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6_43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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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6_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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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츠의 품에 안긴 채, 비코니아는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시작했다.


비코니아는 멘조베란잔의 유력 가문이었던 드비르(DeVir)가문 대모의 딸로 태어났다. 태어날 때 정확히 몆번째 딸이었는지는 셈하지 못했지만, 장성하는 동안의 드로우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만연한 형제 상잔에서 [살아 남은]딸 중에서는 가장 연장자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 상잔의 현장에서 비코니아는 가장 유능했다.


그대로라면 가문을 이어받아 멘조베란잔의 강력한 사제 가문의 대모로써 평탄한(?)인생을 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의 내면의 선함이 그녀를 험한 인생길로 몰게 된다.


" 그들은 갓 태어난 아이를 롤쓰에게 제물로 바치라고 했다. 내 품에서 그 아이는 곧 죽을줄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지. 차마 죽일수가 없었다. "


당연하지만 갓난아이를 죽이지 못할 정도로 [나약한]성향 역시 롤쓰에게 불민한 일로 간주된다. 여신들이 다 그렇지만, 롤쓰의 변덕은 특히 더 악의적이며, 비위를 맞추기가 까다롭고 어렵다. 그리고 언더다크의 드로우 사회에서 그녀의 [총애]를 잃어버리면 그냥 몰락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가문이 몰락할 위기에서, 대모는 비코니아를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이 롤쓰의 총애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정말로 당시엔 체념하고 있었다고 했다.


" 하지만 내 오빠... 발라스가 날 살렸다. 날 살리기 위해 뒤에서 대모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고, 주문으로 제단에 속박된 내 쇠사슬을 풀어 주었지. 그는...내가 아니었다면 장래가 기대되는 마법사가 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희생 덕에...그 바보같은 희생 덕에 나는 살았다. "


비코니아는 발라스가 눈앞에서 드라이더의 저주를 받아 악의에 가득 찬 괴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롤스를 배신한 자에 대한 형벌이다. 괴물로 바뀐 시점에서 이미 발라스는 발라스가 아니다. 그는 죽었다. 울면서 자리를 벗어난 비코니아는 지상으로 탈출했고, 가문은 몰락했다.


지상으로 탈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비코니아는 한 칼림샨 여행 상인 무리에 붙잡혔다. 보통이라면 그대로 죽임을 당했을 것이지만, 그녀의 [특별한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진 상인이 그녀를 자신의 개인적인 노예(즉, 성노예)로 삼았다.


" 노예로 지낼 때 대우는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얻은 따뜻한 안식처였다. 난 그에게서 샤르에 대한 신앙을 배우고, 비로소 다시 마음의 평안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목탄으로 그린 그림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던 좋은 남자였다. "


하지만 좋은 시절은 짧았다. 어느날의 잠자리에서, 너무 드로우적인 열정에 심취했던 비코니아의 [테크닉]이 그의 심장에 무리를 주었는지, 그녀의 [주인님]은 가슴을 움켜잡고 쓰러졌다. 울부짖는 그녀의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달려왔고, 그들은 시신과 비코니아를 발견했다. 의심의 눈초리에서 죽음의 위협을 느낀 그녀는 정신없이 도망쳤다.


[주인을 독살한 드로우 계집]이라는 오명을 쓰고 북쪽으로 도망치던 어느날, 한 플레이밍 피스트 단의 장교에게 붙잡혀서 즉결 처분을 당할 위기에서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지상인이라면 당연히 하지 않을 일 -플레이밍 피스트단의 장교를 쳐죽이고 드로우의 목숨을 구해 주는- 을 베풀어 주었다.


[그]는 [고라이언의 양자]라 불리는 바알스폰이었다. 당분간 신변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목숨을 구해진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비코니아는 그를 따라 [사레복]이라는 악당의 음모를 저지하는 임무에 동참했다.


슈발츠는 직접 [양자]를 본 적은 없지만, 그의 이야기를 여러번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언더다크의 우스트 나타와 지상의 설다네셀러, 엠은 그가 거쳐 갔고, 양자가 모험을 했던 곳이다. 비코니아는 그를 직접 보고 함께 여행했던 동지였으니 여기서 다시 그와의 접점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 하지만 그의 선량함이 당시의 나에겐 나약함으로 보였다. 사레복이랑의 문제가 끝났을 때, 나는 그와 헤어졌다. 그리고 베레고스트에 땅을 샀다. "


양자가 나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그와 헤어졌던 비코니아이지만, 그녀 자신도 칼부림에 이골이 난 터라 땅을 사서 농사를 지으며 정착할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멋지게 실패했다. 그녀가 드로우라는 사실을 알아 챈 이웃에 의해 함정에 빠져 윤간당하고, 산채로 파묻히기까지 했으니. 그럭저럭 겨우 맨손으로 흙을 파고 기어나와 자신을 속였던 이웃집을 멸절시킨 후, 그녀는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그 후로 몆번이나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끝에, 아스카틀라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인간들이 많아서 몸을 숨기기에 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광장에서 드로우라는 사실을 들킨 비코니아는 곧바로 분노한 민중들의 적개심의 대상이 되었다. 꼼짝없이 붙잡혀서 [화형]을 당하려는 찰나, 군중 속에서 고라이언의 양자를 발견한 것은 그녀의 행운이었다.


" 그는... 두번이나 내 목숨을 구해줫는데 아무것도 요구하지를 않았다. 게다가 처음에 헤어질 때와는 달리 예쁘장한 엘프 하나를 데리고 있더군. 이름이 에어리였지. 날개 없는 아바리엘이었던가... 나중엔 아이까지 낳아서 데리고 다녔다. 나는 그가 마음에 있었지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이도 꽤 귀여웠고. "


이번에 비코니아는 꽤 오랫동안 양자를 따라다닌 모양이었다. 사레복 퇴치 때 부터 함께 했던 이모엔을 구하고, 다시 언더다크를 거쳐 엘프들의 도시인 설다네셀러에, 비상 상황이라지만 드로우로써는 처음으로 방문을 허락받았었고, 악한 대마법사였던 이레니쿠스를 쓰러트렸다. 그 일로 그녀는 설다네셀러의 [친구]가 되었다 했다. 이 역시 드로우로써는 처음 얻는 영예다.


이레니쿠스를 쓰러트린 후에도 양자를 따라 테티르까지 가서 유명한 [5인방(일라젤라, 야가-슈라, 센다이, 아바지갈 그리고 발타자)]들을 쓰러트리고, 어비스에 있는 [바알의 왕좌]까지 가서 배신한 바알의 최고위 사제이던 멜리산이 지나치게 받아들인 신성한 에센스를 이기지 못해 자멸하는 것까지 보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꽤 길었지만, 무척 간결하고 알기 좋았다. 직접 현장에서 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사실을 빼놓지 않고 포함하면서도, 또한 그 내용을 축약해 전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비코니아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슈발츠는 바깥을 신경쓰면서도 그녀를 품에 안고(그녀는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물론 성실한 청자로써 가끔 질문하는 것도 빼놓을수는 없다.


" 멜리산이 쓰러지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에일리스트레이 여신의 신앙을 얻게 된 거지? "


" 아아... 그것은 사실 오인방을 쓰러트려 갈 때의 일이다. 그가 사레복과 나를 개심시켰지. "


사레복에 대해서 묻자 비코니아는 조금 귀찮아했다. 그는 이레니쿠스를 쓰러트린 직후에 양자의 영혼 조각의 일부를 얻어서 부활했다. 그것은 신성한 기적 같은 것이 아니라, 양자가 당시에 그 권리를 얻었던 바알의 조그마한 포켓 차원의 특수성 때문인듯 했다. 되살아난 사레복은 바알스폰 5인방을 퇴치하는 내내 뛰어난 참모의 역할을 했고, 멜리산을 쓰러트린 후에는 발더스 게이트로 돌아가 사랑하는 타모코(사레복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카라-터 출신의 여인이다)의 유골을 수습해 들고 그녀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다.


" 희망을 얻고, 세상의 선의를 믿게 되고 나니, 더이상 허무를 섬길수는 없었다. "


간결한 설명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에일리스트레이는 희망을 이야기하며, 선의를 가진 여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로우들을 위해 애쓴다. 샤르를 버린 비코니아가 섬기기에는 무척 적절한 선택이었다.


" 그래서, 양자는 칼림샨으로 떠났나? "/슈발츠


" 아니, 그는 에어리의 집을 찾아 주기 위해 노스로 떠났다. 으음... 좀 더 쓰다듬어 달라. "/비코니아


비코니아의 요청에 따라 등으로 향하는 그녀의 윤기 흐르는 은발을 다시 한번 정성을 들여 쓰다듬어 주자, 비코니아는 몸을 살짝 떨면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기분 좋은 고양이 같았다.


" 그렇다면 어떻게 칼림샨으로 갔다는 소문이 돌게 된 거지? "


그 질문에 비코니아는 살포시 웃었다.


" 양자, 에어리, 나와 이모엔, 그리고 사레복과 자헤이라. 우리는 당시에 너무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양자는 관심에서 벗어나 에어리와 평탄한 여생을 보내길 원했고, 사레복이 마지막으로 꾀를 낸거다. 그는 타모코를 추모하기 위해 동방으로 가면서 칼림샨을 거쳤고, 거기서 돈을 좀 썼지. 게다가 그는 양자보다 더 양자다웠다. "


[양자보다 더 양자답다]는 것은 사레복의 위풍당당한 풍채를 말하는 것이었다. 비코니아의 설명에 따르면 사레복의 용모는 이러하다. 보통 인간보다 머리 두개는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께와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의 몸과 안광이 뿜어지고 있다고까지 느껴지는 시선의 소유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박력이 넘치고 앞에 서면 위압감이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었다. 그런 분위기와 풍채를 가진 사레복이 칼림샨을 거치면서 갔다면, 양자가 누구인가를 모르는 누군가는 그를 양자로 착각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참고로 박력 넘치는 사레복과는 달리 양자는 평균적인 키에 잘생긴 미남이었다. 결코 그렇지는 않지만 사레복 옆에 세워두면 연약해 보일 정도다. 게다가 [바알의 자식]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 민망할 정도로 올곧고 성실하기 그지없는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 다른 동료들은? "/슈발츠


" 자헤이라는 엘민스터를 따라 엠에서 와해된 하퍼 조직을 재건하는 일을 이끌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당시에 새로 얻게 된 신앙으로 두근거리는 상태였고... 이모엔은 뜻밖에도 자신만의 도둑 길드를 만들었다. 그게 무척 도움이 되었지. 양자의 행방에 대한 헛소문을 만든건 절반은 사레복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녀다. "/비코니아


이야기를 거의 끝마친 비코니아였지만, 슈발츠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가 쓰다듬어 주는 것에 대단히 만족한 듯, 몸을 요구하지는 않고 계속 그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댄 채로 붙어서 쓰다듬어 주기를 요구했다.


" 그래, 나 혼자 이야기하는건 불공평하다. 네 부인들과 노예들 이야기도 해 다오. "


비코니아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슈발츠의 노예들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라댔다. 할 수 없이 슈발츠는 두르나 등 노예 중 몆몆을 주제로 어떤 성격인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싫어하는지, 그리고 (비코니아가 가장 궁금해 한 분야였지만)얼마나 아름다운지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 너는 네 노예들을 소중히 여기느냐? "/비코니아


" 아무렴. 뭘로도 바꿀 수 없는 내 보물들이지. "/슈발츠


" 보통은 질리면 팔거나 하지 않나, 노예잖아? "/비코니아


" 아아, 내 노예들은 그런 파는 물건이 아니야. "/슈발츠


" 그럼  나도 너에게 소중히 여겨지고 싶다. 노예로 삼아 다오. "/비코니아


노예제 사회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다른 종족들이라면 상상도 못할 대사겠지만, 비코니아는 무척 자연스러웠다. 드로우 사회에서 롤스의 총애를 잃는다거나 운이 없으면 노예로 떨어지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노예가 된다는 것도 그리 불명예스럽게 여겨지지는 않는다(다만 목숨을 잃을 기회가 높아진다는 무시할 수 없는 결점이 있다). 드로우 사회는 특별히 노예에 대해 관대하지는 않은 사회지만, 재주와 운이 따르면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 그래 삼아 주지. "/슈발츠


" 아아, 기쁘다. "/비코니아


비코니아는 다시 슈발츠 품에 매달려 왔다. 슈발츠 [본인]과는 달리 벨드린은 드로우 남성이라, (드로우 치고는)풍채가 좋긴 해도 그녀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었다. 그러니 비코니아가 벨드린에게 달라붙어 있는 모양새는 마치 역으로[매미에 붙은 고목나무]같아서, 그는 속으로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속으로 불평하고 난처해 했지만, 결국 비코니아가 황홀경(엘프식 잠)에 빠질 때 까지 슈발츠는 계속 그녀를 달래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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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슈발츠가 얼마 없는 행장을 챙기는 동안 비코니아는 여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섹스가 게제하지 않아도 만족했는지, 그녀는 슈발츠에게 친숙하게 어리광을 부렸다. 물론 슈발츠가 [지상으로 나가서 확실하게 안전해지면 그때 내가 덮쳐 주지]라고 약속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이제 하루 정도만 걸으면 지상이다. 그렇지? "/비코니아


" 아아, 아무일 없기만 하면 그렇지. "/슈발츠


물론 지상에 나간다고 확실히 안전해지진 않겠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위협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롤스의 방해 없이 지상의 다른 동지들과도 안전하게 연락할 수 있다. 좋아 죽으려는 비코니아를 몆걸음 뒤에 두고, 슈발츠는 앞장서서 지형과 위험을 파악하며 신중하게 움직였다. 모든 일은 마무리가 중요한 법이다. 그리고 롤스가 아니라도 위협은 얼마든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침착함은 비코니아에겐 믿음직하게 비쳤다.


그날 저녁까지는 별 탈 없이 무사히 지상까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하듯, 공기는 깨끗했고 동굴 한쪽으로 흐는 수로의 물도 신선했다. 슈발츠가 숙영지 자리를 고르는 동안, 비코니아는 물가에서 경계를 섰다.


" 난 귀여움 받고 싶다. "/비코니아


" 쓰다듬어 주길 원하는 거야? "/슈발츠


더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비코니아는 슈발츠의 품 안에 파고들어왔다.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금새 기분이 좋아져서 얌전해진다. 그녀는 이미 200살이 훌쩍 넘은 나이로, 드로우로 치면 햇병아리지만 지상 엘프의 기준으로는 중년 초입이다(물론 엘프는 소년기의 외모가 사망할때까지 유지되는 종족이다. 따라서 [연령대]를 가르는 행위가 어느 정도 까지는 무의미하다). 그런 [다 큰 어른]이 자기보다 작은 남자의 품에 안겨 머리를 쓰다듬어 지면서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양자를 에어리에게 [빼앗긴] 것이 문제였을까.


회상할 때의 내용과 분위기로 미루어보아, 비코니아가 양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슈발츠(즉 벨드린)에 대해서 연애 감정을 느낀 것이 과거의 연애 감정까지 되살아나게 하지는 못한 모양이었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를 되살리는것에는 성공한 모양이었다. 비코니아가 말하는 에어리는 작고 귀여운 엘프 금발 미소녀이며, 거기에 추가로 엄청난 애교 덩어리였다.


그것이 못내 부러웠는지, 그리고 이번엔 버림받기(?) 싫었던 것인지, 비코니아는 적극적으로 교태를 부리고 슈발츠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면서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했다. 그건 어느 정도는 (슈발츠가 좋게 평한) 두르나의 태도를 흉내내는 것이다.


비코니아가 슈발츠를 향해 [부인이 있어도 상관없다. 노예로 삼아 다오]라고 당당히 말할때는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두르나는 교태와 복종이 천성이지만, 비코니아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당당한 롤쓰 교단의 마나님이었을 원래의 그녀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그녀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지상이 가까워졌다는 기대 때문에 제대로 쉬는둥 마는둥 하고, 두명은 다시 움직였다, 가장 가까운 출구는 한 버려진 드워프 탄광이었다. 지난 밤에 본 드워프 순찰은 그 탄광으로부터 파견 나온 자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몰래 지나가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될 것이었다. 도착해 보니, 탄광의 입구(언더다크쪽의)는 비어 있었다. 거기에서 슈발츠는 어렴풋한 피냄새를 맏았고, 그의 마음 속에서 경계 경보가 울려 퍼졌다. 비코니아도 슈발츠의 수화 신호를 받고 잔뜩 긴장한 채로 그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피 냄새의 원천은 탄광의 수갱을 거의 수직으로 흘러 내리는 개울이었다. 개울을 따라 기어올라갔더니, 수십명의 드워프들의 찢기고 박살난 시체들이 널려 있는 동굴 광장에 도착했다. 물에서 피 냄새가 난 원인는 바닥을 따라 흐른 드워프들의 피가 광장 한쪽으로 돌아서 흐르는 개울에 섞여든 때문이었다.


"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군. 기껏해야 하루 이내야. "


드워프들의 사체에 남아있는 흉기의 흔적은 다양했다. 검, 참, 도끼 등과 무척 흡사했다. 어떻게 보면 서로 싸워 죽인 것 같았다. 하지만 슈발츠는 쓰러진 시체들이 손에 들고 있는 무기에는 전혀 피가 묻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살해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사체를 포식한 흔적도 없었다. 어떤 재앙이 드워프들을 스치고 지나갔는지, 슈발츠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드워프들이 몰살해 있는 곳을 지나, 다음 갱도로 가는 동안에도 시체는 띄엄띄엄 이어졌다. 역시 빼든 무기에는 피가 전혀 묻어있지 않은 드워프들의 난도질 당한 시체들이었다. 그리고 갱도 끝에서 갈림길을 하나 만났다. 한쪽은 전형적인 탄광의 갱도, 다른 한쪽은 인간인지 엘프의 것인지 알기 어려운 솜씨로 이뤄진 유적의 벽돌 통로였다. 그 통로 안을 살펴보니 한쪽은 무너져 있었지만 다른 한쪽은 뚫려 있었다. 그리고 통로 언저리에 쓰러져 있는 드워프의 근처에서 집어 든 작은 마법봉은 금속 탐지의 마법을 담고 있었다.


" 이거... 드워프들이 광맥을 찾다가 파낸 모양이군. "


가끔 광맥이 고갈되었다 싶은 광산이라도 기존 광물이 아닌 새로운 광물이 발견되거나, 혹은 기존에 미처 다 채굴하지 못한 광맥이 남아있을 수 있다. 오래된 버려진 광산을 전전하는 드워프 탐험대의 주 목적은 그것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광부로써의 재능과 경험 이외에도, 특정한 금속을 탐사하기 위한 마법 도구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속 탐지 마법이 들어 있는 마법봉으로 금을 탐지한다 치면, 탐지 지점에서 가장 금이 많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것이 정말로 금의 광맥인지, 금화로 가득찬 숨겨진 상자인지, 혹은 드래곤이 깔고 누워있는 금화 뭉치인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때문에 마법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 적어도 이 고대 유적에 금이나 드워프들이 탐낼 만한 금속이 있었나 보군. "


구체적으로 드워프를 끝장내버린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더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슈발츠는 일단 지상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이번엔 비코니아가 고집을 부렸다. 여자다운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게다가 왠지 슈발츠는 비코니아에게 엄하게 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다른말로 비코니아에게 물렀다)


조금 돌아가는것 정도는 괜찮겠지.


통로를 따라 들어간 후, 처음 석실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두동강 난 드워프의 시체가 가로놓여 있었다. 그리고 문을 밀어 열자, 시야가 온통 찬란한 빛으로 채워졌다.


" 미스릴이다. 엄청난 양이야. "


비코니아의 말대로였다. 그 방은 온통 금은보화가 으리번쩍했지만,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미스릴을 가지고 만든 등신대의 드워프 전사의 조각이었다. 그것은 하나가 아닌 여럿이었고, 마치 방의 보물을 수호하는 것 처럼 방의 한가운데와 사방의 모퉁이에 서 있었다.


" 비코니아 아무것도 만지지 마... "


[말아]라고 말을 끝마칠 생각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문에서 가까이의 바닥에 떨어져 있던 보물의 산에서 굴러 나온 보석 브로치 하나를 비코니아가 손에 넣었던 것이다.


우드득... 드드드드...


" 아아, 이렇게 될줄은 알았지. "/슈발츠


" 뭐, 뭐냐, 뭐가 어찌된거냐? "/비코니아


눈 몆번 깜박할 사이에, 슈발츠와 비코니아는 반짝반짝 빛나는 미스릴 무기를 꼬나든 드워프 형태의 [골렘]들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그 미스릴 무기들 끝에는 희미하지만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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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보물창고나 영묘 등 중요한 장소의 지킴이로써, 골램은 굉장히 효율적입니다. 육체적으로도 강인하고, 마음이 없고 대부분의 마법에 면역이라 그것 자체로 강력한 방어자가 되는데다, 먹일 필요도 없고 잠들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법사들이 골렘이나 다른 비슷한 종류의 구조체를 호위병으로 데리고 다니면, 죽이기가 두세 배 힘들어집니다.


이렇기 때문인지, 태이는 마법 물품 이외에도 고렘도 주문생산해서 팔고 있습니다. 유명한 태이 고렘은 목재를 깎아 만든 궁사의 형상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목재 몸체 자체엔 화염에 저항이 부여되어 있어 공격자의 허를 찌르는 데가 있습니다. 이 태이 고렘의 주 고객층은 샘비아 상인들인데, 그들 사이에서는 이 태이 고렘을 몆기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장사가 얼마나 잘 되어 가고 있느냐에 대한 기준일 정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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