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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각관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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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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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어쩔 작정이야


유이치는 교실로 돌아온 츠카사에게 물었지만, 아키와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뭐, 육상부인 아키와 키작은 츠카사의 술래잡기 승부니 당연한 것이다.
츠카사가 아키를 쫓아가려면, 오토바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한은 무리일 것이다.
수업 종료의 벨이 울리고, 내일 다시 아키와 이야기를 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츠카사는 교실을 나갔다.
츠카사를 배웅하고 유이치도 하교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가슴 주머니 휴대폰에서 문자 착신의 진동이 전해져 왔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부활동도 모두 끝났을 무렵, 유이치는 운동장 한쪽에 만들어진 클럽 하우스, 여자 육상부실로 무거운 발걸음을 향했다.
손잡이를 돌려 당기자, 철문이 끼긱 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열리고,


「왔네」


안쪽에서 확실하게 기분이 나쁜 것 같은 아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부르라고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 건 아닌데」


확실히.
어제, 호텔을 나오기 전, 서로의 휴대폰 번호를 가르쳐 주었을 때는 이런 상황에서 연락이 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유이치는 휴대폰 액정에 떠오른 『부활이 끝나고 할 이야기가 있어. 연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육상부실로 와』 라고 쓰여진 아키로부터의 문자를 다시 보고는 얼굴을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야마다하고는 친구로서 이런저런 상담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폰 번호를 교환했는데, 그게……. 일단 들어와」


육상부실은 8첩 정도의 넓이로 안쪽에 로커가 늘어서 있고, 매트나 벤치등이 배치되어 있다.
여자애들이 쓰는 방이기 때문인지, 방 전체에 땀 냄새는 전혀 없고, 나갈 때 누군가가 뿌렸는지 감귤계의 방향 스프레이의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 향기 속에서, 체육복에 부루마라는 연습복 차림으로 벤치에 주저앉아, 영양처럼 날씬하고 예쁜 다리를 늘어뜨린 아키가 혼자서 유이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작정이야!」


부실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아키에게서 조금 분노를 머금은 목소리가 쏘아졌다.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 유이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뭘?」


하고 대답하는 유이치의 목소리도 조금 갈라져 있다.


「시치미 떼지 마. 나랑 츠카사가 사귀는 걸 알고서 나랑 한거지!」

「있잖아」


유이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띄우고


「진정해. 어제 날 꼬신 건 너잖아」


타이르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아」

「실은 나도, 내가 아마노한테 고백해서 유혹당한 건가 생각했거든. 그치만 나, 어제 단계에서는 아마노한테 차이고 있었어」

「……그런가?」


아키는 멍한 얼굴로 표정을 바꿨다.


「역시 몰랐나보네.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거든』 하고 말했어. 오늘이 되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건지, 냉정하게 생각하고 그런 건진 몰라도 아
   침에 사귀자는 말을 들었어」

「그러면……」

「우리가 만나고 섹스한 건 전부 우연…… 이라는 거야」

「「하아∼」」


둘은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침묵이 있은 뒤, 유이치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하야카와, 어제 그런 식으로 행동한 이유가 뭐야?」


또 이어진 침묵.
아키는 토라진 듯한 표정으로, 콘크리트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뜨린 채로 중얼거리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2학년이 되서 조금 뚜렷해진건지, 츠카사가 남자 취향을 말하게 됐어. 최근 들어서 점점 구체적이게 되었고」

「그게…… 아까?」

「응, 키가 크고, 상냥하고, 재미있는 사람. 길에서 야마다를 봤을 땐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키도 작고」

「아마노가 자기하고 비교해서 말한 거겠지」

「응……. 표정이 무섭긴 해도 상냥하다는 건 어제 처음 알았어. 침대에서 그렇게 상냥하게 안아줬으니까」

「거기다 아마노는 나보고 자주 재밌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다른 애들은 무섭다거나 괴짜라고 하는데. 하야카와. 너, 사람 볼 줄 모르네」

「핏」


가라앉은 얼굴로 혀를 찬 아키. 살짝 부풀린 그 옆 얼굴을 보고 유이치는 움찔거렸다.
어제, 섹스가 끝나고 후희를 즐길 때의 아키가 생각났다. 거기서부터 연상된 절정에 오를 때의 모습도.
 

「나…… 츠카사한테 남자란 생물이 얼마나 난폭하고, 천박하고, 제멋대로인 생물인지 가르쳐주고 싶었어. 그치만,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남자
   를 알아야 하니까」

「과연. 그래서 내가 거칠고, 천박하고, 제멋대로인 남자라고 생각했다는 거네」

「그랬는데, 야마다는…… 그렇게나 상냥했으니까. 계획이 전부 어긋나 버렸어」


아키는 벤치에 한쪽 발을 올려 무릎을 끌어안고서, 무릎에 이마를 가져가 대며 쓸쓸한 듯 자학 어린 미소를 띄웠다.


「그래서 그렇게 거칠게 해달라고 한 거구나」

「응……. 내가 남자한테 엉망으로 범해진 다음에 얼마나 심했는지 전해주면, 츠카사도 더는 남자한테 흥미를 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거짓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나한테 엉망진창으로 범해졌다고」

「그건…… 상냥하게 해 준 야마다한테 미안하잖아. 뭐, 엄청나게 범해진 건 사실이지만」

「쿨럭」

「처음인데 빼지도 않고 5번이라니, 너무했어. 허리에 힘이 빠져서 일어나지도 못했단 말야」

「그, 그게……」

「뭐, 나도 엄청 느끼긴 했지만」

「마, 맞아. 하야카와가 엄청 달라붙었고, 보지로 쥐어짜는 바람에 나도 다리에 힘이 없었다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나도 한동안 못 일어났는데
   뭘!」

「끝났나 싶으면 『또 해도 돼?』 라고 물은 건 누군데. 해달라고 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서도」

()「하하……」

「아하하. 아! 이렇게 웃고 즐길 때가 아냐. 우린 연적이잖아」

「아 참.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한 관계야. 우린」

「응, 육체관계가 있는 연적인가……」


다시 대화가 중단되었고, 실내에는 약하게 윙윙거리는 공기조절기의 소리만이 들렸다.
둘은 서로를 욕해도 괜찮은 관계일 것이다.
그런데, 처녀와 동정을 주고 받은데다가, 섹스의 궁합에 있어서는 서로를 최고의 상대라고 인식해 버렸기 때문에 진심으로 미워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의 사이를, 따뜻하면서도 어딘지 쓸쓸함을 머금은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덧글. 확실히 묘한 관계이긴 합니다. 원래는 철천지 원수 비슷해야 할 관계인데, 어쩌다보니 서로의 첫경험 상대인데다 속궁합은 그야말로 발군인 상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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