鬼椿 오니츠바키 2-14 (2부 최종화)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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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鬼椿 오니츠바키 2-14 (2부 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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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러고보니까, 꽤 오래간만이네..."
주저주저하면서 문 손잡이를 당겨 방 안을 살그머니 들여다 보았다.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유카의 써클에 방문한 게... 1학년 무렵에는 매일같이 찾아가 함께 집에 왔었는데... 그 땐 둘이 늘 같이 붙어있는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러다 지금은 서로 조금씩 바빠져서...
"뭐야, 최악이다~ 그런 아르바이트 관둬---"
"으윽~ 그런 일이 있었어?"
"싫다 싫어, 너무 이상해서 죽을거같애---"
"너무해~ 모두들, 자기 일 아니라고~ 요코선배까지~헤엥"
"저기말야, 근데, 전에 써클 모임때말야"
"아아~ 그 두 사람? 역시"
깔깔대는 높은 웃음소리가 방 안에 가득했다.
"저기~, 실례합니다"
프로젝트 개시일을 목전에 두고 협의와 준비로 정신없이 시간에 쫒기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연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간신히 시간을 만들어도 이번엔 써클 일에 바쁜 유카가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계속 엇갈려 어쩌다보니 요 일주일간 한번도 만나질 못했다. 메일 교환은 계속 하고 있었지만 얼굴을 못본다는 건 역시 괴로왔다. 그래서 갑자기 유카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어딘지 모르게,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 ...믿고 있다. 의심한다거나 하는 그런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유카의 얼굴을 보기만 하면 그런 느낌은 전부 사라질 것이다. 그냥 보고싶어서일거야... 저번엔 유카가 만나러 와 줬으니까, 이번엔 내가 만나러 갈 차례. 유카...놀라겠지?..."뭐야? 카즈야~" 그렇게 말하며 수줍게 기뻐하는 연인의 웃는 얼굴이 그려졌다.
테이블주위에 모여앉아 포테토칩이라든지 쵸콜렛을 안주삼아 수다삼매경에 빠진 4인조에게 말을 걸었다.
"저, 잠깐 괜찮을까요?"
"네?"
뭐가 그리도 이상한 일인지, 진한 베이지색 컷소우(*주, 니트의류를 가리키는 일본식조어)를 입은 4명중 가장 연상으로 보이는 요코라고 불린 여자가 너무 웃어 눈물이 나는지 손가락으로 눈을 훔치며 대답한다.
"용무가 뭐죠?"
"저, 유카를... 모리사키 유카를 좀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모리사키씨...?!"
바로 그순간 분위기가 싸해지며 요코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떠들석한 수다가 뚝 끊기고 다른 세 명은 왠지 모르게 아마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곤란해했다.
"아직, 안 왔나요?"
갑자기 돌변한 분위기에 당황해 다시 묻는 아마노에게, "모리사키선배라면, 요새 못봤는데요. 한 달 가까이 한번도 써클에 나온 적이 없어요". 말하기 곤란해하는 선배를 대신해 테이블 가장 안 쪽에 앉아있던 갈색머리를 한, 척 보기에도 수다쟁이일것 같은 여자아이가 대답했다.
"에...!?"
한번도 안 와...!? 그럴리가... 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유카는 계속, "아직 써클에 할 일이 남아서, 매일 거기 가"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 말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오늘도 써클에 간다고, 아까 메일로..."
캐묻듯 물어봐도, 모두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않는다. 거북한 분위기만 계속된다. 유카가 써클에 오지 않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차인 거 아니었나요?"
긴 침묵을 깨고, 조금전의 갈색머리가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 맞아! 어, 어쨌든, 그런거니까... 자, 슬슬 돌아가자". 선배의 말에 일제히 일어나 허둥지둥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자, 잠깐만요, 정말입니까? 정말로 유카, 안 왔어요?"
아무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마노선배..."
그 대신, 등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츠키!"
라켓을 가슴에 안은 사츠키가 복도에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었다. 깊은 그늘이 드리운 눈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얼굴을 돌린다.
"정말로... 유카, 그동안 한번도 써클에 안 온거야? 사츠키, 대체 어떻게 된거야?"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음의 동요로 가벼운 패닉상태에 빠진 아마노가 사츠키의 자그마한 어깨를 움켜잡고 난폭하게 흔들었다. 그런 사츠키와 아마노 옆으로 다른 네 명이 부리나케 빠져나갔다.
"...그이는... 몰랐나봐..."
"...거봐... 내가 그랬잖아..."
"...역시나..."
"애들아, 그만해"
네 명이 떠나면서 소근소근 주고받는 대화가 듣고싶지 않은데도 귀에 박혀온다. 유카... 이게 무슨 ...
"사츠키, 유카가 써클에 나오지 않는다는게 사실이야?"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 아파요.. 선배..."
"아.. 미,미안. 사츠키,난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어서... 그, 대체 무슨...?"
사츠키의 어깨에서 떨어져나온 손을 부르르 떨면서 스스로에게 묻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평소의 아마노선배가, 평소의 상냥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아니다... 공허하고..미약한..슬픈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사츠키의 마음이 찌르는듯 아파왔다. ...이런게 내가 바란 거였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슬프게 하고..상처입히고...?
"사츠키, 뭔가 알고있는거 없어? 전에 유카얘기 한 적 있었잖아.. 뭐든 좋으니까 말 좀 해봐..."
바닥에 시선을 떨구고 입을 앙다문 사츠키의 몸이 흠칫 떨렸다. ...알고 있어.. 하지만, 말 못해.. 대체 아마노선배한테 뭐라고 하지...? 내 탓이라고...? 내가 그녀석을 도와서 모리사키선배를.. 아마노선배를, 정말 좋아하는 선배를 괴롭게 만든건.. 바로 나.. 잖아...
"저, 저 가정교사 가야해서요.. 늦었으니까, 실례할께요"
아마노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뒤돌아 선다.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사츠키..."
혼자 남겨진 아마노는 그저 망연자실하게 바닥에 못박힌듯 내내 서 있었다.



유카가 그동안 계속 써클에 나오지 않았다니... 써클 부실을 나서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떨리는 손으로 유카의 단축번호를 눌렀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는 그 짧은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여보세요, 카즈야?"
평소와 다르지 않은 밝은 목소리. 휴대폰 저 편에서 들려오는 건 친근한 연인의 목소리. "유카, 저기말이야.. 지금 어디야?", 애써 평정을 가장했다. 휴대폰을 쥔 손에 땀이 배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었다.
"지,지금?! 써클인데. 써클 부실"
숨이 턱 막힌다. 입 안에 침이 바싹 마른다. 위 안쪽으로부터 씁쓸한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라온다.
"좀 전에 메일 보냈는데. 못 받았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유카가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런 일, 지금까지 없었는데. 한 번도. 단 한 번도 없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겨울 캠퍼스의 경치가 눈 앞에서 빙글빙글 돌고 시야가 흐려진다. 오른 손으로 가슴 위 셔츠를 꽉 움켜 쥐었다.
"여보세요.. 카즈야? 카즈야도 참, 무슨 일이야?"
유카가 태연하게,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어째서.. 왜...?
추궁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른다.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거야.. 유카가 날 속일 리가 없어.. 반드시 뭔가, 지금은 비밀로 해야만 할 이유가 있을거야.. 분명히 그럴거야.. 유카를, 내가 유카를 믿지못하면 어떡해...
"...유카, 오늘은 몇 시쯤에 집에 올 수 있어?"
"에, 오,오늘은.. 카즈야, 무슨 용무라도.. 있는거야?"
"유카한테 할 말이 있어. 좀 중요한 얘기야"
"내.. 내일은.. 안 될까..? 아.. 오늘은, 밤에, 친구들하고 식사약속을.. 해버렸거든"
그것도.. 거짓말이겠지... 무심코 입에서 튀어나올뻔 한 말을 간신히 삼킨다. 얼버무리는 듯한, 푹 가라앉은 유카의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윙윙거린다.
"단순히 믿고만 있어선 안돼요"
갑자기 마리에의 말이 떠올랐다.
"..중요한 이야기야. 꼭 할 말이 있으니까, 늦어져도 괜찮으니까,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응, 알았어. 가능한 한.. 빨리 들어갈께.."



"그녀석 전화야?"
통화가 끊어진 휴대폰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유카가 긴 속눈썹을 감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꽤나 거짓말이 늘었는데~"
조롱하는 말투에 순간 뭐라고 하려다가 바로 입술을 꼭 깨물고 참았다. 연인을 속이는 짓은 설사 그것이 아무리 작은 일이어도 참기 힘든 괴로움. 하지만 류지와의 관계가 알려지는 것에 비하면 그건 약과였다. 아마노를 상처입히고 괴롭게 한다니, 그것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마노를,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게 무서웠다. 그 때문에 아무리 거짓말을 거듭하게 되더라도, 아무리 괴로운 일을 당하더라도...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한 거짓말이었다.
유카는 자신의 그런 슬픈 표정을 보여주기 싫었는지, 등 뒤에 있는 류지의 얼굴을 외면했다.
"그래, 뭐래? 그 바보는. 뭐라고 통화한거야?"
"할 말이 있으니까, 오늘은 집에 들어오라고..."
"그래? 선배, 어쩔래? 이제 그만 집에 갈래?"
류지의 눈 앞에 보이는 붉은 리본이 애처롭게 흔들린다.
"..류지군이... 허,허락해 준다면..."
휴대폰을 양손으로 꼭 쥔채로 스러질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내가 집에 가지 말라고 하면, 선배, 어떡할래?"
"..시키는대로.. 합니다..."
애초부터 유카가 어떤 대답을 할건지 류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데리고 논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다. 나한테서 떠나지 못하는 건. 하물며 이녀석은 나한테 반항따위 꿈도 못 꿀 처지니까. 씨익, 입가가 삐뚤어진다.
"아무튼, 선배. 오늘은 아직 못 갔잖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발로 엎드린 유카의 보지 안에 집어넣은 채로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던 자지를 쑤욱 밀어넣었다가, 딸려나오는 보지의 감촉을 음미하며 다시 빼냈다.
"아흑.. 흐응"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아아.. 카즈야, 이대로는, 나.. 휩쓸려 가... 또 휩쓸려 가버려... 제발, 카즈야, 도와줘... 바로 조금 전까지 연결되어 있던 휴대폰을 쥐고 마음 속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카즈야.. 도와줘.., ...내 말이 전해졌으면... 마치 빌듯이, 지금은 감히 입밖에 꺼낼 수 없는, 애타게 도움을 바라는 말을, 연인에게...
"하아아앙..."
천천히, 하지만 강하게 박아넣는 리듬에 맞춰 땀이 배인 등을 슬금슬금 어루만지던 손이, 아래로 처진 유방을 세게 움켜잡았다. 전류처럼 날카롭게 작열하는 쾌감에 활처럼 젖혀진 등이 부르르 떨린다.
"하응.. 아... 흐윽.. 아아앙.. 하으윽"
유카의 애액으로 젖은, 힘줄이 두드러진 시커먼 자지가 나왔다 들어갔다 할때마다, 찌걱찌걱하는 축축한 소리가 울렸다. 느끼지 않으려고 그러는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그러는지, 류지의 베개에 얼굴을 묻은 유카의 희미한 염성이 새어나온다.
"어? 그렇게 빼지 않아도 돼. 더 신음소리 내도 괜찮아"
침대 아래 낡은 다다미 위에는 유카의 청바지와 아마노가 좋아하는 흰 스웨터가 벗어 내팽개쳐져 있었다. 물론 거기에 속옷은 없었다.
"흐읍.. 하아.. 아하앙..."
필사적으로 신음소리를 삼키며 쾌감을 억누르는 유카. 강의가 끝나고 나면, 이렇게 류지의 방에서 셀 수도 없이, 류지가 질릴 때까지 안겼다. 온몸으로 봉사해 류지의 성욕을 처리해 주는 것이 어느새 일과가 되어 있었다. 애정없는, 오직 쾌락만으로 점철된 섹스. 마치 성노예와도 같은 취급을 받으며, 류지의 정액을 몸 속에 받아들였다. 이 날도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그 때, 연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나저나 그녀석, 진짜 바보 아냐? 지 여자가 매일같이 다른 남자한테 실컷 안기고 있는데, 어떻게 전혀 모를 수가 있지? 그렇게까지 얼간이일거라곤 짐작도 못했다니까. 혹시... 실은 선배같은거 어떻게 되든 말든 관심도 없는거 아냐?"
"제..제발, 아앙..아.. 카,카즈야... 하으응..하아.. 이야기는.. 하윽.. 하지마.. 아흐윽..."
류지는 반드시, 유카를 안을 때마다 아마노를 매도해 보였다. 그럴때마다 유카의 뜨겁게 젖은 보지가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달라붙어 조여온다. 죄책감을 자극하는 것이 유카를 절정에 오르게하는 방아쇠가 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류지의 아마노에 대한 우월감이 더 컸다.
"그러니까, 그녀석, 잊게 해줄께"
"아하앙... 흡.. 아흐윽"
쑤우욱, 뿌리까지 깊이 박아넣어 자궁을 밀어올릴 기세로 격렬하게 움직였다. 뜨거운 쾌락의 파도가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던 유카의 이성을 순식간에 소용돌이 안으로 집어삼켰다. 혹독하게 가르쳐진 쾌락으로 온순해진 육체가 탐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아.. 하으응.. 하앙"
유카의 가늘고 흰 손가락이 시트를 움켜쥔다. 그 반동으로 베개며 핸드폰이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어라? 방금 무지하게 느꼈나봐? 그치?"
류지에게서 도망갈 방법은 이미 없다. 하지만 연인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도망갈 방법은 있었다. 그저 이 끝없는 음욕의 행위에 빠지는 것. 거기에 빠져있는 시간동안 만큼은 전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하앙.. 아.. 네.. 하아.. 좋아.. 아앙.. 느,느꼈.. 하앙.. 느꼈습니다---"
이제 더이상 참지 않는다. 미간을 찌푸리면서 얇고 사랑스러운 입술로 음란한 말을 토해낸다.
"그래 그래. 선배, 그렇게 솔직하게 나오면, 오늘밤엔 집에 보내줄 수도 있지"
이미 절정에 올라 허덕이는 유카와는 대조적으로 여유만만인 류지가 가느다란 허리를 세게 움켜쥐고 쉴 틈따위 없다는 듯 마구 자지를 박아댄다.
"가..감사.. 아흐윽.. 하앙.. 합니다.. 하으윽"
살짝살짝 감질나게 귀두만 걸치고 얕게 박다가, 갑자기 퍽퍽 뿌리까지 쑤셔박고, 현란하게 리듬을 바꾸면서 관능적인 암컷의 음색을 연주한다.
"장난아니게 흘러넘치는걸. 이젠 내가 아니면, 선배, 만족할수 없는 몸이 된거야. 그녀석으로는 이제 만족 못한다구"
"좋아.. 좋아요.. 하앙.. 굉장해 굉장해.. 하아앙.. 굉장해... 하아.. 아앙.. 느껴.. 느껴버려요..."
"선배, 이젠 더는 못 참겠지? 가라구, 가게 해줄테니까, 어이, 선배, 언제나처럼 부탁해야지"
"가고싶어, 가고싶어요.. 아하앙.. 가.. 가게 해주세요..."
동그랗고 탱탱한 엉덩이를 높게 쑥 내밀어 스스로 류지의 허리에 부딪혀 간다.
"부,부탁드립니다.. 유카,유카를... 가게 해..주..세..요... 류,류지군이.. 가.. 가게.. 해줬으면.. 하아앙.. 가게..해줬으면.. 좋겠어요-----"
어슴푸레한 형광등 아래에서 유카의 몸이 격렬하게 경련한다. 낡은 방 안에, 절정으로 몸부림치는 암컷의 교성이 메아리쳤다.



시계 바늘이 곧 자정을 가리키려 하고 있었다.
손에 든 논문집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전혀 집중을 할 수가 없다.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는다. 몇번이나 시계에 눈을 돌려 시간을 확인하지만, 그 지난 시간만큼 유카의 귀가가 계속 늦어지는 현실만 토로할 뿐이었다.
유카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한숨만 새어나온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믿고 싶지 않다. 유카의 거짓말을. 굳은 신뢰도 한번 금이 가버리면 그만큼 초조함만 더할 뿐. 마음 속에 피어오르는 검은 안개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최근 항상 귀가가 늦었다... 부모님 출장시에도 "피곤해"라면서 자신의 집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며칠동안 얼굴도 보지 못한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차례차례 불길한 생각만 떠올라 점점 더 초조해진다.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반대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도 있으니까"
마리에의 말을 또 떠올렸다. 바로 부정한다. 난 유카를 믿는다. ...그래, 결심했잖아. 그 약속의 날로부터 계속 믿어 왔잖아. 마음이 통한다고 믿어왔잖아. 항상 유카만을 바라봤잖아. 유카도 나만을 바라봐 줬잖아. 의심할게 뭐 있어.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든게 다 기우였다고, 그렇게 결론이 날거야... 자신에게 타이른다.
주머니에서 물색 상자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바라본다. 연구는 이제부터지만, 아직 성과도 나온게 없지만, 좀 이르지만, 이걸 선물하자. 그리고 유카에게... ..그러면 전부 확실해질 거야. 한번 더 내 마음을 확실히 전하자.
정확히 밤 12시 반. 다이닝 테이블에 앉아 유카를 기다리기 시작한지 어느새 다섯 시간 이상이 지나고 있었다. 유카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좀 늦을거 같애. 걱정하지 마", "금방 가니까 잠깐만 기다려". 평소에는 늘, 귀가를 기다리는 아마노에게 상냥하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유카의 "지정석"을 바라봤다. 이대로.. 영영 돌아오지 않는건 아닌지.. 불길한 예감을 애써 뿌리친다.
나는 유카를 믿는다. 다시 한번 그렇게 생각했을 때, 애타게 기다렸던 초인종이 울렸다. 날아가듯 현관으로 달려갔다. 유카가 돌아왔다. 역시 돌아와 줬다.
"유카! 어서 와!"
밝은 목소리로 문을 열어 연인의 귀가를 반겼다. 그러나, "다녀왔어..."라고 하는 유카의 어깨에 만취해 뻗은 남자가 기대고 있었다.
어째서? 저녀석이?! 왜 저 남자가 유카하고 같이?!
술냄새를 펄펄 풍기는 류지가 괴로운 듯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유카의 뺨도 상기해 주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카... 어째서...?"
얼굴을 찌푸리는 아마노에게 "미,미안해, 카즈야. 저기, 써클 동료하고 오늘 회식이 있었어. 중간에 빠져나오기가 좀 그래서 늦어버렸네. 그... 사카카사와군이 과음해버려서.. 전철도 끊겼구.. 집이 멀다고 그래서.. 택시비도 없는 것 같구.. 집에 보낼 방법이 없어서.. 다들 나한테 떠맡기고 먼저 가버려서.. 어떡할까 고민했는데, 오늘 아버지 어머니가 계셔서 집에 묵게 할 수도 없고.. 카,카즈야 밖에 이런 부탁할 사람도 없구.. 미안, 미안해" 곤란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눈빛을 하며 유카가 숨도 쉬지않고 말을 토해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거짓말인 변명을 단숨에 늘어놓는다.
"...어쨌든 들어와"
비틀비틀대며 간신히 부축하고 있던 유카 대신에 류지를 부축해 거실 쇼파에 눕혀 놓는다. 팔과 어깨에 닿은 자신보다 훨씬 더 단단한 근육질의 체구에, 표현하기 힘든 불안과 초조함이 마음속에 또아리를 튼다.
"카즈야, 미안해..."
주방에 서 있던 유카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거라면, 별 수 없잖아..."
정말로 써클 회식이었어?... 참기 힘든 의문으로 머리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었던 연인에 대한 불신. ...난 유카를 믿어.. 필사적으로 참았다.
"미안.. 미안해..."
유카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카즈야, 화났지?...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화 안났어. 그만 됐으니까... 그렇게 사과안해도 돼. ...유카, 옷 갈아입어"
"고마워, 카즈야... 상냥하네. ...고마워"
꾸벅 고개를 숙인다. 귀가하고 처음으로 시선이 마주쳤다. 아마노의 눈치를 살피는 유카의 눈가에 희미하게 웃음이 감돈다. 그 표정을 보자, 조금 마음이 안정된다. 전혀 일어설 기색이 없는 유카에게 다시 한번, "어서 옷 먼저 갈아 입으라니까" 상냥하게 말했다.
"...응. 아, 저기.."
부스럭거리며 봉투에서 마시다 만 위스키 병을 꺼냈다.
"이거, 술집 주인한테 받았어. 옷 갈아입는 동안에 마시고 있어. 잘은 모르겠지만 이거 되게 비싼 술이래. 점장이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서비스라면서 준거야. 카즈야 생각이 나서 받아왔어"
등너머로 평소와 다르게 수다를 떨면서 주방에서 얼음을 넣은 글래스를 만들어 와 호박색의 위스키를 따라 아마노에게 건냈다.
술을 마시고 온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류지가 데리고 간 곳은 신쥬쿠 번화가 구석에 있는 허름한 스낵(*주, スナック-스낵바. 간이식당, 선술집같은 곳). 류지와 아는 사이인 것 같은 가게 지배인이 준, 유카가 류지의 명령대로 "서비스해 보인"일에 대한 사례였다. 물론 그런 술을, 사랑하는 연인에게 가져다 줄 생각따위 전혀 없었다. 하지만 류지에게 반항할 수가 없었다. 아마노에게 알려질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와 똑같이 감정을 억눌러 참고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갈아입고 올께"
욕실로 향하면서 "명령받은 대로" 짙은 갈색의 롱코트를 어깨로부터 벗어내렸다.
"유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허리까지 훤히 파인 진한 주홍색의 미니 원피스. 찰랑거리는 흑발, 눈처럼 하얀 피부, 새빨간 드레스에 싸인 힙 라인이 요염하기 그지 없었다. 천천히 뒤돌아보며, "...어때? 어울려?". 평소와 같은듯, 평소와 어딘가 다른듯, 알 수 없는 미소를 띤 얼굴로 유카가 대답했다. 남자의 음탕한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요염함이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가는 어깨끈이 지나는 가슴은 그 볼륨을 더욱 강조하고 잘록한 허리선은 조여주는 드레스가, 딱 붙는 가벼운 옷감으로 유카의 아름다운 신체 라인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짧은 스커트는 무릎 위가 아니라 가랭이 아래로 불과 몇센티나 될까. 색향이 흘러넘치는 허벅지로부터 가느다란 발목까지 매끄러운 각선미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어울려.. 근데, 유카... 가, 갑자기... 그런 야한 모습..."
청초해 보이는 심플한 옷을 좋아해, 이렇게까지 맨살을 드러내는 야한 복장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놀라고 당황해서 아마노의 눈이 땡그래진다. 그런 모습으로... 술 마시러 간거야...? 그런 모습을 나 이외의 남자에게.. 저 남자에게 보인거야...?
"역시, 야한가..."
어째서... 믿고 있다. 뭔가 다르다. 복잡한 기분이 교차한다. 남자의 눈을 잡아끄는 요염함으로 가득한 유카에게서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돌렸다.
"빨리 갈아입고 와!"
뭐야... 무심코 목소리가 커졌다. 주먹을 불끈 쥐고 시선을 떨군 아마노를 내려다보는 유카의 얼굴이 고통과 슬픔으로 일그러진 것을, 아마노는 알 수가 없었다.
"응... 금방, 갈아입고 올께..."
욕실 문이 쾅소리를 내며 닫혔다. 아마노는 주머니에 들어 있는 물색 상자를 스웨터 위로 꽉 쥐었다. 마음을 담은 작은 상자에 자신의 의지를 불어넣으려는 듯이.
샤워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오자, 류지가 등받이를 넘어트린 소파에서 이불을 덮고 자고 있었다. 아마노가 그 옆에 이불을 늘어놓고 있었다. 뒷모습만 모였다. 하지만 그 뒷모습만 봐도 아마노가 어떤 심정일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나도 그런 야한 옷 전혀 입고싶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걸, 카즈야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연인의 얼굴이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조금 전까지, 그 스낵에서 내가 했던 짓을 보면 또 어떤 얼굴을 할까... 테이블 위에 다 마신 글래스를 싱크대에 갖다두고, 유카는 굴욕으로 입술을 깨물며 녹아가는 얼음을 가만히 바라봤다.



문득 잠에서 깨보면, 부드러운 온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잘 자"라며 가볍게 키스를 하고 거실의 불을 껐다. 잠시 후 류지가 자는 소파아래에 깔아놓은 이불 속에 누워있던 아마노 옆으로, 방에서 자고있어야할 유카가 파고들며, "미안.." 그렇게 말하고 꼭 달라붙어 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연인의 온기가 피부로 전해진다. 샴푸 향기와 사랑스러움을 품안에서 느끼며 조금전의 일을 살며시 물어보려다 문득 잠이 들어버렸다. 그때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방으로 돌아갔나...? 별 수 없지... 내일 제대로 이야기하자... 온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머리 안쪽이 둔하게 아프다. 멍한 의식이 또 희미해지려는 순간 그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시,싫어... 하지,마..."
잘못 들을리 없는, 분명 유카의 목소리였다. 옆에 소파에서 들렸다.
"제..제발... 싫어, 부탁이야... 흐응.. 하..지마..."
순간 피가 거꾸로 솟고, 온몸의 신경이 저려왔다. 너무나 충격적인 소리에 몽롱해져가던 의식이 번뜩 돌아왔다.
"아..아..아.. 하으윽.. 으응.. 아하앙... 싫어..싫다구..."
유카!!!
일어나려고 해보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관절이 모조리 빠져버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도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모든 근육이 굳어져 쇠사슬로 묶인 것처럼 미동도 할 수가 없다.
"하아.. 아아아아앙.. 하지마.. 아항.. ...이,이런데서.. 아흑.."
우물거리는 소리와 함께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깬다구... 카즈야가.. 하으읍.. 안돼.. 카즈야가.. 깨버려..."
"안심해, 저녀석, 못 일어나... 지금쯤 꿈나라에 있을거야... 큭큭큭..."
만취상태였던 류지가 "어이, 빨리 단추 풀어. 직접 풀라구". 그렇게 연인에게 명령하는 시퍼렇게 날이 선 낮은 목소리. 냉혹한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류지는 그 위스키 병에 수면제를 타넣어 두었다. 아마노도 유카도 모르고 있었다.
"시,싫어.. 싫어 싫어... 카,카즈야한테.. 드,들켜버린다구..."
"말 안들을거야? 저녀석, 두들겨깨워버린다. 그래도 좋아?"
무슨, 무슨짓을!! 유카에게, 유카에게 무슨 짓을!!
"제,제발.. 그,그것만은.."
"그래 그래, 그렇게 순순히 나와야지. 그래야, 저녀석한테 안들키고 "할" 수 있잖아?"
내장이 뒤틀려 끊어지는듯한 아픔이 전신에 퍼져간다. 옆으로 누워 꼼짝할 수도 없는 몸에서 비지땀이 흐른다.
"뭐야? 선배, 벌써 젖꼭지가 발딱 섰잖아?... 가슴 좀 그거 주물렀다고 벌써 느끼는거야?"
"아,아냐.. 하앗.. 하아앙.. 아흐읍... 흐윽..."
츄릅, 츄릅, 쮸우우웁...
"아앙.. 아.. 흐윽.."
참지 못하고 새어나오는 신음소리, 유카의 탱글거리는 유방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빨아대는 류지가 내는 축축한 소리.. 막을 방법이 없는 귀로 가차없이 박혀들어온다.
"선배는 유두를 이빨로 살짝 씹어주는걸 좋아하지. 안그래?..."
"흐윽.. 아아아..."
유카를 더욱더 흥분시키기 위해, 류지는 자신이 하는 짓을 일일이 말로 들려준다.
"이런식으로, 혀로 유두를 굴려주는 거하고 비교하면 어떤 게 더 느껴져?"
"아.. 아항.. 아앙.. 흐으윽"
아마노의 의식이 돌아온 것을 류지도 유카도 모르고 있었다.
"자 그럼, 이번엔 젖꼭지를 요렇게..."
"아흑.. 아앙.. 조,좋아.. 하아앙.. 흐읍"
"...강하게 빨아주는 건, 어때?"
마치 실황중계처럼 들렸다. 유카에게 아직도 약간 남아있는 오기를 완전히 꺾어 말 잘듣는 인형으로 전락시키려는 계획이, 예기치않게, 아마노에게도 잔인한 책략이 되어버렸다.
"아하, 어느쪽이든 다 좋다는거야?... 진짜 음란한 여자야. 그이가 옆에서 자고있는데, 선배는 유두 좀 만져준다고 이렇게 느껴버리고 말이지"
"싫.. 마,말하지 마..."
"자, 선배, 이번엔, 그 걸리적대는 잠옷을 벗어볼까나. 직접 벗어. 그래, 허리 들고, 그렇지"
소파가 삐걱거리며 흔들린다.
"..아흑 ..하아앙.."
"뭐야, 벌써 이렇게 젖은거야? 선배, 정말 음란한데"
까,까불지 마! 나의, 나의 소중한 유카를!!
"선배,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만져주는거하고, 혀로 핥아주는거하고, 어느쪽이 더 좋아? 선배가 골라. 좋아하는 쪽으로 해줄께"
"그.. 그런.. 그런걸.. 어떻게 골라..."
"아직도 모르는거야?! 어이, 선배 몸은 누구꺼라고? 선배는 누구꺼지?"
유카는, 내 그녀다!! 용서.. 용서못해!! 격렬한 분노. 하지만 바로 옆에서 연인이 무참히 농락당하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류..류지군... 소유입니다..."
유카!! 목소리만 들어도, 유카가 본심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전해져왔다.
"제대로, 언제나처럼 말하지않으면...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
"...유,유카의 몸은.. 류,류지군의.. 류지군의... 소,소유.. 입니다... 유카는... 류지..군의.. 자,장난감.. 입니다.."
아냐!! 아냐!! 아냐!!! 필사적으로 힘을 써봤지만, 몸은 조금도 말을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 마음만 부들부들 떨렸다.
"자 그럼, 손가락하고 혀, 어느쪽이 좋아?"
"혀.. 혀로.. 핥아.. 주.. 세.. 요.."
"좋아 좋아, 잔뜩, 느끼게 해주지. 저녀석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제 깨달은거 같은데? 내 쪽이 훨씬 더 선배를 기쁘게 해준다는걸. 이 몸에다 제대로 가르쳐 줬으니까말야"
"아앙.. 하앙.. 아아.. 아.. 아흐윽.. 하앙"
할짝할짝 혀로 핥고, 츄릅츄릅 빨아대는, 축축한 물소리.
"아.. 하아앙.. 아아.. 조,좋아.. 하으윽.. 조,좋아.. 아하아앙.."
점점 더 달콤한 환희의 색을 띠어가는 뜨거운 신음소리.
"하아.. 아앙.. 거,거기.. 하으윽.. 하읍.. 아아.. 아,안돼.. 아하앙"
어둠 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교성이 아마노의 마음을 난도질한다. 류지 아래에 깔려있는 연인의 새하얀 살결이 몸부림치는 광경이 머리속에 떠올라 가슴이 찢어질듯 아파온다.
"다리 더 벌려"
"네..."
멈춰!!! 그만 둬!!!
"선배, 기분 좋지?"
"...좋아요, 기분 좋습니다..."
그만 두라고!!!!!!
"어라? 손이 놀고 있잖아. 제대로 훑으라구"
"아... 죄,죄송합니다..."
유카아아아아!!!!
"그러면, 선배, 슬슬 집어넣어볼까?"
"싫어!!! 제,제발!!"
아마노가 바로 옆에서 자고있는 걸 잊은 것 같은 비통한 절규였다. 소파가 몇 번 크게 삐걱거리고, 가죽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제,제발 부탁입니다. 그,그것만은.. 그것만은 용서해주세요. 카,카즈야.. 카즈야 옆에선 안돼요. 제발.. 제발이요. 그것만 아니라면 뭐든 할께요. 그러니까 봐주세요.. 용서해주세요. 뭐든, 뭐든지 할께요. 시키는거 뭐든지.. 뭐든지 다 할테니까..."
강철같은 류지의 신체를 필사적으로 떠밀어내고 소파 위에 엎드린 유카가 열심히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 처연한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온힘을 다해 매달려 애원하는 연인의 목소리가, 그런 연인을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이, 피를 토할 만큼의 슬픔으로 바뀌어 아마노를 꿰뚫는다.
"...어쩔수없네. 그러면..."
"에..."
유카의 귓가에 류지가 뭔가 속삭였다.
"어쩔래...? 무리할것까진 없어. 언제나처럼 선배가 선택하는거니까"
"...아,알겠.. 습니다... 하,하겠.. 습니다..."
"그래? 그럼 어서, 심야의 산책을 가볼까나. 큭큭큭... 알고 있지? 이번엔 코트고 뭐고 없는거야"
"...네"
"그럼 듬뿍, 즐겁게 해줘보실까"
현관문이 아무렇게나 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어둠과 정적만 남아있었다.



잠이 들었는지 정신을 잃었는지, 아침해가 비쳐드는 방에서 간신히 악몽으로부터 눈을 떴다.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키면, 씹어 부서진 어금니에서 흐른 피가 시트에 붉게 스며든 자국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이런 것쯤 유카의 고통에 비하면... 분명하게 알았다. 왜 유카가 거짓말을 했는지.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카는 싫어하고 있었다. 그 남자에게 억지로... 심한 짓을... 당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뭔가 분명히 유카를 함정에 빠트린 것이다... 분명 유카는 내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그동안 혼자 쭉 고통스럽게... 이번엔 내가 유카를...
아마노는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었다.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맹렬히 증오했다. 방에서 뛰쳐나가는 아마노의 눈이 살의로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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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부가 끝났습니다 -.-;;;
이제 아마노의 비통한 고난이 시작되는군요...흑. 유카는 아직도 완전히 퍼지려면 한참 남았고.
아, 그리고 오늘 잠깐 나온 스낵에서의 "서비스"는 의미없는 떡밥이 아니에요. 3부 후반에 제대로 나와주거든요.
그럼 3부 "유리의 저쪽 편"에서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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