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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짧다면 짧은 이야기 14부




"알아들었을 걸로 믿을게. 이제, 그만 갈 게."

태연과 헤어져 집으로 갔다. 당분간 못 만난다고 보고 공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애들과 만난다고 공부를 너무 소홀히 한 기분이 들었다. 4학년 때는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어, 3학년 때 어느 정도 해 놔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공부할 시간이 없을 듯했다.
"차라리 잘된 건가?" 공부나 하자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지나고 희망찬 2009년이 왔다. 아! 연말 연초면 늘 하는 소린가?
어쨌거나, 애들은 전화할 시간도 없는지 며칠 동안 문자나 가끔 보낼 뿐이고, 친구놈들은 알바 아니면
공부하느라 바빠서 연락도 뜸해졌다.
놀아 줄 사람들이 바빠서 같이 놀 사람들이 없으니, 연초에 세운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매일 도서관 가서 밀린 공부를 하고, 학원가서 토익 준비하고, 가끔 인터넷 들어가서 소덕후 짓도 좀 하고 하다 보니, 벌써 애들을 못 본지 보름이 넘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미니앨범이 발매됐다. "음! 별로인 거 같은데 계속 들으니 중독성 있네"
3일후 컴백 방송한다니 닥본사 하기로 하고 컴퓨터를 끄고, 운동 겸 산책 겸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어슬렁거리며 도서관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찬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었다.
춥기도 하고 마음도 싱숭생숭해서 집에 들어가려고 준비해서 도서관을 나왔다.

집에 다 와가는데 오랜만에 덕후A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웬일이냐? 언제 들어 왔어?"

"지금 공항이다. 우리님들 컴백 첫방 한다는데 본사해야지."

"지랄? 원래 2월 중순쯤 온다고 하지 않았냐?"

"그랬는데 아빠가 들어오라고 하잖아. 기왕에 당겨서 들어올 거, 울님들 컴백 방송 맞춰서,
며칠 당겨서 들어온 거야."

"미친놈! 피곤할 테니 푹 쉬고, 내일 통화하자."

"야!"

"왜?"

"컴백 방송 방청권 구할 수 없어?"

아! 이 덕후놈 그러니 니들이 덕후 소리를 듣는 거야~ 팬 클럽에 가입을 하던가. 아! 니들 원래 원덕이었지. 못 들은 척 끊어 버렸다.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덕후놈이 한 소리가 황당한 거 같지만은 않았다.
"음! 미친 척하고 구해 달라고 해볼까?" 나는 생각나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행동력 강한 남자,
태연이에게 하려다가, 그때 들은 말이 생각나서 윤아에게 문자를 했다.

-보고 싶다. 안 바쁘면 전화해줘~

바쁜지 한참을 기다려도 전화가 안 오길래 포기하고 전철을 탔는데 전화가 왔다.
사람은 억수로 많은데, 전화 받으려니 깝깝했다. 그래도 문앞에서 휴대폰을 코트로 감싸고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왜 하라고 했어? 아까는 연습 중이라 못 봤어."

"니네, 낼 모레 음악 중심에서 컴백하지?"

"응. 근데?"

어째 전화받는 게 심드렁하게 받는 듯싶어, 방청권 얘기는 안 하기로 마음을 먹고 말을 돌렸다.

"방송 잘하라고, 안부 전화 한 거야."

"응. 고마워. 나 연습 해야해서 끊는다."

"그래"

사람이 눈에 안 보이면 멀어진다고 하더니, 내가 그런 듯싶었다.
친구놈에게 문자를 날려 표 못 구했다고 하고, 쓸쓸히 집에 바로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미영이가 보고 싶어졌다. 눈웃음이 예쁜 아이, 나를 보고 웃어주는 미영의
눈웃음이 보고 싶어 졌다. 전화를 할까 하다 앨범 나와서 정신없을 테니 문자를 보내보기로 했다.

-미영아 시간 날 때 문자 해줘~

문자를 보낸 후 , 얼마 안돼 미영이가 보낸 문자가 바로 왔다.

-지금, 시간 나요. 눈웃음퀸 xxx-0000-0000

문자를 보자마자 미영에게 전화했다. 미영이 바로 받았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못 본지도 꽤 돼서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고 해서..."

-앨범 땜에 무척 바빠요. 그래서 문자도 못 했어요.

"낼 모레 방송하지?"

-네, 지금 연습해요.

"바쁜 거 같은데 그럼 끊자.

-오빠! 할 말 있으면 해요. 지금, 시간 있어요.

"음~~ 그럼 너 셀카 한 장 보내줘, 활짝 웃는 거 하고 눈웃음 짓는 거."

-지금요?

"지금 아니라도 시간 날 때."

-알았어요. 예쁘게 찍어서 보낼게요. 사랑해요~ 쪼~옥~

"나도 사랑해. 끊을게"

미영이하고 통화를 하고 나니 우울한 기분이 사라졌다. 미영이 생각만 해도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조금 있으니 사진이 여러 장 도착 했다.

-급하게 찍어서 예쁘게 나온 게 몇 장 안 돼요. 시간 날 때마다 전화할게요. 눈웃음퀸 xxx-0000-0000

사진은 다 예뻤다. 포즈도 다양하게 찍어 보냈다. 맨 마지막 사진은 샤워실에서 거울에 비친 사진이었다. 상체만 찍었는데 브래지어를 벗고 가슴을 모으고 팔로 살짝 가린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오빠만 보세요. 눈웃음퀸 xxx-0000-0000

헐! 잘못해서 유출되면 어떡할라고... 사진을 보고 감상평을 미영이에게 보냈다.

-사진이 다 예쁘게 나왔어, 특히 마지막 사진보고 놀랐어. 조심해서 보관할게.

-오빠, 보고 싶어요. 아! 지금 연습 시작해요. 빠~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해놓고 싶었지만 큰일날 게 뻔해 깊숙이 저장만 해 놓았다.
다른 사진을 몇 장 팬카페에 올리려다, 혹시 싶어 일단 보류하고 미영이를 좋아하는 덕후B놈에게
문자를 보냈다.

-티파니 레어 사진 겟 했는데 관심 있으면 문자하3

이놈 알바 중일 텐데, 문자 확인하자마자 보냈는지 총알같이 문자가 날라들었다.

-님 레알이삼~ 영철

- 못 믿겠으면 말아라. 찍은지 한 시간도 안 된 따끈따끈한 거다.

-님, 공유 부탁염~ 영철

알바 중에 숨어서 보내는지 문자가 짧았다. 선심써서 눈웃음 짓는 걸로 한 장 보내줬다.

-헉! 레알 레어네 님 감사염. 나중에 월급 타면 한잔 쏘겠음 영철

좋긴 좋았나 보다. 월급 타서 쏜다는 거보니. 원덕이었다가 지난번에 미영이 실물을 한 번 본 후부터 소덕으로 갈아탄 놈이라 미영이를 제일 좋아했다. 다음에 보면 제수씨라고 부른다는데 내가 지놈보다 생일이 빠른데, 형수라고 부르라고 해야지...

요번 미니앨범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지금 7주 연속 1위인데 이 추세라면 한두 번은 더 할 듯싶었다. 보려면 숙소 근처에서 볼 수도 있었지만 조금만 참기로 했다.

전부들 지쳤는지, 일주일간 문자도 없었다. 지치기도 하겠지, 준비부터 따지면 3개월 이상을 쉬지도 못 하고 일하는 걸 텐데...

드디어 gee 가 1위에서 내려왔다. 9주 연속이니 할 만큼 해먹고 내려온 거다.
기록이기도 하고, 애들이 드디어 날개를 활짝 펴고 날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사이 나도 개학을 하고 새내기들이랑 선후배들과 모여서 술 마시고 얼굴 팔러 다니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다. 늙었다고 퇴물취급하는 바람에 실속은 별로 없었지만...

뮤뱅에서 다비치에게 1위를 내주고 내려왔지만, 아직 활동 중이라 만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가끔 윤아가 전화를 했지만, 이제는 전의 그 애틋한 감정이 많이 퇴색한 듯싶었다.
그래 윤아야 너도 좋은 사람 찾아야지. 넌 아직 어려서 좋은 사람 만날 기회가 앞으로
무궁무진할 거야.

결과적으로는... 다 헛소리였다.

휴식기 접어들자 하구헌날 나오라고 불러대는데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나중에는 휴대폰을 꺼 놓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 말하면 다한 거다.

나의 작은 반항은 윤아가 집으로 찾아오며 끝났다. 이 독하고 끈질기며 머리도 상당히 좋은 계집애는 내가 전화를 며칠 동안 꺼 놓자 집으로 찾아와서, 내가 집에 올 때까지 버티고 있었다.

엄마는 티브이에서나 보던 예쁜 계집애가 나를 찾아 집에까지 왔다는데서 상당히 고무가 돼 있었고
그날부터 윤아는 우리 집에서 며느리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헉! 너 우리 집에 웬일이야?"

"오빠 휴대폰이 꺼져서 연락이 안 되잖아. 그래서 찾으러 왔지."

"넌 여자친구보고서도 할 말이 그것밖에 없니. 지 애비 닮아 무뚝뚝하기는."

엄마는 내 타는 속도 모르고 옆에서 불을 활활 지피고 있었고, 윤아 고 깜찍한 것은 온갖 내숭은 다 떨고 있었다. 난 윤아의 손을 잡고 내방으로 데리고 갔다.

데리고 가서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윤아는 "한 번만 더 전화 꺼 놓으면 죽인다"는 멘트 하나로 쿨하게 나를 용서해줬고, 다음 날부터 윤아는 우리 집의 무상출입권을 갖게 되었다.



*시간을 약간 앞으로 넘기고,  윤아와의 전개라 part 2-5랑 붙여야 해서 짧지만 올립니다.

*대화체와 문자, 독백은 문맥상 문법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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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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