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銀竜の黎明 女剣士&女戦隊長、完堕る 01
第一章 消せない奴隷の刻印
1
"흠…… 굉장하군"
호박색 술이 가득 담긴 잔을 손에 든 법정대신 레이돌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비싼 고급술과 테이블 위에 차려진 산해진미에도 왕국의 사법(司法)을 좌우하는 그를 대접하는 파티 주최자 측의 배려가 나타나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그의 마음을 끄는 것은 제공된 여자들의 높은 수준이었다.
(이토록 괜찮은 여자들이 준비되어 있다면 안 끌릴 수가 없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만족할 수 없으니까. 자, 어떤 년으로 할까……)
100kg가 넘는 뚱뚱한 몸을 소파에 깊숙이 파묻은 그의 옆에는 아직 스무살 안팎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아가씨 둘이 달콤한 향기가 나는 몸을 딱 밀착시켜 교태를 부리고 아양을 떨며 달라붙어왔다. 몸매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스루 드레스를 입은 뇌쇄적인 자태의 그녀들의 가슴——새하얀 젖가슴의 약간 위엔 장미의 형상을 닮은 문양이 또렷했다.
그리고 똑같은 선명한 문양을,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에 맞춰 거의 벌거벗은 채 레이돌 앞에서 몸을 비비꼬고 있는 아름다운 무희들의 가슴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 진홍색 문양은 바로 ‘로즈 사인’——소체가 된 그녀들의 정신이 지배되어 자아를 상실하고 조종당하는 중이라는 증거——말하자면 육노예의 낙인이었다.
(크크크… 오늘 밤은 꽤나 즐거운 시간이 되겠어……)
크고 풍만한 유방을 유혹하듯 드러내고 아랫배에는 음부만 간신히 가리는 작은 천 한장만 걸친채 대담하게 허리를 꿈틀거리는 미녀들. 그녀들은 모두 매매되는 노예들이지만 결코 창녀 따위가 아니었다. 모두가 평범한 일반인 여자들이었고 그중에는 나름 좋은 집안의 출신들도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부분이 처녀였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자를 밝히는 레이돌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것이다.
완만한 무드의 곡이 변하여 빠른 템포로 바뀌었다. 그것이 신호였던듯 무희들이 레이돌을 에워싸더니 일제히 팬티를 끌어내리고 벌거벗은 엉덩이를 그를 향해 쑤욱 내밀었다. 엉덩이에 손을 올리고 강렬한 리듬의 음악에 맞춰 유혹하듯 흔드는 그녀들은 팬티를 벗으면서 육욕에 불이 붙었는지 점점 대담하게 외설적으로 춤췄다. 자기 마음대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조종당하는 그녀들이 음란한 정욕에 빠져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후후후… 이것 역시 아주 맘에 드는걸……)
술잔을 입에 대고 눈 앞에서 춤추는 탐스러운 엉덩이들을 하나하나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데,
"마음에 드십니까? 레이돌님"
어깨 너머로 한 남자가 은근하게 말을 붙여왔다.
"괜찮으시다면 맘에 드는 애들 몇 명을 별실에서 시험해보시는게 어떠시겠습니까?"
삼십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남자의 이름은 랜 커크. 눈초리가 가늘고 긴 눈에 무자비해 보이는 표정은 얼핏 봐도 평범해보이지 않았다.
"한층 더 연구된 조정법으로 완성했으니 사용감이 이전하고 확연히 다를겁니다"
"호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
레이돌은 유혹하듯 꿈틀거리는 눈 앞의 엉덩이들을 보면서 내심 만족한듯 웃었다. 남자가 ‘안는 느낌’이라 하지 않고 ‘사용감’이라고 말한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생각대로 조종할 수 있는 여자들은 인간이라기보다 육인형(肉人形), 아니 욕망을 처리하기 위한 최고의 육변기(肉便器)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 다섯명정도 시험해볼까…"
상대가 노예상인이란건 이미 알고 있다. 랜 커크라는 남자가 접촉을 시도해 온 것은 얼마 안되었지만 교묘한 수에 농락되어 언제부터인가 빼도 박도 못하는 상부상조관계가 되버렸다.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인신매매조직으로부터 향응을 받는다는건 법정대신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레이돌은 워낙 여자를 밝히는데다 법을 관장하는 자에게 필수적인 윤리관이 원래 없는 사람이었다.
"레이돌님, 꼭 저를……"
"여동생과 함께 저도…… 레이돌님……"
성적인 느낌이 강한 무희들의 끈적끈적한 춤에 관능이 달아올랐는지 레이돌을 올려다보는 양쪽 아가씨들의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야릇하게 빛났다. 소체가 되기 전까지 꽃집에서 일했다는 이 자매도 아직 남자를 모르는 처녀인 것이다. 청순함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은 이 순결한 자매를 나란히 엎드리게 한 뒤 바치듯이 엉덩이를 내밀게 해서 자신의 페니스로 번갈아 박는다는 생각만 해도 흥분되서 코피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레이돌은 단숨에 잔을 비우고 먼저 언니쪽으로 몸을 돌려 체리같은 입술을 뎦쳤다. 혀와 혀를 얽히면서 처녀의 달콤한 타액을 빨아대는데 여동생의 손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와 가운 아래 우뚝 솟은 자지를 살며시 움켜쥐었다.
(오오, 좋구나!)
처녀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훑어오자 그 손 안에서 자지가 꺼덕거렸다. 침을 실처럼 길게 늘어트리며 레이돌은 입술을 뗐다.
"크크크...... 정말 한번이라도 이 여자들을 맛보고 나면 다른 일반 여자들은 필요없게 된다니까"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희에게도 무엇보다——"
랜 커크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하는데,
"뭐야, 네놈들은!?"
"이것들이 제맘대로——"
"우와아앗!"
밖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당황하며 허둥대는 소리는 랜 커크의 부하들의 목소리였다.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퍽! 퍽! 우지끈!
묵직한 타격음, 뭔가 부러지는 굉장한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조용해지고,
끼이이익……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천천히 열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주빈인 레이돌은 물론이고 남녀불문하고 파티장에 있는 전원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저벅, 저벅, 저벅——
십수명의 부하를 이끌고 규칙적인 발걸음으로 가죽부츠 뒤축소리를 울리면서 안으로 들어온 것은 눈부신 백금색의 긴 머리를 휘날리는 미의 여신이었다.
(으, 은룡…...)
빛을 휘감은듯한 고귀한 모습에 노예상인 랜 커크조차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2
"모두 꼼짝마라!!"
늠름하고 당당한 음성이 파티장을 압도했다.
"우리는 아스트레이왕국 무장특수경무단이다"
그렇게 외치며 들어온 그녀들의 옷차림만 봐도 누구인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특히 선두에 선 절세미녀——.
(이, 이런…… 세레스 메타리아스……)
레이돌은 자기도 모르게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왕궁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흉갑이나 허리에 찬 검의 은제 손잡이엔 막 불을 뿜어내려하는 용의 머리를 도안화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위압적인 갑옷 차림에도 불구하고 고귀한 자태가 우아하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바로 특출나게 빼어난 미모였다. 깊은 호수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눈동자와 갸름하게 오똑 솟은 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놓지 않는 연한 분홍빛 입술. 그리고 무엇보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는 백금색 머리카락——그녀와 그녀가 이끄는 무장특수경무단이 ‘은룡’이라고 불리는 것은 문장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리더인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색깔에서 유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세레스…… 은룡… 정말 아름답구나…...)
보랏빛 망토를 걸친 늠름하고 기품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전쟁의 여신. 이 세상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눈이 부신듯 멍하니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째서 은룡사단이……?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거지?)
우연이 아니다. 법정대신인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도대체 어디에서 정보가 샌걸까? 낭패해하는 레이돌 앞으로 단장인 세레스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레이돌경(卿). 이런 곳에서 뵙게 되어 유감스럽습니다만, 일행인 분들과 함께 그 신병을 구속하겠습니다"
"크윽…"
인신매매 현장을 급습당한 이상 발뺌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벗어나보려고 허둥댄 나머지 그는 가장 꼴사나운 대응을 보였다.
"이, 이 놈… 감히 나를…… 법정대신인 내게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냥 넘어갈거라 생각마라"
하지만 세레스에게 그런 위협은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폐하 직속의 특무기관입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파란색 눈동자로 곧장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떠한 압력도 우리의 행동을 막을 수 없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큭……"
그 말을 들은 레이돌은 더이상 대꾸할 수 없었다. 무장특수경무단, 통칭 은룡사단은 돌아가신 선왕의 부인이자 현 국왕 루시안의 모친인 섭정 로제가 왕국에 횡행하는 부정과 범죄를 소탕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설립한 국왕 직속의, 그것도 단장 이하 전 구성원이 여성인 기관으로써 다른 어떤 행정조직으로부터도 독립된 권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세레스의 말대로 악행의 현장에서 붙잡힌 이상, 아무리 법정대신일지라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아저씨"
자신의 딸 또래로 보이는 단원이 칼 끝으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이이…… 네 이년들… 기억해두마……"
분한듯 뻔한 말을 내뱉은 레이돌은 일행들과 함께 끌려나갔다.
"세레스단장님, 보고드리겠습니다"
단원 한명이 달려와서 보고했다.
"지하를 수색하던 2번대(番隊)가 적과 조우, 교전상태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래…"
세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냉정하고 우아한 미모가 긴장했다.
(라이아의 부대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만일을 대비해야겠지)
"엘미나의 4번대를 보내 도와주도록"
"옙!"
지원할 필요는 분명히 없었다. 강화피막(Powered Skin)과 갑옷을 입은 무경단원들은 랜 커크의 부하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냐고 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원인은 바로 대장인 라이아였다.
"기, 기다려…… 기다려줘!"
"항복하겠다! 무기를 버릴테니 목숨만은!"
"필요없다! 죽어라!"
완강하게 저항하는 적은 물론이고 무기를 버리고 목숨을 구걸을 하는 상대에게도 라이아의 검은 무자비했다. 검으로 가슴을 찌르고, 힘껏 베어 넘기며 적들을 쓰러트렸다.
"크아악!"
"캬악!"
"으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악당들의 피가 쏟아지고, 살이 터지고, 뼈가 부서졌다. 악귀같은 라이아의 분전에 지하는 수라장으로 변했다.
"라이아대장님, 이제…"
숨이 겨우 붙은채 쓰러져있는 상대에게까지 검으로 찌르려는 그녀를 단원 셋이 겨우 제지했다. 이제 서있는 적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바닥도 벽도 온통 피범벅이 되었다.
"흥, 뭘 기다려 달라는거냐?"
하아하아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내쉰 라이아는 그래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타인의 인생은 망쳐놓고서 자기 목숨은 구걸하다니!"
그렇다. 허용할 수 없다. 모두 다 지옥으로 보내버릴테다. 이놈들, 악당들은 모두…….
검을 휘둘러 달라붙은 피를 털어내며 내뱉듯이 말하는 그녀를 2번대의 대원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쳐다볼 뿐이었다.
"뭐하는거야? 가자!"
살기등등한 대장의 명령에,
"아… 네…"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라이아가 존경받는 검사이며 유능한 대장임에는 틀림없지만, 범죄자들, 특히 인신매매에 연루된 범죄자들을 적발할 때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흉폭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깊고 복잡한 내막이 있었다.
벌거벗은 몸을 가운으로 감싼 여자들이 일렬로 건물에서 나왔다. 아까까지 파티장에서 춤추고 있던 젊은 아가씨들이었다.
"이제 괜찮으니 염려마라"
"네..."
"자, 차례로 마차를 타라"
"예..."
다들 무경단원들의 지시에 순순이 따랐다. 소체가 된 이들의 눈은 흐리멍덩했다. 눈동자에선 자신의 의지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자, 그럼 모두 구출한건가?"
피해자들을 모두 태우자,
"출발!"
신호와 함께 수십대의 마차는 천천히 무거운 바퀴를 돌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더욱 많군요"
그것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라이아의 말에,
"그러게 말이야.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세레스도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아의 말대로 한때 감소하던 인신매매 피해자의 수가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었다.
"지금까지 놈들의 인신매매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렀지만, 요즘엔 어둠의 조직과 대규모로 거래를 진행중이라는 말이 들리더니… 아무래도 사실인가 보네요"
"그러게…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돼"
한시라도 빨리 잡지 않으면…… 그 남자… 조르 라딤을……
조용히 중얼거리는 은룡 세레스 메타리아스. 냉철한 미모 뒤에는 뜨거운 결의가 숨어있다. 왕국에 만연한 비리와 범죄를 숙청하고 왕국에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가져오는 것——그것이 은룡사단을 설립한 여섭정 로제의 소원이며, 근위대장이었던 선친의 뜻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신매매의 책임자, 과학자 조르 라딤을 체포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레스도, 라이아도 몰랐다. 바로 그 대악당이 자신들의 머리 위——바로 근처에 있는 낡은 건물의 위층 창문에서 몰래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과연, 저여자가 소문으로 듣던 은룡 세레스 메타리아스란 말이지……"
남자는 한쪽 뺨을 실룩거리며 히죽 웃었다. 흰머리를 보면 예순살 가까이로 보이지만 피부의 탄력은 부자연스러울 만큼 좋았다. 오른쪽 눈동자는 금속으로 테를 두른 큰 유리의안. 왼쪽 눈만 차갑게 빛나는, 사나운 맹수를 연상시키는 풍모였다.
"라딤님, 이제 슬슬 돌아가시지 않으면……"
여기까지 수사의 손길이 뻗쳐올지 모른다고 진언하는 부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큭큭큭, 마음에 들었어, 세레스 메타리아스"
단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미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나의 계획에 안성맞춤인 소재라 할 수 있겠어"
유서깊은 명문가문 출신에, 문무를 겸비했으며, 뛰어난 미모 등 혜택받은 좋은 환경에서 자란 그녀야말로 이 나라에 새벽을 가져올 새로운 조직의 리더에 적합했다. 섭정 로제가 그렇게 생각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눈부시게 빛나는 외모의 기품있는 여신이라면 어둠이——빛을 증오하는 나쁜 세력이——음란한 욕정의 제물로 노리는 것은 필연이다. 아름답고 깨끗한 꽃은 무참히 꺾여, 진흙 속에서 짓밟히는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 단속 적발이 내가 놓은 덫이라는 것도 모르고… 큭큭큭, 무경단 이 바보들 같으니…)
그 눈부신 빛으로 주위의 어둠을 몰아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백금색 머리카락을 쳐다 보면서 조르 라딤은 히죽거렸다
(세레스, 물론 너는 당연히 처녀겠지……)
3
무경단 본부로 돌아온 2번대 전투대장 라이아 프로이드는 바로 강화피막 착탈실로 향했다. 주르륵 늘어선 착탈장치 앞에는 귀환한 대원들이 이미 줄을 이루고 있었다. 차례가 돌아오자 라이아는 장치에 등을 기대고 서서 오른손으로 레버를 당겼다.
기이이이잉……
전자음이 나며 강화피막을 구성하는 생성물이 전신의 피부에서 벗겨졌다. 처음에 느꼈던 소름끼치는 불쾌한 감각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 오히려 상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슈우우우우욱……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라이아가 등을 떼자 장치엔 전자파에 응고된 생성물이 검은 인형으로 남았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약 한시간만에 강화피막에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라이아대장님, 목욕탕에 가실거죠?"
벌거벗은 그녀에게 역시 벌거벗은 단원 한명이 물어왔다.
"아아, 먼저 가. 곧 갈께"
라이아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한 소녀가 부랴부랴 달려왔다.
"여기 있습니다. 라이아님"
"응?"
목욕 타월을 손에 받쳐들고 반갑게 내민 소녀를 보고,
"후우... 또 너니?"
라이아는 곤혹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몇번 말해야 알겠니? 여기는 전투단원 외엔 출입금지야"
"헤헤헤…"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민 소녀의 이름은 시아 아딜. 아직 나이가 되지 않은 그녀는 청소나 빨래, 식사 등 허드렛일을 맡고 있다. 목욕 타월을 내민 채 반짝거리는 큰 눈으로 라이아의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에서 성숙한 엉덩이에 이르는 아름다운 곡선에 찬탄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언젠가 자신도 이렇게 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되겠다는 열망을 보여줬다.
"참…… 어쩔 수 없네"
라이아는 목욕 타월을 받고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좀 더 따끔하게 야단쳐야 마땅하겠지만, 시아의 순수한 눈동자를 보면 화를 내야겠단 마음이 사르르 없어지고 만다. 게다가 사실 오늘처럼 전투로 폭력적인 하루를 보낸 날이면 소녀의 근심걱정없는 순진함이 자신을 치유해주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근데 정말 굉장해요, 그 옷"
소녀는 목욕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라이아의 뒤를 따라왔다.
"그걸 입으면 누구라도 아주 강해지잖아요?"
역시 끈질기게 달라붙는 이유는 이것이었다고, 라이아는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강화피막은 옷이 아니야. 착용한 사람의 신체능력을 보조하고 강화하는 미세한 생성물들의 집합체다"
"네, 알고 있어요……"
"게다가 강해진다고 해도——"
자신의 방 앞에 온 라이아는 잠시 말을 끊었다. 시아에게는 미안하지만 무리인 것은 무리인 것이라고 확실히 못박아 둘 필요가 있다. 라이아는 시아를 바라보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입은 사람 자체가 전투기술을 몸에 익히지 않으면 소용없다"
"하아……"
"그러니까 너같은 애는 입어봤자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것이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역시 시아는 화를 냈다.
"저… 저걸 입어보고 싶다는 말은, 한마디도——"
"거짓말 마"
열 받은 시아의 말을 라이아는 딱 끊었다.
"너가 세레스단장님에게 전투단원을 지원했다고 들었다"
"아……"
"하지만 너에게 전투는 아직 무리야. 단장님께서도 잘 알아듣게 말씀해주셨겠지?"
"우우..."
생각을 간파당한 시아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너는 너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라이아는 자기 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은룡사단의 존재의미는 범죄자를 소탕하는 것만이 아니니까"
일부러 냉정하게 말하고는 문을 쾅 닫았다.
"……"
맥없이 문 앞에 서있던 시아는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렇게 간단히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뭐야! 라이아님은… 치사하게……)
발을 구르며 분통을 터트리는 모습은 역시 아직 어린애였다.
(좋아! 그렇다면 그 사람한테 직접 가지, 뭐)
"그래서 내 방에 왔단 말이지? 너도 강화피막을 만들어 달라고"
"네, 뮤토선생님"
시아는 강한 의지를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세레스님이나 라이아님과 함께 싸우고 싶어요"
무경단 본부 옆에 있는 연구소의 소장인 뮤토가 용이 그려져 있는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은 그녀 자신도 연구자로서 무경단의 일원이기 때문이었다. 단장 세레스도 늘씬한 장신이지만 뮤토는 키가 더 크면서도 날씬했다. 갸름한 미모에 은테 안경이 잘 어울렸다. 렌즈 속의 눈동자에선 지성의 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외모를 특징 짓는 것은 바로 길고 뾰족한 귀였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과 장수종족과의 하프, 즉 반장수종족(半長寿種族)인 것이다. 그 의미가 나타내는 대로 이미 백수십년을 살았고, 게다가 젊음과 미모가 꺾일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런 기분을 모르는건 아닌데——"
뮤토는 시험관에 시약을 따르며 말했다.
"유감스럽겠지만 나도 세레스나 라이아와 같은 생각이야"
세탁과 식사 준비도 무경단에서의 중요한 업무다——세레스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시아는 뮤토의 입으로 다시 듣는 처지가 되었다. 기대에 어긋나 어깨가 축 쳐진 소녀에게,
"그래도 너의 그 의욕도 존중해줄께"
뮤토는 달래듯이 말을 계속했다.
"뭐, 갑자기 전투단원은 무리겠지만…… 너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둔게 있는데…"
"정, 정말이세요?"
시아는 큰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물론이지. 그럼 지금 도와줄 수 있겠니? 보호하고있는 여성들을 검사하려는데…"
"네!"
뛰어오를듯 기뻐하는 시아를 뮤토는 별실로 데려갔다. 그 방에는 인신매매 파티에서 구출된 여성 몇명이 진정제를 맞고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 그녀들을 이 연구소에 전부 수용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기에 보호시설에 일시적으로 맡겨두고 몇명씩 데려와 검사 및 치료를 하고 있었다.
"저어… 선생님?"
검사도구가 올려있는 카트를 밀면서,
"모두의 가슴에 있는 이 장미같은 문양은 무엇인가요?"
시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잠들어 있는 여성들의 가슴 위엔 로즈 사인이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선명한 장미색은 새하얀 피부위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동시에 불길한 느낌도 불러일으켰다.
"아…… 넌 아직 자세한걸 모르는 모양이구나"
여성들의 눈꺼풀을 들어 동공의 색을 체크하면서 뮤토는 계속 말했다.
"그것은 그녀들이 소체라는 증거같은 것이야"
"소체… 요?"
소체란 라딤에게 육체와 정신을 개조당한 인간의 호칭이었다. 그녀들의 자아는 지금 어떤 것에 의해 봉인되어있고 가슴의 문양은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을 때 떠오르는 문양이라고 설명해줬다.
"어떤 것에 봉인되어있다는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이상한 이야기에 놀란 시아에게,
"이거야"
뮤토는 손을 주머니에 넣어 달걀 크기의 타원형 물체를 꺼내어 보여줬다.
"이것은 소울피스——소체의 정신을 제어하기 위한 마도기야"
소체 한 사람당 하나씩 만들며 여기에 주인으로 등록된 자는 그 소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고, 아직 주인이 없는 경우에는 이것을 가진 자가 그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부와 같은 색인 소울피스는 표면에 핏줄 비슷한 것들이 솟아있어 보기에도 기분나빴다.
"예를 들어 이렇게——"
뮤토가 그것을 손으로 꼭 쥐고,
(자, 상체를 일으켜라)
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자,
"앗!"
깜짝 놀란 시아는 작게 비명을 질렀다. 자고 있던 여성 중 한명이 갑자기 침대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 움직임은 마치 태엽인형 같았다. 눈을 뜨고는 있지만 의식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 이 사람……"
"돈이 비싸게 들더라도 소체를 원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고 있어"
뮤토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쨌든 배신할 일도 없고, 쓸데없는 수고도 들 일이 없는 완벽한 노예가 손에 들어오는거니까…… 으응, 시아?"
순진한 소녀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의 변화에 뮤토는 말을 멈췄다.
"용서 못 해……"
주먹을 움켜쥔 시아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요. 이건 너무 심해요!! 정말 너무 심한 일이에요!!"
머리카락을 곤두세우며 불같이 분노하는 시아.
"인간을 물건처럼 사고 파는 것도 믿을 수 없는데…… 게다가…… 이렇게 인형취급하다니……"
너무 화가 나고 떨려서 그 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부릅뜬 시아의 순진한 눈동자에 분노의 눈물이 배었다.
"그래, 세레스도, 라이아도——무경단원은 모두 너와 같은 마음이야. 그래서 모두 목숨걸고 싸우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자. 자, 검사를 계속할까……?"
그렇게 말하면서 뮤토는 안경 속의 눈을 가늘게 뜨고 분노로 벌겋게 달아오른 소녀의 옆모습을 믿음직스러운듯 바라보았다.
(분명히 언젠가는 이 아이도 훌륭한 전사가 되겠구나……)
그런 기분이 든 탓인지 여성들의 검사를 마친 뒤, 도움에 대한 답례로 차를 대접하면서 뮤토는 소녀가 듣기에는 좀 이른 이야기까지도 입에 담아서 버렸다.
"그… 그런……"
순진한 시아에겐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달콤한 과자를 먹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귀족이나 대신뿐만 아니라 군 상층부에도 있다는 건가요? 라딤과 관계가 있는 인간이…?"
"응…… 그래서 우리 무경단이 폐하 직속의 독립조직으로 설립된거야"
치안유지부대와 본격적인 협력을 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뮤토는 알려줬다. 어두움에 오염되어가는 국가행정조직에서 우리들 무경단은 자신의 ‘순결’을 지키고 ‘독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협조는 커녕 우리의 행동을 그들이 감시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거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라 딤이 있는 곳을 알아내서 급습했지만, 모두 사전에 눈치채고 도망간 것을 보면 말이야"
"그럴 수가……"
시아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나라를 지키는 군대와 치안유지부대 안에 인신매매 범죄자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니, 사실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군 쪽에서도 내사하고는 있다지만 솔직히 별 도움은 안 되겠지"
뮤토는 과학자답게 담담하게 말하고 조용히 홍차를 마셨다.
"그래서…"
시아는 한점을 응시한 채 중얼거렸다.
"남자는 믿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무경단에는 여자밖에 없는 것이군요?"
내뱉듯이 말하는 소녀의 말에 뮤토의 긴 귀가 순간 움찔했다. 음미하던 홍차의 잔을 받침에 올려놓으며,
"하지만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야"
안경 속의 조용한 눈동자로 쳐다보며 시아에게 말했다.
"너도 알고 있겠지? 전왕(前王)의 시대——불과 일년 전까지 있었던 이 나라의 참상을"
"네"
시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잊혀질 리가 없다. 공공연하게 성범죄와 인신매매가 일어났고 언제나 여자들은 피해자에 불과했다. 암흑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대...
"그래서 로제님과 세레스는 그것들을 단속할 조직을 여성들만으로 구성했어. 억압받던 여성들의 힘으로 왕국에 새로운 시대를——새벽을 가져오려고"
즉 이 은룡사단의 존재야말로 아스트레이왕국의 ‘여명’의 상징인 것이다. 그렇게 뮤토가 얘기했을 때,
"아……"
시아는 떠올렸다.
(라이아…… 님……)
아까 라이아가 한 말의 의미를 이제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존재의미는 범죄자를 소탕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말하던 라이아의 진지한 표정을 떠올린 시아의 가슴 속에서 뜨거운 감정과 함께 하나의 문장이 북받쳤다. 무릎에 얹은 손을 꽉 움켜쥔 그녀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은룡의 여명——
뮤토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자각하길 바래,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의 무게를. 그 마음만 있으면 시아, 너도 훌륭한 무경단의 일원이야. 그리고 오늘 밤은 이제 쉬어. 도와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한 반장수종족의 과학자는 한없이 자애로운 눈빛을 소녀에게 쏟았다.
4
자기 방에 돌아와서 제복의 상의를 벗은 전투대장 라이아는 간이 침대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 좀 지나쳤나…… 아니야, 이정도는 괜찮아)
매일 허드렛일만 하니 답답하고, 무경단의 일원으로 자신도 현장에서 일을 하고싶다는 시아의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소녀를 임무에 참가시키고 싶진 않았다. 시아가 예비대원이 되려면 1년의 훈련을 거쳐야하고, 정식대원이 되려면 적어도 삼년이 걸린다. 간청한다고 해서 될만큼 무경단이 만만하진 않다. 그것을 알기에 그렇게 엄격하게 말한 것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또 다른 일은 아무리 반성해도 부족했다. 임무완수를 보고하러 갔을 때,
"라이아…… 아직 자신을 억제할 수 없나요?"
다소 슬픈 기색으로 그렇게 말하던 세레스단장의 눈동자를 떠올리며 라이아는 고개를 푹 떨궜다.
(또 하고 말았어……)
적을 무참히 베어내던 팔이 뻐근하게 결렸다. 인신매매 일당들을 상대하게 되면 분노로 이성을 잃어버린다. 비록 상대가 범죄자일지라도 필요 이상의 공격은 안된다는 단규를 어기는 바람에 부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2번대 전투대장으로써 실격이다.
(지쳤어……)
결리는 오른팔을 주무르며 그녀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밤은 이제 늦었으니 일단 자자. 단장님께는 내일 다시 사과하고 그리고 뮤토선생님에게 가서 향후 치료방침에 대해서 상담해야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불을 끄려던 참이었다.
(아앗!)
뭔가 몸 안에서 두근거리는 감각이 있었다. 부들부들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아차! 약을……)
플래시백이란걸 바로 깨달았다. 이것저것 고민하는 바람에 그만 정시에 복용해햐하는 약 먹는걸 잊어버린 것이다.
(큰일이다……)
눈 앞이 뿌옇게 되며 진땀이 솟았다. 보통 때보다 강렬한 발작이었다.
"아앗……!"
(약을… 어서 약을……)
책상 위에 약병이 있다. 뮤토선생님으로부터 처방받은, 발정을 억제하는 약이다. 라이아는 황급히 손을 뻗었지만 손가락이 떨리는 바람에 잡다가 넘어트렸다.
(아앗!)
쓰러진 약병은 책상 위를 데굴데굴 구르더니 바닥에 떨어졌고,
쨍그랑!
"아아앗!"
(이, 이런……)
아뿔사 하는 생각과 동시에 강렬한 욕정의 발작이 엄습했다.
(아아앗!)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침대 위로 몸을 던진 라이아는 단복 바지를 입은 채 허벅다리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아니, 아아…… 안 돼……"
참지 않으면…… 어떻게든 참지 않으면……
자신을 억눌러보려고 침대 위를 이리저리 뒹굴어보지만 헛된 저항이었다. 성욕의 플래시백은 강한 의지만으로는 억제되지 않았다.
(안 돼…! 안 돼, 라이아! 지면 안 돼…!!)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타이르면서도, 라이아의 손은 셔츠를 가슴까지 걷어 올렸다. 출렁 하는 소리가 나는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풍만한 가슴이 튀어나왔다
아직 24세——아름답게 솟아오른 젖가슴은 욕정으로 팽팽하게 긴장했고, 발기한 핑크색 유두도 위쪽으로 향했다. 라이아의 오른손은 새하얗게 부풀어오른 가슴을 움켜잡고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아, 뜨거워…… 몸이 뜨거워…… 아아… 하아앙……)
하아 하아 뜨거운 숨을 내쉬며, 손가락 사이에 끼운 젖꼭지를 비벼댔다. 왼손으로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팬티 위로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거기는 이미 놀랄 정도로 젖어 끈적거릴 정도였다. 세로로 난 균열을 따라 손가락을 미끄러지듯 오르내리자 얇은 천 위로 톡하니 솟아오른 여심의 응어리를 느낄 수 있었다. 원을 그리듯이 그 위에 손 끝의 애무를 집중했다.
(아아앗, 클리토리스…… 클리토리스가 기분좋아……)
머릿 속을 완전히 날려버리는듯한 쾌감이 솟구쳤다.
"아앗, 아앗…… 아아아앗!"
(안 돼! 더 이상은…… 절대로 안 돼!)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지만 제멋대로 왼손이 팬티 속으로 파고들더니 음모를 헤치고 끈적끈적해진 보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오른손은 가슴 정상에 단단하게 응어리진 젖꼭지를 훑으며 비벼댔다.
(아아앙, 젖꼭지…… 젖꼭지도 너무 좋아…!)
소름 끼치는 쾌감에 라이아의 몸이 활처럼 휘며 경련했다.
안 돼…… 난 더 이상 소체가 아닌데…… 어째서 이런…… 아앗, 제발 날 구해줘……
망령의 잔상을 뿌리치려고 붉어진 얼굴을 좌우로 흔들었다. 하지만 잊을 수 없었다. 수갑을 차고, 사슬에 연결된 쇠목걸이를 찬 채 ‘주인님’의 허리 위에 올라타 음탕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대던 자신의 모습을. 굵은 페니스로 박히는 것에 무한한 기쁨을 느꼈던, 너무나 행복한 나날들을.
"아아아앙…… 하아아……"
번들거리는 보지 안쪽에서부터 맑은 애액이 넘쳐나와 더듬는 손가락 끝에 찰싹찰싹 물소리를 내며 달라붙었다. 젖꼭지를 살짝 꼬집거나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비빌 때마다 움찔 움찔 허리가 떨렸다.
"흐으응……하아아앗"
(아, 안 돼… 기분이 너무 좋아…… 어쨌든 한번 진정시키지 않으면……)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육체의 정욕에 더 미쳐버릴 것 같았다. 흥분한 여체는 한번 절정에 오르면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손가락으로는…… 손가락만으로는 절정에 오르기에 역부족이었다.
(뭐, 뭔가…… 넣을만한걸......)
아무거나 다 되는게 아니다. 굵고 단단한 것——남성의 발기한 페니스를 대신할 것이 필요했다.
(뭐, 뭔가…… 아아, 뭔가……)
하아하아 헐떡이며 쭉 뻗은 손에 딱딱한 것이 닿았다. 본능적으로 잡아버린 후에야 그것이 검의 손잡이임을 알게 되었다.
"하앙…… 하아… 이, 이건……"
발갛게 상기된 라이아의 얼굴이 한순간 일그러졌다. 검은 무경단원의 영혼. 악을 응징하는 신성한 무기로써 평소에 손질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소중한 것을 자위도구로 사용하는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라이아가 정상적인 상태라면——
(안 돼, 라이아! 이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 자랑스러운 검객의 마음이 호소해왔다. 하지만 발정난 욕체의 욕구는 훨씬 강했다.
(안 돼… 손이 멈추질 않아…… 안 돼……)
자신의 파렴치함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라이아는 검의 굵은 손잡이 부분을 혀로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에 각인되어있던 피학의 기쁨이 금세 되살아나 금기에 대한 거부감마저 흐릿해졌다.
(주인님…… 주인님, 아아……)
무아지경에 빠진 라이아는 검의 손잡이를 입에 넣고 과거 주인님의 페니스에 봉사했던 것처럼 펠라치오를 시작했다.
(아아, 커요…… 주인님의 자지, 매우 크고 단단해요… 하으으응……)
볼우물이 패이도록 뺨을 힘껏 오므리고 머리를 흔들며, 쩝쩝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잡이를 빨아대는 라이아의 땀에 젖은 표정은 아까 바로 그 검으로 인신매매일당을 가차없이 베어 넘기던 냉혹한 전투대장의 표정과는 완전히 달랐다. 주인님의 페니스에 복종하는 가련한 암컷노예로 전락한 표정이었다.
(넣어주세요… 어서 주인님의 자지를, 넣어주세요……)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바지와 흠뻑 젖은 팬티까지 정신없이 벗어던진 라이아는 날렵한 근육질의 다리를 더 이상은 무리일 정도로 크게 벌리고, 침이 뚝뚝 떨어지는 검의 손잡이를 뜨겁게 젖은 균열에 갖다댔다.
"제, 제발.... 넣어주세요, 주인님……"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 애원하면서 스윽 힘을 가했다.
"하아악…! 아아아앙!"
뜨겁게 달아오른 점막을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굵고 단단한 것이 보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반년만에 맛보는 육체의 열락은 의식이 날아가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아… 하흑! 으으흥……!"
달뜬 신음을 흘리며 라이아는 끈적끈적한 자위를 시작했다. 열번정도 꽂았다 뺐을뿐인데 벌써 첫번째 절정이 닥쳐왔다.
"우아아아앗!!"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절정의 충격에 머리를 뒤로 젖히며 탄성을 질렀다. 허리를 활처럼 젖히고 크게 벌린 사타구니의 균열——흠뻑 젖은 분홍색 보지사이에서 뜨거운 애액을 뿜어냈다. 그런가 하면 터질듯이 솟아오른 젖꼭지 끝으로도 하얀 액체를 뿜어냈다. 물론 출산의 경험은 없지만 절정에 오름과 동시에 젖을 분출하도록 조교된 것이다.
"하아, 하아…… 아아앗!"
격렬한 절정이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라이아는 가쁜 숨을 내쉬며 검의 손잡이로 또다시 자위에 빠져들었다. 경련하는 다리를 뻗은 침대시트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미친듯이 보지를 쑤셔댔다.
"으응…… 하아앙…… 아흑!"
(아아, 좀 더… 좀 더 해주세요! 아아앗!)
허덕이는 신음소리에 섞여 질척질척 음란한 물소리도 점점 커졌다.
『흐흐흐, 그렇게 좋으냐, 라이아?』
혼란스러운 머리 속에서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라이아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온몸을 활처럼 젖히면서 라이아는 말했다. 자위에 빠져 현실의 자신과 소체때의 기억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아아, 가요… 가요… 라이아는 또…… 또 가버려요!!!"
봐주세요… 주인님, 봐주세요…… 라이아가 가버리는 모습을…… 똑똑히 봐주세요……
너무나도 격한 자위와 미친듯한 몸부림에 간이침대가 삐그덕 삐그덕 울기 시작했다. 닥쳐오는 절정의 강렬함을 예고하듯 땀에 젖은 여체가 바들바들 떨었다.
"하아앙… 아흑, 주인님…… 주인님, 아아아앗!"
우와아아아앗!
짐승같은 절규와 함께 또다시 보지에서 강렬한 물줄기를 뿜어냈다. 동시에 유두에서도 하얀 젖이 분출되었다. 첫번째보다 훨씬 격렬하고 높은 절정이었다.
퍼득 퍼득 상당히 오랫동안 경련을 일으킨 후에야 라이아는 땀과 체액으로 뒤덮인 육체를 가까스로 이완시킬 수 있었다.
하아아… 하아아… 하으으응……
뜨거운 호흡에 새하얀 아랫배가 파도치듯 크게 오르내렸다. 길고 매끄러운 다리 사이에는 무경단원들의 혼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검이, 보지물이 듬뿍 묻어 번들거리는채 김을 모락모락 내며 내팽개쳐져있었다. 그 검은 서임식때 섭정 로제가 손수 건네준 것이었다——신명을 다해 왕국의 수호자가 된 라이아 프로이드. 너에게 신의 축복과 가호가 함께 하기를——그런 축복을 받으며 은으로 된 손잡이에 용의 문장이 새겨진 검을 하사받던 날의 감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았다.
(이럴 수가…)
욕정의 발작이 진정되면서 통렬한 회한과 자책감이 솟아올랐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우우우우……)
가까스로 구출된 몸인데…… 세레스단장님의 특별한 주선으로 무경단원이란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했는데……
과거의 자신도 오늘밤 구출된 여자들과 똑같았다. 세레스단장이 이끄는 무경단에 구출되고 약 여섯달. 조금은 회복되었을거라 생각했지만 소체가 되어 어느 귀족의 저택에서 성노예로 지낸 나날들——그동안 육체에 새겨진 도착적인 예종의 기쁨은 후유증이 되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으로는 잊어도 육체는 기억하고있어 약 먹는걸 잊으면 강렬한 플래시백으로 되살아났다.
(이렇게 한심한 내가 은룡사단의 대장이라니……)
죽고만 싶은 생각에 라이아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 범죄조직에 붙잡혀 소체로 개조되기 전 라이아는 저명한 검술사범이었던 아버지부터 검술을 배웠다. 그리고 세레스단장은 그 기량을 알아보고 무경단의 일원으로 삼아주었다.
(단장님을 뵐 면목이 없어……)
달아오른 나신을 엎드린 라이아는 젖은 시트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
(세레스님…… 용서해주세요…… 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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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2015년 12월 12일 フランス書院에서 출판된 소설입니다. 그래서 삽화가 없습니다.
PS 2. 언제나처럼 제멋대로의 의역, 오역, 편역이 난무하니 이해바랍니다.
PS 3. 부족한 부분은 만화를 참고했습니다.
PS 4. 네이버3 밖으로 유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PS 1. 2015년 12월 12일 フランス書院에서 출판된 소설입니다. 그래서 삽화가 없습니다.
PS 2. 언제나처럼 제멋대로의 의역, 오역, 편역이 난무하니 이해바랍니다.
PS 3. 부족한 부분은 만화를 참고했습니다.
PS 4. 네이버3 밖으로 유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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