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4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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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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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 오빠..재하 오빠..-

와..세상에 이렇게 한 단어가 쉴새 없이 머릿속을 울릴수도 있는건가?그녀..수정이를 회사 안으로 보내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내 머릿속에는 같은 단어가 계속해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문득 가슴속에 손을 넣어 보았다.내 손끝으로도 아련히 느껴지는 심장뛰는 느낌.아마 내 심장위에 만보기를 올려 두었다면 금새 만개를 찍고 다시 0으로 초기화가 되었을 것이다. 손발이 차가워 졌고, 입술이 마른다. 단 하나,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는 그 사실 하나가 나에게는 역사적인 사건이자 충격이었다.

“크하하하하하하!”

나는 농약을 잘못먹은 미친놈마냥 골목길에서 표효를 했다.어차피 골목에 사람도 없고, 있다해도 상관없다. 지금이 기쁨을 이렇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바닥에 누워 발광이라도 할것만 같았다.

‘이제..회사도 알고..이름도 알아.’

수정이라는 이름.그리고 그녀가 다니는 회사. 나에게는 그 어떤 정보보다 소중한 정보였다.물론 내가 그걸 알고 있다고 해서 그녀를 가질수 있고 사귈수 있다는 것은 아닐테지만...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내가 모르는 사람을 동경하는 것과, 어느정도 아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하늘과 땅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다.

한달음에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사실 뭐 구태여 달릴 필요도 없었다. 이 동네가 뭐 거기서 거기니까..다만 그녀의 회사 건물은 우리동네 중에서도 꽤나 번화한 곳에 있고, 우리집은 우리동네 중에서도 꽤나 구석진 곳에 있다는 것이 작은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후다다닥 올라가려던 나는 아차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여태까지는 집에 올때 노래도 흥얼거리며 들어왔지만, 옆방에 누군가가 온 이후로 이 집이 방음의 사각지대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호수에 사는 사람들이 내 노래를 감미롭게 들어줄리 없고, 이렇게 쿵쾅 거리면서 뛰면 좋아할리 없으니까.

“엥?”

조심스레 우리집 현관이 보이는 복도로 접어든 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삑삑삑삑

“에이씨!!!아니잖아아!번호가 뭐야!엉!”

삑삑삑삑

“에이씨! 이것도 아냐?이거 음성인식 안되냐?엉!”


아...이게 무슨 처참한 광경이란 말인가. 소리 안내려고 조심스레 걸어온 나의 모든 행동은 뻘짓이라는게 드러난 셈이다.한 여성이 만취가 되어 내 현관앞에 앉아 도어락과 시비를 벌이고 있었다. 곱상한 외모에, 털털한 성격을 반영하듯 머리위로 묶어 올린 머리카락. 갈색의 얇은 트렌치코트에 딱붙는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아무렇게나 철푸덕 앉아 현관문 앞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때는 밤 여덟시를 조금 넘긴 시간. 술자리가 시작될 시간일수 있겠지만 결코 저렇게 취할정도의 시간대는 분명 아니었다.하지만 그녀는 술냄새로 복도를 자욱하게 메우며 주저앉은 자세 그대로 작은 구두로 현관문을 몇번 걷어찼다.

“야..서인애..”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붉게 물든 하얀 얼굴이 휙 하고 돌아가며 나를 향한다.동그란 두눈이 가늘게 떠지며 나를 한동안 응시하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는 베시시 웃으며 비틀거리는 자세로 일어났다.

“재하야아아아!친구야아아!”

쿠웅!

철푸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인애는 날 보자마자 벌떡 일어난 자세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아휴..뭔 술을 이렇게..”

“으히히히! 보고싶어서 왔지롱~”

아프지도 않은 걸까. 저렇게 무릎쪽으로 자유낙하를 하면 데굴데굴 굴러야 정상인데 계속 실실 거리며 웃는 그녀가 못내 귀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에휴..왜 벌써부터 이렇게 맛탱이가 가있는거냐?”

“으응?회식좀했어..조금 일찍..알잖아..끅! 방송일 하는 사람들이 정해진 회식시간이 어딨어?히히히”

...틀림없다. 여태까지 그녀와 친구사이를 쭈우욱 해온 나의 경험상 그녀는 많이 취해 있었다.아마 저것은 그녀의 만취레벨 3정도에 달하는 수준일것이다.1단계로는 막말하고,2단계부터는 울고..3단계가 저렇게 실없이 웃는 단계이니..인애가 얼마나 많은 술을 퍼마셨는지 짐작할수 있는 대목이었다.

삑삑삑삑

내가 손가락으로 번호를 누르자, 이윽고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인애는 꺄르르 웃으며 도어락이 주인을 가린다는 헛소리를 해댔다.음...그나저나 이 녀석을 어쩐다...

“야야.인애야.일어나봐.얼른.”

“으응?놔봐!놔봐! 나 혼자 일어날수 있어..이히히히!”

술먹기 전에도 고집하나는 똥고집인 기집애라서 거들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지금 그녀는 만취레벨 3의 만렙이라는 것이다.또다시 엉덩방아를 찧으면 아마도 엉덩이뼈가 나가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방송국에서 모든 시간의 3분의 2이상을 앉아 있는 그녀에게는 엄청난 제약이 올테지..나는 얼른 그녀의 팔사이로 내 손을 집어넣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

“꺄하하하!재밌다아~우리 재하 잘한다아!”

“...너..너..며..몇키로냐..”

“으응?사십칠키론데에?”

휴..술에 취해 있으니 아마 맞는 정보일 것이다.으흐흐. 술에 안취해 있을때 몸무게를 물어 봤다가는 아마 난 후라이팬으로 맞을지도 모를일이다. 나는 발까지 허공에 굴러대며 신나하는 그녀를 낑낑대며 집안으로 옮겨 놓았다. 그녀는 매우 친절하게도 내가 옮기는 와중 발을 털며 본인의 구두를 벗어 던지는 사려깊은 행동을 발휘했다.

“크아아아아~”

자신이 무슨 공룡이라도 된줄 아는 모양인지,인애는 침대에 눕혀주자 마자 허공을 향해 거센소리 가득한 표효를 날린다.

“야..도대체 술먹고 우리집에 오는 이유가 뭐냐?”

“히히히..니네집이 가깝잖아..헤헤헤.”

또 저렇게 실없이 웃는다. 생긴것도 귀엽고..나름 능력도 있는 기집애가 도대체 왜 저러지? 하기사..그녀의 집은 직장에서 조금 먼 편이니 그나마 우리집에 오는것이 나을지 모른다. 아무리 친구지만 그녀는 여자가 아닌가. 저런 만취 상태의 여성이 버스를 타고 골목길을 비틀대며 갈때까지 무사할 정도로 이 사회는 아름답지 않으니까 말이다.

“잠이나 자.이 주정뱅이야.”

인애는 내말에 또 뭐가 그리 우스운지 깔깔 거리며 웃더니 침대에 대 자로 뻗어 버린다.휴우..저런 키 큰 녀석을 옮기고 나니 자연스레 땀이 삐질삐질 솟는다.땀이 많은 체질탓에 삭발까지 한건데 말이야..쩝.

나는 인애의 눈이 감긴것을 확인하고는 욕실로 들어갔다.씻기전에 수정이에게 일 열심히 하라는 문자까지 남겨주었다. 답장이 올까?오지 않아도 상관없다.이렇게 문자보내는 사이까지 된것은 분명 내인생의 기적이었다.

뜨거운 물을 맞으며 그녀를 생각하니, 갑자기 여태까지 내 인생에 쭈욱 이어져 왔던 짝사랑 인생이 생각나 울컥했다.그땐 왜 말하지 못했을까?차라리 고백이라도 하고 포기했으면 후회따윈 없었을 거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의 짝사랑은 늘 그렇게 혼자 애태우고 후회함의 연속이었다. 내가 짝사랑했던 그 사람들은...결코 수정이보다 이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너무 어리버리하긴 했지만, 인간 박재하는 생애 최초로 좋아하는 여성의 휴대폰 번호를 자력으로 획득한 것이다. 남들이 참 소박하다고 할지 모를 기쁨이겠지만..지하철 그녀, 수정이의 번호가 내 휴대폰에 있다는 사실하나는 몇날 몇일이고 내 가슴을 벅차게 할것만 같았다.

‘와아!’

샤워가 끝나고 나서 편한옷으로 갈아입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폴더를 열은 나는 공중제비라도 넘고 싶을 정도로 신이나는게 느껴졌다.

-고마워요 스님..아니 재하오빠! 좋은 밤 되세요!^^-

미녀^^에서 수정씨라고 바뀌어 입력되어 있는 발신자 정보.더 이상 말이 필요없었다.나는 채 스무자가 되지 않는 그녀의 문자를 한글자 한글자 곱씹듯이 몇번이고 꼼꼼하게 읽었다. 샤워를 하며 릴렉스 되었던 마음은 이내 다시금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뭐라고 답장을 하지?’

이내 답장버튼을 눌렀지만 쉬이 손가락이 놀려지지 않았다.이것도 경험이 있는 녀석들이나 하는거지...당최 뭐라고 보내야 깔끔할지 내 머릿속에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한번 그녀의 문자를 읽어보았다.샤워를 마친 지금 시간이 여덟시 사십분. 반올림해봐야 아홉시인데 그녀는 좋은밤 되세요 라고 남긴것이다. 물론 아무 생각없이 그런말을 했을수도 있지만, 왠지 좋은밤 되라는 그녀의 말은 앞으로 내가 할 말을 앞서 차단시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바빠서 겠지? 아까도 나와 채 10분을 같이 있지 못했으니까.그래.그런걸꺼야.

나는 남자답게(?)폴더를 닫아버렸다. 적어도 그녀에게 방해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수정이는 나처럼 내 문자를 기다리거나 설레여 하지 않을테니까. 차라리 그녀가 일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해줄수 있는 최고의 도움이 아닐까 싶었다.

“으헉!”

문득 침대쪽으로 고개를 돌린나는 기겁을 하고는 뒷걸음질 쳐버렸다.내가 샤워하는 동안 인애는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진 모양인지 검정색 란제리 차림이었다. 그것도 자고 있는 것이 아닌 뚱한 얼굴로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은 자연스레 한쪽에서 뒹구는 그녀의 코트와 청바지, 티셔츠로 향한다.

“..너 뭐해에?”

“야..너..거..옷..옷좀 가려..”

“히히히히!친구야아!같이 자자!”

“뭐어!”

나도 모르게 버럭하고 말았다.가..같이 자자니..너 그 말의 뜻은 알고 지금 말하는 거니?물론 너와 나는 순수한 의미로 자주 잤지만..음..여튼 자중해주면 안되겠냐?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인애의 쇄골뼈 아래를 훑어가고 있었다.검정색 란제리에 가려진 그녀의 하얀 가슴. 그렇게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그녀의 하얀 살무덤이 아슬아슬하게 란제리 사이에 가려져 있었고, 평소 먹을것을 끼고 사는 아이 답지 않게 앉아 있는 허리는 잘록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골반 아래 부분이 이불로 살짝 가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리와!짜식!”

“으헛!”

어서 자라는 말을 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던 나는 그대로 침대위로 곤두박질 쳤다. 장난스럽게 베시시 웃던 인애가 갑자기 내 목을 잡아당기며 팔로 조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신체변화를 줄이기 위해 그녀가 없는 허공쪽을 응시하며 걸어가기 까지 했던 내 노력은 단숨에 헛된 노력이 되어버렸다.

“야..이..인..인애..컥..”

그녀는 호흡이 곤란해 지는 내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지 꺌꺌 거리며 내 목을 조여왔다. 아..어릴때와 다를게 없다.여전히 나는 인애에게 힘으로 밀리고 있었다.내 발버둥이 심해지자 녀석은 내 허리에 다리까지 두르며 못움직이게 하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항복?항복?히히히!”

“하앙복!하앙복!”

나는 흡사 이종격투기에서 암바를 당한 선수처럼 침대를 손으로 팡팡 치며 필사적으로 외쳐 대었다.그녀는 꺄르르 웃더니만 내 숨이 넘어갈 그 직전이 되어서야 팔에 힘을 풀었다.

“켁!켁!”

아..분명 수정씨가 봤다면 나란 남자의 허약함 때문에 상종도 하기 싫어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옆방에서 들으면 뭐라고 할..아 맞다!

나는 인애에게 불평섞인 불만을 털어놓는것 대신에 황급히 침대 옆에 있는 벽에 귀를 갖다 대었다. 이렇게 시끄러웠으니 옆방여자가 있다면 꽤나 곤란스러운 상황일테니까. 일일이 남의 이목을 신경쓰며 살순 없지만..그래도 여럿이 사는 공간에서 시끄럽게 구는 예의 없는 이웃으로 낙인찍히고 싶진 않았다.

‘휴...없나보다.’

귀를 갖다 대어 보아도 벽 넘어서는 아무런 소리 없는 정적이었다.나는 그제서야 휴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옆으로 훽 하고 고개를 돌렸다.

“야!서인애 너...”

그녀에게 불평을 하려던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온갖 진상짓을 다 할땐 언제고 그녀는 고새 쎄근거리며 잠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우연인지, 아니면 본능인지 목까지 이불을 올리고는, 그녀는 안정된 호흡을 하고 있었다.주사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엄청난 취침 능력이었다. 아마도 평균취침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방송일의 특성상 이렇게 순식간에 골아떨어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에휴..이 선머슴..이래서 시집은 어떻게 가려고..’

나는 궁시렁 대며 일어나 그녀가 마구잡이로 벗어던진 옷들을 집어 들었다. 분명 내일 구겨져있다고 나에게 강제 다림질을 시킬게 뻔하니까. 차라리 유비무환적 정신으로 무장해서 미리미리 게어 놓는게 편하다. 인애를 만나서 나는 참 많은 삶의 지혜를 온 몸으로 터득한 것이나 다름없다.

“휴우...”

다 정리하고 집안의 불까지 꺼버렸다. 인애가 잠들기 좋게 해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사실 알고보면 나도 낮잠잔것까지 포함해서 오늘 하루종일 5시간도 못잔 셈이 되었기에 너무나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우이씨..’

하나뿐인 베게를 그녀가 베고 있으니 땅바닥에서 잘수도 없었다.게다가 베게나 이불중에 하나는 주는게 인지 상정이거늘, 그녀는 그런의지가 조금도 없어 보였다. 솔직히 내가 몰래 이불을 빼서 바닥에 덮고 잘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다음날 그녀가 술에서 깼을때의 후환이 너무나 두려웠다.

‘에이.뭐..그냥 옆에서 자지 뭘.’

1,2년 친구도 아니다. 게다가 볼거 못본거 어렸을적에 이미 다 본사이니 무슨 상관이랴.다섯살때는 인애네 엄마,인애,나, 우리엄마 이렇게 넷이서 나란히 여탕가서 목욕한 적도 있었다. 하긴 내가 구태여 이렇게 합리화를 하지 않아도, 인애 저 녀석은 일어나서 내가 옆에서 자고 있는걸 보고 눈하나 깜짝 안할 쿨가이..아니 쿨 걸이니까 말이다.

나는 손을 더듬어 욕실앞에 있는 스탠드를 켜고는 그녀옆에 조그맣게 자리한 빈자리를 확인했다. 아무리 체구가 작은 여자아이라지만 저렇게 배째라는 듯한 아저씨 포스로 뻗어서 자니 내게 할당된 자리는 좁디 좁을수 밖에 없었다.

‘우씨..진짜 이 집의 주인은 난데..’

사실 인애는 얼마전에 우리집에 처음으로 온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전에도 몇번 왔지만, 집 안에 들어와서 그렇게 오래 있다가 간적도 없었다. 내가 처음 이 집에 이사온 기간에는 그녀가 너무너무 바빴기 때문이었다.

‘아..이거 위험해.진짜 위험해.’

그녀의 성격상,그리고 그 간의 경험상 이제 곧 내 소중한 원룸은 그녀의 아지트가 될것이 뻔했다.녀석은 점점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오늘 첫 어택을 들어온 것이다! 한마디로 오늘 그녀의 만취 러쉬는 일종의 탐색전이었다.

‘맞아! 이런 기회가 또 없잖아?으흐흐!’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바보 멍청이 라고 소리도 못내며 소심하게 중얼거렸던 나는 피식 웃었다.어차피 술먹으면 인사불성이 되는 그녀인데, 장난은 요럴때 쳐야만 했다.

‘얼굴에 낙서를 할까?아니야..그럼 죽을지도 몰라.’

또 후환을 생각하니 장난을 칠수 있는 범위가 심하게 축소되는 단점이 있었다.끙끙대며 고민했던 나는 그냥 그녀의 볼을 잡고 꼬집는것에 만족할수 밖에 없었다.

‘푸하하!진짜 웃긴다!’

약간의 볼살이 있는 인애인지라 볼을 옆으로 쭈욱 잡아 끄니 금세 우스꽝스런 얼굴이 되었다.역시나 만취레벨 만렙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채 계속해서 취침에 열중할 뿐이었다.나는 조심스레 휴대폰을 꺼내 인애의 우스꽝스런 얼굴을 카메라 기능으로 찍어대었다.

‘아..뜨거워.’

술을 먹어서 일까?그녀의 볼이 너무나 뜨거웠다.마구잡이로 꼬집으며 굴욕의 샷을 찍는 것을 멈추고 살짝 그녀의 볼을 손으로 감쌌다.부드러운 느낌. 성격이 여성스럽지 않아서 그렇지, 그녀도 역시 천상 여자였다.여자의 볼에서 느낄수 있는 부드러운 감촉. 남성호르몬이 좔좔 흘러 늘 까칠하고 기름진 내 볼과는 차원이 다른 부드러움이었다. 흡사 비단과 사포의 차이라고나 할까?

“으음..”

그녀가 살짝 몸을 뒤척였고, 이불은 그녀의 팔에 의해 스르르 제껴졌다.술에 취한 친구의 볼을 안쓰러운 마음에 만지던 내 순수한(?)의도가 빛이 바래지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와..와..’

비록 브레지어에 가려져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여자의 가슴을 보는건 정말 오랜만이었다.한번의 교제 이후로 쭈욱 성적인 관계 내지는 여성과의 스킨쉽이 없었던 내 몸은 당시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는듯 후끈 달아올랐다. 입만 열면 거친 언행에 남자같은 인애지만 속눈썹이 살포시 덮여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천상 누가봐도 여자였다.그것도 아주 섹시한.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갔다.작은 스탠드의 은은한 조명은 몇백개의 형광등보다 훨씬 밝게 느껴졌다.내 눈에는 분명히 보이고 있었다.그녀의 가슴을 가린 검은 천조각위로 굴곡있게 뭉개져 있는 그녀의 가슴이 말이다.

아아.역시나 본능은 이성의 천적이었다.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그녀의 이불을 잡고 더욱더 밑으로 내려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규칙적인 숨소리를 유지하며 내 앞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허리와 검정색의 팬티, 그밑으로 하얗게 뻗은 도톰한 허벅지와 다리가 내눈에 펼쳐졌다.

예뻤다.

머슴아 같은 성격탓에 몸매관리와는 담을 쌓을게 뻔한 인애의 몸은 타고난 것인 듯했다. 아마도 여름에 비키니 한번 입어보겠다고 겨울부터 헬스클럽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뭇 여성들이 보면 질투를 흘릴만한 몸매였다.환상적이거나, 글래머러스 한것이 아니었다. 그리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볼륨이 딱 두개의 천조각에 가려진채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러면 안돼..이러면 안돼..이러면 안돼..’

나는 완벽하게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었다.이미 내 손은 그녀의 볼이 아닌 브레지어 위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미 온몸의 피는 남자만 갖고 있는 딱 한개의 부위로 쏠릴대로 쏠려 있었다.또 한번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깨면 어떡하지? 그럼 그냥 모른척 해버려야지..그래..그럼 될것이다.

어느덧 나는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은채 발각되었을시의 뒷대응만을 생각하고 있었다.자연스레 내 손이 그녀의 까칠까칠한 브라위를 덮었다.

“흠..음냐..”

인애가 살짝 뒤척임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내 손이 그녀의 브라위에서 떨어졌다.하지만 그녀는 실눈도 뜨지 않고는 다시금 취침에 열중했다.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 이 순간만큼은 인애도 소꿉친구가 아닌 그냥 여자였다.그것도 아주 섹시한.

이번에 내 손가락은 그녀의 가슴사이의 계곡으로 향했다.손가락을 살짝 넣어보니 가슴과 가슴사이의 육질감이 느껴졌다.걸리면 뒤질텐데...라는 생각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지 오래였다. 아랫도리는 더더욱 빳빳해졌고, 손놀림은 더욱 대담해 진다.

집게 손가락으로 살짝 그녀의 브레지어 컵을 들췄다. 뽀얀 살 위로 핑크빛의 이질적인 살점 한덩어리가 보였다. 마른침은 계속해서 목젖을 넘어갔고, 손발은 초조한듯 차가워졌다.

그녀의 가슴은 부드러웠다. 손가락 한개이지만, 깊숙히 침투한 내 손끝으로 느껴지는 젖꼭지의 감촉이 너무나 신비롭다. 너무 굶으면 친구에게도 이렇게 욕정을 느끼는게 남자일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애를 벗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버렸다.

순간 인애의 손이 자신의 옆구리를 긁적인다.나는 깜짝 놀랐지만 아까처럼 속옷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욕정이 죽음의 공포를 이긴 모양이다. 박재하 답지 않게 깡으로 무장한 내 희롱행위는 여기서 멈출줄을 몰랐다.

다시금 그녀가 잠에 빠져든다. 더 큰 용기를 내면 등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끈을 풀어 보고도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그정도까지의 용기는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하고도 그녀가 계속 잠을 잔다면 그건 잠이 아니라 기절이나 혼절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번 감싸쥐어 보고 싶었지만, 그녀가 옆구리쪽에 심한 간지러움을 타는것을 경험으로써 잘 아는 나는 인애의 허리라인은 건들지 않았다. 내 손은 순식간에 그녀의 허벅지로 향했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아니었다.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었고, 바지 앞섬은 이미 부풀어질때로 부풀어져 조금씩 애액마져 흘리는것 같았다. 그녀가 내뱉은 숨결에 술기운이 있어서 나까지 취해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애가 아니라 누굴 상대로 이래본적이 없는 나인데, 내손은 과감하게도 그녀의 허벅지 사이 사타구니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흠..”

그녀는 짧게 숨을 내뱉고는 뒤척거렸다.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내게 좋은 기회가 되어 버렸다.약간 오므려져 있었던 그녀의 다리사이가 약 한뼘정도 벌어진 탓이었다.

‘우와..서인애가..인애가..세상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얼마전에 내가 샤워를 하던 인애의 속옷을 보며 새삼스레 감탄했던 것은 단순히 소개팅에서 입은 내상탓이 아니었다. 살면서 단 한순간이라도 인애를 향해 이렇게 가슴이 뛰어본적이 있을까? 그녀가 외모로 놓고보면 흠잡을 곳이 많지 않다 하더라도..나와 인애는 소꿉친구이니 그럴일 자체가 아예 없다고 생각했던 내 예상은 큰 오류였다. 내 안에 샘솟고 있었던 욕망을 철저히 무시한 탓이다.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나는 심호흡까지 크게 하며 그녀의 팬티위 중심부를 손으로 살짝 더듬었다.팬티 밖으로 느껴지는 남다른 체온. 왠지 그 부분은 더 뜨거운 것만 같았다. 용기가 과하면 만용이 된다는데,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팬티끈 사이로 무례한 손가락을 집어넣고 말았다.

‘와아..’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까칠까칠하게 느껴지는 체모의 감촉. 천천히 손가락을 더 찔러 넣으니 부드러운 살점이 손가락에 닿는다. 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게 느껴졌다.

아..나는 그대로 탄성을 지를 뻔했다.보드라운 살점의 더욱 중심부까지 손을 뻗으니 약간은 촉촉하게 젖어든 그것의 감촉을 느낄수 있기 때문이었다.장시간 구부린 팔은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대었지만, 나는 손가락에 남아있는 그 부드러운 액체를 느끼느라 정신이 없었다.

“흡!”

나는 깜짝 놀라 인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어느정도 자제했어야 하는데...무턱대고 진도를 너무 많이 나간 모양이었다.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어떡하지?

더이상 생각할것 없이 황급히,그리고 미련없이 손을 빼내었다.내가 이렇게까지 빠른놈이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나는 황급히 눈을 질끈 하고 감았고, 그와 동시에 부풀어 오른 바지 앞부분을 가리려 살짝 골반을 비틀어 옆으로 누웠다.

“뭐야..”

인애의 목소리가 들렸다.잠깐의 단잠으로 술기운이 조금은 떨어진 모양인듯, 그녀는 살짝 일어나 앉으며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았다. 나는 심장뛰는 소리를 스스로 다잡으며 실눈을 떠 그녀를 관찰했다.

“어라?박재하네 집이잖아..아이씨!”

그녀는 뭐라고 투덜투덜 거리며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어떡하지?내가 벗겨냈다고..그런 오해를 하면 곤란한데.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오히려 친구인 내가 옆에 있어 안심했다는 듯 그녀는 슬그머니 팬티앞부분을 잡아당겨 밑을 확인했다. 마치 새로운 동굴을 탐험하는 탐험가의 눈빛으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한참이나 들여다 본 그녀는 내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투덜거렸다.

“에이씨..나이먹고 야한꿈이나 꾸고..젠장..”

딸칵.

그녀가 욕실불을 켜고 들어가는 소리가 귀에 또렷히 전해진다. 아마도 자신도 모르게 촉촉하게 젖은 부분을 닦아내기 위해서겠지? 아직도 심장은 두근거렸고 흥분은 쉬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내가 미쳤지..’

아..항상 느끼며 항상 체감하는것이지만, 후회는 정말 늦게 찾아온다. 샤워기 물 쏟아지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그녀가 다시 나올때까지 나는 눈을 꾹 감아 버렸다. 속으로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겠지. 미안해 인애야.

그녀는 금방 다시 나왔다.자기 스스로 본인의 옷차림은 민망하다고 여기지 않는 모양인지,인애는 곧 종래의 포즈 그대로 침대위로 벌렁 드러누웠다. 머리아퍼..속아퍼..하는 혼잣말을 수십번이나 해대더니만,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아까 골지도 않던 코까지 골아가며 잠에 빠져든다.

휴..한숨이 나왔다. 연애세포가 죽어버려서,이제는 내 더러운 본능이 그래선 안되는 인애에게 까지 향한것 같아 내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잠이나 자자. 분명..분명 내일부터 내삶은 오늘보다 나은 삶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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