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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판타지] 에리시아 전기 제6장 카시 전투 part2



 -3월 18일 아침, 카시 ―

「우익에 가르시아와 류후. 좌익에 아렉스와 펠레스. 중앙에는 나 자신이 포진한다」

 오규스토는 제장 앞에서 포진을 설명한다.

「카리하발군의 후방에서는 알티갈도가 추격해오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기다렸다가 싸운다는 건 너무나 한심한 일이다. 여기는 사리스 본국, 우리들의 조국이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손으로 싸워서 되찾는다」

「우와아아!!」

 함성이 일어나고, 갑옷이나 무구를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숫자로는 우리가 뒤지고 있다. 그렇지만 궁지에 몰린 쪽은 오히려 우리들이 아니라 카리하발이다. 왜냐하면 세림에게는 결정적으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세림1세는 갑작스럽게 군사회의의 첫머리부터 그렇게 말했다.

「알티갈도는 거의 바로 뒤에까지 닥쳐오고 있다. 오늘 여기에서 사리스를 격파하고 되돌아서 승리의 기세를 몰아 알티갈도를 멸망시킨다. 엄격한 요구인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백전연마의 경들이라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와아아!!」

 장병은 무구를 치고, 고함을 지르며 스스로를 북돋운다.

「사리스는 학익(鶴翼)의 진을 치고, 딘 스스로 최전선에 나오고 있다. 이것은 짐에의 도전장인 동시에 짐을 올가미로 꾀어내는 유혹이다. 그러나 짐은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유혹에 빠져들겠다. 그리고 단숨에 딘과의 결판을 낸다. 오규스토•오즈•딘이라고 하는 이름을 우리 카리하발군의 찬란한 무용의 한 페이지에 다시 한 번 새겨 넣겠다. 병력의 숫자에서는 우리 군이 분명하게 우세에 있다. 경들도 미련을 남길 일 없이 전력을 쏟아 붇도록 하라」

 카리하발군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진을 선택했다.

「선진은 하사드 장군, 자가노스, 무라드는 그 양 편을 확고히 하라. 또한 그 뒤에는 유격 부대로서 핫셈이 대기한다」

 세림1세가 선진에 지명한 하사드•주스 장군은, 저돌적인 맹장으로 그 강렬한 돌파력에 있어서는 카리하발 제일이라고 하는 평판을 자랑하는 남자였다. 창술에 뛰어나고 휘하의 창기병대도 잘 단련되어 있어서, 그 사나운 송곳니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적진의 그물을 씹어서 끊어 왔다.





 사리스군 22000, 카리하발군 27000이 카시의 들판에 집결했다. 상식적으로 수가 적은 사리스군이 학익(鶴翼)의 진을 친다는 건 불리할 것이다. 사리스군은 전체 병력의 거의 전부를 전선에 배치하는 것이 되고, 지쳤을 때 쉬는 틈도, 교대할 수 있는 부대도 없다. 만약 카리하발군이 어린진(漁鱗陣) 등을 써서 차분하게 공격해 온다면, 치명적인 패배를 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카리하발군의 싸움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 전투를 이겨도 뒤를 쫓아서 진군해오고 있을 알티갈도와의 연전을 앞에 두고 있다. 희생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포위되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적의 중앙을 관통하여 좌우로 분단을 노리고, 어쩌면 딘을 공격해 죽여서 단기간으로 결판을 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딘은 알고 있었다.

 오규스토는 싸움이 시작하기 직전까지 작전의 세공을 시행하고 있었다.

 사리스군을 중앙가도과 샤를가도가 교차하는 아삼에 일단 포진시키고, 거기에서 카리하발군이 진격해 오는 것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이게끔 했다. 그러나 카리하발군이 정확히 캇시를 지나쳐 가려고 할 때를 맞추어서 군을 전진시켜 카시에 포진했다.

 카시는 원래 늪 지대였다. 중첩되는 간척에 의해 농지로 다시 태어났지만, 지금도 주위의 토지에 비해서 지대가 조금 낮아 엷은 사발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사리스군은 그 사발의 가장자리 부분에 포진했다. 따라서 카리하발군은 완만하지만 언덕길을 올라서 진격하는 모양이 된다.

「형태는 정확하게 조절했다. 이제는 바람이 불어 주기만을 비는 것 뿐이다」

 오규스토는 말했다.

 카시의 들판엔 봄의 눈을 띄우는 빛을 받아 화초가 그 싹을 틔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생명의 숨결이 막 느껴지려 하는 대지 위에 기마의 말발굽이 잔인한 상처 자국을 새겨 넣었다.

「제일중대, 준비 완료」

「제이중대도 완료」

「제삼중대 이하동문」

「제사중대도 같다」

「좋다, 폐하의 본진에 통신하라.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습니다, 라고」

 선진을 맡은 하사드는 딱 알맞은 긴장감 속에서, 귀중한 일전에서의 선봉이란 역할에 의기왕성했다.

「하사드 녀석, 혈기가 넘치는군」

 세림1세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금방 진지한 얼굴로 되돌아와서는 검을 빼어 들고 칼날을 머리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돌격하라~!!」

 세림1세의 목소리를 신호로 하여 하사드 휘하의 7000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사드의 눈에는 딘이 있는 본진이 확실히 보였고, 즉시 그곳을 향해서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에 대해서 오규스토는 장창으로 숲을 형성해서 맞받아 쳤다.

「틸로즈 장군이 활의 사용 허가를 구하고 있습니다만?」

「안 된다. 활과 화살의 사용은 아직 금지다」

 카프카가 자신의 의견을 포함시켜서 틸로즈의 간원을 보고하지만, 그것을 오규스토는 일고도 하지 않고 부정했다.

「창만으로 막아라」

「……」

 오규스토의 언어에 카프카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사드 부대의 제일진은 가벼운 무장을 한 경기병단이었는데, 사리스의 창숲에 접근하자 돌연 활을 등으로부터 꺼내어 시위를 당겼다.

「아!……」

 기병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었던 사리스병들은 허를 찔렸다. 당황한 일순간 사리스병들의 시간이 머물렀다. 그리고 그 짧은 공백의 시간이 사리스병들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연사성에 뛰어난 소형의 활시위로부터는 날카로운 화살이 되풀이해서 쏘아졌다. 창공에 풀어놓인 화살들은 사리스병을 가로지르고 창숲에 빈틈을 만들어 갔다.

「으아아악!」

 그리고 역할을 마친 경기병들은 재빠르게 좌우로 나뉘어졌다.
 그 갈림길을 통해서 중장갑 창기병이 모래 먼지를 하늘 가득 피어올리며 돌격해왔다.

 사리스병들은 검은 막이 좌우로 갈라지고 거기에서 박력이 넘치는 기마대가 돌연히 나타난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극적인 전개에 사리스 병사들은 숨쉬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중장갑 창기병은 창숲의 사이를 파고 들어와서 빈틈을 더욱 침식해 나간다. 하사드군의 전개의 속도에 사리스군은 완전히 냉정함을 잃어버린다.

 일단 흐트러진 창숲은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하사드 부대는 사리스의 방위선을 돌파해서 그 후방에 진을 친 오규스토에게 육박해왔다.

「오규스토님, 적의 기세가 굉장합니다. 어쩔 수 없이 궁병대에 사격명령을!」

 카프카가 황급한 목소리로 진언한다.

「아직이다, 아직 빠르다」

 오규스토는 일갈했다. 그러나 그 미간에 세로방향으로 새겨진 주름이 마음의 여유가 없음을 나타냈다.

「쟌느, 가라! 카리하발의 기병을 정지시켜라」

 오규스토의 명령을 받아서 쟌느가 거느리는 친위대 500의 정예 기병이 하사드 부대의 정면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사리스군의 양 날개 아렉스와 가르시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진해온 하사드 부대를 좌우에서 끼우는 모양으로, 양 날개를 닫아서 공격을 시작한다. 그러나 자가노스, 무라드의 양 장군 5000병력이 나뉘어서, 아렉스와 가르시아를 각각 다시 맏받아쳤다.

 하사드군과 쟌느의 친위대는 정면에서 격렬하게 서로 부딪쳤다. 수에서는 하사드 부대쪽이 우세했지만, 창숲이라고 하는 장애물을 간신히 빠져 나온 만큼 그 대형은 흐트러져있고 쟌느 부대와 실제로 싸우고 있는 것은 소수였다. 이 국지적인 수적 우세를 쟌느는 잘 이용해서 호각이상으로 싸움을 이끌어갔다.

「쟌느가 아주 잘 해주고 있다」

 오규스토는 쟌느의 활약을 보고 만족스럽게 중얼대면서 크게 숨을 내쉬고 긴장을 조금 풀었다.

「펠레스와 류후 양 장군에게 연락하라. 돌격하여 적군에 쐐기를 박고, 분단시키도록 하라」

 오규스토는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고, 펠레스군 1000과 류후 군 5000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펠레스군은 사리스군의 최정예 기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부대로, 그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한 자루의 잘 드는 칼처럼 적을 날카롭게 잡아 찢고 꽂히는 것 같이 베어 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서 배치되어 있었다.

좌익에서 뛰어 나온 펠레스는 하사드군과 자가레스군과의 연계를 차단하고, 가르시아와 마주 보고 있었던 카리하발군 좌익의 무라드 부대의 배후에 꽂혀갔다.

 적진 가운데에 고립되어서 머리 부분을 쟌느군에게 눌러진 하사드군에게는 우익에서 류후군5000이 눌러 으깨는 것 같이 공격을 가한다.

 하사드군은 험난한 돌진을 되풀이한 후에 가해지는 류후군의 공세에 버텨내지 못하고 후퇴를 시작했다. 그것을 쫓아서 류후는 공격을 계속한다.

「좋아, 이대로 적을 분단한다」

 류후는 자신의 힘으로 단숨에 결판을 내기 위해 부하를 질타해서 더욱 전진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 앞에는 핫셈군 5000이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핫셈은 U자 모양의 진형을 형성해서 그 안에 류후군을 끌어들이고 일제히 반격을 개시했다. 집중된 화살의 공격이 류후군의 선두집단을 쓰러뜨려 간다.

「이 사이에 하사드군을 후방으로 대피시켜라」

 핫셈은 냉정히, 패주하는 아군을 구출하고 더욱 공세를 증대시켜 갔다.

 류후군에서 돌출해 있는 부대에 집중적으로 화살을 끼얹고 완전히 싸움의 주도권을 손에 넣었다.

「저 지휘관 상당히 하는군」

 오규스토는 몹시 싫은 어조로 말했다.

「류후군이 무너진다면 우리 군에는 이제 잉여전력이 없습니다」

 카프카가 냉정히 현상을 진술한다.

「알고 있다. 그 전에 우익이나 좌익 중 한 쪽에서 상대를 격파해주기를 빌자」

 이미 싸움은 난전이 되어서 오규스토가 본진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었다. 마법통신도 서로의 방해마법에 의해 사용할 수 없었다.

 한편 세림1세도 전국의 고착에 초조함을 숨기지 못했다.

「상당히 완고하다」

「예비전력투입의 타이밍과 운용이 훌륭했습니다. 저것으로 전개가 일변했습니다. 지금으로는 우익은 수적으로 열세하고, 좌익은 앞뒤에서 협격되어 있습니다. 과연 딘이라 할만 하군요」

 바야짓토가 대답한다.
 참모들 중 한 명이, 양 날개에 원군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기에 바야짓토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상대의 강점을 뒤집어 엎기 위해서는 나의 강점으로 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중앙으로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출진을 허락해 주십시오. 고전을 계속하고 있는 좌익이나 우익에 원군을 분산시켜서 보내봐야 혼란을 조장하고 싸움이 길어지는 것뿐입니다. 적의 계획을 때려 부수기 위해서도 단숨에 공세로 반전시켜야 합니다」

 바야짓토는 뜨겁게 지론을 전개한다.
 세림1세는 그 말을 듣고 일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참모들에게 한 번 시선을 보낸 후에 일어섰다.

「알았다. 너에게 나의 명운을 맡기겠다. 이것을 가지고 가라」

 그러면서 허리에 찬 애검(愛劍)을 끌러 건네줬다.

「이 아버지를 초월해서 와라」
「옛!」

 바야짓토는 힘차게 일어섰다.
 바야짓토는 5000의 병사를 인솔하여 중앙에 밀어닥쳐간다. 그 기세에 수적으로도 딸리는 류후군은 후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적이 승부에 나왔습니다」

 카프카가 몸을 기울였다.

「류후군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승부를 지어야 합니다」

「……」

 그것에 대해서 오규스토는 무언으로 오른손을 들어서 부정의 의사를 나타냈다.

「지금 몇 시인가?」

 카프카는 소리를 질러 주위의 병사에게 물었다.

「11시 반이 됩니다」

「…… 예정대로라면 슬슬 올 시간입니다」

 카프카는 긴장으로 이마에 땀방울을 송글송글 띄웠다.
 그 때, 병사가 뛰어 들어 왔다.

「보고 드립니다. 우익 오른쪽 전방에 새로운 적병발견. 수는 대충 3000입니다」

 그 보고에 카프카는 자신도 모르게 절규했다.

「나쁜 소식은 언제나 손을 맞잡아서 몰려 오는군」

 오규스토는 자조의 기미를 보이며 말한다. 카프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시 동안 가만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 때, 돌연 전방에 축 늘어져 있던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강한 돌풍이 오규스토의 배후에서 세차게 불어왔다.

「드디어 왔습니다!!」

 카프카가 외친다.

「활과 화살 사용 허가의 불꽃을 올려라」

 오규스토가 명한다.

 3발의 불꽃이 천공에서 작렬했다. 이 신호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었던 틸로즈는 한 번 오른 주먹을 왼손바닥에 세차게 부딪치고는 외쳤다.

「활 준비! 모든 화살을 있는 대로 카리하발군을 향해 겨눠라!!」

 그리고, 명했다.

「발사!!」

 일제히 떼어 놓아진 화살이, 초원의 짧은 풀 위에서 거칠게 불어대는 바람을 타고 물을 얻은 물고기처럼 힘차게 활주해 나아간다. 갈라진 공기가 무수한 사선이 되어서 초록의 대지 위에 포물선을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도 빗나감이 없이 모두 빨아당겨지는 듯 카리하발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런 바보 같은, 대체 어디서부터 여기까지 화살이 날아드는 거야!」

 핫셈은 경악의 목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서야 강한 바람이 자신의 볼을 때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렇게 강한 역풍이라니…… 언제부터 불기 시작한 건가…… 응사하라!」

 천공은 어느 사이에 구름에 물들고, 흐르는 구름은 태양의 빛을 가리고 있었다.

 핫셈군에겐 쏟아지는 화살에 대한 응수를 위한 진형을 짤만한 시간이 없었다. 핫셈이 사기를 북돋우는 목소리가 허무하게 봄추위의 초원에 빨아 들여지고, 계속해서 흘러 나오는 피는 아직 단단한 대지를 선홍색으로 물들였다. 핫셈군은 단지 몇 분 동안에 걸친 화살의 일제사격에 의해 지금까지의 전투 전체로 인한 피해의 몇 배나 되는 손실을 입었다.

 화살을 쏘기 시작한 것은 틸로즈군 뿐만이 아니었다. 아렉스도 가르시아도 류후도 일제히 화살을 떼어 놓기 시작했다.

 그 화살들은 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까지 뻗어나가, 카리하발 병사를 계속해서 꿰뚫어갔다. 카리하발군도 응사했지만 강한 역풍에 화살은 그 기세를 잃어버리고 사리스군 앞에서 지면에 꽂힐 뿐이었다.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던 화살을 다 쏘아버려서 응전조차 할 수 없이 그저 바늘꽂이로 변하는 부대도 잇따랐다.

 핫셈군에 이어서 자가노스, 무라드군도 태세가 어지럽혀져 갔다.

 형세는 완전히 역전했다. 카리하발군은 후퇴하기 시작하고 반면 사리스군은 그것을 반포위하는 태세를 취했다.

 그때에 우익에서 로드 신국군이 도래했다. 아프로디스는 카리하발군의 뒤를 쫓아서 이 땅에 급행하고 있었다. 전장의 상황을 본 로드 신국군은 가르시아군의 측면을 옆으로 빠져서 오규스토의 본진을 노리고 돌진해왔다.

「좋아, 어떻게든 시간에 댔다. 전군 돌격하라」

 아프로디스는 명했다.

 오규스토는 그것을 보고 미소짓는다.

「조금만 더 도착이 빨랐다면 우리들은 패배하고 있었겠군」

 카프카를 본다.

「구사일생입니다」

 카프카도 웃는다.

「하하…… 소수의 병사로 다수를 깨기 위해서는 때로는 도박이 필요하다」

「저희 집안의 가훈에 상태가 좋을 때와 나쁠 때는 절대로 내기를 하면 안 된다, 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만」

「현명한 조상이군. 앞으로 나의 좌우명으로 하도록 하지」

「하하하하」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오규스토의 본진에서 끊임없이 떼어 놓아지는 화살이 로드 신국군의 선두집단을 덮치자 병사들은 하나 둘씩 쓰러져 간다.

 카리하발군과 같이 역풍으로 이쪽에선 화살이 날지 않아 반격할 수도 없다. 계속되는 화살의 연사에 의해 가까이 갈 수도 없다. 로드 신국 병사들은 무의미하게 계속해서 쓰러져갔다.

 그러던 중 흰 신관복장에 밝은 달빛처럼 연한 은색의 긴 머리칼을 뒤로 묶은 여성이 선두로 나왔다. 그러자 그녀를 향해 날라오는 화살이 모두 오렌지 빛깔의 오라를 떼어 놓는 투명한 렌즈에 맞고는 튕겨나갔다. 달빛신관전사대장 아프로디스였다.

「저것은 절대마법의 신장장벽……」

 오규스토는 아프로디스의 마법에 가벼운 놀람의 목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하면, 소문으로 유명한 아프로디스인가……」

 오규스토는 천천히 일어서서 애검(愛劍) 아이스 브랜드를 뽑았다.

「아프로디스가 나온 것이라면, 내가 직접 맞아 치지 않으면 안되겠군」

 오규스토는 그렇게 말하곤 걷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양 군의 중간지점까지 앞으로 나왔다.

「네가 어스 신족의 지고신 오딘을 참칭하는 딘인가?」

 한 톨의 번뇌도 없는 맑은 시선이 오규스토를 가로질렀다.

「참칭인지 아닌지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아라」

 오규스토는 가벼운 미소를 띄운다. 그 미소는 아프로디스에게는 도발로 받아들여졌다.

「절대신 지•오의 위대한 힘을 너에게 보여주겠다」

 아프로디스는 오규스토에게 미소를 되돌렸다. 그 표정에는 여유가 있고 분명히 오규스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바스타드 소드를 뽑았다. 보통 신관전사는 날이 있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프레일이나 해머, 모닝스타등의 타격계의 무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상대가 신의 적으로 간주되었을 경우에는 날이 있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었다.

「받아라!!」

 아프로디스는 그때까지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부터 일변하여, 재빠르게 다가와 오규스토에게 찌르기를 가했다.

「빠르다!」

 오규스토는 아이스 브랜드로 찌르기를 막아 검날을 엎어놓고, 그것을 아래로 누르면서 오른쪽 어깨를 그녀에게 부딪쳐서 그녀의 움직임을 멈췄다.

「상당한 솜씨로군, 나를 수비로 몰아세운 여자는 네가 처음이다」
「호, 막아냈는가? 나의 찌르기를 막아낸 남자는 네가 처음이다」

 서로 도발하는 말을 교환하고는, 각자 백스텝해서 거리를 만들었다.

「신의 힘이 어떤 것인가 불경자에게 깨닫게 해주겠다」

 아프로디스는 바스타드 소드를 아래로 내리고는 살짝 눈을 감았다.

「맘대로 와봐라」

 그런 다음 입가를 올리고 도전적으로 말했다.

 오규스토는 거기에 대해 흐음, 이라고 한 마디 하고는 잠깐 가만히 서있었다. 그것도 잠시, 곧 검을 좌우로 흔들면서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다 갑자기 달려들어 아프로디스의 오른쪽 어깨위로부터 가는 목을 향해서 번개 같은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그 강렬한, 이제껏 수많은 강자들을 한번에 쓰러뜨려온 오규스토의 일격을 아프로디스는 눈을 감은 채로 바스타드 소드를 얼굴의 옆에 세워서 막았다.

 오규스토는 즉시 두 걸음 물러섰다가 다시 한번, 이번은 오른쪽 비스듬히 아래에 찌르기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아프로디스는 눈을 뜨지 않고 왼발을 반걸음 내리고, 바스타드 소드를 기울여서 가볍게 튕겨냈다.

 오규스토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놀랍군, 절대 마법 『명경지수(明鏡之水)』를 겨우 그 나이로 그렇게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나도 처음이다……」

 오규스토의 말에 아프로디스는 놀라서 눈을 떴다.

―― 이 남자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지. 『명경지수(明鏡之水)』는 고도의 마법, 고위사제급이 아니면 이름조차 알 수 없는데…… ――

 아프로디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끓어 올라 온다.

 그것을 뿌리치려는 듯이 다시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해서 영창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은색의 머리칼이 아래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듯 살짝 떠오르고, 바스타드 소드가 오렌지 빛깔로 반짝이기 시작한다.

 아프로디스는 바스타드 소드를 상단으로 겨누었다.

 거기에 대응해서 오규스토도 아이스 브랜드를 쥔 손에 힘을 준다. 아이스 브랜드의 칼날에 서린 하얀 냉기가 한층 늘어나 보는 이의 눈을 부시게 했다.

「부서져라!!」

「하압!!」

 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였다. 두 개의 검은 격렬하게 서로 부딪쳤다. 아이스 브랜드로부터 넘쳐 흐르기 시작한 다이아몬드 더스트와, 바스타드 소드를 에워싸고 있는 오렌지 빛깔의 오라가 서로 힘을 겨루듯 뒤엉켜서 흩날린다. 그리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음 순간, 오규스토의 눈이 벌어졌다.
 아이스 브랜드의 칼날 끝이 부서져 떨어져버린 것이다.

「이것이 절대신의 힘이다. 하찮은 정령 마법 따위는 절대신의 힘 앞에서 무의미하다! 」

 아프로디스가 자신에 찬 미소를 짓는다.

「정말 놀랐다. 이 정도로 절대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를 만나는 것은 오래간만이다」

 오규스토는 부러진 애검(愛劍)를 보다가 아프로디스에게 시선을 돌려 감탄 섞인 어조로 말한다.

「그러나, 절대 마법에 자신 있는 게 너만은 아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의미심장한 오규스토의 언동에 아프로디스는 숨을 죽였다.
 오규스토는 아프로디스가 한 것과 같이, 눈을 감고 영창을 시작했다.

 오규스토의 머리 위를 덮고 있었던 구름이 갑자기 열리면서 이제까지 존재감이 없었던 대낮의 달에서 은색의 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오규스토를 향해서 내리쬐어서 오규스토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오규스토는 눈을 뜨고 아프로디스에게 웃음을 보였다.

「지금부터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지」

 그와 함께 아이스 브랜드를 높이 들었다. 그러자 등에서 흰 날개를 나부끼는 천사가 은빛 속에서부터 춤추며 내려 와서 검에 접촉했다. 순간 빛이 거기에 집중하고, 그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천사의 날개와 그 긴 머리를 모방한 것 같은 길다란 날이 창백하게 빛나는 검이 나타났다.

「…… 설마, 절대 마법, 신장강화인가……」

「그 대로다. 절대 신검 『엔젤릭 블레이드』의 탄생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역대의 대사교님들 중에서도 능숙하게 사용하는 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 최고위 마법을…… 어떻게 네가……」

 아프로디스는 명백히 당황하고 있었다. 그것에 반해서 오규스토는 한 가닥 미소를 입에서 끊어지게 하지 않았다.

「정령마법은 서로 상극관계에 있는 정령에게 약하다고 하는 약점이 있지만, 절대 마법에는 일절 특별한 사각이 없다」

 오규스토가 천천히 아프로디스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자 아프로디스는 엉겁 결에 후퇴해버린다.

「따라서 절대 마법사끼리의 대결에서는 그 마력이 높은 쪽이 당연히 이긴다. 마력의 높이는 떼어 놓는 오라의 색깔로 알 수 있지. 너는 오렌지색이고 나는 하얗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넌 잘 알고 있겠지. 빨강이 가장 약하고 파랑에 가까이 갈수록 강해져서, 최강은 빛나는 흰색이다」

「시끄럽다, 닥쳐라!」

 아프로디스는 완전히 냉정함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조금 전과 같이 바스타드 소드를 머리 위로 쳐들어서 내리쳤다. 거기에 오규스토도 같은 타이밍으로 엔젤릭 블레이드를 부딪쳤다.

 오렌지빛깔과 창백한 빛깔이 다시 한번 섞여서 힘을 겨뤘고, 얼마 안 있어 이번엔 오렌지색이 부서져 사라졌다.

  아프로디스는 산산이 부서진 바스타드 소드를 내던지고는 단검을 꺼내 들고 오규스토에게 돌진해 갔다.

「이미 저항은 무의미하다」

 오규스토는 단검의 공격을 눈을 감은 채로 주고 받았다.

「너는 바구니 안의 작은 새. 달아나는 기술은 없다」

 오규스토는 순식간에 아프로디스의 등뒤로 움직였다.

「시끄럽다」

 아직 신관전사로서의 강한 자존심이 남아 있었다. 아프로디스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배후의 오규스토를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거기에 오규스토의 모습은 없었다. 오규스토는 어느새 다시 아프로디스의 배후에 서있었다. 아프로디스는 이번엔 왼쪽으로 돌았지만, 결과는 같아서 오규스토는 아프로디스의 등뒤로 계속해서 움직였다.

 아프로디스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하앗!」

 외치는 소리와 함께 한 바퀴 회전했다. 그러나 이번엔 시선의 높이에 오규스토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다」

 그 목소리에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오규스토의 왼쪽 주먹이 자기 배에 깊숙이 박히는 것이 확실하게 보였다. 아프로디스의 몸은 기역자로 구부러졌고, 그 후두부에 이번은 검 손잡이가 강하게 내동댕이 쳐졌다.

 아프로디스의 시야가 흐려지고, 결국 거기에서 의식이 끊어졌다.

 멀리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바야짓토는 비틀거리면서 두 걸음 후퇴했다.

「대, 대체 뭐지…… 저 힘은…… 떨고 있는 것인가……이 내가……」

 이마에 넘쳐 나오는 땀을 닦기 위해 오른손을 들지만 손이 떨려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손을 같이 떨리는 왼쪽 손으로 움켜 쥐었다.

「이길 수 없다…… 지금의 나로서는 이길 수 없다……」

 바야짓토의 바지가 젖어 간다.

 싸움의 결판이 났다.

 이 일대일 승부를 목격한 카리하발, 로드 신국 양군은 전의를 삽시간에 상실하고 반대로 사리스군의 사기는 충천했다.
  카리하발 군은 성도 사이아 방면으로 퇴각을 시작하고, 로드 신국 군은 고립되어 대부분이 항복했다.

 전투의 결과로 사리스는 구국토의 대부분을 회복하였다.

 한편, 알티갈도의 슈나이더는 세림1세의 우려와 오규스토의 기대와는 달리 퇴각하는 카리하발 군을 쫓아가서 결판을 내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바람 공국과 밀약을 맺어서 토라부존 반환을 조건으로 알티갈도의 사이아령 북부의 점령을 묵인시켰다. 동시에 사리스 국경에서 진공한 부대가 카리하발이 포기한 사리스 국경측의 장성을 점령하고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도 사이아에서 전후 처리와 전후의 국경을 정하기 위해서 다음 달 각국의 대표가 모이기로 합의되었다. 훗날 말하는 『사이아 회담』이다.





 오규스토는 군세를 일단 토레노로 되돌렸다. 이겼다고는 해도 상당한 피해가 있어서 단독으로의 추격은 거의 불가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토레노는 『밤이 없는 거리』라고 불린다. 거대한 카지노와 경매장이 있어서 그를 목적으로 몰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화려한 호텔이나 귀족의 별장들이 늘어선 일대의 환락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원래 시작은 가도의 여인숙마을이었지만 그 입지 조건의 장점으로부터 사람과 물건, 정보가 모이고 그것들이 숙성하면서 현재의 형태가 되어 갔다.

  오규스토는 이 토레노의 영빈관에 체류하고 있었다. 그 흑진주의 방에 오규스토는 한 명의 여성을 호출했다.

「오래간만이군, 너를 부른 기억은 없지만……」

 오규스토는 방 안 쪽 가죽을 씌운 소파에 몸을 가라앉히고, 블랜디를 글래스에 부었다. 그 뒤쪽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어, 빛나는 밤의 토레노의 거리와 그 반대쪽에 대조적으로 조용한 에리스 호수가 보인다.

「아프로디스님은 부상이 심하셔서…… 제가 대신 가져왔습니다」

 일찍이 산쿠토아쿠로 스칼렛을 쫓아 갔을때 만난 여신관이었던 안젤라가 오규스토 앞에 서있었다. 그녀는 감정을 억제한 목소리로 사무적인 대사를 하고는 포로명부를 오규스토에게 건네줬다.

 오규스토는 그것을 받고는, 재빠르게 그녀의 손을 움켜 쥐었다.

「앗!!」

 안젤라는 짧은 비명을 지른다.

「정말은 나를 만나러 온 거 아닌가?」

―― 싫은 남자 ――

 안젤라의 전신에 가벼운 전기충격을 받은 것 같은 전율이 달렸다. 그녀는 그것을 혐오감으로부터라고 믿었다. 그러나 손을 뿌리치려고 하여도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규스토는 단숨에 글래스의 내용을 삼키고는 그녀를 바짝 가까이 끌어 당겼다.

「아!」

안젤라의 몸이 오규스토의 가슴에 안겼다. 오규스토는 입술을 포개고 블랜디를 그녀의 부드러운 입안에 쏟아 붓는다.

 입안을 채우는 액체를 무심코 삼키고서 안젤라는 분노했다.

―― 이것이 일국의 지도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인가 ――

 항의라고 하는 한 마디 단어로는 차마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분노가 북받쳐 온다. 자신들은 정식 수속을 밟아서 항복했다. 포로에게 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그녀 의 상식이었다. 특히 이 남자는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영웅이다.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어 한층 더 엄격하게 자신을 닦아야 할 입장에 있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입술이 떨어지자 그녀는 절대신 지•오의 훈계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불현듯 현기증과도 비슷한 감각에 세계가 비뚤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술 때문은 아닌, 타오르는 듯한 고조가 몸의 안 쪽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했죠……」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뭔가를 한 건 너희들 쪽이지」

「무, 무슨 말……」

 몸에서 힘이 빠지고, 무릎이 꺾이면서 오규스토의 팔 안에 무너져 버렸다. 전신을 달콤한 쑤심이 여기저기 뛰어 돌아다니고, 넓적다리의 안쪽 부근에서는 도취되는, 저릿한 감각이 습격해 온다. 애액이 흘러 넘쳐 속옷을 적시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이 감각, 이 향기…… 어딘가에서…… ――

 마비되어 가는 사고로, 어슴푸레한 기억을 더듬었다.

「아앗! 안 돼 ―――!!」

 그리고 산쿠토아쿠에서의 저 밤을 상기하고 절규했다. 확실히 이 향기는 저 몬스터에게서 맡았던 냄새였다. 이 향기에 꼼짝 못하고 포로가 되었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공포가 샘솟아 오르고, 무너져 내릴 것 같아지는 자신을 유지하려고 양쪽 어깨를 꽉 껴안았다.

「갤런트에게는 내게 예속하는 마법이 걸려있다」

 오규스토는 웃는다.

「저 밤 이후로 쾌락을 잊을 수 없었겠지, 신관인 만큼 맘대로 남자를 구하기도 어려웠겠고…… 밤마다 어떻게 견뎠지? 매일 자위라도 했나?」

오규스토는 안젤라의 볼을 천천히 집게 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졌다.
 저릿한 감촉이 오규스토의 손가락이 닿은 부분에서 전해지고 뜨거운 쾌감의 소용돌이가 그녀를 삼켜 간다.

「…… 그런…… 그런 적은 없어……」

 거짓말이었다. 갤런트에 범해진 이래, 밤마다 강렬한 성충동이 습격해 왔다. 잊고 싶어도 몸의 세포에 기억된 관능의 맛은 신체에 지워지지 않게 물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강한 신앙심(信仰心)으로 그것을 억제했다. 그러나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육욕에 어느날 밤 결국 자신의 손을 팬티속에 미끄러져 들어가게 했다.

 그곳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안젤라는 천천히 秘입술을 만졌다. 그 순간 현기증이 닥쳐오고, 세계를 안개가 뒤덮었다. 척추을 전격이 관통하고 온 몸이 불타는 것 같이 뜨거워졌다. 손가락은 꽃잎에 딱 밀착해서 떨어뜨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안젤라는 팬티를 벗고 클리토리스를 굴렸다. 문득 방구석에 놓인 거울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는 쾌락에 번민하는 한 마리의 암컷의 모습이 비쳤다. 샘솟아 오르는 수치심은 벌써 새로운 쾌감에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안젤라는 거울을 향해 다리를 활짝 열고, 왼쪽 손의 집게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으로 꽃잎을 좌우로 벌렸다. 젖은 점막이 떨어지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생생한 핑크 빛깔이 조명에 비추어져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징그러운 아이――

 거울 안의 자신에게 그렇게 중얼댔다. 꿀항아리에 오른손의 집게 손가락을 가라앉히자 달콤하게 헐떡이는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손가락을 타서 주르륵 애액 방울이 떨어지고 시트에 물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격렬하게 손가락을 움직여도, 그 때와 같은 높은 곳에 이를 수 없었다. 그저 허무한 기아감만이 뒤에 남을 뿐이었다.

 이 생각은 매일매일 조금씩 늘어 갔다. 밤마다 몇 번이고 자위를 되풀이해도 채워지지 못한 원망이 남아, 초조함은 계속해서 쌓여만 간다. 스스로도 자신의 이런 면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된다면 자신의 미래를 날려버리게 될 것이란 점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거짓말은 좋지 않아…… 그러면 재미있는 걸 하나 보여 줄까」

 오규스토는 꼼짝 못하는 안젤라를 안아 올리고 옆의 침실로 이동했다. 침실에는 조명은 없고 달의 밝은 빛이 열린 창문 밖에서 희미하게 들어와 어슴푸레 비출 뿐이었다. 중앙에 침대가 간신히 보였다.

 오규스토는 안젤라를 푹신한 융단 위에 내렸다. 그 때 우연히 밖에서 불꽃이 피어 올라, 그 다채로운 빛깔이 실내를 비췄다.

 안젤라는 침대 위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았다. 분명히 본 적이 있는 여성이었다.

「크리스티- 님!?」

 안젤라는 구 아카스 왕국 왕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서 오십시오……」

 크리스티는 무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스르르 비단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크리스티의 발밑에 짙은 녹색 빛깔의 드레스가 떨어진다. 그러자 알몸의 크리스티가 서있었다. 그 하얀 피부에 불꽃의 밝은 빛이 색채를 첨가했다.

「무, 무엇을……」

 안젤라는 아연히 크리스티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무시하는 듯 크리스티는 무릎을 꿇고 오규스토의 바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제부터 봉사하게 해주십시오. 크리스의 입에 밀크를 듬뿍 주세요」

 크리스티은 주저하지 않고 오규스토의 페니스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입을 옴츠리고는 몇 번 가볍게 바싹 당겼다.

 안젤라는 그만 말을 잃어버렸다. 저 기품 넘치고 드높은 자존심을 지녔던 왕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한 것일까?

「앤, 당신도 알고 있지요. 이것이 우리들의 운명임을」

「그만둬요 ―!!」

 순간 크리스티의 모습이 자신과 겹쳐 보였다.

 크리스티는 왼쪽 손으로 페니스의 뿌리부분을 어루만지고 왼손으론 몸통을 쓰다듬으면서 혀를 내밀어 귀두를 소리 내어 핥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크게 벌려 삼키고는 격렬하게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허리를 살짝 떨었다.

 오규스토는 그것을 내려다보면서 부드럽게 크리스티의 보라빛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입 안에 백탁한 액체를 토해 냈다.

 액체는 작은 크리스티의 입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 가장자리에서 흘러 나왔다.

「맛있다, 밀크가 매우 맛있습니다…… 앤, 당신도 오세요, 그렇게 하면 무엇이든 모두 잊을 수 있어요」

 안젤라는 울고 있었다. 뇌수의 중심이 녹아 내리고 있는 것 같은 둔한 사고 속에서, 안젤라는 그 광경을 단지 어렴풋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눈앞에 있는 남녀는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결단코 져서는 안 된다는 것만이, 머리의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 어째서 져서는 안 되지? ――

―― 무엇에 져서는 안 되지? ――

 마치 주문과도 같이, 머리 속을 빙글빙글 같은 질문이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오규스토가 떼어 놓은 정액이 그녀의 후각을 자극하고, 저 도착적인 문란한 세계에 다시금 그녀를 인도해 갔다.

―― 원한다…… ――

―― 무엇을…… ――

―― 어디에…… ――

 그녀는 무의식 중에 어느덧 넙죽 엎드려서, 크리스티의 옆에까지 오고 있었다. 이미 아무런 생각도 없이 혀를 내밀어 크리스티의 입가에서 흘러 넘치는 정액을 핥았다.

―― 이것이다! 내가 계속해서 원하고 있었던 것은……――

 안젤라의 최후의 이성이 깨졌다. 저 지하실에서와 같이, 그녀는 쾌락에 빠져 들어갔다. 그녀는 스스로 오규스토의 페니스에 혀를 갔다 대어 아직 남아있는 정액을 빨아 올렸다.

 오규스토가 종속시킨 식물계 몬스터 갤런트의 감응파를 받고 그 최음액을 받아들인 여성은, 오규스토의 정의 포로가 되며 그 이외의 남자로는 절정에 달할 수 없게 된다.

 두 사람의 여성은, 새로운 정을 구하면서 서로 겨루는 듯이 한 개의 페니스에 모여들어 혀로 봉사를 계속했다.

 오규스토는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여성들을 품에 안아 왔다. 그러나 안젤라는 이제까지의 미녀와는 어딘가 달랐다. 그것이 신에게 생애를 바치길 맹세한 성녀의 청순함일까, 라고 오규스토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달의 무녀라고 숭배되는 저 아프로디스는 어떨까? 품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프로디스는 나에게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도와주지 않겠나」

「읍읍읍…할짝…」

 안젤라는 말이 안되는 소리를 반복한다. 자신은 이미 타락했지만, 고결한 신앙심과 뛰어난 능력으로 이전부터 존경해온 아프로디스를 배반한다는 건 아직 인간으로서의 긍지가 용납하지 않았다.

 오규스토는 크리스티에게 눈길을 보냈다.

 크리스티의 손이 등뒤로부터 안젤라의 가슴에 다가가서 그 풍만한 유방을 감싸 쥐었다.

「아하-―-으음――――…」

 쾌락의 목소리가 칠칠치 못하게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몸을 겹쳐서 뒤로 기댔다. 안젤라의 허리가 제껴지고, 무릎이 오르고 자연스럽게 다리가 M자모양으로 벌어졌다. 오규스토는 무릎을 꿇고 秘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곳을 남자에게 보여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또 성감이 솟구쳐 왔다. 그리고 가장 민감한 클리토리스에 손가락을 이끌기 위해서 허리를 스스로 움직였다.

―― 원한다……――

―― 무엇을……――

―― 어디에……――

 다시 그녀는 같은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어슴푸레하게 눈에 보였다.

―― 원하는 것은, 이 남자…… 이 남자의 페니스…… ――

 안젤라의 시선이 오규스토의 페니스에 고정한다.

―― 가지고 싶다, 삼키고 싶다, 몸 안 깊숙하게 …… 넣고 싶다 ――

 그렇게 인정한 순간, 안젤라의 꿀항아리 안쪽에서부터, 뜨거운 애액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걸……」

 안젤라는 저도 모르게 속삭인다.

「원해요……」

 물기를 띤 눈동자를 오규스토에게 향한다.

「넣어… 넣어줘요…」

 어린애가 아양 떨 듯이 고개를 흔들며 애원했다.

 오규스토가 턱으로 크리스티에 신호를 보낸다. 크리스티는 살짝 안젤라를 눕혔다. 안젤라는 혼자서 무릎의 뒤를 잡고 다리를 M자로 열었다.

「제발……부탁이에요……」

「그러면, 손을 빌려 주는 건가?」

 오규스토는 집게 손가락으로 안젤라의 턱을 들어 올렸다.

「……」

 안젤라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자, 오규스토는 입을 다물고 일어섰다.

「아 … 안돼 … 으흑 … 흑흑흑 …」

 그녀는 다시 울었다. 간절히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는 슬픔에 아이와 같이 울었다.

「도와주는 것이구나」

 안젤라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오규스토는 볼의 근육을 살짝 풀었다. 그리고 허리를 낮춰서 안젤라의 꽃잎 사이에 귀두를 맞췄다. 귀두가 닿자 안젤라의 입에서 탄성이 나오면서 허리가 움직여 페니스를 스스로 넣으려고 한다.

「아아아――-――아핫――――――――…」

 안젤라는 그것만으로 가볍게 달했다.

 그리고, 뜨겁게 익은 꿀항아리 안으로 페니스가 매몰해 간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이다. 얼마만큼의 시간을 이 순간을 바라며 견뎌 왔는지, 이 맛을 얻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밤을 허무하게 한탄했는지. 지금 그 갈 곳을 잃어버린 육욕이 만족시켜지려 하고 있었다.

「이것, 바로 이거예요, 내가 요구하고 있었던 건…… 이미 다른 건 아무 것도 필요 없어…… 아아아, 좋아요!! 」

 안젤라는 절규한다. 그것은 영원한 종속의 맹세였다.

 크리스티는 머리를 숙여 안젤라의 가슴을 핥았다. 그리고 그 끝의 핑크색 돌기를 혀로 굴렸다. 안젤라도 눈앞에 있는 크리스티의 가슴에 혀를 뻗었다. 그리고 크리스티의 엉덩이에 손을 뻗치고 꽃잎을 애무했다.

 세 명은 체위를 바꿔서 전신을 축축히 땀으로 적시며 계속했다.

 똑바로 누운 안젤라 위에 크리스티가 엎드린 자세로 겹쳐서 누웠다.

 크리스티는 달콤한 애액을 넓적다리 안쪽과 엉덩이에 미끈미끈하게 적시고 아래의 안젤라까지 묻혔다. 안젤라도 입가에서는 군침을 흘려 보내면서 헐떡이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흘리고 있다.

 오규스토는 안젤라를 찌르고 있다. 그러면서 오른손으로는 크리스티의 벌어진 꽃잎 가운데를 가운데 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으로 안의 내용물을 퍼낼 듯이 왕복시켰다.

 안젤라의 단단히 조이는 동굴을 즐기다가 뽑았다. 분비액의 실이 페니스로부터 안젤라의 꽃잎까지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는 이번엔 크리스티를 찌른다.

「크리스, 꽉 졸라라. 앤에게 지고 있어」

 순간 페니스를 감싼 질벽이 한층 꽉 졸라댄다.

 오규스토는 아래위로 겹친 두 개의 구멍에 페니스를 교대로 삽입하면서 그 조이는 상태를 비교했다. 그리고 빈 구멍에는 가운데 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으로 채웠다.  

 크리스티와 안젤라는 젖꼭지를 서로 문지르며 그 입술을 탐냈다.

「이미 안 되는…… 가게 해줘요……부탁, 앤…… 먼저, 먼저 가게……아학, 아아앙……! 」

 크리스티의 애원에 대답하는 듯이 오규스토는 크리스티의 가슴을 강하게 움켜 쥐고는 안아 일으켜서, 벽에 손을 집게끔 했다. 그리고 뒤에서 격렬하게 허리를 왕복한다. 동시에 안젤라에게 크리스티의 클리토리스를 핥게 했다.

「아아 …… 아! 아!…… 으으윽…… 가, 가요, 가 버려요! 」

 크리스티는 덜덜덜 온 몸을 경련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조금 늦게 오규스토가 뜨거운 꿀항아리에 백탁한 액을 토해 낸다. 오규스토와 크리스티의 결합 부분으로부터 넘치기 시작한 정액을 안젤라는 탐욕스럽게 혀로 핥아서 마셨다.

 세 명은 밤새껏 육욕을 불태우며 서로를 계속해서 탐냈다.





 다음날 저녁, 안젤라는 아프로디스가 연금되어 있는 방을 방문했다.

「포로명부는 건네 주고 왔습니다」

「…… 미안하다」

 안젤라는 보고를 행한다. 그러나 아프로디스는 방구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곧 포로반환의 교섭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 그런가」

 아프로디스는 오규스토와의 일대일 승부에서 진 이후 완전히 생기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원래 포로를 통솔하는 건 최고위인 아프로디스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기력을 잃어버린 아프로디스는 모든 책무를 포기해버려, 안젤라가 대행하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오규스토가 원래 포로명부의 제출을 명한 사람은 아프로디스였다.

「아프로디스님, 이걸 좀 드세요. 뭐라도 조금 드셔야 합니다」

 안젤라는 글래스를 내민다.

「……」

「부디 힘을 내주십시오」

 아프로디스는 텅 빈 눈동자를 들어 안젤라를 보았다. 그리고 안젤라의 사려에 감사하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친다. 그 때 안젤라는 엉겁결에 시선을 돌렸다.

 글라스를 기울이고 나자 갑자기 현기증이 돌았다. 그리고 강렬한 수마가 습격해 왔다.

「…… 안젤라, 대체……」

「요 며칠간 계속 못 자고 계시지요. 조금 쉬세요」

아프로디스는 그 언어에 안도한 듯 깊은 잠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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