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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 온리 (50) (완결)

 

50)


 


“ 호호호~ 왔니? 민아~”


“ ....휴~”


 


먼저 정아가 있다는 곳으로 들어갔다.


건물의 지하실이었다.


무슨 용도로 쓰는지는 몰라도 책상 하나와 의자 두 개만 덜렁 놓여있는 삭막한 풍경이었다.


 


“ 호호~ 놀랐어~ 우리 순둥이 민이한테 이런 면이 있었다니? 치~~ 화가 나...


  뭐, 그래도 너네 엄마하고 새미는 내가 잘 갖고 놀았으니 조금은 마음이 풀리네? 깔깔깔~~”


“ 이 씨발 년이~”


 


짝~~


 


“ 악~”


 


우탕탕~~


 


순간적으로 눈이 확 뒤집히면서 손이 날라갔다.


얼마나 강하게 때렸는지 묶인 채로 앉아있던 정아가 의자와 같이 바닥으로 넘어질 정도였다.


 


“ 킥킥킥~ 네가 봤어야 하는데....호호호~~


  두 모녀가 세 놈의 자지를 보지와 똥구멍에다 박은데다 입으로 빨기까지 하는 걸...호호호~


  새미 그년이 왜 그렇게 개보지인가 했더니 네 엄마랑 똑같데?


  자지에 환장해서 아주 미쳐가지고는 더 박아달라고 난리도 아니었어~~ 깔깔깔깔~~”


“ 이~~”


“ 왜? 억울해? 그렇게 따먹고 싶던 엄마를 다른 놈들이 개걸레로 만들어서?


  킥킥킥~ 넌 나한테 감사해야 할걸?


  이젠 네가 자지를 꺼내는 시늉만 해도 알아서 보지를 벌려줄 테니까...호호호호~~”


 


민은 발이 올라가려는 걸 참고 돌아섰다.


저 지껄여대는 주둥이를 구둣발로 질근질근 밟아 뭉개버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나 이상했다.


아까 그 남자의 말마따나 질리는 정도가 아니라 섬뜩하기까지 했다.


백열전구 아래서 바닥에 드러누워 미친 듯이 웃어대며 독설을 퍼붓는 정아에게는,


자신에 대한 알 수 없는 증오가 가득 느껴지면서 눈자위까지 번들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 흑흑흑....오, 오빠~ 자기야...제발...제발...살려줘...흑흑흑...내가 잘못했어...제발...흑흑...”


“ ..주...연아...”


“ 흑흑흑....하라는 건 다할게...흑흑...


  오빠, 그런 거 좋아하지? 개하고도 할 수 있어...정말이야...흑흑...제발...”


 


정아와는 정반대였다.


정말로 오줌을 쌌던 건지 축축하게 치마가 젖은 채로,


민을 보자마자 무릎으로 바닥을 기어와서는 애원하는 게 발바닥까지 핥을 기세였다.


정신 없이 외치는 주연의 말에 순간 가련한 생각과 함께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보면 저 여자를 저렇게 만든 건 자신의 책임도 있을 테니...


하지만....오늘 저질렀던 일은 절대로 용서가 안 되는 것이었다.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 좋아...모두 다 털어놔봐...너도 봐서 알겠지만...


  그 사람들...너 하나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서 산에 파묻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야...”


“ 아악~ 사, 살려줘~ 흑흑흑...엉엉~~”


“ 자...이야기를 해봐....몽땅...”


 


주연이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면서 두서가 좀 없었지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닥에 주저앉은 주연의 치마 아래로 물기가 스며 나오는 걸 보니 또 오줌을 싼 모양이었다.


정말로 죽음을 느끼고 두려움에 찬 것이었다.


민은 오락가락 헤매는 주연을 냉정하게 몰아쳐가면서 이야기의 조각을 하나씩 모았다.


 


“ 오빠~ 오빠~ 흑흑흑~ 제발......”


 


주연의 울부짖음을 뒤로 하고 나왔다.


문이 닫히기 직전 보인 공포에 찬 그 얼굴이,


일견 측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정신이 없었다.


너무나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 지하실이 답답해져 숨을 쉬기가 곤란했다.


 


 


“ 사장님...괜찮으십니까?”


“ 아~ 네...지하실 공기가 좀 답답했는데..나오니까 살만하네요...”


“ 네...어쩌시겠습니까? 그 놈들도 지금 만나보시겠습니까? 아니면...좀 쉬셨다가...”


“ ...지금 바로 보죠...어차피 들을 말은 다 들어서...그냥 면상이나 한번씩 보고 싶은 것뿐이니까...”


 


일단은 머리 속을 좀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여자들과는 달리 남자들은 처음 들어올 때 본 그 창고와 같은 가건물에다 가둬둔 모양이었다.


 


“ 혀, 형님....제, 제가 잘못했어요..죽을 죄를 졌습니....으헉~~ 컥~~ 컥~~”


“ 개새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구석에 앉아 그들을 지키고 있던 두 덩치가 일어서서 꾸벅 인사를 했다.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인사를 받는다.


벌써 이런 대장놀이에 익숙해지는 건가?


누가 말했던 권력은 중독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때, 손이 뒤로 묶인 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상훈이 자신을 알아보고는 기어왔다.


그리고는 허벅지에다 얼굴을 비비적거리면서 애원을 하자,


끓어오르는 증오에 자신도 모르게 발길질이 나가버렸다.


여자들, 특히나 정아의 독기 어린 말에 쌓였던 분노가,


차마 여자라서 손을 못 대고 있다가 뒤늦게 이제야 터져버린 것이다.


명치 속으로 발등이 반이나 파묻힐 정도로 강한 타격이었다.


상훈이 지렁이처럼 꿈틀대고 바닥을 기면서 숨을 못 쉬어 꺽꺽거렸다.


 


보고 있던 덩치들도 조금은 놀란 표정이었다.


저런 유순한 얼굴 속에 이런 폭력성이 숨어 있었나 하는...


그때, 입에 거품까지 물고 관자놀이에는 혈관이 부풀어 얼굴이 벌개진 상훈이


정말 저대로 그냥 숨이 끊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던지,


처음 자신을 안내했던 그 남자가 슬며시 눈치를 살피더니,


슬금슬금 다가가 상훈의 등을 두드리면서 숨통을 틔어주려 했다.


아마, 그 남자가 이들 중에 제일 상급자인 모양이었다.


민은 슬며시 모른 척 외면을 해주었다.


 


“ ..저..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일단 나가죠...더 이상은 볼일이 없는 것 같으니까...


 


겨우 숨을 몰아 쉬며 헐떡거리는 상훈의 뒷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원래의 자리에다 던져놓은 남자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른 세 명을 둘러보았다.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술에 취한 듯한 눈동자...


아직도 지금의 사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도 않는 눈초리였다.


꾀죄죄하게 때가 낀 더러운 옷차림과 이가 돌아다니지 않을까 의심이 되는 덥수룩한 머리...


주연의 말대로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자나 행려병자가 맞는 것 같았다.


저런 놈들에게 내 소중한 엄마와 새미가....


피가 치솟는 걸 겨우 참고서 민은 씹듯이 내뱉었다.


 


 


“ 저한테 맞은 놈 말고 나머지는 팔과 다리를 하나씩 부러뜨려서 대충 길거리에다 던져놓으세요...”


“ 헛~! 네?”


“ 왜 무슨 문제가 있나요? 보니까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쓰레기들인데....”


“ 아...네...그건 아닙니다...”


 


얌전해 보이는 민의 입에서 꽤나 과격한 말이 나오자 놀란 것 같았다.


잠시 당황해 하던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가라앉았다.


 


“ 참...그렇게는 되겠죠?”


“ 뭐를 말씀하시는지...?”


 


민의 말투가 너무 차가웠던지 더 조심스러워 한다.


 


“ 다시는 못 고치는 방법이요...관절을 반대쪽으로 완전히 꺾어버린다든지...


  해머 같은 걸로 때려서 뼈를 산산조각 내버리면 영영 회복이 안 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 흐읍~ 네, 네...가능합니다...”


“ 아..그리고...반드시 정신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해야 합니다...


  물론 너무 순식간에 끝나도 안되겠죠? 고통을 확실히 머리 속에 새기도록...부탁 드립니다...”


“ 아, 알겠습니다...사장님...믿고 맡겨주십시오...”


“ 후후후~ 네...물론 믿습니다...나머지 것은 한 이틀만 저 상태로 감시를 해주세요...”


“ 네...걱정 마십시오...”


“ 하하하...제가 할아버지 덕분에 아주 든든한 분들을 알게 되어서 정말로 기쁩니다..”


“ 여, 영광입니다...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한 면이 있었던가?


천천히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하는 말 속에 담긴 냉기를 느낀 건지 남자가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넌지시 할아버지에게 말을 잘해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감격해서 두 손으로 덥석 잡아온다.


같은 남자인데도 자신의 손이 푹 파묻히는 듯한 크고 두툼한 손에서 아주 강한 악력이 느껴졌다.


 


 


“ ...휴우~~”


 


엄마와 새미가 잠든 모습을 옆에 앉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온몸이 욱신거린다.


자신도 모르게 많이 긴장을 했던 게 분명했다.


문득 정아의 광기 어린 모습과 발악이 떠올랐다.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저런 인간을 볼 줄이야..


주연에게 들었던 충격적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든 게 거짓이었다.


심지어 그들의 모습까지도 계획된 연기였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바로 정아가 있었던 것이다.


 


정아는 어릴 때부터 아주 비상한 머리를 가졌지만,


이상성격으로 잠시지만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었다고 한다.


하기야 왜 그렇지 않을까?


어린 여자아이가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칼로 난자해서 완전히 분해를 해놓고는,


그 경악할 만한 광경을 발견한 부모님께 자신의 사탕을 삼켜서 찾으려고 했다니...


 


정아 부모님의 불안감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치료를 받으면서 곧 아이다운 모습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나은 게 아니라 그 비상한 머리로 어른들을 속이는 법을 이미 익힌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정아의 흥미는 다른 곳으로 쏠렸다.


바로 성적인 것으로....


 


게다가 자신의 주변에는 손쉽고도 완벽한 실험대상들이 있었다.


상훈과 주연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정아는 혼자서 몰래 성적인 지식들을 하나씩 쌓아갔다.


그런 다음에 그 두 사람이 대여섯 살이 되자,


동생들을 데리고 놀아준다는 미명하에 사육을 시작한 것이다.


소꿉놀이마저 성적인 것들로만 하면서 둘의 머리 속에다 왜곡된 성을 심어주었다.


 


놀랍게도 주연의 처녀막이 소실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라고 했다.


상훈의 성기가 어느 정도 구실을 하게 되자 바로 그렇게 한 것이다.


더더욱 놀라운 건 바로 그 자리에서 정아는 스스로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그날 주연과 정아 둘이 동시에 상훈에게 순결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 놀라운 일들이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 건 정아의 관리 때문이었다.


남들 앞에서 하는 행동하나 말 한마디까지 동생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쳤다.


 


하지만, 그런 철저한 정아도 이론과는 다른 실제 경험만은 한계가 있었던가 보았다.


덜컥 사고가 터지면서 정아와 주연의 두 집안에서 동시에 난리가 났으니...


그건 주연과 정아가 둘 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해버린 엄청난 대형사고였다.


대학생을 눈앞에 둔 정아보다도 이제 갓 중학생인 주연의 경우가 더 큰 문제였다.


다행히 남들 모르게 아이를 지우고는 병을 핑계로 학교를 잠시 쉬는 걸로 무마했지만,


양쪽 집에서 서로 말은 안 해도 그 범인이 상훈이라는 건 아마 눈치를 챘을 게 분명했다.


그 둘을 동시에 임신시킬 주변의 가까운 남자는 아무리 봐도 상훈밖에 없었으니까...


 


그 이후로 두 집안은 마치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다시는 꺼낸 적이 없다고 했다.


주연과 상훈의 결혼이 불가능했던 이유가 그제서야 납득이 갔다.


아니, 그게 아니라도 그들 스스로가 이미 자기들끼리의 놀이에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그때 눈에 띈 게 새미였다.


상훈의 의도적인 접근과 탐색...


그리고, 평가는 얼마든지 자신들의 장난감으로 조교가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그 부분에서 민은 주연을 죽여버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었다.


 


그런데, 잠시간의 방심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미와 병호의 연결 때문에 둘은 정아에게 호되게 당했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길들여진 탓인지 상훈과 주연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감히 거역할 생각을 못했다.


아니, 정아는 사람을 인형처럼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의대를 가도 될 머리를 가지고도 심리학과를 들어간 정도였으니 대충 짐작이 갔다.


정아에게 있어서 그 두 사람은 고양이 앞의 쥐나 마찬가지였을 게 뻔했다.


 


그렇게 새미라는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을 놓치고서,


풀이 죽어있던 차에 눈에 번쩍 뜨이는 만만한 대상이 우연히 나타났다.


후임병의 애인에게 눈이 돌아가서 침을 질질 흘리는 단순한 인간...


게다가 주연이 슬쩍 찔러보자 바로 반응을 보이는 발정이 난 개...


그건 바로 민 자신이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게 그냥 잠깐 허기를 달래는 간식이 아니라,


놓친 고기인줄로만 알았던 새미까지 줄줄이 달린 호박넝쿨이 아닌가?


 


그 이야기는 정아에게 전해지고 바로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만에 정아에게서 나온 결론은,


애초에 생각했던 잠깐 가지고 놀다 버릴 노리개 정도가 아니라,


꽤나 오랫동안 가지고 끼고 살아도 질리지 않을 훌륭한 장난감세트였다.


그때부터 모든 계획이 전면 수정되었다.


주연이 새미를 통해서 알게 모르게 자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와중에도,


주연은 자신을, 그리고 상훈은 새미를 공략하기 위해 기교를 익히는 데 몰두했다.


 


그전에도 종종 정아의 유희로 낯선 사람을 끌어들여 난교를 벌이고는 했던 두 사람이었다.


그랬던 게 계획을 위해 수시로 고향도시를 벗어나 닥치는 대로 섭렵을 했다.


주연의 화려한 기교는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건 정아는 상훈 외에는 남자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지휘와 감독을 하면서 철저하게 관객의 위치를 고수했다는 것이다.


아마, 그녀에겐 사람이라는 자체가 그냥 가지고 노는 인형정도뿐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상훈은 애완동물이니까 사육을 위해서 상대를 해준 것일 테고...


 


그렇다면, 지금의 남편과 자신은 뭘까?


그건 금방 답이 나왔다.


어차피 남편은 늘 조마조마했던 부모님의 강권 때문에 타협을 한 것이다.


어쨌던, 정아가 그 이중적인 현재의 생활을 계속 누리려면,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는데 필요한 적당한 방패막이가 있어야 했고,


경제력을 받쳐줄 부모님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아야 한다는....


그리고, 자신에겐...더 큰 먹이를 위해 밑밥을 던져준 것뿐이다.


바로 새미와 엄마라는....아주 흥미로운 장난감까지 한꺼번에 얻기 위한...


 


정아에게 그렇게 쉽게 빠져든 건 주연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이미, 엄마에 대한 자신의 욕망까지 알고 있었던 정아가,


주연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가지고 새미와 엄마의 모습을 교묘하게 섞어서 유혹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게 정아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했던 게 틀어진 건,


정아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몇 가지의 변수 때문이었다.


 


이미 자신이 엄마와 깊은 관계였다는 걸 몰랐다는 것...


때문에, 그들이 아무리 철저하게 연기를 했어도,


엄마나 새미와의 끈끈한 일체감에서 느끼는 감정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알았으면서도 이기적인 생각에 모른 척해버린 자신이,


지금 여기 최악의 사태로까지 일을 몰고 온 주범인지도 모른다.


 


그런 잠시간의 흔들림도 아버지의 일 때문에 모든 게 묻혀가는 듯했지만,


자신들을 더욱더 나락으로 빠트리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 오히려 그걸 다시 자각하게 만들었다.


바로 흥분제였다.


그때 정아의 집에서 벌어졌던 그 최초의 난교....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 갔지만 너무 취했었다고 여겨버렸다.


하지만, 새미에게서 또다시 같은 모습을 발견하자 의심이 와락 들었던 것이다.


주연의 실토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진실도 알게 되었다.


병호 또한 그 약물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물론, 그건 그냥 가슴 속에 묻어둘 뿐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바로 주인 할아버지의 존재였다.


자신도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정말로 상상치 못했던 커다란 변수...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새미의 발광한 모습 때문에 가졌던 의혹과 불안감은,


엄마가 드디어 자신의 집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 당시에 가졌던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게 만들었었다.


 


 


“ 안녕하셨어요?”


“ 응...그래..오랜만이구나...엄마는 잘 계시지?”


“ 네...”


“ 휴~ 그래...장례식 때 보면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 할아버지...”


“ 응?”


“ 저희 엄마...많이 좋아하시죠?”


“ 그, 그게...미, 민아?”


“ 괜찮아요...늘 감사하게 생각했어요...


  엄마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두 분이 서로에게 마음의 위안이 많이 된다고....”


“ 하...그래...내가 늙어서 주책이지....네게 보여서 안될 꼴을...”


“ 아니에요...할아버지..정말로 고맙게 생각하니까요....”


“ ..고맙구나...그렇게 이해를 해주니...”


“ 저....그래서 좀 부탁을 드리려고요...제가 이런 일은 잘 모르니까요...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저보다 경험도 많으시고,


  예전에 일을 하시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아시니까 조언을 구하려고...


  아니,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좀 도와주세요...엄마가 관련된 일이라서요...”


“ 네 엄마가? 그래 말해보렴...”


 


할아버지도 바짝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 명확하진 않은데...어쨌던 조금 걱정이 되는 일이 있어서...


  엄마가 모르게 엄마를 지켜보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제게 바로 연락을 해줄 사람을 구해요...”


“ 무슨 일인데 그래? 네가 말하는 걸 보면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닌 거 같은데...?”


“ 그게...아직은 저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아니,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요...


  하지만, 왠지 자꾸 불안해서요....그래서 그냥 지켜보다가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알려줄....”


“ 흐음...민아..그러면 이렇게 하자....”


“ 네...할아버지...”


 


역시나 자신의 예상처럼 할아버지는 나름대로의 방법이 바로 떠오른 모양이다.


이번만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보자는 결정이 옳은 것 같았다.


 


“ 네가 구체적으로 말을 안 하니 좀 애매하긴 하다만...


  간단하게 말하면 몰래 엄마를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지?”


 


자신이 바라는 바를 대강만 듣고서도 바로 짚어낸다.


한결 마음이 든든해졌다.


 


“ 네..그렇긴 한데...솔직히 그런 보디가드를 일반인이 고용하기는 무리죠....그래서...”


“ 그러면 이렇게 하자꾸나..그건 내가 알아서 책임을 질게....”


“ 네? 하, 하지만....”


“ 걱정 말거라....흐음...내게는 그런 일에 적합한 사람을 동원할 연줄이 좀 있어...”


“ 그, 그래도...비용이 만만찮을 텐데....”


“ 허허허~ 이 녀석? 제 입으로 네 엄마를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해놓고는?


  이 늘그막에 유일한 즐거움인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그 정도도 못할까?


  그리고, 그런 걱정은 말거라...나 역시 너처럼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조금 있단다...”


“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따스한 눈길로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 나중에 정말 네 말처럼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이런저런 건 저절로 알게 되겠지만...그런 일이 없기를 바래야지...그렇지?”


“ 하하하...당연하죠...제가 할아버지의 비밀이 아무리 궁금해도....”


“ 이 녀석...이제는 좀 안심이 되나 보구나? 예전처럼 농담도 하게....”


“ 참~ 할아버지...”


“ 그래...왜?”


“ 엄마가 곧 저희하고 같이 살 거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엄마가 외출을 할 때만 보살펴주시면 될 거에요...


  하하하~ 할아버지도 기쁘시죠? 이제는 좋아하는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어서....”


“ 허허허~ 이 녀석이 할애비를 놀려? 그래...많이 기쁘구나..정말 고맙다...


  내가 최선을 다할 테니까 나를 믿으렴....참...오늘은 술 한잔 해야지?”


“ 당연하죠...하하하~ 저도 할아버지랑 마시고 싶어서 겸사겸사 온 건데요...”


 


 


잠시 회상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렸다.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까?


자신이야 워낙 어리석었던 탓에 당해도 싸다고 한다 치더라도....


엄마와 새미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어떻게 보면 주연이나 상훈도 불쌍한 희생자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엄마와 새미에게 약을 먹여서는 낯선 사람과 난교를 가지게 만들고는,


정아와 함께 그걸 지켜보고 앉아서 즐겼다니 정말로 몽땅 죽여버리고만 싶었다.


그것도 흥미를 더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지저분한 노숙자들을 골랐다니...


 


자신이 출장을 간 틈을 타서 한적한 외부에서 일을 벌였던 것이다.


할아버지가 일을 시킨 사람이야 감시를 하면서 따라오긴 했어도,


가족들끼리의 나들이였으니 안에서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을 것이다.


애초에 할아버지에게 그런 부분까지 말하지 못한 자신의 부주의였다.


그나마, 별장 안에서 비틀거리며 나온 낯선 남자가 아무리 봐도 일행으로 어울리지 않는데다,


벌거벗은 채로 현관 앞에서 오줌을 누는 아주 이상한 광경에,


감시를 하던 사람이 아차 싶어서 다른 사람들을 불러들여 들이닥친 게 정말로 천만다행이었다.


 


민은 조금씩 머리 속을 정리하면서,


오전에 오기로 한 할아버지를 만나 할 이야기에 대한 생각을 굳혀가고 있었다.


애당초 몰랐다면 몰라도 이렇게 할아버지의 비밀 한 자락을,


어렴풋이라도 본 이상에는 그걸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당연히 갚아줄 건 아주 확실하게 갚아줄 생각이었다.


 


 


 


“ 오셨어요?”


“ 그래...괜찮으냐?”


“ 이미 생긴 일은 어쩔 수가 없죠....”


“ 미안하구나..정말....”


“ 아니에요...할아버지...그 이야기는 그만해요...”


“ 그러자꾸나...그게 네가 편하다면....참...엄마하고 동생은?”


“ 네...아침에 깨고 나서 집으로 먼저 보냈어요...할아버지의 그...에...직원이 데려다 준다고...”


“ 허허허~ 녀석도...그게 무슨 힘든 말이라고 그렇게 어렵게 해? 그냥 똘마니 녀석이지...”


 


정장으로 나타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외모만이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확 달랐다.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나가 90도로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천천히 훑어보는 할아버지의 눈빛은,


무표정하다 못해 마치 인형의 유리알 눈처럼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아서 소름까지 끼쳤다.


그 커다란 덩치에다 험상궂은 남자들이 할아버지의 눈길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민과 둘만 있게 되자,


익히 알고 있던 그 푸근한 모습으로 돌아가 또다시 놀라게 만들었다.


왠지 이제는 익숙했던 무골호인의 모습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 엄마나 새미가 남아있어서 별로 좋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요...”


“ 그래..아주 잘 생각했어....참...너도 보기보다 독하더구나?”


“ 아? 그 놈들이요? 뭐..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그걸 통째로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 허허허~ 그래...맞다...남자는 때로 그렇게 독할 줄도 알아야지...”


 


독하다는 말과는 달리 할아버지는 정말로 대견하다는 눈빛이었다.


여전히 섬뜩하고 두려운 느낌이 들지만 점점 더 호기심이 커졌다.


과연 할아버지의 진짜 모습은 뭘까?


그러면서, 왠지 전의 정감 있던 모습보다 지금의 모습이 더 끌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나약하고 무력했던 모습에 대한 후회와 반감 때문일까?


 


“ 할아버지...”


“ 그래..말하렴...”


 


민이 진지하게 말을 꺼내자 할아버지도 정색을 했다.


하지만, 그 눈빛에 담긴 호의는 진심인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엄마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에 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이런 힘을 가진 할아버지의 우호적인 감정이 너무나 든든하게 느껴진다.


 


“ 아마 할아버지는 제가 하는 이야기에 해답을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일단 들어보자꾸나....”


“ 네....만약에 말이죠...어떤 남매가...그러니까 둘 다 결혼을 했다고 가정하고요....”


“ 음...그래...”


“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는데......나중에 부모님에게 편지가 날라와요...


  그런데...자신들은 서로가 사랑하기에 더 이상은 따로 살 수는 없다는 아주 황당한 내용이죠...”


“ 허어~ 그래? 그 부모님은 정말 놀라겠구나?”


 


할아버지의 눈에 아주 흥미롭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 그런데...그 부모님은 이미 예전부터 둘의 그런 사이를 알면서도 모른 척을 했던 거에요..


  당연하겠죠.....그게 세상에 알려진다면 더 이상은 우리나라에서 살 수가 없을 테니...


  그렇다면...두 사람의 실종을 알고도 경찰에는 알리지를 못하겠죠?”


“ 그렇겠지...살림이라도 차리고 있다면...그게 알려졌다가는 정말로 큰 일이 날 테니....”


“ 그런데....그렇게 사라졌던 두 사람이 몇 년 후에 발견이 되요...아주 비참한 지경이 되어서...”


“ 어떤 처진데?”


“ 그게...남자는 정신이상자가 되어서 수용소에 갇혀있고요...


  여자는...벽지를 떠돌면서 창녀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에요....”


“ 그것 참....”


“ 그런데...더 불쌍한 건...남자는 성기능까지 잃은 데다가 부모도 제대로 못 알아보고...


  여자는 여자대로 온몸이 망가지고 성병에 걸려서 거의 죽어가요...정말로 비참하죠?”


“ ...그렇구나...정말....”


“ 세상에는 정말로 그런 일들이 일어날까요?”


“ ..있겠지...그런 경우가....”


“ 그렇군요...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군요....”


 


할아버지의 눈이 순간적으로 빛났다.


 


“ ..그런데....그 남매와 결혼했던 사람들이 너무 억울하지는 않을까?”


“ 글쎄요? 여자와 결혼했던 남자는 그 후에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남자와 결혼했던 그 불쌍한 여자의 이야기는 상상을 해본다면...아마 이럴 거에요...


  먼저 시부모를 찾아가요...그리고는 말하죠...


  사실 둘의 수상한 관계를 결혼하고 눈치를 챘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이 같이 사라진 걸 보니 더더욱 의심이 간다고...”


“ 허허~ 시부모가 기겁을 하겠구나...”


“ 네...게다가...오빠까지 모든 걸 듣고서 같이 따라왔어요...


  그때 그 오빠가 나서서 이혼을 시키겠다...


  대신...희생당한 내 동생의 인생에 대한 보상을 하라....


  그러면, 아마 그 시부모는 해달라는 대로 할 수 밖에 없겠죠?”


“ 흐음...물론..거기에 대한 증거 같은 게 있으면 더 확실하겠지....”


“ 증거는 충분히 있어요....증인도 있고...”


“ 허허허...그래..그러면 정말로 꼼짝 못하겠구나?”


“ 가능할까요?”


“ 그런 걸 원하는 거냐?”


“ ...네...진심으로....”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엄마와 새미가 당한 끔찍한 일은 이미 전해 들었을 테니,


지금 한 이야기가 상훈과 정아 남매에 대한 처리를 부탁하는 거라는 걸 알 것이다.


 


“ 그러니까...그 남매가 감쪽같이 사라져서 몇 년 후에나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게만 해주면 되니?”


“ 네...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 ..그러면 네 처는? 네 처도 관계가 된 것 같던데...”


“ 안 그래도 그 이야기도 드리려고 했어요.....”


“ 그래....하거라”


“ 혹시...할아버지...전혀 소문이 안 나게 남자들을 구해줄 수 있어요?”


“ 어떤 남자들?”


“ 후후후~ 젊은 유부녀에다 아주 예쁘고 기술도 좋은데다....


  몸까지도 끝내주는 그런 여자를 원하는 돈 많은 남자들....


  그런 여자를 안으면서도 확실하게 비밀까지 보장된다면 꽤나 비싸겠죠?”


“ 헛~ 너 설마?”


“ 그렇게라도 벌어서 자기가 지은 죄를 갚아야죠....”


“ 민아...그럴 바에야 차라리 아까 말했던 그 남매처럼...”


“ 아니에요..그렇게 한꺼번에 사라지면...너무 이상해요...


  더군다나...그 여잔 집에서 무남독녀거든요...


  즉, 유일한 상속인이라는 거죠...집에 재산이 꽤나 돼요....”


“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그건 내가 도와주마...”


“ 후후후~ 감사합니다...그러면 저야 고맙죠...


  하지만, 제가 버는 건 버는 거고...제 손에 들어온 걸 포기할 이유는 없어요...


  마누라가 벌어오는데다가 가만히 두면 알아서 가져올 재산을 왜 포기해요? 바보처럼...”


“ 그렇지만....그게 네 마음대로 되는 일이냐? 네 처가 아무리 잘못을 했다지만...”


“ 그건 걱정 마세요...제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다하게 되어있어요...


  참...여기 며칠만 빌릴 수 있을까요? 한적한 게 딱 좋은데...그 여자하고 둘만 있을 수 있게....”


“ 알았다...그건...그리 어려운 게 아니니까....”


 


주연이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원한다면 개하고라도 하겠다던....


어디서 커다란 수캐를 구할까 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물론, 캠코더를 준비하는 건 당연했다.


아마, 그 이후로 주연은 자신이 시키는 모든 일을 다하게 될 것이다.


민은 자신의 속에서 뭔가가 깨어난 걸 알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복수로 생각하고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 잔인한 계획을 말하면서 야릇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 참...그리고...남자보다 여자를 더 조심해야 할 거에요...”


“ 여자를?”


“ 보통 여자가 아니거든요...혹시 사이코패스라고 들어왔어요?”


“ 사이코패스? 전에 떠들썩했던 그 연쇄살인범들 같은?”


“ 네...맞아요..그런 종류의 여자에요...


  머리가 아주 좋은데다가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해서 연기력도 끝내주죠...


  그러니까..미리 단단히 주의를 시켜야 할 거에요...”


“ 그래...알았다...그건 걱정 말거라...여자를 상대론 절대로 실수를 안 할 녀석들이 있으니까...”


 


그랬다.


민이 판단한 정아는 바로 사이코패스였다.


때문에, 완벽한 계획을 망가뜨려 자존심에 상처를 준 자신에게 그런 적대감을 보인 거였다.


 


“ 흐음..그러면...그 이야기는 일단락이 된 거 같고...우리 이야기를 좀 해볼까?”


“ 우리 이야기요?”


“ 그래...그 동안에 내가 착각을 했나 싶었는데..너한테는 확실히 소질이 있어...”


“ 소질이요?”


“ 음...뭐라고 할까? 처음 너를 봤던 날 많이 놀랐지...


  내가 젊을 때를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


“ 그게 어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할아버지와 닮은 데는 없었다.


 


“ 허허허~ 그건 바로 여자를 다루는 타고난 소질 말이다...”


“ 여자요? 하하...그건 정말 잘못 보신 거에요...여자 때문에 이 꼴을 당했는데...”


“ 그래...그래서 나도 처음엔 내가 잘못 판단한 줄 알았지....


  여자가 스스로 뭔가를 바치도록 만드는 그런 건 날 닮았는데...매정하지를 못하니....


  그런데...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네가 일 처리를 하는 걸 보니 역시 제격이야...


  내가 하는 일은 때로는 여자를 아주 잔인하게 다룰 줄도 알아야 하거든?


  심지어, 독할 땐 자기 마누라라도 개의 먹이로 던져줄 만한 독심 말이야...


  대신에 돈만큼은 아마 네가 질릴 만큼 만질 수가 있을 거다....”


“ 아~~”


“ 왜 그러냐?”


“ 아, 아니에요...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 후후후~ 역시....”


 


바짝 다가앉는 자신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짓는 할아버지였다.


조금 전 할아버지의 말에서 순간적으로 아까 얼핏 느꼈던,


자신의 속에서 뭔가가 이제는 완전히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온몸으로 짜르르 번져나가는 쾌감...


민은 그게 자신 속에서 잠자고 있던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 ..참...할아버지...”


“ 왜?”


 


둘의 긴 이야기가 끝나고서 민이 문득 불렀다.


 


“ 엄마...엄마는 할아버지한테 어떤 존재죠?”


 


갑자기 엄마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말했던 여자에 대한 잔인함도...


 


“ 후후후~ 걱정 말거라...나 같은 사람에게도 한가지쯤은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게 있거든?”


“ 그러면?”


“ 그래..그게 네 엄마야...먼저 가마...네가 부탁한 대로 다해줄 테니 걱정 말고...”


“ 네..전화를 드릴게요....”


“ 그래...나오지 말거라...”


 


민은 방을 나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라...


그래...자신에겐 그게 엄마와 새미일 것이다.


정말로 악마가 되어버리는 걸 막아줄 마지막 구원의 빛....


벌써부터 송아지만한 개가 주연을 범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커지는 성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속에서 뭔가가 완전히 변해버렸다.


몸마저도 너무 상쾌하게 활력이 넘치면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아주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을 주었다.


순간적으로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당시에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을 가족들이 생각났다.


 


후회해도 이제 와선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런 걸...이프 온리(if only.....)라고 하던가?....


그때, 문득 뒤늦게 한가지를 알아차렸다.


자신에게는 엄마가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일어선 할아버지가,


돌아서기 직전 그 아랫도리가 양복바지를 밀고서 허리띠 근처까지 불룩하게 솟아올라있던 게...


 


 


 


(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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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드디어 끝났군요....

뭐...이런저런 할 이야기가 꽤 있었던 것 같은데...막상 하려니까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제 글을 쭉 봐오신 분은 알겠지만...복선을 많이 깔고 이리저리 꼬는 게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그걸 대부분 뒤쪽에서 풀죠...

거기다 가장 큰 건 마지막에서 알려주는 게 보통입니다...

물론, 제가 전문작가도 아니고, 미리 비축분을 가지고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

거의 매일 써서 바로 올리기에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도 많은 건 잘 압니다...

그게 제 글의 약점이죠...

그래도 나름대로 너무 황당하게 흐르지 않도록 심리적인 부분을 표한하려고 애는 썼습니다...

 

특히나, 이번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1인칭의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아마, 초반의 단편들 빼고는 그 후의 장편에서 처음일 겁니다...

1인칭 소설의 장점은 독자가 몰입하기 좋다는 거죠...

하지만, 철저하게 나의 관점에서 쓰니까...

얽힌 사건이나 복선을 독자분께 설명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장편에선 1인칭보다 3인칭 전지적인 작가 시점에서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전지적 작가인 경우는...이 사람, 저 사람의 심리에다, 주인공이 모르는 부분도 다 보고 서술을 해주니까요....

전의 장편들은 주인공 민의 부분이 많아서 언뜻 1인칭처럼 느껴져도 전지적 작가 시점의 3인칭 글이었죠...

마지막 글이라는 생각에 1인칭으로 장편을 한번 써보고 싶은 욕심이었는데...

그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고, 어색함을 느껴서 불편하게 생각하신 분께는 죄송합니다...

 

원래...작년 5월에 문득 나도 야설을 한번 써보자는 객기에 시작하고는,

너무나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용기백배...딱 1년만이라 생각했던 게...

어느새 근방 1위가 욕심이 나더니...6개월을 더 끌었군요...

그 동안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 잘 보내시고...한해 마무리 잘 하세요...

그래도, 연말이 지나기 전에 이렇게 모든 걸 마무리짓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민 배상....(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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