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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회 9부 1장

9부 1장 하연의 항복 그리고, 누군가의 눈길.


 

“오빠 뭐 잊어먹은 거 없어?”
“아니... 뭘.”
성은은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관장이라 말했다. 젠장 잊어먹었다. 흑... 엄니 잊어먹을 게 따로 있지. 그걸 잊어먹다니.
“너무 그렇게 실망하는 표시하지마. 킥킥 언니랑 내가 같이 모셨으면 됐지.. 뭘 그렇게 많이 바래?”
아.....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 열어지는 건데 흑흑...
내 얼굴에 실망이란 단어가 손대면 묻어질 정도로 심각했나 보다. 성은은 그런 나를 달래려는 듯이 말을 했다.
“안 그래도 언니한테 원래... 그거 하려고 했다고 하니까. 언니가 놀라더라구. 왜 그랬느냐고 해서, 다른 남자한테 순결을 받친 게 미안하고 억울해서 오빠한테 줬다고 하니까. 언니도 그러고 싶다는 표정이었어. 아 얼굴에 표시난다. 아무리 언니라도 내 앞에서 그렇게 좋은 표시하면 화가 난다구.”
다음에는 성은과 하연의 ‘애널 섹스다.’라는 생각이 드니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성은이 저렇게 운을 띄어놨으니 별 설득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말과 함께 성은은 나에게 키스를 해주고 자신의 아파트로 올라갔다. 아 길고 길다. 6부부터 시작한 성은의 우리 집 방문이 드디어 끝이 났구나.

 

그 이후로 하연과의 일상은 행복 그 자체였다. 아 모두들 생각하는 그런 쪽으로의 행복이 아니다. 하연과 잠을 자도 행위는 없었다. 뭐라고 해야 될까? 워낙 수동적인 하연이 나서는 것을 기다렸다고나 할까?
침실에 하연과 같이 들어가도 프랜치 키스 정도만 하고 하연을 품안에 들이고 자기만 했지 결코 행위가 동반되었던 적은 없었다.
그럼 왜 행복하냐고? 하연 같은 여자 껴안고 자기만 해도 행복하다. 전에 말했을지 모르겠지만 하연의 피부는 윤택이 좋아 빛이 나는 하얀색 피부다. 뿐만 아니라 만지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만지는 맛이라고 할까? 만져도 만져도 질리지 않고 탄력이 있는 피부였다.
그 것뿐만이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하연은 호화롭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식탁을 나에게 베풀어 주었다. 처음에는 평범했으나 행위 없는 밤이 지날수록 남자들의 정력에 좋다는 음식들이 올라오는데 분명히 하연도 원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주말마다 성은이 찾아오면 3sum은 지속되었다. 그때마다 달라지는 하연의 모습을 보면 분명히 색기가 몸에 베어가고 있다라고 생각되었다.
“정현씨.”
“나 싫증났어요?”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왜??”
그쯤해서 하연의 유방을 손으로 주물러주면 하연은 ‘드디어 하는구나.’라는 기대감 어린 표정이었지만, 그냥 내 품에 안고 자기만 하니 불만이 쌓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내 쪽에도 불만은 있었다. 한 달째 3sum으로 몸을 풀기는 했지만, 의외로 하연이 여태까지 받아온 교육의 결과는 단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정현씨 하고 싶어요.”
저 말 한마디면 될텐데 하연은 여전히 말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성은의 경우는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고 싶다.’고 표현을 한다. 물론 그녀도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 성은이 능동적으로 나설 때에는 아 내가 성은이에게 필요하구나라는 심리적 만족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본게임에서도 더욱 행복한 편이었다.
그런 밀고 당기기는 게임은 첫 번째 3sum 이후에 3주 정도 계속 되었다. 4번째 3sum에서 나는 뭔가 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계기라는 것은 하연에게 덜 집중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3sum이라고 해도 하연을 신경 쓰느라 성은에게 조금은 성의가 없다시피 했었다. 애무도 하연 위주로 했고, 본게임도 하연이 만족한 다음에 성은에게 갔었다. 즉 하연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3sum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오래 버티는 하연을 생각하면 이렇게 해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연이 그렇게 불완전 연소된 채로 3sum은 끝났고 그 다음날 하연은 신경이 곤두섰다는 건 하연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성은은 이미 경험해 봤던 일이었기에 하연을 생각하여 ‘그만하고 져주라.’했지만 이번 기 싸움에서 이기면 하연과 즐거운 성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임이 당연하기에 성은에게 못 본채 하라고 했다.
이야기는 그 날 성은이 가고 난 다음에 일어난다.

“정현씨, 시트에 정현씨랑 성은이 냄새가 배어서 빨아야겠어요.”
하연의 목소리는 ‘나 화났다.’라는 것을 여실이 느끼게 할 정도로 불만이 포함되어 있었다.
“흠 보통은 주중에 하지 않았나?”
“오늘은 유난히 냄새가 진하게 배겼네요.”
섹스 후의 냄새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향기롭게 느껴진다. 물론 땀 냄새는 오래되면 독해지지만 땀 냄새와 다른 느낌의 냄새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하연의 경우는 3sum이 끝나고 그 냄새 때문에 잠이 잘 온다고 했을 정도였다.
아마도 내 생각이지만 내 품에서 섹스 없이 잠드는 것도 힘든 일인데 진한 정사의 향기가 남아있는 침대는 불완전 연소된 하연에겐 심난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도 도와줄게.”
“네.”
침대 시트와 이불 등을 걷는 하연을 같이 도와주었다. 욕구로 인해 나의 도움이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도와준다.’는데 하연의 성격상 싫다는 소리는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사는데 빨래거리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또 빨래하는 방법은 왜 그렇게 복잡한지, 나 혼자 살 때는 색깔만 구별해서 세탁기에 집어넣었는데 하연은 속옷은 어떻게 겉옷은 어떻게 면 옷은 어떻게 마치 그 동안의 불만을 나에게 모두 쏟아 붇는 듯이 일을 시켰다.
맨 처음엔 하연이 시키는 일이 슬슬 짜증도 나고 그랬지만, 속옷들에 남겨진 하연의 흥분의 흔적들을 구경하는 것도 새롭고 또 그런 것을 보일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하연의 모습이 재밌어서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일을 했다.
“이제 시트만 빨면 되네.”
“빠는 건 문제 없는데 어디다 널려고. 참 그동안 어디다 널었어?”
시트만 넌다면 우리 집 베란다는 좁지 않은 편이지만, 빨래 감들을 모두 널고 나니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옥상에 건조대 있어요.”
하연도 나와 같이 즐겁게 빨래를 하면서 나에게 쌓였던 스트레스가 해소가 되었는지 밝게 웃음을 지으며 나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그래. 그럼 거기다 널면 되겠네.”
“네. 이거 세탁기에다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니까, 정현씨는 들어가서 TV라도 보면서 쉬세요.”
“흠..... 하연아....”
“왜요?”
‘왜요?’라고 하면서 짓는 하연의 표정은 순수한 어린 아이 같았다. 저런 어린 아이 같은 얼굴이 섹스할 때는 ‘어떻게 색스럽게 변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원래 이불 빨래는 밟아서 하는거야.”
“그렇게....”
하연이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나는 욕실에 있는 커다란 대야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시트를 넣고 세제를 풀어 넣었다.
“하여튼 정현씨는.....”
하연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일을 저지르는 나를 어쩔 수 없는지 손에 들고 있던 시트를 대야에 넣었다. 대야에 넣어진 시트를 내가 발로 밟기 시작하자 하연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근데 이렇게 빨아서 빨래가 되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기는 봤는데 난 솔직히 잘 될거 같지 않아요.”
“모르는 말하지 말라고, 이렇게 빨면 얼마나 깨끗한데. 일로 들어와.”
“둘이서요?”
“원래 연인들끼리 빨래 할 때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하연은 내 말이 믿겨지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거듭된 나의 요구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대야로 발을 담궜다. 둘이 있기에는 약간은 비좁은 대야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나는 하연을 뒤에서 안은 자세가 되었다.
“흠... 역시 하연이 냄새는 좋아.”
하연의 목에 코를 대자 달콤하면서도 유혹적인 육향이 나의 코를 자극한다. 하연도 내 목에 느껴지는 내 숨결이 나쁘지만은 않은 듯이 자신을 껴안고 있는 내 손을 어루만지며 내 숨결을 즐기고 있었다.
“첨벙..... 첨벙.....”
하연과 나의 발이 시트를 밟기 시작하자 발가락 사이로 아직 다 녹지 않은 세제 알갱이들이 간질이듯이 지나갔다.
“어때?”
“따뜻한 물도 좋고,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세제 알갱이도 좋아요.”
어느새 대야에는 거품으로 가득차기 시작했고, 처음의 깨끗했던 물은 구정물로 바뀌었다. 내 품에 안긴 채 발을 밟던 하연은 빨래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는 듯이 힘을 주어서 밟기 시작했고 물장난 치는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호호호....... 이거 은근히 재밌네요. 정현씨랑 발 비비면서 노는 것도 즐겁고, 거품이 발가락 사이에 끼는 것도 기분 좋아요.”
“그렇지. 내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니까.”
우리 둘은 빨래라기보다는 물장난을 치는 개구쟁이처럼 즐겁게 놀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킨쉽도 가미가 되고 처음엔 불만에 쌓여 있던 하연도 언제 불만이었냐는 듯이 나와의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자 이제 행궈도 되겠다.”
사실 행굴 시간은 지나도 한참 지나버렸다. 하연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뭐 행구는 것도 발로 밟아서 하면 되니까. 곧 그런 표정은 사라질 것이다. 시트를 한쪽으로 치우고 대야 물을 비우자 진한 구정물이 하수도를 통해 빠져 나가게 하였다.
“치 재밌었는데.”
“걱정하지마. 행구는 것도 발로 밟아서 하지 뭐.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이제는 아주 중독이 됐어요.”
“헤헤.”
다시 샤워기를 들고 대야에 물을 담그기 시작하자 하연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대야에 담근 물로 하연의 얼굴에 물을 슬쩍 뿌리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피한다.
“정현씨!!”
하연은 자신만 당할 수 없다는 듯이 대야에 손을 담아 나에게 물을 뿌리었고, 피하고자하는 의지가 없던 나는 당연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괘 많은 물이 내 얼굴이 부어져서 머리부터 시작해서 입고 있던 남방까지 젖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던진 물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고 그 결과로 흠뻑 젖은 나의 모습에 하연의 얼굴은 미안함으로 가득찼다.
“저기 자기야.. 왜 피하지 않고......”
“하연아 너 네 손에 뭐가 있다는 걸 잊었나 보구나. 이렇게 유리한 입장에서 피하기까지 하면 하연이 네가 너무 불리하잖아.”
그제서야 하연은 내 손에 샤워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질색발색하면서 피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연의 행동은 폭포수 밑에서 물 피하려고 발악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비교적 넓은 욕실이지만 하연이 피할 수 있는 곳은 많이 있지는 않았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는 어느새 하연의 머리를 시작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홈드레스까지 모두 젖게 만들었다. 실내 안이라고 하지만 겨울이 지나간지 얼마 안 되는 시기라 젖은 물은 하연의 몸을 떨게 하였다.
“자기야... 그만....”
손가락이 벌벌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하연은 추위를 타고 있었고, 물에 젖은 하연의 몸은 입고 있는 드레스가 몸에 달라붙어 섹시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벌벌 떠는 모습은 애처롭게 느껴졌다.
“미안.”
“일로 줘요.”
내가 수납장에서 수건을 꺼내자 하연은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지만 내가 주지 않자 뾰루퉁한 표정이 되었다. 곧 내가 다가가서 머리부터 수건으로 어루만지기 시작하자, 마치 목욕탕에서 아기들이 엄마들에게 그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머리를 내민다.
“헤헤....”
머리를 수건으로 말려주고 다른 부분을 하연에게 맡기려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그녀는 해맑게 웃곤 뒤로 돌아 자크를 나에게 들이댔다.
“어린 아이야? 이런 것까지 나 시키게?”
“그래도 자기가 이렇게 해주니까. 정말 좋단 말이에요.”
그 말과 함께 하연은 고개를 돌려 혀를 내밀었다. 자크를 반쯤 내린 채로 고개를 돌린채 혀를 내미는 모습은 내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게 하였다.
“어유. 누구 여자인지 이렇게 섹시하니. 정말 부럽다. 하연이 남자.”
“헤헤..... 내 남자야... 당연히 정현씨죠.”
어느새 하연의 홈드레스는 다 벗겨져 있었고, 그녀의 몸에는 브래지어는 없이 슈미즈와 팬티만이 걸쳐져 있었다. 하연의 얼굴은 오랜만에 둘만의 섹스의 기대로 가득차 있었다.
“킥 정말 내가 하연이 남자야?”
“아닌거 같은데.”
나의 말에 하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팬티를 벗기면서도 ‘아닌 거 같은데.’라는 하는 말을 하는 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자 앞으로 돌려봐.”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는 하연이가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하는데.”
등 부분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몸을 돌려 앞부분을 닦아주면서도 이율배반적인 나의 말은 하연을 더욱더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 제가 제 남자도 아닌 사람 앞에서 이렇게 발가벗고 있을 것 같아요?”
“아니, 하지만 왜 난 하연이가 내 여자라는 생각이 안들까?”
“.........”
정성스럽게 하연의 몸을 닦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나를 도저히 하연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적어도 ‘자기야 안아주세요.’라는 말을 해야지 나는 하연이가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들것 같은데.
“자 다 닦았다. 장롱에 츄리닝 있을 테니까. 입어. 시트는 내가 헹구고 탈수할게. 아 건조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니까. 집에 가서 옷 챙겨 입고 와.”
나의 말에 하연은 잔뜩 화가 난 듯 거칠게 욕실에서 빠져나갔다. 하연아 그러니까 얼른 말하란 말이야. 나도 너 이렇게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시트를 다 헹구고 탈수를 할 때쯤 돼서야 하연은 옷을 갈아입고 욕실로 들어왔다. 흰 티에 짝 달라 입은 청바지를 입은 하연은 청순 그 자체였다. 그 동안 정장이나 홈드레스, 치마 등을 입은 그녀가 그런 옷을 입으니 서른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주세요. 제가 혼자 할게요.”
하연의 말투는 ‘나 잔뜩 화가 났다.’라는 것을 표현이라도 하는 듯이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언제까지 하연이한테 맡길 수야 없지. 나도 나중에 나 혼자 해야 할 텐데. 방법은 알아야지.”
“당신 정말.”
하연의 얼굴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정도가 아니라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에 분노 반, 슬픔 반의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그런 하연의 모습은 그 순간 무릎 꿇고 ‘내가 잘못 했어.’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마음속에서 생기는 동정심을 애써 무시하고 나는 탈수가 된 시트와 이불등을 들고 나섰다.
하연은 그런 내 무관심에 더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서있었지만, 내가 욕실을 나서자 힘없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막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가자 1층의 희수씨가 빈 빨래 통을 들고 오고 있었다.
희수씨는 102호에 사는 주부이다. 원래 반상회 멤버들은 다 친한 편이지만, 맨션에 들어오기 전부터 희수씨와 하연이는 아는 사이라서 유독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다.
“희수씨 빨래 널고 오시나 봐요.”
“네, 정현씨도 빨래 하셨나 봐요? 어 언니 무슨 일 있어요.”
희수씨는 시무룩한 하연의 얼굴에 걱정이 되는지 물었다.
“아니..... 알잖아.... 내 상황.”
반상회 멤버들 대부분은 하연이 이혼을 하는지는 대충 눈치 챘지만, 왜 이혼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아마도 희수씨한테는 하연이 사정을 이야기한 듯 했다.
“아..... 언니.... 요 근래 괜찮아 보이더니.”
“왜요. 반장님한테 무슨 일 있어요?”
나는 사정을 모르는 듯 희수씨에게 질문을 했다. 얼른 방해물은 빨리 사라지란 말이야.
“아, 아니에요.”
희수씨는 하연의 사정의 내가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서둘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희수씨한테는 이야기한 거야.”
“네.”
“그러고 보니 나 옥상은 처음이네.”
주위를 살펴보니 뒤에는 산이 있었고 앞에는 보기 좋은 시골의 풍경이었다. 어쩌면 흔할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도심 속에서만 생활하던 나에겐 경험하지 못했던 시골의 냄새와 풍취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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