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sm 입니다.
절망 1
새벽부터 바람이 불더니 새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금년엔 장마가 일찍 시작되려나보다.
아침에 남편과 아들 동준을 출근 시킨 미경은 설거지도 미룬채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눕히고 잠깐 졸고 있었다. 어젯밤에 모처럼 대학동창들과 술을 과음한 탓인지 모르겠다.
사실 어제는 모처럼 대학동창들과 몇 달만에 어울려 늦게까지 저녁도먹고 수다도 떨고
못마시는 술도 한잔하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들어왔다.
미경은 대학에 출강하는 교수였으며 보통의 주부였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남편과 수줍음을 많이 타는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별어려움 없이 사는 요즘말로 미시인 것이었다.
친구들을 만나도, 특별한 모임이 아니면 12시를 넘기는 법이 없는 미경에게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술도 한잔하고 나이트 클럽에서 놀다가 새벽이 되서야 집에 들어온 것이다.
사실 어제는 친구인 선미가 남편과 이혼을 했기 때문에 위로차원에서 늦게까지 여럿이서 위로해 준다고 늦게까지 같이 놀아준 때문인지 모르겠다.
학창시절부터 얌전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던 미경이었다. 지금은 대학이 여름 방학초라 특별한 일도 없고해서 요즘이 미경에겐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었다.
소파에서 졸고 있던 미경은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
‘누구지, 경비 아저씨인가?’ 문 밖엔 경비가 다소곳이 서있었다.
“사모님, 누가 이걸 경비실에 맏기던데요, 전해주면 알거라면서 학생같던데.. 제자분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여자던데…..’ 경비는 조금은 비굴한듯 상냥하게 두툼한 편지 봉투를 미경에게 전했다. 아마 이런 고급 아파트의 부인들에 대한 친절함이 몸에 밴듯했다.
‘고마워요’ 경비가 돌아간뒤 미경은 편지 봉투를 열어보았다.
‘누구지, 학생인가. 성적에 불만있는 학생인가?’ 호기심에 봉투를 열어본 미경은 그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봉투에 여러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은 프린터로 뽑은 듯 조잡했으나 a4용지로 뽑아서 인지 굉장히 큰 사진이었다. 미경의 머리속은 순간적으로 텅 빈듯했으며 아무것도 볼수 없었다. 미경은 한동안 거실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린 미경은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 화장실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찢겨진 종이는 소용돌이치며 배수구로 휘몰아치며 쓸려 내려갔다.
‘이건 뭔가 잘못된거야. 세상에서 내게 남자는 남편과 동준이 밖에 없어, 난 조신하고 가정을 지키며, 존경받는 교수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있을 수 없는 일……’
미경은 하루종일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허리가 빠지는 것 같이 아프고 손이 저려 소파에서 쉬는 일말곤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미경은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간신히 수화기를 들었다. 남편이었다.
‘당신 저녁에 시간있어 친구 내외랑 저녁하려고?’
‘저 오늘 너무 피곤해요, 다음에 하죠’
‘그러게 아줌마들이 왠 술을 그렇게 먹어 참 큰일이구만, 알았어 몸 조리나 하고 있어 나 오늘 늦을거야’ 남편의 퉁명스런 목소리가 전화선 너머로 사라졌다.
10시가 넘어서 학원을 마친 동준이 들어왔다. 간단하게 인사를 한 동준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동준은 요즘들어 더욱 말이 없어지고 소심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 미경은 아들을 챙겨 줄 힘이 없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올리 없었다. 11시가 넘에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고 미경은 용수철처럼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보통때의 미경은 여보세요 했을 것이나 직감적으로 이 전화의 주인공이 사진을보낸 사람인 것을 알았다.
‘이미경 맞아요’
‘당신 누구야 이게 무슨 짓이야’
‘사진 받았죠? 사진 값을 좀 받으려 하는데요?’
‘왜 이래요 당신 미쳤어요’
‘아 받으신 모양이네요, 본인 사진 맞죠, 내일 12시까지 시청앞 XX호텔 1305호로 나와요 가격은 그때 얘기하죠, 나머지 사진도 드리고 그럼 안녕히 계세요’
‘당신 경찰에 신고 할 거예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가 끊겼다. 상대방은 여자였다.
목소리로 봐선 20대초반인 것 같았다. 모든게 엉망이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42살의 미경 지금껏 밝게 빛나며 그녀가 지켜왔던 모든 것들이 빛을 잃고 있었다. 남편은 새벽이 되서야 들어왔다.
다음날 12시 미경은 나가지 않았다. 협박에 굴복 할 수 없었고, 지금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이들의 요구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경찰에 신고 할까 생각했으나 현재의 상황은 사진 몇장에 전화 한통 그나마 사진은 버리지 않았던가? 신고 할 수 없었다.
오전엔 학교 교무처, 친구들 그리고 친지들에게서 통상적인 안부전화가 몇통 왔다. 모두에게 좀 아프다고 했다. 1시가 되자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교수님 오늘 안 나오셨데요. 호텔비만 날렸어요. 내일 다시 나오세요 같은 장소에 같은 시간에 예약은 교수님이름으로 했어요. 뭐 안 나오셔도 괜찮은데 좀 곤란해지실 것 같아요’
‘여보세요, 당신 경찰에 신고 할거야.’
‘뭐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그전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세요, 사진을 홈피로 보내드렸거든요. 동준이 에게도 보낼께요. 그리고 경찰에 반드시 신고 하세요 제가 많이 화 났거든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얘기 좀 해요. 제발…….’ 전화가 끊겼다.
미경은 즉시 교내 본인의 홈페이지를 열었다. 같은 사진이 첨부 되어 있었다. 이럴수가.
눈을 감고 남자의 성기를 물고 있는 미경의 사진, 미경의 가슴엔 미경의 운전면허증이 놓여 있었고 면허증을 크게 확대해서 누구나 미경인줄 알 수 있었다. 미경은 황홀한 모습으로 낯선 남자의 성기를 물고 있었다.
미경은 지적인 여성답게 곰곰히 생각했다. 이럴 수는 없다. 그녀의 모든 것이 지옥으로 떨어 질수 있다. 방법을 찿아야해…방법을………이 여자는 나의 모든 걸 알고 있는듯 했다. 학교며, 아들이며, 그렇다면 남편 회사까지 그리고 나의 모든걸 알고 있을 것이다.
미경은 아득했다……….. 지금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 나가지 않으면 남편회사와 동준이에게까지 이 사진이 보내질 것이다. 미경은 거실에 엎드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참 울고 난 미경은 이 사진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것도 같았다. 하지만 전화오는 사람은 여자인데..내일 나가서 확인하자.
석달전 3월달에 미경은 이혼한 선미의 부탁을 받고 나가 저녁을 먹고 선미와 어울렸던적이 있었다. 그때 선미는 남편과 이혼해야겠다며 미경에게 하소연하며 같이 소주를 마시고 강남의 나이트에서 부킹도하며 놀았다. 선미는 강남에서 미용실을 하는 대학 동창이다.
그날 웨이터의 손에 끌려 한 남자와 합석했다. 남자는 혼자라고 했다. 이름은 제이(가명)라고 했다. 술에 취한 선미를 바래다주고 오는 차안에서 깜박 졸았었는데 아마 그때인듯 싶다.
그 날 제이는 선미와 부루스도 추고 볼에 뽀뽀도하곤 했는데. 아마 처음 봤다고는 했는데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스스럼 없이 행동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잠깐 졸았는데 그때 잠깐이 아니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미경은 후회가 밀려왔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래 돈을 주자. 얼마면 되지 한 5백, 그래! 5백이면 될꺼야, 부딪혀보자. 그래도 안되면 신고하자. 이제 미경은 어느정도 자신감을 회복 할 수 있었다
다음날 미경은 약속장소로 향했다. 좋은일 아닌만큼 미경은 흰색바탕에 검은색 물방울 무늬의 원피스에 곤색의 챙이큰 모자에 검정색 선그라스를 착용했다. 누가봐도 새련된 모습이었다. 미경은 택시를 탔다. 만에 하나 자신의 차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서 였다.
로비에서 미경은 방을 확인했다.
‘예약했는데요. 이름은 이미경, 몇호실이죠?’
‘이미경님이요, 1305호네요, 그런데 먼저 들어가신 분들이 계신데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미경은 대낮에 호텔 방에 들어가는게 창피해서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1305호 앞에서 미경은 깊은 숨을 들어 마셨다. 침착해야돼, 협박당하면 안돼, 강하게 나가야돼, 미경은 다짐했다. 미경은 벨을 눌렀으나 안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방을 다시 확인한 미경은 재차 벨을 눌렀다. ‘딩동 딩동 딩동’ 드디어 문이 열렸다.
‘들어와 이년아’ 문이 열리자 마자 누군가 미경의 멱살을 잡고 미경을 방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거친힘이었다. 미경은 속절없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쓰러진 미경은 욕설과 함께 옆구리를 강하게 채였다.
‘이년이 약속을 어겨! 이 씨발년이!’ 옆구리를 두번채인 미경은 숨을 쉴수 없었다. 미경은 엉금엉금 바닥을 기었다. 모자와 안경은 날아가고 핸드백은 어디있는지도 몰랐다. 숨을 쉴 수 없어 죽을 것만 같았다.
‘제..발… 그만…때..리..지..말아요…제발…’ 미경은 태어나서 처음 이런 대우를 받았다.
‘말 안듣는 년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말이 끝나지 무섭게 이번엔 눈앞에서 별이 번쩍였다. 미경의 얼굴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뺨을 사정없이 맞은 것이었다.
‘제…발…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미경이 처음 방문에 들어설땐 강하게 마음 먹었으나 지금은 죽을 것만 같았다.
‘고개 쳐 박고 엉덩이들어 이년아, 이 씨발년아, 그래 밖에 경찰 데리고 왔어 안 데리고 왔음, 너 오늘 죽을줄 알아, 이 개 같은 년’ 미경이 얼굴을 바닥에 대고 개처럼 엉덩이를 들었다. 미경은 떨고 있었다. 6월의 더운 날이었지만 미경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몸을 떨었다.
미경을 때린 사람은 미경의 머리를 발로 밟으며 말했다.
‘그래 몇대 맞으면 사라질 그 자존심이 그렇게 중요해 이미경교수님! 이 씨발년아’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미경의 입에선 용서를 말이 저절로 나왔다.
전쟁에서 적을 꺽으려면 총력을 다해 적을 괴멸시키고 자비를 배풀지 말라, 적의 저항의 의지를 잔인하고 완벽하게 꺽어 다시는 저항하지 못하게하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미경의 저항 의지와 용기는 무참히 꺽였고, 다른 한 사람은 미경의 저항의지를 일 순간에 꺽었다.
한 사람은 지배자고 미경은 피지배자가 됐다.
‘고개들지 말고 이쪽으로 기어와’ 미경은 개처럼 기어서 목소리에 다가갔다.
미경에게 명령하는 사람의 여자였다. 그러나 여자가 아닌듯도 했다.
‘더 기어와, 더. 더’ 미경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갔으나 그녀는 더 기어오게 했다. 마침내 미경의 얼굴은 그녀의 사타구니에 닿아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미경의 얼굴이 그녀의 사타구니에 닿자 그녀는 다리를 오무렸다 너무 강하게 다리를 오무렸기 때문에 미경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천장을 쳐다보게 되었고 목이 졸려 숨을 쉬기 어려웠다.
미경은 마침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여자였으나 남자였다. 미경은 텔레비에서 본 하리수를 제외하곤 실제로 트랜스젠더를 처음 보았다. 키는 173정도에 가슴은 컸으나 팔뚝이나 허벅지엔 아직은 약간의 근육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좋은 몸매에 얼굴도 미인형이었다.
‘왜 내가 이상해, 난 니년이 더 이상하다 이 미친년아,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 내 이름은 지나야 알았어’ ‘예’미경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나는 가랑이 사이에 있는 미경의 한쪽볼을 잡았다. 그리곤 사정없이 다른쪽 볼을 내리쳤다. 미경의 눈앞에 다시 별이 번쩍 빛났다. 볼이 얼얼했다. 지나는 여러 차례 볼을 때렸다.
미경은 왜 맞는지 몰랐다. 그러나 지나가 너무 무서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아는 오빠한테 부탁받고 너를 개로 만들거야, 니가 잘 따르면 좋고 안 그러면 너나나나
별로 좋지 않아, 넌 파멸이고 난 도망 가겠지. 니 사진은 니 애세끼나 남편이나 전국민이 보면서 좋아 하겠지…. 그러니 말 들어 너 교육 시키려면 나도 힘드니까. 알았어’
미경은 대답 할 수 없었다. 가정을 지켜야했고 미경 자신도 지켜야만 했다. 미경의 마지막 자존심이 대답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피우던 지나는 미경의 얼굴에 그냥 재를 털었다.
‘악’ 미경은 담뱃재가 떨어지자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지나의 가랑이 사이에서 빠져 나갈수는 없었다. 어짜피 힘으론 지나를 이길수 없었다.
‘눈 떠, 이! 개 같은년아’ 미경은 눈을 떴다. 지나는 피우던 담뱃불을 미경의 얼굴로 가져갔다. 바로 눈앞 있었다. 곧 얼굴에 닿을것만 같았다.
‘매일 얼굴 마사지 받는 강남 사모님 얼굴에 흉터 한번 내 줄까? 동준이가 니 사진보고 좋아하겠다, 니 남편도 좋아 하겠지 니 몸매를 온 세상에 자랑하게되서 안 그래 이년아’
‘악, 제발 그만해요. 시키는데로 할께요….흑…흑..흑…제발 그만해요’ 미경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참았던 눈물이 쏟구쳐 나왔다. 자식과 남편 앞에서 미경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미경의 눈물은 슬픔과 절망과 분노의 눈물이었다.
‘울고 불고 지랄을하네, 미친년 그러게 왜 말을 안들어’
‘이젠 안 그럴께요 흑 흑 흑..’
‘시키는데로 하면 괜찮아 너도 좀 즐기면서 귀여운 강아지가 될꺼야, 알았어 울음 그치고!’
‘에….예…’ 미경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하자고 다짐했던 미경은 정신적 육체적 폭력 앞에서 수수깡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자 이제 잘해보자 미경아 알았지’ ‘예’
그런데 이방에는 지나와 미경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음을 미경은 뒤늦게 눈치챘다. 흰색 면티에 청색반바지 그리고 흰색 스타킹을 신고 얼굴에는 백화점 쇼핑백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얘, 이제 너는 집에 들어가있어, 10시쯤 내가 같테니까, 반성문 써놓고 기다려, 알았지’
‘예, 지나 언니’ 누군지 모르는 또다른 여인은 미경이 이 방에 들어와서 굴욕을 당하는 모든걸 듣도 있었을 것이다. 미경도 따른 여인이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경황이 없었다. 그 여인은 지나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미경아 이게 니 사진이야, 그날 밤 니가 맛있게 빨던게 내 자지야, 호호 너 잘 빨더라,
빠는데는 일등이야, 자! 일어서 옷 벗고 빨리’ 지나는 미경의 사진을 수십장 복사해 들고는 미경에게 옷을 벗고 일어설 것을 명령했다. 미경이 일어서 있는 동안 지나는 가방에서 작은 캠코더를 꺼냈다. 지나가 캠코더를 꺼내오는 동안에 미경은 옷을 벗지 않고 있었다.
‘이년이 말만하고 행동으로 안 옮기네, 대학교수라 말로 먹고사는 년이라 그런가’ 지나는 머뭇거리고 서있는 미경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후려쳤다.
‘악, 벗을께요’ 미경은 허겁지겁 옷을 벗었다. 지나도 옷을 벗었다. 지나의 몸매는 좋았다.
키 큰 모델 같았다.
절망 1
새벽부터 바람이 불더니 새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금년엔 장마가 일찍 시작되려나보다.
아침에 남편과 아들 동준을 출근 시킨 미경은 설거지도 미룬채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눕히고 잠깐 졸고 있었다. 어젯밤에 모처럼 대학동창들과 술을 과음한 탓인지 모르겠다.
사실 어제는 모처럼 대학동창들과 몇 달만에 어울려 늦게까지 저녁도먹고 수다도 떨고
못마시는 술도 한잔하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들어왔다.
미경은 대학에 출강하는 교수였으며 보통의 주부였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남편과 수줍음을 많이 타는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별어려움 없이 사는 요즘말로 미시인 것이었다.
친구들을 만나도, 특별한 모임이 아니면 12시를 넘기는 법이 없는 미경에게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술도 한잔하고 나이트 클럽에서 놀다가 새벽이 되서야 집에 들어온 것이다.
사실 어제는 친구인 선미가 남편과 이혼을 했기 때문에 위로차원에서 늦게까지 여럿이서 위로해 준다고 늦게까지 같이 놀아준 때문인지 모르겠다.
학창시절부터 얌전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던 미경이었다. 지금은 대학이 여름 방학초라 특별한 일도 없고해서 요즘이 미경에겐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었다.
소파에서 졸고 있던 미경은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
‘누구지, 경비 아저씨인가?’ 문 밖엔 경비가 다소곳이 서있었다.
“사모님, 누가 이걸 경비실에 맏기던데요, 전해주면 알거라면서 학생같던데.. 제자분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여자던데…..’ 경비는 조금은 비굴한듯 상냥하게 두툼한 편지 봉투를 미경에게 전했다. 아마 이런 고급 아파트의 부인들에 대한 친절함이 몸에 밴듯했다.
‘고마워요’ 경비가 돌아간뒤 미경은 편지 봉투를 열어보았다.
‘누구지, 학생인가. 성적에 불만있는 학생인가?’ 호기심에 봉투를 열어본 미경은 그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봉투에 여러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은 프린터로 뽑은 듯 조잡했으나 a4용지로 뽑아서 인지 굉장히 큰 사진이었다. 미경의 머리속은 순간적으로 텅 빈듯했으며 아무것도 볼수 없었다. 미경은 한동안 거실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린 미경은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 화장실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찢겨진 종이는 소용돌이치며 배수구로 휘몰아치며 쓸려 내려갔다.
‘이건 뭔가 잘못된거야. 세상에서 내게 남자는 남편과 동준이 밖에 없어, 난 조신하고 가정을 지키며, 존경받는 교수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있을 수 없는 일……’
미경은 하루종일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허리가 빠지는 것 같이 아프고 손이 저려 소파에서 쉬는 일말곤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미경은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간신히 수화기를 들었다. 남편이었다.
‘당신 저녁에 시간있어 친구 내외랑 저녁하려고?’
‘저 오늘 너무 피곤해요, 다음에 하죠’
‘그러게 아줌마들이 왠 술을 그렇게 먹어 참 큰일이구만, 알았어 몸 조리나 하고 있어 나 오늘 늦을거야’ 남편의 퉁명스런 목소리가 전화선 너머로 사라졌다.
10시가 넘어서 학원을 마친 동준이 들어왔다. 간단하게 인사를 한 동준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동준은 요즘들어 더욱 말이 없어지고 소심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 미경은 아들을 챙겨 줄 힘이 없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올리 없었다. 11시가 넘에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고 미경은 용수철처럼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보통때의 미경은 여보세요 했을 것이나 직감적으로 이 전화의 주인공이 사진을보낸 사람인 것을 알았다.
‘이미경 맞아요’
‘당신 누구야 이게 무슨 짓이야’
‘사진 받았죠? 사진 값을 좀 받으려 하는데요?’
‘왜 이래요 당신 미쳤어요’
‘아 받으신 모양이네요, 본인 사진 맞죠, 내일 12시까지 시청앞 XX호텔 1305호로 나와요 가격은 그때 얘기하죠, 나머지 사진도 드리고 그럼 안녕히 계세요’
‘당신 경찰에 신고 할 거예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가 끊겼다. 상대방은 여자였다.
목소리로 봐선 20대초반인 것 같았다. 모든게 엉망이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42살의 미경 지금껏 밝게 빛나며 그녀가 지켜왔던 모든 것들이 빛을 잃고 있었다. 남편은 새벽이 되서야 들어왔다.
다음날 12시 미경은 나가지 않았다. 협박에 굴복 할 수 없었고, 지금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이들의 요구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경찰에 신고 할까 생각했으나 현재의 상황은 사진 몇장에 전화 한통 그나마 사진은 버리지 않았던가? 신고 할 수 없었다.
오전엔 학교 교무처, 친구들 그리고 친지들에게서 통상적인 안부전화가 몇통 왔다. 모두에게 좀 아프다고 했다. 1시가 되자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교수님 오늘 안 나오셨데요. 호텔비만 날렸어요. 내일 다시 나오세요 같은 장소에 같은 시간에 예약은 교수님이름으로 했어요. 뭐 안 나오셔도 괜찮은데 좀 곤란해지실 것 같아요’
‘여보세요, 당신 경찰에 신고 할거야.’
‘뭐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그전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세요, 사진을 홈피로 보내드렸거든요. 동준이 에게도 보낼께요. 그리고 경찰에 반드시 신고 하세요 제가 많이 화 났거든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얘기 좀 해요. 제발…….’ 전화가 끊겼다.
미경은 즉시 교내 본인의 홈페이지를 열었다. 같은 사진이 첨부 되어 있었다. 이럴수가.
눈을 감고 남자의 성기를 물고 있는 미경의 사진, 미경의 가슴엔 미경의 운전면허증이 놓여 있었고 면허증을 크게 확대해서 누구나 미경인줄 알 수 있었다. 미경은 황홀한 모습으로 낯선 남자의 성기를 물고 있었다.
미경은 지적인 여성답게 곰곰히 생각했다. 이럴 수는 없다. 그녀의 모든 것이 지옥으로 떨어 질수 있다. 방법을 찿아야해…방법을………이 여자는 나의 모든 걸 알고 있는듯 했다. 학교며, 아들이며, 그렇다면 남편 회사까지 그리고 나의 모든걸 알고 있을 것이다.
미경은 아득했다……….. 지금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 나가지 않으면 남편회사와 동준이에게까지 이 사진이 보내질 것이다. 미경은 거실에 엎드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참 울고 난 미경은 이 사진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것도 같았다. 하지만 전화오는 사람은 여자인데..내일 나가서 확인하자.
석달전 3월달에 미경은 이혼한 선미의 부탁을 받고 나가 저녁을 먹고 선미와 어울렸던적이 있었다. 그때 선미는 남편과 이혼해야겠다며 미경에게 하소연하며 같이 소주를 마시고 강남의 나이트에서 부킹도하며 놀았다. 선미는 강남에서 미용실을 하는 대학 동창이다.
그날 웨이터의 손에 끌려 한 남자와 합석했다. 남자는 혼자라고 했다. 이름은 제이(가명)라고 했다. 술에 취한 선미를 바래다주고 오는 차안에서 깜박 졸았었는데 아마 그때인듯 싶다.
그 날 제이는 선미와 부루스도 추고 볼에 뽀뽀도하곤 했는데. 아마 처음 봤다고는 했는데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스스럼 없이 행동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잠깐 졸았는데 그때 잠깐이 아니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미경은 후회가 밀려왔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래 돈을 주자. 얼마면 되지 한 5백, 그래! 5백이면 될꺼야, 부딪혀보자. 그래도 안되면 신고하자. 이제 미경은 어느정도 자신감을 회복 할 수 있었다
다음날 미경은 약속장소로 향했다. 좋은일 아닌만큼 미경은 흰색바탕에 검은색 물방울 무늬의 원피스에 곤색의 챙이큰 모자에 검정색 선그라스를 착용했다. 누가봐도 새련된 모습이었다. 미경은 택시를 탔다. 만에 하나 자신의 차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서 였다.
로비에서 미경은 방을 확인했다.
‘예약했는데요. 이름은 이미경, 몇호실이죠?’
‘이미경님이요, 1305호네요, 그런데 먼저 들어가신 분들이 계신데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미경은 대낮에 호텔 방에 들어가는게 창피해서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1305호 앞에서 미경은 깊은 숨을 들어 마셨다. 침착해야돼, 협박당하면 안돼, 강하게 나가야돼, 미경은 다짐했다. 미경은 벨을 눌렀으나 안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방을 다시 확인한 미경은 재차 벨을 눌렀다. ‘딩동 딩동 딩동’ 드디어 문이 열렸다.
‘들어와 이년아’ 문이 열리자 마자 누군가 미경의 멱살을 잡고 미경을 방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거친힘이었다. 미경은 속절없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쓰러진 미경은 욕설과 함께 옆구리를 강하게 채였다.
‘이년이 약속을 어겨! 이 씨발년이!’ 옆구리를 두번채인 미경은 숨을 쉴수 없었다. 미경은 엉금엉금 바닥을 기었다. 모자와 안경은 날아가고 핸드백은 어디있는지도 몰랐다. 숨을 쉴 수 없어 죽을 것만 같았다.
‘제..발… 그만…때..리..지..말아요…제발…’ 미경은 태어나서 처음 이런 대우를 받았다.
‘말 안듣는 년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말이 끝나지 무섭게 이번엔 눈앞에서 별이 번쩍였다. 미경의 얼굴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뺨을 사정없이 맞은 것이었다.
‘제…발…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미경이 처음 방문에 들어설땐 강하게 마음 먹었으나 지금은 죽을 것만 같았다.
‘고개 쳐 박고 엉덩이들어 이년아, 이 씨발년아, 그래 밖에 경찰 데리고 왔어 안 데리고 왔음, 너 오늘 죽을줄 알아, 이 개 같은 년’ 미경이 얼굴을 바닥에 대고 개처럼 엉덩이를 들었다. 미경은 떨고 있었다. 6월의 더운 날이었지만 미경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몸을 떨었다.
미경을 때린 사람은 미경의 머리를 발로 밟으며 말했다.
‘그래 몇대 맞으면 사라질 그 자존심이 그렇게 중요해 이미경교수님! 이 씨발년아’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미경의 입에선 용서를 말이 저절로 나왔다.
전쟁에서 적을 꺽으려면 총력을 다해 적을 괴멸시키고 자비를 배풀지 말라, 적의 저항의 의지를 잔인하고 완벽하게 꺽어 다시는 저항하지 못하게하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미경의 저항 의지와 용기는 무참히 꺽였고, 다른 한 사람은 미경의 저항의지를 일 순간에 꺽었다.
한 사람은 지배자고 미경은 피지배자가 됐다.
‘고개들지 말고 이쪽으로 기어와’ 미경은 개처럼 기어서 목소리에 다가갔다.
미경에게 명령하는 사람의 여자였다. 그러나 여자가 아닌듯도 했다.
‘더 기어와, 더. 더’ 미경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갔으나 그녀는 더 기어오게 했다. 마침내 미경의 얼굴은 그녀의 사타구니에 닿아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미경의 얼굴이 그녀의 사타구니에 닿자 그녀는 다리를 오무렸다 너무 강하게 다리를 오무렸기 때문에 미경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천장을 쳐다보게 되었고 목이 졸려 숨을 쉬기 어려웠다.
미경은 마침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여자였으나 남자였다. 미경은 텔레비에서 본 하리수를 제외하곤 실제로 트랜스젠더를 처음 보았다. 키는 173정도에 가슴은 컸으나 팔뚝이나 허벅지엔 아직은 약간의 근육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좋은 몸매에 얼굴도 미인형이었다.
‘왜 내가 이상해, 난 니년이 더 이상하다 이 미친년아,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 내 이름은 지나야 알았어’ ‘예’미경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나는 가랑이 사이에 있는 미경의 한쪽볼을 잡았다. 그리곤 사정없이 다른쪽 볼을 내리쳤다. 미경의 눈앞에 다시 별이 번쩍 빛났다. 볼이 얼얼했다. 지나는 여러 차례 볼을 때렸다.
미경은 왜 맞는지 몰랐다. 그러나 지나가 너무 무서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아는 오빠한테 부탁받고 너를 개로 만들거야, 니가 잘 따르면 좋고 안 그러면 너나나나
별로 좋지 않아, 넌 파멸이고 난 도망 가겠지. 니 사진은 니 애세끼나 남편이나 전국민이 보면서 좋아 하겠지…. 그러니 말 들어 너 교육 시키려면 나도 힘드니까. 알았어’
미경은 대답 할 수 없었다. 가정을 지켜야했고 미경 자신도 지켜야만 했다. 미경의 마지막 자존심이 대답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피우던 지나는 미경의 얼굴에 그냥 재를 털었다.
‘악’ 미경은 담뱃재가 떨어지자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지나의 가랑이 사이에서 빠져 나갈수는 없었다. 어짜피 힘으론 지나를 이길수 없었다.
‘눈 떠, 이! 개 같은년아’ 미경은 눈을 떴다. 지나는 피우던 담뱃불을 미경의 얼굴로 가져갔다. 바로 눈앞 있었다. 곧 얼굴에 닿을것만 같았다.
‘매일 얼굴 마사지 받는 강남 사모님 얼굴에 흉터 한번 내 줄까? 동준이가 니 사진보고 좋아하겠다, 니 남편도 좋아 하겠지 니 몸매를 온 세상에 자랑하게되서 안 그래 이년아’
‘악, 제발 그만해요. 시키는데로 할께요….흑…흑..흑…제발 그만해요’ 미경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참았던 눈물이 쏟구쳐 나왔다. 자식과 남편 앞에서 미경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미경의 눈물은 슬픔과 절망과 분노의 눈물이었다.
‘울고 불고 지랄을하네, 미친년 그러게 왜 말을 안들어’
‘이젠 안 그럴께요 흑 흑 흑..’
‘시키는데로 하면 괜찮아 너도 좀 즐기면서 귀여운 강아지가 될꺼야, 알았어 울음 그치고!’
‘에….예…’ 미경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하자고 다짐했던 미경은 정신적 육체적 폭력 앞에서 수수깡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자 이제 잘해보자 미경아 알았지’ ‘예’
그런데 이방에는 지나와 미경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음을 미경은 뒤늦게 눈치챘다. 흰색 면티에 청색반바지 그리고 흰색 스타킹을 신고 얼굴에는 백화점 쇼핑백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얘, 이제 너는 집에 들어가있어, 10시쯤 내가 같테니까, 반성문 써놓고 기다려, 알았지’
‘예, 지나 언니’ 누군지 모르는 또다른 여인은 미경이 이 방에 들어와서 굴욕을 당하는 모든걸 듣도 있었을 것이다. 미경도 따른 여인이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경황이 없었다. 그 여인은 지나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미경아 이게 니 사진이야, 그날 밤 니가 맛있게 빨던게 내 자지야, 호호 너 잘 빨더라,
빠는데는 일등이야, 자! 일어서 옷 벗고 빨리’ 지나는 미경의 사진을 수십장 복사해 들고는 미경에게 옷을 벗고 일어설 것을 명령했다. 미경이 일어서 있는 동안 지나는 가방에서 작은 캠코더를 꺼냈다. 지나가 캠코더를 꺼내오는 동안에 미경은 옷을 벗지 않고 있었다.
‘이년이 말만하고 행동으로 안 옮기네, 대학교수라 말로 먹고사는 년이라 그런가’ 지나는 머뭇거리고 서있는 미경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후려쳤다.
‘악, 벗을께요’ 미경은 허겁지겁 옷을 벗었다. 지나도 옷을 벗었다. 지나의 몸매는 좋았다.
키 큰 모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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