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은 이야기 10부
"미영 이와 윤아는 내가 달래볼 테니, 오빠는 앞으로 연락하지 마. 잘 가."
말을 끝내고 태연이 울면서 카페를 나갔다.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누워서 멍하니 있으려니,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닌데다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힘든 일 있을 때 위로를 해줄 친구 놈에게 전화했다.
"오! 전나팔~ 이 시간에 웬 전화?"
"헛소리 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술이나 한 잔 먹자."
"왜? 무슨 일 있어?"
낮부터 술을 먹자고 하니 눈치가 빠른 놈이 바로 물어왔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아지트에서 만날래?"
"거긴 아직 안 열었을 테니, xxx에서 만나자. 지금 나올 거냐?"
지금 나올 거냐고 묻는 놈에게 바로 간다고 얘기하고는 집을 나섰다.
xxx에 들어가니 벌써 도착해 시켰는지, 술상을 봐 놓고 찌개를 끓이는 놈이 보였다.
"앉아라."
나를 흘깃 보더니 앉으라며 술부터 한 잔 따라줬다. 고맙다. 친구야, 속상하고 답답할 때는 역시
친구밖에 없구나. 연거푸 몇 잔을 마셨는지, 친구놈이 술병을 뺏으며 안주도 먹으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말했다. 생김새는 산적같이 생겨서는, 뜻밖에 속이 깊고 잔정이 많은 놈이었다.
찌개를 떠먹고 술을 한 잔 더 마시고는 친구놈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미치겠다."
"무슨 일인데?"
"양다리 걸치다 들켜서 X 됐어."
"양다리?"
양다리 걸치다 들켰다고 하니, 놈이 나를 죽일 놈 보듯 쳐다봤다. 이놈아, 나도 나 자신을 죽이고 싶단다. 그래도 친구라고 술잔이 비면 따라주고, 안주 먹으라고 권해주고, 궁금한 게 많을 텐데 내가 말은 안 하고 술만 먹자 대작을 해주며, 내가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실은 어쩌다 소녀시대 애들을 알게 됐거든."
"티파니양이랑 온 거 봤으니 네 말을 인정 하마. 그런데?"
"태연 이를 군대 가기 전에 알게 돼서 편지도 주고받고 면회도 오고 그랬었어."
술을 마시며 태연이를 만난 일부터 애들을 만난 일, 윤아와 미영 이와의 일까지 다 말했다.
"애들에게 미안하고, 할 말은 없고, 속은 답답하고 해서 너와 술이나 한 잔 먹고 싶더라."
"어휴! 조심하지. 양다리가 쉬운 일이 아닌데 멍청한 놈."
놈은 별말 안 하고 술이나 먹고 풀라며 술을 권했다. 그래도 친구라고 내 편에서 위로를 해주는 놈을 보니 눈물이 절로 흘렀다.
"씨발놈. 뭘 잘했다고 쳐 울고 지랄이냐. 마셔라."
자기도 뭐라고 위로할 말이 없는지, 술이나 따라주는 바람에 7시가 되기도 전에 술이 억수로 취했다.
"씨발! 애들에게 미안해서 죽겠다."
"잊어라. 애들 걱정하지 말고, 네 걱정부터 해. 애들은 잘 지낼 거야!"
"그렇겠지? 잘 지내겠지?"
빈속에 술을 몇 병이나 먹었는지, 집에 가려고 식당을 나오는데 걸음을 제대로 걷기 어려웠다.
먹기는 많이 먹었는데, 왜 정신은 말짱한 건지….
집에까지 가기 힘들어 놈과 가까운 여관에 들어갔다.
"넌 들어가라, 난 자고 아침에 갈 테니"
"집에 들어가야 할 일도 없으니 너와 여기서 같이 자고 가련다."
같이 자자는 친구에게 술이나 한잔 더 먹자고 했다. 친구는 다른 말 안 하고, 그러자고 하며 술 사온다고 밖으로 나갔다. 친구가 나가고 나니 눈물이 쏟아졌다. 다행히 친구가 술을 사 가지고 올 때쯤 눈물을 그칠 수 있었다. 술을 먹어도 먹어도 정신은 더 말짱해졌다.
다른 때, 이 정도 먹었으면 치사량을 넘겼을 텐데, 술은 정신력으로 먹는 거라고 누가 그러더니
과연 그런 듯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친구와 해장술을 몇 잔 더 먹고, 헤어져 집에 들어왔다.
속에 있는 말을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진 듯싶었다.
"힘들어도 잊어버리자. 애들이 나를 원망하고, 서로는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억지로라도 잠을 자려고 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아니면 몇 시간? 도무지 잠이 오지를 않아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왔다.
한참을 걷다 앞을 보니 전에 태연일 처음 보게 된 놀이터 앞이었다.
날이 추워져서인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놀이터에 들어가 전에 태연 이와 나란히 앉았던 그네에 앉아서 몸을 앞뒤로 살살 흔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네를 흔들며 앉아 있자니,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태연의 모습이 뇌리에
스쳤다. "강한 애니까 잘 견딜 거야"라고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그네만 흔들고 앉아 있었다.
짧다면 짧은 이야기 part 1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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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설정해 놓았던 시놉상 part1 완결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0부가 짧아서 part 2-1을 따로 안 올리고 이어서 올립니다.
====================짧다면 짧은 이야기 part 2=============================================
part 2-1
누군가 옆 그네에 앉았다.
누구인지 알고 싶지도 않고 볼 기분도 아니어서 그냥 그네만 흔들거리고 있었다.
옆에 앉은 사람도 아무 말 없이 그네에 앉아 발만 까딱거리고 있었다.
"오빠"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앞에는 누가 오는 걸 못 봤는데? 궁금해져서 그 사람을 보았다.
태연 이가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어? 태연이..."
"휴! 전화는 왜 안 받아."
"집에 놔두고 왔나 봐."
"나에게 할 말 없어?"
"......"
아무 말 못 하고 그네만 흔들고 있으니, 태연 이가 답답한지 채근하듯 다시 물었다.
"할 말 없느냐고?"
"......"
"답답하다."
나도 답답해 이것아, 내가 입이 열 개라도 무슨 말을 하겠느냐. 말을 못 하는 내 심정은 다 타들어가서
썩어 문드러졌어.
"가자. 쏘주나 한잔하러..."
태연이 소주를 먹자며 나를 끌고 가까운 포장마차로 데리고 들어갔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손님들은 아직 없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태연히 아니야? 오랜만이네. 요즘 나오는 거 잘 보고 있어."
"고마워요. 아줌마 우리 소주하고 안주 몇 개 주세요."
태연이는 주인아줌마하고 잘 아는지 인사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술을 시켰다.
국물하고 소주를 갖다 주고 아줌마는 안주를 만들러 가셨고, 태연이 내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이 근처에서 살 때 많이 왔었어. 애들하고"
"......"
"말 좀 해라. 답답해 미치겠다."
말을 못 하는 나는 더 답답하다니까. 입이 안 떨어지는데 어떻게 하니?
"에휴~ 오빠! 나 오빠하고 얘기하러 왔으니까, 말 안 하면 그냥 갈 거야."
"......"
"야! 말 좀 하라고.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 들어줄 거 아니야."
말을 안 하는 내가 답답한지, 태연은 자기가 술을 연거푸 따라 먹었다.
"그만, 천천히 마셔."
"어? 벙어리 된 줄 알았더니 말할 줄 아네?"
내가 한숨을 내 쉬고 술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자, 태연이 내 잔에 술을 따랐다.
안주가 나오고, 술을 더 시키고, 술을 더 시키고….
몇 병이나 마셨을까? 태연히 취기가 도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김정훈~ 이 나쁜 놈아~"
태연이 내 이름을 부르며 욕을 하더니, 탁자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그런 태연이를 보며 내가 할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미안해"
죄진 놈이 할 말이라고는 그 말밖에 더 있을까?
"미안하다. 태연아"
태연이 고개를 들고 울먹이며 나를 노려봤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술잔만 쳐다봤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태연을 보니 술을 죽으라고 퍼마시고 있었다.
"저러다 죽지"싶어 술잔을 뺐으니 병째 들고 나발을 불려고 했다.
"잘못했어, 그만 마셔…."
"니가, 뭘! 잘못 한지 알긴 아냐?"
태연은 그 사이 얼마를 마셨는지 혀가 완전히 꼬부라진 목소리로 나를 갈궜다.
포장마차에 슬슬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누가 태연이를 알아볼까 봐 태연 이를 부축하고 포장마차를 나왔다.
걸음도 잘 못 걷는 태연 이를 부축하고 택시를 잡으려 하니, 태연히 나에게 말했다.
"넌 오빠도 아니야."
"그래그래~ 난 오빠 소리 들을 자격도 없어"
"정훈아~"
"그래"
"어디 가냐?"
"너 숙소에 데려다 주려고 택시 잡아."
"그러지 말고 조금만 쉬자. 조금 쉬면 술이 깰 것 같아."
"그냥 가자~ 여기 쉴 데도 없어"
"그러면, 나 못 걸으니까 업고 오빠네 집에 가자. 왜 윤아는 되고 난 안돼?
이놈이 꼬장을 부려도 단단히 부리려고 온 것 같았다. 에휴~ 나 미쳐~
할 수 없이 태연일 업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다행히도 아무도 없었다.
내 방에 들어가 태연이를 침대에 눕히고 나왔다.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내 방에 들어가니 태연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좀 누워 있어."
물은 따라 태연에게 주며 말을 건네니 태연이 서 있는 나를 물끄러미 올려보며 말을 했다.
"오빠. 좋았어?"
"뭐... 뭐를?"
"몰라서 물어? 애들하고 그렇게 노니까 좋았냐고, 더구나 윤아는 고등학생인데."
"......"
"이리 앉아봐."
아까 술 먹고 취했던 게 연극이었는지, 아니면 깬 것인지 지금 말하는 태연이는 술에 취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태연이 시키는 대로 옆에 앉자 태연히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윤아는 오빠와 못 헤어지겠데. 미영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오빠"
"나는 어떡하니?"
"??????"
"몇 년 동안 오빠를 좋아했던 나는 어떻게 하느냐고? 이 나쁜 놈아."
태연이 그 말을 하며 나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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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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