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와 민수 이야기 (4부)
주희와 민수 이야기 (4 부)
한편 그 시간 주희는,
철하가 천조각이나 다름없는 삼각팬티를 입고 자신의 눈앞에 서있을 때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민망스럽고 무서웠다.
배 위로 죽 솔이끼처럼 난 털은 신체의 공식적인 부분이라 쳐도
팬티 사이로 삐죽삐죽 뻗어 나온 음모와 괴상하게도 툭 튀어 나오고
어떤 날은 핏줄까지도 보이는 성기를 보고 죄의식까지 느꼈다.
그러나 이제는 은근히 그의 몸을 감상할 여유도 생겼다.
그는 강습이 끝난 후 한적한 락커룸에서 주희에게 캔 커피를 전해주기도 했다.
"심심하신가요?"
"아니요 "
둘이 있을 때 좀 엉뚱하게도 이런 질문을 당돌하게 하는 그를 수영강사나 하는 주제에,
하고 무시하고 싶으면서도 그 예측할 수 없는 남자에게 묘한 매력을 느꼈다.
사실 심심했다.
양로원 봉사도 시들해졌고, 삼십대 후반, 곧 마흔이구나 하는 허무감도 있었다.
다영이는 영어 배운다고 캐나다에 가 있고. 돈이라도 벌면 심심하진 않겠지만
돈이야 얼마든지 있다. 여행이나 가볼까? 에이 귀찮아...
이 남자가 이제 슬슬 접근을 시작하는구나.가만히 있을 테니 다 알아서 해줬으면 싶었다.
자신이 막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능력도 없는 것 같다. 그냥 못이긴 채 따라갔으면 좋겠다.
"좋은 차를 끌고 왔네요."
"남편이 출장을 가서요. 그냥 한 번 몰아보려구요."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그들은 어쩡쩡하게 서 있었다.
"주희씨 수영 실력 향상 기념으로 오늘 제가 한잔 사지요."
철하는 기다리던 날이 왔구나 싶어,
맹수의 이빨로 기회라는 먹이를 사정없이 베어 물었다.
주희는 이제 내가 그 소문들의 주인공이 되는구나’ 생각하며 그 소문의 정체와
그 늪의 끝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주희의 승용차로 두 사람은 이동했다.
주택가를 개조한 강*의 고급 카페 골목.
그들은 간유리 기둥에서 파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카페 겸 술집인 ‘블루 시’에 앉아 있었다.
밥을 먹고 이제 술을 먹을 차례다.
랍스터를 먹을 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시끄러워 우스개소리 밖에 나눌 것이 없었다.
주희는 어둡고 흐느적거리는 술집 분위기에 취해 하이볼을 좀 많다 싶게 들이켰다.
술을 많이 안 먹어봐서 곧 속이 탔다.
그녀는 외간 남자랑 이런 데 한번 안 와본 티를 내고싶지 않았다.
얼핏 곁눈으로 자신의 목구녕에 술이 넘어가는 광경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그를 보았다.
주희는 자신이 딴데 보고 있을 때 자신을 훔쳐보는 그의 시선을
노출증처럼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보리 서말 꿔다 줬으니 어디 한번 보리 개떡을 만들든지 조리퐁을 만들든지 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기로 했다.
6 월이라 철하는 흰 와이셔츠를 대충 걸치고 있다.
단추도 두 개를 풀어 놔서 누군가 서서 내려다 보면 가슴에 난 털이 삐죽거리는
광경과 억센 쇄골이 단단하고 곧은 목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늠름해보였다.
수영장에서 반라로 봐 왔던 몸이건만 옷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그의 맨살이
주희를 더 자극하였다.
“담배 태우시겠습니까?”
그는 담배를 꼬나 물었다.
주희는 대학 때 담배피는 남자 선배가 멋있게 보여 피운 적이 있었다.
그 선배가 다른 여자랑 사귀자, 저주하며 담배를 끊었고,
의사 남편을 만난 뒤로는 "여자가 무슨 담배냐, 아이에게 해롭게" 하는 잔소리 때문에
다시는 피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또렷한 입술 사이로 하얀 원통형의 담배가 꽂힌 모습을 보자
자신도 한번 피워보고 싶었다. 그 허무한 연기가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잠깐, 여자와 남자의 성기가 격렬하게 만나 불꽃같은 연기를 내뿜는 광경을 떠올렸다.
“가끔 피우는데, 한대 주세요.”
그는 눈을 찡그리며 담배연기를 후~하고 뱉더니, 마치 무슨 의식을 치르는 듯이,
담배 개피를 건네주고는 정중하게 불을 붙여 주었다.
주희는 남자들 사이에서만 있을 것 같은,
그런 격식있는 행동에 딴 사람이 된 듯 싶었다.
이 남자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자 괜히 우쭐해졌다.
"저 어족은 바다 깊숙이 사는데 불빛이 없어 스스로 빛을 내야 한대요.”
숭늉같이 흐리멍텅한 기둥 간유리에, 넙적한 홀로그램 물고기가 가로 누워 떠다닌다.
그는 다시 한번 "휴우" 하고 담배연기를 내품었다.
주희는 일곱 살이나 어린 이 남자가 외로움을 아는 성숙한 남자같아 보였다.
불빛이 없는 어둠, 자신은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돌아보면 무난한 인생이었다.
극단적인 일들에 노골적인 본능을 드러내야하는 상황은 여직 없었다.
“가끔 수영장 바닥에 잠수해 들어가 가만히 있곤 하는데 그때는 제가 꼭 이 칠흙같은
심해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에요.”
“자신을 비춰보려고 제 몸을 사르는 물고기, 멋있네요.”
주희는 그가 하는대로 고개를 한 30도 쯤 왼쪽으로 튼 다음 약간 들어
담배연기를 천천히 뱉아 놓았다.
그 모양은 산소가 부족한 심해에서 숨을 참다 참다가 공기방울을 조금씩 내뱉는 것 같았다.
그 숨을 다 뱉어버리면 이 두사람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은 바로 그 순간의 숨을 소중히 느끼고 있는 듯이 서로 연기 뿜기를 주고받았다.
주희는 그가 연기를 빨아들이려고 입술을 둥글게 모으는 모습을 보고는
그 집중감에 좀 흥분되었다.
입술주름은 폭발하는 열정을 숨긴 듯 한껏 긴장 되어있었다.
“ 왜 수영을 배우려고 하세요?”
“그것은 선생님이 더 잘 아실텐데요. 수영을 직업으로 할 만큼 좋아하는 분이”
“첫날 보았을 때, 수영을 많이 해보신 분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주희는 좀 뜨끔해서 가만히 있었다.
“어째튼, 주희씨가 제 반에 들어와서 좋습니다.”
취하기로 작정하고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한 시간이 좀 지나자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10시가 되고 랩이 나오자 약속이나 한 듯 젊은 남녀들은,
스테이지를 가릴 것 없이 통로나 소파 옆에서 춤을 추었다.
술집 조명이 어둡기도 하고 그 곳을 찾은 이들은 술집이 지향하는 분위기를
알고 있어서인지 거리낌이 없었다.
시끄러운 나이트 클럽과 고급 카페를 반반씩 섞어놓은 듯한 곳,
늘씬한 여자들은 대담하게 미니 스커트에 배꼽이 드러난 니트를 대충 걸치고 있었다.
옷같은 거 신경 안써도 몸매가 이미 명품이라는 오만함이 엿보였다.
디제이가 유리상자 안에 들어가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분위기가 고조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 듯했다.
깔끔한 세미 정상이나 힙합스타일을 차려 입은 젊은 남자들은 억지 동작을 부리지 않고도
세련된 춤솜씨를 내며 여우같은 여자들을 유혹했다.
연인들은 눈치를 보며 구경하다가 ‘이쯤이면 됐다" 싶을 때 조그만 무대로 나가 몸을 부볐다.
정장 차림의 여자 종업원들은 어느새 팬티나 다름없는 스판치마에 브래지어를 입지도 않고
결이 성긴 반팔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젓꼭지의 윤곽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이런 덴줄 몰랐어요.”
주희는 구경을 하면서 혀가 꼬인 채 말했다.
“여기서는 그냥 자신이 내는 빛만 생각하면 되요.”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연인이 키스를 했다.
여자의 목이 뒤로 젖혀진 채 남자의 입술을 곧이 곧대로 받고 있다.
다리를 꼬고 앉은 여자는, 남자의 몸 무게 때문에 불편했는지 그냥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남자의 손이 손쉽게 여자의 셔츠를 들춰 젖가슴까지 깊숙이 손이 들어갔다.
파란 불빛에, 더 하얀 허리 살이 남자의 팔뚝아래 드러났다.
아직 옷에 감취진 젖가슴에서 남자의 손이 두더지처럼 꿈틀거렸다.
브래지어가 위로 걷혀올라간 후에는 남자는 서둘지 않고 가슴을 감싸 안고는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곧 남자의 손은 미니 청치마에 싸인 엉덩이로 향했다.
맘에 안들었는지 치마를 들추고는 그 안으로 손을 넣었다
여자는 그것은 안되겠는지 한번 남자의 손을 저지 했으나 이내 포기하고는 가만히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싶었으나 키스를 계속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은 웅얼거림 밖에 되지 않았다.
남자의 손은 엉덩이 맨살을 쓰다듬다가 능숙하게 이미 축축하게 젖은 곳까지...
여자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팬티가 언뜻 보이고 엉덩이 쪽에서 내려와 그 팬티 속에서
까딱거리는 남자의 손을, 주희는 바라보고 있었다.
좀 충격을 받고 또 민망하기고 해서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랐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는 가늘게 신음소리를 내며 엉덩이와 허리를 뒤틀었다.
여자는 곧 울 것같이 끙끙거렸다.
남자도 조금이나마 지니고 있었던 자제심을 다 벗어버리고 격렬하게 손가락을 놀렸다.
이내 더 이상 참지않고 일어나 술집 한 켠에 있는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한쪽은 까만 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밖에서만 볼 수 있었다.
옷을 벗어 재끼고 격렬하게 섹스를 하자 언뜻언뜻 그들을 훔쳐보던 남자 둘이
그 벽 앞에 서서 자위를 했다.
거칠게 젖은 목소리의 디제이가 웃통을 벗어 던지자 어깨의 뱀문신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소리를 쳤다.
주희는 속이 울렁거렸다.
남이 보든 말든 상관을 하지않고 자유롭게 행위를 하는 그들이 너무 낯설었다.
화장실에 가서 매슥거리는 입을 찬물로 헹구고는 변기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옆칸에서 격렬하게 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여자가 곧 자지러지듯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고,
남자의 둔탁한 숨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왔다.
플라스틱이 달깍거리는 소리가 났다. 남자의 발이 이쪽까지 넘어왔다.
주희는 당돌하게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해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올라섰다.
자신도 좀 취해서 그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여자는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티셔츠만 입은채 앉아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뒤통수가 보이는 남자는 바지만 내린 채,
여자의 두 맨 다리를 벌려 올리게 하고는,각각 양벽에 "V"자로 고정시키고
자신의 사타구니를 여자의 아래에 야무지게 올려붙이고 있었다.
남자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여자의 엉덩이는 뒤로 조금 밀려났고,
반구로 단단하게 부푼 젖가슴은 그 자존심과 긴장감을 유지한 채 짧게 흔들렸다가
제자리고 돌아왔다.
남자의 엉덩이는 앞으로 밀어넣을 때는 사탕을 빨아들이는 볼따구처럼 홀쭉해졌다가
뒤로 뺄 때는 다시 풍선처럼 부풀었다.
그 단순한 동작에 몰입하는 남자나
그 동작에 온몸과 성대로 반응하는 광경이 조금 우스꽝스러웠다.
여자는 두손을 위로 들어 변기 뒤쪽 옷걸이용 쇠봉을 붙잡고 있어서
온몸을 남자에게 내주고 남자가 하는 대로 다 따라가야했다.
무방비의 그녀이지만 신음소리 만큼은 자기 것이었다.
여자는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좋아, 너무 좋아.”
“꽉 껴” 하는가 하면, 빠진 남자 성기를 얼른 주워 자신의 속에 밀어넣고는
“더 박아줘”
“어 거기” 하고 빠르게 말했다.
곧 남자의 동작이 빨라지자, 쾌락은 이렇게 문명의 언어가 의식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그저 “아” “하” “흑” 같은 짐승 언어의 영토로 넘어가 버렸다.
음모는 땀이 젖어 살에 달라붙었고, 남자의 성기는 물기로 번들거렸다.
하얀 변기 뚜껑 위에는 새둥지나 되는 것처럼 까만 털이 어지럽게 떨어졌다.
주희는 많이 놀랐지만 오직 차돌맹이처럼 이기적인 쾌락에만 집중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그 때 찡그리며 눈을 감고 있던 여자가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이 복강 깊숙이에서
신음을 내며 눈을 떴고 주희의 눈과 딱 마주쳤다.
“야이 너 뭐야 ? 야 ! 시발년아 뭐야...뭐!”
주희는 평소의 체신에 맞지않게, 멋 모르고 아스팔트에 나온 뱀새끼처럼 도망쳤다.
화장실을 나오자 더 가관이었다.
불이 잘 들어오지 않는 벽에서 여자는 스커트만 들어올린 채 남자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파란 불빛에 하얀 엉덩이가 달덩이처럼 흔들렸다.
들어올려진 치마는 종업원이 입고 있던 살에 짝 달라붙는 스판치마였는데
‘블루 시’는 욕망에 솔직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장해 매음도 하는 듯했다.
“이런 분위기 싫습니까?”
고상하게만 살아온 주희는 그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젖어
‘다 사람이 벌일 수 있을 만한 일’ 이라고 인정하고 있었으나
노골적으로 ‘싫다, 좋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남녀 사이에 할 만한 것이 섹스 밖에 남아 있지 않는 것은 좀 싫어요.”
그러다 이렇게 넌지시 반항을 부려 보았다. 이는 주희의 진심이었다.
그러나, 주희는 ‘섹스’라는 말을 남자 앞에서 자연스럽게 써버린 자신에 놀랐다.
주희는 어떤 남자와 ‘섹스’라는 말을 주고받으면 같이 섹스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순진한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
실제로, 외간 남자와 그런 말을 나눠 본 적이 한번도 없지만.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한다는 것은 뭘까요?”
철하는 눈이 게슴츠레하게 취했지만 그래도 은근슬쩍 여자의 어깨에 기댄다거나
의자를 잡는 척 하다가 손을 잡는다거나 하는 어설픈 수작은 부리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질문을 하려고 애썼다.
이는 철하의 원칙이었다.
술기운에 얼떵뚱땅 벌인 관계는 철하의 여자 사전에 끼지 못했다.
“좋은 거죠. 영화에도 나오고, 가슴 떨리는 일이죠.”
사실 주희는 사랑이란 것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스물 둘에 상조를 만났고 그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와 엄마 아빠의 부추김,
그리고 남이 보기에 부러운 조건에 순응해 결혼했다.
결혼 했을 때 이미 다영이가 배속에 석달 된 태아로 자라고 있었다.
사랑? 가슴 떨리는 사랑?
타이타닉같은 사랑? 러브 스토리의 사랑? 비포선라이즈의 사랑?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런 사랑을 느끼기에는 남편은 주희에게 너무 잘해 주었다.
주희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었다.
그러다가 누굴 먼저 좋아할 감성이 퇴화되고 말았다.
“남 얘기 말고 주희씨가 생각하는 사랑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사랑요.”
“그렇게 따지듯이 묻지 말아요. 잘 모른다고요. 됐어요? 선생님,
오늘 같이 밥먹고 술먹자고 한 것이 다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어요?”
“저는 단지 주희씨의 얘기를......”
“그냥 너 따먹고 싶다, 여관가자, 모텔가자, 그러는게 솔직하지 않아요?”
술기운을 빌어, 학창 시절에 들었지만 자신은 써본 적이 없는 ‘따먹다’라는 말을
함부로 뇌까리며 주희는 쾌감을 느꼈다.
여고 다닐 때 근처 학교 남고생들이 지나가며 ‘누구 따먹었다’ 라며 웃곤 가곤했다.
“허심탄회한 표현 너무 멋있어요. 하지만 저는 좀 억울해요.
그런 욕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남녀 사이에 섹스가 전부이면 지긋지긋 하듯이요.”
“저는 남편이 있는 여자예요. 딸이 이제 고등학생이구요.
오히려 눈감고 하는 하룻밤의 정사가 나아요.”
철하는, 다 잡아놓은 먹잇감에 욕심이 생겼다. 하룻밤의 정사야 한번 사정하면 그만이다.
그녀에게서..한번 사랑을 주면 온 영혼을 통째 갖다 바칠 것 같은 순진한 처녀와 같은
사랑을 받고 싶었다.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그러면 주희씨는 어디 있습니까?
주희씨의 느낌, 선택, 주희씨만의 순수한 기쁨은 어디 있습니까?
결국 그냥 묘지의 주인으로 돌아가시겠어요?”
“사회라는 것이 있잖아요. 거기서 벗어날 수 없잖아요.”
“제가 좋으십니까? 맘에 드십니까? 저는 주희씨가 좋습니다.
불쌍한 주희씨에게 많은 것을 드리고 싶습니다.
밥도 같이 먹고, 영화도 보고, 드리이브도 나가고,
같이 섹스도 하고, 같이 수영도 하고 싶습니다. 따라 갈래요?”
주희는 막힘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철하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 감정의 위태로움 앞에서, "내가 지금 이 순간에 놓여 있구나," 싶어
감정이 빈 곳없이 충만해졌다.
그냥 따라가 버리자.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자.
못난 자기 검열로 짐승같은 쾌락을 경멸했던 과거의 그녀는 간 곳이 없었다.
사랑도 하리라. 여자들 품 속을 헤매고 다녀야 하는 이 남자의 운명을
자신의 품 속에 포근히 보듬어 주리라.
철하는 얼렁뚱땅 주희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주희도 손을 빼지 않았다. 따뜻하고 넓적한 손바닥이 느껴졌다.
"가시죠.."
호텔이겠지? 하면서도 "어디로요 ? " 하고 주희는 물었다
"수영장으로요 "
철하의 생뚱맞은 제안에 주희는 ‘웬?’ 하였다.
"아까 수영장에 가기로 했잖아요. 술도 깰겸.”
밤 1시, 스포츠 센터는 검은 눈동자를 곳곳에 달고 자고 있었다.
수위 아저씨는 졸고 있다가 뭐라고 말하자 통과 시켜주었다. 밤중에 자주 와본 모양이다.
주희는 그가 열어준 샛문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그들은 키스를 하였다.
오래된 연인처럼 입속의 술기운과 혀를 주고 받았다.
자신이 딴 사람이 된 것 같았지만 한 번 마음을 주자 겁날 것이 없었다.
철하는 어설프게 가슴이나 치마속을 더듬지 않았다.
그런 예의 바름과 긴장감이 좋았다..수영장은 텅비어 있었고 물도 고요했다.
불은 한 라인만 켰다.
"수영하시겠어요?”
6 월의 폭염 때문에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었다. 물 속에 들어가면 시원할 것 같았다.
"수영복도 없는데.”
"그거야 뭐."
철하는 셔츠를 벗고는 바지를 내렸다.
"어맛!"
주희는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세요? 여기까지는 만날 봤으면서...”
바지를 내리자 몸에 쫙 달라붙는 검은 삼각팬티가 살에 파묻힌 채 드러났다.
"그거 벗으면 안돼요."
"예."
그가 먼저 물속에 뛰어 들었다.
"저는 그냥 구경 할게요"
"에이, 어서 들어와요!” 하고 보챈다.
"내가 무슨 팬티 입었더라 ? 촌스러우면 안되는데..."
치마의 후크를 풀어 조금 내려 수입제품인 흰 스판 팬티 자락을 확인하자 만족스러웠다.
브래지어도 색깔에 맞춰 잘 입었다.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는 완벽한 가슴이지만, 볼륨업 브라로 입어 그 위용을 자랑하고있다.
하얀 블라우스를 벗고 치마를 내렸다.
그렇게 큰 장소에서 옷을 벗자 야릇한 흥분을 느꼈다.
곧 물에 뛰어들었다. 시원함이 발끝부터 전달되었다.
조명이 비추는 부분을 벗어나며 물은 검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주희는 무서워 어서 불빛아래로 나왔다.
철하는 머리카락을 족제비처럼 붙이고 다가왔다.
가슴 위로 나무 기둥같은 목이 우뚝 솟아 있었다.
“좋아요?”
"예, 좋아요 !"
“주희씨 수영장 물에 오줌 싸봤어요?”
“음, 두 번이요. WC 가기 귀찮아서요.
근데 그 물에 사람들이 잠수하고 있는 거 보고 웃었어요”
“잘 했어요. 아주 잘했어요! 근데 나 지금 오줌 마려워요. 술이 오줌될 차렌가 봐요”
“선생님, 나도 오줌 마려워요. 같이 여기다 쌀래요?”
“그래요. 같이 싸요. 하나 둘 셋 하면...”
“선생님 나 오줌쌌다고 맴매하면 안돼요. 다 잘했다고 칭찬 해줘야 해요!”
“그럼요, 하나 둘 셋! ”
“아 뜨거워. 꼭 옷에다 싸는 것 같애...”
주희는 물을 휘휘 젓다가 철하를 보고 웃었다. 그들은 같이 웃었다.
철하의 귀에 웅웅거리는 메아리가 들렸다.
검고 윤기있는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되는 대로 몸에 달라붙어 있는 주희가 사랑스러웠다.
얇고 흰 브래지어가 물에 젖어 그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곧 자기 손아귀에서 조물락거려질 타조알 같은 젖가슴이었다.
철하는 주희와의 그 ‘거리’를 즐겼다. 그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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