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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신대물(新大物) - 02

제목: 立志寶錄 新大物
원작: 梶山李之
옮김: 다크린([email protected])


- 2 - 체험주의(體驗主義)


마에까와 요오꼬로서는 그렇게 대수로운 문제라곤 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돈이 모자라게 되어 적자(赤子)가 되면 아버지인 의학박사에게 사정해서 적자를 메워 달래야겠다고
생가갛고 있었던 요오꼬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리가끼 마사또가 기부를 얻으러 다닌 덕택에 그 해 사은회는 돈이 남았다는 기묘한 현새을 초래
한 것이었다.
동네에서 제일 큰 외과 병원장의 딸인 요오꼬에게는 24,100엔이라는 현금은 그렇게 큰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요오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라가끼 마사또와 절반 나눈 24,100엔이라는 돈에
는 숱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두 사람만의 비밀이었다.
다른 사은회 실행 위원인 고무꾸나 후루까와, 쓰지 도모꼬가 알지 못하는 돈이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긴 했지만, 24,100엔이라는 돈은 고득학교를 갓나온 젊은 남녀의 용돈으로서
는 역시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마지막으로 그것은 죄의식을 수반한 성질의 것이었다.
분명히 말하면 남을 속인 돈이다.
마에까와 요오꼬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라가끼 마사또에게 그 돈을 자본삼아 얼마나 느는지 경쟁하자고
했지만, 점점 날이 흘러감에 따라 어쩐지 그 돈이 무겁게 요오꼬의 마음을 내리누르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럴까?
요오꼬는 이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라가끼 마사또라는 인물이 야릇하게 요오꼬의 마음속에
턱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요오꼬는 몸집이 작고 미소년인 마사또가 좋았다.
그녀의 오빠 라이따는 거리의 불량청년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누이동생인 그녀만은 끔찍이 사랑했다.
이건 어찌된 일인가?
이를테면 라이따는 요오꼬가 코를 풀거나 하면 그 코푼 휴지를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기 책상 서
랍에 넣어 두곤 했다. 그 휴지를 오빠가 무엇에 쓰는지 요오꼬는 모른다. 아니 좀더 분명하게 말한다면 그
것은 휴지뿐 아니었다.
라이따는 우둔해서 대학에도 못 간 사나이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요오꼬의 생활에 관해서는 민감했다.
특히 그녀의 생리일이 다가오면 책상 위에 생리대(生理帶)를 놓아 두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생리에 대
한 처리를 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어디서 관찰하는지 모르지만 오빠 라이따는 소리도 없이 그녀가 나온
화장실로 들어가곤 했다.
요오꼬가 그것을 눈치챈 것은 극히 최근이며, 그때까지는 하녀인 우메꼬(梅子)가 그런 시중을 해 주는 거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녀인 우메꼬가 아니라, 친오빠인 라이따가 그녀의 생리일을 짐작하고 그런 위생
용품을 책상위에 챙겨놓곤 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요오꼬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소름이 끼쳤다.
가만히 생각하니 오빠 라이따는 반드시 요오까가 욕실에서 나온 뒤에야 목욕했다.
마에까와 집안에서는 목욕할 때는 속옷을 전부 벗어 전기세탁기에 넣는 것이 습관으로 되어 있다.
요오꼬는 자신의 생리일에 민감한 것이 오빠인 라이따라는 것을 알고 자기가 목욕한 뒤 오빠가 어떻게 하
는가 관찰했던 것이다.
그것은 낌새로밖에 알 수 없었지만 오빠인 라이따는 요오꼬의 속옷을 세탁기 앞에서 고스란히 들어내다가
자기 몸에 걸치고 자위행위에 빠지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신은 검은 나일론 양말은 발다닥만 젖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오빠가 신었다는 것이 된다.
흰 나일론 팬티는 그 창피한 부분만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것은 남자의 체액으로 젖은 것은 아니다. 다시말해 오빠인 라이따가 그 부분을 입에 물었기 때문에 젖
은 것이었다.
마에까와 요오꼬는 오빠가 목욕한 뒤에 자기의 속옷가지에 그런 이상한 것을 알고 어쩐지 등에 찬물을 끼
얹는 것같이 생각되었다.
오빠 라이따는 우둔하고 못생겼다.
한마디로 말하면 백치(白痴)에 가깝다.
그런 오빠와 대조적인 것이 동급생인 아라가끼 마사또였다.
요오꼬는 마사또의 단정한 생김새나 늠름한 입매가 좋았다.
키는 몸집이 큰 그녀와 달리 작았다. 그러나 체구는 탄탄하게 생겼다.

(남편을 맞으려면 아라가끼 같은 사람을…….)

요오꼬는 남모르게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키가 큰 것이 창피했던 것이다.
신발 크기만해도 240mm나 됐다. 아마도 마사또는 230정도이리라.
그런 남성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표준 키의 아이가 도지 않을가 하고 그녀는 생각했던 것이다.
(도쿄에 가서 아라가끼를 만나면 데이트 자금으로 써야지…….)
요오꼬는 24,100엔을 가지의 돈지갑속에 넣으면서 이렇게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그녀의 신변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약간 광기어린 숭배자가 그 돈지갑의 비밀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

마에까와 라이따는 일상 생활에는 그다지 부자유스러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백치였다.
나이는 21세였다.
누이동생과 같이 체격이 좋고 완력도 어지간한 편이었다.
힘이 세어서 옛날 식으로 말하면 쌀 두어섬쯤은 거뜬히 들어올리는 장사다.
그러나 추남이었다.
대학에도 못 가고, 그러다고 어디에 근무도 할 수 없으니까 자연히 그는 거리의 불량 청년들 그룹의 영수
격(領袖格)이 되어 있었다.
돈에 부자유하지는 않으니까 똘만이들에게서 걸핏하면 <형님! 형님!> 하고 떠받들려 그만 술이라도 한턱
사주게 되곤하여, 어느 틈에 왕초로 올라앉은 느낌이었다.
동네 사람들도 명사(名士)의 장남인데다 추켜올리기만 하면 난폰한 짓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마에까
와 라이따를 관대하게 보아 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라이따였으나 유독 누이동생 요오꼬에겐 정신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누이동생에게 홀딱 반해 있
는 것이다.
오빠가 누이동생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은 큰일이었지만 라이따로서는 그것을 분별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마에까와 요오꼬는 자기의 누이동생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성숙해 가고 있는 여인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백치이면서도, 요오꼬에게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손을 대지 않는 누이동생에게 다른 사내가 말이라도 붙이려 들면 그는 화를 내는 것이었
다.
요오꼬는 자신만이 대하는 여자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여인, 라이따에게는 유일한 <여인>인 요오꼬가 도쿄로 갈 날이 가까워 오자, 라이따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마음 속의 연인인 누이동생과 함께 살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누이동생과 한지붕 밑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누이동생의 생리일도 짐작할 수가 있고, 목욕한 뒤에 그녀의
내음도 실컷 만끽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누이동생이 도쿄에서 따로 살게되면, 누이동생의 내음,
아니 연인의 내음도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
백치였지만, 본능적으로 라이따는 그 정도의 이치쯤은 알았다.
라이따는 초조했다.
누이동생이 욕실로 간 뒤 전기 세탁기에서 그녀의 속옷을 꺼낼 때의 기쁨! 더러워진……, 체취가 밴 팬티
에 코를 갖다대고 맡아 볼 때의 황홀감! 게다가 또 더러워진 팬티를 입에 물고 빨 때의 그 기막힌 가슴의
고동소리!
라이따는 누이동생의 검은 나일론 스타킹을 좋아했다. 그것을 신으면 어쩐지 자신이 여자로 둔갑을 한 것
처럼 생각되어 무조건 흥분하는 것이다.
털이 많이 난 정강이는 그 검은 양말에 가려져서, 마치 청순한 여고생의 다리로 일변하는 것이었다. 그 다
리를 어루만지면 누이동생의 속옷 내음을 맡거나 입에 물 때 마에까와 라이따는 몹시 흥분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다. 그러한 비밀스런 즐거움이 지금 사라져 버리려는 것이다!
마에까와 라이따가 그것을 알고 본능적으로 연인의 도쿄행을 저지하려고 한 것도 당연할 것이다.
라이따는 무엇을 생각했는가?
누이동생인 요오꼬를 자기와 함께 있도록 붙들어 두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는가?
백치인 만큼 생각도 한정되어 있다.
그는 누이동생인 요오꼬와 결혼을 하면, 요오꼬는 도쿄에 갈 수가 없게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 결혼이란 물론 누이동생과의 섹스를 의미하는 것이다.
피아노 교사과 와 있는지 아래층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걱정없다!)

마에까와 라이따는 이렇게 생각했다.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누이동생인 요오꼬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피아노 소리가 나는 동안은 요오꼬
가 2층 자기 방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2층에는 양친과 누이동생과 그리고 접객용 침실이 있다.
라이따의 침실은 아래층에 있었다. 아마도 의학박사인 그들의 아버지가 그가 백치인 것을 감안하고 2층에
그의 침실을 만들어 주지 않았던 것 같다.
백치란 지능지수(知能指數)가 낮다. 그런만큼 인간보다도 짐승에 가깝다는 계산이 된다. 이성이 활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라이따가 짐승이 되어 누이동생에게 덤벼들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현명하게 그러한 생각을 하고 요오꼬의 흐트러진 잠자리 광경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라이따는 2층으로 발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올라가, 양친의 침실 옆에 있는 누이동생 방으로 기어 들어
갔다.
그 방에는 여자 내음이 가득했다.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요오꼬의 방을 둘러보았다.
요오꼬는 언제나 방안을 깨끗이 정돈하고 있었다.
그의 방과는 달리 어질러진 곳이 전혀 없다.
어쩐지 새촘하게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방이었다.
라이따는 침대에 다가가서 물빛 덮개를 벗기고 베개에 코를 묻었다.
건강한 여인의 머리 내음이 확 코를 찌른다.

(아아……. 요오꼬!)

그는 베개를 잠시 끌어안더니 담요와 시트 사이에 손을 들이밀어 무언가를 더듬어 찾는 시늉을 했다.
요오꼬는 그 사이에 잠옷을 넣어두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없었다.
하녀인 우메꼬가 빨기 위해서 내간 모양이었다.
라이따는 실망하면서 침대의 덮개를 전과 같이 다시 덮었다.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벌써 도쿄로 짐을 꾸려 보냈는지 책꽂이는 터엉 비어 있다. 책상 위에 있던 사진이나 연필깎이도 없다.
라이따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책상 서랍을 열었다.
비닐로 만들어진 돈지갑이 있었다.
라이따는 그 돈지갑을 집어 잡깐 뺨에 문지르고 열어 보았다.

(요오꼬의 손때가 묻은 돈지갑이다.)

이렇게 생각하기만 해도 이 백치 오빠는 가벼운 흥분을 느끼는 것이다.
돈지갑 속에는 종이에 꼼꼼이 싼 조그만 꾸러미와 10엔짜리 동전이며 100엔짜리 은화가 들어 있었다.
그는 종이에 싼 것의 무게를 재보고 나서 그것을 펴 보았다.
1만엔 권(券)이 두 장, 1천엔 권으로 넉 장, 1백엔 권이 한 장 나왔다.
그것을 싼 종이는 편전지였다.
무언가가 적혀 있다.

<아라가끼와 약속한 돈.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 돈.
전부 주어 버리고픈 돈.
아무도 모르는 우리 두사람의 비밀.
도쿄에서의 데이트는 즐겁겠지.
기쁘면서도 조금 두려운 요오꼬.
아라가끼는 가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나도 곧 갈 수 있는 걸.>

시인지 감상인지 알 수 없는 막 휘갈겨 쓴 글씨지만 라이따는 죽 훑어보고 격분했다.

(약속…… 망설임…… 주어 버리고픈…… 두 사람의 비밀…… 도쿄에서의 데이트!!)

백치인 그의 머리에는 그런 단어만이 커다랗게 비쳤던 것이다.
즉, 그는 누이동생인 요오꼬와 미소년 아라가끼 마사또가 장래를 굳게 약속했으며 이미 서로 사랑하는 사
이라고 착작했던 것이다.
라이따는 그 돈을 前대로 편전지에 싸서 돈지갑 속에 넣었다.
그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아라가끼 마사또가 도쿄에 취직되지 않고 아직 이곳에 남아 있다면, 목을 부러뜨려 주고 싶다고 생각했얼
정도다.

(그놈이…… 역시 요오꼬를 꼬드겨서 자기가 있는 도쿄로 불ㅇ러 가려는 것이로구나!)

라이따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거칠게 방을 나서려다가 문득 다시 생각 난 듯 걸음을 멈추고 책상 서랍을 열어 요오꼬의 비닐 돈지
갑을 호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럴 때 라이따를 구하는 수단이란 술 밖에는 없다.
그는 밤에 동료들이 곧잘 모이는 변두리의 선술집 <다누끼(너구리)>로 향했다.
다누끼는 겐(源)이라는 60세 가량의 할아버지아 그의 딸 사요(小夜)라는 30대 과부가 경영하고 있는 술
집인데, 참새구이가 자랑이었다.
라이따는 다누끼 앞에까지 와서야 문이 닫혀져 있음을 알았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라이따에겐 다른 데 갈 곳이 없다.
백치인 그는 누구든 함께 있지 않으면, 늘 불안했다.
라이따는 뒤쪽으로 돌아갔다.
뒷문으로 들어가서 술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뒷문은 열려 있었다.
라이따는 어슬렁어슬렁 토방 앞에 이르자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침실로 되어 있는 6조방에 뜻하지 않게 이부자리가 깔려 있고 그 이불이 물결처럼 커다랗게 들썩거
리는 것을 알았다.
라이따가 선 자리에서는 겐이라는 노인의 대머리만이 보일 뿐이었다.

(무얼 하는 걸까?)

라이따는 궁금했다.
그는 아직 섹스 현장을 본 적이 없는 숫총각이었던 것이다.

[아아…… 아버지!]

사요가 괴로운 듯이 숨을 헐떡이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 이젠 못 참겠어요……. 아아, 안돼. 안돼요!]

사요가 이렇게 절규하며 외쳤다.
잠시 후 물결의 파동이 멈추고 겐 노인의 대머리가 힘없이 앞으로 축 처졌다.
야릇한 정밀(靜謐)이 6조방에 가득찼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이불에 가려져 있던 사요가 벌떡 일어나다가 토방에 우뚝 서 있는 라이따를 발견했
다.

[어맛!]

그녀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
라이따는 웬지 짐승처럼 뒷문으로 튀어나가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걸었는지 그는 기억하고 있지 않다. 정신이 들어 돌아보니 그는 봄방학으로 휴교중인 중학
교 교정에 서 있었다.
나쁜 동료들에게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고해서 그에게도 겐과 사요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은 막연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겐씨와 사요는 결혼하고 있었구나. 그러니까 미인인 사요가 아무데도 안 가는구나.)

백치인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잘 모르지만 겐과 사요 사이는 혈연관계(血緣關係)는 없는 모양이었다.
사요를 데리고 겐에게 시집왔던 부인이 죽은 것은 6,7년전 일이었다.
사요는 그때 이웃 마을로 출가를 했었는데 남편이 죽자 다시 돌아와 그대로 다누끼를 돕고 있는 것이었
다. 그러나 백치인 그에게는 겐과 사요는 부녀지간이라고 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와 딸이 저렇게 결혼할 수가 있는 거라면 오빠와 누이동생도 결혼할 수 있을 게 아니냐?)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멍청하니 앉아 있는데, 뒤에서 그를 부르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마에까와 씨!]

그는 그 소리를 듣자 벌떡 일어났다.
지금 한참 생각하면 30세 과부 사요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도망가지 말아요.]

사요는 준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에까와 씨를 찾았어요.]
[네? 나를?]

라이따는 일부러 기분이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조금 전에…… 무얼하러 뒷문으로 왔었죠?]

사요가 물었다.

[뭘 하러라니, 앞문이 닫혔으니까 그랬지요.]
[낮엔 열지 않는걸 모르나요?]
[응…… 하지만 술이 마시고 싶었거든.]
[흐음, 그래요?]

사요는 요염하게 빙그레 웃더니 그의 팡르 잡았다.

[그럼, 오세요.]
[네? 뭘 하려는 거죠?]

라이따는 몸을 도사렸다.

[술을 마시게 해 드리죠. 특별히, 알겠어요?]
[넷! 정말?]
[그럼요. 정말이구말구요.]

사요는 뒤에서 라이따를 감시하는 것처럼 따라오는 것이었다.
가게의 뒷문으로 들어가자 겐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이부자리는 그대로 깔아놓은 채였다.
사요는 찬 술을 잔에 따라 라이따에게 주며 물었다.

[마에까와 씨, 처음부터 주욱 보았나요?]

라이따는 잔에 든 술을 조금 마시고는 대답했다.

[저어…… 당신이 "이젠 못참겠어요"하고 말한 데서부터 보았지.]
[우리가 무얼하고 있었는지 알아요?]

사요는 능청맞게 물었다.

[응…… 대강.]

라이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얼 한 거라고 생각해요?]

사요의 눈이 번들거렸다.

[저어…… 남자하고 여자하고……]

라이따는 백치인 만큼 부끄러워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래요…… 알고 있었군요.]

사요는 눈을 번쩍 빛내고는 다시 물었다.

[여기를 뛰쳐나가서 누구를 만났지요?]
[아무도 만나지 않았어요.]
[거짓말 말아요!]
[아니, 정말이야!]

라이따는 정색을 했다.

[누구에겐지 자기가 본 걸 이야기했지요?]
[아니, 말하지 않았어.]
[정말, 아무에게도?]
[응, 아무에게도 말 안 했어!]

라이따가 그렇게 대답하자, 사요는 마음을 놓았다는 표정이 되어 말했다.

[절대로 말해선 안돼요! 그 대신 사요가 기분 좋은 걸 가르쳐 줄 테니까요.]

**

30세의 과부인 사요는 양아버지인 겐스께(源助)에게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독수공방 외로움에 몸
부림치던 아버지에게 강제로 강간당했던 것이다.
원래 친아버지와 딸 사이가 아닌데다 사요에게도 성욕은 있었다. 그래서 그냥 도리에 어긋한 행위인 줄은
알면서도 남들이 보는 데서는 아버지와 딸이었고, 밤엔 부부가 되는 거른 사이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다
만 그것을 세상에 퍼뜨려 버리면, 그나마 사요의 매력으로 팔고 있는 다누끼인만큼 장사에 지장을 준다.
사요는 그 때문에 라이따를 허둥지둥 찾아내서 집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사요는 라이따를 잠자리로 이끌었다.

[좋은 일이라는건 남자와 여자가 기분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라이따는 대뜸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혼자서 기분 좋게 하는 걸 알아요.]

그는 순진했던 것이다.

[혼자도 기분 좋지만, 둘이서가 훨씬 더 좋은거예요.]

사요는 이렇게 가르쳤다.

[흐음, 둘이서?]
[그래요. 그건 정말 기가 막혀요.]

라이따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부녀간에도?]
[그럼요. 아무리 부녀간이라도 남자와 여자인걸요.]
[그래요? 그럼 오빠와 누이동생도 남자와여자니까 결혼할 수 있겠군요?]

라이따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구말구요. 하지만, 그 결혼한 사실을 세상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신께서 벌을 주시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게 되고 말아요.]

사요는 이렇게 무심코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어찌 마에까와 라이따가 친누이동생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겠는가. 그러니까 자기의 호작상의 아
버지인 겐스께와의 사이를 백치인 라이따에게서 납득케해서 세상에 퍼뜨리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열중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라이따는 사요가 무심코 한 말에 오히려 누이동생인 요오꼬와 결혼할 자신(自信)을 굳혔으니 참으
로 비극이다.

[어때요. 마에까와 씨?]

사요는 그렇게 묻고 있었다.

[응…….]

라이따는 낮게 짐승처럼 헐떡이고 있다.

[어때요?]

사요는 빙그레 웃고 있다.
라이따는 갑작스레 벌떡 일어나더니 사요를 사요를 쓰러뜨렸다.
백치인 그가 겨우 짐승의 본능에 눈을 뜬 것이다.

[어머! 뭘 하는 거에요!]

사요는 기겁을 해서 다리를 바둥거렸다.
라이따는 굵은 팔로 사요를 꽉 누르더니 짐승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 끝에 침을 흘리고 있었다.
눈은 초점을 잃었다.
그러더니 다음 순간 사요를 누르고 있던 짐승은 크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백치라고 하므로 약간 우습게 생각했는데, 그것은 죽은 남편이나 양아버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늠름하고, 게다가 분방한데가 있었다.
사요는 자기도 모르게 미칠 듯이 기뻐서 그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옷매무새를 고치고 나서 사요는 말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굳게 지켜 준다면 아버지가 안 계실땐 이따금 좋게 해 줄께요.]

라이따는 허탈(虛脫)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좋은 것처럼 여자도 좋을까?]
[그야 물론이죠.]

사요는 이불을 개키면서 말했다.

[자아, 가게를 열 테니까 앞쪽으로 돌아가 있어요!]
[알았어.]

라이따는 얌전하게 사요의 말에 따랐다.
그로서는 난생 처음 대하는 여체였다.

(나만 즐거운 것이 아니구나! 요오꼬도 좋을테니까……)

라이따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대고 있었다.
즉, 그 결혼은 요오꼬도 기쁘게 하는 거리고 백치인 그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날 밤, 라이따는 누이동생에게서 훔친 2만여엔의 돈으로 술을 잔뜩 퍼먹고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 계속


≪..한마디..≫
한 손으로 타이핑 하기가 정말 힘드군요.
겨우 2장을 쳤는데.. 어휴....
원문에 충실하려니까 재미가 없는데.. 확 편집해 버려???
적당한 편집은 괜찮을 듯 싶은데... 쩝 그럴만한 재주가 없으니 괜스리 사족만들 필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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