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그네 <5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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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회전그네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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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거래.



시간은 점점 지나고,테이블위에는 추가로 시킨 술병이 늘어만 갔다.처음에 은하가 부킹에 끌려오면 어쩌나 고민
했던 준후도 이제는 한결 마음을 놓을수 있었다.부킹들어온 여자를 구슬리는데에 계속 실패한 성수와 정현은 그
냥 맘편하게 스테이지에서 노는 것을 택했는지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웨이터역시 몇번 들어와 보고는 다시는 여
자들을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준후는 계속해서 윤경과 이야기를 했다.그녀역시 준후가 꽤나 마음에 드는지,아까부터 계속 준후와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다.윤경은 술을 꽤 잘먹는 체질인듯 계속해서 잔을 비웠고,반대로 준후는 그저 건배만 해주고는
많이 마시지 않았다.

"너 여자친구는 없어?"

"응.없지."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왜없냐?"

"그러는 댁은?"

"난 눈이 높아서 그래."

둘은 제법 농담을 나눌 정도로 금새 친해졌다.준후는 왠지 요새들어 지루했던 삶이 바뀌고 있다는 착각마져 들
어왔다.물론 그 전환점은 기주가 오피스텔로 데려간 후겠지만,더욱 정확히 말하면 준후가 처음으로 여자경험을
한 시기라고 할수 있었다.

"왜 이런 재밌는걸 몰랐지?"

그는 즐거웠다.여자라는 생물이 이렇게 흥미로운 것일 줄은 정말 상상조차 못했었다.윤경은 술이 꽤 들어갔는지
계속 베시시 웃기도 하고, 은근슬쩍 준후의 팔짱을 끼기도 했다.

"근데 친구하고 떨어졌는데 괜찮은거야?"

"뭐야...나 나갔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 말이 어찌 그렇게 연결돼?그냥 단 둘이 왔다길래."

"말했잖아.그 아이도 신나게 부킹중일 거라고.은근 그런거 좋아하거든."

"그래?"

준후는 관심없는 척 하면서도 의외로 은하가 그런것들을 좋아한다는 말에 살짝 놀라고 있었다.평소에 있는 도도
한 척은 다 하더니,낮선 남자와의 즉석만남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자,준후는 속으로 조소를 흘려버렸다.

"어.그 아이 이쁘게 생겨서 인기가 많아.근데 남자는 안사귀지."

"왜?눈이 높아?"

"그렇지도 않아.그냥 도도한척 하는걸지도 모르지.그렇게 밝히면서..."

"뭘 밝히는데?"

"얌전한척 하지마.나 알면서 무슨."

윤경은 고양이 처럼 눈을 흘겨보았다.준후는 오늘 여러모로 알게되는 은하의 새로운 점에 놀라울 따름이었다.물
론,윤경에게 그것을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근데 밝히는건 어떻게 알아?아무리 친구라도 그런말은 안하지 않나?"

"여자들은 가끔해.나랑 은하...아,같이 온친구 이름이 은하거든?암튼 은하랑은 별로 친하진 않지만,그정도 이야
기는 가끔 하곤 하지."

"아하.난 남자들만 하는줄 알았는데."

"여자들도 해.사실 은하처럼 원나잇 좋아하는 여자도 드물걸."

"원나잇?"

준후는 고개를 갸웃해 보이다가 이내 아...하는 탄성을 질렀다.은하가 원나잇을 즐긴다라...가족들은 아마 상상
도 못할 것이다.직접 듣고 있는 준후마저도 거짓말인지 의심할 정도였으니까.

"재밌네.원나잇은 하면서도 남자는 안사귄다라."

"왜그런지 알아?"

윤경은 상당히 취한듯 살짝 혀가 꼬인목소리로 준후에게 물었다.준후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아이는 말야....은근히 지배당하는걸 좋아하거든."

"지배?"

"그래.겉으로는 기가 센척 하지만,사실 기센 남자가 자길 휘둘러 주길 바라는거야.근데 접근하는 남자들은 다
걔가 이쁘니까 맞춰주거나 잘보이기 바쁘지.물론 그 여자애는 그런거에 흥미가 없고...그런데 남자랑 자고 싶을
때는 있고....그러니 누굴 사귀지 않고 이런데서 놀기만 하는거지."

"오호."

준후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그 정도면 정보는 충분한거 같았다.여태까지는 그저 은하가 오면 싸우게 되니 피할
뿐이었지만,준후는 그녀의 기를 확 죽일수 있는 방법을 찾은것만 같았다.순간, 은하를 피했던 지난 몇년간의
세월이 억울하기 까지 했다.

"그럼 누나는?"

"뭐가?"

"원나잇 좋아해?그...은하라는 친구처럼."

준후는 살짝 윤경의 무릎위에 손을 올려놓았다.윤경은 전혀 거부하지 않으며 준후를 살짝 흘겨보며 답했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다르지."

윤경의 의미심장한 말에 준후는 피식 웃었지만,그의 손은 윤경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이미 정아와 미진
을 통해,준후는 여자라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지난 사춘기 시절의 모습을 탈피한지 오래였다.

"그러는 너는 어때?"

"나?뭐가?"

"너도 여자들하고 원나잇즐겨?"

당돌한 말이었다.어찌보면 윤경의 나이또래는 슬슬 당돌해질 나이이기도 했지만,아직 성인이 채 되지 않은 준후
에게는 당돌하기 그지 없는 질문이었다.

"즐긴다고 하긴 뭐한데?한번도 그런적이 없으니까."

"치.나보고 그거 믿으란 거야?"

"안믿어도 크게 상관은 없어."

대화를 하면서도,윤경의 짧은 치마는 준후에 의해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허벅지 안쪽은 물론,팬티의 끝부분까지
보일락말락 할 정도였지만, 윤경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오히려 즐기는 것인지 살짝 다리를 벌려주기 까지 했
다.

"여태까지 해본적이 없다면,오늘부터 즐기면 되겠네."

약간은 술에 취한 목소리였지만,준후는 윤경의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그는 여자와의 이런 신경전이 너무
나 짜릿하게 느껴졌다. 음악과는 다른 의미로 자신을 설레게 하는...그 무언가를 찾은 것이었다.

준후의 손은 더욱더 과감해졌고,반대로 윤경은 더욱더 준후쪽으로 밀착했다.누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나이트
클럽의 룸은 왠지 모르게 둘을 더 짜릿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그녀에게 은근슬쩍 어깨동무를 한 준후는,천천
히 윤경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윤경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연신 준후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반응했다.준후의 애무가 은근해질수록,그녀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

"키스잘해?"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에,윤경의 팬티위를 어루만지던 준후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누구에게 그런 평가를 들은적은 없는데."

사실상 준후의 첫키스 상대는 정아였다.하지만 키스란 행위 자체를 길게 한적이 없는데다가,그것에 대한 평가
역시 받아본 기억이 없었다.

"한번 해볼래?"

그녀의 말과 동시에,준후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반짝거리는 입술을 살짝 빨았다.준후의 입술이 닿기가 무섭게,
윤경의 혀가 준후의 입속으로 공격하듯 들어왔다.

"이 여자도 많이 굶주렸나 보네."

준후는 며칠전 미진의 모습을 잊지 않고 있었다.아니,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었다.두번째 섹스를 할때,정말 미진
은 그 어떤 요부도 따라가지 못할것만 같은 색기를 내뿜었었다.물론, 은채가 돌아온 이후에는 전혀 그럴 기회가
없었기는 했지만.

준후는 천천히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제끼고 부드러운 음순을 애무하기 시작했다.처음엔 반응이 없던 윤경의
아랫도리는 천천히 젖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왼손으로는 연신 그녀의 티셔츠 위 가슴부분을 주물러대었다.키스를
하고 있는 윤경의 호흡이,준후의 입속에서 더욱 거칠어 졌다.

준후가 팔을 아래로 끌어내렸을때,윤경은 살짝 엉덩이를 들어주었고,이윽고 그녀의 팬티는 윤경의 발목에 걸려
버렸다.누가 들어와도 크게 부끄러울건 없었다.윤경의 치마가 올라가 있고,적나라하게 아랫도리가 드러나 있는
것은 테이블에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응...아퍼..살살."

윤경은 살짝 콧소리를 내면서도,더욱 다리를 벌려주었다.준후의 손가락이 그녀의 보지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내 그 안에서 꿈틀거리며 윤경의 몸을 자극하고 있었다. 쉽게 이런행위를 하는것으로 보아,윤경역시 보통 놀
아본 여자가 아닌거 같았다.

"흥...흐응.."

준후의 손가락이 앞뒤로 왕복했고,윤경은 준후의 바지 지퍼를 열고 손을 집어넣었다.짧은 치마 위로 입고 있는
티셔츠는 이미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졌다.준후의 왼손이 몇번이고 들락날락 했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여기서 함 해봐?"

호기 어린 생각이 들었다.지금 상황 자체가,바로 윤경을 뒤로 넘어뜨리고 결합을 해도 전혀 이상할거 같지 않았
다.자신의 손가락은 윤경의 애액으로 가득했고,윤경역시 준후의 발기된 불기둥을 움켜쥐고 있었으니까.

"잠깐 살짝 뒤로 누워봐."

"설마...진짜로 여기서 하게?"

"뭐어때?아무도 없잖아."

"누가 오면 어쩌려고.그냥 나가자...응?"

"일단 누워봐봐."

윤경은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문쪽을 바라보더니,이내 주저하면서도 살짝 몸을뒤로 기댔다.

"어머..."

윤경은 지퍼를 내리는 준후를 보고 살짝 놀랐다.손으로 만지는 것보다,그냥 눈으로 보는것이 훨씬 더 커보이는
거 같았다.결코 순진한 여자는 아니었지만,윤경은 이런 장소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빨리해....누가 오면 안되잖아."

"알았어."

준후는 그녀의 다리사이로 엉거주춤 다가갔고,반사적으로 테이블은 문쪽으로 주르륵 밀렸다.혹시 몰라 지퍼사이
로 발기된 물건을 꺼낸 준후는 잔뜩 젖어있는 윤경의 보지를 살살 비벼대었다.

"빨리넣어...떨려 죽겠네..."

"기다려봐.이제 넣으려고 해...."

귀두 끝부분을 그녀의 입구에 살짝 비빈 준후는 갑작스레 동작을 멈추었다.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요란하
게 진동했기 때문이었다. 방해가 될거 같아서 테이블위로 휴대폰을 올려놓으려던 준후는 문득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 살짝 굳어버렸다.

"은채누나가...왜?"

윤경은 준후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자,고개를 갸웃하며 준후를 바라보았다.그는 액정을 들여다보며 잠시 고
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이내 다시금 옷가지를 추스리고는 지퍼를 올렸다.

"뭐야?왜그래?"

윤경의 질문에도 준후는 대답하지 않았다.전화를 받지 않자,아까 보낸듯,은채가 남긴 문자메세지가 보였다.그
메세지에 답장이 없어서 직접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준후야 어디니?오늘 아빠오셨으니까 빨리와.-









-
"쳇.한창 재밌어지려던 참인데."

사실 원나잇이라는걸 하려고 해도,학생인 준후가 외박을 할수 있을리 없었다.아마 은채가 계속해서 물어볼 것
이 분명했기 때문에,룸안에서 재미를 보려던 준후는 왠지 강회장에게 방해를 받은것만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
다.

"그래도 전화번호는 받았으니 뭐."

윤경은 급히 가야 한다는말에 약간 불만 섞인 표정이긴 했지만,그래도 준후의 핸드폰에 자신이 먼저 번호를 찍
어 주기 까지 했다.준후는 혹여나 은하가 볼수도 있다는 생각에,전화번호를 주는 대신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
만 남기고 돌아오는 참이었다.

"나쁘진 않네...뭐 그닥 자주 가고 싶은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는 사람,정확히 말하자면 모르는 여자들과 즉석적인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점이 준후는 마음
에 들었다.

"응?"

자신의 집...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강회장의 저택으로 가는 언덕길에 들어선 준후는 살짝 눈을 치켜떴다.언제나
어두컴컴한 골목.그리고 부자동네답게 으리으리 한 집들은 변함이 없지만,언덕밑에 있는 작은 놀이터에서 준후
의 귀를 잡아끄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끼익...끼이익...

사실 그 놀이터는 깔끔했지만,그 놀이터에서 노는 꼬맹이들은 거이 없었다.모래바닥이 아닌 푹신푹신한 바닥으
로 이루어진 그 놀이터는 언제나 공터나 다름없었다.그리고 항상 아무도 없는 그 곳에 그네소리가 들려왔다.

준후는 그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네에서 왜 소리가 나는지 알수 있었다.

밤하늘과 놀이터의 가로등.그 것들과 대조되는 하얀피부를 가진 여자가 그네에 앉아 있었다.하늘거리는 원피스
자락 밑으로 하얀 다리가 너무나 눈이 부셨다.날씨가 추워서일까.그녀는 꽤 두꺼운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눈이 좋은 준후였지만,굳이 눈이 좋지 않더라도 그것이 누구인지는 금방알수 있었다.까만 머리칼.그리고 그것과
똑같은 너무나 크고 까만 눈망울.

"늦었네...?"

준후는 은채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강회장이 있다는 말에 잔소리를 들을거 같아서 껌을 몇개나 씹었
지만,왠지 그녀는 술냄새를 단번에 알아챌것만 같다.

"밖에서 뭐하는거야?"

생각하고 있던것과는 달리,준후는 왠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은것만 같았다.이상하게 은채의 앞에만 서면 왠지
모르게 자신은 차분해 지는것도 같다.

은채는 뭐가 좋은지 준후를 보며 싱긋 웃으며,살살 그네를 타고 있었다.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준후는
그녀의 옆의 옆쪽에 있는 그네에 털썩 걸터 앉았다.

"그냥 너 기다렸어."

"왜 위험하게 밖에서 기다려?이런 밤에."

준후는 확 짜증이 나는것이 느껴졌다.은채는 너무 바보같이 착했다.그게 늘 고마우면서도,이상하게도 화가났다.
조금은 은채도 은하처럼 약아빠지게...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는데,그녀는 늘 가족중 한명이라도 늦으면 잠도 안
자고 기다리고 걱정했다.

"안 위험해.우리 동넨걸 뭐."

"우리 동네는 뭐 범죄도 없데?그냥 집에서 있지 왜 여기에 있어?"

은채는 준후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는 계속 그네에 걸터앉아 앞뒤로 몸을 흔들 뿐이었다.준후는 답답
한 마음이 들면서도,그런 은채의 모습만을 바라보았다.

"난 여기가 좋거든."

순간 사늘한 바람이 불며 은채의 머리카락이 살짝 흩날렸고,준후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준후도 잘 알고 있었다.아무도 오지않는,이 놀이터는 은채의 아지트였다.마음이 답답한 일이 있을때마다,은채는
늘 이곳에서 혼자 그네에 걸터앉곤 했다.그것은 준후가 입양되기 전부터 있던 그녀의 습관이었다.

"나 있잖아...처음엔 그네가 무서웠어."

"이딴게 뭐가 무섭냐."

"그치?바보같이 말이야."

은채는 준후의 퉁명스런 말에도 재밌다는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마치 밤하늘에 있는 별을 모두 눈동자에 담은것
처럼,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운 눈망울을 반짝 거렸다.

"예전에 학교에서...어떤 애들이 그네줄을 꼬아서 빙글빙글 돌면서 타는걸 본적이 있었어. 나도 그게 너무나
해보고 싶었는데,무서워서 쉽사리 하지 못했거든."

준후는 별 대꾸없이 은채만을 바라보았다.은채는 예전일을 생각하는게 재미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도 혼자서 이 놀이터에서 연습하고 그랬었어.무서워하지 말자라고 다짐하면서 말이야.진짜 겁많지?"

준후는 왜 그런말을 지금하는거야?라고 묻지 않았다.왜 하필 자신이 술을 마시고 들어온날 은채는 그런말을 하
는 걸까.

"지금은 곧 잘 하긴 하지만....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참 순수했던 거 같아."

준후는 살짝 입김마져 나오는 초겨울날의 놀이터에서 그렇게 몇분이고 은채와 함께 말없이 앉아있었다.얼마나
흘렀을까,은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준후 너도...그런 순수했던 적이 있지 않았니?"

준후는 괜시리 뜨끔해지는것이 느껴졌지만,이내 태연한 표정을 지어버렸다.

"그 말을 왜 하는건데?"

"너...처음 우리집에 왔을때가 생각나서 그래.되게 영리하고...순수했었거든."

준후는 그제서야 은채가 말을 꺼낸 의도를 알수 있었다.그녀는 애초에 자신이 독서실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그리고...이미 술냄새도 맡았을 지도 몰랐다.왠지 순수했던 그때로 돌아오라는 말을 하는거
같기도 했다.

"들어갈래.아버지도 오셨다며."

"주무셔.너 찾으시길래 독서실 갔다고 했어."

준후는 괜시리 불만어린 표정을 지어 버렸다."독서실 갔다고 했다"라는 그 말 자체가 이미 준후가 실컷 놀다온
것을 아는것이었고,자신은 또 그것을 인정하듯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으니까.

"들어가.이런 추운날에 그네를 타다간 감기에 걸릴거야."

준후는 퉁명스럽게 말해버리고는 먼저 집쪽으로 향했다.은채는 그런 준후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마치,그를
늘 돌봐주는 엄마같은 표정을 하고서.







딸칵.

2층으로 올라와 옷을 갈아입은 준후의 귓가에,은채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시계는 벌써 심야를 향해가고 있
었다.아마도, 은채는 곧 잠들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준후는 몸을 뒤척거렸다.

"젠장."

왠지 모르게 화가났다.내일역시 주말이지만,주말이 지나면 다시 학교를 가는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학교로 가는 순간,준후는 전혀 자신의 인생에서는 관계가 없을것만 같은 입시라는 압박이 자신을 옥
죄여 올것이다.

"그래도...오늘은 나름 즐거웠어."

비록 강회장이 오는 바람에,윤경과 더욱더 진하게 놀진 못했고,또 의미심장한 은채의 말에 뜨끔하기는 했지만
그는 너무나 즐거웠다.어찌보면, 덕분에 마음속의 답답함을 털어버린 느낌도 들어 좋았다.

쏴아아...

욕실에 들어간 준후는 뜨거운물을 맞자,몸이 더욱 노곤해 지는게 느껴졌다.춤을 추지 않았으니 땀은 흘리지 않았
지만,왠지 모르게 지금 하는 샤워가 너무나 상쾌하게 느껴졌다.

"후우...."

샤워를 하고 나오니,목이 탔다.술을 마신 탓에 갈증이 나는 것이었지만,나이어린 준후가 그런 심오한 음주의 세
계를 알리 만무하다.1층으로 가기위해 파자마를 입으려던 준후는 다시 문쪽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다들 잘텐데."

늘 속옷만 입고 자는게 습관화되어,단지 물한잔 마시러 내려가는데 옷을 입기가 귀찮았다.집안에 늦게 오는 사
람이 없는 이상,은채도 일찍 자러 갔을게 뻔했다.

"어라?"

문을 살짝 열었던 준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빼꼼히 열려있는 미진의 방
문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아까 제대로 하지 못했었지..?"

윤경과 아쉽게 끝나버렸던 생각이 들어왔다.그러고보니, 그 날이후 가족들 때문에 미진과는 단 한번도 썸씽이
없었다.그리고,밥상에서 늘 그것에 대한 아쉬움을 눈빛으로 표현했던 미진이었다.물론,준후는 괜시리 그녀의 시
선을 피했지만.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는건....긴장을 유지하고 싶다는 건가?"

하나,둘씩 계단을 내려가면서,준후는 저번에 미진과의 팽팽했던 긴장감을 떠올렸다.그래서 더더욱 흥분도 되었
고,어느 의미로는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분명,미진은 그때의 긴장감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불과 며칠전의 일이긴 하지만,그녀는 그 기억을 사장해 버
리고 싶지 않은것일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녀는 대놓고 유혹하는것이 아닌,이런 심리게임을 하는 것일지도.

준후는 그녀의 방을 지나쳐,주방으로 들어가 주전자에서 물을 따랐다.왠지 모르게 목이 더 마르다.일부러 그녀
의 방을 보지 않고 지나쳤지만,왠지 방안에 있을 그녀의 모습이 눈에 보이듯 훤했다.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속옷만 입고 내려왔으니,번거로울 것도 없다.그리고 건너편에 보이는 은채와
은수,그리고 강회장의 방의 불은 이미 꺼져있었다.

그가 미진의 방까지 가는데는,불과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가까운 것도 있지만,일부러 성큼성큼 다가갔기 때문
이었다.그것은 미진에게 지금 갈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것과도 같았다.아마 그녀라면,그때의 단 한번의 기억으
로도 준후의 의도를 파악할 터였다.

끼이익.

이윽고 미진의 방문이 열렸다.오늘도 모니터만 켜져 있을 뿐이었고,그리고 오늘도 모니터 쪽만 바라보고 있었
지만,저번처럼 야한 영상이 틀어져 있지는 않았다.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의자에 앉아있던 미진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준후쪽으로 돌아보지는 않았다.

준후역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어색하다고 해서 말을 꺼내면,왠지 모를 짜릿한 지금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을
것만 같다. 나이트에서 보았던 윤경보다도 나이도 많고,그녀보다 덜 미인일수도 있지만,절대로 미진은 "꿩 대
신 닭"격으로 준후를 잡아끄는것이 아니었다.특유의 성숙미와 노련함.그것이 10살 이상의 나이차를 뛰어넘고 있
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녀의 뒤로 다가간 준후는 뒤에서 미진을 끌어 안았다.자연스레 한손은 그녀의 원피스를 위로 올렸고,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주물렀다.

"하아..."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음을 했다.준후는 문득 미진이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다리고 있었나?이 여자..."

하지만 준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원피스를 허리까지 위로 올리니,그녀의 뽀얀 엉덩이가 훤히 보인다.

스걱...스걱...

준후의 손에 의해,그녀는 벌써부터 애액을 흘렸고 본이 아니게 애무를 하는 소리는 방안에 묘하게 울려 퍼졌다.
아직 은채가 잠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부담때문인지,아니면 그때와는 달리 강회장이 있다는 알수없는 압박
때문인지 미진은 그때와는 달리 신음을 참고 또 참았다.

"하아...하아..."

그녀는 마음껏 자신을 만지는 준후의 손길에,점점 더 호흡이 거칠어 졌다.자연스레 다리는 더더욱 벌어졌고,본
능적으로 뒤에 서있는 준후를 위해 엉덩이로 그의 팬티위를 살살 문질렀다.

준후역시 아까 윤경과 있을때의 아련한 흥분이 다시금 들어왔다.어쩌면 그 이상 흥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
다.그 증거로 미진의 가슴을 계속해서 거칠게 주무르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가슴감촉은 부드러웠다.볼륨이 워낙있어 촉감도 좋지만,왠지 빳빳해져 있는 젖꼭지의 감촉이 준후를 더
욱 설레게 만들었다.그는 한창때의 청춘이 아닌가.욕구란 것은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은 샘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욕구라는 샘은,처음 한번 물을 퍼낼때는 어렵지만,한번 퍼내면 절대 자제할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

"흑..."

미진의 외마디 흐느낌이 준후를 자극했다.그녀의 등을 살짝 밀자,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눈앞에 놓인 책
상을 잡고 허리를 숙였다.준후는 마치 속박처럼 느껴지는 하나뿐인 천조가리를 벗어버렸다.앞에는 원피스 자락
을 허리위까지 올린채로,자신의 입구를 훤히 들어내고 고개를 숙인 미진이 있을 뿐이었다. 더이상 망설일 것도
없었다.준후는 거대하게 발기된 자지를 미진의 계곡사이로 밀어넣었다.

"흐응!"

그녀의 신음은 짧고 간절했다.준후는 그녀가 흘려대는 애액만으로도,얼마나 그녀가 흥분했는지 짐작할수 있었
다.물이 많으니 당연히 그녀의 몸은 부드럽다.마치 연체동물이 자신의 물건을 감싸고 놓아주지 않는것만 같은
착각에 준후는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어린여자들 못지 않은 몸매야.."

준후는 적잖이 감탄을했다.물론 그는 많은 여자를 안아보지 못했지만,정아와 비교해도 미진은 손색이 없어 보였
다.어째서 이런 여자가 가정부나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안해본것은 아니지만,아무래도 좋았다.어차피 준
후에게 있어서 나쁠것은 없으니.

"하아..하아..."

왠지 모르게,신음소리보다는 그녀의 호흡이 더더욱 흥분이 된다.준후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미진은 알아서 한
쪽 다리를 침대위에 올려 준후의 허리움직임이 용이하도록 도와주었다.마치 준후의 미숙함을 자신이 커버라도
해주는 것만 같았다.덕분에 둘의 섹스는 상당히 리드미컬했다.

찰싹.찰싹.

고요한 집안.그것도 다른 식구가 셋이나 자고 있는 적막한 집안에서, 두명의 육체가 결합하는 소리는 기이하면
서도 아찔했다.준후역시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보다는,스릴이 불러오는 쾌감이 앞선다.자신의 방이야 화장
실이 있고,안방을 쓰는 강회장도 그렇지만,그렇지 않은 은수나 은채는 밤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을때에 거실로
나와야만 했다.그리고 거실로 나오게 되면 귀가 안들리지 않는 이상 미진의 방에서 들려오는 육체의 결합소리를
들을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것이 불러주는 묘한 긴장감은 준후,그리고 미진을 더욱더 흥분시켰다.

"하아!흐응!"

참을수 없었는지,미진의 입에서는 신음이 터져나왔다.준후의 자지는 미진의 꽃잎을 해집듯이 들락날락 했고,
다리와 팔은 부들부들 떨려왔다.체위는 단 한번도 바꾸지 않았고,행위도중 준후의 얼굴조차 보지 않았지만,
미진은 점점 절정으로 차오르는것이 느껴졌다.

"으응...하앙...아앙.."

준후는 직감적으로 곧 절정이 올것을 예감했다.저번에는 미진의 안에 잔뜩 싸기도 했었지만,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조금더 시각적으로 그것을 보는것이 즐거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앙...하아..."

준후는 사정 직전에 그녀의 안에서 꿈틀대던 자지를 꺼내었고,그와 동시에 정액이 미진의 매끄러운 등위로 흩뿌
려졌다.그녀는 그때처럼 또다시 허물어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원피스 자락에도 잔뜩 묻었지만 대수로울거 없
었다.어차피 세탁은 그녀의 몫이니까.

"후우...."

준후는 잔뜩 젖은채로,축 늘어진 자신의 물건을 바라보았다.동시에 허무함이 아닌 만족감이 밀려왔다.완벽하게,
아까의 욕구불만은 또다시 미진을 통해 해결이 된것이다.

"너무...오랜만이야...절정을 느껴보는거.."

한마디 말도 하지 않던 미진의 입술이 열렸다.그녀는 그렇게 온몸이 젖은채로,준후를 올려다보며 살짝 웃고
있었다.







-
"괜찮은거냐?너?"

아침은 찾아왔고,달콤했던 어젯밤과는 달리 강회장이 있는 무거운 분위기의 아침식사시간이 돌아왔다.

준후는 예상했던 상황이 오자 속으로 투덜거렸지만,그것을 절대 밖으로 내비치지는 않았다.

"성적도 그렇고...경영대에 갈수있는거냐고 너."

그 앞에다가 대고 음악이 꿈이며,경영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말은 준후는 쉽사리 하지 못했다.전날밤에는
즐거웠지만,이렇게 아침이 되면 어쩔수 없이 강회장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 올수밖에 없는것이다.

준후가 아무말을 하지 않으니,은채도,은수도 조용해져서는 준후의 눈치를 보았다.미진은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니
라고 생각했는지,상을 차리고는 주방밖으로 자리를 피해주었다.

"저는...별로...경영에 관심이 없습니다."

"뭐?"

강회장의 동공이 커졌고,은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했다.막내딸로 강회장의 귀여움을 받고 자란 은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화가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정말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준후를
보니,은수는 괜시리 본인이 더 조마조마 해지는것이 느껴졌다.

"그게 무슨소린지 말해봐라."

"아직...그쪽으로는 꿈을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강회장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은채는 조용히 은수에게 눈짓을 보냈고,은수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먼저 일어날게요."

은채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 강회장을 뒤로하고,은수를 데리고는 총총히 주방을 나서버렸다.은채로써는 준후에
대한 배려 일지도 모르지만,그에게는 오히려 지원군이 없어지는 형상이 될 뿐이었다.

"넌...선택된 아이다.경영인이 되고 싶어도...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아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준후는 수긍하기 싫었다.어떻게 보면 자신은 강회장의 말대로 선택받은 사람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어찌
보면 그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들 축에도 속했기 때문이었다.

"내 선택이 잘못된 건가.."

강회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준후는 "아들"이기 이전에 경영세습을 위한 "도구"로써 선택된 것이다.지금까지는
그를 관찰하기만 한 강회장이었지만,이젠 더이상 그것을 봐줄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회장에게 있어서도,준후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찾는 다는 대안을 할수 없었다.이미 늦었을뿐더러,준후를
내치고 다른 양자를 들인다는 것은 집안의 세 딸들에 대한 다분한 모욕이자 무시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
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자."

수저를 내린 강회장의 말에 준후는 밥알들을 뒤적거리다 말고 그를 바라보았다.

"너를 고아원에 다시 돌려보내 버리겠다는 시시한 협박따윈 하지 않겠다.다만,경영대에 진학하지 않으면,지금보
다 두배로 너는 구속되는 생활을 하게 될거야.지금까지는 네 책임과 자유에 맡겼지만,애비도 더이상 계속 지켜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거다."

준후와 강회장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었다.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고,그것은 오히려 묘한 긴장감
마져 불러 일으켰다.구속하려는 자와,일탈하려는 자의 기싸움은 그렇게 한동안 계속되었다.

"인생에는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다."

무거운 긴장감속에 강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준후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얻는 것이 있으면,그것에 따라 포기해야 하거나 잃는것도 있다는 뜻이지."

준후는 강회장의 의도를 모를리가 없었다.고아를 데려다가 CEO 2세를 만들어 주었으니,그것에 대한 댓가를 치
르라는 의미였다.

그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지기 싫어하는 준후지만,지금은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그가 강회장에게 선
택되고,또 이곳으로 들어온 이상 자신은 약자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그리고 그가 고아원 생활을 그리워 하지 않
는 이상은, 계속해서 약자의 입장을 유지하는것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는 뜻도 되었다.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강회장의 미간이 꿈틀했다.이제까지 자신에게 조건따윌 제시한 사람은 없었다.그것도 자신과 준후처럼,절대적
우세의 입장에서 조건을 수용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왠지 준후의 눈빛이 마음에 든 강회장은 살짝 고개
를 끄덕였다.

"경영학과에 입학을 하면,제가 하고 싶은것을 하게 해주십시오."

"뭐?"

"물론 학업에 대한것은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겠습니다.성적이든,졸업이든.낙제하는 일은 없도록 할겁니다.다만,
대학 생활중에 제가 다른 공부를 개인적으로 하는것을 허락해 주세요."

강회장은 깊게 생각할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경영,메니지먼트를 준후는 우습게 보고 있는 듯했다.경제학은
물론, 기본적으로 어학을 필요로 하는것이 경영학이다.더불어 집단의 우두머리가 된다는것은,그리 쉬운 일이 아
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공부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라는것을 알고 있는 강
회장은 손쉽게 오케이했다.




"어떻게 된거야?"

대화를 마치고 강회장보다 먼저 주방을 나온 준후는,미진이며 은채,그리고 은수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어버렸다.

"별거 없어.그냥 결론은 공부 열심히해야지...그것뿐이지."

다행이라는 듯이 은채는 웃었고,준후는 그녀들을 지나쳐 계단으로 발길을 옮겼다.

"적당히....욕구를 만족시켜 준다면."

준후역시 생각이 있었다.공부...까짓거 못할거 없었다.지금처럼 어쩌다 한번의 일탈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보다는
약간의 댓가를 치르고 보장받은 자유를 누리는 것이 훨씬 나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언니언니! 이거 큰언니네 갖다주러 언제 갈거야?"

문득 은수의 쫑알거림이 들려오자,준후는 계단을 올라가려던 발걸음을 우뚝 하고 멈춰섰다.

은채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은수 너는 오늘 시간안되니? 언니는 오늘 레포트때문에 바쁠거 같은데..."

"나두 약속있단 말이야..."

준후가 뒤를 돌아보니,은수가 말한 "이것"이라는 것은 미진과 은채가 만든 반찬들이었다.혼자 사느라 부실하게
먹을까봐,은채는 늘 이런 배려를 하곤 했다.물론 그것을 은하의 집까지 갖다주는것도 늘 은채의 몫이었다.

"내가 갈게."

"응?"

"에?"

준후의 한마디에 은채와 은수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은하와 준후.견원지간이라
불려도 전혀 이상스럽지 않은 사이가 아닌가.그런데 은하의 집에 준후가 직접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너...정말 괜찮아?"

늘상 무뚝뚝했던 준후는 피식 웃어보였다.그의 미소를 오랜만에 보는 은채는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는 표정을 짓
고 있었다.

"내가 가지뭐.뭐 어려운 거라고.난 오늘 한가하니까 내가 갈게."

"으..응."

"와와!오빠최고!"

"옷입고 내려올게."

준후는 모두의 시선을 뒤로하고는 성큼성큼 층계를 올라갔다.불현듯,은하의 친구 윤경이 해줬던 말들이 떠올리니
미소가 나왔다.

"자자.큰누나와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러...어디 한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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