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그네 <6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회전그네 <6부>

이미지가 없습니다.
6부-밝혀지는 은하의 진실.


택시를 탄 찻창 밖으로,서울의 풍경이 펼쳐졌다. 아무리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화한 서울이라지만,준후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온통 호화로운 풍경뿐이었다.중심가의 풍경들.그리고 소위 말하는 땅값비싼 동네만이 준후의 눈에 들어오는 전부였다.

늘 고아원의 조그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네모난 세상이 전부인줄 알고 살던 준후는 어느덧 이런 풍경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혼자사는 주제에…’

물론 은하의 주 활동무대가 이 근처이기에 이곳에 오피스텔을 잡은 것이겠지만,왠지 모르게 준후는 그저 그녀의 허영심때문에 번화가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보이는게 아냐.허영투성이지.’

은하를 큰 언니로써 존중해주는 은채나, 그녀를 무서워하는 은수. 그리고 그녀를 키운 강회장은 아마 준후가 나이트 클럽에서 본 은하의 모습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왠지 모르게 그녀를 비웃는 조소비슷한 것이 준후의 얼굴에 가득해져 버렸다.

“다왔어요 학생.”

“아…감사합니다.여기요.”

꽤나 비싸게 나왔지만,준후는 신경쓰지 않았다.오늘은 그런것이 문제가 아니다.중요한 것이 있기에,지금 반찬이 가득 들어있는 이 거추장 스러운 쇼핑백을 들고 여기까지 온것이니까.

ㅡ언니는 거의 저녁쯤에 오니까….그냥 이거 놓고와.낮에 가면 아마 없을거야.아 참!그리고 이거 현관 비밀번호..ㅡ

문득 은채가 해준말이 생각났지만,준후는 은하가 오기전에 집으로 돌아올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때문에 일부러 해가 뉘엿뉘엿 저갈 무렵이 되서야 집을 나선것이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잖아.’

준후가 내린 은하의 동네는 준후가 살고있는 동네와 약간 다른의미의 번화가 였다.준후의 집근처가 호화로운 개인주택이 모여있는 부자동네라면,여긴 비싼 아파트와 고급 오피스텔이 몰려있는 부자 동네였다.

준후는 열심히 두리번 거리며 은하의 집을 찾기 시작했다.짜증은 밀려왔지만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드디어, 그동안 은하에게 받았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되 갚아줄 그날이 온 것이었다.준후는 요 며칠전부터,이 날을 은근히 기다려오기도 했었다.

부드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준후의 귓가에 똑똑히 들렸다.은하의 집을 찾으면서도,그의 머릿속에는 강회장의 집에 입양되고 난 며칠 후의 기억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때는 더운 여름이었다.

준후는 입양되자마자 중학교에 진학할수 있었고,열심히 공부했다. 기본적인것은 고아원에서 배웠을뿐더러, 머리가 좋은 탓에 학교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았다.또 나름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아원 생활에 비하자면,공부를 하는것 쯤은 전혀 어려운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날도 준후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다.그곳에서,당시 대학생이던 은하와 그녀의 친구한명과 맞딱드리고 만것이었다.

은하는 마치 못볼것을 봤다는 듯이 벌레보듯 준후를 대했다.여름이라 은하도,그녀의 친구도 노출이 좀 있는 의상이었지만,은하의 도도한 외모덕에 더욱 섹시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문제라면,그녀의 표독스러운 표정이겠지만.


ㅡ얘, 은하야.쟤 니 동생 아니니?ㅡ

ㅡ동생은 무슨 주워온 자식인데. 그냥 거지새끼 하나가 운좋아서 우리집식구 된거 뿐이야.ㅡ

ㅡ얘…들리겠다ㅡ

준후는 그때만 해도 그냥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하다못해 고아원에도 텃세가 있는데,그럴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은하의 구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준후만 보이면 욕설을 퍼부었고,심지어 교복을 갔다 버리거나 의자에 바늘을 뿌리기도 했다.그저 유치하구나…하면서 넘겨 짚었던 그였지만,그때부터 스트레스는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폭발하고 싶었지만,아직도 자신의 친구인 기주가 차디찬 고아원 골방에서 자고 있을 생각을 하며 그는 참고 또 참곤했었다.그런데…..

ㅡ너…동생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ㅡ

ㅡ뭐가 동생이에요?그냥 고아하나 데려와서 우리집 밥먹이면 그게 동생이에요?ㅡ

ㅡ너…너 임마!ㅡ

ㅡ제가 틀린말 했어요?그렇게 아들이 좋으시면 가서 돈주고 거지새끼 몇명 더 사오시던지요!ㅡ

우연히,아주 우연히 였다.

안방을 지나가던 준후가,강회장과 은하의 대화를 들어버린 것이었다.그리고 그 일이 있은후 은하는 따로 독립을 했다.

그제서야,준후는 가족이란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낄수 있었다.진정한 피붙이,진짜 엄마와 아빠의 존재가 이렇게 큰 것일줄은 그도 몰랐던 것이다. 그것은 준후의 마음에 두고두고 상처가 되었고,상처는 미움으로 미움은 분노로 바뀌었다.늘 이해하려고 했던 준후도, 슬슬 은하만 보면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찾았다.”

준후는 그제서야 손이 벌게 지도록 들고있던 쇼핑백을 잠깐 내려놓고는 점퍼의 지퍼를 열고 땀을 식혔다.

‘개같은년…’

옛기억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욕지꺼리가 밀려왔다.하지만 괜찮았다.오늘에서야, 지금까지 받았던 스트레스를 배로 되갚아 줄수있는 찬스가 생긴 것이었다.

‘혹여나….잘못된다면?’

세상만사가 생각한데로 잘 풀릴수는 없다.어린 준후지만 그런것 쯤은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 들수록 스릴이 넘쳤다.마치 포커판에서 처음 느꼈던 스릴처럼, 묘한 긴장감이 온몸에 가득해졌다.손바닥이 찌릿할 정도로 전율마저 일어났다.

삐비비빅.

은하가 살고 있는 2층으로 간 준후는 은채가 가르쳐준 비밀번호를 눌렀고,육중한 현관문은 스르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나서 펼쳐지는 화려한 인테리어에 준후는 미간을 확 하고 찌푸렸다.

‘허영심에 가득찬 년이구만.’

같은 부잣집 딸인데도 수수하고 알뜰한 은채와는 정말 비교가 되도 너무나 심하게 되는 모습이었다.자취방이 아니라,무슨 공주방이라고 해도 믿을수 있을것만 같았다.그리고 묘하게 자극적인 향수냄새가 코를 확하고 찔러왔다.

준후는 한쪽에 들고온 반찬통을 내려놓았다.정리는 나름 깔끔하게 되어있었지만,그래도 혼자사는 집인지라 속옷이 굴러다니는 모습도 보였다.혼자사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넓은 평수에 준후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벽면에는 명문대 졸업장을 비롯, 각종 디자인대회에서 입상한 수상장들이 자랑스럽게 걸려있었다. 게시판처럼 꾸민 한쪽 벽면에는 은하의 사진들이 꽂혀져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동료 혹은 후배로 보이는 여자들이 은하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밖에서는 명문대 졸업생에 커리어 우먼, 집에서는 똑부러지는 장녀. 그리고 밖에서는 원나잇을 즐기는 여자라…’

생각만해도 역겹다.어서 그 높은 콧대를 짓눌러 버리고 싶었다.처음에만 해도 준후는 자신에게 좀 고분고분해지기를 바랬지만,어느샌가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왠지 속물처럼 보이는 은하가 그 높은 자존심을 다 버리고 안달하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윽….이게 뭐야…’

옷장에 들어있는 온통 야한 느낌의 속옷들.마치 대놓고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차피 옷입으면 보여주지 않는건데 이런걸 사는건….벗어서 보여줘야 한다는거 아냐?’

준후는 멋대로 결론을 지어 버리고는 옷장을 닫았다.침대에 누워 보기도 하고,괜시리 서성거려 보기도 했지만 시간은 좀처럼 가지 않았다.조금더 늦게 올까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그랬다면 아마 은채가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저거라도 하고 있을까?”

책상위에 놓인 컴퓨터. 물론 준후의 방안에도 컴퓨터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가만히 은하를 기다리느니 컴퓨터를 갖고 노는게 더 시간이 잘갈거 같기도 했다.

‘그나저나 처음 시작을 어떻게 하지…’

전원을 켜면서,준후는 생각에 잠겼다.막상 은하를 어떻게 해보려고 왔기는 했지만 딱히 묘안은 떠오르지 않는다.윤경에게서 얻은 그녀의 정보가 있긴 하지만, 정보가 있다고 해서 다 되는것은 아니지 않은가.어차피 방안에 준후가 있다는것을 인지한 순간,은하는 펄쩍펄쩍 뛸것이 분명하니까.

부팅이 끝나자,준후는 인터넷을 하기도 하고,괜시리 메일함을 열어보기도 했지만,원체 컴퓨터를 즐겨하지 않는 편이라 단 몇분이 지나고 나자 다시 지루해져 버렸다.

‘그럼 뒤적거려라도 볼까?’

문득 은하의 컴퓨터 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진 준후였다.흥미를 잃은듯해 보였던 그의 눈빛이 다시금 호기심에 물들기 시작했고,준후는 마우스로 은하의 컴퓨터 안을 해집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그녀가 작업한 디자인도안들 뿐이었다. 그리고 몇개의 영화들이나 음악들. 언뜻보면 그냥 누가봐도 평범한 컴퓨터였지만,준후는 폴더 하나하나를 전부 뒤적거렸다.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오히려 뭐가 있는지 뒤져보기가 참 편하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컴퓨터는 그닥 잘하는 편이 아닌가 보군.’

그녀의 컴퓨터는 온갖 프로그램들이 난잡하게 설치되어 있었지만,준후에게는 그닥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어라?’

문득 준후의 시선을 잡아끄는 파일들이 눈에 띄었다.확장자는 동영상파일로 되어 있었는데,파일명은 모두 날짜로 기입되어 있는 것이었다.

준후는 볼것도 없이 파일을 클릭했고,이윽고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 화면에 나타났다. 시커먼 화면이 몇분정도 이어지는가 싶더니,이윽고 남녀가 엉켜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뭐..뭐야…’

그저 단순한 야동이라고 생각한 준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미진이 보고있던 동영상과는 많이 달랐다.뭔가 허접한 앵글에,음성도 살짝씩 지직거리는 모습…

‘이…이건…..’

준후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영상속에 등장하는 여자는 은하였다.몇번이고 눈을 비비고 보아도 마찬가지였다.위로 올린 긴 생머리,그리고 뭔가 야해보이는 눈망울.그녀는 실한오라기 걸치지 않은채로 영상에서 낮선 남자 품에 안겨 헉헉거린다.남자의 손은 우악스럽게 은하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뭐야…남자가 몰래 찍은것은 아닐테고….’

준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하고 삼켰다.아무리 봐도 그것은 도촬이 아니었다.은하가 카메라를 향해 뇌쇄적인 표정까지 짓고있지 않은가.게다가 남자가 찍은 도촬이라면 왜 은하의 컴퓨터에 그것도 날짜별로 보란듯이 정리되어 있겠는가.아무리 봐도 이것은 은하의 은밀한 취미생활이었다.

‘맙소사…..’

준후는 기가 질려버렸다.각 파일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중복되는 경우도 있었지만,대체적으로 한 남자가 두개 이상의 동영상에 등장하지 않았다.즉, 남자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것이었다.

준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켜버렸다.가운데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늘 도도해 보이던 은하가 낮선 남자의 시커먼 자지를 계속해서 빨아대고 있었다.

‘이건 원나잇을 즐기는 수준이 아니잖아….’

취미한번 과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것들이 유출되면 은하의 사회생활은 어떻게 될까. 더이상 도도한 커리어우먼행세는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덧붙여서,집안에서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 역시 산산히 무너지고 말것이다.

준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은하의 알몸은 완벽해보였고, 쉽사리 그영상을 끄기란 어려운것이었지만,왠지 모르게 하늘이 자신을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재빨리 영상을 끄고는 인터넷창에 자신의 이메일 발송창을 띄웠다.

‘이렇게 소중한 증거를 그냥 보고 즐길수만은 없지.’

준후는 자신의 이메일로 은하의 동영상을 첨부했다.워낙 많은 파일이 있었지만,두세개면 충분했다. 준후는 치밀하게도 각기 다른 남자와의 영상만을 선별해서 이메일에 첨부를 했다.

-파일을 첨부 중입니다-

워낙 용량이 큰지라 진행과정이 지루하게 까지 느껴졌다.지금 당장 은하가 들어왔다가는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그녀가 눈치채고 컴퓨터의 전원을 내려 버리면 그만일테니까.

‘정말….사람이란건 겉모습으로는 알수가 없군.’

지난 몇년간,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은하였다.항상 겉으로는 완벽을 추구하는 편집증 환자 행세를 하면서도, 이렇게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일줄은 준후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요즘들어,준후는 사람의 양면성에 대한것에 많이 놀라고 있었다.그저 친절한 30대의 여자로만 보이는 미진이,얼마나 침대에서는 뜨거운 여잔지 알게된것도 그렇지만,은하의 일은 그에게 있어서도 충격 그 자체였다.

‘그때 그 남자놈들에게 보여주고 싶구만.’

은하가 독립하기전, 많은 남자들이 집앞까지 은하를 따라와 구애하는것을 준후는 방 창문으로 몇번이고 본적이 있었다.항상 그때마다 은하의 표정은 냉정했었다.그때 준후는 그저 그녀가 남자에 관심이 없는 것인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저…가면을 쓰고 있었을 뿐이지.’

자기도 모르게 조소가 흘러나왔다.준후는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은하의 집에서 당당하게 피우는것도, 오늘은 크게 고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다.적어도 열쇠는 준후가 쥐고 있을 테니까.

삑삑삑삑

준후의 귓가로 현관문 도어락 번호를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그의 시선은 천천히... 다시 컴퓨터로 향했다.첨부된 파일이 모두 발송되었다는 메세지가 보이자,그는 여유롭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곧이어 약간은 지친듯한 은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신발 뭐지..?누구 왔어?”

하지만 준후는 대답하지 않았다.어차피 은하가 자신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올것이고,곧 만나게 될테니까.

“너…너…뭐야!!”

예상대로였다.방문앞에는 치마위에 코트를 걸친,맵시있는 차림의 은하가 황당한 표정으로 준후를 바라보고 있었다.더불어 방안 가득 퍼지는 담배냄새.

“누구왔냐니?남자가 자주오는 모양이네.”

“당장 나가!!!”

준후는 듣기 싫은 하이톤에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은하의 표정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눈속에는 준후가 익숙한 경멸이라는 두글자 까지 깊게 세겨져 있다.

“반찬 갖다주러 왔을 뿐이야.”

“당장나가…..경찰에 신고하기 전에…나가라고 이 미친새끼야!”

준후는 깊은곳에서 올라오는 욕지꺼리를 가까스로 참아내었다.마음같아선 대놓고 쌍욕을 하고 싶었지만.그럴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욕을 하는 순간 갈등만 고조될 뿐더러,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협박의 강도가 떨어질 뿐이었다.게다가 은하가 욕을 한다고 해서 그것과 똑같이 맞받아쳐주는 것은 그녀와 똑같이 되어버리는것 같아 준후는 자존심이 상했다.

“가지말라고 해도 갈꺼니까 걱정마.뭘 그리 열을내?컴퓨터 안에 재미있는 동영상이 있길래 감상했을 뿐인데.”

“개소리 지껄이지말고 나가!”

은하는 정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듯했다.준후는 이죽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앞에 있는 머그컵에 담배를 넣어버렸다.동시에 은하의 눈동자가 크게 치켜떠졌음은 말할것도 없다.

“취미도 고상하시던데.남자와의 섹스동영상을 날짜별로 정리하다니…”

준후의 그 한마디에,은하는 하늘이 무너지는것을 느꼈다.말문이 막히고,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얘져 버렸다.준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너…”

“뭘 그리 놀라.억울하면 파일을 숨겨두던지.”

한참이나 멍하니 서있던 은하는 재빨리 컴퓨터의 코드를 뽑아버렸다.본채는 우웅하는 소리를 내며 꺼져버렸지만 준후의 표정은 득의 양양했다.

“그걸로는 증거인멸이 안될껄.이미 내 이메일에 첨부해서 보냈거든.”

은하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물들어,지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린다 한들 이상하지 않을것만 같았다.들고 있던 핸드백은 힘없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져 버렸다.

“워….원하는게 뭐야…돈이야?”

“날 너같은 싸구려 취급하지 마.”

“뭐?”

“돈?니 눈엔 아직도 내가 니 집안에 굴러들어온 거지 새끼로 보이겠지.그러니 자연스레 돈이란 단어가 튀어나왔을거고.딱 너같은 수준의 생각이다.”

무려 7살가량 차이가 나는 동생에게 너 라는 말을 들었지만,은하는 아무런 대답조차 할수 없었다.준후의 표정이 자신의 몸을 흡사 엑스레이마냥 훑고 지나가는게 느껴졌다.
더욱더 무서운것은,준후의 다음 말이었다.

“이 동영상을 아버지의 메일로 전송해볼까?아니면 니가 다니는 그 디자인 회사에 보내는것도 나쁘지 않겠네.어차피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관리자 이메일 정도는 알수 있을 테니까.”

“죽여 버릴거야…너…”

“상황파악이 안돼?아직도?”

준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 제스쳐를 취했고,은하는 저도 모르게 준후의 팔을 움켜쥐고 말았다.

“이거 놔.”

“이메일을 내 눈앞에서 지우기 전까진 못가.”

“오히려 나를 협박하는 거야?”

준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은하를 바라보았다.어디까지나 자신은 절대적 우위에 있었다.
은하가 여태까지 공부를 해서 이뤄온 모든 일련의 사회활동과 사회적 위치를 한번에 끌어내릴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하면 되는데…”

은하의 목소리톤이 떨리고 있었다.그녀가 속으로 얼마나 분해할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준후였기에 오히려 그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생각한것보다 쉽게 풀리는군.’

사실 준후의 계획은 윤경에게서 들은 정보로 은하를 깎아내려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어떻게든 강하게 나가서,그녀를 제압할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지만,그녀의 컴퓨터에 있는 파일들 덕분에 일은 간단하게 풀리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중요한것은 지금부터였다.모처럼의 기회마저도 놓치면 안되는 것이니까.

“공손하게 말했으면 좋겠는데?”

“뭐…뭐라고?”

은하의 눈꼬리가 또한번 올라갔지만,이내 왠지 모를 험악한 준후의 표정에 이내 수그러 들어 버렸다.얼마나 분했는지,그녀는 어금니마져 꽉 깨물고 있었다.

“알…았어.”

“좋아.이제 밀린 우리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준후는 다시 여유롭게 의자에 걸터앉았다.은하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분한 마음을 꾹꾹 눌러내리며 그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우선,넌 내가 이 집안에 온 이후로 너무 지랄맞게 굴었어.텃세라고 생각하고 이해하기에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인정해?”

준후의 말에 은하는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은하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상황에서 그의 질문을 부정할리는 없으니까.

“인정하면 사과해.”

“뭐?”

“한국말 몰라?여태까지 나에게 지랄맞게 군거.사과하라고.정중하게.”

은하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것이 느껴지자,준후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잘못했어.”

“무릎꿇고.”

“너 정말….”

은하는 발끈해서 고개를 들었지만,준후의 표정은 당당했다.그의 표정에서 농담이 아니란것을 안 은하였지만,자존심이 센 그녀는 쉽사리 무릎을 꿇지 못하고 망설이기 시작했다.

“왜 못꿇어?동영상에서는 무릎꿇고 잘만빨아제끼더만.”

은하는 몰려오는 수치심에 견딜수가 없었다.그것도 상대는 이제 고3이 된,자신보다 한참어린 아이였다.덧붙여, 그 아이는 줄곧 자신이 업신여겨 왔던 상대이기도 했다.

은하는 한참이나 망설였다.생각같아서는 엉엉 울고 싶었지만,준후앞에서 우는것은 죽기보다도 싫었다.잠시후,그녀의 몸이 천천히 내려갔다. 준후는 어렵게 무릎을 꿇은 은하를 밑으로 깔아 내리보았다.그녀의 작은 어깨는 수치심과 분함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자….잘못했어.용서해줘.”

“어떻게 하지?용서를 해야하나?”

준후의 중얼거림에,은하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하지만 참기로 마음먹었다.시키는 대로 하면,왠지 준후가 나중에는 그 메일을 지워줄수도 있을테니까.은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좋아 일어나.”

“이젠됐지?어서 이메일을 지워줘.사과까지 했잖아.”

“무슨말 하는거야?”

“뭐?”

“난 이메일을 지워준다는 약속따윈 한적없어.”

“너…너…”

은하의 얼굴이 벌게지기 시작했다.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순 없었다.그럴수록 준후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이 될것이었다.

“좋..좋아….어떻게 하면 지워줄래?”

“옷벗어봐.”

“뭐라고?”

“벗으라고.옷.”

은하의 고운 입술이 더욱 빨개졌다.자기도 모르게 아까부터 입술을 꼭 깨문탓일 것이다.반대로 준후의 표정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오히려 눈빛으로 빨리 벗으라는 듯한 뉘앙스마져 보내고 있다.

“자..잘못했어…그러니까 용서해줘…응?”

“옷벗는게 어려워?동영상에서는 아예 안입고 있던데?뭐…며칠전 나이트에서도 같이 춤추던 남자랑 나가서 옷을 벗었을거 아니야.”

은하의 눈이 놀라움으로 흡떠졌다.어떻게 준후가 그것을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따윈 들지도 않았다.그는 정말 마음을 먹고 온것이었다.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은하의 눈앞은 캄캄해졌다.

“알았어..”

그녀는 결심한듯 코트단추를 풀렀다.수치심이 가슴깊은곳에서 몰려왔다.이윽고 그녀의 손에 의해 몸위에 걸치고 있던 하얀색 코트는 벗겨져 나갔다.안에는 브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상황파악이 된 모양이군.’

준후는 속으로 여유롭게 웃었다.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였다.

“브라우스도 벗어.”

은하는 움찔했지만,준후의 완강한 말에 한참이나 망설이기 시작했다.계속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했지만,절대적인 묘안은 떠오르지 않았다.여자인 자신이 힘으로 준후를 제압할수도 없는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흰색 브라우스단추가 하나씩 끌러졌다.자신의 브라우스를 푸르는 은하의 하얀손은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이윽고,그녀의 브라우스가 바닥으로 떨어지며,보라색 란제리를 착용한 은하의 하얀 상체가 훤히 드러났다.

“그다음은 스타킹.”

벗자마자 황급히 몸을 움츠려 자신의 상체를 가린 은하였지만,바로바로 떨어지는 준후의 요구때문에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그녀는 살짝 뒤를 돌아 치마속으로 손을 넣어,팬티스타킹의 끝부분을 살짝 쥐고는 천천히 내렸다.

“뭐하는거야?이쪽보고 해.”

은하의 볼위로 눈물방울이 한방울 흘러내렸다.슬프거나 무서워서가 아니었다.그것은 분해서 흘리는 눈물이라는것을,준후도 잘 알고 있었다.준후역시 예전에 은하로 인해 그런 종류의 눈물을 흘려보았으니까.

‘천배로 되갚아 주겠어.’

마음속으로 결심한 준후는 손가락으로 은하의 치마를 가리켰다.그 의미는 뻔한 것이었기에,은하는 또한번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벗을게.벗을테니까.이메일 지워줘.”

“너한테 선택권이나 명령권따윈 없어.”

“뭐?그럼 나보고 이런 수모를 계속 겪으라는거야?”

“니가 하는것을 봐서,내가 그 동영상을 갖고 있는 시간을 줄여줄순 있지.”

은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준후는 그저 만만한 고등학생이 아니었다.머리가 좋아서 입양했다는 말을 자신의 아버지인 강회장에게 들었을때 콧방귀를 뀌었던 그녀였지만,지금은 그때의 일을 후회해도 너무나 늦은 것이었다.

이윽고 그녀의 검정색 치마마져 바닥으로 떨어졌다.위아래로 보라색 란제리와 팬티만 입은 은하의 몸은 군살하나 없이 완벽했다.게다가 브레지어 위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흰색 가슴의 굴곡을 보자,준후는 묘하게 흥분이 됨이 느껴졌다.

“계속해.”

“한번만 봐줘…내가 이렇게 사과할게.미안해…응?”

“벗어.”

은하는 이제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분함은 수치로,수치심은 그녀의 자존심을 무참히 무너뜨리며 한없이 눈물을 쏟아내었다.

“울지마.화장이 지워지면 추하니까.”

그녀는 이제 완전히 체념한체로,손을 뒤로 돌려 브라의 후크를 끌렀다.브라속에 갇혀있던 가슴이 출렁하고 내려앉으며,그녀의 하얀 가슴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동영상에서 보던 몸보다 훨씬 좋은데.”

은하는 필사적으로 가렸지만,준후의 팔은 우악스럽게 그녀의 팔을 끄집어 내려버렸다.은하는 저항조차 하지 못한채 바닥으로 넘어졌다.

“자,이제 하나 남았어.어서 벗어.”

“준후야,,,잘못했어…제발,,흑…”

은하는 무릎을 꿇고 사정하기 시작했지만,준후의 표정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애초에 여기서 끝내려고 했다면 귀찮게 이곳까지 찾아도 오지 않았을 그였다.

“벗어.”

반라의 몸으로 바닥에 앉아 한참이나 흐느끼던 은하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팬티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준후의 시야로,은하의 허벅지 사이에 위치한 신비의 성역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거뭇거뭇한 털들.이미 동영상으로 보았지만, 실제로 보는것과는 천지차이였다.

“이제 일어서.”

은하는 마치 마법에 걸린것처럼 고분고분 일어섰다.이제 그녀의 몸위에 남은 천따윈 없었다.

“뒤로 돌아서 침대를 잡고 허리를 숙여.”

“흑…흑..”

이제,늘 보이던 은하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그녀는 수치심에 흐느끼며 준후의 말에 따라 침대를 손으로 잡고 허리를 숙였다.그녀의 엉덩이 밑으로 일자로 갈라진 꽃잎이 눈에 들어왔다.

“흑!”

은하는 놀라서 헛바람을 집어 삼키고 말았다.준후의 손가락이 자신의 꽃잎언저리를 비벼대고 있었다.

“이..이러지마 준후야…내가 잘못했어…내가….흑!”

“말로하는 사과는 한번으로 족해.이제 다른 수단으로 사과를 할 방법을 찾아봐.”

준후의 손가락이,그녀의 보지살을 좌우로 벌리고 있었다.준후는 이상하다는 듯이 은하에게 말했다.

“너 근데 왜 젖어있냐?”

은하에게 있어서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굴욕이자 수치였다.하지만 이상했다. 이상하게도 묘한 흥분이 들어왔다.상대는 자신이 늘 내리 깔고 보던 한참이나 어린 동생이 아닌가.하지만 그런것들이 오히려 묘한 흥분을 자아내고 있었다.

찰칵!

은하의 귀에, 준후가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몸을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은하는 아무런 저항조차 할수 없었다.준후의 손가락이 자신의 보지속으로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었다.

“나이트에서 남자와 나갔지?”

“흑…흑…”

“대답해봐.”

“나…나갔어.”

이제 그녀의 보지에서 흐르는 물은 더욱더 많아지기 시작했고,찌그덕거리는 요란한 액체음이 오피스텔 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은하는 침대를 짚고 있는 팔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어디로 갔지?”

“모..모텔에…”

“가서 뭐했는데?”

“흐응…흥…”

이번엔 준후의 한쪽손이 가슴이며 허리를 우악스럽게 주무르고 있었다.최대한 신음을 참던 은하의 이성은 한순간에 무너졌다.분노와 수치,그리고 모욕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모두 흥분지수로 바뀌어 버렸다.왠진 모르지만,고작 열아홉인 준후의 손길은 어설프기는 커녕 집요하게 성감대만을 공략하고 있었다.

찰칵.찰칵.

계속해서 자신의 몸이 준후의 휴대폰 카메라에 찍히는 소리가 들렸지만,은하는 아무런 저항도,찍지 말라는 절규도 할수 없었다.

“자이제 돌아서봐.”

그녀는 완벽하게 달라져버렸다.더이상 망설이지도,토를 달지도,하지말라고 사정을 하지도 않았다.뒤를 돌아보니,애액에 잔뜩 젖은 준후의 손가락이 보였다.

“니가 흘려댄거야.평소 니가 경멸하던 굴러들어온 짱돌에게.”

이윽고 준후의 카메라에서 또 한번 찰칵 소리가 났다.아까까지는 뒷모습이었지만,이번에는 정면이 아닌가. 홀딱 벗고 있는 모습이 준후의 카메라에 그대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메일 동영상은 지워줄게.그건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말이야.”

은하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계속해서 자신의 밑은 젖어들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다잡을 때쯤,준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너랑 나 사이에…앙금을 없에는 작업말이야.”


추천74 비추천 54
관련글
  • 유부녀와 흑인상사 2
  • 유부녀와 흑인상사 1
  • 친구의 처형
  • 쳇 만남
  • 기대했던 만남 1
  • 처제와 나의 이야기
  • 장모아닌 여자라고 -번외
  • 장모아닌 여자라고 6
  • 장모아닌 여자라고 5
  • 장모아닌 여자라고 4
  • 실시간 핫 잇슈
  • 금단의 나날들 - 5부
  • 금단의 나날들 - 마지막편
  • 아내의 마사지 - 하편
  • 금단의 나날들 - 10부
  • 금단의 나날들-2부
  • 금단의 나날들 - 4부
  • 야유회 - 1편
  • 금단의 나날들 - 3부
  • 야유회 - 2편
  • 금단의 나날들-1부
  • 회사소개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Copyright © www.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