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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귀천사] 제Ⅱ장 청순한 그녀 (3)


∮색귀천사(色鬼天使)∮


제Ⅱ장 청순한 그녀 (3) - 김 현


**(원편집자 주) 본 글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이책>에 있으며, 관련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재편집자 주) 2001년 02월에 하이텔 XDOOR에 올라왔던 소설입니다.


그녀가 방문을 열었다. 나는 그녀를 스쳐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어서 거실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시원했다. 등뒤로 딸깍, 하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문을 등지고 선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쪽에 좀 앉으세요."

그녀는 침대 옆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나는 자리에 앉아 방 안을 둘러보았다. 혼자 쓰는 방치곤 꽤 넓었다.
방 안엔 침대 이외에도 소파며 옷장, 책상, 화장대 등속이 균형감 있게 배치돼 있었고 심지어 냉장고까지 있었다.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실래요? 전 목이 좀 마른데…"

나는 좋다고 했다. 그녀는 냉장고에서 캔맥주 두 개를 꺼내왔다. 그녀와 나는 테이블을 앞에 두고 마주앉아 맥주를 마셨다.
나는 약간 긴장해 있었다. 그 때문인지 맥주 맛이 조금 썼다.
지니가 나를 보호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인간, 아니 천사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오늘 하는 짓만 봐도 영 미덥지가 못했다.
무작정 믿고 있다간 뒤통수를 얻어맞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여긴 무슨 요새 같군요. 방이 꽤 넓은데도 분위기는 참 아늑한 느낌이 들어요."
"고마워요. 실제로 여기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래층에선 아무 것도 들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가끔은 좀 무서울 때도 있어요. 혹시 강도라도 침입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그녀가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나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엔 어머니랑 나미 씨 두 분만 계시는 모양이죠?"
"아버지도 계신데 1년에 6개월엔 해외에 나가 계셔요.
집안 일을 봐주는 아줌마가 한 분 계시긴 하지만 이 시간이면 퇴근을 해요."
"좀 외롭기도 하겠군요."
"옛날엔 그랬는데 이젠 그러려니 하며 살아요. 또 일이 바쁘니까 특별히 외롭다는 느낌은 별로 없어요."
"일이 재미있나 보죠?"
"네, 재미있어요. 재미도 있고 적성에도 맞아요.
아직 신인인데도 이따금 거리에서 사람들이 절 알아볼 때면 무지 기분도 좋고….
사람들이 그 맛에 너도나도 연예인이 되려고 발버둥을 치나 봐요."
"꼭 연예인이 아니었더라도 관심을 보였을 것 같은데요? 예쁘시니까."

그녀가 깔깔 소리를 내어 웃었다. 시기 적절한 멘트였던 것 같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켠 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근데 아직 그 쪽 이름도 안 물어본 것 같네요. 성함이…?"
"박우진입니다."
"학생이에요?"
"네, K대학에 다닙니다. 3학년이구요."

그녀가 무언가를 더듬는 듯한 눈빛으로 한동안 나를 응시했다. 너무 진지하게 쳐다봐서 내가 오히려 계면쩍을 정도였다.

"우리… 혹시 예전에 어디서 만난 적이 없었나요?
처음 보는 게 분명한데도 웬일인지 낯이 익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요. 그저 제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글쎄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시간 속에서 만났을 수도 있겠죠."
"우리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이를테면 전생이라든가 아니면 꿈속에서…"

그녀의 눈 속에서 빛 같은 게 반짝이는 게 보였다. 그녀가 내 말에 흔들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 나는 그것이 지니의 도움 때문인지 아니면 순전히 내 능력 때문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난 지금 너무 능란하게 그녀를 대하고 있었다. 내가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전생에 만난 인연이라면, 우린 도대체 어떤 관계였을까요?"
"끔찍이 사랑하는 사이였거나 철천지원수, 둘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어째서죠?"
"어느 쪽이든 상대를 간절히 원하는 것만은 일맥상통하는 관계니까요."

가늘게 눈꺼풀을 떨며 나를 쳐다보다가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녀의 귓불이 살짝 물들어 있는 게 보였다.
단순히 술기운 때문만은 아닐 터였다. 그녀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방이 좀 덥지 않아요? 에어컨 온도가 너무 높은 것 같네요. 그죠?"

그러면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내 곁을 느릿느릿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손목을 콱 움켜잡았다.
의도적인 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고 만 것이었다.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왜, 왜 이러세요?"
"정말 몰라서 그런 식으로 묻는 건 아니겠지?"
"엄마가… 올라오실지도 몰라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주춤 뒤로 물러났다. 나는 어깨를 붙잡고 지긋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널 처음 보는 순간부터 내내 이런 순간을 기다려왔어. 꿈 속에서 만났든 전생에서 만났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널 원하고 있다는 거야."

내 기막힌 대사빨에 그녀는 여지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처음부터 흔들릴 태세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눈빛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나는 기습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덮어 눌렀다.
읍, 하는 소리와 함께 약간의 저항이 있었지만 그녀는 이내 잠잠해졌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떼어 허리를 둘렀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두 팔로 내 목을 휘감았다.
억눌려 있는 감정이 폭발한 것처럼 그녀는 적극적으로 내 키스를 받아들였다.
두어 차례 입술을 빨자 힘차게 혀를 내밀어 내 입안을 휘젓기 시작했다.

살짝 눈짓만 주어도 치마끈을 풀어 젖히는 스타일이라더니, 그 순간 나는 지니의 말을 절감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TV를 통해 느꼈던 그녀에 대한 환상을 깨끗이 지우기로 했다.
환상이란 머릿속에 머물러 있을 때만 즐거운 법이다. 이제 난 현실의 그녀를 안고 있다.

"자꾸만 힘이 빠져. 내가 왜 이러는 거지…?"

키스를 마친 뒤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호흡을 골랐다.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애무하면서 입을 열었다.

"너도 날 원하고 있었다고 말해 봐. 네 마음에 느낀 그대로."
"…"
"어서 말해 봐. 너도 날 원하고 있었지?"
"모, 몰라. 잘 모르겠어. 그냥… 몸이 너무 뜨거워. 더워서 견딜 수가 없어."

더운 숨을 토해내며 그녀는 몸을 비틀었다. 피가 뜨거운 여자였다. 그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젖가슴을 살며시 움켜잡으며 그녀를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녀는 호흡을 삼키며 뒷걸음질쳤다.

그녀를 침대에 눕힌 뒤 나는 다시 입을 맞추었다. 내게 깔린 채 그녀는 온몸을 뱀처럼 꿈틀거렸다.
그것은 저항의 몸짓이 아니라 욕정의 몸부림에 다름 아니었다.
키스를 하는 동안 그녀는 끊임없이 손톱으로 내 등짝을 할퀴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대로 옷을 찢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나는 서둘지 않았다. 이렇듯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여자를 상대로 함께 들끓었다간 나만 피를 보게 될 게 뻔했다.
상대가 불일 땐 내 자신, 물이 되어 마음을 식힐 필요가 있었다.
그녀를 침대에 눕히는 과정까지가 어려워서 그렇지 지금부터는 조급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윗도리 속으로 손을 밀어 넣어 그녀의 젖가슴을 잡았다. 손아귀에 물큰하게 와 닿는 볼륨감이 상당했다.
TV를 통해 꽤 글래머한 스타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저 바라만 보는 것과 실제로 감각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브래지어를 걷어올리고 그 속으로 만지는 맨살의 느낌은 더 좋았다.
한창 때여서 그런지 살갗의 감촉은 한없이 부드러운 반면 손 끝을 밀어내는 탄력성은 마치 고무풍선처럼 탱탱했다.
호르몬 작용에 의해 저절로 부푼 유방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다져진 몸매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두고 세칭 예술이라고 하는 거지.

내가 유방을 애무하자 그녀는 대뜸 앓는 소리를 내며 아랫도리를 내 거시기에다 비벼대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씩 일어설 기미를 보이고 있던 내 거시기는 그녀의 적극적인 자극이 더해지자
불과 몇 초도 안 되는 사이에 발딱 고개를 일으켜 세웠다.

거시기가 발끈하자 나는 순식간에 몸이 뜨거워졌다.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는 손아귀에서 후끈후끈 열이 뻗쳐올랐다.
나는 그녀의 귓밥을 쭉쭉 빨면서 더욱 힘차게 유방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으으으응… 하아… 하아아!"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연신 내 목덜미와 쇄골 언저리에 키스 마크를 박았다.
그녀는 이미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있었다.
비록 내가 여자 경험은 많진 않지만 이렇듯 뜨거운 여자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마법 때문이 아니라 그것은 그녀의 본성이었다.

"빨리… 빨리…!"

내 가슴을 밀쳐내며 그녀가 소리쳤다. 나는 그녀의 윗도리를 벗겨냈다.
이미 반쯤 흘러내린 브래지어는 그녀 스스로 벗었다.
밥공기를 엎어놓은 것 같은 풍만한 두 쪽의 유방이 요염한 모습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뭐해? 어서 이리 와?"

그녀가 팔을 뻗어 내 목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바지춤으로 손을 넣어 내 윗도리를 벗기는 시늉을 했다.
그녀의 손길이 바빴다. 내가 웃옷을 벗는 동안 그녀는 급하게 혁대를 끌렀다.
웃옷과 바지는 거의 동시에 내 몸에서 떨어져나갔다.

팬티 위로 불룩 솟아 있는 내 거시기를 보더니 그녀는 묘한 웃음을 흘렸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손을 뻗어내 거시기를 움켜잡았다. 나는 웁, 소리를 내며 숨을 멈추었다.
그녀의 손이 프레스처럼 내 거시기를 지그시 압박해왔다.

"나, 자기 거 먹고 싶어…"

그녀는 눈빛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자 그녀는 강제로 내 팬티를 끌어내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차, 하는 순간 내 거시기는 팬티를 뚫고 나왔고 그것은 곧장 그녀 손아귀에 포박당했다.

손을 앞뒤로 움직이며 거시기를 자극하는가 싶더니 그녀는 곧장 그것을 입 속으로 끌어넣었다.
그녀는 엉덩이를 높이 치켜든 엎드린 자세로 내 거시기를 빨기 시작했다. 나는 신음을 씹으며 길게 숨을 토해냈다.
결국 내가 원하던 대로 되긴 했지만 왠지 이 탐욕스러운 분위기에 지질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무릎을 움직여 팬티를 벗어 던진 뒤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는 내 거시기를 놓지 않고 있었다.
내 거시기가 빠른 속도로 그녀의 입 안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광경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이지 먹을 것을 탐닉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펠라티오를 행하고 있었다.

나는 몸이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설마 이런 상태로 끝을 보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가만히 놔뒀다간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움켜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만큼 했으면 됐지 않아? 너 정말 지독한 구석이 있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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