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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인간 - 23

 <40. 격렬한 훈련>


 
  긴코, 아케미 요시코 세 사람에게 완전히 에워싸여 사요코는 한 발 한 발
계단을 올라갔다. 결국 오니겐의 본격적인 훈련을 받기 위해 무서운 훈련 실로
끌려가는 사요코였다.
 
  "후후후. 드디어 본격적인 스타 수업을 하는 거야, 아가씨. 그런 슬픈 표정
짖지 말고, 자, 기운 내서 걸어봐."
 
  사요코가 계단을 하나들 올라갈 때마다 몽실몽실하게 부풀어오른 우윳빛
엉덩이가 부드럽게 좌우로 흔들렸다. 하자쿠라 조직 여자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겨우 훈련실 앞에 도착한 사요코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고, 예쁜 얼굴은
옆으로 비틀어 숙이며 더욱 격하게 울기 시작했다.
 
  "일본 제일의 훈련사에게 지도 받게 되니 기뻐서 우는 거야. 아가씨."
 
  긴코는 오열하는 사요코의 옆모습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을
하며 훈련실 문을 노크했다.
 
  안에서 문을 열고 머리띠를 맨 반나체의 오니겐이 얼굴을 내밀었다.
 
  "헤헤헤, 사요코 양인가, 기다리고 있었지. 자, 들어와."
 
  "뻐드렁니를 드러낸 잔악한 오니겐의 얼굴을 본 사요코는 온몸을 떨며 얼굴을
획 돌렸다.
 
  "뭐 하는 거야. 아가씨 기운을 내."
 
  세 여자들은 사요코의 요염하고 아름다운 우윳빛 나체를 밀면서 실내로 들어갔다.
사요코는 그녀들의 손안에서 미친 듯이 몸을 떨다가 문득 앞을 보고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
 
  훈련실 구석 의자 위에 몸이 묶인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시즈코
부인이었던 것이다.
 
  그런 부인의 양쪽에 허리를 구부리고 얄미운 듯이 부인의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퉁기다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뺨을 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찌요와 가와다 두
사람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눈을 꼭 감고, 입술을 깨물며 두 사람의 그런 고문을
온몸으로 참아내고 있었다.
 
  "지금, 시즈코 부인은 찌요 부인에게 훈계를 받고 있는 거야, 잠시 이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오니겐은 사요코의 어깨를 잡고 커튼을 열고는 그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곳은
오니겐이 말하는 소위 검진 실로, 철 기둥이 하나 세워져 있었고, 또 줄자,
체온계 눈금이 새겨진 유리 막대, 기타 부인과 의료에 사용되는 기구들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오니겐은 자신이 의사인 양 작은 책상 앞에 앉아, 사요코를
따라온 여자들에게 그녀의 몸을 철 기둥에 묶도록 명령했다.
 
  "자 이쪽으로 와." 하고 여자들은 이 방안의 이상한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하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요코의 몸을 가죽끈으로 바짝 묶고 있었다. 사요코는
영혼마저 이 여자들에게 빼앗겨버린 심정으로 공허한 눈을 천장으로 향한 채
묶여지고 있었다.
 
  "그럼." 하고 오니겐은 마치 진료기록 카드라도 작성하려는 듯이 큰 종이와
펜을 들고 사요코 곁으로 다가왔다.
 
  "좋아, 지금부터 드디어 사요코에 대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거야, 지금
긴코에게 들었는데, 너 남자를 유정 천으로 보낼 만큼 훌륭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도 훈련시키는 보람이 있을 거야, 오늘부터 나는
너의 선생이야, 알았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를 선생이라고 불러 알겠지."
 
  오니겐은 사요코의 옆모습을 보면서 슬픈 듯이 눈을 감고 있는 사요코에게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잠깐, 선생님이 말씀하시고 있을 때 얼굴을 돌리고 있는 건 실례잖아. 지금부터
그런 태도는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요시코가 옆에서 사요코의 가련한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잘 부탁합니다 선생님. 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거야. 좋은 집안의 아가씨면서
예의를 전혀 모르는 여자군."
 
  사요코는 여자들에게 젖가슴이나 배꼽 등을 때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는지
눈물이 가득 고인 아름다운 눈동자를 들고 오니겐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자. 잘, 부탁합니다. 서 선생님……."
 
  사요코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자, 여자들은 깔깔거리며 손바닥을
치면서 좋아하는 것이었다.
 
  오니겐은 종이를 다시 들고,
 
  "자 이제부터 그러면 내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해. 너를 훈련시키는데 자료가
될 테니까."
 
  라고 말하며 종이 위에서 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라세 사요코, 22세, 아오바 학교 출신, 전공은 불문학, 특기는 성악 그리고
바이올린이었지."
 
  "……예."
 
  사요코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기어들어 갈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혜헤헤, 이런 건 아무래도 좋아. 에― 생리일은 25일 전후였지."
 
  사요코는 목덜미까지 새빨개지며 다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관계는?"
 
  사요코는 아아 하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참을 수 없었는지 오열하기
시작했다.
 
  "요 녀석은 문만 열려 있지, 아무것도 모르는 촌뜨기일지도 모르지. 그럼,
너에게는 그 츠무라 씨가 첫 남자였다는 거야."
 
  사요코는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로 열려 있으면 충분해, 그럼 다시 한번 알아둘 겸 네 몸 사이즈를
재두자."
 
  "가슴둘레는 87센치네."
 
  오니겐은 소녀들이 불러주는 대로 종이 위에 적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은 엉덩이."
 
  긴코와 아케미는 허리를 굽혀 줄자로 사요코의 엉덩이를 쟀다.
 
  "엉덩이는 88센치, 그런데 오니겐 씨, 이곳은?"
 
  긴코는 킥킥 웃으면서 의미심장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찔러댔다. 사요코는
괴로운 듯 눈썹을 아래로 찡그리며 싫어 싫어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바보같이…… 가장 중요한 곳이잖아."
 
  하고 여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싫어싫어, 아아 제발!"
 
  오니겐이 앉아서 줄자를 들자, 사요코는 몹시 당황하며 두 허벅지를 찰싹
붙이고 온몸을 마치 바늘처럼 긴장시켜 버렸다.
 
  "바보 같은 년! 이제 와서 이런 일에 수치스러워하면 어떠하겠다는 거야,
언제까지 그렇게 아가씨인 척하고 귀찮게 굴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악 비명을 지르며 사요코의 머리가 크게 뒤로 젖혀졌다.
 
  "빨아들였다가, 내뱉기도 하고 자르기도 하면서 이제부터 여러 가지 재주를
배워야 하는데, 쓸데없이 귀찮게 할거야!"
 
  오니겐에게 심하게 질타를 당한 사요코는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고개를 푹
떨구어버렸다.
 
  "자, 좀 얌전하게 굴어."
 
  오니겐은 사요코의 귀여운 배꼽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긴코와 아케미가 사요코의 매끄러운 어깨에 손을 대며,
 
  "오니겐 씨를 화나게 만들면 네 자신이 제일 손해야, 사요코, 자, 뭐든지
보여드려. 정확한 사이즈를 재야지."
 
  사요코는 몸을 떨며 계속 흐느끼면서 다리에서 조금씩 힘을 빼고 있었다.
 
 
 
  훈련실 구석에서는 찌요가 의자에 고정되어 있는 시즈코 부인의 뺨을 다시
찰싹 때리고 있었다.
 
  "이와자키 두목에게 내 험담을 하고 네 자신은 좋은 여자처럼 굴었겠지.
응, 시즈코."
 
  찌요가 계속해서 시즈코 부인의 머리채를 잡고 쭉 잡아당기자 가와다가 보다
못해 찌요의 손을 밀쳐버렸다.
 
  "그 정도로 해둬. 너도 굉장히 질긴 여자다."
 
  찌요는 시즈코 부인의 나체 춤을 안주로 해서 이와자키와 다정하게 술을
마시려던 것이었는데 갑자기 이와자키에게 방에서 쫓겨나자 그 원인이 시즈코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이와자키와 하룻밤을 지낸 부인을 오빠인 가와다에게 부탁하여
이 훈련 실로 끌고 와 끈질긴 고문을 해대며 어젯밤의 원한을 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찌요가 또 하나 화를 내는 이유는 오늘밤 쇼에 시즈코 부인은 출연시키지
말라고 이와자키가 다시로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와자키는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시즈코 부인의 매력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좋은 수가 있어요."
 
  찌요는 문득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가와다의 얼굴을 보았다.
 
  "이 여자에게 스테타로라고 하는 백치의 남자가 있다는 걸 두목이 확실히
알게만 되면 아무리 색을 밝히는 두목이라도 두 발로 걷는 사람이니, 백치의
여자를 가로챈다는 건 두목의 체면과 관계되는 일 아닐까."
 
  그  말을 듣자 가와다도 과연 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게다가 이 부인이 이미 스테타로의 씨를 배에 품고 있다고 한다면 두목도
어쩔 수가 없을 테니까."
 
  "그렇군. 후후후, 분명히 그럴 거야."
 
  찌요는 금이빨을 보이며 크게 웃으면서 의자 위에 있는 시즈코 부인을 보았다.
 
  시즈코 부인은 흘리던 눈물도 말라버린 듯 가볍게 눈을 감은 채 냉정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럼, 부인, 빨리 스테타로와 가짜 혼례를 올려 부부 계약을 맺어주지.
후후후, 부인의 새로운 정부는 약간 바보스러운 고릴라 같은 남자야, 하지만
그 방면만은 물개처럼 강하다고 하니까 재미있을 거야."
 
  찌요는 웃음을 머금으면서 시즈코 부인의 볼을 콕콕 찔렀다.
 
  "쿄오코가 얼마 전 기생오라비같이 기분 나쁜 시스터 보이 두 사람과 결혼식을
올렸어. 부인은 이제부터 고릴라 같은 남자와 결혼식을 하는 거야. 서로 좋은
정부를 갖게 되어서 행복할 거야."
 
  가와다는 의자의 다리에 묶여 있던 부인의 다리에서 줄을 풀어내고, 엉덩이
줄을 잡고 부인을 일으켜 세웠다.
 
  "자, 걸어. 고릴라의 방으로 가는 거야."
 
  찌요는 양감 있는 시즈코 부인의 엉덩이를 탁탁 두드렸다.
 
  가와다는 가슴둘레 92, 엉덩이 둘레 94하면서 근사한 부인의 육체를 흘끔흘끔
쳐다보고,
 
  "기름기가 잔뜩 붙어서, 아주 요염해진 것 같은데, 응, 부인, 처음 볼 때와는
많이 달라 보이는 것 같애."
 
  그렇게 말을 하면서 찌요와 함에 끌고 가려고 했을 때 문이 열리고 스테타로가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어, 마침 잘 왔어, 스테타로 오늘부터 너에게 이 별품을 안겨주려고 했었어.
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부인의 남편이 될 수 있는 거야, 어때 기쁘지."
 
  스테타로는 싱글벙글하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럼, 여기서 간단한 결혼식을 시켜주지. 교양 높은 천하의 미녀와 백치인
고릴라 같은 남자, 이건 정말 재미있는 짝일 것 같은데."
 
  찌요는 손바닥을 두드리며 자지러지게 웃었다.
 
  "자, 스테타로 이쪽으로 와."
 
  가와다가 백치 남자를 손짓하며 불렀다.
 
  "어때, 스테타로, 이런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아름다운 부인과 이제부터
매일 정답게 지낼 수 있는 거야, 생각만으로도 몸이 근질근질해지지."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자, 스테타로가 입고 있던 너덜너덜한 바지를 벗어
내렸기 때문에 가와다와 찌요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 바보 같은 자식."
 
  가와다가 무심결에 큰 소리로 꾸짖자 찌요는 꺄악 하고 요란스런 비명을
지르며 가와다의 등뒤로 얼굴을 숨기는 척하며 웃는 것이었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이 가질 수 없을 만큼 큰 것이었기에 갑자기 보게 된
찌요와 가와다는 몹시 놀랐던 것 것이다.
 
  "아직 일러. 지금은 우리에게 그런 거 보여주지 않아도 돼, 어서 올려."
 
  가와다에게 야단맞은 스테타로는 새빨개진 얼굴을 비틀고 있는 시즈코 부인
쪽을 싱글벙글 쳐다보면서 바지를 입었다.
 
  "그럼, 난 다시로 사장님을 모셔와서 시즈코 부인과 스테타로의 결혼식에
참석하도록 할게. 사장님도 필시 안심하실 거라고 생각해."
 
  찌요는 그렇게 말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밖으로 나갔다.
 
  "……가아다 씨."
 
  시즈코 부인은 찌요의 모습이 사라지자, 촉촉이 젖은 눈동자를 가와다에게
향했다.
 
  "이제 나는 여기서 두 번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노예가 되어버린
거예요, 그렇죠?"
 
  하고 다소 빈정거리는 말투로 부인은 가와다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부인은 찌요나 내게 있어서 원래는 주인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이런 상태로 완전히 우리들의 노예가 되어버렸어. 웃기는 일이지."
 
  "나, 당신들에게 원한 살 만한 일은 조금도 한 적이 없을 겁니다. 그, 그런데도……."
 
  도저히 말로 다할 수 없는 잔인한 고문을 받고 몸과 마음이 무참히 짓밟히며
비밀 쇼에 출연하는 육체로 만들어진 부인이지만, 지금 백치 같은 남자의 소유물로
만들려고 하는 악마 같은 가와다와 찌요에게 참을 만큼 참아온 굴욕감과 그들에
대한 증오가 하나가 되어 불씨처럼 가슴속을 뚫고 나온 것이었다.
 
  "부인에게 나는 원한이나 다른 어떤 것도 없지만, 어쨌든 천하의 미녀라고
불리는 도야마 재벌의 사모님을 이런 상태로 진흙탕 속으로 밀어 넣고 흙탕물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하는 것이 나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 이유는 그 뿐이야."
 
  가와다는 담배를 입에 물고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면서 코웃음을 쳤다.
 
  시즈코 부인은 눈을 감고 가와다가 하는 말을 고개를 숙인 채 듣고 있다가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은 듯이 고개를 들었다.
 
  "알았어요. 당신들이 시즈코를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가지고 놀더라도 이제
시즈코는 절대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가와다 씨, 시즈코의
소원을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제발."
 
  시즈코 부인의 눈에는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뭐야, 말해봐."
 
  "시즈코는 이제 사람들 앞에 나갈 수 없는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아직 어린 사요코 씨나 미츠코가 나와 같은 여자로 되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무서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거기까지 말하며 시즈코 부인은 그만 어깨를 들먹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뒷말은 하지도 못하고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흐느껴 우는 시즈코 부인이었지만,
가와다는 지금까지 가면이라도 쓴 것처럼 포악스런 폭풍 속에서 수많은 고문을
참아온 시즈코 부인의 그런 슬픈 모습에 뭔지 마음의 갈등을 느끼고 있었다.
 
  "부, 부인, 그렇게 울지 말아요, 내게 맡겨둬요. 나도 조금은 피가 통하는
사람이야, 저 사장님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지만, 내가 말한다면 뭐든지
들어주는 편이지. 일단 맡겨봐, 나쁘게는 하지 않을 거니까."
 
  하고 가와다는 작은 소리로 훌쩍이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유연한 어깨에
손을 얹고, 부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말하였다.
 
  "그런데 나도 부인에게 바라는 게 있어. 찌요가 하는 말에는 절대 복종해
주는 거야. 찌요와 나는 도야마 재벌을 상대로 크게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도 알고 있을 테지. 찌요가 도야마 다카요시의 정실부인으로 들어앉는
것이 내 꿈이야. 그러니 찌요가 부인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도 당연한 거야."
 
  "그, 그렇다면……."
 
  시즈코 부인은 울면서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가와다에게 향했다.
 
  "어째서 나를 그냥 죽여버리지 않는 거예요. 그렇게 시즈코가 거치적거리는
존재라면 언제까지 살려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하하하."
 
  가와다는 유쾌한 듯 크게 기지개를 펴고,
 
  "농담하지 말아요, 당신 같이 좋은 여자를 함부로 죽일 수 있나, 얼굴도,
몸도 최고급품인데, 더욱이 특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걸로 친다면 바로
작품이지, 오니겐도 말했어, 상당히 여러 여자들을 접해왔지만, 이렇게 훌륭한
여자는 처음이라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요사이 보여주신 특별한 재주만
해도 마치 명품처럼 솜씨가 아주 돋보였잖아."
 
  가와다는 기운 없이 얼굴을 숙이고 굴욕에 떨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옆모습을
보면서 그런 식으로 고문을 시작했다.
 
  "좋아요, 부인, 어쨌든 찌요는 시즈코 부인이 특정한 남자를 만나서 그의
아이를 뱃속에 만들게 되면 완전히 안심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하게
될 거야. 다시 말해 시즈코 부인의 재혼 설이 정해지면 찌요는 안정이 될 거야."
 
  가와다는 시즈코 부인의 귀에다 입을 대고 찌요에게는 이렇게 약속하라든지,
사장님에게는 이렇게 말하라고 지시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훌쩍거리면서 가와다가 말하는 그 한마디 한마디에 유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와다는 부인을 다시로 앞에서 어떻게든 쇼의 스타처럼
요염한 자태를 취하도록 하였는데 그것은 소위 가와다가 다시로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것이었다. 이윽고 복도에서 다시로의 큰 웃음소리와, 이를 따라
웃는 찌요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자, 사장님이 나오셨어. 확실하게 해야 돼."
 
  가와다는 부인의 귀에서 입을 떼었다. 시즈코 부인은 미련 같은 것은 일체
던져버린 것처럼 기품 있는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이었다.
 
 
 
  집요할 정도로 정성껏 닦아낸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드디어 일어나서 죽은
듯이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쿄오코의 귓불을 간질였다.
 
  "호호호, 어때. 개운해졌죠, 언니."
 
  두 시스터 보이는 말할 수 없는 굴욕스러움에 얼굴도 들 수 없는 쿄오코를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가 곧 쿄오코의 발끝에 놓여있는 분홍색의 귀여운
변기를 들고 그녀의 눈앞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많이 고여 있네. 호호호. 아휴, 싫어라. 따뜻한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잖아."
 
  쿄오코는 뿌드득 이를 갈며 눈앞에 다가오는 그것에서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럼 이제 개운해졌으니 슬슬 잠자리로 가실까요."
 
  가죽끈은 겨우 풀렸지만, 쿄요코는 금방 다리를 오므릴 수가 없었다. 발목과
사타구니 윗부분이 감각이 마비되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부탁이에요. 이대로 잠시 쉬게 해주세요."
 
  하고 쿄오코는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잡고 이부자리로 옮기려고 하는 두
사람에게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어, 안 돼요. 이걸 봐. 우린 벌써 이렇게 되 버렸잖아요. 기를 쓰고 참고
있다니 까요."
 
  하고 하루다로는 싫은 내색을 하며 웃는 것이었다.
 
  "언니, 아주 약았어요. 자기만 생각하고, 우리 괴로움은 해결해 주려고 하지
않으니, 그건 비겁해요."
 
  "맞아. 맞아, 이번엔 우리들도 충분히 좀 즐겨야겠어요."
 
  쿄오코의 엉덩이 줄을 잡은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쿄오코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두 개의 가죽끈이 내려져 있는 이부자리 위로 쿄오코를 밀고 갔다.
 
  쿄오코는 떼 밀리듯 걷기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양다리가 묶여 있었기 때문에
생각처럼 허리와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고 그곳으로 비틀거리며 가다가 무릎을
꿇어버렸다.
 
  "어휴. 한심하다. 공수 2단의 위력은 어디로 간 거야. 자, 확실하게 걸어.
걸어."
 
  질질 끌다시피 하며 쿄오코를 침구 위에 올려놓은 시스터 보이는 두 손이
묶인 채 그대로 있는 쿄오코를 냅다 잡아당겨 바로 누인 다음, 둘이서 쿄오코의
다리를 하나씩 잡고 위로 끌어올렸다.
 
  "꼭 기저귀를 갈아주는 아기가 칭얼거리며 우는 것 같네."
 
  쿄오코의 다리를 가죽끈으로 단단히 묶은 하루다로, 나츠다로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쿄오코는 눈물을 거두려는 듯이 머리를 살살 몇 번 흔들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두 남자에게 시선을 향하고,
 
  "자, 어떻게든 좋을 대로 하세요. 가, 각오는 돼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얼굴을 옆으로 돌려 눈을 감아버렸다.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죠. 당신은 우리 신부잖아요. 초야를 치르는데 어떻게든
좋을 대로 하라는 신부가 어디 있어요."
 
  "안 되겠어, 교육 좀 시켜야 되겠어요."
 
  오동통하고 팽팽한 야성미와 관능미를 갖춘 쿄오코는 보고만 있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넓적다리에서 엉덩이에 이르는 아름다운 곡선을
두 시스터 보이는 황홀한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요, 당신을 우리의 아내로서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
받는 사랑스런 여자로 교육시킬 의무가 있어요. 아까 요시자와 씨는 나를 불러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너희들 쿄오코를 마음껏 가지고 놀다가, 나중에 쿄오코가
이쪽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려고 계속 난폭하게 굴면 보고하라는 거예요.
왠지 알아요? 그렇게 되면 요시자와 씨는 당신의 동생에게 손을 댈 이유가
생기는 거니까요. 사장님과 그런 약속을 한 거예요."
 
  하루다로가 쿄오코의 귀에다 입을 대고 그렇게 말하자 쿄오코는 놀란 듯이
눈을 뜨고 괴로움에 입술을 깨무는 것이었다.
 
  "물론, 우린 그런 비겁한 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언니 편이에요.
어머, 그러고 보니 자신의 아내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건 좀 이상하죠. 이제부터
쿄오코라고 부를게요. 어쨌든 우리는 쿄오코가 기꺼이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을
받아줬다고 사장님께 보고하려고 해요. 우리 마음이 어떤지 이제 알 수 있겠죠."
 
  남자의 관능을 자극하고 자기 자신도 관능에 불타 두 사람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태도 여하에 따라 동생인 미츠코를 요시자와의 덧에 걸리게
할 수도 있다고 하루다로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쿄오코는 하루다로가
던진 그물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부탁이에요. 미츠코를 그 사람들 손에서 지켜주세요. 그 대신 쿄오코는……
당신들이 요구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들어드리겠어요."
 
  쿄오코는 작은 소리로 입술을 떨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내 취향의 침실 에티켓에 대해 가르쳐 줄게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겁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되는 거예요."
 
  "듣는 사람이라니요?"
 
  "후후후. 말하자면 테이프를 녹음하는 거예요. 쿄오코 양이 기뻐하며 관능에
불타 우리 두 사람과 즐거운 게임을 연출했다는 것을 사장님께 보고하기 위해서는
테이프가 가장 효과가 있잖아요."
 
  그리고 나서 약 20분 동안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쿄오코에게 좌우에서 찰싹
달라붙어,
 
  "쿄오코가 어떻게 해야 하지. 또 좀 적극적으로 나오면 좋겠어."
 
  라는 말을 서로 반 갈아가며 쿄오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것은 쿄오코에게 이 방으로 붙잡혀 와서 받았던 어떤 고문보다도 고통스럽고
괴로운 것이었다.
 
  "그, 그런 말, 아아, 나 말할 수 없어요. 말할 수 없어요."
 
  "사랑하는 동생을 요시자와의 손에서 지키려면 그런 말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잖아."
 
  하루다로는 쿄오코의 그런 기쁨과 감격의 소리를 정확하게 녹음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은 냉정한 방관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도구를 사용하여
쿄오코를 괴로워 몸부림치는 그 상태로까지 끌고 가자고 나츠다로에게 제안했다.
 
  "할 수 없지. 우린, 훈련사로서 월급을 받는 입장이니까."
 
  나츠다로도 수긍하였다.
 
  자, 준비 됐지. 나츠, 하고 하루다로는 상체를 일으켰다.
 
  건방질 만큼 관능적인 탄력 있는 엉덩이를 덩그러니 베개 위에 드러내 놓고
있는 쿄오코는 이제 확실하게 마음의 결심이 섰는지,
 
  "그럼, 나츠. 난 갑 쪽을 맡을 테니. 넌 이 두 개를 사용해 고문해 주는
거야. 작은 쪽은 유리 막대. 큰 쪽은 안개 상자의 알맹이로 됐지. 동시에 고문하기
시작하는 거야."
 
  "완료. 완료."
 
  "이번엔 이것도 사용해보지. 언니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그럼, 충분하게 그 양쪽에……."
 
  "알았어." 하며 나츠다로는 손가락 끝으로 넉넉히 퍼 올려 그 양쪽에 바르기
시작했다.
 
  "앗, 아……."
 
  그 순간, 쿄오코는 몸을 크게 바동거리기 시작했다.
 
  하루다로는 "좋아요. 좋아요." 하며 떨기 시작하는 쿄오코를 어르면서 쿄오코에게
달라붙어, 부드러운 귓불과 목덜미, 목에 가볍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가볍게 깨물기도 하면서. 이윽고, 뜨거운 입김을
뱉어내고 있고 쿄오코의 귀에 입을 대고,
 
  "이제 슬슬 테이프 스위치를 누를 테니까, 알겠지 쿄오코, 미츠코를 구하려면
저항하지 말고 달아오르는 거야. 달아올라. 달아오르는 거야."
 
  하고 말하면서 갑자기 나츠다로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나츠. 쿄오코가 보채기 시작하면 누를 거야. 그때까지 손을 떼면 안돼."
 
  목 주위에 부드러운 키스를 받고 이는 쿄오코는 안타까운 듯이 몸을 비틀면서
달아오른 볼을 하루다로의 어깨 주위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시츠코는 오늘 이 시간부터 에가와 스테타로의 아내가 되어 모리다
조직의 번영을 위해 일생 동안 이 몸을……."
 
  시즈코 부인은 가볍게 눈을 감으면서 앞에 서 있는 다시로와 찌요에게 선서하였다.
 
  키가 크고 풍만한 아름다운 나체가 다시 하나의 기둥에 묶여, 가와다에게
어쩔 수 없이 체념할 수밖에 없는 설득을 당한 시즈코 부인은 이제 망설일
필요도 없이 악마들이 파놓은 어둡고 음란한 함정 속으로 자신을 던지고 있었다.
 
  "하하하, 이것으로 어쨌든 찌요 부인도 일단 안심하겠군요."
 
  다시로가 문득 찌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찌요는 온 얼굴에 주름을 지으며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군요 사장님. 나도 이 부인이 재혼하지 않겠다면 어떡하나 해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것으로 일단 안심하고 한시름 놓았어요."
 
  호호호 하고 찌요는 금니를 드러내면서 시즈코 부인의 기품 있는 옆모습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조롱하듯 얘기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 오늘부터 스테타로 부인이 되시는 거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찌요는 스테타로를 손짓으로 불렀다.
 
  "스테타로 씨. 염려 말고 새 신부 옆에 서세요."
 
  스테타로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다가와 시즈코 부인의 옆에 섰다.
 
  "기념사진을 찍어야지."
 
  찌요가 준비해온 소형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자, 시즈코 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어어, 안돼, 행복한 듯이 스테타로 씨와 볼을 비비면서 입을 맞추는 거야."
 
  가와다가 부인과 스테타로 옆으로 가서 연출하기 시작했다.
 
  스테타로는 가와다가 지시하는 대로 시즈코 부인의 어깨를 끌어안고 한쪽
손으로 부인의 풍만한 한쪽 젖가슴을 밑에서부터 만지며 올라오도록 하였다.
 
  "아주 좋은 포즈야. 그런데 그렇게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군."
 
  찌요가 카메라를 조작하면서 주문하였다. 그러자 가와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돌리고 있는 부인의 얼굴을 스테타로 쪽으로 향하도록 하였다.
 
  고릴라와 비슷한 괴상한 용모를 한 스테타로를 언뜻 본 시즈코 부인은 고통을
참는 듯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을 꼭 감아버렸다.
 
  "아주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는 부인처럼 정열적인 키스를 해봐,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게. 당신들 사랑에 대한 기록이 제1페이지를 장식할 사진이야. 자 시작해."
 
  지각을 상설한 만큼 굴욕스러운 키스를 시즈코 부인은 온몸을 경직시키며
필사적으로 참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어떡해. 스테타로는 당신 남편이야.
마늘 냄새 정도는 참아야지."
 
  가와다는 그렇게 말하며 고통스러운지 얼굴이 굳어지며 스테타로의 키스를
받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관찰하였다.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하기 싫은 키스를 억지로 하는 것처럼 한다면 정말
화를 낼 거야."
 
  가와다의 험악스런 말을 들은 시즈코 부인은 눈물을 거두고 각오한 듯이
얼굴을 들자 마구 쳐들어오는 스테타로의 입술에 따뜻하고 달콤한 꽃잎 같은
입술을 포개고, 축축하게 젖은 혀를 스테타로의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래, 기분이 아주 좋아진 것 같네."
 
  찌요는 스테타로와 입술을 맞추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었다.
 
  "그럼, 다음으로……."
 
  가와다는 웃음을 머금으면서 다시 부인 곁으로 다가갔다.
 
  "내가 아까 가르쳐준 요령으로 새로운 남편에게 사랑의 말을 속삭이는 거야.
이 남편을 어느 정도 사랑하고 있는지 달콤하고 뜨거운 마음을 충분히 다시로
사장님과 찌요 부인에게 보여드리는 거야."
 
  가와다는 시즈코 부인의 유백색의 매혹적인 어깨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가, 가와다 씨. 당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난, 선서했어요. 각오도 했고요.
그 그런데도."
 
  시즈코 부인은 눈물에 촉촉이 젖은 눈동자를 가와다에게 향하며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런 짓 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아까 했던 약속이 틀린 것 같은데."
 
  가와다는 화가 난 눈초리를 시즈코 부인에게 향하였다.
 
  원래, 자신의 하녀였던 찌요에게 시즈코 부인이 아직 완전히 굴복하지 못하고,
적잖이 적의 같은 것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것을 가와다도 느끼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에게는 원래 자신이 부리던 사람 앞에서 욕보여지는 것이 가장
뼈에 사무치는 괴롭고 슬픈 일이었음에 틀림없었다. 그것이 또한 다시로와
찌요가 노리는 점이기도 하거니와 화를 내고 있는 점이기도 하였다. 시즈코
부인을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굴복시켜 유순한 자신들의 노예로 길들이려는
것이 두 사람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거야. 찌요 부인 앞에서는 고분고분해야 한다고 했잖아. 그렇게만
하면 이쪽에서도 다 생각이 있지."
 
  가와다는 마치 뱀과 같은 가느다란 눈초리를 하며 시즈코 부인의 귀를 잡아당겼다.
 
  "……가, 가와다 씨."
 
  "확실하게 대답해."
 
  매정하게 대하는 가와다에 게서 시즈코 부인은 낙담한 듯 고개를 떨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알겠어요."
 
  시즈코 부인은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으려는지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얼굴을 들더니 슬픔이 담겨있는 눈동자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요염함을 띄우며
곁에 서 있는 스테타로 쪽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스테타로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있었다.
 
  "……저어, 당신."
 
  "안 돼. 당신에겐 아직도 사모님 시대의 거만함이 남아있는 것 같아. 좀더
기분을 살려서 요염해져봐, 손님을 접대하는 달콤한 기생처럼 콧소리를 내면서
정이 철철 넘쳐흐르게 불러보란 말야, 이렇게 말야…… 저어허. 다앙신……."
 
  가와다가 갑자기 우스꽝스런 소리를 냈기 때문에 다시로와 찌요도 서로 쳐다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자, 해봐."
 
  시즈코 부인은 어쩔 수 없이 가와다에게 강요받은 대로 스테타로 쪽으로
요염한 눈초리를 보내며.
 
  "……시즈코는, 시즈코는 오늘부터 당신의 아내예요. 제발 시즈코를 사랑해
줘요."
 
  시즈코부인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찰싹 붙어오는 스테타로의 얼굴에 새빨개진
볼을 비비며 울먹이듯 말하였다.
 
  다시로, 찌요, 가와다의 눈이 그들을 조소하고 있었다. 이처럼 수렁에 빠져버린
자신의 모습을 차라리 웃어버리자는 자포자기한 심정이었는지, 시즈코 부인은
조금 전에 가와다가 지시한 대로 스테타로를 상대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저어, 당신. 시즈코, 당신의, 당신의 아기가 갖고싶어요. 그래야만 저기
계시는 찌요 부인에 대한 속죄가 될 것 같아요. 네, 부탁이에요. 시즈코에게
아기를 갖게 해준다고 약속해……."
 
  가와다에게 들은 대로 간신히 거기까지 연출한 시즈코 부인은 갑자기 견딜
수 없는 굴욕감에 가슴이 메어져 소리치며 울어버렸다.
 
  "아이고, 그렇게 눈물까지 주르륵 흘리며 우는 걸 보니 스테타로와 빨리
잠자리에 들어가고 싶어서겠지."
 
  가와다는 그렇게 말을 하며 또 찌요 앞에서 짓궂은 장난을 하며 부인에게
연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시즈코 부인의 귀에다 입을 대고
있는 가와다, 그러나 시즈코 부인은 반항할 기력도 없는 듯 반감 같은 건 보이지
않고 눈물을 거두며 다시 냉담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여보, 시즈코는요, 당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다 해드리고 싶어요.
어때요, 저 마음에 들어요? 네, 여보."
 
  시즈코 부인은 딱 붙이고 있던 두 허벅다리를 천천히 좌우로 벌리면서 그
사타구니 윗부분에 부풀어오른 요염한 섬모 부분을 스테타로의 눈에 확실하게
드러내려고 하였다. 시즈코 부인은 얼굴과 목이 굴욕과 수치로 새빨갛게 달아오르면서도
하던 말을 멈추지 않았다.
 
  "사, 사랑하는 당신에게 시즈코는 뭐든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네 좀더 옆으로
가까이 오셔서 봐주시지 않으면 싫어요. 시즈코를 사랑하지 않는 거죠."
 
  다시로와 찌요, 가와다 세 사람은 시즈코 부인이 마침내 스테타로에게 그렇게
대담한 연기를 연출한 데에 매우 만족하는 것 같았다. 이들은 스테타로와 함께
부인 옆에서 몸을 숙이며, 유괴되어 이 방으로 끌려온 이후, 줄곧 오니겐의
철저한 훈련을 받으며 어느 정도 단련된 아름다운 부인의 사지를 감회 깊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찌요는 일부러 손수건을 입에 대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게 된 것처럼
당황하는 척하며 킥킥 웃더니,
 
  "왜 그래. 내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잖아."
 
  라고 말하면서도 흥미 깊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가와다는 입맛을 다시면서 일어나더니 다시 시즈코 부인의 귀로 입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아아 하고 시즈코 부인은 그 순간 새빨개진 얼굴을 갑자기 흔들며
 
  "제, 제발, 부탁이에요. 이제 더 이상……."
 
  "아직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모리다 조직의 대 스타라는 걸. 그런 말 정도도
하지 못하면 어떡하겠다는 거야, 오니겐에게 잘 훈련받았을 텐데."
 
  가와다는 혀를 차며 손바닥으로 시즈코 부인의 뺨을 쳤다.
 
  시즈코 부인은 이런 음란한 고문을 찌요 앞에서 계속 받고 있을 정도라면
차라리 스테타로의 짐승 같은 공격을 받는 것이 좀더 살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은 최면술에라도 걸린 듯이 다시 숨이 막혀버릴 정도로 대담하고
극단적인 자태를 취하였다.
 
  "……응, 여보, 아시겠지요?"
 
  시즈코 부인은 마치 불처럼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비틀며 가와다와 그들이
바라는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테타로는 군침을 흘리며, 헤헤하고 웃으면서 가와다와 다시로 쪽을 흘끔
쳐다보고는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이었다.
 
  아아, 하고 시즈코 부인은 새빨개진 얼굴을 더욱 옆으로 비틀며 응석부리듯이
말하였다.
 
  "……기뻐요. 바로 그거예요. 그게 시즈코의 가장 약한 곳이……."
 
  이젠. 아무런 망설임도 수치스러움도 보이지 않고 아름다운 피부를 과시하려는
듯이 스테타로의 코끝을 파고들고 있는 시즈코 부인이었다.
 
  다시로는 담배에 불을 붙여 그 대단한 광경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여자를 알고 있는 다시로였지만 이 정도의 미모와 남자의 관능을
흥분시키는 여자는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고
있던 다시로는 괴로울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은 눈을 살며시 감고 옆모습을 보이면서 가와다가 강요한 대로
유순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은 정말로 초조한 듯이 몸을 떨며 더욱
스테타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마음에 드세요? 네에. 뭐라고 말씀 좀 하세요."
 
  스테타로는 콧물을 손으로 닦아내면서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다. 가와다가
스테타로를 대신하여 소리쳤다.
 
  "서방은 매우 마음에 든 것 같아. 콧물까지 흘리며 기뻐하고 있잖아."
 
  시즈코 부인은 그 말을 듣자 고개를 크게 뒤로 젖히며 매혹적인 목덜미를
드러내면서 가와다에게 강요받은 말들을 감미롭게 속삭이듯 입술을 떨며 뱉어내고
있었다.
 
  "……그, 그럼 제발, 빨리. 알겠죠. 네 지금 곧……."
 
  가와다, 다시로, 찌요 세 사람은 서로 소리치며 웃었다.
 
  "헤헤헤, 사장님. 부인이 스스로 저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빨리 마음을 달래줘야
하지 않겠어요."
 
  가와다는 신명이 난 듯 다시로에게 말하며 시즈코 부인을 향하여,
 
  "그럼, 소원대로 해주지. 이제부터 곧 스테타로와 뒤엉키게 해줄 테니까.
오랫동안 수고했어."
 
  시즈코 부인은 문득 치밀어 오르는 이 천박스런 연기에 대한 자의식을 주체하기
힘들었는지 고개를 푹 떨구어버렸다. 그때 오니겐의 개인실을 칸막이로 막고
있던 커튼이 열리고 긴코와 아케미. 에츠코 등 세 사람이 슬슬 나오고 있었다.
 
  "어, 대체 이제부터 뭐가 시작될 거라는 거야?"
 
  긴코가 가와다를 보고 물었다.
 
  "드디어 시즈코 부인이 스테타로와 잠자리를 즐긴다는 거지. 바로 지금 두
사람은 감미로운 키스를 나누었지. 진기한 결혼식을 올렸거든."
 
  "아아, 그렇구나, 훌륭한 스테타로 부인이 되시겠군."
 
  여자들은 기둥에 묶인 채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바라보고
손바닥을 두드리며 떠들어댔다.
 
  "그런데 오니겐은 뭐 하는 거야?"
 
  "지금 사요코를 교육시키고 있어요. 드디어 그 아가씨도 막이 열렸어요."
 
  "헤헤……."
 
  하고 가와다와 다시로는 즐거운 표정이 되었다.
 
  "오늘은 잠시 사전 연습만 할 거예요. 삶은 달걀요. 후후후. 그 아가씨,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한참 수업 중이에요."
 
  "그거 재밌겠는데 잠깐 들여다보지 않겠어?"
 
  다시로가 가와다에게 말을 꺼냈지만 찌요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두 사람을
말렸다.
 
  "여기저기 관심이 참 많으시네요. 우선 시즈코 일부터 처리해야 되잖아요."
 
  찌요는 조금이라도 빨리 시즈코 부인이 스테타로의 소유물이 되기를 바랐으며
또 그것을 확실하게 확인해두고 싶었던 것이다. 가와다와 다시로도 찌요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다.
 
  "빨리 저를 안심시켜 주셔야죠. 네에 사장님."
 
  찌요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로에게 부자연스러운 요염한 자태를 취하였다.
그리고 나서 세 여자에게 말했다.
 
  "당신들 마침 잘 와줬어요. 이 아름다운 신부에게 침실 화장을 시켜주지
않겠어요?"
 
  오케이하고 여자들은 서둘러 서로 분담해서 화장 도구를 준비하였다. 다시로가
담배를 태우면서 말했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의 보금자리로 3층에 있는 매화 방을 쓰도록 하지. 방은
좁지만 벽에 거울이 붙어 있고, 그런 대로 괜찮은 방이야."
 
  가와다가 스테타로를 보며 말했다.
 
  "너, 그런 좋은 방에서 이제부터 이 미인과 둘이서 세대를 이룰 수가 있다는
거야. 사장님의 은혜를 잊지 말고 쇼가 있을 때엔 이 미인과 아주 잘살고 있다는
부부 게임을 발표하는 거야."
 
  가와다의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즈코 부인은 놀라며 머리를
들었다.
 
  이 악마들은 이제부터 몸도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진 자신을 술안주로 해서
구경거리로 할 생각인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았던 시즈코 부인이었지만, 그러나
기세가 여지없이 꺾여버린 상태로 거기에 반발할 여유가 없었으며 결국 수렁
속으로 빠져버렸다는 말이 슬픈 마음과 육체 사이를 표류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시즈코 부인에게 여자들은 준비해온 화장품을 가지고 정성 들여 화장을
시작했다. 한때 미용 실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에츠코의 손놀림을 바라보고
있던 찌요가 감탄할 정도로 능숙한 솜씨였다.
 
  시즈코 부인은 일체의 희망을 버린 듯 가볍게 눈을 감고 여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꽃잎처럼 입술을 앞으로 쭈욱 내밀고, 핑크색 루즈를 바르고 있었다.
그런 시즈코 부인의 당황스러울 정도로 요염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찌요는 이런 아름다움에 대한 선망, 또 이러한 것이 일종의 복수 심리
같은 것으로 변해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여자로 태어난 것을 후회하는 고통을 정말로
맛보게 되는 것은 바로 이제부터야. 스테타로의 아이를 반드시 품게 해줄 테니까…….
 
  찌요는 입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즈코 부인의 유연하고 매혹적인 허리
부분이 크게 불룩해지는 것은 언제쯤일까 하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자 찌요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손님들 앞에 산달이 가까운 큰배에 복대를 감은
시즈코 부인이 손은 뒤로 묶인 모습으로 등장하여 손님들에게 복대가 풀려
그 복부를 감상하게 한다…… 시즈코 부인이 여자로서 정말 고통스러운 생각을
하는 것은 바로 그때다, 라며 찌요는 눈을 번뜩였다.
 
  "자, 이제 됐어요. 어때요 여러분?"
 
  일을 마친 여자들은 조금 전부터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던 다시로와 가와다
쪽을 향하여 코를 벌름거렸다.
 
  "아주 굉장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 역시 모리다 조직이 품고 있는
여배우 중에서는 이 부인이 단연 넘버원일 거야."
 
  다시로는 흡족한 듯 싱글벙글한 얼굴로 말했다.
 
  여러 가지 망상에 빠져 있던 찌요도 다시 정신을 차린 듯 부인 곁에 서서
재촉했다.
 
  "그럼 부인, 남편은 먼저 방에 가서 다리 감각이 마비되고 있을 거야. 자,
서두르시죠."
 
  "남편을 기쁘게 해주라고 위해 좀더 서비스해 줄게."
 
  가와다는 시즈코 부인에게 향수를 여기저기 나눠서 뿌린 다음 가볍게 문질러주었다.
 
  "상류 사회의 귀부인은 그 일 앞에서 갖추어야 할 교양으로서 향수를 뿌린다고
들은 적이 있어. 아닌가요. 부인?"
 
  그건 그럴 거야, 하며 다시로가 가와다의 일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향수라는 녀석은 냄새가 나는 곳에 뿌릴 수 있는 것이니까 말야."
 
  "그렇죠, 사장님. 헤헤헤 어쨌든 이 부인은 귀부인에 속하니까요, 갖추어야
할 교양은 다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서요."
 
  가와다는 다시 손바닥에 향수를 뿌렸다.
 
  "아아……."
 
  시즈코 부인은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그것을 거부하려고 하였다.
 
  "뭐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정성껏 빈틈없이 서비스해줄 테니까.
자 그럼, 이것으로 준비 완료다. 헤헤헤, 스테타로 녀석 유정 천이 돼서 튀어나올
거야."
 
  가와다는 시즈코 부인 뒤로 돌아가서 기둥에 묶여 있는 끈을 풀고, 이어서
부인의 나체에 단단히 감겨 있던 줄도 풀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휘청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릴 듯이 몸을 떨어뜨려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풍만한 두 젖가슴을 감싸안고 고개를 깊게
떨구어버렸다.
 
  "팔이 저릴 거야, 잠시 쉬게 해주지."
 
  가와다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입에 물고 다시로와 뭔가 이야기를 하면서
방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바로 조금 전까지 결박된 채 여자로서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포즈를 강요받은 몸인데도 이렇게 줄이 풀리자 온몸에 수치감이 안타까울 정도로
넘쳐흘렀으며 앉은뱅이처럼 몸을 숙이고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필사적으로 젖가슴을
가리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여자들에게 기이한 느낌을 주기도 했으며, 또한 그런 수치심을
보이고 있는 시즈코 부인이 문득 가여워지기도 하였다.
 
  부인에게서 여자로서의 가련함과 애처로움 같은 것을 느꼈던 여자들은 부인의
가슴과 팔 윗부분의 고통스러운 자국들에 젖은 수건을 가지고 와서 대주기도
하였다.
 
  "저기, 우리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은 없어요. 있다면 말씀하세요."
 
  에츠코가 사형수에게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것처럼 말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유부녀가 이제부터 고릴라 같은 추악한 남자의 손에서 뼈까지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고문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자 문득 가슴이 아팠는지도
모른다.
 
  "……미안해요. 물, 물 한잔만……."
 
  시즈코 부인은 에츠코에게 아름답고 촉촉한 눈동자를 향하며 힘없이 눈을
깜박였다.
 
  "물이요. 예, 좋아요."
 
  에츠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가서 컵에 물을 따라서 돌아왔다.
 
  "고마워요…… 에츠코 씨."
 
  시즈코 부인은 컵을 받아들고, 한쪽 손으로 두 젖가슴을 가리면서 에츠코에게
감사의 눈초리를 보내고 컵의 물을 맛있게 마셨다. 그때 문이 열리고 가와다가
들어왔다.
 
  "매화방 쪽에서는 잠자리 준비도 다 됐어. 사장님은 그쪽에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개막을 기다리시겠대."
 
  가와다는 나지막하게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는 시즈코 부인 곁으로 다가갔다.
 
  "자, 부인 그만큼 쉬었으면 충분할 거야. 슬슬 잠자리로 가볼까?"
 
  그렇게 말한 가와다는 손에 들고 온 자주색의 긴 실크 끈을 부인 앞으로
던졌다.
 
  "삼베 줄은 스치면 아프니까 이 자주색 줄로 묶으라고 사장님이 특별히 생각해주신
거야. 자, 뒤로 손을 돌려. 이리저리 몸부림쳐도 풀리지 않도록 꽉 묶어줄
테니까."
 
  시즈코 부인은 결심을 굳힌 듯 슬픈 얼굴을 냉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젖가슴을 꽉 감싸안고 있던 손을 천천히 뒤로 돌렸다.
 
  가와다는 재빨리 부인의 손을 등 가운데로 교차시켜 줄을 감았다.
 
  풍만한 젖가슴 아래위로 선명한 자주색 줄이 몇 줄 묶이고, 겨우 줄 묶기를
끝낸 가와다는 새콤달콤한 향료 냄새를 풍기는 매끄러운 부인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었던 찌요가 금니를 보이고 웃으면서 들어와서 말했다.
 
  "지금 매화방 쪽으로 술 준비도 시켜놨어요.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그리고 찌요는 세 여자에게
 
  "당신들도 같이 가요, 미녀와 야수의 부부 게임. 흥미 있을 텐데."
 
  물론 보고 싶어요, 하고 여자들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가와다에게 몸을
지탱하듯이 서 있는 시즈코 부인의 주위를 에워싸며
 
  "자, 부인. 가시지요."
 
  "빨리, 걸으세요."
 
  라고 말하면서 시즈코 부인의 어깨와 등을 밀었다.
 
  시즈코 부인은 다부질 정도로 양감 있는 허리를 조금 구부리며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확실히 각오를 한 처참하리만큼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소녀들과
찌요에게 둘러싸여 걸어가고 있었다.
 
  비통한 결심을 하고 짐승의 침실로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의 옆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에츠코가 훈련실을 나가려고 하는 부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저, 잠깐 기다려요."
 
  "왜 그래, 에츠코?"
 
  긴코와 아케미가 이상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복도에는 이와자키 조직과 세키구치 조직의 젊은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어요.
그 속을 이런 모습으로 끌고 가는 건 좀 불쌍한 것 같지 않아요."
 
  에츠코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에 걸치고 있던 머플러를 풀어 부인의 허리
둘레에 그것을 묶어주었다.
 
  "무사의 인정 같군. 보기와는 달리 에츠코에게도 친절한 면이 있었지."
 
  긴코와 아케미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시즈코 부인은 에츠코가 한 장의 천을 둘러준 그 마음에 감격했는지 갑자기
눈물이 고이며, 눈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에츠코를 바라보았다.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에츠코 씨."
 
  하며
 
  "어머, 에츠코, 너 보러 가지 않을 거야?"
 
  긴코는 에츠코가 훈련실 침대에 벌렁 누워버리자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 나 스테타로 얼굴을 보면 구역질이 날 것 같아. 그냥 갔다 와."
 
  "흥, 너 변했구나."
 
  긴코와 아케미는 그런 에츠코에게 혀를 내밀고는 동료가 한 사람 빠진 불만을
시즈코 부인에게 터뜨리려는 것처럼 부인의 하얀 등을 쿡 찔렀다.
 
  "빨리 걸어요. 남편이 기다리고 계시잖아요."
 
  복도로 밀려나온 시즈코 부인은 고개를 깊게 떨구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걷기 시작했다.
 
  "에츠코 년, 이 부인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지 않니? 후후후, 오늘은 매우
친절하게 나오잖아."
 
  아케미가 웃자, 언젠가 한번 시즈코 부인에게 여자 관계 교섭을 강요했다가
퇴짜를 맞은 적이 있는 긴코가 코를 찡그리며 계단을 오르려고 하는 시즈코
부인 앞에 섰다.
 
  "그런 걸 두르는 건 규칙 위반이야. 풀러."
 
  긴코가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 옆에 있는 매듭을 푸르고 천을 벗겨내 버렸다.
 
  시즈코 부인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제멋대로 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긴코는 얼굴을 경직시키며 그렇게 퍼붓고는 주머니에서 휴지 한 묶음을 꺼내,
시즈코 부인의 입에다 그것을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하자 순간 시즈코 부인은
증오의 빛이 담긴 눈동자를 긴코에게 향하며 그대로 다시 얼굴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당신은 끝까지 양손의 줄은 풀 수 없을 거야. 그러면 그 뒤처리는 남편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지. 자, 이걸 물고 가서 남편에게 건네줘."
 
  부인의 엉덩이 줄을 잡고 있던 가와다가
 
  "긴코가 시키는 대로 해."
 
  하고, 부인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시즈코 부인은 치밀어 오르는 증오를 꾹 참으며 긴코가 내미는 휴지 한 묶음을
눈을 꼭 감으며 입에 물었다.
 
 
 
  시즈코 부인이 스테타로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끌려가고 있을 바로 그
무렵…… 쿄오코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으며 마치 해초가 꿈틀거리듯 몸을
비비꼬면서 몹시 애가 타게 몸을 떨고 있었다.
 
  "자, 쿄오코, 이제 슬슬 테이프 스위치를 누를 거야. 지금 우리가 가르쳐준
것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동생이 여러 가지로
고통을 받게 될 테니까.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도록. 알겠지?"
 
  "……아, 알겠어요."
 
  쿄오코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뒤로 젖혀 목덜미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 두 시스터 보이의 고문으로 자신의 육체가 점점 뜨겁게 달아올라 스스로
그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걸 테이프에 녹음하게 되는 것이다. 쿄오코에게는
온몸의 피가 역류할 정도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고문이었다.
 
  "그……, 그 대신 부탁인데요. 미츠코만은, 미츠코만은……."
 
  쿄오코의 몸짓에 드디어 감정이 막다른 곳에 온 듯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무력감을 표정에 나타내면서 하루다로에게 속삭였다.
 
  "알겠어요. 우리가 가르쳐준 요령대로 감미롭게 속삭이며 보챌 줄도 아는
사랑스런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 약속을 꼭 지킬 거야."
 
  하루다로는 그렇게 말하며 쿄오코의 뜨거운 볼과 부드러운 귓불, 목덜미에서
목젖에 이르기까지 부드러운 키스를 하며 때로는 가볍게 깨물기도 하였다.
그리고 새털처럼 부드러운 쿄오코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자 쿄오코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할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언제쯤이면 이쪽으로 갈 수 있는 거야?"
 
  쿄오코의 을 쪽을 맡겠다고 했던 나츠다로는 질투심인지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는 하루다로와 쿄오코를 보면서 입을 삐죽였다.
 
  쿄오코가 보채며 조를 때까지 손을 떼선 안 된다고 하루다로가 못박아 얘기했기
때문에 나츠다로는 요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냥감에 눈을 쏟아 붓고 있었다.
 
  하루다로는 간신히 쿄오코의 얼굴에서 입술을 떼고 쿄오코에게 말했다.
 
  "그럼 쿄오코, 알겠죠. 스위치를 누를게요. 보채기 시작하는 거야."
 
  하루다로는 머리맡에 놓여있는 녹음기의 스위치를 누르고, 다시 쿄오코가
완전히 복종하게 될 때까지 천천히 고문하기 시작했다.
 
  "자, 쿄오코……."
 
  하루다로는 쿄오코의 귀에다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빨리 나츠다로가 바짝바짝 애를 태우고 있잖아. 후후후."
 
  쿄오코는 괴로운 듯이 눈을 감으며 크게 격앙된 소리로 소리쳤다.
 
  "……나, 나츠다로……."
 
  "안 돼, 좀더 큰 소리로 테이프에 녹음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마찬가지로
나츠에게도 여보 라고 불러야지."
 
  하루다로는 작은 소리로 쿄오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여, 여보…… 제발…… 쿄오코를, 쿄오코를……."
 
  후후후, 나츠다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쿄오코의 몸에 올라탔다.
 
  쿄오코는 마치 불같이 뜨거워진 얼굴을 좌우로 흔들며. 그런 말을 해야 하는
수치스러움에 하루다로의 볼에다 얼굴을 묻었다.
 
  쿄오코의 옆에 붙어 있던 하루다로는 쿄오코가 아까부터 애처로울 정도로
떨고 있는 몸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쿄오코는 공수 같은 건 이제 두 번 다시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사랑스런
여자로 다시 태어날 거예요. 그, 그러니까 제발, 오늘밤은, 오늘밤은 쿄오코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네에?"
 
  쿄오코는 반쯤 벌려진 입으로 재촉하듯이 달콤한 말을 하였다.
 
  나츠다로는 기쁜 것인지 괴로운 것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몸을 비틀며 뜨거운
한숨을 뱉어내고 있는 쿄오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하면 가장 좋겠어요? 쿄오코가 좋아하는 방법을 말해봐요.
사랑하는 쿄오코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해줄 수 있으니까."
 
  쿄오코는 소리를 지르며 하루다로의 팔을 베고있는 머리를 심하게 흔들었다.
그런 쿄오코를 하루다로는 기분 좋은 듯이 바라보며 다시 쿄오코의 귀에 대며
속삭였다.
 
  "자, 다음을 계속해야지. 쿄요코?"
 
  쿄오코는 격하게 흐느끼면서 대답했다.
 
  "……네에. 여보."
 
  "뭐예요, 쿄오코?"
 
  "……뭐. 뭐 다른 거, 부탁해도 되나요?"
 
  "아. 좋아요. 자, 어서 말해봐요."
 
  "하, 항문도 같이 네, 제발?"
 
  쿄오코는 숨이 곧 끊어질 것 같은 감정으로 말을 하며, 온몸이 뜨거운 불기둥처럼
되어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러자, 나츠다로가 쿄오코의 욕구를 받아들여
그곳을 동시에 고문하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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