언어로 [네서릴]이라고 불리우는 것이지. 아티팩트 조각 중 둘이 그들에 의해 약탈되었지. 그리고 나는 그들이 페이룬에 복귀한 것을 느낄 수 있소. "/미디루푸
" 그림자들의 도시. "/슈발츠
리치의 푸른 오라가 말없이 깜박였다.
반쯤은 강압에 의해 제공받은 정보였지만, 슈발츠는 그 리치가 정보를 제공해 준 것을 존중했다. 그는 더이상의 상해 없이 그의 제자를 돌려 보내 주었고, 그 리치에게도 더이상의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들에게서 아티팩트의 조각 외의 아무것도 빼앗지 않고, 그들의 거주지에서도 내쫒지 않았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슈발츠는 그들의 존재와 은거지에 대해 누설하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리고 더이상의 [분탕질]없이 그들의 은거지를 떠났다.
물론 슈발츠가 그런 것은 비단 그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그런 것이 아니다. 존경심따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비록 슈발츠가 그들의 입장을 배려해줬다고 한들, 이 사루크들은 슈발츠와 다음에 조우할 때는 위험한 적이 될것이다.
그러나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스양키 대책]이 되어 줄것이다.
이미 슈발츠는 기스양키 도시 하나(가짜 시어릭에게 복속되어 데미리치인 슌 7세와 손을 잡았던)의 멸망에 관여한 전적이 있으며, 그들의 [허락]없이 그들 영토 깊숙히를 누비고 다녔다. 다른 문명들도 자신의 영역을 보전하는데 민감하지만, 기스양키들은 특히 더 그렇다. 게다가 그것이 일전에 적대적이었다면 상대라면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강하고, 잘 조직되어 있으며, 무지막지하게 끈질긴 상대다.
그런데 사루크들이 건재해 있다면, 기스양키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정찰대의 실종을 알아내고 추적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사루크들의 은거지를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슈발츠 대신 이 사루크들을 상대해 줄것이다. 그들의 강대함 때문에 기스양키들이 이들을 제거하는데 성공할 확률은 낮지만, 슈발츠의 두통꺼리 하나를 줄이는 정도로는 충분할 것이다.
-후기-
저는 원래 통째로 한 단원을 쓰고 나서 각 편을 나누는 식으로 글을 쓰는데, 분량조절이 쉽지 않군요. 보시기 불편하시더라도 이게 저의 한계이기 때문에 양해해 주시길. ㅠ.ㅠ...
사루크는 드래곤들이 세계의 갑을 쥐기 전, 즉 엘프들이 아직 미개한 원시인(?!) 이었던 시절에 페이룬에 일대 제국을 세웠던 비늘족입니다. 그들로부터 모든 문명과 마법이 출발했다고 여겨질 정도로 많은 것들을 이룩했지요. 이들은 또한 리저드맨이나 나가, 그리고 유안-티를 창조해 수족으로 부렸습니다.
이 사루크의 멸망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데, 대표적인 설로는 내분설과 기후변화설이 있습니다. 공식 설정 쪽에서는 여러가지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서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저는 두 요인이 시너지 현상을 일으킨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흉작이 들어 많이 굶어 죽고, 국력이 떨어져서 내분이 일어나 유민이 생기고, 페아림들과 드래곤들이 흥하는 등의 사건을 겪으며 쪼개지고 쇠락해 갔다는 것이죠.
아무튼 현재의 페이룬에서 살아남아 있는 사루크들은 보통 수만살(!?)의 연령을 자랑합니다. 물론 그게 [젊은 축]에 속하는 겁니다. 수천살 정도면 사루크계에서는 젖비린내나는 애송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