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외출 -4부-
-4부-
머리가 깨어질 것 같은 심한 고통과 갈증에 잠이 깨었다
눈을 뜨려 해도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머리가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내 몸까지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내 몸의 중심이 침대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에 손을 움직였을 때 남자의 알몸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내 몸을 만져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어제 밤 현숙을 만나 넷이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술을 마신 기억이 났다
그리곤 나의 생각이 거기서 멈춰버렸다
옆에 누가 자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난 눈을 떴다 불을 끄지 않았는지 눈이 부셨다
천정에 침대를 온통 비치는 커다란 거울에 내가 누어 있고 그 옆에 우민이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난 절망감에 빠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민도 술이 취해 그대로 잠들었을 지도 모른다는 실날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었다
맞아 우민도 술이 취해서 그냥 잤을 거야
그러나 알몸으로 둘이 누워있는 것이 마음이 걸렸다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다 고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대로 누워 있을 수 없어 몸을 일으켰을 때 그의 팔이 가슴을 덮쳤다
내가 그의 팔을 잡아 치우려 하자 잠결에 더욱 나를 끌어 안았다
간신히 그의 팔을 떼어 놓았을 때 그가 눈을 떴다
“어….이제야 정신이 좀 들어?……”
“지금 몇 시나 됐죠?”
난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글쎄….5시쯤 안되었을까?”
빨리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켰을 때 갑자기 그가 덮쳐왔다
“왜 이래요…..”
내가 몸부림치자 그가 내 팔을 누르고 내 몸을 덮쳐왔다
나는 그의 팔을 벗어 나려고 몸부림쳤다
“이거 좀놔요…. 집에 가야 돼요….”
그의 손에 잡힌 팔을 뿌리치며 저항을 했다
아이들이 깨기 전에 집에 가야 된다는 강박 관념이 나를 압박했다
그의 다리가 강제로 내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가 무릎으로 나의 허벅지를 짓누르자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러지 말아요….아파요….집에 가야 돼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으나 이런 꼴을 남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그의 몸이 위에서 나를 찍어 누르고 강제로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천정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몸싸움이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강간 장면을 연상했다
“우민씨 이러지 말아요….이건 강간이에요…..”
“강간?….어제는 좋다고 엉덩이를 흔들어 대면서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강간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무너 지면서 온몸의 힘이 쭈욱 빠졌다
내 몸에서 힘이 빠지자 우민은 쉽게 내 몸 위로 올라와 중심을 잡았다
“그래 진작에 그럴 것이지….그러나 저러나 선화….정말 쎅 잘 쓰던데…..”
그의 말투는 어느새 반말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정민이는 누구야? 혹시 남편 이름이 정민이야? ”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 정민이 였던 것이다
그제서야 어제밤일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우민을 정민으로 착각하고 그의 몸에 매달렸던 희미한 기억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정민아 정민아 하면서 이름을 부르는 거 보니까 남편이름은 아닌 것 같고 애인인가?”
“날 끌어안고 몸부림치면서 다른 남자 이름 불러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던데….하기야 요즘 애인 한둘 없는 여자 없지…..”
우민은 이미 나를 욕정에 가득차 이남자 저남자 품에 안기는 그런 여자로 대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떠오르고 남편이 떠오르고 정민의 얼굴이 떠올랐다 죽고 싶었다
집에서 자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빨리 가야 할텐데 우민이 곱게 보내줄 것 같지 않았다
난 그의 몸에 깔려 사정을 했다
“우민씨…아이들 학교 보내줘야 돼요….제발…...보내주세요”
“누가 안 보내준대?…..나도 들어가야돼…..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같이 즐기자는 거지 …..한번 하나 두 번 하나 마찬가지 아냐?…. 이미 너와 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어…..넌 내 여자야…”
그의 발기한 성기가 내 허벅지 안쪽살을 쓸면서 나의 골을 따라 길게 자리잡고 있었다
난 눈을 감았다 어차피 일이 끝나기 전에는 우민이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 한번하나 두 번 하나 마찬가지야 여기서 그냥 나간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
아…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정민이 때문이야….그래…..정민이…때문이야…..나쁜놈…..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아냐….모두….내가 잘못했어…그냥 집에 있어야 하는데…
나의 머리엔 수많은 생각들이 주마등 처럼 흘러갔다
그의 입술이 내 젖가슴을 빠는 것을 보면서 난 움츠렸던 다리에서 힘을 뺐다
그의 하체가 완전히 결합 자세로 자리를 잡자 그의 성기가 말라있는 나의 음순을 갈랐다
우민의 성기가 메마른 나의 질을 뚫고 들어올 때 난 심한 통증을 느꼈다
“아…..아파요…..살살해요….”
그러나 우민의 성기는 사정없이 나의 메마른 동굴을 파고 들었다
내가 아파하자 우민이 흡족한 듯 숨을 헐떡이며
“조금만 참아 좋아질 꺼야…..그러나 저러나 너 몸매 하나 죽인다….처음 봤을 때 난 알아봤어…..알맞게 부풀은 가슴하고 잘록한 허리하며…쫄깃 쫄깃한 보지…어제 정말 죽이더군….”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직설적인 말에 난 몸이 더욱 얼어 붙는 것 같았다
“웬 말이 그렇게 많아요 빨리 끝내요…”
“하…..고거 참 …난 순종적인 여자보다 너처럼 앙칼진 여자를 더 좋아하지….”
이젠 아예 너라고 호칭이 바뀌어 버렸다
난 그에게 있어 이미 만만한 여자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난 내자신이 미워졌다 겉 모습만 보고 그와 만났던 것이 몹시 후회가 되었으나 이제 엎질러진 물이었다 난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의 성난 성기가 아직 젖어 있지 않은 나의 질을 파고들 때 약간의 고통을 느꼈으나 이내 나의 몸 속 가득 채웠다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난 눈을 감았다
정민의 얼굴과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눌러왔을 때 난 입을 다물고 도리질을 하며 빨리 끝내 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내가 그의 입술을 피하자 그는 양팔을 팔꿈치로 누르고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잡고 기어이 입술을 덮쳤다
그의 혀가 내 입술 사이로 들어와 치아를 건드렸다 그의 입에서는 어제 먹은 술 냄새가 풀풀 풍겼다 숨이막힐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렸을 때 그의 혀가 쑤욱 들어와 내 입 속을 온통 휘젓고 다녔다
난 저항을 포기하고 양팔을 늘어뜨린 채 그가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그의 몸에 깔린 채 내 몸은 시체처럼 누워 그가 어서 끝내주기 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쉽게 끝내지 않고 더욱 격렬하게 내 몸을 유린했다
난 마음을 모질게 먹으려고 이를 깨물었다
내 귀엔 그의 거칠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그의 성기가 자리잡은 곳에서 묘한 쾌감이 솟아 올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성기가 들락 거리면서 내 동굴이 젖어 오기 시작했다
그의 혀가 집요하게 내 귀 밥을 핥으며 뜨거운 숨을 몰아 쉬며 나를 자극했다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몸이 뜨거워 지는 것을 막으려고 눈을 떠 천정을 바라보았다
천정에 달린 큰 거울 속에 그의 엉덩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내 다리는 활짝 열린 채 벌려져 그의 다리와 수평을 이루고 쭈욱 뻗어 있었고 그의 넙적한 등에 가려 내 몸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어디서 본듯한 일본의 춘화도 처럼 보였다
내 벌어진 다리사이에 있는 그의 엉덩이가 내 시각을 자극했다
그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내 몸이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민은 노련하게 나의 질 구석구석을 건드리며 펌프질을 해대었다
그의 손은 이제 자유자재로 나의 가슴을 애무하기도 하고 어깨부터 허리 그리고 둔부에 이르는 곡선을 왕래하며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마음을 열어놓지 않으려고 죽은듯이 끝나기 만을 기다렸지만 하체에서 퍼지는 야릇한 쾌감에 하마터면 그를 안아버릴 뻔했다
아아..
나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애써 참으며 어서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우민은 끝없이 둔탁하고 뜨거운 성기로 나의 동굴을 헤집고 다녔다
이미 그곳은 내가 흘린 애액으로 질퍽해져 있었다
아아..안돼 이건아냐….이렇게 속으로 외치고 있었지만 나의 하체는 내 마음과는 반대로 그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었다
그의 성기가 빠져 나갔다 깊이 박히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우민은 의미있는 눈초리로 내려다보며 나에게 말했다
“역시…넌….요부야….벌써 보지가 흠뻑 젖었는걸…….난 물 많은 여자가 좋아..”
그의 성기는 오랜 시간 내 질 속을 들락 거리며 나를 달구었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뜨거워지는 몸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아아..이러면 안되는데…안돼….아아….
그의 움직임이 거칠어 지면서 내 숨결도 거칠어 지기 시작했다
격렬한 그의 몸놀림에 나도 모르게 그를 목을 껴안으며 기어이 참았던 신음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아아………….아….”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입술을 부드럽게 핥았다
그는 나의 겨드랑이를 끌어 안고 온몸을 밀착 시킨 채 내 입술을 빨았다
“음…으응…..음….”
“철썩 철썩…..”
그는 계속 흘러나오는 내 신음 소리에 만족 했는지 더욱 내 몸을 파고 들었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이 전신에 퍼져 나갔다
“아아…아….”
난 우민의 끝없는 공격에 산산이 부셔져 갔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내 육신은 파도처럼 출렁 거리며 희열에 떨며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입속으로 들어온 그의 혀를 부드럽게 빨았다
어느덧 나의 쾌감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오르가즘을 맞이했다
“아아…으응…..응….”
끊임 없는 신음 소리와 함께 열락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었다
그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크게 부풀더니 울컥울컥 정액을 토해 내었다
“아아….”
난 몸을 활처럼 휘며 그에게 달라 붙었다
양 다리로 그의 다리를 감으며 고스란히 그의 정액을 몸 속으로 받아 들였다
“아아….아앙….”
정민에서 느꼈던 쾌감과는 또 다른 쾌감이 우민에게서 느꼈졌다
줄기차게 떠오르던 아이들과 남편의 얼굴 정민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사정을 하면서도 계속 피스톤 운동을 했다
난 그의 등을 끌어 안으며 그의 성기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이미 나의 수치심과 자존심 따위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쾌감 속에 묻혀 버렸다
우민은 성기가 줄어들 때 까지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그의 얼굴을 포개지며 나의 입술을 찾았다
난 그의 겨드랑이를 끌어안고 가늘게 떨며 입술을 열어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두툼한 그의 설육과 내 혀가 엉키면서 그의 타액이 입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사정을 마친 그의 성기가 내 몸 속에서 빠져 나갔지만 그는 전신으로 맛사지를 하듯 내 몸을 비벼왔다
그러기를 몇분……그의 몸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온몸에서 한 순간에 힘이 빠져 나갔다
“선화 …좋았어?”
그가 내 가슴에 팔을 얹으며 묻자 그의 팔을 치우려 했으나 그의 다리가 내 다리위로 올라
오면서 다시 나를 안아왔다
“나 너무 좋았어….너 같은 계집 처음이야…하루종일 널 안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특히 신음소리 죽여주더군……”
“이거놔요 ….”
그의 팔을 제치고 다리를 밀어놓고 상체를 일으켰다
눈을 들어 방안을 살피자 여기저기 널려져 있는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난 침대 머리맡에 있는 화장지를 뜯어 나의 삼각지를 닦아내고 그에게도 한 움큼 뜯어서 주고는 수건을 들고 욕실로 갔다
우민과의 찌거기를 말끔히 씻어내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화장대 앞에 앉아 얼굴을 보았다
거울 속의 나의 눈을 똑 바로 볼 가 없었다
거울에 비친 그와 눈이 마주치자 흡족한 표정을 하곤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빙긋이 웃어주는 그의 얼굴을 보자 그에 대한 미움도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그를 미워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머리속이 텅 빈 것처럼 몽롱하기만 했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었다 결국은 내가 그에게 꼬리를 치고 접근한 것 아닌가
우민에게 있어 난 욕정에 사로잡힌 바람난 유부녀 일뿐이었고 남편 몰래 외간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그런 여자로 비쳐 졌을 것이다
“참 그 정민인가 하는 친구 한번 만나게 해줘….”
“만나서 뭐하게요….” 하고 톡 쏘아주었다
‘어떻게 생긴 친구 이길래….선화가 그토록 애타게 찾는지 이거야 원 질투가 나서…..하기야….그 친구 나하고는 구멍 동서 아닌가….그러고 보니 선화 남편하고 나하고 정민이 인가 하는 친구 셋이서 구멍 동서구만….하하하….언제 술자리 한번 만들어서 동서 끼리 단합대회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참 단합대회가 아니라 일종의 팬 클럽이겠지….팬 클럽 회장은 물론 형님이 하셔야 겠지?”
내 뒷통수에 대고 쏟아 붙는 그의 말에 나의 마음은 다시 싸늘하게 식었다
창녀나 길거리 여자들에게도 못할말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나를 우습게 봤으면 그런 말을 주저 없이 할까 그러나 내가 그런 욕을 얻어 먹는 것은 참을만 했다
남편까지도 싸잡아서 욕을 해대는데는 견딜수가 없었다
“말이라면 다하는 줄 알아요?..여기서 왜 죄없는 남편은 들먹여요….”
“햐….고거 그래도 남편이라고 역성까지는 하네 그려….이런 년을 믿고 허리가 부서지도록 일을 하는 니 남편이 불쌍하다….이놈 저놈 아무나 막대주는 년을 믿고 있으니…. ”
“말 다했어요?”
“그럼 내가 못 할말 한 거야?…사실이 그렇잖아….조금 전 까지만 해도…가랭이 벌리고 쎅 쓰고 낑낑 거리며 지랄 할 땐 언제고…….이제 와서 요조 숙녀인척 해…….”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공주 받들 듯 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달라 질 수 있단 말인가…..할말을 잃었다
칼이라도 있으면 나의 질을 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말이 없지?….찔리긴 찔리는 모양이지?”
옷을 다 입은 난 하이힐을 신고 다가가서 그를 노려보았다
“고거 참 그렇게 노려 보니까 더 매력적이네…..이거 참 미치겠네….”
“말조심 하세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고 다 말이 아니에요…”
하고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쳤다
“어?”
예기치 못한 기습에 놀라 어물쩡 거리고 있을 때 난 도어문을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방을 빠져 나왔다
더 있다간 무슨 소리를 들을 줄 몰랐다
새벽의 호텔 프런트는 을씨년 스러웠다
카운터의 제복입은 남자는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긴 홀을 따라 걷는 내 하이힐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회전도어의 문을 열고 나올 때 까지 꽤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마침 호텔 정문에 개인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밖에 있던 도어맨이 습관대로 택시 뒷문을 열어주었다
집으로 올 때까지 스쳐가는 새벽의 도시풍경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나왔다 난 손수건을 꺼내 운전기사 몰래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한번 쏟아지는 눈물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백밀러로 운전기사가 나를 쳐다보며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세상살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하며 위로를 했다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를 보고 있자니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의 인자한 모습이 떠오르자 그만 난 서럽게 흐느끼고 말았다
아빠 이게 당신이 생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딸의 모습입니다….
선화야….다 이해한다….죽으면 다 그만 인 것을…넌 지금까지 착하게 살아왔으니까
다 잘될거야…..선화야……..하고 아빠가 금방이라도 나를 안아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빠…….”
나도 모르게 아빠를 불러보았다
집에 오니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었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온몸의 맥이 빠져버렸다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쓰렸다
냉장고 문을 열고 찬물을 들이키고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낯선 집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아늑해 야할 내 집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을 먹일 때
“엄마 언제 들어왔어?”
“응…엄마 친구네 집에서 좀 늦었어….잘 잤니?”
“아빠한테 전화가 몇 번 왔었어…..엄마 전화 안받는다고…..”
민태가 말하자 순간 가슴이 철렁 거렸다
“어디 갔었어 엄마?”
“응 현숙이 이모네서 엄마가 깜빡 잠이 들었나봐…..”
“아빠가 엄마 들어오면 전화 해달랬어….”
“몇시에 전화 왔었니?”
“몰라 자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받았더니 아빠가 엄마 들어 왔냐고 하길래 아직 안 들어 왔다고 그랬어…..엄마 핸드폰 고장났어?”
“아니 집에다 두고 갔었어…..빨리 밥 먹고 학교에 가라 늦겠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현숙이 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화니?”
“응 너 어디니?”
“국현씨하고 아직 같이 있어…넌 어디니?”
“집이야….”
“부지런하구나….그런데 어제 웬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니?”
“몰라…나 실수 많이 했지?”
“호호호 말도 말아 너 때문에 쑈 한거 생각하면 웃음도 안 나와….술 취하니까 보기 좋더라…..너 우민씨가 업고 호텔에 들어 간 거 모르지?”
“응………..통 기억이 안나…..”
“그럴 줄 알았어 너 어제 필름이 끊겼구나……정민인가 뭔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횡설수설 하는데 그래도 우민씨가 네 술주정 잘 받아주더라…..그건 그렇고 어제 우민씨 하고 속
궁합은 맞춰봤지? 조금 전 우민씨한테 전화 왔었는데 아직 그 방에 있다고 하더라…..샤워 하고 우리방으로 온댔어….속풀이 하러 해장국 먹으러 갈꺼야 너도 시간 있으면 나와… ”
“아냐 너나 많이 먹어….그런데 큰일 났어….남편이 어제 안 들어온 거 알았어….어떻게 하면 좋으니?”
“어제 동창들 만나서 술 먹고 찜질 방에서 잤다고 그래…그만한 것도 이해 못하겠니?…..그런데 참 정민이는 누구니? 첨들어 보는 이름인데 너 나 몰래 바람피고 다니는 거 아니니? 둘이 꽤 깊은 사이 같던데….말해봐 누구야?”
“나 그럴 정신이 없어…..나중에 얘기해줄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한다더니….우민씨 그런 소리 듣고도 참는
거 보니 무던한 사람이더라……..”
“내가 뭐라고 그랬니?’
“너 어제 우민씨 보고 정민이 찾아내라고 하던가 데려오라고 하던가 너 같은 건 정민이 발밑에도 못 따라 간다고 그랬던가 하여튼 가관이었어…..”
더 듣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 그만 끊어…..나 피곤해 잠 좀 더 자야돼…..”
“기집애 어제 한잠도 못 잤구나…..재미 많이 봤구나…..그럼 나중에 보자….”
핸드폰을 덮으려다 수신번호를 훑어보았다
집에서 온 것 세 번 남편 전화번호가 네 번 그리고 정민의 전화번호가 네번이 찍혀 있었다
남편이 내 말을 믿어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자 선뜻 남편에게 전화를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난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남편한테 뭐라고 말할까 생각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당신이야?”
“네…저예요….”
“당신 도대체 어제 어떻게 된 거야?”
“미안해요 여보…”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부터 했다
“미안이고 뭐고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봐…”
“어제 친구들하고 저녁 늦게 모였어요…현숙이 신랑도 해외에 나가서 심심하다고 모여서 술좀 마시고 노래방 갔다가 찜질방에 갔었어요…..현숙이도 오랫 만에 만난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애들 혼자 놔두고 여자가 외박을 해?….그 여자들은 가정도 없대?….애들이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죄송해요 여보…..전 일찍 들어 오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자고 가자고 자꾸 말려서 옷도 못
입게 따라 다녀서요 ….”
내 입에선 자연스럽게 거짓말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전화라도 받아야지…….왜 전화는 안받은 거야?”
“깜빡 잊고 집에다 두고 나갔었어요…….”
“그러게 내가 뭐랬어 당신은 다 좋은데 그 침착하지 못 한게 흠이야…당신나이가 얼마야….
당신은 꼭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단 말이야….일주일만 집을 비워도 그러니…”
“앞으로 안 그럴께요…..집에 와봐야 당신도 없고 그래서…그만 …..”
“그래 알았어…..친구들 만나더라도 낮에 잠깐 만나면 되지……전화도 안받고 그래서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 줄 알았잖아…….아뭏튼 아무일 없었다니까…이제야 안심이 되네… ”
“걱정 많이 했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
“죄송해요….여보…”
남편은 나를 전혀 의심하고 있는 눈초리가 아니었다
난 그제서야 마음이 풀어졌다 이래서 죄짓고는 못사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올라 갈려고 했는데 일이 좀 더 남았어….한 이틀 더 있다 갈꺼야….”
“네 식사 거르지 마시고…술 조금씩만 드세요….빨리 오세요 보고 싶어요”
남편과 통화를 끝내고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수가 있었다
나를 믿어준 남편이 고마웠다
지금까지 조마조마 했던 마음이 한꺼번에 가시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집안을 깨끗이 치우고 나자 피곤이 몰려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정민이 생각을 하며 망설이다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저 정민 이예요….”
정민이라는 말에 어제의 일이 머리에 떠오르자 다시 그가 미워졌다
모든 일의 발단은 그로부터 생겨난 것이었다
“웬일이야 이 시간에….”
난 될수 있는대로 쌀쌀하게 물었다
“누나야 말로 어쩐 일이예요?”
“뭐가?”
“어제 그렇게 전화 끊으시고 나서 한참 생각했어요….혹시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요?”
내입에서 수진이 이름이 턱까지 치솟아 나왔으나 어린 남자에게 질투심을 보이는 것 같아 냉정해지려고 애써 참았다
“아냐…니가 잘못한 없어…”
“그럼 왜 그러세요…누나..”
“내가 뭘?”
우리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제가 뭘 잘못 했는지 알아야 말을 하죠..누나..저 미치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요?”
난 그가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어제 저랑 통화할 때 어디 계셨었어요?”
“남이야 어디 있건 말건…..”
“몇 번 전화를 했는데 받지도 않으시고 제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아네요?”
“나 지금 피곤 하니까….전화 끊어..그리고 나한테 전화 하지마…..”
“누나 도대체 이유가 뭐예요?….그리고 제가 이제는 남이에요?..누나 그런 여자 였어요?…”
그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이는 소리였다
나는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전화를 끊으려다 말았다
“저 사랑한다는 말 전부 위선 이었나요?…네….그런 여자 였군요…..알았어요….그런 누나를 사랑한 내가 바보였어요…..그렇지만 너무 억울해요…….한번만 만나줘요….”
“왜 내 몸에 탐나니?”
“아니예요….누나의 진심을 알고 싶어서 그래요….아무래도 믿어 지지가 않아요…누나랑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요….”
“만날 필요 없어…..그만큼 나를 가지고 놀았으면 됐어……..다신 나 찾지마…..더 이상 어린 너한테 까지 비참해 지기 싫어”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이해 시키고 싶지도 않아…..더 이상 긴말 하고 싶지 않아…..”
난 전화기의 폴더를 닫아 버렸다
조금 전 남편과의 대화에서 잔뜩 위축이 되었던 탓인지 모든 것이 귀찮기만 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아련한 아픔이 솟아 나왔다
이상하게도 정민과 통화를 하면서 마음과는 달리 쌀쌀하게 대하는 나 자신이 미워졌다
그렇다고 정민에게 수진과 나 둘 사이에 택일하라고 말할 처지도 못되었다
나보다 더 젊고 예쁜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정민이 결코 유부녀에다 애가 딸린 30 대 중년의 나를 더 좋아할 리가 없다고 여겼다
단지 여자의 육체만을 갈망하는 한 젊은이에 불과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유부녀 아닌가 내가 정민에게 쌀쌀 맞게 대하는 것은 그를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 시킬려고 애를 썼다 유부녀인 나보다는 그녀가 정민에게 더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정민의 행복을 위해서 아픔을 조금만 참자 금방 잊혀 질꺼야 ……
지금까지도 남편과 그럭저럭 잘 지내 왔지 않은가?
우민과 정민을 하루 빨리 잊는게 남편에게 사죄하는 거야
그러나 잊으려 해도 정민의 그 맑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던 모습이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그날 난 하루종일 집에서 잠만 잤다
꿈속에 아빠가 보였다
잠이 깨어 보니 보람이가 경태와 둘이 같이 와서 놀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에 끝없는 동심의 세계가 보였다
내가 과일을 깍아 가지고 들어가자
“엄마….”
“응?”
“나 경태랑 결혼 해도 되지?”
난 웃음이 나왔다 저 어린 것이 뭘 알아서 그런 말을 할까?
그러나 딸아이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경태야 너도 보람이하고 결혼 하고 싶니?”
“네 보람이 엄마 보람이 저 주실꺼죠?”
당당하고 솔직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경태야 너 보람이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그래 이담에 커서 니들만 좋다면 결혼 해도 좋아…..”
그러자 보람이는 내가 보는 앞에서 경태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야….신난다……경태야 약속……”
하며 손가락을 내밀자 경태도 빙긋이 웃으며 손가락을 걸었다
난 저녁때가 다되도록 경태와 보람이와 함께 놀아주었다
이이들과 놀면서 난 며칠간에 일어난 일들을 잊을 수가 있었다
저녁때 민태가 돌아오자
“오빠 엄마가 나하고 경태하고 결혼 하는 거 허락했어….”
“쬐그만 것들이….”
하며 민태는 보람이의 말을 무시했다
“치 오빤 여자 친구도 없으면서….”
“야 없긴 왜 없냐……안 데려와서 그렇지 뭐….”
저녁을 먹고 경태가 돌아가자
셋이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보람이는 내 무릎에 기대며 티비를 보고 있었다
티비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였다
젊은 남녀 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다
“엄마….”
“응?”
“나도 경태랑 저렇게 입맞췄어….’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서?”
“응 경태네 집에서도 뽀뽀했구…아까 엄마 잠들었을때두 우리집에서 뽀뽀 했어…”
“누가 먼저 하자고 했니?”
“경태가 싫다는 거 내가 먼저 하자구 했어….”
“그래 어땠니?”
나는 속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별걸 다물어본다는 생각을 했다
“경태가 그러는데…나하구 뽀뽀 하니까 기분이 좋대…’
“너두 좋았니?”
“몰라 그냥 …그랬어…’
“그런데 왜 했니?”
“그냥 하구 싶었어…”
“야 보람아 너 경태하고 뽀뽀두 했는데 어떻게 시집갈래?”
조용히 듣고만 있던 민태가 보람이에게 말을 했다
“경태한테 시집가면 되지 뭐…”
“그래 경태한데 꼭 시집 가거라”
난 웃으며 보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민태가
“엄마….”
“응?”
“나 오늘 엄마랑 자구 싶은데…”
“그래..엄마랑 자자….”
“피 오빠는 엄마는 여잔데 엄마랑 자?”
“보람이두 같이 자자”
“싫어 오빠랑은 같이 안자…이번 토요일 날 경태랑 우리집에서 같이 자기로 했어…”
보람이의 당돌한 말에 난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은 너무 빠르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보람아…”
“응?”
“너 만약에 경태가 딴 여자아이 하고 친해지면 어떻게 할꺼니?”
“경태 걔는 안그래….”
“만약에 그런다면?”
“으응……………………”
한참을 생각하던 보람이가
“만약에 그런다면 그여자 아이 신나게 패줄거야….그리고 경태랑은 다시 안만날꺼야”
나는 그만 실소를 금치 못했다
민태가 잠옷을 입고 안방으로 왔다
“엄마….”
“응?”
“나 엄마한테 불어 볼 거 있어…”
“응 뭐든지 물어봐….”
난 민태를 가만히 껴안았다
제법 묵직한 것이 나보다 무게가 더 나갈거 같았다
“엄마 여자는 뭘 좋아해?”
“그건 왜?”
“궁금해서”
“너 좋아 하는 여자애 있니?”
“아니 그냥 물어본 거야’
난 직감적으로 민태가 어느 여자 아이한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민태와 보람이의 성격은 정반대였다
보람이는 적극적인 반면 민태는 소극적이 었지만 침착 한 것이 아빠를 많이 닮았다
“네 나이때는 공부 잘하고 또 착한 일 많이 하면 여자 애 들은 자연히 너를 좋아 할꺼야”
“아니 엄마 그런거 말고…”
“내 생일날 초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돼?”
그러고 보니 민태의 생일이 며칠 남자 않았다
“응 이쁘게 카드 만들어서 그 애한테 살짝 줘….”
난 민태가 관심이 있는 여자 아이를 보고 싶었다
“오지 않으면 괜히 쪽만 팔리잖아….”
헉…..쪽 팔린다니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남자는 그런 일 가지고 부끄러워 하면 안돼….엄마도 아빠가 처음엔 맘에 안들었는데 아빠가 어찌나 끈질기게 쫒아 다니는지 할 수 없이 결혼 한거야….”
“아빠가 그랬어? 아빠한테 물어봐야지….”
“엄만 아빠 말고 남자친구 없었어?”
“아빠보다 멋지고 잘생긴 남자들이 엄마를 졸졸 따라다녔지….”
“그런데 왜 아빠랑 결혼 했어?”
“응 아빠가 얼마나 착하니? 공부도 잘하고…그래서 결혼 한거야….”
“민태야…”
“응?”
“너..그 애 꼭 데려오고 싶니?”
“응…”
“그래 내일 엄마랑 카드 만들자 예쁘게 만들면 그 애가 꼭 올꺼야….”
난 민태의 궁둥이를 두드려주었다
민태는 내 가슴에 꼭 안겼다
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엄마 전화 왔어…”
난 직감적으로 정민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엄마 소변 보고 전화 좀 받고 올게…”
나는 물을 크게 틀어놓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나 저에요….이렇게 늦은밤 전화 걸어서 미안해요….”
“술 많이 마셨구나….”
“네 견딜 수 없어서 술 좀 많이 마셨어요….”
그의 혀는 꼬부라져 있었다
난 순간 마음이 쓰라렸다
“나 지금 전화 받을 형편 못돼….내일 통화하자….”
“알았어요 누나…미안해요….안녕히 주무세요…”
힘없이 말하며 그가 먼저 휴대폰을 접었다
난 한동안 좌변기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 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술취해 방황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렇지만 난 독하게 먹은 마음 먹기로 결심했다
화장실을 나와 보니 민태는 눈을 말똥 말똥 하게 뜨고 나를 기다렸다
언제 왔는지 보람이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보람이도 왔구나….”
“엄마랑 같이 잘래…심심해….”
난 양 옆에 아이들을 누이고 가운데 누웠다
보람이와 민태의 손이 가슴 하나씩 쥐고 어루 만졌다
난 양팔로 아이들을 꼭 끌어 안았다
눈을 감고 누워있자 정민의 술취한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그렇게 괴로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는데 그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이자 마음이 흔들렸디 수진이는 누구란 말인가 틀림 없이 정민의 애인 같은데 그리고 이미 둘 사이는 깊은 관계 같아 보였는데 정민이 나 때문에 술을 먹었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과 같이 늦잠을 잔 나는 바쁘게 움직였다
겨우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수가 있었다
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침을 먹었는지 확인 한 다음 집안을 치우고 오랜만에 사우나를 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뜨거운 탕 안에 기분 좋게 누워서 지난 일주일동안 일을 생각했다
정민과의 채팅….묘한 기분을 느꼈던 날 …그가 보낸 이메일….
여기까지 생각하자 정민이 틀림없이 나에게 이 메일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정민에게 전화통화 또 채팅 정민이 나에게 전화…..그리고 둘만의 대화
그 다음 현숙의 호출 우민 첫 대면…. 정민과의 첫 만남 그리고 지하철에서의 두근거림 뜨겁고 달콤한 정민과의 첫키스…그리고…섹스 또 섹스….다음날 아침 또 섹스 정민의 성기 애무….그리고 대학교정에서의 데이트..그리고 정민의 집 친구들에게 들킨일…..
다음날 정민의 방청소…수진이의 사진 발견…….끓어 오르는 질투심….그 다음 부터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행동이었다….술 마시고 정신을 일던일…..우민과 의 호텔 정사…..그리고 그의 심한 조롱…따귀를 올려부치던 일….남편에게 미안함…..정민을 냉정하게 대하던 일….그리고 남편의 이해…다시 찾은 온화한 가정의..평화…….정민의 처절한 전화…통화…..
며칠 사이에 겪은 일은 결혼 생활 10년 보다도 우여곡절이 많은 날이었다
마음의 상처만 남은 일주일이었다
10년 세월이 흐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민도 우민도 먼 옛날의 사람들 같았다
무려 3 시간여를 탕 안에서 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난 그 동안 길러왔던 머리를 어깨 길이 까지만 잘랐다
거울을 보니 젊은 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날아갈 것 같은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집에 와서 휴대폰 수신자를 보니 정민의 번호가 세 번이나 찍혀 있었다
그리고 남편의 번호와 모르는 번호가 두 번이나 찍혀 있었다
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 안받고 뭐했어?”
“동네 사우나에 있었어요….”
“아..그랬구나….”
“여보….”
“응?”
“저 오늘 머리 잘랐어요….당신한테 물어 보지도 않고 잘라서 미안해요….”
“많이 잘랐어?”
“아니요..이제 여름도 다가오고 그래서 더울 것 같아서 잘랐어요…어깨 길이까지요….”
“응 잘했어…집에는 별일 없지?”
“네 별일 없어요 하시는 일이나 신경 써서 잘 하세요….”
남편은 짧은 머리를 유난히 싫어 했다
여자는 여자 다워야 한다고 머리를 기르는 것을 좋아했었다
결혼 2년쯤 됐을 때 아주 짧게 깎은 적이 있었는데 며칠간 남편이 내곁 에도 오지 않을 정도 였었다
그 후 난 남편과 상의해서 머리를 자르곤 했었는데 요즘은 내 머리에 대해서 거의 무관심
하게 지냈다
어디 나갈일도 없기에 난 오이를 썰어 오이 맛사지를 하고 누워 있었다
그때 다시 전화가왔다
모르는 전화 번호였다
“여보세요….”
“아 이제야 전화 받는군….”
난 깜짝 놀라 그대로 폴더를 덮었다
우민이 였다
아떻게 번호를 알고 전화를 했을까 생각하는데 다시 벨이 울렸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렇게 계속 전화가 올 것 같아 받았다
“여보세요….”
“거참 기분 나쁘게 왜 전화를 끊고 그래….”
“난 댁한테 할말 없어요….”
“내가 할말이 있단 말야….”
“그럼 빨리 말하세요…그리고 다시 전화 걸지 말아요….”
“그렇게 화낼 거 없잔아…사실 그때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다고 사과 할려고 전화 한거야”
“그런 사과 필요 없어요….전화만 안하면 돼요….안녕히 계셔요…”
하고는 전화를 다시 끊었다
잔화가 끊어지자 마자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그런 사과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어..누나 저에요…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차..정민이구나…..
“아냐 어떤 사람이 자꾸 귀찮게 전화해서 그런거야…미안해…..”
“누군데요”
“넌 알 필요 없어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야….”
“네…..”
“그런데 지금 어디니?”
“저 대전 이예요….”
“대전엔 왜?”
“그냥 왔어요 공부도 안되고 그래서…..”
“근데 왜 전화 한거야?”
“누나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아까 두 번이나 전화 했는데 안받아서….이번에도 안받으면 안 할려구 했어요…..”
“너 아침부터 술 마셨구나….”
“맨 정신에 도저히 버틸 수 없었어요…..”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니?”
“누나가 그건 더 잘 알잖아요….”
“정민아….”
“네….”
“난 유부녀야….자식도 둘이나 있고 남편도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어….가만이 생각해보니까…더 이상 너와 그런 관계 가졌다가는 너나 나나 다 불행해 질 꺼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이쯤 서로를 위해 안 만나는게 좋다는 결론을 내린거야…..”
“그 말 진심이세요?”
“응 진심이야….”
그가 소주잔을 마시는 것 같은 홀짝 거림이 들려왔다
난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수진의 웃는 얼굴이 떠오를 정도로 나의 뇌리엔 강하게 그녀의 얼굴이 각인돼 있었다
“우리 그냥 서로 한때를 즐겼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자..”
“누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그게 서로를 위해 좋잖아…..”
“누나….저….너무 괴로워요…..나중에 서울가면 다시 전화 할께요……”
하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너무나 가슴이 짖어 질 것 같았다
나는 또 한 차례 머리가 어지러워 졌다
잠시 후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뭔 통화가 그리 길어….정민인가?”
“여보세요…전화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선화씨….’
“흥…언젠 너니 년이니 해놓고 이제 선화씨에요? 필요 없어요….댁 같은 사람 다신 생각 하고 싶지도 않아요….전화 끊어요”
“잠깐 그래 끊을려면 끊어봐 당신 남편 전화번호 찾아내는거 일도 아니야…..”
그 소리를 듣자 미칠 것 같았다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란 거예요?”
“지난일 내가 자존심 굽혀 가면서 사과 할려고 하는데 그것도 못 받아 주겠다는 거야?”
“그게 사과 하는 태도예요?”
“아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앞으로 나한테 반말 하지 말아요…..”
“허 참 이거 왜 이래….미치겠네 그 사진 확 뿌려 버릴까 보다’
“사진?”
“그래 너 알몸으로 자고 있을 때 내가 사진 다 찍어놨어….니가슴… 니보지….그리고 내좆이 니 보지에 박혀있는 사진…..나 지금 그 사진 보면서 전화 하는 거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이거 어떻게 해야하나….
죽어 버리고 싶었다……신문지상에서만 보아왔던 악질 공갈 협박단 한테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난 얼굴에 붙이고 있던 오이를 모두 떼어 내었다
그러나 벤츠 승용차를 가지고 있고 명동에 나이트 클럽인지 뭔지 두개나 가지고 있다는 그가 한낱 여자 때문에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돈 씀씀이로 봐서 결코 그런 행동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의 성격으로 봐서 그의 말이 모두 진실 일 것 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그런 상황에서 사진을 찍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워 지고 있었다
“왜 사진 뿌린다니까…이제야 겁이나?”
“대체 나한테 원하는게 뭐예요 우린 돈도 없어요…..”
“누가 돈 달라고 그랬어?
“그럼 뭐예요?”
난 거의 애원 하고 있었다
“그저 내가 만나 달라고 할 때 만나 주면 돼….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런 거 아냐?”
“그럴 순 없어요 저 그날 외박한 거 남편이 알아요……….”
“흥 서방 몰래 바람 피는 년이 그런 거 핑계거리 하나 안 만들어 놓았겠어?”
난 거의 절망에 빠졌다
“그러게 내 말 잘 들어 나도 이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그런데 몸은 나를 안고 입은 엉뚱한 놈을 불러대서 사랑이니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기분 좋을 놈이 어디 있겠어? 안그래?..”
“미안해요….그날 너무 술이 많이 취했나봐요…..”
“그런데 정민 인가 정인인가 하는 놈은 누구야?’
“네 옛날 애인 이었어요….”
“지금은 안 만나?”
“네 안 만나요…..”
내 말투는 어느새 고분 고분 해지면서 그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하고 있었다
“음…..그럼 다행이군 그렇게 그놈이 좋아?”
“네….잊을 수가 없었어요…..”
“남편하고 잘 때도 그놈 이름 불러본 적 있어?”
“그날은 술이 너무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었어요….”
“음 그렇겠군….”
“어때 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줄 거지?”
“그거 말고 다른 건 안되나요?”
“다른 거 뭐…여동생이라도 넘겨주겠다는 거야?”
“그거 말고요 남편 몰래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어요….”
“얼마나 있는데”
난 삼천 만원 정도를 10년간 남편 몰래 적금을 들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이천만원을 부를까 오백 만원만 부를까 하다가
“천만원 이요…”
“하하하……… 이봐 선화씨….”
“네….”
“내 하루 술값이 기백 만원이야……어찌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나……이 귀여운 아가씨야…그래서 내가 널 좋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야…..”
난 갑자기 이런 남자를 소개해준 현숙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난 일단 돈보다는 날 원해서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의 비위를 살살 맞춰주면 이 난관을 헤쳐 나올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화씨…”
“네…”
“잘 생각해…”
“네…”
“그런데 말이야…”
“네…”
“그날 내 따귀를 때렸지?”
“죄송해요….저도 모르게 그만…..그런 심한 말을 하니까 그러잖아요….”
“아냐 미안해 할거 없어….난 원래 따귀 맞으면 더 흥분을 하거든 선화가 기가 막히게 내 성감대를 찾아낸 거야…..한대 더 때려 줬으면 아마 난 오르가즘을 느꼈을 거야 ”
난 그가 맞은 것이 억울해서 빈정 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저도 우민씨 그렇게 싫어 하지 않았어요…..우민씨가 싫었으면 제가 만나자고 했을 리 없잖아요…”
난 필사적으로 그의 마음을 돌리려 애를 썼다
“허긴 그래..그날은 네가 나를 불러 낸 거지….흐흐 귀여운 거…..그래서 내가 총알 같이 달려 나갔지….”
“그런데 너무 심한 말을 하고 그래서 …전 태어나서 그런 말 처음 들어 봤어요….”
“어…그래 그래…그건 좀 내가 너무 심했어…하지만 말이야 선화는 모르고 있지만 남자들 사이에는 흔히 하는 말들이야 아마….형님처럼 젊잖은 분도 허물없는 친구들 하고 만나면 그런 말을 할꺼야..”
“형님 이라면….”
“허 그거 참 일일이 말해줘야 알아듣나? 네 남편 말이야…..”
남편 보고 형님 이라니 난 남편 을 들먹거리는 게 싫었지만 꾸욱 참고 있었다
“남편하고 나하고 구멍동서 지간 아냐….나이로 보나 너 따 먹은거로 보나 한참 선배님 이신데 당연히 형님이라고 불러야지….”
기가 막혔다 눈앞이 캄캄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빨리 그가 전화를 끊기 만을 바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꾸 대꾸 하다간 무슨 말이 또 나올지 몰랐다
“좌우지간 이몸 오늘은 바쁘니까….한마디는 듣고 가야겠어…..”
“네…”
“너 그날 아침 기분 좋았지?”
“네 좋았어요….”
그건 사실이었다 그의 몸에 매달려 오르가즘을 느꼈었다
“난 네 신음 소리가 너무 죽여줬어…….지금 내 좆이 니보지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신음 소리 한번 내줄 수 있어?…. 그 소리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단 말야…전화로 네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지금도 빨딱빨딱 서….”
기가 막혔다
“저 우민씨….”
“말해…’
“저 지금 그럴 기분 아닌거 알잖아요….미안해요…..”
“그래 알았어 지금 선화씨 기분 알만해….”
그는 너라고 했다가 기분이 좋으면 선화씨 라고도 했다가 선화라고 했다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하지….내가 전화하면 꼭꼭 받아야 돼….만약에 형님이 곁에 있으면 여기 신당동 아니예요..하고 끊어 알았지?”
“네 알았어요….’
“그럼 또 봐…”
“네….”
그가 전화를 끊자 온몸에 땀 식은 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난 그만 그 자리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가 보고 싶었다
아빠라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흑흑흑흑……”
머리가 깨어질 것 같은 심한 고통과 갈증에 잠이 깨었다
눈을 뜨려 해도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머리가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내 몸까지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내 몸의 중심이 침대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에 손을 움직였을 때 남자의 알몸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내 몸을 만져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어제 밤 현숙을 만나 넷이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술을 마신 기억이 났다
그리곤 나의 생각이 거기서 멈춰버렸다
옆에 누가 자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난 눈을 떴다 불을 끄지 않았는지 눈이 부셨다
천정에 침대를 온통 비치는 커다란 거울에 내가 누어 있고 그 옆에 우민이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난 절망감에 빠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민도 술이 취해 그대로 잠들었을 지도 모른다는 실날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었다
맞아 우민도 술이 취해서 그냥 잤을 거야
그러나 알몸으로 둘이 누워있는 것이 마음이 걸렸다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다 고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대로 누워 있을 수 없어 몸을 일으켰을 때 그의 팔이 가슴을 덮쳤다
내가 그의 팔을 잡아 치우려 하자 잠결에 더욱 나를 끌어 안았다
간신히 그의 팔을 떼어 놓았을 때 그가 눈을 떴다
“어….이제야 정신이 좀 들어?……”
“지금 몇 시나 됐죠?”
난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글쎄….5시쯤 안되었을까?”
빨리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켰을 때 갑자기 그가 덮쳐왔다
“왜 이래요…..”
내가 몸부림치자 그가 내 팔을 누르고 내 몸을 덮쳐왔다
나는 그의 팔을 벗어 나려고 몸부림쳤다
“이거 좀놔요…. 집에 가야 돼요….”
그의 손에 잡힌 팔을 뿌리치며 저항을 했다
아이들이 깨기 전에 집에 가야 된다는 강박 관념이 나를 압박했다
그의 다리가 강제로 내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가 무릎으로 나의 허벅지를 짓누르자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러지 말아요….아파요….집에 가야 돼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으나 이런 꼴을 남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그의 몸이 위에서 나를 찍어 누르고 강제로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천정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몸싸움이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강간 장면을 연상했다
“우민씨 이러지 말아요….이건 강간이에요…..”
“강간?….어제는 좋다고 엉덩이를 흔들어 대면서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강간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무너 지면서 온몸의 힘이 쭈욱 빠졌다
내 몸에서 힘이 빠지자 우민은 쉽게 내 몸 위로 올라와 중심을 잡았다
“그래 진작에 그럴 것이지….그러나 저러나 선화….정말 쎅 잘 쓰던데…..”
그의 말투는 어느새 반말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정민이는 누구야? 혹시 남편 이름이 정민이야? ”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 정민이 였던 것이다
그제서야 어제밤일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우민을 정민으로 착각하고 그의 몸에 매달렸던 희미한 기억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정민아 정민아 하면서 이름을 부르는 거 보니까 남편이름은 아닌 것 같고 애인인가?”
“날 끌어안고 몸부림치면서 다른 남자 이름 불러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던데….하기야 요즘 애인 한둘 없는 여자 없지…..”
우민은 이미 나를 욕정에 가득차 이남자 저남자 품에 안기는 그런 여자로 대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떠오르고 남편이 떠오르고 정민의 얼굴이 떠올랐다 죽고 싶었다
집에서 자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빨리 가야 할텐데 우민이 곱게 보내줄 것 같지 않았다
난 그의 몸에 깔려 사정을 했다
“우민씨…아이들 학교 보내줘야 돼요….제발…...보내주세요”
“누가 안 보내준대?…..나도 들어가야돼…..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같이 즐기자는 거지 …..한번 하나 두 번 하나 마찬가지 아냐?…. 이미 너와 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어…..넌 내 여자야…”
그의 발기한 성기가 내 허벅지 안쪽살을 쓸면서 나의 골을 따라 길게 자리잡고 있었다
난 눈을 감았다 어차피 일이 끝나기 전에는 우민이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 한번하나 두 번 하나 마찬가지야 여기서 그냥 나간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
아…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정민이 때문이야….그래…..정민이…때문이야…..나쁜놈…..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아냐….모두….내가 잘못했어…그냥 집에 있어야 하는데…
나의 머리엔 수많은 생각들이 주마등 처럼 흘러갔다
그의 입술이 내 젖가슴을 빠는 것을 보면서 난 움츠렸던 다리에서 힘을 뺐다
그의 하체가 완전히 결합 자세로 자리를 잡자 그의 성기가 말라있는 나의 음순을 갈랐다
우민의 성기가 메마른 나의 질을 뚫고 들어올 때 난 심한 통증을 느꼈다
“아…..아파요…..살살해요….”
그러나 우민의 성기는 사정없이 나의 메마른 동굴을 파고 들었다
내가 아파하자 우민이 흡족한 듯 숨을 헐떡이며
“조금만 참아 좋아질 꺼야…..그러나 저러나 너 몸매 하나 죽인다….처음 봤을 때 난 알아봤어…..알맞게 부풀은 가슴하고 잘록한 허리하며…쫄깃 쫄깃한 보지…어제 정말 죽이더군….”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직설적인 말에 난 몸이 더욱 얼어 붙는 것 같았다
“웬 말이 그렇게 많아요 빨리 끝내요…”
“하…..고거 참 …난 순종적인 여자보다 너처럼 앙칼진 여자를 더 좋아하지….”
이젠 아예 너라고 호칭이 바뀌어 버렸다
난 그에게 있어 이미 만만한 여자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난 내자신이 미워졌다 겉 모습만 보고 그와 만났던 것이 몹시 후회가 되었으나 이제 엎질러진 물이었다 난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의 성난 성기가 아직 젖어 있지 않은 나의 질을 파고들 때 약간의 고통을 느꼈으나 이내 나의 몸 속 가득 채웠다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난 눈을 감았다
정민의 얼굴과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눌러왔을 때 난 입을 다물고 도리질을 하며 빨리 끝내 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내가 그의 입술을 피하자 그는 양팔을 팔꿈치로 누르고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잡고 기어이 입술을 덮쳤다
그의 혀가 내 입술 사이로 들어와 치아를 건드렸다 그의 입에서는 어제 먹은 술 냄새가 풀풀 풍겼다 숨이막힐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렸을 때 그의 혀가 쑤욱 들어와 내 입 속을 온통 휘젓고 다녔다
난 저항을 포기하고 양팔을 늘어뜨린 채 그가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그의 몸에 깔린 채 내 몸은 시체처럼 누워 그가 어서 끝내주기 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쉽게 끝내지 않고 더욱 격렬하게 내 몸을 유린했다
난 마음을 모질게 먹으려고 이를 깨물었다
내 귀엔 그의 거칠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그의 성기가 자리잡은 곳에서 묘한 쾌감이 솟아 올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성기가 들락 거리면서 내 동굴이 젖어 오기 시작했다
그의 혀가 집요하게 내 귀 밥을 핥으며 뜨거운 숨을 몰아 쉬며 나를 자극했다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몸이 뜨거워 지는 것을 막으려고 눈을 떠 천정을 바라보았다
천정에 달린 큰 거울 속에 그의 엉덩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내 다리는 활짝 열린 채 벌려져 그의 다리와 수평을 이루고 쭈욱 뻗어 있었고 그의 넙적한 등에 가려 내 몸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어디서 본듯한 일본의 춘화도 처럼 보였다
내 벌어진 다리사이에 있는 그의 엉덩이가 내 시각을 자극했다
그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내 몸이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민은 노련하게 나의 질 구석구석을 건드리며 펌프질을 해대었다
그의 손은 이제 자유자재로 나의 가슴을 애무하기도 하고 어깨부터 허리 그리고 둔부에 이르는 곡선을 왕래하며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마음을 열어놓지 않으려고 죽은듯이 끝나기 만을 기다렸지만 하체에서 퍼지는 야릇한 쾌감에 하마터면 그를 안아버릴 뻔했다
아아..
나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애써 참으며 어서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우민은 끝없이 둔탁하고 뜨거운 성기로 나의 동굴을 헤집고 다녔다
이미 그곳은 내가 흘린 애액으로 질퍽해져 있었다
아아..안돼 이건아냐….이렇게 속으로 외치고 있었지만 나의 하체는 내 마음과는 반대로 그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었다
그의 성기가 빠져 나갔다 깊이 박히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우민은 의미있는 눈초리로 내려다보며 나에게 말했다
“역시…넌….요부야….벌써 보지가 흠뻑 젖었는걸…….난 물 많은 여자가 좋아..”
그의 성기는 오랜 시간 내 질 속을 들락 거리며 나를 달구었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뜨거워지는 몸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아아..이러면 안되는데…안돼….아아….
그의 움직임이 거칠어 지면서 내 숨결도 거칠어 지기 시작했다
격렬한 그의 몸놀림에 나도 모르게 그를 목을 껴안으며 기어이 참았던 신음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아아………….아….”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입술을 부드럽게 핥았다
그는 나의 겨드랑이를 끌어 안고 온몸을 밀착 시킨 채 내 입술을 빨았다
“음…으응…..음….”
“철썩 철썩…..”
그는 계속 흘러나오는 내 신음 소리에 만족 했는지 더욱 내 몸을 파고 들었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이 전신에 퍼져 나갔다
“아아…아….”
난 우민의 끝없는 공격에 산산이 부셔져 갔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내 육신은 파도처럼 출렁 거리며 희열에 떨며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입속으로 들어온 그의 혀를 부드럽게 빨았다
어느덧 나의 쾌감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오르가즘을 맞이했다
“아아…으응…..응….”
끊임 없는 신음 소리와 함께 열락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었다
그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크게 부풀더니 울컥울컥 정액을 토해 내었다
“아아….”
난 몸을 활처럼 휘며 그에게 달라 붙었다
양 다리로 그의 다리를 감으며 고스란히 그의 정액을 몸 속으로 받아 들였다
“아아….아앙….”
정민에서 느꼈던 쾌감과는 또 다른 쾌감이 우민에게서 느꼈졌다
줄기차게 떠오르던 아이들과 남편의 얼굴 정민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사정을 하면서도 계속 피스톤 운동을 했다
난 그의 등을 끌어 안으며 그의 성기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이미 나의 수치심과 자존심 따위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쾌감 속에 묻혀 버렸다
우민은 성기가 줄어들 때 까지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그의 얼굴을 포개지며 나의 입술을 찾았다
난 그의 겨드랑이를 끌어안고 가늘게 떨며 입술을 열어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두툼한 그의 설육과 내 혀가 엉키면서 그의 타액이 입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사정을 마친 그의 성기가 내 몸 속에서 빠져 나갔지만 그는 전신으로 맛사지를 하듯 내 몸을 비벼왔다
그러기를 몇분……그의 몸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온몸에서 한 순간에 힘이 빠져 나갔다
“선화 …좋았어?”
그가 내 가슴에 팔을 얹으며 묻자 그의 팔을 치우려 했으나 그의 다리가 내 다리위로 올라
오면서 다시 나를 안아왔다
“나 너무 좋았어….너 같은 계집 처음이야…하루종일 널 안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특히 신음소리 죽여주더군……”
“이거놔요 ….”
그의 팔을 제치고 다리를 밀어놓고 상체를 일으켰다
눈을 들어 방안을 살피자 여기저기 널려져 있는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난 침대 머리맡에 있는 화장지를 뜯어 나의 삼각지를 닦아내고 그에게도 한 움큼 뜯어서 주고는 수건을 들고 욕실로 갔다
우민과의 찌거기를 말끔히 씻어내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화장대 앞에 앉아 얼굴을 보았다
거울 속의 나의 눈을 똑 바로 볼 가 없었다
거울에 비친 그와 눈이 마주치자 흡족한 표정을 하곤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빙긋이 웃어주는 그의 얼굴을 보자 그에 대한 미움도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그를 미워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머리속이 텅 빈 것처럼 몽롱하기만 했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었다 결국은 내가 그에게 꼬리를 치고 접근한 것 아닌가
우민에게 있어 난 욕정에 사로잡힌 바람난 유부녀 일뿐이었고 남편 몰래 외간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그런 여자로 비쳐 졌을 것이다
“참 그 정민인가 하는 친구 한번 만나게 해줘….”
“만나서 뭐하게요….” 하고 톡 쏘아주었다
‘어떻게 생긴 친구 이길래….선화가 그토록 애타게 찾는지 이거야 원 질투가 나서…..하기야….그 친구 나하고는 구멍 동서 아닌가….그러고 보니 선화 남편하고 나하고 정민이 인가 하는 친구 셋이서 구멍 동서구만….하하하….언제 술자리 한번 만들어서 동서 끼리 단합대회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참 단합대회가 아니라 일종의 팬 클럽이겠지….팬 클럽 회장은 물론 형님이 하셔야 겠지?”
내 뒷통수에 대고 쏟아 붙는 그의 말에 나의 마음은 다시 싸늘하게 식었다
창녀나 길거리 여자들에게도 못할말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나를 우습게 봤으면 그런 말을 주저 없이 할까 그러나 내가 그런 욕을 얻어 먹는 것은 참을만 했다
남편까지도 싸잡아서 욕을 해대는데는 견딜수가 없었다
“말이라면 다하는 줄 알아요?..여기서 왜 죄없는 남편은 들먹여요….”
“햐….고거 그래도 남편이라고 역성까지는 하네 그려….이런 년을 믿고 허리가 부서지도록 일을 하는 니 남편이 불쌍하다….이놈 저놈 아무나 막대주는 년을 믿고 있으니…. ”
“말 다했어요?”
“그럼 내가 못 할말 한 거야?…사실이 그렇잖아….조금 전 까지만 해도…가랭이 벌리고 쎅 쓰고 낑낑 거리며 지랄 할 땐 언제고…….이제 와서 요조 숙녀인척 해…….”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공주 받들 듯 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달라 질 수 있단 말인가…..할말을 잃었다
칼이라도 있으면 나의 질을 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말이 없지?….찔리긴 찔리는 모양이지?”
옷을 다 입은 난 하이힐을 신고 다가가서 그를 노려보았다
“고거 참 그렇게 노려 보니까 더 매력적이네…..이거 참 미치겠네….”
“말조심 하세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고 다 말이 아니에요…”
하고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쳤다
“어?”
예기치 못한 기습에 놀라 어물쩡 거리고 있을 때 난 도어문을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방을 빠져 나왔다
더 있다간 무슨 소리를 들을 줄 몰랐다
새벽의 호텔 프런트는 을씨년 스러웠다
카운터의 제복입은 남자는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긴 홀을 따라 걷는 내 하이힐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회전도어의 문을 열고 나올 때 까지 꽤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마침 호텔 정문에 개인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밖에 있던 도어맨이 습관대로 택시 뒷문을 열어주었다
집으로 올 때까지 스쳐가는 새벽의 도시풍경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나왔다 난 손수건을 꺼내 운전기사 몰래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한번 쏟아지는 눈물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백밀러로 운전기사가 나를 쳐다보며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세상살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하며 위로를 했다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를 보고 있자니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의 인자한 모습이 떠오르자 그만 난 서럽게 흐느끼고 말았다
아빠 이게 당신이 생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딸의 모습입니다….
선화야….다 이해한다….죽으면 다 그만 인 것을…넌 지금까지 착하게 살아왔으니까
다 잘될거야…..선화야……..하고 아빠가 금방이라도 나를 안아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빠…….”
나도 모르게 아빠를 불러보았다
집에 오니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었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온몸의 맥이 빠져버렸다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쓰렸다
냉장고 문을 열고 찬물을 들이키고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낯선 집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아늑해 야할 내 집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을 먹일 때
“엄마 언제 들어왔어?”
“응…엄마 친구네 집에서 좀 늦었어….잘 잤니?”
“아빠한테 전화가 몇 번 왔었어…..엄마 전화 안받는다고…..”
민태가 말하자 순간 가슴이 철렁 거렸다
“어디 갔었어 엄마?”
“응 현숙이 이모네서 엄마가 깜빡 잠이 들었나봐…..”
“아빠가 엄마 들어오면 전화 해달랬어….”
“몇시에 전화 왔었니?”
“몰라 자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받았더니 아빠가 엄마 들어 왔냐고 하길래 아직 안 들어 왔다고 그랬어…..엄마 핸드폰 고장났어?”
“아니 집에다 두고 갔었어…..빨리 밥 먹고 학교에 가라 늦겠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현숙이 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화니?”
“응 너 어디니?”
“국현씨하고 아직 같이 있어…넌 어디니?”
“집이야….”
“부지런하구나….그런데 어제 웬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니?”
“몰라…나 실수 많이 했지?”
“호호호 말도 말아 너 때문에 쑈 한거 생각하면 웃음도 안 나와….술 취하니까 보기 좋더라…..너 우민씨가 업고 호텔에 들어 간 거 모르지?”
“응………..통 기억이 안나…..”
“그럴 줄 알았어 너 어제 필름이 끊겼구나……정민인가 뭔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횡설수설 하는데 그래도 우민씨가 네 술주정 잘 받아주더라…..그건 그렇고 어제 우민씨 하고 속
궁합은 맞춰봤지? 조금 전 우민씨한테 전화 왔었는데 아직 그 방에 있다고 하더라…..샤워 하고 우리방으로 온댔어….속풀이 하러 해장국 먹으러 갈꺼야 너도 시간 있으면 나와… ”
“아냐 너나 많이 먹어….그런데 큰일 났어….남편이 어제 안 들어온 거 알았어….어떻게 하면 좋으니?”
“어제 동창들 만나서 술 먹고 찜질 방에서 잤다고 그래…그만한 것도 이해 못하겠니?…..그런데 참 정민이는 누구니? 첨들어 보는 이름인데 너 나 몰래 바람피고 다니는 거 아니니? 둘이 꽤 깊은 사이 같던데….말해봐 누구야?”
“나 그럴 정신이 없어…..나중에 얘기해줄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한다더니….우민씨 그런 소리 듣고도 참는
거 보니 무던한 사람이더라……..”
“내가 뭐라고 그랬니?’
“너 어제 우민씨 보고 정민이 찾아내라고 하던가 데려오라고 하던가 너 같은 건 정민이 발밑에도 못 따라 간다고 그랬던가 하여튼 가관이었어…..”
더 듣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 그만 끊어…..나 피곤해 잠 좀 더 자야돼…..”
“기집애 어제 한잠도 못 잤구나…..재미 많이 봤구나…..그럼 나중에 보자….”
핸드폰을 덮으려다 수신번호를 훑어보았다
집에서 온 것 세 번 남편 전화번호가 네 번 그리고 정민의 전화번호가 네번이 찍혀 있었다
남편이 내 말을 믿어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자 선뜻 남편에게 전화를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난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남편한테 뭐라고 말할까 생각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당신이야?”
“네…저예요….”
“당신 도대체 어제 어떻게 된 거야?”
“미안해요 여보…”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부터 했다
“미안이고 뭐고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봐…”
“어제 친구들하고 저녁 늦게 모였어요…현숙이 신랑도 해외에 나가서 심심하다고 모여서 술좀 마시고 노래방 갔다가 찜질방에 갔었어요…..현숙이도 오랫 만에 만난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애들 혼자 놔두고 여자가 외박을 해?….그 여자들은 가정도 없대?….애들이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죄송해요 여보…..전 일찍 들어 오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자고 가자고 자꾸 말려서 옷도 못
입게 따라 다녀서요 ….”
내 입에선 자연스럽게 거짓말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전화라도 받아야지…….왜 전화는 안받은 거야?”
“깜빡 잊고 집에다 두고 나갔었어요…….”
“그러게 내가 뭐랬어 당신은 다 좋은데 그 침착하지 못 한게 흠이야…당신나이가 얼마야….
당신은 꼭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단 말이야….일주일만 집을 비워도 그러니…”
“앞으로 안 그럴께요…..집에 와봐야 당신도 없고 그래서…그만 …..”
“그래 알았어…..친구들 만나더라도 낮에 잠깐 만나면 되지……전화도 안받고 그래서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 줄 알았잖아…….아뭏튼 아무일 없었다니까…이제야 안심이 되네… ”
“걱정 많이 했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
“죄송해요….여보…”
남편은 나를 전혀 의심하고 있는 눈초리가 아니었다
난 그제서야 마음이 풀어졌다 이래서 죄짓고는 못사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올라 갈려고 했는데 일이 좀 더 남았어….한 이틀 더 있다 갈꺼야….”
“네 식사 거르지 마시고…술 조금씩만 드세요….빨리 오세요 보고 싶어요”
남편과 통화를 끝내고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수가 있었다
나를 믿어준 남편이 고마웠다
지금까지 조마조마 했던 마음이 한꺼번에 가시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집안을 깨끗이 치우고 나자 피곤이 몰려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정민이 생각을 하며 망설이다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저 정민 이예요….”
정민이라는 말에 어제의 일이 머리에 떠오르자 다시 그가 미워졌다
모든 일의 발단은 그로부터 생겨난 것이었다
“웬일이야 이 시간에….”
난 될수 있는대로 쌀쌀하게 물었다
“누나야 말로 어쩐 일이예요?”
“뭐가?”
“어제 그렇게 전화 끊으시고 나서 한참 생각했어요….혹시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요?”
내입에서 수진이 이름이 턱까지 치솟아 나왔으나 어린 남자에게 질투심을 보이는 것 같아 냉정해지려고 애써 참았다
“아냐…니가 잘못한 없어…”
“그럼 왜 그러세요…누나..”
“내가 뭘?”
우리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제가 뭘 잘못 했는지 알아야 말을 하죠..누나..저 미치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요?”
난 그가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어제 저랑 통화할 때 어디 계셨었어요?”
“남이야 어디 있건 말건…..”
“몇 번 전화를 했는데 받지도 않으시고 제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아네요?”
“나 지금 피곤 하니까….전화 끊어..그리고 나한테 전화 하지마…..”
“누나 도대체 이유가 뭐예요?….그리고 제가 이제는 남이에요?..누나 그런 여자 였어요?…”
그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이는 소리였다
나는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전화를 끊으려다 말았다
“저 사랑한다는 말 전부 위선 이었나요?…네….그런 여자 였군요…..알았어요….그런 누나를 사랑한 내가 바보였어요…..그렇지만 너무 억울해요…….한번만 만나줘요….”
“왜 내 몸에 탐나니?”
“아니예요….누나의 진심을 알고 싶어서 그래요….아무래도 믿어 지지가 않아요…누나랑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요….”
“만날 필요 없어…..그만큼 나를 가지고 놀았으면 됐어……..다신 나 찾지마…..더 이상 어린 너한테 까지 비참해 지기 싫어”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이해 시키고 싶지도 않아…..더 이상 긴말 하고 싶지 않아…..”
난 전화기의 폴더를 닫아 버렸다
조금 전 남편과의 대화에서 잔뜩 위축이 되었던 탓인지 모든 것이 귀찮기만 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아련한 아픔이 솟아 나왔다
이상하게도 정민과 통화를 하면서 마음과는 달리 쌀쌀하게 대하는 나 자신이 미워졌다
그렇다고 정민에게 수진과 나 둘 사이에 택일하라고 말할 처지도 못되었다
나보다 더 젊고 예쁜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정민이 결코 유부녀에다 애가 딸린 30 대 중년의 나를 더 좋아할 리가 없다고 여겼다
단지 여자의 육체만을 갈망하는 한 젊은이에 불과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유부녀 아닌가 내가 정민에게 쌀쌀 맞게 대하는 것은 그를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 시킬려고 애를 썼다 유부녀인 나보다는 그녀가 정민에게 더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정민의 행복을 위해서 아픔을 조금만 참자 금방 잊혀 질꺼야 ……
지금까지도 남편과 그럭저럭 잘 지내 왔지 않은가?
우민과 정민을 하루 빨리 잊는게 남편에게 사죄하는 거야
그러나 잊으려 해도 정민의 그 맑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던 모습이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그날 난 하루종일 집에서 잠만 잤다
꿈속에 아빠가 보였다
잠이 깨어 보니 보람이가 경태와 둘이 같이 와서 놀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에 끝없는 동심의 세계가 보였다
내가 과일을 깍아 가지고 들어가자
“엄마….”
“응?”
“나 경태랑 결혼 해도 되지?”
난 웃음이 나왔다 저 어린 것이 뭘 알아서 그런 말을 할까?
그러나 딸아이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경태야 너도 보람이하고 결혼 하고 싶니?”
“네 보람이 엄마 보람이 저 주실꺼죠?”
당당하고 솔직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경태야 너 보람이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그래 이담에 커서 니들만 좋다면 결혼 해도 좋아…..”
그러자 보람이는 내가 보는 앞에서 경태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야….신난다……경태야 약속……”
하며 손가락을 내밀자 경태도 빙긋이 웃으며 손가락을 걸었다
난 저녁때가 다되도록 경태와 보람이와 함께 놀아주었다
이이들과 놀면서 난 며칠간에 일어난 일들을 잊을 수가 있었다
저녁때 민태가 돌아오자
“오빠 엄마가 나하고 경태하고 결혼 하는 거 허락했어….”
“쬐그만 것들이….”
하며 민태는 보람이의 말을 무시했다
“치 오빤 여자 친구도 없으면서….”
“야 없긴 왜 없냐……안 데려와서 그렇지 뭐….”
저녁을 먹고 경태가 돌아가자
셋이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보람이는 내 무릎에 기대며 티비를 보고 있었다
티비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였다
젊은 남녀 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다
“엄마….”
“응?”
“나도 경태랑 저렇게 입맞췄어….’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서?”
“응 경태네 집에서도 뽀뽀했구…아까 엄마 잠들었을때두 우리집에서 뽀뽀 했어…”
“누가 먼저 하자고 했니?”
“경태가 싫다는 거 내가 먼저 하자구 했어….”
“그래 어땠니?”
나는 속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별걸 다물어본다는 생각을 했다
“경태가 그러는데…나하구 뽀뽀 하니까 기분이 좋대…’
“너두 좋았니?”
“몰라 그냥 …그랬어…’
“그런데 왜 했니?”
“그냥 하구 싶었어…”
“야 보람아 너 경태하고 뽀뽀두 했는데 어떻게 시집갈래?”
조용히 듣고만 있던 민태가 보람이에게 말을 했다
“경태한테 시집가면 되지 뭐…”
“그래 경태한데 꼭 시집 가거라”
난 웃으며 보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민태가
“엄마….”
“응?”
“나 오늘 엄마랑 자구 싶은데…”
“그래..엄마랑 자자….”
“피 오빠는 엄마는 여잔데 엄마랑 자?”
“보람이두 같이 자자”
“싫어 오빠랑은 같이 안자…이번 토요일 날 경태랑 우리집에서 같이 자기로 했어…”
보람이의 당돌한 말에 난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은 너무 빠르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보람아…”
“응?”
“너 만약에 경태가 딴 여자아이 하고 친해지면 어떻게 할꺼니?”
“경태 걔는 안그래….”
“만약에 그런다면?”
“으응……………………”
한참을 생각하던 보람이가
“만약에 그런다면 그여자 아이 신나게 패줄거야….그리고 경태랑은 다시 안만날꺼야”
나는 그만 실소를 금치 못했다
민태가 잠옷을 입고 안방으로 왔다
“엄마….”
“응?”
“나 엄마한테 불어 볼 거 있어…”
“응 뭐든지 물어봐….”
난 민태를 가만히 껴안았다
제법 묵직한 것이 나보다 무게가 더 나갈거 같았다
“엄마 여자는 뭘 좋아해?”
“그건 왜?”
“궁금해서”
“너 좋아 하는 여자애 있니?”
“아니 그냥 물어본 거야’
난 직감적으로 민태가 어느 여자 아이한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민태와 보람이의 성격은 정반대였다
보람이는 적극적인 반면 민태는 소극적이 었지만 침착 한 것이 아빠를 많이 닮았다
“네 나이때는 공부 잘하고 또 착한 일 많이 하면 여자 애 들은 자연히 너를 좋아 할꺼야”
“아니 엄마 그런거 말고…”
“내 생일날 초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돼?”
그러고 보니 민태의 생일이 며칠 남자 않았다
“응 이쁘게 카드 만들어서 그 애한테 살짝 줘….”
난 민태가 관심이 있는 여자 아이를 보고 싶었다
“오지 않으면 괜히 쪽만 팔리잖아….”
헉…..쪽 팔린다니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남자는 그런 일 가지고 부끄러워 하면 안돼….엄마도 아빠가 처음엔 맘에 안들었는데 아빠가 어찌나 끈질기게 쫒아 다니는지 할 수 없이 결혼 한거야….”
“아빠가 그랬어? 아빠한테 물어봐야지….”
“엄만 아빠 말고 남자친구 없었어?”
“아빠보다 멋지고 잘생긴 남자들이 엄마를 졸졸 따라다녔지….”
“그런데 왜 아빠랑 결혼 했어?”
“응 아빠가 얼마나 착하니? 공부도 잘하고…그래서 결혼 한거야….”
“민태야…”
“응?”
“너..그 애 꼭 데려오고 싶니?”
“응…”
“그래 내일 엄마랑 카드 만들자 예쁘게 만들면 그 애가 꼭 올꺼야….”
난 민태의 궁둥이를 두드려주었다
민태는 내 가슴에 꼭 안겼다
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엄마 전화 왔어…”
난 직감적으로 정민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엄마 소변 보고 전화 좀 받고 올게…”
나는 물을 크게 틀어놓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나 저에요….이렇게 늦은밤 전화 걸어서 미안해요….”
“술 많이 마셨구나….”
“네 견딜 수 없어서 술 좀 많이 마셨어요….”
그의 혀는 꼬부라져 있었다
난 순간 마음이 쓰라렸다
“나 지금 전화 받을 형편 못돼….내일 통화하자….”
“알았어요 누나…미안해요….안녕히 주무세요…”
힘없이 말하며 그가 먼저 휴대폰을 접었다
난 한동안 좌변기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 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술취해 방황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렇지만 난 독하게 먹은 마음 먹기로 결심했다
화장실을 나와 보니 민태는 눈을 말똥 말똥 하게 뜨고 나를 기다렸다
언제 왔는지 보람이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보람이도 왔구나….”
“엄마랑 같이 잘래…심심해….”
난 양 옆에 아이들을 누이고 가운데 누웠다
보람이와 민태의 손이 가슴 하나씩 쥐고 어루 만졌다
난 양팔로 아이들을 꼭 끌어 안았다
눈을 감고 누워있자 정민의 술취한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그렇게 괴로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는데 그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이자 마음이 흔들렸디 수진이는 누구란 말인가 틀림 없이 정민의 애인 같은데 그리고 이미 둘 사이는 깊은 관계 같아 보였는데 정민이 나 때문에 술을 먹었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과 같이 늦잠을 잔 나는 바쁘게 움직였다
겨우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수가 있었다
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침을 먹었는지 확인 한 다음 집안을 치우고 오랜만에 사우나를 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뜨거운 탕 안에 기분 좋게 누워서 지난 일주일동안 일을 생각했다
정민과의 채팅….묘한 기분을 느꼈던 날 …그가 보낸 이메일….
여기까지 생각하자 정민이 틀림없이 나에게 이 메일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정민에게 전화통화 또 채팅 정민이 나에게 전화…..그리고 둘만의 대화
그 다음 현숙의 호출 우민 첫 대면…. 정민과의 첫 만남 그리고 지하철에서의 두근거림 뜨겁고 달콤한 정민과의 첫키스…그리고…섹스 또 섹스….다음날 아침 또 섹스 정민의 성기 애무….그리고 대학교정에서의 데이트..그리고 정민의 집 친구들에게 들킨일…..
다음날 정민의 방청소…수진이의 사진 발견…….끓어 오르는 질투심….그 다음 부터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행동이었다….술 마시고 정신을 일던일…..우민과 의 호텔 정사…..그리고 그의 심한 조롱…따귀를 올려부치던 일….남편에게 미안함…..정민을 냉정하게 대하던 일….그리고 남편의 이해…다시 찾은 온화한 가정의..평화…….정민의 처절한 전화…통화…..
며칠 사이에 겪은 일은 결혼 생활 10년 보다도 우여곡절이 많은 날이었다
마음의 상처만 남은 일주일이었다
10년 세월이 흐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민도 우민도 먼 옛날의 사람들 같았다
무려 3 시간여를 탕 안에서 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난 그 동안 길러왔던 머리를 어깨 길이 까지만 잘랐다
거울을 보니 젊은 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날아갈 것 같은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집에 와서 휴대폰 수신자를 보니 정민의 번호가 세 번이나 찍혀 있었다
그리고 남편의 번호와 모르는 번호가 두 번이나 찍혀 있었다
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 안받고 뭐했어?”
“동네 사우나에 있었어요….”
“아..그랬구나….”
“여보….”
“응?”
“저 오늘 머리 잘랐어요….당신한테 물어 보지도 않고 잘라서 미안해요….”
“많이 잘랐어?”
“아니요..이제 여름도 다가오고 그래서 더울 것 같아서 잘랐어요…어깨 길이까지요….”
“응 잘했어…집에는 별일 없지?”
“네 별일 없어요 하시는 일이나 신경 써서 잘 하세요….”
남편은 짧은 머리를 유난히 싫어 했다
여자는 여자 다워야 한다고 머리를 기르는 것을 좋아했었다
결혼 2년쯤 됐을 때 아주 짧게 깎은 적이 있었는데 며칠간 남편이 내곁 에도 오지 않을 정도 였었다
그 후 난 남편과 상의해서 머리를 자르곤 했었는데 요즘은 내 머리에 대해서 거의 무관심
하게 지냈다
어디 나갈일도 없기에 난 오이를 썰어 오이 맛사지를 하고 누워 있었다
그때 다시 전화가왔다
모르는 전화 번호였다
“여보세요….”
“아 이제야 전화 받는군….”
난 깜짝 놀라 그대로 폴더를 덮었다
우민이 였다
아떻게 번호를 알고 전화를 했을까 생각하는데 다시 벨이 울렸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렇게 계속 전화가 올 것 같아 받았다
“여보세요….”
“거참 기분 나쁘게 왜 전화를 끊고 그래….”
“난 댁한테 할말 없어요….”
“내가 할말이 있단 말야….”
“그럼 빨리 말하세요…그리고 다시 전화 걸지 말아요….”
“그렇게 화낼 거 없잔아…사실 그때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다고 사과 할려고 전화 한거야”
“그런 사과 필요 없어요….전화만 안하면 돼요….안녕히 계셔요…”
하고는 전화를 다시 끊었다
잔화가 끊어지자 마자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그런 사과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어..누나 저에요…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차..정민이구나…..
“아냐 어떤 사람이 자꾸 귀찮게 전화해서 그런거야…미안해…..”
“누군데요”
“넌 알 필요 없어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야….”
“네…..”
“그런데 지금 어디니?”
“저 대전 이예요….”
“대전엔 왜?”
“그냥 왔어요 공부도 안되고 그래서…..”
“근데 왜 전화 한거야?”
“누나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아까 두 번이나 전화 했는데 안받아서….이번에도 안받으면 안 할려구 했어요…..”
“너 아침부터 술 마셨구나….”
“맨 정신에 도저히 버틸 수 없었어요…..”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니?”
“누나가 그건 더 잘 알잖아요….”
“정민아….”
“네….”
“난 유부녀야….자식도 둘이나 있고 남편도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어….가만이 생각해보니까…더 이상 너와 그런 관계 가졌다가는 너나 나나 다 불행해 질 꺼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이쯤 서로를 위해 안 만나는게 좋다는 결론을 내린거야…..”
“그 말 진심이세요?”
“응 진심이야….”
그가 소주잔을 마시는 것 같은 홀짝 거림이 들려왔다
난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수진의 웃는 얼굴이 떠오를 정도로 나의 뇌리엔 강하게 그녀의 얼굴이 각인돼 있었다
“우리 그냥 서로 한때를 즐겼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자..”
“누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그게 서로를 위해 좋잖아…..”
“누나….저….너무 괴로워요…..나중에 서울가면 다시 전화 할께요……”
하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너무나 가슴이 짖어 질 것 같았다
나는 또 한 차례 머리가 어지러워 졌다
잠시 후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뭔 통화가 그리 길어….정민인가?”
“여보세요…전화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선화씨….’
“흥…언젠 너니 년이니 해놓고 이제 선화씨에요? 필요 없어요….댁 같은 사람 다신 생각 하고 싶지도 않아요….전화 끊어요”
“잠깐 그래 끊을려면 끊어봐 당신 남편 전화번호 찾아내는거 일도 아니야…..”
그 소리를 듣자 미칠 것 같았다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란 거예요?”
“지난일 내가 자존심 굽혀 가면서 사과 할려고 하는데 그것도 못 받아 주겠다는 거야?”
“그게 사과 하는 태도예요?”
“아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앞으로 나한테 반말 하지 말아요…..”
“허 참 이거 왜 이래….미치겠네 그 사진 확 뿌려 버릴까 보다’
“사진?”
“그래 너 알몸으로 자고 있을 때 내가 사진 다 찍어놨어….니가슴… 니보지….그리고 내좆이 니 보지에 박혀있는 사진…..나 지금 그 사진 보면서 전화 하는 거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이거 어떻게 해야하나….
죽어 버리고 싶었다……신문지상에서만 보아왔던 악질 공갈 협박단 한테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난 얼굴에 붙이고 있던 오이를 모두 떼어 내었다
그러나 벤츠 승용차를 가지고 있고 명동에 나이트 클럽인지 뭔지 두개나 가지고 있다는 그가 한낱 여자 때문에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돈 씀씀이로 봐서 결코 그런 행동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의 성격으로 봐서 그의 말이 모두 진실 일 것 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그런 상황에서 사진을 찍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워 지고 있었다
“왜 사진 뿌린다니까…이제야 겁이나?”
“대체 나한테 원하는게 뭐예요 우린 돈도 없어요…..”
“누가 돈 달라고 그랬어?
“그럼 뭐예요?”
난 거의 애원 하고 있었다
“그저 내가 만나 달라고 할 때 만나 주면 돼….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런 거 아냐?”
“그럴 순 없어요 저 그날 외박한 거 남편이 알아요……….”
“흥 서방 몰래 바람 피는 년이 그런 거 핑계거리 하나 안 만들어 놓았겠어?”
난 거의 절망에 빠졌다
“그러게 내 말 잘 들어 나도 이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그런데 몸은 나를 안고 입은 엉뚱한 놈을 불러대서 사랑이니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기분 좋을 놈이 어디 있겠어? 안그래?..”
“미안해요….그날 너무 술이 많이 취했나봐요…..”
“그런데 정민 인가 정인인가 하는 놈은 누구야?’
“네 옛날 애인 이었어요….”
“지금은 안 만나?”
“네 안 만나요…..”
내 말투는 어느새 고분 고분 해지면서 그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하고 있었다
“음…..그럼 다행이군 그렇게 그놈이 좋아?”
“네….잊을 수가 없었어요…..”
“남편하고 잘 때도 그놈 이름 불러본 적 있어?”
“그날은 술이 너무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었어요….”
“음 그렇겠군….”
“어때 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줄 거지?”
“그거 말고 다른 건 안되나요?”
“다른 거 뭐…여동생이라도 넘겨주겠다는 거야?”
“그거 말고요 남편 몰래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어요….”
“얼마나 있는데”
난 삼천 만원 정도를 10년간 남편 몰래 적금을 들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이천만원을 부를까 오백 만원만 부를까 하다가
“천만원 이요…”
“하하하……… 이봐 선화씨….”
“네….”
“내 하루 술값이 기백 만원이야……어찌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나……이 귀여운 아가씨야…그래서 내가 널 좋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야…..”
난 갑자기 이런 남자를 소개해준 현숙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난 일단 돈보다는 날 원해서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의 비위를 살살 맞춰주면 이 난관을 헤쳐 나올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화씨…”
“네…”
“잘 생각해…”
“네…”
“그런데 말이야…”
“네…”
“그날 내 따귀를 때렸지?”
“죄송해요….저도 모르게 그만…..그런 심한 말을 하니까 그러잖아요….”
“아냐 미안해 할거 없어….난 원래 따귀 맞으면 더 흥분을 하거든 선화가 기가 막히게 내 성감대를 찾아낸 거야…..한대 더 때려 줬으면 아마 난 오르가즘을 느꼈을 거야 ”
난 그가 맞은 것이 억울해서 빈정 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저도 우민씨 그렇게 싫어 하지 않았어요…..우민씨가 싫었으면 제가 만나자고 했을 리 없잖아요…”
난 필사적으로 그의 마음을 돌리려 애를 썼다
“허긴 그래..그날은 네가 나를 불러 낸 거지….흐흐 귀여운 거…..그래서 내가 총알 같이 달려 나갔지….”
“그런데 너무 심한 말을 하고 그래서 …전 태어나서 그런 말 처음 들어 봤어요….”
“어…그래 그래…그건 좀 내가 너무 심했어…하지만 말이야 선화는 모르고 있지만 남자들 사이에는 흔히 하는 말들이야 아마….형님처럼 젊잖은 분도 허물없는 친구들 하고 만나면 그런 말을 할꺼야..”
“형님 이라면….”
“허 그거 참 일일이 말해줘야 알아듣나? 네 남편 말이야…..”
남편 보고 형님 이라니 난 남편 을 들먹거리는 게 싫었지만 꾸욱 참고 있었다
“남편하고 나하고 구멍동서 지간 아냐….나이로 보나 너 따 먹은거로 보나 한참 선배님 이신데 당연히 형님이라고 불러야지….”
기가 막혔다 눈앞이 캄캄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빨리 그가 전화를 끊기 만을 바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꾸 대꾸 하다간 무슨 말이 또 나올지 몰랐다
“좌우지간 이몸 오늘은 바쁘니까….한마디는 듣고 가야겠어…..”
“네…”
“너 그날 아침 기분 좋았지?”
“네 좋았어요….”
그건 사실이었다 그의 몸에 매달려 오르가즘을 느꼈었다
“난 네 신음 소리가 너무 죽여줬어…….지금 내 좆이 니보지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신음 소리 한번 내줄 수 있어?…. 그 소리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단 말야…전화로 네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지금도 빨딱빨딱 서….”
기가 막혔다
“저 우민씨….”
“말해…’
“저 지금 그럴 기분 아닌거 알잖아요….미안해요…..”
“그래 알았어 지금 선화씨 기분 알만해….”
그는 너라고 했다가 기분이 좋으면 선화씨 라고도 했다가 선화라고 했다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하지….내가 전화하면 꼭꼭 받아야 돼….만약에 형님이 곁에 있으면 여기 신당동 아니예요..하고 끊어 알았지?”
“네 알았어요….’
“그럼 또 봐…”
“네….”
그가 전화를 끊자 온몸에 땀 식은 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난 그만 그 자리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가 보고 싶었다
아빠라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흑흑흑흑……”
추천48 비추천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