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31
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31
나는 괜히 답답하고 불안했다. 특히 금순의 화가 난 듯 단호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내가 자매간의 불화나 갈등의 불을 지른 장본인이 될 수도 있었다.
결국 나는 더 참기 어려워 방문을 열고 귀를 기울였다. 딱 한번, 그것도 금지와 빠구리를 하느라 들어갔었던 그녀의 방에서 말소리가 들려 왔다.
"...... 그런기 아이라니까."
좀 신경질적인 금지의 말에 이어 금순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아니긴 뭐가 아냐? ...... 너 이 언니를 그토록 못되고 나쁜 여자로 만들어야 하겠어? 제발 그러지 말고 내 말을 들어!"
"참말로 답답네. 내가 우째 언니를 못된 사람으로 만들었다 카노?"
"금지야. 나는 ...... "
나는 마루로 나와 발소리를 죽이며 좀 더 금지의 방쪽으로 다가갔다.
" ...... 장님에게, 아니 모든 병신들에게 제일 슬픈 것은 남에게 멸시를 당하는 것이지만 그 다음은 바로 동정을 받는 일이야. 이 세상의 병신들은 모두가 자기들도 그저 똑같은 내 가족이며 내 이웃,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 주기를 간절히 바래. 금지야, 너도 이 언니를 그렇게 대해줘."
"내가 언제 언니를 멸시하거나 동정했단 말이고? 언니는 그래 생각해 왔나? ...... 언니가 내한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데 ...... "
금지의 나중 말은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금순의 공박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내 말은 원래 그런 뜻이 아이다. 갸한테 뭔가 설명을 해야 하는데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저 씨부린기지, 언니를 달리 생각해가 그런기 아이라니까."
"지금 네 말이 모순투성이라는 것을 너 자신도 알지? 애초에 네가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바로 나를 달리 취급한 것 아니니? ...... 나는 그래서 슬플 뿐 아니라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초라해. 너한테 부탁을 했던 것은 정말 나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 그런데 결과적으로 네 상대를 내가 가로챈 채, 그런 사실을 나는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다는거야. 나는 너희 둘이 다 자유롭기에 그동안 나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고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어. ...... 둘이서 한 남성을 공유하는 것이 문제라면 내가 빠질께. 당현히 그래야지. 나는 경험을 해 보았다는 것만으로 족해. 또 그점에 지금도 네가 고맙고 ...... "
"그리되마 내가 또 언니한테서 영도를 빼앗는 거 아이가?"
"그러니까 언니 말을 들으란 말야!"
잠시 금지는 말이 없었다.
다시 금순이 뭐라고 말을 하는데 갑자기 톤이 낮아져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어조에 맞추듯 금지의 목소리도 작아져서 역시 잘 들리지 않는다.
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 와 방문을 닫았다.
몇마디 엿들은 것만으로도 상황은 대충 짐작이 갔다.
금순은 동생에게 그 전처럼 나와 빠구리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금순의 말처럼 그녀는 금지와 내가 당연히 그동안 빠구리를 해 왔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동생이 언니를 위한 희생이라는 명분으로 나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것에 놀라면서 심한 자책감에 빠져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원상 복귀, 그것이 안되면 금지와 나만 다시 엮어 놓고 자신은 물러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금지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고 정말 마음이 끌리는 여인이었다. 생글 생글 웃기를 잘하고 그러면 양볼에 보조개가 파인다. 체격은 "7공주파" 중에 가장 작고 골격도 가는 편인데 그것도 꼽추할매를 제외하고는 늘 나보다 큰 여인들과 어울렸던 터라 마음에 드는 조건중 하나다.
그 아담한 몸매에 젖통도 작은 편이지만 젖꼭지는 연필 지우개마냥 발딱 솟아 있고 무엇보다도 보지가 자지를 깨물듯 압박해 주는 맛에 나는 놀라고 황홀했었다.
그런 점에서 자매는 많이 닮았다. 금순의 체격이 더 크고 풍만하며 맹인이라는 것이 달랐지만, 웃으면 역시 보조개가 드러나고 젖꼭지는 지우개처럼 솟아 있고 보지도 꽉꽉 깨물어 준다.
그래도 지난 날 금지가 "언니하고 했으니 이제 나는 너하고 안한다." 고 했을 때, 만약 나한테 선택권을 준다면 금순이보다는 금지를 찍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순과 오늘까지 네차례나 빠구리를 하면서 나는 점점 더 그녀에게 매혹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감정이다.
비록 맹인이라지만 그 우아한 아름다움과 교양과 지식에서 우러나는 인품, 더구나 빠구리에 대한 감각도 발전해서 오늘은 처음으로 함께 열광하는 경험을 갖지 않았던가.
게다가 그녀는 영자 누나에게 점자를 가르쳐 준다. 영자 누나는 점자를 배우면서, 또 금순과 우정을 만들어가면서, 그 암울했던 생활에서 갑자기 광명을 맞은 것처럼 생기가 넘치는 것을 나는 늘 옆에서 확인하고 있다.
금순에 대한 고마움을 그러나 나는 갚을 길이 없다. 영자 누나가 추리하듯 빠구리를 해준다는 것 말고는 ......
지금 나에게 자매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그래서 금순을 택해야 하나? 하지만 먼저 알게 된 금지에게 등을 돌리는 것도 남자답지 못하다. ...... 나는 그저 혼란스럽기만 했다.
혼자 돌아온 금순은 여전히 좀 굳은 표정이었다.
"영도씨, 나 부탁이 있어. 이건 꼭 들어줘야 해! 그러겠다고 약속할 수 있지?"
물론 나는 그녀가 할 말을 짐작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지난 날, 금지의 방에서 빠구리를 하다가 언니에게 들킨 뒤 그녀가 울쌍까지 지으며 했던 말일텐데 오늘은 역할이 서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약속까지 다짐하는 것에 나도 바로 대답하기보다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금지를 만나 줘! 그리고 아까 우리처럼, 아니 나한데보다 더 잘 ...... "
나중의 말이 좀 울먹거린다 했더니 감정이 더 치밀어 오르는지 그녀는 "흑!" 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몰랐어. 정말 몰랐어. 너희들은 다 자유로워서, ...... 실컷 밖에서도, ...... 나는 당연이 그런줄로만 알았지. ...... 금지, 고 앙큼한 계집애. ...... 언니를 이렇게 구차하고 부끄럽게 하다니......"
내가 앞에 있는 것이 그녀의 감정을 더 자극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그녀의 자책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 보기가 거북해 나는 말없이 그 자리를 피했다.
"금지 누부야, 오랫만이네."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그녀에게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하자 금지는 한번 훽 돌아보고는 다시 외면을 한다.
우리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입이 닷발이나 나와 있다." 는 바로 그런 표정이었다.
금순에게 떠밀리듯 이 방에 들어왔지만 이런 식으로 냉대를 받을 줄은 몰랐다. 나도 엉거주춤 서있기만 할 수밖에 없어 잠시 어색한 분위기는 지속되었다.
"니는 남자가, ...... 그리 치사하게 고자질이나 하나?"
이방에서 처음 입을 연 그녀는 대뜸 비난부터 한다. 나도 기분이 좀 뒤틀렸다.
"누가 고자질을 했다카노? 누부야가 먼저 물어가 사실대로 말한기지."
"그기 우리 언니 앞에서 해야 될 말이가? 남자가 그런 것도 제대로 처리 못하나?"
그녀는 나를 비난하고 공격하면서도 계속 남자라는 것을 내세운다. 공박할 꼬투리가 그것밖에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녀의 마음 속에 내가 계속 남자로 자리잡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피식!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누부야는 이제 내가 우찌 처리했으마 좋겠노?"
그녀가 한번 더 나를 돌아 보는데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다.
"우짜긴 뭘 우째? 그저 이래 쪼매 있다가 가라!"
"쪼매 있으면서 뭘 할낀데 ...... ?"
"하기는 뭘 해? 그냥 있다 가면 되지."
그녀는 여전히 마음을 풀지 않고 있다. 나도 계속 당하는 것은 싫었다.
"그냥 있을라마 쪼매락도 있을 필요가 뭐꼬? 지금 가마 되지."
내가 방문을 열려 하자 그녀가 급히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지금 나가마 우리 언니 입장이 우예 되노?"
"누부야 언니는 그리 대단케 생각하면서 내한테는 이래도 되나?"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좀 기가 죽은 표정이었다.
"그래, 니가 원하는게 뭐꼬?"
"말 좀 그런 식으로 하지 마라. 내가 뭘 해달라캤나? 누부야, 그 대단한 언니가 일로 드가라 캐서 왔다. 그 다음은 누부야가 정할 일이제."
"아이 참!"
그녀는 조금씩 붉은 기가 돌려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번 쓰다듬고 말했다.
"니는 꼭 그걸 하고잡나?"
"내사 그런 말 입밖에도 안 냈잖나? 누부야 마음대로 하라카이."
그녀는 한동안 내 기를 죽여 보려는 듯 나를 노려 보더니 눈을 한번 질끈 감고나서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래, 하자! 니가 정 그래 나온다면 ...... "
"와 자꾸 나를 들먹이노? 나는 하자 소리 한 적 없다. 나 빼고 누부야가 정해라."
"참, 내 ...... "
그녀의 입가에 살짝 실소 같은 웃음이 비쳤다.
"니 빼고 그걸 우예 하노? 내가 한다캤으이 이리 온나."
말싸움을 하듯 말이 오가면서도 나는 또 웃음이 나오려 했다. 몸이 맞닿기는 커녕 정감 있는 말 한마디 없이 우리는 계속 "한다" 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빠구리라는 것은 다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리도 안 피고 맨바닥에서 하나?"
계속 쌀쌀맞게 나오는데 나도 배짱을 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참말로 내가 못산다!"
그녀는 쫑알거리면서 요 이불을 꺼내 방바닥에 깔았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치마와 팬티를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 됐제? 일로 온나."
나는 힐끗 그녀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위는 안 벗나?"
"그것만 하마 되지, 뭐하러 위까지 벗노?"
"이왕 줄라카마 홀딱 벗고 준다는 말도 있잖나? 또 우리가 언제 이래 아래만 까고 했나?"
나는 빙긋 웃으며 농담조의 말도 던졌다. 그녀가 아래를 벗고 누운 마당에 이왕이면 분위기도 좋게 하고 싶었다.
"참말로 ...... 찾을 껀 다 찾아 물라카네."
여전히 화난 표정의 그녀는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고는 윗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까 치마와 팬티를 벗을 때처럼 돌아서지도 않고서 ...... 그래서 오히려 내가 고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브래지어 마저 걷어 내자 젖꼭지는 여전히 봉긋 솟아 있었다.
그제서야 이 방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자지에도 피가 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젖통을 드러낸 채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보며 그녀는 역시 차갑게 말했다.
"이제 됐나? 빨리 들어 온나."
나도 그녀 앞에서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팬티를 내리자 이미 불뚝 선 자지가 스프링처럼 튀어 나왔다 그녀의 반응을 보려니 어느 새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었다.
이불을 제치고 몸을 포개자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이불 속의 훈기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나는 그녀의 젖통을 부드럽게 주므르다 입을 맞추려 했다.
"아이 싫다! 이카지 마라!"
그녀는 도래질을 하다 두손으로 입을 덮어 버렸다.
갑자기 내 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며칠 전 임가띠기와 빠구리 장면이 떠 올랐다.
그녀가 "위는 안 벗나?" 라고 할 때 나는 기분이 뒤틀렸고, 낫을 들고 날뛰던 남편이 물러간 뒤에도 자지 보지가 안 떨어져 그렇게 곤욕을 치루었건만 "빠구리를 마저 하자." 고 조를 때의 그 치욕감과 황당함 ...... 금지도 지금 나에게, 내가 임가띠기를 경멸했던 것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 바로 이 방을 나가 버릴까 ......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내가 임가띠기에게 다시 자지를 박을 때처럼 지금 금지도 싫은 것을 마지못해 하려 한다. 나 역시 경멸을 받아 가며 그 상대에게 자지를 박고 싶지는 않았다. ...... 그러나 또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 금순이 약속까지 다짐하며 부탁했던 것이다.
그래, 네가 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나도 네까짓거 임가띠기 같이 취급하면 되지. ...... 나도 냉랭하지만 오히려 편안한 기분으로 자지를 들이 밀었다.
그녀는 무릎을 약간 세우고 가랑이를 벌려 나를 받아 들일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이미 그곳은 물끼가 있어 자지는 미끌거리며 쑥 들어갔다.
아, 나는 속으로 또 소리를 질렀다.
쌀쌀맞고 표독스럽기까지 한 그녀의 태도와 달리 보지는 세게 꿈틀거리며 자지를 주물러 준다. 이 방에서 처음 받는 그 뜨거운 영접에 자지도 벌떡거리며 반응했다. 나는 한동안 움직임이 없이 그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흐응!"
밑에서도 반응이 왔다. 그러나 그 반응은 뜻밖이었다.
금지는 울고 있었다. 그것도 "엉엉" 하고 큰 소리를 내거나 가슴을 들먹이며 흐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린애가 가벼운 투정을 부리듯 그런 소리를 내면서 눈물만 흘리는 것이다.
"흐응! ...... 흐응! ...... "
그 소리는 간헐적으로 나왔다. 그것은 우느라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마치 딸꾹질이나 잔 기침처럼 참을 수 없어 터지는 억제된 소리 같았다. 얼굴은 반듯이 천정을 향한 채, 보지 속살을 빼고는 아무 움직임도 없이 "흐응!" 소리만 가끔 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장면이었다.
나는 당황했다. 어떻든 여자의 눈물이란 대단한 것이다. 수치감이나 굴욕감에서든, 슬픔과 고통 때문이든, 혹은 기쁨이나 반가움 때문이든간에 ......
"누부야, 기분 나쁘나?"
나는 한껏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녀의 눈물에 나의 반발심은 녹아 버렸다. 그녀가 정 기분 나쁘다면 이대로 중단해도 좋았다. 까짓거, 금순과의 약속은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드러날 것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자지는 이미 그녀의 보지에 들어갔었으니 그게 그거다.
"아이, 몰라!"
그녀는 손으로 눈을 비비다 이불 깃으로 눈물을 닦아낸 후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 그래 기분 나쁘마 우리 고마 하자!"
나는 그럴 생각이었다. 팔을 뻗어 윗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계속 옴찔거리는 보지에서 자지를 바로 빼기는 아쉬었다. 그녀의 확답을 듣고 그때 빼면 된다.
"아이, 모른다니까 ...... "
나도 모르게 자지에 힘이 들어갔는지 벌떡거리는데 그녀의 보지도 화답하듯 더 세차게 깨물어 온다.
그 반응 때문일까, 그녀는 가렸던 손을 떼고 나를 정면으로 쳐다 보았다. 약간 충혈이 된듯 하지만 금순과 닮은 그 눈은 여전히 투명해 보인다.
그 눈에 습기가 어리는 것 같더니 "흐응!" 소리와 함께 양 귓가로 눈물이 흘려 내렸다. 다시 흐르는 그 눈물이 나를 새롭게 깨우쳐 주었다.
그녀의 쌀쌀맞은 태도가 고집스러워서인지 자존심이 강해서인지 그것은 모르겠다. 눈물의 본질도 창피함 때문인지 굴욕감 때문인지, 혹은 반가움 때문인지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들이 눈물의 재료로 뒤섞인지도 모른다.
어떻든 그녀가 말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를 싫어하거나 경멸하지는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두팔은 그냥 내려트린 채로 천정을 향해 두눈은 그저 멀뚱멀뚱 뜨고 있다. 기분 나쁘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오기가 났다. 찌르는 속도를 계속 빨리 했다. 나도 숨이 가빠 오고 보지의 옴찔거림도 느낄 수 없을만큼, 임가띠기에게 끝내기를 서둘렀을 때 처럼 그렇게 자지를 박아댔다.
"하아! ...... 하아! ...... "
비로소 밑에서 소리가 나왔다.
"누부야도 좋나?"
이제는 우리가 진정 화해를 했다는 기분에 나는 동작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
"뭐가 ...... ?"
"누부야도 소리를 지르잖나?"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오는 말은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니가 위에서 그래 눌러대이 우째 숨이 안 차겠노?"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 ...... ? 아니, 내가 이러는게 누부야는 싫나?"
그녀는 나를 올려다 보며 입술이 약간 실룩거렸다. 보조개가 살짝 패였지만 곧 지워졌고 그 다음 고정된 표정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약간 벌리며 어처구니 없다는 식이었다.
"참 내, ...... 내사 모른다니까 ...... "
아무래도 오늘 그녀가 더 이상 나에게 마음을 열지는 않을 모양이다. 나는 다시 터져 나오는 그녀의 신음을 더 이상 화제 삼지 않고 사정했다.
내가 몸을 빼자 그녀가 타올을 꺼내 뒤처리를 해 주었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딱딱했다.
말 한마디 없이 보지를 닦고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나도 어색한 분위기를 지우려 옷 입는 것을 서둘렀다.
이제 나는 이 방을 나가면 된다. 금순이 그렇게 간절히 부탁했던 임무로 그런대로 마친 셈이다.
그러나 무엇인가 미진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휘감으며 입술을 찾았다.
"아이, 오늘은 이카지 마라!"
그녀는 도래질을 하며 나를 떠밀었다.
"오늘은 안 되마, ...... 그럼 다음은 되나?"
언뜻 그녀에게 보조개가 생기며 미소가 스친 듯 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도래질을 하며 말했다.
"아이, 내사 모른다니까 ...... "
금순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그 집을 떠났지만 우리집 대문을 들어설 때까지 내 몸과 마음에는 그 집에서의 여운이 계속 남아 있었다.
금순의 풍만하고 뜨거운 몸과 뒤엉키며 나는 허기와 갈증을 한꺼번에 해소한 것처럼, 아니 한껏 포식한 것처럼 마냥 흡족했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금지와의 재회가 이루어 졌다.
그녀는 끝까지 쌀쌀 맞았지만 나는 그 속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속마음은 자지를 깨물듯 어루만져 준 보지 속살처럼 뜨겁고 나를 진정 반겨 주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다만 언니를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그녀의 결단이 그 문제가 해소되었음에도 쉽게 표정을 바꾸지 못해서가 아닐까.
늘 생글 생글 웃고 몸집도 작은 그녀에게 깊고 넓은 속마음이 있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하여튼 나는 오늘 유난히 깨무는 보지를 둘이나 맛보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또 하나의 행운이 나를 찾고 있었다.
"오늘 오전 수업만 한다더니 어디를 이리 쏘다니노?"
엄마의 타박을 들으며 저녁을 먹고 있는 중 한 소녀가 나를 찾아 왔다. 바로 송윤초의 손녀인 여옥이었다.
길바닥에 넘어져 울고 있는 것을 집까지 안고 갔으며 그래서 뜻밖에도 금촌리 최고의 미인인 송윤초와 빠구리를 하게까지 인연을 맺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오빠. 할매가 오빠 저녁 먹자고 오라카신다."
대여섯살 쯤 된 아인데 또박또박한 말투로 심부름 내용을 전한다.
"아, 내는 벌써 저녁 뭇다. 그래도 내 곧 들를께, 니 먼저 가그라."
별로 남지 않은 밥그릇을 빨리 비우고 일어서는데 엄마가 물었다.
"하루 종일 행망을 떨더이 다 저녁 때 또 어디를 갈라카노?"
"응, 숙제 할끼 ...... 그래가 필요한 책 좀 빌릴라꼬 ...... "
나는 그냥 얼버무리며 집을 나섰다.
어둠이 슬슬 짙어가는 중에 지난날 영화를 누렸다던 40간 기와집은 더욱 적막에 휩싸여 보였다.
대문은 열려 있었고 두개의 소슬대문을 지나 안채로 들어갔을 때 불이 켜 있는 곳은 단 세곳이었다. 대청과 송윤초의 방, 그리고 여옥 모녀가 기거하는 별채였다. 그나마 대청의 등불은 나를 맞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송윤초는 반색을 하며 맞아 주었다.
"어서 오너라. 저녁은 먹었다지. 그새 훌쩍 더 커진 것 같구나. 그만큼 시간도 많이 흘렀지. ...... 나는 그래도 네가 한번 쯤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워찌 그리 발길을 싹 끊는다냐? 우선 이리 앉거라. 차라도 좀 들지."
부산스럽게 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긴 말은 기다림과 반가움이 뒤엉켜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그 서슬에 나는 인삿말조차 제대로 못하며 엉거주춤 주저앉았다. 그러나 처음 이 방에 들어설 때의 위축감은 많이 가셨다.
비녀를 빼고 쪽을 푼 그녀의 머리는 요즘 그림이나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처녀들의 딴 머리처럼 앞가슴까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또 왕비나 대감마님 같은 위엄을 돋보이게 했던 화사한 걷 껍질을 모두 벗어버리고 흰색 속저고리와 속치마 차림이었다.
농촌에서도 아직 잠자리에 들기는 이른 시각인데 보료 옆에는 이부자리가 펴져 있었다.
낮에 만났던 박금순이 알몸에 겉옷만 걸치고 부모의 침실까지 사용할 계획을 세운 것처럼, 그녀도 단순히 동네 어린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빠구리의 상대를 맞을 준비를 해놓은 것으로 보였다.
차와 함께 과자를 몇개 집어 먹었지만 그것은 건성의 인사치레다.
나 역시 금촌리 최고의 미인과 얼굴을 마주 하고 있으면서 지난날 그녀의 비너스 조각 같은 적당히 통통하면서도 매끈한 몸매, 흰털이 났지만 자지를 꽊꽉 물어주던 보지를 상기하며 옷속에서 자지는 벌써 벌떡거렸다.
그녀의 말처럼 오랜 기다림 때문일까, 혼자만의 적적한 생활 때문일까, 한번 입을 열면 말이 줄줄이 이어진다.
내가 닥아가자 그녀는 나를 끌어당기며 꼭 끼어 안았다. 그 자세 때문에 내 엉덩이는 그녀의 무릎에 얹혀 있었다. 남들이 보았다면 그 포즈는 단순히 할머니와 손자의 다정한 포옹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둘다 그렇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손자의 입술을 덮으며 혀를 디밀었다. 그 혀를 빨면서 나도 거의 무의식적으로 속저고리만이 가리고 있는 그녀의 젖통을 찾았다. 할머니의 빈젖을 찾는 손자가 아니라 빠구리를 하기 전 애무의 한 과정으로 ......
그녀는 나의 내복과 런닝셔츠를 한꺼번에 벗겨 버렸다. 이어서 나를 세우고 혁대를 풀더니 아래도 역시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내렸다. 당연히 벌떡 서 있던 자지는 그녀의 코를 스치듯 얼굴 앞에 우뚝 섰다.
"어쩜 이렇게 늠름하니? 더구나 그 나이에 ...... "
그녀는 자지를 한번 손으로 훑고 입술을 살짝 대더니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속저고리를 벗자 약간 쳐져 보이지만 조그맣고 분홍빛인 젖꼭지가 달린 풍만한 젖통이 드러났다. 이미 그녀는 준비하고 있었기에 처음 이 방에에서 보았던 복잡한 옷벗기의 절차는 없었다. 속치마를 걷어 내자 고쟁이가 나타났고 그것마저 쉽게 내리자 그전에도 나를 놀라게 했던 검은 색 망사 팬티만이 그녀의 몸을 가리는 마지막 장치였다.
그녀가 별 망서림 없이 팬티마저 벋어 제켰을 때 나는 또 속으로 "흑!" 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 전에는 약간 성글었지만 분명 흰털도 몇가닥 보이는 털이 나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생각했나? ...... 나는 이제 별 스스럼 없이 그녀의 보지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할매, 이기 ...... ?"
"왜 이상해? 호호호 ...... 치장을 좀 했지. 아니. 네가 흰털이 있다고 타박하는 것 같아 아예 없애 버렸지. 좀 깨끗해 보이지 않니?"
나는 바로 대답을 못했다. 황달자 올케는 남편이 보지털을 깎아 주고 달자도 올케가 면도해 주는 것을 보았지만, 환갑을 넘긴 여인이 보지털까지 면도한다는 것이 좀 기괴하게까지 느껴 졌다.
"옛날에는, ...... 영감이 일본을 다녀 온 뒤로 가끔 이렇게 면도를 했단다. 일본 게이샤 중에도 그 집에서 제일 인기가 좋은 사쿠란은 그 표시로 이렇게 아래 털을 깎는다나 ...... 처음엔 좀 망측했지만 뭐 별로 불편하진 않으니까 ...... 어때, 너는 이상하니?"
나는 그냥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나는 곧 그녀의 젖무덤을 찾았다. 하나를 입에 물고 한손으로 남은 젖꼭지를 매만졌다. 조금씩 딱딱해지며 솟아 오르는 감촉이 손으로 전해 온다.
가슴을 나에게 내 맡긴 채 그녀는 내 자지를 차지했다. 손을 말아 벌떡 선 자지를 쓰다듬다 불알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어쩜 이렇게 늠름하니?"
그녀는 조금 전 했던 말을 되풀이하며 말을 이었다.
"더구나 너는 오래 끌더구나. ...... 그때의 광석이는 지금 너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이렇지는 않았단다."
또 그녀의 입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나왔다.
"울 아부지 하고는 우찌 된긴데요?"
나는 그녀가 아버지아 얽힌 사연을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녀는 긴 숨을 한번 내 쉰 뒤에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 나갔다.
송윤초는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전라도에는 "여수에서 돈자랑 말고, 벌교에서 주먹자랑 말고, 순천에서 인물 자랑 마라." 는 말이 있다는데 그녀도 미색이 뛰어났다. 더구나 노래도 잘 불러 판소리 문하생으로 들어가 스승으로부터도 촉망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17살에 소리 배우기를 중단하고 유랑극단에 들어갔다. 끼니조차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가난에다 어머니 마저 병석에 눕게 되자 공양미 3백석은 아니지만, 몇푼의 선금을 받고 심청이처럼 그 패의 일원으로 팔려 간 것이다.
빼어난 미모에다 노래도 제법 하고, 더구나 타고 난 끼도 있어 그녀는 몇년 안되어 극단의 주역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번지없는 주막> <나그네 설움> <한많은 모녀> 같은 유랑극단의 고정 레퍼토리에 그녀는 대부분 주연을 맡았고 그녀의 연기와 노래는 언제나 관객을 울리고 웃기며 갈채를 받았다. 그녀 자신도 무대에만 서면 신이 났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이 비치는 무대를 떠난 그녀의 생활은 암울하고 고달프기도 했다.
그녀는 입단한 다음날 단장에게 처녀를 잃었다. 그 뒤로는 단장 뿐 아니라 상대하는 남자 배우에게도 몸을 내줘야 되었다. 조금씩 극단에서 위치가 올라가자 그녀에게는 또 새로운 역할이 맡겨졌다.
공연하는 지역의 유지나 부자가 손짓을 하면 그녀는 그에게 가서 가랑이를 벌려야 하는 것이다. 극단에서는 그런 남자를 "후원자" 라고 불렀는데 흥정은 언제나 단장이 직접 나서서 했고, 그 후원금이 단원을 먹여 살리고 다음 공연을 마련하는 중요한 수입원의 하나라 그녀도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러던중 그녀에게 남달리 열렬한 후원자가 나타났다.
다음 날 극단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공연을 하는데 막이 오르자 그녀는 홍종구가 맨 앞좌석에 있는 것을 보았고 그는 큼직한 꼿다발까지 선물했다. 그러나 그날은 이곳의 일본인 지서장과 이미 예약이 되어있어 잠자리는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음날 홍종구는 여전히 앞자리에서 공연을 지켜 보았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도 윤초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이미 둘쨋날도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흘 째가 되어서야 그에게 윤초의 차례가 왔다.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는 말처럼 종구는 그녀에게 눈물까지 보이며 사랑을 고백했고, 그녀도 무대에서의 대사가 아니라, 직접 듣는 "사랑" 이라는 말에 몸서리치도록 감동했다.
그가 "이제 이런 딴따라 짓 그만하고 우리 아들 딸 낳으며 오손도손 사랑의 탑을 쌓아 보자." 는 말도 어떤 대사보다 감동적으로 그녀에게 다가 왔다.
그러나 다음날 공연을 끝내고 엉성한 무대에서 커튼콜까지 받았을 때 그녀는 마음을 바꾸었다.
아무리 무대 뒤의 생활이 암울하고 고달퍼도 그녀는 진정 무대를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날 밤 단장이 종구와의 동침을 지시했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단장도 극성팬이 매달렸을 때의 후유증을 이미 많이 겪어온 터라 그녀의 의사를 존중했다.
그러나 이 젊은 한량은 주머니도 넉넉한데다 꽤나 끈질겼다. 공연지를 옮겨도 그는 언제나 객석의 앞자리를 차지했고 무대 뒤에는 그녀의 이름이 쓰인 꽂바구니가 그가 남긴 그림자처럼 놓여 있었다.
하필이면 이수일과 심순애가 나오는 <장한몽>을 공연하던 날, 그녀는 다시 마음을 바꾸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경상도 갑부의 아들" 이고 일본 유학까지 갖다 왔다는 그가 그렇게 목이 메도록 매달리는데 결국 굴복한 것이다.
야반도주하듯 송윤초는 홍종구에 이끌려 금촌리에 발을 디뎠다.
"금촌리의 첫인상은 마치 가설무대의 뒷면 같았단다."
그녀가 지난날을 회고하며 들려주는 말은 그 내용이 슬픔이나 좌절이었더라도 내게는 영화나 연극 속의 주인공 대사처럼 감미롭게 들렸다.
"무대는 어설픈 그림이라도 산과 집과 꽃을 페인트로 그려 넣고 조명과 음악으로 그것을 한결 돋보이게 하잖아. 거기에 배우들이 나와서 환상을 만들어 가지. 하지만 그 무대 뒷쪽은 베니어판과 각목만이 어설프게 조립물을 지탱하고 있을 뿐이거든. 내가 둥지를 틀어야 하는 금촌리라는 벽촌이 바로 그랬단다."
홍종구의 집은 당시 일본인이 운영하는 큰 포목점의 총지배인으로 있는 형 홍명구가 보내온 돈으로 부지런히 땅을 사모아 먹고 살만은 했으나 호강을 누릴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그 핸섬한 후원자는 이미 처자식이 있었다.
하지만 송윤초도 이미 인생의 마지막 판돈을 건 셈이라 되돌아 갈 수가 없었다.
그녀의 새로운 환상은 처음부터 깨졌지만 일단 유랑의 세월은 접었고, 한 남자와 오붓이 살 수 있다는 안정감에 그녀는 적당히 체념하며 새 둥지에 적응해 갔다.
당시 홍종구네 가세는 금촌리에서 몇손가락 안에 드는 부농으로 그래도 머슴과 찬모와 하녀까지 두고 살았다.
그런데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며 물자는 귀해지고 가중되는 공출로 농촌도 자꾸 피폐해갔다. 송윤초에게 더욱 혹독한 시련은 그녀를 지탱해 준 기둥 같던 종구가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가고 나서였다.
여인의 투기도 "칠거지악"의 하나로 치부되던 관습 때문일까, 남편이 있을 때는 감히 심한 소리 한번 못하던 본처가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그녀를 혹독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거의 손에 물도 안 뭍이며 살던 그녀에게 김을 매라고 뙤약볕에 밖으로 내몰기도 했고 시부모의 수발도 아예 그녀에게 떠 맡겼다. 급기야는 그녀의 옷장에 옥비녀와 금가락지를 넣어 놓고 도둑 누명까지 씨웠다.
송윤초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유랑극단을 떠날 때처럼 그녀는 또 한번 인생의 결단을 내렸다. 광으로 들어가 목을 매려 한 것이다.
명주천을 대들보에 걸고 미리 매듭진 고리에 목을 걸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를 밀치며 땅바닥에 딩굴게 했다. 상노처럼 잔 심부름을 하던 문씨네집안의 광석이라는 소년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안고 있는 소년의 한손이 하필이면 그녀의 앞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결단이 수포로 돌아간 허탈감과 은밀한 부분을 유린당한 수치감이 한꺼번에 분노로 표출되었다.
"이 녀석이 ...... !"
그녀는 있는 힘을 다 해 소년의 뺨을 후려 쳤다. 소년은 그녀를 빤히 올려다 보기만 하는데 그 눈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착잡한 기분으로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일단 자살 기도는 실패했지만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그녀는 첫발을 옮기려 했다. 그러자 무릎 꿇고 있던 소년이 치마를 잡아 당겼다.
"놔, 이녀석아!"
그녀가 매몰차게 말하며 발을 움직였으나 소년도 세게 움켜쥐고 있어 이번에는 치마가 훌러덩 벗겨져 버렸다.
"이 녀석이 어딜 감히 ...... ! 이 못된 놈! ...... "
그녀는 다시 따귀를 올려 부쳤다. 소년은 그 서슬에 뺨이 잠깐 돌아갔지만 곧 원래의 무릎 꿇은 자세로 그녀를 올려다 보기만 했다. 왜 그런지도 모를 울화가 치밀며 그녀는 계속 소년의 따귀를 때렸다. 다섯대인지 여섯대인지, 손이 아프고 힘이 빠질 때까지 ...... 그래도 소년은 여전히 그녀를 올려다 보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런 소년을 무시하고 치마를 챙겨 입고 그녀가 몸을 돌리자 소년은 이제 그녀가 손에 쥔 명주천을 잡고 늘어졌다.
"놔, 이녀석아! 이게 얼마나 비싼건데 ...... "
줄다리기처럼 실랑이를 하던 소년은 그녀의 이 말에 손을 놓았고 그녀는 죽기보다 힘들었다고 할만큼 기진맥진한 몸으로 자기방의 이부자리 위에 몸을 뉘었다.
"잠이 쉽게 올리가 없지. 그래도 비몽사몽처럼 하지만 스쳐가는 잠결에 누군가 밖에서 손짓하며 부르는 것 같았어. 저승사자가 다시 찾아왔나 하고 무서움이 일면서도 방문을 열어 보았더니 마루 끝에 자루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웅크리고 있는 광석이었단다."
그녀의 회고담은 한 소년과 맺어지게 되는 문턱까지 와 있다.
늦가을이라 밤기온은 차가웠다. 소년은 얼굴도 두손도 차디찼고 방으로 데려왔으나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 멍청한 녀석아! 빨리 너의 집에 가던지 이 방에라도 들어오지, 이 날씨에 얼어 죽을려고 환장했니?"
"지는 마님이 또 그럴까봐 ...... "
그날의 소년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인데 다시 눈물이 맻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다.
"걱정 마, 이녀석아! 다시는 안 한다. 거머리 같은 네놈 때문에 어디 목이라도 맘대로 매겠니? 에이, 찰거머리 같은 놈! ...... "
입으로 욕을 하면서도 그녀는 마음의 평정을 찾아 갔다. 그래, 세상이 아무리 혹독해도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내 편도 있어. 한번은 더 버텨 볼꺼야.
문광석은 소학교를 졸업하고 그냥 집에서 농사나 도우면서 지냈다. 대처로 나가 돈벌이를 하고 싶어도 아직은 너무 어리다. 그러다 그는 홍종구네 집에서 일종의 상노처럼 잔심부름을 하며 기거하게 되었다.
그동안 마을의 주인이던 남평 문씨네 가문이 풍산 홍씨네 하인이 된다는 것은 마뜩짢은 일이지만 기근이 떠나지 않는 이 땅에서 그래도 입을 하나 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 광석의 집에서는 그렇게 치부하면서 넘어갔다. 하지만 아무도 소년이 마음 속에 간직한 불씨는 보지 못했다.
광석은 먼 발치에서 송윤초를 보고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선녀나 천사가 실제로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조금이라도 더 자주 ...... 그런 열망이 소년을 그 집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광석은 부지런하고 눈치 빠르게 일해서 주인이며 안방 마님, 작은 마님은 물론 머슴들에게도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의 줄은 언제나 선녀 같은 작은 마님에게만 이어져 있었다. 그녀의 분부 한마디만 들어도 그녀와 얼굴만 마주쳐도 소년은 행복했다.
그러다 이날 낮 집안에 소동이 나며 그녀가 슬피 우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날이 저물어 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녀의 생명을 구하게 된 것이다.
소년의 겉옷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준 뒤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서방도 없는 터라 늘 요 하나만 펴고 자는데 비좁긴 하지만 그녀는 그 이불을 들치고 약간은 떨어져 몸을 뉘었다.
절망에 빠져 자살까지 기도했던 여인과, 그녀를 구원의 여인상으로 생각하며 일심으로 흠모해 오다 목숨까지 구한 소년이 한 이불 속에 있다는 것은 이미 필연적인 결말을 맺을 수 밖에 없었다. 동이 트기 전 그들은 결국 몸을 섞었다.
"그날의 광석이 물건은 정말 고추 같았어. 그동안 이런 저런 남자들을 겪게 됐지만 그렇게 죄끄만 좆을 받아들인 것은 처음이란다."
아버지와의 첫 빠구리가 새삼스럽게 추억되는지 그녀는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 웃었다.
"게다가 겨우 서너번 움직이더니 찍찍 싸버리잖아. 그런데도 물은 얼마나 많이 나왔던지 ...... 그런데 닦아주는 사이에 또 발딱 섰지. 하지만 두번 째도 열번 쯤 꿀렁이다 그냥 끝나는거야."
그녀의 젖을 문 채로 나는 빙긋 웃음이 나왔다. 나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지만 얼마 전 강복순이 자신의 첫남자에 대해 밝힌 것처럼 조루는 빠구리하는 여인에게 불만을 주고 남자도 창피할 것이다. 아버지도 이 금촌리 최고의 미인 앞에서 그런 창피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그게 커지는거야. 마치 대나무 자라듯 부쩍부쩍 ...... 한 이년 남짓한 사이에 영감보다도, 아니 그 전의 어떤 남자보다도 크고 굵고 또 오래 끌었어. 광석이 좆은 내 보지 속에서 담금질을 당해가면서 그렇게 남자 몫을 하게 된 셈이지. 하기야 나도 광석이 좆을 키우는 맛으로 그 어려운 시절을 겪어낼 수 있었단다. 그런 점에서는 내가 더 너의 애비에게 고마워 해야지."
8.15 해방이 되고 홍종구가 징용에서 풀려나 초췌한 몸으로 고향에 돌아온 뒤에도 송윤초와 문광석의 밀통은 얼마간 이어졌다.
그런데 그녀의 생활에 또 한번의 전기가 찾아 왔다. 종구가 무역을 하면서 떼돈이 굴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이미 형 홍명구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대구 서문시장의 포목점을 인계받아 전국을 상대로 돈을 긁어 모았지만 무역업과는 단위 자체가 틀렸다.
종구는 고향의 집터에 지금도 쇠락한 채 남아 있는 40간 짜리 기와집을 짓고 서울에도 고급 저택을 마련했다. 종구와 윤초는 서울에서 정식 부부처럼 행세하며 살았다.
"무대나 환상이 아니라 직접 내가 겪는 일이라 더욱 꿈결 같았단다. 배가 한번 들어오면 열배 스무배씩 남아 돈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것 같고, 감히 근접조차 못할 것 같은 권력 있고 유명한 사람들도 주위에 몰려드는거야."
그들중 누군가가 송윤초에게 "마돈나" 라고 불렀고 얼마후에는 그 애칭이 그냥 사교계에서 통용되어 버렸다. 많은 유명인사들이 그녀를 대하면 이름보다는 "마돈나" 를 찬양하며 추파를 던졌다.
뒷날 그녀는 그 애칭이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 에서 연유된 것임을 알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를 침실로 이끈 남자도 더러 있었다.
"유명한 사람들캉 많이 했어예?"
그녀의 화려한 생활중에도 빠구리 쪽에 더 관심이 가기에 나는 이야기를 자르며 물었다.
"그저 몇명 ...... 연극을 하거나 시를 쓰는, 그래서 이름은 퍼졌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이었지. 하지만 영감한테 별로 가책은 안 느껴 지더구나. ...... 바람끼가 여전한 영감은 돈다발을 싸 갖고 다니면서 영화배우며 가수, 어린 학생들을 닥치는대로 줏어 먹었지. 그래서 나는 권력을 내세우거나 돈자랑 하는 사람들이 더욱 싫었는지도 몰라."
그같은 그녀의 성향이 어쩌면 호화스런 생활의 파국을 재촉했는지도 모른다.
당시 그녀를 향한 열렬한 구애자 중에는 곽영주라는 청와대 경무관,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 경호실장과 최인규 내무부장관도 있었다. 모두 이승만 대통령 다음의 2인자를 자처할만큼 당대의 권력자였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마돈나"를 자기 침실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솔직히 그 사람들 인품이나 매너는 괜찮게 보이기도 했어. 그래서 그중의 한명이었다면 나도 받아 들였을지 몰라. 그런데 워낙 막강하면서도 라이벌 의식이 강한 두사람중 하나를 선택하기란 정말 어려웠거든."
홍종구가 밀수사범으로 체포되고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그들 중 누구의 화풀이었을 것이라고 윤초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지나고 보면 사실 그 시절도 하나의 환상이었어. 영감의 영화도 끝났지만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던 그 두사람, 곽 경무관과 최 장관도 불과 2년 후 5.16이 나자 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버렸거든."
"형장의 이슬 ...... ? 그기 뭡니꺼?"
"사형수가 되어 교수형, 목을 매달아 죽임을 당했단말야."
나는 갑자기 내 목이 간지러운 것 같아 어루만지며 섬칫한 기분이 들었다.
"울 아버지캉은 그 뒤로 ...... ?"
"서울에 살게 되면서 자연히 멀어졌지. 하지만 금촌리로 돌아와 영감이 돌아가신 뒤 몇번 만났는데 그것도 파국이 오더구나. ...... 아, 그 이야기는 나중에 또 기회 있으면 하자. 괜히 말이 길어졌지만 오늘밤은 지난날 다 잊고 너를 맞아들이고 싶어. 이리 올라 올래?"
우리는 이제 추억을 접고 현실로 돌아 왔다.
몸을 포갠 채 자지를 꼽기 전에 우선 그녀의 보지를 손으로 더듬었다. 떨이 없어 매끈한 보지 속은 그러나 좀 메말라 보였다. 나는 그곳에 얼굴을 들이밀고 혀를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어머나! 너 이거 ...... 아흐 ...... ! ...... 너 이런걸 누구한테 배웠어?"
가랑이를 벌려 내 혀를 맞아 주면서도 그녀는 의문을 풀고 싶은 모양인데 나중 말은 좀 떨려 나왔다.
"할매도 전에 내한테 이래 해 줬잖아예."
내가 입을 떼고 빙긋 웃어보이자 그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 너는 숙성하면서도 또 빨리 깨우치는구나. 그럼 이리 몸을 좀 돌려서 ...... 그래, 그렇게 ...... 나도 너한데 해주게 ...... "
한동안 서로의 자지 보지를 빨아주다 우리는 몸을 섞었다.
그녀의 보지는 이미 충분이 젖어 있었고, 그녀의 현란한 입놀림으로 한껏 부풀어 있는 자지는 고대하던 보지에 맹렬하면서도 깊숙히 돌진했다.
아, 역시 그녀의 보지는 잘근잘근 자지를 깨물어 주고 있었다. 한동안 그 감촉을 즐기다 나는 엉덩이를 움직였다. 점점 그 흥분의 도가 높아가는 중에 그녀와 입을 맞추며 감고 있는 눈에 파노라마가 펄져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동정을 받아들인 보지, 그보다 전에 유랑극단의 단장이며 배우들, 지방의 유지들이며 가난하지만 유명했던 예술가들도 거쳐갔던 보지, ...... 하지만 당대의 권력자,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도 맛을 볼 수 없었던 그 보지를 나는 지금 차지하고 있다. ...... 그런 상념들이 나를 더욱 자극했는지 나는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은 흥분 속에 사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