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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신대물(新大物) - 10

제목: 新大物
원작: 梶山李之
옮김: 다크린([email protected])


- 10 - 강자(强者)와의 악수(握手)


일요일에는 가정부 하라 다미꼬가 맨션에 오지 않는다.
스구로 도모꼬는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 귀찮아서 점심 때가 지나도록 짬자리 속에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매우 초조해 하고 있었다.
어제 흰 피를 제공하러 왔던 아라가끼 마사또에게 도모꼬는 하라 다미꼬가 모르게 이렇게 말했던 것
이다.

[내일 낮에 와 줘요. 5만엔 드릴께…….]

그러나 오후 2시가 되었는데도 마사또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던 것이다.
도모꼬가 5만엔을 내겠다고 한 이유는 마사또를 유혹해서 숫총각을 면하게 해 주려는 생각에서였다.
즉, 스구로 도모꼬는 벨테 하이만에게 도발(挑發)당한 형편이었던 것이다.

(저런 히피 소녀에게 그의 동정을 함부로 빼앗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5만엔이라는 거액을 돈을 던질 생각이 생긴 것이었다. 그러한 마사또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이다.
그녀는 초조했다.
마사또가 오면 온제나 그랬듯이 둘이서 목욕을 하고 서로 목욕 타월을 몸에 두른채 식당 테이블에 앉
는다. 그리고 어젯밤부터 차게 해 둔 고급 양주를 마시게하여, 마사또가 적당히 취했을 때 침대로 데리
고 갈 예정이었다.
머리맡의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를 움켜쥐자 그녀는 외쳤다.

[어떻게 된 거에욧!]

그러나 상대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라가끼 마사또가 자신의 굉장한 기세에 눌려 놀란 것이
라고 생각하고 씁스레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세요?]

그러자 상대는 음흉스럽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후후후…….]

도모꼬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그녀는 가만가만 물었다.

[나요…….]
[나…… 라고 하시면?]
[한심하군. 나요, 나!]
[……?]
[가께이라구…….]

그제서야 상대는 이름을 밝혔다.

(난 또 누구라고……)

도모꼬는 실망했다.
제철회사의 가께이 전무였던 것이다.

[어머나…… 죄송합니다.]

도모꼬는 곧 직업적인 어조가 되었지만 그것도 하는 수 없을 것이다.

[다짜고짜 어떻게 된 거에요…… 하다니 좀 심하지 않소? 마담.]
[죄송해요…… 사촌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거라서…….]

가께이의 말에 도모꼬는 씁쓰레하게 웃었다.
이런 때의 사촌이란 말은 참으로 편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오빠니 여동생이니 했다가는 나중에 난처한 일이 생긴다. 사촌이라면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남자
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은, 저어…….]

가께이는 새삼스러운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한 시간 가량 폐를 끼쳐도 괜찮겠소?]

도모꼬는 시계를 쳐다보고 이렇게 물었다.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이 근처인데, 잠깐 여자아이의 일로 의논 좀 하고 싶은데…….]

가께이는 의젓한 말투에서 겨우 평소의 말투로 되돌아왔다. 그렇게 말하는 데는 도모꼬도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없다.

[네, 그러시죠.]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가게의 단골 손님들에게 혼자 산다는 것을 강조하던 참이었으니까.

**

욕실로 들어가기 전에 행여나하여 현관문의 열쇠를 벗겨 놓았다.
탕에 들어가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저 소리가 났다.

[누구시죠?]

욕실 문을 열고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가께이요, 가께이!]
[문 잠기기 않았어요!]

그녀는 큰 소리로 알렸다.

[들어와 기다리세요!]

도모꼬는 욕실 문을 닫자, 허둥지둥 몸을 씻고 욕조(浴槽)에서 올라왔다.
사실은 마사또와 함께 들어가려 했었기에, 약간 원망스러웠다.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고 속옷을 입고 잠깐 생각하다가 역시 팡탈롱과 스웨터를 입었다. 그리고 상기
한 얼굴로 거실로 가니 그곳에는 그 밉살스러운 프랑스 소녀와 가께이 전무가 앉아 있지 않은가!

[저어…….]

그녀는 말이 막혔다.
가께이는 장사꾼이니만큼 그녀의 어쩔 바를 몰라하는 것을 민감하게 살폈던 모양이다.

[의논하고 싶다는 것은 이 벨테 양의 일이오.]

가께이는 멋적은 듯이 말했다.

[어머나…… 그래요?]

자기도 모르게 도모꼬의 말은 차가와졌다.

[실은 말이오…….]

가께이 전무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말한다.

[클럽 하나이의 마담에게 아마 정부가 생긴 모양이오.]
[어머나, 그 마마에게?]

도모꼬의 눈은 둥그래졌다.

[당신 몰랐나…… 그 애 있잖소. 모리까와(森川)라고.]

가끼이는 목소리를 죽였다.

[미까와라니…… 모리까와 전기의……?]

그녀는 물었다.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고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소. 아무튼 모리까와 군은 세 사람의 부인을 앓게 해서 죽게 했던 그런 정력 절륜의 사람이오.]
[그렇다더군요.]

도모꼬도 씁쓰레하게 웃었다.
이 세상에는 정력이 왕성한 사나이와 그렇지 않은 사나이가 있는 것 같다.
모리까와 전기의 사장은 아직 40대의 젊은 사나인데, 머리는 거의 벗겨져 있고 보기에도 정력가라는
느낌이 드는 남성이었다.
입지전(立志傳;梶山李之의 작품)에도 나와 있는 인물인 만큼, 언어 동작은 극히 소탈했지만, 돈을 물
쓰듯하여 바아 경영자들에게 환영 받았다.
다만 여자 다루는 버릇이 나빠서, 닥치는 대로 구워삶는 것이 결점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그 모리까
와 사장과 함께 자러갔던 호스테스는 가게를 쉬게 된다는 정평이 있었다. 그러나 본인은 이튿날 아침 8
시반에는 회사에 나와, 일을 부지런히 한다고 하니 괴물이라 하겠다.
그 <괴물>과 클럽 하나이의 마담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 모양이다.

[그녀에게…….]

도모꼬는 벨테를 턱짓해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 동정해요.]
[그렇지?]

가께이 전무도 보라는 듯한 표정이 되어 말하는 것이다.

[그녀도 요 며칠 잠을 통 못잤다고 하더군.]

(그게 어떻다는 거지?)

도모꼬는 뭐가 뭔지 잘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애매하게 그녀는 물었다.
제철회사의 전무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벨테를 위해 아파트를 찾게 하고 있소.]
[네에.]
[그래서 말인데…….]
[네.]
[참으로 말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네, 뭔데요?]
[19밖에 안되는, 더욱이 프랑스에서 온 처녀를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섹스 지옥데다 혼재ㅏ 내버려두
는 것은 좋지 않아.[
[그렇겠군요.]
[그래서 말이오.]

가께이 전무는 담배를 부벼 끄고는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당신한테 부탁인데…….]
[뭔데요?]

도모꼬는 살짝 웃어 보였다.

[아파트가 결정될 때까지 2,3일만 벨테를 좀 맡아주지 않겠소?]

가께이는 그렇게 말했다.
도모꼬는 깜짝 놀랐다. 아니 크게 낭패했다.

[부디 부탁하오.]

상대는 또 머리를 숙였다.

[저어…….]

도모꼬는 말이 막혔다.

(어떻게 해서든지 거절하고 싶다!)

**

[알고 있소!]

가께이 전무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이렇게 말했다.

[다신이 근심하고 있는 것은 우선 첫째로 말이 통하지 않는 거겠지?]
[네에…… 저어…….]

도모꼬는 애매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 일이라면 걱정없어요.]

가께이는 이렇게 말하고 벙글벙글 웃었다.

[벨테는 영어, 불어, 독어는 무엇이나 할 수 있고, 평소에 필요한 최저한의 말은 종이쪽지에 씌어 있
소.]

가께이는 벨테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무언지 독일어로 지껄였다.
그러자 프랑스 소녀는 핸드백에서 종이 쪽지를 꺼내서 서툰 말로 이렇게 읽었다.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가께이는 의기양양해서 말한다.]

[말이란 제스처로 통하게 마련이오. 마담도 짧은 기간이지만 그녀에게 영어 회화를 배우는 게 좋을
거요.]

도모꼬는 참으로 난처했다.
가께이 전무가 한시간 가량 폐를 끼쳐도 되겠느냐고 하기게 그녀는 OK 했던 것이다. 그러나 벨테 하
이만이 함께 왔고, 더욱이 2,3일 묵고 가겠다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약속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라가끼 마사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라도 찾아 올지 모르지 않은가. 벨테가 사랑하는 하나
겐의 미소년이…….
그녀는 약간 초조해져서 이렇게 말해 보았다.

[저어…… 식사가…….]
[식사?]

가께이 전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이렇게 가르쳤다.

[그녀는 일본 음식이면 뭐든지 먹소.]
[네에? 뭐든지?]

도모꼬는 슬며시 화가 났다.

[오늘 점심에는 생선회, 된장국, 단무지를 먹었는데 맛있다, 하면서 다 먹었소. 괜찮다니까.]

가께이는 그렇게 말하고 더욱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부탁하오!]
[전…… 자신이 없어요.]

도모꼬는 말했다.

[2,3일이면 되오.]
[하지만 다른 집에서 일하는 귀중한 외국인 호스테스를…….]

그녀는 도망치려고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태연하게 말한다.

[뭣하면 클럽 하나이를 그만두게 하고 마담의 가게에 내일 밤부터라도 나가게 해도 괜찮으니까.]
[그, 그런…….]

도모꼬는 몹시 난처했다.

[실은 벌써 짐까지 현관에 가져다 놓았다오. 마담.]

가께이 전무는 그렇게 고백하고 두손을 합장했다.

[우리 집에서 묵게 해 주고 싶지만, 어쨌든 우리집 사람은 보기드문 질투장이라서 말요. 우리들 사이
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해도 믿어 줄 것 같지도 않아. 그래서 마담에게 이렇게 부탁하게 된 거요.]
[그러면 호텔에 데려다두면 어때요?]

도모꼬는 그렇게 말했다.

[응…… 호텔, 바로 그거요.]

가께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호텔이나 여관은 싫다는 거요.]
[호텔이 싫다고?]

도모꼬는 의아했다.

[웬지는 잘 모르지만 불쾌한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지.]

가께이 전무는 그렇게 말하고 또다시 손을 마주댔다.

[부탁이오. 2,3일이면 돼요.]

그렇게까지 말하면 도모꼬로서는 달갑지 않은 프랑스 소녀지만, 가께이의 소중한 손님인지 만큼 그냥
거절할 수도 없다.

[알았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맡아 주겠소?]

상대는 활짝 웃는 얼굴이 되었다.

[단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도모꼬는 말했다.

[응, 조건이란 뭐요?]
[오늘 조금 후에 손님이 한쌍 오시게 되어 있어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한쌍이라고 했다.

[아아, 사촌말요!]

가께이는 혼자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제접 이해성 있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소, 괜찮아. 짐만 맡아 준다면 오늘 밤은 늦게까지 내가 벨테를 상대할 테니까.]

도모꼬는 마음을 놓았다.
이렇게 되면 벨테에게는 보란 듯이 행세할 수가 있고, 아라가끼 마사또를 유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
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은 짓궂은 것이다.
꽃을 들고 온 아라가끼 마사또는 바로 그때, 그녀의 맨션 현관을 들어와 엘리베이터로 모도꼬의 방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부탁하오.]

가께이는 일어섰다. 그리고 벨테는 도모꼬에게 악수를 청했다.

**

아라가끼 마사또는 스구로 댁 현관 앞에 섰을 때 어쩐지 언짢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는 운명을 미리 짐작하는 힘이 있는 데 그 한구석을 지금 마사또가 건드렸는지도 모르겠다.
차임벨을 눌렀다.

[네에…….]

안에서도 도모꼬가 아닌 목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귀에 선 대답이었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마사또의 눈 앞에는 멍하니 서 있는 벨테의 모습이 있었다. 이 사실에는 그도 놀라고 있었다.
스구로 도모꼬의 맨션에서 그녀가 나타나다니, 상상도 할 수 없지 않은가!
미즈끼 요오꼬와 맞붙어 싸움을 벌였던 주근께 투성이의 프랑스 소녀가 어떻게 해서 여기 있단 말인
가 하고 마사또는 생각했다.
마사또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벨테 하이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벨테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 외쳤다.

[아라가끼!]

그러한 벨테의 목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것은 스구로 도모꼬였다.

[꽃을 가져왔군요!]

도모꼬는 마사또를 발견하자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고 나서, 이번에는 소리를 죽여 속삭이듯 말했다.

[10분 뒤에 와 줘요!]

마사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5만엔을 주겠다니까, 이것은 귀중한 아르바이트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사또가 현관을 나서려 하자, 벨테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오우! 농!]

프랑스 여자는 이렇게 외치고 그를 뒤쫓아왔다. 그리고 그를 붙잡고 뭐라는지도 모를 영어를 마구 지
껄여 대는 것이었다.

[뭐라구?]
[왜, 가냔 말에요.]

벨테는 그렇게 묻고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있으니까 그냥 가는 거지요?]

이런 소리도 했다.
마사또는 어쩔 줄 몰라하며 변명한다.

[아니야, 일이 몹시 바빠서…….]

그러나 벨테는 원망스럽게 말하는 것이었다.

[미쓰 스구로는 10분후에 와 달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벨테는 일본 말을 지껄이는 못했지만 일본말을 들을 수는 있었던 것이었다.

[난 바쁜 사람이야.]

아라가끼 마사또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나 좀 만나 줘요.]

벨테는 애원하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해요.]

그녀는 재빠를 말로 계속 퍼붓는 것이었다.

[내게는 당신이 필요해요.]
[나는 당신을 요구해요.]

벨테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이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이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천한 말에 속한다. 적어도 여성 측에서는 입에 담아선 안 될 말이었던 것이
다. 그러나 벨테는 감히 그 금기(禁忌)를 범했던 것이다. 어지간히 마사또에게 반했던 모양이다. 열중
했던 것이다.
서양의 여성은 동양인의 피부에 동경을 품고 있다. 매끈하여 사기 그릇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마사또는 전형적인 미소년이다.
그녀가 경박하고 조심성이 없는 말을 한 것도 당연할지 모른다.

[또 만나지요.]

마사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벨테는 대답하다 할까, 파렴치하다 할까, 그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이렇게 속삭이는 것
이 아닌가.

[팍 미이 플리이즈(fuck me please)!]

번역하면 나를 가지세요! 하는 말이 된다. 도저히 숙녀가 입에 담을 말이 못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라가끼 마사또는 <팍(fuck)>이라는 슬랭(slang)을 알지 못했다.
중학, 고등학교, 아니 대학에서도 이러한 슬랭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일본인은 외국에 가
서 쩔쩔매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보자.
담배 가게에 가서 하이라이트를 두 갑 사려고 할 때, "나는 하이라이트가 두 갑 필요합니다." 라고 하
는 사람이 있겠는가? 손님 중 대개는 "하이라이트 둘" 이렇게 간단하게 말한다.
즉, 말이란 간략하되는 것이다. 현대와 같은 스피드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일본의 영어로는 "나는 두갑의 하이라이트를 갖기 원하노라" 라고 하는 세익스피어 시대의 진
부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아라가끼 마사또가 팍이라는 슬랭을 알지 못했던 것도 당연할 것이다.

**

인생은 재미있다.
마사또는 <팍 미이 플리이즈>라는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오우, 예스"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벨테는 미칠 듯이 좋아했다.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녀는 그렇게 반문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수일동안, 이 스구로 댁에 폐를 끼치고 있게 되었어요.]
[네? 여기에서 사나요? 그게 정말인가요?]

마사또는 물었다.

[정말이에요.]

벨테는 빙그레 웃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일 밤…… 나는 가게를 쉬겠어요. 그러니까 찾아와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마사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빨리 달아나고 싶은 생각 뿐이던 것이다.
마사또는 건물 밖으로 나와, 스구로 도모꼬에게 전화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도모꼬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이렇게 소곤댔다.

[10분이면 좀 이를지도 모르니까, 20분 뒤에 다시 한 번 전화해 줘요.]

(5만엔! 5만엔!)

마사또는 주문처럼 그렇게 마음속으로 노래하듯 외며, 부근을 산책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20분 뒤에 그는 다시 도모꼬에게 전화했다.

[나갔어요. 빨리 와요!]

도모꼬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공중전화에서 떠나, 걷기 시작한 마사또의 앞에 성큼 가로 막고 선 사람이 있었다.
마사또는 깜짝 놀라 상대를 쳐다보았다.
콧수염을 기른 30세 가량의 남자였다.
마사또는 상대를 무시하고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상대는 마사또가 움직인 쪽으로 따
라 움직이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바쁩니다.]
[그건 내가 알 일이 아니지.]

상대는 또 기분 나쁘게 웃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 하나겐에 근무하는 아라가끼 마사또지?]

그는 솔직하게 말해 몹시 놀랐다.
이 넓은 도쿄에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정확하게 자기 이름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어…… 어떻게 그런 걸…….]

마사또는 우물거렸다.
상대는 험상굿은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잠깐, 가 주실까?]
[저어…… 어디엘 말입니까?]
[어디라니?]

상대는 신사복 안주머니에서 검은 색 표지의 수첩을 슬쩍 내보이더니 이렇게 잘라 말했다.

[내가 가자고 하는 곳은 다른 곳이 아니라 서(署)란 말이야.]
[네? 서라고?]

마사또는 창백해졌다.

[저어, 무슨 용의(容疑)로…….]

마사또는 이렇게 반문했다.

[글세? 그건 자기 양심에 물어 보면 알지.]

상대는 히죽 웃고 나서 앞장을 섰다.

[자아, 가시지.]
[기다려 주십시오!]

마사또는 혼란되어 있었다.
어째서 자긴이 경찰에 연행되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가 하나겐에 근무하는 아라가
끼 마사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어떠한 예비 조사를 한 뒤, 자기를 연행하러 왔으리라는 것만은
상상할 수 있었다.

[잠깐, 전화 좀 하겠습니다.]
[전화는 서에서 하면 되잖나.]

사나이는 이렇게 말했다.
독자는 이미 알았을 것이다.
이 인물은 미즈끼 요오꼬의 오빠인 미즈끼 에노스께였던 것이다.
그는 마에까와 요오꼬가 마사또에게 처녀를 바쳤다고 말한 것을 믿고, 마사또가 미워서 견딜 수 없었
던 것이다.
자기의 더없이 좋은 노다지를 방해한 사나이, 아라가끼 마사또.
이 얼마나 밉살스러운 인물인가?
우연히 아오야마의 큰거리를 걸어가던 에노스께는 공중전화 박스 속에 마사또가 들어가 있는 것을 발
겨했다.
시부야를 근거지로 삼는 불량배인 에이노스께는 시골에서 자란 순진한 소년을 상대로 가짜 형사를 가
장하는 것쯤은 누워서 떡먹기였던 것이다.
파출소로 데려가지 않고, 본서로 연행한다는 그 점이 머리를 쓴 것이다.
보통 사실을 말하면 인원 문제가 얽히어 있으므로 임의연행은 어지간한 범죄 용의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은 그런 법률에 관한 일에는 전혀 어둡다.

**

(어떡한다?)

아라가끼 마사또는 이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조사를 받는 건지 도무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저어…….]

마사또는 겁먹은 듯이 말했다.

[뭐지?]

에이노스께는 형사를 가장하여 무게 있는 목소리를 냈다.

[가게에 연락만이라도…….]

마사또는 애원했다.

[가게에 연락?]
[네.]
[뭐라구 할텐가?]
[……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사또는 입 속에서 우물거리고 있었다.

[자네에겐 부녀자 폭행이라는 무서운 용의가 걸려 있어.]

상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네에? 폭행……?]

마사또는 아연해지고 다음에는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전혀 그러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부녀자 폭행이라구요?]
[…… 그렇대두.]

에이노스께는 놓치지 않으려고, 마사또의 손목을 쥐고 있었다.

[그건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그는 외쳤다.

[터무니없다구?]
[네.]
[그러나 피해자에게 고발되어 있어.]
[네에, 피해자요?]
[강간은 친고죄(親告罪)야…….]

불량배인만큼, 에이노스께는 이 관계의 법률에는 훤했다.

[자네에게 난행을 당했다고 어떤 여성이 본서로 고발했단말야.]

상대는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험상궂은 얼굴을 만들었다.

[그래도 그런 일이 없다고 고집을 부릴텐가?]
[저어…… 난행이라니!]

마사또는 창백해졌다.

[거짓말을 하면, 자네에게 불리해!]

가짜 형사는 위협하듯이 화를 내며 똑바로 응시했다. 연극이었지만, 집을 뛰쳐나온 처녀를 마구 속여
온 만큼 그 수법은 깊은 경지(境地)에 도달한 것이었다.

[난…… 모릅니다.]

마사또는 꽁무니를 뺐다.

[변명은 본서에서 듣기로 하지.]

상대는 유유히 그렇게 말했다.

[그너나 모르는 건 몰라요.]

마사또는 필사적이었다.
지금 형사에게 연행되어가면 5만엔짜리 아르바이트 거리가 허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몰라?]

에이노스께는 수첩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 요오꼬라는 여자를 모르나?]
[네, 요오꼬?]

마사또는 또 새파래졌다.
틀림없이 그는 미즈끼 요오꼬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즉, 그는 바로 앞에 있는 인물이, 미즈끼
요오꼬의 친오빠이며, 실은 가짜 형사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미즈끼 요오꼬와의 일이라면, 난행까지는 안했더라도 키스한 사실은 있다. 키스하고 나서 한참 동안
은 어쩐지 자기의 입술이 남의 입술처럼 생각되었었다.

(그러나, 그것이 부녀자 폭행이란 말인가?)

마사또는 고개를 갸웃했다.
키스에 열중해 있는 동안에 요오꼬가 핸드백을 도둑 맞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경찰에 가서, 그
다지 유쾌하지 않은 취조를 받은 것도.
마사또는 그것을 생각하고, 핸드백 도난사건으로 가족들에게 야단을 맞은 요오꼬가 다급한 김에 "가
게의 젊은 남자에게 폭행을 당하여, 핸드백까지 도둑맞았다" 라고 거짓 자백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
이 들었다.
그렇다면, 마사도는 미즈끼 요오꼬를 위해서도 무언가 적당한 구실을 생각해 주어야만 한다.

(이것 참, 난처한데!)

마사또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는 짐작이 가면 이제 와서 발버둥질을 쳐봤다 하는 수 없다는 기분
이 되어 있었다.

[알았습니다.]

마사또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요오꼬 양이라는 사람에 관해서라면 해명할 수가 있습니다.]
[해명할 수 있다고?]

상대는 초조해 있었다.

[어찌되었건 그날 밤, 아까사까 서에 가서, 둘 다 공술서(供述書)를 작성했으니까요.]

마사또는 그렇게 말했다.

[뭐야? 아까사까 서에서?]

상대는 손목을 놓았다.

[그러니까 아까사까 서에 가면, 나와 미즈끼 요오꼬 씨가 그런 이상한 짓을 하지 앟았다고 증명할 수
있습니다.]

마사또가 그렇게 말하자, 상대는 감자기 험상 궂은 얼굴이 되었다.

[뭐라구! 미즈끼 요오꼬라구!]

상대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를 밀쳐 버렸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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