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날 13부
13부
청춘은 방향타가 고장난 거대한 선박과도 같았다.
아무리 훌륭한 조타수가 있다 해도, 목적지를 잃고 부유하는 거대한 군함을 멈출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언제 전복할지 모를 위험성을 지닌채로 높은 파도를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파도가 잠잠해 질때까지,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그 배가 안정적인 움직임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청춘의 첫자락에 있는 내 머리속은 온통 ‘거대한 파도’와 싸우고 있었다. 오유민이 내민 볼펜은 어찌보면 큰 고백과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유민의 그런 밝은 성격에도 고등학교 선후배라는 것에 놀라며 호들갑을 떨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강한별이 말했던 대로 아마도 오유민은 오래전부터 나를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다시 그것이 내 왕자병인거겠지 하는 자책으로 머리속에서 지워졌다가를 반복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오유민은 나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약간...혹은 그 이상의 관심을 갖고 있다.
그것은 분명 설레는 일이었다. 어떤 이성이 내게 관심을 둔다는 것이 싫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관심이 없어서 잘은 몰랐지만, 인재의 말대로 경제학과의 09학번 중에서 강한별과 오유민은 도드라지는 외모를 가진...소위 말하는 퀸카로 불리고 있었다. 오유민은 그 퀸카 2인방 중의 한명이며,게다가.........
“샤워 할거니?”
예림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으..응?”
“샤워 할거냐구.”
오유민...아니 예림이가 내 앞에서 그렇게 묻고 있었다. 자다가 일어나서 까치집을 짓고 있는 내 머리를 물기있는 손으로 꾹꾹 누르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원피스..앞치마..따위의 단어들이 내 머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내 앞에는 그 단어들을 몸소 착용한 예림이가 서있었다.
설레였다. 누나는 웃고 있었지만 표정에는 일종의 ‘조심스러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흡사 내 눈치를 보는 것과 같은 미묘한 느낌이었다. 늘 나는 자연스럽게 샤워를 위해 욕실로 들어갔고, 누나는 화상채팅에서의 대화 상대가 제안했던 그 ‘야릇한 기분’을 체험하고 있었다. 내가 아주 작은 틈으로, 그것을 지켜보는 동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무려 누나가 ‘샤워 할거니?’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시도하려고 준비를 하려는 듯이-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조심스럽게 내 의중을 묻는 그 모습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오유민이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그 사실이 ‘청춘사업의 청신호’가 아닌 ‘거대한 파도’가 되는 것은 모두 이것 때문이었다. 분명 나는 누나와 미묘한 감정선위에 서있었고, 그것은 세상의 ‘보통’혹은 ‘평범’과 격리되어 있다는 것과 맞물려 조금씩 이성을 이탈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춘사업이 파릇파릇한 로맨스화가 되기엔 애초부터 글러먹은 것이었다. 분명 나는 예림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유민을 가까이 둘 지도 모를 일이며, 또 아무렇지 않게 숙모가 마운드 위에 서있는 타석으로 등장할 것이다.
“응.씻을게.”
살며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 짙은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몇번이고 눈을 비비고 봐도 흐트러진 모습따윈 전혀 보이지 않는 그런 깨끗한 얼굴이었다. 대게는 가족에게 그런 정갈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화장기가 없을뿐, 예림이의 얼굴은 하얀 도자기의 표면처럼 깨끗해 보였다. 밖에서는 어깨까지 내리고 다니지만, 집에서는 살짝 묶어 올린 그 머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그 머리가 가장 예쁘게 어울리는 한사람이 바로 누나였다.
아...그러고 보니...어쩌면 나도 인재와 비슷한, 그런 일관된 여성상을 고수하고 있는 것만 같기도 하다.
욕실에 들어가 옷을 벗었다. 샤워기를 틀어 오싹한 한기가 도는 몸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수를 들이 부었다. 거울을 박박 닦아 내 알몸을 비춰 보았다. 누나는 완벽한 몸매를 가졌는데, 나는 이렇게 지극히 보통스러운 몸을 가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가슴에 힘을 주었다.
웃기는 일이다. 언젠가는 누나가 내 알몸을 볼 날이 있을 것처럼, 나는 이리저리 내 몸을 비춰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누나가 실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중심부를 거울에 비추는 것이 너무나 우습게 느껴졌다. 이제는 누나와 나만이 있는 그 공간을 절대적인 공간처럼 당연시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10분.
지금이었다. 이런 행위에 정해진 시간표가 있다는 것은 참 웃긴 일이지만, 나는 늘 대략 10분이 지났을때 문고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곤 했다. 그 10분이란 누나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나서 우리 둘만의 공간으로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누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구태여 문소리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일종의 배려였다. 물론 다량의 수증기가 방안으로 유입되면서 예림이는 눈치를 채겠지만, 이미 서로가 알고 하는 미묘한 심리전이 된 마당이라도 지킬것은 지켜야 했다.
내 시야를 가득 메운 그 조그마한 틈이 점점 벌어지고, 싱크대를 지나 방바닥에 놓인 토스터기를 거쳐 방안의 정경이 눈에 채워졌다. 잔뜩 구겨진 방바닥위의 내 자리,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앞치마와 원피스.
오늘은 하늘색이었다. 등을 돌린채로 꼼지락 거리는 그녀의 하얀 등위를 하얀색 브라끈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유려한 곡선이 타고 내려간 자리에는 조금 풍만한 한개의 곡선이 또다시 존재했다. 그것은 하늘색의 보드라운 천에 감싸진 채로, 두 개의 봉긋한 봉우리를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예림이가 천천히 돌아섰다. 혼자있다면 의미없는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혼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볼록한 가슴이 브라에 쌓여 탄력을 유지한채 솟아 있는 모습은 몇 번을 보아도 매력적인 것이었지만, 불행히도 내 심장은 그것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문 틈으로 보이는 내 눈빛을, 보지 않지만 그녀는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좁은 원룸의 방안을 싱크대에서부터 TV가 놓인 선반까지 서성이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시각을 제외한 오감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었다.
맥이 풀렸다. 오늘은 다를 줄 알았는데, 달라진 것은 속옷의 색상 뿐이었다. 급격히 달아올랐던 몸은 수증기의 증발때문이 아닌 변함없는 현실때문에 식어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것은 예림이도 마찬가지인 듯했다.평소처럼 벌떡 일어선 불기둥을 잡고 자위를 하지 않으니, 그것이 이상한 모양이었다.당연하게도 내 쪽으로 시선을 두지는 않았지만 예림이도 그간의 내공(?)으로 인해 달라진 내 태도에 대한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서성이던 발걸음이 다시금 침대앞에 멈춰섰다. 내 쪽으로 부터 등을 돌린 것이 아닌, 내가 서있는 욕실문을 향한 정면을 보고 서있었다. 하얀 허벅지위 은밀한 그 부분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팬티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한참이나 머뭇거리던 예림이는, 등 뒤로 손을 돌렸다.
툭!
브레지어의 후크가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내 머리속에서 맞물려 있던 그 무언가도 툭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봉긋한 두 가슴을 가지런히 모아주던 그 압박이 풀리며, 예림이의 가슴은 속박에서 부터 자유로워 진듯 조금 살짝 밑으로 내려갔다. 양 팔로 가슴을 감싸쥔 그녀의 양 겨드랑이 밑으로, 이미 풀려버린 브레지어 끈 두가닥이 흔들리고 있었다.
식어버렸던 가슴이 흡사 용광로의 불구덩이로 쇠를 집어넣은 것처럼 빠른 속도로 달아올랐다. 철따위는 비교도 안되는 열전도율로, 심장은 다시금 쿵쾅거리며 한창때의 엔진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어온다는 생각이 든 그때 즈음, 예림이는 결심을 한 듯 가슴을 감싸쥔 두 손을 밑으로 내렸다.
가슴을 감싼 브레지어가 천천히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습은 슬로우 모션보다 더 느리게 내 눈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더이상 자위를 하지 않는 내 모습에 대한 충격이었을까, 아니면 더 큰 자극을 원할 거라는 채팅상대의 말에 동의를 한 것일까. 이유는 몰랐다. 중요한 것은 누나의 가슴이 완전한 모습으로 내 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숨이 막힐정도로 탄력있는 가슴이었다. 나보다 누나라고 해도 고작 두 살차이. 그녀도 한창 아름다운 청춘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 청춘기의 탄력있는 가슴은, 중력의 힘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봉긋하게 솟아 올라 있었다. 크지 않은 분홍색 젖꼭지가 그 뽀얀 살덩이의 중심에 돋아 있었다. 나는 흡사 여자의 가슴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축 늘어져 있던 자지를 팽팽하게 발기시키고 있었다.
누나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 밑에 위치한, 그것보다 더 붉은 촉촉한 질감의 입술을 마음껏 빨고 싶은 충동이 들어왔지만 나는 오래된 거목처럼 한 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애써 만들어진 둘 만의 공간을 깨어버리는 무모한 짓이었다....라기 보다는,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숨이 막혀왔다. 잔뜩 흥분한 그 녀석을 손으로 움켜쥐려다가, 나는 잠시 멈칫했다. 어쩌면...내 짐작이 맞다면 지금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누나는 부끄러움인지 뭔지 모를 홍조를 두 볼에 가득 띄우며 고개를 숙였다. 탄력있는 가슴과 움푹 들어간 허리는, 마치 포토샵으로 손을 댄 것처럼 자연스러운 완벽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옷장으로 걸어갔고, 그 곳의 작은 서랍을 열어 색깔이 다른 속옷세트를 꺼내어 들었다.
흥분을 하지 않은 척 한다라는 내 작전은 어느정도 성공이었다. 새 속옷을 다시 들고 올때까지도 자위를 하지 않는 내 모습을 알아챈 예림이는 급격히 당황하며 마지막 남은 천조가리의 고무줄을 만지작 거렸다. 맞다. 자위를 하지 않는 내모습은, 마지막 그것까지 벗으라는 무언의 요청이자 명령이었다. 예림이 역시 그 무언의 요청을 감지하고는 망설이고 있는 것이었다.
기대감 때문인지 목젖이 파르르 떨렸다. 예림이의 하얀 손가락이 골반의 양옆에 걸려있는 팬티끈 안으로 살짝 들어갔을때에 그 떨림은 절정에 달했다. 그녀는 내면의 무언가와 심각하게 싸우는 것처럼 고민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할까. 나처럼 흥분을 느끼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부끄러운 것일까?
이윽고 그녀의 손이 밑으로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팬티의 삼각형 모양은 조금씩 일그러지며, 하얀 손가락들에 밀려 끈처럼 말려 내려가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 삼각형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은지 금세 곱슬곱슬한 숲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이제 붉게 물들기 까지 한 자지를 움켜쥐었다. 내 손에서 불끈불끈거리는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흥분하고 있었다. 누나의 팬티는 하나의 끈처럼 말려 내려가며 도톰한 허벅지와 날씬한 종아리를 타고 발목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그곳을 손으로 가린 누나의 얼굴표정은, 내가 여태까지 보았던 그 어떤 모습보다 야릇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심호흡을 하는 건지, 그녀의 가슴 부분이 살짝 팽창했다가 다시금 원위치했다. 재빨리 가린 은밀한 부분위로 내 시선이 쏠려있었다. 슥슥 소리가 날 정도로 내 손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자위를 한 것에 안심을 했다는 듯이, 예림이의 얼굴에 떠올랐던 당혹감은 천천히 지워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악기를 했다고는 믿을수 없는 보드라운 손등이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 많지 않은 거뭇거뭇한 부분은, 누나의 속살위를 은은하게 덮고 있었다. 꼿꼿이 서있는 탓에 앙다문 그 조개살을 볼수 없다는 것은 엄청난 아쉬움이었지만,늘 란제리 차림을 보여주던 누나가 알몸을 보였다는 것은 짜릿한 흥분이자 쾌감이었다.
“흑..헉..”
내 숨결이 거칠어 질수록 누나의 고개는 점점 땅으로 떨어졌다. 마치 빨리 끝내 달라는 듯, 추운지 양어깨를 감싸쥔 그 모습은 되려 섹시하게 느껴졌다. 내 상상속에서 예림이는 그런 완벽한 몸매를 침대에 뉘이고, 다리를 벌려 나를 맞아들이고 있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그 촉촉한 속살사이로 벌겋게 상기된 내 불기둥이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상상속의 예림이는 잔뜩 흥분한 표정을 하고서, 내 가슴팍에 자신의 보드라운 가슴을 짓이겨가며 나를 끌어안았다.
‘으윽!’
나는 하마터면 그렇게 소리지를 뻔했다. 오히려 실제 섹스를 할때보다 몇 배나 빠른 사정감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뿔싸.크게 흥분해 있는 터라 몰랐던 걸까.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커져 있는 그 문틈으로 하얀 궤적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욕실 바닥이 아닌 방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그 소리에 나뿐만이 아니라 예림이도 깜짝 놀라 작은 어깨를 들썩거릴 정도였다. 기둥을 움켜쥔 내 손위로도 하얀 액체가 묻어져 나왔고, 나는 그 어느때보다 당황한 표정으로 방바닥에 떨어진 내 분신들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 문틈을 황급히 닫아버린 것이었다. 문이 닫히는 그 찰나의 순간에, 내 자위가 끝난것을 안 예림이가 새로운 속옷을 들고 갈아입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문을 닫자마자 뜨거운 샤워기 밑으로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머리속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맙소사. 흥분을 해도 너무한 모양이었다. 늘 욕실바닥에 정액을 뿌리고, 샤워기를 강하게 틀어 그것들을 배수구로 밀어넣었던 내가 처음으로 저지른 미스였다. 란제리의 벽이 허물어진 것에 내 자신도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샤워를 한답시고 누나의 모습을 보며 자위를 하고, 몸을 깨끗히 씻고 나와서 마치 ‘내 양심도 깨끗히 씻었다’라는 듯이 뻔뻔하게 누나와 대화를 했던 여태까지의 패턴이 산산히 부숴져 버린 것이었다. 나답지 않게도 ‘어쩌지?’라는 말만 머리속에서 수십번 반복하며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자위를 하는 것을 누나도 뻔히 알고, 누나가 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는데도 정액이 문 틈을 통과하여 바닥에 뿌려진 그 행동이 가져다준 데미지는 엄청난 것이었다.
‘어서 빨리..나간다면!’
사람은 간혹 당황했을때에 판단력을 상실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나 역시 그러했다. 말도 안되게도 나는 덜 마른 몸위로 재빨리 옷을 걸치며, 그 바닥위로 수건을 덮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바닥을 슥슥 훔치면 될 지도 몰라..하는, 단순한 해결책을 내고야 말았다.
끼이익.
문을 열고, 가득차 있던 수증기를 거실로 방류시켰다.이제는 옷을 다 착용해서, 아까처럼 원피스위의 앞치마 차림을 하고 있는 누나의 뒷모습이 보였다. 내 모습을 차마 볼수 없다는 듯이, 괜시리 내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살짝 응시한 나는, 재빨리 내 정액들이 뿌려진 바닥을 눈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런...’
그것이 예림이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또다른 시작인지, 아니면 완전한 끝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바닥에 뿌려졌던 하얗고 끈적이는 그 액체들은, 내가 다시 나왔을때엔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오늘 저녁 서울 곳곳에 천둥번개. 소나기 후 갬-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날씨정보에, 지루한 수업속에서 허덕이던 내 눈이 크게 뜨여졌다. 분명 얍삽한 핸드폰 판매업자들이 은근슬쩍 끼어놓은 부가서비스일 것이다. 그것을 일일히 확인하고 서비스를 해지하는 부지런한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상술이었지만, 이 순간 내게는 정말 소중한 정보나 다름없었다. 경제학과 중에서는 거의 신청한 사람이 없는 ‘스페인어’강의를 듣고 있던 나는 재빨리 숙모가 있을법한 곳의 창가를 바라보았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처럼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네 시 십분에 끝나는 수업이, 기가막힌 타이밍을 하사해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나는 재빨리 휴대폰의 전화부에 저장되어 있는 강한별의 번호로 문자메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럴싸한 핑계는 떠오르지 않는게 문제지만 그녀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다.
-어디야?-
결국 망설이던 나는 그렇게 보내고 말았다. 현실속에서 그 문자를 본 강한별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승리자의 여유가 잔뜩 베어있는 미소를 짓는다해도 상관없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은 전략의 기본이었다.
-약속이 있어서 시내 나왔는데..왜요?-
승리자의 미소는 아니었지만, 내 입가에는 그것과 비슷한 종류의 미소가 희미하게 걸리고 있었다. 나는 ‘돈을 좀 빌리려고 했다’라는,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답장을 보내 버리고는 휴대폰을 닫았다. 수신자가 그 문자를 보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크게 개의치 않을 문제였다.
절묘했다. 강한별이 약속이 있어서 시내에 갔다는 것은 아마도 삼촌을 만나기 위함일 것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전적을 봤을때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추리였다. 강한별이 시내에 있다면 삼촌도 시내에 있을 것이고, 삼촌은 아마도 늦은 시간이 될 때까지 강한별과 있을 것이었다. 일기예보가 맞다면 천둥번개가 칠 것이고, 이 강의가 끝나는 4시경에는 숙모가 일하는 급식업체의 업무가 마감된다.
“...제출기한 엄수입니다.”
분명 교수는 레포트에 관한 말을 했을 것이다. 평소라면 손이 안보일 정도로 수첩에 기록할 내용이었지만, 내 두 눈은 온통 손목에 차여져 있는 시계에 집중되어 있었다. 4시 9분. 교수는 내게 소중한 1분을 선사하고는 수업을 마쳐주었다. 아는 사람이나 동기가 단 한명도 없는 그 강의실을 재빨리 빠져나와, 나는 부랴부랴 카페테리아의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지독하게 맞지 않는 일기예보가 맞다면, 그리고 강한별과 삼촌이 같이 있다는 내 예상이 맞다면 오늘은 비로소 손미현이라는 내 고교시절의 여신과 가까워질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었다. 여신이 아닌 내 눈앞에 있는 여자로 바뀌기를 나는 숙모와 재회했던 그 순간부터 기다려왔었나 보다. 비록 내 자신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생각해보면, 숙모는 남이었다. 남과 가족의 기준을 피가 섞이고 섞이지 않은 것으로 억지로 분류하자면 그러했다. 피가 섞인 삼촌도 우리와 남남이라고 선언한지 몇년이 된 마당에, 숙모를 가족의 범주로 억지로 끌어당겨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맞다. 요새들어 늘 하고 있는 합리화를 나는 줄기차게 해대고 있는 것이었다.
카페테리아로 향하는 그 동안, 몇몇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났다. 다만, 그들이 누군지는 머리속에 정리되지 않았다.누가 되었던지 상관없다라고 표현하는 쪽이 옳을것이다. 걔중에는 동기도 있었던 것 같고,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선배가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들은 캠퍼스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처럼, 그저 ‘배경’과도 같이 내 머리속에 인식되었다.
“후우..후우..”
비록 걸어왔지만 속력을 빨리 한 탓에 숨이 가빠왔다. 다시 한번 급식업체 아줌마들의 수상쩍은 시선을 받으며 ‘손미현씨’를 찾아야 하는게 조금 싫었지만 그다지 크게 걸림돌로 작용될 것은 아니었다. 그냥 조카라고 말함으로서 일반적인 잣대로 바라보게 하면 그만이었다. 결심을 굳힌 나는 카페테리아의 문을 잡아당겼다.
“어...?”
급식업체 사람들이 분주하게 식기들이나 식재료들을 나르고 있을 것이다라는 내 예상은 아주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식당은 텅 비어 있었고, 아예 조명조차 켜져 있지 않아 어둑어둑했다. 그나마 사물을 분별할 수 있는것은, 배식대 뒤 쪽에 위치한 조리실의 불이 켜져 있었으며, 그 속에서 딱딱딱하는 도마소리가 났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안계시나요?”
망설이던 나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동시에 딱딱딱 하던 도마소리도 뚝 하고 멈추었다.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어두웠던 카페테리아 홀의 조명이 스위치 켜지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점등되었다. 한층 밝아진 시야로, 하얀 수건을 머리에 두른 고운 여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머?”
하마터면 푸하하!라고 웃을 뻔했다. 우연이라는 놈은 지독하게도 내 편이었다. 불이 켜진 홀로는 깜짝 놀란 숙모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히죽거리며 웃자, 숙모는 영문도 모르고는 따라 웃었다. 천둥번개가 쳤었던 얼마전의 일로 어색해졌을 거란 내 우려가 조금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냥. 수업이 끝나서 들렸어요.”
치밀하게 삼촌의 동선까지 파악한 주제에, 나는 자위하고 나와서 태연하게 누나와 대화를 나눴던 그 뻔뻔함을 다시한번 과시하고 있었다. 약간의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내가 계속 웃고 있으니 숙모도 살짝 따라 웃었다.
“아직까지 일해요?”
“네. 저 혼자만 남았네요.”
“왜 혼자..?”
“제가 가장 늦게 들어온 사원이니까..뒷정리를 해야 해서요.”
이것도 우연인지, 아니면 복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숙모에게 다가갔다. 의외로 나를 향한 눈빛에는 경계심이나 민망함이 없는 것에도 기분이 좋았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휴. 아니에요. 채소 다듬어 놓고 옮기고 그러는건데..남자가 그런거 만질수야 있나요?”
“에이.못할게 뭐있어요.제가 옮길게요.”
손사레까지 치는 숙모를 무시하고는, 나는 소매까지 걷어 부치고 조리실로 들어갔다. 배추잎사귀들이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모습과, 큼지막한 무가 잔뜩 쌓여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하면 돼요?”
“정말 못말려..집에 가서 공부해야죠.여기서 저 도와주면 공부에 방해 받잖아요.”
“괜찮아요. 매일 하는 공부 좀 쉬면 어때요.”
이상하게 숙모의 앞에서면 나는 싹싹한 조카가 된다. 싹싹한 조카를 친절한 남자로 바꾸고 싶은 욕망도 한쪽에 자리잡고 있지만, 여하튼 보여지는 면은 그러했다. 숙모는 포기한듯 무를 조리대 위로 쌓아 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괜시리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무리해서 무를 양 팔 가득 움켜쥐었다.
“옷에 냄새 베겠다.”
“괜찮아요. 근데 숙모 혼자서 이걸 다 하려고 했어요?”
“시키는 건 어쩔수 없지요.”
그녀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앞치마를 하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배추를 다듬었다. 수건으로 묶인 머리 밑으로 보이는 하얀 이마가 너무나 이쁘게 느껴졌다. 식당일 때문에 고왔던 손이 조금은 거칠어 진것 같았지만, 특유의 옷맵시는 투박한 식당의 앞치마로도 가려지지 않는 세련된 모습이었다.
무를 옮기다가, 나는 불현듯 들어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숙모를 바라보았다. 나와는 열살의 차이가 나지만, 분명 누나라고 불러도 사람들이 믿을지도 모를 동안의 얼굴이었다. 내가 처음봤던 고등학교 때와 전혀 변하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하마터면 양 팔 한아름 감싸 안은 무를 떨어트릴 뻔했다. 고등학교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예림이는 미국에 있었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보통의 고등학생이었다. 물론 성적인 호기심이 있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으며, 때때로 자위를 한적도 있었다.
내가 무를 떨어트릴 뻔한 것은, 당시 자위를 할때 상상속에 종종 등장했던 인물이 숙모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내 여신은 새하얀 드레스를 훌훌 벗어 던지고 내 상상속에서 나와 사랑을 나눴다. 청초한 아름다움은 섹시함으로 얼룩져 내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었다. 당시에 여자친구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허용되는 자위의 상상속에 여자친구를 등장시킬 이유는 1퍼센트도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요새 무너트리고 있는 성벽들과, 쉴 새없이 넘나드는 그 선들이 예전부터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었다. 천둥번개가 치던 날 숙모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더듬었던 것은 당시의 생각처럼 결코 ‘우발적인’것이 아니었던 거다. 뇌가 명령을 내린게 아니라, 그 잠재되어 있던 욕망들이 숙성기간을 거쳐 폭발하며 내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삼촌은 오늘도 늦죠?”
내 말에, 숙모의 손이 살짝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괜한 말을 했나 하는 후회는 들어오지 않았다. 지극히 의도적인 질문이었다.
“모르죠 그건.”
예전에 술자리에서 삼촌의 이야기를 할때처럼 힘이 없는 목소리가 아닌, 무심하게 느껴지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였다. 혹시나 내 몸위로 강한별의 향수냄새가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괜시리 킁킁 거렸다.
“오늘은 제가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
그녀는 아무런 대답없이 채소들의 손질을 계속했다. 숙모의 오른손에 쥐어진 과도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본 내 마음도, 돌맹이가 던져진 수면처럼 원형을 그리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괜찮아요.혼자 갈게요.”
“오늘 번개가 치는 곳이 있데요. 일기예보가 문자로 전송되었거든요.”
그녀와 나는 택시를 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버스를 타기 싫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번개가 칠 때는 버스보다는 택시 쪽에서 안정감을 느끼나 보다..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연신 창밖을 보는 숙모의 눈은 잔뜩 겁에 질려있었고, 택시기사가 ‘오늘 번개 친다죠?’라는 말을 했을때는 옆 좌석에 있는 내 손을 꽉 움켜쥐기까지 했다.
자동차의 라이트가 차체가 움직일때마다 이리저리 굴절하며 골목길을 비추었다. 여름이 오기 전까진, 아마도 해는 계속 길어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었다. 번개가 칠 확률을 가지고 있는 하늘은 먹구름을 잔뜩 머금고는 숙모를 위협하고 있었다. 거대한 이를 들어낸 맹수의 앞에 있는 초식동물처럼, 숙모는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며 조용히 몸을 떨고 있었다.
분명 숙모는 저번의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을 것이다. 분명 조카와 숙모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녀와 함께 같은 택시를 타고 온 것은, 순전히 번개에 대한 숙모의 공포증 때문이었다.
“만약에, 길을 가는데 번개가 치면 어떻게 하세요?”
택시에 내려 아파트로 향하는 동안, 그 찰나의 서먹함이 싫어서 나는 입을 열었다. 말만 들어도 고통스러운지 잔뜩 미간을 찡그린 숙모의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얼른 근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요. 그리고 주저앉아 버려요.”
“흐음..”
생각보다 심각한 공포증이었다. 번개치는 날 치명적인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한 공포증을 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집에 도착할 때 즈음이 되니, 숙모는 계속해서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무엇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그만 가보라는 말이 나올것 같아 황급히 입을 열었다.
“삼촌차가 없는 것을 보니 아직 집에 오지 않은것 같네요.집에 불도 꺼져있고.”
생각보다 좋은 선공인지, 그녀는 내 말에 살짝 더 당황하고 있었다. 술을 마셨던 그 날처럼,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가고 싶다는 충동이 고개를 들었지만 꾹꾹 참아내었다. 번개의 섬광이 살짝만 비추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텐데...하는 생각을 할때에 우리는 벌써 현관문 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저 그만 가볼까요?”
떠보기 위한 의도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숙모가 원치 않는다면 돌아가는게 맞을 것 같아 그렇게 물었다. 떨리는 하얀 손가락사이로 열쇠가 비집고 나와, 국건히 닫혀있던 현관문의 문고리를 툭 하고 돌려버렸다.
“아뇨. 조금만...이따가 가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집안의 정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숙모는 머뭇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 한 번 불안한 눈으로 거실의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쇼파에 살짝 걸터앉은 내 눈에, 주방으로 향하는 숙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라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녀는 외투만을 벗어 의자에 걸치고는 찬장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목을 살짝 가린 하얀색 터틀넥의 니트 밑으로, 살짝 달라붙은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아가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 숙모에게 고정된 내 눈은 다른곳으로 돌려지지 않았다. 찬장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려는 듯, 까치발을 하고 양 손을 뻗은 그녀의 니트가 살짝 올라가며 군살없는 옆구리의 하얀 부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절대 노출이라고 부를수도 없을 것 같은 그런 사소한 광경에도, 나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긴장감. 방안을 가득 메운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언제 번개가 칠지 모른다는 긴장감과, 저 번의 그 일이 일어났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주는 긴장감이 뒤섞여 방안의 공기는 사뭇 무거워졌다.
“있잖아요.”
숙모는 조심스레 입을 열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보여졌다가 다시금 가려지는 가느다란 허리를 바라보던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직 천둥번개가 무섭지만...저번에 예영이가 다녀갔을때 잘하면 조금은 덜 무서워질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요?”
찬장에서 커피잔 따위를 찾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녀가 꺼낸 것은 놀랍게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주병이었다. 3분의 1가량이 비워져 있는 그것은 병부터 멋드러진 양각과 음각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갈색의 액체들이 숙모의 팔이 흔들릴때마다 찰랑거리며 병 안을 부유하고 있었다.
“술..?”
“네. 물론 다는 아니지만, 조금은 안정되는 기분을 받았어요. 그때 예영이가 나한테 술 줬었죠?”
“아..그랬죠. 하지만 그건 소주였는데.”
“우리집엔 이거 밖에 없어요. 삼촌이 마시는 건데..요샌 잘 마시지 않아서..”
얼굴에 가득했던 공포감과 긴장감 대신, 숙모는 조금은 부끄러워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갑자기 술을 마시자고 제안한 것이 부끄러운걸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찬성을 해주었다. 어차피 번개는 칠 것같지 않았고, 그런 핑계마저 없다면 나는 그냥 어색한 지금의 분위기 그대로 집으로 가야만 했을 테니 말이다.
“잠시만요.”
숙모는 내게 그렇게 말을 하고는, 한참이나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론 가끔씩 창가쪽을 바라보며 혹시나 자신이 두려워하는 그것이 오지는 않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지만, 10여분이 경과하고 나서 숙모는 과일이 담긴 안주와 함께 조촐한 술상을 차려 거실로 가져왔다.
“마실수 있으세요?”
얼음을 넣어 약간은 중화시키긴 했지만, 소주보다 훨씬 높은 도수를 가진 양주였다. 도수가 낮은 과일주에도 얼굴이 붉어지는 숙모가 그것을 마실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왔다. 분명 내가 아는 여성중에 저 양주를 어느정도라도 마실수 있는 사람은 강한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조금이라면.”
“제 옆에 앉으세요.”
나는 쇼파에, 숙모는 바닥에 앉아 있는 형상이었다. 내 말에 숙모의 눈은 살짝 커졌지만, 상대의 약점을 알고 있는 내가 그것을 가만히 둘 리는 없었다.
“갑자기 번개가 칠 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온거고.”
역시나 내 말에 숙모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군말없이 잔을 들고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나보다 10살이 위인 손미현이라는 여자가 흡사 고등학생 처럼 귀여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하얀색 터틀넥 니트위로 내려온 까만 머리칼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어울렸다. 거기에 피부가 좋은 숙모가 얼굴까지 창백하게 탈색시키고 나니 내 보호본능은 더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내 오른쪽 어깨에 닿아있는 그녀의 몸에서 체온이 느껴지는 듯했다. 벌컥벌컥 들이키는 나와는 달리, 홀짝홀짝 마시면서도 연신 얼굴을 찡그리며 입가에 과일을 가져가는 그녀가 너무나 귀여웠다. 머리결이 가려버린 그녀의 옆모습을, 아주 뻔뻔하게도 멍하니 응시하고 말았다. 이런 여신을 반려자로 데리고 있는 삼촌은 분명 행운아이다. 다만, 그 행운아는 자신이 얼마나 큰 행운을 갖고 있는지 모른채로 밖으로 내도는 것이 문제이긴 하겠지만.
“공포증은...고칠수 있데요.”
“정말로요?”
“네. 공포증이 생기는 것이 어떠한 계기에 의한 것이라면, 역시나 어떤 계기에 의해서 고칠수 있다고 하는 것을 들은적이 있어요. 제 전공이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요.”
인재가 듣는 ‘금융론’이라는 곳에서는 심리학과 연계를 지어 수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나는 그 수업을 듣지 않았다. 대신에 그 수업을 인재가 들을때에 예림이와 채팅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금융론을 들어서 심리학 쪽에 발을 담구지 않아도, 내 말은 숙모를 조금은 릴렉스 시켜주기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깨의 떨림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내가 예전에 반했었던 그 반짝거리는 눈망울이 다시금 원래의 색을 찾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양주의 쓴 맛에 조금은 적응이 되기 시작했는지, 숙모는 아주 조금씩이었지만 금세 글라스의 한 잔을 다 비워버렸다. 몇 개의 얼음조각들이 갈색 물기를 머금고 서로 부딪혀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삼촌은...1년전부터 늦게 오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말에 과일은 한 입 베어문 나는 몇 번 씹지도 않고는 그것을 꿀꺽 삼키며 숙모에게 눈을 돌렸다. 그녀의 잔이 비어있는 것을 알아챈 나는 병을 들어 잔을 채웠고, 숙모는 입술만을 살짝 적시고는 두 손으로 글라스를 감싸쥐었다.
“그때부터 시작된것 같아요. 삼촌은 가정에 무심하기 시작했고, 나랑 삼촌 사이에 대화는 점점 없어졌어요.”
“그랬군요.”
“당시에도 늘 술에 취해 들어왔지만 괜찮았어요. 친구들끼리 모여 술집을 다니고, 술집 아가씨들과 어울리는 것은 참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최근에..언젠가부터 그게 아니었어요. 계속해서 똑같은 여자 향수 냄새가 나고..늘 정해진 시간에, 그것도 저녁에 나가고..일은 하는둥 마는둥 완전히 거기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람 같아요.”
살짝 양심이 찔려왔다. 최근에 삼촌을 술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겉돌게 한것은 다름아닌 내 후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그녀를 말리지 않는 것은 그런말을 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숙모와 삼촌의 사이가 멀어지기를 바랬을 뿐이었다.
“왜..그것을 삼촌에게 따지지 않나요? 아니..왜 이혼하지 않죠?”
“겁이나서요. 저번에 말했지요? 여자는 결혼하면 가정이 전부가 된다고..전부를 버리고 혼자가 될 자신이 없어요.”
그녀는 조금씩 안정되는 톤으로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처럼 섹스리스에 관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이야기의 배후에 그것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쯤은 손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심한 갈증에 연신 양주를 목으로 넘겼고, 그녀는 자신의 볼이 점점 붉어지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며 조금씩 양주를 들이켰다.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들려온 그 말은, 내 심장을 크게 덜컹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숙모같은 여자가 아이를 원하는데, 부부사이를 섹스리스의 관계로 만들어 버리고 밖에서 스무살짜리 여자애를 돈을 주고 사는 삼촌의 태도에 주먹이 쥐어졌다. 그것은 일종의 열등감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 열등감이 가득담긴 내 눈이 슬픈표정의 숙모의 하얀 얼굴을 스캔하듯 이리저리 훑었다. 내가 과연 삼촌을 미워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아이를 만들어주는 대신 와이프를 밖에서 식당일을 하도록 시키고는 자신은 조건만남을 하는 남편의 모습은 미움받아 마땅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조카한테 별 이야기를 다하네요.”
그녀는 부끄러운 듯 입을 가리고 웃어버렸다. 그렇다 해서 내 얼굴에도 웃음기가 떠오르지는 않아서, 나는 얼른 술을 마심으로서 잔으로 내 얼굴표정을 가려버렸다.
“술 정말 잘 마시네요.”
“그렇지 않아요. 티가 안날 뿐일걸요. 저 조금 취했어요.”
내 말에 숙모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살며시 눈꼬리가 같이 내려가는 그 청순한 얼굴에 다리 떨리는 버릇이 생길 지경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양주병은 3분의 2에서 다시 3분의 1의 양으로 줄어들었고, 벽에 걸린 시계는 여덟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숙모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니 물이 마시고 싶어진 듯했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몸은 기우뚱해지고 있었다. 나는 얼른 몸을 일으켜 숙모의 팔을 잡았다. 손에 잡히는, 그녀의 가는 팔을 덮고 있는 부드러운 니트의 감촉이 좋았다.
“에휴..집이라 다행이네요. 길거리였으면 추했을텐데. 그쵸?”
“숙모.”
“네.”
“선을 넘어도 되나요?”
내 입에서 튀어나와 버린, 전후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말 때문에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분위기가 다시금 무거워 지려 하고 있을때, 반짝이는 입술이 열렸다.
“네.”
“삼촌과 마지막으로 잠자리를 한게 언제인가요?”
저번과는 달리, 숙모는 내게 아웃선언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녀의 얼굴위로 부드러운 머리결들이 내려와 덮였다.
“꽤..오래된 것 같네요.”
그리고는 숙모는 본래의 목적지인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팔을 잡은 내 손은 스르르 놓아졌고, 대신에 나는 불안한 걸음걸이를 하고 있는 그녀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랐다. 생전 먹지 않는 양주를 마셔서 그런지 내 다리도 후들후들 떨리는 것만 같았지만, 가슴이 떨리는 것에 비하면 그것은 아주 사소한 진동이었다.
숙모의 몸이 식탁위로 가서 멈추었다. 그녀는 한쪽팔을 뻗어 탁자를 짚으며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는, 갑자기 마신 술기운이 올라와 힘든지 내 귀에 들릴 정도로 급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저번과 너무나 똑같은 상황. 내 눈은 숙모의 다른 한쪽 손을 향했다. 탁자위에 놓인 물주전자를 향해 조금씩 뻗어지는 숙모의 손을 보니 눈이 번쩍 하고 뜨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숙모가 저 물을 마셔서 진정을 하고 나면 겨우겨우 넘었던 그 ‘선’의 반대편으로 다시금 돌아와 버릴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결국, 숙모의 손이 그 주전자에 닿기 전에, 나는 또한번 그녀를 뒤에서 끌어 안았다.
몇 초의 시간이 흘렀다. 내 입술에 숙모의 하얀 뒷 목이 닿았다. 뒤를 보인 그녀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니트위로 느껴지는 가냘픈 허리를 끌어안고, 나는 어색하게 그녀와 밀착하고 말았다.
“또 하나만 물어볼게요.”
숙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입술에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에 가슴이 뛰었다. 우리의 주변에는 술냄새가 섞인 호흡이 공기중에서 쉴새없이 대류하고 있었다.
“저번에 제가 숙모를 만졌을 때..기분이 좋았나요?”
흡사 채팅방에서의 예림이와 내 대화를 보는 것과 같은 질문이었다. 다만 그것이 철저하게 웹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것은 ‘끌어안고’ 나누는 대화였다. 물론 일방적으로 내가 그녀를 뒤에서 안아버린 것이지만.
“약간......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숙모가 아닌 미현아 라고 부르는 만행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왔다. 천둥번개가 친다던 하늘은 아직까지 고요했다. 그렇게..고요한 적막이 흘렀고, 숙모의 손이 자신의 허리를 감싼 내 손위로 포개어졌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은 그 스탑버튼을 철저히 무시하며, 나는 그 상태 그대로 숙모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
기억나는 것은 숙모의 눈망울이 커졌다가, 다시 스르륵 감겼다는 것 뿐이었다. 그 이후에는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매번 훔쳐보기만 했던 그 달콤한 입술이 내 입술에 포개어 지고, 내 만행에 의해 부드러운 혀를 탐하기 전까지의 과정은 그저 하얀 백지장 그 자체였다.
조금의 실눈을 뜬 내 눈꺼풀 사이로, 긴 속눈썹에 덮혀 감겨있는 숙모의 두 눈을 보자 불같은 것이 확 하고 치솟아 올랐다. 술냄새가 아닌 달콤한 그 무언가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내 몸이 연신 숙모의 몸을 밀치고 있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그녀의 뒤에는 무거운 식탁이 버티고 있었고, 그녀의 팔은 물주전자에 미치지 못하고 어설프게 내 티셔츠 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흡..!”
놀란듯 했지만 그녀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이 니트안으로 파고 들어가, 그 안에 자리잡은 부드러운 살결을 두 손가득 잡아 쓰다듬을 그때도 그녀는 움찔할 뿐 나를 밀쳐내지 못했다. 나는...아웃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저번처럼 스탑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천사, 여신, 숙모, 가족 따위의 일관성 없는 단어들이 내 머리를 빙빙 돌았지만 그것은 곧 떨쳐져 버렸다. 숙모의 니트는 점점 더 위로 올라갔고, 연보라색 란제리 위로 자리잡은 가슴을 내 손아귀 가득 쥐며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빨았다. 청순한 얼굴 밑으로 위치한 그녀의 가슴은 너무나 야하게 느껴질 정도로 컸다. 보기싫게 풍만한 것이 아닌, 느끼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그런 크기였다.
“흑..”
그녀는 눈을 뜨지 못했다. 그것이 부끄러워서 인지, 아니면 놀라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 손은 급하게 그녀의 등을 더듬어 브라의 후크를 풀렀고, 또 한번 내 손에 의해 그녀의 니트는 벗겨져 나갔다. 터틀넥부분이 그녀의 얼굴을 통과하는 그 순간, 실오라기 하나 없이 드러난 완벽한 상체에 나는 덮치듯 그녀를 끌어 안았다.
“안돼요..안돼..”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조금의 힘도 없는 그 톤은 전혀 신빙성이 없는 고장난 스탑버튼이었다. 그리고 그 버튼이 고장난 틈을 타 나는 허겁지겁 숙모의 청바지 후크 마져도 풀어내어 버렸다. 잠시라도 멈칫 하는 순간, 숙모의 도덕관념을 건드리는 순간 그걸로 끝인 것이었다. 술의 힘을 빌어, 그리고 그녀의 공포증의 효과를 빌려 이루어진 상황을 여기서 끝낸다면 아예 그녀와 멀어질 지도 모를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다급해진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들어 올렸고, 당황스러워 하는 그녀를 들고 아까까지 나란히 앉아있던 쇼파로 걸어갔다.
황급히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우리가 마셨던 술상이 놓인 위치보다 훨씬 멀리 날아간 그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나는 곧바로 숙모를 쇼파에 눕히고는 그녀의 몸위로 내 체중을 실었다. 내 손에 일그러지는 하얀 젖무덤이 내 호흡을 점점 가파르게 만들었다.
“아..안돼..흑!”
그녀의 골반쪽에 손을대고, 아까 후크를 풀어두었던 청바지와 그 속에 있는 팬티를 같이 잡아 밑으로 잡아 당겼다. 숙모는 내 팔을 부여잡았지만 여전히 눈은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그 청바지를 힘을 주어 그녀의 발목에서 분리해 내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순백색 알몸이 내 눈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 알몸의 주인공은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로, 최대한 다리를 오므려 중요한 부분을 본능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 방향타가 고장난 거선의 폭주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나 역시 그녀가 당황하는 그 틈을 타서 스스로를 알몸으로 만들었고, 한껏 오므린 그녀의 다리사이로 억지로 내 몸을 밀어넣었다.
“안돼..예영아..안돼요..이러면..”
내 자지가 잔뜩 발기하여, 그녀의 허벅지가 만나는 지점의 살덩이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의미없는 스탑버튼을 무시하며 내 손은 점점 더 그녀의 무릎을 잡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잡아 당기고 있었다.
“흑!”
짜릿한 전율이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까만 털 밑으로, 붉어진 조개살이 살짝 입을 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을 가져다 대니 끈적한 느낌이 들어왔다. 그녀는...숙모는...아니 손미현은 어느새 흠뻑 젖어 있던 것이었다.
등뒤로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내가 그녀의 입술로 돌진하자 자연스레 내 몸은 숙모와 밀착했고, 정확히 위치가 맞았는지 내 귀두가 그녀의 젖어버린 그 살덩이 사이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흑! 아..안돼..아아아..이러면..아아!”
온 몸이 녹아드는 것만 같은 짜릿함 이었다. 번개를 맞은 내 피뢰침은 그녀의 몸안으로 전류를 밀어넣고 있었다. 유부녀라고는 믿을수 없는 그 완벽한 몸매 앞에서 나는 헉헉거리며 그녀의 몸을 핥아 대었다. 내 자지가 뿌리까지 그녀의 몸안으로 파고 들었을 그때에, 나는 분명히 내 목을 끌어안는 숙모의 손을 느낄수 있었다.
“아흑! 너..너무해요..흑! 흐응!”
내 팔이 그녀의 엉덩이 부분을 받치듯 잡아 올렸고, 이윽고 좁은 쇼파위에서 내 허리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얼굴에서 흘러내린 땀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지며 그녀의 몸을 더럽히고 있었다. 숙모의 입가에서 당혹스러움이 아닌 쾌감어린 신음이 나왔을때에, 그녀의 몸안에 있던 내 불기둥도 부르르 떠는 것만 같았다.
나는 얼굴을 내려뜨려 그녀의 가슴위로 혀를 굴렸다. 여자를 이토록 정성스레 애무한 것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가슴 전체를 입으로 빨기도 하고, 젖꼭지에 혀를 돌려 자극을 주기도 했다. 숙모와 하나가 된 그 상황에서도, 내가 드나드는 입구 위에 위치한 그 작은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아아아..아흑!”
분명 나는 그때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불기둥을 촉촉하게 감싼 그녀의 속살은, 마치 남자 경험이 없었던 여자처럼 강하게 옥죄어 오고 있었다. 내 공격이 성공이라는 생각과 함께, 팬스위로 넘어가는 내 홈런볼을 보면서 나는 마음속에 있던 열등감을 없에 버리고 있었다.
“아흑! 예영아..사..삼촌이 올지도..흑! 흐응! 읍! 으읍!”
그녀의 입을 내 입으로 막아 버리고는, 몇 년이나 굶주린 사람처럼 허리를 움직여 박아대었다. 이리저리 애액이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단 두명과 섹스를 해봤을 뿐이지만, 내 첫 애인과 강한별 모두 숙모만큼 물이 많지는 않았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내 허리를 더욱더 빨리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흡!으읍!”
그녀의 몸은 너무나 뜨거웠다. 내 혀가 들어가자, 이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혀로 감아오는 숙모의 달라진 태도에 흥분속에서 아련한 뿌듯함이 들어왔다. 두 손으로 그녀의 탱탱한 가슴을 마음껏 일그러뜨리며, 나는 그녀의 입술을 쪽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빨아 들였다.
“아흑! 안돼..나 어떡해..흑! 흐응!”
입술이 자유로워진 그녀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자세한번 바꾸지 않고 그녀를 공격해대던 내 몸으로 그녀가 느끼는 전율이 전달되어 왔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갑자기 한층 톤이 올라갔고, 그와 동시에 쇼파를 적시던 애액들이 분비되는 양이 더욱더 늘어나는 느낌이 내게도 들어왔다.
‘이럴수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내 여신이 내 몸에 깔려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걸 몸소 확인한다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환희였다. 내 몸을 강하게 감싸 안는 그 순간, 내 밑을 조이는 그녀의 은밀한 부분에도 더욱더 힘이 실렸다. 참을수 없는 쾌감이 골반을 타고 뇌로 상승하는 느낌이 들어왔다.
“흑! 흑..하아..”
힘찬 엔진을 달고 움직이던 내 몸이 그녀의 몸안에 깊숙히 자지를 박아넣은 채로 정지해 버렸다. 그 순간 그녀도, 나도 하체에 전달되는 뜨거운 느낌을 받았음에 틀림없었다.
“아..아아..어떡해..”
땀에 잔뜩 젖은 내 볼을 그녀의 볼에 가져다 대었고, 그런 그녀가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나는 똑똑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녀의 몸속 깊은 곳까지 박혀져 있는 내 귀두에서는 끊임없는 분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내 허리를 감싼 숙모의 다리는 스르르 힘이 풀렸고, 나도 모르게 다시금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번쩍!
오지 않을줄만 알았던 푸른 섬광이 우리가 누워있는 곳으로 밀어닥치며, 벌거벗은 나와 숙모의 몸을 잠시 물들였다가 사라져 버렸다. 나도 모르게 그녀와 혀를 맞대고 있다가, 눈을 살짝 떠서 숙모의 눈치를 보았다. 치지 않을 줄 알았던 그 번개. 그리고 잠시후 하늘을 찢어 발기는 천둥소리가 밀어닥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아..하아..”
콰앙! 하는 굉음에도 숙모는 더이상 몸을 움찔거리지 않았다. 이미 사정을 마친 내 자지는 아직도 숙모의 몸안에 들어가 있는 그 상태 그대로 조금씩 축소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번개가 쳐도 두려워 하지 않는 숙모의 표정에 오히려 내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내 타액에 의해 더럽혀진 그녀의 눈부신 육체,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청순한 여신이 옷을 입지 않은 상태 그대로, 너무나 야한 눈빛을 내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가 그녀를 끌어 안았을때에, 숙모는 내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이고 있었다.
“나...공포증 다..고쳤나봐요.”
청춘은 방향타가 고장난 거대한 선박과도 같았다.
아무리 훌륭한 조타수가 있다 해도, 목적지를 잃고 부유하는 거대한 군함을 멈출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언제 전복할지 모를 위험성을 지닌채로 높은 파도를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파도가 잠잠해 질때까지,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그 배가 안정적인 움직임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청춘의 첫자락에 있는 내 머리속은 온통 ‘거대한 파도’와 싸우고 있었다. 오유민이 내민 볼펜은 어찌보면 큰 고백과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유민의 그런 밝은 성격에도 고등학교 선후배라는 것에 놀라며 호들갑을 떨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강한별이 말했던 대로 아마도 오유민은 오래전부터 나를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다시 그것이 내 왕자병인거겠지 하는 자책으로 머리속에서 지워졌다가를 반복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오유민은 나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약간...혹은 그 이상의 관심을 갖고 있다.
그것은 분명 설레는 일이었다. 어떤 이성이 내게 관심을 둔다는 것이 싫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관심이 없어서 잘은 몰랐지만, 인재의 말대로 경제학과의 09학번 중에서 강한별과 오유민은 도드라지는 외모를 가진...소위 말하는 퀸카로 불리고 있었다. 오유민은 그 퀸카 2인방 중의 한명이며,게다가.........
“샤워 할거니?”
예림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으..응?”
“샤워 할거냐구.”
오유민...아니 예림이가 내 앞에서 그렇게 묻고 있었다. 자다가 일어나서 까치집을 짓고 있는 내 머리를 물기있는 손으로 꾹꾹 누르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원피스..앞치마..따위의 단어들이 내 머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내 앞에는 그 단어들을 몸소 착용한 예림이가 서있었다.
설레였다. 누나는 웃고 있었지만 표정에는 일종의 ‘조심스러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흡사 내 눈치를 보는 것과 같은 미묘한 느낌이었다. 늘 나는 자연스럽게 샤워를 위해 욕실로 들어갔고, 누나는 화상채팅에서의 대화 상대가 제안했던 그 ‘야릇한 기분’을 체험하고 있었다. 내가 아주 작은 틈으로, 그것을 지켜보는 동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무려 누나가 ‘샤워 할거니?’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시도하려고 준비를 하려는 듯이-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조심스럽게 내 의중을 묻는 그 모습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오유민이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그 사실이 ‘청춘사업의 청신호’가 아닌 ‘거대한 파도’가 되는 것은 모두 이것 때문이었다. 분명 나는 누나와 미묘한 감정선위에 서있었고, 그것은 세상의 ‘보통’혹은 ‘평범’과 격리되어 있다는 것과 맞물려 조금씩 이성을 이탈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춘사업이 파릇파릇한 로맨스화가 되기엔 애초부터 글러먹은 것이었다. 분명 나는 예림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유민을 가까이 둘 지도 모를 일이며, 또 아무렇지 않게 숙모가 마운드 위에 서있는 타석으로 등장할 것이다.
“응.씻을게.”
살며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 짙은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몇번이고 눈을 비비고 봐도 흐트러진 모습따윈 전혀 보이지 않는 그런 깨끗한 얼굴이었다. 대게는 가족에게 그런 정갈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화장기가 없을뿐, 예림이의 얼굴은 하얀 도자기의 표면처럼 깨끗해 보였다. 밖에서는 어깨까지 내리고 다니지만, 집에서는 살짝 묶어 올린 그 머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그 머리가 가장 예쁘게 어울리는 한사람이 바로 누나였다.
아...그러고 보니...어쩌면 나도 인재와 비슷한, 그런 일관된 여성상을 고수하고 있는 것만 같기도 하다.
욕실에 들어가 옷을 벗었다. 샤워기를 틀어 오싹한 한기가 도는 몸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수를 들이 부었다. 거울을 박박 닦아 내 알몸을 비춰 보았다. 누나는 완벽한 몸매를 가졌는데, 나는 이렇게 지극히 보통스러운 몸을 가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가슴에 힘을 주었다.
웃기는 일이다. 언젠가는 누나가 내 알몸을 볼 날이 있을 것처럼, 나는 이리저리 내 몸을 비춰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누나가 실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중심부를 거울에 비추는 것이 너무나 우습게 느껴졌다. 이제는 누나와 나만이 있는 그 공간을 절대적인 공간처럼 당연시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10분.
지금이었다. 이런 행위에 정해진 시간표가 있다는 것은 참 웃긴 일이지만, 나는 늘 대략 10분이 지났을때 문고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곤 했다. 그 10분이란 누나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나서 우리 둘만의 공간으로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누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구태여 문소리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일종의 배려였다. 물론 다량의 수증기가 방안으로 유입되면서 예림이는 눈치를 채겠지만, 이미 서로가 알고 하는 미묘한 심리전이 된 마당이라도 지킬것은 지켜야 했다.
내 시야를 가득 메운 그 조그마한 틈이 점점 벌어지고, 싱크대를 지나 방바닥에 놓인 토스터기를 거쳐 방안의 정경이 눈에 채워졌다. 잔뜩 구겨진 방바닥위의 내 자리,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앞치마와 원피스.
오늘은 하늘색이었다. 등을 돌린채로 꼼지락 거리는 그녀의 하얀 등위를 하얀색 브라끈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유려한 곡선이 타고 내려간 자리에는 조금 풍만한 한개의 곡선이 또다시 존재했다. 그것은 하늘색의 보드라운 천에 감싸진 채로, 두 개의 봉긋한 봉우리를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예림이가 천천히 돌아섰다. 혼자있다면 의미없는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혼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볼록한 가슴이 브라에 쌓여 탄력을 유지한채 솟아 있는 모습은 몇 번을 보아도 매력적인 것이었지만, 불행히도 내 심장은 그것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문 틈으로 보이는 내 눈빛을, 보지 않지만 그녀는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좁은 원룸의 방안을 싱크대에서부터 TV가 놓인 선반까지 서성이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시각을 제외한 오감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었다.
맥이 풀렸다. 오늘은 다를 줄 알았는데, 달라진 것은 속옷의 색상 뿐이었다. 급격히 달아올랐던 몸은 수증기의 증발때문이 아닌 변함없는 현실때문에 식어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것은 예림이도 마찬가지인 듯했다.평소처럼 벌떡 일어선 불기둥을 잡고 자위를 하지 않으니, 그것이 이상한 모양이었다.당연하게도 내 쪽으로 시선을 두지는 않았지만 예림이도 그간의 내공(?)으로 인해 달라진 내 태도에 대한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서성이던 발걸음이 다시금 침대앞에 멈춰섰다. 내 쪽으로 부터 등을 돌린 것이 아닌, 내가 서있는 욕실문을 향한 정면을 보고 서있었다. 하얀 허벅지위 은밀한 그 부분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팬티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한참이나 머뭇거리던 예림이는, 등 뒤로 손을 돌렸다.
툭!
브레지어의 후크가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내 머리속에서 맞물려 있던 그 무언가도 툭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봉긋한 두 가슴을 가지런히 모아주던 그 압박이 풀리며, 예림이의 가슴은 속박에서 부터 자유로워 진듯 조금 살짝 밑으로 내려갔다. 양 팔로 가슴을 감싸쥔 그녀의 양 겨드랑이 밑으로, 이미 풀려버린 브레지어 끈 두가닥이 흔들리고 있었다.
식어버렸던 가슴이 흡사 용광로의 불구덩이로 쇠를 집어넣은 것처럼 빠른 속도로 달아올랐다. 철따위는 비교도 안되는 열전도율로, 심장은 다시금 쿵쾅거리며 한창때의 엔진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어온다는 생각이 든 그때 즈음, 예림이는 결심을 한 듯 가슴을 감싸쥔 두 손을 밑으로 내렸다.
가슴을 감싼 브레지어가 천천히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습은 슬로우 모션보다 더 느리게 내 눈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더이상 자위를 하지 않는 내 모습에 대한 충격이었을까, 아니면 더 큰 자극을 원할 거라는 채팅상대의 말에 동의를 한 것일까. 이유는 몰랐다. 중요한 것은 누나의 가슴이 완전한 모습으로 내 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숨이 막힐정도로 탄력있는 가슴이었다. 나보다 누나라고 해도 고작 두 살차이. 그녀도 한창 아름다운 청춘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 청춘기의 탄력있는 가슴은, 중력의 힘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봉긋하게 솟아 올라 있었다. 크지 않은 분홍색 젖꼭지가 그 뽀얀 살덩이의 중심에 돋아 있었다. 나는 흡사 여자의 가슴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축 늘어져 있던 자지를 팽팽하게 발기시키고 있었다.
누나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 밑에 위치한, 그것보다 더 붉은 촉촉한 질감의 입술을 마음껏 빨고 싶은 충동이 들어왔지만 나는 오래된 거목처럼 한 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애써 만들어진 둘 만의 공간을 깨어버리는 무모한 짓이었다....라기 보다는,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숨이 막혀왔다. 잔뜩 흥분한 그 녀석을 손으로 움켜쥐려다가, 나는 잠시 멈칫했다. 어쩌면...내 짐작이 맞다면 지금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누나는 부끄러움인지 뭔지 모를 홍조를 두 볼에 가득 띄우며 고개를 숙였다. 탄력있는 가슴과 움푹 들어간 허리는, 마치 포토샵으로 손을 댄 것처럼 자연스러운 완벽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옷장으로 걸어갔고, 그 곳의 작은 서랍을 열어 색깔이 다른 속옷세트를 꺼내어 들었다.
흥분을 하지 않은 척 한다라는 내 작전은 어느정도 성공이었다. 새 속옷을 다시 들고 올때까지도 자위를 하지 않는 내 모습을 알아챈 예림이는 급격히 당황하며 마지막 남은 천조가리의 고무줄을 만지작 거렸다. 맞다. 자위를 하지 않는 내모습은, 마지막 그것까지 벗으라는 무언의 요청이자 명령이었다. 예림이 역시 그 무언의 요청을 감지하고는 망설이고 있는 것이었다.
기대감 때문인지 목젖이 파르르 떨렸다. 예림이의 하얀 손가락이 골반의 양옆에 걸려있는 팬티끈 안으로 살짝 들어갔을때에 그 떨림은 절정에 달했다. 그녀는 내면의 무언가와 심각하게 싸우는 것처럼 고민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할까. 나처럼 흥분을 느끼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부끄러운 것일까?
이윽고 그녀의 손이 밑으로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팬티의 삼각형 모양은 조금씩 일그러지며, 하얀 손가락들에 밀려 끈처럼 말려 내려가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 삼각형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은지 금세 곱슬곱슬한 숲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이제 붉게 물들기 까지 한 자지를 움켜쥐었다. 내 손에서 불끈불끈거리는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흥분하고 있었다. 누나의 팬티는 하나의 끈처럼 말려 내려가며 도톰한 허벅지와 날씬한 종아리를 타고 발목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그곳을 손으로 가린 누나의 얼굴표정은, 내가 여태까지 보았던 그 어떤 모습보다 야릇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심호흡을 하는 건지, 그녀의 가슴 부분이 살짝 팽창했다가 다시금 원위치했다. 재빨리 가린 은밀한 부분위로 내 시선이 쏠려있었다. 슥슥 소리가 날 정도로 내 손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자위를 한 것에 안심을 했다는 듯이, 예림이의 얼굴에 떠올랐던 당혹감은 천천히 지워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악기를 했다고는 믿을수 없는 보드라운 손등이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 많지 않은 거뭇거뭇한 부분은, 누나의 속살위를 은은하게 덮고 있었다. 꼿꼿이 서있는 탓에 앙다문 그 조개살을 볼수 없다는 것은 엄청난 아쉬움이었지만,늘 란제리 차림을 보여주던 누나가 알몸을 보였다는 것은 짜릿한 흥분이자 쾌감이었다.
“흑..헉..”
내 숨결이 거칠어 질수록 누나의 고개는 점점 땅으로 떨어졌다. 마치 빨리 끝내 달라는 듯, 추운지 양어깨를 감싸쥔 그 모습은 되려 섹시하게 느껴졌다. 내 상상속에서 예림이는 그런 완벽한 몸매를 침대에 뉘이고, 다리를 벌려 나를 맞아들이고 있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그 촉촉한 속살사이로 벌겋게 상기된 내 불기둥이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상상속의 예림이는 잔뜩 흥분한 표정을 하고서, 내 가슴팍에 자신의 보드라운 가슴을 짓이겨가며 나를 끌어안았다.
‘으윽!’
나는 하마터면 그렇게 소리지를 뻔했다. 오히려 실제 섹스를 할때보다 몇 배나 빠른 사정감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뿔싸.크게 흥분해 있는 터라 몰랐던 걸까.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커져 있는 그 문틈으로 하얀 궤적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욕실 바닥이 아닌 방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그 소리에 나뿐만이 아니라 예림이도 깜짝 놀라 작은 어깨를 들썩거릴 정도였다. 기둥을 움켜쥔 내 손위로도 하얀 액체가 묻어져 나왔고, 나는 그 어느때보다 당황한 표정으로 방바닥에 떨어진 내 분신들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 문틈을 황급히 닫아버린 것이었다. 문이 닫히는 그 찰나의 순간에, 내 자위가 끝난것을 안 예림이가 새로운 속옷을 들고 갈아입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문을 닫자마자 뜨거운 샤워기 밑으로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머리속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맙소사. 흥분을 해도 너무한 모양이었다. 늘 욕실바닥에 정액을 뿌리고, 샤워기를 강하게 틀어 그것들을 배수구로 밀어넣었던 내가 처음으로 저지른 미스였다. 란제리의 벽이 허물어진 것에 내 자신도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샤워를 한답시고 누나의 모습을 보며 자위를 하고, 몸을 깨끗히 씻고 나와서 마치 ‘내 양심도 깨끗히 씻었다’라는 듯이 뻔뻔하게 누나와 대화를 했던 여태까지의 패턴이 산산히 부숴져 버린 것이었다. 나답지 않게도 ‘어쩌지?’라는 말만 머리속에서 수십번 반복하며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자위를 하는 것을 누나도 뻔히 알고, 누나가 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는데도 정액이 문 틈을 통과하여 바닥에 뿌려진 그 행동이 가져다준 데미지는 엄청난 것이었다.
‘어서 빨리..나간다면!’
사람은 간혹 당황했을때에 판단력을 상실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나 역시 그러했다. 말도 안되게도 나는 덜 마른 몸위로 재빨리 옷을 걸치며, 그 바닥위로 수건을 덮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바닥을 슥슥 훔치면 될 지도 몰라..하는, 단순한 해결책을 내고야 말았다.
끼이익.
문을 열고, 가득차 있던 수증기를 거실로 방류시켰다.이제는 옷을 다 착용해서, 아까처럼 원피스위의 앞치마 차림을 하고 있는 누나의 뒷모습이 보였다. 내 모습을 차마 볼수 없다는 듯이, 괜시리 내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살짝 응시한 나는, 재빨리 내 정액들이 뿌려진 바닥을 눈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런...’
그것이 예림이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또다른 시작인지, 아니면 완전한 끝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바닥에 뿌려졌던 하얗고 끈적이는 그 액체들은, 내가 다시 나왔을때엔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오늘 저녁 서울 곳곳에 천둥번개. 소나기 후 갬-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날씨정보에, 지루한 수업속에서 허덕이던 내 눈이 크게 뜨여졌다. 분명 얍삽한 핸드폰 판매업자들이 은근슬쩍 끼어놓은 부가서비스일 것이다. 그것을 일일히 확인하고 서비스를 해지하는 부지런한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상술이었지만, 이 순간 내게는 정말 소중한 정보나 다름없었다. 경제학과 중에서는 거의 신청한 사람이 없는 ‘스페인어’강의를 듣고 있던 나는 재빨리 숙모가 있을법한 곳의 창가를 바라보았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처럼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네 시 십분에 끝나는 수업이, 기가막힌 타이밍을 하사해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나는 재빨리 휴대폰의 전화부에 저장되어 있는 강한별의 번호로 문자메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럴싸한 핑계는 떠오르지 않는게 문제지만 그녀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다.
-어디야?-
결국 망설이던 나는 그렇게 보내고 말았다. 현실속에서 그 문자를 본 강한별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승리자의 여유가 잔뜩 베어있는 미소를 짓는다해도 상관없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은 전략의 기본이었다.
-약속이 있어서 시내 나왔는데..왜요?-
승리자의 미소는 아니었지만, 내 입가에는 그것과 비슷한 종류의 미소가 희미하게 걸리고 있었다. 나는 ‘돈을 좀 빌리려고 했다’라는,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답장을 보내 버리고는 휴대폰을 닫았다. 수신자가 그 문자를 보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크게 개의치 않을 문제였다.
절묘했다. 강한별이 약속이 있어서 시내에 갔다는 것은 아마도 삼촌을 만나기 위함일 것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전적을 봤을때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추리였다. 강한별이 시내에 있다면 삼촌도 시내에 있을 것이고, 삼촌은 아마도 늦은 시간이 될 때까지 강한별과 있을 것이었다. 일기예보가 맞다면 천둥번개가 칠 것이고, 이 강의가 끝나는 4시경에는 숙모가 일하는 급식업체의 업무가 마감된다.
“...제출기한 엄수입니다.”
분명 교수는 레포트에 관한 말을 했을 것이다. 평소라면 손이 안보일 정도로 수첩에 기록할 내용이었지만, 내 두 눈은 온통 손목에 차여져 있는 시계에 집중되어 있었다. 4시 9분. 교수는 내게 소중한 1분을 선사하고는 수업을 마쳐주었다. 아는 사람이나 동기가 단 한명도 없는 그 강의실을 재빨리 빠져나와, 나는 부랴부랴 카페테리아의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지독하게 맞지 않는 일기예보가 맞다면, 그리고 강한별과 삼촌이 같이 있다는 내 예상이 맞다면 오늘은 비로소 손미현이라는 내 고교시절의 여신과 가까워질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었다. 여신이 아닌 내 눈앞에 있는 여자로 바뀌기를 나는 숙모와 재회했던 그 순간부터 기다려왔었나 보다. 비록 내 자신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생각해보면, 숙모는 남이었다. 남과 가족의 기준을 피가 섞이고 섞이지 않은 것으로 억지로 분류하자면 그러했다. 피가 섞인 삼촌도 우리와 남남이라고 선언한지 몇년이 된 마당에, 숙모를 가족의 범주로 억지로 끌어당겨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맞다. 요새들어 늘 하고 있는 합리화를 나는 줄기차게 해대고 있는 것이었다.
카페테리아로 향하는 그 동안, 몇몇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났다. 다만, 그들이 누군지는 머리속에 정리되지 않았다.누가 되었던지 상관없다라고 표현하는 쪽이 옳을것이다. 걔중에는 동기도 있었던 것 같고,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선배가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들은 캠퍼스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처럼, 그저 ‘배경’과도 같이 내 머리속에 인식되었다.
“후우..후우..”
비록 걸어왔지만 속력을 빨리 한 탓에 숨이 가빠왔다. 다시 한번 급식업체 아줌마들의 수상쩍은 시선을 받으며 ‘손미현씨’를 찾아야 하는게 조금 싫었지만 그다지 크게 걸림돌로 작용될 것은 아니었다. 그냥 조카라고 말함으로서 일반적인 잣대로 바라보게 하면 그만이었다. 결심을 굳힌 나는 카페테리아의 문을 잡아당겼다.
“어...?”
급식업체 사람들이 분주하게 식기들이나 식재료들을 나르고 있을 것이다라는 내 예상은 아주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식당은 텅 비어 있었고, 아예 조명조차 켜져 있지 않아 어둑어둑했다. 그나마 사물을 분별할 수 있는것은, 배식대 뒤 쪽에 위치한 조리실의 불이 켜져 있었으며, 그 속에서 딱딱딱하는 도마소리가 났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안계시나요?”
망설이던 나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동시에 딱딱딱 하던 도마소리도 뚝 하고 멈추었다.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어두웠던 카페테리아 홀의 조명이 스위치 켜지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점등되었다. 한층 밝아진 시야로, 하얀 수건을 머리에 두른 고운 여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머?”
하마터면 푸하하!라고 웃을 뻔했다. 우연이라는 놈은 지독하게도 내 편이었다. 불이 켜진 홀로는 깜짝 놀란 숙모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히죽거리며 웃자, 숙모는 영문도 모르고는 따라 웃었다. 천둥번개가 쳤었던 얼마전의 일로 어색해졌을 거란 내 우려가 조금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냥. 수업이 끝나서 들렸어요.”
치밀하게 삼촌의 동선까지 파악한 주제에, 나는 자위하고 나와서 태연하게 누나와 대화를 나눴던 그 뻔뻔함을 다시한번 과시하고 있었다. 약간의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내가 계속 웃고 있으니 숙모도 살짝 따라 웃었다.
“아직까지 일해요?”
“네. 저 혼자만 남았네요.”
“왜 혼자..?”
“제가 가장 늦게 들어온 사원이니까..뒷정리를 해야 해서요.”
이것도 우연인지, 아니면 복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숙모에게 다가갔다. 의외로 나를 향한 눈빛에는 경계심이나 민망함이 없는 것에도 기분이 좋았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휴. 아니에요. 채소 다듬어 놓고 옮기고 그러는건데..남자가 그런거 만질수야 있나요?”
“에이.못할게 뭐있어요.제가 옮길게요.”
손사레까지 치는 숙모를 무시하고는, 나는 소매까지 걷어 부치고 조리실로 들어갔다. 배추잎사귀들이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모습과, 큼지막한 무가 잔뜩 쌓여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하면 돼요?”
“정말 못말려..집에 가서 공부해야죠.여기서 저 도와주면 공부에 방해 받잖아요.”
“괜찮아요. 매일 하는 공부 좀 쉬면 어때요.”
이상하게 숙모의 앞에서면 나는 싹싹한 조카가 된다. 싹싹한 조카를 친절한 남자로 바꾸고 싶은 욕망도 한쪽에 자리잡고 있지만, 여하튼 보여지는 면은 그러했다. 숙모는 포기한듯 무를 조리대 위로 쌓아 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괜시리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무리해서 무를 양 팔 가득 움켜쥐었다.
“옷에 냄새 베겠다.”
“괜찮아요. 근데 숙모 혼자서 이걸 다 하려고 했어요?”
“시키는 건 어쩔수 없지요.”
그녀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앞치마를 하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배추를 다듬었다. 수건으로 묶인 머리 밑으로 보이는 하얀 이마가 너무나 이쁘게 느껴졌다. 식당일 때문에 고왔던 손이 조금은 거칠어 진것 같았지만, 특유의 옷맵시는 투박한 식당의 앞치마로도 가려지지 않는 세련된 모습이었다.
무를 옮기다가, 나는 불현듯 들어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숙모를 바라보았다. 나와는 열살의 차이가 나지만, 분명 누나라고 불러도 사람들이 믿을지도 모를 동안의 얼굴이었다. 내가 처음봤던 고등학교 때와 전혀 변하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하마터면 양 팔 한아름 감싸 안은 무를 떨어트릴 뻔했다. 고등학교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예림이는 미국에 있었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보통의 고등학생이었다. 물론 성적인 호기심이 있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으며, 때때로 자위를 한적도 있었다.
내가 무를 떨어트릴 뻔한 것은, 당시 자위를 할때 상상속에 종종 등장했던 인물이 숙모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내 여신은 새하얀 드레스를 훌훌 벗어 던지고 내 상상속에서 나와 사랑을 나눴다. 청초한 아름다움은 섹시함으로 얼룩져 내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었다. 당시에 여자친구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허용되는 자위의 상상속에 여자친구를 등장시킬 이유는 1퍼센트도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요새 무너트리고 있는 성벽들과, 쉴 새없이 넘나드는 그 선들이 예전부터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었다. 천둥번개가 치던 날 숙모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더듬었던 것은 당시의 생각처럼 결코 ‘우발적인’것이 아니었던 거다. 뇌가 명령을 내린게 아니라, 그 잠재되어 있던 욕망들이 숙성기간을 거쳐 폭발하며 내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삼촌은 오늘도 늦죠?”
내 말에, 숙모의 손이 살짝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괜한 말을 했나 하는 후회는 들어오지 않았다. 지극히 의도적인 질문이었다.
“모르죠 그건.”
예전에 술자리에서 삼촌의 이야기를 할때처럼 힘이 없는 목소리가 아닌, 무심하게 느껴지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였다. 혹시나 내 몸위로 강한별의 향수냄새가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괜시리 킁킁 거렸다.
“오늘은 제가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
그녀는 아무런 대답없이 채소들의 손질을 계속했다. 숙모의 오른손에 쥐어진 과도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본 내 마음도, 돌맹이가 던져진 수면처럼 원형을 그리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괜찮아요.혼자 갈게요.”
“오늘 번개가 치는 곳이 있데요. 일기예보가 문자로 전송되었거든요.”
그녀와 나는 택시를 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버스를 타기 싫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번개가 칠 때는 버스보다는 택시 쪽에서 안정감을 느끼나 보다..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연신 창밖을 보는 숙모의 눈은 잔뜩 겁에 질려있었고, 택시기사가 ‘오늘 번개 친다죠?’라는 말을 했을때는 옆 좌석에 있는 내 손을 꽉 움켜쥐기까지 했다.
자동차의 라이트가 차체가 움직일때마다 이리저리 굴절하며 골목길을 비추었다. 여름이 오기 전까진, 아마도 해는 계속 길어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었다. 번개가 칠 확률을 가지고 있는 하늘은 먹구름을 잔뜩 머금고는 숙모를 위협하고 있었다. 거대한 이를 들어낸 맹수의 앞에 있는 초식동물처럼, 숙모는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며 조용히 몸을 떨고 있었다.
분명 숙모는 저번의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을 것이다. 분명 조카와 숙모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녀와 함께 같은 택시를 타고 온 것은, 순전히 번개에 대한 숙모의 공포증 때문이었다.
“만약에, 길을 가는데 번개가 치면 어떻게 하세요?”
택시에 내려 아파트로 향하는 동안, 그 찰나의 서먹함이 싫어서 나는 입을 열었다. 말만 들어도 고통스러운지 잔뜩 미간을 찡그린 숙모의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얼른 근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요. 그리고 주저앉아 버려요.”
“흐음..”
생각보다 심각한 공포증이었다. 번개치는 날 치명적인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한 공포증을 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집에 도착할 때 즈음이 되니, 숙모는 계속해서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무엇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그만 가보라는 말이 나올것 같아 황급히 입을 열었다.
“삼촌차가 없는 것을 보니 아직 집에 오지 않은것 같네요.집에 불도 꺼져있고.”
생각보다 좋은 선공인지, 그녀는 내 말에 살짝 더 당황하고 있었다. 술을 마셨던 그 날처럼,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가고 싶다는 충동이 고개를 들었지만 꾹꾹 참아내었다. 번개의 섬광이 살짝만 비추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텐데...하는 생각을 할때에 우리는 벌써 현관문 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저 그만 가볼까요?”
떠보기 위한 의도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숙모가 원치 않는다면 돌아가는게 맞을 것 같아 그렇게 물었다. 떨리는 하얀 손가락사이로 열쇠가 비집고 나와, 국건히 닫혀있던 현관문의 문고리를 툭 하고 돌려버렸다.
“아뇨. 조금만...이따가 가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집안의 정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숙모는 머뭇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 한 번 불안한 눈으로 거실의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쇼파에 살짝 걸터앉은 내 눈에, 주방으로 향하는 숙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라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녀는 외투만을 벗어 의자에 걸치고는 찬장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목을 살짝 가린 하얀색 터틀넥의 니트 밑으로, 살짝 달라붙은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아가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 숙모에게 고정된 내 눈은 다른곳으로 돌려지지 않았다. 찬장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려는 듯, 까치발을 하고 양 손을 뻗은 그녀의 니트가 살짝 올라가며 군살없는 옆구리의 하얀 부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절대 노출이라고 부를수도 없을 것 같은 그런 사소한 광경에도, 나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긴장감. 방안을 가득 메운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언제 번개가 칠지 모른다는 긴장감과, 저 번의 그 일이 일어났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주는 긴장감이 뒤섞여 방안의 공기는 사뭇 무거워졌다.
“있잖아요.”
숙모는 조심스레 입을 열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보여졌다가 다시금 가려지는 가느다란 허리를 바라보던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직 천둥번개가 무섭지만...저번에 예영이가 다녀갔을때 잘하면 조금은 덜 무서워질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요?”
찬장에서 커피잔 따위를 찾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녀가 꺼낸 것은 놀랍게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주병이었다. 3분의 1가량이 비워져 있는 그것은 병부터 멋드러진 양각과 음각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갈색의 액체들이 숙모의 팔이 흔들릴때마다 찰랑거리며 병 안을 부유하고 있었다.
“술..?”
“네. 물론 다는 아니지만, 조금은 안정되는 기분을 받았어요. 그때 예영이가 나한테 술 줬었죠?”
“아..그랬죠. 하지만 그건 소주였는데.”
“우리집엔 이거 밖에 없어요. 삼촌이 마시는 건데..요샌 잘 마시지 않아서..”
얼굴에 가득했던 공포감과 긴장감 대신, 숙모는 조금은 부끄러워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갑자기 술을 마시자고 제안한 것이 부끄러운걸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찬성을 해주었다. 어차피 번개는 칠 것같지 않았고, 그런 핑계마저 없다면 나는 그냥 어색한 지금의 분위기 그대로 집으로 가야만 했을 테니 말이다.
“잠시만요.”
숙모는 내게 그렇게 말을 하고는, 한참이나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론 가끔씩 창가쪽을 바라보며 혹시나 자신이 두려워하는 그것이 오지는 않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지만, 10여분이 경과하고 나서 숙모는 과일이 담긴 안주와 함께 조촐한 술상을 차려 거실로 가져왔다.
“마실수 있으세요?”
얼음을 넣어 약간은 중화시키긴 했지만, 소주보다 훨씬 높은 도수를 가진 양주였다. 도수가 낮은 과일주에도 얼굴이 붉어지는 숙모가 그것을 마실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왔다. 분명 내가 아는 여성중에 저 양주를 어느정도라도 마실수 있는 사람은 강한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조금이라면.”
“제 옆에 앉으세요.”
나는 쇼파에, 숙모는 바닥에 앉아 있는 형상이었다. 내 말에 숙모의 눈은 살짝 커졌지만, 상대의 약점을 알고 있는 내가 그것을 가만히 둘 리는 없었다.
“갑자기 번개가 칠 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온거고.”
역시나 내 말에 숙모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군말없이 잔을 들고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나보다 10살이 위인 손미현이라는 여자가 흡사 고등학생 처럼 귀여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하얀색 터틀넥 니트위로 내려온 까만 머리칼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어울렸다. 거기에 피부가 좋은 숙모가 얼굴까지 창백하게 탈색시키고 나니 내 보호본능은 더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내 오른쪽 어깨에 닿아있는 그녀의 몸에서 체온이 느껴지는 듯했다. 벌컥벌컥 들이키는 나와는 달리, 홀짝홀짝 마시면서도 연신 얼굴을 찡그리며 입가에 과일을 가져가는 그녀가 너무나 귀여웠다. 머리결이 가려버린 그녀의 옆모습을, 아주 뻔뻔하게도 멍하니 응시하고 말았다. 이런 여신을 반려자로 데리고 있는 삼촌은 분명 행운아이다. 다만, 그 행운아는 자신이 얼마나 큰 행운을 갖고 있는지 모른채로 밖으로 내도는 것이 문제이긴 하겠지만.
“공포증은...고칠수 있데요.”
“정말로요?”
“네. 공포증이 생기는 것이 어떠한 계기에 의한 것이라면, 역시나 어떤 계기에 의해서 고칠수 있다고 하는 것을 들은적이 있어요. 제 전공이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요.”
인재가 듣는 ‘금융론’이라는 곳에서는 심리학과 연계를 지어 수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나는 그 수업을 듣지 않았다. 대신에 그 수업을 인재가 들을때에 예림이와 채팅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금융론을 들어서 심리학 쪽에 발을 담구지 않아도, 내 말은 숙모를 조금은 릴렉스 시켜주기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깨의 떨림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내가 예전에 반했었던 그 반짝거리는 눈망울이 다시금 원래의 색을 찾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양주의 쓴 맛에 조금은 적응이 되기 시작했는지, 숙모는 아주 조금씩이었지만 금세 글라스의 한 잔을 다 비워버렸다. 몇 개의 얼음조각들이 갈색 물기를 머금고 서로 부딪혀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삼촌은...1년전부터 늦게 오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말에 과일은 한 입 베어문 나는 몇 번 씹지도 않고는 그것을 꿀꺽 삼키며 숙모에게 눈을 돌렸다. 그녀의 잔이 비어있는 것을 알아챈 나는 병을 들어 잔을 채웠고, 숙모는 입술만을 살짝 적시고는 두 손으로 글라스를 감싸쥐었다.
“그때부터 시작된것 같아요. 삼촌은 가정에 무심하기 시작했고, 나랑 삼촌 사이에 대화는 점점 없어졌어요.”
“그랬군요.”
“당시에도 늘 술에 취해 들어왔지만 괜찮았어요. 친구들끼리 모여 술집을 다니고, 술집 아가씨들과 어울리는 것은 참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최근에..언젠가부터 그게 아니었어요. 계속해서 똑같은 여자 향수 냄새가 나고..늘 정해진 시간에, 그것도 저녁에 나가고..일은 하는둥 마는둥 완전히 거기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람 같아요.”
살짝 양심이 찔려왔다. 최근에 삼촌을 술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겉돌게 한것은 다름아닌 내 후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그녀를 말리지 않는 것은 그런말을 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숙모와 삼촌의 사이가 멀어지기를 바랬을 뿐이었다.
“왜..그것을 삼촌에게 따지지 않나요? 아니..왜 이혼하지 않죠?”
“겁이나서요. 저번에 말했지요? 여자는 결혼하면 가정이 전부가 된다고..전부를 버리고 혼자가 될 자신이 없어요.”
그녀는 조금씩 안정되는 톤으로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처럼 섹스리스에 관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이야기의 배후에 그것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쯤은 손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심한 갈증에 연신 양주를 목으로 넘겼고, 그녀는 자신의 볼이 점점 붉어지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며 조금씩 양주를 들이켰다.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들려온 그 말은, 내 심장을 크게 덜컹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숙모같은 여자가 아이를 원하는데, 부부사이를 섹스리스의 관계로 만들어 버리고 밖에서 스무살짜리 여자애를 돈을 주고 사는 삼촌의 태도에 주먹이 쥐어졌다. 그것은 일종의 열등감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 열등감이 가득담긴 내 눈이 슬픈표정의 숙모의 하얀 얼굴을 스캔하듯 이리저리 훑었다. 내가 과연 삼촌을 미워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아이를 만들어주는 대신 와이프를 밖에서 식당일을 하도록 시키고는 자신은 조건만남을 하는 남편의 모습은 미움받아 마땅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조카한테 별 이야기를 다하네요.”
그녀는 부끄러운 듯 입을 가리고 웃어버렸다. 그렇다 해서 내 얼굴에도 웃음기가 떠오르지는 않아서, 나는 얼른 술을 마심으로서 잔으로 내 얼굴표정을 가려버렸다.
“술 정말 잘 마시네요.”
“그렇지 않아요. 티가 안날 뿐일걸요. 저 조금 취했어요.”
내 말에 숙모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살며시 눈꼬리가 같이 내려가는 그 청순한 얼굴에 다리 떨리는 버릇이 생길 지경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양주병은 3분의 2에서 다시 3분의 1의 양으로 줄어들었고, 벽에 걸린 시계는 여덟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숙모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니 물이 마시고 싶어진 듯했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몸은 기우뚱해지고 있었다. 나는 얼른 몸을 일으켜 숙모의 팔을 잡았다. 손에 잡히는, 그녀의 가는 팔을 덮고 있는 부드러운 니트의 감촉이 좋았다.
“에휴..집이라 다행이네요. 길거리였으면 추했을텐데. 그쵸?”
“숙모.”
“네.”
“선을 넘어도 되나요?”
내 입에서 튀어나와 버린, 전후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말 때문에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분위기가 다시금 무거워 지려 하고 있을때, 반짝이는 입술이 열렸다.
“네.”
“삼촌과 마지막으로 잠자리를 한게 언제인가요?”
저번과는 달리, 숙모는 내게 아웃선언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녀의 얼굴위로 부드러운 머리결들이 내려와 덮였다.
“꽤..오래된 것 같네요.”
그리고는 숙모는 본래의 목적지인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팔을 잡은 내 손은 스르르 놓아졌고, 대신에 나는 불안한 걸음걸이를 하고 있는 그녀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랐다. 생전 먹지 않는 양주를 마셔서 그런지 내 다리도 후들후들 떨리는 것만 같았지만, 가슴이 떨리는 것에 비하면 그것은 아주 사소한 진동이었다.
숙모의 몸이 식탁위로 가서 멈추었다. 그녀는 한쪽팔을 뻗어 탁자를 짚으며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는, 갑자기 마신 술기운이 올라와 힘든지 내 귀에 들릴 정도로 급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저번과 너무나 똑같은 상황. 내 눈은 숙모의 다른 한쪽 손을 향했다. 탁자위에 놓인 물주전자를 향해 조금씩 뻗어지는 숙모의 손을 보니 눈이 번쩍 하고 뜨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숙모가 저 물을 마셔서 진정을 하고 나면 겨우겨우 넘었던 그 ‘선’의 반대편으로 다시금 돌아와 버릴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결국, 숙모의 손이 그 주전자에 닿기 전에, 나는 또한번 그녀를 뒤에서 끌어 안았다.
몇 초의 시간이 흘렀다. 내 입술에 숙모의 하얀 뒷 목이 닿았다. 뒤를 보인 그녀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니트위로 느껴지는 가냘픈 허리를 끌어안고, 나는 어색하게 그녀와 밀착하고 말았다.
“또 하나만 물어볼게요.”
숙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입술에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에 가슴이 뛰었다. 우리의 주변에는 술냄새가 섞인 호흡이 공기중에서 쉴새없이 대류하고 있었다.
“저번에 제가 숙모를 만졌을 때..기분이 좋았나요?”
흡사 채팅방에서의 예림이와 내 대화를 보는 것과 같은 질문이었다. 다만 그것이 철저하게 웹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것은 ‘끌어안고’ 나누는 대화였다. 물론 일방적으로 내가 그녀를 뒤에서 안아버린 것이지만.
“약간......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숙모가 아닌 미현아 라고 부르는 만행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왔다. 천둥번개가 친다던 하늘은 아직까지 고요했다. 그렇게..고요한 적막이 흘렀고, 숙모의 손이 자신의 허리를 감싼 내 손위로 포개어졌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은 그 스탑버튼을 철저히 무시하며, 나는 그 상태 그대로 숙모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
기억나는 것은 숙모의 눈망울이 커졌다가, 다시 스르륵 감겼다는 것 뿐이었다. 그 이후에는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매번 훔쳐보기만 했던 그 달콤한 입술이 내 입술에 포개어 지고, 내 만행에 의해 부드러운 혀를 탐하기 전까지의 과정은 그저 하얀 백지장 그 자체였다.
조금의 실눈을 뜬 내 눈꺼풀 사이로, 긴 속눈썹에 덮혀 감겨있는 숙모의 두 눈을 보자 불같은 것이 확 하고 치솟아 올랐다. 술냄새가 아닌 달콤한 그 무언가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내 몸이 연신 숙모의 몸을 밀치고 있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그녀의 뒤에는 무거운 식탁이 버티고 있었고, 그녀의 팔은 물주전자에 미치지 못하고 어설프게 내 티셔츠 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흡..!”
놀란듯 했지만 그녀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이 니트안으로 파고 들어가, 그 안에 자리잡은 부드러운 살결을 두 손가득 잡아 쓰다듬을 그때도 그녀는 움찔할 뿐 나를 밀쳐내지 못했다. 나는...아웃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저번처럼 스탑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천사, 여신, 숙모, 가족 따위의 일관성 없는 단어들이 내 머리를 빙빙 돌았지만 그것은 곧 떨쳐져 버렸다. 숙모의 니트는 점점 더 위로 올라갔고, 연보라색 란제리 위로 자리잡은 가슴을 내 손아귀 가득 쥐며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빨았다. 청순한 얼굴 밑으로 위치한 그녀의 가슴은 너무나 야하게 느껴질 정도로 컸다. 보기싫게 풍만한 것이 아닌, 느끼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그런 크기였다.
“흑..”
그녀는 눈을 뜨지 못했다. 그것이 부끄러워서 인지, 아니면 놀라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 손은 급하게 그녀의 등을 더듬어 브라의 후크를 풀렀고, 또 한번 내 손에 의해 그녀의 니트는 벗겨져 나갔다. 터틀넥부분이 그녀의 얼굴을 통과하는 그 순간, 실오라기 하나 없이 드러난 완벽한 상체에 나는 덮치듯 그녀를 끌어 안았다.
“안돼요..안돼..”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조금의 힘도 없는 그 톤은 전혀 신빙성이 없는 고장난 스탑버튼이었다. 그리고 그 버튼이 고장난 틈을 타 나는 허겁지겁 숙모의 청바지 후크 마져도 풀어내어 버렸다. 잠시라도 멈칫 하는 순간, 숙모의 도덕관념을 건드리는 순간 그걸로 끝인 것이었다. 술의 힘을 빌어, 그리고 그녀의 공포증의 효과를 빌려 이루어진 상황을 여기서 끝낸다면 아예 그녀와 멀어질 지도 모를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다급해진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들어 올렸고, 당황스러워 하는 그녀를 들고 아까까지 나란히 앉아있던 쇼파로 걸어갔다.
황급히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우리가 마셨던 술상이 놓인 위치보다 훨씬 멀리 날아간 그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나는 곧바로 숙모를 쇼파에 눕히고는 그녀의 몸위로 내 체중을 실었다. 내 손에 일그러지는 하얀 젖무덤이 내 호흡을 점점 가파르게 만들었다.
“아..안돼..흑!”
그녀의 골반쪽에 손을대고, 아까 후크를 풀어두었던 청바지와 그 속에 있는 팬티를 같이 잡아 밑으로 잡아 당겼다. 숙모는 내 팔을 부여잡았지만 여전히 눈은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그 청바지를 힘을 주어 그녀의 발목에서 분리해 내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순백색 알몸이 내 눈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 알몸의 주인공은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로, 최대한 다리를 오므려 중요한 부분을 본능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 방향타가 고장난 거선의 폭주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나 역시 그녀가 당황하는 그 틈을 타서 스스로를 알몸으로 만들었고, 한껏 오므린 그녀의 다리사이로 억지로 내 몸을 밀어넣었다.
“안돼..예영아..안돼요..이러면..”
내 자지가 잔뜩 발기하여, 그녀의 허벅지가 만나는 지점의 살덩이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의미없는 스탑버튼을 무시하며 내 손은 점점 더 그녀의 무릎을 잡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잡아 당기고 있었다.
“흑!”
짜릿한 전율이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까만 털 밑으로, 붉어진 조개살이 살짝 입을 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을 가져다 대니 끈적한 느낌이 들어왔다. 그녀는...숙모는...아니 손미현은 어느새 흠뻑 젖어 있던 것이었다.
등뒤로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내가 그녀의 입술로 돌진하자 자연스레 내 몸은 숙모와 밀착했고, 정확히 위치가 맞았는지 내 귀두가 그녀의 젖어버린 그 살덩이 사이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흑! 아..안돼..아아아..이러면..아아!”
온 몸이 녹아드는 것만 같은 짜릿함 이었다. 번개를 맞은 내 피뢰침은 그녀의 몸안으로 전류를 밀어넣고 있었다. 유부녀라고는 믿을수 없는 그 완벽한 몸매 앞에서 나는 헉헉거리며 그녀의 몸을 핥아 대었다. 내 자지가 뿌리까지 그녀의 몸안으로 파고 들었을 그때에, 나는 분명히 내 목을 끌어안는 숙모의 손을 느낄수 있었다.
“아흑! 너..너무해요..흑! 흐응!”
내 팔이 그녀의 엉덩이 부분을 받치듯 잡아 올렸고, 이윽고 좁은 쇼파위에서 내 허리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얼굴에서 흘러내린 땀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지며 그녀의 몸을 더럽히고 있었다. 숙모의 입가에서 당혹스러움이 아닌 쾌감어린 신음이 나왔을때에, 그녀의 몸안에 있던 내 불기둥도 부르르 떠는 것만 같았다.
나는 얼굴을 내려뜨려 그녀의 가슴위로 혀를 굴렸다. 여자를 이토록 정성스레 애무한 것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가슴 전체를 입으로 빨기도 하고, 젖꼭지에 혀를 돌려 자극을 주기도 했다. 숙모와 하나가 된 그 상황에서도, 내가 드나드는 입구 위에 위치한 그 작은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아아아..아흑!”
분명 나는 그때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불기둥을 촉촉하게 감싼 그녀의 속살은, 마치 남자 경험이 없었던 여자처럼 강하게 옥죄어 오고 있었다. 내 공격이 성공이라는 생각과 함께, 팬스위로 넘어가는 내 홈런볼을 보면서 나는 마음속에 있던 열등감을 없에 버리고 있었다.
“아흑! 예영아..사..삼촌이 올지도..흑! 흐응! 읍! 으읍!”
그녀의 입을 내 입으로 막아 버리고는, 몇 년이나 굶주린 사람처럼 허리를 움직여 박아대었다. 이리저리 애액이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단 두명과 섹스를 해봤을 뿐이지만, 내 첫 애인과 강한별 모두 숙모만큼 물이 많지는 않았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내 허리를 더욱더 빨리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흡!으읍!”
그녀의 몸은 너무나 뜨거웠다. 내 혀가 들어가자, 이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혀로 감아오는 숙모의 달라진 태도에 흥분속에서 아련한 뿌듯함이 들어왔다. 두 손으로 그녀의 탱탱한 가슴을 마음껏 일그러뜨리며, 나는 그녀의 입술을 쪽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빨아 들였다.
“아흑! 안돼..나 어떡해..흑! 흐응!”
입술이 자유로워진 그녀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자세한번 바꾸지 않고 그녀를 공격해대던 내 몸으로 그녀가 느끼는 전율이 전달되어 왔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갑자기 한층 톤이 올라갔고, 그와 동시에 쇼파를 적시던 애액들이 분비되는 양이 더욱더 늘어나는 느낌이 내게도 들어왔다.
‘이럴수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내 여신이 내 몸에 깔려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걸 몸소 확인한다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환희였다. 내 몸을 강하게 감싸 안는 그 순간, 내 밑을 조이는 그녀의 은밀한 부분에도 더욱더 힘이 실렸다. 참을수 없는 쾌감이 골반을 타고 뇌로 상승하는 느낌이 들어왔다.
“흑! 흑..하아..”
힘찬 엔진을 달고 움직이던 내 몸이 그녀의 몸안에 깊숙히 자지를 박아넣은 채로 정지해 버렸다. 그 순간 그녀도, 나도 하체에 전달되는 뜨거운 느낌을 받았음에 틀림없었다.
“아..아아..어떡해..”
땀에 잔뜩 젖은 내 볼을 그녀의 볼에 가져다 대었고, 그런 그녀가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나는 똑똑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녀의 몸속 깊은 곳까지 박혀져 있는 내 귀두에서는 끊임없는 분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내 허리를 감싼 숙모의 다리는 스르르 힘이 풀렸고, 나도 모르게 다시금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번쩍!
오지 않을줄만 알았던 푸른 섬광이 우리가 누워있는 곳으로 밀어닥치며, 벌거벗은 나와 숙모의 몸을 잠시 물들였다가 사라져 버렸다. 나도 모르게 그녀와 혀를 맞대고 있다가, 눈을 살짝 떠서 숙모의 눈치를 보았다. 치지 않을 줄 알았던 그 번개. 그리고 잠시후 하늘을 찢어 발기는 천둥소리가 밀어닥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아..하아..”
콰앙! 하는 굉음에도 숙모는 더이상 몸을 움찔거리지 않았다. 이미 사정을 마친 내 자지는 아직도 숙모의 몸안에 들어가 있는 그 상태 그대로 조금씩 축소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번개가 쳐도 두려워 하지 않는 숙모의 표정에 오히려 내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내 타액에 의해 더럽혀진 그녀의 눈부신 육체,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청순한 여신이 옷을 입지 않은 상태 그대로, 너무나 야한 눈빛을 내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가 그녀를 끌어 안았을때에, 숙모는 내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이고 있었다.
“나...공포증 다..고쳤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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