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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우연(雨緣) (14)

 

한참 바쁠 시간대는 지났다지만 여름철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한산했다.


 


“ 안녕하셨어요?”


“ 어? 장우, 자네가 어쩐 일이야?”


“ 하하하~ 뵌 지도 오래됐고, 마침 내일까지 휴가라서 시간이 있어서요...


  그냥 아저씨하고 술이나 한잔할까 하고 왔죠. 아주머닌요?”


“ 하하~ 그래 잘 왔어...집사람은 잠깐 쉰다고 안에 들어갔어, 여보~~오~”


“ 부르지 마세요, 좀 있다 천천히 인사를 드리면 되죠...괜히 쉬시는데...”


“ 무슨 소리? 우리 사위가 왔는데...하하하~ 여보~~”


 


목소릴 크게 높이는 주인아저씨를 말리려다 머쓱한 기분에 멈추었다.


내심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방을 빼겠다는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었다.


물론, 이런저런 준비를 하자면 당장에 이사를 나갈 건 아니었다.


그래도 미리 말씀을 드려두어야 하는 게 당연했다.


 


아직도 계약기간이 남았다는 문제만이 아니라, 아니, 그건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복학하면서부터니까 무려 7년이었다.


그 긴 세월 동안을 한 지붕 아래서 살아왔으니 거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조금 전 아저씨가 장난처럼 했던 사위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본심이 담겨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전부터 아저씨 내외는 민지든 예지든 골라만 잡으라는 농담을 종종 하시곤 했었다.


그래서 왠지 배은망덕한 짓을 하는 것 같은 기분에 자꾸만 죄송해지는 것이었다.


 


적당한 다른 핑계를 대고서 어색하지 않게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었다.


수아의 가게 때문에라도 어차피 근처에다 거처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괜히 거짓말을 했다가는, 나중에 모든 걸 알게 됐을 때 정말로 배신감이 들 건 뻔한 이치였다.


다소 거북하고 힘들더라도 지금 모든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방법이 정답이었다.


그리고, 그런 걸 떠나서 무엇보다도 두 분을 속이고 싶지가 않았다.


사실 나로서도 친 혈육 같은 그 귀여운 아이들과 헤어지는 게 좋을 리가 없다.


그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 한구석에서 찬바람이 횡하고 들이친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도 아닌 동거라는 형태로 어린 여자애들과 한집에서 살 순 없었다.


 


“ 어머~! 장우 삼촌 왔어? 정말로 너무 오랜만이네?


  어째 얼굴이 많이 못하다? 내가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꼭 먹고 가, 알았지?”


“ 잘 계셨어요? 좀 있다 아주머니도 같이 한잔 하셔야죠?...하하~”


“ 그럴까? 호호호~”


 


안쪽에서 나오며 진심으로 반갑게 맞아주시는 아주머니가 보이자 더욱 면구스러웠다.


 


 


아직은 영업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기에 구석자리에서 아저씨와 둘만 먼저 술잔을 기울였다.


이런저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정도 취기가 돌자 슬며시 말을 꺼냈다.


결혼을 약속하게 된 상대를 만나긴 했지만, 두 사람의 여러 가지 형편들 때문에 식은 조금 늦추더라도, 일단은 먼저 살림부터 합치기로 했다는 정도의 개략적인 설명이었다.


 


“ 갑작스레 이렇게....두 분께는 죄송해요...아직은 시간이 약간 있긴 하지만...”


“ 하~....이것..참....”


 


내 신상에 대해서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계셨다.  


본가와는 의절을 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라는 것도 아주 예전에 이야기를 드렸었다.


물론 엄마의 사고와 배다른 여동생에 얽힌 그런 세세한 사연들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여의고서, 너무나 빨리 재혼한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 정도로만 이해했다.


7년간 전혀 올려 받지 않았던 방세며, 소소한 부분까지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았던 건, 아마 나에 대한 두 분의 애잔한 마음 때문이었을 거다.


하물며 귀한 따님을 주실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 내 심정이 착잡한 건 당연했다.


아저씨가 무심결에 흘린 탄식이 어깨를 무겁게 했다.


 


“ ..그래...좋은 인연을 만났다니 축하를 할 일이구먼....”


“ 아저씨....정말 죄송해요...”


“ 아, 아니...무슨 말이야? 자~ 자~ 정말로 축하해...한잔 받아...”


 


다시 한번 사죄를 드리자 약간 멍해있던 아저씨가 황급하게 손을 내젓고는 잔을 채워주셨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주가 오늘따라 너무나 쓰기만 했다.


 


 


간판을 끄고 문을 잠근 뒤에 합석을 한 아주머니가 반쯤은 졸고 있는 아저씨를 보면서 혀를 찼다.


양도 양이지만 그보다는 너무 급하게 드신 때문이었다.


물론 그 축하가 가식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심사가 꽤나 복잡하셨을 거다.


 


“ 아휴~ 이 양반? 장우 삼촌은 멀쩡한데 혼자서 다 마셨어요?”


“ 으, 응~ 하하하~ 우리 예쁜 마누라...혼자 고생 많았어...”


“ 어머? 정말 취하긴 많이 취했나 보네? 이런 말을 다하는 걸 보니까....


  호호호~ 앞으론 종종 일부러 술을 먹여야겠어, 그렇지?”


“ 하하~ 네, 아주머니. 아마 아저씨께서 평상시엔 쑥스러워서 진심을 못 털어놓으셨던가 봐요...”


 


아주머니는 참으로 다정하고 좋으신 분이었다.


이상한 건 여러 가지 면에서 전형적인 엄마상인데도, 그런 아주머니를 보면서 막상 엄마를 떠올린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수아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찾아냈었다.


그렇기에 그녀와는 운명적인 인연으로 더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른다.


 


“ 취한 양반은 빼고 우리끼리 마셔...어디~? 젊은 오빠가 따라주는 술을 한잔 받아볼까? 호호호~”


“ 하...하...자, 받으세요...”


 


아주머니의 다정다감한 부분은 민지, 예지 둘 다가 함께 물려받았지만, 애교가 많고 장난기가 넘치는 모습은 아마 예지 쪽으로만 간 모양이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유쾌한 분위기에도 왠지 어색한 웃음만이 나왔다.


차라리 기다렸다가 두 분이 함께 자리를 했을 때 말을 꺼낼 거라는 후회가 들었다.


지금은 아저씨가 너무 취한 탓에 편치 않은 이야기를 다시 해야만 할 것 같았다.


 


“ 크~ 써~ 아휴~ 이걸 남자들은 왜 달다고 하는 걸까?”


“ 하하~ 안주를 좀 드세요...그러면 한결 나을 거에요...”


“ 호호호~ 고마워~”


 


술을 들이키고서 이맛살을 살짝 찡그리는 얼굴에 정성스레 찜질을 해주던 민지의 모습이 언뜻 보여, 흠칫하다가 안주가 담긴 접시를 아주머니 앞으로 밀었다.


입술에 바위라도 매단 것처럼 점점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미루면 미룰수록 미안해지는 마음만 커질 뿐이었다.


 


“ 저...아주머니...”


“ 응? 말해...장우 삼촌...”


 


애들이 삼촌이라 부르자 덩달아 그렇게 부르게 되었던 아주머니였다.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 사실은....”


 


서두가 떼기가 힘들어서 그랬지, 정작 시작을 하자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아마도 이미 한번 해보았기에 그런 것 같았다.


처음엔 놀라서 눈이 커졌던 아주머니는 내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소주잔만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듣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투명한 유리잔에 비친 불빛이 순간적으로 눈을 아리게 했다.


 


“ ..축하해...정말 잘됐네? 자~ 한잔 받아, 그리고 나도 주고...건배를 해야지?


  이 양반이 취할 만도 했었어...이렇게 좋은 일인데....호..호..호....”


“ 고맙습니다...그리고 죄송해요....”


“ 아이~ 무슨 말이야? 당장은 아니라며? 그러면 들어올 사람은 금방 구할 수 있을 테니까 걱정 마..”


 


어쩌면 두 부부가 이렇게나 비슷한지...나오는 말까지 거의 같았다.


뭔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 듯하면서도 끝내 삼키고서 축하를 해주신다.


 


‘ 민지와 예지도 이럴까?’


 


아마 그럴 것이다.


어쩌면 예지만큼은 그냥 같이 살자며 약간은 떼를 쓰고 눈물을 지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좋은 일이고 당연한 것인데도 왠지 죄스러운 기분이 든다.


스스로는 절대로 아니라고 부정을 했었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사위가 된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던 걸까? 잘 모르겠다.


 


“ 좋은 사람을 만난 걸 축하해...앞으론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알았지?”


“ 네...아주머니...”


 


‘ 쨍~’


 


아주머니가 내민 잔을 부딪치고서는 술을 단숨에 넘겼다.


그래도 아까처럼 그렇게까지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건 이미 술이 제법 되었기 때문이지 결코 마음이 가벼워져서는 아닐 것이다.


아주머니의 다정한 격려에 왠지 눈시울이 뜨듯해졌다.


이제는 정말로 딴딴해졌다고 생각을 했건만, 이 순간에 너무나 엄마가 보고 싶었다.


 


“ 어머? 안주가 다 식은 것도 몰랐네? 잠깐만 기다려...다시 덥혀 올게...”


“ 괜찮아요...그냥...”


“ 아니야...내가 먹고 싶어서 그래...”


 


잔을 내려놓고서 안주접시를 챙겨 돌아서는 아주머니의 속눈썹 끝으로, 뭔가가 언뜻 불빛에 반짝거리는 것만 같았던 건 내 착각이었을까? 가슴이 철렁했다.


슬리퍼를 가볍게 끌면서 주방을 향하는 아주머니의 펑퍼짐한 몸매가 오늘처럼 가녀리게 보인 건 생전 처음이었다.


 


 


‘ 어떻게 된 거지?’


 


무슨 꿈을 꾼 것 같기는 한데 전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하여간에 뭔가에 놀라 깨는 순간 캄캄한 실내가 눈에 들어오면서 머리 속이 흐릿했다.


 


‘ 아...맞아...여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가운데도, 아주머니와 마시는 도중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아저씨까지 다시 합세를 했던 게 생각났다.


몇 병이나 마신지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평상시의 주량을 훨씬 넘었던 건 확실하다.


지금 누운 곳은 전에도 몇 번 와서 자본 기억이 있는 가게에 딸린 안채였다.


 


“ 끄응~”


 


몸을 일으켜 머리맡을 더듬어보자 역시나 자리끼가 준비되어있었다.


아주머니도 많이 취하셨을 텐데 이렇게 세심하게 챙기시다니 또다시 마음이 찡해진다.


벌컥대고 찬물을 마시자 온몸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 후우~ 몇 시나 됐지?”


 


너무 취해서 어떻게 방으로 들어와 누운 건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니 수아와 통화를 못했던 건 당연했다.


아마 지금 시간은 한참 자고 있을 것이었다.


다시 누울까 망설이다 요의가 느껴져 일어섰다.


문을 나서서 화장실을 향하는데 안방의 문틈으로 새나온 불빛과 함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가게를 열 준비를 할 정도까지는 아닐 텐데도 이 시간까지 깨어있다는 건 그만큼이나 심란하다는 걸 거다.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럽게 그 앞을 지나쳤다.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얼핏 몇 마디가 자연스레 귓속을 파고들었다.


 


“ ...걱정이에요....”


“ 그만해...인연이란 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 그래도...”


“ 적당히 하라니까? 행여나 장우 앞에서 그런 낌새를 보일 생각은 추호도 말아...알았지?”


“ 아, 알아요...그거야 당연하지만....휴~ 불쌍한 녀석...이 사실을 알면....”


“ 자~ 자~ 이젠 불을 꺼...이런다고 안될 일이 될 거도 아니니까...자야지...”


“ 네....휴~~”


“ 한숨은 그만 쉬고...”


 


엿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나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아는 순간 발이 저절로 멈추어버렸다.


문틈으로 새나오던 불빛이 사라지고 거실에는 시커먼 정적만이 깔렸다.


화장실을 향하던 것도 잊어버리고는 숨마저 참고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 하아~~아~”


 


방바닥으로 사지를 펼치고서 털썩 드러누웠다.


아주머니의 한숨 소리가 귓속에 남아 맴돌면서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 아마...민지...겠지?’


 


예지야 울고불고 하더라도 결국엔 그냥 응석이었다.


때문에 두 분이 저렇게 불면의 밤을 맞이할 일은 아니었다.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처음 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흠칫하면서 뭔가를 말하려다 결국에 말았던 게 이거였던 모양이다.


조금 전 언뜻 들었던 걸로 볼 때는 아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 같았다.


언젠가부터 달라졌던 민지의 태도나 최근의 모습들을 찬찬히 떠올려보자, 단순한 연심 정도가 아니었던 게 확실히 느껴졌다.


왜 진작에 그 눈치를 못 챘던지 한스러웠다.


어쩌면 진철도 그래서 그날 내게 그런 소리를 했었던가 보았다.


처음으로 잠깐 본 남도 알아채는 걸, 그 오랜 세월을 같이 살면서도 모를 정도로 이렇게나 내가 둔한 인간이었던가!


애초에 저렇게 두 분을 근심시킬 만큼이나 민지의 감정이 커질 여지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새로 맞이할 수아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다.


이젠 그 소중한 것마저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할지도 모르게 돼버렸다.


 


‘ 엄마...난 어째서 이 모양일까? 소중한 것마다 다 잃어버려...’


 


“ 하아아~~”


 


두 눈을 질끈 감으면서 또다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언제 맺혀있었던지 눈물 한 방울이 얼굴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 아주머니...”


“ 안 그래도 조만간 한번 집에 들러서 주려고 했던 거니까 온 김에 가져가..


  얼굴을 보니 아침도 거의 안 먹는 것 같은데, 이거면 그럭저럭 점심 때까지는 요기가 될 거야....”


“ 네...”


 


아침을 먹고서 인사를 드린 다음에 나서는데, 아주머니가 밖에까지 따라 나와 짐을 쥐어주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손이 내 손등을 잡자 가슴이 뭉클했다.


 


“ 참...애들은 아직 모르지?”


“ 네...”


 


당연히 짐작을 하셨을 거다.


그랬다면 벌써 전화통으로 난리가 나도 한바탕 크게 났을 터였다.


 


“ 그러면...나중에 내가 이야기를 할 테니까...그때까진 하지 말아...


  미리 알면 아마 그 계집애들이 장우 삼촌을 들들 볶을 거야....호호호~”


“ 네...”


 


내 손을 다독거리면서 장난스럽게 웃는 아주머니를 도저히 똑바로 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였다.


지금 당신의 속은 어떨지 감히 상상하기가 겁이 났다.


 


‘ 내가 밉지도 않으신가?’


 


천금 같은 자식이 앞으로 겪어야 할 그 커다란 심적 고통의 원흉이 바로 나였다.


 


“ 아이~ 참? 이게 뭐야? 이제 곧 새신랑이 될 사람이 이렇게 비실비실해서야...


  고기상은 고사하고 어디 밥술이나 제대로 얻어 먹겠어? 힘내~ 호호호~”


“ 아주머니...”


“ 자...빨리 가봐, 좀 쉬어야 내일 출근이 덜 힘들지...


  조만간 한번 올라갈게, 그때 또 이야기를 하고..”


“ 네...몸 건강히 계세요...”


 


부드럽게 웃으며 등을 두드려주고 가게로 돌아서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이고서 한참을 있었다.


죄송함과 감사의 마음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눈에 맺히는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죄송해서라도 더 이상은 내 욕심만 부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공인중개사에게 방을 내놓고는 일단 들어올 사람이 구해진 다음에 움직일 생각이었다.


둘이 같이 지낼 원룸 정도야 구하려면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이유도 한몫을 했다.


 


“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면 본격적인 이사철이니까, 아마 곧 방이 빠질 거야...조금만 참아...”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수아에게 말했다.


 


“ 우웅~ 후릅~ 너무 서둘지는 마세요..전 괜찮으니까요...오빠...”


 


카운터에 등을 기대고 선 내 앞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 질척한 소리를 내고 있던 수아가 성기를 뱉어내고는 올려다보았다.


촉촉하게 젖은 흑백의 또렷한 눈망울이 오늘따라 더욱 커다랬다.


그런데도, 번들거리는 새빨간 입술 때문인지 아니면 눈빛에 서린 열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깊고 맑게만 느껴지던 저 눈동자가 아주 끈적끈적하게만 보였다.


휴가 이후로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이었다.


외부적으로는 몰라도 최소한 둘만 있을 땐 먼저 손길을 뻗어오는 건 물론, 이렇게 문을 닫자마자 아랫도리에다 얼굴부터 들이밀기까지도 했다.


물론 내겐 그게 아주 커다란 행복이자 즐거움이었다.


 


“ 수아 너야 천천히 옮긴다지만, 일단 나부터 빨리 이사를 해야 너도 편하지...”


 


우선은 방이 빠지는 대로 내가 먼저 입주를 하기로 했다.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수아는 집에다 적당히 둘러댈 작정인 것 같았다.


그렇게 본가와 우리가 살 집에서 출퇴근하는 걸 적당히 교대로 하다가, 차츰 같이 지내는 시간을 늘린 다음에 완전히 옮길 거라고 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을 믿고 맡겨달라는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물론 거기엔 최소한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를 지을 거라는 그녀의 약속이 크게 작용했다.


 


“ 웅~웅~ 우우웅~”


“ 아~ 좋아...수아야...뭐라고?”


 


잠깐 입을 떼어냈던 수아가 다시 귀두를 문 채 뭐라고 웅얼거렸다.


보드라운 입술이 귀두 아랫부분을 감싸고서 오물거리고, 말랑말랑한 혀가 안쪽에서 삿갓의 아주 예민한 살갗을 간질이자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내 물음에도 뱉지를 않고서 오히려 더 깊이 넣어 목구멍으로 귀두를 조여왔다.


질 속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뜨거움과 압박감이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켜,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잡고서 허리를 흔들게 만들었다.


 


“ 후릅~ 흐응~ 쓰읍~ 음~”


 


입이 음부라도 되는 듯이 수아는 아주 능숙하게 그 움직임을 받아주었다.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보이며 드나드는 굵은 기둥에다 애액 대신에 타액을 질척하게 발라주고, 강하게 조여지는 질구는 입술로, 그리고 꿈틀거리는 벽과 주름은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짜르르한 감각을 전해주는 혀가 대체했다.


마치 박음질을 할 때 내 허리에 맞추어 엉덩이를 쳐올리는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앞뒤로 흔들어가면서 거의 성기의 끝에서 끝까지를 몽땅 핥고 빨아댔다.


호흡이 점점 더 가빠지면서 저 아래쪽으로부터 근질근질하게 오줌이 마려운 것과 비슷한 느낌이 올라왔다.


 


“ 후우~ 수아야...이제 금방 쌀 거 같아...어디다 해줘? 그냥 입에?”


“ 아, 안돼요, 보지, 보지에다 싸줘요~”


 


화들짝 놀라 입에서 성기를 뱉어내고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서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이런 반응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엉덩이를 부르르 떨며 성기에다 힘을 줘 막 사정을 할 것처럼 해보았던 것이다.


 


“ 앙~ 제발~ 오빠~”


“ 후후후~ 알았어...자, 엉덩이를 뒤로 더 빼...”


 


혹시나 사정을 해버릴까 두렵다는 듯이 팬티를 치마 아래로 ‘훌렁~’ 빼내서 카운터 위에다 올려놓고는, 한 손은 그 옆에다 짚은 채 다른 손으로 치마를 모아 앞쪽에다 거머쥔 수아의 새하얀 엉덩이가 탐스러웠다.


상체를 앞으로 뽑고는 엉덩이를 뒤로 내미느라 숙인 허리가 더욱 가늘어 보였다.


그 잘록한 허리를 잡아당기자 다리를 벌리면서 엉덩이를 더 내밀어 준다.


뽀얗게 살이 오른 탱탱한 두 동산 사이의 깊은 계곡으로, 닭 벼슬처럼 새빨간 살점이 흥건하게 젖어 번들거리면서 크게 숨을 내쉬느라 벌렁대는 모습이 너무나 음란했다.


내 성기야 이미 그녀의 입 속에서 만반의 준비가 끝난 상태였기에 진군의 나팔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으로 엉덩이 사이의 폭신한 살을 잡아 벌리면서, 다른 손으로 기둥을 거머쥐고 미끈거리는 속살을 더듬었다.


하늘하늘한 꽃잎이 귀두로 착 감겨오면서 뜨끈뜨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 하아~ 어서요~ 오빠~ 자지를 넣어줘요...”


“ 지금 수아의 모습 정말로 너무 예뻐.......사랑해...”


“ 아아아~ 들어와~ 사랑해요~”


 


허리를 살짝 밀자 그 여린 살들이 빡빡하게 벌어지다가, 둥근 귀두의 가장 크게 부푼 곳을 지나자 갑자기 사탕을 삼키듯이 쏙 빨아들였다.


천천히 계속 전진을 해 마침내 수아의 보드라운 엉덩이 살에 두덩이 닿았을 때, 그녀의 고개를 잡아 돌리고서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자 그때, 뜨거운 속살들이 마치 행주를 쥐어짜듯이 기둥을 거머쥔 채로 꿈틀거리며 이완을 시작했다.


 


 


“ 오빠, 저 때문에 너무 억지로 무리하지는 말아요...전 지금만 해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조금 전의 그 뜨겁고 음란했던 몸짓이 마치 꿈이었던가 싶게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왔다.


이렇게 상반되는 모습이 한 순간에 교차하는 수아가 때론 진짜 요정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늦더위의 열기가 조금 남아있지만 그래도 많이 시원해진 밤공기 속으로, 내 손아귀에 잡힌 작고 보드라운 손이 따스한 온기와 함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 아니, 그 정도로 만족해선 안돼...넌 그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여자야...


  그리고, 나 역시도 더 빨리 더 많이 행복해지고 싶어...”


“ 흐응~ 사랑해요~ 오빠~ 쪽~”


 


거의 막차시간이라 사람이 없는 정류장이라지만, 이렇게 길거리에서 입맞춤을 해오는 수아의 모습은 불과 얼마 전만해도 상상을 못했었다.


역시 이래서 사랑이란 자연이 낳은 최고의 마법이었다.


 


“ 나도 사랑해..쪽~ 버스가 오네? 조심해서 들어가, 도착하면 전화하고...”


“ 네...오빠...전화할게요...”


 


입맞춤을 되돌려주는데 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이제는 이런 아쉬운 작별도 얼마 남지가 않았다.


버스차창으로 손을 흔드는 수아의 부드러운 미소가 또다시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 삼촌...이제와?”


“ 으, 응...그래...안 잤어?”


 


현관을 들어서자 TV를 봤던지 거실에 예지가 혼자 앉아있었다.


원래 초저녁 잠이 많은 아이였는데, 여름방학 동안 실컷 게으름을 피우느라 이 시간까지 깨어있었던 모양이다.


 


‘ 후후후~ 녀석, 개학을 하고 나면 또 아침마다 쇼를 하겠구나....’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3가지를 꼽으라면 서슴없이 잠, 삼촌, 그리고 족발을 말하는 예지였다.


그런 만큼 방학이 끝나면 한동안 아침마다 늦잠 때문에 허둥대곤 했었다.


그런데 그 모습마저 귀여움이 뚝뚝 묻어날 정도로 애교가 많은 아이다.


슬며시 웃음이 나다가도 이제는 그런 걸 볼 날도 없으리라는 생각에 왠지 콧등이 시큰해졌다.


 


“ 근데, 우리 예지가 오늘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 으, 응...아니야..삼촌...헤헤헤~”


 


다른 때 같으면 벌써 쿵쾅거리고 달려와 품 속으로 뛰어들었을 텐데 그냥 멍하니 TV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뜩이나 싱숭생숭한 판에 예지의 그런 모습이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슬며시 옆으로 다가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내 허리를 양팔로 꼭 껴안으면서 얼굴을 묻고는 헤실거린다.


말랑말랑한 젖살이 아직도 느껴지는 보드라운 피부가 너무나 감촉이 좋다.


애기에게서 나는 분유냄새도 희미하게 맡아지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일까? 오늘따라 왜 자꾸 이리도 애잔하게 보이는지를 모르겠다.


 


“ 민지는 자는 거야?”


“ 으, 응..언니는 오늘 친구들이랑 놀러 갔어...안 들어와...”


“ 그래? 그래서 우리 예지가 이렇게 쓸쓸하고 맥이 없었구나?


  좋아~ 그러면 삼촌이랑 예지가 좋아하는 족발을 시켜먹을까? 소주도 살짝 한잔하고...어때?”


“ 웅~ 하, 하지만...삼촌은 내일 출근을 하려면 힘들잖아?”


“ 하하하~ 요 녀석? 입가에 침이나 좀 닦고 말해..먹고 싶어서 벌써 침이 고였는데?”


“ 히히히~ 삼초온~~ 사랑해~”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입술 가가 실룩거리는 예지의 모습에 결국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역시나 애교 덩어리답게 덥석 목을 껴안아오면서 매달린다.


 


‘ 헛~! 이 녀석....에효~ 진짜 이건 시집을 가기 전에는 도저히 못 고치려나 보다...’


 


젖꼭지까지 생생한 뭉클한 느낌에 순간적으로 멈칫하다가 그냥 웃고 말았다.


이런 살가운 정들도 이제 곧 추억으로만 남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기분이 우울해지려는 걸 억지로 떨쳐버렸다.


 


“ 자~ 어서 배달을 시켜~ 이왕이면 아주 잘생긴 돼지로 달라고 해...하하하~”


“ 헤헤헤~ 정말 그렇게 말해?”


“ 하하하~”


 


핸드폰을 건네주자, 족발집인 만큼 전화번호는 확실하게 외우고 있던 예지가 빠르게 버튼을 누르면서 생글거렸다.


 


‘ 어? 빗방울이 떨어졌었나?’


 


그런 예지에게 마주 웃어주고서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다 보니 어깨가 약간 젖어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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