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마의 파동 제1장 음마와의 해후 -10- 사고
(보인다! 보인다고?)
켄이치가 놀란 것은 자신의 동체시력이었다.
운동치인 자신이 지금까지 구기종목에서 활약한 적은 없다. 운동신경이
나쁜 것은 물론이고 그 고속으로 움직이는 공을 전혀 볼 수 가 없던 것이다.
야구와 탁구, 테니스와 배드민턴. 모두
운동신경과 함께 동체 시력과 공간인지능력이 요구된다. 켄이치는 무엇이건 고도로 난이도 높은 스포츠였을
터.
그런데도 테니스 공의 궤적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반대편으로 이동해서 교감이 다시 서브 자세를 잡는다. 그 얼굴에는
히죽히죽 거리는 표정이 걸린채였다. 테니스 경험자도 고생하는데 생초보인 켄이치가 칠 수 있을리가 없다.
토스된 그 최고점에서 라켓이 공을 휘어채 팡하는 타격음이 나고, 슝하고
소리를 내며 고속의 샛노란 화살이 다시 날아왔다.
아무 변화도 없는 플랫 서브지만, 그 스피드는 가볍게 160km를 넘고 있어, 보통 사람은 커녕 왠만한 경험자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는 속도다.
하지만 켄이치는 그 궤적이 확실히 보였다. 슬로모션처럼 확인이 되어, 그 스핀의 방향과 공에 새겨진 마크까지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 켄이치. “
“포….폴트. “
너무 빨라 심판역인 루리코조차도 낙하점의 흔적으로 판정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고속 서브. 하지만 켄이치는 자신의 두 눈이 그것을 확실하게 포착해, 라인 바깥에
살짝 빗나가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주변에서는 움직이지 못하는 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칫! “
혀를 찬 교감은 세컨드 서브를 날린다. 힘을 조절했다 해도, 초보자라면 도저히 대응할 수 없는 스피드로 그 공이 센터방향으로 뻗어간다.
(칠 수 있다!)
사고한 것이 아니다. 생각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그렇게 “확신했다.”
그러자 평소에는 부서진 실인형처럼 밖에 움직이지 않던 손발이 스무스하게 움직이며 공이 낙하점에서 뛰쳐올라 가장
치기 쉬운 포인트까지 최단거리로 이동한다. 몸에서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위치에서 정지해, 팔꿈치를 컴팩트하게 접어서 최단거리의 궤도를 그리며 라켓을 회전시킨다.
그것은 손으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허리를 돌려 뒤늦게 손이 따라오는
감각.
정확하게 공의 궤도에 맞춘 라켓 면이 정확하게 스위트 스폿으로 공을 낚아채자,
고속으로 운동하는 그 에너지를 그대로 가드가 흡수해 이번엔 쳐날리는 방향으로의 에너지로 변해간다.
최소의 회전반경으로 휘둘러진 라켓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졌을 때, 쏘아진
샛노란 공은 소리를 내며 스트레이트하게 날아가 상대의 코트의 최심부에 꽂힌다.
“피….피프틴 올. “
(*피프틴올:서버와 리시버가
각각 1점씩 얻는 경우)
그 순간 코트가 조용해진다. 모두가 지금 일어난 일이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심판인 루리코도 라켓을 빌려준 아이코도 서브를 한 자세 그대로인 우사미도, 그리고 깔끔하기 그지없는 리턴 에이스를 따낸 켄이치조차도.
(*리턴에이스: 서브를
되받아쳐 얻는 득점)
“조용히!! 조용히 하세요! “
자신도 멍해져 있던 루리코였지만, 핫 하고 정신을 차리더니 평소 냉정침착한
그녀로써는 드물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정도로 루리코에게도 눈 앞의 사건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 소심하고 어둡고 너무나도 운동치인 이과교사가 프로라도 맨발로 도망칠 정도의 깔끔하기 그지없는 리턴 에이스를
따낸 것이니까.
한편 우사미는 순간 멍해져 있었지만, 맹렬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우연이다! 우연인게 틀림없어!!)
이 테니스 시합에서 자신이 질리가 없다 자신은 여성의 동경의 존재로 이과교사를 상대로 산뜻하게 승리해서, 그 인기를 더욱 확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둡고 오타쿠의 패배자
교사 따위 자신의 희생양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혼신의 힘과 분노를 담아 퍼스트 서브를 날린다.
몸을 활모양으로 만든 상태에서 등을 꾹하고 수축시키며, 고속으로 원을
그린 라켓이 노란 고무 덩어리를 쳐날린다. 학생시절 몇번이고 몇번이고 힘든 반복연습에서 손에 넣은 필살의
초고속 플랫 서브.
(*플랫서브:가장 높은
곳에서 라켓의 평면으로 공을 강하게 내려치는 방법.)
우사미의 본래의 그것은 170km를 넘는다.
정확하게 맞아 날아간 그것은 센터 라인 아슬아슬한 최심부에 꽂힌다.
완벽한 스피드와 코스.
안그래도 백핸드로밖에 대응 할 수 없는 그 궤도는 프로라 해도 받아치지 못할 터였다. 하물며 부고문이라 해도 테니스경력 제로의 이과교사에게는 천지가 뒤집혀도 칠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다시 악몽이 찾아왔다.
비쩍 마른 임시교사는 휙하고 몸의 방향을 바꾸더니 팔꿈치를 고정한채 라켓의 궤도로 깔끔한 타원을 그리며 일직선으로
뻗는 노란 화살을 받아친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파워가 아니다.
완벽한 타이밍과 완벽한 포인트가 운동 에너지의 벡터를 반전시켜 노란 고무 덩어리가 소리를 내며 다시 돌아간다. 게다가 자신이 절대로 닿지 않는 코스의 반대편으로.
“피프틴 서티…..”
(*피프틴서티:서버가 1점을 얻고 리시버가 2점을 얻었을 경우.)
오오! 하는 환성은 이번엔 타임랙 없이 찾아왔다.
“이, 이번엔 퍼스트 서브를!! “
“게다가 완벽한 백핸드리턴…”
“어떻게…어떻게 저런 걸
칠 수 있담!! “
흥분이 소녀의 입에서 음성이 되어 튀어나온다. 테니스 부원은 그 고도의
테크닉에, 일반 여학생은 그 스피드의 박력에.
“제기라알!! “
이번엔 교감은 평소의 신사적인 태도를 휙 벗어던지고 본래의 흉폭하고 추악한 표정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이 바보취급하고 있던 임시교사 따위에게 두번이나 완벽한 리턴 에이스를 내준 것이다.
이럴리가 없다. 이럴리가 없단 말이다.
엘리트로 스포츠맨인 자신이 이런 3류 대학의 찌질이따위에게 질리가
없다. 이런 사회의 쓰레기따위에게 자신이 뒤질리가 없다.
이런 건 우연이다. 지금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어!
야차나 악귀 같은 표정으로 4번째 혼신의 서브를 날린다.
우사미는 어느 의미로 초인이다.
40살을 넘어 아직 윤체연령은 20대를
유지하고 있고, 현역시절과 손색이 없는 서브를 칠 수 있으니까다. 게다가
정말로 놀랍게도 이만큼 냉정함을 잃고 감정에 맡기고 있어도 그 기술이 조금도 실수가 없고, 그러기는커녕
지금까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점이다.
그것은 하늘이 내린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일반인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파워와 테크닉의 고도의 앙상블.
하지만 악마의 능력은 그런 것을 털끝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날 최고속의 스피드로 코너에 꽂힌 그것을 다시 완벽한 라켓 컨트롤로 가볍게 되받아친다. 서브의 스피드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것을 정확하게 포착했을 때의 리턴은 그 흉악함을 더한다.
하지만 악마는 그것만을 노리고 있던 것이 아니다.
이번 리턴은 마침 서브를 끝낸 우사미가 칠 수 있는 위치로 돌아갔다. 서브를
날린 자세에서 급히 발을 뻗어 그 공을 칠 수 있도록 근육을 수축시킨다.
하지만 악마의 리턴은 슬라이스가 걸려 있어, 우사미의 라켓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것을 쫓아가 더욱 발을 뻗는다. 고속으로 도망치는
노란 공.
(닿았다!)
그 순간,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대가가 나왔다. 그곳만 세월을 거쳐 허약해졌던 아킬레스건이 급격한 부하에 의해 비명을 지른다.
쿵하고 뭔가가 발꿈치에 부딪힌 듯한 충격을 느끼고, 우사미는 그 자리에
구르고 만다. 그 뒤에는 일순의 경악과 환성. 그것에 이어
일의 중대성을 이해한 부원들의 비명과 구급차를 부르는 목소리가 코트에 울려퍼진다.
발을 부여잡고 웅크린 교감을 보면서 켄이치는 히죽 웃는다. 소란스러워진
이 장소에서 단 두명만이 그 이과교사가 보여준 표정을 보며 아이코와 루리코는 확신한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사람은 등줄기에 무시무시한 전율이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뒤의 클럽활동은 이미 정상적인 그것이 아니었다.
각각의 부의 고문과 코치들이 어떻게든 붕뜬 공기를 수습하려 했지만, 테니스
코트에서 일어난 흥분이 체육관과 그라운드, 그리고 교내에 남아있던 학생들까지 튀어, 학교 전체가 이상한 흥분과 함께 웅성거리고 있었다.
“미도 선생님, 대단해….저렇게 대단한 리턴 에이스 본적이 없어…”
“그래도 그 녀석 운동 전혀 못했다구. 나, 봄의 운동회에서 본적이 있는데 느리고 엄청 어벙거렸는데…”
“그것보다 우사밍, 괜찮을까…아킬레스건 찢어졌잖아…불쌍해…”
여학생들은 입을 모아 평소에는 어둡고 음침한 이과교사가 보여준 놀라운 퍼포먼스에 흥분하며, 그 대단함을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한번만이라면 우연으로 정리했을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아는 우사미의 초고속 서브를 3번이나 완벽히
리턴 에시르를 따낸 것이니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학교의 5층 구석, 이과준비실.
그곳은 교내의 소동도 닿지 않는, 어둡고 조용한 장소. 그 장소에서 음마는 가만히 새로운 사냥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켓을 돌려줄 때 나눈 두 세마디. 그 시간이 있으면 충분했다.
시합이 끝나고 모두가 쓰러진 우사미에 신경이 팔린 그 사이.
놀라면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카와시마 루리코의 몸에 켄이치의 몸에서 나온 붉은 촉수가 휘감여, 그 오라에 감겨들었다. 나츠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아이코의
몸과 마음을 얽어매어 음마의 더러워진 독을 쏟아붓는다.
(해냈다! 두 사람째다!!)
손맛이 있다는 확신이 켄이치를 광희시켰다.
“아, 아아….”
코트의 옆에 선채로,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몸을 떠는 스커트 차림의
미소녀. 그 몸에서 나온 새파란 오라가 음마의 파동에 반응해, 서서히
핑크빛으로 물들어간다. 그 오라가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도
휘감긴 붉은 촉수에 물들어, 서서히 무시무시한 색으로 변화해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가볍게 발기한 켄이치에게는 아이코가 빠르게 성적 흥분에 사로잡히는 것을 발동한
초감각으로 느껴졌다. 자신에게 아무 감정도 없던 여고생이 한심한 이과교사인 자신에게 뜨겁게 욕정한다.
(좀더….좀더 내 색깔로
물들여주지…)
아름다운 소녀를 음마의 “힘”이
포식한다. 게다가 그곳은 야외로 모두가 있는 앞에서의 사건인 것이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미소녀를 추락시키는 그 희열에 전신에 닭살이 돋는다.
“나중에 이과준비실로 오도록 하세요.
그 모습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고. “
옆에 있는 루리코가 이상해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앞에서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뜨겁게 자신을 바라보는 제물은 악마의
유혹에 끄덕하고 고개를 움직였다.
2학년 테니스부 캡틴 카와시마 아이코는 자신의 몸의 변화에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 때,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준 이과교사에게 순간 두근두근했다. 무엇보다 저 고속 플랫 서브를 완벽하게 되받아 쳐내는 그 물흐르는 듯한 폼에 멍해졌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어린 몸에 싹튼 그것은 그런 아련한 소녀틱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좀 더 끈적끈적한, 더러운 어른의 남녀가 가지는 노골적인 욕망.
그것은 성욕. 육욕. 교미욕.
17살의 처녀의 몸은 지금 그 견디기 힘든 욕구에 시달리며, 주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폭주하고 있다. 유방과 클리토리스가 제각기
자신의 욕망을 주장하며 하모니를 연주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어렴풋한 성욕은 있었다. 평범하게 자위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성경험도 없고 키스조차 한 적 없는 아이코다. 자신이
느끼는 이 욕망, 즉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진 원시의 본능의 발로에 당황스러울 뿐.
몇번이고 가는 것을 그만두려고 생각했다. 몇번이고 학교 계단을 왔다갔다헀다.
정체 모를 공포와 자기방어본능이 17살의 소녀의 마음을 꺽는다.
그래도 몸안의 욕망은 그런 이성과 경고를 짓밟는다. 폭주하는 성에
대한 욕구가 몸안에 흘러넘쳐 그것을 바라며 온몸의 세포가 뭔가를 바라고 있다.
(그래도 선생님이 오라고 했으니까….)
자신의 욕망을 정리하지 못한 채, 지시를 받은 것을 면죄부로 삼아
학교를 걷는다. 테니스부의 다른 부원들에겐 양호실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렇게 혼자 인기척 없는 5층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리놀륨의 바닥에 칠해진 왁스가 여기서만 아직 강하게 향이 남은 것이 한층 그 한적함을 드러내고 있다.
“선생님….왔어요…..”
노크를 하고 아이코는 잠시 기다렸지만, 대답이 없는 채로 문에 손을
가져간다.
본능이 경고를 울리고 마음 속의 무언가가 필사적으로 제지를 가하려 하지만,
17살의 소녀는 그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손잡이를 조용히 돌린다.
운명의 문은 열렸다. 더 이상 이 미소녀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