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 1장
第 一 章 짓밟히는 女體
──── 기련산.
감숙성(甘肅省)과 청해성(靑海省)의 경계에 자리한 험산(險山).
기련산의 서쪽에는 그 유명한 서역(西域)과 중원(中原)의 관문인 옥문관(玉門關)이 자리하고 있었다.
쏴아아.......
우르릉 ──── !
폭우(暴雨)!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장대발같이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는 기련산 전역을 맹렬한 기세로 휩쓸고 있었다.
한데,
쉬학!
스스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거친 폭우 속을 질풍같이 질주하는 하나의 인영이 있었다.
「으음...... 서둘러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초조함과 근심이 가득한 여인의 음성.
여인의 신법은 너무 빨라 보통 사람이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설령 절정의 내공을 지닌 고수라 해도 여인의 흐릿한 그림자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가히 천지일성의 벼락과도 같은 빠르기였다.
스스.......
여인은 한 번 도약할 때마다 무려 삼사백 장씩 쭉쭉 쏘아져 나갔다.
가히 신(神)의 경지에 이른 경신술!
도대체 여인은 어떤 경신법을 연마했기에 그토록 빨리 달릴 수 있단 말인가?
촤아....... 아!
쏟아지는 폭우조차도 여인의 주위로는 접근하지 못했다.
너무 빨리 달리는 관계로 그녀의 주위로 진공상태가 생기는 까닭이었다.
「아아! 어리석은 자들! 이 모두가 대가가(大哥哥)를 해치려는 음모인줄도 모르고 그이를 핍박하려하다니.......!」
여인은 폭우 속을 질주하며 초조한 듯 연신 입술을 깨물었다..
나이는 어느 정도 되었을까?
언뜻 보기에 그녀는 이십대 정도로 보였으며 대단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명장이 조각한 듯 섬세하고 우아한 용모,
백옥같이 흰 피부,
천상선녀(天上仙女)가 하강한 것일까?
실로 보는 이의 혼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나,
자세히 보면 여인은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님을 알수 있었다.
먼저 여인의 귀밑머리는 희끗희끗한 백발이었다.
또한,
눈꼬리에 진 몇가닥의 잔주름도 그녕가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인임을 알게 해주었다.
(만에 하나 가가(哥哥)가 이미 변을 당했다면 전 무림이 나 냉약빙(冷若氷)의 손에 피로 씻기리라!)
여인은 질풍같이 몸을 날리며 붉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런 그녀의 섬섬옥수는 자신의 허리에 찬 하나의 주머니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주머니 안에서는 은은한 화약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이는 나의 생명과 다름없다! 그 분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이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보다 더한 것이라도 쓸 수 있다!)
그녀는 결연한 눈빛을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녀의 허리에 찬 주머니,
그 속에는 아주 무서운 화기(火器)가 십여 개나 들어있었다.
(하여간 서둘러야 한다! 곤륜까지는 아직도 이천여 리나 남았으니......!)
쉬학!
여인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하나의 산봉을 그대로 날아 넘었다.
한데,
그녀가 막 산봉을 날아 넘었을 때였다.
「아 ──── 악!」
돌연 빗 속에서 한소리 애처로운 여인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냉약빙(冷若氷)이라 자칭한 여인,
그녀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이런 산속에 웬 여자가......!)
그녀는 본능적으로 멈추어 섰다.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은 냉약빙의 우측 어느 계곡 안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가볼까?)
냉약빙은 갈등의 표정을 지었다.
평시였다면 그녀는 당연히 달려가 보았을 것이다.
하나,
지금 그녀는 촌각을 다투어 곤륜산까시 가야만 했다.
냉약빙은 잠시 망설임의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아흑....... 제발....... 용서를....... 아아.......!」
재차 여인의 절박하고도 애처로운 비명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누가 들어도 그것은 어떤 여인이 누군가에게 겁탈당하면서 내는 비명이었다.
그것을 안 이상 냉약빙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스악!
냉약빙의 신형은 그대로 비며이 들려온 계곡쪽으로 사라져 갔다.
같은 여인의 입장으로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찬 협곡의 끝,
깎아지른 듯 가파른 절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절벽 앞,
하나의 공터가 있었다.
한데,
지금 그 공터에는 실로 천인공노할 만행이 벌어지고 있었다.
십여 명의 장한들이 한 명의 여인을 윤간하고 있지 않은가?
장한들은 일신에 시뻘건 혈포를 걸치고 있었으며 하나같이 험악하고 흉흉한 인상들이었다.
「흘흘! 고것 요분질 한 번 기막히군!」
「빨리 끝내라, 장삼! 너 혼자 즐길 계집이 아니지 않느냐?」
그 자들은 주위를 빙 둘러싼 채 저마다 음탕한 말들을 지껄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쏴.......아!
폭우 속에서 한 명의 미부가 무참하게 사내에 유린당하고 있었다.
나이는 삼십 전후 정도 되었을까?
기품있고 우아한 용모를 지닌 미부였다.
하나,
지금 그녀의 행색은 실로 말이 아니었다.
일신에 걸친 의복은 처참하게도 갈가리 찢겨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빗물에 젖은채 제멋대로 풀어 헤쳐서 봉두난발이 되어 있었다.
본래 그녀은 고아한 하늘색 궁장 차림이었다.
하나,
색마들의 손에 그녀의 의복은 무참하게 찢겨나가 거의 벌거벗다시피한 모습이었다.
그 바람에 미부의 백옥같이 희고 매끄러운 살과 풍만하고 탱탱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지금 그녀를 가운데 두고 네 명의 흉흉한 사내가 그녀의 사지를 힘껏 잡아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활짝 벌려진 채 눌려진 두 다리,
그 사이로 한 명의 사내가 하의만 벗은 채 여인의 몸을 올라타고 헐떡이고 있었다.
「흐....... 꼭꼭 죄어대는게 일품이로군!」
사내는 한 손으로 여인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세차게 아랫도리를 흔들어댔다.
퍽....... 퍽!
그 자가 하체를 일렁일 때마다 살과 살이 부벼지는 묘한 소리가 장내를 자극시켰다.
활짝 벌려진 여인의 허벅지,
그 사이로 무성한 방초로 뒤덮인 살찐 둔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둔덕 아래의 동굴로 검붉은 사내의 흉기가 연신 출입하고 있었다.
체액과 빗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사내의 흉기.
그것이 동굴 속으로 쑤셔 박힐 대마다 여체는 마치 작살을 맞은 물고기처럼 세차게 퍼득이며 경련을 일으켰다.
하나,
여인의 입에서는 이제 더 이상 신음성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오직 한 명 사랑하는 남편에게만 허용했던 자신의 은밀한 비소,
그곳에 음적의 흉기가 무자비하게 찔러 들어오는 순간 여인은 엄청난 충격으로 반실신해 버린 것이었다.
「헉헉.......!」
출렁......
사내가 발정난 짐승의 수컷처럼 여체 위에서 날뛸 때마다 여인의 풍만한 유방이 아래 위로 물결치듯 출렁거렸다.
초점 잃은 여인의 두 눈은 멍하니 한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
한그루의 소나무 아래,
한 명의 어리 아이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나이는 겨우 삼사 세 정도,
귀업고 잘 생긴 사내아이였다.
한데,
그 사내아이는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바로 미소부의 아들이었다.
흉적들은 그녀의 아들을 헤치고 그녀의 육체를 유린하는 것이었다.
문득,
「으헉! 흐으.......!」
여체 위에서 헐떡이던 사내가 거친 신음을 토하며 전실을 부르르 떨었다.
드디어 그 자는 여체에 욕정을 폭발한 것이었다.
「흐으...... 기막히는군! 문어빨판처럼 빨아들이는 것이.......!」
그 자는 실체를 한껏 여체에 몰입한 채 전율적인 쾌락의 여운을 즐겼다.
그때,
「장삼! 대충하고 일어나라!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참이냐?」
「맞다! 모두 네놈처럼 시간을 끌다가는 내 차례가 오려면 하루 종일 기다려야겠다!」
주위를 둘러싼 장한들이 저마다 욕정에 침을 삼키며 여체 위의 사내를 재촉했다.
그러자,
비로소 장삼이라 불린 자는 아쉬운 표정으로 여체에서 떨어졌다.
그 자가 일어서자 미소부의 무참한 아랫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였다.
쏴아아아......
그녀의 아랫도리 검은 방초는 빗물에 흠씬 젖어 살갗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 사이로,
아주 깊고 살찐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인의 그곳의 꽃잎은 아주 큼직했으며 밝은 색조를 띄고 있었다.
붉은색의 꽃잎이 수줍게 입을 벌린 사이로 허연 액체가 흘러나와 땅바닥을 적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론 그것은 사내가 토해낸 정액이었다.
빗물과 함께 희끄무레한 정액을 토해내는 여인의 비소는 사내를 녹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지극히 도발적이었다.
그때,
「으헤헤! 내차례다!」
첫 번째 놈이 일어서자 다른 한 사내가 급히 하의를 벗어던지며 그대로 여체를 덮쳐갔다.
그 자는 동료의 정액이 흘러나오는 여체의 비소에 자신의 흉기를 서슴없이 찔러넣었다.
사내의 흉기가 다시 아랫도리에 그득하게 들어차자 여인의 허벅지가 일순 움찔 경령을 일으켰다.
하나,
그것 뿐 여인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헉헉...... 흐...... 역시 대단한 명기로군! 이 대단한 계집을 그동안 태양황(太陽皇)이란 놈이 혼자 즐겼단 말이지?」
퍽퍽.......!
사내는 몸이 녹아나는 듯한 전율적인 쾌감을 만끽하며 거칠게 아랫도리를 움직였다.
언어도단의 만행.
두 번째 사내도 미소부의 기막힌 그곳의 자극에 견디지 못하고 급격히 절정에 육박해 들었다.
「헉....... 헉......!」
그 자는 발작적으로 하체를 흔들며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한데.
그 자가 막 눈앞이 노래지며 황홀한 절정에 올라 폭발하려 할 때였다.
「켁!」
「크 ──── 악!」
돌연 숨넘어 가는 단발마의 비명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순간,
「무슨 일이냐? 산통깨지게.......!」
미소부의 육체를 유린하던 사내는 버럭 고함을 내지르며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도 그 자는 여전히 폭발 직전의 쾌감에 미쳐 하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헉!」
그 자는 돌연 두 눈을 찢어져라 부릅떴다.
퍼퍽!
쿠쿵──── !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동료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나무토막처럼 거꾸러지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육시를 할 놈들.......!」
스으.......
한소리 사나운 교갈과 함께 장내로 한 명의 여인이 표표히 날아내렸다.
바로 냉약빙(冷若氷)이라는 그 신비여인이 아닌가?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당....... 당신은.......!」
미소부의 육체를 올라타고 있던 흉한은 두 눈을 한껏 부릅떴다.
그 자의 뇌리에 군마영웅보(群魔英雄譜)의 서열 제십위(第十位)에 올라있는 한 명의 무서운 여인의 존재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와 함께,
「전모(電母) 냉약빙(冷若氷)!」
화락!
그 자는 공포에 질린 비명을 내지르며 다급히 여체에서 떨어져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미소부의 아랫도리를 이탈한 그 자의 흉기는 이미 볼품없이 쪼그라들어 있었다.
하나,
너무 놀란 그 자는 미처 하체를 가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만큼 눈앞에 나타난 여인의 존재는 공포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 전모(電母) 냉약빙(冷若氷)!
이것이 그 신비여인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여인의 몸이면서도 놀랍게도 군마영웅보의 서열 제 십위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일신의 무공은 기오막측했다.
특히,
그녀는 한 가지 절기 만큼은 단연 우내최강이었다.
그것은 바로 경공술이었다.
전궁만리비(電弓萬里飛)라는 그녀의 경신보법은 가히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가장 빠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전궁(電弓)이란 다름아닌 벼락을 뜻하는 것이었다.
전모(電母)라는 냉약빙의 별호는 바로 그녀의 경공이 벼락만큼이나 빠르다하여 붙여진 것이었다.
구주팔황(九州八荒)을 통틀어 아무도 그녀보다 빠르지 못했다.
따라서,
아무도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전모(電母) 냉약빙이 나타났으니 일개 음적에 불과한 흉한이 사색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헉!」
전모(電母) 냉약빙을 보고 질겁하며 황급히 달아나려고 몸을 날리던 사내,
그 자의 입에서 이내 다급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스!
갑자기 눈 앞이 뿌옇게 변하다 싶은 순간 냉약빙이 모습이 유령같이 그 자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와 함께,
쩌렁......
그녀의 섬섬옥수에서 일어나는 날카로운 쇳소리.
직후,
「안돼...... 케 ──── 엑!」
퍼 ──── 억!
우두둑!
처절한 비명과 동시에 허연 뇌수가 빗 속으로 확 번져올랐다.
냉약빙의 손가락에서 일어난 강력한 지력이 그 자의 골통을 박살낸 것이었다.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
머리통이 어깨져 나뒹구는 음적의 시체를 노려보며 냉약빙은 싸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한데 그때,
「흑!」
돌연 그녀의 옆에서 짤막한 신음성이 들려왔다.
순간,
(아차!)
급히 옆을 돌아보던 냉약빙은 안색이 싹 변했다.
사내들에게 윤간 당하던 미소부.
그녀가 어느 새 정신을 차려 한 자루 비수로 자신의 심장을 찌른 것이었다.
「아아! 이런 실수를 하다니......!」
냉약빙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자책하며 발을 굴렸다.
하나,
이미 늦은 후였다.
그래도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냉약빙은 급히 미소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단전에 장심을 붙이고 내공을 주입했다.
「으음......!」
내공을 주입하자 미소부는 전신을 부르르 떨며 힘겹게 눈을 떴다.
냉약빙이 주입한 내공이 죽어가는 그녀를 잠시 되살린 것이었다.
「정....... 정말...... 전모(電母) 선배님....... 이신가요?」
미소부는 죽어가는 눈으로 냉약빙을 올려다보며 미약한 음성으로 물었다.
냉약빙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내가 바로 냉약빙이에요!」
「아아....... 죽기전에 선배님을 만나다니....... 하늘이 저희 이씨 가문을....... 아주 버리지는 않으셨군요.......!」
미소부는 냉약빙의 대답에 안도와 함께 기쁨의 빛을 띠며 가쁘게 숨을 할딱였다.
순간,
(이(李)씨!)
냉약빙은 내심 흠칫했다.
미소부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뇌리에 이씨 성을 지닌 한 명의 기협(奇俠)의 이름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때,
「부....... 부탁이 있어요. 선배님.......!」
미소부가 다시 꺼져드는 미약한 음성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말해 보아요!」
냉약빙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부를 내려다 보았다.
미소부는 문득 소나무 아래 쓰러져 있는 사내아이를 일별하며 비통하고 처연한 눈빛을 지었다.
「저...... 아이를....... 부탁드려요. 그 아이의 아버지는....... 이청천(李靑天).......!」
「이청천(李靑天)!」
미소부의 말에 냉약빙의 입에서 놀라움의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만큼 이청천(李靑天)이란 이름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하늘 아래서 냉약빙이 존경하는 단 삼인(三人)의 기인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문밖출입금지^^
──── 기련산.
감숙성(甘肅省)과 청해성(靑海省)의 경계에 자리한 험산(險山).
기련산의 서쪽에는 그 유명한 서역(西域)과 중원(中原)의 관문인 옥문관(玉門關)이 자리하고 있었다.
쏴아아.......
우르릉 ──── !
폭우(暴雨)!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장대발같이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는 기련산 전역을 맹렬한 기세로 휩쓸고 있었다.
한데,
쉬학!
스스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거친 폭우 속을 질풍같이 질주하는 하나의 인영이 있었다.
「으음...... 서둘러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초조함과 근심이 가득한 여인의 음성.
여인의 신법은 너무 빨라 보통 사람이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설령 절정의 내공을 지닌 고수라 해도 여인의 흐릿한 그림자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가히 천지일성의 벼락과도 같은 빠르기였다.
스스.......
여인은 한 번 도약할 때마다 무려 삼사백 장씩 쭉쭉 쏘아져 나갔다.
가히 신(神)의 경지에 이른 경신술!
도대체 여인은 어떤 경신법을 연마했기에 그토록 빨리 달릴 수 있단 말인가?
촤아....... 아!
쏟아지는 폭우조차도 여인의 주위로는 접근하지 못했다.
너무 빨리 달리는 관계로 그녀의 주위로 진공상태가 생기는 까닭이었다.
「아아! 어리석은 자들! 이 모두가 대가가(大哥哥)를 해치려는 음모인줄도 모르고 그이를 핍박하려하다니.......!」
여인은 폭우 속을 질주하며 초조한 듯 연신 입술을 깨물었다..
나이는 어느 정도 되었을까?
언뜻 보기에 그녀는 이십대 정도로 보였으며 대단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명장이 조각한 듯 섬세하고 우아한 용모,
백옥같이 흰 피부,
천상선녀(天上仙女)가 하강한 것일까?
실로 보는 이의 혼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나,
자세히 보면 여인은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님을 알수 있었다.
먼저 여인의 귀밑머리는 희끗희끗한 백발이었다.
또한,
눈꼬리에 진 몇가닥의 잔주름도 그녕가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인임을 알게 해주었다.
(만에 하나 가가(哥哥)가 이미 변을 당했다면 전 무림이 나 냉약빙(冷若氷)의 손에 피로 씻기리라!)
여인은 질풍같이 몸을 날리며 붉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런 그녀의 섬섬옥수는 자신의 허리에 찬 하나의 주머니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주머니 안에서는 은은한 화약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이는 나의 생명과 다름없다! 그 분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이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보다 더한 것이라도 쓸 수 있다!)
그녀는 결연한 눈빛을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녀의 허리에 찬 주머니,
그 속에는 아주 무서운 화기(火器)가 십여 개나 들어있었다.
(하여간 서둘러야 한다! 곤륜까지는 아직도 이천여 리나 남았으니......!)
쉬학!
여인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하나의 산봉을 그대로 날아 넘었다.
한데,
그녀가 막 산봉을 날아 넘었을 때였다.
「아 ──── 악!」
돌연 빗 속에서 한소리 애처로운 여인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냉약빙(冷若氷)이라 자칭한 여인,
그녀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이런 산속에 웬 여자가......!)
그녀는 본능적으로 멈추어 섰다.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은 냉약빙의 우측 어느 계곡 안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가볼까?)
냉약빙은 갈등의 표정을 지었다.
평시였다면 그녀는 당연히 달려가 보았을 것이다.
하나,
지금 그녀는 촌각을 다투어 곤륜산까시 가야만 했다.
냉약빙은 잠시 망설임의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아흑....... 제발....... 용서를....... 아아.......!」
재차 여인의 절박하고도 애처로운 비명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누가 들어도 그것은 어떤 여인이 누군가에게 겁탈당하면서 내는 비명이었다.
그것을 안 이상 냉약빙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스악!
냉약빙의 신형은 그대로 비며이 들려온 계곡쪽으로 사라져 갔다.
같은 여인의 입장으로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찬 협곡의 끝,
깎아지른 듯 가파른 절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절벽 앞,
하나의 공터가 있었다.
한데,
지금 그 공터에는 실로 천인공노할 만행이 벌어지고 있었다.
십여 명의 장한들이 한 명의 여인을 윤간하고 있지 않은가?
장한들은 일신에 시뻘건 혈포를 걸치고 있었으며 하나같이 험악하고 흉흉한 인상들이었다.
「흘흘! 고것 요분질 한 번 기막히군!」
「빨리 끝내라, 장삼! 너 혼자 즐길 계집이 아니지 않느냐?」
그 자들은 주위를 빙 둘러싼 채 저마다 음탕한 말들을 지껄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쏴.......아!
폭우 속에서 한 명의 미부가 무참하게 사내에 유린당하고 있었다.
나이는 삼십 전후 정도 되었을까?
기품있고 우아한 용모를 지닌 미부였다.
하나,
지금 그녀의 행색은 실로 말이 아니었다.
일신에 걸친 의복은 처참하게도 갈가리 찢겨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빗물에 젖은채 제멋대로 풀어 헤쳐서 봉두난발이 되어 있었다.
본래 그녀은 고아한 하늘색 궁장 차림이었다.
하나,
색마들의 손에 그녀의 의복은 무참하게 찢겨나가 거의 벌거벗다시피한 모습이었다.
그 바람에 미부의 백옥같이 희고 매끄러운 살과 풍만하고 탱탱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지금 그녀를 가운데 두고 네 명의 흉흉한 사내가 그녀의 사지를 힘껏 잡아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활짝 벌려진 채 눌려진 두 다리,
그 사이로 한 명의 사내가 하의만 벗은 채 여인의 몸을 올라타고 헐떡이고 있었다.
「흐....... 꼭꼭 죄어대는게 일품이로군!」
사내는 한 손으로 여인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세차게 아랫도리를 흔들어댔다.
퍽....... 퍽!
그 자가 하체를 일렁일 때마다 살과 살이 부벼지는 묘한 소리가 장내를 자극시켰다.
활짝 벌려진 여인의 허벅지,
그 사이로 무성한 방초로 뒤덮인 살찐 둔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둔덕 아래의 동굴로 검붉은 사내의 흉기가 연신 출입하고 있었다.
체액과 빗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사내의 흉기.
그것이 동굴 속으로 쑤셔 박힐 대마다 여체는 마치 작살을 맞은 물고기처럼 세차게 퍼득이며 경련을 일으켰다.
하나,
여인의 입에서는 이제 더 이상 신음성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오직 한 명 사랑하는 남편에게만 허용했던 자신의 은밀한 비소,
그곳에 음적의 흉기가 무자비하게 찔러 들어오는 순간 여인은 엄청난 충격으로 반실신해 버린 것이었다.
「헉헉.......!」
출렁......
사내가 발정난 짐승의 수컷처럼 여체 위에서 날뛸 때마다 여인의 풍만한 유방이 아래 위로 물결치듯 출렁거렸다.
초점 잃은 여인의 두 눈은 멍하니 한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
한그루의 소나무 아래,
한 명의 어리 아이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나이는 겨우 삼사 세 정도,
귀업고 잘 생긴 사내아이였다.
한데,
그 사내아이는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바로 미소부의 아들이었다.
흉적들은 그녀의 아들을 헤치고 그녀의 육체를 유린하는 것이었다.
문득,
「으헉! 흐으.......!」
여체 위에서 헐떡이던 사내가 거친 신음을 토하며 전실을 부르르 떨었다.
드디어 그 자는 여체에 욕정을 폭발한 것이었다.
「흐으...... 기막히는군! 문어빨판처럼 빨아들이는 것이.......!」
그 자는 실체를 한껏 여체에 몰입한 채 전율적인 쾌락의 여운을 즐겼다.
그때,
「장삼! 대충하고 일어나라!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참이냐?」
「맞다! 모두 네놈처럼 시간을 끌다가는 내 차례가 오려면 하루 종일 기다려야겠다!」
주위를 둘러싼 장한들이 저마다 욕정에 침을 삼키며 여체 위의 사내를 재촉했다.
그러자,
비로소 장삼이라 불린 자는 아쉬운 표정으로 여체에서 떨어졌다.
그 자가 일어서자 미소부의 무참한 아랫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였다.
쏴아아아......
그녀의 아랫도리 검은 방초는 빗물에 흠씬 젖어 살갗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 사이로,
아주 깊고 살찐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인의 그곳의 꽃잎은 아주 큼직했으며 밝은 색조를 띄고 있었다.
붉은색의 꽃잎이 수줍게 입을 벌린 사이로 허연 액체가 흘러나와 땅바닥을 적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론 그것은 사내가 토해낸 정액이었다.
빗물과 함께 희끄무레한 정액을 토해내는 여인의 비소는 사내를 녹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지극히 도발적이었다.
그때,
「으헤헤! 내차례다!」
첫 번째 놈이 일어서자 다른 한 사내가 급히 하의를 벗어던지며 그대로 여체를 덮쳐갔다.
그 자는 동료의 정액이 흘러나오는 여체의 비소에 자신의 흉기를 서슴없이 찔러넣었다.
사내의 흉기가 다시 아랫도리에 그득하게 들어차자 여인의 허벅지가 일순 움찔 경령을 일으켰다.
하나,
그것 뿐 여인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헉헉...... 흐...... 역시 대단한 명기로군! 이 대단한 계집을 그동안 태양황(太陽皇)이란 놈이 혼자 즐겼단 말이지?」
퍽퍽.......!
사내는 몸이 녹아나는 듯한 전율적인 쾌감을 만끽하며 거칠게 아랫도리를 움직였다.
언어도단의 만행.
두 번째 사내도 미소부의 기막힌 그곳의 자극에 견디지 못하고 급격히 절정에 육박해 들었다.
「헉....... 헉......!」
그 자는 발작적으로 하체를 흔들며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한데.
그 자가 막 눈앞이 노래지며 황홀한 절정에 올라 폭발하려 할 때였다.
「켁!」
「크 ──── 악!」
돌연 숨넘어 가는 단발마의 비명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순간,
「무슨 일이냐? 산통깨지게.......!」
미소부의 육체를 유린하던 사내는 버럭 고함을 내지르며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도 그 자는 여전히 폭발 직전의 쾌감에 미쳐 하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헉!」
그 자는 돌연 두 눈을 찢어져라 부릅떴다.
퍼퍽!
쿠쿵──── !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동료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나무토막처럼 거꾸러지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육시를 할 놈들.......!」
스으.......
한소리 사나운 교갈과 함께 장내로 한 명의 여인이 표표히 날아내렸다.
바로 냉약빙(冷若氷)이라는 그 신비여인이 아닌가?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당....... 당신은.......!」
미소부의 육체를 올라타고 있던 흉한은 두 눈을 한껏 부릅떴다.
그 자의 뇌리에 군마영웅보(群魔英雄譜)의 서열 제십위(第十位)에 올라있는 한 명의 무서운 여인의 존재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와 함께,
「전모(電母) 냉약빙(冷若氷)!」
화락!
그 자는 공포에 질린 비명을 내지르며 다급히 여체에서 떨어져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미소부의 아랫도리를 이탈한 그 자의 흉기는 이미 볼품없이 쪼그라들어 있었다.
하나,
너무 놀란 그 자는 미처 하체를 가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만큼 눈앞에 나타난 여인의 존재는 공포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 전모(電母) 냉약빙(冷若氷)!
이것이 그 신비여인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여인의 몸이면서도 놀랍게도 군마영웅보의 서열 제 십위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일신의 무공은 기오막측했다.
특히,
그녀는 한 가지 절기 만큼은 단연 우내최강이었다.
그것은 바로 경공술이었다.
전궁만리비(電弓萬里飛)라는 그녀의 경신보법은 가히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가장 빠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전궁(電弓)이란 다름아닌 벼락을 뜻하는 것이었다.
전모(電母)라는 냉약빙의 별호는 바로 그녀의 경공이 벼락만큼이나 빠르다하여 붙여진 것이었다.
구주팔황(九州八荒)을 통틀어 아무도 그녀보다 빠르지 못했다.
따라서,
아무도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전모(電母) 냉약빙이 나타났으니 일개 음적에 불과한 흉한이 사색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헉!」
전모(電母) 냉약빙을 보고 질겁하며 황급히 달아나려고 몸을 날리던 사내,
그 자의 입에서 이내 다급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스!
갑자기 눈 앞이 뿌옇게 변하다 싶은 순간 냉약빙이 모습이 유령같이 그 자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와 함께,
쩌렁......
그녀의 섬섬옥수에서 일어나는 날카로운 쇳소리.
직후,
「안돼...... 케 ──── 엑!」
퍼 ──── 억!
우두둑!
처절한 비명과 동시에 허연 뇌수가 빗 속으로 확 번져올랐다.
냉약빙의 손가락에서 일어난 강력한 지력이 그 자의 골통을 박살낸 것이었다.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
머리통이 어깨져 나뒹구는 음적의 시체를 노려보며 냉약빙은 싸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한데 그때,
「흑!」
돌연 그녀의 옆에서 짤막한 신음성이 들려왔다.
순간,
(아차!)
급히 옆을 돌아보던 냉약빙은 안색이 싹 변했다.
사내들에게 윤간 당하던 미소부.
그녀가 어느 새 정신을 차려 한 자루 비수로 자신의 심장을 찌른 것이었다.
「아아! 이런 실수를 하다니......!」
냉약빙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자책하며 발을 굴렸다.
하나,
이미 늦은 후였다.
그래도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냉약빙은 급히 미소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단전에 장심을 붙이고 내공을 주입했다.
「으음......!」
내공을 주입하자 미소부는 전신을 부르르 떨며 힘겹게 눈을 떴다.
냉약빙이 주입한 내공이 죽어가는 그녀를 잠시 되살린 것이었다.
「정....... 정말...... 전모(電母) 선배님....... 이신가요?」
미소부는 죽어가는 눈으로 냉약빙을 올려다보며 미약한 음성으로 물었다.
냉약빙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내가 바로 냉약빙이에요!」
「아아....... 죽기전에 선배님을 만나다니....... 하늘이 저희 이씨 가문을....... 아주 버리지는 않으셨군요.......!」
미소부는 냉약빙의 대답에 안도와 함께 기쁨의 빛을 띠며 가쁘게 숨을 할딱였다.
순간,
(이(李)씨!)
냉약빙은 내심 흠칫했다.
미소부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뇌리에 이씨 성을 지닌 한 명의 기협(奇俠)의 이름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때,
「부....... 부탁이 있어요. 선배님.......!」
미소부가 다시 꺼져드는 미약한 음성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말해 보아요!」
냉약빙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부를 내려다 보았다.
미소부는 문득 소나무 아래 쓰러져 있는 사내아이를 일별하며 비통하고 처연한 눈빛을 지었다.
「저...... 아이를....... 부탁드려요. 그 아이의 아버지는....... 이청천(李靑天).......!」
「이청천(李靑天)!」
미소부의 말에 냉약빙의 입에서 놀라움의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만큼 이청천(李靑天)이란 이름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하늘 아래서 냉약빙이 존경하는 단 삼인(三人)의 기인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문밖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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