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회 11부 2장
11부 2장 위기 아니면 기회?
긴 정사 후 성은은 새벽과 아침에 있었던 거칠었던 정사의 피로를 풀어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알아두었던 오리집으로 나를 초대하였고, 실제로 소비되었던 체력이 채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적으로는 성은의 배려가 고마워서라도 피로는 풀어졌다.
밥을 먹으면서도 성은은 어제의 정사가 좋았다는 것과 아침에 놀랐지만 내가 느꼈던 것처럼 마치 강간당하는 듯한 기분에 묘한 쾌감이 들었다고 했다.
“정말 처음엔 이대로 가면 앞으로 오빠를 어떻게 보나 한참 고민했다니까. 안 그래도.. 좀 뭐라고 해야 될까? 언니에 대해서 열등감을 느끼는데 강간을 당한다고 생각을 하니.”
성은은 말을 하면서도 그때의 좌절감이 느껴지는 듯 눈에 눈물이 고였고, 그런 모습에 나는 미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 알았어?”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잖아. 오빠랑 같이 잤는데 아침에 누군가가 내 몸을 들어온다면 오빠지. 깨어나자마자 알아차리지 못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야. 뭐 워낙 거칠게 해서 오빠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나랑 오빠랑 지낸 시간이 얼만데 아무리 거칠게 해도 어느 순간 아 오빠란 걸 알게되더라구.”
하긴 성은과 나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내가 아무리 얼굴을 안보여준다고 해도 꽃잎속의 심벌의 느낌으로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평소의 다른 리듬의 삽입운동을 한다고 해도 성은의 꽃잎이 모를 리가 없었다. 성은은 처음엔 나라는 걸 몰랐지만, 질은 마치 나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 평소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기분 좋다.”
“나도 좋긴 했지만, 아....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난 아침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지...”
“가끔씩 야동 보면 단지 눈을 가리고 심벌의 맛만 보고 남편을 알아보는 부인들 모습이 나올 대 저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너 보면 가능할거 같다.”
“치 난 빨아보거나 삽입하지 않아도 안다. 뭐.”
“응?”
“내 눈을 가리면 뭐해. 내 코는 오빠 찝찝한 냄새를 기억하고 있는데.”
뭐 그리 찝찝하다고. 그래도 기분은 좋다.
“근데 오빠 중간에 왜 그렇게 화난거야?”
“느껴졌어?”
“치 모르면 바보지.”
“내 나름대론 모르게 하는데 흠.. 뭐라고 해야 될까? 여성들이 원래 수동적이긴 하지만 자연스레 나를 받아들이는 네 모습에.... 화가 났다고 해야될까?”
성은은 그런 내 모습에 긴 한 숨을 내뱉고 질문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후~~ 나도 모르겠어. 분명히 이야기 한다면 예전에 2차를 나갔을 때 솔직히 나도 즐기었던 적이 있어. 물론 오빠와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그때야 직업적으로 내가 내 몸을 허락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는 잘모르겠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히 오빠에게 약속할 수 있어.”
“응.”
“이제는 오빠가 아닌 어떤 사람에게도 내 몸을 허락하지 않을거야. 솔직히 부산에서 있었던 일로 나 자신도 많이 느낀 것이 있으니까. 나 못지않게 오빠도 아팠다는 걸. 아마도 비슷한 일이 있다면 알지?”
‘말하지도 않아도 알아요.’ CM 멘트가 왜 그때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있다면 성은은 어쩌면 마지막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에겐 건드리지 않으면 좋은 상처이고, 극복해야 하는 곳이다.
“미안해.”
“미안해하지마. 그럼 내가 더 미안해. 내가 언젠가 말한 적 있지. 언제 어디서든 오빠랑이라면 할 수 있다고. 아이구 인간아 그렇다고 그렇게 좋아하냐? 여기서 언제 어디서라는 말은 일반적인 상식이 허용하는 범위야. 인간아.”
그래도 좋다. 언제나 느끼지만 내 여자가 내 것이라고 해주는 것은 듣기 좋은 말이다. 흔히들 남자들은 시각으로 흥분을 느끼고, 여자들은 청각적으로 흥분을 한다는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다. 여자나 남자나 모두 오감으로 사랑을 한다. 물론 내가 보기에도 내가 시각적으로 많이 흥분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너무나도 오리집에서 보낸 시간이 좋아서 물론 그렇지 않았더라고 해도 그런 제의를 했겠지만, 주말을 같이 보내자고 했지만, 성은의 군대 간 동생인 성훈이가 아쉽게도 나를 방해했다. 오늘 말년휴가를 나온다고 한다. 성은 자신도 아쉬운 기색이 만연해서 참았지. 안 그랬으면 처남 당신 나한테 제대로 갈굼 당할 뻔했어.
성은을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지만, 성은은 서울 근교의 지하철역이 보이자, 그곳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아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니까.”
“오빠 어제 모처럼만에 술도 많이 마셨으니까.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서 쉬세요. 언니도 오빠 보내주면서 그랬단 말이야. 아껴서 먹으라구.”
내가 음식인가... 뭘 아껴서 먹어?
“괜찮다니까 그러네.”
“오라버니. 계속 그러면 어제를 마지막으로 앞으로 거기는 사용 못한다.”
쥐약이다. 아.. 왜 난 국화꽃 앞에선 작아지는 걸까? 결국 성은의 막무가내식 우김에 이기지 못했다.
“아 잊어먹을 뻔했네.”
성은은 막 내리기전에 생각이 난 듯 이야기를 했다.
"뭘?“
“오빠 러브 젤 챙겼지?”
“아... 응....”
성은이 이 가스나 예리하다. 흑흑... 하연이 설득해서 항문개통식을 하려 했더니 그세 눈치 채네.
“처음엔 정말 아프단 말이야. 다른데 사용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거기는 내가 있을 때 알지?”
“어.”
“언니한테도 말해 놓을 테니까, 절대 억지로 하려고 하지마.”
뭐 하연이 혼자서 항문개통식을 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둘을 엎드리게 한 채 동시 개통식을 하는 것도 음화화화...
“음흉한 표정 짓지마.”
“표시나?”
“응 표시나. 나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뭐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언니를 사랑하는 것도.”
“헤헤.....”
“그렇게 웃지 말랬지.”
“걀걀.....”
걀걀로 웃음을 바꾸자 성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곤 내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하였다.
“오빠 잘가.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나도 울 성은이 사랑한다.
“응 나도.”
“어찌합니까, 어찌해야 하나요.”
성은을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상황과 다른 임재범의 고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어떤 남자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저렇게 애절하게 고백하는데 누군 두 여자를 양 손에 놓고 마음껏 즐기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작가가 쥔공을 마음의 가책을 느끼다 못해 죽이려고 작정한 거지. 그래도 노래는 좋네.
무엇이 그렇게 애절한지 임재범의 목소리는 점점 간절해지고 간절함이 더해질수록 길은 막히고 있었다. 젠장. 주5일제가 되고나서 더 토요일의 오후는 막힌다. 이 시간에 놀러가는 사람은 뭐야.
어느새 차는 일산 시내를 지나 맨션이 있는 조용한 전원의 풍경이 차 밖으로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 일산 시내를 지나니 임재범의 고해를 들어 답답해진 내 맘을 풀어주려는 듯 제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일산에서 **(미리 말씀드렸지만 일산 지리는 모릅니다.)로 빠지는 지방도로는 국도치고는 왕복 6차선의 넓은 길이었다. 이 넓은 길처럼 앞으로의 나와 성은, 하연의 길이 뻥 뚫려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 맨션을 통해 들어오는 길은 중간의 마을까지는 비교적 포장이 잘 된 도로였지만, 마을에서부터 맨션까지는 자갈이 깔린 길이었다. 오히려 이런 비포장된 도로라서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 뭐 반상회의 숙원은 우리 맨션까지 도로를 포장시키는 일이지만, 일산 시청 입장에서는 단지 8가구를 위해서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문을 여니 차바퀴에 의해서 자연스레 튀는 자갈들의 소리가 들린다. 내 차가 주인을 닮아서 아날로그적 감상에 빠져 든 것일까? 마치 자갈들의 리듬에 맞춰 코란도의 엔진소리가 연주를 하는 듯 기분 좋은 질주는 계속되었다.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맨션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하고 나니, 핸드폰에서 문자가 왔음을 알린다. 당연히 성은이가 ‘잘들어갔어요?’라는 문자를 예상하고 있던 나에겐 꽤 감동적인 문자가 왔다.
“성은이한테 지금 헤어졌다고 전화가 왔네요. 재미있었어요?”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성은인 너무 행복했다고 했는데, 계집애 무리시킨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내일 저 들어가면 저도 행복하게 해줄거죠.”
당근... 행복하게 해주지. 킥킥 임재범의 고해를 들으며 우울해졌던 마음이 다 풀리네. 뭐가 문제랴? 내가 두 여자를 사랑하고 두 여자들은 모두 만족하는데.
“1초라도 안보이면 2렇게 보고픈데, 3초는 어떻게 기다려 4랑해 널 사랑해 5늘은 말할거야.... 이하생략.”
행복해했으면 좋겠다. 하연뿐만이 아니라 성은이에게도 숫자 송으로 대신해서 내 맘을 표현했고, 물론 MMS다 이래봐도 IT 인력인데 SMS로 여러 번 보내겠는가?
하지만 하연이에게 SMS로 여러 번 문자를 받은 것은 그 나름대로 행복했다.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가 한번 들릴 때마다. 마치 나의 행복이 2배씩 커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들어오세요?”
102호 희수씨이다. 하연이와는 맨션에 들어오기 전부터 언니 동생하던 사이라 유심히 살펴보던 사람이다. 아! 이 맨션의 미스테리다. 아무리 미시란 말이 유행할 정도지만, 어떻게 주부 모두가 예쁜거야. 나야 눈이 즐겁지만.......
“아 예.”
내 두 눈에 희수씨가 들어온다. 하연과 성은이 쭉쭉빵빵한 미인형이라면 희수씨는 좀 다른 의미에서의 미인형이다. 특별히 표현할 말이 없어서 쭉쭉빵빵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하연과 성은은 전체적으로 가녀리다는 느낌이 온다. 팔이나 다리도 얇은 편이었고, 허리도 얇은 편이라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한손에 다 들어올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가녀리게 느껴지는 반면 희수씨는 아담하고 굳이 말을 한다면 굵은 형의 미인이다. 아 물론 직접적으로 하연이나 성은이에게 팔을 대거나 다리를 대고 비교해 본다면 아마도 희수씨가 작거나 비슷할거라 생각하지만 워낙 희수씨가 키가 작은 편이라서 그런 생각을 들지 않았다.
“날씨가 좋죠?”
“네.”
좋다고 할 수 있나 황사 때문에 뿌연 편인데, 대놓고 나쁘다고는 할 수 없구.
뼈가 굵다고 해야 하나 아님 전체적으로 글래머스하다고 해야 하나, 굵은 형태의 미인임에도 불구하고 희수씨는 전혀 몸매가 않좋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작은 키에 맞지 않게 큰 가슴을 비롯해서 적당한 굵기의 허리, 게다가 가슴 못지않게 큰 엉덩이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대부분의 남자들이 “원더풀”이라고 할 만한 좋은 프로포션을 지니고 있었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희수씨의 얼굴에는 나에게 ‘말하고 싶다.’라는 강한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나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미인이 내 얼굴을 유심히 본다는 것 자체가 꽤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희수씨 같은 미인이 본다는 것은 더 좋은 일이었다. 전체적으로 굵은 편인 몸에도 불구하고 희수씨의 얼굴은 정말 조막만 하다는 표현을 더 이상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눈 꼬리는 살짝 내려져 있어서 순한 인상이었고, 굵기가 있는 코는 순해 보이는 인상을 보상하기라도 하는 듯이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고, 적당하게 붉은 입술은 성적인 매력을 주고 있었다. 이것들은 희수씨의 눈과 눈썹의 매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짙은 눈썹과 큰 눈으로 인해 더욱 커보이는 검은색 눈동자는 흰 얼굴과 균형을 이루어 깨물어주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귀엽게 느껴지었다.
하연이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올해 25살이고 맨션 거주자 중에 가장 어려서 막내라고 불린다고 했지만, 도저히 얼굴로 봐서는 25살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 그것이 희수씨에 대한 나의 인상이었다.
희수씨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망설이는 기색이 만연했다.
“무슨 문제 있으세요.”
“후.... 언니 일로 할 말이 있는데 시간 좀 내주실래요?”
하연이 일? 하연이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심각함이 뚝뚝 묻어 떨어질 정도로 희수씨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고, 그런 굳은 ‘문제없겠지.’하면서도 자연스레 하연에 대한 걱정이 커져 갈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우리는 내 맨션으로 갔고, 그때까지도 심각한 희수씨의 얼굴은 전혀 풀리지 않고 있었다.
“차 준비 할게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허브 차 괜찮죠. 허브 차 말고는 커피 밖에 없는데?”
“허브로 괜찮아요.”
희수씨의 말투에는 강한 떨림이 포함되어 있었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저렇게 폼을 잡는지... 하연에 대한 걱정보다는 조금씩 희수씨의 얼굴이 심각해지는 것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아이 같은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지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마치 시험에 쫄은 여고생 같다고 해야 될까? 예전에 대학원 시절에 시험조교로 들어가서 보았던 학생들의 얼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삐이이....”
어느새 물이 끓은 듯 주전자는 수증기를 내뿜어내며 요란을 떨고 있었고, 찻잔에 허브 티백을 담고 물을 담자 기분 좋은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자 들으세요.”
“.........”
희수씨는 아무런 대꾸없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한참동안 찻잔을 들으며 향기를 즐기고 있었다. 허브의 향기는 사람의 정신을 차갑게 해준다고 해야 될까? 긴장을 풀어준다고 해야 될까? 가격이 있긴 하지만 효과는 탁월해서 자주 마시는 편이었다.
“좋네요. 요즘에 언니가 허브 차를 즐겨 먹던데, 정현씨한테 영향을 받았나봐요.”
허브 차가 긴장되었던 희수씨의 맘을 많이 풀어준 듯 희수씨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하연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하연과 희수(씨라는 표현은 이제 그만하겠습니다.)의 인연은 희수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처음 시작은 하연이보다 하연이의 어머님 나에게는 장모님 격인 분을 먼저 알았고 그 이후에 자연스레 하연이와도 친해졌다고 한다.
“뭐라고 해야 될까. 선생님 입장에서는 저는 굉장히 손을 타는 학생이라고 해야 될까 그랬어요.”
지금이야 보편화되어 있지만 희수씨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의사로 지내시고 있었고, 너무 바쁘셔서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인 초등학교 시절에 거의 두 손을 놓다시피 했었고, 다행히 외로움을 떨거나하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다른 의미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남자나 다름 없었죠. 아침에는 깨끗한 옷이었지만, 항상 하교 할 무렵이면 얼굴부터 온 몸이 흙투성이였으니까요.”
말괄량이었던 그녀를 당시 담임이었던 하연의 어머니는 안타깝게 생각하시고, 희수의 부모님에게 상담을 하였지만, 당시 레지던트 생활에 힘들어하던 그녀의 부모로선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하교후에 애들이랑 놀기보다는 교무실 옆에서 선생님이랑 같이 지내게 되었고, 선생님은 저에게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같은 여성스러운 동화책을 사주시면서 여성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셨어요. 정말 그때는 선생님이 제 엄마였으면 그렇게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다행히 하연의 어머니도 귀여운 희수의 재롱이 자신의 막내딸인 하연과 비교되면서 더욱 귀엽게 여겼다고 한다.
“정말 어려서부터 하연이 언니는 지금이랑 똑같았어요. 바른생활 소녀 그게 하연이 언니 중학교 시절 별명이에요. 킥킥 물론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지만요. 아 저 지금도 언니 부모님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러요.”
지금도 하연이는 조금이라도 정도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지만 당시에도 그랬나 보다. 하연이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똑 부러지고 교과서 같은 모습에 만족도 하였지만 막내딸이 재롱이나 애교가 없는 것에는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 때 딱 맞는게 저였죠. 언니 부모님이나 저한테는 서로 좋은 일이었어요. 사실 많이 외로웠던 게 사실이었거든요. 처음에는 교무실에서 여성스러운 면만을 자연스럽게 가르치려던 선생님이셨지만, 나중에는 퇴근 후에도 저를 집에 데려가셔서 저녁까지도 같이 먹었으니까요.”
그렇게 하연과도 친해졌다고 한다. 하연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희수가 미울 법만도 했을 텐데, 오히려 동생이 생긴 것처럼 아끼고 좋아해주어서 희수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그때나 지금이나 바른생활 소녀다.
얼레 근데 지금 이 이야기를 왜 듣고 있지. 지금 자기 하소연 하러 나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한 건가?
“언니랑 저는 거의 자매나 다름없었어요. 언니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들보단 저랑 어울릴 시간이 많았고, 지금은 동생이 있지만 당시에는 무남독녀나 다름없는 저는 언니를 친언니처럼 따랐고요.”
“예.”
“자연스럽게 저는 커 가면서 언니를 제 우상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어요.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사람들하고도 원만하게 지내고, 게다가 고등학교 때는 제 과외선생님까지 해주어서 더욱 언니를 동경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군요.”
무슨 말을 하랴? 그 당시에 하연은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 오히려 희수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어렸던 하연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었다. 내가 모르던 시기의 하연의 모습이라.... 말에 의하면 지금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올망똘망한 눈으로 지금과 똑같은 모습의 하연의 어린 모습이 저절로 내 상상속에서 그려지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에 언니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정말 막 사회에 나와서 언니가 공부했던 것을 활용하려고 했던 시기였거든요.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물었어요.”
희수는 하연이 현모양처라고 대답하자, 마치 자신의 무슨 큰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하연의 부모님은 막내답지 않은 자신의 막내딸보다는 자신의 귀여워했었고, 당연히 하연에게 돌아갈 사랑을 자신이 빼앗았다는 느낌이 들어 미안했다고 했다.
“언니가 결혼하자마자 저도 무슨 급한 일 있었던 것처럼 학교를 마치자마자 도망치듯 결혼한 것도 그런 이유때문일거에요.”
“네?”
“저는 어려서 두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물론 두 분이 레지던트가 끝나시곤 사랑을 주셨지만, 가장 중요했던 시기에 사랑을 받지 못했어요. 대신 언니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 저는 문제없이 자랐지만, 언니는 그렇지 못했어요. 언니가 그래서 현모양처를 꿈으로 여긴 것처럼 언니를 따라 현모양처가 되기로 했어요.”
두서없는 말이었지만 희수의 말은 충분히 이해됐다.
“언니랑 이 맨션에 살면서 행복했어요. 언니한테 요리도 배우고, 반상회 생활하면서 이웃들을 도와주는 것도 즐거웠구요.”
“예.”
“그래서 견뎌냈는지 몰라요. 남편의 행위를.......”
“네?”
행위라니 무슨 일이지 남편에게 폭력이라도 당하고 있었나? 빌어먹을 자식 희수가 때릴 때가 어디있다고.
“남편한테 맞기라도 하셨나요?”
“아니에요. 사실대로 따진다면 남편은 아무 문제없죠. 사랑 없이 결혼을 생각한 제가 문제이죠.”
“예?”
맞지도 않았다면 뭐가 문제지. 행위란 표현을 썼다면 남편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고, 그것을 참아왔다는 이야긴데.
“아팠어요.”
“뭐가요?”
“세.... 섹... 스요....”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더듬듯이 희수씨는 말했다.
“무슨 의미인지. 처음에는 당연히... 아픈 것....”
갑작스레 성적인 문제로 바뀌자 나는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모르겠어요. 남편이 문제가 있는지 제가 문제가 있는지 당연히 순결을 줄때는 아프다는 상식 정도는 알고 있으니 그러려니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횟수가 많아져도 아픔이 줄어들지 않는 거예요. 당연히 저는 조금씩 행위를 피했고, 그것은 남편에겐 힘든 일이었나 봐요. 결국은......”
“바람을......?”
“예.”
“오래 됐어요. 누구한테 충고를 부탁할 사람도 없고, 언니한테 은근히 물어보니 언니는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오히려 뭐라고 해야 될까? 늘 동경했던 언니보다 남편에게 사랑을 더 받았다는 느낌에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열등감을 느껴왔던 언니한테 이긴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요.”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줍지 않게 희수를 위로한다고 말을 꺼내면 물론 하연이가 듣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하연이에겐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은 상처이라고 생각하니까.
“물론 그 빌어먹을 놈이 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그런 맘을 가진 내가 미칠정도로 미웠지만, 곧 이혼을 결심하고 언니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저도 행복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언니는 제 경쟁상대이기도 하지만 동경의 상대였고, 언니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도 그렇다고 생각하니까요.”
“..........”
“정현씨 입장에서는 제가 미워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얼레 하연이랑 내 관계 아나? 하연이가 말했을려나?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하연이 성격에 말했을 리가?
“하연이한테?”
“언니한테 말을 들었으면 이렇게 정현씨를 찾아오지도 않았어요.”
“네 무슨.”
희수는 그때까지 조금은 머뭇거리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는 것과는 달리 말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단도직입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내 나름대론 언니가 행복해지는 모습 보면서 죄책감을 해소하고 있었는데 언니 혼자서만 정현씨랑 그렇게 나는 지금도 그 사람한테 아픔을 당하고 있는데. 하다못해 언니가 나에게 정현씨 관계를 말해줬다면 참을 수 있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언니는 자기만 행복하겠다는 듯이 여태까지 모든 것을 난 언니한테 공개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희수는 횡설수설 대고 있었지만, 무언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렇게 애절하게 나만이 아닌 누군가에게 외쳐대는 그녀가 애절하게 보였다.
“흑흑.. 언니 혼자만... 난 조금이라도 언니한테 빼앗은 것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은 것 같아.. 꿈인 교사도 포기하고 언니를 따라 결혼을 했는데 왜 언니만... 행복해지려고...”
“희수씨 진정하세요.”
희수가 너무 애절해 보여 두 손을 어깨에 올려 달래주자, 희수는 그동안 쏟아낸 하소연에 온몸에 힘이라도 빠진 듯이 내 품에 힘없이 안기었다.
“흑흑... 흑....”
그렇게 희수는 큰 두 눈에 눈물이 넘칠 정도로 웃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를 품안에 안은채 등을 손으로 쓰다듬어주며 달래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얼마간을 울었을까? 희수는 맘속에 담긴 감정을 모두 푼 듯 코로 훌쩍훌쩍거리기만 할뿐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여기 티슈요.”
티슈를 전해주자 희수는 큰 눈망울에서 흘러 내렸던 눈물을 닦고, 훌쩍거리던 코를 팽하니 풀었다.
“킥킥...”
티슈를 코에 댄 채 강하게 코를 푸는 희수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 킥킥대며 웃는 나를 희수는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지금이 웃을 대목인가요?”
“아, 아니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하지만요?”
“코를 푸는 희수씨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여서요.”
희수는 내 말에 잠시 기분이 좋은 듯 미소가 보였지만, 그 미소는 언제 보여졌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차가운 모습이 되었다.
“다행이네요.”
“예?”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남자는 사랑 없이 여자를 안을 수 있다고 들었지만, 아무래도 호감이 있으면 그래도 덜 힘들겠지요.”
“예!?”
“절 안아주세요!!!”
ps: 뭐야 작가 양반 왜 이렇게 중요한 장면에서 자른거야? 정현이 기분 나빠졌어! 아 좀만 가면 장희수 Get인데 말이야. 어이 어이 독자 양반들 돌 내려놓으세요. 흑흑 이제 액자신공이 아닌 독자양반들이 투석신공을..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