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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신대물(新大物) - 05

제목: 新大物
원작: 梶山李之
옮김: 다크린([email protected])


- 5 - 새로운 부직(副職)


남성에게는 여성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타입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타입의 남성은 대개 나이가 위인 여성으로부터 귀여움을 받으며 또 물심양면으로도 도움을
받는다.
아라가끼 마사또가 그런 타입의 전형적인 도련님이었다.
시부야를 근거로 삼아 여성 상대의 불량배 오빠를 가진 미즈끼 요오꼬가 마사또에게 마음이 끌린 이유가
그가 미소년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어쩐지 그녀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마사또로선, 그런 주위 여성의 친절을 의식하기보다도 일을 배우는데 필사적이었다.
첫째, 꽃 이름을 외어야 했다.
마사또도 야산(野山)에 피는 꽃이나 수목(樹木)의 이름 쯤을 알고 있었지만, 하나겐에서 다루는 꽃들은
외국산의 수입식물(輸入植物)도 있고 관엽식물(觀葉植物)도 있어 종류가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이게…… 개양귀비입니까?]
[아일랜드 포피야. 그것도 양귀비의 일종이긴 하지.]

돼지처럼 생긴 노란색 열매가 달린 나무가 있어서 눈을 끌기에 선배에게 물었다.

[이건 뭐라는 이름입니까?]
[제라늄 맘모삼이라고 하지. 모두들 뿔가지(茄子)라고 하더군.]

조화(造花)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앤듀리엄이니, 극락조(極樂鳥)같이 생긴 스토레이차니…… 어쨌든
마사또로서는 "이런 꽃도 있구나!" 하고 감탄할 뿐이었다.
이것은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받는 경우니까 그래도 창피당하지 않고도 되지만, 견습사원의 완장을 감고
있는데도 부인 손님 중에는 일부로 마사또를 지명하기도 했다.

[이봐요, 잠깐 이것 좀 봐요.]

마사또가 다가 오면은 엉뚱한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목련꽃과 잘 어울리는 꽃을 좀 생각해 봐 주세요.]

가게에선 <손님은 왕이다> 라고 가르치고 있으므로 "견습이라 잘 모르겠어요" 라고 회피해 버릴 수 많은
없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마사또는 선배에게 달려가 의논한다.

[목련과 무엇이 잘 맞습니까?]
[글쎄, 나리 정도겠지.]

선배는 이렇게 대답해 준다. 그런데 마사또로선 이 <나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 선배는 <백합(百合)>을 그저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또 한 중학생 한 명이 뛰어와서는 이렇게 물었다.

[미국의 나라꽃을 가르쳐 주세요!]

일본의 나라꽃이 벚꽃이고, 중국은 매화, 한국은 무궁화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미국의 국화는
몰랐다. 선배들에게 물어도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마사또가 머리를 득득 긁으며 "잘 모르겠는데……." 라고 대답했더니, 그 중학생은 빌글 거리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미국에는 주(州)의 꽃은 있어도 나라꽃은 없어요.]

그리곤 도망쳐 버렸다.
깜쪽같이 속아 넘어간 셈인데, 그런 실수 등 여러 가지로 쩔쩔매는 나날이었다.
주위의 여자에겐 도저히 눈길조차 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
낮에는 일에 열중했으므로 고향생각 같은 것은 조금도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기숙사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 어쩐지 감상적인 마음이 되는 것이다.

(아아! 돌아가고 싶다!)

마사또는 몇 번인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소리죽여 울었다.
그러한 마사또의 주저앉을 듯한 감정을, 겨우 지탱하고 있었던 것은 하나의 결심이었다.

(나는 남자다! 출세해서 대학에 간 놈들을 놀라게 해 주어야 해!)

그리고 마사또는 마에까와 요오꼬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잔뜩 돈을 벌어서 보여 주리라!)

이렇게 결심을 한 것이다.
다만 마사또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하고, 대도시에 혼자 내던져진 마사또로서는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잘생겼다는 무기와 지혜라는 무기가 있었다.

**

스구로 도모꼬(勝呂朋子)는 아침 10시에 눈을 뜬다.
밤에 늦어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긴자(銀座)에서 바아(bar)를 경영했다.
가게 문은 밤 11시에 닫기로 되어 있지만, 손님이 늦도록 앉아있는 날엔 아무래도 12시, 새벽 1시가
된다. 택시를 쉽게 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손님들이 좀 억지를 쓰는 가게여서,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시간까지는 그대로 남이 있곤 했다.
그런 다음 호스테스들을 데리고 밤참을 먹고, 아오야마 맨션으로 돌아와 옷을 바꾸어 입고 나면 새벽
2시에서 3시가 된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10시까지는 잠자리에 있게 된다.
10시에 일어나 화장실에 들르고 현관에서 조간 신문과 우유를 가지고 와서 침대 속에서 신문을 읽으며
우유를 천천히 마시는 것이 일과였다.
11시에 가정부가 온다.
아침 식사와 겸해 먹는 점심을 만드는 동안, 도모꼬는 머리를 감고 목욕한 후 미용체조에 열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식사를 한다.
식사가 끝나면 전표 정리를 한다.
3시에 가게에 나가 있는 바텐더와 전화로 여러 가지 의논을 하고 나서 미장원으로 간다.
5시에는 옷을 차려입고 나서 가정부와 함께 자기 방을 나선다.
그것이 그녀의 하루 스케줄이었다.
그날 스구로 도모꼬는 욕실에서 나와 거울 앞에서 미용체조를 하다가 문득 눈꼬리에 주름이 또 한 가닥
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녀의 정말 나이는 42세다. 결코 젊지는 않다.
그러나 긴자의 마담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나이는 30을 갓넘었다고 생각되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그렇게 말해 왔고, 게다가 미용에 대해 마음을 이만저만 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실, 30을 갓넘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아낌없이 비용을 들이고 있다.
미모를 잃으면 물장사는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이, 속상해!]

도모꼬는 자시도 모르게 짜증스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가정부인 하라 다미꼬(原民子)가 놀란 듯이 침실로 들어왔다.

[이것 봐요! 또 눈 밑에 새로운 발자국이 하나 늘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수면부족이에요.]

하라 다미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럴까?]

도모꼬는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싫어, 이 이상 주름이 더 늘지 못하게 방파제(防波堤)라도 만들고 싶을 정도야! 그렇다고 허둥지둥
수술하실 정도의 나이는 아니고…….]

가정부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부터 말씀드리고 있는 그 특효약을 쓰시라니까요.]

하라 다미꼬는 좀 색다른 여자였다.
성명학(姓名學)에 열중해서 자기와 서로 맞지 않는 가정에는 절대로 근무하지 않는다. 또한 방향에도
철저해서 그 해에 자기에게 맞지 않는 방향에는 일하러 가지 않는다.
서양 의학을 처음부터 부정하여, 감기 같은 것은 한방약으로 고치는 옛날식 여성이었다.
도모꼬 등도 그녀의 영향을 적지 않고 받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지만, 분하게도 꼭꼭 들어맞는
것이다. 이를테면, 새로 가게에 드나들기 시작한 손님의 명함을 보고는, "아……, 이분은 뇌출혈 같은
병으로 쓰러질 거에요." 라느니, "이 회사는 망할 거에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 반년 가량 지내보면, 하라 다미꼬가 말한 대로 그 사람들은 병이 드릭도 하고, 파산을 하는
것이다.
그녀의 50세쯤 된 기묘한 여자였다.
그러한 하라 다미꼬가 말하는 <특효약>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녀의 말을 들어 보기로 하자.
하라 다미꼬는 10년전 히사가하라(久原)의 어떤 저택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집에는 저택의 소유자인 미망인과 고향에서 데려온 15세에서 20세까지의 남자 6명을 합쳐 모두
7명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4년간 그 저택에서 일했다.
그 집을 그만둔 것은 그 집의 소유자인 미망인이 함께 살던 한 대학생에게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미망인의 나이가 84세로 보도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직 47,8세 정도일거라고 짐작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84세라니…….
84세라는 고령으로 그토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인가?
그것이 하라 다미꼬가 말하는 <특효약>이었던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미앙인이 당시 대여섯 명의 젊은 학생을 어이없이 싼 하숙비로 함께 살게 했던 것은 다른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목적은 정액(精液)이다.
학생들은 동정이기를 강요했다.
그리고 동정을 잃으면, 당장 탄로가 나서 쫓겨나게 마련이다.
미망인을 살해한 대학생도 동정을 잃은 것을 그 자리에서 눈치채여 "당장 나가라" 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만 분이 치밀어 일을 저지른 것이다.
미망인은 매일 밤, 젊은 하숙생들을 침실로 끌어 들였다.
그것이 다시 젊어지는 비결(秘訣)이었다.
옛부터 불로장수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연구도 했고, 그로하여 인류가 머리깨나 앓아 온 것은
역사상 명확하다. 특히 수천년 역사를 지닌 중국에서는 여러 가지 일화(逸話)가 있는데, <동뇨(童尿)>라고
하여, 10세부터 열대여섯살까지의 사내아이를 길러, 그가 배설하는 것을 오줌 항아리에 받아 얼굴을
씻으면 잔주름이 없어지느니, 처녀의 첫 번째 멘스를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다느니…… 하고,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연구가 남아 있다.
동정인 남성의 정액을 먹는 것도 그러한 연구에서 생긴 하나의 장수법인지도 모른다.

**

[난…… 싫어.]

스구로 도모꼬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 어째서요?]

가정부는 매우 불만인 모양이다.

[왜냐하면 그런 기분 나쁜걸…….]

도모꼬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에요.]
[어머나! 좋은 약이라니!]

도모꼬는 씁쓰레하게 웃었다.

[그렇지만 뱀의 생피나, 자라의 피를 마시는데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얀 피를 먹일 생각이에요?]
[그럼요. 하얀피이기 때문에 효력이 있는 거에요.]
[그렇지만…… 실제로 생각해 보세요.]

도모꼬는 나무라듯이 말한다.

[첫째 숫총각이 아니면 안되는 거죠?]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하라 다미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지요.]
[우리들 주위에 숫총각이 어디 있어요.]

도모꼬는 고개를 젓는다.

[그야 없지만, 전 찾아낼 수 있어요.]
[어머나…… 하라 아줌마가?]
[그렇대두요.]
[그럼, 그런 마땅한 남자를 찾아 냈다고 가정하고 말에요…… 어떻게 뭐라고 부탁하죠?]

도모꼬는 조금 화난 듯한 표정이 되어 있다.

[요즈음…… 젊은 남자들이 섹스를 푸는 곳이 터어키 탕(湯)이라든가 하는 것은 잘 아시겠지요?]
[네에, 알아요.]
[아마도 터어키 탕에 가는 젊은 남성은 동정이 아닐까요?]
[…….]
[그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시는 타입의 남성을 찾아서…….]
[그러니까 뭐라고 해서 교섭하느냔 말에요.]

바아 마담은 초조해졌다.
가정부는 잠깐 침묵하더니 눈을 커다랗게 뜨며 이렇게 말했다.

[부인, 큰길에 있는 하나겐이라는 꽃집을 알고 계시지요?]
[그럼, 알지요.]

도모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하나겐에 그야말로 귀엽게 생긴 남자가 점원으로 들어왔어요.]

하라 다미꼬는 이렇게 말했다.

[네에, 그래요?]

도모꼬는 문제도 삼지 않는 체했다.
남자의 정액을 마신다.
아무리 젊은과 아름다움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생판 모르는 사나이에게 그런 걸 어떻게 부탁하겠는가?
적어도 긴자의 바아 경영자가 아닌가. 사랑하는 사라나에게라면 또 몰라도…….
헌데, 유감스럽게도 그녀가 사랑하는 남성은 모두 처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숫총각이 어디 있는가.

[아뭏든…….]

그녀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 가정부 하라가 말했다.

[그 아이는 숫총각일 거에요. 틀림없이.]
[어떻게 그걸 알아요?]

도모꼬가 물었다.

[알구말구요. 척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요.]

하라 다미꼬는 이렇게 말하고 끈질기게 굴었다.

[한번 보시도록 하세요.]
[그러면 하라 아줌마는 하나겐의 점원에게 하얀피를 나에게 먹게 해 주라고 교섭해 주시겠다는 건가요?]

스구로 도모꼬는 이렇게 말했다.

[네, 그럼요.]

가정부는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다름 아닌 부인을 위해선걸요.]
[병 같은 건 없을까?]

도모꼬는 그렇게 중얼댔다. 그녀가 그렇게 말한 것은 어느정도 마음이 동했다는 증거다.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 몸집이 작고 잘 생겨서 뺨이라도 부벼 주고 싶은 정도로 순진해 보이는
아이니까요.]

하라 다미꼬는 황홀한 듯 말했다.

[하라 아줌마가 특효약을 마시고 싶은 모양이군요.]

도모꼬는 의미심장하게 미소지었다.

[분명히 아라가끼 군이라는 이름이에요.]
[그래요? 잘도 알고 있군요.]
[견습 사원이라는 완장을 두르고 있으니까, 곧 알 수 있어요.]

가정부는 그런 것까지 가르치고는 덧붙여 말했다.

[그 아이라면 문제 없어요…… 비밀도 지킬 것 같은 인상(人相)이구요.]

하라는 그렇게 말하며 도모꼬의 시중을 들었다.
스구로 도모꼬는 그날, 미용원으로 가기전에 슬쩍 하나겐에 들렀다. 그리고 그녀도 또한 크게 모성
본능을 자극받았던 것이다.

(저 아이의 하얀 피라면!)

**

아라가끼 마사또는 카틀레야 화분을 안은 채 길가에 서서,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화분을 오후 2시까지 어떤 맨션에 사는 가쓰로(勝呂)라는 집에 배달하도록 명령되었는데, 마사또는
그 맨션을 찾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이 근천데……)

마사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게를 나설 때 약도를 봐 두어 대강 짐작은 했던 것이다.
마사또는 오후 2시가찌라고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안절부절 못했다.
선배들의 이야기로는 시간을 정하는 손님 중에는 늦게 배달하면 "이젠 필요 없어" 하고 매우 쌀쌀하게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값이 비싼 카틀레야 화분을 필요치 않다고 돌려 받는대서야 견딜 수 없는 노릇이다.
마사또는 큰거리까지 되돌아와서 담배 가게로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꽃을 배달하려는데, 맨션 호꾸도(北斗)라는 건물을 아십니까?]

가게를 보고 있는 노파에게 물었다.

[모르겠는데.]

노파는 이렇게 말하더니 씁쓰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너무 갑자기 맨션이나 코폴라스가 많이 지어졌으니까…….]

(이렇게 되면 파출소에서 물을 수 밖에…….)

마사또는 파출소를 간신히 찾아내고 시계를 보니, 무려 오후 2시 반이었다.
맨션 호꾸도의 위치도 그제야 알았다.
엘리베이터에 탔으나 안내인이 없다.
자동문인 것이다.
마사또는 주의서를 읽고 겁을 잔뜩 먹은체 버튼을 눌렀으나, 어쩐지 무쇠 상자 속에 감금된 것 같은
섬뜩한 기분을 맛보았다.

(도쿄란 무서운 곳이구나.)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목적지인 607호에 당도했지만 문폐도 붙어있지 않다.

(정말 가쓰로라는 사람의 집일까? 틀렸으면 어쩌나?)

마사또는 망설였다.
꽃을 배달하러 갔다가 엉뚱한 집에 배달해서 나중에 사죄하고 가지러 가는…… 그런 경우가 뜻밖에 적지
않다는 말을 선배들에게서 들어 왔던 것이다.
용기를 내서 부저를를 눌렀다.
매우 듣기 좋은 부저 소리가 울렸다.
잠시후 머리 위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신가요?]

깜짝 놀란 마사또가 그 카틀레야 화분을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했다.
찾아 온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마이크가 장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어…… 가쓰로 씨 댁입니까?]

마사또는 이렇게 말했다.

[가쓰로가 아닙니다. 스구로라고 부르세요.]

여인의 목소리는 냉랭하게 울렸다.

[저어, 하나겐에서 주문하신 화분을 가지고 왔습니다.]

마사또는 겁먹은 소리로 조심성 있게 말했다.
대답이 끊겼다.
그리고 조금 후에 강철 문이 열렸다.

[들어 오세요.]

50이 지났다고 생각되는 늙은 여자가 그를 맞아들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마사또는 화분을 받쳐든채 사과했다.
상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식당 테이블에 놓아 주세요.]

이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마사또는 어안이 벙벙했다. 꽃 배달은 그 집의 현관이나 부엌문에서 물건을 전하고 수령 도장만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상대는 식당에 있는 테이블에 놓으라는 것이다.
처음으로 찾아온 집이다.
어디에 식당이 있는지 알게 뭔가.

(이것 참 난처하군……)

마사또는 이렇게 생각했다.

(소비자는 왕이다! 임금님의 말씀은 무엇이나 옳다!)

마사또는 이렇게 다시 생각했다.
양말을 신고 온 것이 퍽 다행이었다.
가게에 있을 때는 물을 다루기 때문에 맨발에 고무장화를 신는 마사또였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가자 또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당은 이쪽이에요…….]

젊은 목소리였다.
현관에서 들어간 곳이 응접실이고, 이어 식당이 딸린 부엌, 침실 등이 순서로 나란히 붙어 있는
설계였다. 그리고 방 셋이 모두 남쪽을 향하고 있었고 베란다가 그 방마다 있었다.
식당이 딸린 부엌은 8조 가량의 넓이인데 베란다 쪽으로 면해서 식당이 있으며, 거기에 화장으로 곱게
단장하고 가운을 걸친 아름다운 여성이 앉아 있었다.
조금 전의 그 늙은 여인은 케이크를 접시에 담고 있는 참이었다.
마사또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우뚝 서 버렸다.

[저어…… 꽃을……]
[이리로 가지고 와요.]

여인이 화사하게 미소지었다.

[저어…… 어디에 놓을까요?]

마사또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향기로운 내음이 그윽히 풍기고 있다.

[마음에 드는 곳에 놓으세요.]

늙은 여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명령하는 어조로 다시 말했다.

[자아, 홍차를 따르겠으니 거기 앉아요!]

마사또는 어안이 벙벙했다.
꽃을 배달하러 가서 케이크와 홍차 대접을 받다니 꿈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마사또는 얼굴을 붉히면서 식탁 의자로 가서 앉았다.

[아라가끼 군이죠? 난 스구로 도모꼬에요. 잘 부탁해요.]

여인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 네.]

마사또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늙은 여인은 홍차를 따라, 저마다의 위치에 놓아 주고는 자기도 의자에 앉았다.

[케이크를 들면서 내 얘길 들어 주어요.]
[네…….]
[어려워하지 말고, 자아…….]

스구로 도모꼬는 설탕을 찻숟갈로 3개 가량 그의 찻잔에 넣어 주었다.

[아라가끼 군…….]

늙은 여인은 마사또를 쳐다보며 넌지시 물었다.

[댁은 돈이 갖고 싶지 않아요?]

마소또는 즉시 또렷하게 대답했다.

[그야 물론 갖고 싶습니다.]
[그래요? 정직해서 좋아요.]

늙은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느닷없이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댁은…… 동정이겠죠?]

마사또는 얼굴을 붉혔다.

[틀렸나요?]

늙은 여인은 뻔뻔스러웠다.

[아뇨, 동정입니다. 아직…….]

그는 하는 수 없이 말했다.

[그것 보세요. 부인, 아직 그렇지요?]

늙은 여인은 자랑스러운 듯 이렇게 말하고 마사또에게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 동정일 때만 할 수 있는 특별 아르바이트가 있어요.]
[그렇습니까?]

마사또는 대리석 같은 재미있는 얼룩 무늬가 있는 케이크에 나이프를 넣었다.

[한 번에 2천엔인데, 어때요?]

늙은 여인은 마사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마사또는 게면쩍으면서도 궁금했는지 그녀에게 되물었다.

[저어…… 어떤 일을 말하는 겁니까?]
[피를 파는 사람이 있지요?]
[네.]
[그와 비슷한 일이에요.]
[네에…….]
[댁은 그저 누워서 가만히 있기만하면 돼요.]
[눕는 겁니까?]

마사또는 침대에 누워 아버지께 수혈하던 때의 광경을 생각해 냈다.

[한번…… 시엄해 볼까요?]

늙은 여인은 천연스럽게 물었다.
마사또는 2천엔짜리 아르바이트라면 과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케이크와 홍차까지 대접 받은 체면도 있다.
마사또는 쑥스러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한번 쯤이라면…….]

도대체 어떤 일을 당할 건지, 무엇을 할 건지, 그로선 알 수가 없었다.

[그래요. 역시 좋은 사람이군요.]

늙은 여인은 화알짝 갠 표정이 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곧 목욕탕에 가 온몸을 잘 씻고 와요.]
[네? 목욕을 말입니까?]
[그래요. 특히 앞쪽을 잘……]

늙은 여인은 히죽이 웃었다.

(앞쪽을?)

마사또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보고 이어 얼굴이 새빨개졌다.
어렴풋이나마 어떤 아르바이트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정일 때에만>이라는 뜻을 잘 알 수가 없다.

(그걸 하면 단 한 번으로 동정을 잃고 말게 아닌가?)

마사또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사또는 18세였다.
이미 육체적으로는 성숙해 있었으며 성적인 지식도 어느정도 있었다.
그러나 여성의 미용을 위해서 정액을 직접 빨아먹는, 이른바 흡정법(吸精法)이라는 다시 젊어지는
방법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마사또는 욕실로 들어갔다.
이미 그런 것을 미리 생각했던 모양으로, 욕조에는 알맞게 데워진 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사또는 몸을 정성들여 씻었다.

[목욕 수건을 놓아 두었어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나오도록 해요.]]

늙은 여인은 욕실문 너머로 명령조로 말한다.

(도쿄란 정말!)

마사또는 욕탕에서 나오면서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사또의 18년간의 체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이상야릇한 것이, 도쿄라는 대도시에는 소용돌이치고
잇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침대 한복판에 누웠다.
눈가리개가 씌워져 있는 마사또는 눈앞이 캄캄했다.
목욕 타월이 천천히 벗겨졌다.
그리고 그것이 가볍게 자신의 얼굴 위에 씌워졌다.
아마도 보이지 않게 하려는 배려(配慮)였을 것이다.
시술자(施術者)는 그 아름답고 젊은 여인인 스구로 도모꼬였다.

(아아!)

마사또는 등을 뒤로 젖혔다.

(저 아름다운 사람이 나를 애무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는 흥분했다.
그의 몸이 남의 손으로 더욱이 아름다운 이성의 손으로 애무되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마사또가 쉽게 흥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절정의 시간이 지난후, 늙은 여인의 소리가 들렸다.

[자아, 끝났어요…….]

얼굴에 씌워진 타월이 벗겨졌다.
늙은 여인은 야릇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분도 좋고 돈도 받는 거니까, 절대로 나쁜 일거리는 아니죠?]

그렇게 말하고 난 다음에 슬며시 그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쯤 꽃을 배달한다는 핑계로 와 주지 않겠어요?]

마사또는 아무말없이 양복을 입었다.

[자, 2천엔.]

하라 다미꼬는 그가 약속한 것으로 단정을 내리며 천엔짜리지폐 2장을 내주었다.

[몇가지 약속해요!]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말입니까?]

마사또는 홍당무가 된 얼굴로 반문했다.


[하난는 절대로 이런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
[네, 그러죠.]
[만약 누구에게든지 말한 것을 알게 되면 하나겐 사장께 말해서 댁을 파면시킬 테니까. 알겠지요?]

그녀는 을러댔다.
마사또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로, 절대로 자신이 내지 말 것.]
[네?]
[다시 말해서, 자기 손으로 장난하지 말라는 말에요.]
[아, 네에…….]
[멀건 액체론 효력이 없어요. 알겠지요?]
[알 것 같습니다.]
[세째, 될 수 있는 대로 영양가가 높은 것을 먹고, 진한 것을 생산하도록 마음 써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것은 부인의 건강을 위해 지불하는 2천엔이니까.]
[아, 네에.]
[일주일에 두 번이면 4천엔. 한달이면 16,000엔짜리 아르바이트죠.]
[네, 참으로 고맙습니다.]

마사또는 작업복 호주머니에 2천엔을 밀어 넣으면서 감탄했다.

(정말 도쿄란 곳은!)

마사또는 영수 도장을 받는 것도 잊고, 두둥실 장미빛 구름에라도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스구로
댁을 물러났으나 마음속으로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동정을 잃었으므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16,000엔의 아르바이트!)

마사또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들떴다.
마에까와 요오꼬와 약속한 돈벌이 내기가 뜻밖의 방향에서의 길이 열린 것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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