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姬, 歌月十夜] 이 여름, 너를 놓아주지 않는 밤 (2/3)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학원의 생활은 학교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시간표대로 수업을 받는다.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모의 시험을 쳤다. 향후 자신의 진로를 참고하는데 아주 좋다고 한다.

 

「……」

 

 3일 후, 이미 그 결과가 되돌아왔다.
 결과는……어쨌거나 각오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참담했다. 적당히 쓴 유명 사립대학은 대부분 E판정. 지금부터 확실하게 대학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괜찮아, 지금부터 높이면 되니까」

 

 함께 결과를 보고 있는 토키에씨가 위로해 주지만, 솔직히 말해 땅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다 토키에씨가 기쁜듯이 짝 손뼉을 쳤다.

 

「그래！ 내가 가르쳐 줄게」

 

「네！？」

 

 그것은 갑작스런 제안이었다.
 지금까지는 식사가 끝나면 얘기도 제대로 못하고 방에 들어가서, 다음날 예습에 혼자 쫓기고 있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높은 레벨의 코스를 선택해 버렸지만, 매일 나오는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고생이었다.

『우~』하고 계속 신음하다가 기분 전환으로 거실에 나오거나 세수를 하거나 했다.
 그런 내가 못마땅했는지, 아니면 모처럼 함께 있는데 전혀 신경써주지 못한 것이 서운했던 걸까？

 

「괜찮아요, 나도 같은 길을 지났는 걸. 거기에 게으르긴 해도 일단 대학생이지？ 누나한테 맡겨」

 

 가슴까지 두드려가며 이미 의욕 만전이었다.

 

「아뇨, 식사까지 만들어 주시는데 공부까지, 토키에씨에게 그렇게까지 부담을 끼칠 수는 없어요」

 

 나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토키에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괜찮아. 시키군을 위해서라면 나는 얼마든지 협력할거야. 거기다 대학은 전공 뿐이니까, 이런 것도 신선해서 좋을거라고 생각해. 날 위해서

   도 자극을 갖고 싶어, 그래도 안 돼？」

 

 논리정연한데다 토키에씨 자신의 이유까지 있으면 거절할 수 없다.

 

「……알았어요. 하지만 너무 의지하지 않도록 저도 노력할게요」

 

 솔직히 기뻐한 주제에, 어째서 솔직하게 말할 수 없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승낙했다.

 

「아―, 그거 나는 신용 못한다는 거야？ 너무해, 시키군……」

 

 나는 그렇게 토라진 시늉을 하는 토키에씨를 필사적으로 달래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시간을 토키에씨와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행복했다.

 

「후후, 실은 공부를 봐 주자고 처음부터 결정하고 있었어」

 

 아마 도저히 무리라 생각했을 때에는, 나도 토키에씨에게 도움을 부탁했을 것이다.
 하지만 토키에시 쪽에서 먼저 말해 주어서, 아주 든든한 아군이 생긴 기분을 느끼고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공부가 시작되었다.
 내 방에서 작은 책상을 사이에 둔 스터디 그룹.
 내가 모르는 곳을 물으면 토키에씨가 풀이의 힌트가 되는 조언을 준다.
 사고력을 늘린다는 지침을 가진 토키에씨의 수업은 따분한 공부를 편하게 해 주었다.
 덕분에 학원의 수업에도 따라갈 수 있게 되어서, 조금은 공부가 즐거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면서 하늘의 구름을 보고 있었다.
 이건, 당했군……
 창 밖에는 먹구름.
 아침에는 조금도 그런 기색이 없었다. 

 토키에씨가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을 가져가라고 한 것을 짐이 된다고 놓고 온 것이 잘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이 끝날 저녁무렵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은 물방울처럼 똑똑 내리기 시작하던 비도, 내가 가방을 정리하고 교실을 나오려고 할 무렵에는 물통을 거꾸로 뒤집은 호우가 되고 있었다.
 그렇게나 푸르던 하늘이 깜깜해지고, 멀리서 천둥번개가 치고 있었다.

 현관으로 나가자, 단념하고 달려서 돌아가는 사람, 계속해서 비를 피하면서 비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사람 등으로 붐비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어떻게 할까……생각하려고 했을 때,

 현관 입구에서 그 사람을 발견하고 있었다.

 

「토키에씨？」

 

 나는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평소와 같이 분홍색을 기본으로 한 옷차림이지만 어깨가 살짝 젖어 있다.
 난간에 기대서 비가 솓아지는 거리를 즐겁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모습이 몹시 어울리는지, 통과하는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모으고 있다.
 나는 토키에씨가 다른 녀석들에게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하자 조금 분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토키에씨가 갑자기 얼굴을 들더니 나를 본 것 같았다.

 

「아, 시키군」

 

 토키에씨가 기쁜 표정으로 내 옆에 섰다.

 

「토키에씨, 어떻게 여기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아침에 그렇게나 말했는데 우산 안 갖고 갔는 걸. 비가 올 것 같아서 마중 나왔어」

 

 미소지으며 토키에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런……」

 

 굉장히 기뻤다.
 동시에 굉장히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토키에씨에게 이렇게나 폐를 끼치고 있는 자신이.

 

「……미안해요」

 

 사과하면서도 나는 웃고 있었다.
 그런 나의 셔츠 소매를, 토키에씨가 조금 기쁜듯이 이끈다.

 

「괜찮아, 나도 와 보고 싶었고. 그보다, 자, 가야지？」

 

 나는 토키에씨의 손에 쥐여진 우산에 눈을 돌렸다.

 

「……하나 밖에 없나요？」

 

「……아」

 

 토키에씨가 이제야 알아차린 것처럼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어머……시키군을 마중나간다는게 어쩐지 기뻐서……나도 참……」

 

 혀를 살짝 내밀면서 토키에씨가 나를 보았다.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마저도 사랑스러워서, 그만 나도 웃어 버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토키에씨도 꽤나 덜렁댄다.
 토키에씨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웃고있는 나를 보지만, 그것이 또 사랑스럽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비가 그칠 때까지 둘이서 비를 피할까……생각했는데,

 

「그러면 같이 쓰자？」

 

 토키에씨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하며 걸었다.
 네……？
 그거, 그러니까……한 우산 쓰기？

 

「자, 잠깐만요, 토키에씨？」

 

 나는 부끄러워져서 우산을 펼치는 토키에씨에게 말했지만

 

「이봐, 꽤 넓어서 괜찮다니까」

 

 이미 의욕 만전인 토키에씨가 즐거운 듯이 나를 재촉한다.
 정말……이 사람은 뭘 해도 이렇게나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런 점이 토키에씨 다워서 좋다.
 그래서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토키에씨에게서 우산을 뺐었다.

 

「자요, 내가 틀테니까 이리 와요」

 

 여성에게 우산은 들게 할 수는 없다. 내가 그러자 이번에는 토키에씨가 사양하면서

 

「괜찮아, 시키군은 짐도 있고……」

 

 그렇게 말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밀어붙일 차례였다.

 

「어서요, 빨리 돌아가야죠？ 따라 올거죠？」

 

 내가 일부러 걷기 시작하려고 하자, 토키에씨가 가방을 뺐어 들었다.

 

「아~앙, 시키군은 심술쟁이. 기다려~」

 

라면서 토키에씨가 내 옆에 슥 들어와 주었다.

 

「솔직한게 제일이에요. 그러면 가요！」

 

 우리들은 하나의 우산에 둘이서, 사이 좋게 나란히 돌아가게 되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길이, 비에 젖어 울적하게 보였어야 할 길이, 오늘은 너무나 즐겁게 느껴지고 있었다.

 

「시키군, 젖어버려」

 

 토키에씨가 우산을 잡고 내 쪽으로 기울이려고 했지만, 나는 바로 원위치로 되돌렸다.

 

「아뇨, 아가씨를 비에 젖게 할 수는 없어요. 거기다 나는 가방만 젖지 않으면 괜찮아요」

 

라고 토키에씨가 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을 기울인다.
 토키에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흠뻑 젖어서 돌아갈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내가 약간 젖는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다.
 여기까지 마중 나와 준 토키에씨에게 감사의 마음도 담아서.
 내 몸의 반은 비에 꽤 젖고 있지만 그런 건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내가 걱정스러운지, 토키에씨는 평소보다 조용해져서 내 옆을 걷고 있다.
 그게 또 사랑스러워서 나는 쭉 토키에씨를 보면서 걷고 있었다.
 토키에씨도 시선을 느끼고 있는지 살짝 고개를 숙인채 말 없이, 나도 빗방울들이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를 즐기면서, 서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길을 걷고 있었다.

 

「비……그치질 않네」

 

 토키에씨가 살며시 말했다.

 

「그치지 않으면 쭉 이렇게 해 있을 수 있겠네」

 

 그것이 기쁜지 토키에씨가 환하게 미소지으며 나를 보았다.

 

「조금은 소나기한테 고마워 할까？」

 

「네」

 

 갑자기 토키에씨가 우산을 든 내 팔에 살짝 팔짱을 껴 왔다.

 

「토키에……씨？」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라고 토키에씨를 보자, 토키에씨도 조금 빨개져서 나를 보고 있었다.

 

「더 가까워지면 시키군도 젖지 않잖아？」

 

 그러면서 팔에 힘을 줘서 나를 끌어 들였다.
 팔에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
 그것은 반대쪽 팔에 느껴지는 비의 차가움과 반비례해서 보다 뜨겁게 느끼졌다.
 딱 달라붙는 두 사람.
 어느덧 토키에씨는 내게 살짝 몸을 기대며 걷고 있었다.

 ……토키에씨에게서 좋은 향기가 풍겼다.
 그리고 팔에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런 것이 너무나 기쁘지만, 동시에 부끄러웠다.
 나는 새빨갛게 되면서도 어떻게든 걷고 있었다.
 두근두근한 이 고동이 팔을 타고 토키에씨에게 전해지지는 않을까.
 조금 긴장한 내가 가능한 한 토키에씨를 보지 않고서 앞을 보며 걷고 있었을 때, 비디오 대여점이 눈에 들어왔다.

 

「아, 뭐라도 빌릴까요？」

 

 나는 가게를 가리키면서 토키에씨에게 물었다.
 다행히 내일은 수업도 휴일로 밤은 한가할 예정이었고, 천천히 두 사람의 시간을 가지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대로라면 심장이 폭발할 것 같아서 잠시만 떨어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기쁘면서도 부끄럽다. 그런 나의 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어디까지나 담담한 척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럴까. 잠깐 비를 피하는 쪽이 좋을 지도 모르고」

 

 토키에씨가 조금 실망한 듯이 나를 보았다. 아무래도 토라진 모습.
 아, 탄로난건가？
 나는 마음 속으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면 어서 가요」

 

 나는 토키에씨와 함께 대여점으로 갔다.

　

「아……」

 

 특별히 찾는 영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흔들흔들 가게를 둘러보고 있을 때, 저 편에서 토키에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뭘 볼까 의논했다가 영화로 결정했다.
 영화는 토키에씨가 보고 싶은 것으로, 나는 전권을 위임하고 있었다.

 

「찾았어요？」

 

 나는 가게를 둘러보기를 멈추고 토키에씨의 옆에 섰다.
 토키에씨는 그립다는 표정으로 손에 든 패키지를 보고 있었다.
 무슨 영화일까？
 내가 그것을 들여다 보았을 때였다.

 

「아……」

 

 나도 똑같이 그 소리만이 나오고 있었다.

 

「그 때의……」

 

 그렇다. 이건…….
 첫 데이트에서 두 사람이 봤던 영화.
 걸작이나 명작은 아니자만 함께 본 것만으로도 기뻤던 영화.
 시간 속에 파묻혀 있던 추억을 꺼내는 제목에, 나는 몹시도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이거……한번 더 볼까？」

 

 토키에씨의 웃는 얼굴에 나도 좋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가게를 나오자 비는 멎어 있었다.
 아직 흐린 하늘이지만 멀리 저 편에서는 새빨간 석양이 비치고 있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에 굴절되어서인지, 평소보다도 붉게 보이는 그 신비스러운 하늘을, 둘이서 함께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토키에씨？」

 

 나의 손을 잡은 손.
 토키에씨가 나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비가 그쳐서 우산은 쓸 수 없지만……이번은 손 잡고 갈까？」

 

 토키에씨가 이끄는 대로 나도 걷기 시작한다.
 네, 물론이에요.
 소리내지 않고, 그저 토키에씨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떨어지지 않도록.
 떼어 놓지 않도록.

 아직, 즐거운 길이 남아 있었다.

 

 

 

 

 방에 돌아가서 우선 샤워를 했다.
 결국에는 꽤 젖었고, 감기라도 걸리면 공부에 지장이 있다.
 머리카락을 말리고 거실로 돌아오자, 식탁에는 맛있을 것 같은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토키에씨가 목욕을 한다. 나도 오늘의 일을 마무리하고 잠만 자면 되도록 정리한다.
 둘이서 사이 좋게 티 세트를 준비해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그렇게 해서 빌려 온 비디오를 세트 하고 나는 리모콘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분위기를 내려고 방의 불은 꺼 두었다. 그렇게 어슴푸레한 안방극장.
 푸른 화면이 어두워지고 그리운 영화가 시작되었다.

 내용은 거의 잊고 있었다.
 아니, 그 때의 나는 옆에 토키에씨가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두근거려서, 영화를 즐길 틈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영화에 파묻힌, 특별할 것도 없는 작품.
 하지만 우리들에는 추억이 깃든 작품.
 홍차를 마시면서, 우리는 그 그리운 영화를 보고 있었다.
 말은 없다.
 그렇지만 기분은 같다고 믿고 있다.

 나는 영화를 보는 사이사이에 토키에씨를 보았다.
 창백하게 떠오르는 토키에씨의 피부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평상시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런 시선을 느끼고 내 쪽을 뒤돌아 본 토키에씨가 영화에 집중해야 된다며 웃었다.
 나도 웃고 다시 화면을 본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 쪽에서 시선을 느낀다.
 옆을 보자 토키에씨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토키에씨가 한 것처럼 웃어주자 토키에도 웃었다.

 영화는 계속 된다.
 끝나지 않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해도 영화는 클라이막스에 가까워져 간다.
 그런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마음이 그 여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흘러가는 영상과 함께, 그 여름의 기억이 뚜렷하게 살아난다.

 동경하고 있던 그 사람을, 누구보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던 그 여름.
 추억으로 끝내고 싶지 않은, 잊을 수 없는 그 여름.
 우연이 운명으로 바뀐 그 여름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토키에씨를……사랑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내 안에서 커져 갔다.

 ……어깨를 안았다.
 천천히, 깨닫지 못하게.
 토키에씨는 닿은 어깨를 살짝 떨었다.
 그리고 안심한 것처럼 나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말은 필요 없다.
 단지 그대로 서로 어깨를 기대는 것만으로도,
 그 무렵의 기분을 서로 한번 더 확인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났다.
 검은 화면에서 보여지는 노이즈.
 끝났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손을 움직여 리모콘을 잡았다.

 슥……

 손가락끝에 겹쳐진 또 하나의 손.
 그 손에 이끌려 텔레비젼의 전원을 끝다.
 리모콘을 테이블 위에 떨어뜨리면 그대로 서로의 손을 잡았다.

 뒤 따르듯이
 도망치듯이

 서로의 감촉을 원하며 서로를 맞잡는 두 손.
 마지막으로 누가 먼저라고도 할 것 없이 맞잡은 손에 힘을 주고, 시선을 점차 아래로 옮겼다.

 흰 팔
 가녀린 어깨
 목덜미
 그리고……

 

「……」

 

 희미한 물기를 띤 눈동자
 빨려 들여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까워졌다
 마음은 하나다
 스윽, 코끝이 살짝 스치며

 입술을 겹치고 있었다

 꽉, 등을 끌어안는 팔
 답하듯이 등을 안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연결한 채
 서로의 등을 문지르듯이 어루만졌다

 나의 셔츠를 꼭 붙잡는 팔
 눈앞에서 쾌감에 떨리는 모습
 살며시 입술을 떼어 놓자
 살며시 열린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키군……」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서 토키에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속 외로웠어. ……한 번도 잊지 않았어. 시키군, 너무나 외로웠어……」

 

 울고 있었다.
 소리도 내지 않고 울고 있었다.
 그 다부진 토키에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머리를 꼭 움켜 쥐듯이 감싸 안는다.
 그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토키에씨의 어깨에서 흔들림이 멈추기를 계속 기다렸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토키에씨의 체온이 전해져 왔다.
 상냥한하고 부드러운 따스함이 전해져 왔다.
 조금은 서늘한 이 거실에서, 그것은 여름의 따스함.

 

「……」

 

 갑자기 토키에의향기가 움직였다.
 얼굴을 들어 약간 붉어진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비치는 나는,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까.
 모른다.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있는 힘껏 웃는 얼굴을 보였다.

 

「시키군……안아 줘」

 

 토키에씨가 그 예쁜 입술을 열어서 내게 말한다.

 

「그 여름처럼, 나를 안아 줘……」

 

 또르륵, 또 어디에 남아 있었는지, 한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타오르는 불길.
 몸을 움직이는 열이 천천히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한번 더 얼굴을 접근시켜 입을 맞췄다.
 그대로, 이끌리듯이 혀를 토키에씨의 입 안에 넣었다.

 

「응……아……」

 

 격렬한 것은 아니다.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완만한 움직임으로 혀를 얽는다.
 넘쳐 나오는 타액을 꿀처럼 교환하며, 서로의 열기를 기억하려는 듯이 삼킨다.

 어두운 방 안에 조용히 울리는 습기찬 소리.
 영원히 느끼고 싶은 입술을 아쉽게 떼어 놓는다.
 그런데도 끝까지 혀를 서로의 혀를 느낀다.
 혀끝에서 이어지는 두 사람의 타액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나는 토키에씨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갔다.
 조금 상기된 그 피부가 나의 입술에 달라붙으며 나를 받아 들였다.
 그저 닿기만 하는데도 달다.
 토키에씨의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향기에 취한다.

 

「시키군……」

 

 상냥하고, 가냘프고, 허약한 토키에씨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끌어내려는 것처럼, 목덜미에서 쇄골까지 입술로 빨아들이며 애무한다.
 왼손으로 파자마의 블라우스 버튼을 하나하나 풀었다.
 풀면서 그 안에 숨은 맨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아……응」

 

 모든 버튼을 풀고서, 열려진 앞 부분으로 손을 옮긴다.
 동시에 입술은 하강을 개시한다.
 각자가 서로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던 중
 동시에 그 정상의 산기슭에 도달했다.

 

「아……」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살짝 땀에 젖은 맨살이 내게 직접 느껴졌다.

 

「응……」

 

 끊이지 않는 그 소리가 나를 흥분시킨다.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르면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은 아래쪽을 감싸며 부푼 융기를 받쳐 올린다.
 동시에 입술은 정상의 열매를 목표로 한다.
 복숭아색으로 부푼 열매가 그곳에 있다.

 나의 혀가 가볍게 닿았다.

 

「아 ……！」

 

 순간 떨렸다.
 참을 수 없다.
 그대로 입을 맞추고 빨았다.

 

「시키군……좋아……」

 

 가슴을 빨면서 내가 토키에씨에게 안긴 형태가 된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그 가슴의 감촉을 맛본다.
 다른 한쪽에 질리지 않고 반대쪽 가슴에도.
 마치 아이가 젖을 원하는 것처럼 계속 빨아들이자 토키에씨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응석부린다.
 응석부릴 수 있다.
 부푼 가슴에 손을 가져가, 전체를 누르면서 비빈다.
 마음대로 모양이 바뀌는 가슴에서, 유일하게 바뀌지 않고 뾰족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곳 .
 그곳에 부드러운 애무를 해 주는 것 만으로도 토키에씨는 신음성을 높인다.

 

「아……응……」

 

 가슴이 더욱 부풀며 그 핑크색 과실이 앞으로 밀려나온다.
 느껴주고 있다.
 기쁨은 보다 상냥한 애무로 전해진다.
 약간 소리를 내며 유두를 들이마신 후에 이빨을 세우자

 

「아응……！」

 

 토키에씨에게서 뭐라 표현 못할 신음이 새어 나왔다.

 서서히 손을 하복부로 가져간다.
 토키에씨의 바지를 천천히 벗기고, 나는 소파에서 내려 와 그 다리 앞에 앉는다.
 드러난 다리는 티 한 점 없이 아름다웠다.
 그런 다리를 천천히 벌렸다.
 아루런 저항 없이 가만히 벌려주는 토키에씨.
 부끄러움에 얼굴을 물들이면서도 내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토키에씨의 속옷이 이미 촉촉하게 젖고 있다.
 젖어있는 그 속옷 아래에는 토키에씨의 여자가 살짝 입을 벌리고 있다.
 애액에 젖어서 그 안쪽 부분이 살짝 드러난 것이 열정을 부추긴다.
 천천히 그 곳에 키스한다.

 

「하아…………」

 

 토키에씨가 즐거움을 소리로 나타낸다.
 토키에씨가 더욱 기분 좋아질 수 있도록 혀를 내밀었다.
 옷감 위에서 형태를 덧 쓰듯이 혀로 핥았다.
 마지막으로 그 정상에 있는 진주를 자극했다.

 

「응……아 ……！」

 

 흠뻑 젖은 토키에씨의 속옷에 손을 가져간다.
 나의 행동을 깨달은 토키에씨가 순간 몸을 단단히 굳혔지만, 내가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띄워 주었다.
 그대로 한번에 토키에씨의 속옷을 벗겼다.

 아름답게 피는 꽃.
 음란함이 아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그곳에, 망설임 없이 입술을 가져가 꽃잎을 사랑한다.

 

「시키군……시키군……아……」

 

 나의 머리카락을 움켜 쥐면서 토키에씨가 오열을 흘린다.
 거기에 응하듯이 혀를 깊이 넣어서 꽃잎 안 쪽까지 세심하게 사랑해 주었다.

 

「시키군……이제 안 돼……」

 

 토키에씨의 입에사 애원이 새어 나왔다.
 나 역시 참을 수 업어다.
 몸을 일으켜서 토키에씨를 소파에 가로 눕히고는 나도 알몸이 되었다.
 살며시 몸을 겹친다.

 

「응……」

 

 토키에씨의 위에 올라타 시선을 주고 받으며 한 번 더 입술을 겹친다.
 그대로 체중을 싣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인다.
 토키에씨의 다리를 벌려 그 사이에 자신의 허리를 끼웠다.
 그대로 몸을 밀착시켜 하나가 되었다.

 

「아 ……아……」

 

 부드럽고 따뜻한 것에 감싸여지는 감촉.
 천천히, 부드럽게 가장 안쪽까지 도착해서 움직임을 멈췄다.

 

「토키에씨……사랑해요」

 

 처음으로 말한 것일지도 모르다.
 지금은 솔직히 말할 수 있는 그 말이, 나의 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나도……사랑해」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모으면서 토키에씨가 말해 주었다.
 ……낙루.
 기쁨에,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더 이상은……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에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쭈욱…………
 서로의 점막이 얽히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리며 흥분을 더한다.
 더, 연결되고 싶다.
 몸을 일으켜 조금 거북한 자세인 토키에씨의 다리를 잡고 내 어깨에 올리며 안는다.
 서로의 결합부를 조정해 보다 밀착된 모습이 되어, 나는 한번 더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응……아, 아……시키군……응」

 

 부드러운 움직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녹아든다.
 움직임은 결코 격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느껴지는 쾌감은 전격이 되어 다가온다.
 그저 연결되기만 한 행위가, 이렇게나 감미로운 것일 줄은 몰랐다.

 자신의 호흡과 나의 움직임에 맞춰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토키에씨의 가슴이 나를 부르고 있다.
 천천히 빈 손을 뻗어 움직임에 맞춰서 주물렀다.

 

「아！……좋아, 기분 좋은……응……」

 

 두 곳의 동시 공략에 여유를 잃어가는 토키에씨.
 토키에씨의 질이 강하게 수축을 시작하며 나에게 짜릿한 쾌감을 전해 준다.
 거기에 저항하며, 천천히 일정한 페이스로 계속 찌른다.

 

「안 돼……가……가 버려……」

 

 토키에씨가 소파 손잡이를 꼭 잡고서 부들부들 떨면서 쾌감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 간다.
 조용히 토키에씨가 절정을 맞이했다.
 한층 더 강해진 토키에씨의 수축.
 그리고 축 늘어지면서 거칠어진 호흡.

 

「후~……후~……」

 

 하얗게 된 의식을 어떻게든 되찾으려는 모습에 다시 흥분한다.

 

「자세……바꿀게요……」

 

 양해를 얻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토키에씨의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안고있던 다리를 반대편으로 넘어뜨리고, 처음과는 반대 방향으로 눕혔다.

 

「아……이런 건, 부끄러워……」

 

 토키에씨는 내 쪽으로 엉덩이를 향하는 모습이 되었다.
 등으로부터 이어진 곡선이 요염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소파에 묻는 행동이, 그 아름다운 뒷 모습을 더욱 강조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살짝 땀에 젖은 아름다운 등으로부터 손가락을 내려 가면

 

「아 ……아！」

 

 고개를 위로 젖히면서 토키에씨가 허덕인다.

 

「더, 많이 들려 줘요……」

 

 털석 고개를 숙이는 토키에씨의 귓가에 속삭이면서 부탁했다.
 그대로 뒤에서 꽃잎을 벌리며 그 뜨거운 중심에 손가락을 넣었다.

 

「아……아, 응……하아 ……좋아 ……시키군, 아！」

 

 끊임없이 떨어지는 애액을 손가락에 묻혀서, 꿀을 바르는 것처럼 겉부터 속까지 상냥하게 애무한다.
 거기에 나의 부탁으로 자제를 그만 둔 토키에씨의 교성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조금도 쇠약해지지 않은 나의 페니스를, 천천히 한번 더 토키에씨의 꽃잎 사이에 집어 넣는다.

 

「아 ……아앙, 아……안이……뜨거워……들어오고……아」

 

 토키에씨의 안으로 조금 전보다 더 깊게 들어가고 있다.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나의 페니스를 환영하며 찰싹 휘감겨 오고 있다.
 움직임은 단순하지만, 기분 좋음은 그 이상.
 마음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모두 기뻐하고 있다.

 

「시키군……안 돼……또……」

 

 이윽고, 한층 큰 파도가 토키에씨의 안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를 악물고 참으며 그 감각을 즐겼다.
 반대로, 토키에씨는 두 번째의 절정에 이르러 어깨부터 무너졌다.
 어깨를 들썩이며 숨쉴 때 마다, 연결된 부분이 움찔거리며 조여들어 기분이 좋다.
 빠지기 직전까지 빼냈다가 입구에서 휘젓고 다시 밀어넣기를 반복하자

 

「하아……」

 

 의식을 찾은 토키에씨가 참을 수 없다는 느낌으로 허리를 돌린다.
 그대로 한번 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한계가 가깝다.
 그리고 마직막은……

 

「토키에씨……얼굴을 보여줘요」

 

 나는 연결된 채로 토키에씨를 일으켜 내 위에 태웠다.
 그대로 토키에씨의 몸을 돌려 서로 마주 보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아……시키군」

 

 토키에씨의 얼굴은 눈물과 타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렇게 엉망이 된 얼굴도 사랑스러워서 나는 혀를 내밀었다.
 토키에씨의 얼굴 전체를 핥아주고는 허리를 잡아 천천히 자신의 페니스에 가져간다.
 서로 마주보면서 입술을 겹치고 혀를 얽으면서, 눈으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몸을 움직인다.
 아플 정도로 커져서 쾌감을 추구하고 있는 페니스가 토키에씨의 몸 안으로 사라진다.

 

「아……굉장해……들어 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찔러 들어오는 페니스에, 토키에씨는 이미 의식이 사라지려 하고 있다.
 얕은 절정을 반복하면서, 그러나 내게 입술을 빨리고 있기 때문에 의식을 놓을 수도 없다.

 

「응……응응……응은……응……응！」

 

 내 입술에 막혀서 호흡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입술의 구석에서 빠져나오는 교성은 내 안에서 흩어져 나에게만 전해지고 있다.
 전신이 나와 밀착된 채, 허리만을 움직이면서 토키에씨는 스스로 쾌감을 원하듯이 나와 연결되고 있었다.
 거기에 응해서 나는 요람을 흔들듯이 몸을 움직였다.
 정기적으로 소리를 내며 꿀을 흘리는 결합부.
 요염하고 아름다운 토키에씨의 꽃잎이 안쪽에서부터 나를 단단히 조여 온다.
 줄기에 단단히 밀착해서 나를 기쁘게 해 주는 벽의 움직임에, 점차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토키에씨의 안에서 움직이는 페니스가 더욱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토키에씨는 그것을 알고서 나의 허리를 다리로 감싸며 안아 왔다.
 떼어 놓지 않겠다는 듯한 밀착, 그리고 토키에씨의 질도 격렬하게 조여들면서 떨리기 시작한다.

 

「소파가 더러워지니까……안에 내……」

 

 그런 일은 핑계일 뿐이다.
 하지만 토키에씨가 나를 원하고 있다.
 허락해 주고 있다.
 그걸 알 수 있는 한마디에, 즐거움과 쾌감이 솟아 올랐다.

 

「나와요……」

 

「응……와 줘」

 

 서로를 마주 보며 혀를 빨아들이고, 허리를 밀착시킨다.
 하나로 밀착된 몸이 마지막으로 크게 떨린다.
 눈앞이 하예지는 감각.
 순간, 허리의 안으로부터 뜨거운 액체가 크게 맥박쳤다.

 푸슉, 푸슉……

 토키에씨를 안으면서 느낀 포근함과 달콤함, 쾌감을 모두 섞어서 한꺼번에 배출한다.
 그런 감각에 휩싸이면서, 나는 토키에씨의 안에 정액을 쏟았다.

 

「아 ……아아……」

 

 최초의 사정에 토키에씨의 몸이 떨리며, 토키에씨도 녹아 들듯이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다.
 단단히 조여오는 질의 움직임이 쾌감을 더욱 치솟게 만든다.
 안으로 안으로.
 아래쪽에서 천천히 흘려 넣듯이, 정액이 토키에씨의 안을 거슬러 올라간다.
 사정의 쾌감은 안쪽으로 빨아들이는 토키에씨의 질의 조임에 의해 더욱 증폭된다.
 토키에씨의 안에 가득히.
 그 때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던 전부를 토키에씨 안에 스며들게 만들려는 듯이 계속해서 정액을 쏟아낸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건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사정은 끝날 줄을 모른다.
 쏘아져 나가는 정액에 맞춰서 토키에씨도 몇 번이나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더욱 높은 곳에 이끄는 것 처럼, 몸을 꽉 부둥켜 안고서, 영원처럼 생각되는 마지막을 반복했다.

 이윽고, 나의 사정도 끝을 맞이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토키에씨의 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몸이 이완되었다.

 

「하아……」

 

 심호흡을 했다

 

「……」

 

 토키에씨는 지나친 쾌감에 지쳐 버렸는지 눈을 감고 자는 것 같다.
 규칙적인 호흡이라 안심이 된다.

 

「이제……어디에도 가지 않아요. 나는 여기에 있으니까」

 

 다시 꼭 껴안으며, 그 사랑스러운 사람의 체온을 느꼈다.
 쭉, 그렇게 있었다.

　

「……응」

 

 토키에씨가 눈을 떴다.
 그 후, 만날 수 없었던 세월, 사랑할 수 없었던 세월을 보상받으려는 것 처럼 몇번이나 서로 사랑했다.
 그대로 두 사람 다 여기서 잠들게 되어서 방에서 이불을 꺼내 왔다.
 토키에씨에게 덮어주고 나도 하나를 덮었다.
 그렇게 소파에서 서로를 안고서 하나가 되어 잠들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

 

 그래서 눈을 뜬 바로 옆에는 내 어깨에 기대 잠든 공주님이 있었다.
 토키에씨의 잠자는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다.
 볼 수 있었다.
 온화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잠든 모습에, 조금도 변하지 않은 사랑스러움이 흘러넘친다.
 지금까지 계속 잠들어 있었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다.
 이 사람의 잠자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솟아난다.
 가만히 바라보자,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그 뺨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러자

 

「……응」

 

 잠자는 공주님이 눈을 떠 버렸다.
 큰일이다. 왕자님의 키스는 더 뒤로 했어야 했다.
 조금 더 잠자는 얼굴을 즐기고 싶었는데, 유감이었다.

 

「시……키군？」

 

 멍한 눈으로 나를 보아 온다.
 조금 멍한 눈이 평상시보다 더 아이 같아서 친근함이 느껴진다.
 아, 분하다. 하지만 이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앞으로 매일 일찍 일어날 수 있다.
 내가 미소짓자 토키에씨는 점점뺨을 빨갛게 물들이더니

 

「싫어 ……부끄러워……」

 

 이제 와서 뭘, 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반응이 기뻤다.
 전부를 보여 주는, 그런 토키에씨가 사랑스러웠다.

 

「잘 잤나요, 잠꾸러기 토키에씨」

 

 이마에 상냥하게 키스하며 아침 인사를 해 주었다.

 

「응……안녕……시키군」

 

 이불에 휩싸이면서, 얼굴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그러면 오늘은 쭉 함께죠」

 

 내가 미소짓자, 토키에씨도 만면의 미소로

 

「응」

 

하고 대답해 주었다.

 

 행복한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휴일 하루는 토키에씨와 계속 함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입을 맞추며 달라붙어 있을 뿐.
 함께 목욕을 하고 몸을 씻거나 손을 잡고 밖에 나와 쇼핑을 즐겼다.
 잠깐의 휴식은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시 찾아온다. 수업이 진행되면서 공부는 어려움을 더하고 있었다.
 나 자신의 공부도 조금이나마 진척되어서, 스스로의 의지로 클래스 랭크를 하나 더 올렸지만……
 본 적도 없는 단어가 늘어났다. 푼 적도 없는 공식이 늘어났다.
 자신의 무능함을 재차 깨닫게 되었고, 그래도 어떻게든 노력했지만 조금씩 후회하게 되었다.
 이제와서 원래의 클래스로 되돌려 달라고는 할 수 없다. 그건 프라이드가 허락하지 않는다.

 자연히 집에서도 머리를 움켜 쥐는 처지가 된다.
 토키에씨의 말도 암호문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만큼, 초조함이 나를 지배했다.
 관계를 깊이 하려고 함께 공부를 시작했는데, 공부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가 엇갈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응, 그러면 잘 자……무리는 하지 말고」

 

 조금 안타까운 얼굴로 토키에씨가 문을 닫았다.

 

「잘 자요……」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모습을 보지 않은 채로 토키에씨를 배웅했다.
 혼자만의 방. 거기서 생각하는 일은

 ……뭘 하는 거지, 난…….

 토키에씨는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다.
 나쁜데 전부 나인데, 어째서 토키에씨를 슬퍼하게 만드는 거지？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앞에 늘어선 공식에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이걸 풀지 않으면 내일 수업은 더욱 모르게 된다.
 헛수고는 피하고 싶지만 어떻게든 답을 찾기 위해, 토키에씨를 먼저 재우고서도 계속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토키에씨에게 무리를 시켜 버리니까.
 내가 멈추지 않으면 틀림없이 끝까지 상대해 줄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째깍……째깍……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계속 울린다.
 그 단조로운 리듬이 나를 점점 미치게 만든다.
 지혜열로 생각되는 두통과 여름의 더위가 겹쳐서, 나를 결국 다다미 위로 구르게 만들었다.

 

「……우……！」

 

 근처에 있는 토키에씨에게 들리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크게 외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몸부림친다.
 현실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혀를 깨물고 싶어진다.
 그것을 어떻게든 참으며 충혈된 눈을 감고서 빙빙 도는 시야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다.

 잠시 후, 간신히 제정신을 되찾았을 때 조금 무서웠다.
 설마,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고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
 죽음의 선을 보는 것보다 오히려 현실적이어서 더 무섭다.
 정말 한심하다……그 뒤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이 공포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세수라도 할까……」

 

 냉정함을 되찾기 위해 나는 욕실로 향했다.
 얼굴을 차갑게 하면, 어쩐지 머리까지 냉정해지는 기분이 든다.
 순간, 머릿속에서 풀 수 없었던 문제가 늘어서더니 공식이 쫙 펼쳐진다.

 

「……괜찮을지도」

 

 하나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잘 말해지지만, 이제서야 그 의미를 재확인한 것 같았다.
 번쩍이는 대사, 그런 누군가의 말을 생각해 내고 조금 앞이 밝아졌다.

 

「좋아, 힘내자」

 

 다시 그렇게 생각하며 어두운 거실을 지나 방으로 돌아오려고 했을 때였다.

 

「……」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살금살금 걷고 있던 내게 그것이 들려 버렸다.

 뭘까……

 얼마 안되는 틈 사이로 보이는 은은한 오렌지 빛.
 토키에씨의 방이다.
 틈은 들여다 봐 달라고 주장하기에 제일 적당한 상태의 공간.
 열어두었다고 할 수는 없고, 안이 안보인다고 하는 것도 아닌 절묘한 틈.

 그 때의 나는 깨나 냉정하면서도 어딘가 풀려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틈으로부터 안을 들여다 보았다.

 

「……응……아」

 

 방안의 광경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상상도 한 적이 없었는데.
 그것이 지금, 이 문의 저 편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보이는 풍경은 침대 위.
 토키에씨가 여자답지 않게 다리를 벌리고 그 중심에 자신의 손을 가져 가……
 쾌감에 떨면서 목덜미를 뒤로 젖힌다.
 토키에씨가……자위를 하고 있었다.

 

「하아……시키군……」

 

 이름을 불리고 숨을 죽였다.
 속옷은 다리에 걸려서 돌돌 말려 있다.
 드러난 꽃잎의 중심을 직접 만지작거리면서 가슴에도 손을 가져가, 그 부드러운 유방을 스스로 주무르며 손가락으로 유두를 애무하고 있었다.

 방안의 공기가 바깥보다 훨씬 뜨겁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토키에씨가 저러고 있기 때문인가.
 나의 열기가 몸을 데우고 있기 때문인가.
 정신을 차리자 나는 어느새 페니스를 꺼내 자위하고 있었다.

 

「시키……군……」

 

 토키에씨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교성을 지를 때마다, 나의 뇌는 조금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처 간다.
 그 날 이후, 공부에 쫓겨 안을 수 없었던 토키에씨의 몸을 눈앞에 두고서, 나는 자위를 하고 있었다.

 후우~……후우~……

 마른 호흡이 나의 목에서 빠져 나왔다.
 나는 그것도 깨닫지 못하고 격렬하게 페니스를 마찰하고 있었다.

 

「응……하앙~……」

 

 자신의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손가락을 응시하며, 토키에씨가 그것을 핥았다.
 그 모습에 흥분하며 나는 더욱 고조되었다.

 

「아！ ……시키군……시키군……！」

 

 자신의 애액 맛에 흐드러진 것처럼, 토키에씨가 더욱 격렬하게 자신을 몰아세운다.
 토키에씨의 꽃잎이 손가락을 깊이 물고서 움찔거리고 있다.
 게다가 꽃잎 위쪽에서는 진주같은 음핵이 흠뻑 젖어서 빛나고 있다.
 거기에 손을 가져 가더니 토키에씨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더……더 해줘, 시키군……」

 

 토키에씨는 나를 생각하면서 하고 있는 건가……
 눈앞의 광경에, 나는 토키에씨와 같은 페이스로 절정에 올라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토키에씨가 격렬하게 가슴을 주무르며, 엄지로 음핵을 튕기고, 손가락을 가장 안쪽으로 집어 넣었을 때였다.

 

「아아아……！」

 

 토키에씨의 몸이 격렬하게 떨리며 뒤로 젖혀졌다.

 

「우욱 ……」

 

 나는 순간, 자신의 손바닥에 정액을 쏟아내고 있었다.
 모여있던 그것이, 무서운 기세로 손바닥을 때리며, 끈적끈적한 하얀 액체가 흘러 넘치려는 것을 어떻게든 받아 들고 있었다.

 

「하아……후우~……후우~……시키구운……」

 

 거친 호흡을 계속하면서 토키에씨가 여운에 잠겨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사정을 끝낸 나는 격렬한 죄책감에 휘말이고 있었다.

 더럽혀 버렸다.
 ……최악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마음 속에서 몇번이나 토키에씨를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든 것보다 훨씬 깊은 죄.
 나는 억지로 몸을 움직여 손에 모인 정액을 물로 흘려버리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대로 털석 이불에 쓰러지자마자, 피로가 단번에 전신을 덮치며 잠에 빠져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