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음학의 함정-제1장 함정에 떨어진 여교사 (2) 과거
2.과거
미호는 급히 서둘러 2층에 있는 도서실로 향했다. 료우에이중학교 도서관에는 장서가 꽤 많기 때문에 사서를 고용해 도서실 관리를 맡기고 있었다. 미호는 도서실에 들어가서 입구 근처 카운터에 앉아있는 30대의 여성사서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조사할 게 있어서 열람실을 사용하고 싶습니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아, 그러세요. 지금은 비어 있습니다.」
여성사서는 읽고있던 책에서 눈도 떼지않고 말했다.
「예, 고맙습니다」
미호는 넓은 도서실의 안쪽에 있는 열람실로 향했다. 다행히 수업시간인지라 도서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쥐죽은 듯 조용한 중에 미호의 구두 소리만이 울렸다. 대략 10 다다미정도의 열람실 중앙에는 큰 테이블이 있고 방의 오른쪽 벽에 위치한 PC에는 카운터에 설치되어 있는 PC처럼 도서실에 있는 모든 서적의 데이터가 들어있어 사서에게 부탁하지않아도 자유롭게 책의 검색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방의 왼쪽은 칸막이로 된 작은 공간이 창고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미호는 열람실에 들어가자 열쇠를 잠그고 중앙에 있는 테이블의 구석에 앉아서, 참고서와 노트 사이에 끼워있던 봉투를 다시 열었다. 안의 사진을 꺼내는 손이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아···」
사진을 보자마자 미호의 입으로부터 절망적인 한숨이 새어나왔다.
(역시····그 때의 사진이다)
사진은 모두 5장으로 거기에는 젊은 여성의 나체가 담겨있었다.
한 장은 어딘가 해안에서 찍었는지 주황색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카메라로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상반신 알몸이 된 여자의 가슴을 강조해서 찍은 사진, 전라로 찍은 전신사진이 계속 뒤를 이었다. 사진에 담긴 여자의 몸은 아름답고 젊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기좋게 가슴에서 융기한 버스트, 꼭 죄어든 허리로부터 히프로 계속되는 매끄러운 곡선, 매끄럽고 늘씬하게 긴 다리는 팽배한 젊음으로 긴장되어 있었다. 수치스러운 듯 얼굴을 숙인 여자의 표정과는 정반대로 그 훌륭한 몸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주장하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4장째 사진에는 한층 더 대담한 포즈를 취한 여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여자는 침대에 앉아 무릎을 굽혀 발 끝을 엉덩이에 붙인채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깊게 접혀 구부러진 긴 다리의 밑에는 옅은 음모로 장식되어진 여자의 비부가 적막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에는 침대에 위를 보고 누워서 대담하게 다리를 벌린 여자가 담겨 있었다. 그 비렬에는 검붉은 자지가 기어들고 있었다. 여자는 흥분하고 있는지 그 미모를 희미하게 상기시키고 있었다. 미호는 망연한 표정으로 사진에 비추어진 4년 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째서?····왜, 이 사진이 여기에 있는 거지?)
미호는 혼란스러운 상태로 천천히 기억의 실을 끌어당겨갔다.
(4년 전······)
그것은 미호가 아직 대학생이었던 때의 일이었다. 미호는 여름에 여자친구 두명과 놀러 간 바닷가에서 거기 사는 한명의 남자와 만났다. 그리고 곧 격렬한 사랑에 빠져버렸다. 친구들은 모두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미호에 충고했다. 그 남자에게는 뭔가 신용할 만한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들의 경험에서 나온 진심어린 충고였지만 그때까지 남자와 교제한 적이 거의 없었던 미호는 남자의 외모와 매너에 보기좋게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
그 남자를 만난지 이틀 후, 미호는 친구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남자가 요구하는 대로 육체관계를 맺었다. 다음날에는 잘 구슬리는 남자의 말에 누드 사진을 찍었다. 미호가 남자의 정체를 깨달은 것은 거의 불법도색잡지 비슷한 사진까지도 찍혀 버린 후였다.
남자는 그 사진들을 미끼로 미호를 협박해서 돈을 강제로 빼앗으려는 계획이었다. 미호는 남자가 동료에게 그 계획을 얘기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고는 자신이 그 남자에게 속아 무서운 함정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알았다. 땅이 꺼지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뜨겁게 불타고 있던 미호의 사랑은 한순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게된 미호는 남자의 손으로부터 촬영된 필름을 되찾기위해, 한 번 더 그 남자에게 안기지않으면 안 되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않은 무서운 섹스였다. 미호는 남자가 섹스 후 깊이 잠든 틈을 타서 남자의 방에서 필름을 찾아냈다. 놀랐던 것은 필름의 대부분은 이미 현상되어 사진으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미호는 그러한 사진과 네가티브와 아직 현상되지 않은 필름을 모두 꺼내, 아무도 없는 한밤 중 모래사장에서 태웠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불길을 멍하니 바라보는 동안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어쩐지 자신이 몹시 비참하다고 생각되어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갑자기 돌아간다고 선언한 미호에게 친구들은 모든 것을 알겠다는 듯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미호는 친구들의 배려에 감사했다. 그녀들의 충고에 따라 그 남자에게 이름 이외의 어떤 정보도 주지않아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여름, 미호는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그 이후, 누구와도 교제하지 않았다.
(아마 사진은 전부 태웠을텐데···혹시 사진합성일지도..)
서로 다른 사람의 얼굴과 몸을 합쳐 하나의 사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어디선가 들은 일이 있다. 혹시 생각하며 미호는 자세히 보려고 사진 중 한 장을 손에 들었다.
전라의 자신이 찍힌 사진····몸과 얼굴 크기의 대비, 각도, 그림자 등 부자연스러운 곳은 없다. 그 배경이 되어있는 방의 모습을 미호는 주의깊게 관찰했다. 침대, 테이블, 의자, 그것들은 모두 미호의 4년전 기억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점차 어둡게 가라앉아 가는 미호의 눈에 결정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증거가 들어왔다. 방의 구석에 놓여진 트렁크, 그 트렁크 자체는 매우 흔한 것이었지만, 그 손잡이에 달려있는 봉제인형은 본 기억이 있었다. 사진에서는 희미하게 나왔지만 미호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여지껏 부적처럼 달고 있던 것이다. 지금도 방 책장 위에 장식되어있다. 그 때도 확실히 부적처럼 오키나와에 가져 간 기억이 있다.
(역시 진짜다. 합성 사진이 아니다····)
미호는 꺼질듯이 낙담했다. 미호는 다만 이것이 뭔가 실수이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똑, 똑, 똑..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미호는 정신차리고 당황하며 사진을 봉투에 다시 담고 그 위를 참고서와 노트로 덮었다.
똑, 똑, 똑..
재촉이라도 하는 듯 다시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 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미호는 서둘러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유키히로가 서 있었다.
「그 사진, 이미 보신 것 같군요.」
유키히로는 어두운 소리로 말하면서 미호를 열람실 가운데로 밀어넣듯이 들어왔다. 미호는 압도되는 느낌에 두세걸음 뒤로 물러섰다.
「유키히로선생님?」
보통때와 다른 유키히로의 표정에 미호의 목소리가 떨리면서 나왔다. 유키히로가 문의 열쇠를 잠그자 불안감은 더 한층 커졌다.
「사진을 본 감상을 듣고 싶습니다.」
유키히로는 테이블 주변에 놓인 의자 중 하나에 앉으며 말했다.
「어떠셨나요, 감상은···?」
불길한 예감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몸을 기분나쁘게 감싸기 시작했다.
「보았겠지요.그 사진을····」
미호의 기분 탓일까, 유키히로의 소리에 가득한 욕망의 기색이 느껴졌다.
「아, 저것을···도대체 어디서····」
유키히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무서워서 미호는 유키히로에 등을 돌린 채로 물었다.
「나의 외가가 오키나와에 있어서요····지난 번 골든위크때 오랜만에 들렸다가 거기있는 사람으로부터 매입했습니다.」
「···오키나와··누구에게서····?」
오키나와라는 지명에 미호의 마음은 격렬하게 동요했다.
(역시 그 때의 사진?····그렇지만, 어째서?, 전부 태웠을 것인데····)
누군가의 실수였으면 좋겠다는 미호의 소원은 유키히로의 다음 한마디로 완전히 무너졌다.
「호코스에 신고라는 분입니다만····」
미호는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 유키히로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이야말로 미호가 잊고싶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꺼림칙한 그 남자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진짜였다····아직 남아 있었다니.. 그 때의 사진이····)
미호는 급작스레 밀려온 격렬한 현기증에 벽에 팔을 뻗쳐 몸을 기대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그 사진에 찍혀 있는 사람은 미호선생님입니까?」
미호의 심리상태에 신경쓰지 않고 유키히로가 물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미호는 혼란스러웠다. 유키히로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잘 모르시겠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보일까요?」
「아앗, 안돼요!···그건 안돼요!!」
미호는 뒤돌아보며 당황해서 대답했다. 그리고, 유키히로의 어두운 표정 안에 뜨겁게 불타고 있는 욕망의 불길을 보았다. 유키히로는 분명히 능욕자의 눈으로 미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아, 설마 유키히로선생님이 나를····)
미호의 마음은 절망으로 얼어붙었다.
「저것은 미호선생님이군요」
한번 더 다짐하듯이 유키히로가 말하자,
「네, 예·····」
미호는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대답했다. 유키히로는 애매한 미호의 답이 불만이었는지,
「 좀 더 분명히 대답해 주세요.」
「아, 저것은····저것은 나···입니다」
미호는 고개를 숙이고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 후의 미호의 운명을 결정짓는 한마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