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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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부>
#1- 불통이 된 통신구.
“안돼!오늘부터 나아니면 안돼.”
“이잉?”
노아는 귀여운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준을 독차지 하듯 찰싹 안겨있는 수아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준은 그저 한숨을 픽 쉴 뿐이었고,당연하게도 유나는 또 그것을 보며 씩씩 거린다.
사연인즉 이러했다.
모두 각자의 배당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고 나서도,수아는 준의 품에서 도무지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고운 금빛 머리칼을 위로 질끈 동여맨채로,어린아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교태섞인 미소를 띄우면서 말이다.
문제는 늘 준의 곁에서 어리광을 부리는 노아가 준에게 안기려고 할때에,수아가 저지했다는 점이었다.귀여운 노아의 표정은 금새 울상이 되어 버린다.
“이봐 수아.너 내 의사는 존중할 마음이 없는거니?”
“왜요?주인님은 노아가 더 안고 싶나요?”
당돌하게 묻는 수아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혀 버린 준은 반사적으로 리미를 바라보았다.다분히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이었지만,리미는 황급히 보고 있던 책쪽으로 시선을 돌림으로써 철벽수비를 펼쳐보였다.
“역시..제가 몸이 어린애라서 싫은거죠?노아는 저렇게 다 커서 좋은거고.그쵸?”
“야..그게 아니라..”
“맞잖아요!나도 크면 쟤들보다 이쁠거라구요.”
“그래그래.알았어.”
준은 채념한듯 쇼파에 몸을 묻어 버렸고,수아는 꺄르르 웃으며 준의 무릎위에 올라탔다.한쪽에서는 그녀를 향해 마법을 날리려는 유나와 그녀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마유미덕에 시끄럽긴 했지만.
“근데 왜 세라는 이렇게 늦는거지?”
리미의 중얼거림에 준은 별반 변화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사할게 더 있나보지 뭐.”
“흠..그런가 보네요.”
여기 있는 어느 누구도,세라에게 무슨일이 생긴것이 아닐까 라는 걱정을 하는 사람따윈 없었다.그녀의 강함에 따른 무한에 가까운 신뢰 덕분이었다.만약 최강의 페어리인 노아가 늦는다고 한다면,어느정도 걱정할 지도 몰랐다.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어린 그녀의 자아때문이었다.하지만 세라는 강하다는것 뿐만이 아닌,침착함과 분석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까닭이었다.
준은 시선을 돌려,자신의 무릎위에서 생글거리는 수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금빛 머리칼에,하얀 피부.이목구비가 뚜렷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정도로,수아는 너무나 아름다웠다.모든 페어리가 그렇지만,천성적으로 미모를 타고나는 종족이라서 일까?비록 10살 정도의 꼬맹이의 몸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충분히 아름답다는 수식어를 쓸수 있을 정도였다.게다가 리미가 연성해준 활을 어깨에 두르고 있는 모습은,마치 세라가 칼을 잡았을때처럼 전혀 다른사람처럼 보였다.
구석에서는 리미가 한창 수아의 활에 먹일수 있는 화살을 연구하고 있었다.리미에게 있어서 간단한 작업일지 모르지만,문제는 수아의 주문이 너무나 까다롭다는 것에 있었다.
-일단..길이는 너무 길어선 안돼.그리고 마나에 대해 내구성이 있어야 하고..으음..또..가볍기도 해야하고..무엇보다 중요한건 화살이 얇으면서도 단단해야 한다는거야.아참,혹시 화살통같은거도 만들어 줄수 있어?기왕이면 공간마법 첨유된 걸로다가...화살이 너무 많으면 갖고 다니기 불편하잖아.-
리미는 간만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게 느껴진다.따지고 보면 준이나 세라의 무기를 연성할때는 오히려 이렇게 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그들은 리미가 해준 무기를 꽤나 맘에 들어했기 때문이었다.
‘꽤나 까다롭군.하기야 저런 직설적인 성격이 트루피 본연의 것이긴 하겠지만.’
과학을 너무 쉽게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푹푹 한숨을 쉬면서도,열심히 수아를 위한 연성진을 그리는 리미였다.
“아~아~아~세라나와라 오오바~”
수아에게 준을 빼앗긴 노아는 리미가 만들어준 귀걸이 통신구에 말을 하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블루블랙 색깔의 단발머리.쭉쭉 뻗은 몸매에 비해 너무나 앙증맞은 눈망울에,모두들 귀여워 할만한 광경이었지만 노아의 중얼거림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 졌다.
“어라?세라말 안들리고 치지직 거리기만 하는데.”
“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리미였다.자신이 만든 통신구에 고장따윈 있을수 없다는 불신이 가득한 눈빛과 함께.
“노아.그거 사용법 알고 있지 않아?치지직 거린다는게 무슨소리야?”
“응?아무것도 안들려.세라는 내가 부르면 항상 대답해 주는데..”
노아가 귀여운입술을 씰룩이며 말을하자,그제서야 준도 쇼파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전파가 안되는곳까지 간거 아니야?”
준의 말에 리미는 얼른 노아의 통신구를 확인했지만,전혀 이상은 감지되지 않았다.그제서야 리미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모두에게 말했다.
“모두,통신구로 세라의 위치를 확인해봐.주인님도요.”
사실 모두라고 해봐야 유나와 준 뿐이었다.뒤늦게 준부대로 합류한 마유미는 통신구가 없었고,수아 역시 비슷한 이치였다.
“마찬가지야.치지직 거리기만 하는데..”
유나의 중얼거림에,그제서야 준은 긴장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것을 깨달을수 있었다.리미는 황급히 수첩을 꺼내 뒤적거렸다.오늘 세라가 받은 미션이 어느쪽이었는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단순히 전파가 닿지 않는 지역이라고 하기엔 그닥 멀지는 않습니다.”
“그게 무슨뜻이야?”
리미의 말에 유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마유미와 준역시 심각한 표정이 되었고,노아와 수아 두 어린이들(?)만이 이리저리 눈망울을 굴리며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리미는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준을 보며 말했다.
“두가지 경우가 있겠지요.하나는 세라가 독자적으로 더 깊은 곳까지 수색하고 있을 가능성과...”
“다른 하나는?”
모두의 긴장된 표정속에서,리미는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생각하긴 싫지만,그녀의 신변에 무슨일이 있을 경우.”
#2-있을수 없는 만남.
새파란 달빛이 비추는 숲.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솔잎들이 파르르 떨린다.사람들의 손길이 전혀 없는 듯한 야산. 사람이 다닐 길따위는 전혀 나있지 않는 풀 숲사이를,한명의 인영이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까만 머리결이 달빛을 받아 빛을 뿌린다.중간중간 방해가 되는 잔 나무가지들은,그녀의 오른손에 들린 검에 깔끔하게 잘려나갔다.한줄기 꽃을 보는듯한 청초한 외모.하지만 그 외모답지 않게 그녀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스피드로 풀숲사이를 가르며 달려나갔다.
‘놓친건가.’
세라는 속도를 줄이고는 나무의 가장 높은곳으로 뛰어올랐다.얇은 가지위에 사뿐이 앉은 그녀는 흡사 천사와도 같은 모습이었지만,그녀의 눈망울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동물들을 대동하고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는 못할텐데..그렇다면 이미 한참전에 이 숲을 빠져나간것은 아닐까.’
세라가 ㅤㅉㅗㅈ고 있는것은 J와 그의 페어리 유리의 흔적이었다.동물들이 지나간 흔적은 이미 끊긴지 오래, 한참을 내달려도 나타나지 않자 세라는 고운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 느낌은?’
순간 세라는 이질적인 마나의 느낌에 살짝 고개를 돌렸다.
‘찾았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고개를 돌린곳에는 J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세라의 안력이었기에 가능한 발견이었지만,세라는 추적에 성공한 것을 자축하고 있을수가 없었다.
‘어..어째서..’
세라의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J와 유리 근처에 도열해 있는 온갖 짐승들까지는 충격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문제는J의 뒤에 서있는 두세명의 인영이었다.
‘페어리를..개화시킨건가?’
안력을 집중해서 살펴보아도,분명 그의 뒤에 서있는 세명의 여인은 페어리였다.같은 페어리끼리는 서로를 식별할수 있지 않은가.하지만 세라는 석연찮은 점을 발견할수 있었다.
‘틀려.느껴지는 마나의 색깔이J의 것이 아니다.그렇다면..?’
우우우웅!
순식간에 세라의 몸이 나뭇가지 위에서 사라졌고,그녀가 서있던 곳의 나뭇가지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쥐새끼 한마리가 숨어 있었구만.”
J의 이죽거림과 동시에,지면에 착지한 세라에게로 그의 뒤에 서있던 세명의 페어리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왔다.
‘방심했다.들켜버리다니.’
세라는 검을 고쳐쥐고 그들을 응시했다.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들의 얼굴이 달빛에 비춰지는 순간,세라는 검을 떨어뜨릴 뻔한것을 겨우 참아야 했다.
‘말도 안돼..저들은..’
채애앵!
세라의 검위로 두개의 무기가 미끄러지듯 들어왔고,세라는 검을 돌려 가까스로 방어했다.한명은 마법형 페어리인지 잠시 떨어져 수인을 맺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무엇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세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짓을 한거야...이들은...크룬전쟁때 전사한 오너의 페어리들이잖아.’
콰콰콰콰!
세라가 서있는 곳으로 여러가닥의 물줄기가 맹렬하게 쏟아져 들어왔다.세라의 몸이 살짝 비틀어졌고,그것들은 모두 세라를 비켜가 뒤에 있는 나무들에 구멍을 뚫어 버린다.
세라는 침착해지려 애쓰며 눈앞에 있는 세명의 인원을 바라보았다.모두가 하나같이 아름다운 용모.페어리임은 자명한 것이었다. 세라에게 무기를 휘둘렀던 둘은 각각 철로 된 봉과 창을 들고 있었다.그리고 살짝 뒤쪽으로 빠져있는 마법사 역시 천천히 수인을 맺기 시작한다.
‘스피어 마스터 둘에..블루 레이디?’
창을 다루는 체술가 페어리 둘,그리고 물의 마법을 다루는 블루 레이디.세라는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비교적 약한 축에 속하는 페어리들이었고,그들은 크룬전쟁에서 전사한 오너의 페어리들이기도 했다.즉,지금 세라앞에서 있어서는 안될,있을수가 없는 존재들이란 뜻이다.
‘게다가 약간은 몽롱해 보이기까지 하는 저 표정.도대체 뭐야?’
세라는 생각을 끝까지 할 틈이 없었다.봉과 창이 동시에 자신을 노리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채애앵!
세라의 검이 기묘하게 회전하며 그들의 공격범위를 무위로 만듬과 동시에,그녀의 몸은 가뿐하게 허공으로 솟아 올랐다.양옆으로 깔끔하게 뻗은 그녀의 발차기에 스피어 마스터인 페어리 들은 뒤로 주르륵 밀려나간다.
“아쿠아 볼!”
하지만 곧이어 뒤에 있는 블루 레이디의 주문이 들려오며,엄청난 밀도로 뭉쳐진 물대포가 세라에게 날아들었다.
-청랑 십이검 (靑狼十二劍) 삼랑분쇄( 三狼分碎)-
검기를 머금은 세라의 검이 좌우종행으로 빛을 뿌리자,그녀에게 쏘아진 마법은 마치 폭포수에 피어난 물안개처럼 분쇄되어 버렸다.
“오호.이거이거 운이 좋은데. 알아서 적의 페어리가 기어들어오고.”
세라는J의 이죽거림을 들으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자신을 바라보는J와 유리의 표정은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당신.무슨짓을 한거죠?어째서 전사한 오너의 페어리가..”
“눈썰미가 좋네.아니지..원래 페어리들은 서로를 알아본다지?”
J는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고,그와 동시에 유리의 손짓에 따라 그들옆에 도열해 있던 수십에 가까운 짐승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세라에게 접근했다.
“묻는말에 대답하세요.무슨짓을 한거죠?”
“크크큭.주인이나 오너나.상황파악이 안되는건 같은 모양이로군.너 혼자서 이 많은 인원에 둘러쌓인 거 모르겠냐?”
세라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스피어 마스터와 블루 레이디는, 그닥 상위 경지에 있어 보이지는 않았기에 어떻게든 될거 같았지만,문제는 유리와J마져 있다는 사실이었다.1대5.동물들까지 합세하면 그 이상의 불리함으로 적용되는 싸움이었다.
“너에게도 기회를 주마.나에게 오지 않겠냐?그렇다면 목숨은 살려주지.”
세라는 대답을 할 일말의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듯,검을 비스듬히 움켜쥐고 눈앞의 적들을 바라보았다.세라에게 가격당한 스피어 마스터들역시 자세를 고쳐쥐고 일어나 세라쪽으로 무기들을 겨누었다.
“역시나,예상했던 반응이로군.애초에 기대도 안했지만.큭큭.”
부우웅!
세라의 양옆으로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그들의 공격을 피해내는 세라의 시선에,다음 주문을 캐스팅하는 블루 레이디의 무표정한 얼굴이 들어왔다.
‘우선,원거리 지원하는 이부터 처리하지 않으면..’
그녀의 발이 지면을 힘차게 박차고 올랐다.스피어 마스터 둘은 그녀의 상식이상의 몸놀림에 당황하며 허공으로 눈을 돌려 그녀를 찾았다.세라의 검에서 무럭무럭 피어난 검기다발이, 이윽고 저 멀리있는 블루 레이디를 노리고 쏘아져 나갔다.
취이이이익!
세라는 천천히 지면에 착지하며,분한듯 입술을 깨물수 밖에 없었다.그녀가 쏘아낸 검기는 애꿎은 산새들만 갈기갈기 찢어놓았을 뿐이기 때문이었다.비스터 마스터 유리가 새들을 조종하여 블루 레이디를 방어한 것이 틀림없었다.
채채챙!
세라의 검이 순식간에 회전하며 자신의 머리와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봉과 창을 튕겨내었다.그와 동시에 세라의 검이 강하게 지면에 박히며,세라의 양옆을 점했던 스피어 마스터 둘은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검기를 땅에 꽂아넣어 순식간에 반경 5미터의 지면을 진동시킨 탓이었다. 내장이 요동칠 정도의 진동을 몸으로 받은 스피어 마스터들은 주저앉은 그대로 주우욱 밀려나 버린다.
하지만 세라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이번에는 절대로 이런 야산에 살것 같지 않는 짐승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는 세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칫!’
세라는 살짝 분한 표정을 지었다.곰이나 사자같이 덩치가 큰 동물들부터,뱀이나 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도 엄청난 숫자의 동물들이 한꺼번에 세라라는 작은 점하나에 미친듯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사방팔방을 매운 동물.비록 하나하나는 작은 미물일지 모르나 그것들이 한번에 공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이었다.
-청랑 십이검 무한연환검무 (靑狼十二劍 無限連環劍舞)-
지면에 꽂혀 있던 세라의 검이 쑤욱하고 뽑히며,이윽고 그녀의 몸은 검이 월광을 받아 반사시키는 빛으로 둘러쌓이는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내었다.푸른 검기를 머금은 검이,사방팔방 전후 좌우로 조금의 틈도 두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회전과 찌르기를 반복했다.숲은 이윽고 동물들의 비명소리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쿠아 제일!(aqua jail)”
“이런!”
세라의 눈이 순식간에 당혹으로 물들었다.사방팔방을 매운 동물들을 베어나가는 그 틈을 타서,블루 레이디의 주문과 동시에 세라가 서있는 부근에 마법진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사방을 점하며 공격하는 동물들 덕에 몸을 빼지 못한 세라.그녀의 주변으로 마나의 아공간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점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당황한 세라는 자신의 주변을 매운 마나의 벽을 검으로 후려쳤지만,이내 빠른속도로 솟구쳐 올라오는 물 때문에 그녀는 대형 수조에 갇힌 것처럼 수중지옥에 둘러쌓여 버렸다.
세라는 호흡을 참으며 검을 휘두르려 애를 썼지만,물 속인지라 그것은 하등 소용이 없었다.자신의 주변을 매운 동물들이 하나둘씩 멀어져가고,갇혀있는 세라의 눈에는 비릿하게 웃고 있는 J의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잡았구만.블랙 나이트.”
#3-세라 구출 작전.
“주인님,빨리!”
“알았다고.나 혼자라면 괜찮지만,문제는 수아가 있단 말이야.”
유나의 재촉에 준은 달리는 와중에도 볼멘소리로 중얼거렸고,정작 준의 스피드를 저하시킨 요인인 수아는 그의 등에 업힌채 꺄르르 웃고 있을 뿐이었다.
“멈춰 주세요.”
리미의 신호에,달려나가던 유나와 준의 몸이 정지했다.
“무슨일이야?”
“이쯤입니다.”
“뭐가?”
“세라가 있을법한 곳.”
준과 유나는 리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라의 신변에 무슨일이 생긴것이 아닐까 했던 준은,리미와 유나,그리고 수아를 데리고 처음 세라가 갔던 곳으로 가서 세라의 흔적을 되짚었던 것이었다.물론,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집에는 마유미와 노아가 남기로 했다.당연히 준은 위험할지도 몰라 수아를 두고 가려 했지만,이상하게도 리미가 수아가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등에 업고 온 것이었다.
세라는 원래 그녀의 꼼꼼한 성격을 보여주듯,그냥J를 추적한 것이 아니었다.야산의 나뭇가지들,세라가 지나간 곳에는 모두 그녀의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놀랍게도,세라는 추적을 하면서도 나무등걸에 칼로 자신의 이니셜을 세겨놓은 것이었다.
“그게 무슨말이야?세라가 있을법한 곳이라니?”
“이쯤에서 세라의 표시가 사라졌으니까요.”
“뭐?”
준은 뮤즈를 뽑아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리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대자연에 존재하는 수백가지의 마나,그녀는 그 사이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세라의 마나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어라?”
갑자기 준의 등에 업혀있던 수아가 고개를 갸웃했고,좌중의 시선은 수아에게 향했다.물론 유나의 표정은 매우 안좋았지만.
“왜그래?”
“저기 세라가 있어요.”
“뭐어?어디?”
“저~기 저쪽에.”
좌중들은 약속이나 한듯 수아가 가리킨 곳으로 급격하게 고개를 돌렸지만,밤이라 너무나 어두운 산에는 그저 칠흙같은 어둠뿐이었다.
“너..저 어둠 너머가 보여?”
“네.다른사람들은 안보여요?”
오히려 수아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고,리미는 침착하게 수아를 보며 말했다.
“말해줘 수아.니가 같이 온것은 트루피 특유의 시력과 숲에 대한 친화력 때문이야.”
“강해서 온거 아니고?”
“인정해.강하기도 하고.그러니까 말해줄래?”
수아는 다시금 전방을 응시하고는 말을 이었다.
“큰 나무에..이상한 걸로 묶여 있는데.”
“뭐?”
준은 화들짝 놀라 자신의 등에 업힌 수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아는 마치 남일을 이야기 하듯 침착하게 말을 한다.
“음...페어리가 네명인가 있고..또..오너로 보이는 남자 하나에..음..무슨 이상한 짐승들이 득실거리는데요.”
준은 정신이 아득해 짐이 느껴졌다.틀림없었다. J와 동물을 다루는 그녀의 페어리인 유리가 세라를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근데..페어리가 넷이라고?”
“네에~”
“언제 개화시킨 거지?”
준의 중얼거림에 리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것이 아닌거 같습니다.우선 세라를 구해야 하니까요.”
“응..당연하지.”
“근데 어떻게 구해?”
유나의 다급한 질문에 리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상당히 까다로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계속해서 접근하게 되면,이쪽이 쉽게 발각될 위험이 있었다.어째서 세라처럼 강한 페어리가 잡혀있는지는 모르지만,분명 야비한J는 준을 상대로 세라를 인질화 시킬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마나를 숨기고 접근하면 모르지만,애석하게도 마나를 그렇게 수족처럼 다루는 사람은 유나와 자신뿐이기에,리미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우선, J는 세라를 잡고 있습니다.그것은 큰 문제라고 할수 있지요.”
“세라가 그렇게 잡힐리가 없는데..”
유나의 중얼거림에 리미는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리 세라가 강하다하더라도 상대는 네명의 페어리.그녀가 고전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야. J가 세라를 사로 잡았다는건,곧 우리가 올것을 예감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아니었으면 세라를 죽였을거야.하지만 세라는 죽지 않았어.카드에 1차개화 상태로 투영되지 않았으니까.”
“그럼어떻게 해야해?당장 쳐들어가자!”
성질급한 유나의 말에 리미는 고개를 저었다.
“안돼.일단 수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J와 세라가 어디쯤에 위치했는가는 알수가 없어.”
준은 분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눈앞에 세라를 두고도 다같이 가지 못한다는게 분했다.빙백의 인을 통해 한층 강해진 유나역시 자신의 빙계마법을 쓸길이 없다는 생각에 분개하기 시작했다.
“주인님.도박을 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어떻게?”
“수아를...보내서 일단 세라에게 걸린 속박을 푸는 것이지요.”
“뭐?하지만..”
“알고 있습니다.수아는 개화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요.하지만 이 상황에서 수아의 시선에 모두가 의지하는것은J에게 우리의 위치를 알려주는것밖에 되지 않습니다.세라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나무에 묶여 있다 했습니다.일반적인 로프라면 세라는 마나를 분출하는것만으로도 그것을 잘라내었겠지만,그냥 묶여 있다는 것으로 봐선 마나로 이루어진 무언가에 속박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수아가,세라를 속박하고 있는 술법을 행하는 술자를 공격하면,자연히 세라는 속박에서 풀리게 될 겁니다.그리고 그녀라면 재빨리J의 공격범위에서 벗어나겠지요."
“오우!좋아좋아!나한테 맡겨!”
수아는 여전히 준의 등에서 방방 뛰며 신나했다.하지만 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어떻게?니가 만들어준 수아의 활은 수아가 아직 당기지 못하잖아.”
준의 말에 수아역시 자신의 어깨에 메어진 금빛 활을 바라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인다.너무나 깜찍한 표정이었지만 준은 그것을 여유있게 볼 상황이 아니었다.
“알고 있습니다.그래서 조금 강도를 낮춰 준비한게 있지요.”
리미는 손을 몇번 허공에다가 교차를 했고,리미특유의 구상공간이 열리며 작은 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수아의 임시용 활입니다.물론 성능은 보장할수 없지만,지금으로썬 여기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요.”
수아는 리미의 말이 끝나자 마자 얼른 어깨에 걸쳐진 금빛 활을 떨궈 버리고는,그녀가 내민 갈색의 활을 잡아들었다.활에 팽팽하게 매겨진 줄이,수아의 고사리 같은 손에 의해 뒤로 힘껏 당겨졌다.
“와와!된다아!”
“그리고 여기 화살.급해서 몇개 만들지 못했어.”
수아는 리미가 내민 화살을 받아들었다.총 10개의 화살이 노끈에 묶여져 있었다.그녀는 다른 한쪽어깨에 노끈을 걸어매었다.
“하지만..괜찮을까?”
준은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고,수아는 준의 등에서 껑충 뛰어내려 지면에 안착했다.숲에서 활을 맨 그녀.작고 귀여운 모습이지만 완벽한 트루피의 현신이었다.
“그럼!갔다올게요.세라가 풀려나면 신호할게!”
“야..수아!조..조심해!”
“히히히!”
수아는 준에게 교태섞인 윙크를 해보이더니,이내 무성한 풀숲으로 몸을 날렸다.엄청난 속도로 빛처럼 쏘아져 나가는 수아를 보며,리미는 말을 이었다.
“염려마세요.숲에서 활을 매고 있다면,수아는 무적입니다.”
‘잡혀 버리다니..오히려 주인님께 해를 끼치는구나.’
세라는 눈을 감아버렸다.이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자신을 채찍질 하는 그녀였다.
그녀는 팔을 살짝 움직여 보았지만,전혀 소용이 없었다.나무등걸 뒤로 둘러진 그녀의 팔은.블루 레이디가 소환한 물의 결박으로 움직일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니 주인은 널 구하러 올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인데?”
J는 세라의 건너편 나무등걸에 살짝 기대앉아 비웃는 투로 말을 했다.
“그런건 상관없는 일입니다.어떻게 전사한 오너의 페어리들이 있는지,말을 하시는게 좋을 텐데요.”
“푸하! 지금 이 상황에서 나를 협박하는 건가?블랙나이트 다운 배짱이군.”
이윽고J의 곁으로 그의 페어리인 유리가 다가와 말을 했다.
“이 반경에 접근하는자 없습니다.동물들을 통해 경계를 시켰습니다만,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합니다.”
“흠..역시 저 블랙나이트의 띨띨한 오너는 그냥 없나 보다 하고 태평하게 쳐자는 모양이군.”
“이렇게 기다리는게 의미가 있을까요?”
유리의 말에J는 이죽거리며 세라를 바라보았다.
“글쎄.구하러 오던 안오던,중요한것은 블랙나이트를 잡았다는 거지.정 안오면 목을 쳐서 초기 개화상태로 돌리면 그만이다.그것만 해도 큰 수확이니까.”
“아뇨.반드시 주인님은 옵니다.”
“어디서 그딴 믿음을 갖는거지?무슨근거로?”
“저희 주인님은 당신과 같은 쓰레기가 아니니까.”
“저년이..”
J는 당장이라도 세라를 죽이려는듯 손에 장력을 맺었다.
“그렇게 빨리 뒤지고 싶은거냐?”
세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J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예전 크룬전쟁에서 기마부대때문에 어깨에 큰 부상을 입은 그였지만,지금은 완전히 회복한 모양이었다.
그런 그가 장력을 머금고 조금씩 세라에게 접근했다.얼핏 봐도 그것은 꽤나 위험해 보였다.아무리 세라지만,이렇게 손과 발이 수중계 마법으로 포박당한 상태에서 맞는다면,바로 카드봉인 상태로 돌아간다 해도 무리가 없을듯 보였다.
쉬우우웅!
“꺄아아악!”
J는 갑작스런 여자의 비명에 깜짝놀라 소리를 지른 인물을 바라보았다.세라를 속박했던 블루 레이디.그녀의 손목에는 작은 화살하나가 관통되어 있었다.하얀 피부위로 붉은 핏방울이 솟구쳐 오른다.
“어떤년이...”
문득 뒤를 돌아본J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달빛을 등에 지고,작은 꼬마아이 하나가 화살을 입에 문채 나무 사이를 날아오며,허공에서 입에 물고 있는 그 화살을 활에 끼워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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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환타지가 인기가 뜸한건지 잘 모르겠네요~
수고하신 작가님께 리플 많이 남겨주세요~~모아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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