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날 15부
15부
오유민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에 오유민이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을때는, 나도 모르게 연애를 시작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설레기 까지 했었다. 하지만 선뜻 내 마음이 가는데로 행동할 수 없었다. 오유민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오유민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며 계기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는 없었지만, 내게 다가오고 싶다는 그 말에서 유추할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오유민은 그저 예림이의 연장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내 자신이 착한놈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짓밟는 것에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악당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 점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예림이와 서있던 자리, 그리고 내 가슴에 포게어진 그녀의 몸의 무게를 느끼며 손으로 더듬었던 지하철 바로 그 자리에 서서 나는 지하철이 흔들리는 대로 몸을 흔들었다. 내 앞에서 내 쪽으로 기대어져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예림이의 빈자리가 아쉬웠다. 분명..분명 그때는 누나와 동생사이가 아니었는데..
순간순간 예고없이 형성되는 우리 둘 만의 공간은 내게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해 주었지만,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화상채팅을 통해서 조금씩 그 공간을 자의적으로 만들수있다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당장 인재의 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불행히도 오늘은 휴일이었다. 비단 휴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예림이는 더이상 밤비로 분하지 않을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구비구비 펼쳐진 골목길로 발을 내딛었다. 예전에 살던 동네는 이것보다 훨씬 좋았는데..하는 철없는 회상에 이제는 더이상 빠지지 않았다. 예림이와 나 둘만이 내던져진 세상에서, 이 정도면 축복받은 것이었다. 살만하니까, 축복받았으니까 나는 이렇게 다른 마음을 먹을수 있을만큼의 여유를 갖고 예림이를 사랑하는 것이다.
골목길은 평소처럼 늘 조용했다. 비라도 와서 그냥 확 적셔버리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에, 건조한 공기를 마시며 입맛을 쩍 하고 다셨다. 드문드문 보이는 편의점들과, 휴일에도 장사를 하는 조그만 식당이 눈에 보였다.
‘과정..과정이라.’
어느새 나는 오유민이 했던 그 말을 곱씹고 있었다. 결말을 알고 있어도 과정이 중요하기에 영화를 보는 것이라던 그 말. 순간 천천히 내딛어 지던 내 발걸음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뭐해요? 공부해요?-
그리고 내 손에는, 숙모에게서 온 문자가 찍혀있는 휴대폰이 들려져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묻는 그녀의 모습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예전과 비교하자면 너무나 달라진 모습이었다. 강한별을 만나고 있을 삼촌이 집에 없으니, 내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맞다. 어색해지기는 커녕, 그 날의 일로 나와 숙모는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서로 데면데면했던 예전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모든 것은 번개가 치던 그 날밤의, 기적과도 같은 그 시간 이후로 바뀐 것이었다.
오유민의 말이 옳았다. 모든 것은 과정..즉 동기가 중요했다. 숙모와의 관계가 급진전 된것은 절대 그래서 안될 섹스라는 배경이 존재했으며, 그 배경뒤에는 번개공포증이라는 동기가 존재했다.
분명히, 예림이와 나 사이에 맞는 동기도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정작 내가 이렇게 미쳐버린 동기는 찾지도 못하면서, 나는 편의점에 들려 몇병의 맥주를 구입하고야 말았다. 이제서야 내 자신에게 솔직해 질 수 있었다. 누나를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마음보다, 그 누나가 나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싫다는 질투가 너무나 컸다. 누나와 함께 있던 어릴적 기억도, 그리고 세상의 시선 혹은 규율이라는 잣대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본능을 저지하지 못했다.
봉투안에서 딸그락 거리는 몇 병의 병맥주와, 내가 마시려고 산 소주들의 무게는 꽤 무거웠다. 손가락에 빨갛게 줄이 갈정도로 팽팽해진 비닐봉투를 움켜쥐고, 나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하여 누나가 돌아와 있을 집의 현관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하아..후우..”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마치 신부가 기다리고 있는 신혼집으로 달려온 신랑이 된 기분이었다. 문고리에 달린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이 빼꼼히 열릴 때까지 나는 마음속으로 몇번의 큰 심호흡을 반복했다.
평소에 늘 늦었지만, 오늘은 그렇게 늦지 않은 시간이었다. 평소처럼 문을 열자마자 어둠이 날 반기지 않았다.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고, 방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기분좋은 향기가 은은하게 베어 있었다. 예림이가 나가기전에 뿌렸던 향수 냄새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이었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잘 정돈된 침대와, 그 옆에 커튼으로 되어있는 자그마한 칸막이. 그리고 바닥에 깔려있는 푹신한 이불까지도 모두 그대로였다. 단 하나 평소와 다른점이 있다면, 예림이가 방 안에 없다는 것 뿐이었다.
쏴아아..
그 대신, 욕실에서부터 물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왜인지는 나도 알수 없지만, 나는 딸그랑 거리는 비닐 봉투가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았다. 욕실에서 들리는 샤워소리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예림이의 살결에 부딪혀 이리저리 튀는 그 단순한 소리들이 이토록 특별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시선은 욕실문 앞을 향했다. 예림이가 늘 집에서 입는 편한 면 트레이닝 복과 민소매 티셔츠, 그리고 하늘색의 란제리가 곱게 개어져 놓여 있었다. 내가 늦을줄 알았는지, 다 씻고 나와서 갈아입으려고 둔 모양이었다. 평소에 내가 있을때 누나는 옷을 다 가지고 가서, 그것을 세탁기 위에 올려두고는 그 옷이 젖지 않게 수건까지 덮는 수고를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평소라면 욕실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내가 집에 왔음을 알렸을 텐데,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들숨과 날숨을 최대치로 낮추어 가만히 욕실을 응시했다. 간간히 샤워기소리가 멈추고, 비누칠을 하는 듯 스윽스윽 하는, 타올이 살결을 미끄러지는 그 소리가 들려왔다.
경험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예전 같았다면 이 소리들만 듣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예림이의 알몸을 본 것과, 오늘 낮에 몸을 더듬었던 경험들이 내 머리속에서 예림이가 샤워하는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대고 있었다.
그제서야, 지하철에서 오는 내내 머리속에 떠올랐던, 오늘 집에서 누나를 마주치면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 씻겨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왔다. 내가 아는 누나라면, 분명 그것을 끝까지 모르는 척 할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욕실에서 내가 보고 있었던 것을 내색한적이 없었으니까. 아마 누나라면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하려 노력할 것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물소리는 멎었고, 욕실도 내가 있는 방에도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욕실문이 열렸고, 향긋한 냄새를 머금은 수증기가 방안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침을 꼴깍 삼키며, 나는 욕실문이 벌어진 그 틈바구니 사이로 내 시선을 고정했다.
하얀 무언가가 문 틈사이로 살짝 삐져나왔다. 그녀의 하얀 종아리를 생각했던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다. 내 상상 속에서 뽀얀 하반신을 드러냈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살짝 팔만 뻗어 문 앞에 놓아 두었던 옷가지를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가슴속이 철렁했다. 자위행위를 하다가 들킨 것처럼 머리속이 하얘졌다. 누나는 애초에 내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내 양심에 일침을 가한 것이었다. 문틈으로 삐져나왔던 그녀의 하얀 팔은 옷가지들을 움켜쥔 채로 다시금 욕실문틈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괜시리 헛기침을 하며, 밥먹을때 쓰는 밥상위로 술들을 올려놓았다.
“왠 술이야?”
뜨끔한 마음 반, 체념 반으로 술잔 까지 올려두던 나는 고개를 들어 누나를 바라보았다. 회색 면 트레이닝이 살짝 물기가 있는 피부위로 은근히 달라붙어, 젖어 있는 머리결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도 어색하지 않으려 마음을 먹었는지 최대한 평상시의 톤을 유지하며 묻고 있는 듯했다.
“그냥..마시고 싶어서. 같이 마실래?”
평소처럼 장난기 있는 얼굴로 ‘쬐끄만게 술은!’이라고 핀잔을 주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살며시 비비며 내 앞에 앉았다. 안주 대용으로 사가지고 온 과자를 한 입 베어무는 예림이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나 사이에는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그녀의 잔에 맥주를 부어주고는, 내 잔에는 소주를 부었다. 어렸을 적에 나와 밖에서 놀던 생각이 아직도 남아있는 건지, 성인이 되서 독한 소주를 아무렇지 않게 잔에 따르는 나를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예림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니까 우습지?”
“...”
“누나랑 내가 같이 성인이 되서 술을 마시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예림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가 따라준 맥주잔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보다 못한 내가 술잔을 들어 내밀었고, 그녀는 마지못해 사이즈가 다른 내 잔에 자신의 글라스를 살짝 부딪혀 주었다. 불투명한 액체가 담긴 컵 너머의 얼굴은 너무나 하얗고 눈부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오늘은 버스에서 내가 몸을 더듬었던 그 날과는 비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버스에서는 그저 엉덩이에 손바닥을 대고 있었을 뿐이지만, 오늘은 정말 내 욕심껏 그녀를 주물러 버렸기 때문이었다. 틀림없었다. 누나는 아직도 아까의 그 일이 머리속에서 맴도는 모양이었다.
“빨리..내가 졸업해서 누나를 책임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바보같은 소리를..”
그제서야 누나는 내 말에 반응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애써 웃고 있었지만 내 말은 진심이었다. 욕심 같아서는 누나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게 하고 싶었다. 돈따윈 걱정하지 않도록..그리고 우리가 정한 우리만의 공간에서, 이렇게 세상의 눈을 피해서 살 수 있도록 말이다.
“엄마 아빠가 남겨주신 돈으로 너 대학은 마칠 수 있을거야.”
“그래. 그때까지만 참아야지.”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은 울컥한 듯 목소리가 떨리는 예림이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다. 조그마한 어깨를 가슴가득 끌어안아 주고 싶었지만, 나는 술을 넘김으로서 그 욕망을 꾹꾹 담아 눌렀다.
예림이는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조금씩 맥주를 목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내가 잔이 비면 손을 뻗어 소주를 채워주기도 하면서, 무거웠던 적막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과외는 어때?”
“할만해. 그나마 내가 할 줄 아는걸 가르치는 거잖아.”
“애들이 짓궂거나 하지는 않아?”
“짓궂다니?”
“그냥 뭐...아무래도 남자애들이니까 누나를 우습게 본다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누나에게, 차마 내가 상상했던 것들을 들려줄 수 없었다. 고등학교때라면 뻔하니까. 얼굴 반반하고, 언뜻 봐도 몸매가 좋은 과외 여선생이 있으면 상상속에서 몇 번이고 그 과외선생을 벗겨 낼테지. 아니, 나라면 지금이라도 그럴 거다.
“아니면 야한 농담을 한다거나.”
“...바보. 그런애 아냐. 다들 착한걸.”
그나마 많이 중화한 표현임에도 손까지 저어가며 부정하는 누나의 태도에 어느정도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샤워를 막 하고 넘기는 맥주맛이 사뭇 마음에 들었는지, 조금씩 홀짝이던 그녀는 어느새 세 병째의 맥주를 잔에 따르고 있었다.
역시 술은 어두운 분위기를 밀어내고, 때로는 너무나 솔직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서먹했던 침묵의 시간은 조금씩 잦아들었고, 어느덧 대화의 주제는 누나의 미국생활과 내 대학생활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교묘하게 부모님의 이야기를 피해가는 내 노력이 첨가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것은 조금 풀어진 예림이의 얼굴표정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만 해도 상기된 표정이었던 그녀의 하얀 얼굴이, 조금씩 붉어지며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머리결은 다 말라 있었지만, 내 가슴은 반대로 촉촉해지고 있었다.
“나..곧 엠티 갈것같아.”
“엠티?”
“응. 다다음주 쯤에.”
“아아..”
누나는 내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 앞에 있는 과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근데 예영아.”
“응?”
“한국에 대학교 엠티는 정말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
“아..응. 그렇지. 오죽하면 엠티가 마시고 토하고의 약자라는 말도 있어.”
“응? 마시고 토하다의 약자면 DT아니야? Drinking and Throwing up.”
“아니 그게 아니고..에휴..관둬.”
큰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가 귀엽기도 해서 그만 웃어버렸다. 아무래도 저 말은 한국에 사는 대학생들이나 피식 하고 웃을 조크인 모양이었다.
“아 근데..정말 그 소문이 진짜야?”
“소문이라니?”
“아니..뭐..”
의아한 내 표정에 누나는 조금은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망설임 위에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묘하게 합쳐져 귀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거기가면 남자 선배들이 여자 후배들을 일부러 막 먹인다며..술을.”
“하하하.”
나는 그만 웃어 버렸다. 하기사 한국에서 쭈욱 살았던 박인재도 그런 잘못된 정보를 듣고 환상에 빠져 있는데, 한국 대학 문화를 말로만 들어봤던 그녀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듯 싶었다.
“혹시 그 다음 이야기는 술취한 여학생을 선배 남자 여럿이 풀숲으로 끌고간다..맞지?”
“그..그거 진짜구나?”
내 말에 양 손으로 맥주잔을 쥔 예림이가 놀라서 되물었다. 붉게 물든 볼과, 그것과 같은 색깔의 촉촉한 입술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조금씩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으로 그녀가 미묘하게 선을 넘는 질문을 한것 같은 느낌에 설레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이 야한 말과 거리가 멀었고, 그나마 그 이야기의 주체가 우리 둘이 아니긴 했지만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소주를 비우고는 넌지시 누나에게 물었다.
“그럼? 미국대학은 어때?”
“뭐가?”
“성적으로 많이 개방적이잖아. 그런 일 많지? 파티같은 데서.”
예상대로 누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대화의 주제가 그리로 흘러서일까? 그녀는 잠시 머뭇거릴 뿐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종종 있어. 연인들끼리 모이는 파티도 있고..그 파티에서 눈이 맞는 애들도 있고.”
“눈이 맞으면..그날은 둘이 자는거야?”
“그..그거야 뭐..본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겠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입술을 삐죽 내미는 예림이의 모습이, 자신은 그런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아서 깜찍하게 느껴졌다.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듯,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지어보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누나는? 누나는 그런적 있어?”
“뭐가?”
“파티에서..남자랑..”
“야! 김예영 너..”
눈 앞에 있는 과자를 집어들어 내게 던지는 시늉을 해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황급히 손을 들어 막는 시늉을 취하며 웃어버렸다. 하지만 말투와는 달리 누나는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맥주를 몇 잔 더 목으로 넘기며, 희미하게 웃는 듯했다.
순간, 내 머리속으로 무언가가 퍼뜩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 술들. 누나는 살짝 취기가 오르는지 자신의 이마쪽에 간간히 손을 데어보고 있었다. 맞다. 저번에 강한별과 오유민. 그리고 인재와 술을 마실때에도 딱 이정도의 타이밍이었다.
“누나. 나랑 재밌는 게임할래?”
“게임?”
“응. 게임하면서 술도 마시는 거야. 한국 대학생들은 술자리 게임을 많이 알고 있거든.”
“정말? 둘이서 할 수 있는 게임도 있어?”
“당연하지. 둘이라서 더 재밌는 게임인데.”
“뭔데?”
뭐냐고 묻고 있긴 했지만, 이미 호기심에 가득 차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거부감이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소주잔에 술을 채워 상의 중간에 놓아두었다.
“진실게임이라는 거야.”
“진실게임?”
“뭐..게임치고는 엄청난 고전인데..아직도 사랑받는 게임이지. 술자리에서.”
“그게 뭔데?”
“말 그대로 무조건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거야. 대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무조건 이 벌주를 마시기.”
“에이 그게 뭐야. 너무 단순한데?”
실망한 듯한 예림이의 표정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임이라고 했는데 그냥 진실만 말하면 된다니..하지만 나도 처음 이 게임을 할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중이 되어서야 진실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큰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지 깨달았지만.
“하다보면 재미있을걸? 해볼래? “
“그래. 좋아. 난 원래 거짓말을 안하니까.”
“하지만 무조건 대답을 해야해. 진실로. 대답 못할때는 술을 먹는 거고. 자기의 양심을 걸고 참말만 해야 하는거야.”
“알았어.”
자신있다는 표정의 예림이의 모습에, 곧이어 눈에 띄게 당황할 그녀의 표정이 머리속에 그려져서 웃음이 나왔다.
“한 사람당 하나씩 질문하는 거야. 번갈아 가면서.”
“좋아.”
“누나부터 해봐.”
“나부터?”
“응.”
“으음...”
그녀는 무슨 질문을 할까 고심하는 표정이었다. 초장부터 첫경험을 물어봤던 강한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그런 순진한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갸웃하며 촉촉해진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너는...지금 여자친구 있어?”
“시시하네. 아니오야.”
“뭐야. 재미 없을거 같다고 했잖아.”
“이제 내 차례.”
“좋아.”
“첫경험이 언제야?”
내 질문에, 예림이의 큰 눈이 더 커져서 나를 향한다. 피식 하고 웃어버린 내 얼굴과는 대조적인, 눈에 띄게 당황한 예림이의 표정은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야..너..!”
“게임..게임.”
정색하며 손을 젓는 내 모습에, 누나는 또 한번 손에 들었던 과자를 상 위로 내려놓았다.
“대답 안할거야? 술마시던가.”
“이거 소주잖아.”
“그러니까 벌주지. 대답할래? 마실래?”
그녀는 조그만 잔에 가득 담겨 있는 투명한 액체를 보며 울상을 지어보였다. 이미 질문에 대한 답은 화상채팅을 통해 알고 있지만, 동생 김예영이 되어 그것을 듣는 것은 화상채팅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열..아홉살때.”
그녀의 입술이 떨어졌을때, 나는 심히 표정관리를 하려 애를 써야만 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귀로는 그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이제 누나 차례야.”
첫경험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한번 더 질문하는 것은 기본적인 룰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누나는 목이 탄지 맥주를 조금 들이켰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내게 입을 열었다.
“그러는 너는? 넌 언젠데?”
“고등학교 2학년때.”
예상했던 질문이었기에 내 대답은 빨리 나왔다. 너무나 쉽게 돌아온 내 차례에 누나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진실게임이란..이런 긴장감안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자위를 해본적 있어?”
“야아!”
“게임!게임!”
이제는 대놓고 선을 넘어서 버린 내 질문에 예림이는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은근히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나에게 들켜버린 이상, 내 쪽에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 필요성 따윈 없었다. 하지만 누나에게 던진 이번 질문은 내 입장에선 적합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없어. 한번도.”
어설프게 한 번의 질문기회를 써버린 내 자신에게 질책하고야 말았다. 저번에 누나와 영화를 보고 술을 마셨을 때에 누나는 남자와의 스킨쉽이 생각나도 참는다고 했는데..그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누나 말해봐.”
“나..나도 같은거 질문할래.”
내가 강한별에게 했던 것처럼, 진실게임의 하수들이나 하는 질문재탕을 하고 있는 예림이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여기서..조금 더 진도를 나가볼까?
“그 질문의 답은 누나도 알고 있지 않아?”
의미 심장한 내 말에, 방의 공기는 숨이 막힐듯 우리 둘사이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미묘한 긴장감때문인지 누나의 목소리와 눈빛은 조금씩 떨려오고 있었다.
“내..차례지?”
내 질문에 누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내가 자위하는 것을 봤잖아?’라고 하는 듯한 내 말에, 예림이의 얼굴 표정은 미묘한 흥분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말했잖아? 재미있을 거라고..라며, 나는 속으로 누나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질문을 하기에 앞서, 앞으로는 질문 재탕하기 금지야.”
“알았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고, 눈 앞에 있는 맥주를 살짝 마시는 그녀를 보며 이번엔 내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오늘 지하철에서..어땠어?”
우리 둘 사이에 존재하던 ‘모르는 척’을 산산히 부숴버리는 내 질문이었다. 누나는 번개라도 맞은 양 몸을 부르르 떨었고, 아직 개시를 하지 않은 투명한 벌주위로 그런 누나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너..너무해.”
“게임이잖아.”
“조금..좋았어.”
이번엔 내가 눈 앞에 있는 소주를 목에 넘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쿵쾅쿵쾅하는 소리가, 방안 이곳저곳에서 입체 음향으로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어왔다. 뻔뻔한 나도 이번에는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이제 내가 물어볼게. 더듬은 이유가 뭐야?”
“나는...”
나 역시 벌주에 손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질문은 나에게 있어서 기회일지도 몰랐다. 다른 남동생과는 너무나 다른, 그러니까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이 다른 내 마음을 알려줄 좋은 기회말이다.
“누나가..좋아. 가족으로서 좋은거 말고.”
“김예영..너..”
“그만. 질문과 대답만 하는거야.”
나는 빠르게 그녀의 말을 끊어 버렸다. 예림이는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공격권은 내게 넘어온 후였다.
“누나도..나를 한 번이라도 동생이 아닌 다른 남자로서 상상해 본적이 있어?”
침을 삼키는 그 모션이 저속하게 보일것 같아서, 나는 숨을 들이쉬는 척 하며 메마른 내 목을 축였다. 예림이의 눈동자와, 상위에 놓은 술잔이 동시에 흔들렸다. 이윽고, 누나는 손을 뻗어 벌주를 움켜쥐었다.
“읍..!”
소주가 너무나 쓴 듯, 인상을 찡그리며 술을 넘기는 그녀의 모습이 묘하게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예, 혹은 아니오의 대답이 나오는 질문에 술을 마신것은, 어쩌면 ‘예’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몸..봤을때...”
예림이의 목소리가 떨리며, 이제는 하나의 질문마저도 스타카토 처럼 뚝뚝 끊어지고 있었다. 몇 번이고 자신의 말을 되삼킨 예림이가 다시금 질문을 완성시킬 때까지, 나는 묵묵히 그녀의 얼굴을 보며 기다려주었다.
“내 몸..봤을때..어떤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이것이 예림이가 진정 얻고 싶어하던 답일지도 몰랐다. 내가 어느날 부터 자위를 하지 않으니까 용기를 내어 란제리라는 최종 철책을 해제한 것처럼, 분명 예림이의 행동 뒤에는 이러한 호기심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감정에 솔직해 지는 것 뿐이었다. 설령 그것이...다시는 보통의 남매로 돌아올수 없는 문을 통과하는 티켓이라 할지라도.
“갖고 싶다..라는 생각.”
술기운을 머금은 우리 둘의 숨소리가 방안의 모든것을 취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벌주가 아닌데도 목이 탈때마다 소주를 마셨던 나는 물론, 술이 약한 예림이도 맥주때문에 조금은 풀어져 있는 것이었다. 옆으로 살짝 모아져 있는, 예림이의 다리를 무심코 바라보았을때는, 그 안이 촉촉하게 젖어있지 않을까 하는 불경스런 상상도 여지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지?”
조금은 더워졌는지, 어깨위로 늘어뜨렸던 머리를 뒤로 묶으며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왠지 지금은 담배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야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누나 흥분했어?”
누나의 입술이 살짝 깨물려졌다. 웃고 있어야 할지,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어색해져 버린 내 눈가에, 벌주를 따라 마시는 예림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술을 마시고는 잔뜩 찡그린 얼굴을 한 예림이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여기서 끝.”
맥이 탁 하고 풀려버렸다. 활시위가 이미 팽팽하게 당겨졌는데, 화살은 활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화살통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벌떡 일어난 예림이는 한쪽에 상을 밀어놓고는, 조금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침대로 다가가 걸터 앉았다.
“너무 늦었어. 불 끄자.”
“나 샤워도 못했어.”
“내일 해. 어차피 너 아침마다 하잖아.”
“그럼 내일도 속옷을 안입..”
“야! 게임 끝났어 바보야!”
화가 난 것처럼 언성을 높였지만, 그녀가 화가 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내가 피식 하고 웃는 것도 보기 싫다는 듯, 누나는 손을 뻗어 벽에 달린 형광등의 스위치를 눌러 버렸다. 방안에는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왔고, 당황한 나는 괜시리 투덜거렸다.
“뭐야..나 하나도 안보인단 말이야.”
“이제..잘 거야.”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는, 누나도 침대위로 누워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손을 더듬거리며, 내 이부자리를 찾아 겨우겨우 몸을 눕혔다. 머리가 핑핑 도는 것이, 취기가 많이 오른 듯했다.
방안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몸을 눕히고 나서야,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내 하반신이 인식되고 있었다. 진실만 말하면 그만인 단순한 게임에, 나는 잔뜩 흥분해 버린 듯했다.
“누나.”
“...왜.”
낮은 톤으로 대답했지만, 이미 빨개져 버린 얼굴을 내게 들킨 누나의 목소리는 조금의 위엄이나 신빙성을 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이럴때 더욱 능글맞아 진다.
“하나만 제안해도 돼?”
“...제안?”
“응.”
“뭔데?”
“지금 술을 마셨고, 진실게임도 했으니까...오늘은 끝까지 솔직해 지기로.”
“진실게임은 끝났잖아.”
“게임을 말하는게 아니야. 행동을 말하는 거지.”
“행동?”
어둠속에서, 떨리는 두개의 목소리가 교대로 의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쉬이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지긋이 누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나 지금 자위하고 싶어.”
한번 넘은 선은 더이상 선이 아니었다. 뜯겨져 버린 철책은 장애물이 아닌, 그저 지형지물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했다.
“마음대로...해..”
“오늘만..오늘만이야.”
“아..알았어.”
마지막으로 누그러진 누나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살며시 지퍼를 내리고 잔뜩 부풀어 오른 불기둥을 끄집어 내었다. 어둠 속에서도 빨갛게 충혈된 것이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그것은 너무나 크게 솟아 있었다.
“누나는? 누나도 해봐.”
“시..싫어. 해본적도 없고...그걸 어떻게 해..”
나는 발기된 자지를 한손으로 감싸쥐며, 누나의 목소리를 조용히 귀로 음미하고 있었다. 싫다고는 하지만 미묘하게 떨리는 것이 종래의 그 가능성에 힘을 더해주고 있었다. 아니,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가능성의 실체를..확인하고 싶었다.
“어차피 커튼이 있으니까 안보일거야. 어둡기도 하고.”
“나..난 싫어.”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서..만지기만 해봐.”
“...”
이제는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누나가 얇은 천 너머로, 술 때문에 한결 거칠어진 호흡을 하며 누워 있다는 사실에 내 흥분도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조금의 여과도 없이 내 손과 발기된 자지가 마찰되는 소리를 예림이에게 들려주었고, 그 시간이 지날수록 내 옆에서 꼼지락 거리는 예림이의 소리가 들려오는 빈도는 더욱 잦아지고 있었다.
내 숨소리는 거칠어 졌다. 손이 움직이는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고, 조금씩 어둠은 적응이 되어 사물을 분간할수 있게 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침대위에 누워있는 누나쪽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머리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너무나 위험했다.
“누나..부탁이 있어.”
“무..무슨부탁?”
아까와는 달리, 일부러 툭 쏘는 말투가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손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내 요구대로 속옷 안으로 들어가 있을까?
“누나가..손으로 해주면 안돼?”
“뭐? 그걸 어떻게 해..”
“그럼 지하철에서 처럼..만질까?”
예림이는 일순간 돌진해오는 동생의 모습에 당황한 목소리였다. 적어도 본능을 이길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아..알았어. 어떻게 하면..되는데..”
“손으로 내걸 잡고..흔들어 주면..”
“그..그렇지만..”
“그럼 손만 뻗어줘. 침대 끝에 누워서..커튼 안으로 손만 밀어넣으면 되잖아.응?”
나는 애원하다시피 그녀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나 역시 잘 알면서..그 뒤에 도사린 달콤한 무언가가 나를 더욱 애타게 만들었다.
“아..알았어.”
이윽고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내 자리와 침대 사이에 드리워진 커튼 틈으로 파르르 떨리는 하얀 손이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내 중심부 쪽으로 이끌었고, 차가운 그 손은 뜨거운 내 자지에 닿았을때에 움찔하고 떨렸다.
“그..그렇게..이제 움켜쥐어봐.”
예림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커튼 너머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어떤 자세를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커질대로 커진 내 중심부를 그녀의 보드라운 손이 감싸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이렇게..?”
“응..하아..너무 좋다..”
이제는 꺼리낄것이 없었다. 누나의 손이 내 자지를 움켜쥐고 상하로 흔들리는 순간 비교도 안되는 쾌감이 머리를 강타했다. 어설프게 흔들리는 그녀의 손. 하지만 어설프기에 훨씬 더 흥분되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더..더빨리..하아..”
“파..팔아퍼..”
“계속 움직여줘..계속...”
야한 행동을 요구하는 내 말에는 이제 더이상 거리낌이 없었다. 마치 당연한 것을 받는 사람처럼, 나는 가장 밑부분에서 부터 가장 위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녀의 하얀 손을 바라보며 그녀의 팔을 움켜쥐었다. 상상속에서, 잔뜩 젖어있는 예림이의 몸안으로 내 불기둥은 끝없는 왕복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나..쌀것같아..”
“뭐..뭐? 그럼 어떡해?”
“머..멈추지마..계속..”
커튼 너머로 당황한 목소리가 울려퍼졌지만, 누나의 동작은 내 강요로 인해 멈춰지지 않았다. 머리속이 새하얘지는 그 순간, 누나의 손아귀에 갇혀있던 그것이 심하게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하얗고 뜨거운 액체가 분출되며 내 자지를 움켜쥔 누나의 손등위로 꾸역꾸역 흘러내렸다.
“어..어머!”
“하아..하아..”
누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 당황한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내 스스로도 믿을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자각하고 말았다. 맙소사. 누나가 내 발기된 그곳을 움켜쥐고 자위를 시켜준 것이었다. 너무나 하얗고, 너무나 부드러운 그 예쁜 손으로.
“이..이거..어떡해..”
아직까지도 숨을 헐떡이는 내 모습에 그녀는 무엇을 느꼈을까. 다시금 내 정액으로 더렵혀진 그녀의 손이 커튼 속으로 빨려들어갔고, 곧이어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김예영..너..정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축 늘어져 버린 자지를 감추지도 못한채, 믿을수 없는 상황에 술기운마져 토해내 버린 나는 그저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을까. 자리에서 일어난 누나는 정액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어정쩡하게 올리고는, 욕실로 향하고 있었다.
꿈과 현실의 중간에 서있는 듯한 그 날밤. 누나의 걸음걸이도 떨리고 있었다.
ㅡ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 나는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나보다 먼저 일어난 예림이는 집에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간 모양인지, 술이 놓여져 있던 상 위로는 토스트와 식어버린 커피 한잔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내 발걸음은 강한별이 사는 원룸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오유민도 그곳에 살고 있지만, 오늘 내 목적은 그녀가 아닌 한별이었다. 수업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그녀가 아직 집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순전한 내 직감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강한별이 내 고해성사 대상이라도 되는 건가? 예림이와 있었던 어제밤 일. 잠을 자고 일어나 학교로 향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감이 나지 않는 어제의 그 일은 쉽사리 내 머리와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유는 정말 모르겠지만, 강한별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병상련이라는 것이 작용한 것일 수도, 혹은 일종의 탐색전일 수도 있었다. 늘 나를 시험하는 듯한 그 눈빛과 속을 알수 없는 그 여우같은 성격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와 같은 비밀을 갖고 있는 그녀와 대화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누구세요?”
다행이다. 아직은 나가지 않은 모양인지, 벨을 누르자마자 강한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와중에 ‘만에 하나 유민이가 있으면 어쩌지?’하는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선배?”
문이 열리고, 이제 막 화장을 한 듯한 그녀의 얼굴이 나를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좀처럼 놀라지 않는 강한별도 내 방문은 너무나 의외인 모양인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왠일이에요? 이 시간에..”
“학교갈 준비하고 있었어?”
“네..아직은 멀었지만..들어와요.”
아침부터 남자선배가 방문했는데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어주는 그녀의 모습에, 역시 강한별 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와 그녀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예사롭지 않은 것들 뿐이었으니까, 어느정도 이해는 갔지만.
강한별은 완전하게 옷을 다 입지 않은 모양인지, 편안한 민소매 티셔츠에 조금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집에서 입는 치마로 보이지 않는 플레어 스커트 인것으로 봐서는, 치마위에 입을 옷을 아직 고르지 못한 모양이었다. 역시나..여자의 아침은 피곤한 것이었다.
“무슨일이에요?”
“그냥..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야기?”
강한별의 속눈썹이,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살짝 움직였다. 역시 오유민과 예림이와는 너무나 상반되는 얼굴형이었다. 고양이 같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며...조금은 야한 얼굴 말이다.
“선배가 아침 부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나를 찾아왔다라..”
그녀는 팔짱까지 끼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여유로운 승자의 표정이 또 한번 거슬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팔짱을 낀 통에, 적당한 크기의 가슴이 살짝 모아져 올라갔다. 립클로즈를 발라 반짝이는 입술. 왠지 모르게 입맛을 다시는 것만 같은 그 고양이 같은 표정이 나를 향하며,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베시시 웃기 시작했다.
“그냥...하고 싶어서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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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09년.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회원님들에게 2010년은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오유민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에 오유민이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을때는, 나도 모르게 연애를 시작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설레기 까지 했었다. 하지만 선뜻 내 마음이 가는데로 행동할 수 없었다. 오유민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오유민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며 계기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는 없었지만, 내게 다가오고 싶다는 그 말에서 유추할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오유민은 그저 예림이의 연장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내 자신이 착한놈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짓밟는 것에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악당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 점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예림이와 서있던 자리, 그리고 내 가슴에 포게어진 그녀의 몸의 무게를 느끼며 손으로 더듬었던 지하철 바로 그 자리에 서서 나는 지하철이 흔들리는 대로 몸을 흔들었다. 내 앞에서 내 쪽으로 기대어져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예림이의 빈자리가 아쉬웠다. 분명..분명 그때는 누나와 동생사이가 아니었는데..
순간순간 예고없이 형성되는 우리 둘 만의 공간은 내게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해 주었지만,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화상채팅을 통해서 조금씩 그 공간을 자의적으로 만들수있다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당장 인재의 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불행히도 오늘은 휴일이었다. 비단 휴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예림이는 더이상 밤비로 분하지 않을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구비구비 펼쳐진 골목길로 발을 내딛었다. 예전에 살던 동네는 이것보다 훨씬 좋았는데..하는 철없는 회상에 이제는 더이상 빠지지 않았다. 예림이와 나 둘만이 내던져진 세상에서, 이 정도면 축복받은 것이었다. 살만하니까, 축복받았으니까 나는 이렇게 다른 마음을 먹을수 있을만큼의 여유를 갖고 예림이를 사랑하는 것이다.
골목길은 평소처럼 늘 조용했다. 비라도 와서 그냥 확 적셔버리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에, 건조한 공기를 마시며 입맛을 쩍 하고 다셨다. 드문드문 보이는 편의점들과, 휴일에도 장사를 하는 조그만 식당이 눈에 보였다.
‘과정..과정이라.’
어느새 나는 오유민이 했던 그 말을 곱씹고 있었다. 결말을 알고 있어도 과정이 중요하기에 영화를 보는 것이라던 그 말. 순간 천천히 내딛어 지던 내 발걸음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뭐해요? 공부해요?-
그리고 내 손에는, 숙모에게서 온 문자가 찍혀있는 휴대폰이 들려져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묻는 그녀의 모습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예전과 비교하자면 너무나 달라진 모습이었다. 강한별을 만나고 있을 삼촌이 집에 없으니, 내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맞다. 어색해지기는 커녕, 그 날의 일로 나와 숙모는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서로 데면데면했던 예전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모든 것은 번개가 치던 그 날밤의, 기적과도 같은 그 시간 이후로 바뀐 것이었다.
오유민의 말이 옳았다. 모든 것은 과정..즉 동기가 중요했다. 숙모와의 관계가 급진전 된것은 절대 그래서 안될 섹스라는 배경이 존재했으며, 그 배경뒤에는 번개공포증이라는 동기가 존재했다.
분명히, 예림이와 나 사이에 맞는 동기도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정작 내가 이렇게 미쳐버린 동기는 찾지도 못하면서, 나는 편의점에 들려 몇병의 맥주를 구입하고야 말았다. 이제서야 내 자신에게 솔직해 질 수 있었다. 누나를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마음보다, 그 누나가 나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싫다는 질투가 너무나 컸다. 누나와 함께 있던 어릴적 기억도, 그리고 세상의 시선 혹은 규율이라는 잣대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본능을 저지하지 못했다.
봉투안에서 딸그락 거리는 몇 병의 병맥주와, 내가 마시려고 산 소주들의 무게는 꽤 무거웠다. 손가락에 빨갛게 줄이 갈정도로 팽팽해진 비닐봉투를 움켜쥐고, 나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하여 누나가 돌아와 있을 집의 현관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하아..후우..”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마치 신부가 기다리고 있는 신혼집으로 달려온 신랑이 된 기분이었다. 문고리에 달린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이 빼꼼히 열릴 때까지 나는 마음속으로 몇번의 큰 심호흡을 반복했다.
평소에 늘 늦었지만, 오늘은 그렇게 늦지 않은 시간이었다. 평소처럼 문을 열자마자 어둠이 날 반기지 않았다.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고, 방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기분좋은 향기가 은은하게 베어 있었다. 예림이가 나가기전에 뿌렸던 향수 냄새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이었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잘 정돈된 침대와, 그 옆에 커튼으로 되어있는 자그마한 칸막이. 그리고 바닥에 깔려있는 푹신한 이불까지도 모두 그대로였다. 단 하나 평소와 다른점이 있다면, 예림이가 방 안에 없다는 것 뿐이었다.
쏴아아..
그 대신, 욕실에서부터 물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왜인지는 나도 알수 없지만, 나는 딸그랑 거리는 비닐 봉투가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았다. 욕실에서 들리는 샤워소리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예림이의 살결에 부딪혀 이리저리 튀는 그 단순한 소리들이 이토록 특별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시선은 욕실문 앞을 향했다. 예림이가 늘 집에서 입는 편한 면 트레이닝 복과 민소매 티셔츠, 그리고 하늘색의 란제리가 곱게 개어져 놓여 있었다. 내가 늦을줄 알았는지, 다 씻고 나와서 갈아입으려고 둔 모양이었다. 평소에 내가 있을때 누나는 옷을 다 가지고 가서, 그것을 세탁기 위에 올려두고는 그 옷이 젖지 않게 수건까지 덮는 수고를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평소라면 욕실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내가 집에 왔음을 알렸을 텐데,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들숨과 날숨을 최대치로 낮추어 가만히 욕실을 응시했다. 간간히 샤워기소리가 멈추고, 비누칠을 하는 듯 스윽스윽 하는, 타올이 살결을 미끄러지는 그 소리가 들려왔다.
경험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예전 같았다면 이 소리들만 듣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예림이의 알몸을 본 것과, 오늘 낮에 몸을 더듬었던 경험들이 내 머리속에서 예림이가 샤워하는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대고 있었다.
그제서야, 지하철에서 오는 내내 머리속에 떠올랐던, 오늘 집에서 누나를 마주치면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 씻겨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왔다. 내가 아는 누나라면, 분명 그것을 끝까지 모르는 척 할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욕실에서 내가 보고 있었던 것을 내색한적이 없었으니까. 아마 누나라면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하려 노력할 것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물소리는 멎었고, 욕실도 내가 있는 방에도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욕실문이 열렸고, 향긋한 냄새를 머금은 수증기가 방안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침을 꼴깍 삼키며, 나는 욕실문이 벌어진 그 틈바구니 사이로 내 시선을 고정했다.
하얀 무언가가 문 틈사이로 살짝 삐져나왔다. 그녀의 하얀 종아리를 생각했던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다. 내 상상 속에서 뽀얀 하반신을 드러냈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살짝 팔만 뻗어 문 앞에 놓아 두었던 옷가지를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가슴속이 철렁했다. 자위행위를 하다가 들킨 것처럼 머리속이 하얘졌다. 누나는 애초에 내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내 양심에 일침을 가한 것이었다. 문틈으로 삐져나왔던 그녀의 하얀 팔은 옷가지들을 움켜쥔 채로 다시금 욕실문틈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괜시리 헛기침을 하며, 밥먹을때 쓰는 밥상위로 술들을 올려놓았다.
“왠 술이야?”
뜨끔한 마음 반, 체념 반으로 술잔 까지 올려두던 나는 고개를 들어 누나를 바라보았다. 회색 면 트레이닝이 살짝 물기가 있는 피부위로 은근히 달라붙어, 젖어 있는 머리결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도 어색하지 않으려 마음을 먹었는지 최대한 평상시의 톤을 유지하며 묻고 있는 듯했다.
“그냥..마시고 싶어서. 같이 마실래?”
평소처럼 장난기 있는 얼굴로 ‘쬐끄만게 술은!’이라고 핀잔을 주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살며시 비비며 내 앞에 앉았다. 안주 대용으로 사가지고 온 과자를 한 입 베어무는 예림이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나 사이에는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그녀의 잔에 맥주를 부어주고는, 내 잔에는 소주를 부었다. 어렸을 적에 나와 밖에서 놀던 생각이 아직도 남아있는 건지, 성인이 되서 독한 소주를 아무렇지 않게 잔에 따르는 나를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예림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니까 우습지?”
“...”
“누나랑 내가 같이 성인이 되서 술을 마시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예림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가 따라준 맥주잔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보다 못한 내가 술잔을 들어 내밀었고, 그녀는 마지못해 사이즈가 다른 내 잔에 자신의 글라스를 살짝 부딪혀 주었다. 불투명한 액체가 담긴 컵 너머의 얼굴은 너무나 하얗고 눈부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오늘은 버스에서 내가 몸을 더듬었던 그 날과는 비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버스에서는 그저 엉덩이에 손바닥을 대고 있었을 뿐이지만, 오늘은 정말 내 욕심껏 그녀를 주물러 버렸기 때문이었다. 틀림없었다. 누나는 아직도 아까의 그 일이 머리속에서 맴도는 모양이었다.
“빨리..내가 졸업해서 누나를 책임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바보같은 소리를..”
그제서야 누나는 내 말에 반응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애써 웃고 있었지만 내 말은 진심이었다. 욕심 같아서는 누나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게 하고 싶었다. 돈따윈 걱정하지 않도록..그리고 우리가 정한 우리만의 공간에서, 이렇게 세상의 눈을 피해서 살 수 있도록 말이다.
“엄마 아빠가 남겨주신 돈으로 너 대학은 마칠 수 있을거야.”
“그래. 그때까지만 참아야지.”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은 울컥한 듯 목소리가 떨리는 예림이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다. 조그마한 어깨를 가슴가득 끌어안아 주고 싶었지만, 나는 술을 넘김으로서 그 욕망을 꾹꾹 담아 눌렀다.
예림이는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조금씩 맥주를 목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내가 잔이 비면 손을 뻗어 소주를 채워주기도 하면서, 무거웠던 적막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과외는 어때?”
“할만해. 그나마 내가 할 줄 아는걸 가르치는 거잖아.”
“애들이 짓궂거나 하지는 않아?”
“짓궂다니?”
“그냥 뭐...아무래도 남자애들이니까 누나를 우습게 본다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누나에게, 차마 내가 상상했던 것들을 들려줄 수 없었다. 고등학교때라면 뻔하니까. 얼굴 반반하고, 언뜻 봐도 몸매가 좋은 과외 여선생이 있으면 상상속에서 몇 번이고 그 과외선생을 벗겨 낼테지. 아니, 나라면 지금이라도 그럴 거다.
“아니면 야한 농담을 한다거나.”
“...바보. 그런애 아냐. 다들 착한걸.”
그나마 많이 중화한 표현임에도 손까지 저어가며 부정하는 누나의 태도에 어느정도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샤워를 막 하고 넘기는 맥주맛이 사뭇 마음에 들었는지, 조금씩 홀짝이던 그녀는 어느새 세 병째의 맥주를 잔에 따르고 있었다.
역시 술은 어두운 분위기를 밀어내고, 때로는 너무나 솔직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서먹했던 침묵의 시간은 조금씩 잦아들었고, 어느덧 대화의 주제는 누나의 미국생활과 내 대학생활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교묘하게 부모님의 이야기를 피해가는 내 노력이 첨가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것은 조금 풀어진 예림이의 얼굴표정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만 해도 상기된 표정이었던 그녀의 하얀 얼굴이, 조금씩 붉어지며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머리결은 다 말라 있었지만, 내 가슴은 반대로 촉촉해지고 있었다.
“나..곧 엠티 갈것같아.”
“엠티?”
“응. 다다음주 쯤에.”
“아아..”
누나는 내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 앞에 있는 과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근데 예영아.”
“응?”
“한국에 대학교 엠티는 정말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
“아..응. 그렇지. 오죽하면 엠티가 마시고 토하고의 약자라는 말도 있어.”
“응? 마시고 토하다의 약자면 DT아니야? Drinking and Throwing up.”
“아니 그게 아니고..에휴..관둬.”
큰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가 귀엽기도 해서 그만 웃어버렸다. 아무래도 저 말은 한국에 사는 대학생들이나 피식 하고 웃을 조크인 모양이었다.
“아 근데..정말 그 소문이 진짜야?”
“소문이라니?”
“아니..뭐..”
의아한 내 표정에 누나는 조금은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망설임 위에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묘하게 합쳐져 귀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거기가면 남자 선배들이 여자 후배들을 일부러 막 먹인다며..술을.”
“하하하.”
나는 그만 웃어 버렸다. 하기사 한국에서 쭈욱 살았던 박인재도 그런 잘못된 정보를 듣고 환상에 빠져 있는데, 한국 대학 문화를 말로만 들어봤던 그녀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듯 싶었다.
“혹시 그 다음 이야기는 술취한 여학생을 선배 남자 여럿이 풀숲으로 끌고간다..맞지?”
“그..그거 진짜구나?”
내 말에 양 손으로 맥주잔을 쥔 예림이가 놀라서 되물었다. 붉게 물든 볼과, 그것과 같은 색깔의 촉촉한 입술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조금씩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으로 그녀가 미묘하게 선을 넘는 질문을 한것 같은 느낌에 설레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이 야한 말과 거리가 멀었고, 그나마 그 이야기의 주체가 우리 둘이 아니긴 했지만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소주를 비우고는 넌지시 누나에게 물었다.
“그럼? 미국대학은 어때?”
“뭐가?”
“성적으로 많이 개방적이잖아. 그런 일 많지? 파티같은 데서.”
예상대로 누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대화의 주제가 그리로 흘러서일까? 그녀는 잠시 머뭇거릴 뿐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종종 있어. 연인들끼리 모이는 파티도 있고..그 파티에서 눈이 맞는 애들도 있고.”
“눈이 맞으면..그날은 둘이 자는거야?”
“그..그거야 뭐..본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겠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입술을 삐죽 내미는 예림이의 모습이, 자신은 그런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아서 깜찍하게 느껴졌다.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듯,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지어보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누나는? 누나는 그런적 있어?”
“뭐가?”
“파티에서..남자랑..”
“야! 김예영 너..”
눈 앞에 있는 과자를 집어들어 내게 던지는 시늉을 해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황급히 손을 들어 막는 시늉을 취하며 웃어버렸다. 하지만 말투와는 달리 누나는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맥주를 몇 잔 더 목으로 넘기며, 희미하게 웃는 듯했다.
순간, 내 머리속으로 무언가가 퍼뜩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 술들. 누나는 살짝 취기가 오르는지 자신의 이마쪽에 간간히 손을 데어보고 있었다. 맞다. 저번에 강한별과 오유민. 그리고 인재와 술을 마실때에도 딱 이정도의 타이밍이었다.
“누나. 나랑 재밌는 게임할래?”
“게임?”
“응. 게임하면서 술도 마시는 거야. 한국 대학생들은 술자리 게임을 많이 알고 있거든.”
“정말? 둘이서 할 수 있는 게임도 있어?”
“당연하지. 둘이라서 더 재밌는 게임인데.”
“뭔데?”
뭐냐고 묻고 있긴 했지만, 이미 호기심에 가득 차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거부감이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소주잔에 술을 채워 상의 중간에 놓아두었다.
“진실게임이라는 거야.”
“진실게임?”
“뭐..게임치고는 엄청난 고전인데..아직도 사랑받는 게임이지. 술자리에서.”
“그게 뭔데?”
“말 그대로 무조건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거야. 대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무조건 이 벌주를 마시기.”
“에이 그게 뭐야. 너무 단순한데?”
실망한 듯한 예림이의 표정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임이라고 했는데 그냥 진실만 말하면 된다니..하지만 나도 처음 이 게임을 할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중이 되어서야 진실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큰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지 깨달았지만.
“하다보면 재미있을걸? 해볼래? “
“그래. 좋아. 난 원래 거짓말을 안하니까.”
“하지만 무조건 대답을 해야해. 진실로. 대답 못할때는 술을 먹는 거고. 자기의 양심을 걸고 참말만 해야 하는거야.”
“알았어.”
자신있다는 표정의 예림이의 모습에, 곧이어 눈에 띄게 당황할 그녀의 표정이 머리속에 그려져서 웃음이 나왔다.
“한 사람당 하나씩 질문하는 거야. 번갈아 가면서.”
“좋아.”
“누나부터 해봐.”
“나부터?”
“응.”
“으음...”
그녀는 무슨 질문을 할까 고심하는 표정이었다. 초장부터 첫경험을 물어봤던 강한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그런 순진한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갸웃하며 촉촉해진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너는...지금 여자친구 있어?”
“시시하네. 아니오야.”
“뭐야. 재미 없을거 같다고 했잖아.”
“이제 내 차례.”
“좋아.”
“첫경험이 언제야?”
내 질문에, 예림이의 큰 눈이 더 커져서 나를 향한다. 피식 하고 웃어버린 내 얼굴과는 대조적인, 눈에 띄게 당황한 예림이의 표정은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야..너..!”
“게임..게임.”
정색하며 손을 젓는 내 모습에, 누나는 또 한번 손에 들었던 과자를 상 위로 내려놓았다.
“대답 안할거야? 술마시던가.”
“이거 소주잖아.”
“그러니까 벌주지. 대답할래? 마실래?”
그녀는 조그만 잔에 가득 담겨 있는 투명한 액체를 보며 울상을 지어보였다. 이미 질문에 대한 답은 화상채팅을 통해 알고 있지만, 동생 김예영이 되어 그것을 듣는 것은 화상채팅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열..아홉살때.”
그녀의 입술이 떨어졌을때, 나는 심히 표정관리를 하려 애를 써야만 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귀로는 그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이제 누나 차례야.”
첫경험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한번 더 질문하는 것은 기본적인 룰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누나는 목이 탄지 맥주를 조금 들이켰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내게 입을 열었다.
“그러는 너는? 넌 언젠데?”
“고등학교 2학년때.”
예상했던 질문이었기에 내 대답은 빨리 나왔다. 너무나 쉽게 돌아온 내 차례에 누나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진실게임이란..이런 긴장감안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자위를 해본적 있어?”
“야아!”
“게임!게임!”
이제는 대놓고 선을 넘어서 버린 내 질문에 예림이는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은근히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나에게 들켜버린 이상, 내 쪽에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 필요성 따윈 없었다. 하지만 누나에게 던진 이번 질문은 내 입장에선 적합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없어. 한번도.”
어설프게 한 번의 질문기회를 써버린 내 자신에게 질책하고야 말았다. 저번에 누나와 영화를 보고 술을 마셨을 때에 누나는 남자와의 스킨쉽이 생각나도 참는다고 했는데..그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누나 말해봐.”
“나..나도 같은거 질문할래.”
내가 강한별에게 했던 것처럼, 진실게임의 하수들이나 하는 질문재탕을 하고 있는 예림이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여기서..조금 더 진도를 나가볼까?
“그 질문의 답은 누나도 알고 있지 않아?”
의미 심장한 내 말에, 방의 공기는 숨이 막힐듯 우리 둘사이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미묘한 긴장감때문인지 누나의 목소리와 눈빛은 조금씩 떨려오고 있었다.
“내..차례지?”
내 질문에 누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내가 자위하는 것을 봤잖아?’라고 하는 듯한 내 말에, 예림이의 얼굴 표정은 미묘한 흥분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말했잖아? 재미있을 거라고..라며, 나는 속으로 누나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질문을 하기에 앞서, 앞으로는 질문 재탕하기 금지야.”
“알았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고, 눈 앞에 있는 맥주를 살짝 마시는 그녀를 보며 이번엔 내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오늘 지하철에서..어땠어?”
우리 둘 사이에 존재하던 ‘모르는 척’을 산산히 부숴버리는 내 질문이었다. 누나는 번개라도 맞은 양 몸을 부르르 떨었고, 아직 개시를 하지 않은 투명한 벌주위로 그런 누나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너..너무해.”
“게임이잖아.”
“조금..좋았어.”
이번엔 내가 눈 앞에 있는 소주를 목에 넘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쿵쾅쿵쾅하는 소리가, 방안 이곳저곳에서 입체 음향으로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어왔다. 뻔뻔한 나도 이번에는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이제 내가 물어볼게. 더듬은 이유가 뭐야?”
“나는...”
나 역시 벌주에 손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질문은 나에게 있어서 기회일지도 몰랐다. 다른 남동생과는 너무나 다른, 그러니까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이 다른 내 마음을 알려줄 좋은 기회말이다.
“누나가..좋아. 가족으로서 좋은거 말고.”
“김예영..너..”
“그만. 질문과 대답만 하는거야.”
나는 빠르게 그녀의 말을 끊어 버렸다. 예림이는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공격권은 내게 넘어온 후였다.
“누나도..나를 한 번이라도 동생이 아닌 다른 남자로서 상상해 본적이 있어?”
침을 삼키는 그 모션이 저속하게 보일것 같아서, 나는 숨을 들이쉬는 척 하며 메마른 내 목을 축였다. 예림이의 눈동자와, 상위에 놓은 술잔이 동시에 흔들렸다. 이윽고, 누나는 손을 뻗어 벌주를 움켜쥐었다.
“읍..!”
소주가 너무나 쓴 듯, 인상을 찡그리며 술을 넘기는 그녀의 모습이 묘하게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예, 혹은 아니오의 대답이 나오는 질문에 술을 마신것은, 어쩌면 ‘예’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몸..봤을때...”
예림이의 목소리가 떨리며, 이제는 하나의 질문마저도 스타카토 처럼 뚝뚝 끊어지고 있었다. 몇 번이고 자신의 말을 되삼킨 예림이가 다시금 질문을 완성시킬 때까지, 나는 묵묵히 그녀의 얼굴을 보며 기다려주었다.
“내 몸..봤을때..어떤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이것이 예림이가 진정 얻고 싶어하던 답일지도 몰랐다. 내가 어느날 부터 자위를 하지 않으니까 용기를 내어 란제리라는 최종 철책을 해제한 것처럼, 분명 예림이의 행동 뒤에는 이러한 호기심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감정에 솔직해 지는 것 뿐이었다. 설령 그것이...다시는 보통의 남매로 돌아올수 없는 문을 통과하는 티켓이라 할지라도.
“갖고 싶다..라는 생각.”
술기운을 머금은 우리 둘의 숨소리가 방안의 모든것을 취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벌주가 아닌데도 목이 탈때마다 소주를 마셨던 나는 물론, 술이 약한 예림이도 맥주때문에 조금은 풀어져 있는 것이었다. 옆으로 살짝 모아져 있는, 예림이의 다리를 무심코 바라보았을때는, 그 안이 촉촉하게 젖어있지 않을까 하는 불경스런 상상도 여지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지?”
조금은 더워졌는지, 어깨위로 늘어뜨렸던 머리를 뒤로 묶으며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왠지 지금은 담배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야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누나 흥분했어?”
누나의 입술이 살짝 깨물려졌다. 웃고 있어야 할지,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어색해져 버린 내 눈가에, 벌주를 따라 마시는 예림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술을 마시고는 잔뜩 찡그린 얼굴을 한 예림이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여기서 끝.”
맥이 탁 하고 풀려버렸다. 활시위가 이미 팽팽하게 당겨졌는데, 화살은 활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화살통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벌떡 일어난 예림이는 한쪽에 상을 밀어놓고는, 조금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침대로 다가가 걸터 앉았다.
“너무 늦었어. 불 끄자.”
“나 샤워도 못했어.”
“내일 해. 어차피 너 아침마다 하잖아.”
“그럼 내일도 속옷을 안입..”
“야! 게임 끝났어 바보야!”
화가 난 것처럼 언성을 높였지만, 그녀가 화가 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내가 피식 하고 웃는 것도 보기 싫다는 듯, 누나는 손을 뻗어 벽에 달린 형광등의 스위치를 눌러 버렸다. 방안에는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왔고, 당황한 나는 괜시리 투덜거렸다.
“뭐야..나 하나도 안보인단 말이야.”
“이제..잘 거야.”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는, 누나도 침대위로 누워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손을 더듬거리며, 내 이부자리를 찾아 겨우겨우 몸을 눕혔다. 머리가 핑핑 도는 것이, 취기가 많이 오른 듯했다.
방안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몸을 눕히고 나서야,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내 하반신이 인식되고 있었다. 진실만 말하면 그만인 단순한 게임에, 나는 잔뜩 흥분해 버린 듯했다.
“누나.”
“...왜.”
낮은 톤으로 대답했지만, 이미 빨개져 버린 얼굴을 내게 들킨 누나의 목소리는 조금의 위엄이나 신빙성을 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이럴때 더욱 능글맞아 진다.
“하나만 제안해도 돼?”
“...제안?”
“응.”
“뭔데?”
“지금 술을 마셨고, 진실게임도 했으니까...오늘은 끝까지 솔직해 지기로.”
“진실게임은 끝났잖아.”
“게임을 말하는게 아니야. 행동을 말하는 거지.”
“행동?”
어둠속에서, 떨리는 두개의 목소리가 교대로 의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쉬이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지긋이 누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나 지금 자위하고 싶어.”
한번 넘은 선은 더이상 선이 아니었다. 뜯겨져 버린 철책은 장애물이 아닌, 그저 지형지물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했다.
“마음대로...해..”
“오늘만..오늘만이야.”
“아..알았어.”
마지막으로 누그러진 누나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살며시 지퍼를 내리고 잔뜩 부풀어 오른 불기둥을 끄집어 내었다. 어둠 속에서도 빨갛게 충혈된 것이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그것은 너무나 크게 솟아 있었다.
“누나는? 누나도 해봐.”
“시..싫어. 해본적도 없고...그걸 어떻게 해..”
나는 발기된 자지를 한손으로 감싸쥐며, 누나의 목소리를 조용히 귀로 음미하고 있었다. 싫다고는 하지만 미묘하게 떨리는 것이 종래의 그 가능성에 힘을 더해주고 있었다. 아니,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가능성의 실체를..확인하고 싶었다.
“어차피 커튼이 있으니까 안보일거야. 어둡기도 하고.”
“나..난 싫어.”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서..만지기만 해봐.”
“...”
이제는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누나가 얇은 천 너머로, 술 때문에 한결 거칠어진 호흡을 하며 누워 있다는 사실에 내 흥분도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조금의 여과도 없이 내 손과 발기된 자지가 마찰되는 소리를 예림이에게 들려주었고, 그 시간이 지날수록 내 옆에서 꼼지락 거리는 예림이의 소리가 들려오는 빈도는 더욱 잦아지고 있었다.
내 숨소리는 거칠어 졌다. 손이 움직이는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고, 조금씩 어둠은 적응이 되어 사물을 분간할수 있게 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침대위에 누워있는 누나쪽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머리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너무나 위험했다.
“누나..부탁이 있어.”
“무..무슨부탁?”
아까와는 달리, 일부러 툭 쏘는 말투가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손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내 요구대로 속옷 안으로 들어가 있을까?
“누나가..손으로 해주면 안돼?”
“뭐? 그걸 어떻게 해..”
“그럼 지하철에서 처럼..만질까?”
예림이는 일순간 돌진해오는 동생의 모습에 당황한 목소리였다. 적어도 본능을 이길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아..알았어. 어떻게 하면..되는데..”
“손으로 내걸 잡고..흔들어 주면..”
“그..그렇지만..”
“그럼 손만 뻗어줘. 침대 끝에 누워서..커튼 안으로 손만 밀어넣으면 되잖아.응?”
나는 애원하다시피 그녀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나 역시 잘 알면서..그 뒤에 도사린 달콤한 무언가가 나를 더욱 애타게 만들었다.
“아..알았어.”
이윽고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내 자리와 침대 사이에 드리워진 커튼 틈으로 파르르 떨리는 하얀 손이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내 중심부 쪽으로 이끌었고, 차가운 그 손은 뜨거운 내 자지에 닿았을때에 움찔하고 떨렸다.
“그..그렇게..이제 움켜쥐어봐.”
예림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커튼 너머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어떤 자세를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커질대로 커진 내 중심부를 그녀의 보드라운 손이 감싸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이렇게..?”
“응..하아..너무 좋다..”
이제는 꺼리낄것이 없었다. 누나의 손이 내 자지를 움켜쥐고 상하로 흔들리는 순간 비교도 안되는 쾌감이 머리를 강타했다. 어설프게 흔들리는 그녀의 손. 하지만 어설프기에 훨씬 더 흥분되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더..더빨리..하아..”
“파..팔아퍼..”
“계속 움직여줘..계속...”
야한 행동을 요구하는 내 말에는 이제 더이상 거리낌이 없었다. 마치 당연한 것을 받는 사람처럼, 나는 가장 밑부분에서 부터 가장 위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녀의 하얀 손을 바라보며 그녀의 팔을 움켜쥐었다. 상상속에서, 잔뜩 젖어있는 예림이의 몸안으로 내 불기둥은 끝없는 왕복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나..쌀것같아..”
“뭐..뭐? 그럼 어떡해?”
“머..멈추지마..계속..”
커튼 너머로 당황한 목소리가 울려퍼졌지만, 누나의 동작은 내 강요로 인해 멈춰지지 않았다. 머리속이 새하얘지는 그 순간, 누나의 손아귀에 갇혀있던 그것이 심하게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하얗고 뜨거운 액체가 분출되며 내 자지를 움켜쥔 누나의 손등위로 꾸역꾸역 흘러내렸다.
“어..어머!”
“하아..하아..”
누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 당황한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내 스스로도 믿을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자각하고 말았다. 맙소사. 누나가 내 발기된 그곳을 움켜쥐고 자위를 시켜준 것이었다. 너무나 하얗고, 너무나 부드러운 그 예쁜 손으로.
“이..이거..어떡해..”
아직까지도 숨을 헐떡이는 내 모습에 그녀는 무엇을 느꼈을까. 다시금 내 정액으로 더렵혀진 그녀의 손이 커튼 속으로 빨려들어갔고, 곧이어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김예영..너..정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축 늘어져 버린 자지를 감추지도 못한채, 믿을수 없는 상황에 술기운마져 토해내 버린 나는 그저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을까. 자리에서 일어난 누나는 정액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어정쩡하게 올리고는, 욕실로 향하고 있었다.
꿈과 현실의 중간에 서있는 듯한 그 날밤. 누나의 걸음걸이도 떨리고 있었다.
ㅡ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 나는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나보다 먼저 일어난 예림이는 집에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간 모양인지, 술이 놓여져 있던 상 위로는 토스트와 식어버린 커피 한잔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내 발걸음은 강한별이 사는 원룸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오유민도 그곳에 살고 있지만, 오늘 내 목적은 그녀가 아닌 한별이었다. 수업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그녀가 아직 집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순전한 내 직감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강한별이 내 고해성사 대상이라도 되는 건가? 예림이와 있었던 어제밤 일. 잠을 자고 일어나 학교로 향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감이 나지 않는 어제의 그 일은 쉽사리 내 머리와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유는 정말 모르겠지만, 강한별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병상련이라는 것이 작용한 것일 수도, 혹은 일종의 탐색전일 수도 있었다. 늘 나를 시험하는 듯한 그 눈빛과 속을 알수 없는 그 여우같은 성격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와 같은 비밀을 갖고 있는 그녀와 대화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누구세요?”
다행이다. 아직은 나가지 않은 모양인지, 벨을 누르자마자 강한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와중에 ‘만에 하나 유민이가 있으면 어쩌지?’하는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선배?”
문이 열리고, 이제 막 화장을 한 듯한 그녀의 얼굴이 나를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좀처럼 놀라지 않는 강한별도 내 방문은 너무나 의외인 모양인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왠일이에요? 이 시간에..”
“학교갈 준비하고 있었어?”
“네..아직은 멀었지만..들어와요.”
아침부터 남자선배가 방문했는데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어주는 그녀의 모습에, 역시 강한별 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와 그녀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예사롭지 않은 것들 뿐이었으니까, 어느정도 이해는 갔지만.
강한별은 완전하게 옷을 다 입지 않은 모양인지, 편안한 민소매 티셔츠에 조금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집에서 입는 치마로 보이지 않는 플레어 스커트 인것으로 봐서는, 치마위에 입을 옷을 아직 고르지 못한 모양이었다. 역시나..여자의 아침은 피곤한 것이었다.
“무슨일이에요?”
“그냥..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야기?”
강한별의 속눈썹이,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살짝 움직였다. 역시 오유민과 예림이와는 너무나 상반되는 얼굴형이었다. 고양이 같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며...조금은 야한 얼굴 말이다.
“선배가 아침 부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나를 찾아왔다라..”
그녀는 팔짱까지 끼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여유로운 승자의 표정이 또 한번 거슬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팔짱을 낀 통에, 적당한 크기의 가슴이 살짝 모아져 올라갔다. 립클로즈를 발라 반짝이는 입술. 왠지 모르게 입맛을 다시는 것만 같은 그 고양이 같은 표정이 나를 향하며,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베시시 웃기 시작했다.
“그냥...하고 싶어서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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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09년.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회원님들에게 2010년은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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