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15 -
<15부>
#1.새로운 생활.
“근데 꼭 이렇게 몰래 해야해?”
“다른 아이들이 질투를 할지도 모릅니다.”
리미의 진지한 말에 준은 살짝 머리를 긁적였다.하기사,노아나 세라면 모를까 질투의 화신인 유나양이 가만히 두고 볼리 없다.하루종일 입이 빼죽히 나와있을게 틀림없으니까.
“사실 그리고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저도 나름의 공부를 했습니다만..”
“무슨공…크헉!”
준은 깜짝 놀라 리미를 바라보았다.원피스 자락을 살짝 올린 리미는 너무나 야한 속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겨우겨우 그녀의 중심부를 가린 아슬아슬한 란제리와 가터벨트....준은 이런 리미의 모습은 처음보는 것이라 더더욱 놀랐다.
상황이란 이러했다.
전쟁후 재정비에 들어간 준 일행은 각자 회복기에 들어가고 있었다.노아의 경우에는 잠자는 시간이 늘어났고,세라의 경우에는 하루종일 명상과 운기조식을 하기도 했다.유나와 마유미는 마법형 페어리인지라 딱히 다른것이 없었기에,늘 메모라이징(마법 주문을 외워둠으로써 마나를 안정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리미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오너와의 교감에서 많은 것을 채우는 페어리이지만,문제는 그녀가 얻은 상처에 비해 준과 함께 침대에 있었던 적은 너무나 그 횟수가 적다는 것이었다.바쁜 나날들이기도 했지만,리미가 원체 특정한 날을 제외하고는 유나나 마유미처럼 준을 간절하게 원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다.하지만 언제까지 리미를 그냥 둘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녀역시 전쟁을 통해 크고 작은 부상이 있을 뿐더러,계속해서 무리하게 연성술을 행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리미는 모두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준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던 것이다.게다가 그녀는 인터넷으로 남자들이 쉽게 흥분을 하는 법을 나름 연구까지 해오는 귀여운모습을 보여주었기에,준은 놀라면서도 피식 웃었다.
“효과적이지 않은가요?”
“하하하.아냐 리미.충분히 섹시하고 효과적이지만.그럴 필요는 없어.”
갈색 브릿지의 긴 머리를 위로 질끈 묶어 단정하게 정리한 리미.똑똑해 보이는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작고 도톰한 입술.키는 그렇게 크진 않지만,페어리이기에 완벽한 몸매를 가진 현자의 연금술사.
늘상 준부대의 책사 역할을 도맡아하며,각각의 기술들을 끌어내는 기술고문이기도 한 그녀가,오늘은 오너의 사랑을 받는 페어리로써 준의 앞에 섰다.
‘확실히...리미와는 이런적이 그닥 많지는 않았지.’
약간은 무뚝뚝한 리미의 케릭터 때문일까?2차개화의 이후로,리미와는 그닥 많은 관계가 있지 않았다.물론 세라와 유나와 비교했을때 그런것이지만,준도 그 점에서는 리미에게 미안하게 느껴졌다.
준은 리미의 속옷을 벗겨내 주었고,그녀는 계속해서 준의 눈을 응시하며 그의 앞에 서있었다.사실,마유미가 오기 전까진 준의 페어리들중에서 리미가 가장 글래머인 편이었다.유나도 그렇지만,단지 사이즈만 두고보면 리미가 가장 큰 편이었다.
준은 살짝 티셔츠를 벗었고,이윽고 바지와 속옷마져 벗어버렸다.수줍게 그것을 바라보지 못하는 세라나,아니면 자진해서 벗겨주는(?)유나와 달리,리미는 늘 상 눈을 땡글땡글 굴리며 준을 바라볼 뿐이었다.물론 처음에 준은 그것을 상당히 민망해 했지만 말이다.
“여기 누워 리미.”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준은 누워있는 리미의 팬티를 밑으로 벗겨 내었다.누가 그녀를 과학자라고 생각할까?일반인이 본다면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는 필시 연예인일 거라고 확신할 것이다.페어리라는 존재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다.다섯명에 달하는 준의 페어리들은,모두 각각 저마다의 매력이 조금씩 달랐다.리미의 경우에는 특별히 준을 애무해줄 필요도 없을것만 같았다.그녀의 몸매는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고혹적이었고,똑똑해 보이는 눈매는 마치 도도한 아가씨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쪽.
준의 입술이 리미의 목을 타고 내려갔고,그녀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온몸이 간지러운 그 느낌.리미는 독학한대로 최대한 흥분한 표정을 지어주려 애를 쓸 필요가 없었다.오너와 페어리와의 관계.그것은 교감시가 되면 모든 감각이 활짝 열리게 되어버리니까.
“흥..”
리미는 짧게 콧소리를 내었다.딱딱해진 준의 아랫도리가 계속해서 자신의 아랫배를 쿡쿡 찔러왔다.준은 그런 리미의 입술에 입을 맞춰 주기도 했고,그녀의 가슴에 혀를 대어 보기도 했다.
“흐응..”
리미는 그간 인터넷 성인 페이지를 뒤지며 많은 공부를 했지만,실제 준과의 관계에서 써먹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그녀는 이론을 토대로 모든 사물을 이해하는 과학자 였지만,이상하게도 오너와의 교감은 그런 여타의 이론들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준은 이미 5명의 페어리를 가진 오너였고,그녀들과의 수많은 교감은 그를 더욱더 능숙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앗..”
자신의 상체를 들어올리는 준의 손길에 리미는 살짝 탄성을 질렀다.준이 자신의 하얀 등을 잡아 올리는 바람에,졸지에 둘은 마주보고 앉은 형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준은 리미의 복숭아같은 엉덩이를 살짝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고,자연스레 두개의 입술은 허공에서 만났다.
“으음...”
준의 리드하에,둘은 앉은 자세에서 결합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리미는 순간 마나의 부족현상으로 나타나는 편두통이 사라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자신의 안에 가득찬 준의 느낌.리미는 자연스레 준의 목을 끌어 안았다.
“으응...흐응...”
평소에는 잘 들을수 없는 리미의 신음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리미의 하얀 허벅지가 준의 허리를 더욱더 세게 조이듯 감싸 안았다.준은 연신 리미의 허리를 쓰다듬었다.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껴안으면 껴안을수록 준의 가슴에 더욱더 강한 감촉으로 다가온다.
“아...하앙..”
준은 여지없이 신비로운 기운에 휩싸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애무한번 받은적 없고,자신도 애무를 많이 해주지 않았음에도 둘은 충분히 서로를 받아들이는데 무리가 없었고,덧붙여 충분히 흥분하고 있었다.
게다가,페어리와의 관계는 단지 페어리에게만 유리하게 작용되는 행위가 아니었다.준 역시 그녀들과의 교감속에서 조금씩 자신의 마나가 안정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특히 유나의 경우에는 빙백의 인이 맺어진 이후로 더더욱 준에게 의존하는 경향이었고,무슨일인지 마유미역시 과감하게 준에게 매달리기도 했던 것이었다. 그런 모든 과정을 리미는 묵묵히 지켜보며,자신의 차례가 올때까지 기다려주었던 것이었다.
“흑...”
준이 살짝 그녀에게서 떨어졌고,그녀는 영리하게도 준의 의도를 알아채었다.리미는 살짝 엎드려 하체를 올려주었다.번들번들하게 젖어든 그녀의 속살이 훤히 보였고,준은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잡고 리미의 안으로 진입을 했다.
“아아...”
원래 평소에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리미이니,더욱 흥분이 되는 법이었다.준은 소프트하게 리미의 입구를 계속해서 두드렸다.
“흑..하앙..”
리미는 흐느끼듯 신음하며,자신도 모르게 침대보를 움켜쥐었다.지금만큼은 영리한 작전관이 아닌,준의 연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리미와 준의 몸은 순식간에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제 누워볼래?”
리미의 갈색 머리칼이 땀으로 이마에 살짝 붙어있는 모습이 오히려 섹시했다.준은 그녀의 가슴을 잡고 정상위로 다시 그녀에게 진입했다.그녀는 준의 허리를 감으며 더욱더 세게 조이기 시작했다.
“헉..헉..”
준의 허리가 조금씩 더 빨라진다.리미는 이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채로 준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그는 리미의 다리를 조금씩 바꾸어 가며 움직였고,그것은 리미에게 각각 다른 느낌의 감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앙...아앙...아앗..”
“헉...허억...”
한참이나 움직이던 준의 몸이 멈췄고,그와동시에 리미를 세게 끌어안았다.그녀는 무언가 뜨거운 기류가 자신의 몸에 흐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더불어 준 역시 몸안에 있던 뜨거운 양기를 아낌없이 리미에게 퍼부어 주었다.
어쩌면 페어리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탓에,아이를 갖을수 없는것은 어찌보면 준에게는 큰 다행이었다.그는 단 한번도 피임의 걱정을 한적이 없었으니까.물론 이곳이 프로센이라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하아...하아...”
땀범벅이 된 둘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후희를 즐겼다.리미는 전신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으며 차분한 표정을 지어보였고,준은 그녀의 몸을 잘 닦아주었다.
“괜찮을까요?”
리미의 갑작스런 질문.준은 그 질문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전쟁은 끝이 났지만,그 전쟁이 완전한 종결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한 인물.
“언제 도발을 할지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적어도 그녀석도 재정비가 필요할테지.우리가 먼저 칠수는 없는 거니까.”
“그렇지요.똑같은 존재가 될순 없으니까요.”
“니말이 맞아 리미.”
“그럼...저희도 준비해야지요?주인님 일거리가 꽤 많이 밀려있다구요.”
준은 피식 웃으며,오늘만큼은 평소와 달리 진지하지 않은 리미의 볼에 입을 맞춰주었고,그녀답지 않게 살짝 베시시 웃었다.
“그래.내 본분은 그거니까 말이야.”
#2.영업개시!
“끄으응...”
아주아주 오랜만에 문이 활짝 열린 ‘준 탐정사무소’는 업종이 비공개적임에도 불구하고 의뢰가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다.예전처럼 꼬마 여자애 세명이 아닌,아리따운 아가씨 다섯명과 사무실을 다시 찾은 준은 부재중 의뢰함에 종이들이 빽빽한 것을 보고 이마를 움켜쥐었다.
“꺄하하하!”
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노아는 연신 마유미에게 매달려 장난을 치고 있었다.마유미 역시 거절하지 못하고 노아와 놀아주었고,그녀는 이리저리 깡총깡총 뛰어다니기 바빴다.유나는 예전 그때와 마찬가지로,준의 옆에 딱 붙어 앉아서는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고,세라는 창문쪽을 바라보며 예전처럼 경계를 했다.
“이거 도대체 왜 이런거야?”
준의 말에 준의 앞에 앉아있던 리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일반인들에게 크룬의 습격이 응당 정체모를 집단으로 부터의 테러로 느껴질테고,시국은 어지러울대로 어지럽지요.그리고 항상 어지러운 시국에는 범죄가 판을 치는 것이 당연합니다.게다가...”
리미는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의뢰서를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경찰에서 모든 업무를 해결해줄리도 만무하니,무언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당연히 사설기관을 찾겠지요.경제학적인 측면으로 봤을때 주인님은 지금 독과점 상태나 다름없는 겁니다.”
“.....어려운 설명 참 고맙다.”
“어떻게 하실 건지요?”
“처리해야지.고가의 의뢰도 많을 뿐더러...더욱이 우리역시 책임이 없다고는 말할수 없는 거니까.”
준의 말에 리미와 세라는 수긍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은 의뢰 리스트에서 몇장을 꺼내어 내용을 확인했다.
“경범죄부터 중범죄까지 다양하네.내 생전 탐정일을 하면서 이런 의뢰를 받을 줄이야...”
크룬의 습격으로 군부대의 경계는 강화되었지만,어지러운 혼란을 타서 군부대를 습격해서 총기를 강탈한 사건도 있는 모양이었다.준은 눈에 띄는 의뢰서 한장을 조용히 읽어나갔다.
“도둑맞은 저희 연구소의 연구자료를 찾아주세요..라?”
어느 과학단체로부터 온 전문이었다.화학약품을 취급하는 듯한 그곳에서는 거대 프로젝트를 송두리째 도둑맞았으니,그것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적혀 있었다.물론,누가 그랬는지는 그들도 알리가 없었는지,그저 부탁합니다 라는 인사말만 있었을 뿐이었다.
“과학 프로젝트라?”
“아마 약품 자체가 도난되었을수도 있고,연구자료가 도난되었을수도 있을겁니다.”
“이런 시국에 약품이라...”
“아마 경쟁회사 혹은 단체로부터 빼앗긴 것일 확률이 높지만,그것이 아닐수도 있습니다.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언제 테러를 당할지 모르니,약품이라도 비축해 둬야 겠다는 생각으로 맹목적으로 도난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요.”
“좋아 그럼...”
준이 결심한듯 고개를 들었고,장난을 치던 노아와 그녀를 받아주던 마유미까지도 준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딱 여섯명이니까.2인1조로 나뉘어서 가자.한번에 세건씩 해결하는 거야.”
“에엣?”
노아가 깜짝 놀랐다는듯 외쳤고,좌중의 시선이 노아를 향했다.노아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더니 옆에 있는 마유미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마유미.2인1조가 뭐야?”
“.....”
준은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설명했다.
“두명씩 짝을 지어서 움직이는 거야.노아는 리미와 함께 움직이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준은 잠시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세라,유나,마유미가 모두 자신을 잡아먹을듯이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잠시 망설이고 있을때에 세라가 입을 열었다.
“저는 주인님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누군 없나..”
곧바로 들려오는 유나의 볼멘소리.준은 푹하고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세라는 법사계열과 같이 짝을 이루는게 좋을거 같아.그러니 세라와 유나.너희가 같이 움직여.”
“에엣!”
준의 옆에 딱 붙어 있던 유나가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반박했고,세라의 표정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물론 어부지리로 준과 짝이된 마유미의 표정만이 밝아졌을 뿐이었다.
“잠시 일을 해결하고 오는것 뿐이니까 그렇게 해.”
하지만 준에게도 생각이 있었다.강하긴 하지만 판단력이 뛰어나지 않은 노아에겐 명석한 리미를 붙인 것이었고,반대로 다혈질인 유나에게는 침착한 세라를 붙여 팀웍을 이루도록 한것이었다.하지만 예상대로 반발이 심하자,준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내 사랑하는 페어리들중에서,누가 가장 일을 잘 처리하는지 보고싶어.”
역시나 생각한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유나와 세라의 눈에서는 엄청난 승부욕의 불꽃이 일어났고,평소 과학자의 프라이드가 있는 리미역시 의욕에 불탄 표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물론 노아는 아무것도 모른채로 신이나 있었지만.
“자..그럼 각 팀의 의뢰를 배정하자.”
#3.재회.
“마유미.저기 보여?”
“네.”
마유미는 긴장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준과 마유미가 맡은 임무는 바로 계속해서 이름모를 들짐승들이 습격을 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의뢰였다.의뢰인과 통화를 해본 결과,준은 한가지 사실을 파악할수 있었다.습격을 받은 장소는 모두 공통점이 있었고,그것은 모두 지방에 있는 대 부호의 저택이나 사유지라는 점이었다.
리미가 연성해준 스크롤 덕에,준일행은 기동성을 갖춘 셈이었지만,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이 바로 들짐승이라는 대목이었다.
“들짐승이 어째서 대 부호의 집을 습격한다는 거야? 아무리 시국이 어렵다 한들,들짐승이 인간의 돈을 챙겨가지고서는 고스톱을 칠것도 아닐테고.”
“그냥 두고 넘길 상황이 아닌것 같기도 합니다.”
마유미의 중얼거림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역시 랜덤으로 아무런 저택이나 찾아온것이 아니었다.습격을 받은 집들을 조사해본결과,그것은 일정경로를 따라 털리고 있었고,그 다음은 분명히 이 집이 될것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준과 마유미는 리미의 그 추리에 따라 한시간째 풀숲에서 마나를 감추고 매복을 하는 중이었다.
‘자꾸...떨려.’
매복을 하다보니 부득이하게 준과 딱 붙어 있을수 밖에 없는 마유미였다.법사 최강이라는 블레이즈 레이디,적법사 마유미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꿈을 꾸는 소녀처럼 가슴이 뛴다.오늘따라 준의 모습이 너무나 늠름해 보인다는 생각마져 든다.
“으응?”
준의 눈이 살짝 커지자,덩달아 마유미도 앞을 바라보았다.그녀역시 눈망울이 살짝 커진채로 경직되어 있었다.
“저...저게 뭐야.”
준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며,평소엔 잘 보기도 힘든 승냥이 같은 들짐승들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생쥐들을 비롯해서,도저히 같이 다닐리가 없어 보이는 온갖 짐승들이 한 집을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서...설마.”
마유미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황급히 고개를 빼어 동물 무리의 후방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두명의 인영이 천천히 동물부대를 따르고 있었다.
“왜그래?아는 사람이야?”
준은 마유미를 따라 동물부대의 후방을 바라보았고,남자하나,여자하나의 인영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누군지 보려고 안력을 집중할때,마유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비스트 마스터...유리.”
“유리?”
마유미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잠시후 곰곰히 생각에 잠기던 준역시 살짝 이를 갈았다.
“J...녀석이로군.”
“그쪽에 쥐새끼!”
크르르르르!
순식간에 앞서 있던 들짐승 하나가 이빨을 드러낸채로 준과 마유미가 서있는 풀숲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마유미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수인을 맺을 찰나,준의 뮤즈가 순식간에 길어지며 승냥이의 목을 관통해 버렸다.
쿠에에에엑!
듣기싫은 괴성을 지르며 털썩 쓰러지는 들짐승 위로,준과 마유미는 몸을 일으켰다.어차피 들킨것,계속 숨어있을 필요따윈 없었다.
“또...네 녀석이냐?”
J의 미간이 순식간에 구겨져버렸다.준은 뮤즈를 드리운채J와 유리의 앞에 섰고,그 뒤로 마유미가 수인을 맺을 준비를 하며 호위하듯 섰다.
“배신을 한 년이 간곳은 찌질한 오너근처라.”
그의 이죽대는 말에 마유미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J의 뒤에는 나시티에 청바지 복장을 하고 손에 붕대를 두른,비스트마스터 유리의 모습이 보인다.
“너...전쟁에서 살아남은 거냐?”
준의 물음에 그는 이죽거리며 웃어버렸다.여전히 교활하게 찢어져 있는 눈망울은 질투심과 경멸이 가득 담긴채 준을 향해 있었다.
“살아남을 필요자체가 없었지.몸을 사렸으니까.”
“뭐?”
“병신같이 뭐하러 그런 큰 싸움에 몸을 들이민단 말이냐?”
“비열한 자식.”
준은 부드득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윌리엄스의 뒷꽁무니나 쫒아다니는 똘마니 인줄 알았는데,지 몸은 그래도 소중한 모양이군.”
“멋대로 지껄이지마라.그 분의 양해를 구하고 몸을 사린거 뿐이야.나는 나중에 살아남을 오너를 처리할 임무가 있으니까.”
“역시...그런거였군.”
준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뮤즈의 몸통을 움켜쥐었다.수많은 오너가 운명을 달리할때,그는 비열하게도 숨어있었던 것이었다.어찌된것인지 모르지만,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사이에.
“나중에 살아남을 오너를 처리한다라...”
“그래.원한다면 너도 친 윌리엄스파로 와라.그렇게 되면 죽이진 않겠다. 오너로써 활동을 하진 못할 정도로 팔다리 정도만 자르겠지.물론 가운데 다리 포함해서.”
“닥쳐!이 비열한 자식.”
“비열?남의 페어리를 가로챈 녀석이 그런 단어를 쓸수 있다고 보냐?너 역시 마유미가 침대에서 야들야들하니 잘해줘서 눈독을 들인것 아니고?그렇지 마유미?어디한번 말해봐.”
마유미는 수인을 맺은채 부들부들 떨며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올랐다.J는 계속해서 이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다시 이 주인에게 돌아오면 받아 줄수는 있다.뭐...그런 편이 좋을거야.저 얼빠진 녀석의 페어리가 된 이상은 저녀석이 죽어버리면 너도 끝이니까.”
“닥쳐 이 자식아!”
준은 순식간에 뮤즈를 불었고,그와 공명하며 지면위에 있던 조그마한 돌맹이들이 일제히 J와 유리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팟!
순식간에 자그마한 산새들이 J와 유리의 앞을 막아섰고,돌맹이들은 애꿎은 산새들의 몸에 구멍을 내어 버렸다.새들이 추풍낙옆마냥 우수수 떨어지자,한손을 올리고 있는 유리의 모습과 여유로운 J의 모습이 보였다.준은 으드득 하고 이를 갈며 외쳤다.
“네놈.도대체 부자들을 터는 이유가 뭐냐?”
“니따위 쓰레기가 알거 없다.굳이 힌트를 주자면 전쟁전에 물자를 보충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어때 마유미?저런 가난뱅이 보다 내 밑으로 돌아오는게 더 나을 텐데?침대에서도 사랑을 받을 수 있...”
“트리플 플레임 스피어!”
순식간에 마유미의 입에서 분노에 서린 주문의 영창이 들려왔고,도합 세개의 불의 창이 유리와 J에게 날아들었다.
콰콰콰쾅!
굉음이 일어나기 시작했고,그제서야 불이 꺼져있던 주택가에 하나둘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깔이 있어졌구만?”
조롱하듯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그리고 분노에 찬 마유미와 준을 향해,도열해 있던 산짐승들이 해일처럼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빌어먹을.”
준의 뮤즈가 곡선을 그리며 동물들을 쳐내었고,마유미는 잠시 떨어져서 급히 수인을 맺었다.그런 그들에게,여유롭기 까지 한 J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선물을 주고 갈테니 즐겁게 놀고 있어라.지금 너희를 죽이고 싶지만,조만간 더 멋진 무대에서 붙을수 있을테니까.날 쫒아오지 않는게 좋을거야.그러면 그 그 굶주린 녀석들은 민가에 들이닥칠 테니까 말야.”
#4.방과후(?) 수련.
“빌어먹을...”
준은 계속해서 분해했고,마유미는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
“너무 화내지 마세요.큰 피해를 막았으면,그것으로 된 겁니다.”
짐승들의 숫자가 많긴 했지만,그것이 준과 마유미의 상대가 될리 만무했다.마유미가 화염의 주문을 외우고,그것을 준이 뮤즈로 바람을 일으켜 조종해서 순식간에 야생짐승 통구이로 만든것 까지는 좋았다.문제는 그 일련의 과정이 끝나자 J와 유리의 모습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때문에 준과 마유미는 아무 성과 없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녀석은 도대체 왜 내뺀걸까?”
“주인님 말씀을 들어보면 의도적으로 싸움을 피하는 것으로 들리는군요.게다가 물자 보충이라니...저런식으로 부호의 집을 털어서 자금을 모으는 것 역시 뭔가 꿍꿍이가 있는거 같기도 하고.”
리미가 곰곰히 생각에 잠기며 말을 꺼냈다.
준과 마유미가 돌아왔을때,모두들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물론 유나가 리미보다 먼저 온것이라고 바득바득 우기며 말싸움을 하고 있긴 했지만,J를 만났다는 준의 말에 모두들 심각해져 버린 것이다.
“예상했지만,역시나 윌리엄스는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던것으로 보이는군요.크룬과의 전쟁 전부터요.”
세라의 말에 준은 담배를 피워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야.나보고 친 윌리엄스로 들어오면 살려주겠다는 말을 하더군.물론 팔다리와 거시기를 자른다고 했지만 말야.”
“으익!거긴 안돼는데!”
유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가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큰것을 느꼈는지 괜시리 딴청을 부린다. 준의 말을 들은 리미가 말을 이었다.
“항복한다면 주인님을 당연히 죽이진 않겠지요.주인님이 죽으면 저희도 쓸모가 없어질테니.주인님을 불구로 만들고,저희를 취하려는 속셈이겠죠.”
“엿이나 쳐먹으라 그래.내가 그냥 둘거 같아?”
찰칵.
순간 들려오는 금속성의 소리.노아와 준,리미와 유나,마유미는 모두 세라를 바라보았다.전쟁이 끝나고 리미가 새로 연성해준 블랙소드를,세라가 검집에 넣으며 나는 소리였던 것이다.세라는 청순한 눈망울을 빛내며 조용히 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저희도 더욱 강해져야겠지요.”
“에에취!”
김노인은 사람이 없는 야산의 언덕에서 재채기를 하며 코를 훌쩍 거렸다.그의 양옆에는 여지 없이 흑백무복의 페어리. 유희와 초희가 시립해 있다.
“귀찮은것이 싫다고 하셨는데,왜 제자로 받아주셨나요?”
초희의 말에 김노인은 피식 하고 웃어버린다.
“글쎄.녀석이 꽤나 진실성이 보이기도 하고.뭐...나도 그냥 늙어가는건 심심하니까.”
“주인님답군요.”
“니가 보긴 어떠냐 초희?녀석의 페어리들을 잠시 본 소감이?”
초희는 가면에 눈밑부분전체가 가려져 보이진 않았지만,차분한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글쎄요.그저 약해보일 뿐이었습니다.”
“너에겐 그럴지도 모르지.”
“그닥 신중하게 보진 않았습니다.저에게 적도 아닌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서요.”
김노인은 껄껄 웃으며 아무도 없는 야산의 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근데 이놈은 제자로 받아달라고 해놓고 왜 아직까지 안오는거야?이건 6.25 때만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이야.”
“....주인님 그때는 안 태어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따지냐?”
초희가 한숨을 푹 쉴때 쯤에,백색무복의 유희가 감고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바람이 불어오며 그녀의 은빛 머리칼이 아름답게 흩날렸다.그녀는 붉은 입술을 조용히 열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들이 옵니다.”
14부 이후로 안올라오는데 기다리시는 독자분이 많은것 같다고 야미님이랑 채팅하는 도중에 말씀드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