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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AD SON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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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름날의 피서 -3

콘도로 돌아온 우리는 가볍게 저녁을 먹고서, 으레 여행 저녁이 그렇듯 술판을 벌렸다.
전날 밤, 내 몸 아래에서 3번이나 비명을 질렀던 엄마는 낮에 해변가에서 놀았던 피로까지 겹쳐 피곤한 기색이 보이는 데도 큰 내색 없이 술자리에 참석했다. 주거니 받거니 술자리는 그럭저럭 상당한 취기를 보이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잡다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아내를 바뀌게 된 이야기도 자연스레 그 속에 포함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건 바로, 혜정과 현석이 얼마 전에 결혼한 이야기였다. 혜정은 현수와 주희의 딸이었고, 현석은 철민과 민정의 아들이었다. 물론, 혜정의 친모는 민정이고, 현석의 친모는 주희였다.
“내 딸을 내 며느리 삼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호호~~”
취기에 얼굴이 발그레해진 민정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런 민정을 보며 주희가 한 마디 했다.
“그게 그렇게 좋아?”
“나쁠 것도 없지 뭐……”
“그 때문에 동네에서 우리가 더 손가락질 받는데도 말이니?”
“손가락질 받는 거야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
“어디 그것뿐이야? 결혼식도 못 올렸잖아.”
“야~! 어차피 너네 집이나, 우리 집이나 정상적으로 결혼한다고 해도 동네사람들 안 와. 근데, 너 어째 그 애들 결혼시킨 것을 후회하는 것 같다.”
“후회가 아니라. 그냥 아쉽다는 거지.”
“빨리 마음 돌려. 어쩔 수 없었잖아. 임신까지 해서는 죽어도 못 헤어진다고 하는 애들을 어떻게 하니?”
“하긴……”
그때 엄마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도 혼인신고가 가능한가요?”
엄마의 질문은 철민이 받았다.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애들이 혼인신고 한 뒤에야 우리도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혹시나 싶어 동사무소에 가서 물어도 보고 했는데, 아무런 하자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친딸이 며느리가 된다는 건……”
“애들 말로는 혈연관계가 없으면 상관없다고 하던데…… 정확히는 모르겠군요.”
이 말을 현수가 받았다.
“그런데 애들 말이나, 동사무소 직원 말도 이상한 데가 있어. 혈연관계만 아니면 된다고 하더니, 양자는 또 안 된다고 하는 건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르겠더군. 당신도 그렇게 들었지?”
현수가 주희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예. 양자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나온 거고, 원래는 자식들을 데리고 재혼한 경우에는 안 된다는 설명을 하면서 나온 말이에요. 즉, 혈연이 없어도 호적에 오르면 안 된다는 설명을 하면서요.”
다들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걸 무지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아무리 많이 배운 사람도 가족법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지하니까 말이다. 즉, 가족 관습이 법보다 우선하는 심리를 가진 거였다. 그래서, 법이야 어떻게 되어 있건, 관습상 맞으면 ‘맞다’ 판단을 내린다. 즉, 관습이나 상식이 법과 상반될 경우에는 법이 잘못된 거라 생각하는 경향을 많이 가졌다.
“지민군은 혹시 법에 대해 아나..?”
철민이 나에게 물었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니까요.”
“그럼 우리 애들 말이 맞는 건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다는 건 또 뭔가?”
“제가 아저씨의 호적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니까요”
“호적……?”
“예. 혹시 재혼하시면서, 아주머니의 자녀를 호적에 올리셨나요?”
“아니지. 저 친구가 살아있는데 어떻게 올리나?”
“그럼 자제분들의 말이 맞습니다. 예전에는 재혼을 한 경우에도 강제로 모자관계를 성립시켰었는데, 1991년 가족법이 개정이 되어 지금은 계모와 전처자식들을 단순히 인척관계로만 인정합니다. 즉, 시동생과 형수의 관계 정도 이죠. 따라서, 인척의 혈족과 금혼조항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겹사돈이 가능한 것처럼, 자제분들도 결혼이 가능합니다.”
“겹사돈? “
“예. 그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내 말에 민정이 질문을 했다.
“그럼 내 딸은 내 며느리가 아닌 거야?”
“며느리는 맞아요. 다만, 법률혼은 혼인의 관점을 당사자에게만 국한하기 때문에 아주머니 입장이야 어떠하든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죠.”
“그럼 남매간에도 가능한 거야?”
“법적 남매는 안됩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남매가 아닐 경우에는 친남매라도 결혼이 가능합니다. 다만, 그 사실을 혼인신고 할 때에는 숨겨야만 합니다.”
“뭐야…… 그럼 법적으로만 하자가 없으면 부모자식간이라 해도 된다는 거네.”
“그렇죠.”
“그럼 만약, 친남매라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돼?”
“혼인무효입니다. 단, 법으로 밝혀야 하죠. 즉, 호적 정리해야만 혼인무효가 되는 거죠.”
“호적 정리?”
“예. 친자확인소송 등을 하여서 아버지의 호적에 둘 다 올라가야만 가능해요.”
“소송을? 호호호~~ 법도 무지 웃기다.”
“알고 보면 그렇죠.”
그러면서 엄마를 슬쩍 보았다. 술로 인해 볼이 약간 붉어진 것이 더 없이 매력적이었다. 문득 장난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법을 잘만 이용하면, 설령 호적에 올라있는 부녀간이나 모자간이라도 결혼이 가능하죠.”
“뭐~~?”
무슨 합창이라도 하듯 다들 놀랬다.
“아까 말한 친자확인소송으로 가능합니다.”
그러자, 철민이 따지듯 물었다.
“친부모한테 어떻게 그런 소송이 가능한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당연히 안되죠. 하지만, 은밀한 뒷거래를 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어요. 그렇게 해서, 친생자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호적을 새로 만들게 됩니다. 즉, 출생신고부터 완전히 새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척하며, 엄마를 슬쩍 보자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아마도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아주 위험하게 들릴 것이었다. 부녀 결혼이니, 모자 결혼이니 하는 말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금기인데, 엄마와 나 단 둘이 살면서 그런 말을 하니 어쩌면 의심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은 금기가 너무 강하면, 의구심마저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가령, 외도전력이 있는 사람은 배우자가 조금만 이상한 조짐을 보여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지만, 외도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은 배우자의 왠 만한 조짐은 그냥 넘겨버린다. 그처럼 나와 관계를 가진 엄마는 작은 조짐에도 긴장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심히 넘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 말에 찰라 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흔들렸다. 그 것은 곧 구린 데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부모하고 결혼하려고 그런 방법을 쓴다는 건 좀……”
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고, 나는 말을 돌릴 필요가 있었다.
“제 말한 건 극단적으로는 4촌부터 5촌, 6촌, 7촌 등등 우리나라에서 금혼관계에 있는 사람과 결혼할 때, 그런 방법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동성동본 금혼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이상, 현재 우리나라는 8촌까지 금혼규정을 두고 있죠. 하지만 이 역시도 외국에 비하면 넓은 편에 속합니다.”
“동성동본금혼은 좀 그렇긴 해. 촌수계산도 안 되는 사람과도 금지를 시키는 건 문제가 있어. 하지만, 근친혼 규정은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
“일본의 경우는 3촌 이내이고, 우리나라가 좋아 죽고 못사는 미국도 뉴욕과 하와이 등은 친남매간만 금지하고, 다른 주들도 4촌이나 5촌, 넓어 봐야 6촌입니다. 그 외에 러시아나 태국 등은 형제자매만, 영국은 3촌이고, 프랑스와 필리핀 등은 4촌이죠. 그리고, 우리나라 근친혼 규정에 거의 직접적인 영향을 준 중국도 4촌 규정만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8촌 금혼 규정은 아주 넓은 편입니다.”
“흠…… 일본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나라도 그렇단 말인가?”
“예. 우리나라에서 금혼범위에 든 사람들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 결혼을 하는 것이 그 때문이죠. 따라서, 이민을 못 가는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제가 말한 그런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 방법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친부모와도 남남이 되기는 강력한 방법이라 부모와도 결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 것뿐입니다.”
“아…… 그런 말이었군.”
현수는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었고, 다른 사람들도 잠시나마 자신들이 의심을 했던 것에 수치심을 느끼는 듯 술잔을 만지거나,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엄마 역시 안심되었는지 긴장을 푸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게 실제로도 있을까?”
할 말이 없는 듯 현수는 그렇게 말했다.
“예.”
“정말 실제로도 있다는 말인가?”
“예. 이것은 들은 이야기라 확실치 않습니다만, 성년이 된 한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했습니다. 이유는 자신의 어머니가 이웃의 남자와 정을 통해 자신을 낳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겉으로 보면, 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건에 속하며 법원에도 그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1년 후 그 남자는 소송 이전에 4촌 여동생이었던 여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그래도 그건 양호한 편입니다. 경찰관 생활을 하는 선배에게서 들은 것인데, 산림법 위반 혐의로 50대의 부부를 입건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부부 사에는 두 명의 자녀가 있었고, 동네사람들도 모두 그들을 정상적인 부부로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분조회를 해보니 그 부부는 남매 사이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있는지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고, 또한 그들이 뒷조사로 확인할 것도 아닌 이상 문제될 것 없었다. 하지만, 내 말의 파장이 컸는지, 다들 아주 관심이 높아졌다.
“그건 근친상간이잖아.”
주희의 말이었다.
“예. 그렇죠. 근친상간이죠. 하지만, 근친상간이란 죄는 법전에 없어요.”
“없다고?”
“예. 근친상간 자체를 벌하지는 않아요.”
“무슨 말이니? 아비가 딸을 성폭행해서 잡혀가는 걸 TV에서도 보았는데……”
“그건 성폭행범으로 잡아가는 거지. 근신상간을 했다고 잡아가는 게 아닙니다. 즉, 합의된 근친상간의 경우에는 잡아갈 수 없어요. 그냥 도적적 지탄만 받는 거죠. 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근친상간을 처벌하기도 합니다. ”
“말도 안돼.”
“말이 되건 안 되건, 사실은 사실입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근친상간은 엄연히 존재했고요.”
그 말에 철민이 아는 척을 하며 나섰다.
“그렇지. 신라시대는 계급간에만 혼인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게 많았지.”
“잘 아시네요. 하지만, 신라만 그런 게 아니라 고려시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려시대에도……?”
“예. 사회학 강의을 수강 중, 근친상간에 대한 토론 수업이 있어서 알게 된 건데, 역사적으로도 근친상간, 근친혼은 많았더군요. 그러다가 고려시대에 중국 유학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점차 근친혼에 대하여 금지를 시켜나갔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제도적으로 정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정착만 되었을 뿐, 음성적으로는 여전히 근친상간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어요.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임금들이 백성들의 근친상간을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어머…… 조선시대에……?”
민정은 조선시대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매우 놀란 듯했다.
“예. 우리가 아는 조선시대는 양반문화로, 남녀칠세부동석을 강요할 만큼 남녀관계가 매우 엄격한 것 같아 보이지만, 엄격한 만큼 타락도 많이 했지요. 밝을수록 그림자는 진한 것처럼 말입니다. 아주 엄격한 유학적 제도를 가진 조선시대에는 근친상간이란 단어 자체가 아주 불경스럽고, 나쁜 것이었는데, 그걸 왕조실록에 기록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슨 말인지 구체적으로 해보게.”
현수가 구체적인 사례를 요구했다.
“조선왕조실록의 중종29년의 기록을 보면, 중종이 ‘요새 들리는 말에 어떤 사위가 장모와 정을 통했다 하더니, 요 며칠 전에는 70여세가 된 영감이 나이 40을 넘긴 딸과 은밀한 관계를 했다는 말이 있는데, 왜 이렇게 남녀간의 풍기가 문란한지……’라며 한탄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른 건 없나?”
“더 있습니다. 명종 19년 기록에는 ‘내시 김이라는 자는 자기의 양모와 깊은 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이 있어 의금부에 하옥하고 취조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희춘이 쓴 미암일기를 보면, ‘사간원에서 명종에게 안복은 며느리와 정을 통했으니 이놈을 잡아다 주리를 틀자고 한 기록과 윤경응이라는 자는 장모를 강간하여 주리를 틀고 곤장을 쳤더니 사망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도 잘 알 듯 연산군은 작은 어머니를 강간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있는데, 조선시대는 근친상간, 아니 근친혼이 완전히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조선시대는 부계 쪽으로만 근친혼을 금지했을 뿐, 모계 쪽은 거의 무방비였습니다. 예컨대, 명성황후 민씨는 고종의 어머니 민씨와 매우 가까운 친족이고, 헌종의 왕비 효현왕후는 헌종의 할머니 순원왕후의 친족이며, 성종의 왕비 정현왕후 윤씨는 성종의 할머니 정희왕후 윤씨와 같은 파평 윤씨 집안이죠. 이런 예는 왕자들과 그 후손들의 결혼 관계에서도 숱하게 발견됩니다.”
“흠…… 놀랍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근친상간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때 철민이 나섰다.
“하긴, 우리가 쓰는 욕 중에도 그런 의미를 가진 말이 많더군. ‘넨장 맞을 놈’ 혹은 ‘젠장’ 이라고 쓰는 이 말의 어원이 원래는 ‘난장’이라는 아주 끔찍한 형벌이었다더군. 죄인을 빙 둘러서서 몽둥이로 마구 내려치는 형벌인데, 이 형벌은 근친상간을 한 사람에게 가해지던 거라는 거야. 우린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쓰는데 말이지.”
주희도 한마디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생각도 나네요. 일본의 수상의 부인이 4촌 여동생이었다는…”
그 말에 현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사토 에이사쿠 수상 말이지?”
“네 맞아요.”
“그 정도는 약과지 일본은 형사취수제도가 50년 전까지 만해도 존재했다고 하니.”
“형사취수가 뭐에요?”
“형이 죽으면, 형수를 동생이 가진다는 뜻이야.”
“어떻게 그런……”
그때, 민정이 말을 꺼내었다. 그 사이 술을 많이 먹었는지 몸이 다소 흐느적거렸다.
“외국을 찾고, 역사를 찾을 것 없이 그냥 나를 보면 되잖아.”
“당신 취한 거 아니야?”
“아직은 괜찮아요. 다들 궁금하죠? 내가 어떻게 해서 동생에게 몸을 주었는지 말이에요.”
“아니 궁금하지 않아.”
철민이 힘을 주어 말했지만, 민정은 그런 철민을 보며 가볍게 실소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돼요. 동생 집에 갈 때면, 당신의 시선이 흔들리니까요.”
그때 주희가 나섰다.
“말하지마. 아픈 기억을 말해 무엇 하려고.”
“아니 할래. 완전히 모르면 모를까. 지금도 일어나는 현실인데 이제는 진실을 말할 때도 되었어. 시간이 지나니까 아픔도 많이 무디어 졌고 말이야. 그런데, 지민이 엄마!!”
“네. 말씀하세요.”
“내 이야기 듣고 다른데 말하면 안돼요. 알았죠?”
“알았어요.”
“지민이도 알았지?”
“알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근친상간죄 라는 것이 없다고 하니 마음이 가볍기는 하지만, 그래도 손가락질 받는 것은 이제 지겹거든.”
민정은 다시 한번 술잔을 비우고서 입을 떼었다.
“벌써 12년 전의 일이네요. 후후~~ 그때, 혜정이 아빠 아니, 현수씨와 헤어지고 나서 솔직히 갈 데가 없었죠. 현수씨는 나에게 위자료를 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무슨 염치로 그걸 받겠어요.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은 12만 9천원 320원이었죠. 푸풋~ 말해놓고 나도 신기하네. 그 금액을 아직도 기억하다니. 어째든 그게 전부였어요. 그 돈으로 한 일주일을 여관에서 보냈어요. 지난 세월을 생각도 하고, 아이들도 생각하면서. 그러다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죠. 이미 내가 이혼한 사실을 알고 있더군요. 동생은 펄펄 뛰면서 자기에게 오라며 난리를 쳤고, 돈도 다 떨어진 상태라 못이기는 척 동생 집으로 갔어요.”
그때, 현수가 말을 꺼내었다.
“그럼 그 이후에는 동생 집에 있으면서도 없다고 그랬던 거군.”
“풋~ 맞아요. 동생과 제부에게 그렇게 부탁했죠. 당신이 그 곳으로 찾아 왔을 땐, 장롱 속에 숨어 있기도 했었어요. 당시에 전 당신 얼굴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장롱 속에?”
현수는 기가 찬 듯 어이없어 했다.
“미안해요.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어째든 그렇게 전 동생 집에서 20여일 가량을 지냈죠. 근처 김치공장에 취직도 했구요. 그런데,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때, 전 그 집을 나와야 했어요. 제부에게 강간을 당했거든요.”
“뭐…”
현수와 철민이 동시에 놀라서 무엇인가 말하려 했지만, 민정이 재빨리 말을 끊었다.
“화내지 말아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그리고 그 일을 문제 삼고 심지 않아요.”
그러자, 철민은 말을 삼켰고, 현수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 이야기 계속해.”
“좋아요. 제부와의 일은 순전히 우발적이었어요. 제부 자신도 나를 덮치고 나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으니까요. 잠자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는 둥, 만약 이 일이 알려지면 임신한 아내가 유산을 할지 모른 다는 둥, 온갖 소리를 다하며 빌더군요. 생각 같아서는 경찰에 고발하고 싶었지만, 여동생을 생각해 참았어요. 하지만, 그 곳에 더 이상 살 수 없어서, 그 길로 집을 나와 남동생 집으로 갔어요. 당연히 직장도 다닌 지 보름 만에 그만 두어야 했고요.”
그때, 주희가 말했다.
“그럼 지금은 민지는 자기 남편과 네 일을 알아?”
“아니. 몰라. 그러니까 모두 입 조심해. 민지는 나와 달리 마음이 약해서 그 사실을 알면 까무러쳐.”
“이미 죽은 남편인데……?”
“그래, 그러니까 더욱 말해선 안돼. 민지는 죽은 남편과의 추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되겠어?”
“알았어. 계속해.”
“그래. 그런데 어디까지 했더라?”
“남동생 집으로 거처를 옮긴 것까지.”
“그래. 고마워. 당시 남동생은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었어요. 헤어진 아내에게 위자료를 주고, 주식투자에도 실패한 탓에 집도 17평 임대 아파트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죠. 막상 남동생에게 연락을 하고 찾아가니 집이 아니라 완전 돼지우리였어요. 나 태어나서 그렇게 더러운 집을 처음 봤어. 크큭~~~”
민정은 재미있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내가 간다니까 방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대충 보아도 제대로 청소하려면 이틀은 꼬박 치워야 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그 날은 그냥 잠잘 공간만 대충 확보 하고 잠을 잤어요. 그리고, 다음날부터 청소를 해서 3일을 꼬박 치웠죠. 이불이며, 옷가지며, 싱크대 뒤 편으로 떨어져 썩어가는 음식물 찌꺼기, 냉장고 안에서 썩은 음식들, 구석 구석에 잘도 쑤셔 넣어 놓은 술병들…… 17평 집이 그렇게 커 보이긴 그때가 처음 이었을 거에요. 그렇게 간신히 사람 사는 곳같이 치우긴 했지만, 여전히 작은 방 하나를 사용할 수가 없더군요. 올케가 동생과 이혼하면서 물건을 하나도 안 가져 갔는지 물건들이 전부 그 곳에 다 들어 있었거든요. 탁자, 걸상, 가구, 침대, 옷가지들…… 빼곡하니 빈틈도 없이 들어가 있어서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었죠. 동생 물건을 마음대로 버릴 수도 없고……”
잠시 말을 끊은 민정은 술잔을 들었다.
“우리 건배해요. 술을 안마시니까 이야기도 재미 없다.”
우린 민정의 말에 따라 가볍게 잔을 부딪힌 뒤 잔을 비웠다. 뭔가 어색한 건배였지만, 그에 대하여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수가 사람들의 비워진 술잔에 술을 따르는 사이 민정이 말을 이었다.
“별 수 없이 동생과 같은 방을 써야 했어요. 막상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무척이나 어색했죠. 어릴 땐, 그 애와 여동생, 나 이렇게 같은 방에서 생활도 했었는데 말이에요. 더구나, 이미 처음 3일 동안 별다른 생각 없이 같이 방에서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아무튼 4일 이후부터는 동생이 의식되어서 매일 새우잠을 자야 했죠. 물론, 동생은 변함이 없었어요. 술에 찌들어 매일 12시가 넘어서야 들어왔고, 들어오면 그대로 쓰러져 잠을 잤으니까요.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이더군요. 하루는 술자리가 없는지 술을 사가지고 들어와서 마셨는데, 순식간에 소주 4병을 비우더군요.”
“소주 4병?”
철민이 놀란 듯 반문했다.
“예. 4병! 그래서, 다음날 아침 동생을 심하게 나무랐어. 하지만, 동생은 들은 척도 안 했고, 그 뒤로 몇 일을 더 화를 내면서 나무라도 꿈쩍도 안 하더군요. 예전에는 과묵한 동생이 듬직해서 좋았는데, 그땐 그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죠. 그렇다고 동생이 폐인이 되는 것을 지켜 볼 수만은 없었어요. 뭐, 거의 폐인 같아 보였지만요. 어째든, 동생이 그렇게 된 것은 이혼 때문이라 생각을 하고 전 동생과 헤어진 올케를 찾아갔어요.”
“그 여시 같은 애를?”
“응…”
주희의 말에 민정은 가볍게 응수하며 웃었다.
“그래 그 애가 뭐래?”
“처음에는 만나주지도 않았어. 계속 전화를 피하고, 집까지 찾아가도 나오지도 않고……”
그때, 현수가 말했다.
“그때 처남댁은 이미 결혼 날짜를 잡아 놓은 상태였다는 걸 몰랐어?”
“알았어요.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폐인이 되어가는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매일 올케에게 연락을 하고, 또 찾아갔었죠. 그렇게 하기를 보름 정도 하니까 결국 저를 만나 주더군요. 7개월 만에 보는 올케는 참 많이 달라져 있더군요. 얼굴에 생기가 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처녀 같은 그런 느낌이었죠.”
그때, 주희가 발끈하며 말했다.
“그 처녀는 무슨 걸래 같은 년이……!”
“왜 그래?”
“내가 왜 그러는지는 네 신랑에게 물어봐!!”
그 말에 철민은 아주 곤란 한 듯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철민에게 민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보 무슨 말이에요?”
철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비우더니 말을 꺼내었다.
“허 참…… 남의 아내가 되어서도 그때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니.”
그 말에 주희의 시선이 조금 날카롭게 변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철민이 말을 이었다.
“오래된 일이야. 처남이 그 여자를 만나기 전이니까. 수진이 아니, 처남댁이 내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잠시 일한 적이 있었어. 사무보조였지. 그런데, 어떻게 그만 관계를 가져버렸어. 하지만, 맹세코 내가 먼저 접근하거나 한 건 아냐.”
그 말에 민정은 현수를 보며 물었다.
“혜정이 아빠도 알았나요?”
“처남이 결혼한 뒤에 이 친구가 나에게 말해주어서 알았어.”
순간적으로 방안에는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민정이 깨었다. 민정은 주희를 보며 말했다.
“그렇다고, 걸레 같다고 한 건 너무했다.”
“그렇지 않아. 그년은 저 사람하고만 그런 게 아니라, 시아버님에게도 꼬리를 쳤어.”
그 말로 인해 아까보다 더 긴 침묵이 방안에 감돌았다.
한 여자가 아버지와 아들을 동시에 꼬시다니 상당히 엽기적인 일이긴 했다.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그런 사건에 다들 말을 잃었다. 그때, 엄마가 나섰다.
“술잔에 술이 너무 오래 채워져 있네요. 한잔 해요 우리……”
다들 로버트처럼 엄마 말에 따라 술잔을 비웠고, 엄마는 술을 따르면서 부드러운 말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다행히 그런 엄마의 역할이 주효해서 민정의 굳어진 표정이 풀렸고, 그러자 다른 이들의 긴장도 저절로 풀렸다.
민정은 빙긋 웃으며,
“지민이 엄마는 이상하게 사람을 편하게 해……”
라고 했고, 엄마도 웃으며 화답했다.
“저는 희애 엄마가 더 편한데.”
“아니에요. 우리를 따돌리는 동네 사람들이 다 미울 때에도 이상하게 지민이 엄마만큼은 밉지가 않더라구요.”
“고마워요.”
“좋아요. 그럼 이야기를 계속할게요.”
그러면서 민정은 호흡을 한번 가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 그런 민정은 술이 완전히 다 깬 듯 말짱해 보였다.
“올케를 만나는 것까지 말했죠? 저는 올케를 만나서 동생에 대해서 이야기 했어요. 그 애가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말하면서 한번 만나 줄 것을 요청했죠. 그런데, 올케는 단호하더군요. 만나기 싫다면서 단 칼에 잘랐어요. 그러면서, 내 동생과 이혼을 한 이유를 말했어요. 그런데, 이혼 하기 전, 나와 혜정이 아빠에게 말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어요. 그때는 제 동생이 외도를 해서라고 했는데, 다시 만났을 때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말한 이혼의 진짜 이유는 제 동생의 ‘성불능’이었어요.”
“성불능?”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예. 제 동생은 발기불능이라고 하더군요. 올케는 신혼여행부터 이혼할 때까지 단 한번도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했죠. 병원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면서요.”
“결혼기간 3년 내내 그랬단 말이야?”
현수의 말이었다.
“예. 그랬다고 해요. 그래서 이혼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아이를 가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이혼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요. 그러면서,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제 동생이 치료 받았던 병원을 가보라면서 병원이름을 적어주었죠. 전 그 병원을 찾아 갔었어요. 우리 집 안의 대가 끊길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니까요.”
“정말 그렇던가?”
현수가 물었다.
“예…… 올케의 말은 사실이었어요.”
“병원에서는 뭐래?”
“심리적 발기불능이라고 하더군요. 약물로도 안 되는 중증 이라고 했어요.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 의사는 그 쪽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더군요. 그런 의사가 제 동생에게 가망 없는 환자라고 했으니……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 애는 우리 집안의 5대 독자이거든요. 제 남동생이라 하면 껌벅 죽던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어릴 땐, 남동생만 편애 하던 부모님이 그렇게 미울 수 없었는데 말이에요. 정말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지더군요. 나는 이혼한 뒤 제부에게 성폭행 당하고, 남동생은 성불능으로 이혼한 뒤 폐인이 되었고…… 순식간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죠.”
민정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동생에게 다른 병원에 가서 치료 받으라고 했어요. 하지만, 동생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열 개가 넘는 병원 이름을 대었고, 이름도 생소한 한약들의 이름을 열거하더군요. 즉, 자신은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러면서, 그런 말을 하려거든 당장 자신의 집을 나가라면서 집안의 물건을 다 때려 부시더군요. 아주 온순한 아이였는데 말이에요. 부모님이 돌아 가신 후, 내 말이라면 부모님의 말처럼 따라주던 아이가 그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이었어요. 불과 3살 차이이지만, 그 애는 나를 엄마처럼 따랐는데……”
어느새, 민정의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런 민정을 보며 철민은 술을 마셨고, 뒤따라 민정도 술 잔을 비우고서야 말을 다시 이었다.
“그렇게 동생은 치료를 거부했지만, 난 포기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았죠. 여기 저기, 검증되지 않은 민간치료법을 알아보고, 의학면허증도 없는 시골 한의사들을 찾아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전부 다 돈이었죠. 그렇다고 동생에게 돈을 요구할 수도 없어서 난 다시 직장을 알아보았어요. 다행히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공장에 용역사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죠. 급여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거였어요. 저는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이면, 동생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비방들을 알아보러 다녔어요.”
“괜찮은 비방들은 찾은 거야?”
주희의 말이었다.
“글세. 모르겠어. 괜찮은 건지 어떤 건지. 아무튼 많은 비방들은 찾았어. 정상인이라면 절대 먹지 못할 그런 것들을 찾아서 동생을 속이고 매일 먹였으니까.”
“민석이가 군말 않고 먹어?”
“이미 경험이 있는지 처음에는 막 화를 내면서 내 앞에서 내동댕이치고, 식탁 의자를 부시고, TV도 부시고, 장롱 문짝 날아가고, 유리창은 수 없이 깨지고…… 살림살이 반은 날아갔어.”
“어머…… 그걸 다 받아 준거야?”
“받아주지 않으면……?”
“……”
“나까지 그 애를 포기할 수는 없었어. 아마 그때 내가 받아주지 않았다면, 그 애는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야. 그리고, 나중에는 제풀에 지쳤는지 내가 주는 대로 먹었어.”
“하긴 착한 애니까.”
“그래. 착한 애지. 나는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말없이 먹어주었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생활도 많이 안정되었어. 술 먹고 오는 날이 점차 줄어들었고, 양말도 세탁기에 넣어주었으니까.”
그때, 현수가 끼어들었다.
“옛날의 처남으로 돌아 온 거군.”
“그래요. 그랬죠. 옛날의 그 착한 동생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내가 그 곳에 간지 3개월 만에요. 그때부터 그 애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 왔으니까요. 그 애는 퇴근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찹쌀떡을 사오고, 토마토를 사오고, 사과를 사왔죠. 그 애는 행복해 했어요. 물론, 저도 행복했죠. 남편과 이혼을 한 뒤 다시는 올 것 같지 않던 행복을 느꼈어요. 게다가 그때쯤, 혜란이 아빠의 동생, 아니 서방님이 토요일 저녁이면 제 아이들을 제가 사는 곳에 데려다 주었기 때문에 동생의 병만 고쳐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어요.”
그리고, 잠시 말을 끊은 민정은 현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런 민정의 시선을 느낀 현수가 고개를 들어 민정을 보자, 민정이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지금에서야 이 말을 하게 되네요.”
“무슨……”
“서방님이 제게 아이들을 데려온 것은 당신이 시킨 거란 것을 알아요.”
그때 주희가 나섰다.
“너 호칭을 좀 가려 써라. ’당신’이라니? 아직도 네 남편인 줄 아는 거야?”
“풋~ 그래 미안하다.”
“조심해.”
그 말을 들은 민정을 철민을 보며 말했다.
“서럽지 않아요? 전처가 저렇게 말하는데……?”
“조금 그렇군. 그래도 나랑 11년을 같이 살았는데 말이야. 11년이 12년 보다 짧아서 그런가?”
“그런가 보네요.”
그 말에 주희가 발끈했지만, 말을 삼키는 듯 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하던 말이나 계속해.”
“그래. 알았어.”
민정은 잠시 말을 끊고서 생각을 정리하고서 이내 말을 꺼내었다.
“아무튼 전 그때부터는 예전처럼 행복감을 느끼며 생활했어요. 아침에 동생이랑 같이 출근하고, 저녁이면 집에 돌아와 저녁을 준비했죠. 판에 박힌 그런 생활이었지만, 불만은 없었어요. 동생과의 어색하던 잠자리도 그때는 편했고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마 제가 동생과 같이 산지 5개월쯤 되었을 때였어요. 습관대로 샤워를 하고 욕실에서 나와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였죠. 그날 따라 거울에 비친 동생의 얼굴이 무척이나 붉어져 있었어요. 하지만, 별다른 생각을 하지는 못했죠. 저를 힐끗힐끗 처다 보는 동생을 저는 단순히 나에게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동생을 다그쳤지만, 동생은 아무 일도 아니라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버렸죠.”
그 말에 모두들 직감적으로 민정의 동생이 보인 반응을 알아차렸는지 아주 약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민정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때, 난 동생이 무슨 큰 사고라고 친 걸로 생각했어요. 당시 동생은 보증을 선 것이 잘못되어 급여의 반 이상을 은행 빚으로 날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또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어 마음 같아서는 두들겨 패서라도 실토를 받아 내고 싶었죠.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날 난 너무 피곤했어요. 그래서, 다음날 동생에게 물어보기로 하고서 그냥 잠을 청했죠. 많이 피곤해서 그런지, 베개를 베자마자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죠.”
그 곳에서 민정은 말을 끓고서 주변을 돌아 보았다. 모두 말이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술잔만 바라보고 있었다. 민정은 망설이는 것 같았다. 말을 할까 말까. 하지만, 이내 결심을 굳히고서 민정을 말을 이었다.
“한참 곤히 자고 있을 때였죠. 제 다리가 벌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뭔가가 내 몸으로 쑥 하니 들어왔어요. 익숙한 느낌이었죠. 저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는데, 제 몸 위에 시커먼 사람이 있었어요. 난 직감적으로 그게 제 동생임을 알았어요. 그리고, 동시에 발기불능인 동생의 병이 떠올라 저는 가만히 있었어요. 의사는 동생의 발기불능은 심리적 충격을 받아서 일거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 몸에 들어온 동생을 그대로 받아주었어요. 동생이 허리를 움직여 제 몸에 성기를 집어넣는 것을 오히려 조금씩 도우면서 말이에요. 서툰 움직임으로 보아서 처음인 것 같았죠. 금방 끝날 거라 생각되었기에 끝까지 모른 척하려 했어요. 하지만, 정말 오래도록 하더군요. 우습게도, 나중에 저는 동생의 목을 끌어 안으면서 같이 허리를 움직였고, 끝내는 동생이 내 안에 정액을 분출하는 것을 느끼며 저도 느껴버리고 말았어요.”
말을 끝낸 민정을 술 잔을 비우고서, 자시 스스로 채운 술잔을 또 한번 비웠다. 그리고, 다시 채운 술잔을 비우려 할 때, 곁에 앉은 철민이 민정의 손목을 잡았다.
“바보 같은 짓 하지마.”
“……”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 이제 당신을 이해하니까.”
그 말에 민정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해를 해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전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 없다는 것을요?”
“무슨…….?”
“당신의 이해를 구할 것 같았으면, 아마 오래 전에 말했을 거에요.”
그 말에 철민이 민정의 손목을 놓았고, 민정은 술잔을 단숨에 비운 뒤, 호흡을 고르며 말을 다시 이었다.
“동생과 전 그렇게 근친상간을 저질렀어요. 하지만, 후회 하지는 않아요. 서로가 죄책감에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동생의 병이 치료된 것이 더 없이 기뻤죠. 난 애써 동생에게 그 일이 별일이 아니라는 듯 편하게 대하며 웃음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동생은 좀처럼 웃지를 않더군요. 내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기만 하고, 집에도 매일 늦게 들어오고……그렇게 저 혼자 광대 짓을 하면서 한 달이 흘렀죠.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동생이 저를 밖으로 불러내더군요. 6시까지 호텔의 스카이라운지로 오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화해를 기대하고 나간 나에게 동생은 말없이 제게 편지를 건네고는 밖으로 나갔어요. 난 황당한 기분이 되어 멍청하니 동생의 뒷모습을 보다가 편지를 열어보았죠.”
민정이 마른 침을 삼켰다.
“그 곳에는 지난 두 달 동안의 동생의 행적이 적혀 있었어요. 사창가 명칭과 아가씨 이름, 술집 상호와 아가씨 이름…… 이런 식으로 40여줄 적혀있었고, 맨 끝에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누나는 내 첫 여자야. 그리고 유일한 여자이기도 해.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누나를 보면 흥분해. 다른 여자에게서는 아무런 느낌도 없는 데 말이야. 이 호텔 501호에 방을 잡았어. 8시까지 기다릴게. 오지 않아도 돼. 내가 미친 놈이란 건 나도 아니까 말이야.’ 라고요.”

민정을 잠시 말을 멈추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술잔을 잡은 민정은 단숨에 술을 들이키고, 또 물 한 컵을 들이켰다. 글때, 주희가 술병을 들고 민정에서 술을 권하며,
“불편하면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아도 돼.”
라고 말했다. 그 말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민정이 입을 떼었다.
“불편……? 글세. 만약 네가 내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그런지 주희는 멈칫하며 말을 하지 못했고, 이내 민정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은 어때요? 자신의 동생이, 그게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그런 편지를 보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요?”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서리 맞은 병아리마냥 가만히 있었다. 확실히 어려운 문제였다. 아니, 어려운 문제라기 보다는 말로 표현하기 싫은 문제였다. 도덕률을 거론한다면 민정이 우습게 되고, 그렇다고 금기의 파괴를 선택하자니 어딘가 꺼림직했다.
“제 선택과 상관없이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했을 꺼 같아요?”
재차 민정이 답변을 요구하면서 시선을 주희에게 던졌다.
“그..글세……”
주희가 답변을 피하자, 민정은 엄마에게 시설을 돌리며 물었다.
“지민이 엄마라면요?”
“당해보지 않아 모르겠네요. 하지만, 아마 동생이 있는 방으로 갔을 것 같아요.”
“왜요?”
“민석씨는 저도 조금은 알아요. 아주 여린 성격을 가진 사람이란 정도는…… 아마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 오랫동안 고민하고, 힘들어 했겠죠. 어쩌면 자살을 결심하고 그런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니까요.”
“왜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나요?”
“민석씨가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요. 사람은 누구나 그런 상태가 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거든요. 지나고 보면 스스로도 한심해 하는 그런 생각을요.”
그 말에 민정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그래도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군요. 맞아요.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에요. 처음 동생의 편지를 읽었을 때에는 동생이 나를 자신의 욕망 분출구쯤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으니까요. 그 애에게 정성을 그렇게 쏟았는데, 나를 한낱 창부쯤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생각에 심한 배신감마저 들었죠.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이라고 할까…… ”
그때, 사래가 걸린 듯 민정은 작은 헛기침을 하고 이야기를 이었다.
“화도 났고, 수치심도 들었죠. 전 화끈거리는 얼굴을 남에게 들킬세라 급히 호텔을 빠져나갔어요.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빠르게 걸어가 택시에 올라탔죠. 끝없는 절망감을 느끼며 이제 남동생 집에서도 떠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제부에게 강간당했던 기억까지 떠오르며 제 스스로가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었죠. 그러면서, 아이들이 보고 싶었고, 헤어진 남편도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모두가 제가 자초한 일이니 어떻게 하겠어요. 그렇게 내 신세와 지난 시절을 생각하며 집에 도착한 나는 바로 짐을 챙겼어요. 짐이라고 해봐야 옷가지 몇 개가 전부라 그리 챙길 것도 없더군요. 떠날 곳을 정하지도 못했는데 여장이 다 꾸려졌으니까요. 그래서, 자리에 앉아서 생각에 빠졌어요. 그런 제 눈에 자그마한 탁상 시계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7시 30분을 막 넘어가고 있더군요. 그때, 8시까지 기다리겠다던 동생의 글귀가 생각이 났어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며, 동생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건 곧 확신으로 변했어요. 그제서야 집안에 동생의 소지품들이 없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폐인처럼 살 때도 돌보던 화분들도 없어졌고, 늘 자상스러워 하던 해병 기념품도 없어졌다는 것을 그때에서야 알게 된 거죠.”
“동생과의 일이 네게도 충격이었구나……”
주희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래. 인정할게. 동생 앞에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동생 눈에 비친 나는 그렇지 않았었던 것 같아. 동생의 소지품들이 없어지는 것을 전혀 눈치 체지 못한 것을 보면 말이야.”
민정은 잠시 말을 멈추고서 숨을 깊이 들어 마신 후 길게 품어 내었다. 그리고 다시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전 마음이 급해졌어요. 택시를 타고 간다고 해도 호텔까지는 40분 정도가 걸리니까요. 혹여 길이라도 막히면, 한 시간이 걸려도 못 갈 수도 있었죠. 전 아파트 문 잠그는 것도 잊은 체 급히 나갔어요. 택시는 보이지 않았죠. 그렇다고 마냥 택시를 기다릴 수 없어서, 호텔이 있는 쪽으로 계속 뛰어가며 택시를 찾았어요. 전화를 하면 되었는데, 왜 그 땐 그 생각도 안 났는지 몰라요. 간신히 택시를 잡아 기사에게 제게 있는 돈을 모두 주면서 무조건 호텔로 빨리 가달라고 했어요. 풋~~ 돈의 위력이 대단하긴 한가 봐요. 그 복잡한 길을 택시는 이리저리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신호도 종종 무시해가며 운전했으니까요. 하지만,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시계는 8시 10분을 넘기고 있었어요. 불안감에 몸이 떨리며 눈에 보이는 것이 없더군요. 무작정 동생이 있는 방으로 뛰어갔어요. 그리고 나를 따라온 벨보이를 무시하고 방문을 손으로 쾅쾅 내리치며 동생의 이름을 마구 불렀죠. 동생의 죽음을 확인도 안 했는데 이미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더군요. 다른 호실의 사람들이 문을 열고서 시끄럽다고 소리를 치고, 벨보이는 그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나를 말리고 정말 가관도 아니었어요.”
“혹시 처남이 이미……?”
차분해 보이던 철민이 민정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아니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잠시 뒤에 동생 방의 문이 열렸으니까요. 아주 말끔하게 차려 입은 그 모습 그대로 말이에요. 동생은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고, 벨보이를 돌려보내었죠. 그 사이 난 방안으로 들어가 안을 살폈어요. 역시 예상대로 탁자 위에 약병과 양주 병이 놓여져 있었죠. 양주는 3분의 1 정도가 비워져 있었고요. 난 문을 닫고 들어온 동생의 뺨을 힘껏 올려 쳤어요. 정말 누군가를 그렇게 세게 때려 본적은 처음이었죠. 동생의 볼이 금새 부어 오르더군요. 동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저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잠시 뒤, 전 동생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었어요. 그런 저를 동생은 끌어 안아주었고, 우린 다시 한 번 하나가 되었어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새는 줄 모른다고, 그날 동생은 날이 밝아올 때까지 쉬지 않고 제 몸을 탐했어요.”
그리고, 민정은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돌아보며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아요!! 제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도 생각지 않구요!! 근친상간 금기란 윤리가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가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요. 전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 한 일도 했을 거에요!!! ”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큰소리로 말하는 민정의 어깨를 철민이 잡으며 말했다.
“그만해. 당신 욕하는 사람 없으니까.”
“그래요. 희애 엄마. 용기 있는 결정이었어요. 부끄럽게 생각 말아요.”
그렇게 엄마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 말에 민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한 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 모두 할 말을 잃은 듯 조용히 술을 마시거나,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보며 민정의 울음이 끝날 때까지 소리 없이 기다렸다.

한 참을 소리 없이 울던 민정은 평정을 되찾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 후, 동생과 난 부부처럼 살았어요. 여자를 알게 된 동생은 매일같이 내 몸을 요구했고, 난 거절하지 않았어요. 관계를 가질 때마다 부모님의 얼굴과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괴로웠지만, 전 꾹 참았죠. 한가지 우스운 것은 정신은 괴로운데도 몸은 기뻐했다는 거에요. 동생의 몸을 받아들이면서 몇 번이나 기절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참 모순되죠?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그렇게 동생과 부부처럼 생활한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죠. 그 해 10월 초순 이었는데, 문득 지난 3개월간 내가 생리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두려운 마음에 병원에 가니 임신 3개월이라고 하더군요. 하늘이 무너지는 걸 그 때 또 한번 느꼈어요.”
“그럼 첫 관계에 바로 임신을?”
현수의 말에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첫 관계에서 바로 임신을 한 거죠. 피임을 하지 않은 것은 그때와 두 번째로 관계를 가진 날 뿐이니까요. 난 바로 의사에게 낙태를 요구했었죠. 아무리 동생의 몸을 받아준다고는 하지만, 아이까지 낳을 수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의사는 나에게 남자와 상의를 하라며 그냥 돌려보내더군요. 병원을 나온 난 정처 없이 거리를 걸었어요. 아무런 생각도 없이요.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차에 올라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부모님 무덤이었죠. 양심도 없이 동생의 아이를 임신해가지고 그길 간 거에요. 푸풋~~”
우스운 이야기 같지 않은데, 민정은 잠시 웃었다.
“그리고, 난 울었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서럽게 울어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죠. 제가 눈물은 많은 편이지만, 부모님이 돌아갔을 때에도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 날은 소리를 질러가며 정말 서럽게 울었죠. 온 몸의 수분이 다 빠져 나갈 만큼 눈물을 흘렸고, 목이 막혀 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울었어요. 그러다 정신을 잃었죠.”
말은 끊은 민정은 철민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말해 줄래요? 그날 어떻게 저를 발견했는지 말이에요.”
“그게 뭐가 중요해?”
“그래도요.”
“흠…… 말하기 곤란한데……”
“괜찮으니까 말해주세요.”
“……”
“어서요.”
“그날…… 당신이 산에 올라가는 것을 보았어.”
“그럼 그날 당신도 제 부모님 산소에……?”
“아...아니...... 그 밑에서 여....여자와 차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지.”
순간, 방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냉랭해 졌다. 그러다 주희가 큭큭 거리며 웃음을 참았고, 현수도 고개를 돌려 어깨를 움찔거렸다. 엄마 역시 고개를 숙이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 같았다. 별로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에 왜 그러는지. 철민의 이야기를 재미없어 한 것은 나와 벙찐 표정의 민정뿐이었다.

잠시 뒤,
민정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짜증난 듯,
“나 이 이야기 안 해!!!”
라고 하면서 이마를 손으로 짚고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주희가 철민에게 말했다.
“철민씨 너무 하네요. 거짓말이라도 시내에서부터 민정을 따라갔다라고 해주지. 굳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 하는 건 뭐에요?”
그때 현수도 말을 꺼내었다.
“그래 임마. 솔직한 것도 좋지만, 이게 뭐냐? 기왕 숨길 거면 끝까지 숨기던가.”
“맞아. 눈치 없이.”
주희는 현수의 말에 맞장구를 쳤고, 철민은 낭패감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러자 공격 당하는 철민이 안타까웠는지 민정은 표정을 풀고서 철민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솔직하게 말해주어서.”
민정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야기 끝까지 다 할게요. 예전에 나에게 들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과정이야 어째든 난 희애 아빠로 인해 목숨을 건졌어요.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병실이었고, 내 곁에 희애 아빠가 앉은 채 잠들어 있더군요. 10개월 만에 본 그였어요. 나로 하여금 폭주기관차가 되게끔 했던 바로 그 남자였죠. 하지만, 얼굴을 마주 할 수가 없었어요. 난 병실을 몰래 빠져나가 집으로 향했어요. 집으로 가는 동안 이상하게도 동생의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들더군요. 아니, 그 보다는 동생의 아내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을 거에요.”
“민석의 아내가 되겠다고?”
주희의 반문에 민정은 빙긋 웃으며 답했다.
“응. 정말 그런 생각이었지. 그래서 저는 집으로 돌아간 나는 동생에게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이사를 하자고 했어요. 그 집은 서방님이 알기 때문에 모르는 곳으로 옮겨야 했죠.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난 훌훌 털어버리고 동생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어요.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희애 아빠가 매일 저를 찾아왔어요. 저는 동생과의 관계를 밝히고, 동생의 아이를 가졌다는 말까지 했지만, 희애 아빠는 포기를 하지 않더군요. 결국 난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조건을 걸었어요. 하나는 동생의 아이를 낳겠다는 것과 수시로 동생과 잠자리를 하겠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였죠. 그런데, 희애 아빠는 그 것까지도 흔쾌히 받아주었어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남자였죠. 한때, 나와 열병 같은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조건을 들어주면서까지 저를 받아들이겠다는 건 도무지……”
민정은 설명을 요구하는 듯 철민을 바라보았고, 현수는 철민에게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래. 나도 그 부분은 이해가 안가. 예전에는 자네의 이야기를 무심히 듣고 넘겼었는데, 정말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따라 다닌 건가?”
“그래. 다들 비밀을 밝히는데 나도 밝히지.”
철민은 술 대신 담배를 배어 물고서 불을 붙인 뒤, 말을 이었다.
“처남이, 아니 당시에는 아니니까. 민석이가 나를 찾아 왔었어. 당신을 그렇게 만나고 나서 보름 정도 지나서였을 거야.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방석 집에 가자는 거야. 황당하기도 했지만, 오랜 만에 만남이라 따라 가주었어. 여자들은 모르겠지만, 방석 집이란 곳은 거의 사창가나 다름이 없는 곳이야. 사창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룹섹스가 가능하다는 거지. 하지만,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술만 먹고 나올 수도 있는 곳이니까. 그런데, 민석이는 분위기를 그 쪽으로 유도하더니 끝내는 여자들과 섹스를 하려고 하더군.”
“민석이가……?”
민정은 매우 놀란 것 같았다.
“그래. 그런데, 그 녀석 발기가 안 되더군. 나중에는 여자애가 두 명이나 들러 붙었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었어. 나는 이미 2번이나 끝냈는데 말이야. 결국 여자들을 그냥 내보내고서 조용히 말을 꺼내더군. 자신의 누나와 같이 살면서 일어나 모든 이야기를 말이야. 그러면서 내게 묻더군. 자신의 누나를 그래도 사랑 하냐고 말이야. 난 그렇다고 했어. 그건 사실이니까 말이야. 그 말에 민수가 그러더군. ‘누나도 형을 여전히 사랑합니다. 나와 살면 누나는 불행해 질 뿐이에요. 아직도 누나를 사랑한다면 대리고 가세요.’ 라고 말이야.”
“그 애가 어떻게 알고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해요?”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우리의 내막은 다 알고 있더군.”
“어떻게 그런 황당한 일이……”
민정은 혼란스러워 했다.
“하지만, 민석은 조건을 걸었어. 임신한 누나가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도와 달라는 것이었지. 아이를 낳으면 자신이 키울 테니까 걱정 말라면서 말이야.”
“그랬군요. 그래서 당신은 내가 결혼할 남자가 있다고 해도 속지 않은 거군요. 동생의 아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았고……”
“그래……”
그때, 현수가 철민에게 말을 했다.
“자네 대단하군.”
“대단할 것 없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여자를 만났으니까.”
“하하하…… 뭐야 그럼. 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여자를 빼긴 건가?”
“그렇게 되나……? 하하하……”
그렇게 방안에 웃음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그날은 정리가 되었다.
그 뒤, 민정은 이야기를 조금 더 했는데, 철민과 그해 말에 결혼을 했고, 다음 해에 임신으로 배가 나올 때쯤에 동생의 집으로 가서 아이를 낳을 때까지 지냈다고 한다. 민정은 아들을 출산한 했고, 아이는 동생의 호적에 올렸다. 그 이후로도 2주에 한번은 동생을 찾아 자신의 아이도 보고, 동생의 몸도 받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동생은 여전히 민정에게서만 흥분을 느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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