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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그네 <11부>

11부-한창 피어나는 꽃.호기심이라는 꽃몽우리.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준후는 뒤숭숭한 마음을 접고,며칠동안 공부에 열중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살짝 속삭인 준후는 한숨을 푹쉬었다.요 며칠, 이 아이는 늘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노라면 자신을 빤히 바라보았던 것이다.

게다가 여긴 실내,그것도 독서실 안이었다.은영은 늘 공부를 하고 있는 준후를 빤히 바라봤고,준후가 볼멘소리로 속삭이면 늘 아무것도 아니라고 변명해 버리곤했다.

‘정말 귀찮은 아이로군.’

아무리 별 방해없이,단지 바라보는것 뿐이라 하더라도,준후로써는 상당히 거슬리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은영은 늘 은수를 연상하게 했다. 귀여운 외모와 날씬한 다리때문만이 아니라,정말 지독할 정도로 집중력이 없다는 것이었다.늘 공부좀 하는가 보다 싶으면 이내 휴대폰을 꺼내 딸깍 거렸고,조금 앉아있나 싶으면 부시럭 거리다가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저럴거면 독서실에 왜오는게냐..’

단지 공부하는 환경만 제공하는 것이 독서실이다.즉,집에서처럼 시끄럽지 않고 유혹요소가 없어서 오는 곳이기도 하다.준후역시 집에서는 마음이 뒤숭숭해서 공부를 할수 없기에 독서실을 끊은 것이었다. 우선 밤마다 은근한 눈빛을 보내는 미진이 있고,그 날 이후로 은하역시 일주일에 한번은 꼭 집에 오기로 했었기 때문이었다.준후에게는 집중해서 공부하기 딱 좋은 환경이 바로 이 독서실인 것이다. 그런데,그런 좋은 환경의 독서실에서 은영은 늘 저렇게 뭔가 꼬물딱 거리기 바쁘다.여러 칸으로 나뉘어진 독서실인데다가,준후의 칸에는 은영과 단둘만이 있었기 때문에 옆자리인 준후로써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드라마 할 시간인데..’

은영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책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자신을 구한 왕자님을 빤히 보는것도 좋았지만,오늘은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의 최종회를 하는 날이었다.’본방사수의 원칙’을 고수하는 은영으로써는 그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아씨..어쩌지..’

은영은 괜시리 휴대폰액정과,옆에 있는 준후를 번갈아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시간은 열시 사십분.뛰어가면 드라마시간에 맞출수도 있을거 같다. 게다가 자신의 왕자님,즉 준후는 12시가 되면 늘 돌아가곤 했다.어차피 내일도 그가 올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친 은영은 부지런히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정말 저 녀석은 여기 왜오는거지.’

얼마나 앉아있었다고 부지런히 가방을 싸제끼는 은영을 힐끗 바라보며 준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녀는 책을 내려놓는 시간과는 정반대로,너무나 능숙하게 가방을 싸더니만 코트를 걸치고 일어섰다.

“오빠.저 먼저 갈게요.”

“그러던지.”

그녀는 귀여운 목소리로 속삭였고,준후는 여전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속삭이는 목소리도 퉁명스러울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했다.

치이익.

그녀가 커튼을 닫고 나가자,준후는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늘 12시까지 쉬지않고 하는것을 목표로 정해놓는 그였다.그 이상은 의미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응?’

문득 시선을 돌리려던 준후는,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는것을 발견했다.불이 꺼진 은영의 책상밑에 있는 것으로 보아,그녀가 엄청난 귀가의욕으로 가방을 쌀때에 굴러 떨어진 물건인 모양이었다.독서실 카펫트가 워낙 두꺼우니,소리도 나지 않은 듯했다.

‘이게 뭐지?’

그것은 핑크빛을 띄고 있었고,사람의 엄지손가락 정도의 크기였다.나름 무식하지는 않다고 자부하는 그였지만,그것은 정말 생전 처음보는 물건이었다.

‘뭐야 이건..’

그리고 그것에는 조그마한 줄이 달려있고,그 줄의 끝에는 작은 스위치도 있었다.준후는 그것을 집어들고는 요리조리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문득 스위치를 켜보았던 준후는 흡사 전기면도기에서나 나는 진동음이 나오자 흠칫 놀라 스위치를 껐다.스위치를 켬과 동시에 그것은 은은히 떨리기 까지한다.

‘칠칠맞게 물건을 잘 떨구는것까지 은수녀석이랑 비슷하네.근데 이건 도대체 뭐에 쓰는 물건이지?화장도구인가?’

그가 아무리 통밥을 굴려봐도,화장에 ‘진동’이 필요할것 같지는 않았다.그는 살짝 은영의 책상위,사물함같은 수납공간을 바라보았다.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그것은 자물쇠로 굳게 채워져 있었다.

‘에이.모르겠다.나중에 돌려주지 뭐.’

준후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으며,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버렸다.내일이 주말이니,오늘더 많이 해놔야 했다.내일은…은하가 온다 했다고 은채에게 들었었으니까.







하루는 빨리 지나가고 주말이 되었다.

여전히 강회장은 바쁜나날로 인해 호텔에서 머무는 모양이었다.준후역시 은채가 가끔 아버지인 강회장과 통화하는 것을 들을수 있었다.간혹가다가 ‘잘하고 있는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것으로 봐선,강회장은 틈틈히 자신에 대해 묻고 있는 듯했다.

준후는 은하가 오는 주말에는 독서실에 가지 않기로 했다.이유는 당연했다.은하의 몸은 너무나 자극적이었고,또 그런 그녀를 다루는것이 못내 준후에게 있어선 즐거움이기 때문이었다. 자연적으로 미진과의 은밀한 게임도 점점 더 그 횟수가 줄어만 갔다.

이번주 역시 은하가 온다는 소식은 며칠전 은채에게 들어 잘 알고 있었다.물론 방이 지저분한 은수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는 것은 변함없는 일이었다.

은하는 저녁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왔다.허리부분을 조여 강조한 코트.그리고 늘 매끈한 다리를 뽐내려는 듯 짧은 치마와 검정 스타킹,그리고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듯한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서,그녀는 또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왔었다.

딸칵.

저녁식사를 끝내고 문득 집에서 옷정리를 하던 준후는 무언가가 떨어지자 그것을 집어 들었다.핑크색의 그 물건.은영이 떨구고 갔던 바로 그것이었다.

‘아 이걸 잊고 있었군.’

준후는 그것을 집어들고 책상위에 앉아 요리조리 훑어 보았다.그냥 은영에게 전달해 주면 그만이긴 하지만,왠지 모르게 궁금증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여자애가 갖고 있었다는건.역시나 여자애들이 쓰는 물건이겠군.은채에게 물어볼까?’

하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그것이 정말 여자만 쓰는 물건이라면,왠지 은채가 자신이 여자친구가 있다는 생각을 할것 같았다.이유는 딱집어 말할순 없지만 그건 왠지 싫었다.이것저것 해명하기도 귀찮은 일이니까.

‘그럼 은수에게 물어봐야 하나?’

가장 만만한 것이 자신보다 아래인 은수이긴 할것이지만,은수의 경우는 더욱더 피곤해진다.그녀는 틀림없이 ‘오빠가 여자가 생겼어!’라며 호들갑을 떨것이 자명하다.준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강은하에게 물어봐야겠군.좀 자존심이 상하지만.’

돌려 생각해보면,은하를 완전히 정복한것은 준후였고,그녀보다 한수 위를 점하고 있는것도 준후였다.동영상역시 준후의 컴퓨터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은하는 왠일인지 그것을 지워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런 관계이기에 그녀에게 무언가를 묻는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도 딱히 물어볼 여자는 그녀 뿐인거 같았다.지금은 밤이 깊어가고 있었고,어차피 밤이 깊어지면 자신의 방 앞에 위치한 은하의 방을 가려고 했으니까.

딸칵.

준후는 핑크빛의 그 물건을 주머니에 넣고는 문을 열어 우선 1층을 확인했다.은채 옆에서 쪼잘쪼잘 떠들던 은수도,그런 그녀와 웃으며 이야기 하던 은채도 모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있는것 같았다.한편 희끄무레한 불빛이 세어나오는 미진의 방을 보며 준후는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더 큰 놀이가 생겨버렸어.’

미진이 못난것이 아니다.그렇다고 그녀의 기교나 색기가 준후를 만족시키지 못하는것은 더더욱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은하쪽이 더 짜릿하다.자신의 마음을 해집어 놓았던 은하에 대한 복수의 끝은,아직도 저 멀리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준후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은하의 방으로 들어갔다.일주일 전처럼 은은한 조명.하지만 오늘은 그때와 달리,은하는 슬립을 입은채로 침대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눈빛에서는 그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는 뉘앙스마져 비춰진다.

“앉아서 뭐해?”

“그..그냥 뭔가를 생각했을 뿐이야.”

“그간 너랑 몸을 섞었던 남자생각이야?그런거라면 내 컴퓨터 있는걸 보여줄수도 있어.”

“그…그런거 아니야.”

은하의 목소리가 떨렸다.준후가 악당이 되면 될수록,그녀는 더욱더 지고지순파가 되어버리는것만 같다.준후는 피식웃으며 그녀의 앞에 다가가 옷을 벗었다. 은은한 조명.자신의 앞에서 옷을 벗는 준후를 은하는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늘 도도함으로 물들어 있던 그녀의 가면은 이미 1주일전에 산산히 조각난것이다. 이번주 역시 짙은 화장을 지우고,모공조차 보이지 않는 새하얗고 예쁜 맨얼굴로 준후를 맞고 있는 것이었다.

“저번주에 어땠어?”

“뭐가..?”

“묻는것은 뻔하잖아.”

“무서웠어.무섭지만…”

그녀가 한 말 뒤에 생략된 말을,준후는 잘 알고 있었다.무섭지만 짜릿한 것이다.입양된 동생과의 밀회.그리고 그 밀회라는 것이 애틋한 로멘스가 아닌,강압적이고,자신은 따라가기만 해야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더더욱 그녀를 떨리게 하는 것이다.

“다..다른 남자도 만나지 않을거야.”

“그런 부탁은 한적이 없는데?”

용기내어 말을 꺼낸 은하였지만,이내 퉁명스런 준후의 대답이 돌아오자 당황하며 입을 닫아 버렸다.왠지 준후는 자신에 대한 강한 소유욕은 없는 모양이었다.이미 준후에게는 약자의 입장이 되어버린 그녀지만,천성은 어디가지 않는지 못내 자존심이 상했다.

“아참 그전에…이거 뭔지 알아?”

“응?”

은하는 옷을 다 벗은 준후가 바지에서 꺼내들어 살랑살랑 흔드는 물건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녀의 눈망울이 커졌다.

“이…이거..”

“이게 뭔데?”

“그걸 쓰려는 거야?”

“뭔지 알아야 쓸거 아냐.”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그럼 아는데 왜 물어봐.시간 아깝게.”

짜증이 섞인 그의 말로보아,준후는 정말 모르는 모양이었다.은하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머뭇거렸다.

“바..바이브 레이터야.”

“바이브레이터?”

“응…여성…자위..기구인데..”

“엥?”

준후는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져 버렸다.은하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준후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자위기구?’

준후는 한동안 고교생인 은영의 가방에서 왜 자위기구가 떨어지는지 심각한 고찰에 빠져야만 했다.잠자코 준후의 모습을 바라보던 은하가 입을 열었다.

“그거 어디서 난건데?”

“어떤애가 떨어뜨렸거든.”

“그..그걸 어디서?”

“독서실.”

“그럼 돌려주지 그랬어.”

“그럴새도 없이 가버렸다고.”

다시금 말을 내뱉고는 바이브레이터를 뚫어져라 보는 준후를 보며 은하는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나..나..지금 벗어?”

“엉?”

준후는 잠시 멍하니 은하에게 눈을 돌렸다가 아차 싶었다.이 방에 온 주목적은 바이브레이터의 용도문의가 아니었다.게다가 벌써부터 은하의 눈은 촉촉해 지고 있었다.그제서야 준후는 슬립위로 드러나는 은하의 라인에 눈길이 갔다.

“이거 자위기구라고 했지?”

“으..응”

“너 써본적있어?”

“몇번…”

준후는 역시나..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은하가 안써봤을리가 없다.그녀는 장기적인 남자친구나 섹스파트너 따윈 키우지 않는 여자니까.어쩌면 자신이 그 영광스런(?)첫번째 타자일수도 있다는 거였다.그렇기 때문에 혼자있는 밤이면 자위기구를 썼을 확률이 낮지는 않은 것이다.

“너 이거 써봐.”

“지..지금?”

은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도대체 준후의 앞에서는 얼마나 더 창피한 모습을 보여야 한단 말인가.준후는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여기서 해보라고?”

“당연한 거잖아.어떻게 사용하는지 내 앞에서 자위를 해봐.”

“그..그건..”

은하는 망설였다.이런경우는 단한번도 없었으니까.생각만해도 창피했다.준후와 몸을 섞게 된것은 은하에게 있어 짜릿한 일탈이자 욕구였지만,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경험에 은하는 망설이고 있었다.

“빨리 해봐.궁금하니까.”

준후는 은하의 손에 바이브레이터를 반 강제로 쥐어주었고,침대 쪽으로 의자를 끌어와 걸터앉기 까지 했다.마치 극장처럼 편하게 관람을 하겠다는 의지마져 보여,은하는 당황했지만 이윽고 슬립의 어깨끈을 내렸다.

“몸은 진짜 야하게 생겨가지고.”

옷을 벗는동안 들려오는 준후의 말이 더욱더 아찔하다.욕설없는 비하일 뿐이지만 어떤 욕보다도 더 자신을 몰아세우는것만 같다.그가 보는 앞에서 옷을 벗는것 역시,은하에게는 모두 다 흥분의 요소였다.

‘음…’

준후는 옷을 벗어서 살짝 쌀쌀했지만,편안한 자세로 은하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몸에서 슬립이 벗겨져 나갔고,그 안에 그녀는 팬티만 입고 있었다.하얀 가슴이 은은한 조명에 출렁인다.그리고 아찔한 허리라인밑으로 그녀의 팬티가 은하의 손에의해 무릎밑으로 내려간다.살짝 몸을 틀어 발목에서 팬티를 빼어내는 그녀.거뭇한 털에쌓인 그녀의 조개가 곱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진짜로 해?”

“그럼 가짜로 해?빨리 해봐 뜸들이지 말고.”

준후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은하는 살짝 몸을 눕혔지만,이내 준후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퍼진다.

“내쪽으로 보이게 앉아서 다리를 벌려.”

은하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왜일까.왠지모르게 너무나 부끄럽다.그녀는 준후가 보이도록 벽에 기대고 앉아,살짝 다리를 벌렸다.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은하.그녀는 왠지 온몸이 긴장감에 떨려오고 있었다.

“흐응…”

은하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자위를 시작했다.흥분까지 가는 과정은 애초에 필요없었다.왠일인지 자신의 밑은 이미 끈적하게 젖어 있었던 것이다.

이이이잉….

스위치를 켜자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꽃잎을 벌리고는 진동하는 핑크빛 몸통을 천천히 집어넣었다.

“아흑..”

가식적인것이 아닌,진짜로 흥분해서 내는 그녀의 신음에 준후는 침을 꼴깍 삼켰다.그녀의 조갯살 안으로 진입한 바이브레이터가 눈에 똑똑히 보인다.그리고 은하는 연신 몸을 꼬며 신음을 뿌리기 시작했다.

‘하…저런 것이었군.’

그제서야 준후는 은영이 그 불량한 패거리들에게 트집잡힌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감지할수 있었다.대체적인 것이야 그들의 작당모의를 들었으니 알고 있었지만,그는 단순히 옷갈아입는것을 찍혔겠거니 했던 것이었다.설마 자위하는 장면일 줄이야…준후는 괜시리 은영을 생각하며 웃어버렸다.

“흑…흐으응…”

은하의 자위는 거세져 갔고,더불어 신음의 강도도 야릇해진다.알몸으로 바라보고 있던 준후의 몸역시 뜨거워졌다.망설이던것도 잠시,은하는 너무나 익숙하게 바이브레이션의 진동을 느끼며,자신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하얗고 적당히 도톰한 허벅지사이로,연신 물을 흘려대는 그녀의 모습에 준후는 천천히 일어났다.

“나…나좀 어떻게…”

이제 은하가 조금씩 애원하고 있었다.준후는 침대쪽으로 나가가,그녀의 입가에 부풀어 오른 불기둥을 가져다 대었다.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은하의 입술이 준후의 귀두끝을 삼켜버린다,

쪽…쪽…

그때보다 애무는 더욱더 자극적이었고 또 열정적이다.준후는 손을 뻗어 은하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읍…읍…”

은하는 바이브레이터를 삽입한채로,연신 준후의 것을 입안가득 물고 강하게 빨아들인다.

‘성은영….알고 보니 재밌는 아이였군.’

준후는 야릇한 은하의 모습과 애무에도,순진하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던 은영이 떠올랐다.아니,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와 관련된 아주 재밌는 일(?)이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아앙…”

깊어가는밤. 기다림에 지친 미진마져 잠들어 버린 깊은 밤에,은하의 방에서는 계속해서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소리가 울려대고 있었다.








‘에에!거짓말!거짓말!왜 없는 거야!’

독서실에 도착한 은영은 발을 동동굴렀다.아무리 찾아봐도 없다.언니의 물건인 바이브레이터가,어째서 없는 것일까?

‘설마 언니가 눈치챘나?’

사실 은영은 아직 그것이 어떤것인지 써보지도 못하고 보관만 하고 있었다.워낙 민규와 준태에게 데인것도 있었고, 다시 언니의 방에 갖다 놓는것이 더 수상하게 느껴질까봐 하는 불안감에서 였다.다시 갖다 둬서 ‘밝히는 동생’이 되느니,차라리 ‘분실’로 생각되게 하는 편이 속 편할것 같다는 계산도 있었다.

‘아냐..그럴리가 없어.분명 독서실 사물함에 넣어뒀는걸.’

이걸 갖고 다닐 용기도 없었다.들키면 정말 그야말로 개망신아닌가.그게 무서워서 그녀는 늘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 물건을 사물함에 넣어두기만 했던 것이다.

‘어디다가 흘린것 아닐까?’

은영은 차라리 그게 가장 속편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흘린것을 누가 알지만 않는다면야,없어지는게 더 나을것일지도 몰랐다.

치이익.

커튼이 젖혀지고 준후가 들어오자 은영은 괜시리 더더욱 당황했다.준후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자신의 책상위에 가방을 올려두었다.

“왜?”

문득 안달이 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은영을 보며,준후는 무표정으로 소리를 낮춰 물었고,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아니에요!”

순간 그녀의 언성이 너무커,중간중간에 다른 칸에서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려오자,은영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래…잊어 버린걸꺼야.괜시리 여기서 당황하면 준후오빠가 날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얼른 자리에 앉았다.긴장한듯 손발이 차가웠지만,곧 안정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 이거 찾고 있었어?”

옆에서 속삭이는 준후의 목소리.고개를 돌려 옆을 본 은영은 곧바로 사색이 되어버렸다.

잊어버렸을 줄만 알았던 물건.너무나 민망한 그것이 눈앞에 있었다.준후는 피식 웃고 있기 까지 했다.바로 그것,바이브레이터가 준후의 손에서 대롱대롱 거리는것을 본 은영은 눈앞이 캄캄해 지는것을 느껴야만 했다.

호기심이라는 것이 치루는 댓가는…꽤나 가혹한 모양이었다.






햇살이 내리쬐지만 쌀쌀한 바람이 부는 초겨울의 오후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부호들이 모여사는 이 동네는 낮에는 매우 한산했다.부자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낮에는 늘 자신의 일로 바쁜이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런 멋드러진 개인주택이 즐비한 언덕에,매끈한 세단하나가 와서 스르르 멈춰섰다.그리고 곧 그것의 시동이 꺼지고,차문이 열렸다.

조각같은 인물은 아니지만,꽤나 남자답게 생긴,정장차림의 젊은 사내가 내렸고,그는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 피워물었다.짧은 머리칼.키역시 큰 편이지만 체격역시 다부졌다.젋은 나이답지 않게 날카로운 눈매가,자신의 앞에 서있는 저택을 향한다.

‘준이도 없는데 찾아오게 되는군.’

사내.기주는 한숨과 함께 담배연기를 뿜어버렸다.왠지 모르게 긴장이 된다.자신의 상사가 불러도 긴장하지 않는 그가,어째서 이렇게 긴장하는지는 기주 본인도 모를 일이었다.

‘응?’

문득 대문쪽으로 다가가려던 기주는 뒤에서 누군가가 오는 것을 보고는 멈춰섰다.수수한 옷차림이지만 곡선이 이쁜 몸매.세련된 이목구비를 한 여성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막 마트에 다녀오는듯,무언가를 들고 있던 그녀역시 기주를 보고 멈춰섰다.

둘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은 마치 20대처럼 고왔다.기주를 본순간,그녀역시 얼굴이 살짝 경직되었다.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그녀가 먼저 천천히 기주 쪽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그런 시시한 인사를 하려고 온거 아닙니다.”

“날 만나러 온거야?”

“일단은 그렇습니다.”

미진이 살짝 미소를 짓자,기주의 표정은 더더욱 어두워졌다.미진은 장을 봐온 봉투들을 살짝 바닥에 내려놓았다.

“많이 멋있어졌네?기주 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기주는 말을 딱 잘라 버리고는 담배꽁초를 비벼껐고,미진은 여유있게 미소지으며 그런 기주를 바라보았다.

“준이의 근처에 접근한 이유가 뭡니까?”

“접근이라니?그런 수상한 단어를 쓰다니.”

“묻는말에만 대답하세요.”

“어머…그렇게 말하지마..무서워.”

여유로운 그녀의 표정.기주는 괜시리 이를 악물어 버렸다.험악한 그의 표정과는 달리,미진의 표정은 여유로웠다.30대라곤 믿어지지 않는 고운피부.그리고 아무리 부자집이라지만 가정부를 한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그녀가 살며시 미소짓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안으로 들어갈래?”

“아뇨.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군요.대답해 주시겠나요?제 질문을 말입니다.”

기주는 답답한듯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었다.바람이 살짝 불며,앞에 있는 미진의 머리칼을 흩날리고 있었다.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진.그리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던 기주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어째서….준이를 버린 당신이 왜 지금 여기있냐고 묻고 싶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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