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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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0話 개념원리학습……어?!
53.
내가 황궁에 데려왔던 녀석, 백원만이라는 이름과 베이라는 애칭을 가진 이고깽 녀석은 순탄하게 실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여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절진으로 보호받고 있는 황궁 밖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기사들이 보면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른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개념이 없으니 개념차게 싸우지는 못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단순한 돌격 바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제는 정면으로 맞붙어 싸워보지?”
“미쳤냐. 칼도 안 들어가는 녀석과 싸우라고?”
이제 녀석은 촉수괴물이 있는 ‘시간과 공간의 방Ⅱ : 조교실’로 떨어져도 땀을 흘리지 않으면서 도망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물론 반항하는 마왕도 도망치지 못하면 일격에 제압해버릴 정도의 능력이 있는 촉수괴물이니 정면으로 맞붙을 생각은 전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저래서야 어디 실력이 늘겠어?
“이것이 금나수법……이렇게 잡으면 이렇게 풀고 이렇게 풀려고 하면 이렇게 잡고…….”
그래서 몇 가지 기술을 가르쳐주었더니 따라하기는 또 잘 한다. 그 기술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인지 이제 촉수괴물이 급습을 하여 간극에 그의 몸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사히 몸을 뺄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전까지는 이 녀석, 이를 앙다물고 발버둥을 쳐댔으니까. 그리고 녀석은 그 와중에 공중에서 방향을 꺾는 방법까지 배워서 나를 잠깐 고민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형환위以形換位을 가르쳐주었던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떠올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녀석이 흑마법사가 되기 싫다는 의지 하나로 이루어낸 기적……이라고 결론을 내리려야 했다.
“훗, 나 잡아봐라!”
덕분에 녀석이 나를 놀리고는 이런 짓들, 그러니까 70년대 로맨스영화를 빙자한 테러를 감행하는 일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다시 말해봐. 잡으면 용치?”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살려주세요.”
열받은 나에게 조금의 매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더 삐뚤어졌다. 이 녀석, 개념 찾으라는 사랑의 매의 효과를 받지 못하다니! 불쌍한 녀석이다.
“고깽아 고깽아 개념줄게 무개념다오. 고깽아 고깽아 개념줄게 정줄놓다오…….”
“……개념원리? 수학의 정석?.”
뭐, 노래를 불러도 안되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쓰는 말이라며?”
“정말로 포기하는 거다. 알아서 해라.”
내가 손대면 개념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녀석을 보면서 고개를 살짝 저은 후 녀석을 황궁 밖으로 일단 내보내보았다. 아무래도 황궁에 있으면 앞으로는 아예 쓰도 못할 잡놈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밖으로 가면 이번에는 잃어버렸던 개념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황궁에서 나가니까 또 얼추 개념을 찾네…….”
그리고 오히려 힘을 제한시켜두고 황궁 밖으로 내보내었더니 사람들과 또 잘 지낸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도 같으면서도 인기가 없는 걸 보면 또 뻗쳐오르는 리비도를 참지못하는 똥개, 종마 모드가 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다. 혹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자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세상에 드문 것도 아니고 억지로 여자를 추행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꼬시고 있는 상황이니 내버려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번 만난 여자는 그 후로 녀석에게 눈길도 안돌리는 것이 포인트지만.
“조금 더 있으면 소문은 알아서 퍼지겠군.”
녀석이 토끼라는 소문이 말이지. 그것도 3초면 충분한 토끼. 어떻게 아느냐고? 그 녀석과 하룻밤을 지낸 여자가 다시는 녀석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은가. 덕분에 녀석은 매일 어딘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스스로도 지금의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녀석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고 나에게 찾아와서는 해결 방법을 묻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개념을 되찾는 일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게 되겠지.
.
.
“저기…….”
그리고 내 예상대로 한 달이 채 못 되어 녀석은 나를 찾아왔다. 이제 슬슬 넣자마자 전사해버리는 토끼라는 소문이 나서 여자들이 상대도 해주려고 하지 않을 때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레벨업이 극렬하게 필요한 때라는 것.
“가만히 자리를 잡고 앉아, 일단 마음의 수양부터 하자구. 아무래도 육체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그 정도로 짧다면 어딘가 마음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 옳을테니까 말이지.”
그리고 내가 이 녀석에게 개념을 주입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지. 말똥말똥한 눈을 뜬 녀석에게 미소로 자신감을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감각을 둔하게 한다. 소드마스터로서 쓸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가장 먼저 CD를 생각해볼 수 있지. 콤팩트 디스크라고 생각하면 때린다. 콘돔이다. 이 녀석이 있다면 어느 정도 자극을 줄일 수 있으니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거다.”
녀석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개념을 되찾는 길을 선택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 나는 기쁜 나머지 쉽게 녀석에게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 해결방법이 바로 감각을 둔하게 하라는 것. 의술을 이용해 감각을 둔화시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녀석의 능력으로는 함부로 가르쳤다가는 도리어 고자가 되는 수가 있으니까 말이지.
“여기에는 그런 거 없잖아?”
“검기를 쓸 줄 알면 주먹에도 오라를 쓸 수 있다는 걸 알텐데?”
그러니까……크흠! 내가 더 설명을 해주어야 하냐! 척하면 착하고 알아들어랏!
“오오, 그런 방법이!”
다행히도 녀석은 잘 알아들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나는 또 하나의 꼼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네가 한 번 오러를 쳐서 안된다고 하면 말야. 두 번, 세 번……네가 중첩할 수 있을 정도로 오러를 쳐봐. 물론 상대가 다치지 않게 세심한 컨트롤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 그 컨트롤에 대한 심득은 여기에 있으니 부지런히 배우고 말야. 지금 네 상황에서 다섯 번만 중첩할 수 있더라도 넌 보통 사람과 비슷할 거다.”
물론 다섯 번까지 중첩하려면 그랜드마스터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녀석은 이고깽이고 지금 녀석의 수준이라면 두 번 정도 중첩이 가능한 상황. 말하자면 30초 정도랄까. 그래도 토끼이긴 하지만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희대의 정력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봐야 나보다는 안되겠지만.
“그런데 지금 나는 힘을 제한 받고 있는데 말이지.”
거기에 이런 문제도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의 해결방법.
“그러니까 콘돔을 쓰라는 말이지.”
“없잖아.”
“필요하면 만들던가.”
“캬아악!”
물론 무리였습니다라고 말하기에는 그래도 아는 것이 많은 녀석이니 알아서 할 것이다.
“두번째, 테크닉. 물론 이건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므로 일단 이걸 볼까?”
incoming폴더를 더블클릭. 1979년까지 살다가 넘어온 녀석이라 그런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내가 하는 행동을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는 중이다. 녀석이 컴퓨터에 뜨는 화면을 보고 ‘마법인가?’라고 중얼거리고 있을 정도다.
“오오……이것이로구만.”
수만 수천의 노모, 80……테라바이트 동영상 파일 중에서 내가 목적하던 녀석을 찾아서 더블클릭. 그리고 녀석의 귀에 이어폰을 끼워주고는 녀석이 도망갈 수 없도록 의자에 붙들어 매어버린다. 그리고 잠시 후, 녀석은 잠시 나를 저주하더니 곧 잠잠해져서는 화면에 집중한다. 그리고 꼼짝도 할 수 없는 몸을 원망하는 듯 입에서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뭐, 실컷 배우라고.”
녀석이 눈이 빠져라 바라보는 일본산 노모AV를 재생한 채로 방문을 걸어두고 - 녀석이 있는 방은 비밀의 방에서도 또 문을 하나 더 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 밖으로 걸어나왔다. 한동안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는 포박도 문도 풀리지 않고 열리지도 않을테니까 먹을 것만 밀어넣는다면 충분할 것이다. 담배를 태우는 대신 커피 비슷한 것을 마시는 ‘나’들을 지나쳐 오며 나는 녀석이 깨달음, 즉 개념을 되찾아 아름답고도 건전한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란다. 좋은 여자를 만나서 만족할 만한 삶을 살게 되길.
“이 새끼가!”
하지만 녀석이 온 방을 티슈의 무덤으로 만들어버리는 통에 녀석에게 컴퓨터를 주고 쫓아내버렸다. 이걸 깜빡하다니. 내 방이 더럽혀졌어.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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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왠 컴퓨터냐. 여기에 대해서는 길고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것은 녀석에게 개념을 가르치려고 할 때의 일이었다. 컴퓨터라는 희대의 발명품을 다시 내가 접하게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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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세상은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인연이 아니었던 듯 백원만, 아니 베이라고 불리우게 된 이고깽 녀석의 갱생은 힘들었다. 아니, 갱생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녀석의 개념은 마치 아마존 강의 열대우림이라도 되는 듯 빠르게 사라져갔다. 마치 이것이 법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제기랄.”
내가 노력해서 되지 않는다면 일단 지켜볼 수밖에. 그러나 이미 개념의 수복은 지난한 일이라는 것처럼 녀석의 개념은 한국에서 호랑이가 멸종되듯 순식간에 사라져가고 있었다. 최소한 나와 처음 만날 때 정도의 개념은 가져줘. 그것이 나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신에게 기도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그건 나도 안되는 일이야.’
그리고 그 신은 기도에 화답했지만……이런 대답을 돌려주었다. 신도 어쩔 수 없다니!
‘왜 있는 겁니까. 신.’
‘그러게. 나도 왜 있는지 모르겠어.’
풀이 죽어 있는 여신 노르텔과 그 동료신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쉰다. 신마저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냥 내버려두자. 하지만 녀석이 날뛰는 걸 볼 수도 없고 하니 어떻게든 제약을 걸어두는 일이 필요했다. 따라서 귀찮음에도 친히 녀석을 귀갑묶……이 아니라 힘을 제한시키는 저주를 걸어버렸다. 그리고 함부로 나돌아 다닐 수 없도록 묶어두기도 했다.
“이것 풀지 못해!”
“어쩔 수 없어. 아무래도 넌 저주받은 이고깽인 모양이니까 말야.”
뭐, 그래도 개념을 되찾기는커녕 점점 없던 개념 만들어두면 일단 수출을 외치는 녀석이었다. 말 그대로 우이독경牛耳讀經, 소통불가疏通不可라고나 할까?
“어쩐다. 불치병이라도 걸린 것 같네.”
어쨌든 문제였다. 그리고 고민이 되었다. 안된다면 정신을 파괴하고 새로운 인격으로 갈아치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 녀석이 마왕도 아니고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라 체리와 수지를 만들었던 방법을 쓰기는 꽤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존재인 아버지에게 가서 물어보았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에라이.
아버지도 안된다고 고개를 젓는 것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아버지가 개념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새로운 이고깽이 왔더니 아버지는 개념이 충만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과연 아버지는 그래도 개념이 있는 이고깽이었던가.
“세상사 제 마음대로 되는게 있다면 그곳이 지옥이지 천국이겠냐.”
“묘한 말입니다만.”
게다가 오래 살다보니 현기가 넘치는 것 같은 이야기까지 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아아, 이것이 이고깽이 그럭저럭 개념을 차렸을 경우 이룰 수 있다는 바로 ‘긍정적인 이고깽’? 어쨌든 스스로의 개념을 찾아낸 아버지가 포기할 정도라면 이 녀석은 구제 불가능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가능성은 있겠지만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그곳은 지옥일 거야”
그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쓰게 웃어주는 아버지를 보면서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금방 결론을 내린다. 내가 바라는 것은 간단했다. 나의 행복, 그리고 나의 행복을 깰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 개념을 찾고 조용히 사는 것. 그런데 녀석이 개념을 찾으려면 아무래도 나와 떨어져있어야 할 것 같다. 고로 포기하자는 생각을 한다. 녀석이 노력하는 만큼 나도 강해지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말이다. 그 녀석을 포기하는 김에 이 아비와 함께 게임을 하지 않겠냐.”
“대체 이런 건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포기하고 나자 주변의 환경이 달라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잠시 살펴보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그 무엇인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이상하긴 하지.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이러하다. 동, 서, 남쪽을 향해 뚫린 창문에서는 햇살이 환하게 비치고 있다. 그리고 창문을 가리지 않게 담쟁이가 얌전하게 둘러 있다. 방 한가운데에는 힘을 낭비하는 가장 좋은 예인 인공분수, 방의 주인의 힘을 빌려 물을 내뿜는 분수가 있었고 그 분수대에는 오리 몇 마리가 물에 흔들리면서 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오리들이 물에 흔들리면서 놀고 있는 분수대 안에는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물과 거기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있다. 북쪽의 벽면을 두르고 있는 책장에는 살짝 고풍스럽기는 하지만 잘 보존된 책들이 어지럽게 꽂혀있다. 보나마나 어머니들이 그 광경을 보면 한숨을 쉬며 원래대로 깔끔하게 정리를 할 것이다. 그리고 책장의 앞에는 아버지의 책상이. 그리고 그 책상의 옆에는 손님이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있다. 천장에는 조명을 담당하는 마법등이 기품있는 장식을 달고 있으며 천장의 네 귀퉁이에는 아름답다는 이유로 귀족들 사이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네엠마’라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물론 바닥은 온통 잔디밭. 돌이 없는 바닥이라 맨발로 디디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방이 워낙 큰 탓에 기둥이 몇 개 서 있는데 그 기둥들은 모두 나무다. 어머니인 아라니엔이 기르는 녀석들로 녀석들은 천장을 받치고도 모자라 천장을 자신들의 꽃과 잎으로 장식하고 있다. 아버지의 방에서 살고 있는 새들은 바로 이 녀석들에게서 먹이를 얻고 있다. 전체적으로 평화로운 숲속의 풍경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아버지의 방이다.
달라진 것은 딱 하나다. 아버지의 책상에 이곳에 있어서는 안되는 물건이 하나 있다는 거랄까. 암만 봐도 그거다. 분명히 내가 1년하고도 몇 달 전에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버지의 방을 잠시 들린 적이 있었는데 이런 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째서 컴퓨터가 여기에 있는 겁니까? 트랜지스터도 아직 못 만들고 있는데?”
“이 아비에게 불가능한 것이 있더냐?”
히죽 웃는 아버지 녀석의 멱살을 잡고 출처를 묻고 싶은 것을 꾹 참는다. 대체 전기는 어디서 끌어오는 거냐! 어째서 인터넷이 되는 거냐!
“당연히 사왔지. 전력은 마법으로 해결. 인터넷이 되는 건 그쪽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전파가 잡혀.”
무선 인터넷이구나……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어?
그렇다면 전부터 나에게 주었던 그 암흑의 통로를 이용해서 받았다는 그것도?
“자동으로 돈이 이체되는 카드를 이용해서 캐쉬를 충전한 후……커억!”
“연결되어 있으면 정품을 사! 그러니까 패키지 게임이 몰락하는 거 아냐!”
잠깐만 연결되어 있다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저쪽과 이쪽……통로를 만들어둔 겁니까?”
“응. 그랬지.”
눈을 반짝이며 ‘나 잘했지? 칭찬해줘.’라고 말하려는 아버지……아니, 이 웬수같은 인간을 향해 나는 분노를 표출했다. 말하자면 때렸다는 이야기다.
“아비를 때리다니! 난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인간아!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렇게 망쳐놓고 할 말이냐!”
이제야 별 일도 없었는데 그 녀석이 이 세계에 넘어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말하자면 이 인간이 ‘게임 좀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벌인 일에 휘말렸다는 것. 다소 시간적인 오차는 있었지만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었다면 그곳에 가서 통장도 개설하고 카드도 만들었고 컴퓨터도 구매했던 아버지가 한강 쪽의 연결통로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귀찮아.”
아까 전까지 존재하던 개념은 어디로 간 건가요.
아무래도 내가 곁에 있으면 이고깽들에게서 개념이라는 것이 사라지는 듯, 현재 개념이라는 것을 상실한 아버지에게서 개념이라는 것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을 벌였으면 책임져!”
“귀찮다니까 그러네. 쩝.”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것도……없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 녀석과 아버지를 통해 알아낸 것이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 앞에 있을 때와는 달리 내가 곁에 있으면 이 두 사람의 개념이 사라지는 현상을 보인다. 내가 곁에서 사라지면 다시 개념을 찾는 아버지와는 달리 사라진 개념을 찾지 못하는 녀석이라는 개인차는 존재하지만.
“알았어.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두도록 하지.”
어쨌거나 내가 계속해서 갈구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 그 모습에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묻는다.
“거, 통로라는 곳. 저도 갈 수 있습니까?”
“네가 뚫어. 본인 아니면 발도 못 들인다.”
아, 이럴 수가. 전생의 고향에 갈 방법이! 스타4와 디아블로7이!
“그러니까 어둠의 루트.”
“개념 좀 차려!”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을 몰락시킨 루트를 감히 권하는 아버지에게 태클을 넣으며 혼의 외침을 쏟아낸다. 하지만 살릴 한국 패키지 시장도 내가 넘어올 당시에는 거의 없었으니까……하긴, 패키지 게임으로 만들다가 온라인게임으로 만든 것도 있었지……가 아니라 가고 싶다! 한국! 김치 먹고 싶어! 된장찌개 먹고 싶어!
“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걸로 좋으려나.”
하지만 방법을 알면 느긋하게 연구해도 되니까. 뭐, 급박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잘 안되는 수도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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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네 방에도 있으니까, 잘 해보라고.”
책임져라, 귀찮다라는 언성을 높인 말다툼이 어느 정도 끝나고 아버지가 뚫은 통로를 내가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침울해져 돌아서려는 나에게 아버지는 그런 말을 했다. 말하자면 공범이 되자는 이야기였다. 뭐, 나도 저쪽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으니까……나는 받아들인다. 거래 성립이다.
“뭐……이왕이면 정품으로 게임소프트 부탁드립니다.”
“일제는 정품 살 생각 없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네놈도 아랫도리 친일파인 모양이군.”
“그런 겁니다.”
묘한 합의점을 도출하고서는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던 우리는 서로를 향해 씨익 웃어주고는 고개를 돌린다. 일단 서로가 데이터를 찾는 일을 분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걸 어떻게 분담했느냐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눈으로 대화했다.’고 말하면 되겠지.
“일단 웹서핑부터 해볼까.”
이런 곳에 있어서 실제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구입할 수 없는 나로서는 당연히 암흑의 루트를 알아내기 위해 눈을 빛내었다. 30분, 30분만 검색하고 살펴본다면 충분하겠지.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아버지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된다.
"호오, 발매가 되었던가. HOI3(Hearts of irons3)"
"거기에 유저가 만든 모드도 추가합니다.“
“좋아. 그렇다면 나는 고전게임을 2편…….”
“가가프 트릴로지라면 2015년에 멀티엔딩시스템에 3D그래픽으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그래봐야 하얀마녀, 게르드가 자신을 희생하고 다시 자신의 영혼까지 희생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지만요. 아무래도 가가프 트릴로지에서 가장 백미로 꼽힌 장면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너무 외국 쪽 게임만 즐기고 있는게 아니냐고?
“창세기전 리메이크는 언제 나온다더냐?”
“글쎄요. 돈 떨어지면 하려나봅니다.”
“쳇. 역시 서비스 중단된 테XXX버 온라인 프리서버나 해야 하나.”
“전 서비스 중단된 라XXX크 온라인 프리서버나 하렵니다. 서버 운영해도 됩니까?”
“그거야 너 마음대로 하거나 말거나.”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제발 리메이크 좀 해줘.
“훗, 네 녀석이 마족을 고른 이유는…….”
“훗, 나중에 봅시다. 열심히 키워서 이겨드리지요.”
물론 아버지가 ‘따라올 수 있겠나?’라고 등짝을 보이는 바람에 욱해서는 시작해버린 게임들, 말하자면 아X온3라거나 리X지4같은 국산온라인 게임들이 있으니 곧 내 방은 피시방처럼 변해간다. 웅웅대는 컴퓨터, 실존하지 않는 담배와 담배연기, 그리고 커피. 컴퓨터 여러대를 한꺼번에 돌리는 내 비밀방은 곧 음산한 포스를 잔뜩 풍기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분신술을 그런 용도로 쓰지마! 어째서 10개 캐릭터를 한꺼번에 돌리고 있는 거야! 작업장이냐! 작업장이냣! 그보다 계정비를 왜 내 카드로 충당하는 거냐!”
“쳇.”
아버지에게 들키는 바람에 여러 가지로 제한을 받기는 했지만 일단 아버지를 PVP로 이겨버렸으니까 만족할까나. 이제는 슬슬 하면서 다른 게임들이나 컨텐츠물을 즐길 때이니까.
“화면만큼은 제법 리얼하게 되었고……움직임에도 자유도가 붙고 있고……. 이제 남은 건 가상현실온라인게임인가.”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전 그냥 고전게임이나 하렵니다.”
“칫.”
그리고 아직 가상현실온라인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이 내가 컴퓨터를 다시 만지게 된 사연이다.
54.
그런데 잘 되려나 싶을 때면 꼭 일을 망칠 무엇인가가 방해를 놓게 마련이다. 명칭은 아니지만 호사다마라고, 이런 비슷한 현상에 대해서는 선현들이 사자성어로 잘 정리해둔 것이 있긴 하지만 이런 현상을 어떤 법칙이라고 칭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그냥 호사다마라고 부르는 것이 제일 좋으려나?
“에?”
“난입? 누가?”
황궁에 누군가가 난입했다. 놀라운 일이다. 용사와 그 일당(……)들이 포진해있고 지금까지 수많은 암살자들이 들어와서는 여성으로 변모해버린 이 지옥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니. 황실 가족 모두는 이 기괴망측한 사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즐거움을 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황실 가족들의 호의어린 감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황궁에 있던 그 어느 누구도 난입한 이 인물에게 저항하지 않았다. 물론 이 사람도 저항할 정도로 위협하지는 않았지만.
“하아?”
“우리에게는 관심이 없다잖아. 혹시 너 바람 피웠어? 그래서 버림받은 저 여자가…….”
“그럴 리가 없잖아. 차라리 아버지가 그랬으면 모를까.”
그 누군가는 여자. 일단 몸매가 굉장히 밋밋한 편이라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여자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구별은 기가 막히게 잘하는 아버지가 판단한 것이니 틀릴 리는 없다. 뭐, 대강 그 능력은 그랜드마스터 직전에서 벽에 막힌 소드마스터로 보이고 하는 행동을 보면 꽤나 고생을 한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물건을 훔치려고 한다거나 황궁의 인물들을 암살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찾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현재 황궁에서는 때 아닌 대청소에 주력하는 중이다. 대청소를 하게 되면 창고에 있던 물건들을 모두 꺼내놓게 되고 그렇게 되면 황궁 내에 남은 비밀은 거의 없게 된다. 물론 숨긴 것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정말로 숨기는 것 하나 없이 모두 꺼내 펼쳐두고 찾는 것이 있다면 알아서 찾아가라는 의미로 벌이는 일이다. 하지만 없어진 것은 없었다.
“흐음, 찾는게 뭘까…….”
“여자라…….”
하지만 이런 고민에 골치를 썩이고 있는 나에 비해 여자라는 말에 눈을 빛내는 인간이 있었으니……희대의 탕아, 지금처럼 황제가 아니라 예정 그대로 은거나 했다면 필히 여자들의 질투와 질시, 그리고 서로간의 다툼에 죽어갔을 인간, 세인 아슈레이라는 남자가 바로 그였다. 방금 눈에서 광선이 나왔어! 어딘지 모르게 분홍빛의 크고 굵은 빔이었어!
“어머님들이 화냅니다. 그런 눈 하지마세요.”
그 눈에서 나온 빔이 신경에 거슬려 투덜대려니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다는 눈을 한 아버지가 결국은 사고를 치려고 한다.
“훗, 가끔 그런 별식도 맛보고 싶……쿠억!”
“인간아!”
사고를 치려고, 그러니까 당장이라도 황궁을 침입한 여자라는 존재를 찾아서는 꼬셔볼 생각을 하려는 모습을 보고 어딘지 모르게 울컥하여 때려눕힌다. 누군가가 보면 아버지에게 버릇없다고 말하겠지만 이 인간에게는 이 정도가 딱이다.
어쩐지 내 앞에서만 개념없는 소리를 해대는 것 같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훗, 아들아. 너는 남자의 로망을 모르……케엑!”
“그딴 로망 몰라도 된다고!”
이런 인간을 어째서 어머님들이 좋아하게 되었을까. 하도 궁금해서 어머니, 아라니엔께 여쭈어보았다.
“솔직함?”
“솔직하다라기 보다는……아버지라서 다른 말은 못하겠군요.”
만화에서 볼 법한 커다란 혹을 달고 쓰러진 아버지를 보면서 방긋 웃는 어머니, 그 눈길에는 따스함이 어려 나의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가 안타까워하거나 말거나 방긋 웃는다.
“하지만 솔직히 친구가 많이 생기게 되니까 좋은데?”
“……소유욕 따위는 없는 겁니까.”
“적당할 정도의 소유욕이면 충분해. 애초에 잡으려고 하면 도망갈 사람이고, 자격없는 사람에게 질투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잖아. 그리고 지금 이 이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자격이 충분하니까 말야.”
대체 그 자격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것 같다. 콩깍지가 단체로 씌였다는 것.
“훗, 그렇게 콩깍지를 씌워서는 아직도 사랑받고 있는 나는 인생의 승리자!”
“네, 네. 훌륭하십니다.”
이것도 이고깽의 기연이라고 해야 하려나.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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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법칙
진과 가까이 있는 이고깽은 개념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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