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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椿 오니츠바키 3-1

제3부 / 유리의 저쪽 편


제1화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귀에 익은 연인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아픈 머리속으로 들려왔다. 깜깜한 시야에 한 줄기 빛이 눈부시게 비쳐들어왔다. 어.. 언제 집에 돌아온거지?... 비닐봉투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냉장고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아니, 아니다... 분명 유카의 써클 부실에 가서 그 남자의 주소를 알아내고, 그리고나서...
"늦었잖아. 벌써 6시 아냐"
"미안해요. 세미나 모임 끝나고 슈퍼에도 들렀다 오느라..."
"바로 오라고 말했잖아. 세미나따위 빠지라구"
"미,미안해요. 다음부턴 꼭 그렇게 할께요..."
"별 수 없지. 오늘 저녁은 뭐야?"
당연하다는 듯이 명령조로 내뱉는 류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맞다, 저녀석의 아파트에 찾아갔었다. 유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추궁하려고, 유카를 저녀석으로부터 구해내려고... 그리고...
"에? 저... 카,카레 만들려고... 류지군, 카레 싫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유카가 두려움이 가득한 음색으로 물었다.
"아니, 별로"
"다행이다... 바로 만들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자기이외의 남자를 위해 저녁식사를 만든다고 하는 유카의 말에, 찌잉하고 의식이 차갑게 깨기 시작했다. 혼란스럽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온다. 동시에 심장이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끊겼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낡고 더러운 아파트 문을 연 류지가 아마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어떻게...?"
주먹을 꽉 쥔 아마노의 표정이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적개심으로 불타올라 류지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다.
"이 자식, 잘도.. 나의 유카를..."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격렬한 분노에 휩싸여 류지의 몸통을 들이받으며 집안으로 뒤엉켜 굴러들어갔다.
"자,잠깐 기다려봐요! 내,내가 뭘?!"
"웃기지 마! 어제 밤에.. 유카를, 유카에게 그런 심한 짓을 했잖아!"
다다미 위에 쓰러져 누운 류지를 올라타고 앉아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아니, 그런게 아닙니다!"
"가만 안 둬! 용서못해! 네 놈, 절대 용서못해!"
주먹을 치켜 들었다.
"그,그건 선배가.. 선배가 나한테.. 그렇게 해 달라고.. 그런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거짓 변명을 늘어 놓는 류지의 안면에 주저없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퍼억! 주먹이 살을 짓이기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온화한 아마노가 누군가를 때리는 것은 난생 처음. 분노로 이성을 잃어 주먹이 아픈 것도 못 느꼈다.
"우욱.. 정말입니다. 선배, 이제 그이와 헤어지고 싶다고 그랬어요!"
"그런 거짓말이 통할거 같냐?"
유카는 어제밤, 분명히 싫어하고 있었다...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아마노는 확신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아마노의 주먹이 류지의 콧등을 내리쳤다.
"네 놈말에 속을까보냐?"
이번엔 류지의 턱을 후려 갈긴다. 금새 코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류지는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이녀석이 유카를.. 유카를! 유카를! 아마노는 멈추지 않고, 분노에 몸을 맡기고 미친듯이 류지를 두들겨 팼다.
"사,사과드릴께요.. 선배하고 몰래 사귀고 있던거.. 사과할께요... 그,그러니까 그만 때려요..."
"사귀고.. 있었다고?"
말 하나하나가 신경을 건드린다. 아마노는 떨리는 주먹을 치켜든 채로 류지를 내려다 보았다.
"그,그만 때려요... 용서해주세요..."
"네놈이 유카를 협박한거지? 그런거지? 말해봐!"
"조,조금 있으면 선배.. 돌아올테니까... 있다가 제대로 얘기할테니까... 더 이상 때리지 말아 주세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연약하게 애원하는 류지의 모습에 조금 침착함을 되찾았다. 류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물론 유카가 헤어지고 싶다고 했다던가, 류지와 사귀고 있었다던가 하는 얘기는 눈꼽만큼도 믿지 않았다. 유카에게 사죄시키고, 두 번 다시는 근처에도 못 오게 다짐받을 생각이었다.
"알았어? 그런 심한 짓 한거, 유카한테 확실히 사죄해!"
그리고, 류지가 거듭 사과하며 내온 커피를 입에 대었다. 철저하게 밟아버리지 못하는 아마노의 착해빠진 마음은, 류지에게 만만함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노가 이렇게 방심하는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되받아 쳐봤자 그걸 복수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저항도 하지 않고 연기를 했다. ...기억해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풋, 같은 수법에 두 번이나 똑같이 당하다니.. 이 어쩌지도 못할 바보같은 놈... 이제부터 그 여자, 네가 소중히 여기는 여자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테니까, 기대해라". 안면을 싹 바꾸고 조소하던 류지의 말이 기억났다.
빌어먹을...!! 역시 저 남자... 자신의 무른 성격에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려고 한 순간,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이 빠져버린 함정을 깨달았다. 어제밤하고 똑같이, 관절이 모조리 빠져버린 것처럼 전혀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이불에 싸여 꽁꽁 묶여있는데다 입에는 덕테이프가 붙여져있어 아무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벽장 안에 갇혀 있었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서, 10센티 정도 류지가 일부러 열어둔 문 틈으로 정확히, 침대에 등을 대고 누운 류지의 뒤통수가 보였다.
"유카, 목말라. 마실거 뭐 없어?"
평소와 다르게 류지는 일부러 경칭을 생략하고 유카를 불렀다. 당연히 아마노를 자극시키려고 하는 짓이었다. 류지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치를 보며 두려움에 떠는 유카는 그것도 깨닫지 못하고, "아, 네, 오렌지 쥬스 어떠세요...?". 부엌칼을 내려놓고 황급히 냉장고에서 페트병을 꺼내 컵에 쥬스를 따라 류지 앞에 놓인 좌식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흰 색의 노타이셔츠(*주, 開襟シャツ-목에 단추가 없는 오픈칼라 셔츠. 남방이라고도 하죠)에 청바지. 평소의 편한 옷차림 위에 에이프런을 걸치고 좌식탁자를 사이에 두고 류지와 마주보고 앉았다.
"입으로 먹여줘"
바로 옆에 연인이 있다고는, 하물며 보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컵을 들었다. ...류지가 원하는 대로. 거스르면 안돼... 유카는 어젯밤의, 류지와 했던 너무나도 음란한 행위를 선명하게 머리에 떠올렸다. ...그런 일,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되기 싫어... 순순히 시키는대로 하면...



"류,류지군... 어디, 가는거야...?"
차디 찬 12월의 심야, 살을 에이는 듯한 매서운 추위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목소리를 낮춰 물어보는 유카에게, "손으로 가리지 마. 뒷짐 지라구" 류지는 태연스레 대꾸했다.
"하,하지만..."
"싫어? 그럼 다시 집으로 돌아가든가. 그이 앞에서 안아주지 뭐"
모양좋게 앞으로 솟아나온 풍만한 유방과 옅게 자란 고슬고슬한 음모를 가리고 있던 손을, 유카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돌렸다. 무릎까지 오는 롱부츠를 신었을 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청초한 미모와 언밸런스한 성숙한 여대생의 육체를 형광등이 비추고 있었다. 이,이런 곳.. 누군가에게 보여져버려... 낯가림이 없는 유카는 맨션 주민들과 아는 사이가 많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창문에 불이 꺼져 있었지만, 이런 장소에서 벌거벗고 알몸을 드러내고 있는 자신이 믿겨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왔네. 신문배달하는 녀석이라도 타고 있으면, 아마 깜짝 놀랄거야. 맨션 복도에서 전라의 여자하고 마주치다니"
"시,싫어... 그,그런거.. 싫어..."
"안심해. 내가 제대로 "노출광 마조녀야"라고 변명해줄테니까"
"너무해..."
전자음이 울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제발... 아무도 없기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몸이 떨려온다. 조롱하는 말에 입술을 깨물고 참으면서 류지의 등 뒤에 숨어 눈을 감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유감인데. 아무도 없어서. 어이, 빨리 타", 류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맨션을 나서자 류지는 자기 앞으로 걸어가라고 명령했다.
"류지군... 어디로 가...?"
"거 되게 시끄럽네. 닥치고 걷기나 해"
가로등 불빛이 흔들리는 포니테일의 붉은 리본과 새로 내린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어둠 속에서 비춘다. 가냘픈 어깨로부터 절묘한 라인을 그리며 흘러내리는 가늘게 조여진 허리에 양손을 붙이고, 그 아래로 조그맣고 예쁜 엉덩이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 더할 나위없이 음란하고 외설적인 뒷모습이 류지의 가학심을 한층 자극했다.
"이봐, 엉덩이 좀 더 흔들어 봐. 음란하게 흔들면서 걸으란 말야"
그만 용서해줘... 이런 부끄러운 짓, 싫어... 심야라고는 해도, 언제 누구하고 부닥칠지 모른다. 두려운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며 모퉁이에 다다를 때마다 사람이 없다는걸 꼼꼼히 확인하고 흠칫흠칫 걸음을 옮긴다. 유방은 팽팽하게 긴장되고, 첨단의 젖꼭지도 아플만큼 꼿꼿하게 서 있었다. 점점 거칠어지는 유카의 숨소리만 조용한 주택가에 울렸다.
부끄러워, 부끄러워 죽겠어...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머리속이 희미해져서 알 수가 없다.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는 치욕, 긴장, 공포. 이 모든게 뒤섞여, 나무가지가 스치는 소리에도, 멀리서 들리는 차소리에도, 조그만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이 굳어졌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과 거듭된 능욕으로 심어진 도망가고 싶지 않은 마음. 둘로 찢어진 의식 속에서 다음은 오른쪽, 이번엔 왼쪽, 뒤에서 지시하는 류지의 말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 착각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그 커다란 녹지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류지는 유카의 옆으로 다가와 더욱 잔혹한 명령을 내렸다.
"선배, 이번엔 스스로 젖가슴을 만지면서 걸어 봐"
증오하는 남자의 연인을 유린하고 있다라는 충족감보다, 누구나 자기도 모르게 뒤돌아보게 만드는 미녀를 마음대로 농락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류지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그런 짓.."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무심코 내뱉을 뻔한 저항하는 말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거부하는 기색을 보이는 유카를 류지가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선배,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나 봐... 시키는대로 하면 공원 안으로. 시키는대로 안하면 이대로 쭈욱 직진해서 역앞까지 알몸으로. 어떤게 더 낫겠어?"
이젠, 이젠 더 이상 싫어... 집에 가고 싶어... 꼬옥 맞잡은 손에 시선을 떨어트렸다. 이윽고 천천히 손을 가슴 위로 올린다. 왜 이런 부끄러운 짓을... 꽉 입술을 깨물었다. 명령받은대로 손바닥으로 젖가슴 아래를 감싸쥐고 천천히 주무르며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공원 안으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이런 부끄러운 짓 하기 싫어...야 되는데, 나 어째서... 사람과 마주칠 가능성이 적어진 것에 조금 안도한 탓인지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조금씩 몸 속 깊은 곳으로부터 요염한 감각이 솟구쳐 온다. 군살이 전혀 없는 슬렌더한 몸매와 조금은 언밸런스한 크기의 모양좋은 유방에서도 조금씩 미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허벅지를 비비며 걷기 시작하는 유카를 보며 류지가 "선배, 혹시 노출플레이로 느끼는거야? 언제부터 그렇게 유두를 뾰족 세운거야? 정말이지 음란한 여자라니까. 그렇지, 젖꼭지도 확실히 비벼야지" 라고 비웃었다.
"으.. 으응.. 응"
손가락이 닿는 순간 유카는 무심코 터져나올뻔한 신음을 간신히 참았다. 어째서... 여자의 부분이 지잉하고 저려왔다. 자기 몸이 멋대로 반응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느끼기는... 그런거 아냐... 이런 부끄러운 짓으로 느끼거나 하지 않아... 그런 생각과는 반대로 단단히 응어리진 섬세한 젖꼭지를 조금씩 굴리는 손가락은 멈추지 않는다. 류지가 거듭해서 반복한 그 집요한 능욕고문으로 각인된 육체의 쾌락을 아는 신체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봐도, 어느새 이 치욕스러운 노출플레이에 반응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추잡한 짓을 하면서 느끼다니, 그렇지 않아... 유두로부터 퍼져나가는 쾌감을 증폭시키는 듯한 미세한 전류같은 자극. 이성을 잠식하듯 자궁으로부터 퍼져나가는 저리는 것같은 욱씬거림. 만약 이런 부끄러운 모습 누군가에게 보여버리면... 그런 상상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화끈거리며 뺨이 달아오른다. 느끼고 싶다니... 그런거 아냐... 게다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류지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애무가 되어, 급속히 흥분하기 시작한 유카의 보지로부터 애액이 흘러넘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겨우 숲길이 끝나고 달빛이 비치는 공원 광장의 놀이터에 도착했다. 추위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아.. 어쩌지...? 어쩌면 좋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육체의 반응. 유카가 당황한 것은 그러나, 자기 육체의 그런 반응이 아니었다. 더 느끼고 싶어하는 자기 마음의 반응이었다. 이대론 안돼... 이성이 점점 약해져간다. 좌우로 엉덩이를 흔들면서, 풍만한 유방을 이리저리 주무르면서, 손가락으로 유두를 비벼대면서, 전라의 여대생이 광장의 중앙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 눈동자는 녹아내리고 있었다.
"아.. 으응.. 아아.. 하앙.."
수치라는 악마의 음욕에 사로잡힌 관능적인 멜로디가, 조그맣게 열린 가련한 입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선배, 이거 갖고싶지?"
"아..."
미간을 찌뿌린 유카의 고민스러운 표정이 괴로운 색향을 자아내고 있었다. 정글짐에 기댄 류지의, 어느틈에 바지에서 꺼낸 우뚝 솟은 커다란 자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아, 아, 아... 류지군의... 아아.. 저것, 저걸... 흘러넘친 애액이 한줄기, 늘씬한 유카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다.
"빨아도 돼"
비틀비틀, 홀린 것처럼 잔디밭에 무릎을 떨어트린다. 뿌연 안개가 낀 눈동자를 하고 유카가 류지 앞에 무릎꿇는다. 흰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자지를 감싸쥐었다.
"빨고 싶지? 선배. 삼키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지?"
아냐, 아니야... 그런거 아냐... 그런거, 하고싶지 않아...
"그... 그렇습니다... 하고..싶어요..."
이성의 끈이 툭하고 끊어져버렸다. 본능대로 또다시 음욕의 수렁에 가라앉아 간다.
"좋아, 말 잘 들은 상이다. 어이, 빨아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츄르릅거리는 습기찬 소리를 내며 미친듯이 달라붙어 놓지 않는다. 귀두를 입술로 조이고, 귀두 아래 힘줄부터 요도구까지 아이스캔디를 핥아먹는 것처럼 혀 전체를 사용해 격렬하게 핥는다.
"그렇지, 선배, 그런 식으로"
류지군, 느끼고 있어... 목구멍 깊숙히까지 삼킨 자지가 더 커지고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등줄기가 오싹, 오싹, 연달아 저려온다. 류지군을 기분좋게 해주면, 류지군이 훨씬 더 많이 기분좋게 해줄거야... 잔뜩, 자안뜩, 기분좋게 될거야... 또 한 명의 자신이 그렇게 머리속에서 속삭인다.
"어때? 맛있어?"
"우웁... 에... 마이허... 마이흠미다..."
자지를 잠시도 입에서 떼지않고 빨아들이며, 유카가 불분명한 발음으로, 하지만 남자의 음학심을 자극하는 사랑스러운 음색으로 대답했다. 왼손은 류지의 허리에 돌려 안고, 오른손으로는 격렬하게 자지를 훑는다. 귀두를 원을 그리듯 혀로 핥으며 입술을 오무려 강하게 빨아올렸다가, 목구멍까지 깊숙히 삼키고, 음란한 스트로크를 반복한다. 류지가 가르쳐 준 대로, 류지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열심히 반복해 보였다.
"그읍.. 후웁.. 구웁.. 으웁.."
마치 오열과도 닮은 축축한 소리가 고요한 광장에 울리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긴 흑발을 음란하게 흔들며 머리를 위아래로 열심히 움직이는 유카를 류지가 만족스럽게 내려다 본다.
"선배, 슬슬 집어넣어 줄까? 아래쪽 입으로도, 잔뜩 맛보게 해줄께"
뺨을 홀쪽하게 하고 류지의 자지에 달라붙은 채로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요염하게 물기를 띠며 희미한 수줍음과 함께, "해주세요" 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하고싶은 얼굴을 하고서는... 좋아, 그 벤치에 손을 짚고 구멍을 내밀어 봐"
피부의 감촉도, 남자의 음욕을 돋우는 엉덩이도, 안으면 안을수록 음란해지는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인 이 육체도... 이 여자, 그 바보녀석에겐 아깝다. 어깨로부터 조그만 엉덩이까지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는 섬세한 피부를 손바닥으로 마음껏 어루만지면서 소유욕을 만끽했다. 기다림에 지쳤는지 유카가 등을 바르르 떨며, "아아아... 아흐윽...", 뜨거운 신음을 흘린다.
"선배, 아래쪽 입에서 군침이 뚝뚝 떨어지는데? 이건 젖은 정도가 아니잖아"
"시..싫어엉... 마,말하지.. 마..."
류지가 양쪽 엉덩이를 나눠 쥐고 크게 벌려 애액으로 흠뻑 젖은 보지 입구에 귀두를 슬쩍 갖다댄다. 삽입에 대한 기대로 유카가 꿀꺽, 군침을 삼킨다.
"아... 류,류지군... 해줘.. 빠,빨리..."
무심코 남자에게 교태를 부리는 자신에 대한 당혹스러움도, 소리없이 다가오는 절정의 예감으로 인해 깨끗이 사라져 버린다.
"하으윽.. 아아.. 들어..들어와아아..."
뜨겁게 달구어진 보지 안으로 강철같이 단단한 자지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이제, 안돼...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 류지에게 몸을 허락하고 난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연인과 3년동안 수도 없이 살을 섞으면서도 이런 쾌락은 상상조차 못했었다. 미쳐버릴 정도의 쾌락이 아마노에 대한 죄책감마저도 쓸어가 버린다. 끝나고나면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지게 될 것을 알면서도, 지금 이 쾌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뜨거워.. 단단해.. 하아앙.. 아아.. 좋아..너무 좋아..."
위로 크게 젖혀지는 등을 떨리는 팔로 간신히 지탱하는 유카의 턱에서 목덜미로 군침이 흘러내렸다.
"선배, 잔뜩, 더 많이 느끼게 해줄께. 기쁘지?"
"기쁘.. 기쁩니다... 아흐윽, 아앙.. 해줘.. 유카를 더.. 느끼게 해줘어어..."
연인의 일도, 공원에서 짐승처럼 후배위로 꿰뚫리고 있는 것도, 뇌리에서 사라져 날아가 버린다. 뒤에서 격렬하게 허리를 부딪히고 있던 류지가, "더 소리질러! 암캐처럼 추잡스럽게 울어 봐!" 라면서, 앞뒤로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는 탄력있는 유방을 우왁스럽게 주무르며 손가락으로 유두를 거칠게 비벼댔다.
"하으으으윽! 그런.. 안돼! 앗..앗..앗.. 안돼 안돼.. 이상해져버려어..."
노출산책의 결과로서 섹스라고 하는 변태적인 상황이 평소보다 몇배 더 유카를 느끼게 해, 말 그대로 미쳐버릴 듯한 쾌락이었다. 마약처럼 유카의 심신을 침식해 들어간다.
"안돼?! 그만둘까, 그럼?"
"시,심술부리지 말구.. 제발.. 더는 안돼.. 이제 갈거같애.. 제발.. 해줘.. 좀 더어.. 가게 해줘어.. 이대로는.. 정말 이상하게 되버려.. 가게 해주세요..."
새하얀 몸을 꿈틀대며 몸부림치고, 소리 높여 허덕이면서 애원하는 유카를 초조하게 만들려는듯, 류지의 피스톤운동은 점점 더 느슨해지고 있었다.
"건방지게 굴지마". 날카롭게 노성을 내지르며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끼야아!"
날카로운 아픔에 유카가 아기고양이처럼 사랑스러운 비명을 짧게 질렀다.
"내 장난감 주제에 혼자 지맘대로 즐거워하고 말이야. 네가 직접 움직여서 조금쯤은 날 기쁘게 해봐"
류지가 자지의 각도를 미묘하게 바꾸면서, 일부러 천천히 집어넣고 문지른다.
"하아앙.. 죄,죄송합니다..."
아첨하듯 대답하며 등을 이리저리 비틀어 움직여본다. 밀려드는 감미로운 쾌감의 파도에 무릎의 힘이 빠져나가버려, 마음대로 앞뒤로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자지를 감싸고있는 질벽을 움직여 봉사하려고 해보지만, 오히려 자꾸 빠지려고 하는 바람에 그저 꼭 조이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그래가지고는, 아침까지 해도 안되겠다". 인내심이 바닥난 류지가 보지에서 자지를 뽑아내더니 옆에 있던 시소에 앉아버린다.
"어이, 암캐야, 이리 온. 우물쭈물하지 말고"
절정에 오르려고 하면 난폭하게 떨쳐내버린다. 일방적이고 제멋대로인 류지의 막돼먹은 취급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그렇게 능욕당해온 유카에겐 거역할만한 의지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네, 바로 갑니다"
모델 수준의 늘씬하고 긴 다리로 류지의 무릎을 타고 넘어 서로 마주 보는 자세로 주저없이 오른손을 등 뒤로 돌려 자지를 잡고 그대로 몸을 내려 삼켰다.
"으흐윽.. 아아.. 하아아앙..."
참을 수가 없어... 이 느낌, 너무 기분이 좋아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서 참을 수가 없어... 뿌리끝까지 보지 안으로 삼키고는, 양팔을 류지의 목에 돌려 꼬옥 매달렸다.
"선배, 가고 싶으면, 제대로 부탁해 봐"
"아아.. 그런...". 선택사항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귓가에 속삭이는 류지의 말을 "유카는... 부끄러운 짓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음란한 암..캐... 입니다... 유카를... 너..너무..나... 조,좋아하는... 류지군의... 류지군의... 자.. 아아아... 자지로.. 가,가게... 해주세..요..."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따라했다.
"안 들려..."
"가고싶어요.. 류지군의 자지로 가고싶어요!!"
"좋아, 가게 해줄께". 그 말과 동시에, 류지가 지면을 박찼다. 공중으로 높이 띄워진 시소가 두 명분의 체중을 싣고 기세좋게 땅으로 떨어진다. 착지한 반동으로 자궁까지 꿰뚫리는 충격이 마치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보지에서 정수리까지 일직선으로 관통했다. 눈 앞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포니테일을 좌우로 흩뜨리며 몸을 크게 활처럼 젖히고 "히이이이이익.. 가,가버려! 하으으으윽...!", 절규하며, 류지의 어깨에 이마를 툭 떨어뜨렸다. 긴 머리카락에서 달콤한 향기가 퍼진다. 잠깐동안, 쾌락의 여운에 잠겨 호흡을 정돈하고 있던 유카가 얼굴을 들어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류지를 바라보았다. 밝고 쾌활하고 청순함으로 가득했던 유카의 표정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 오직 음욕의 색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류지군... 죄송합니다, 나만..."
혼자만 절정을 맞이한 것을 사과했다. 류지의 손아귀에 완전히 떨어져버렸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느꼈어?"
"네, 엄청나게..."
"앞으로도 매일, 잔뜩 안아줄께"
"기쁩니다..."
"그래 그래, 그렇게 순순히 나오면, 그녀석에게 손대는 일은 없을거야. 잘 기억해 두라구"
이미 류지에게 거역한다는 건 생각조차도 할 수 없다. 아마노에게 알려지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시키는대로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다. 계속 안길 수 밖에 없다...
"감사합니다..."
류지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코트를 벗어 땀으로 젖은 유카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
"입어. 감기 안 걸리게"
악몽과도 같은 심야의 산책으로 유카는 자신이 종속의 쇠사슬에 묶여버린 것을, 자신의 육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누구인가를, 싫을 정도로 처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 하룻밤이 지나고 유카 안에 남은 것은 체념과 닮은 감정뿐이었다. 쾌락을 대신해 뭔가 중요한 것을 잃은 것 같았다. 유카는 류지의 옆으로 다소곳이 옮겨 앉아 쥬스를 입에 물고 암팡진 류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문 틈새로 정확히, 입술을 겹치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연인이 키스하는 옆얼굴을 보는 건 당연히 처음. 눈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인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좋아, 이번엔 내가 먹여주지"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숙이고 있던 유카의 턱을 손으로 들어 올리며 류지는 컵을 입에 가져갔다. 트레이드마크인 포니테일에 묶인 긴 머리칼을 어루만지는데도 유카는 그저 눈만 꼭 감고 있었다. 저항하는 모습은 조금도 없었다. 류지가 벽장 쪽을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아마노의 눈 앞에서, 연인의 눈 앞에서 유카를 능욕할 거라고, 그 악의를 분명히 전하는 미소였다.
그만 둬! 유카를 건들지 마! 하지만 움직일 수도, 소리를 내는 것마저도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여기서... 초조해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과는 정반대로 아무리 애를 써봐도 몸은 조금도 움직여주지 않는다.
뒤통수를 단단히 잡고 류지가 입으로 흘려넣어주는 쥬스가 유카의 입가로 흘러넘쳐 목덜미를 타고 가슴으로 흘러내린다. 양손은 축 늘어트린채로. 그대로 딥키스를 얌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응.. 으읍... 으응.. 아.. 으흡... 아앙..."
유카는 흐릿한 한숨을 흘리면서, 혀 아래를, 잇몸을, 볼 안을, 입 안 곳곳을 마음껏 빨고 핥는 류지를 받아 들이고 있었다. 실을 당기며 둘의 입술이 떨어지고, 서로 크게 숨을 내쉬었다. 가늘게 눈을 뜬 유카를 가만히 바라보던 류지가 혀를 내밀었다. 유카는 곧바로 그 뜻을 알아채고 젖은 입술 사이로 혀를 내밀어 스스로 류지의 혀를 핥았다. 혀와 혀가 공중에서 격렬하게 엉켜 서로 핥는다.
유카! 유카!! 피를 토하듯 크게 외쳤다. 하지만 덕테이프가 두껍게 붙여진 입에서는 신음소리조차 새어나오질 않는다. 그런데도 쉬지않고 외쳤다. 외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아아.. 으응... 아.. 후우.. 하아.. 아앙..하아앙... 아아.. 흐읍...으흐읍..."
다시 서로의 입술이 겹쳐지고, 유카의 목이 꿀꺽 소리를 냈다. 이번에는 쥬스가 아니다. 이것 보란듯이 류지가 흘려보내는 타액을 아무것도 모르는듯 전부 삼킨다. 끝없이 입술을 탐내면서 류지가 천천히 유카를 밀어 넘어트린다. 두 명의 몸이 침대에 가려져 아마노의 시야에서는 유카가 세운 한 쪽 무릎 청바지만 보였다.
"아항.. 으응.. 아아아... 하아.. 아.. 아앙... 하으윽"
옷이 스치는 소리와 조금씩 높아져가는 유카의 달콤한 신음소리만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스윽하고 침대 뒤로 두 사람의 몸이 숨는가 싶더니, 다시 모습을 드러낸 유카의 무릎은 맨살이 되어 있었다.
제기랄! 떨어져! 유카한테서 떨어져! 강한 분노 덕분이었는지 꽉 쥔 주먹에 힘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씩 몸이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1초라도 빨리 몸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온몸에 힘을 집중했다. 빨리, 빨리 움직일 수 있게... 빨리, 빨리 유카를 도울 수 있게...
"유카, 기분 좋아?"
"네... 기분 좋습니다..."
"더 기분 좋고 싶어?"
"네... 그러고 싶습니다..."
지기 싫어하고 오기가 강한 유카가 스러질 듯한 연약한 목소리로 긍정하고 있다. 끼익끼익하고 침대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렸다. 류지는 일부러 아마노의 시선으로부터 정면이 되는 위치에 머리를 두고 드러누웠다. 다음 순간, 아마노가 숨을 삼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유카의 하반신이 류지의 얼굴 위로 자리를 잡았다.
유카... 그런... 초조함으로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마음을 찢는듯한 격통이 아마노를 강타했다.
"아아.. 아앙"
류지의 손이 희미하게 상기된 유카의 동그란 엉덩이를 어루만진다.
"자, 빨아도 돼. 유카, 좋아하잖아, 내 꺼"
대답 대신에 쮸웁, 츄르릅 하는 습기찬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벌써 클리토리스가 커졌어. 입에 내껄 넣기만 했는데도 느끼는 거야? 정말 음란하다, 유카"
"으읍.. 읍.. 말하지 마... 우웁.. 부끄러워... 우웁.. 훕.. 읍.."
"기뻐 어쩔줄 모르는 주제에 무슨 말이야? 더 느끼게 해줄께". 그렇게 말하고, 류지는 가느다란 허리를 쥐고 잡아당겨 유카의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하아앙.. 앗.. 아아아앙... 아앙아앙.. 아하읍.. 하아.. 흐윽"
바로 그때, 한층 더 높은 환성이 터져나온다.
"아아.. 시,싫어... 아앙.. 그렇게 격렬하게... 아앙... 하면..."
개의치 않고, 츄르릅 소리를 내며 달라붙어, 입 전체를 사용해 격렬하게 할짝할짝, 뜨겁게 젖은 유카의 보지를 핥고 빨아대며 헤집었다. 빼꼼히 고개를 내민 음핵을 굴리고, 보지 깊숙히 침입해 넘치는 애액을 뽑아낸다.
"아,안돼.. 하아앙.. 하윽.. 으읍.. 굉장해애애... 좋아.. 아흐윽"
"끝도 없이 흘러넘치는데. 유카의 추잡스런 즙으로 허벅지까지 흠뻑이야.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아.. 아아아.. 조,좋아... 느껴.. 느껴져어"
그만해, 이제 그만해! 그만 둬... 평소 아마노가 유카를 안았을 때 흘리던 달착지근한 신음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작열하는 쾌락에 몸을 떠는 음란하기짝이 없는 신음소리가 좁은 시야 너머에서 들려온다.
"히이.. 좋아.. 아앙.. 아.. 아앙.. 이,이젠 안돼.. 하아.. 좋아.. 좋아"
유카의 발가락이 오무려지면서 시트를 잡아 끌었다.
"가버려.. 가버려.. 가버려어어"
69자세로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유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리 절정에 올라, 연인의 앞에서, 연인이 아닌 남자에게 절정이 가까와졌다고 외치고 있었다. 류지가 "넣어줬으면 좋겠어?" 라고 물었다. 되돌아 온 대답은, "넣어.. 줘.. 넣어주세요.."라고 매달려 비는 교성이었다. 네발로 엎드린 유카를 그대로 두고 류지가 늘씬한 다리 사이로 빠져나와 커다랗게 발기한 자지를 엉덩이 사이에 겨누었다.
"아흐윽! 아아아아아..."
단숨에 쑤셔넣는다.
"아아.. 아아.. 아아.. 하아아.."
순식간에 절정 직전으로. 하지만 그 이상은 오르지 못한다. 류지의 절묘한 리듬이 바로 직전에 브레이크를 걸어버린다. 몸 속까지 녹아내리는 즐거움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카 스스로 요구하게 한다. 수도 없이, 유카를 자신의 포로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 철저히 가르쳐왔다.
"괴..괴롭히지..말고... 제발... 이상해져버려어어..."
연인에겐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욕망으로 폭발하는듯한 저 말이 가차없이 연인의 귀에 꽂혀온다. 조교의 성과를 증오하는 남자에게 마음껏 과시한 류지는 벽장쪽을 바라보고 킥킥 웃으며, "좋아, 가게 해주지" 라는 말과 함께 체위를 바꾸었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류지를 마주 보고 앉아, 넓은 어깨와 단단한 목덜미에 팔을 돌려 껴안고 유카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인다. 10센티 틈 안에 간신히 전신을 보인 유카는 늘씬한 다리도, 투명하리만큼 흰 피부도, 풍만한 유방도, 숨김없이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어둠 저쪽 편에서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며 쾌락을 쫒고 있었다.
"좋아.. 좋아... 아아앙.. 느껴져"
류지의 두꺼운 가슴에 부대끼는 유방이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었다. 비지땀을 흘리며 몸부림치는 유카의 귀를 빨고 씹고 하고 있던 류지가 귓가에 대고 뭐라 속삭이자, 주저하지 않고 포니테일로 묶고 있던 리본을 풀었다. 긴 머리카락이 가녀린 어깨로, 등으로 흘러내린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거기까지 유카가 류지의 손에 길들여졌다는 놀라움에,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의 한심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가버려.. 가.. 가아아"
자신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보인 적 없는 줄로만 알았던 머리를 푼 모습을 드러낸 연인의 절정 장면을 아마노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픔도, 괴로움도,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유카의 얼굴에 온화함으로 가득 찬 행복한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다시 옷을 입고 부엌에 서서 에이프런을 묶고 있는 유카의 등 뒤로, "어이, 유카. 좋은 구경 시켜줄께", 류지가 얘기했다. 뒤돌아 보면 벽장문이 열리고 있었다. 비닐끈으로 묶어둔 돌돌 말린 이불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동안은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에.. 아.. 앗!"
류지가 아마노를 이불에서 끌어내 침대 위로 내던졌다.
"카..카..카즈야!? 카즈야.. 어..어째서... 시,싫어.. 싫엇!!"
연인이... 있었다. 어째서! 왜! 카즈야가 여기에!? 뭐가 뭔지 몰라 혼란스러워져 그 자리에 그대로 무너져내리듯 주저앉았다. 전부 보여져 버렸어! 카즈야에게 알려져 버렸어! ...카즈야가 모르게 하려고... 카즈야와의 관계를 부수고 싶지 않아서... 그 일념으로 류지가 시키는대로, 그 어떤 명령에도 따라 왔다. 그런데...
"하하하, 이걸로 우리 관계, 들통나버렸네"
"어째서..., 너무해.. 약속하고 다르잖아! 카즈야에게는 심한 짓 안한다고..."
"나도.. 뭐 이럴 작정은 아니었는데.. 이 바보녀석이 어떻게 알았는지 오늘 아침에 잔뜩 화가나서 여길 찾아왔다구.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가르쳐줬지. 지금 유카가 누구의 여자인지를"
구속하고 있던 비닐끈을 풀고는, 류지는 이불을 발로 걷어차 치워버렸다. 침대에 내던져진 아마노는 류지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고 휘청거리는 몸을 일으켜 부엌 바닥에서 머리를 움켜쥐고 웅크려 앉아, "미안해... 카즈야... 미안... 미안해...", 계속 중얼거리는 유카의 앞으로 다가갔다.
"자, 감동의 대면인가?!"
류지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아마노는 살며시 유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유카, 이제 괜찮아" 라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카즈야...?"
배신한 게 전부 들통나 이제 전부 끝나버렸다고 절망해서, 사죄할 말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아마노에게 비난받고 경멸당할거라고 생각했던 유카는 생각지도 못한 아마노의 상냥한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유카는 저녀석을 좋아해서 그... 한 게 아니잖아. 저녀석에게 뭔가, 어쩔 수 없어서 당한 거라고 생각해"
변하지 않는,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아마노에게 유카가 살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아마노는 충분했다.
"괴로웠지? 알아채주지 못해서.. 미안... 내가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유카가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미안"
"카즈야..."
따뜻하게 걱정하는 아마노의 품으로 유카가 와락 뛰어들었다.
"아냐, 내가 잘못했어.. 미안, 카즈야..."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
셔츠를 꽉 붙잡고 있는 가느다란 팔로부터 사랑스러운 유카의 온기가 전해진다. 아마노는 힘껏 그 몸을, 바로 조금 전까지 류지의 밑에 깔려있던 몸을, 더러움을 털어내버릴 것처럼 힘주어 껴안았다.
"뭐야 니들..."
예상외의 전개에 류지가 질렸다는듯이 내뱉는다.
"어이 어이, 네놈이 연구인가 뭔가 하고있는 동안, 이녀석 나한테 실컷 따먹히고 있었다구. 바쁜 네 대신에 내가 철저히 가르쳤단 말야. 모르겠어? 그런 것 하나 눈치채지 못한 얼간이 주제에. 무슨 똥폼을 잡겠다는거야? 이녀석은 말이지, 이제 나 없인 살 수 없는 몸이라구. 단념해, 빙신아"
아마노는 천천히 류지를 뒤돌아보며, "네놈.. 유카에게 잘도 그런 못된짓을..."라고 하며 노려봤다. 연인을 유린한 남자에게 속이 뒤집힐 정도로 격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류지는 태연스레 지껄였다.
"못된 짓? 난 유카가 기뻐할 짓 밖에는 안했는데요. 너도 방금 봤잖아. 엄청 달아올라서 "느껴버려.. 가,간다"라면서 미쳐 날뛰던 모습을. 말해두지만, 나를 선택한 것도, 나에게 안기는 것도, 전부 이 여자가 스스로 선택한거야. 강요했던 적 한번이라도 있었어? 다 합의아래 한 거잖아, 안 그래, 유카?"
건방지기 짝이 없는 류지의 말에 유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아마노의 품 속에서 기가 잔뜩 죽은 채로 벌벌 떨고만 있었다. 다부지고 밝은 성격이었던 유카를 이렇게까지 무서워 떨게 만든 류지에게 한층 더 분노가 커져갔다.
"웃기지 마! 유카가 원한 거였으면 왜 이렇게 슬퍼하는 눈을 하고 있어?! 네놈이 유카에게서 웃는 얼굴을 빼앗은 거야! 용서못해!"
아마노의 격분한 고함소리따위 안중에도 없다는듯 류지가 계속 말을 잇는다.
"도대체가, 연인을 배신하고 실컷 즐겨놓구선, 남자없음 살지도 못하는 그런 추잡한 몸을 해가지고 이제 와서 연인 곁으로 돌아가려는 거야? 응?", 교활한 말로 유카를 매도하면서 아마노의 존재를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유카, 나랑 몇번 했지? 매일매일 셀 수도 없을만큼 즐겼잖아. 어제도 공원에서 알몸으로 꽤나 기분내지 않았어? 페라도 엄청 늘었구말야. 그거 전부 내가 가르쳐줬잖아. 그것뿐이 아니지.."
"그만해! 말하지 마! 카즈야한테 그런 말 하지마!"
짧게 소리지르고는 목소리를 덜덜 떨며, "카즈야, 미안.. 미안해" 라고 울먹이는 유카를 껴안은 팔에 아마노는 꼭 힘을 주었다. 유카가 다른 남자와... 아마노 역시 쇼크가 컸다. 하지만, 유카는 협박당한 것이다. 함정에 빠져 상처입은 것이다. 제일 괴로운 건 유카다. 유카가 배신했을 리가 없다. 믿는다. 나는 유카를 믿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유카를 믿는다. 그 때, 내가 그토록 괴로워했을 때, 옆에 있어준 유카와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믿는다. 그렇게 결심하고 지금까지 쭉 믿어왔다. 그러니까 지금도 유카를 믿는다. 비록 저녀석에게 몇번 안겼다고 해서 유카를 버리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버린다거나 헤어진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은 아마노의 머리속에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자, 유카, 집에 가자. 난 저런 녀석이 하는 말 하나도 안 믿어. 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옆에 있을께. 두번 다시 저런 녀석이 접근하지 못하게 할께"
그렇게 말하고 아마노는 유카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어이, 아직도 모르겠어? 이 여자의 몸은 이미 내 거야. 내 말이면 거절같은 거  못해. 내 마음대로 한다구. 이녀석, 싫어하는 척 하는것 같아도 나한테 안기기만 하면, 지가 알아서 막 빨아주고 기뻐 날뛰는 음란녀라니까. 유카, 네 몸은 이제 나 아니면 만족 못한다는 거 잘 알잖아. 내가 충분히 가르쳐줬을텐데"
"그만해! 이 이상 더 유카를 모욕하기만 해봐라! 유카는 네놈 물건이 아냐! 두번 다시 가까이 오지마!"
"...그럼, 내기할까? 유카가 누구 여자인지, 너하고 나하고 어느쪽이 더 어울리는지, 내기해볼래? 게임이야, 게임. 되찾고싶지 않아? 이 여자를. 그러고 싶음 나하고 승부해보자"
"되찾아?! 우,웃기는..."
당장 달려들고 싶은 분노를 아마노는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네놈, 대체 어디까지 썩어빠진 놈이야...? 어떻게 그런 바보같은 말을..."
기운이 하나도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유카의 얼굴이 아파보이기까지 했다. 아마노는 그런 유카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안고 현관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한시라도 빨리 류지의 집을 떠나고 싶었다. 류지가 그런 아마노의 등 뒤로, "내가 지금까지 겪은 지옥을 네놈도 조금쯤은 알아야하지 않겠냐? 내가 그 여잘 순순히 내줄것 같으냐?". 지금까지의 여유있던 말투가 갑자기 날이 시퍼렇게 선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바뀌었다.
"카즈야... 너, 이 꽃 알고 있지?"
류지가 처음으로 카즈야의 이름을 불렀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무심코 뒤돌아 본 아마노의 시야에 류지가 가지고있던 비장의 카드, 오니츠바키 화분이 들어왔다.
"무슨...!?"
거무칙칙한 피 색깔의 꽃을 본 아마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네놈에게 이 게임을 거부할 권리같은 거 없어"
"...서,설마..."
유카의 어깨를 감싸안고 있던 아마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카즈야?! 왜..."
아마노는 망연자실히 오니츠바키를 응시한 채로, 유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너,너... 설마... 설마... 왜.. 이제와서..."
"내가 누군지 이제 안거야?"
류지는 오니츠바키를 좌식탁자에 올려놓더니, 성큼서큼 아마노 앞으로 걸어와 난폭하게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경악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아마노의 이마에 바짝 얼굴을 대고는,"카즈야... 네놈은, 배가 고파 음식쓰레기를 뒤져본 적 있었냐...?" 평소에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류지가 분명히, 격렬하게 아마노를 향한 증오의 감정을 내뿜고 있었다.
"눈밭에 알몸으로 내던져져 본 적 있냐...?"
"몇시간동안이나, 아무 저항도 못하고 맞아본 적은 있냐...?"
어렸을 때의 괴로운 기억을 들이민다.
"네놈따위..."
부들부들 몸을 떠는 아마노의 창백한 얼굴을, "네놈따위, 뒈져버려!". 고함을 지르며 무지막지하게 후려갈겼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아마노의 피가 몇 미터 뒤의 벽까지 튀었다.
"사람을 팬다고 하는건, 이렇게 하는거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닦지도 못하고 신음하고 있는 아마노의 목덜미를 다시 움켜쥐고 일으켜 세운다.
"너같은 빌어먹을 새끼한테 맞아봐야, 아프지도 않았어"
다시 한번 주먹으로 두들겨 팬다.
"카즈야, 죽어, 죽어버리라고!". 욕하고 때리고 차고, 사정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류지에게, 아마노는 전혀 저항하지 않는다. 마치 좋을대로,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다 하라는 듯이. 휘두르는 주먹에 얼굴을 내밀기까지 했다.
"안돼! 그러다 죽겠어! 카즈야가 죽겠어!".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얼이 빠져있던 유카가 당황해서 아마노의 몸 위에 엎드려 류지의 폭행을 말렸다.
"제발 그만해, 게임이든 뭐든 시키는대로 다 할께"
"아..안돼... 안... 유카... 야, 죽여, 그걸로 분이 풀린다면 날 죽여라..."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는 아마노의 얼굴 상처에 손수건을 갖다대며, "카즈야, 난 괜찮아.. 그러니까...". 그리고는 류지를 바라보며, "알았으니까, 그러니까, 제발, 카즈야에게 심한 짓 하지마..." 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만 둬... 이 이상은 유,유카를... 끌어들이지...마... 부탁..."
야금야금 천천히 아마노를 괴롭히고 싶은 류지에게는 유카를 건 게임 쪽이 훨씬 구미에 당기는 일이다.
"그럼, 게임 성립이다...". 흥, 콧방귀를 뀐다.
"하나만 가르쳐 줘. 카즈야와 류지군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인데..."
피로 범벅이 된 주먹을 꽉 쥐고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류지가 단언한다.
"안돼. 네가 나인가 저녀석인가 어느쪽인지 선택했을때 가르쳐 줄거야. 그때까진 야, 카즈야, 네놈도 말하지 마"
한 달 뒤, 유카가 선택하지 않은 쪽이 모든 연락을 끊고 유카 앞에서 사라진다---.
그것이 유카를 건 게임의 룰이라면서 류지가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카즈야, 괜찮아?"
솜씨좋게 응급치료를 하는 유카를 내려다 보며,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마음의 정과 육체의 정, 어느쪽이 더 강한지 내가 가르쳐 주마...". 그렇게 류지가 중얼거렸다. 겨우 복수의 시간이 왔다... 카즈야, 네놈의 소중한 여자, 눈 앞에서 빼앗아 주마... 눈꼴사납게 몸부림치며 미친듯이 괴로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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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닥닥 3부 시작해 봤습니다.

조교의 기본중의 기본, 전라노출산책이 빠질 수는 없죠.

자, (흰 장갑 낀 손을 이마밑에 깍지끼고) 모든 것은 계획대로...인 것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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