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제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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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제제 2부 6-9
♥내사랑 제제♥ 제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 ⑥
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6)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때 둘이란 단
어는 존재하지 않게 되나, 사랑이 영원할 수 없는 것은 오르가
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우진이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제제를 끌고 간 곳은 재건축을
하기 위해 철거를 한 주택 단지 골목 입구 였다.
"무서워."
제제가 불빛 하나 없이 음산한 모습으로 소리 없이 내리는 흰
눈을 맞고 있는 골목을 쳐다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기가 안전해."
선우진은 우선 제제가 잡고 있는 팔을 풀었다. 어디선가 고양
이 한 마리가 긴 울음소리를 몰고 나타났다. 고양이는 눈이 하
얗게 내린 허물어진 담장을 사뿐히 걸어와서 제제와 눈빛이 마
주치는 순간 노랑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설마, 돈이 없어서......"
제제가 그녀답지 않게 가슴이 콩알만 해 지는 것을 느끼며 쪼
그려 앉으려는 선우진을 일으켜 세웠다.
"자.....잠깐만 어차피 같은 쓰레기 일 뿐......."
선우진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위장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식도를 타고 위장을 부담스럽게 만들던
핏속으로 녹아들지 않은 알코올이 욱 쏟아져 나왔다.
"호호호. 재미있다. 토악질을 하려고 날 여기 까지 데리고 오다
니. 하지만 무서워. 밤 고양이가 날 보고 있잖어."
제제는 등을 휘청거리며 토악질을 하고 있는 선우진의 등을 정
성껏 두들겨 주었다.
바보. 바보, 남자들은 모두 바보뿐이다. 화가 나서 술을 먹고,
술을 먹고 토악질을 하고, 토악질을 하면서 하느님에게 원망을
하는 바보 들 뿐이다.
제제는 눈사람이 되어 선우진을 일으켜 세웠다. 선우진이 일어
서면서 어깨며 머리에 떨어진 눈 때문에 눈사람이 된 제제를 향
해 빙긋 웃어 보였다.
"젠장 다 토해 버렸잖아. 킬킬......."
"웃음이 창백하게 보여서 내 마음이 슬퍼."
제제가 선우진의 눈썹에 떨어진 눈을 털어지면 안겨 왔다.
"이런, 제기랄, 난 방금 토했단 말야. 내 입안에는 아직 오물이
들어있다구."
선우진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제제를 밀쳐 냈다.
"네 입안에 들어 있는 오물이라고 했잖아. 그게 어때서."
제제는 다시 선우진에게 안겨 들어 입술을 더듬었다. 선우진은
제제의 혀가 거침없이 입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보고 술기운이
하얗게 녹아드는 것을 느꼈다. 그 동안 그렇게 많은 여자를 상
대 해 왔지만 제제처럼 헌신적인 여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넌 천사구나."
선우진은 내리는 눈 속에서 허연 입김을 토해 내며 제제를 밀
쳐 냈다.
"내가 말했지. 내 영혼은 순결하다구."
제제는 손수건을 꺼내서 선우진의 입술에 묻은 배설물과, 자기
입술에 묻은 찌꺼기를 닦아 내며 담배를 달라고 했다.
"있지. 고양이가 날 보고 있었어."
제제가 어둠에 휩싸여 있는 허물어진 담벼락을 손가락에 담배
가 끼어져 있는 손으로 손짓했다.
"고양이가?"
선우진은 제제의 엉뚱한 말에 시선을 돌리며 반문했다.
"응. 난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든. 특히 흉가에 있는 고양이를 더
무서워 해. 그래서......"
제제는 바바리 코트의 단추를 채우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서?"
"네 속을 열 수 있다면 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어. 하지만
넌 토하고 있었잖아. 그래서 기다렸지 네가 내장까지 다 토해
놓으면 네 속은 비어 있을테구. 난 그 안으로 들어가야 겠다고."
"뭐? 네가 내 안으로 들어 온다구?"
선우진은 말을 끝내고 나서 칼칼 거리며 웃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다. 캥거루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 속에 사람이 들
어온단 말인가. 하지만 웃음 뒤에 눈꼬리에 눈물 한 방울이 맺
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제는 그만큼 순수한 영혼을 소유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였
다.
"가자."
선우진은 더 이상 제제에게 팔을 내 맡기지 않았다. 개미허리
처럼 가는 제제의 허리를 꽉 껴 않고 발목이 빠지도록 내린 눈
속을 걷기 시작했다.
"추워?"
제제가 선우진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듯이 안겨 들며 물었다.
"아니."
선우진은 아무래도 맥주로 입가심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
를 흔들었다.
"얼굴을 보니 추워 보여. 난 추워 보이는 사람을 보면 견딜 수
가 없더라."
"아냐. 토악질을 해서 몸이 비어 버린 탓일 꺼야. 시원한 맥주
한잔하면 금방 제 살색이 돌아 올 꺼야."
선우진은 쓸쓸하게 웃으며 제제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망울
에 애처러움이 철철 넘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지 말고 손을 여기에다 넣어. 여긴 굉장히 따뜻한 곳이야.
아프리카만큼."
제제는 얼음장같은 선우진의 손을 끌어다 바바리 코트 안으로
집어넣었다.
"어때? 따뜻하지?"
제제가 금방 밝게 웃으며 물었다.
"응. 굉장히."
선우진은 어린애처럼 대답하며 티셔츠 밖으로 느껴지는 제제의
젖가슴을 가만히 움켜쥐었다.
♥내사랑 제제♥ 제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 ⑦
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7)
◈사람들은 누구나 알몸 위에 옷을 입는다. 그것은 본능 위에
위선의 껍데기를 걸친것과 같으나, 속이 빈 사람 일수록 위선의
가격을 논하길 즐긴다.◈
눈 내리는 겨울밤의 도시는 바람의 도시였다.
바람이 불 때 마다 발자국이 없는 거리에 쌓인 눈들이 파도처
럼 칼날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제제는 가로수에 쌓였던 눈이 떨어질 때는 가슴이 철렁 하다가
도 쇼 윈도우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에 하얗게 일어나는 포말
을 보고는 조용히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제제는 바바리 코트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티셔츠를 걷어 올
렸다. 바바리 코트의 차가운 촉감이 가슴에 닿는 것을 느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우진의 손을 끌어 올려 젖가슴을 움켜쥐
게 했다.
행인들은 눈 내리는 거리를 걷는 선우진의 제제의 젖가슴을 움
켜쥐고 걷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 것을 알고 있는 사
람은 하느님밖에 없을 것이다.
작고 아담한 젖가슴이었다. 젖가슴에 비해 꼭지가 컸다.
여자가 젖꼭지가 크면 잘 산다던데........
선우진은 여성 잡지에서 본 듯한 기사 내용을 떠올리며 말 없
이 걸었다. 어디로 갈 것인가는 생각나지 않았다. 무작정 걷고
싶었다. 토악질을 했던 까닭 이었을까. 눈 내리는 날 치고는 속
이 텅 비어서 그런지 좀 추운 것 같았다.
내일은 김달구씨 에게 잔금을 받기로 한 날이지.......
선우진은 제제의 젖꼭지를 뱅뱅 돌리면서 일을 생각했다. 언제
부터인지 모르지만 제제의 젖가슴에 땀이 촉촉해 져 오고 있다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사람의 체온이 몇 도 인데, 땀이 나
지 않을리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제제의 심장이 뛰는
감촉을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
"넌 내 생각을 하지 않고 있구나?"
"그걸 어떻게 알았어?"
제제가 이외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 심장은 뛰고 있는데 너는 바람 불지 않은 날의 호수처럼
평온하거든."
"픽, 웃기는 소리 그만 하고 언제까지 걸을래. 솔직히 난 지쳤
거든."
"그럼 진작 힘이 든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
"네가 눈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참고 있어서?"
"내가?"
"응."
선우진은 다시 한번 묘한 감정 속에 빠져들었다.
여자와 팔짱을 끼고 눈길을 걸어 본 적이 한 두 번은 아니다.
하지만 늘 두 눈은 여관이나, 호텔의 간판을 찾아 두리번거렸고.
세 치 혀는 분위기를 잡느라 쇼펜하우어 가 되어 있었다. 그러
나 제제하고는 그렇지 않았다. 그냥 어린애처럼 아무런 생각 없
이 걸었을 뿐이었다. 너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난 술을 더 마셔야 겠어."
선우진이 한참만에 입을 열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여관에 들어 갈 때 술을 사 가지고 들어가자."
"번거롭잖아."
"난 그게 좋아. 옷을 벗고 있다가 노크를 할 때 당황하며 바지
를 껴입는 그런 남자들은 싫거든."
제제는 선우진의 손이 가슴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것을 그러지
못하게 누르며 말했다.
"넌 얼마나 많은 남자들과 섹스를 해 봤니?"
선우진은 제제의 가슴을 두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울 가슴 일거라고 생각했다.
"많지는 않아. 하지만.......아니야 그만 두자."
제제는 사랑하는 사람과는 단 한번도 섹스를 해 보지 않았다는
말을 입밖에 까지 내지 못하고 몸을 틀었다.
"말을 하기 싫으면 그만 둬도 좋아. 중요한 건 현실이니까. 택
시를 타자. 우이동에 있는 산장을 알고 있어. 한식 인데 조용하
고 창 밖으로 보이는 설경이 그만인 곳이지."
선우진은 제제의 젖가슴을 잡고 거리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 우리가 기분 내로 가는 것도 아니잖아. 저
기 보이는 여관으로 가자."
제제가 측면으로 돌아서며 골목 중간쯤에 있는 그린파크 란 네
온사인을 손짓했다.
"좋아. 어디로든 가자. 솔직히 나 지금 굉장히 하고 싶거든. 너
도 그렇지?"
"약간은."
제제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선우진의 이마에 키스를 해 주었다.
언 사과에 입맞춤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어?"
선우진이 슈퍼에서 캔 맥주 몇 병과 소 주 두 병을 사 가지고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제에게 말했다.
"가능한 부탁이라면."
"내 이름을 불러 줘. 나도 네 이름을 부르겠어. 제제라고?"
"어려운 부탁은 아니군. 하지만 선우진이라는 이름은 거리감이
있는 것 같으니 조금 있다 적당한 이름을 하나 생각해 볼게."
"왜 거리감이 생긴다는 거지?"
"성과 이름을 같이 부른다는 것은 왠지 형식적인 느낌이 들지
않어?"
제제가 여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반문했다.
"그럴 듯 하군. 알았어. 그 대신 좋은 이름으로 지어 주길 빈
다."
제제는 선우진의 오래된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여관의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내사랑 제제♥ 제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 ⑧
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8)
◈섹스를 할 때는 대학 교수가 따로 없고, 창녀가 따로 없다.
또한 섹스 후에는 모든게 뒤 바뀐다. 창녀는 대학교수로, 대학
교수는 창녀로.◈
"나도 부탁이 있어?"
선우진이 여관비를 계산하기 위해 지갑을 꺼내 들었을 때 제제
가 말했다.
"나도 가능하다면 들어주지?"
"조금 전 에 택시를 타고 우이동에 있는 산장으로 가자고 했
지?"
선우진은 대답은 안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거길 가보지 않았지만. 내 예상이 맞아떨어 진다면 그 돈이라
면 이 여관의 일주일 치 방세는 지불할 수 있겠지?"
"왜 집에 들어가기 싫은 거니?"
"솔직히 그래. 그 대신 일 주일 동안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여
기로 와. 그렇다고 내가 있을 거라고 장담을 하고 오면 곤란 하
구.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흠......알았어."
선우진은 제제에게는 안된 생각이지만 화대를 지불한 다는 생
각으로 주인에게 일주일 치 방세를 선불로 지불했다.
여관으로 들어간 제제는 먼저 샤워를 해야 겠다며 옷을 훌훌
벗었다. 벗은 옷을 옷걸이에 걸고 타월을 손에 쥐는 그녀의 모
습은 영락없는 창녀의 모습이었다.
선우진은 뜻밖이라는 얼굴로 쓰게 웃었다. 지금까지 본 그녀는,
몰론 거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안 그랬지만, 눈길을 걸을 때
본 그녀는 무언가 특별한 그 무엇이 있는 여자처럼 보였었기 때
문이다.
그렇다면 일 주일 치 여관비를 지불 한 것은 화대가 맞는 셈인
가?
선우진이 여자들이란 막상 섹스를 하려고 들면 대학교수가 따
로 없고, 창녀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젖어 있을 때 였다.
"내 몸 어때!"
선우진은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캔 맥주를 마실까 하다
가 소주 뚜껑을 따면서 고개만 들었다.
"볼품없지?"
제제의 말대로 그녀의 알몸은 조각처럼 잘 빗어진 몸매가 아니
었다. 그렇다고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가슴에 비해
히프가 약간은 커 보였으나 볼 품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상체
보다는 하체가 발달한 몸매의 허리 곡선은 완벽했다. 무엇 보다
꽃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만 윤기가 흐르는 음모는 훌륭했
다. 하지만 결론은 선우진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육체를 소유하
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시 한 수를 암송할 께. 솔직히 난 너에게 줄게 없거든."
제제는 타월과 칫솔 을 목욕탕 가까이 두고 담배 불을 붙였
다.
"나 역시 너 한테 준 게 없어........"
이게 무슨 자다가 홍두깨 두들기는 소리란 말인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갑자기 시를 낭송해 주겠다니. 선우
진은 역시 괴짜긴 괴짜라는 생각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웃음 뒤에 오유리를 품에 안기 위해 시집을 들고
다녔던 기억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왔다.
"그래. 웃어도 할 수 없어. 하지만 네가 듣고 싶지 않아도 할
수 없어. 왜냐하면 난 창녀가 아니기 때문이지."
제제는 선우진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그녀는 혹시 라도
선우진이 자신을 거리의 여자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
두에 두고 있었다.
난 널 창녀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선우진은 둔기로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 기분으로 어깨를 으
쓱하며 더 이상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제제는 먼저 담뱃불을 붙였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다가 선우진
을 정면으로 한 자리에 앉았다. 다리를 포개고 앉아 길게 담배
연기를 내 품었다.
"원초적 본능 하냐?"
선우진이 물었다. 그렇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까, 제제가 갑
자기 특별한 여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제제는 대답을 하지 않
았다. 두 어 모금 담배 연기를 품어 낸 다음에 조용히 시를 낭
송하기 시작했다.
나는 울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달빛 마저 떨고 있는 숲에서......
냉기를 품은 나뭇가지에 솜털을 빼앗긴
작은 새들은 찔레나무 덤불 속에 숨어
창백한 눈동자로 별을 보고 있는 숲에서
레이스가 달린 검은 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영혼의 목덜미에 자수정 목거리를 하고
고개 숙여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바람도 머물지 못해,
풀잎 마저 날을 세우고 죽음을 기다리는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새파란 째찍자국이 일어나는
겨울 숲에 어미 잃은 승냥이의 울음소리
창백한 달빛 사이로 퍼져 나가고
굳어 버린 입술에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여자의
얼어붙은 시선은,
찬 서리 낀 잡초 더미에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는
푸른 모자를 보고 있었다.
계곡은 있어도 그 어느 곳에서도 물이 흐르지 않았고
둥지가 있어도 그 어느 둥지에도 새들을 찾아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것들 보다 죽어 있는 것들이 많은 겨울 숲에서
언젠가 사랑했던 내 여인의 서늘한 눈매를 닮은 여자가
따듯한 심장 앞에 손을 마주하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겨울숲 전문.-
제제는 담배 재가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투명한 입술을 읊조리며 한 편의 시를 낭송했다. 그 다음에 아
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제기랄-
선우진은 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태어나서 시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 본 것은 오유리 때문일 것이다. 오유리를 유린한
지금은 더 이상 시를 읽을 필요가 없었다. 처음부터 시에 대해
서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를 쓴다는 자체가 할 일 없는
사람들의 몽상과 같은 거라는 관념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 본 작품은 일일연재로 기획되었습니다.
♥내사랑 제제♥ 제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 ⑨
◈섹스를 억지로 하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말은 언제나
생각만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그렇다고 갑자기 시를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알몸으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한편의 시를 낭
송하는 제제의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마치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다 담배 연기가 흐느
적거리며 피어 올라가는 광경까지 겹쳐져서 스스로가 시인이 된
기분이 들 정도 였다.
도대체 뭐 하는 여자야!
선우진은 목욕탕 안에서 새어 나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마셨다. 대부분의 여자들의 겉과 속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이
정상이나, 제제는 도무지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샤워를 해야 겠지."
제제는 머리에 샴푸까지 하고 나서 청결한 모습으로 밖으로 나
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어제 저녁에 여인숙에서 자느라
고 샤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까지 감았다. 그러나 그런
제제를 쳐다보는 선우진의 눈빛은 경이스러울 정도 였다. 세상
에 태어나서 섹스를 하기 위해 여관에 들어 온 여자가 머리에
샴푸하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선우진은 제제처럼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충 물을 적시고,
대충 비누칠을 하고, 비누칠을 씻어 내는 것으로 샤워를 끝냈다.
"어서와."
침대 시트 속에 들어가 있던 제제가 양팔을 벌리며 속삭였다.
"난 너하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 말은 사실이었다. 선우진의 남성은 제 기운을 잃어버리고
얌전히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약간은 그래."
제제는 선우진의 늘어진 남성을 보며 이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이 샤워를 하고 나올 때는 다 그만한 이
유가 있을 거라는, 단 일초라도 빨리 섹스를 하고 싶었기 때문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섹스를 억지로 하는 사람들은 없지."
선우진이 침대로 올라가 시트 속으로 들어오길 기다렸던 제제
가 그의 품안에 안겨 들며 속삭였다.
"그 말은 맞는 말인지도 모르지....."
선우진도 그 말에는 동감한다는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이게 아
닌데 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부처님 처럼
앉아 있던 남성이, 제제의 살결에 머리를 문지르는 순간 맹렬한
기세로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이상 한 것은 남성은 황소 처럼 달려 들 듯이 씩씩 대고 있었
으나 마음은 평온 하다는 거였다.
"후후후."
제제도 예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선우진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
다가 천천히 입술을 내 밀었다. 선우진은 제제의 입술이 닿는
순간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
다. 제제는 너무 투명해서 세포까지 보일 정도의 여린 입술로
선우진의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선우진의 혀가 이빨에 부딪히
는 순간, 고개를 들어 그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제제!"
선우진이 짤막하게 이름을 부르며 허리를 껴 않는 순간, 제제
는 자연스럽게 선우진의 위로 올라갔다. 선우진은 천천히 제제
의 몸을 쓰다듬었다. 제제는 선우진의 손이 엉덩이로 내려오는
순간 약간 꿈틀거리는 가 했더니 하체를 밀착시켜 왔다. 선우진
의 남성은 제제의 꽃잎을 벗어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제
제가 의도적으로 삽입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이 선우진
의 말초 신경을 극도로 날카롭게 자극시켰다. 제제의 무성한 음
모를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 꼭 공작의 깃털로 남성을 쓰다듬
어 주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당분간 당신을 형이라고 부르겠어요. 형을 다시 또 만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난 형한테 멋진 이름을 지어 주고 싶기 때문이에
요."
선우진은 제제가 귀를 입에다 대고 속삭이는 말에, 온 몸이 타
는 듯한 흥분을 느꼈다. 제제의 입술 감촉이 너무 좋았고, 그녀
의 숨소리가 온 몸을 녹일 것처럼 귓전을 간질였기 때문이다.
"우린 다시 만날 꺼야."
선우진은 제제가 엉덩이를 위로 당겨 꽃잎의 클리토리스가 있
는 부분으로 지그시 누르고 시이소를 타듯 흔드는 감촉에 항문
이 움찔움찔 거렸다. 제제는 금방이라도 꽃잎을 열어 줄듯이 선
우진의 남성을 간질였다가 이내 나비처럼 날아가 버렸다.
"그건 나도 보장은 못해."
제제가 평소의 말투로 돌아오며, 고개를 밑으로 내려 선우진의
젖꼭지를 찾았다. 그녀는 오뚝 선 선우진의 젖꼭지를 혀로 애무
를 하다가 이빨로 자근자근 깨물었다. 선우진은 제제가 젖꼭지
를 깨물 때마다 온 몸의 실핏줄이 요동을 치는 듯한 쾌감을 느
꼈다.
선우진은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 같은 갈증 속에 제제의 활짝
열려진 항문 주변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두 손으로 항문을 활짝 열고 손가락을 항문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
제제는 선우진의 손가락이 항문을 파고드는 순간 숨이 턱 멎는
듯한 황홀감 속에 신음 소리를 크게 내 질렀다. 순간, 선우진의
남성이 꽃잎 깊숙이 박혀 오는 것을 느꼈다.
"제발......제발......."
선우진은 제제의 항문에 있는 손가락을 빼지 않았다. 그 통에
그녀가 움찔거릴 때마다 꽃잎은 선우진의 남성을 물었다, 놓았
다 하며 춤을 추었다.
세상에 항문에 성감대가 있는 여자가......
선우진은 자신이 제제의 항문을 자극해서 꽃잎이 춤을 추는 줄
모르고 멋대로 상상을 하다가 헉 하는 신음 소리를 토해 내며
길게 사정을 하고 말았다.
"형, 이런 기분 처음이야. 난......"
선우진 못지 않게 만족한 제제는 선우진의 가슴에 무너지며 자
기도 모르게 털어놓고 말았다.
"제제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선우진은 제제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가쁜 숨을 토해 냈다.
"그건 힘 들 꺼야. 난 지금까지 그 누구를 사랑해 본 적이 없
거든."
제제는 선우진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
며, 오늘 하루 생명을 더 연장한 것은 선우진이란 조금은 관심
을 갈 듯 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었다. 밖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었고, 그 바람 속에 하얀나
비 같은 눈발이 날아 다녔다.
=계속=
♥내사랑 제제♥ 제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 ⑥
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6)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때 둘이란 단
어는 존재하지 않게 되나, 사랑이 영원할 수 없는 것은 오르가
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우진이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제제를 끌고 간 곳은 재건축을
하기 위해 철거를 한 주택 단지 골목 입구 였다.
"무서워."
제제가 불빛 하나 없이 음산한 모습으로 소리 없이 내리는 흰
눈을 맞고 있는 골목을 쳐다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기가 안전해."
선우진은 우선 제제가 잡고 있는 팔을 풀었다. 어디선가 고양
이 한 마리가 긴 울음소리를 몰고 나타났다. 고양이는 눈이 하
얗게 내린 허물어진 담장을 사뿐히 걸어와서 제제와 눈빛이 마
주치는 순간 노랑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설마, 돈이 없어서......"
제제가 그녀답지 않게 가슴이 콩알만 해 지는 것을 느끼며 쪼
그려 앉으려는 선우진을 일으켜 세웠다.
"자.....잠깐만 어차피 같은 쓰레기 일 뿐......."
선우진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위장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식도를 타고 위장을 부담스럽게 만들던
핏속으로 녹아들지 않은 알코올이 욱 쏟아져 나왔다.
"호호호. 재미있다. 토악질을 하려고 날 여기 까지 데리고 오다
니. 하지만 무서워. 밤 고양이가 날 보고 있잖어."
제제는 등을 휘청거리며 토악질을 하고 있는 선우진의 등을 정
성껏 두들겨 주었다.
바보. 바보, 남자들은 모두 바보뿐이다. 화가 나서 술을 먹고,
술을 먹고 토악질을 하고, 토악질을 하면서 하느님에게 원망을
하는 바보 들 뿐이다.
제제는 눈사람이 되어 선우진을 일으켜 세웠다. 선우진이 일어
서면서 어깨며 머리에 떨어진 눈 때문에 눈사람이 된 제제를 향
해 빙긋 웃어 보였다.
"젠장 다 토해 버렸잖아. 킬킬......."
"웃음이 창백하게 보여서 내 마음이 슬퍼."
제제가 선우진의 눈썹에 떨어진 눈을 털어지면 안겨 왔다.
"이런, 제기랄, 난 방금 토했단 말야. 내 입안에는 아직 오물이
들어있다구."
선우진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제제를 밀쳐 냈다.
"네 입안에 들어 있는 오물이라고 했잖아. 그게 어때서."
제제는 다시 선우진에게 안겨 들어 입술을 더듬었다. 선우진은
제제의 혀가 거침없이 입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보고 술기운이
하얗게 녹아드는 것을 느꼈다. 그 동안 그렇게 많은 여자를 상
대 해 왔지만 제제처럼 헌신적인 여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넌 천사구나."
선우진은 내리는 눈 속에서 허연 입김을 토해 내며 제제를 밀
쳐 냈다.
"내가 말했지. 내 영혼은 순결하다구."
제제는 손수건을 꺼내서 선우진의 입술에 묻은 배설물과, 자기
입술에 묻은 찌꺼기를 닦아 내며 담배를 달라고 했다.
"있지. 고양이가 날 보고 있었어."
제제가 어둠에 휩싸여 있는 허물어진 담벼락을 손가락에 담배
가 끼어져 있는 손으로 손짓했다.
"고양이가?"
선우진은 제제의 엉뚱한 말에 시선을 돌리며 반문했다.
"응. 난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든. 특히 흉가에 있는 고양이를 더
무서워 해. 그래서......"
제제는 바바리 코트의 단추를 채우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서?"
"네 속을 열 수 있다면 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어. 하지만
넌 토하고 있었잖아. 그래서 기다렸지 네가 내장까지 다 토해
놓으면 네 속은 비어 있을테구. 난 그 안으로 들어가야 겠다고."
"뭐? 네가 내 안으로 들어 온다구?"
선우진은 말을 끝내고 나서 칼칼 거리며 웃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다. 캥거루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 속에 사람이 들
어온단 말인가. 하지만 웃음 뒤에 눈꼬리에 눈물 한 방울이 맺
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제는 그만큼 순수한 영혼을 소유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였
다.
"가자."
선우진은 더 이상 제제에게 팔을 내 맡기지 않았다. 개미허리
처럼 가는 제제의 허리를 꽉 껴 않고 발목이 빠지도록 내린 눈
속을 걷기 시작했다.
"추워?"
제제가 선우진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듯이 안겨 들며 물었다.
"아니."
선우진은 아무래도 맥주로 입가심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
를 흔들었다.
"얼굴을 보니 추워 보여. 난 추워 보이는 사람을 보면 견딜 수
가 없더라."
"아냐. 토악질을 해서 몸이 비어 버린 탓일 꺼야. 시원한 맥주
한잔하면 금방 제 살색이 돌아 올 꺼야."
선우진은 쓸쓸하게 웃으며 제제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망울
에 애처러움이 철철 넘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지 말고 손을 여기에다 넣어. 여긴 굉장히 따뜻한 곳이야.
아프리카만큼."
제제는 얼음장같은 선우진의 손을 끌어다 바바리 코트 안으로
집어넣었다.
"어때? 따뜻하지?"
제제가 금방 밝게 웃으며 물었다.
"응. 굉장히."
선우진은 어린애처럼 대답하며 티셔츠 밖으로 느껴지는 제제의
젖가슴을 가만히 움켜쥐었다.
♥내사랑 제제♥ 제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 ⑦
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7)
◈사람들은 누구나 알몸 위에 옷을 입는다. 그것은 본능 위에
위선의 껍데기를 걸친것과 같으나, 속이 빈 사람 일수록 위선의
가격을 논하길 즐긴다.◈
눈 내리는 겨울밤의 도시는 바람의 도시였다.
바람이 불 때 마다 발자국이 없는 거리에 쌓인 눈들이 파도처
럼 칼날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제제는 가로수에 쌓였던 눈이 떨어질 때는 가슴이 철렁 하다가
도 쇼 윈도우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에 하얗게 일어나는 포말
을 보고는 조용히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제제는 바바리 코트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티셔츠를 걷어 올
렸다. 바바리 코트의 차가운 촉감이 가슴에 닿는 것을 느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우진의 손을 끌어 올려 젖가슴을 움켜쥐
게 했다.
행인들은 눈 내리는 거리를 걷는 선우진의 제제의 젖가슴을 움
켜쥐고 걷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 것을 알고 있는 사
람은 하느님밖에 없을 것이다.
작고 아담한 젖가슴이었다. 젖가슴에 비해 꼭지가 컸다.
여자가 젖꼭지가 크면 잘 산다던데........
선우진은 여성 잡지에서 본 듯한 기사 내용을 떠올리며 말 없
이 걸었다. 어디로 갈 것인가는 생각나지 않았다. 무작정 걷고
싶었다. 토악질을 했던 까닭 이었을까. 눈 내리는 날 치고는 속
이 텅 비어서 그런지 좀 추운 것 같았다.
내일은 김달구씨 에게 잔금을 받기로 한 날이지.......
선우진은 제제의 젖꼭지를 뱅뱅 돌리면서 일을 생각했다. 언제
부터인지 모르지만 제제의 젖가슴에 땀이 촉촉해 져 오고 있다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사람의 체온이 몇 도 인데, 땀이 나
지 않을리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제제의 심장이 뛰는
감촉을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
"넌 내 생각을 하지 않고 있구나?"
"그걸 어떻게 알았어?"
제제가 이외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 심장은 뛰고 있는데 너는 바람 불지 않은 날의 호수처럼
평온하거든."
"픽, 웃기는 소리 그만 하고 언제까지 걸을래. 솔직히 난 지쳤
거든."
"그럼 진작 힘이 든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
"네가 눈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참고 있어서?"
"내가?"
"응."
선우진은 다시 한번 묘한 감정 속에 빠져들었다.
여자와 팔짱을 끼고 눈길을 걸어 본 적이 한 두 번은 아니다.
하지만 늘 두 눈은 여관이나, 호텔의 간판을 찾아 두리번거렸고.
세 치 혀는 분위기를 잡느라 쇼펜하우어 가 되어 있었다. 그러
나 제제하고는 그렇지 않았다. 그냥 어린애처럼 아무런 생각 없
이 걸었을 뿐이었다. 너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난 술을 더 마셔야 겠어."
선우진이 한참만에 입을 열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여관에 들어 갈 때 술을 사 가지고 들어가자."
"번거롭잖아."
"난 그게 좋아. 옷을 벗고 있다가 노크를 할 때 당황하며 바지
를 껴입는 그런 남자들은 싫거든."
제제는 선우진의 손이 가슴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것을 그러지
못하게 누르며 말했다.
"넌 얼마나 많은 남자들과 섹스를 해 봤니?"
선우진은 제제의 가슴을 두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울 가슴 일거라고 생각했다.
"많지는 않아. 하지만.......아니야 그만 두자."
제제는 사랑하는 사람과는 단 한번도 섹스를 해 보지 않았다는
말을 입밖에 까지 내지 못하고 몸을 틀었다.
"말을 하기 싫으면 그만 둬도 좋아. 중요한 건 현실이니까. 택
시를 타자. 우이동에 있는 산장을 알고 있어. 한식 인데 조용하
고 창 밖으로 보이는 설경이 그만인 곳이지."
선우진은 제제의 젖가슴을 잡고 거리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 우리가 기분 내로 가는 것도 아니잖아. 저
기 보이는 여관으로 가자."
제제가 측면으로 돌아서며 골목 중간쯤에 있는 그린파크 란 네
온사인을 손짓했다.
"좋아. 어디로든 가자. 솔직히 나 지금 굉장히 하고 싶거든. 너
도 그렇지?"
"약간은."
제제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선우진의 이마에 키스를 해 주었다.
언 사과에 입맞춤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어?"
선우진이 슈퍼에서 캔 맥주 몇 병과 소 주 두 병을 사 가지고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제에게 말했다.
"가능한 부탁이라면."
"내 이름을 불러 줘. 나도 네 이름을 부르겠어. 제제라고?"
"어려운 부탁은 아니군. 하지만 선우진이라는 이름은 거리감이
있는 것 같으니 조금 있다 적당한 이름을 하나 생각해 볼게."
"왜 거리감이 생긴다는 거지?"
"성과 이름을 같이 부른다는 것은 왠지 형식적인 느낌이 들지
않어?"
제제가 여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반문했다.
"그럴 듯 하군. 알았어. 그 대신 좋은 이름으로 지어 주길 빈
다."
제제는 선우진의 오래된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여관의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내사랑 제제♥ 제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 ⑧
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8)
◈섹스를 할 때는 대학 교수가 따로 없고, 창녀가 따로 없다.
또한 섹스 후에는 모든게 뒤 바뀐다. 창녀는 대학교수로, 대학
교수는 창녀로.◈
"나도 부탁이 있어?"
선우진이 여관비를 계산하기 위해 지갑을 꺼내 들었을 때 제제
가 말했다.
"나도 가능하다면 들어주지?"
"조금 전 에 택시를 타고 우이동에 있는 산장으로 가자고 했
지?"
선우진은 대답은 안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거길 가보지 않았지만. 내 예상이 맞아떨어 진다면 그 돈이라
면 이 여관의 일주일 치 방세는 지불할 수 있겠지?"
"왜 집에 들어가기 싫은 거니?"
"솔직히 그래. 그 대신 일 주일 동안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여
기로 와. 그렇다고 내가 있을 거라고 장담을 하고 오면 곤란 하
구.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흠......알았어."
선우진은 제제에게는 안된 생각이지만 화대를 지불한 다는 생
각으로 주인에게 일주일 치 방세를 선불로 지불했다.
여관으로 들어간 제제는 먼저 샤워를 해야 겠다며 옷을 훌훌
벗었다. 벗은 옷을 옷걸이에 걸고 타월을 손에 쥐는 그녀의 모
습은 영락없는 창녀의 모습이었다.
선우진은 뜻밖이라는 얼굴로 쓰게 웃었다. 지금까지 본 그녀는,
몰론 거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안 그랬지만, 눈길을 걸을 때
본 그녀는 무언가 특별한 그 무엇이 있는 여자처럼 보였었기 때
문이다.
그렇다면 일 주일 치 여관비를 지불 한 것은 화대가 맞는 셈인
가?
선우진이 여자들이란 막상 섹스를 하려고 들면 대학교수가 따
로 없고, 창녀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젖어 있을 때 였다.
"내 몸 어때!"
선우진은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캔 맥주를 마실까 하다
가 소주 뚜껑을 따면서 고개만 들었다.
"볼품없지?"
제제의 말대로 그녀의 알몸은 조각처럼 잘 빗어진 몸매가 아니
었다. 그렇다고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가슴에 비해
히프가 약간은 커 보였으나 볼 품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상체
보다는 하체가 발달한 몸매의 허리 곡선은 완벽했다. 무엇 보다
꽃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만 윤기가 흐르는 음모는 훌륭했
다. 하지만 결론은 선우진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육체를 소유하
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시 한 수를 암송할 께. 솔직히 난 너에게 줄게 없거든."
제제는 타월과 칫솔 을 목욕탕 가까이 두고 담배 불을 붙였
다.
"나 역시 너 한테 준 게 없어........"
이게 무슨 자다가 홍두깨 두들기는 소리란 말인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갑자기 시를 낭송해 주겠다니. 선우
진은 역시 괴짜긴 괴짜라는 생각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웃음 뒤에 오유리를 품에 안기 위해 시집을 들고
다녔던 기억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왔다.
"그래. 웃어도 할 수 없어. 하지만 네가 듣고 싶지 않아도 할
수 없어. 왜냐하면 난 창녀가 아니기 때문이지."
제제는 선우진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그녀는 혹시 라도
선우진이 자신을 거리의 여자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
두에 두고 있었다.
난 널 창녀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선우진은 둔기로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 기분으로 어깨를 으
쓱하며 더 이상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제제는 먼저 담뱃불을 붙였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다가 선우진
을 정면으로 한 자리에 앉았다. 다리를 포개고 앉아 길게 담배
연기를 내 품었다.
"원초적 본능 하냐?"
선우진이 물었다. 그렇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까, 제제가 갑
자기 특별한 여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제제는 대답을 하지 않
았다. 두 어 모금 담배 연기를 품어 낸 다음에 조용히 시를 낭
송하기 시작했다.
나는 울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달빛 마저 떨고 있는 숲에서......
냉기를 품은 나뭇가지에 솜털을 빼앗긴
작은 새들은 찔레나무 덤불 속에 숨어
창백한 눈동자로 별을 보고 있는 숲에서
레이스가 달린 검은 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영혼의 목덜미에 자수정 목거리를 하고
고개 숙여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바람도 머물지 못해,
풀잎 마저 날을 세우고 죽음을 기다리는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새파란 째찍자국이 일어나는
겨울 숲에 어미 잃은 승냥이의 울음소리
창백한 달빛 사이로 퍼져 나가고
굳어 버린 입술에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여자의
얼어붙은 시선은,
찬 서리 낀 잡초 더미에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는
푸른 모자를 보고 있었다.
계곡은 있어도 그 어느 곳에서도 물이 흐르지 않았고
둥지가 있어도 그 어느 둥지에도 새들을 찾아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것들 보다 죽어 있는 것들이 많은 겨울 숲에서
언젠가 사랑했던 내 여인의 서늘한 눈매를 닮은 여자가
따듯한 심장 앞에 손을 마주하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겨울숲 전문.-
제제는 담배 재가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투명한 입술을 읊조리며 한 편의 시를 낭송했다. 그 다음에 아
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제기랄-
선우진은 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태어나서 시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 본 것은 오유리 때문일 것이다. 오유리를 유린한
지금은 더 이상 시를 읽을 필요가 없었다. 처음부터 시에 대해
서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를 쓴다는 자체가 할 일 없는
사람들의 몽상과 같은 거라는 관념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 본 작품은 일일연재로 기획되었습니다.
♥내사랑 제제♥ 제2부 차 한잔의 섹스와 트라이앵글 ⑨
◈섹스를 억지로 하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말은 언제나
생각만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그렇다고 갑자기 시를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알몸으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한편의 시를 낭
송하는 제제의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마치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다 담배 연기가 흐느
적거리며 피어 올라가는 광경까지 겹쳐져서 스스로가 시인이 된
기분이 들 정도 였다.
도대체 뭐 하는 여자야!
선우진은 목욕탕 안에서 새어 나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마셨다. 대부분의 여자들의 겉과 속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이
정상이나, 제제는 도무지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샤워를 해야 겠지."
제제는 머리에 샴푸까지 하고 나서 청결한 모습으로 밖으로 나
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어제 저녁에 여인숙에서 자느라
고 샤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까지 감았다. 그러나 그런
제제를 쳐다보는 선우진의 눈빛은 경이스러울 정도 였다. 세상
에 태어나서 섹스를 하기 위해 여관에 들어 온 여자가 머리에
샴푸하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선우진은 제제처럼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충 물을 적시고,
대충 비누칠을 하고, 비누칠을 씻어 내는 것으로 샤워를 끝냈다.
"어서와."
침대 시트 속에 들어가 있던 제제가 양팔을 벌리며 속삭였다.
"난 너하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 말은 사실이었다. 선우진의 남성은 제 기운을 잃어버리고
얌전히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약간은 그래."
제제는 선우진의 늘어진 남성을 보며 이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이 샤워를 하고 나올 때는 다 그만한 이
유가 있을 거라는, 단 일초라도 빨리 섹스를 하고 싶었기 때문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섹스를 억지로 하는 사람들은 없지."
선우진이 침대로 올라가 시트 속으로 들어오길 기다렸던 제제
가 그의 품안에 안겨 들며 속삭였다.
"그 말은 맞는 말인지도 모르지....."
선우진도 그 말에는 동감한다는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이게 아
닌데 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부처님 처럼
앉아 있던 남성이, 제제의 살결에 머리를 문지르는 순간 맹렬한
기세로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이상 한 것은 남성은 황소 처럼 달려 들 듯이 씩씩 대고 있었
으나 마음은 평온 하다는 거였다.
"후후후."
제제도 예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선우진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
다가 천천히 입술을 내 밀었다. 선우진은 제제의 입술이 닿는
순간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
다. 제제는 너무 투명해서 세포까지 보일 정도의 여린 입술로
선우진의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선우진의 혀가 이빨에 부딪히
는 순간, 고개를 들어 그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제제!"
선우진이 짤막하게 이름을 부르며 허리를 껴 않는 순간, 제제
는 자연스럽게 선우진의 위로 올라갔다. 선우진은 천천히 제제
의 몸을 쓰다듬었다. 제제는 선우진의 손이 엉덩이로 내려오는
순간 약간 꿈틀거리는 가 했더니 하체를 밀착시켜 왔다. 선우진
의 남성은 제제의 꽃잎을 벗어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제
제가 의도적으로 삽입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이 선우진
의 말초 신경을 극도로 날카롭게 자극시켰다. 제제의 무성한 음
모를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 꼭 공작의 깃털로 남성을 쓰다듬
어 주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당분간 당신을 형이라고 부르겠어요. 형을 다시 또 만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난 형한테 멋진 이름을 지어 주고 싶기 때문이에
요."
선우진은 제제가 귀를 입에다 대고 속삭이는 말에, 온 몸이 타
는 듯한 흥분을 느꼈다. 제제의 입술 감촉이 너무 좋았고, 그녀
의 숨소리가 온 몸을 녹일 것처럼 귓전을 간질였기 때문이다.
"우린 다시 만날 꺼야."
선우진은 제제가 엉덩이를 위로 당겨 꽃잎의 클리토리스가 있
는 부분으로 지그시 누르고 시이소를 타듯 흔드는 감촉에 항문
이 움찔움찔 거렸다. 제제는 금방이라도 꽃잎을 열어 줄듯이 선
우진의 남성을 간질였다가 이내 나비처럼 날아가 버렸다.
"그건 나도 보장은 못해."
제제가 평소의 말투로 돌아오며, 고개를 밑으로 내려 선우진의
젖꼭지를 찾았다. 그녀는 오뚝 선 선우진의 젖꼭지를 혀로 애무
를 하다가 이빨로 자근자근 깨물었다. 선우진은 제제가 젖꼭지
를 깨물 때마다 온 몸의 실핏줄이 요동을 치는 듯한 쾌감을 느
꼈다.
선우진은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 같은 갈증 속에 제제의 활짝
열려진 항문 주변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두 손으로 항문을 활짝 열고 손가락을 항문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
제제는 선우진의 손가락이 항문을 파고드는 순간 숨이 턱 멎는
듯한 황홀감 속에 신음 소리를 크게 내 질렀다. 순간, 선우진의
남성이 꽃잎 깊숙이 박혀 오는 것을 느꼈다.
"제발......제발......."
선우진은 제제의 항문에 있는 손가락을 빼지 않았다. 그 통에
그녀가 움찔거릴 때마다 꽃잎은 선우진의 남성을 물었다, 놓았
다 하며 춤을 추었다.
세상에 항문에 성감대가 있는 여자가......
선우진은 자신이 제제의 항문을 자극해서 꽃잎이 춤을 추는 줄
모르고 멋대로 상상을 하다가 헉 하는 신음 소리를 토해 내며
길게 사정을 하고 말았다.
"형, 이런 기분 처음이야. 난......"
선우진 못지 않게 만족한 제제는 선우진의 가슴에 무너지며 자
기도 모르게 털어놓고 말았다.
"제제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선우진은 제제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가쁜 숨을 토해 냈다.
"그건 힘 들 꺼야. 난 지금까지 그 누구를 사랑해 본 적이 없
거든."
제제는 선우진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
며, 오늘 하루 생명을 더 연장한 것은 선우진이란 조금은 관심
을 갈 듯 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었다. 밖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었고, 그 바람 속에 하얀나
비 같은 눈발이 날아 다녔다.
=계속=
추천50 비추천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